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민

김소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구독 51

추천

안녕하세요. 김소민 기자입니다.

somin@donga.com

취재분야

2026-04-15~2026-05-15
문학/출판39%
문화 일반31%
인사일반11%
학술6%
역사3%
사회일반3%
만화3%
인공지능3%
기타1%
  • 교황, 입원후 첫 육성 메시지 “기도해 주셔서 감사”

    폐렴으로 3주째 입원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의 건강을 빌어준 이들에게 육성 감사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달 14일 병원에 입원한 후 대중에게 공개된 첫 음성 메시지다.영국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6일 오후(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교황의 건강 회복을 바라는 묵주 기도회가 시작되기 전, 교황의 나지막한 음성이 광장에 울려 퍼졌다. 교황은 모국어인 스페인어로 “광장에서 저의 건강을 위해 기도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저는 여기서부터 여러분과 동행합니다. 하나님의 축복과 성모 마리아의 보호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해당 음성은 이탈리아 로마의 제멜리 병원에서 녹음됐다. 88세인 교황은 기관지염이 양쪽 폐의 폐렴으로 발전해 3주 전 입원했다. 입원 기간 2차례 호흡기 위기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교황청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에서 “교황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새로운 호흡 부전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혈액 검사 결과도 안정적이며 발열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3-07
    • 좋아요
    • 코멘트
  • 숟가락 없자 눈물 짓는 아내… 日수탈 꼬집은 송몽규의 해학

    지난달 16일 서거 80주기를 맞은 윤동주 시인(1917∼1945)에겐 평생을 함께한 죽마고우가 있다. 동갑내기 사촌인 송몽규 선생(1917∼1945)이다. 두 사람은 학교도 같이 다니며 생애 대부분을 함께 지내다 일본에서 독립운동 혐의로 체포돼 같은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목숨을 잃었다. 윤 시인이 떠나고 19일 뒤였다. 윤 시인에 비해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송 선생도 애국지사였다. 같은 나이인 28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 역시 조국과 문학을 깊이 사랑한 청년이었다. 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윤동주기념관에선 송 선생의 서거 80주기 헌화식이 열린다. ● 김구 군관학교 가려 했던 행동파 송 선생은 1917년 9월 28일 중국 북간도 용정의 집에서 아버지 송창희와 어머니 윤신영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윤신영은 윤 시인의 고모다. 석 달 뒤 같은 집에서 윤 시인이 태어났다. 두 사람은 명동소학교와 은진중학교, 연희전문학교를 같이 다녔고 일본 유학도 함께 갔다. 절친했지만 두 사람의 성격은 상당히 달랐다고 한다. 윤 시인이 온순하고 침착한 성격이었던 반면, 송 선생은 행동파였다. 1935년 은진중 3학년을 마친 뒤 김구 선생이 이끄는 군관학교에 입학하고자 중국 난징으로 가기도 했다. ‘동주 시, 백 편’(태학사)을 쓴 이숭원 서울여대 명예교수는 “송몽규가 뚜렷한 독립 정신과 항일 의식으로 윤동주를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며 “재판 기록을 보면 둘 다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송몽규는 체포·구금 일수를 제외하고 2년이어서 윤동주보다 더 길다”고 전했다.‘윤동주’(아르테)를 쓴 김응교 숙명여대 순헌칼리지 교수는 “1936년 윤동주가 쓴 ‘이런 날’이라는 시에는 ‘이런 날에는 잃어버린 완고하던 형을 부르고 싶다’는 구절이 나온다. 이 형이 바로 송몽규”라며 “송몽규는 윤동주의 세계관을 넓혀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윤 시인이 이 시를 쓸 당시에 송 선생은 난징에서 독립운동의 길을 모색하다 일제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었다.● 소설로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 송 선생은 은진중 3학년 때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술가락(숟가락)’이란 제목의 글로 ‘콩트(엽편소설)’ 부문에서 당선된 문인이기도 하다. 1935년 1월 1일자에 실린 이 작품은 숟가락을 소재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부부의 에피소드를 다뤘다. 홍성표 연세대 국학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작품에서 일제 아래 억압받던 조선인의 삶에 대한 송몽규의 관심을 엿볼 수 있다”며 “그는 인간을 존중했던 휴머니스트”라고 평했다. 윤 시인이 본격적으로 시를 쓴 계기도 송 선생의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에 자극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창작 날짜가 명시된 윤 시인의 첫 시는 ‘초 한 대’ 등 세 작품이다. 이숭원 교수는 “윤동주가 ‘나라고 가만히 있으면 되겠느냐. 시를 아주 철저히 써보자’ 해서 썼다”며 “창작 날짜로 명시된 1934년 12월 24일은 송몽규 당선 통보일과 같은 날짜일 것”이라고 전했다. 송 선생은 연희전문 재학 당시 윤 시인과 잡지 ‘문우(文友)’ 발간에도 앞장섰다. 일제의 조선어 사용 금지에 따라 원고 대부분을 일본어로 썼지만, 두 사람이 쓴 것을 포함한 시 13편은 한글로 수록됐다. 1942년 4월 일본 교토제국대 사학과에 입학한 송 선생은 이듬해 7월 ‘조선인 학생 민족주의 그룹 사건’ 주동 인물로 체포됐다. 2년형을 선고받고 1945년 3월 7일 형무소에서 옥사했다. 홍 연구원은 “1930년대 후반이면 독립의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때였지만, 송몽규와 윤동주는 어떤 민족이 다른 민족으로부터 억압받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가능성이 아닌 당위의 영역에서 생각했던 것”이라며 “청년이 어때야 하는지를 온몸으로 보여준 이들”이라고 했다.“큰아버지 송몽규 작품, 北서 수색당해 태워”2007년 입국한 조카딸 송시연씨“큰아버지(송몽규)가 쓰신 글이 우리 집에 한 보따리나 되었대요.” 독립운동가 송몽규 선생(1917∼1945)의 조카 송시연 씨(56)는 4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송 씨의 아버지는 윤동주 시인 사촌인 송 선생의 14세 터울 동생 송우규(1931∼2008)다. 함경북도에 살던 송 씨는 북한을 탈출해 2007년 한국에 왔다. 그는 “한 보따리나 되는 큰아버지 글들을 할아버지가 장롱 깊숙이 숨겨 보관하셨다”며 “하지만 수시로 가택 수색을 당하자 결국 태워 없애셨다”고 했다.“물론 나쁜 말은 없지만 북한에선 코에 걸면 코걸이니까요. 할아버지께서 ‘혹시 잘못 걸리면 남은 자식들 앞날에 해가 되겠다’ 싶어서 태우셨다고 들었어요.”송 씨는 중국에서 북송을 2번이나 겪는 등 3년간 떠도는 와중에도 송 선생의 중학교 앨범과 사진(사진)을 품에 간직했다. 어릴 적 할아버지로부터 일찍 돌아가신 큰아버지 얘길 자주 들었다고 한다. 송 씨는 “큰아버지는 똑똑하고 말도 잘했다고 한다”며 “일본 유학 갈 때도 ‘승낙을 안 하시면 자결하겠다. 일본을 알아야 일본을 이길 거 아니냐’며 할아버지를 설득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는 북한에선 학창 시절 윤동주의 시를 배운 적이 없다고 한다. 중국에 가서야 윤 시인의 여동생 윤혜원 여사가 시집을 보내줘 처음 읽게 됐다. “‘별 헤는 밤’을 그때 처음 읽고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나’ 싶었지요.” 송 씨는 7일 큰아버지인 송몽규 선생의 서거 80주기를 맞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윤동주기념관에서 열리는 헌화식에 참석할 예정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3-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윤동주 시인 사촌 송몽규 선생 서거 80주기

    “송몽규 큰아버지가 18살 때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셨거든요. 책을 쓰신 게 저희집에 한 보따리나 되었대요.”4일 독립운동가 송몽규 선생(1917~1945)의 조카딸 송시연 씨(56)는 큰아버지에 관해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회상했다. 지난달 16일로 서거 80주기를 맞은 윤동주 시인(1917~1945)의 동갑내기 사촌이자 평생지기인 송몽규 역시 이달 7일 서거 80주기를 맞는다. 두 사람은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19일 간격으로 옥사했다. 7일 서울 연세대 윤동주기념관이 여는 헌화식에 참석할 예정인 송시연 씨를 최근 전화로 만났다.송 씨는 송몽규와 14살 터울인 동생 송우규 씨(1931~2008)의 딸이다. 함경북도 출신으로 북한을 탈출해 2007년 딸과 함께 한국에 도착했다. 중국에서 북송을 2번이나 겪고 3년간 떠도는 와중에도 큰아버지의 중학교 앨범과 사진을 가지고 나왔다. 이중 중국 북간도 용정의 한 들판에서 송몽규와 윤동주가 함께 앉아있는 사진은 현재 남아있는 두 사람의 가장 어릴 때 사진 중 하나다. 송 씨는 앨범과 사진을 연세대에 기증했다.그는 “크기는 요즘 아이들 교과서 정도, 두께는 2.5㎝ 정도 되는 앨범이었다”며 “‘윤동주 평전’을 쓴 소설가 송우혜 선생이 저를 만나러 중국 옌지로 오셨을 때, 큰아버지에 대한 자료가 있으면 다 가져오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회상했다. 이후 북한에 있는 인편을 통해 앨범과 사진을 중국으로 가지고 나왔다고 한다.어릴 때부터 할아버지로부터 일찍 돌아가신 큰아버지 얘길 들었다고 했다. 송 씨는 “할아버지께서 큰아버지가 똑똑하고 말도 잘하고 여러모로 ‘난 놈’이었다는 얘길 입이 닳도록 하셨다”며 “일본 유학 갈 때도 할아버지가 엄청 반대하셨는데 큰아버지가 칼을 내려놓으면서 ‘아버지가 승낙을 안 하시면 자결하겠다. 일본을 알아야 일본을 이길 거 아니냐’ 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송 씨는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던 큰아버지의 글들이 현재 남아있지 않은 걸 못내 아쉬워했다. 한 보따리나 되는 큰아버지 글들을 할아버지가 장롱 깊숙이 숨겨 보관했는데, 수시로 가택 수색을 당하자 태워 없앴다고 한다. “물론 나쁜 말은 없지만 북한에선 코에 걸면 코걸이니까. 할아버지께서 ‘혹시 잘못 걸리면 남은 자식들 앞날에 해가 되겠다’ 싶어 태우셨다고 들었어요.”북한에서도 윤동주, 송몽규가 알려져 있을까. 송 씨는 학창 시절 윤동주의 시를 배운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중국에 있을 때에야 윤동주 시인의 여동생 윤혜원 여사가 시집을 보내줘 처음 읽게 됐다고. “‘별 헤는 밤’을 그때 처음 읽고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나’ 싶었지요.”송 씨 역시 ‘국제펜클럽 망명북한펜센터’ 회원으로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시와 소설을 쓰고 있다. 그에게 두 사람의 80주기를 기억하는 것에 관해 물었다.“나라가 침탈당했을 때 얼마나 많은 청년이 목숨을 잃었는지…. 세월이 많이 지났는데 잊지 않고 기억해주시니 저희 가족으로서 감사한 일입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3-05
    • 좋아요
    • 코멘트
  • ‘3·1런’ 가수 션, 독립유공자 후손에 2억 기부

    가수 션(사진)이 3·1절 기부 마라톤으로 모은 2억여 원을 독립유공자 후손을 위해 기부했다.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3일 “션은 주거복지 비영리단체 한국해비타트와 함께 1일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공원에서 개최한 ‘3·1런’을 통해 모은 기부금을 이날 해비타트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3·1런’은 3·1절을 맞아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후손들에게 안락한 주거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마라톤 행사다. 션과 해비타트는 2021년부터 이 행사를 진행해 왔다. 올해는 배우 진선규 이재윤 임세미 등이 동참했다. 션 측은 개인 참가자 3100명의 참가비와 기업 후원금 등을 합친 2억2425만 원을 해비타트에 전했다. 션은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생활하실 수 있도록 힘을 보탤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션은 2020년부터 광복절에는 ‘8·15런’도 진행하고 있다. 두 행사를 통해 모은 후원금으로 독립유공자 후손 17가구에 새 보금자리를 제공했다. ‘연예계 기부천사’로 불리는 션은 지금까지 각계에 기부한 금액이 6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3-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또 달린 가수 션, 독립유공자 후손에 2억2400만원 기부

    가수 션이 3·1절 기부 마라톤으로 모은 2억여 원을 독립유공자 후손을 위해 기부했다.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3일 “션은 주거복지 비영리단체 한국해비타트와 함께 1일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공원에서 개최한 ‘3·1런’을 통해 모은 기부금을 이날 해비타트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3·1런’은 3·1절을 맞아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후손들에게 안락한 주거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마라톤 행사다. 션과 해비타트는 2021년부터 이 행사를 진행해 왔다. 올해는 배우 진선규 이재윤 임세미 등이 동참했다.션 측은 개인 참가자 3100명의 참가비와 기업 후원금 등을 합친 2억2400만 원을 해비타트에 전했다. 션은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생활하실 수 있도록 힘을 보탤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션은 2020년부터 광복절에는 ‘8·15런’도 진행하고 있다. 두 행사를 통해 모은 후원금으로 독립유공자 후손 17세대에 새 보금자리를 제공했다. ‘연예계 기부천사’로 불리는 션은 지금까지 각계에 기부한 금액이 6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3-03
    • 좋아요
    • 코멘트
  • “죽음은 내게 툭 털어버릴 수 없는 것… 슬픔을 곁에 두고 떠난 이들 기억해야”

    최연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주목받은 소설가 예소연(33)이 최근 펴낸 장편소설 ‘영원에 빚을 져서’(현대문학·사진)에는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로 남은 사건들이 등장한다.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다. 하지만 소설은 참사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 참사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서로 다른 3명의 친구가 등장한다. 이들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에선 누군가의 아픔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면모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소설의 중심 인물인 ‘석이’는 2014년 캄보디아에서 봉사하던 도중에 세월호 참사 소식을 듣는다. 캄보디아 친구가 과거 자기 나라에서도 300여 명이 압사한 사고가 있었다고 하자, 석이는 “그거랑 이거는 다르지. 뭐 그런 죽음이 다 있어”라고 생각 없이 말을 뱉는다. 이후 석이는 이 ‘말빚’을 두고두고 후회하다 사과하기 위해 10년 만에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오른다.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예 작가는 “말빚에 대해 책임감과 죄책감을 느끼는 상황은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그 개와 혁명’(다산책방)을 쓰고 6개월 뒤에 투병 중이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는 수상 인터뷰에서 “이 소설을 쓰면서 마음이 참 단단해졌고, 그 덕분에 상주가 되어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개인적 상실을 크게 겪고 난 뒤에서야 내가 했던 모든 행동, 특히 죽음에 대해 가벼이 여겼던 행동이 많이 힘들게 다가왔어요. 슬픔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은 타인을 위한 일이기 전에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더군요.” 그의 소설에선 등장인물들이 상처를 훌훌 털고 일어나는 해피엔딩 드라마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슬픔을 동반자처럼 곁에 두며 단단해지는 편을 택한다. 예 작가는 “떠난 사람을 기억하는 훈련을 하다 보면 나와 먼 사람의 죽음도 피부에 가까이 느낄 수 있다”며 “죽음을 툭 털어버리고 극복하는 식의 서사는 내 소설에선 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인터뷰 당일에도 경기 안성에서 고속도로 붕괴 사고가 있었다. 작가는 “우리 사회가 참사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졌으면 한다”고 했다. “사회적 참사에 대해 이야기할 때 급하게 마무리 짓는 방향으로 가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이런 중차대한 일에는 마무리라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신간 소설의 제목에 ‘영원’이 들어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누군가를 계속해서 기억 속에 간직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었다”며 “다음에는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도록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민이 좀 진득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3-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추방과 배제의 땅에 완성한 그들만의 ‘아름다운 정원’

    마치 세계인이 식물과 열병 같은 사랑에 빠진 듯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2020년, 영국에선 약 300만 명이 난생처음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미국의 한 종묘 회사는 봉쇄 시작 뒤 첫 3월 판매량이 144년 역사상 어느 때보다 많았다고 한다. 책을 쓴 영국 에세이스트 올리비아 랭 역시 그해 여름 식물과 사랑에 빠진 수많은 세계인 중 하나였다. 랭은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8월 영국 서퍽의 한 주택으로 이사했다. 평생 불안정한 주거 환경에서 살아온 그는 처음으로 뿌리내릴 거처와 정원을 갖게 됐다는 사실에 행복감을 느꼈다. 방치된 정원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가지치기와 잡초 제거에 몰입했고 잡초로 무성했던 ‘낙원’을 되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책이 정원에 대한 평화로운 에세이로 읽힐 무렵, 갑자기 흐름이 바뀐다. 정원을 돌보던 그의 마음 한구석에 죄책감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이 개인 정원에서 팬데믹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2020년 봄 영국 통계청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흑인은 백인보다 정원에 접근하지 못할 가능성이 4배 높았다. 비숙련직이나 반숙련직 종사자, 임시직 노동자, 실업자는 정원에 접근하지 못할 가능성이 전문직이나 관리직 종사자보다 3배 높았다. 랭은 이런 통계를 곱씹으며 덧붙였다. “봉쇄 조치는 세상의 피난처인 정원이 어쩔 수 없이 정치적이라는 사실을 고통스러울 정도로 분명하게 드러냈다.” 저자는 정원을 사랑하지만, 정원이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접근할 수 있는 사유지란 걸 깨닫는다. 때로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삶과 생계를 희생시킨다는 점도. 그는 “정원 이야기는 그 시초인 에덴동산 때부터 항상 어떤 유형의 식물부터 어떤 유형의 민족까지, 누가 제외되거나 쫓겨났느냐에 관한 이야기였다”며 정원 속에 숨은 계급과 정치로 인식을 발전시켜 나간다. 일례로 ‘풍경(landscape)’이란 단어는 원래 단순한 지형이 아니라 “시골 경치를 그린 회화”를 의미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점차 일상적인 자연 풍경을 볼 때도 ‘그림 속 회화’ 같은 아름다움을 원하기 시작했다. 18세기 영국에서 대(大)정원화 작업이 진행됐는데, 당시 상류 지배 계층이 ‘회화처럼 완벽한 정원’을 만들기 위해 자연을 대대적으로 개조했다. 이 과정에서 오솔길과 농장, 때로는 마을 전체를 옮기기도 했다. 랭은 사람들이 주말에 돈을 내고 관람하는 영국에서 아주 유명한 정원 중 상당수가 “그로테스크한 도덕적 공백 위에 세워졌다”는 불편한 사실을 언급한다. 저자는 정원을 가꾸며 자신이 배제와 추방이란 과거의 논리를 반복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더없이 완벽한 정원을 꿈꾼 것, 식물이 갈색으로 변하면 패배감을 느낀 것 역시 정원에 불순물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강박의 결과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개암나무 아래 나뭇가지와 죽은 나뭇잎 껍질에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조금 지저분한 경계 화단이 완벽한 화단보다 훨씬 비옥하다”는 걸 마침내 이해한다. 저자는 정원을 평화와 조용함, 아름다움의 장소로만 생각하면 놓치기 쉬운 특권과 배제, 착취의 문제를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한글판 제목 ‘정원의 기쁨과 슬픔’은 그래서 참 적절해 보인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3-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이번엔 K에세이 열풍… 억대 선인세 받고 세계 독자 속으로

    ‘K팝과 K무비, K소설에 이어 K에세이까지.’2023년 국내 출간된 김금희 소설가의 에세이 ‘식물적 낙관’(문학동네)이 미국 주요 출판사와 억대 판권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김하나, 황선우 작가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이야기장수)가 한국 에세이로는 이례적인 액수의 선인세 계약을 영미권 대형 출판사와 체결한 데 이어 ‘K에세이’의 해외 진출 낭보가 잇따르고 있다.23일 출판계 관계자는 “미 3대 출판사로 꼽히는 사이먼앤드슈스터 산하 서밋북스가 조만간 ‘식물적 낙관’을 출간할 예정”이라며 “선인세는 1억 원 이상”이라고 동아일보에 밝혔다.‘식물적 낙관’은 김 작가가 정원을 돌보며 사색한 내용을 담은 수필집이다. 영문판 제목은 ‘The Diary of a Korean Plant Parent(한국인 식물 집사의 일기)’로 정해졌다. 해당 에세이집은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과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폴란드 출판사와도 각각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김 작가는 “자연을 대하는 한국인들의 마음이 (해외에도) 전달될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문단에서는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등에 힘입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국 문학의 기세가 에세이로도 확산되는 모양새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해외에서 인기를 모은 한국 에세이는 K팝 스타의 추천 덕이 컸다. 방탄소년단(BTS)의 RM이 읽었다고 소셜미디어에 밝힌 뒤 영국 출간 반 년 만에 10만 부가 팔렸던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흔)가 대표적인 사례다.하지만 최근엔 해외에서 관심을 갖는 K에세이의 소재가 음식부터 사회문제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영국 펭귄랜덤하우스 산하 트랜스월드와 억대 선인세 계약을 맺고 올해 현지 출간 예정인 윤이나 작가의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세미콜론)는 라면을, 러시아 최대 규모 출판그룹과의 수출 계약을 앞둔 성석제 소설가의 에세이 ‘소풍’(창비)은 한국 음식을 소재로 했다. 미혼 여성 두 명이 공동체를 이뤄 사는 내용을 담은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지난해 미 뉴욕타임스(NYT)가 1개 면을 할애해 조명했다. 이근혜 문학과지성사 편집주간은 “최근 만난 한 영국 출판 에이전트는 ‘동아시아 역사와 젠더, 또는 응원봉처럼 사회문제에 대해 한국 2030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낸 에세이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고 전했다.K에세이에 대한 관심은 한류 유행의 연장선으로 볼 수도 있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계약한 영국 펭귄랜덤하우스 산하 더블데이의 수재나 웨이드슨 대표는 동아일보 서면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미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물론이고 K푸드나 K뷰티 등을 통해 한국의 삶과 문화 전반에 관심을 키워 왔다”며 “한국 콘텐츠에서 접하는 이야기들은 매우 다양하며, 모두에게 어필할 만한 요소들이 있다고 느낀다”고 했다. 그는 또 “한국 콘텐츠는 무엇보다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고도 덧붙였다.미국 하퍼콜린스 산하 에코의 데버라 김 편집자 역시 “한국의 오랜 역사, 특히 식민 지배와 억압을 딛고 문화를 보존하고 재건한 과정을 보면 매우 아름답고도 고통스러운 시간임을 잘 알고 있다”며 “이러한 역사를 통해 형성된 한국 사회의 창의성과 예술성, 회복력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에코는 김혜순 시인의 시·산문집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를 2026년 봄 미국에서 출간할 예정이다.“한국 사회가 겪은 억압의 경험은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문제들과 맞닿아 있습니다. 한국 사상가들의 깊이 있는 통찰과 지혜를 세계와 공유할 기회를 얻게 돼 매우 기쁩니다.”(데버라 김)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2-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파리의 고서점에서 작가와 나눈 이야기

    악동뮤지션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김광석의 ‘나의 노래’. 소설가 한강이 ‘작별하지 않는다’를 집필할 때 들었던 플레이리스트라고 밝히면서 다시금 주목받은 노래들이다. 좋아하는 작가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고민을 하며 작품을 썼을지는 독자들에게 언제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유명 작가들의 집필 뒷이야기를 궁금해했던 독자들이라면 반가워할 만한 신간이 나왔다. 이 책은 세계 문학가와 예술가들이 즐겨 찾는 프랑스 파리의 고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서 문학 디렉터로 일하는 저자가 2012∼2022년 진행한 작가들과의 대담집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 퓰리처상 수상 작가 콜슨 화이트헤드, 세계적인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 등 20명이 인터뷰에 응했다. 1919년 개업해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서점에서 작가들은 집필 과정에 대해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제 역시 문학과 자아, 시간과 삶, 여성과 예술, 계급과 정체성, 고독과 트라우마, 농담과 슬픔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19세기 미국 노예 탈출 비밀 조직을 다룬 장편소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로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동시에 수상한 콜슨 화이트헤드는 소설에 담은 겹겹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큰 상을 받은 뒤 따라온 책임감과 부담감에 대해서도 꾸밈없이 들려준다. 그가 책을 쓸 때 어떤 음악을 즐겨 들었는지도 알 수 있다. 화이트헤드는 “인물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매우 냉정하고 무미건조하게 표현한 이유”에 대해 질문받자 “날마다 일어나는 일은 극적으로 표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스무 번을 맞았는데, 그 스무 번째를 어떻게 더 극적으로 만들 수 있겠습니까. 그 자체로 전달되는 것을 굳이 꾸밀 필요가 없어서였죠.”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라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서점은 작가들에게 무상으로 머물 곳을 제공하고, 각종 낭독회와 행사로 작가와 독자를 연결하며 실질적인 유대를 제공하는 장소로 자리 잡았다. 100년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작가들은 들락거렸고 토론했으며, 밤에는 책장 사이에서 잠을 잤다. 창립자의 딸이자 현재 서점 대표인 실비아 휘트먼이 쓴 소개 글도 인상적이다. 그에 따르면 창립자 조지 휘트먼은 서점을 ‘평생 교육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야간 학교’라고 여겼다. 프랑스 정부의 강력한 비트족(기성 질서에 저항했던 문화) 척결 정책으로 1966∼1968년 서점이 잠시 문을 닫았을 때도 낭독, 강좌, 토론은 ‘파리 자유 대학’이란 이름으로 지속됐다. 서점 이름의 ‘컴퍼니’ 역시 회사가 아니라 동료나 친구라는 뜻에 가깝다. 책 읽는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참여해 보고 싶지 않을까. 이 서점에선 대담을 마치는 방식도 낭만적이다. “노트르담 종소리가 이제 시간이 다 됐다고 알려 주네요. 곧 인터뷰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2-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북핵이 부를 ‘50억 사망’ 시나리오… “김정은이 이 책 읽게 되길”

    “한국에서 제 책이 출간된다고 들었을 때 가장 기대된 건 ‘북한 최고지도자(김정은 국무위원장)가 읽을 수도 있겠다’는 점이었습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핵전쟁이 얼마나 끔찍하고 파멸적인지 알 수 있으니까요.”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안보전문기자 출신으로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도 오른 적 있는 애니 제이콥슨이 자신의 저서 ‘24분’(문학동네·사진)의 한국 출간을 계기로 18일 동아일보와의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 응했다.지난해 현지에서 화제를 모은 ‘24분’은 북한이 미국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가상 시나리오로 다룬 책이다. 제목 ‘24분’은 북한의 공격에 미국이 ICBM으로 반격하는 시점을 뜻한다.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과 리언 패네타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수십 명을 인터뷰했다. 결론은 간명하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하면 72분 뒤 세계에서 약 50억 명이 목숨을 잃는다.이 가상 시나리오는 북한의 도발로 전쟁이 벌어진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왜 하필 북한일까. 제이콥슨은 “모든 국가는 ICBM 시험 발사 때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게 인근 국가들에 발사 사실을 사전 통보하는 것”이라고 했다.“북한을 머리 위에 얹은 채 살고 있는 한국 독자들이라면, 북한이 한국이나 일본 등 이웃 국가들에 통보 없이 미사일을 발사한 사례가 얼마나 많은지 제가 구태여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요.” 게다가 제이콥슨에 따르면 미국 핵 방어 시스템은 “사실상 환상”에 가깝다. “미 대통령들은 ‘아이언 돔’(방공 시스템)을 자주 언급하지만, 이건 국민에게 사실을 숨기는 거예요. 아이언 돔은 단거리 전술 무기를 방어하는 시스템일 뿐입니다. 미 당국자들을 취재한 뒤 얻은 결론은, 역대 미 대통령들은 이렇게 생각한다는 겁니다. ‘핵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텐데, 왜 내가 알아야 해?’ 현실을 제대로 모르는 거죠.” 책 ‘24분’은 이런 지도자들의 무감각에 반기를 들듯, 핵전쟁 시나리오를 분초 단위로 나눠 제시한다. 북한의 도발과 미국의 반격, 러시아의 참전과 한국의 피해까지. 초 단위로 이어지는 긴박한 순간이 스릴러가 따로 없다. 제이콥슨은 “이 책을 읽으면 (핵전쟁이란) 실존적 위협에 대한 진실을 직시할 준비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 그가 생각하는 핵전쟁을 막을 방법은 뭘까. 제이콥슨은 “인정하고 싶지 않더라도 결국 유일한 해결책은 소통”이라고 했다. 적과 대화해야 군축도 추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1986년 세계엔 7만 개의 핵무기가 존재했어요. 현재 약 1만2500개로 줄었습니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냉전 시기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의 대화 덕이 큽니다. 핵무기가 줄어들수록 세계는 안전해진다는 공감대가 있어야 해요.” 최근 ‘24분’은 영화 ‘듄’ 시리즈로 유명한 영화감독 드뇌 빌뇌브가 영화화 판권을 사들였다. 제이콥슨은 어떤 영화를 기대하고 있을까.“제가 인터뷰한 모든 전문가는 핵전쟁이 터지면 수십억 명이 숨질 것이라고 진지하게 경고했어요. 이건 좀비나 유령이 나오는 공상과학(Science Fiction)이 아닙니다. 과학적 사실(Science Fact)인 거죠. 이 시나리오가 무서운 건 바로 그것 때문이에요.”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2-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예소연 ‘그 개와 혁명’ 이상문학상 대상

    예소연 소설가(33·사진)의 단편소설 ‘그 개와 혁명’이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에 17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1980년대 학생운동 세대인 아버지와 2020년대 페미니스트 청년 세대 딸이 의기투합하는 과정을 그렸다. 심사위원인 은희경 소설가는 “‘포용적이면서도 혁명적’이라는 형용 모순의 성립을 보여준 작품”이라 평가했다. 우수작에는 김기태의 ‘일렉트릭 픽션’, 문지혁의 ‘허리케인 나이트’, 서장원의 ‘리틀 프라이드’, 정기현의 ‘슬픈 마음 있는 사람’, 최민우의 ‘구아나’ 등 5편이 뽑혔다. 이상문학상은 지난해까지 문학사상사가 주관했으나 올해 처음 다산북스가 주관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2-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패러디-밈 갖고놀던 ‘스트릿 문학 파이터’… “그런 것 없이도 ‘사랑하는 詩’ 쓸 수 있죠”

    “정말 사랑하지 않는다면 쓸 수 없는 게 시 아닐까요? 요즘 세상에 누가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해요(웃음)!” 여기, 바보 같은 시 사랑에 ‘올인’하기로 한 젊은 시인이 있다. 다니던 대학원도 관두고 전업 작가로 나섰으니 올인은 결코 비유가 아니다. 2023년 10월 데뷔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문학동네)가 16쇄를 찍으며 일약 시단의 유망주로 떠오른 고선경 시인(28). 1년여 만인 지난달 기세 좋게 새 시집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열림원)을 낸 그를 1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고 시인에겐 ‘스트릿 문학 파이터’란 별명이 있다. 첫 시집에 수록된 동명의 시에서 유래했다. 댄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패러디가 분명한 이 시는 댄서 대신 시 습작생을 무대 위에 세웠다. “세계 최초 시 서바이벌 오디션이 시작됐습니다/지금 바로 투표해주세요”라고 포문을 열더니, 선배 시인 기형도의 ‘엄마 걱정’, 박준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를 패러디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댓글 형식을 차용하기도 했다. 데뷔작부터 기발한 발상을 보여준 그의 후속작은 의외로 패러디나 밈이 대폭 줄었다. 심경에 변화라도 있었을까. “데뷔작으로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한편으로 ‘얘는 밈이나 패러디 없인 시를 못 쓰냐’는 반응도 있었어요. 그런 것 없이도 시를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신작도 특유의 너스레는 여전하다. “미래는 헐렁한 양말처럼 자주 벗겨지지만/맨발이면 어떻습니까?”(시 ‘럭키슈퍼’에서) “떨군 고개를 원래 스트레칭하려 했던 척 한 바퀴/돌리는 것까지가 제 시집의 장기입니다.”(시 ‘도전! 판매왕’에서) 두 번째 시집은 20대 시인이 생각하는 시집의 쓸모, 문학의 쓸모에 대한 고민도 두드러진다. 깔깔 웃는 얼굴 이면의 깊은 속내를 마주한 느낌이다. ‘도전! 판매왕’엔 시인들이 홈쇼핑에 나와 시집을 100초 동안 어필하는 장면이 나온다. 초조하게 차례를 기다리던 ‘나’는 자기 순서가 되자 말을 얼버무린다. “백 초는 너무 길고 시집은 너무 짧다. 그게 이 시집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이유다.” 고 시인은 ‘내 시를 독자들이 왜 읽어야 할까’란 질문을 내내 마음에 담아뒀던 듯하다. 수록 시 ‘신년 운세’에선 시집을 부적에 빗댔다. “나도 부적 하나 써 줄게/만사형통이나 만사대길 말고//남을 돕는 팔자를 가진 이의 이름 하나 적어 줄게/그러니까 이 시 꼭 사서 간직해/알았지?” 이번 시집은 소소한 행운을 가져다줄 부적처럼 간직할 만하다는 깜찍한 제안. 그럼 어떤 이에게 어울리는 부적일까. “어떤 종류든 상실을 경험해본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기로 한 사람에게 ‘나는 너의 팬이야’라고 말해주는 부적입니다.” 그는 6월 첫 산문집을, 12월에도 또 다른 산문집을 낸다. 내후년까지 출간 일정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2022년 등단한 시인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셈이다. ‘성공 요인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정색하며 “알지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우연히 주파수가 맞듯이 제 시가 사람들과 공명할 수 있었지만, 그건 절대로 영원하지 않을 거예요.” 그 대신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게 시인의 포부다. “무엇보다 ‘이게 성공하는 방법인 것 같아’라고 해서 그것만 밟아 나가는 건 별로 안 멋있지 않나요? 그건 별로 재밌지 않잖아요!”“미래는 헐렁한 양말처럼 자주 벗겨지지만/ 맨발이면 어떻습니까?” -고선경 詩 ‘럭키슈퍼’에서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2-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패러디-밈 갖고 놀던 ‘스트릿 문학 파이터’ “그런 것 없이도 ‘사랑하는 시’ 쓸 수 있죠”

    “정말 사랑하지 않는다면 쓸 수 없는 게 시 아닐까요? 요즘 세상에 누가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해요(웃음)!”여기, 바보 같은 시 사랑에 ‘올인’하기로 한 젊은 시인이 있다. 다니던 대학원도 관두고 전업 작가로 나섰으니 올인은 결코 비유가 아니다. 2023년 10월 데뷔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문학동네)가 16쇄를 찍으며 일약 시단의 유망주로 떠오른 고선경 시인(28). 1년여 만인 지난달 기세 좋게 새 시집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열림원)을 낸 그를 1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고 시인에겐 ‘스트릿 문학 파이터’란 별명이 있다. 첫 시집에 수록된 동명의 시에서 유래했다. 댄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패러디가 분명한 이 시는 댄서 대신 시 습작생을 무대 위에 세웠다. “세계 최초 시 서바이벌 오디션이 시작됐습니다/ 지금 바로 투표해주세요”라고 포문을 열더니, 선배 시인 기형도의 ‘엄마 걱정’, 박준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를 패러디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댓글 형식을 차용하기도 했다.데뷔작부터 기발한 발상을 보여준 그의 후속작은 열림원 출판사가 의외로 패러디나 밈이 대폭 줄었다. 심경에 변화라도 있었을까.“데뷔작으로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한편으로 ‘얘는 밈이나 패러디 없인 시를 못 쓰냐’는 반응도 있었어요. 그런 것 없이도 시를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하지만 신작도 특유의 너스레는 여전하다. “미래는 헐렁한 양말처럼 자주 벗겨지지만/ 맨발이면 어떻습니까?”(시 ‘럭키슈퍼’에서) “떨군 고개를 원래 스트레칭하려 했던 척 한 바퀴/ 돌리는 것까지가 제 시집의 장기입니다.”(시 ‘도전! 판매왕’에서)두 번째 시집은 20대 시인이 생각하는 시집의 쓸모, 문학의 쓸모에 대한 고민도 두드러진다. 깔깔 웃는 얼굴 이면의 깊은 속내를 마주한 느낌이다. ‘도전! 판매왕’엔 시인들이 홈쇼핑에 나와 시집을 100초 동안 어필하는 장면이 나온다. 초조하게 차례를 기다리던 ‘나’는 자기 순서가 되자 말을 얼버무린다. “백 초는 너무 길고 시집은 너무 짧다. 그게 이 시집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이유다.”고 시인은 ‘내 시를 독자들이 왜 읽어야 할까’란 질문을 내내 마음에 담아뒀던 듯하다. 수록 시 ‘신년 운세’에선 시집을 부적에 빗댔다. “나도 부적 하나 써 줄게/ 만사형통이나 만사대길 말고// 남을 돕는 팔자를 가진 이의 이름 하나 적어 줄게/ 그러니까 이 시 꼭 사서 간직해/ 알았지?” 이번 시집은 소소한 행운을 가져다줄 부적처럼 간직할 만하다는 깜찍한 제안. 그럼 어떤 이에게 어울리는 부적일까.“어떤 종류든 상실을 경험해본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기로 한 사람에게 ‘나는 너의 팬이야’라고 말해주는 부적입니다.”그는 6월 첫 산문집을, 12월에도 또 다른 산문집을 낸다. 내후년까지 출간 일정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2022년 등단한 시인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셈이다. ‘성공 요인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정색하며 “알지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우연히 주파수가 맞듯이 제 시가 사람들과 공명할 수 있었지만, 그건 절대로 영원하지 않을 거예요.”그 대신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게 시인의 포부다. “무엇보다 ‘이게 성공하는 방법인 것 같아’라고 해서 그것만 밟아 나가는 건 별로 안 멋있지 않나요? 그건 별로 재밌지 않잖아요!”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2-17
    • 좋아요
    • 코멘트
  • 드라마 ‘마녀’, 채널A 역대 첫방 최고 시청률

    15일 처음 방영된 채널A 토일드라마 ‘마녀’(사진)가 채널A 역대 드라마 1회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16일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10분 방송된 채널A 드라마 ‘마녀’의 1회 전국 시청률은 2.4%로 집계됐다. 수도권 시청률은 2.6%로 이보다 높았으며, 분당 최고 시청률은 3.3%까지 기록했다. 이로써 드라마 ‘마녀’는 역대 채널A 드라마 가운데 가장 높은 1회 시청률 기록을 세웠던 2021년 월화드라마 ‘쇼윈도: 여왕의 집’(2.1%)을 넘어섰다. 강풀 작가의 만화가 원작인 드라마 ‘마녀’는 자신을 좋아하는 남성들이 잇달아 다치거나 목숨을 잃자 세상과 단절한 ‘미정’(노정의)과 그를 구하려는 ‘동진’(박진영)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마녀’ 1회는 성인이 된 동진이 ‘데이터 마이너(정보 분석가)’라는 생소한 직업을 갖고 활약하는 모습과 고교 졸업 뒤 소식을 알 수 없었던 미정과 재회하는 내용이 담겼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2-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아프리카인도 아닌, 프랑스인도 아닌

    1960년경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벌어진 한 집회. 참석자들이 코트디부아르 지식인이자 유력 정치인의 이름을 연호했다. 여성들은 ‘아프리카 민주연합 만세’라는 글귀가 적힌 전통 옷을 입고 있었다. 끝없는 연설과 낭송, 구호…. 아프리카가 새로 태어나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식민지 개척자들의 통제를 떨쳐버리고 오롯이 자기 힘으로 일어서기 위해.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고통스럽게 바라보는 한 여성이 있었다. 본인도 흑인이지만 온전히 동조할 수가 없었다. 군중이 사용하는 지역어부터 그에겐 외국어였다. “내게는 연극, 난해한 바로크 오페라인 셈이었는데, 그 대본이 내게는 없었다. (중략) 나만 거기에서 배제된 듯한 고통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2018년 대안 노벨문학상이라 불리는 ‘뉴아카데미 문학상’을 수상한 마리즈 콩데의 자전 에세이다. 평생 이중의 이방인으로 살아온 한 개인의 고뇌와 사유가 꾸밈없이 담겼다. 콩데는 1934년 프랑스령 과들루프섬에서 태어났다.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내며 성장 과정에서 프랑스 본토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16세에 파리로 유학을 떠나 백인 중심 사회에서 흑인의 정체성을 처음 자각했다. 하지만 그는 아프리카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프랑스에선 짙은 피부색 때문에 차별받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문화적으로 프랑스인과 가깝다는 이유로 질투받고 배척당했다. 아버지가 숨진 뒤 고향 과들루프와의 연결마저 끊기자 콩데는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무국적자, 태어난 곳도 소속된 곳도 없는 주거 부정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나는 완전히 기분 나쁘지만은 않은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다. 이제부터는 온갖 평가에서부터 놓여 났다는 해방감을.” 그는 자신의 상처, 과오, 불안, 환희를 가감 없이 기록했다. 자기변명을 하거나 스스로를 훌륭한 인물로 그리지 않았다. 제목처럼 ‘민낯’에 가깝다. 교육자, 지식인, 어머니, 여성, 이방인으로서 인생 여정을 그대로 펼쳐놓는다. 코트디부아르를 시작으로 기니, 세네갈, 가나 등을 오가며 아프리카의 다양한 지식인, 정치인과 교유했던 일화도 생생히 담겼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2-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日 릿쿄-도시샤大 “우린 윤동주 동맹” 총장 강연 등 추모행사

    16일 윤동주 시인 서거 80주기를 맞아 일본에서 그가 몸담았던 대학들이 다양한 추모 행사를 개최한다. 윤 시인은 조선에서 연희전문학교(1938년 4월∼1941년 12월)를, 일본에서 도쿄 릿쿄대(1942년 4∼10월)와 교토 도시샤대(1942년 10월∼1943년 7월)를 다녔다.특히 올해는 80주기를 맞아 도시샤대와 릿쿄대 총장이 직접 기념 강연을 한다. 두 학교는 지난해 5월 상호협력·제휴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고하라 가쓰히로 도시샤대 총장은 기념 메시지에서 “릿쿄대 총장과 자연스럽게 두 대학을 연결하는 인물인 윤동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며 “이를 두고 일본에선 ‘윤동주 동맹’이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니시하라 렌타 릿쿄대 총장도 “릿쿄대 재학 중 지은 ‘쉽게 씌어진 시’ 등은 윤동주가 당시 지니고 있던 복잡한 생각과 그 배경인 전시 상황을 훌륭하게 표현한 시로서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릿쿄대의 모든 학생이 이 고귀한 선배의 영혼의 언어에 접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도시샤대는 16일 윤 시인에 대한 명예 문학박사 학위 수여식을 연다. 윤인석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유족을 대표해 학위를 받을 예정이다. 릿쿄대는 23일 윤동주 시 낭독식을 연다. 릿쿄대 졸업생들은 사비를 모아 2009년 한일 양국어 시낭독 CD(25편 수록)를 낸 데 이어 제2집 CD를 발매한다. 일본어는 윤동주의 삶을 다룬 연극에서 주인공 역을 해 온 배우 니노미야 사토시 씨가, 한국어는 릿쿄대 교목을 지냈으며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회’ 공동대표인 유시경 신부가 낭독을 맡았다. 제1집 판매 수익금은 당시 릿쿄대 윤동주장학금의 마중물이 됐다.연희전문학교의 후신인 연세대도 14일 오전 11시 루스채플 예배당에서 윤동주 시인과 송몽규 선생의 80주기 추모식을 개최한다.윤인석 교수는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동주 시인은 그 후에 살아남은 이들이 헌신하고, 봉사하고, 그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켜냈다”며 정병욱(1922∼1982), 송몽규(1917∼1945) 등 윤동주의 지기(知己)들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다. 백영(白影) 정병욱은 윤동주의 연희전문학교 후배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원고를 보존했다가 광복 후 시집으로 출간했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광복 후 국문학 연구의 이론적 초석을 놓았다. 호 백영은 윤 시인을 잊지 않기 위해 그의 시 ‘흰 그림자’에서 따왔다. 송몽규는 윤동주의 고종사촌으로 학교를 함께 다녔고, 윤동주와 함께 검거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세상을 떠났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2-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윤동주, MZ보다 더 국제적인 삶… 日에도 영감 준 원조 한류맨”

    “윤동주 시인(1917∼1945)은 지금 저희 젊은 세대보다 더 국제적인 삶을 사셨더라고요. 한중일 3국을 매개하는 인물이란 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일본 후쿠오카의 한일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서주훈 씨(33·연세대 사학과)에게 윤 시인은 ‘원조 한류맨’으로 다가온다. 서 씨는 16일 윤동주 서거 80주기를 앞두고 “28세에 요절한 조선 시인을 한국은 물론 일본의 도쿄와 교토, 후쿠오카 등 각지에서 지금까지도 기릴 만큼 일본인에게도 큰 영감을 줬다는 게 놀랍다”고 했다.우리의 가슴속 ‘영원한 청년’ 시인 윤동주. 그와 비슷한 연배인 청년 세대에게 윤동주의 시는 어떻게 느껴질까. 윤동주기념사업회가 올해 처음 개최한 ‘제1회 윤동주 평화포럼’에 참가한 2030세대 대학생 3명에게 윤동주 시를 읽는 이유를 들어봤다. 해당 포럼은 서 씨 등 사전 선발된 연세대 학생 14명이 참가해, 시인의 행적을 답사하며 윤동주의 삶과 문학을 배웠다. 지난달엔 윤 시인의 일본 모교인 릿쿄대와 도시샤대도 다녀왔다.서 씨는 “일본 유학 시절 쓴 ‘쉽게 씌어진 시’(1942년)를 읽으면 ‘육첩방은 남의 나라’ 같은 시구절에서 금세라도 ‘다다미 6장’을 깐 그의 조그만 하숙방으로 초대된 느낌을 받는다”며 “그가 느꼈을 문화적 이질감과 현실에 대한 고뇌가 절절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1917년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난 윤 시인은 서울에서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를 졸업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와 교토에서 수학했다. 경찰에 붙잡힌 뒤 안타깝게도 광복 직전인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했다.포럼 참가자들은 윤 시인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시스템반도체공학을 전공하는 송준서 씨(23)는 “알면 알수록 윤동주는 완벽하고 신화적인 영웅으로 보이기보다는, 그냥 진짜 주변에 있을 법한 친구로 느껴졌다”며 “엄혹한 일제강점기에 자신의 문학을 계속 이어 나가면서 많이 슬퍼하면서도, 그래도 버텨 나갔던 친구로 여겨지면서 오히려 더 배울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연세대 윤동주기념관에서 도슨트 봉사 활동도 하고 있다.“윤동주가 살면서 찾고자 했던 ‘의미’가 도대체 뭐기에 죽기 전까지 지키면서 살았는지를 저도 한번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인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제가 찾고 있는 의미에도 좀 가까워지지 않을까요.”포럼 참가 학생 중 유일한 1학년생인 신지민 씨(20)는 평소에도 “손바닥 크기의 윤동주 시집을 항상 가방에 넣고 다니며 읽는다”고 했다. 특히 ‘편지’와 ‘돌아와 보는 밤’을 좋아한다고 한다.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도 사색하는 느낌을 담고 있어서다. “문학 작품을 읽을 때 감수성이 풍부해진다고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그 감수성은 문학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인간관계와 사회에 대한 생각을 하는데도 확장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윤동주의 시가 주는 울림은 더욱 크게 느껴져요.”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2-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죽은 자가 산 자 구하는 것, 윤동주 시에서도 느껴져”

    “서거 90주기, 100주기에도 윤동주 시인은 ‘평화의 초석’으로 기억될 것이라 믿습니다.”16일 고 윤동주 시인(1917∼1945·사진)의 서거 80주기를 맞아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일본 도시샤(同志社)대의 고하라 가쓰히로(小原克博) 총장은 11일 동아일보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윤 시인은 도시샤대 영문과에 재학 중이던 1943년 7월 ‘조선인 학생 민족주의 그룹’에 가담한 혐의로 일제 경찰에 체포됐다가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했다. 고하라 총장은 “한 학생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아픔을 역사의 교훈으로 마음에 새기며 새로운 시대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도시샤대가 세상을 떠난 뒤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윤 시인에게 학위를 수여하려는 까닭은 뭘까. 이 대학이 고인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주는 건 처음이다. 고하라 총장은 “윤동주 서거 80주기인 2025년은 한국의 광복 80주년이자, 일본이 전후 80년을 맞는 해”라며 “이런 역사적 전환점에서 과거에 전쟁과 식민 지배의 시대가 있었다는 것, 윤동주는 혹독한 상황에도 시를 쓰며 살아갔다는 사실을 되새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취지를 밝혔다. 고하라 총장은 “한강 작가의 ‘과거와 죽은 자를 마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윤 시인의 시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 ‘빛과 실’을 언급하며 “한강이 던진 핵심 질문인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를 윤동주의 시에서도 느낀다”며 “시대를 초월해 질문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이 두 가지 질문에 ‘Yes(예)’라고 대답할 수 있는 길을 걷고자 합니다. 과거와 죽은 자들을 진지하게 마주하지 않는다면 책임 있는 미래를 전망할 수 없으니까요.” 윤 시인의 대학 후배이기도 한 고하라 총장은 도시샤대 학부·대학원을 졸업하고 1996년부터 동 대학 신학부에서 교편을 잡았다. 수업에서도 윤동주의 시를 자주 소개해왔다고 한다. 애송하는 시도 ‘서시’와 ‘새로운 길’ ‘십자가’ ‘별 헤는 밤’ ‘쉽게 씌어진 시’ 등 무척 많았다. 학생 때 2년 동안 한국어를 공부했으며, 한국 스터디투어 참가 때마다 연세대를 방문해 윤동주 시비와 기념관을 찾았다고 한다. 윤동주의 시는 어떤 순간에 가장 가슴에 와닿을까. 고하라 총장은 “크고 작은 일에 쫓겨 마음의 여유를 잃을 때”라고 했다. “윤동주의 시를 읽으면 ‘하늘과 바람, 별’처럼 변함없이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광대함과 섬세함, 세계의 신비로움, 그리고 인간 사회의 근본적인 부조리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더 큰 맥락 속에서 나 자신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6일 수여식에서 명예박사 학위는 윤 시인의 조카이자 유족 대표인 윤인석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받는다. 고하라 총장은 이 자리에서 ‘윤동주를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기념 강연도 할 예정이다. 그는 “80주기와 학위 수여를 계기로 윤동주의 시와 그가 살았던 시대를 더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알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이러한 노력을 지속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역사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진 세대가 더욱 성장할 수 있어요. 그들이 사람과 사람, 나라와 나라 사이에 평화를 가져다주길 기대합니다. 윤동주는 그러한 평화의 문화를 가져온 마중물이라고 믿습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2-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에세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英-美 억대 판권계약

    김하나, 황선우 작가의 에세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이야기장수·사진)가 영미권 대형 출판사와 억대 판권 수출 계약을 맺었다. 11일 문학동네 계열사 이야기장수는 “영국 펭귄랜덤하우스의 임프린트(독자 브랜드) ‘더블데이’, 미국 하퍼콜린스의 임프린트 ‘에코’와 각각 억대 선인세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한국 에세이가 영어권 주요 출판사와 이 같은 계약을 맺는 건 드문 일이다. 수재나 웨이드슨 더블데이 대표는 이 책을 두고 “성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 및 규범을 넘어 여성들 사이의 우정과 연대, 돈독한 가치관 공유를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이루는 일을 그렸다”고 했다. 2019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지난해 7월 미국 뉴욕타임스가 신문 1개 면을 할애해 소개한 것을 계기로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김 작가는 “여자 둘, 고양이 넷이 함께 살기로 결정하고 집을 구입한 뒤부터 온갖 재미있는 일들이 펼쳐졌는데, 이 이야기가 이제 새로운 대륙의 독자들을 만나게 된 것도 그중 하나”라고 소감을 밝혔다. 황 작가는 “삶의 형태를 스스로 결정하고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 많은 여성들에게 이 이야기가 가 닿기를 바란다”고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2-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 띠지’의 재발견… 벗기면 시 보이고, 펼치면 포스터 돼

    지난해 톨스토이문학상을 받은 김주혜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다산책방)은 책 띠지도 눈길이 간다. 띠지 하면 떠오르는, 허리띠처럼 두른 직사각형이 아니다. 휘고 굽은 산맥의 결을 살려 만들었다. 그 뒤로 보이던 표지의 갈색 산맥은 띠지를 벗겨 보면 호랑이 등이다. 소설 첫머리에 나오는 ‘눈 덮인 깊은 산속 호랑이’와 이어진다. 띠지가 팝업북에서 주로 쓰는 일종의 가림막 역할도 한 셈이다. 출판계에서 ‘띠지’ 찬반은 해묵은 논쟁거리다. 출판사로선 표지엔 담기 어려운 홍보 문구를 넣을 수 있어 대다수 책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책 제작 비용만 상승시키는 거추장스러운 도구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에 최근엔 ‘작은 땅의 야수들’처럼 띠지를 재해석해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 번 보고 버리는 게 아니라 책의 필수 부속품처럼 만드는 것이다. 띠지를 활용해 한 권의 책을 두 가지 버전처럼 만들기도 한다. 지난해 말 나태주 시인 등단 55주년을 기념해 나온 필사책 ‘오늘도 이것으로 좋았습니다’(열림원)는 띠지로 책의 4분의 3 이상을 덮어 멋진 그림표지처럼 만들었다. 그런데 띠지를 벗기면 나 시인의 시 ‘행복’이 숨어 있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요즘엔 띠지가 책 디자인을 해치지 않게 하는 건 물론이고 띠지가 있어야 더 예쁜 디자인을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출간된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띠지의 재발견으로 출판계에서 호평받는 작품은 여럿 있다. 그림책 ‘할아버지가 사랑한 무지개’(쥬쥬베북스)는 표지 한복판에 휘날리는 무지개 깃발이 놓여 있다. 언뜻 표지처럼 보이지만 띠지다. 작품 속 주인공이 할아버지 다락방에서 발견한 무지개 깃발을 띠지로 만들었다.‘주기율표를 읽는 시간’(동아시아)은 책을 감싸고 있는 두툼한 띠지를 펼치면 한눈에 볼 수 있는 주기율표로 변신한다. 멘델레예프 주기율표를 포스터처럼 크게 활용할 수 있다. 사계절 출판사의 ‘욜로욜로 시리즈’ 역시 띠지를 펼치면 포스터가 된다. 독특하게 접어 올린 띠지 겉면엔 다양한 개성의 타이포를 새기고, 안쪽엔 각 책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인쇄했다. ‘안상수체’로 유명한 안상수 디자인학교 학생들과 협업해서 제작했다고 한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국내에서 띠지는 2000년 초중반 북디자인 경쟁이 시작될 때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2015년 무렵 도서정가제가 도입될 때 띠지를 재해석한 실험작이 많이 나왔다”며 “환경을 생각해서 (띠지를) 없애자는 얘기도 많이 나오지만, 출판사로선 독자의 눈에 띄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2-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