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형

이세형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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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세형 국제부장입니다. 카이로특파원, 카타르 아랍센터 방문연구원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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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6~2025-12-16
중동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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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세7%
국제일반7%
국제정치2%
  • “美-이란 전쟁땐 이스라엘 파괴” vs “공격하면 헤즈볼라 궤멸”… 이스라엘-헤즈볼라 긴장 높아져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일촉즉발 상태인 가운데 미국의 핵심 동맹국 이스라엘과 친(親)이란 무장정파인 레바논 헤즈볼라도 대리전에 나섰다. 양측은 2006년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병사 납치 및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 등으로 34일간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포문은 헤즈볼라가 열었다.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사무총장은 12일 헤즈볼라가 운영하는 알마나르 방송을 통해 “헤즈볼라는 최소한의 역량으로도 시오니스트 단체(이스라엘)에 큰 파괴를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 북부와 해안 요충지가 우리 사정권에 있다. 갈릴리 등 이스라엘 북부는 헤즈볼라 병사가 직접 점령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시나리오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스라엘 지도를 가리키며 언제든 공격할 수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스라엘도 반격에 나섰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4일 국무회의에서 “주말에 헤즈볼라의 오만한 말을 들었다. 감히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면 헤즈볼라와 레바논에 궤멸적 군사 공격을 가하겠다”고 받아쳤다. 그는 “우리는 헤즈볼라가 수년간 판 테러용 땅굴들을 며칠 만에 파괴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이란의 신경전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미국은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의 이동 반경을 유엔 본부와 주유엔 이란대표부 사무실 사이의 6블록으로만 제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4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 외교관들은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을 돌아다니지 않는다. 미국도 이란 외교관들이 뉴욕 인근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도록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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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싱턴 로비업계에 다시 몰려온 ‘사우디 머니’

    미국 워싱턴의 홍보 및 법률 컨설팅사에 사우디아라비아 ‘오일머니’가 다시 몰려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 전했다. 지난해 10월 사우디 반(反)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피살된 뒤 일부 로비업계가 거리를 뒀지만 대부분 돈의 위력에 굴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WP에 따르면 이달 현재 워싱턴에서 사우디 정부 업무를 담당하는 로비회사는 20개로 카슈끄지 사태 이전(25개)과 큰 차이가 없다. 대형 홍보컨설팅사 MSL은 피살 사건 직후 사우디 측에 우려를 표명했지만 자회사 코비스를 통해 여전히 사우디 정부 업무를 맡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현재까지 이를 통해 번 돈만 약 1900만 달러(약 224억 원)에 이른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 몸담았던 인사가 운영하는 카브커뮤니케이션도 2월 사우디 정부와 월 12만 달러의 홍보 계약을 맺었다. 유명 법률회사 킹앤드스폴딩도 지난해 11월 약 95만 달러를 받았다.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사우디와 미국이 점점 밀착하고 있어 사우디 로비시장 규모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34)의 부상도 워싱턴 로비업계의 ‘사우디 일감 따기’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는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받지만 신도시 건설, 여성 억압 정책 폐지 등 각종 개혁·개방 정책을 주도하며 돈 풀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38)과도 매우 가깝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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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경고에도 ‘러시아판 사드’ 인수 착수한 터키

    미국의 거센 압박과 경고에도 터키가 12일부터 3일 연속 러시아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불리는 ‘S-400’ 미사일 체계 인수를 시작했다고 AP통신 등이 14일 보도했다. 터키 국방부는 이미 13일 트위터를 통해 “12, 13일 양일간 러시아 수송기 4대가 S-400 부품을 싣고 수도 앙카라 인근 뮈르테드 공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120발 이상의 유도미사일을 포함한 나머지 인도분이 올여름까지 해상을 통해 터키에 전달될 것이라고 전했다. S-400의 터키 배치가 본격화함에 따라 터키와 미국의 갈등도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S-400은 미군의 주력 전투기 ‘F-35’처럼 스텔스 기능이 탑재된 항공기에 대한 탐지 및 요격 역량이 우수하다. 특히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터키가 S-400을 도입하면 이 미사일 체계와 연동된 네트워크를 통해 F-35 등 민감한 군사정보가 러시아로 유출될 수 있다며 격렬히 반발해 왔다. 미국은 “터키가 S-400 도입을 완료하면 ‘F-35 프로그램’에서 터키를 배제하겠다”고 밝혀 왔다. 터키에 대한 F-35 판매를 중단하고 터키 기업이 만든 F-35 부품도 구입하지 않으며 양국 조종사 훈련도 중단하겠다는 의미다. 블룸버그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참모들이 이미 대(對)터키 제재 조치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쿠르드족 지원에 강하게 반발해온 터키는 외교정책의 축을 미국에서 러시아로 옮길 뜻까지 나타내며 강하게 맞설 기세다. 튀르크계인 터키인과 달리 독자적 인종 언어 문화를 가진 쿠르드족은 현재 터키 인구 약 7800만 명 중 1400만 명(약 20%)에 달한다. 터키는 자국 내 쿠르드족이 인근 시리아 이라크 등의 쿠르드족과 연합해 독립국가를 만들까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1991년 걸프전, 2003년 이라크 침공, 2014년 시리아 내전 발발 등 중동에서 주요 분쟁이 벌어질 때마다 쿠르드족과 긴밀히 협력해 왔다. 에런 스타인 미 해외정책연구소 중동프로그램 이사는 외교전문매체 포린어페어스(FA) 기고에서 “터키는 미국이 중동을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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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싱턴 로비계에 다시 몰리는 사우디 ‘오일머니’…돈의 위력에 굴복?

    미 워싱턴의 홍보, 법률, 컨설팅사에 사우디아라비아 ‘오일머니’가 다시 몰려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 전했다. 지난해 10월 사우디 반(反)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피살된 뒤 일부 로비업계가 거리를 뒀지만 대부분 돈의 위력에 굴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WP에 따르면 7월 현재 워싱턴에서 사우디 정부 업무를 담당하는 로비회사는 20개로 카슈끄지 사태 이전(25개)과 큰 차이가 없어졌다. 대형 홍보 컨설팅사 MSL은 피살 직후 사우디 측에 우려를 표명했지만 자회사 코비스를 통해 여전히 사우디 정부 업무를 맡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현재까지 이를 통해 번 돈만 약 1900만 달러(약 224억 원)에 이른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 몸담았던 인사가 운영하는 카브커뮤니케이션도 2월 사우디 정부와 월 12만 달러의 홍보 계약을 맺었다. 유명 법률회사 킹&스팔딩도 지난해 11월 약 95만 달러를 받았다. 진보성향 싱크탱크 국제정책센터의 벤 프리먼 박사는 “사우디 측이 한때 일부 로비스트들을 잃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일했다”고 꼬집었다.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사우디와 미국이 점점 밀착하고 있어 사우디 로비 시장규모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사우디 업무를 맡고 있는 유명 로비기업 ‘브라운스테인 하야트 파버 슈렉’의 알프레드 모트르 시니어파트너는 “사우디는 미국의 핵심 동맹이고 중동 전략 및 이란 대응에 있어 중요한 자산”이라고 평했다.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MBS·34)의 부상도 워싱턴 로비업계의 ‘사우디 일감따기’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는 카슈끄지 피살의 배후로 지목받지만 신도시 건설, 여성억압 정책 폐지 등 각종 개혁·개방 정책을 주도하며 돈풀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38)과도 매우 가깝다. 향후 아시아 로비업계에서도 사우디 관련 업무 비중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살만 왕세자는 탈(脫) 석유화를 기치로 한 ‘비전 2030’의 중점협력국으로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을 지정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협력기관인 ‘비전 현실화 사무소(VRO)’를 내년 1분기(1~3월)에 한국과 일본에 가장 먼저 설치한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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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경고에도…터키, ‘러시아판 사드’ S-400 도입 강행, 왜?

    미국의 거센 경고와 압박에도 터키가 러시아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불리는 ‘S-400’ 미사일 체계 인수를 시작했다. 터키 국방부는 13일 트위터를 통해 “12, 13일 양일간 러시아 수송기 4대가 S-400 부품을 싣고 수도 앙카라 인근 무르테드공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120발 이상의 유도 미사일을 포함한 나머지 인도분이 올해 여름까지 해상을 통해 터키에 전달될 것이라고 전했다. S-400의 터키 배치가 본격화함에 따라 터키와 미국의 갈등도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S-400은 미군의 주력 전투기 ‘F-35’처럼 스텔스 기능이 탑재된 항공기에 대한 탐지 및 요격 역량이 우수하다. 특히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터키가 S-400을 도입하면 이 미사일 체계와 연동된 네트워크를 통해 F-35 등 민감한 군사정보가 러시아로 유출될 수 있다며 격렬히 반발해왔다. 미국은 “터키가 S-400 도입을 완료하면 ‘F-35 프로그램’에서 터키를 배제시키겠다”고 밝혀왔다. 터키에 대한 F-35 판매를 중단하고, 터키 기업이 만든 F-35 부품도 구입하지 않으며 양국 조종사 훈련도 중단하겠다는 의미다. 미국이 터키를 상대로 경제 제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쿠르드족 지원에 강하게 반발해온 터키는 외교정책의 축을 미국에서 러시아로 옮길 뜻까지 나타내며 강하게 맞설 기세다. 튀르크계인 터키인과 달리 독자적 인종, 언어, 문화를 가진 쿠르드족은 현재 터키 인구 약 7800만 명 중 1400만 명(약 18%)에 달한다. 터키는 자국 내 쿠르드족이 인근 시리아, 이라크 등의 쿠르드족과 연합해 독립국가를 만들까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1991년 걸프전, 2003년 이라크 침공, 2014년 시리아 내전 발발 등 중동에서 주요 분쟁이 벌어질 때마다 쿠르드족과 긴밀히 협력해왔다. 아론 스테인 미 해외정책연구소 중동프로그램 이사는 외교전문매체 포린어페어스(FA) 기고에서 “터키는 미국이 중동을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동 전문가들은 터키가 지지부진한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해 러시아와 더욱 밀착할 것으로 예상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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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이란, 국제사회에 핵 협박” vs 이란 “美, 가학적 경제테러”

    미국과 이란이 10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긴급 이사회에서 ‘핵 협박’ ‘가학적’ ‘경제 테러리스트’ 같은 원색적 표현으로 충돌했다. 이란과 서방의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이날 이란 선박이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에서 영국 유조선 진로를 방해하는 일도 벌어졌다. 알자지라방송과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회의는 미국 요청으로 소집됐다. 이란은 7일 “2015년 핵합의 때 지정한 저농축(3.67%) 우라늄 농도 상한선을 넘기겠다”고 밝혔고 하루 뒤 농축도를 4.5%까지 높였다. 이 회의에서 이란은 미국이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깼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이란 제재가 비정상적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이어갔다. 카젬 가리브 아바디 IAEA 주재 이란대사는 “미국은 치외법권적 조치를 포함한 경제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제재는 불법적이고 일방적이다. 이런 제재를 타국 주권 및 사유재산을 강압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가학적”이라며 “이를 반드시 끝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이란이 국제사회를 향해 ‘핵 협박’을 하고 있다며 맞섰다. 재키 울컷 IAEA 주재 미국대사는 “이란이 제재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협상’이지 ‘핵 협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이란의 자세는 긴장을 해결하는 것보다 높이려는 목적이 명확하다. 이란의 벼랑 끝 전략은 현재의 곤경을 해결하지 못하고, 제재 해제를 가져오지도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동 외교가에선 IAEA 긴급 이사회에서 미국과 이란이 상대를 향한 뿌리 깊은 불신만 확인했다고 평가한다. 또 두 나라 간 갈등으로 촉발된 걸프 해역의 긴장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영국은 이날 3척의 이란 선박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영국 유조선 ‘브리티시 헤리티지’호의 진로를 방해하려 했지만 영국 해군의 소형 구축함 ‘몬트로즈’가 경고하자 물러났다고 밝혔다. 미 CNN 등은 이 배에 접근한 이란 선박이 5척이며 이란혁명수비대(IRGC) 소속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건이 이달 4일 영국 해군이 유럽 남부 지브롤터 해역에서 이란 유조선을 나포한 데 대한 이란의 보복이란 해석도 나온다. 당시 영국은 이란 유조선이 유럽연합(EU) 제재를 위반하고 시리아에 원유를 공급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 측은 11일 “지난 24시간 동안 영국을 포함해 외국 선박과 대치한 적은 없었다”며 유조선 나포 시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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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4조 新행정수도… 시시 이집트대통령의 ‘현대판 파라오’ 프로젝트

    9일 오전(현지 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동쪽으로 약 45km 떨어진 사막 지대. 이곳은 이집트가 2022년까지 대통령궁, 정부 부처, 국회, 외교공관 등 주요 시설의 이전을 목표로 700km² 규모의 신(新)행정수도(NAC·New Administrative Capital)를 건설하고 있는 현장이다. 끝이 안 보이는 모래벌판에 대형 공사 크레인들이 가득했다. 공사 자재를 실은 트럭과 각종 건설 중장비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미 완공된 건물부터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건물까지 진행 상황도 제각각이었다. 대부분 사무실 건물이지만 아파트 등 주거시설, 이슬람사원 등도 보였다. 카이로 도심에서 이곳까지 기자가 탑승했던 우버 택시의 20대 중반 운전사는 본인도 이곳에 와 본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언론에서 신행정수도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 보도는 자주 접했지만 실제로 보니 장관이다. 완공되면 이집트 전체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낙후된 카이로를 대체하는 NAC 이집트의 신행정수도 건설은 대도시 과밀화 부작용에서 탈피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됐다. 현재 이집트 인구 1억 명 가운데 2000만 명이 카이로에 산다. 얼핏 보면 한국과 큰 차이가 없는 과밀화 수준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현지에서 직접 체감하는 부작용은 상상 이상이다. 우선 △도로 △상·하수도 △공원 등 기본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이로 인한 교통체증, 대기오염, 주거시설 부족 등 부작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기존 건물은 대부분 개·보수를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낡았다. 거친 모래바람에 원래 색깔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누렇게 바래서 도시 전체 분위기도 우중충하다. 이 와중에 주인 없이 카이로 거리를 돌아다니는 수많은 개들은 그야말로 공포 영화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다. 많은 주민들은 “완전히 새로운 도시를 만들지 않으면 ‘늙고 병든’ 카이로를 개선할 수 없다. NAC 같은 신도시가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2015년 NAC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특히 그는 NAC 건설에 무려 450억 달러(약 54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16년 재정 위기에 처한 이집트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3년간 12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액수다. 현지 언론이 “건국 이후 최대 국책사업”이라고 보도하는 이유다. 일부는 NAC를 이집트의 주요 수입원인 수에즈 운하 건설과 비교한다. 시시 대통령은 지난 4년간 공사 현장을 자주 방문했다. 공사 상황 보고도 수시로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에도 공무원들에게 “NAC 건설 속도를 높이라”고 지시했다.○ 中 일대일로 종속 우려 많은 이집트인들이 NAC 건설 취지에 공감하지만 우려도 높다. 우선 막대한 건설비 문제. 이집트 정부는 상당수 자금을 중국으로부터 충당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 NAC 상업지구에는 385m의 초고층 건물을 포함해 18개의 대형 건물이 들어선다. 공사 대부분을 중국 국영기업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가 담당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아예 NAC 관련 공사를 “이집트를 대상으로 한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 ‘일대일로(一帶一路)’”라고 못 박았을 정도다. 이집트인들도 일대일로에 섣불리 참여했다 막대한 빚만 떠안은 채 중국의 경제 식민지가 될 위기에 처한 파키스탄, 스리랑카의 사례를 잘 알고 있다. 외국에서 직장을 다니는 한 이집트인은 “중국의 일대일로 지원을 받은 많은 아프리카 국가가 중국에 종속됐다. NAC에 중국 자금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는 건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공사 현장뿐 아니라 카이로 시내에서도 중국인 노동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여기에다 2016년 4월에 불거진 영토 이양 사건은 이집트인들의 ‘외국 트라우마’를 심화시켰다. 당시 이집트 정부는 홍해의 전략적 요충지인 티란섬 및 사나피르섬에 대한 관할권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양도한다고 기습 발표했다. 두 나라는 1950년대부터 두 섬의 영유권을 두고 다퉜다. 이 때문에 갑자기 사우디에 해당 섬을 넘겼다는 발표에 많은 국민들이 깜짝 놀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집트 정부가 두 섬을 사우디에 양도한 이유가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오일머니 원조’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국민의 자존심도 큰 상처를 입었다. 카이로 외교가에서는 당초 이집트가 NAC 개발에 아랍에미리트(UAE) 자금을 유치하려 했지만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자 부작용을 알면서도 중국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독재자 통치 기반 강화’ 우려도 NAC 건설이 당초 목적과 달리 사실상 종신 집권을 시도하고 있는 ‘현대판 파라오’ 시시 대통령의 통치 기반 강화에만 쓰일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군인 출신인 시시 대통령은 2013년 쿠데타를 통해 최초의 민간인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의 민선 정부를 전복시키고 정권을 잡았다. 그는 NAC 외에도 ‘제2 수에즈 운하 건설’ ‘대규모 사막 개간 프로젝트’ 같은 대형 국책 토목사업에 관심이 많다. 이 때문에 이집트 경제 현실을 도외시한 과도한 개발 사업으로 국민의 지지를 손쉽게 얻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시 정권이 NAC 안에 중동에서 가장 높은 초고층 건물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도 전형적인 보여주기 행정이란 지적이 나온다. 시시 대통령이 올해 초 중동 최대 규모인 NAC 내 콥트교회 개관식에 참석한 것을 두고도 이런저런 뒷말이 나온다. 콥트교는 이집트를 포함한 북아프리카 및 중동에 기반을 둔 기독교의 한 분파다. 전 세계적으로 약 2000만 명의 신자가 있고 이 중 절반인 1000만 명이 이집트에 있다. 대다수가 수니파 이슬람교를 믿는 이집트에서는 소수자여서 상당한 박해도 받았지만 오랜 역사와 전통 등으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한 회사원은 “시시 정권이 정치 및 언론 자유를 통제하면서 소수계 콥트교도들을 포용하기 위해 NAC에 대형 콥트교회를 만든다는 것이 아이러니”라고 꼬집었다. ○ 반정부 시위대 원천 봉쇄 의도 시시 대통령이 NAC 건설에 집착하는 또 다른 이유가 반(反)정부 시위대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0년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 민주화운동 즉 ‘아랍의 봄’ 이후 이집트 국민이 심심찮게 몰려 나왔던 카이로 한복판 타흐리르 광장에서 멀리 떠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의미다. 시시 대통령은 자신의 선배 군인이자 30년간 이집트를 철권통치 했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2011년 타흐리르 광장 시위로 실각한 모습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핵심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대부분 타흐리르 광장 주변에 자리 잡고 있다.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면 정부 기능이 쉽게 마비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지 소식통은 “타흐리르 광장에서 발생하는 시위는 늘 집권 세력에 ‘잠재 위험’으로 여겨진다. NAC 건설에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을 때 시위 참가자들이 정부 부처에 접근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으려는 속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사 현장에서는 성벽을 연상케 하는 높은 벽이 설치된 건물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벽 위에는 감시 초소도 있었다. 또 공사장 곳곳에는 경찰관들이 배치돼 삼엄한 기운이 강했다. 심지어 종교 시설인 NAC 내 콥트교회도 무장 경찰이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할 정도였다. 해당 경찰에게 “한국에서 왔다. 이 교회가 유명하다고 해서 왔으니 잠깐만 들어가게 해 달라”고 했지만 연거푸 “안 된다”는 답변만 들었다. 사진 촬영도 경찰관들이 제지할 정도였다. 과연 시시 정권은 각종 논란을 딛고 NAC 건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까. 시시 대통령의 종신 집권 또한 이 공사의 성패에 달려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세형 카이로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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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4조원 투자’ 이집트 新행정수도 건설현장 실제로 보니 “어마어마”

    9일(현지 시간) 오전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동쪽으로 약 45㎞ 떨어진 사막 지대. 이곳은 이집트가 2022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는 700㎢ 규모의 신(新) 행정수도(New Administrative Capital·NAC) 건설 현장이다. 끝이 안 보이는 모래벌판은 대형 공사 크레인들이 가득했다. 공사 자재를 실은 트럭과 각종 건설 중장비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미 완공된 건물부터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건물까지 진행 상황도 제각각이었다. 대부분 사무실 건물이지만 아파트 등 주거시설, 이슬람 사원 등도 보였다. 카이로 도심에서 이 곳까지 기자가 탑승했던 우버 택시의 20대 중반운전기사는 본인도 이 곳에 와 본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언론에서 신행정수도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 보도는 자주 접했지만 실제로 보니 장관이다. 완공되면 이집트 전체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낙후된 카이로를 대체하는 NAC 이집트의 신 행정수도 건설은 대도시 과밀화 부작용에서 탈피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됐다. 현재 이집트 인구 1억 명 가운데 2000만 명이 카이로에 산다. 얼핏 보면 한국과 큰 차이가 없는 과밀화 수준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현지에서 직접 체감하는 부작용은 상상 이상이다. 우선 △도로 △상·하수도 △공원 등 기본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이로 인한 교통체증, 대기오염, 주거시설 부족 등 부작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기존 건물은 대부분 개·보수를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낡았다. 거친 모래바람에 바래져 원래 색깔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누렇게 변해 도시 전체 분위기도 우중충하다. 이 와중에 주인 없이 카이로 거리를 돌아다니는 수백만 마리의 개들은 그야말로 공포 영화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다. 많은 주민들은 “완전히 새로운 도시를 만들지 않으면 ‘늙고 병든’ 카이로를 개선할 수 없다. NAC 같은 신도시가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2015년 NAC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특히 그는 신행정수도 건설에 무려 450억 달러(약 54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16년 재정 위기에 처한 이집트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2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액수다. 현지 언론이 “건국 이후 최대 국책사업”이라고 보도하는 이유다. 일부는 NAC를 이집트의 주요 수입원인 수에즈 운하 건설과 비교한다. 시시 대통령은 지난 4년 간 공사 현장을 자주 방문했다. 공사 상황에 대한 보고도 수시로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에도 공무원들에게 “NAC 건설 속도를 높이라”고 지시했다.● 中 일대일로 종속 우려 많은 이집트인들이 신행정수도 건설 취지에 공감하지만 우려도 높다. 우선 막대한 건설비 문제. 이집트 정부는 상당수 자금을 중국으로부터 충당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 NAC 상업지구에는 385m의 초고층 건물을 포함해 18개의 대형 건물이 들어선다. 공사 대부분을 중국 국영기업 중국건축공정공사(CSCEC)가 담당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아예 NAC 관련 공사를 “이집트를 대상으로 한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 ‘일대일로(一對一路)’”라고 못박았을 정도다. 이집트인들도 일대일로에 섣불리 참여했다 막대한 빚만 떠안은 채 중국의 경제식민지가 될 위기에 처한 파키스탄, 스리랑카의 사례를 잘 알고 있다. 해외에서 직장을 다니는 한 이집트인은 “중국의 일대일로 지원을 받은 많은 아프리카 국가가 중국에 종속됐다. NAC에 중국 자금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는 건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공사 현장뿐 아니라 카이로 시내에서도 중국인 노동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여기에다 2016년 4월에 불거진 영토 이양 사건은 이집트인들의 ‘외국 트라우마’를 심화시켰다. 당시 이집트 정부는 홍해의 전략적 요충지인 티란 섬 및 사나피르 섬에 대한 관할권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양도한다고 기습 발표했다. 두 나라는 1950년대부터 두 섬의 영유권을 두고 다퉜다. 이 때문에 갑자기 사우디에 해당 섬을 넘겼다는 발표에 많은 국민들이 깜작 놀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집트 정부가 두 섬을 사우디에 양도한 이유가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오일머니 원조’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국민의 자존심도 큰 상처를 입었다. 카이로 외교가에서는 당초 이집트가 NAC 개발에 아랍에미리트(UAE) 자금을 유치하려 했지만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자 부작용을 알면서도 중국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독재자 통치기반 강화’ 우려도 NAC 건설이 당초 목적과 달리 사실상 종신 집권을 시도하고 있는 ‘현대판 파라오’ 시시 대통령의 통치기반 강화에만 쓰일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군인 출신인 시시 대통령은 2013년 쿠데타를 통해 최초의 민간인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의 민선 정부를 전복시키고 정권을 잡았다. 그는 NAC 외에도 ‘제2수에즈 운하 건설’ ‘대규모 사막 개간 프로젝트’ 같은 대형 국책 토목사업에 관심이 많다. 이 때문에 이집트 경제 현실을 도외시한 과도한 개발 사업으로 국민 지지를 손쉽게 얻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시 정권이 NAC 안에 중동에서 가장 높은 초고층 건물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도 전형적인 보여주기 행정이란 지적이 나온다. 시시 대통령이 올해 초 중동 최대 규모인 NAC 내 콥트 기독교 교회 개관식에 참석한 것을 두고도 이런저런 뒷말이 나온다. 콥트교는 이집트를 포함한 북아프리카 및 중동에 기반을 둔 기독교의 한 분파다. 전 세계적으로 약 2000만 명의 신자가 있고 이중 절반인 1000만 명이 이집트에 있다. 대다수가 수니파 이슬람교를 믿는 이집트에서는 소수자여서 상당한 박해도 받았지만 오랜 역사와 전통 등으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한 회사원은 “시시 정권이 정치 및 언론 자유를 통제하면서 소수계 콥트교도들을 포용하기 위해 NAC에 대형 콥트 교회를 만든다는 것이 아이러니”라고 꼬집었다. ● 반(反)정부 시위대 원천 봉쇄 의도 시시 대통령이 NAC 건설에 집착하는 또 다른 이유가 반(反)정부 시위대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0년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 민주화 운동 즉 ‘아랍의 봄’ 이후 이집트 국민이 심심찮게 몰려 나왔던 카이로 한복판 타흐리르 광장에서 멀리 떠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의미다. 시시 대통령은 자신의 선배 군인이자 30년간 이집트를 철권통치 했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2011년 타흐리르 광장 시위로 실각한 모습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핵심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대부분 타흐리르 광장 주변에 자리 잡고 있다.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면 정부 기능이 쉽게 마비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지 소식통은 “타흐리르 광장에서 발생하는 시위는 늘 집권 세력에게 ‘잠재 위험’으로 여겨진다. NAC 건설에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을 때 시위 참가자들이 정부 부처에 접근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으려는 속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사 현장에서는 성벽을 연상케 하는 높은 벽이 설치된 건물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벽 위에는 감시 초소도 있었다. 또 공사장 곳곳에는 경찰관들이 배치돼 삼엄한 기운이 강했다. 심지어 종교 시설인 NAC 내 콥트 교회도 무장 경찰이 일반인들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할 정도였다. 해당 경찰에게 “한국에서 왔다. 이 교회가 유명하다고 해서 왔으니 잠깐만 들어가게 해 달라”고 했지만 연거푸 “안 된다”는 답변만 들었다. 사진 촬영도 경찰관들이 제지할 정도였다. 과연 시시 정권은 각종 논란을 딛고 2022년까지 신행정수도 건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까. 시시 대통령의 종신 집권 또한 이 공사의 성패에 달려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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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당 ‘마녀 사냥’ 당한 사우디 가사도우미들

    사우디아라비아 가사도우미들이 때 아닌 ‘마녀 사냥’ 위협을 받고 있다. 이들을 마녀로 몰아간 사람이 ‘인권단체 관계자’여서 사우디 내 외국인 노동자 경시 풍조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는 비판이 나온다. 8일 중동 전문매체 미들이스트모니터(MEMO)에 따르면 사우디 인권협회(NSHR) 설립자 수할리아 자인 아비딘은 최근 “가사도우미들이 흑마술을 통해 (고용주들을) 저주할 수 있다. 이들이 집 안에서 물건을 훔칠 수 있고, 흑마술을 부릴 수도 있어 정기적으로 검사해야 한다”며 “노동자들에게 너무 많은 자유를 주는 건 실수”란 비상식적 주장을 펼쳤다. 이슬람 원리주의를 중시하는 사우디에선 악마 숭배를 포함해 흑마술 혹은 주술 관련 행위가 불법이다. 적발 시 최고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 2004년 정부 자금으로 설립된 NSHR는 인권단체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관변단체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8월 사우디 정부가 여성운동가 사마르 바다위를 체포하자 이를 비판하던 캐나다는 외교관이 추방되는 보복 조치를 당했다. NSHR는 이때도 사우디 정부를 두둔하고 캐나다를 강력히 비난했던 단체다. 사우디 상류층 및 중산층 가정에서는 인건비가 저렴한 필리핀,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에서 온 가사도우미를 대거 쓰고 있다. 사우디를 포함해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 산유국에서는 이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에 대한 차별, 폭행, 학대가 끊이지 않아 인권 탄압 비판이 거세다. 지난해 2월 쿠웨이트에서는 한 고용주가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살해한 뒤 시신을 냉장고에 1년 넘게 보관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당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필리핀인은 누구의 노예도 아니다”라고 격노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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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우라늄 농축 4.5% 넘어서” vs 트럼프 “핵무기 절대 못가져”

    2015년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 따른 우라늄 농축 비율(3.67%) 파기를 선언한 이란이 8일 “우라늄 농축도가 4.5%를 넘어섰다. 우리가 원하면 핵합의 이전 농축도인 20%까지 높이는 일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관영 ISNA통신에 따르면 이날 베루즈 카말반디 이란 원자력청 대변인은 “오늘 아침 이란의 우라늄 농축도가 4.5%를 초과했다. 남아 있는 핵합의 당사국들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완충해줄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60일 후 합의 사항을 어기는 또 다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하루 전 “우라늄 농축도가 3.67%를 넘어섰다”고 공식 선언했다. 발끈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곧바로 기자들에게 “이란은 ‘조심하는 게 좋다(better be careful)’. 그들은 많은 나쁜 일을 하고 있으며 절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트위터에 “이란의 최근 핵 프로그램 확대는 추가 고립 및 제재로 이어질 것”이라며 “핵무기로 무장한 이란 정권은 전 세계에 더 큰 위험을 안긴다”고 가세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핵합의 서명국들은 연일 강경 대응을 밝힌 미국과 달리 “대화와 협상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자”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6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1시간 이상 전화 통화를 갖고 15일까지 대화 재개 조건을 찾아보기로 합의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10일 이란에 관한 긴급회의를 연다. 중국은 이란을 편들며 ‘미국 때리기’에 나섰다. 관영 환추(環球)시보에 따르면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이란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한 것이 이란 핵 위기의 근본 원인이다. (미국의) 일방적 괴롭힘이 세계적으로 더 많은 문제와 큰 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0일 이란 군이 격추한 미군 무인기(드론) 사건에 대한 진실 공방도 뜨겁다. 이란 언론 테헤란타임스는 “격추 직후 미국이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 체면을 살리기 위한 공습을 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으나 이란이 거부했다”며 ‘미국 망신 주기’성 보도에 나섰다. 골람 레자 잘랄리 이란 군 사령관은 “당시 미국이 ‘중요하지 않은 사막 지역에 제한된 공습을 하고 싶다. 이에 대응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공격도 전쟁 시작으로 여기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는 “격추 직후 보복 공습을 계획했지만 인명 피해를 우려해 약 10분 전 취소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상반된다.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에도 부정적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결정되는 2020년 11월 미 대선 때까지 협상을 하지 않고 기다릴 것”이라며 “핵 합의를 파기한 트럼프 대통령과 다시 협상하느니 새 대통령과 협상에 나서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이 지난해 5월 미국의 전격적 핵 합의 파기에도 불구하고 1년 넘게 공식적으로는 ‘핵 합의 맞불 파기’를 선언하지 않고 있는 이유도 새 대통령과의 협상을 바라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정은 / 파리=김윤종 특파원}

    • 2019-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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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멘서 발 빼는 UAE… 5년 지속된 내전 전환점

    예멘 내전에 참전 중인 아랍에미리트(UAE)가 현지에서 군대를 철수시키고 있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중동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가 4일 보도했다. UAE는 사우디아라비아가 2015년 3월 주도한 수니파 아랍 동맹군의 핵심 참여국으로 예멘 정부군을 지원해 왔다. UAE의 실질적인 최고지도자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MBZ)는 사우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MBS)와 막역한 사이로 예멘 내전 참전을 비롯해 대이란 강경 외교와 카타르 단교 등 주요 외교안보 이슈에서 뜻을 같이해 왔다. 이에 따라 UAE군의 철수 움직임이 21세기 최악의 전쟁으로 꼽히는 예멘 내전을 종식시킬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15년 3월 전쟁이 시작된 이후 최대 10만여 명이 사망한 데다 최근엔 극심한 기근과 콜레라가 확산되고 있었다. UAE의 예멘 철군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최근 고조되는 미국과 이란 간 갈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동맹국인 UAE는 이란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평소 이란을 ‘주적’으로 여겨 왔다. 지난달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국이 이란 소행이라고 주장한 대형 유조선 공격 사건이 발생한 것도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UAE에 위협으로 작용했다. 4년 넘게 전쟁이 지속되면서 예멘 내전에 대한 UAE의 근본적인 인식이 바뀐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아랍 동맹군의 무분별한 폭격과 주요 항구 봉쇄로 민간인 피해가 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커진 게 철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UAE는 중동의 허브국가, 소프트파워 강국을 지향해 왔다. 이 때문에 예멘 내전이 ‘국가 브랜드’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UAE를 구성하는 7개 토후국 중 아부다비를 제외한 나머지는 예멘 내전 참전에 부정적이었다. 특히 아부다비와 함께 UAE의 핵심 지위를 지니는 두바이의 불만이 컸다. 사우디군의 ‘역량 부족’도 철수에 영향을 미쳤다.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UAE는 ‘작은 스파르타’로 불릴 만큼 소수정예 군대를 보유했다. 이 때문에 UAE군은 사우디군보다 상대적으로 힘든 전투에 투입돼 온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공군 위주의 공격에 나선 사우디는 민간인 오폭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졸탄 바라니 텍사스대 정치학과 교수는 “사우디 공군의 민간인 오폭은 예멘 민심이 후티 반군과 이들을 후원하는 이란 쪽으로 기울게 만든 핵심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UAE군의 예멘 철수가 본격화되면 사우디도 출구 전략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가장 확실한 동맹국이며 군사 역량도 출중한 UAE 없이는 사우디가 짊어질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BBC 중동전문기자로 활동했던 빌 로는 MEE 기고에서 “MBZ의 철수 결정은 MBS에게도 출구(예멘 내전에서 발을 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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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포커스]인질사태-해병대테러… 美 뼛속까지 ‘이란發 트라우마’

    미국과 이란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아직 군사 충돌로는 번지지 않았지만 최근 거의 매일 양국 지도자가 ‘막말 대결’을 펼칠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다. 국제 사회의 자제 요청에도 ‘정신 장애’ ‘말살’ 등을 주고받는 두 나라의 갈등 상황을 보면 언제 군사 대결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경을 맞댄 것도, 수천 년의 역사적 연원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두 나라는 서로를 극도로 적대시하고 있다. ○ 1979년 인질 사건으로 트라우마 시작 미국의 뿌리 깊은 반(反)이란 정서는 1979년 11월 4일 시작됐다. 이때부터 1981년 1월까지 444일간 이란 혁명세력이 미 외교관과 국민 52명을 억류했다. 이른바 ‘이란 인질 사태(Iran Hostage Crisis)’였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그 어떤 단체도 다수의 미국인을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억류하진 못했다. 세계 최강대국의 자존심은 이로 인해 산산이 부서졌다. 당시 이란 국민은 1979년 2월 이슬람 혁명 전 이란을 통치했던 팔레비 왕조를 지원하는 미국에 대한 반감이 컸다. 하지만 지미 카터 당시 미 행정부는 혁명으로 축출된 팔레비 왕의 미 입국을 허가했을 뿐 아니라 이란의 신병 인도 요구도 거부했다. 결국 팔레비 왕의 인도를 요구하던 과격파 학생 시위대가 시위 도중 수도 테헤란의 미국대사관으로 난입했다. 4년 후 이란은 또 미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 1983년 레바논의 친이란 성향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수도 베이루트의 미 해병대사령부 건물을 공격했다. 이 사건으로 미군 241명이 숨졌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인질 사태에 대한 초기 진화 실패 등으로 단임에 그쳤다. 후임자가 바로 ‘강한 미국’을 외친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다. 레이건 집권 8년, ‘아버지’ 조지 부시 집권 4년 등 카터 이후 12년간 미 정치권의 보수화 움직임도 가속화했다. 이 성향을 이어받은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2002년 1월 연두교서에서 이란, 이라크, 북한을 ‘악의 축’으로 표현했다. 나머지 두 나라와 달리 당시 이란은 부시 정권과 직접적이고 표면적으로 갈등을 빚은 문제가 없었다. 전년도 9·11테러 때에도 가장 먼저 위로성명을 발표했다. 많은 이들이 “이란이 북한, 이라크와 묶여 의외”라고 했지만 부시 정권은 단호했다. 이를 두고 한 중동 외교 소식통은 “1979년과 1983년 사태로 미국에는 이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뼛속까지 깊게 박혔다. 그 어떤 나라도 미국의 자존심에 이렇게 연이어 상처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갈등의 기폭제는 지난해 5월 미국의 일방적인 서구 5개국-이란 핵합의 탈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버락 오바마 정권의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핵합의가 지나치게 이란 편향적이라며 프랑스, 독일 등 동맹과 상의 없이 이를 탈퇴했다. 이란은 거세게 반발했지만 미국은 이란산 원유 및 광물의 수입을 금지하고, 이란 정규군 조직인 혁명수비대(IRGC)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며, 중동에 추가 파병과 전폭기 및 항공모함 배치 등을 단행하며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이란도 20일 미 무인기를 격추하며 맞서고 있다.○ 이란의 중동 영향력 확대 우려 현재 미국이 이란에 대해 가장 날을 세우는 대목은 이란의 ‘중동 내 영향력(Regional Activity)’이다. 과거 중동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수니파 이슬람 국가의 세가 컸다. 미국도 바레인, 쿠웨이트, 요르단 등 역시 수니파 국가에 기지를 두고 미군을 주둔시켰다. 하지만 ‘시아파 맹주’ 이란은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축출된 뒤 수렁에 빠진 이라크, 이슬람국가(IS)의 준동과 난민 사태로 폐허가 된 시리아, 내전 상태인 예멘 등으로 급속히 세를 확장하고 있다. 이란이 ‘시아파 맹주’가 아닌 ‘중동 전체의 맹주’로 발돋움할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의 대중동 전략도 흔들리고 있다. 최근 이란은 1980년부터 8년간 전쟁을 벌였던 ‘적국’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해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를 지원했다. 이들은 이란의 지원을 등에 업고 IS 퇴출에 나섰다. 이란은 이라크 시아파 정치인 및 종교 지도자들을 대상으로도 막대한 돈을 뿌리고 있다. 이미 이라크 내 정치인과 종교인 중 상당수가 ‘친이란파’로 분류된다. 이란은 2015년부터 이어진 예멘 내전에서도 시아파 반군 후티를 지원하며 사우디 주도의 아랍 연합군 및 예멘 정부군과 대결 중이다.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자금줄이 이란 정부라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시아파 인구가 많고 정세가 불안한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즉 ‘시아 초승달 지대’의 국가에 대한 지원은 혁명수비대가 담당한다. 단순한 자금 및 무기 지원을 넘어 이들 나라의 외교를 혁명수비대가 대리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이란이 주변국에 파병하거나 이들 나라의 민병대를 훈련하고 지원하는 업무를 혁명수비대가 맡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란이 해당국의 군사 및 외교안보 정책에 깊숙하게 관여한다는 뜻이다. 632년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가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고 사망한 후 약 1400년간 이어진 시아파 대 수니파의 대립은 단순한 종교 갈등 수준을 넘어선다. 강력한 신정일치 및 공화국 형태의 이란과 세속분리 및 왕정을 택한 걸프만 수니파 국가는 서로가 서로의 체제를 부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특히 아직도 전제군주들이 통치하는 걸프만의 수니파 왕실은 종교 지도자에게 최고 권력을 부여하고, 직접 선거로 국민 대리인을 선출하는 이란에 알레르기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후 미국이 전임 버락 오바마 정권 때보다 이란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배경에는 이런 수니파 아랍 동맹국들의 강력한 협력 움직임도 있었다. 사우디, UAE 등이 미국의 주요 무기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메흐란 캄라바 미 조지타운대 카타르캠퍼스 교수(외교학)는 “혁명수비대가 시리아, 이라크 등의 외교 업무를 관장한다는 사실은 주변국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잘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의 중동 내 영향력 확대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선 이를 이란 핵 못지않게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일광 건국대 중동연구소 연구원(한국이스라엘학회장)은 “이란의 중동 내 영향력 확장 프로젝트는 이미 정교한 시스템이 갖춰진 상태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미국으로선 아직 결과물(완전한 핵무기)이 완성되지 않은 이란 핵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느낄 것”이라고 진단했다. ○ 이란 핵도 여전히 골치 이란은 북한과 달리 완성된 핵무기는 없다. 하지만 전반적인 핵 관련 시설과 기술 역량은 충분히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2015년 7월 이란과 서방의 핵 합의가 이뤄지기 전 이란은 무려 약 2만 개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었다. 즉, 당시 핵 합의에 따라 핵무기 개발 작업을 중단했지만, 상황이 바뀌면 다시 이를 시도할 여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란은 올 들어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날로 강화되자 거듭 ‘핵 카드’를 거론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최근 이란 고위 관계자들이 잇따라 “우라늄 생산을 기존보다 4배 늘리겠다” “핵 합의에 따라 그간 지켜온 우라늄 보유 한도를 지키지 않겠다”고 언급하는 이유다. 이란은 핵과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북한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동 소식통들은 두 나라가 우라늄 농축, 원심 분리 기술 등 각각 강세를 보이는 부분에 대한 정보를 맞교환하며 서로의 핵 능력을 향상시켜 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 전쟁 가능성은 낮아 과연 미국과 이란은 전쟁을 벌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이 아무리 이란을 눈엣가시로 여겨도 직접적 충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우선 이란과 주변국들의 군사 역량이 만만치 않다. 현재 이란군은 정규군 52만 명, 혁명수비대 12만5000명 등 총 64만 명이다. 오랜 제재로 첨단 무기 구입이 어려웠던 탓에 전투기, 항공모함 등의 최신 인프라는 미국보다 열세지만 자체 전투기 ‘코사르’를 개발할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나다. 특히 이란은 중동 최고의 탄도미사일 강국이다. 사정거리가 약 2000km인 탄도미사일을 자체 개발 및 대량 생산했다. 이스라엘, 사우디, UAE 같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 모두 사정권 안에 있다. 남유럽, 서아시아, 북아프리카 일부도 충분히 공격 가능하다. 헤즈볼라와 하마스는 물론이고 레바논, 이라크, 시리아 등의 친이란 무장세력도 이란 편에 가담할 수 있다. 이들이 미군은 물론이고 이스라엘과 사우디 등 미 동맹국에도 대규모 공격 또는 테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아랍권 국가의 외교관은 “이라크 전쟁에서도 고전했던 미국이 이라크보다 월등히 우세한 이란을 상대로 군사 조치를 취하진 않을 것”이라며 “사우디, UAE, 이스라엘 등도 말로는 ‘대이란 강경 대응’을 주장하지만 실제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고 이란이 이에 대한 보복공격을 벌여 중동 전체가 화약고가 되는 상황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이윤태 기자}

    • 2019-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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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포커스]美의 對이란 강경압박 뒤엔 ‘유대계 4인방’이…

    미국의 대이란 강경 압박에는 미 중동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계 인맥을 빼놓을 수 없다는 관측이 많다.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38), 제이슨 그린블랫 백악관 중동특사(52),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57),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71) 등이 대표적이다. 넷 중 볼턴 보좌관을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은 부계와 모계가 모두 유대계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그의 눈과 귀를 독점하는 맏사위 쿠슈너 보좌관이 대표적이다. 폴란드계 유대인인 그의 친조부모는 모두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생존자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조모 레이철(1923∼2004)은 생전 한 인터뷰에서 “1941년 독일군이 마을 광장에서 주민들을 죽이는 것을 지켜봤다. 나치가 나에게 처형 때 사용했던 돌에서 피를 씻어 달라고 했다”고 회고했다. 그의 모친과 언니도 1943년 나치에 의해 숨졌다. 이런 배경을 지닌 쿠슈너 보좌관은 코셰르(코셔) 음식만 먹고 안식일을 철저히 지킨다. 코셰르는 히브리어로 ‘적당한, 합당한’이란 뜻이다. 유대교 율법에 따라 도살한 고기만 먹을 수 있고 육류를 우유, 치즈 등 유제품과 같이 먹지 않는다. 또 해산물 중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문어, 오징어, 새우, 굴 등도 금지한다. 원래 장로교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도 쿠슈너와 결혼한 후 유대교로 개종했다. 쿠슈너 보좌관은 2016년 미 대선 당시 장인이 유대인 비하 발언으로 설화에 휩싸이자 “그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라며 유대계 지도자를 설득했다. 그린블랫 특사는 유대계가 설립한 뉴욕 예시바대를 졸업했고, 유대인 전통 모자 키파도 즐겨 쓴다. ‘월가의 큰손’이었던 므누신 장관도 골드만삭스 등 유대계가 설립한 금융사에서 주로 일했다. 부계 조상이 유대계인 볼턴 보좌관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폴 울포위츠 당시 국방차관 등과 신(新)보수파(neo-conservative) ‘네오콘’의 핵심으로 활동했다. 대부분 유대계, 아이비리그 출신 엘리트인 이들은 군사, 외교, 학계, 언론 등 전 분야에서 긴밀한 유대를 맺으며 이란, 북한, 이라크를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왕세제(MBZ)도 미국의 이란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세 사람과 볼턴 보좌관의 이름 및 성에 ‘B’가 들어가 ‘B팀’으로도 불린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23일 “B팀이 트럼프 대통령을 전쟁의 덫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이세형 기자}

    • 2019-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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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한으로 치닫는 막말 대결…미국은 왜 이란을 지독하게 미워하나

    미국과 이란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아직 군사 충돌로는 번지지 않았지만 최근 거의 매일 양국 지도자가 ‘막말 대결’을 펼칠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다. 국제 사회의 자제 요청에도 ‘정신 장애’ ‘말살’ 등을 주고받는 두 나라의 갈등 상황을 보면 언제 군사 대결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경을 맞댄 것도, 수천 년의 역사적 연원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두 나라는 서로를 극도로 적대시하고 있다. ● 1979년 인질 사건으로 트라우마 시작 미국의 뿌리 깊은 반(反)이란 정서는 1979년 11월 4일 시작됐다. 이때부터 1981년 1월까지 444일간 이란 혁명세력이 미 외교관과 국민 52명을 억류했다. 이른바 ‘이란 인질 사태(Iran Hostage Crisis)’였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그 어떤 단체도 다수의 미국인을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억류하진 못했다. 세계 최강대국의 자존심은 이로 인해 산산이 부서졌다. 당시 이란 국민은 1979년 2월 이슬람 혁명 전 이란을 통치했던 팔레비 왕조를 지원하는 미국에 대한 반감이 컸다. 하지만 지미 카터 당시 미 행정부는 혁명으로 축출된 팔레비 왕의 미 입국을 허가했을 뿐 아니라 이란의 신병 인도 요구도 거부했다. 결국 팔레비 왕의 인도를 요구하던 과격파 학생 시위대가 시위 도중 수도 테헤란의 미 대사관으로 난입했다. 배우로 더 유명한 감독 벤 애플렉은 이 사건을 소재로 일부 외교관을 탈출시키는 과정을 담은 영화 ‘아르고’를 만들어 2013년 미 아카데미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4년 후 이란은 또 미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 1983년 레바논의 친이란 성향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수도 베이루트의 미 해병대사령부 건물을 공격했다. 이 사건으로 미군 241명이 숨졌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인질 사태에 대한 초기 진화 실패 등으로 단임에 그쳤다. 후임자가 바로 ‘강한 미국’을 외친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다. 레이건 집권 8년, ‘아버지’ 조지 부시 집권 4년 등 카터 이후 12년간 미 정치권의 보수화 움직임도 가속화했다. 이 성향을 이어받은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2002년 1월 연두교서에서 이란, 이라크, 북한을 ‘악의 축’으로 표현했다. 나머지 두 나라와 달리 당시 이란은 부시 정권과 직접적이고 표면적으로 갈등을 빚은 문제가 없었다. 전년도 9·11테러 때에도 가장 먼저 위로성명을 발표했다. 많은 이들이 “이란이 북한, 이라크와 묶여 의외”라고 했지만 부시 정권은 단호했다. 이를 두고 한 중동 외교소식통은 “1979년과 1983년 사태로 미국에는 이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뼛속까지 깊게 박혔다. 그 어떤 나라도 미국의 자존심에 이렇게 연이어 상처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갈등의 기폭제는 지난해 5월 미국의 일방적인 서구 5개국-이란 핵합의 탈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버락 오바마 정권의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핵합의가 지나치게 이란 편향적이라며 프랑스, 독일 등 동맹과 상의없이 이를 탈퇴했다. 이란은 거세게 반발했지만 미국은 이란산 원유 및 광물의 수입을 금지하고, 이란 정규군 조직인 혁명수비대(IRGC)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며, 중동에 추가 파병 및 전폭기 및 항공모함 배치 등을 단행하며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이란도 20일 미 무인기를 격추하며 맞서고 있다.● 이란의 중동 영향력 확대 우려 현재 미국이 이란에 대해 가장 날을 세우는 대목은 이란의 ‘중동 내 영향력(Regional Activity)’이다. 과거 중동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수니파 이슬람 국가의 세가 컸다. 미국도 바레인, 쿠웨이트, 요르단 등 역시 수니파 국가에 기지를 두고 미군을 주둔시켰다. 하지만 ‘시아파 맹주’ 이란은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축출된 뒤 수렁에 빠진 이라크, 이슬람국가(IS)의 준동과 난민 사태로 폐허가 된 시리아, 내전 상태인 예멘 등으로 급속히 세를 확장하고 있다. 이란이 ‘시아파 맹주’가 아닌 ‘중동 전체의 맹주’로 발돋움할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의 대중동 전략도 흔들리고 있다. 최근 이란은 1980년부터 8년간 전쟁을 벌였던 ‘적국’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해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를 지원했다. 이들은 이란의 지원을 등에 업고 IS 퇴출에 나섰다. 중동 현지에서 “이란 개입이 IS 퇴치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는 말이 나온다. 이란은 이라크 시아파 정치인 및 종교지도자들을 대상으로도 막대한 돈을 뿌리고 있다. 이미 이라크 내 정치인과 종교인 중 상당수가 ‘친이란파’로 분류된다. 이란은 2015년부터 이어진 예멘 내전에서도 시아파 반군 후티를 지원하며 사우디 주도의 아랍 연합군 및 예멘 정부군과 대결중이다.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자금줄이 이란 정부라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시아파 인구가 많고 정세가 불안한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즉 ‘시아 초승달 지대’의 국가에 대한 지원은 혁명수비대가 담당한다. 단순한 자금 및 무기 지원을 넘어 이들 나라의 외교를 혁명수비대가 대리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이란이 주변국에 파병하거나 이들 나라의 민병대를 훈련하고 지원하는 업무를 혁명수비대가 맡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란이 해당국의 군사 및 외교안보 정책에 깊숙하게 관여한다는 뜻이다. 4월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혁명수비대는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직접 지휘를 받는다. 이란군 내 다른 조직이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보다 훨씬 영향력이 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 일각에서는 혁명수비대를 ‘정부 위의 정부’로 부를 정도다. 632년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가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고 사망한 후 약 1400년간 이어진 시아파 대 수니파의 대립은 단순한 종교 갈등 수준을 넘어선다. 강력한 신정일치 및 공화국 형태의 이란과 세속분리 및 왕정을 택한 걸프만 수니파 국가는 서로가 서로의 체제를 부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특히 아직도 전제군주들이 통치하는 걸프만의 수니파 왕실은 종교지도자에게 최고 권력을 부여하고, 직접 선거로 국민 대리인을 선출하는 이란에 알레르기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후 미국이 전임 버락 오바마 정권 때보다 이란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배경에는 이런 수니파 아랍 동맹국들의 강력한 협력 움직임도 있었다. 사우디, UAE 등이 미국의 주요 무기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메흐란 캄라바 미 조지타운대 카타르캠퍼스 교수(외교학)는 “혁명수비대가 시리아, 이라크 등의 외교 업무를 관장한다는 사실은 주변국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잘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의 중동 내 영향력 확대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선 이를 이란 핵 못지않게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일광 건국대 중동연구소 연구원(한국이스라엘학회장)은 “이란의 중동 내 영향력 확장 프로젝트는 이미 정교한 시스템이 갖춰진 상태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미국으로선 아직 결과물(완전한 핵무기)이 완성되지 않은 이란 핵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느낄 것”이라고 진단했다. ● 이란 핵도 여전히 골치 이란은 북한과 달리 완성된 핵무기는 없다. 하지만 전반적인 핵 관련 시설과 기술 역량은 충분히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2015년 7월 이란과 서방의 핵 합의가 이뤄지기 전 이란은 무려 약 2만 개의 원심 분리기를 가동하고 있었다. 즉 당시 핵 합의에 따라 핵무기 개발 작업을 중단했지만, 상황이 바뀌면 다시 이를 시도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란은 올 들어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날로 강화되자 거듭 ‘핵 카드’를 거론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최근 이란 고위 관계자들이 잇따라 “우라늄 생산을 기존보다 4배 늘리겠다” “핵 합의에 따라 그간 지켜온 우라늄 보유 한도를 지키지 않겠다”고 언급하는 이유다. 이란은 핵과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북한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동 소식통들은 두 나라가 우라늄 농축, 원심 분리 기술 등 각각 강세를 보이는 부분에 대한 정보를 맞교환하며 서로의 핵 능력을 향상시켜 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마크 피츠패트릭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워싱턴사무소 소장은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이란과 북한이 핵무기 관련 컴퓨터 기술 부문에서 협력한 정황도 있다”고 밝혔다. ● 전쟁 가능성은 낮아 과연 미국과 이란은 전쟁을 벌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이 아무리 이란을 눈엣가시로 여겨도 직접적 충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우선 이란과 주변국들의 군사 역량이 만만치 않다. 현재 이란군은 정규군 52만 명, 혁명수비대 12만5000명 등 총 64만 명이다. 오랜 제재로 첨단 무기 구입이 어려웠던 탓에 전투기, 항공모함 등의 최신 인프라는 미국보다 열세지만 자체 전투기 ‘코사르’를 개발할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나다. 이란군 지휘관들은 최근 시리아, 이라크, 레바논 내전에서 다양한 실전, 특수전, 첩보전 경험을 쌓았다. 특히 이란은 중동 최고의 탄도미사일 강국이다. 사정거리가 약 2000km인 탄도미사일을 자체 개발 및 대량 생산했다. 이스라엘, 사우디, UAE 같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 모두 사정권 안에 있다. 남유럽, 서아시아, 북아프리카 일부도 충분히 공격 가능하다. 헤즈볼라와 하마스는 물론이고 레바논, 이라크, 시리아 등의 친이란 무장세력도 이란 편에 가담할 수 있다. 이들이 미군은 물론 이스라엘과 사우디 등 미 동맹국에도 대규모 공격 또는 테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아랍권 국가의 외교관은 “이라크 전쟁에서도 고전했던 미국이 이라크보다 월등히 우세한 이란을 상대로 군사 조치를 취하진 않을 것”이라며 “사우디, UAE, 이스라엘 등도 말로는 ‘대이란 강경 대응’을 주장하지만 실제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고 이란이 이에 대한 보복공격을 벌여 중동 전체가 화약고가 되는 상황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反이란’ 중동정책 영향력 행사하는 유대계 인맥들 ▼ 미국의 대이란 강경 압박에는 미 중동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계 인맥을 빼놓을 수 없다는 관측이 많다.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38), 제이슨 그린블랫 백악관 중동특사(52),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57),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71) 등이 대표적이다. 넷 중 볼턴 보좌관을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은 부계와 모계가 모두 유대계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그의 눈과 귀를 독점하고 있는 맏사위 쿠슈너 보좌관이 대표적이다. 폴란드계 유대인인 그의 친조부모는 모두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생존자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조모 레이첼(1923~2004)은 생전 한 인터뷰에서 “1941년 독일군이 마을 광장에서 주민들을 죽이는 것을 지켜봤다. 나치가 나에게 처형 때 사용했던 돌에서 피를 씻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회고했다. 레이첼의 모친과 언니도 1943년 나치에 의해 숨졌다. 이런 가정적 배경을 지닌 쿠슈너 보좌관은 유대 율법에 따라 제조한 코셰르(코셔) 음식만 먹고 안식일을 철저히 지킨다. 원래 장로교 신자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도 쿠슈너와의 결혼 후 유대교로 개종했고 철저히 코셰르 음식만 먹는다. 이 부부는 뉴욕 맨해튼의 유대교 예배당(시너고그)을 찾는 독실한 신자다. 쿠슈너 보좌관은 2016년 미 대선 당시 장인이 유대인 비하 발언으로 설화에 휩싸이자 “장인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라며 유대계 지도자를 설득했다. 그린블랫 특사는 유대계가 설립한 뉴욕 예시바대를 졸업했고, 유대인 전통 모자 키파도 즐겨 쓴다. ‘월가의 큰손’이었던 므누신 장관도 골드만삭스, 살로몬 브러더스 등 유대계가 설립한 금융사에서 주로 일했다. 부계 조상이 유대계인 볼턴 보좌관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폴 울포위츠 당시 국방차관 등과 함께 네오콘, 즉 신(新)보수파(neo-conservative)의 핵심으로 활동했다. 대부분 유대계, 아이비리그 출신 엘리트인 이들은 군사, 외교, 학계, 언론 등 전 분야에서 긴밀한 유대를 맺으며 이란, 북한, 이라크를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 볼턴 보좌관은 ‘악의 축’ 3개국에 대한 선제공격 및 이들의 유엔 축출을 주장했을 정도로 네오콘 중 최강경파다. 이 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왕세제(MBZ)도 미국의 대이란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세 사람과 볼턴 보좌관의 이름 및 성에 ‘B’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이들을 ‘B팀’으로 부르기도 한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23일 트위터에 “B팀이 트럼프 대통령을 전쟁의 덫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 2019-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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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 빈살만 26일 방한… 양국 기업 12조~18조원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MBS·34)의 한국 방문(26, 27일) 기간에 양국 기업 간 약 100억∼150억 달러(약 12조∼18조 원) 규모의 경제협력 관련 양해각서(MOU)가 체결될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경제계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대주주인 에쓰오일과 포스코, SK 등을 중심으로 한국과 사우디 기업 간 10여 건의 MOU가 체결될 예정이다. 대부분 양국 기업의 공동 중장기 사업 추진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국과 사우디가 오랜 기간 협력해온 건설과 에너지 외에도 문화산업 등 최근 양국이 관심을 보여 온 분야에서도 MOU가 맺어질 예정이다. 한 중동 전문가는 “사우디는 석유와 공공부문 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꾸는 과정에서 한국이 강세를 보이는 정보기술(IT), 신재생에너지, 제조업 육성에 관심이 많고 한국은 사우디의 대형 국제도시 개발, 원전, 보건의료 투자에 진출하려 한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한국 방문에는 무함마드 투와이즈리 경제기획장관, 칼리드 팔리흐 에너지·산업·광물자원장관,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 술탄 모프티 투자청 부청장 등 사우디 경제계 거물급 인사들도 대거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고위 인사들이 동시에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디 정부는 무함마드 왕세자 방한 기간에 한국 기업과의 MOU 체결뿐만 아니라 자국의 중장기 경제발전 전략인 ‘비전 2030’ 협력 플랫폼 구축에도 공들이고 있다. 사우디는 비전 2030 관련 협력 업무를 담당할 ‘비전 현실화 사무소(VRO·Vision Realization Offices)’를 한국에 개설하기로 했다. 사우디는 비전 2030 중점 협력국으로 한국 일본 미국 중국 인도 등을 지정했고 내년 1분기(1∼3월)에 한국과 일본에 가장 먼저 VRO를 설치할 계획이다. 다만 사우디의 경제 정책 운용이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거리가 멀다는 우려도 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아람코가 지난해 하반기로 예정됐던 기업공개(IPO)를 갑자기 백지화했듯 사우디의 경제 정책은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이 떨어진다”고 조언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9-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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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경제개혁 이끄는 ‘미스터 에브리싱’ 한국 IT-신재생에너지에 관심 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MBS·34)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과 사우디 경제협력이 대폭 강화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왕세제 신분으로 1998년 방한했던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전 국왕(2005년 8월∼2015년 1월 재임·사망) 이후 한국을 찾는 사우디 최고위급 인사다. 현직 국왕의 방한은 아직 없었다. 이번 그의 방한은 사우디가 한국과의 협력에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공을 들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장기적인 경제개혁 의지 강해 무함마드 왕세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석유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며 ‘탈(脫)석유 전략’을 주창했다. 이번 방한을 통해 그가 한국 경제와 기업에 대한 관심의 폭을 더 넓힐 가능성이 크다. 그는 특히 정보기술(IT), 신재생에너지, 문화 등 한국이 강세를 보이는 분야에 흥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사우디가 북서부 타부크주(州) 네옴, 홍해, 수도 리야드 인근 낏디야에 각각 다른 특성을 지닌 초대형 신도시를 만드는 이른바 ‘3대 메가시티 개발사업’에 국내 기업들이 대거 참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사우디는 메가시티 개발 과정에서 첨단 IT 및 에너지 기술들을 대거 적용할 계획이어서 한국 건설업계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한 중동 전문가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다. 양국 경제 협력이 과거보다 더 새롭고 끈끈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사우디의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 ‘비전 2030’을 기획하고 이끌고 있다는 점도 경제협력 확대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그는 비전 2030을 통해 △여성 운전 허용 및 경제·사회활동 참여 확대 △외국인 방문 기준 대폭 완화 △의료 서비스 민영화 추진 △스타트업 활성화 등 과거 사우디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파격적 개혁을 주도했다. 국제 유가가 비교적 정체돼 있고, 셰일가스 등 새로운 에너지 개발로 원유 수출을 통한 재정 확보가 어려워졌다는 점도 사우디를 강도 높은 경제 체질 개선으로 내몰고 있다. 사우디는 세계 최대 산유국이지만 원유에 편중된 산업 구조, 무상 의료 등 대중영합주의 성격이 강한 복지 정책으로 어려운 가운데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 아부다비 왕세제·쿠슈너 백악관 고문과 가까워 무함마드 왕세자는 2015년 전 세계 최연소(당시 30세) 국방장관에 오르며 사우디 실세로 인정받았다. 이후 사촌형 무함마드 빈 나예프를 밀어내고 왕세자가 됐다. 개혁 정책으로 사우디를 변화시켰지만 끊임없는 정적 탄압으로 공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기도 한다. 특히 지난해 10월 피살된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배후로 지목받으며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그가 카슈끄지 피살 후 인권, 민주화 등에 관심이 많은 서구보다 상대적으로 경제협력에 관심이 높은 아시아 국가와의 협력에 치중한다고 분석한다. 그는 2월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을 누비며 수백억 달러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방한 뒤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의장국인 일본과도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일본에 이어 2020년 G20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는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아랍에미리트(UAE) 실권자이자 역시 2월 한국을 찾았던 아부다비의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왕세제(MBZ)와도 막역한 사이다. 둘은 이란 견제, 예멘 내전 개입, 아랍 왕실에 적대적인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 ‘무슬림형제단’ 반대 등에서 공동 전선을 취하고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위로 미국의 중동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유대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과도 가깝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9-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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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사우디 실세 빈살만… 이달 말 한국 온다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로 국정운영 전반을 총괄하는 ‘미스터 에브리싱’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MBS·34·사진)가 이달 말 한국을 방문한다. 13일 국내 및 중동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무함마드 왕세자는 28, 29일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직전 외교 및 경제 관련 부처 장관급 인사 4, 5명을 포함해 정부 관료 기업인 등 300명가량의 대규모 방문단을 이끌고 방한할 예정이다. 외교 소식통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한국에서 방문할 기관 및 일정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방한 일정은 24∼27일 가운데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2017년 6월 왕세자에 오른 뒤 연로한 아버지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84)을 대신해온 그는 사우디의 최고 실력자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이번 방한이 사실상 정상 방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문재인 대통령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경제계는 이번 방한을 계기로 경제·산업 분야의 협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한다. 사우디는 석유 수출과 공공부문 중심의 경제 구조를 정보기술(IT), 신재생에너지, 관광·문화산업 등으로 다변화하기를 원한다. 한국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주도하는 ‘3대 메가시티 개발사업’ 참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9-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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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의 메신저’ 아베, 이란 매듭 풀까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2∼14일 이란을 방문한다. 아베 정권은 ‘만남 자체가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야당에서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정치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1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이란을 포함해 지역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10일 “미국과 일본은 이란이 핵무기를 손에 넣지 못하도록 하는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히며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아베 총리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12일 회담한 뒤 만찬을 함께하고, 13일에는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회담할 계획이다. 현직 일본 총리의 이란 방문은 1978년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총리 이후 41년 만이다. 아베 총리 개인으로는 1983년 8월 부친인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당시 외상을 따라 이란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번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4월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가서 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아베 총리)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5월 트럼프 정권은 핵 합의에서 탈퇴한 뒤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했다. 이에 맞서 이란은 핵 합의 이행 일부 정지를 선언했고, 미국은 중동에 핵 항모전단과 전략폭격기를 급파하며 맞대응했다. 양측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중재역으로 이란에 가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란 측에 2015년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준수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란은 경제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모르테자 라흐마니 주일 이란대사는 11일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이란을 포함한 걸프 지역의 모든 국가와 친밀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해 역내 대화를 촉진하는 특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면 지지통신은 “총리의 이란 방문에 대해 정부 내에서 선거용 정치쇼라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최근 보도했다. 중동 외교가에서는 처음부터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 군사적 충돌까지 갈 생각은 없었다는 분석이 많다. 이란은 다양한 종류의 탄도미사일과 정예 지상군을 보유하고 있고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의 무장정파들을 지원하고 있다. 또 이 나라들에 자국 군대도 파견해 놓은 상태다. 이란과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 같은 중동 내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미국으로서도 이란과의 벼랑 끝 대결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강한 압박에도 이란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지 않자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가까운 인사이며 동시에 이란에서도 중요하게 여기는 나라의 정상인 아베 총리를 ‘메신저’로 선택했다. 중동 외교가 관계자는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 뒤 ‘오바마표 핵 합의’를 없애고, 자신이 주도한 핵 합의를 마련하려는 의지가 강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 압박에도 굴복하지 않자 유화책으로 아베 총리의 중재 외교를 택한 모양새”라고 말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이세형 기자}

    • 201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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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터키에 “러시아판 사드 도입땐 F-35 안팔겠다” 압박

    미국이 터키에 F-35 전략폭격기 판매 및 조종사 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터키가 러시아의 최신 미사일 방공체계 ‘S-400’을 도입키로 한 것에 대한 경고 및 압박 성격이다. 8일 BBC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은 최근 터키에 ‘S-400을 도입하면 터키의 F-35 프로그램 참여 및 구매가 중단될 것’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공문에는 미국에서 진행 중인 터키 조종사들의 (F-35 관련) 모든 훈련이 7월 31일로 끝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자 오랜 동맹인 터키를 압박하는 이유는 ‘러시아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라고도 불리는 S-400 도입 문제 때문이다. S-400은 사정거리 400km의 지대공 미사일 방어 체계로 탄도미사일은 물론 스텔스 효과가 강한 전폭기에 대한 탐지 및 요격 역량이 뛰어나다. F-35, B-2 같은 미 공군 주력기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터키 기업들이 F-35 착륙 기어 및 중앙동체 관련 부품 생산에 참여했기 때문에 F-35 관련 정보가 러시아에 넘어갈지 모른다는 점도 미국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미국은 터키에 다른 나토 회원국처럼 미국산 미사일 방공시스템 설치를 요구해왔다. 반면 터키는 구매 조건 등 소위 ‘가성비’를 이유로 S-400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터키군 인력에 대한 S-400 운용 교육이 한창이고 2개월 이후엔 S-400의 인도가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전통적 우방국인 미국과 시리아 내전 종식을 둘러싸고 협력 범위가 커진 러시아 사이에서 터키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중동 정세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9-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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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패 혐의 총리가 5선 성공한 이스라엘의 교훈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가장 제대로 된 자유선거 제도를 갖추고 있는 나라로 꼽힌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이스라엘에선 정당 간 치열한 경쟁이 있고, 국민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직접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다. 투표 결과 득표율이 3.25% 이상인 정당이 전원 비례대표로 선발되는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의 120개 의석을 나눠 갖게 된다. 왕실, 특정 정치인(주로 독재자), 군부가 권력을 독점하는 대다수 중동 나라와는 확실히 구별되는 정치체제다. 성일광 건국대 중동연구소 연구원(한국이스라엘학회장)은 “이스라엘의 정치, 사상, 선거의 자유는 많은 중동 국가 국민이 부러워한다”며 “이스라엘인 중에는 (주변국에 대한) 자신들의 체제 우수성을 표현할 때 자유선거를 강조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4월 9일(현지시각) 실시된 이스라엘 총선은 나라 안팎에서 적잖은 논란을 일으켰다. 합법적인 선거였지만, 이스라엘처럼 자유로운 선거 제도를 지닌 다른 나라에서는 예상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 결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성향의 리쿠드당은 120석 가운데 35석을 얻었다.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출신인 베니 간츠가 이끄는 중도연합 ‘블루 앤드 화이트’도 35석을 차지했다. 이스라엘 정계에선 리쿠드당이 샤스당(8석)과 토라유대주의당(8석) 같은 우파 성향의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며 절반을 넘는 65석을 확보하리란 전망이 많다. 사실상 네타냐후가 5선에 성공한 것이다. 이 경우 네타냐후는 올해 7월 초대 총리인 다비드 벤구리온(13년 5개월간 재임)을 제치고 최장 기간(1996년 6월~1999년 7월, 2009년 3월~현재) 재임한 총리로 등극하게 된다.안보 이슈가 부패 혐의 압도문제는 네타냐후가 뇌물수수와 배임 등 3건의 부정부패 관련 범죄 혐의를 받고 있고, 이스라엘 검찰이 기소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 현직 총리가 단순 의혹을 넘어 검찰이 기소를 주장할 정도로 범죄 혐의가 심각한데도 총선에서 승리했다는 것에 관심이 모아진다. 대통령과 그 측근이 국정농단과 비리 혐의로 탄핵이 이뤄지고, 전국적으로 시위가 벌어졌던 한국과 비교해도 무척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스라엘 사회도 정치인의 비리에 민감한 편이다. 네타냐후 직전 총리를 지낸 에후드 올메르트(2006년 4월~2009년 3월 재임)는 예루살렘 시장(1993~2003) 시절 주택 개발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16년 2월 구속됐고, 그다음 해 7월 가석방됐다. 고(故) 아리엘 샤론 전 총리(2001년 3월~2006년 4월 재임)는 외무장관 시절(1998년 10월~1999년 6월) 그리스 섬 휴양지 개발사업을 벌이던 부동산업자 다비드 아펠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2004년 검찰 조사를 받았다. 샤론은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되지는 않았지만 지지율은 급락했다. 결국 그는 2006년 1월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총리직에서 내려왔다. 이런 이스라엘에서 유독 네타냐후만 부정부패 혐의에도 건재한 것을 두고 “네타냐후의 안보 제일주의가 빛을 제대로 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타냐후는 재임 중 가자지구 봉쇄(반이스라엘 성향이 강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중심 활동 지역)를 중심으로 한 강경한 대(對)팔레스타인 정책을 펼쳐왔다. 또 △팔레스타인 지역 내 유대인 정착촌 확장 △시리아 내 이란군 관련 시설 선제공격 △예루살렘에 대한 미국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 및 대사관 이전 △골란고원에 대한 미국의 이스라엘 주권 인정 등 이스라엘 안보의 숙원 과제들을 풀었다. 카타르 도하에 거주하는 한 팔레스타인인은 “우파뿐 아니라 중도 성향의 이스라엘인도 자국 안보를 핵심 이슈로 여긴다”며 “네타냐후는 다양한 안보 관련 성과로 ‘이스라엘의 보호자’와 ‘안보 문제 해결사’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도 지지를 이끌어낸 요인으로 꼽힌다. 그는 이번 총선 직전에도 트럼프, 푸틴과 각각 정상회담을 가지며 외교 역량을 뽐냈다. 이합 마하르메 아랍조사정책연구원(ACRPS) 연구원은 “네타냐후는 자신이 초강대국 대통령과도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리더라는 점을 과시하며 표심을 자극했다”며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총리로는 22년 만에 오만을 방문해 아랍권과 대규모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도 ‘네타냐후는 아랍 외교도 잘한다’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진보야당의 몰락과 선거법 문제이스라엘 사회에서 꾸준히 진행돼온 우경화 움직임이 네타냐후의 연임을 가능케 한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하마스의 가자지구 장악’이 이스라엘 사회의 전반적인 우경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많다. 2005년 샤론 전 총리는 팔레스타인 측과 요르단강 서안지구 관련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자 가자지구에선 이스라엘군과 정착촌을 철수시켰다. 그러나 하마스는 2006년 총선에서 승리한 뒤 이듬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가자지구에서 몰아냈고, 이스라엘을 상대로 로켓과 박격포 공격을 앞세운 강경 투쟁에 들어갔다. 2014년 7~8월에는 이스라엘과 50일간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 결과 이스라엘 사회에선 ‘양보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잘못하면 요르단강 서안지구도 가자지구처럼 될 수 있다’ ‘평화협상은 무의미하다’는 인식이 급속히 확산됐다. 리쿠드당과 라이벌 관계였고 총리를 5명이나 배출한 중도 좌파 성향을 가진 노동당의 몰락도 네타냐후에게 반사이익을 가져다줬다.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은 6석을 얻는 데 그쳤다. 직전 총선에 비해 13석이나 줄어든 결과다. 노동당의 이런 몰락은 의제 제시 역량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다른 당과 협력 전략도 뚜렷하지 않다. 에후드 바락 전 총리(1999년 7월~ 2001년 3월 재임) 뒤로는 ‘카리스마 있는 정치인’을 배출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선거 뒤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는 “노동당의 몰락은 진보적 시온주의가 존재의 위기를 맞았음을 보여준다”며 “노동당은 새로운 내러티브를 만들어내야지 네타냐후를 대체하겠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스라엘 선거법이 현직 총리의 비리에 대해 너무 관대하는 비판도 나온다. 성 연구원은 “검찰 기소가 확실시될 만큼 비리 혐의가 분명한 총리가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것에 대해 이스라엘 내에서도 ‘너무 초법적이다’라는 비난이 나온다”고 말했다.이세형_ 현재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카타르 도하에 있는 싱크탱크 아랍조사정책연구원(ACRPS)에서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동아일보 기자 turtle@donga.com[이 기사는 에 실렸습니다]}

    • 2019-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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