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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전 ‘동생’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데뷔 첫 홈런을 지켜봤던 김하성(29·샌디에이고)이 이정후 앞에서 시즌 첫 홈런을 신고했다. 김하성은 1일 샌프란시스코와의 2024시즌 MLB 안방경기에 5번 타자 유격수로 나서 홈런 1개를 포함해 4타수 3안타, 1볼넷, 3타점, 3득점으로 활약했다. 김하성은 두 번째 타석에서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6-0으로 앞선 2회말 2사 1, 3루에서 타석에 선 김하성은 상대 선발투수 돌턴 제프리스의 초구 체인지업(시속 141km)을 걷어 올려 왼쪽 담장을 넘기는 3점 아치를 그렸다. 타구 속도는 시속 159km, 비거리는 109m였다. 개막 후 6경기 만에 나온 시즌 첫 홈런이자 MLB 통산 37번째 홈런이다. 전날 김하성은 한국프로야구 키움 시절 팀 동료이자 절친한 동생인 이정후의 홈런을 유격수 수비 자리에서 쳐다봤다. 그리고 하루 만에 이정후가 중견수 자리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홈런포로 응수했다. 김하성은 1회 첫 타석에선 3루 쪽으로 느리게 굴러가는 땅볼을 친 뒤 전력 질주해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3회엔 볼넷으로 걸어 나갔고 5회엔 삼진을 당했다. 8회엔 중견수 방향으로 날아가는 2루타를 날렸다. 타구를 잡은 이정후가 재빨리 2루로 송구했지만 김하성의 발이 더 빨랐다. 지난달 20, 2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서울 개막 2연전에서 7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김하성은 이날 안타 3개를 몰아치며 타율을 0.273(22타수 6안타)으로 끌어올렸다. 샌디에이고는 13-4로 크게 이겼다. 지난달 29일 MLB 데뷔전부터 전날까지 세 경기 연속 안타와 타점 행진을 이어온 이정후는 이날 1번 중견수로 출전해 2타수 무안타 3볼넷을 기록했다. 이정후는 샌디에이고 선발투수 마이클 킹을 상대로 1회와 3회, 4회 세 타 연속 볼넷을 골라내는 선구안을 자랑했다. 6회에는 삼진, 8회엔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정후의 타율은 0.333에서 0.286(14타수 4안타)으로 떨어졌다. 샌디에이고와 샌프란시스코는 이번 4연전에서 2승씩 나눠 가졌다. 김하성과 이정후는 그라운드 위에선 양보 없는 대결을 벌였지만 경기가 끝난 뒤엔 같이 식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김하성은 평소 이정후를 두고 ‘후배가 아니라 친동생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왔다. 김하성과 이정후는 6∼8일 샌프란시스코의 안방 오라클파크에서 양 팀이 맞붙는 3연전 때 다시 만난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한 두 팀은 올 시즌 모두 13차례 맞대결을 벌인다. 이정후는 앞서 2∼4일 MLB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의 소속 팀 LA 다저스와 방문경기 3연전을 치른다. 같은 기간 김하성의 샌디에이고는 안방에서 세인트루이스를 상대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골프 교습가 중 한 명인 고덕호 프로(62)는 60대의 나이에도 투어 프로들이 사용하는 백 티에서 70대 중반을 친다. 그는 실전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한 달에 두세 번은 은퇴한 프로들이나 아마추어 챔피언들과 라운드를 한다. 비용 부담은 철저히 ‘N분의 1’이다. 골프다이제스트가 여러 차례 선정한 세계 50대 교습가에 포함됐던 그는 몇 해 전까진 프로 선수들만 가르쳤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1인자로 군림했던 서희경,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진출했던 배상문, 오랫동안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를 했던 고진영 등이 그의 제자들이다. 요즘은 일반인 대상으로 범위를 넓혔다. 서울 강남구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고덕호PGA아카데미’를 운영해 온 그는 올 초 경기 수원에 2호점을 냈다. 그는 한 골프 채널의 해설위원을 맡으면서 골프 관련 유튜브도 운영하고 있다. 그가 가장 강조하는 건 PGA다. 자신이 PGA(미국프로골프) 클래스A 자격증을 갖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골프의 기본 3요소인 ‘포스처(posture)’ ‘그립(grip)’ ‘얼라인먼트(alignment)’의 머리말이기도 하다. 그는 “이 세 가지가 골프의 기본이다. 기본기를 잘 익힌 후 힘을 빼고 어깨와 골반 등 큰 근육을 이용해 편하게 스윙해야 한다”며 “팔로만 세게 치려고 하면 어김없이 부상이 온다”고 말했다. 골프가 처음부터 그의 천직이었던 건 아니다. 어릴 적 축구와 야구를 했던 그는 미국 유학을 간 뒤 골프를 제대로 접했다. 운동부에 들어가면 장학금을 준다는 말에 골프를 시작했다. 마침 룸메이트가 파나마 국가대표 출신 골프 선수였다. 야구, 축구 등으로 단련된 몸으로 골프에 집중했더니 금방 70대 초반을 쳤다. 내친김에 문라이트 투어 등 미국 플로리다 지역에서 열리는 대회에도 출전해 여러 차례 우승했다. 하지만 PGA투어를 향해 꿈을 키워 가려 할 무렵 오른쪽 팔꿈치 부상이 찾아왔다. 프로의 꿈을 접는 대신에 그는 골프를 가르치는 일을 하기로 했다. 대개 5년 정도 걸리는 PGA 클래스A를 3년 만에 땄다. 그는 체형도, 얼굴도, 목소리도 예전 그대로다. 노화를 늦추기 위해 그가 강조하는 건 유연성이다. 그는 평소 몸을 꾸준히 움직인다. 아침에 눈을 뜨면 곧바로 15분가량의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집에서도 틈나는 대로 푸시업, 윗몸일으키기, 스쾃 등 맨손 운동을 한다. 하체 운동은 계단 오르기를 통해서 한다.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자전거도 종종 탄다. 그는 “중년 이후엔 과격한 운동보다 잔근육을 키우는 적당한 운동이 좋다”고 했다. 70세쯤 은퇴할 생각이라는 그는 세계 100대 골프 코스 탐방을 꿈꾸고 있다. 그는 “국내외 좋은 골프장을 많이 다녀 봤다. 하지만 대부분 일을 하러 간 것이지 놀러 간 적은 없다. 은퇴 후엔 좋은 코스에서 골프를 마음껏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골프 교습가 중 한 명인 고덕호 프로(62)는 라운드 기회가 많다. SBS골프 해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중계를 맡은 대회에 앞서 코스 답사 차 라운드를 한다. 개인 레슨을 하는 프로들과도 필드에 나간다. 그에게 한 수 배우고자 하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필드 레슨도 가끔 한다. 하지만 그가 가장 좋아하는 건 ‘내돈내산(내 돈주고 내가 산다)’ 라운드다. 실전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그는 한 달에 두세 차례는 ‘멤버들’과 함께 골프를 친다. 동반자들은 은퇴한 프로들이나 아마추어 챔피언들이다. 고 프로는 “나보다 뛰어난 분들과 함께 골프를 치면 끊임없이 자극을 받는다. 워낙 실력이 쟁쟁한 분들이다 보니 라운드 내내 긴장감이 감돈다”며 “누가 돈을 내주는 건 없다. 말 그대로 ‘n분의 1’이다. 가끔 밥 사기 내기를 한다. 그렇게 골프를 치는 게 가장 편하고 즐겁다”고 말했다. 수많은 주말 골퍼들의 길라잡이인 그의 골프 실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고 프로는 “예전 같지 않다. 젊을 때는 드라이버를 270~280야드씩 보냈다. 그런데 요즘은 잘 맞아야 250야드 정도 나간다”며 “비거리가 줄었으니 죽지 말고 똑바로 보내자는 마음으로 친다”며 웃었다. 그의 마지막 자존심은 선수들이 치는 ‘백티’를 사용하는 것이다. 주말 골퍼들이 주로 쓰는 화이트 티에서 치면 훨씬 스코어를 줄일 수 있겠지만 여전히 백티를 고수하고 있다. 생애 베스트 스코어가 6언더파인 그는 지금도 백티 기준으로 70대 중반 스코어를 유지하고 있다. 여러 차례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세계 50대 교습가에 포함됐던 그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프로 선수들만 가르쳤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1인자로 군림했던 서희경,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도 우승했던 배상문,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를 오랫동안 유지했던 고진영 등이 그의 제자들이다. 요즘에는 일반인 대상으로 범위를 넓혔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오랫동안 자신의 이름을 딴 ‘고덕호PGA아카데미’를 운영해왔는데 올 1월에 경기 수원 스타필드에 2호점을 냈다. 앞으로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아카데미를 점점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그가 운영하는 아카데미 이름에 PGA가 들어가는 이유는 단지 그가 PGA(미국프로골프) 클래스A 자격증을 갖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틈날 때마다 강조해온 골프의 기본 3요소인 ‘파스처(posture)’ ‘그립(grip)’ ‘얼라인먼트(alignment)’를 표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의 레슨이나 강연에는 바로 이 ‘PGA 이론’이 빠지지 않는다. 고 프로는 “이 세 가지는 골프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기본기를 잘 익힌 후 힘을 빼고 어깨와 골반 등 큰 근육을 이용해 편하게 스윙을 하는 게 핵심”이라며 “큰 근육을 쓰지 않고 팔로만 세게 치려 하면 어김없이 부상이 온다. 골프는 건강하게 오랫동안 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요즘 골프 교습은 유튜브를 비롯해 어디에서나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스윙 스피드, 공 회전수 등 데이터도 쉽게 얻을 수 있다”며 “하지만 골프 스윙은 반복적인 동작을 통해 몸이 느껴야 하는 것이다. 숫자 등에 너무 집착하면 생각이 많아지고, 몸이 경직되기 쉽다. 가능한 한 머리를 비우고 심플하게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골프가 그의 천직이었던 건 아니다. 초등학교 때 그는 잠시 축구 선수를 했다. 축구부가 해체된 뒤엔 야구부에 들어가 중학교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 하지만 딱히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한 건 군대 제대 후 미국 유학을 가서였다. 사우스플로리다 주립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그는 운동부에 들어가면 장학금을 준다는 말에 골프를 시작했다. 마침 룸메이트가 파나마 골프 국가대표 출신이었다. 야구, 축구 등으로 단련된 몸으로 골프에 집중했더니 금방 70대 초반 타수를 쳤다. 내친김에 문라이트 투어 등 미국 플로리다 지역에서 열리는 대회에도 출전해 여러 차례 우승도 했다. 하지만 PGA투어를 향해 꿈을 키워 가려 할 무렵 예기치 않게 오른쪽 팔꿈치 부상이 찾아왔다. 팔이 너무 아파 프로의 꿈을 접어야 했다. 이후 그는 생계를 위해 옷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나중엔 아예 옷 가게도 하나 차렸다. 그의 인생은 2000년 초반 PGA투어에 진출한 ‘탱크’ 최경주를 만나면서 달라졌다. 당시 Q스쿨을 준비하던 최경주를 돕다가 “한국에 골프 유망주가 많으니 한국에 가서 한 번 가르쳐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조언을 들었다. 단, 필요한 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자격증이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그는 도전을 택했다. 운영하던 옷 가게를 접고 PGA 클래스 A 자격증에 ‘올인’한 것이다. PGA 클래스 A를 따려면 15개 과목을 듣고, 골프장 운영과 잔디 관리, 고객 응대 등을 모두 배워야 한다. 대개 5년 안팎이 걸리지만 그는 3년에 이 모든 과정을 끝냈다. 그는 “빨리 업무를 익히기 위해 한 골프장에 취직을 했다. 프로샵에서 인스트럭터로 일하면 사람을 많이 상대해야 했기에 혼자 일할 수 있는 드라이빙 레인지(연습장) 근무에 자원했다”며 “연습장에서 먹고 자며 공을 줍고 씻었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미친 듯이 공부를 했다”고 했다. 2000년대 중반 한국에 온 뒤 그는 단번의 명(名)교습가 반열에 올랐다. 그는 “내가 인복이 있다. 좋은 선수들을 많이 만났다”고 했다. 처음 지도할 당시 KLPGA 2부 투어에서 뛰던 서희경은 2008, 2009년 2년 사이에 11승을 거뒀다. 배상문은 PGA투어에 진출하며 그가 선수로서 못 이룬 꿈을 대신 이뤄줬다. 고 프로는 “개인적으로 1995년 한국에서 열린 매경오픈에 미주 아마추어 대표로 참가했다. 그런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실력 발휘도 못해보고 컷 탈락했다”며 “그런데 나중에 한국에 와서 가르친 박준원이 2014년 그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때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고 말했다. 어느덧 60대가 됐지만 그에게선 별로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체형도, 얼굴도, 목소리도 예전 그대로다. 하지만 그는 “중년 이후의 골퍼들에게는 유연성이 가장 중요하다.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평소에 몸을 꾸준히 움직인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곧바로 15분 가량 스트레칭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아파트 단지 내 피트니스센터에 갈 때도 있지만 대개는 집에서 푸쉬업이나 윗몸 일으키기, 스쾃 등 맨손 운동을 많이 한다. 집에 있는 덤벨이나 로프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하체 운동은 계단 오르기를 애용한다. 그가 출퇴근하는 건물 지하 주차장에서 15층에 있는 스포츠센터까지 가능하면 걸어서 올라간다. 자전거도 종종 탄다. 시간이 될 때마다 경기 분당 탄천에서 1시간 가량 페달을 밟는다. 그는 “지금 나이에서는 다칠 우려가 있는 자극적인 운동보다 잔근육을 키우는 적당한 운동이 좋다”며 “젊을 때처럼 운동을 많이 하지 않아도 인바디 테스트를 하면 상위권 점수가 나온다”고 했다. 쉴 새 없이 바쁜 인생을 살아온 그는 70살 이후에는 좀더 여유를 갖고 즐기는 인생을 살아볼 생각이다. 가장 하고 싶은 건 세계 100대 골프 코스를 다녀보는 것이다. PGA 클래스 A 자격증을 갖고 있는 그는 일반인에 비해 그런 코스를 쉽게 다닐 수 있다. 같은 자격증을 갖고 있는 프로들이 골프장 지배인을 맡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는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국내외 좋은 골프장을 많이 다녀 봤다. 하지만 대부분 일을 하러 간 것이지 놀러 간 적은 없다. 은퇴 후에는 멋진 코스에서 내가 좋아하는 골프를 마음껏 즐겨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데뷔전 안타, 두 번째 경기에선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 세 번째 경기 만에 첫 홈런. ‘바람의 손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연일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정후는 31일 샌디에이고와의 방문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출전해 4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이날 이정후의 안타는 MLB 데뷔 후 첫 홈런이었다. 이정후는 3-1로 앞선 8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샌디에이고 왼손 불펜 투수 톰 코스그로브를 상대했다. 이정후는 볼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에서 몸쪽 깊숙이 들어온 3구째 스위퍼(시속 125km)에 방망이를 돌렸다. 방망이 중심에 정확히 맞은 공은 시속 168km로 날아가 우중간 외야석에 꽂혔다. 비거리는 124m였다. 담담한 표정으로 다이아몬드를 돈 이정후는 홈을 밟은 직후 관중석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정후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엔 아버지 이종범 전 LG 코치와 가족들이 있었다. 이 전 코치는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고 옆에 있던 사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경기를 미국 전역에 생중계한 폭스TV 중계진은 “한국 프로야구의 레전드 스타였던 ‘바람의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람의 손자’가 홈런을 친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이 장면을 전했다. 이정후의 홈런으로 MLB에서 홈런을 날린 한국 선수는 15명으로 늘었다. 샌프란시스코는 8회 계속된 공격에서 마이클 콘포토가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리며 이날 9-6으로 승리했다. 이정후는 5회 희생플라이 타점을 포함해 타점 2개를 올리고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날까지 이정후는 3경기에서 타율 0.333(12타수 4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봅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를 처음 보면 콘택트 능력만 눈에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시범경기부터 빠른 타구를 종종 만들었다”며 “오늘도 까다로운 왼손 투수를 상대로 첫 홈런을 쳤다. 지금까지 매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홈런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이정후는 동료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다. 동료 선수들은 경기 후에도 이정후를 샤워실로 데려가 맥주와 면도 크림을 퍼부으며 다시 한번 축하했다. 이정후는 MLB 데뷔 홈런 공도 되찾았다. 안방 팀 샌디에이고를 응원하는 한 가족이 홈런 공을 잡았는데 경기 후 이정후에게 돌려줬다. 이정후는 사인볼 3개와 샌프란시스코 모자 3개를 답례로 선물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경기 후 이정후와 이 가족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샌디에이고의 김하성(29)이었다. 이를 전해 들은 이정후는 통역을 통해 “(김)하성이 형에게 당신들의 이야기를 꼭 전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한국프로야구 키움에서 4년간 한솥밥을 먹었던 이정후와 김하성은 절친한 사이다. 이날 5번 타자 유격수로 출전한 김하성은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지만 타격에선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한화가 개막전 패배 후 7연승을 거두며 단독 1위를 질주했다. 7번째 승리의 주역은 고졸 신인 투수 황준서(19)였다. 한화는 31일 KT와의 대전 안방경기에서 왼손 투수 황준서의 5이닝 1실점 호투와 노시환-페라자의 홈런포 등을 앞세워 14-3으로 크게 이겼다. 전날 KT를 8-5로 꺾고 단독 1위에 올랐던 한화는 선두를 지켰다. 한화가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건 김응용 감독(84)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14년 3월 30일 이후 10년 만이다. 개막 후 8경기에서 7승(1패)을 따낸 것도 1992년 전신 빙그레 시절 이후 32년 만이다. 한화는 최근 네 시즌 중 세 시즌(2020∼2022시즌) 연속으로 최하위(10위)에 머물렀고 직전 시즌에도 9위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던 류현진이 12년 만에 복귀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한화는 지난달 23일 류현진이 선발로 등판한 LG와의 개막전에서 패했지만 이튿날부터 연승을 이어오고 있다. 31일에는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다. 선발 등판 예정이었던 김민우(29)가 담 증세를 호소하면서 고졸 신인 황준서가 대신 선발로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KT 선발투수는 지난해 15승을 거둔 에이스 벤자민이었다. 하지만 2024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황준서는 1회부터 씩씩하게 공을 뿌렸다. 1회초 상대 선두 타자 배정대를 삼진으로 돌려 세웠고, 2회엔 베테랑 황재균을 삼구삼진으로 잡아냈다. 황준서는 이날 최고 시속 149km의 패스트볼과 130km 안팎의 스플리터, 느린 커브 등을 섞어 던지며 KT 타선을 잠재웠다. 5이닝을 1점으로 막은 황준서는 역대 10번째 고졸 신인 데뷔전 승리투수가 됐다. 한화에서는 2006년 류현진에 이어 두 번째다. 황준서는 경기 후 “(류)현진 선배님한테 많이 배워서 (왼손 에이스) 계보를 이어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선배 타자들도 초반부터 맹타를 휘두르며 황준서를 도왔다. 한화는 2회말 2사 1, 2루에서 이도윤의 2루타로 먼저 점수를 뽑은 뒤 문현빈이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지난 시즌 홈런왕 노시환은 2회 3점 홈런(3호), 새 외국인 타자 페라자는 3회 2점 홈런(4호)으로 힘을 보탰다. KIA는 잠실에서 두산을 9-3으로 꺾고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키움은 홈런 세 방을 앞세워 디펜딩 챔피언 LG를 8-4로 꺾고 2연승했다. SSG는 연장 11회 승부 끝에 삼성을 4-3으로 눌렀다. NC도 연장 11회 접전 끝에 롯데에 8-7로 승리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첫 경기부터 안타와 타점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한국프로야구 키움에서 이정후와 4년간 한솥밥을 먹었던 김하성(29·샌디에이고)도 올 시즌 첫 안타를 신고했다. 이정후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2024시즌 MLB 미국 내 개막전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출전했다. 샌디에이고 선발 투수 다루빗슈 유(38)를 상대로 처음 두 타석에서 각각 삼진과 1루수 직선타로 아웃된 이정후는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날렸다. 이날 이정후는 1994년 첫걸음을 남긴 박찬호(은퇴) 이후 한국인 선수로는 27번째로 MLB 무대를 밟았다. 한국인 타자로는 12번째 MLB 데뷔였다. 한국인 타자가 MLB 데뷔전에서 안타를 때린 건 역대 5번째다. 이정후는 1-0으로 앞선 5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풀카운트 접전 끝에 다루빗슈의 높은 싱커(시속 153km)를 받아쳐 중견수 글러브 바로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날렸다. 관중석에서 아들 이정후의 경기를 마음 졸이며 지켜보던 이종범 전 LG 코치는 안타를 확인한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소셜미디어에 한국어로 ‘메이저리그 첫 안타’라는 축하 글을 올렸다. 이정후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18년 만에 펫코파크에서 안타를 때려냈다. 이 전 코치는 2006년 3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안타를 쳤다. 이정후는 다음 타자 호르헤 솔레르 타석 때 2루 도루를 시도하다가 다루빗슈의 견제에 걸려 아웃되고 말았다. 이정후의 첫 타점은 7회에 나왔다. 2-2 동점이던 7회초 1사 1, 3루에서 타석에 선 이정후는 일본프로야구 세이브왕 출신인 왼손 투수 마쓰이 유키(29)를 상대했다. 마쓰이의 폭투로 2, 3루가 된 상황에서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첫 안타와 첫 타점 모두 일본인 투수를 상대로 뽑아낸 것. 경기가 이대로 끝났으면 이정후의 결승타가 될 수 있었는데 샌프란시스코는 구원진이 7회말에 4점을 내주며 역전당하고 말았다. 경기는 샌디에이고의 6-4 승리로 끝났다. 이정후는 경기 후 “첫 안타를 쳤지만 곧바로 견제사를 당해 안타를 날린 기분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MLB 수준이 높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봅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뛰어난 왼손 투수 마쓰이를 상대로 7회 앞서 나가는 역전 타점을 올리는 등 데뷔전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했다. 올해 MLB 공식 개막전이었던 LA 다저스와의 서울시리즈(20, 21일) 2연전에서 7타수 무안타에 그친 김하성은 5회말 시즌 첫 안타를 신고했다. 이날 5번 타자 유격수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도루 1득점으로 팀 승리에 기여한 김하성은 “경기 시작 전까지 나만 타율이 제로였는데 안타를 하나 쳐서 기분이 더 좋다”고 말했다. 두 팀은 4월 1일까지 4연전을 치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골프 라이프 플랫폼 퍼시픽링스코리아(PLK)가 28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TEAM PLK’ 출정식을 개최했다. 퍼시픽링스코리아는 올 1월 총 10명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들로 구성된 골프단을 창단했다. 이날 행사에는 퍼시픽링스코리아 장옥영 대표이사를 비롯해 강춘자 단장과 협력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김지현(33), 이승연(27), 황예나(32), 김세은(27), 황유나(22) 등 5명의 선수들은 올 시즌 퍼시픽링스코리아의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KLPGA투어에 나선다. 인주연(28), 김수민2(27) 등 2명은 드림투어, 서재연(24), 유다겸(23), 쉬에즈쉬엔(19) 등 3명은 점프투어에서 활동한다. 선수단 리더는 2015년 데뷔해 올해로 15년차를 맞는 김지현이 맡았다. 메이저대회인 한국오픈을 포함해 KLPGA투어에서 5승을 거둔 김지현은 지난해 시드전에서 1위를 차지하며 올해 다시 KLPGA투어로 복귀했다. 김지현은 4월 제주에서 열리는 국내 개막전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부터 출전한다. KLPGA 투어에서 한 차례 우승한 이승연은 지난해 한 차례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승연은 크지 않은 체구임에도 폭발적인 비거리를 자랑한다. KLPGA투어 3년차인 황예나는 2021년 드림투어에서 우승한 바 있다.장옥영 퍼시픽링스코리아 대표는 “TEAM PLK 선수들이 KLPGA투어에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퍼시픽링스코리아는 선수들을 적극 지원하고, TEAM PLK가 명문구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퍼시픽링스코리아는 골프 선수단 운영뿐 아니라 최경주재단과 함께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대회를 후원하고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전역 주니어 골퍼 육성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퍼시픽링스코리아는 국내외 명문 골프장 예약과 전 세계 주요 골프 경기 관람, 각종 호텔 여행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올 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개막 2연전 서울시리즈(20, 21일)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던 윌 스미스(29)가 10년간 총액 1억4000만 달러(약 1887억 원)를 받는 조건으로 소속 팀 LA 다저스와 계약을 연장했다. 스미스는 한국 방문 기간 아내와 함께 서울 명동 등을 찾아 호떡 군만두 탕후루 같은 먹거리를 즐겼고 이런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한국 팬들에게 얼굴을 많이 알렸다. 스미스의 아내는 서울시리즈가 끝나고 미국으로 돌아간 뒤 한국에서 사 간 한복을 입힌 딸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스미스는 서울시리즈 두 경기에서 타율 0.500(10타수 5안타)에 2타점을 기록했다. MLB.com을 포함한 미국 매체들은 다저스가 스미스의 29번째 생일을 하루 앞둔 28일 계약을 10년간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다저스 주전 포수인 스미스는 이번 계약을 통해 MLB에서 돈을 가장 많이 받는 포수로 이름을 올렸다. 포수가 10년 장기 계약을 한 것도 MLB 역사상 스미스가 처음이다. 2016년 드래프트 1라운드에 다저스의 지명을 받은 스미스는 2019년 MLB에 데뷔했고 2021년부터 주전 자리를 꿰찼다. 스미스는 2025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상황이었는데 다저스는 이번 계약으로 그를 2032년까지 잔류시켰다. 스미스는 “다저스가 아닌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있는 나를 생각할 수 없었다. 앞으로의 10년이 더 기다려진다”고 계약 연장 소감을 밝혔다. 스미스의 계약 연장으로 최소 2032년까지 다저스 유니폼을 입는 선수는 오타니 쇼헤이, 무키 베츠, 야마모토 요시노부까지 4명으로 늘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올 시즌을 앞두고 사령탑을 교체한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범호 감독의 KIA는 개막 3연승을 질주한 반면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롯데는 개막 4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KIA는 27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8-2로 완승을 거뒀다. KIA는 23일 키움과의 개막전 승리 후 전날 롯데전에 이어 이날까지 3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KIA의 개막 3연승은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KIA는 이날까지 10개 팀 중 유일하게 무패를 달리고 있다. 1회부터 경기는 KIA 쪽으로 기울었다. 4번 타자 최형우는 0-0 동점이던 1회말 2사 2루에서 롯데 선발 나균안의 한가운데로 몰린 6구째 포크볼을 밀어쳐 왼쪽 담장을 넘겨 버렸다. 비거리는 110m. 전날 롯데전에서 동점 솔로포를 쏘아 올리며 역전승의 발판을 놨던 최형우는 2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했다. 이날 홈런으로 개인 통산 375번째 홈런을 기록한 최형우는 이대호(은퇴)를 제치고 KBO리그 통산 홈런 단독 4위로 뛰어올랐다. 최형우의 홈런 이후 KIA는 이우성의 안타와 김선빈의 몸에 맞는 볼로 2사 1, 2루 찬스를 이어갔다. 이때 롯데 수비에서 아쉬운 플레이가 나왔다. 후속 황대인은 외야 방면으로 평범한 뜬공을 쳤다. 그런데 롯데 좌익수 고승민과 중견수 윤동희, 유격수 노진혁 간에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 공은 텍사스 안타가 됐고, 그 사이 2루 주자 이우성이 홈을 밟았다. 뒤늦게 좌익수 고승민이 홈으로 공을 던졌지만 이 공마저 원바운드 악송구가 되면서 1루 주자 김선빈까지 득점했다. 순식간에 점수는 4점차로 벌어졌다. 기세를 탄 KIA는 김태군과 박찬호가 연속으로 적시타를 때려내며 6-0까지 앞서 갔다. 마운드에서는 올해 팀에 합류한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의 호투가 빛났다. 이날 정규시즌 데뷔전을 치른 네일은 최고 시속 150km의 패스트볼에 날카롭게 꺾이는 스위퍼와 체인지업을 골고루 섞어 던지며 롯데 타선을 6이닝 5피안타 1실점으로 봉쇄했다. 1회부터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시작한 네일은 85개의 공만 던지며 9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 6회 1사 후 고승민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한 게 이날의 유일한 실점이었다. 초반부터 대량 실점한 롯데는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개막 4연패를 당했다. 롯데는 28일 KIA전에 5선발 이인복을 선발 등판시켜 첫 승에 도전한다. KIA 선발은 왼손 투수 이의리다. 두산은 수원 경기에서 장단 18안타를 몰아치며 KT를 11-8로 꺾었다. 시범 경기 무패를 기록했던 두산은 정규시즌에서도 3승 1패의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두산은 이날 국가대표 투수이자 지난 겨울 5년 107억 원에 계약한 KT의 토종 에이스 고영표를 초반부터 무너뜨렸다. 지난해까지 3시즌 연속 20회 이상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던 고영표는 이날 4이닝 13피안타 9실점의 부진을 보였다. 두산에서는 정수빈, 양의지, 김재환, 강승호 등 4명의 타자가 모두 3안타씩을 때려냈다. KT는 돌아온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가 연타석 투런포를 쏘아 올렸고, 강백호로 솔로포를 신고했지만 하염없이 개막 4연패의 늪에 빠졌다. 한화는 인천 경기에서 선발 산체스의 5와 3분의2이닝 1실점 호투 등에 힘입어 SSG를 3-1로 꺾었다. LG와의 개막전에서 패했던 한화는 이후 3경기를 모두 잡아내며 3승 1패를 기록했다. NC도 창원 안방경기에서 키움을 6-2로 꺾고 3승 1패가 됐다. 키움은 한 번의 승리도 없이 3연패에 빠졌다. 서울 잠실에서 맞붙은 LG와 삼성은 12회 연장 접전 끝에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프로야구 신인왕 출신의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신인왕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다. 한국 선수 최초로 MLB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29·샌디에이고)은 2년 연속 골드글러브에 도전한다. 이정후가 프로에 데뷔한 2017년부터 김하성이 MLB에 진출하기 전인 2020년까지 네 시즌 동안 국내 프로야구 키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두 선수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리는 MLB 미국 내 개막 경기에서 적으로 만난다. 이날 MLB 양대 리그 전체 30개 팀이 미국 내 15개 구장에서 개막전을 치른다. 6년간 총액 1억1300만 달러(약 1523억 원)에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한 이정후는 1번 타자 중견수로 출전한다. 이정후는 27일 종료된 시범경기 기간 13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3(35타수 12안타) 5타점, 6득점, 2도루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홈런 1개와 볼넷 6개를 기록했고 OPS(출루율+장타율)는 0.911에 이른다. 이정후는 MLB.com이 시즌 개막을 앞두고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내셔널리그 타격왕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신인왕 후보로도 거론된다. MLB.com은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투수 역대 최고액(12년 3억2500만 달러)에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야마모토 요시노부(일본)를 꼽으면서 이정후도 신인왕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27일 미국 매체 USA투데이는 올 시즌 MLB에서 주목해야 할 가장 중추적인(pivotal) 선수 5명을 꼽으면서 이정후를 가장 먼저 소개하기도 했다. 김하성은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서울 개막 2연전(20, 21일)에서 안타가 없었지만 중심 타선인 5번에서 미국 개막전을 맞는다. 김하성은 지난 시즌 주로 2루수로 출전하며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차지했는데 올해는 원래 포지션인 유격수로 2년 연속 골드글러브 수상에 도전한다. 김하성은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샌디에이고 불펜투수 고우석(26)과 오클랜드 내야수 박효준(28)은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맞는다. 초청 선수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던 박효준은 이번 시범경기에서 타율 0.477(44타수 21안타) 1홈런 8타점을 기록하는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줬는데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다. 시범경기에서 부진했던 최지만(33·뉴욕 메츠)과 왼쪽 고관절을 다친 배지환(25·피츠버그)도 개막 엔트리에서 빠졌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첫 경기 첫 타석에서 일본인 투수 다루빗슈 유(38·샌디에이고)를 상대하게 됐다.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29일 열리는 미국 내 시즌 개막전 선발 투수로 다루빗슈를 등판시킬 예정이라고 26일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샌디에이고는 29일 샌프란시스코와 안방경기를 치른다. 샌프란시스코의 톱타자 자리를 예약한 이정후는 1회초 공격 때 다루빗슈를 상대로 MLB 데뷔 타석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루빗슈는 2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2024 MLB 서울 개막전에도 선발 등판해 3과 3분의 2이닝 2피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일전에서 다루빗슈를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이정후는 일본 선발로 나선 다루빗슈를 상대해 1회초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고 2-0으로 앞선 3회 2사 2루에선 우전 적시타를 날렸다. 이정후는 경기 후 “다루빗슈를 상대로 안타를 친 타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경기에서는 한국이 4-13으로 역전패했다. 이정후는 한일전이 끝나고 며칠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다루빗슈한테서 안타를 치는 사진을 올렸는데 이를 본 다루빗슈가 “함께 뛰는 날을 기대한다”고 댓글을 직접 남기기도 했다. 이정후는 “MLB에서도 1선발로 뛰는 선수가 좋은 말을 해 주셔서 감사했다. 자신감이 생기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샌디에이고의 유격수 김하성은 29일 경기에 5번 타순으로 출전해 이정후와 한국인 타자 맞대결을 벌인다. 김하성이 MLB에 진출하기 전까지 두 선수는 2017∼2020년 네 시즌 동안 한국프로야구 키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통역이 돈을 훔치고 거짓말을 했다. 나는 도박과 연관된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불법 도박 연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오타니는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통역이었던 미즈하라 잇페이(40)의 불법 도박 사건과 관련해 직접 입을 열었다. 다저스 구단이 불법 도박, 절도 등의 혐의로 미즈하라를 해고한 지 닷새 만이다. 약 12분간의 기자회견은 사진 촬영 없이 진행됐다.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오타니는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어 나가며 이번 사건에 쏠린 궁금증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오타니는 “야구뿐 아니라 다른 어떤 종목에도 돈을 걸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대신 베팅해 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다”면서 “도박업자에게 연락한 적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베팅 결제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오타니는 “내가 믿었던 사람이 이런 일을 했다는 사실에 매우 슬프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오타니의 설명에도 의혹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야후스포츠는 “자신의 계좌에서 400만 달러(약 53억6000만 원)가 넘는 돈이 빠져나갔는데 오타니가 이를 몰랐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오타니가 불법 도박에 연루됐거나 미즈하라의 도박 사실을 알고도 빚을 대신 갚아줬다면 징계 대상이 된다. MLB 사무국은 이 사건을 조사 중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올해 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삼성을 ‘5강’ 전력으로 평가한 전문가는 찾기 힘들었다. 지난 시즌 8위에 그친 삼성은 선발 투수진과 타선이 다른 팀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54승(28패)을 거두며 에이스로 활약한 데이비드 뷰캐넌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복귀의 꿈을 좇아 삼성을 떠났다. 하지만 삼성은 23, 24일 열린 개막 2연전에서 전문가들의 예상을 깼다. 지난 시즌 준우승팀이자 올해 LG와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KT를 상대로 두 경기를 모두 이겼다. 삼성 승리의 주역은 새 외국인 ‘원투 펀치’ 코너 시볼드(등록명 코너)와 데니 레예스였다. 시범경기 때까지만 해도 두 선수는 기대보다 걱정이 더 많았다. 1선발을 맡아야 할 코너는 두 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7.00으로 부진했다. 뷰캐넌의 대체 선수로 영입한 레예스 역시 1승 1패, 평균자책점 3.38로 평범했다. 하지만 정규시즌 뚜껑이 열리자 둘은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코너는 23일 개막전에서 6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2실점(1자책점)으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87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삼진 8개를 잡아냈다. 코너는 1-2로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 승패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삼성 타선은 연장 접전 끝에 KT 새 마무리 투수 박영현을 무너뜨리고 6-2로 재역전승했다. 삼성의 개막전 승리는 2018년 두산전 이후 6년 만이다. 24일엔 레예스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레예스는 최고 시속 148km의 패스트볼과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며 6이닝 6피안타 2탈삼진 1실점으로 역시 퀄리티 스타트를 보여줬다. 삼성이 11-8로 이겨 레예스는 한국 무대 데뷔전에서 첫 승을 챙겼다. 삼성이 개막 2연전을 모두 이긴 건 2009년 LG전 연승 이후 15년 만이다. 지난해 역전패를 38번이나 당했던 삼성은 불펜 강화 효과도 톡톡히 봤다. 23일 경기에선 지난 오프시즌에 영입한 임창민과 김재윤이 7회와 8회에 각각 등판해 1이닝씩 무실점으로 막았다. 9회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연장 10회까지 2이닝을 실점 없이 넘겨 승리 투수가 됐다. 오승환은 24일 경기에서도 9회 등판한 장필준과 김대우가 각각 5점, 2점을 허용하며 흔들리자 소방수로 나서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하고 세이브를 챙겼다. 2010년대 삼성의 왕조 시절 응원가였던 ‘엘도라도’ 역시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다. 엘도라도는 저작권 문제 때문에 2017년 10월 3일 ‘국민타자’ 이승엽(현 두산 감독)의 은퇴식을 마지막으로 야구장에서 들을 수 없었는데 지난겨울 삼성 구단이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 올 시즌부터 응원가로 다시 쓸 수 있게 됐다. 멜로디가 웅장한 느낌을 주는 엘도라도는 안방과 방문경기를 가리지 않고 삼성이 8회 공격을 시작하기에 앞서 팬들이 함께 부른다. 수원 방문경기로 치른 개막 2연전에서도 3루 쪽 관중석을 메운 삼성 팬들은 8회초 공격에 앞서 엘도라도를 ‘떼창’했다. 선수 시절 이 응원가를 들으며 여러 차례 우승했던 박진만 삼성 감독은 “뭉클하고 웅장한 기분이 들었다. 올해는 팬들이 부르는 엘도라도를 들으며 80승 이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은 26일부터 사흘간 서울 잠실구장에서 디펜딩 챔피언 LG를 상대로 방문 3연전을 치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영관 조교사(64)는 한국 경마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기수로 빛을 보지 못했던 김 조교사는 마필관리사를 거쳐 2003년 부산경남경마공원 개장 즈음 조교사가 된 뒤로 성공시대를 열어젖혔다. 23일까지 그는 한국 경마 조교사 역대 최다인 1468승을 거두고 있었다. 김 조교사가 정성껏 관리한 경주마 ‘즐거운여정’이 국내 최고의 암말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즐거운여정은 24일 경기 과천시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린 제27회 동아일보배 대상경주(총상금 3억 원)에서 서승운 기수(35)와 호흡을 맞춰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1억6500만 원. 즐거운여정은 이날까지 출전한 18번의 레이스에서 1착 10번, 2착 3번을 기록하며 승률 55.6%, 복승률(2위 이내에 든 비율)은 72.2%로 끌어올렸다. 즐거운여정은 이번 경주 전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즐거운여정은 3세이던 지난해 트리플 티아라 3개 경주를 모두 제패했다. 트리플 티아라 시리즈 전승은 2022년 골든파워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기록이었다. 이런 기록을 반영하듯 즐거운여정은 단승식(1위 확률) 1.5배, 연승식(3위 안에 들 확률) 1.0배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서 기수 역시 최근 절정의 활약을 보이고 있었다. 그는 2022년과 2023년 등 2년 연속 한국마사회 부산경남 최우수 기수로 선정됐다. 한국 최고의 조교사에 최우수 기수까지 등에 업은 즐거운여정은 거칠 게 없었다. 이날 장거리 경주인 1800m 레이스에서 나쁘지 않은 출발을 보인 즐거운여정은 인코스에 자리 잡은 ‘원더풀슬루’와 아웃코스의 ‘라온더스퍼트’ 사이에서 2위권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추입(追入)을 엿보던 즐거운여정은 결승선을 300m 남겨놓은 지점부터 스피드를 끌어올리며 선두로 나섰다. 그리고 막판까지 따라붙던 원더풀슬루를 4분의 3마신(馬身·말의 몸 길이로 1마신은 약 2.4m) 차이로 따돌리며 말코를 가장 먼저 들이밀었다. 경마에선 말코가 결승선에 가장 먼저 닿은 말이 1등이다. 즐거운여정의 경주 기록은 1분56초3. 원더풀슬루가 2위로 골인했고, 3위는 3코너부터 선두권에 진입해 끝까지 버틴 ‘옐로우캣’이 차지했다. 개인 통산 759승째를 거둔 서 기수는 “즐거운여정이 세 달 이상 경주에 나서지 못했는데도 잘 뛰어줬다”며 “선두권이나 후미권 등 어느 위치에서든 잘 뛰는 말이라 경주하기가 편했다. 하반기에는 수말과 붙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부산경마에서도 1승을 추가해 하루에 2승을 따낸 김 조교사는 개인 통산 1470승째이자 대상경주 67승째를 거뒀다. 김 조교사는 “경쟁마인 원더풀슬루의 상태가 너무 좋아 마지막까지 긴장했다”며 “4월 28일에 있을 뚝섬배를 포함해 남아 있는 ‘퀸즈(Queens’) 투어’ 시리즈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3세 이상 암말들이 출전하는 동아일보배는 최고의 암말을 가리는 퀸즈 투어 시리즈의 시즌 개막전이다. 이날 동아일보배 경주가 열린 렛츠런파크 서울에는 2만5000여 명의 관중이 찾았다. 동아일보배 대상경주 매출은 약 30억 원을 기록했다. 과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절이 싫어 떠났는데 절이 쫓아왔어요.” 선수 시절 ‘악마의 2루수’로 불렸던 정근우(42)는 2022년 말 자신이 출연 중이던 야구 예능프로그램 야구팀의 새 사령탑으로 김성근 감독(82)이 선임되자 블로그에 이렇게 썼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0년대 후반 SK 와이번스에서 시작됐다. 김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정근우와 최정 등 젊은 선수들을 ‘지옥의 펑고’로 훈련시켰다. 이들의 성장을 바탕으로 최강 팀이 된 SK는 세 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정근우는 2014년 한화로 이적했는데 김 감독이 이듬해 한화 사령탑을 맡으면서 절이 중을 쫓아온 모양새가 됐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 됐다. 말은 그렇게 해도 두 사람은 부자(父子) 같은 관계다. 정근우는 “감독님은 제게 또 한 명의 아버지다. 평범한 저를 좋은 선수로 키워주셨다. 감독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정근우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과의 재회 후 정근우는 건강한 몸을 되찾았다. 16년간의 프로 선수 생활을 마친 뒤 그는 한동안 운동과 담을 쌓았다. 스트레칭조차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선수 생활 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술자리를 자주 가졌다. 그러는 사이 몸이 몰라보게 불었다. 하지만 그는 예전의 날렵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김 감독 밑에서 훈련을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세 차례는 훈련에 참가한다. 러닝과 수비 훈련, 배팅 훈련까지 충실히 소화한다. 그는 “운동을 한 번 나가면 3시간씩은 한다. 피트니스센터에 따로 가지 않아도 탄탄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집에 와서도 빈 스윙을 한다. 틈이 나면 팔굽혀펴기도 하고 복근 운동도 한다. 정근우는 “은퇴한 지 4년이 됐지만 야구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여전히 정근우가 살아 있다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여러 경로를 통해 야구와의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그는 얼마 전 야구 전문 유튜브 채널 ‘정근우의 야구인생’을 새로 열었다. 지난해에는 양상문 감독을 도와 한국 여자 야구 대표팀 코치로도 활동했다. 시간이 날 때는 이곳저곳을 다니며 재능 기부도 한다. 이달 초엔 인천시교육청 홍보대사도 맡았다. 청소년들의 운동과 건강에 관심이 많은 그는 ‘피겨 대디’이기도 하다. 막내인 수빈 양(12)이 피겨스케이팅 선수다. 수빈 양은 올 초 강원도에서 열린 전국동계체육대회 피겨 여자 12세 이하 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을 딴 딸이 울자 평소 눈물이 없던 그도 뒤돌아서 눈물 몇 방울을 훔쳤다. 그는 “피겨 선수들은 몸매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먹고 싶은 걸 마음대로 먹지 못한다. 힘들게 운동하는 모습을 볼 때 부모로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바쁘게 살아가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그는 “야구를 통해 받은 게 너무 많다. 그만큼 많이 돌려드리고 베풀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며 “열심히 살았던 사람,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라는 말이 있다. 이 말대로 절이 싫었던 중이 떠났다. 그런데 절이 계속 중을 따라온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평생이라면. 선수 시절 ‘악마의 2루수’라 불렸던 정근우(42)와 김성근 감독(82)의 관계가 딱 그렇다. 둘의 인연은 2000년대 후반 SK 와이번스에서 시작됐다. 김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정근우와 최정 등 젊은 선수들을 ‘지옥의 펑고’로 훈련 시켰다. 경기가 있는 날도 예외가 아니었다. 서울 잠실에서 경기가 있을라치면 점심 즈음에 인근 경기고에서 한두 시간 펑고를 받고 오후 6시 반 경기에 투입됐다. 이들의 성장을 바탕으로 최강 전력을 구축한 SK는 세 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며 ‘왕조 시대’를 열어 젖혔다. 김 감독이 2011시즌 도중 감독직에서 물러나고 정근우는 2014년부터 한화 이글스로 이적하면서 둘의 인연은 끝이 나는가 했다. 하지만 누구도 예상치 못하게 김 감독이 2015년 한화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절이 중을 쫓아온 모양새가 됐다. 김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일본에서 지옥훈련을 실시했는데 첫날부터 정근우는 펑고 1000개를 받아야 했다. 정근우는 이미 당대 최고의 2루수였지만 훈련에서는 예외가 아니었다. 그의 유니폼은 순식간에 검은 흙으로 물들었다. 몇 시간에 걸친 훈련 끝에 그가 그라운드 위에 쓰러져 가쁜 숨을 몰아쉬는 장면은 여전히 많은 팬들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 있다.2017년으로 마지막으로 한화로 떠난 김 감독은 일본 소프트뱅크로 향했다. 정근우 역시 2022년 LG에서 유니폼을 벗으면서 두 사람이 다시 그라운드에서 만나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은퇴한 정근우는 야구 예능프로그램인 ‘최강야구’에 출연하고 있었는데 김 감독은 2022년 말 운명처럼 최강야구의 제2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당시 정근우는 자신이 연재하던 블로그에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절이 싫어 떠났는데 절이 쫓아왔어요.” 최강야구는 야구 예능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김 감독 부임 후엔 단순한 예능이 아니다. 수시로 모여서 함께 훈련을 한다. 정근우는 “감독님이 오시고부터 장난이 아니다. 당신의 눈으로 확인해서 검증되지 않으면 경기에 내보내지 않는다. 무조건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농담처럼 ‘절’과 ‘중’으로 표현했지만 사실 두 사람의 관계는 각별하다. 피로 맺어진 건 아니지만 두 사람은 부자(父子) 같은 관계다. 정근우는 “감독님은 내게 또 한 명의 아버지 같은 분이다. 평범한 선수 ‘정근우’를 좋은 선수로 키워주셨다. 만약 감독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정근우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2009년 가을 일본 고치 마무리 훈련 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 둘째 아이가 곧 태어난다는 소식을 들은 정근우는 귀국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녁 비행기 출발까지 시간이 남아 있자 김 감독은 그 시간마저 정근우에게 ‘지옥의 펑고’ 두 박스를 쳤다. 동시에 김 감독은 정근우 몰래 아내의 출산을 위해 서울에 있는 병원 예약 등 모든 준비를 마쳐 놓았다. 정근우는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항상 강한 분이다. 하지만 선수뿐 아니라 가족들까지도 뒤에서 살뜰하게 챙기신다. 그날 이후 감독님을 평생 모셔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했다. 평생의 가족이 된 두 사람은 올해 설을 앞두고는 한 백화점 광고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김 감독과의 재회 이후 정근우는 몸과 마음이 한층 건강해졌다. 2022년을 마지막으로 16년간의 프로 생활을 마감한 후 그는 한동안 운동과 담을 쌓았다. 그동안 너무 열심히 운동을 한 것에 대상 보상심리 때문인지 몸을 편하게 두고 싶었다. 그 흔한 스트레칭조차도 하지 않았다. 선수 생활을 하느라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 술자리도 자주 가졌다. 거의 유일하게 하는 운동은 지인들과의 골프였다. 골프를 마친 뒤엔 또 술을 마셨다. 그러는 사이 몸이 몰라보게 불었다. 평생 없던 이중 턱이 생길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 그는 예전의 날렵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제 더 이상 예능이 아닌 예능프로그램을 위해 일주일에 두세 번은 선수 때처럼 훈련을 한다. 가볍게 러닝을 뛰고, 폴과 폴 사이를 10회 왔다 갔다 하면서 유산소 운동을 한다. 이후 펑고 등을 받으며 수비 훈련을 하고, 배팅 훈련까지 충실하게 소화한다. 그는 “한 번 운동을 나가면 3시간씩은 한다. 스트레칭부터 유산소, 근력 운동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어 따로 피트니스 센터 등에 가서 운동을 하지 않아도 탄탄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프로 때처럼 집에 와서도 빈 스윙 훈련을 하기도 한다. 틈이 나면 팔굽혀 펴기도 하고 복근 운동도 한다. 정근우는 “은퇴한 지 4년이 됐지만 아직도 야구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예능프로그램이지만 여전히 정근우가 살아있다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저도 어느덧 40대다. 우리 나이 대에 많은 분들이 힘들게 살아가지 않나. 그분들에게도 뭔가 힘이 되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 밖에도 여러 경로를 통해 야구와의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그는 얼마 전 야구 전문 유튜브 채널 ‘정근우의 야구인생’을 새로 오픈했다. 이전에도 유튜브 활동을 했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본격적으로 야구 이슈를 다뤄보기로 했다. 첫 회 게스트로는 절친한 친구이자 ‘조선의 4번 타자’로 불린 이대호가 출연했다. 이달 초에는 인천시 교육청 홍보대사도 맡았다. 지난해에는 양상문 감독을 도와 한국 여자 야구 대표팀의 코치로도 활동했다. 최소한의 교통비만 받으며 여자 선수들을 지도했고, 세계 대회에도 출전했다. 시간이 날 때는 이곳저곳 학교를 다니며 야구 재능기부도 한다. 청소년들의 운동과 건강에 관심이 많은 그는 ‘피겨 대디’이기도 하다. 2남 1녀 중 막내인 수빈 양(12)이 피겨스케이트 선수로 뛰고 있다. 수빈 양은 올 초 강원도에서 열린 제105회 전국동계체육대회 피겨 여자 12세 이하 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작년 10월 경남 김해에서 열린 꿈나무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정근우는 “운동이 얼마나 힘든 줄 알기에 처음엔 시키고 싶지 않았다. 특히 피겨란 종목은 무척 힘든 운동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무엇보다 본인이 너무 재미있어한다. 재능보다는 노력을 많이 하는 걸 보고 힘 닿는 데까지 지원하려 한다”고 했다. 평소 눈물이 없는 그도 올해 수빈 양이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고 눈물을 흘렸을 때 뒤돌아서 눈물 몇 방울을 훔쳤다. 정근우는 “대회를 준비하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딸이 눈물을 흘리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정말 얼마 만에 울어본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피겨 선수가 되는 것도 어렵지만 부모가 피겨 선수를 키우는 것도 쉽지 않다. 전국에 몇 개 되지 않는 빙상장을 찾아 이곳저곳을 다녀야 한다. 아내가 주로 딸을 데리고 다니지만 정근우도 시간이 날 때마다 딸을 태우고 빙상장을 오간다. 수빈 양은 주로 과천 빙상장에서 훈련하는데 점프 운동이나 체력 운동 등을 할 때는 서울 목동, 경기 안양 등으로도 이동해야 한다. 정근우는 “피겨 선수들은 먹는 게 제일 문제다. 몸매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먹고 싶은 걸 마음대로 먹지 못한다. 힘들게 운동하는 모습을 볼 때 너무 부모로서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역대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2루수로 평가받는 그는 편견을 극복한 선수였다. 야구를 잘했던 그는 상대적으로 작은 키(172cm) 때문에 고교 졸업 후 프로 지명도 받지 못했다. 고려대에 입학한 그는 “스스로는 키 작은 거 말고는 단점이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결과로 보여주자고 마음 먹었다”며 “대학 입학 후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열심히 하고 스윙 훈련도 많이 했다. 먼저 프로에 간 친구들의 모습을 TV로 보면서 자극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절치부심한 그는 대학 졸업 후 뒤늦게 프로에 입단했지만 단숨에 한국을 대표하는 2루수가 됐다. 넓은 수비 범위와 통산 타율 3할이 넘는 방망이 솜씨로 ‘악마의 2루수’라는 별명도 얻었다. 정근우는 “살아가면서 야구를 통해 받은 게 너무 많다. 그만큼 많이 돌려드리고 베풀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며 “열심히 살았던 사람,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우리 팀 개막전 선발투수는 ‘다른 팀에 없는’ 류현진입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한국프로야구 미디어데이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친정팀 한화 유니폼을 입고 12년 만에 국내 무대로 돌아온 류현진은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와의 정규시즌 개막전에 선발로 나선다. 류현진의 한국프로야구 시즌 개막전 선발 등판은 미국 진출 전해인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류현진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며 78승 48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27의 기록을 남겼다. 류현진의 복귀는 올 시즌 프로야구 전체 판도를 흔들 변수로 꼽힌다. 지난 시즌까지 최근 5년간 한화는 전체 10개 팀 중 9, 10, 10, 10, 9위를 했다. 하지만 류현진이 합류한 올해 한화는 대부분의 전문가로부터 ‘5강’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장성호 KBSN 해설위원은 “류현진이 오기 전에도 한화는 젊은 선수들이 꾸준히 성장해 전력이 좋아지고 있었다. 여기에 류현진까지 합류하면서 단숨에 5강 전력이 됐다”고 말했다. 장 위원은 또 “MLB에서 뛰던 김광현이 2022년 SSG로 복귀하자마자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는데, 류현진은 MLB에서 김광현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둔 투수”라고 말했다. 류현진이 제1선발을 맡으면서 한화는 2명의 외국인 투수인 리카르도 산체스, 펠릭스 페냐와 작년 신인왕 문동주까지 막강한 1∼4선발을 보유하게 됐다. 서재응 SPOTV 해설위원은 “한화와의 계약이 늦었지만 류현진이 정말 몸을 잘 만들어 왔다. 올해 최소 10승 이상에 2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위원은 “한화가 5강을 다툴 전력이 된 건 분명하지만 안정적으로 5강에 들기 위해선 공격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밥상을 차리는 테이블 세터의 활약에 따라 순위가 오르내릴 것”이라고 했다. 류현진의 복귀전 상대가 LG인 것도 공교롭다. 류현진은 신인이던 2006년 4월 12일 잠실에서 LG를 상대로 7과 3분의 1이닝 3피안타 무실점 10탈삼진을 기록하는 호투로 데뷔 첫 승을 거뒀다. 한 경기 개인 최다인 17개의 삼진을 잡아낸 것도 2010년 5월 11일 LG전이었다. 국내 리그 통산 98승을 기록 중인 류현진은 LG를 상대로 22승(8패)을 따냈다. LG전 평균자책점은 2.36이다. 한화 선수단도 자신감이 올라 있다. 한화 주장 채은성은 미디어데이에서 “우리 목표는 4위다. 올해 5강에 못 들면 고참들이 12월에 태안 앞바다에 입수하기로 했다”고 농담을 섞어 말했다. LG는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를 한화와의 개막전에 선발로 내세운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꼽은 올 시즌 3강은 ‘디펜딩 챔피언’ LG와 지난해 준우승팀 KT, 이범호 감독이 지휘봉을 새로 잡은 KIA다. 세 팀 모두 선수층이 두껍고 마운드가 탄탄하다. 두산과 롯데도 5강을 다툴 만한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두산은 올해 시범경기에서 8승 1무로 역대 세 번째 무패 기록을 세웠다. 김태형 감독이 새 사령탑을 맡은 롯데 역시 좋은 흐름을 타면 상위권을 노려볼 만하다. 서 위원은 “그동안 롯데는 전력에 비해 끈끈함이 부족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김 감독의 강력한 리더십이 선수단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두산 사령탑 시절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고 이 중 세 번 우승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제27회 동아일보배 경주가 24일 경기 과천시 렛츠런파크서울에서 제7경주로 열린다. 동아일보배는 3세 이상 암말들이 출전하는 1800m 장거리 경주로, 최고의 암말을 가리는 ‘퀸즈(Queen’s)투어’ 시리즈의 시즌 개막전이다. 올해 퀸즈투어 레이스는 상·하반기 세 차례씩 모두 6번 열린다. 동아일보배는 일반-특별-대상 경주 중 등급이 가장 높은 대상 경주로 총상금 3억 원, 우승 상금 1억6500만 원이 걸려 있다. 9마리가 출전하는 이번 경주에선 4세마인 즐거운여정과 원더풀슬루가 우승 후보로 꼽힌다. 즐거운여정은 3세였던 지난해 트리플 티아라 시리즈 3개 경주에서 모두 우승한 강자다. 트리플 티아라 시리즈 전승은 2022년 골든파워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기록이었다. 원더풀슬루는 그동안 9번의 레이스를 벌였는데 3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한 번도 없다. 1착 네 번, 2착 세 번, 3착을 두 번 했다. 22일 현재 통산 1902차례 우승으로 이 부문 역대 2위에 올라 있는 문세영 기수가 원더풀슬루 고삐를 잡는다. 5세마 라온더스퍼트도 1착을 다툴 만한 경주마로 평가되고 있다. 라온더스퍼트는 경주마 능력지수인 레이팅이 102로 출전마 9마리 중 가장 높은데 최근 세 번의 대상 경주에선 7위, 7위, 3위로 다소 부진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샌디에이고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최고 몸값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를 무너뜨리며 2024시즌 첫 승을 따냈다. 샌디에이고는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MLB 개막 2연전(서울시리즈) 두 번째 경기에서 난타전 끝에 15-11로 승리하며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한국에서 사상 처음 열린 MLB 공식전에서 맞붙은 두 팀은 사이좋게 1승 1패를 나눠 가졌다. 이날 경기는 야마모토의 MLB 정규시즌 첫 선발 등판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작년까지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에서 세 시즌 연속 투수 4관왕에 오른 야마모토는 지난 겨울 12년 총액 3억2500만 달러(약 4318억 원)에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다저스는 최고액으로 데려온 야마모토에게 제1선발 역할을 기대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 타선은 1회초부터 사정없이 야마모토를 몰아쳤다. 선두 타자 산더르 보하르트가 초구를 공략해 중전 안타를 때렸고, 2번 타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는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다. 무사 1, 2루에서 3번 타자 제이크 크로넨워스는 우익선상에 떨어지는 3루타로 두 명의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매니 마차도의 볼넷으로 무사 1,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5번 타자 김하성은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시즌 첫 타점을 올렸다. 계속된 2사 2루에서는 루이스 캄푸사노가 적시 2루타, 타일러 웨이드가 우전 적시타를 때렸다. 1이닝 4피안타 1 몸에 맞는 볼, 5실점으로 무너진 야마모토는 2회초 수비 때 마이클 그로브로 교체됐다. 야마모토가 1회부터 ‘KO’를 당한 것은 프로 입단 후 처음이다. 샌디에이고 선발 투수 조 머스그로브도 2와 3분의2이닝 5실점으로 조기 강판되면서 양 팀은 경기 내내 난타전을 이어갔다. 샌디에이고에서는 크로넨워스가 4타수 4안타 4타점을 기록했고, 다저스에서는 무키 베츠가 5타수 4안타 6타점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베츠는 5회말 1사 1루에서 마이클 킹으로부터 홈런까지 때려냈다. 올 시즌 MLB 1호 홈런이자 서울시리즈의 첫 홈런을 기록한 베츠는 부상으로 현대차 아이오닉5를 받았다. 다저스 2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오타니 쇼헤이는 5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샌디에이고는 12-11, 한 점 차로 앞선 9회초 4번 타자 마차도가 3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2경기에서 안타를 때리진 못했지만 타점과 도루, 그리고 안정적인 수비로 팀에 기여한 김하성은 “서울시리즈 내내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다. 응원에 감사드린다”며 “은퇴하기 전에 (서울에서) 다시 한번 경기할 기회가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박찬호(51)는 1994년 4월 9일 당시 LA 다저스 소속으로 애틀랜타와의 경기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섰다. 그로부터 30년 뒤 박찬호는 다시 한번 역사적인 마운드에 올랐다.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다저스와 샌디에이고의 2024시즌 MLB 개막전(서울시리즈)이 그 무대였다. 박찬호의 왼손엔 30년 전 MLB 데뷔전에서 사용한 글러브가 끼워져 있었다. 박찬호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PADRES)와 다저스(Dodgers) 유니폼이 반씩 섞인 ‘PADgers’ 유니폼을 입었다. 다저스는 그의 프로 데뷔 팀이자 전성기를 보낸 곳이다. 2005∼2006년 샌디에이고에서 뛴 그는 현재 샌디에이고의 특별고문을 맡고 있다. 박찬호의 공을 받는 시포자로는 지난 시즌 MLB 골드글러브 수상자인 샌디에이고 유격수 김하성이 나섰다. MLB에서 아시아 선수 최다승 기록(124승)을 갖고 있는 박찬호는 선수 시절 역동적인 폼 그대로 강속구를 던진 뒤 김하성과 포옹했다. 박찬호는 “오늘 경기는 누가 이기는지 중요하지 않다. 한국에서 열리는 역사적인 경기인 만큼 최고의 명승부가 펼쳐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한국에서 처음 열린 MLB 공식전이자 미국 밖에서 열린 9번째 MLB 정규리그 개막전이었다. 경기는 샌디에이고 선발 투수 다르빗슈 유(일본)의 첫 투구로 시작됐다. MLB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와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이상 다저스), 김하성,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매니 마차도, 산더르 보하르츠(이상 샌디에이고) 등이 출전했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MLB 전체 30개 팀 중 각각 관중 수 1, 2위를 기록한 인기 구단이다. 지난해까지 한국프로야구 LG에서 뛰다 올해 샌디에이고에 입단한 투수 고우석은 이날 경기 출전 엔트리 26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MLB를 주름잡았던 김병현, 켄 그리피 주니어, C C 사바시아 등 왕년의 스타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마쓰자카 다이스케, 우에하라 고지 등 MLB에서 뛰었던 일본인 선수 출신도 자국 TV 해설위원으로 고척돔을 찾았다. 이날 경기는 만원 관중을 기록했다. 고척돔 일대는 경기 시작 4시간 전부터 붐볐다. 표를 구하지 못했는데도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외국인도 적지 않았다. 김하성의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온 앨릭스 올리버 씨(미국)는 “재판매 티켓이라도 구해 보려고 일단 한국에 왔는데 표를 못 구했다. 이렇게 멀리서 날아온 팬들이 있다는 걸 김하성이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선 다저스가 5-2로 역전승했다. 다저스는 1-2로 뒤진 8회초 무사 만루에서 엔리케 에르난데스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상대 실책으로 역전에 성공한 뒤 베츠와 오타니의 연속 적시타로 점수 차를 벌렸다. 다저스 입단 후 MLB 정규시즌 첫 경기에 나선 오타니는 2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5타수 2안타 1타점 1도루를 기록했다. 아내 다나카 마미코 씨는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관중석에서 남편의 경기를 지켜봤다. 샌디에이고 김하성은 5번 유격수로 나서 3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