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민

김소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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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소민 기자입니다.

som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17~2025-12-17
문학/출판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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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3%
  • 故 현철 빈소, 아산병원에 마련…오후부터 조문객 맞이

    ‘봉선화 연정’ 가수 현철이 82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16일 가요계에 따르면 현철은 전날 밤에 서울 구의동 혜민병원에서 별세했다. 시신은 16일 오전 1시 서울 아산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조문은 낮 12시부터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27세 때인 1969년 ‘무정한 그대’로 데뷔했다. 오랜 무명 생활을 보내다 1980년대 들어서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사랑은 나비인가 봐’ 등의 히트곡을 냈다. 1988년 발표한 ‘봉선화 연정’은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라는 신선한 가사로 큰 이기를 얻었다. 현철은 ‘봉선화 연정’으로 1989년 KBS 가요대상을 받았다. 이듬해인 1990년에도 ‘싫다 싫어’로 2년 연속 대상을 수상했다. 2010년대 후반까지 활발하게 활동하던 현철은 2018년 KBS1 ‘가요무대’에 출연한 후 건강상 이유로 가수 활동을 중단했다. 현철은 수년 전 경추 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신경 손상으로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자신의 이름을 단 가요제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채 현철은 손 편지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자식 같은 후배들이 ‘현철 가요제’에서 한바탕 놀아준다니 가슴이 벅차다. 함께하지 못해 너무 안타깝고 서운한 마음”이라며 “잊혀가는 현철이라는 이름을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정말 행복하고, 사랑한다”고 밝혔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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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진국 함정에 빠진 지금, 반야심경 지혜 필요”

    “붓다는 혁명가였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붓다의 혁명적 아우라가 필요합니다.” 최근 불교 경전 ‘반야심경’을 현대적 시선으로 풀어낸 ‘건너가는 자’(쌤앤파커스)를 펴낸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사진)의 얘기다. 반야심경은 600권에 이르는 반야경의 핵심 사상을 압축적으로 요약한 경전. 단 260자에 공(空) 사상의 정수를 담아 “가장 짧지만 가장 깊은 지혜가 담긴 경전”이라 불린다. 최 명예교수는 13일 전화 인터뷰에서 반야심경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건너가기’를 꼽았다. 건너가기란 기존의 법칙을 의심하고, 깨부수고, 자기만의 ‘고삐’를 쥔 채 나아가는 태도를 일컫는다. 그가 보기에 붓다의 삶이야말로 건너가기 그 자체였다. 왕자였던 붓다는 29세에 속세의 부귀영화를 모두 내려놓고 출가했다. 무한한 건너가기와 무한한 부정의 과정에서 붓다는 참된 지혜를 얻었다. 하지만 익숙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건너가는’ 일이 말처럼 쉬울 리 없다. 그러기 위해선 본인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지적인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이 최 명예교수의 설명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남이 만든 틀에 본인 삶의 주도권을 넘겨주기 쉽다는 것. 최 명예교수는 “자신에게서 솟아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부과한 것을 숙제처럼 하는 삶은 쉽게 지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최 명예교수는 이런 문제에 봉착한 것은 비단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핵심은 ‘교육 개혁’이다. 자녀나 학생들에게 무엇을 알게 해주려 애쓰다가, 알고 싶어 하는 마음 자체를 없애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 이에 이를테면 유치원 단계에서는 글자 교육보다 놀이를 강화해 아이들이 세상에 반응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게 기다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최 명예교수는 “한 사람 한 사람 자기만의 고삐를 쥔 사회가 행복하다”고도 했다. 이런 생각은 인재론으로 확대됐다. 그는 “대한민국 인재들은 시킨 것은 세계에서 제일 잘하지만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는 모른다”며 “무엇을 원하는지 자기한테 물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사회가 도달할 수 있는 높이는 정해져 있다. 그게 지금 우리 사회가 빠진 ‘중진국 함정’”이라고 말했다. 사회 구성원 각자가 삶의 철학이 있어야 국가의 철학과 비전도 생긴다는 게 그가 강조한 ‘반야심경의 지혜’였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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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기만의 ‘고삐’를 쥔 채 나아가는 태도”…철학자 최진석이 해석한 ‘반야심경’

    “붓다는 혁명가였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붓다의 혁명적 아우라가 필요합니다.” 최근 불교 경전 ‘반야심경’을 현대적 시선으로 풀어낸 ‘건너가는 자’(쌤앤파커스)를 펴낸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의 얘기다. 반야심경은 600권에 이르는 반야경의 핵심 사상을 압축적으로 요약한 경전. 단 260자에 공(空) 사상의 정수를 담아 “가장 짧지만 가장 깊은 지혜가 담긴 경전”이라 불린다. 최 명예교수는 13일 전화 인터뷰에서 반야심경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건너가기’를 꼽았다. 건너가기란 기존의 법칙을 의심하고, 깨부수고, 자기만의 ‘고삐’를 쥔 채 나아가는 태도를 일컫는다. 그가 보기에 붓다의 삶이야말로 건너가기 그 자체였다. 왕자였던 붓다는 29세에 속세의 부귀영화를 모두 내려놓고 출가했다. 무한한 건너가기와 무한한 부정의 과정에서 붓다는 참된 지혜를 얻었다. 하지만 익숙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건너가는’ 일이 말처럼 쉬울 리 없다. 그러기 위해선 본인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지적인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이 최 명예교수의 설명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남이 만든 틀에 본인 삶의 주도권을 넘겨주기 쉽다는 것. 최 명예교수는 “자신에게서 솟아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부과한 것을 숙제처럼 하는 삶은 쉽게 지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최 명예교수는 이런 문제에 봉착한 것은 비단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핵심은 ‘교육 개혁’이다. 자녀나 학생들에게 무엇을 알게 해주려 애쓰다가, 알고 싶어하는 마음 자체를 없애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 이에 이를테면 유치원 단계에서는 글자 교육보다 놀이를 강화해 아이들이 세상에 반응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게 기다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최 명예교수는 “한 사람 한 사람 자기만의 고삐를 쥔 사회가 행복하다”고도 했다. 이런 생각은 인재론으로 확대됐다. 그는 “대한민국 인재들은 시킨 것은 세계에서 제일 잘하지만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는 모른다”며 “무엇을 원하는지 자기한테 물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사회가 도달할 수 있는 높이는 정해져 있다. 그게 지금 우리 사회가 빠진 ‘중진국 함정’”이라고 말했다. 사회 구성원 각자 삶의 철학이 있어야 국가의 철학과 비전도 생긴다는 게 그가 강조한 ‘반야심경의 지혜’였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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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감 독서’… 향기 맡으며 시 읽고 고흐 그림따라 소설 속으로

    “‘하늘 아래 내가 받은/가장 커다란 선물은/오늘입니다’를 읽는 부분에서 향기를 맡을 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시를 훨씬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겠죠.” 나태주 시인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말 향기가 나는 시집 ‘잠시향’(존경과행복)을 냈고, 올 9월에는 사랑, 소망, 감사, 행복 각각의 주제와 향을 짝맞춘 향기시집 시리즈를 낼 예정이다. 나태주 시인은 “독서가 주는 즐거움을 오감을 통해 극대화하고 싶었다”면서 “‘향기시집’에 이어 이후에는 ‘만져지는 시집’, 촉각시집 등을 통해 또 다른 감각을 일깨워 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출판계에서 시각뿐만 아니라 후각, 촉각, 청각 등을 활용한 이른바 ‘오감 마케팅’이 뜨고 있다. 출판계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좀 더 새로운 경험을 독자들에게 선사해 눈길을 끌려고 하는 것. 체험형, 참여형 콘텐츠를 중시하는 MZ세대들의 ‘경험 소비’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런 트렌드는 대하소설 ‘토지’도 외면할 수 없었다. 박경리 작가의 ‘토지’ 완간 30주년을 기념해 이달 말 ‘반고흐 에디션’(다산북스)을 선보이는 것. 토지 20권 표지를 고흐 작품 20점으로 각각 감쌌다. 이른바 ‘박경리×반고흐’ 콜라보 작품인 셈이다. 두 예술인이 언뜻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고흐가 그린 19세기 말 남부 프랑스의 드넓은 가을 정경에서 최참판댁에서 내려다본 평사리 평야가 연상된다는 평들도 나오며 관심을 끌고 있다. 민음사는 최근 K팝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들과 협업해 ‘세계문학 일러스트 에디션’을 16면 화폭의 ‘병풍 책’ 형태로 고안했다. 책을 펼치면 일러스트가 풍경처럼 펼쳐진다. 그림이 먼저 눈길을 사로잡고, 글은 하단 6분의 1 지점에만 담았다. 모파상의 ‘달빛’을 작업한 권서영 일러스트레이터는 “문장을 그대로 재현하는 그림이 아니라 이야기를 견인해 가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촉각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책도 있다. 반려동물 백과사전 ‘개와 고양이 의학 사전’(열린책들)은 손끝에 닿는 질감이 포근하고 따뜻한 천 양장을 택했다. 종이는 잘 찢어지고 물에 젖으면 손상되지만 천(직물) 표지는 오래 소장할 수 있고 유행을 덜 탄다. 8만 원(704쪽)에 이르는 가격에도 출간 사흘 만에 재판을 찍었다. ‘오디오북’ 형태는 진화하고 있다. 문학동네는 특정 번호로 전화하면 시를 읽어주는 ‘전화 시집’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앞서 창비가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선보인 ‘시와 어울리는 음악 듣기’ 부스에는 헤드셋을 낀 젊은 독자들이 몰렸다. 마치 음반 사듯이 시집을 고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오감 만족 마케팅은 급기야 미각까지 확장했다. 교보문고가 올 4월 광화문점에 마련한 ‘북다이닝’ 부스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선 테이블 위에 음식 대신 책이 손님을 맞고 있다. 책 취향을 미각에 빗대, ‘극강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는 코스’에선 로맨스 소설 ‘말하고 싶은 비밀’을 소개하고, ‘정신이 번쩍 드는 매콤한 코스’에선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를 추천하는 식이다. 각각의 부스를 돌며 도장을 찍는 ‘스탬프 이벤트’에는 한 달 만에 9000명 넘는 고객이 참여했다. 한기호 출판평론가는 “책이 정보만 담아내는 그릇이 아니라 인간의 감성을 끌어내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게 출판계 내 전반적인 공감대”라며 “일본에선 300여 개 악기를 최고의 음원으로 들을 수 있는 음악도감이 나오는 등 공감각과 오감을 자극하려는 흐름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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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을 맛보고 음미하다…오감 활용해 독자에게 한발 더 가까이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를 딱 읽으면서 냄새가 코에 들어간다고 상상해보세요. 시가 훨씬 감각적으로 와닿겠죠.” 12일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시인의 목소리는 들에 나와 풀꽃 향기를 음미하는 사람처럼 생생했다. 종이와 잉크에 천연향을 입힌 향기시집 ‘잠시향’(존경과행복)을 낸 나태주 시인 얘기다. 시인은 국내 1호 향기 작가 한서형 씨와 협업해 ‘향기시집’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연 데 이어 오는 9월 사랑, 소망, 감사, 행복 각각의 주제와 향을 짝맞춘 향기시집 시리즈를 낼 예정이다. 시인은 독서의 본질이라 할 이 경험을 오감으로 극대화하고 싶어했다. “그동안 시를 시각, 청각과 연합하려는 노력은 아주 많았다”며 “‘만져지는 시집’, 촉각시집 등 또 다른 감각을 일깨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출판계에서 시각뿐만 아니라 후각, 촉각, 청각 등을 활용한 이른바 ‘오감 마케팅’이 뜨고 있다. 출판계 불황에 출판사와 서점들이 독자에게 적극 다가가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대표적인 감각이 시각이다. 다산북스는 박경리 작가의 ‘토지’ 완간 30주년을 기념해 ‘반 고흐 에디션’을 선뵀다. 토지 20권을 고흐 작품 20점으로 각각 감쌌다. 고흐가 그린 19세기 말 남부 프랑스의 드넓은 가을 정경이 그 시절 최참판댁에서 내려다본 평사리 평야와 닮았다. 반 고흐 에디션은 서울국제도서전 선공개 당시 최고 화제작 가운데 하나였다. 어느새 서른 살이 된 토지가 고루한 대하소설에 머물지 않고 젊은 독자와 새로운 접점을 만들고 있는 것. 민음사는 최근 K-팝 씬에서 주목받는 일러스트레이터들과 협업해 ‘세계문학 일러스트 에디션’을 16면 화폭의 ‘병풍 책’ 형태로 고안했다. 책을 펼치면 일러스트가 풍경처럼 펼쳐진다. 그림이 먼저 눈길을 사로잡고, 글은 하단 6분의1 지점에만 담았다. 모파상의 ‘달빛’을 작업한 권서영 일러스트레이터는 “문장을 그대로 재현하는 그림이 아니라 이야기를 견인해가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열린 책들은 반려동물 백과사전 ‘개와 고양이 의학 사전’(열린책들)을 만들면서 손끝에 닿는 질감이 포근하고 따뜻한 천 양장을 택했다. 종이는 잘 찢어지고 물에 젖으면 손상되지만 천(직물) 표지는 오래 소장할 수 있고 유행을 덜 탄다. 704쪽, 8만 원에 이르는 가격에도 3일 만에 재판을 찍었다. 도서전 당시에도 독자들이 만져보고 책의 만듦새에 관심을 가졌다. 문학동네는 특정 번호로 전화하면 시를 읽어주는 ‘전화 시집’ 서비스를 운영 중이고, 창비가 도서전에서 선보인 ‘시와 어울리는 음악 듣기’ 부스에는 헤드셋을 낀 젊은 독자들이 몰렸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책 취향을 미각에 빗댄 ‘북다이닝’ 부스를 운영 중이다. ‘극강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는 코스’에선 로맨스 소설 ‘말하고 싶은 비밀’을 소개하고, ‘정신이 번쩍 드는 매콤한 코스’에선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를 추천하는 식이다. 교보문고 강남점은 칸타타와 협업해 각 원두에 어울리는 도서를 추천한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책을 ‘읽다, 보다’ 1차원적인 감각에서 벗어나 책을 ‘맛보다, 음미하다’ 등 다른 감각으로 접근해 독자에게 새로운 재미를 주고자 했다”고 말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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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범죄 씨앗 된 마음의 병… 벌 받으면 고칠 수 있을까

    언론에 대서특필된 범죄자 가운데 10년이 지나 그 뒷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일단 범인이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교정시설에 수용되면 “그걸로 해결됐다”고 여기고 금세 잊어버린다. 하지만 범죄자 상당수는 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친 뒤 사회로 복귀한다. 그렇다면 처벌 못지않게 담장 안 교정시설의 운영 행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맞지 않을까. 일본 니혼의과대 명예교수였던 저자는 20년 넘게 여러 교정시설에서 정신과 의사로 일했다. 그는 2020년 의대 의료심리학교실 교수로 정년퇴직한 후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펴낸 뒤 별세했다. 극한의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섭식장애가 절도로 이어진 소녀, 좀도둑질을 반복하며 교도소와 바깥세상을 수시로 오가는 노인, 중증 정신질환으로 대화를 할 수 없어 재판조차 받지 못하고 구치소에 구금된 남성 등 저자는 교정시설에서 온갖 인생들을 만났다. 담장 안 세상을 살피며 저자는 일부 범죄자에게는 훈계나 형벌이 아닌, 시간을 들인 치료와 상담이 필요하다는 점을 뚜렷하게 깨닫는다. 가령 약물 의존은 형벌을 가하거나 나쁜 짓이라고 가르치고 몸에 나쁘다고 겁을 주는 방법만으로는 큰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대신 알코올 의존과 마찬가지로 병을 치료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교도소의 정신과 의사로 20년을 근무한 이유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가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신과 의사로서 균형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누군가 그에게 ‘범죄자를 치료하는 것에 갈등을 느끼지는 않느냐’라고 질문한 적도 있단다. 그는 “소년원이나 교도소에 수용돼 있는 사람들이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피해자의 권리가 보호되는 것과 가해자에 대한 지원과 치료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모순되고 대립되는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노노(老老) 간병’이라는 시급한 화두도 던진다. 아픈 배우자를 수십 년간 돌보다가 더는 여력이 없어 이들을 죽이고 자살하려다 미수에 그치거나, 치매를 앓고 인지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례가 대표적이다. 평생 범법 행위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다가 나이 들어 처음 중대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대부분 오랜 간병 끝에 가족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빈곤에 따른 노인 범죄 검거자와 수감자 수가 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들에 대해 교도소 수감으로 그치지 말고, 사전 예방 및 사후 교정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노노 간병’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간병 지원 등 복지, 의료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 또 가족 구조 변화로 부양 책임을 질 수 있는 보호자가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에서 범법자의 재범을 막고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한 정신질환 치료 및 관리 대책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어느새 ‘간병 지옥’, ‘간병 파산’이란 말이 주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리게 됐다. “의료나 복지로부터도 ‘밀려난 사람들’이 교도소 같은 교정시설을 자신이 있을 곳으로 여긴다면, 누가 이 사회를 살기 좋고 풍요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저자의 지적이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인권과 복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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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년전 나혜석부터 오늘 한강의 소설까지

    “경희도 사람이다. 그 다음에는 여자다, 그러면 여자라는 것보다 먼저 사람이다. 또 조선 사회의 여자보다 먼저 우주 안 전 인류의 여성이다.” 1918년 잡지 ‘여자계(女子界)’에 실린 나혜석의 소설 ‘경희’ 중 한 구절이다. 일제강점기 일본까지 가서 공부했지만 “계집애를 가르치면 건방져서 못쓴다”는 차별에 시달리던 경희. 소설은 경희가 여자이기 전에 사람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으로 끝난다. 106년 전 글 쓰는 여성의 등장을 알린 근대 문학 작품이다. 나혜석부터 한강까지, 근대 개화기 조선부터 1990년대 민주화까지 한국 근현대사 100년의 여성 작가와 작품을 선별해 엮은 ‘한국 여성문학 선집’(민음사·총 7권)이 나왔다. 9일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편저자 중 한 명인 김양선 한림대 일송자유교양대 교수는 “우리에겐 왜 ‘노턴 여성문학 앤솔로지’ 같은 여성문학 선집이 없을까 하는 질문에서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1985년 미국에서 출간된 ‘노턴 여성문학 앤솔로지’는 여성 작가들의 영문 작품을 모은 선집으로, 영미권 대학에서 교재로 활용된다. 기존 국내 여성문학 선집의 장르가 소설에 한정된 것과 달리 신간은 소설, 시, 희곡뿐만 아니라 잡지 창간사, 선언문, 편지, 독자 투고, 노동 수기 등 다양한 글을 망라했다. 모든 작품은 당대 원문과 더불어 읽기 쉽게 현대어 표기도 함께 실었다. 김은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군소 작가로 취급돼 온 여성 작가들 가운데 난민, 이방인, 여성의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본 작가들을 소개하고자 했다”고 했다. 신간은 여성 글쓰기의 원류를 1898년 ‘여학교설시통문’으로 보고 있다. 나혜석의 ‘경희’가 여성 교양지 여자계에 발표된 1918년을 여성문학의 원류로 보는 기존 견해보다 20년이나 앞서는 것. 여학교설시통문은 “여성은 남성과 동등하게 교육받고 일할 권리가 있고 이를 위한 학교를 설립해야 한다”는 내용의 신문 투고문이다. 이선옥 숙명여대 기초교양대 교수는 “해외에서 K문화가 유행하고 있지만 사실 대학에서 문학은 점점 더 주변부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선집이 대학에서 교재로 활용되고 해외에도 번역이 돼서 활용되는 기반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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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항 정자 ‘용계정-분옥정’… 국가유산청, 보물 지정 예고

    국가유산청이 경북 포항시의 정자인 ‘용계정(龍溪亭)’과 ‘분옥정(噴玉亭)’을 보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두 정자는 조선 후기 건축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용계정’은 포항시 북구 기북면 오덕리 덕동마을 여강이씨 향단파 집성촌에 있는 정자로 1696년에 세워졌다. 정면 5칸, 측면 2칸의 ‘一’자형 팔작지붕 건축물이다. 창건 당시에는 정면 3칸, 측면 2칸이었다가 1778년 증축했다. 이듬해 용계정 뒤편에 서원의 사당이 들어서면서 서원의 문루(門樓) 역할을 하기도 했고, 1871년 ‘서원 철폐령’ 때는 주변에 담장을 쌓고 다시 옛 현판을 달아 화를 면했다고 한다. ‘분옥정’은 포항시 북구 기계면 봉계리 경주김씨 돈옹공파 문중의 정자로 1820년 건립됐다. 정면 3칸의 누마루와 그 뒷면에 2칸의 온돌방을 이어 배치한 정(丁)자형 평면 형태다. ‘구슬을 뿜어내는 듯한 폭포가 보이는 정자’라는 뜻의 이름처럼 용계천 계곡 등 주변 경관과의 조화가 뛰어나다. 국가유산청은 30일간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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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따뜻한 말 한마디가 행복을 가져다줄 거야

    “이번에는 누가 발표를 해볼까.” 선생님의 말씀에 아이들이 움츠러듭니다.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은 떨리는 일이거든요.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어떨까요. 혼자 생각만 하고 있으면 아무도 내 머릿속 생각을 알 수가 없어요. 이렇게 생각해봐요.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한다는 것은 내 ‘생각’에 ‘날개’를 달아 상대에게 날아가게 한다는 것이란 걸요. 그렇게 되면 발표 시간은 두려운 시간이 아니라 설레는 시간으로 바뀔지도 모릅니다. 이건 어떨까요. 횡단보도 앞에 다다랐는데 바로 빨간불이 켜져서 건너지를 못했어요. 운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죠. 그런데 생각을 바꿔봐요. 잠시 서서 주변 풍경을 보면서, 그냥 건넜으면 지나쳤던 모습들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고 말이에요. 새로 생긴 가게나 간판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같은 상황도 생각하기에 따라, 말하기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만드는 책. 우리 주변의 일상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아이의 불평도, 부모의 짜증도 줄어들 것 같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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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내가 늙어 알게 된 것은… 지금이 최고의 순간이라는 것

    점차 하나씩 잃어간다. 의지대로 움직여 주는 몸, 또렷한 눈, 밝은 귀, 배우자, 자녀, 친구, 기억 같은 소중한 것들 말이다. 세월이 흐르면 누구나 맞아야 할 그런 삶의 변화는 어떻게 다가올까. 뉴욕타임스 기자인 저자는 삶의 마지막을 향해 유유히 걸어가는 노인 여섯 명과 1년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한다. 저자는 노인들로부터 나이 듦의 고단함에 대해서만 듣게 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을 만나며 본인의 인생이 송두리째 뒤집히는 경험을 한다. 잃어버린 것을 아쉬워하는 대신 가진 것에 집중하는 단순한 삶이 주는 울림이 깊어서다. 여러모로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떠올리게 하는 신작이다. 노인을 주제로 한 기존의 논의는 빈약한 편이다. 대부분 노년에 겪게 되는 심각한 문제점에 쏠려 있다. 몸과 마음이 급격히 쇠약해진다거나 노인 환자를 간호하는 데 어마어마한 치료비가 든다거나. 아니면 아예 반대로 세월을 거스른 듯 늙지 않는 할머니를 어디선가 찾아내 소개하는 식이다. 90세에 마라톤을 한다는 것 등. 책 속 노인들은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지극히 평범하다. 그들은 잃은 것도 많고 할 수 없는 일도 많았지만 연연하지 않고 오늘도 새 아침을 맞이한다. 그들은 대공황(1929∼1933년)을 버텨냈고 배우자가 서서히 하늘나라로 떠나는 모습까지 지켜봤다. 배우자에게 일어난 일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런 다음 미래를 보니 환상이 사라졌다. 생은 차분해졌다. 스탠퍼드대 장수연구센터 설립자이자 심리학자인 로라 카스텐슨 교수는 노인들이 삶에 더 크게 만족하는 이유를 ‘사회 정서적 선택성’ 이론으로 설명한다.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아는 노인은 당장 즐거울 수 있는 일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반면, 젊은이는 현재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 중 나중에 혹시라도 필요한 게 있을까 초조해한다는 것. 저자는 노인들과 시간을 보낼수록 인생의 여러 선택지 중 어떻게 해야 행복을 고를 수 있을지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다. 미래로부터 현재까지 거슬러오는 ‘복기’가 습관이 됐다고도 말한다. 만약 85세가 되었을 때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서로 기댈 수 있는 끈끈한 사이이길 바란다면 그렇게 되기 위해 지금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그때부터 현재까지 쭉 시간을 거슬러 살펴보면 된다는 것. 더 오래 일하고 야근을 밥 먹듯 하며 바쁘다는 핑계로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홀히 한다면 바라는 삶을 얻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6명 노인의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고 ‘으레 노인은 그렇다는 듯’ 식으로 흘러간다는 느낌이 들 무렵 노인들은 다시 등장한다. ‘프레드의 수업’, ‘헬렌의 수업’ 식으로 각 노인이 각 장의 주인공으로 나선다. 프레드는 정이 많고 괴팍했으며 깜빡깜빡 잊어버리곤 했다. 헬렌은 유쾌하고 현명했으며 같은 말을 자주 반복하기도 했다는 식으로. 어른에게 삶의 지혜를 구한다는 면에서 구성은 상투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한 인간의 평범하지만 진실한 생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충분히 감동적이다. ‘나 지금 잘 살고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을 문득문득 들게 만드는 책이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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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애란 김연수 윤성희 은희경 편혜영… ‘음악’으로 하나 된 5인의 글쟁이

    “나는 매일 밤 내 무릎을 베고 잠든 엄마에게 자장가를 불러줄 것이다. 내가 아주 어릴 적 엄마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학교가 파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나’는 신호등 초록불이 몇 초 남지 않은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트럭에 치여 사망한다. 딸의 장례식이 끝나고 불면증에 걸린 엄마를 위해 나는 엄마의 꿈속으로 들어가 자장가를 불러준다. 자장가란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는 음악임을 작가는 깨닫게 한다. 음악을 소재로 한 5편의 단편소설 모음집 ‘음악소설집’(프란츠)에 실린 윤성희의 ‘자장가’ 중 일부다.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1797∼1828)의 이름을 딴 음악 전문 출판사 프란츠가 기획한 이번 작품집에는 김애란, 김연수, 윤성희, 은희경, 편혜영 등 다섯 명의 소설가가 참여했다. ‘음악’이란 주제를 공유하는 것 외에 각자 자유롭게 써 내려간 다섯 편의 작품에서 작가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각 작품은 삶에서 예상치 못한 이별이나 죽음을 맞닥뜨렸을 때 그 시간을 어떻게 빠져나올 것인가에 대한 저마다의 답변처럼 읽힌다. 책 말미에는 작가들과 편집자가 진행한 인터뷰도 실렸다. 은희경 작가는 “어떤 질문을 갖고 거기에 대해 좀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소설을 쓰는 편”이라며 “음악도 한번 들어가서 엿보고 싶은 세계였다”고 말했다. 김애란 작가는 “함께하는 작가들의 이름을 보고 무척 반가웠다”며 “책장을 펼치면 다섯 개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멜로디 카드’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어떤 곡이 재생되는 몇 분 남짓한 시간 동안 우리 안의 감정은 어느 때보다 증폭되곤 한다. 다섯 편의 소설과 함께하는 시간은 삶에서 경험하는 강렬한 순간들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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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사상, 문예지 휴간 이어 신인문학상 선정 중단

    지난달 이상문학상 운영을 다산콘텐츠그룹에 넘긴 문학사상이 신인문학상 선정도 중단하기로 했다. 월간 문예지 또한 휴간에 들어가면서 문학계에서 문학사상의 활동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문학사상은 1일 “월간 ‘문학사상’이 올 5월부터 일시 휴간 중인 상황에서 2024년 신인문학상 역시 시행이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경영난이 누적되면서 주요 사업을 순차적으로 접는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사상 관계자는 “적자가 누적돼 원고료도 일부 밀려 있는 상황”이라며 “(문예지의) 재발간 일정을 특정할 순 없지만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1972년 창간한 월간 문학사상은 국내 최고 권위의 문예지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고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문학사상 주간일 때 시작된 이상문학상은 김승옥, 최인호, 이문열, 한강 등 47회에 걸쳐 수상자를 배출했다.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은 신진 작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해왔고, 양귀자, 성석제, 최윤 등을 배출했다. 한 번 휴간에 들어간 문예지의 재발행 소식은 듣기 어려운 실정이다. 계간지 ‘실천문학’은 지난해 1월 ‘1년 휴간’을 발표했으나 아직 재발행 소식은 없다. ‘작가세계’도 2017년 봄호를 끝으로 휴간에 들어갔지만 재발행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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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 차인표’ 옥스퍼드大 강단에… 위안부 소재 소설은 필독서 선정

    배우 겸 작가 차인표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집필한 소설이 영국 옥스퍼드대의 필수 도서로 지정됐다. 차인표는 영국 현지에서 독자들을 만나는 행사도 가졌다. 옥스퍼드대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제1회 옥스퍼드 한국문학 축제’를 열었다.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개최될 이 행사는 한국 신진 작가를 초청해 직접 작품 세계를 듣는 자리. 현지에선 조지은 옥스퍼드대 아시아·중동학부 교수 연구팀이 주도한 행사였다. 차인표는 ‘오늘예보’(2011년),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2021년), ‘인어 사냥’(2022년) 등 장편소설 3편을 쓴 작가다. 2009년 출간된 첫 장편 ‘잘가요 언덕’의 제목을 바꿔 재출간한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사진)은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소설. 고국을 떠나 70년 만에 필리핀의 한 작은 섬에서 발견된 쑤니 할머니의 젊은 시절을 다뤘다. 차인표는 강연에서 ‘언젠가…’를 중심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소개했다. 그는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분노로 가득했지만 부정적인 감정만으로는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점차 아이에게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써 갔다”고 했다. 캄보디아에 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훈 할머니를 보고 내용을 구상했고, 집필에만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차인표의 아내인 배우 신애라도 함께 영국으로 갔다. 신애라는 지난달 30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편의 소설이 옥스퍼드대 필수 도서로 선정됐다”며 “다음 학기부터 (차인표의 소설이) 한국학과의 교재로도 사용되고 옥스퍼드대 모든 도서관에 비치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옥스퍼드 한국문학 축제는 국립중앙도서관 해외 한국자료실 ‘윈도 온 코리아(Window On Korea)’ 문화 행사의 지원 사업으로, 현지에서 주영 한국문화원이 지원했다. K팝, K드라마, K푸드에 이어 K문학을 해외 관객들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린다는 취지다. 주요 작품을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로 번역하는 작업에도 나설 예정이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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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로시간 긴 한국서 아이 낳아라?… 가짜 노동 줄이는게 저출생 해법”

    “한국처럼 근로시간이 긴 나라에서 아이를 많이 낳으라는 것 자체가 양립될 수 없는 이야기죠.” ‘가짜 노동’으로 세계적 관심을 끈 덴마크 인류학자 데니스 뇌르마르크는 1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노동 현실을 얘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불필요하고 비생산적인 이른바 ‘가짜 노동’에 투입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한국 저출생 문제의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폐막한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가 철학자 아네르스 포그 옌센과 함께 펴낸 ‘가짜 노동’(자음과모음)은 2022년 8월 출간 이후 국내에서만 10만 부가 팔렸다. 올 4월 출간한 ‘진짜 노동’(자음과모음)은 3만 부가 판매됐다. 그는 ‘가짜 노동’에 대해 “할 필요가 없는 일, 하든 안 하든 상관없는 일, 가치를 별도로 창출하지 않는 일”이라고 정의하며 “겉으로 보기에는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미팅이나 긴 보고서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일터에 실속 없는 장시간 근로가 만연해 있다는 그의 지적은 현대 노동문화의 정곡을 찔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서 그의 책이 인기를 끌고 있는 데 대해 “책에 대한 공감이 한국에서도 있었다는 얘기”라며 “그만큼 의미 없는 일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얘기여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22년 기준 1901시간으로 콜롬비아,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에 이어 세계 5위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근로시간이 짧은 덴마크(1372시간)에 비해선 529시간 길다. 그는 “단시간 내 경제 발전에 성공한 한국에서 노동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고 있다”면서도 “이제는 조금 여유를 갖고 삶을 향유하는 데 집중할 때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가짜 노동 문제가 한국의 저출생 해결에 관건이라는 시각도 제시했다. 그는 “인생은 한정돼 있는데 일에 시간을 많이 쏟으면 그만큼 다른 걸 할 수 없다. 가짜 노동을 줄이면 육아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2년 덴마크 합계출산율(1.6명)은 한국(0.8명)의 2배 수준이다. 뇌르마르크 역시 4명의 자녀를 둔 아빠다. 주 4일제가 오히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덴마크의 데이터 전문기업 IIH노르딕은 주 4일제 전환 후 직원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최저로 떨어졌고, 병가는 50% 줄었으며, 세전 수익은 약 2배로 급증했다. 그는 “할 일이 없으면 집에 가자”며 “시간이 곧 생산성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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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또 ‘샌드위치 패널’… 화재공장 구조작업 2시간 41분 지연됐다

    23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화재에서도 샌드위치 패널 구조 탓에 소방 구조 작업이 지연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샌드위치 패널은 얇은 철판 속에 스티로폼, 우레탄 등 단열재를 넣은 건축 자재다. 올해 1월 소방관 2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북 문경 화재처럼 샌드위치 패널 건물에 불이 붙으면 단열재 부분이 급격히 녹아내려 붕괴 위험이 커진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소방당국 내부 문건에 따르면 24일 오전 10시 31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은 오전 11시 18분 현장 폭발과 함께 외부 벽재(샌드위치 패널)가 무너져 내리자 ‘내부 진입 금지’를 지시했다. 불과 2분 전인 11시 16분 ‘내부 고립자 현황 파악’을 시도했지만 샌드위치 패널이 붕괴하자 지시 내용을 수정한 것. 불길을 잡은 오전 11시 51분에도 내부 진입은 여전히 불가능한 상태로 판단됐다. 결국 오후 1시 59분이 다 돼서야 특수대응단이 내부 진입을 시작했다. 인명 구조 작업이 2시간 41분가량 지연되면서 소방당국은 오후 3시 6분에야 내부에 있던 시신을 처음으로 수습했다. 구조 작업이 지연돼 2층에 고립된 실종자를 구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셈이다.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건물은 화재 시 전소 위험이 높다. 단열재 부분이 강한 열에 빠르게 녹아내리며 더 이상 무게를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수축하기 때문이다. 화재가 어느 정도 진압된 후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조차 건물 붕괴로 고립돼 순직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최근 3년간 소방관 7명이 샌드위치 패널 건물 화재를 진압하다 사망했다. 현행 규제로는 이러한 사고를 방지하기 어렵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2021년 말부터 샌드위치 패널 등 복합 자재는 방화 성능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건축법 시행규칙이 시행됐다. 하지만 소급 적용이 안 돼 기존 건물에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게다가 개정된 규칙은 방화 성능 기준을 영상 700도 온도에서 10분 동안 버티는 ‘준불연’ 이상 재료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배터리 내부 온도가 순식간에 1000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리튬 배터리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아리셀은 최근 5년간 고용노동부로부터 어떠한 산업안전 점검 및 감독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아리셀이 작업장에 출입구 외 비상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등을 위반한 게 아닌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2024-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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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 리베이트 의혹’ 수도권 종합병원 압수수색

    의료계 불법 리베이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수도권의 한 종합병원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현재까지 의사 82명을 입건한 데 이어 종합병원을 상대로 한 강제수사에도 착수하는 등 수사를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25일 오후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경기 안양시의 한 종합병원을 4시간에 걸쳐 압수수색하고 의약품 납품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병원장 등 이 병원 관계자들은 특정 제약사의 의약품을 사용하기로 하고 도매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는 의약품 처방을 유도하거나 거래를 유지하는 목적 등으로 제공되는 금품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병원은 병상 수 100개 이상인 중형 종합병원으로 2차 의료기관에 해당한다. 경찰은 현재 전국적으로 32건의 리베이트 사건을 수사 중이다. 경찰이 자체 첩보를 통해 진행하는 사건은 13건이고, 보건복지부가 수사를 의뢰한 사건은 19건이다. 수사 대상자는 총 119명이며 이 가운데 의사가 82명, 나머지는 제약사 관계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올해 4월 서울 강남구 고려제약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착수한 리베이트 의혹 사건도 동시에 수사 중이다. 고려제약은 자신들이 만든 약을 사용해 달라며 의사들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이 의혹과 관련해 경찰은 현재까지 고려제약 관계자 8명과 2000만 원 이상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 의사 14명 등 22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앞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제약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확인을 해봐야 하는 의사가 1000명 이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조 청장은 “(불법 리베이트가) 굉장히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며 “(리베이트 규모는 1인당) 많게는 수천만 원, 적게는 수백만 원”이라고 설명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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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일차전지 공장 84% 화재관리 ‘사각지대’

    화재로 23명이 사망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의 경기 화성시 공장이 연면적 기준 미달로 소방당국의 ‘화재안전 중점관리 대상’에서 제외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 일차전지를 만드는 공장 10곳 중 8곳도 연면적 기준에 미달해 중점관리 심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리셀 측이 22일에도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는데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는 등 이번 사건이 총체적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25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한국산업단지공단의 ‘2024년 5월 전국공장등록현황’에서 리튬 등 일차전지 제조업(28201)으로 분류된 공장 32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27곳(84.3%)은 연면적이 ‘3만 ㎡ 이하’여서 각 소방서에서 관련법에 따라 심의를 거쳐 지정하는 ‘화재안전 중점관리 대상’에 지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점관리 대상에 포함되면 매년 관할 소방서의 계획에 따라 화재 안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소방특별조사나 점검도 받는다. 하지만 일차전지 업체 대부분이 중점관리 대상이 아닌 탓에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연면적이 약 2300㎡에 불과한 아리셀 공장도 중점관리 대상 심의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아리셀 측은 자체 점검만 한 뒤 최근 3년 동안 ‘이상 없음’으로 소방당국에 통보했다. 특히 건축 면적이 500㎡ 미만인 공장은 산업집적법상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할 의무조차 없다. 이에 미등록 일차전지 업체는 현황조차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차전지 제조업체는 현황을 파악하고 있지만 (이차전지에 비해) 규모가 작은 일차전지는 정책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따로 현황을 집계하지 않았다”며 “고용보험 가입 기준으로 확인된 일차전지 제조업체 500여 곳에 대해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아리셀 공장에 보관 중이던 군용 배터리가 폭발하며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용 배터리가 일반 배터리보다 용량이 커 폭발·화재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돼 온 만큼 경찰은 아리셀 측이 규정에 맞게 보관했는지를 수사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 등 5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박 대표에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화성에만 배터리 공장 18곳… 소방당국-업체 전용 진화장비 ‘0’[화성 리튬전지 공장 참사]리튬전지 공장 ‘소방안전 사각지대’청주 29개-구미 24개-충주 16개… 방화벽 등 국제기준, 국내서는 외면“불나면 전소할 때까지 볼 수밖에”… ‘열폭주’ 법안, 국회서 논의도 안돼리튬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의 경기 화성시 공장에서 불이 나 23명이 사망한 가운데 국내 일차·이차전지 공장 상당수가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화성시뿐만 아니라 충북 청주 등지에도 리튬전지 공장들이 모여 있는 경우가 많아 동시다발로 화재가 발생할 경우까지 감안해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화재 공장 옆 건물에도 리튬 2t 보관 25일 찾은 아리셀 공장은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였다. 특히 불이 난 3동(공장)에서 불과 10m 떨어진 8동엔 배터리 완제품을 30만 개 이상 만들 수 있는 리튬 2t이 있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8동으로 불이 옮겨붙었으면 리튬을 저장하는 탱크가 터졌을 것”이라며 “(소방관들이 뿌리는) 소화용 물이 리튬에 닿았다면 초대형 화재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리튬 등 일차·이차전지 공장은 현재 화성시에만 18개가 건립됐다. 충북 청주(29개), 경북 구미(24개), 충북 충주(16개) 등 일부 산업도시에도 밀집해 있다. 반면 리튬전지 공장 밀집 지역에서 불이 나도 뾰족한 진압책이 없는 상황이다. 리튬전지는 물과 결합하면 수소가 발생해 더 큰 폭발을 일으키기 때문에 마른 모래 등 특수한 진압 시스템이나 금속화재 소화약제 등 전용 장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리셀 공장이 있는 전곡산업단지 등 화성 일대에는 소방당국과 업체 측 모두 전용 진화 장비가 없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등록한 일차전지 공장의 84.3%가 연면적 기준 미달로 소방당국의 ‘화재안전 중점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대처 방안이 없다 보니 리튬전지 화재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차전지 업체 비츠로셀의 충남 예산 공장도 2017년 4월 화재로 전소되기도 했다. 당시 공장과 가까운 아파트 유리창 30∼40개가 파손됐고, 주민 2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유해물질인 아황산가스를 마신 주민들은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후 비츠로셀은 공장을 재건하면서 철근 콘크리트 구조를 적용하며 특수 스프링클러를 설치했고, 배터리를 옮길 때 사용하는 트레이를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 소재로 사용하는 등 안전설비를 대폭 강화했다.● “중소기업은 안전시설 갖추기 어려워” 생산 현장의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는 공장도 많다. 한국화재보험협회에 따르면 △90분의 내화 성능(화재에 견디는 성능)을 가진 방화벽 △20m 안전거리 확보 등을 통해 리튬전지를 분산 보관하는 게 국제 표준이다. 그러나 전곡산업단지 입주 업체 관계자는 “이번에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일차전지 업체는 중소기업이 많아 화재 대응 능력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리셀 공장도 연면적이 2300㎡에 불과해 3만 ㎡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화재안전 중점관리 대상’에서 빠졌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대기업은 안전시설을 완벽하게 꾸며놓지만, 중소기업은 갖출 수가 없다”며 “한번 불이 나면 전소할 때까지 속절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리셀) 근방의 다른 일차전지 업체들도 2010년대 중반 화재로 줄도산했다”고 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이차전지는 각종 규제에 따라 보호장치를 다수 적용하지만, 일차전지는 안전기준 등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7월 국회를 통과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거나 수입할 때 안전성 인증을 받게 하고 성능 시험에서 배터리 제조사에 핵심 부품 결함조사를 요구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배터리 제조 과정 관련 내용은 담고 있지 않다. 21대 국회에서 ‘열 폭주’ 현상에 대비해 소방 훈련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원회 소위에서 한 번도 논의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도 일차전지와 관련한 화재 방지나 안전 강화 법률은 발의되지 않고 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화성=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 202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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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남부경찰청장 김봉식-인천청장 김도형

    경찰 계급 서열 2위인 치안정감 보직 인사가 21일 단행됐다. 경찰청은 경기남부경찰청장에 김봉식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57·경찰대 5기)을, 인천경찰청장에 김도형 경기북부경찰청장(58·간부후보 42기)을 임명했다. 경찰대학장에는 이호영 행정안전부 경찰국장(58·간부후보 40기)을 내정했다. 3명 모두 승진 인사다. 치안정감은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으로 경찰청 차장, 국가수사본부장, 서울·부산·경기남부·인천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을 맡는다. 그동안 경찰대학장 자리는 공석이었으며, 현 김희중 인천경찰청장과 홍기현 경기남부경찰청장은 명예퇴직 수순을 밟는다. 치안정감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감 5명의 전보 인사도 이날 함께 단행했다. 경찰청 대변인에는 김성희 경찰청 범죄예방대응국 치안상황관리관이 임명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에는 김병찬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이, 경기북부경찰청장은 김호승 경기북부경찰청 공공안전부장이 임명됐다. 경찰청 대변인이었던 유승렬 치안감은 경찰청 치안정보국장으로, 경찰청 치안정보국장이었던 박현수 치안감은 행안부 경찰국장으로 각각 이동한다. 올 8월 윤희근 경찰청장의 임기가 끝나는 만큼 경찰 안팎에선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으로 거론될 수 있는 치안정감 인사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정부는 다음 달 중 차기 경찰청장 내정자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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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가는’ 수목장… ‘웰다잉’ 산림복지의 종착역

    숲을 통한 산림복지의 종착역은 나무에 고인(故人)을 모시는 수목장이다. 수목장은 품위 있고 존엄한 마무리를 추구하는 웰다잉(Well Dying·좋은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친환경적인 장묘 문화가 확산하며 주목받고 있다.현재 장사업무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수목장림으로 등록된 곳은 전국에 37곳이다. 충남 보령 기억의 숲, 경기 양평 하늘숲추모원 국립 2곳, 인천 의왕 세종 공립 3곳, 공공법인 3곳, 재단법인 6곳, 종교단체 23곳이다. 국립 2곳에 있는 추모목은 기억의 숲 3950그루, 하늘숲추모원 6315그루다. 나무 한 그루에는 최대 10명의 고인을 모실 수 있다. 나무를 기준으로 주변 1∼2㎡ 정도 넓이에 구멍을 파고 골분과 흙을 섞어서 넣거나, 자연분해되는 용기에 골분을 넣어 깊이 30cm 이상으로 묻어야 한다. 추모목에는 명패를 한 개만 달 수 있다. 명패에는 고인의 이름과 생년월일, 사망일, 추모글을 쓸 수 있다. 안치 기간은 통상 30년 안팎이다. 수목장은 전통 장묘 방법 중 하나인 매장보다 공간을 덜 차지한다. 한국수목장문화진흥재단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묘지 면적은 국토 면적의 1%에 해당하는 10만 ha로 추정된다. 장묘 추세도 매장보다 화장이 늘고 있다. 2022년 전체 사망자 37만2939명 가운데 34만2128명이 화장을 해 화장률은 91.7%를 기록했다. 봉안시설이나 묘지 등은 인위적인 방식으로 조성해 운영되고 있는 반면에 수목장림은 자연의 숲에 있는 나무(추모목) 밑에 골분을 안치해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한다. 또 지속 가능한 숲에 있어 시설이나 기타 관리에 대한 부담이 다른 장묘 방법에 비해 덜하다. 이에 국립 수목장림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 2곳에 있는 국립 수목장림은 충남, 경기에서만 운영 중이다. 한국수목장문화진흥재단은 올해 경북권, 2025년에는 호남권에 국립 수목장림 신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정경희 한국수목장문화진흥재단 국립기억의숲 센터장은 “산림 그대로를 활용한 수목장림은 묘지 조성으로 인한 산림 훼손을 막고, 대규모 장묘 수요도 소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 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 202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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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풍과 혹한 뚫고 민둥산을 울창하게… ‘K숲 기술’ 39개국 수출

    “모래바람만 불던 민둥산이 50년 만에 초록 숲으로 변했습니다.” 10일 오전 해발 900m 강원 평창군 대관령 특수조림지에서 만난 이주식 동부지방산림청 산림경영과장이 자신의 몸통 두께만큼 자란 전나무에 기댄 채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목재 수탈로 민둥산이 됐다가, 1968년 화전민이 이주해 온 뒤 산을 개간하면서 황폐화됐다. 1970년대부터 조림이 진행됐지만 기온이 영하 30도에서 영상 30도까지 널뛰고, 최대 풍속이 초속 45m에 달하는 대관령 황소바람이 불어닥쳤다. 이런 열악한 환경을 뚫고 조림에 성공했다. 국내 조림지 중에서 유일하게 ‘특수조림지’라는 명칭이 붙게 된 배경이다.● 반세기 만에 민둥산을 빽빽한 숲으로 이곳 일대 조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고속도로변 국토 녹화 계획에 따라 1974년부터 1986년에 걸쳐 진행됐다. 311ha 면적에 나무 84만3000그루를 심었다. 1974년도에는 38ha에 잣나무 등 11만4000그루를 심었지만 강한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묘목 98%가 죽었다. 시행착오 끝에 바람을 막을 벽을 세우고 망을 두르며 영양분 가득한 논흙을 산으로 끌어올려 나무를 심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나무를 가꿔 50년이 지난 현재 민둥산은 풍성한 숲으로 변신한 것이다. 조림의 천적은 바람이었다. 어린나무의 뿌리와 몸통이 바람을 견디지 못해 제대로 자리 잡기가 쉽지 않았다. 1974년 강풍 때문에 조림에 실패한 이후 당시 전문가와 학계에서는 “대관령은 황소바람이 불어 조림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1976년 조림 당시 평창 양묘장에서 근무했던 성기주 씨(77)는 “나무를 심고 뒤돌아보면 쓰러져 있었다”며 “대관령 바람이 어찌나 센지 모래바람이 불면 자동차 앞 유리가 파일 정도였다”고 했다. 바람을 견디고 나무를 심기 위해 방풍책과 방풍망, 지주목을 이용했다. 방풍책은 바람을 막는 장벽이다. 50m 간격으로 높이 3m, 길이 20m 장벽을 세웠다. 시멘트나 나무로 만든 기둥에 지름 15cm 안팎의 낙엽송을 철사로 촘촘하게 엮은 장벽을 만들어 1차로 바람을 막았다. 조림지에 세운 장벽 길이는 총 4.8km에 이른다. 또, 모래나 다름없는 토양을 대신해 양질의 논흙을 산으로 옮겨서 뿌리고 묘목을 심었다. 당시 산 위로 옮긴 흙은 90t이 넘는다. 인부들이 지게를 짊어지고 직접 옮겼다. 성 씨는 “대형 움막을 쳐놓고 합숙하듯이 몇 달씩 먹고 자며 나무를 심었다”고 했다. 현재 특수조림지 임목축적은 190m³다. 2022년 전국 산림 평균 172m³보다 높다. 임목축적은 1ha에 있는 굵기 8cm 이상 나무의 밀집도를 뜻한다. 이 과장은 “이런 환경에서 빽빽한 숲으로 키워낸 게 경쟁력이자 기술”이라고 했다. 황재홍 산림과학원 산림기술경영연구소장은 “국내 목재 자급률은 여전히 20%를 못 넘고 있다. 조림을 통해 숲을 늘려가면 목재 자급률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산림과학원의 수종 표준 탄소흡수량에 따르면 특수조림지에 사는 50년 된 잣나무는 ha당 연간 7.5t, 낙엽송은 7.7t, 신갈나무는 7.8t의 이산화탄소를 각각 흡수한다. 승용차 1대(연료소비효율 L당 14km 기준)가 연간 1만5000km를 주행했을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2.4t 정도다. 특수조림지 1ha마다 최소 승용차 3대 넘게 1년 동안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셈이다. 이 과장은 “천덕꾸러기 산이 보물산으로 변신한 것”이라며 “산이 무너져 내리는 사태 같은 2차 재난도 막고,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K숲 기술, 39개국에 수출 대관령 특수조림지 비법은 백두대간 복원에 활용됐다. 2017년 해발 1000m가 넘는 대관령면 횡계리에 있는 목장 용지를 산림으로 바꿀 때 바람을 막는 울타리와 묘목을 보호하는 대나무 통발을 만들어 소나무 등 나무 9000그루 정도를 심었다. 산림청은 39개 국가와 업무협약을 맺고 이 같은 우리 숲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12일 카자흐스탄과 산림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산불 예방과 대응, 피해지 복원법 등을 협력하기로 했다. 또 생물 다양성 증진을 위한 종자 협력과 연구기관 교류를 강화하기로 했다. 카자흐스탄은 2022년부터 다음 해까지 10만 ha의 숲이 불에 타 예방과 복구를 하기 위해 우리 산림청에 협력을 요청했다. 이 밖에도 바람이 많이 부는 고산지대에 조성된 특수조림지를 직접 보기 위해 최근 3년 동안 베트남과 네팔 등 10여 개국에서 54명이 대관령을 찾았다. 산림청은 경제림, 산불 피해지, 섬 지역 산림, 큰 나무 육성 등 7개 항목에 맞춰 다양한 조림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는 산불 피해지 1600ha, 양봉 농가를 위한 밀원수(아까시나무와 같이 꿀을 품은 나무) 150ha를 포함해 기존 숲 수종 교체까지 모두 1만6671ha 규모의 숲을 가꿀 예정이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국토 녹화 50년 만에 숲 가꾸기 기술을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동티모르, 부탄을 포함해 39개국과 업무협약을 맺고 우리 숲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 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 202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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