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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본격적인 끝내기 국면. 백은 일단 78로 흑 한 점을 단수하며 좌상 백을 살렸다. 흑은 79로 백 넉 점을 잡았다. 흑 A로 한 점 따내 백을 계속 압박할 수도 있지만 흑 79는 역끝내기 10집이 넘는 곳이어서 놓치기는 어렵다. 백 80은 일종의 떼쓰기. 흑이 참고 1도처럼 둬도 아무 수도 나지 않는다. 흑 81로 받은 것은 백 80을 악수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백은 내친김에 계속 수를 내보려고 하는데 여의치 않다. 백 88은 흑이 참고 2도 1로 받으면 백 2로 둬 패로 버텨보겠다는 뜻인데 흑 89의 치중 한 방으로 말끔히 정리됐다. 결국 백 80부터 모든 수순이 백에게 손해가 됐다. 이로써 형세는 흑 우세가 더욱 공고해졌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57로 우상에서 패싸움을 벌이는 것 같지만 사실 61의 곳이 뚫려 있어 큰 의미는 없다. 흑 61로 단수하며 빠져나갈 때 백이 그냥 이으면 후속 대책이 없다. 백 62는 조금이라도 뒷맛을 남겨놓겠다는 뜻. 그러나 흑은 복잡하게 두지 않고 67로 살아버린다. 이렇게 정리되며 반상에 먹구름이 걷히자 형세가 확연히 드러난다. 우상 흑과 우변 백은 완생했다. 좌상 백은 내부에서 살 수 있지만 아직은 미생이고, 외부와의 연결이 확실치 않다. 흑은 약한 돌이 없어 전반적으로 두텁고 실리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백 70에 대해 흑이 조금 더 벌어보겠다며 참고도 흑 1, 3으로 두는 것은 욕심이다. 백 4, 6의 멋진 장문이 기다리고 있다. 흑 75 이후 유일한 흑의 약점은 하변 흑 대마. 생존 확률은 99%지만 혹시 백에게 비장의 수가 있을까. 그리고 좌상 백은 흑이 먼저 공격하면 어떻게 살 수 있는 것일까. 60=◎.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는 우상 흑을 잡겠다는 뜻이 아니다. 여기서 팻감을 만들겠다는 것. 백의 노림은 42에 있었다. 만약 흑이 참고 1도 1로 따내면 백 2로 패가 발생한다. ‘가’ 부근에 백의 팻감이 많아 흑이 곤란하다. 흑 43이 정수. 흑은 47로 한 칸 뛰며 중앙 백돌을 손에 넣었다. 그냥 50의 곳에 둬 백 2점을 잡는 정도로도 유리하지만 우상 흑은 백이 먼저 손을 대도 죽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백은 50으로 이어 우상 흑 대마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백의 마지막 희망이다. 그러나 흑은 55를 두며 여유를 보이고 있다. 백은 참고 2도 1로 이어 공격해야 하는데 흑 2, 4로 패가 난다(백 5=○). 이 패는 A를 비롯해 우하 백 말을 위협하는 수가 모두 팻감이어서 백이 견딜 수 없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에 대해 받지 않고 흑 ●로 반발한 것은 좋은 착상이었지만 방향이 틀렸다. 참고 1도 흑 1로 뛰는 것이 경쾌한 행마였다. 흑 7까지 흑의 모양이 산뜻하다. 백 30은 과감한 수. 흑이 참고 2도처럼 잡으러 오면 백 8까지 일전을 불사할 태세다. 흑으로선 백을 무리하게 잡으러 갈 필요가 없다. 일단 우변 흑 대마만 안전하게 살리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하변 백이 달아나는 틈을 타 흑은 33, 35로 중앙에 대한 발언권을 높였다. 백 36으로 A에 두면 하변 백을 잡을 수 있지만 흑도 우변과 좌상귀 백을 공격하면 둘 중에 하나는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우변 백말부터 돌본 것. 이어 백 40으로 치받는 수까지 노리고 있다. 그런데 백 40은 과연 성립하는 수일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로 흑진 깊숙이 파고들자 철옹성처럼 보이던 우하 흑집이 많이 깎여 나갈 것 같다. 흑 ●는 응수 타진. 백이 겁을 먹고 참고 1도 백 1로 물러서면 흑 6까지 백이 한 일이 없다. 그래서 백은 10으로 붙여 더 안쪽으로 파고든다. 우하 백은 16까지 우변 백과 연결하는 것과 중앙으로 탈출하는 것이 맞보기여서 무난히 타개됐다. 흑은 17∼21로 백의 우변 연결을 차단했다. 당장 백이 위기에 처하지는 않겠지만 우하, 우변 백 모두 미생이기 때문에 위험 요소가 잠재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백 22 때 흑 A로 끼워 끊는 수는 없을까. 참고 2도를 보면 귀의 흑이 먼저 잡히는 걸 알 수 있다. 흑 23이 놓이면 A가 가능하기 때문에 백은 24로 보강하고자 했는데 흑은 B로 막지 않고 25로 반발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는 급소. 흑으로선 ●를 버려도 되지만 바둑이는 악착같이 95까지 살린다. 전혀 물러설 뜻이 없다는 것이다. 흑은 97로 넓게 포위망을 편다. 어차피 참고 1도 흑 1로 둬도 백 한 점을 잡을 수가 없으니 멀리서 공격하려는 것이다. 백 8까지 서로 어려운 싸움이 예상된다. 우상 귀는 실전처럼 백이 먼저 손을 대도 흑을 잡기 어려운 곳이다. 흑 101로 잡고 105로 패를 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다. 백은 우상을 더 이상 손대지 않고 106으로 우하에 깊숙이 침투했다. 흑에게 참고 2도 흑 1로 물러나 달라는 것. 그러면 백 2, 4로 중앙이 매우 두터워진다. 따라서 흑은 107로 반발했고 백 108로 넘어가면서 반상이 요동치기 시작한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80까지 백은 중앙에 진출했다. 흑의 다음 한 수가 어렵다. 참고 1도 흑 1로 두는 것도 좋은 행마. 흑 7까지 예상되는데 복잡한 중앙 전투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좌상에서 흘러나온 백이 못 살아있기 때문에 흑에게 재미있는 변화다. 그러나 흑은 81로 하변을 선택했다. 백 84는 유연한 삭감으로 아직 형세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흑 85로는 참고 2도 흑 1, 3으로 두는 것이 좋아 보인다. 실리에 앞선 흑과 두터움을 무기로 이득을 취하려는 백의 대결이다. 그러나 흑은 89까지 전혀 불만이 없다는 듯 받아주고 있다. 백 90은 아까부터 노리던 급소. 백이 칼을 뽑았는데 흑은 어떻게 받아야 할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로 뒤늦게 움직여도 탈출하는 것은 가능하다. 대신 그 전에 움직이는 것보다는 훨씬 많은 고초를 겪고 그동안 주도권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흑 59로 젖히는 방향이 올바르다. 참고 1도 흑 1처럼 반대로 젖히면 백 14까지 예상되는데, 흑이 좌상귀를 손에 넣었지만 좌변이 사실상 초토화돼 많이 밑지는 장사다. 흑 67도 백의 행마를 어렵게 만드는 좋은 수. 흑이 조금씩 포인트를 벌고 있다. 백은 72, 74를 선수해 귀에 집 모양을 확보하면서 한숨 돌린 상황. 백은 이어 참고 2도 백 1부터 7까지 두는 것이 좋았다. 흑 8로 잡으러 와도 백 9면 사실상 살아 있는 모양이다. 이랬으면 장기전이었다. 그러나 백 76으로 강하게 틀어막는 바람에 흐름이 급해졌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이 프로그램은 조국에게 유리한 방송 아닙니까.” 젊은 KBS A 기자의 이 발언은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이 발언은 18일 ‘저널리즘 토크쇼 J’ 녹화를 마치고 출연진이 별도의 유튜브 생방송을 하던 도중에 나왔다. A 기자가 “반론권 차원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말했고, 강유정 영화평론가가 “언론의 신뢰가 문제”라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A 기자가 항변하듯 이 발언을 한 것이다. 8월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명된 뒤 시작된 언론의 검증은 딸의 의학논문 1저자 등재,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 등 굵직한 특종을 시작으로 사모펀드, 웅동학원 등에 관련된 문제점들의 제기로 이어졌다. 언론 비평 프로그램이라는 ‘저널리즘 토크쇼 J’는 9월 1일부터 3차례에 걸쳐 ‘의혹은 난무, 검증은 실종된 조국 후보자 보도’ ‘조국 간담회, 언론과 정치 사이’ ‘검찰과 언론의 공생… 알 권리라는 핑계’라는 제목으로 조 장관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한 방송을 내보냈다. 하지만 세 편의 방송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내부 식구나 마찬가지인 KBS 기자의 입에서조차 “조국에게 유리하다”는 발언이 왜 부지불식간에 나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프로그램에선 웅동학원 건에 대해 “조국이 아니라 조국 일가를 건드린다면 사학법 개정을 막았던 수많은 정치인들과 집안이 사학재단이었던 사람들을 다 검증하자”고 주장했다. 여당에서 조 장관 자녀에게 문제가 있다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자녀 의혹도 검증하자는 것과 같은 논리인 셈이다. 또 언론이 장관 후보자의 위법성과 청렴성은 검증해도 되지만 도덕성 검증은 안 된다는 주장도 했다. 도덕성 검증은 일종의 판도라 상자와 같아서 이것을 건드리면 부정적 정서가 일어나 감당 못 할 논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 논리 자체를 수긍하기 힘들기도 하지만 프로그램은 8월 9∼25일 언론의 검증 보도가 대부분 도덕성 검증에 치우쳤다는 통계를 제시함으로써 이 시기 언론의 검증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 것이라는 뉘앙스를 줬다. 조 장관을 옹호하던 다른 인물을 옹호하다가 궤도를 이탈한 경우도 있었다. 8월 21일 TBS ‘김어준의 뉴스 공장’에서 김어준 씨가 딸의 의학논문 1저자 등재와 관련해 “소논문은 논문으로 안 친다. 그 소논문이 2, 3시간만 배우면 가능한 실험을 반복하는 수준이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 이 내용이 2차, 3차 언론에서 재생산되지 않고 김어준 씨의 말로 그쳤기 때문에 괜찮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다양한 관점을 수용해야 할 공영방송의 프로그램에서 정부 여당의 논리와 비슷한, 특정인을 옹호하는 듯한 논리들이 횡행하는 것은 ‘저널리즘 토크쇼 J’ 진행 방식의 한계에서 기인한 면이 크다. 언론비평을 하려면 비평 대상인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철저히 취재해 지적하는 것이 기본이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피서철 강릉 바가지 보도 논란(8월 25일 방영)이나 다른 언론의 기사를 베끼는 기생언론(9월 15일)과 같이 비정치적 아이템에 대해서는 현장 르포 등 활발한 취재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조국 사태 같은 정치적 사안 보도에 대해서는 취재가 거의 없고, 출연진이 주장과 해석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한 방향으로 증폭시킨다. 그들은 언론에 대해서는 철저한 사실 확인과 냉철한 자세를 주문하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같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저널리즘 토크쇼 J’에는 주장만 난무하고 팩트는 실종됐다는 말이 부메랑처럼 돌아가지 않을까.서정보 문화부장 suhchoi@donga.com}

흑 ●에 대해 백은 46으로 막았는데 참고 1도 백 1로 막으면 우상 귀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흑은 교묘하게 딱 2집을 내고 살 수 있다. 그래서 백 46이 정수. 우상에서 약간의 이득을 본 백은 다시 좌변으로 돌아와 백 54까지 흑 한 점을 따냈다. 좌변을 흑에게 내줬지만 중앙에서 두터움을 유지하게 돼 백도 불만이 없는 결과다. 그런데 백 56이 실수. 사실 좌변에는 뒷맛이 많아 좌상, 좌변 백 한 점 가운데 하나는 무사히 살아갈 수 있다. 만약 수를 내러간다면 백 56의 시점에서 즉시 착수해야 했다. 참고 2도 같은 진행을 예상해볼 수 있다. 실전처럼 백 56, 흑 57을 교환하면 흑이 두터워져 좌변에서 수를 내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 백 58로 움직였으나 한 템포 늦은 셈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는 정말 뜻밖이었다. 큰 곳이지만 선수도 아니고, 시급한 곳도 아니다. 좌변이 협공, 재협공 등으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한가한 수라는 느낌마저 든다. 흑은 당연히 35로 좌변에 손을 댔고, 백은 ◎의 안일함을 반성하는 듯 36으로 강력히 침입했다. 흑 41 때가 기로. 참고 1도 흑 1로 먼저 두면 좌변은 확실히 취할 수 있는데 백도 6, 8로 좌상 귀를 공략한다. 실전보다 나을 것이 없는 진행. 흑 41로 그냥 젖혔기 때문에 백은 좌변을 움직이기 쉬워졌다. 참고 2도는 탈출 방법 중 하나. 하지만 백 42 역시 맥점이다. 좌변을 정리하다 말고 백은 아까부터 두고 싶었던 44를 선택했다. 그럼 흑도 우상을 살려야 하는데 흑 45는 너무 과한 수 아닐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우상의 신세계는 백 20으로 막을 내렸다. 흑 21과 백 22는 맞보기. 서로 바꿔 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백은 26으로 막아 강력하게 버틴다. 흑이 참고 1도 1로 중앙을 틀어막아도 백 2로 수습할 수 있다는 뜻이다. 흑도 7까지 주도권을 잡기 때문에 꺼릴 이유가 없는 변화인데, 실전에선 27을 선택했다. 인간의 시각에서 보면 옹졸한 지킴인데 인공지능은 이렇게 확실한 수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흑 29도 매우 좋은 곳이지만 참고 2도 흑 1을 선수한 뒤 가고 싶다. 참고 2도의 ‘가’는 실전 30보다 위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백 32, 흑 33은 장군 멍군 하는 격인데 이때 백 34가 의외였다. 이곳이 지금 둬야 할 만큼 시급한 곳일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4강에 진출한 바둑이는 다행히 강력한 우승 후보인 골락시와 릴라제로를 피하고 레인즈와 만났다. 레인즈는 일본이 우승을 목표로 야심 차게 만든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AI의 바둑 한일전인데 예선에서 바둑이가 수준 차를 보여주며 이겼기 때문에 결승 진출이 유력하다. 4강전은 3번기로 치러진다. 흑 9로 3·3을 지킨 것은 완전히 의외의 착점이다. 보통 참고 1도 흑 1로 붙여 제압한다. 물론 백 ‘가’의 젖힘수나 3·3 침입이 남아 있지만 참고 1도도 흑으로선 충분하다. 이어 백 10의 응수도 의외. 참고 2도 백 1에 두고 3으로 전개하면 우변 흑진을 무력화할 수는 있는데 흑 4로 좋은 수다. 백 16까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한 번도 본 적 없는 변화다. AI들이 또 한 번 신세계를 보여줬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3승 1패로 이미 4강 티켓을 거머쥔 바둑이는 초반에는 좌상 백돌을 잡아 순조롭게 출발했다. 그런데 문제는 우상귀 패에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곳 패싸움은 흑이 자체 팻감이 제법 많아 패를 무난히 이기거나, 지더라도 충분한 대가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백 184의 팻감에 대해 한 집이라도 더 벌겠다고 흑 185로 뛴 것이 패착이 될 뻔했다. 백 190으로 잇자 이곳에서 백의 팻감이 무수히 나오면서 결국 좌상 패를 백이 이길 수 있었다. 이렇게 백 승리가 점쳐질 무렵, 30분의 제한시간이 YXT의 발목을 잡았다. 백은 시간 안배 실패로 끝내기 무렵 1분도 채 남지 않았고, 결국 제한시간을 모두 허비해 실격패했다. 81=67, 83=72, 141=133, 151·177·183·189·195·201·207·237·243·249·256=145, 174·180·186·192·198·204·234·240·246·252=148, 188=131, 214·220·226·232=134, 217·223·229=209, 242=139, 248=127, 250=224, 253=138, 301·304·308=294, 303=289, 305=299, 306=293, 313·341·346=47, 329=6, 332=221, 338·344=300, 340=276, 345=276, 347=39, 349=54, 354=15, 355=14, 362=199.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현재 백에게 최선의 끝내기는 의미가 없다. 0.1초도 쓰지 않고 둬 시간패를 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백 42는 흑 43을 허용해 손해지만 이렇게 둬야 종국까지 수순을 줄일 수 있다. 이때 등장한 흑 47은 ‘시간’이라는 면에서 일종의 묘수다. 평상시라면 잡았던 백돌을 살려주는 멍청한 일이지만 지금 백에게 몇 초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게 뭐지?”라고 회로를 돌리는 순간 백은 시간 초과가 되기 때문이다. 타임아웃제에선 상대방의 시간 초과를 목적으로 비정상적인 수를 두면 심판이 바로 경고를 줄 수 있다. 이를 반복하면 실격패를 선언할 수 있다. 하지만 흑 47에 대해 심판은 비정상적인 수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흑 63도 엄청난 자충수. 백이 65의 곳에 둔다면 무려 47개의 돌을 따낼 수 있다. 하지만 백이 따내면 수순이 길어지기 때문에 백 64로 피했다. 결국 흑 75 때 백의 시간은 00:00을 가리켰다. YXT 측은 아직 0.1초가 남았다며 버텼지만, 이전에 인간이 개입해 인공지능(AI)이 둔 수대로 두지 않은 것까지 드러나 결국 실격패를 당했다. 이 대국의 승패와 관계없이 바둑이는 이미 본선에 진출한 상태였지만, 패배한 YXT는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예선 5라운드를 모두 치른 결과 4승 1패를 거둔 바둑이, 골락시, 릴라제로와 3승 2패의 레인즈가 4강에 진출해 자웅을 겨루게 됐다. 44=◎, 46=41.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하회탈과 피노키오.’ 전혀 연관이 없는 두 캐릭터가 한 작품 안에서 만났다. 26일부터 10월7일까지 서울 강남역 유나이티드캘러리에서 열리는 판화가 민경아 개인전에서다. 작품 ‘21세기 양반 각시’는 양반각시탈에 오늘날의 특징을 표현해줄 수 있는 이미지들(핸드폰, 선글래스, 테이크아웃 커피, 명품백, 양복, 투블럭헤어 등)을 넣고 버선 모양의 피노키오 코를 접목시켜 해학적인 모습을 담았다. 탈과 피노키오는 “거짓”이라는 키워드는 동일하지만 반대의 현상이 펼쳐진다. 탈은 자신을 숨기고 자신을 드러내는 반면, 피노키오는 자신을 숨기려하지만 자신이 들통난다. 탈은 표정하나 변하지 않는 반면, 피노키오는 감추고 싶은 것까지 다 들통나게 하는 솔직한 코를 지니고 있다. 민 작가는 모두 피노키오처럼 솔직한 코를 지니고 살아야 한다면, 자칫 솔직한 코 때문에 서로들 찔려 상처받을 수도 있으니 예쁘고 둥글게 길어지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해 나를 향해서는 뽀족하나, 남을 향해서는 둥근 버선코처럼 그려넣었다“고 말했다. 작품 ‘피노키오 랩소디’에서 민작가는 강남역을 배경으로 다양한 이미지들을 재구성했다. 작가의 메타포인 진주귀걸이 소녀, 한국의 민화호랑이, 영화로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온 ‘퀸’의 프레디 머큐리, BTS의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어떤 이미지는 간판 속에 들어가 허구 속 허구가 되기도 하고, 어떤 이미지는 현실로 살아나와 버스위에 올라타거나 춤을 추기도 한다. 현실과 가상, 사실과 허구, 진짜와 가짜, 진실과 거짓, 솔직와 위선의 혼재를 작품으로 풀어가고 있는 민 작가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판화를 전공했다. 귀국 후 홍익대에서 미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홍익대 판화과 겸임교수를 지냈다. 2018년 온페이퍼 국제판화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020년에는 뉴욕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이 대회에선 예선 5라운드를 하루에 모두 끝내기 위해 30분 타임아웃제를 도입했다. 초읽기 없이 각자 30분만 쓸 수 있도록 한 것. 하지만 YXT는 초반부터 시간을 많이 썼고 이미 전보에서 1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 빠져 시간 초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흑 11, 백 12의 끝내기는 당연한데, 바둑이는 반상 최대인 17의 곳을 두지 않고 돌연 흑 13으로 반집짜리 패를 따냈다. YXT도 엉뚱하게 백 14로 잡혀 있는 흑 2점을 단수했다. 백 22로 두 점 따낸 수 역시 어이없는 수. 이 수로는 참고도 1을 선수하고 3으로 둬야 끝내기로 제법 이득을 볼 수 있다. 흑 23도 A로 두는 것이 정수. 흑 23은 자충이어서 패가 날 위험에 처했다. 이런 이상한 끝내기는 현재 1초 내에 한 수씩 둬도 시간패를 당할 위기에 처한 YXT의 상황을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힘들다. 38=◎.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90은 선수. 백 92로 참고 1도 1에 두면 흑 2로 큰 패가 난다. 백으로선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격이다. 백 92로 좌하 백 말은 별 탈 없이 살아갈 수 있다. 바둑이는 흑 101까지 두며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만 사실 백 102를 손 빼도 참고 2도처럼 살아 있다. 인공지능(AI)은 크게 불리할 때 생떼를 부리기도 하지만 크게 유리할 때는 턱없이 안전하게 두는 습성이 있다. 흑 101과 백 102가 그런 습성을 보여주는 수순. 흑 107과 백 108을 보면 더욱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좌하 귀까지 무난하게 처리되자 백 우세는 확실해졌다. 이후로는 어려운 끝내기가 없어 백 승리가 확정되는가 싶었는데 이때부터 제한시간이라는 변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찌된 사연일까. 101·104·108=94, 103=●, 105=99, 106=93.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72는 이미 잡힌 하변 백을 모두 놓고 따내게 하려는 것이다. 끝내기로 이득을 보자는 뜻인데 흑 79가 정확한 응수. 백은 여기서 하변을 건드리지 않고 80으로 손을 돌렸다. 계속 두면 참고 1도처럼 진행되는데 굳이 지금 둘 이유가 없다. 백 80은 그냥 선수 한 집 끝내기가 아니라 중앙 백 석 점을 살려오는 수를 엿보고 있다. 백 84로는 참고 2도 1로 둬 석 점을 살릴 수 있다. 흑이 백 석 점을 끝까지 잡으려고 하면 큰일 난다. 백 11 때 응수가 없다. 하지만 백은 안전하게 84를 둔 뒤 86으로 석 점을 살리는 결정타를 날렸다. 흑은 89로 마지막 항전에 나섰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은 우상 패를 내줬으나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하변 백을 크게 잡았다는 것. 백이 우상귀 패를 바로 보강하지 않고 54로 밀어간 것을 보면 아직 완벽한 역전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흑도 끝내기를 잘하면 되는데, 흑 55가 찬물을 확 끼얹는다. 무난하게 참고 1도 흑 1, 3으로 받았으면 두터웠다. 우상귀 격전을 막 마친 뒤여서 그런지 두 인공지능이 서로 실수를 저지른다. 흑 59와 백 60 모두 방향 착오로 63의 곳을 차지했어야 했다. 따라서 63의 곳을 차지할 마지막 기회였던 흑 61이 패착의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참고 2도처럼 둬야 흑도 승산이 있었다. 흑 67의 옹색한 연결이 지금 형세를 대변하고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