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

이설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구독 29

추천

안녕하세요. 이설 기자입니다.

snow@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문화 일반44%
건강23%
교육20%
학술7%
경제일반3%
문학/출판3%
  • [책의 향기]콤마퀸, 그리스에서 인생을 다시 읽다

    저마다 평균 이상으로 민감한 부분을 타고난다. ‘그리스는 교열 중’의 메리 노리스는 언어에 병적으로 예민하다. 미국인인 그가 영국에서 ‘엘리베이터와 리프트’, ‘아파트먼트와 플랫’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꼈다는 일화가 캐릭터를 단박에 설명한다. 다행히도 그는 ‘뉴요커’ 교열자라는 천직을 얻었다. 자칫하면 재수 없게(?) 비쳤을 별종 기질은 천재적 작업 능력으로 승화됐고, 입사 16년 차에 ‘오케이어’ 직책을 단다. 원고 전체를 매만지고 오케이 사인을 내리는 자리다. 그의 별명은 ‘콤마퀸’. ‘그리스…’는 그의 두 번째 책이다. 지난해 국내에 출간한 첫 책 ‘뉴욕은 교열 중’은 구두점, 맞춤법, 하이픈에 대한 깨알 같되 진지한 담론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번에는 그의 뮤즈인 그리스와 부대낀 경험담을 기록했다. 알파벳과 신화의 요람이지만 오늘날 유럽의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그리스에 대한 열정을 진하게 담아냈다. 시작은 사회 초년병 시절 만난 영화 ‘시간 도둑들’(1981년, 미국)이었다. 영화 속 그리스 풍광에 반해 있던 차, 운명처럼 ‘그리스어 기초 독본’을 만난다. 언어광인 저자는 당장 학원에 등록했고, 이후 평생 그리스를 여행하고 공부하며 ‘덕후’로 거듭난다. “고대의 매끄러운 혀로 쓰인 그리스어를 사랑한다.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문장은 신에게 호소하는 서사시이기에 글쓰기는 우리 지구인과 영원불멸의 세계를 이어 준다.” 첫머리에 그리스 알파벳표가 나오는데, 예사로 넘겨선 안 된다. 책의 상당 부분을 언어에 할애하기 때문이다. 로마자가 세계를 호령하지만 본디 그리스 알파벳이 형님이었다. 저자는 알파벳론부터 시작해 그리스어를 조목조목 해부한다. “Z는 뒷북 같은 느낌이 있다”거나 호메로스의 “회색 눈을 지닌(gray-eyed) 아테나”라는 수식어를 추적하는 대목이 신선하다. 꼬부랑글자가 눈에 익을 즈음이면 여행담이 이어진다. 수십 년간 에게해, 리비아해, 레스보스 등을 누비며 겪은 시트콤 같은 상황에 여러 번 웃게 된다. 자신에게 치근대던 토마토 농부에게 “(진도가) 너무 빨라요”라고 한다는 게 그리스어가 서툴러서 “더 빨리, 더 빨리”라고 했다는 식이다. 그리스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다. 67세 싱글 콤마퀸은 인생 여정도 가감 없이 풀어놓는데, 되돌아보니 모든 대목이 그리스와 맞닿아 있었다. 저자의 두 살 위 오빠는 어린 시절 베이컨이 목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죄책감으로 얼룩진 유년을 보낸 그를 구원한 건 대학에서 만난 신화학 강의였다. “강간을 당하는 코레는 순결한 딸로서 죽고 지하 세계의 여왕 페르세포네로 태어난다. 나는 코레와 나를 동일시했다. …나는 그날 강의를 듣기 전에는 어른이 되는 것을, 즉 나의 소녀 시절을 한 여인의 삶으로 바꾸는 것을 두려워했었다.” 언어, 신화, 문학, 유년, 일, 취향을 폭넓게 다뤄 지루할 틈이 없다. 다소 버거운 그리스어마저 그 옛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 시리즈의 추억을 건드린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가던 길 잠시 멈추면 젖어드는… 문향〈文香〉

    최근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여행 상품도 덩달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지역에 깃든 역사와 이야기를 체험하는 이른바 ‘인문여행’이다. 인문여행의 추천지로 최적화된 곳 중 하나가 경북 안동 하회(河回)마을 일대다. 수백 년간 문화·권력의 핵심이었고, 마지막까지 유림의 지도력을 발휘했으며, 옛 모습을 간직한 곳들이 적잖아 인문여행지로서 요구되는 조건을 다 갖췄다. 1일 오전 8시,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주차장에서 안동행 버스에 올랐다. 곧이어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쓴 백발 사내가 나타났다. 소설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을 쓴 김훈 작가(71)다. ‘제1회 백두대간 인문캠프’에 참가한 그는 1박 2일간 안동과 예천 일대에서 강연을 열고 참가자들과 소통할 계획이었다. 오전 11시 반. 두통이 일 정도로 굽이진 산세를 지나 월영교(月映橋)에 닿았다. 짙은 파랑과 녹색 물감을 섞은 듯한 안동호 위로 길이 387m의 목책교가 의연히 떠 있다. 달빛이 비추는 야경으로 더 유명하다. 그윽한 선비의 고장 “안동은 가장 좋아하는 고장이에요. 선비 정신, 문학, 학맥의 기운이 그윽하게 흐르지요. 그 전통이 근대와 잘 접목되지 못해 아쉽습니다.” 김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20여 분간 버스로 산길을 돌아 병산서원에 닿았다. 오늘로 치면 향교는 공립학교, 서원은 사립학교다. 병산서원은 도산서원과 더불어 경북 지역 2대 서원으로 꼽힌다. 건축미가 뛰어나 건축학도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작가님, 이번 ‘연필로 쓰기’는 주제가 친숙해서 좋았어요. 특히 똥 부분요.” 서원의 만대루(晩對樓)에 오르자 캠프 참가자들이 작가를 반갑게 맞는다. 널찍한 마루에 지붕만 얹어 사방의 경치가 기분대로 드나든다. 이곳에서 글공부 하던 선비처럼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가부좌를 트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오후에 찾은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가 600년간 대대로 살아온 집성촌이다. 마을 건너편 부용대에 오르니 강이 마을을 휘감아 도는 S자 곡선이 또렷하다. 과거엔 나룻배를 타야 했으나, 최근 섶다리가 생기면서 이동이 간편해졌다. 만송정에서 진행된 강연에서 작가는 “하회마을은 산과 물, 마을과 집, 집과 길, 인간과 인간 등이 직접 대면하지 않고 비켜가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소개했다. 비슷해 보이지만 고택은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다. 서애 류성룡 선생이 ‘징비록’을 집필한 옥연정사, 겸암 류운룡 선생의 위패를 모신 화천서원, 최초의 류씨 대종택 양진당, 서애 류성룡이 기거한 충효당이 필수 코스로 통한다. 체험거리도 풍부하다. 전통 그네, 각종 체험시설, 그리고 쇼핑까지 가능하다. 미니 빗자루, 종이인형, 주걱 등을 2000원에 판다. 병암정 초간정 ‘저러쿠러 순한 예천 사람들 눈 좀 들이다 보소.…예천이 이 나라 땅의 눈동자 같은 우물 아이껴?’(안도현 ‘예천’) 둘째 날 예천군으로 발길을 튼다. 안동은 권문세력가인 반면 예천은 소외된 선비들이 기거했던 곳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로 최초의 백과사전인 ‘대동운부군옥’을 펴낸 초간 권문해 선생이 있다. 권씨 가문은 초간의 할아버지 대에 다섯 형제가 모두 과거에 급제하며 꽃을 피웠다. 화려한 시절은 길지 않았다. 무오사화로 한 명은 능지처참을 당하고 나머지 넷은 귀향을 갔다. 가문은 스러졌지만 절경을 품은 정자 두 곳을 남겼다. 병암정(屛巖亭)과 초간정(草澗亭)이다. 병암정은 용문면 성현리 병풍바위 위에 걸쳐 있다. 정자에 오르니 대수마을과 금당실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버드나무가 하늘거리는 4월, 설경이 눈부신 1월에 특히 아름답다. 드라마 ‘황진이’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버스로 20분 거리의 초간정에 도착하니 ‘인생 비경’이 펼쳐진다. 막돌을 쌓은 기단 위에 아슬아슬하게 자리한 정자 코앞으로 계곡물이 흘러든다. 규모가 아담해 자연의 치마폭에 웅크린 갓난아기 같다. 수풀이 우거진 앞마당에서 작가가 마이크를 잡았다. “한옥은 공간과 층이 매우 두껍고 깊은 데가 있습니다.…아파트는 민자 평면이지요.…이런 공간에서는 마음과 상상력이 납작해져요. 지금 우리는 다 납작해져 있습니다.” 정자 옆 흔들다리에 오르자 시냇가에서 송사리를 잡는 아이들이 보인다. 과거 하인들이 살던 고택에서는 민박도 가능하다.여행정보가는 법: 대부분 여행지가 산속 깊숙이 자리해 자동차 이용을 추천한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9월 27일∼10월 6일. 경북 안동시 육사로 239 탈춤공연장 일대. 입장료 7000원. △안동유교랜드: 조선시대 체험+키즈카페. 경북 안동시 관광단지로 346-30. 입장료 어른 9000원, 어린이 7000원. 맛집: △맛50년헛제삿밥: 헛제삿밥 1만 원, 선비상 1만8000원. 경북 안동시 석주로 201. △목석원: 안동찜닭 3만 원, 명인숯불고등어정식 3만 원(2인). 양이 푸짐해 어른 3, 4명이 먹기에 충분하다. 경북 안동시 풍천면 전서로 159. △용궁단골식당: 전통막창순대 9000원, 오징어불고기 9000원. 경북 예천군 용궁면 용궁시장길 30감성+ △책: ‘이육사 시집’(이육사 지음) 퇴계 이황의 14대 손으로 안동에서 태어난 시인의 정신이 담겼다. △영화 ‘스캔들’(사진)의 촬영지인 하회마을에서 선비의 마음으로 사색하며 걸어보자. 세대 포인트 △연인·신혼부부: 초간정·병암정에서 호젓한 데이트를 즐겨 보자. △중장년층: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는 병산서원 만대루. △어린이가 있는 가족: 사군자 체험, 선비 체험, 감자·고구마 캐기 체험 등을 경험해보자. 하회 정보화마을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다.  안동·예천=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베르베르 ‘죽음’ 출간 맞춰 방한… “죽음에 대한 깊은 질문 없는 삶은 무의미”

    “한국에서 제 소설이 인기 있는 이유는…독자들이 지적으로 뛰어나고 미래지향적이기 때문이지요.” 4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취재진 사이로 프랑스 남자가 느긋한 걸음으로 입장했다. 장편소설 ‘개미’ ‘타나토노트’ 등을 쓴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58)다. 3년 만에 여덟 번째 방한. 신작 ‘죽음 1·2’(열린책들)로 국내 팬들과 소통한다. ‘죽음’은 장르 소설가 가브리엘 웰즈가 자신의 죽음을 발견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영혼이 된 웰즈가 영매(죽은 자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 뤼시 필리피니의 도움으로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이 이야기의 뼈대다. 전작에서 꾸준히 죽음을 탐색해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죽음을 친숙하게 그리고자 노력했다. “죽음은 신비롭거나 미신에 가까운 주제로 통하죠. 공포심을 일으키기도 하고요. 저는 조상들이 살고 있는 보이지 않는 세계라고 생각해요. 죽음을 삶의 마지막 챕터로 차분하고 조용하게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집필 과정에서 영매들을 만나 나름 테스트를 했다. 일관성이 있는지, 논리가 얼마나 탄탄한지를 ‘매의 눈’으로 살폈다. 그 가운데 충격적으로 논리적인 영매를 만났고, 그 경험이 뤼시 캐릭터의 바탕이 됐다. 그는 “샤머니즘은 오랜 관심 주제이지만 신중히 다뤄야 한다고 본다. 특출한 능력을 남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프랑스 영매만 만나봤는데 이번에 한국의 무당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살기도 바쁜데 죽음까지 고민해야 할까. “내적 질문을 던지지 않은 채 돈을 벌다가 퇴직하고 늙어 죽는 삶은 무의미하다”는 일침이 국경을 가볍게 타고 넘는다. 현재 집필 중인 다음 작품의 제목은 ‘판도라의 상자’다. “다음 작품 주제는 ‘환생’이에요. 몸을 바꿔 환생하는 영혼이 쉬어가는 기간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풀어낼 예정입니다. 인간은 육신이라는 수단을 빌려 영혼을 발전시키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환생을 통해 육신으로 교훈을 얻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지요.” 작가는 6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서 ‘상상력과 소통’을 주제로 강연을 한다. 7일 오후 3시에는 네이버 브이 라이브를 통해 인터뷰를 생중계한다. 11일 오후 7시에는 서울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장르문학의 가능성과 미래’라는 주제로 독자와 만난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유기견 입양하려고요? 이상 행동 참고 보듬을 자신 있어야”

    “괜찮아. 그냥 사진 찍는 거야, 세상아.” 카메라 앞에서 잔뜩 움츠린 강아지를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달콤한 목소리로 달랜다. 개 마음 읽어주는 의사로 알려진 설채현 원장(34)이다. 최근 ‘그 개는 정말 좋아서 꼬리를 흔들었을까?’(동아일보사·1만5000원·사진)를 펴낸 그를 4일 서울 중구 ‘그녀의 동물병원’에서 만났다. 반려동물은 여자친구처럼 대해야 한다는 뜻으로 병원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반려견 세상이와 원두, 반려묘 지코와 꾹꾹이가 병원 안을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었다. 외모도 성격도 제각각이지만 그에겐 모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이다. 특히 불법 번식장에서 직접 데려온 세상이는 마음이 쓰인다. 어두컴컴하고 불결한 공간에서 오래 지낸 탓에 한동안 사람 가까이에 오지 못했다.“주인에게 버려져 유기견이 되는 가장 흔한 이유는 행동학적 문제예요. 때문에 동정심으로 무턱대로 입양하기보다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 자문해봐야 합니다.” 견주와의 궁합도 중요하다. 가족 구성원의 성향, 라이프스타일과 맞는지를 따져야 한다. 가장 후순위로 미뤄야 할 요소는 외모란다. 부대끼다 보면 어떤 종이든 예뻐 보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견종, 자라온 환경, 타고난 기질 등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영·유아를 둔 가정은 반려견을 쉽게 들이지 못한다. 털 빠짐과 안전사고가 걱정된다. 이에 설 원장은 “털 빠짐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얘기다. 안전사고는 관리가 가능한 부분”이라고 일축했다. 다소 높아진 목소리로 그가 설명을 이어갔다. “둘째가 태어나면 첫째가 질투를 하듯 반려견도 주인이 자신을 소홀히 대하면 상처를 받아요. 자녀를 돌볼 때 반려견도 한 번 쳐다봐 주는 식으로 관심을 줘야 합니다. 견종은 온순한 골든리트리버, 비숑 프리제, 코통 드 튈레아르, 시추 등이 좋을 것 같네요.” 끊이지 않는 개 물림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견주의 관리 능력 △강아지의 의사를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 △제도적 뒷받침 등 3박자를 갖춰야 한다는 게 설 원장의 설명이다. 특히 견주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본다. “독일은 강아지 매매가 불가능한 데다 교육을 받아야만 키울 수 있어요. 일본은 우리보다 강아지 분양가가 10배 정도 비싸고요. 자격 요건 강화와 함께 반려 문화를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합니다.” 행동 치료를 꾸준히 해도 차도가 없는 경우가 있다. 계속 꼬리를 쫓아 돌거나, 피부병이 없는데도 종일 핥거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행동 등이 대표적이다. 설 원장은 이럴 경우 약물 치료 병행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종일 집에 갇혀 있고 산책을 못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많은 강아지들이 질환을 앓을 것”이라며 “보호자에 대한 공격성, 분리 불안, 강박 행동 같은 경우 약물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을 연구하고 싶어요. 반려견의 행동 문제와 그로 인한 민원 등으로 우울증을 앓는 견주가 적지 않아요. 개의 감정, 언어, 학습 방법을 ‘열공’해서 견주들이 행복해졌으면 합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신작 ‘죽음’ 들고 방한 베르베르 “한국 독자들에 제 소설이 인기있는 건…”

    “한국에서 제 소설이 인기 있는 이유는…독자들이 지적으로 뛰어나고 미래지향적이기 때문이지요.” 4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 취재진 사이로 프랑스 남자가 느긋한 걸음으로 입장했다. 장편소설 ‘개미’ ‘타나타노트’ 등을 쓴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58)다. 3년 만에 여덟 번째 방한. 신작 ‘죽음 1·2’(열린책들)로 국내 팬들과 소통한다. ‘죽음’은 장르 소설가 가브리엘 웰즈가 자신의 죽음을 발견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영혼이 된 웰즈가 영매 뤼시 필리피니의 도움으로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이 이야기의 뼈대다. 전작에서 꾸준히 죽음을 탐색해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죽음을 친숙하게 그리고자 노력했다. “죽음은 신비롭거나 미신에 가까운 주제로 통하죠. 공포심을 일으키기도 하고요. 저는 조상들이 살고 있는 보이지 않는 세계라고 생각해요. 죽음을 삶의 마지막 챕터로 차분하고 조용하게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집필 과정에서 영매들을 만나 나름 테스트를 했다. 일관성이 있는지, 논리가 얼마나 탄탄한지를 ‘매의 눈’으로 살폈다. 그 가운데 충격적으로 논리적인 영매를 만났고, 그 경험이 루쉬 캐릭터의 바탕이 됐다. 그는 “샤머니즘은 오랜 관심 주제이지만 신중히 다뤄야 한다고 본다. 특출한 능력을 남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프랑스 영매만 만나봤는데 이번에 한국의 무당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살기도 바쁜데 죽음까지 고민해야 할까. “내적 질문을 던지지 않은 채 돈을 벌다가 퇴직하고 늙어 죽는 삶은 무의미하다”는 일침이 국경을 가볍게 타고 넘는다. 현재 집필 중인 다음 작품의 제목은 ‘판도라의 상자’다. “다음 작품 주제는 ‘환생’이에요. 몸을 바꿔 환생하는 영혼이 쉬어가는 기간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풀어낼 예정입니다. 인간은 육신이라는 수단을 빌어 영혼을 발전시키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환생을 통해 육신으로 교훈을 얻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지요.” 작가는 6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서 ‘상상력과 소통’을 주제로 강연을 한다. 7일 오후 3시에는 네이버 브이 라이브를 통해 인터뷰를 생중계한다. 11일 오후 7시에는 서울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장르문학의 가능성과 미래’라는 주제로 독자와 만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05
    • 좋아요
    • 코멘트
  • ‘그 개는 정말 좋아서 꼬리를 흔들었을까?’…반려견의 행동에 다 이유 있다는데

    “괜찮아. 그냥 사진 찍는 거야, 세상아.” 카메라 앞에서 잔뜩 움츠린 강아지를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달콤한 목소리로 달랜다. 개 마음 읽어주는 의사로 알려진 설채현 원장(34)이다. 최근 ‘그 개는 정말 좋아서 꼬리를 흔들었을까?’(동아일보사·1만5000원)를 펴낸 그를 4일 서울 중구 ‘그녀의 동물병원’에서 만났다. 반려동물은 여자친구처럼 대해야 한다는 뜻으로 병원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반려견 세상이와 원두, 반려묘 지코와 꾹꾹이가 병원 안을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었다. 외모도 성격도 제각각이지만 그에겐 모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들이다. 특히 불법 번식장에서 직접 데려온 세상이는 마음이 쓰인다. 어두컴컴하고 불결한 공간에서 오래 지낸 탓에 한동안 사람 가까이에 오지 못했다. “반려동물을 키울 마음의 준비를 끝냈다면 데려올 방법을 정해야 해요. 인내하면서 보듬을 자신이 없다면 유기견 보호소가 아닌 새로운 아이를 데려와야 합니다. 유기된 개들은 행동학적 문제를 지녔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견주와의 궁합도 중요하다. 가족 구성원의 성향, 라이프스타일과 맞는지를 따져야 한다. 가장 후순위로 미뤄야 할 요소는 외모란다. 부대끼다보면 어떤 종이든 예뻐 보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견종, 자라온 환경, 타고난 기질 등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영유아를 둔 가정은 반려견을 쉽게 들이지 못한다. 털 빠짐과 안전사고가 걱정된다. 이에 설 원장은 “털 빠짐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얘기다. 안전사고는 관리가 가능한 부분”이라고 일축했다. 다소 높아진 목소리로 그가 설명을 이어갔다. “둘째가 태어나면 첫째가 질투를 하듯 반려견도 주인이 자신을 소홀히 대하면 상처를 받아요. 자녀를 돌볼 때 반려견도 한번 쳐다봐주는 식으로 관심을 줘야 합니다. 견종은 온순한 골든 리트리버, 비숑 프리제, 꼬꽁 드 툴레아, 시추 등이 좋을 것 같네요.” 끊이지 않는 개 물림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견주의 관리 능력 △강아지의 의사를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 △제도적 뒷받침 등 3박자를 갖춰야 한다는 게 설 원장의 설명이다. 특히 견주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본다. “독일은 강아지 매매가 불가능한 데다 교육을 받아야만 키울 수 있어요. 일본은 우리보다 강아지 분양가가 10배 정도 비싸고요. 자격 요건 강화와 함께 반려 문화를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합니다.” 행동 치료를 꾸준히 해도 차도가 없는 경우가 있다. 계속 꼬리를 쫓아 돌거나, 피부병이 없는데도 종일 핥거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행동 등이 대표적이다. 설 원장은 이럴 경우 약물 치료 병행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종일 집에 갇혀 있고 산책을 못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많은 강아지들이 질환을 앓을 것”이라며 “보호자에 대한 공격성, 분리 불안, 강박 행동 같은 경우 약물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을 연구하고 싶어요. 반려견의 행동 문제와 그로 인한 민원 등으로 우울증을 앓는 견주가 적지 않아요. 개의 감정, 언어, 학습 방법을 ‘열공’해서 견주들이 행복해졌으면 합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05
    • 좋아요
    • 코멘트
  • 김훈 “악다구니 난무하는 한국사회… 전통 가치 돌아봐야”

    “서애 류성룡의 징비(懲毖) 정신을 다시 깨치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치경 씨(80)는 1일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 만송정(萬松亭) 솔밭에서 열린 ‘제1회 백두대간 인문캠프’에 참가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경북도가 관광에 인문학을 더한 1박 2일 기행(紀行) 코스인 백두대간 인문캠프를 시작했다. 이야기와 문화콘텐츠를 접목해 직접 체험하며 추억을 쌓는 여행으로 관광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지역에 연고가 있거나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에서 명사가 참석자들과 토크콘서트를 열고 현장을 탐방한다. 만송정은 낙동강이 하회마을을 휘돌아 흐르며 쌓아 놓은 모래밭에 이뤄진 소나무 숲이다. 야구 모자를 비스듬히 눌러쓴 백발 남성이 소나무 사이에 자리한 대형 무대에 올랐다. 소설 ‘칼의 노래’ ‘남한산성’과 산문집 ‘연필로 쓰기’ 등을 펴낸 김훈 작가(71)다. 김 작가는 이날 1000여 명의 참석자 앞에서 ‘비스듬히 잊혀진 존재의 품격’을 주제로 하회마을의 가치와 속살을 소개하면서 지금의 사회를 비판했다. 그는 “하회마을은 양반과 상인, 유교와 무속, 선비와 하인이 뒤섞여 600여 년을 공존해 왔다. 이런 전통적 덕목이 근대와 잘 접목되지 않아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고 했다. “우리 사회의 특징은 악다구니, 상소리, 욕지거리입니다. 생각 없이 말을 내뱉는 어수선하고 천박한 세상에서, 전통적 가치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전통과 보수 안에도 미래를 열어젖히는 힘이 있습니다.” 그는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세태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하면서 유림들의 태도를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애 선생은 몇 달 동안 고요히 앉아 사유하고 글을 썼습니다. 새가 알을 품듯 오래 기다리고 조용히 기다렸지요. 또 제자가 질문하면 몇 날 며칠 고민한 뒤 답을 주곤 했습니다. 우리는 그런 태도를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그저 뜨고 싶어 하는 이들이 넘치는 천박한 세상이 된 겁니다.” 강연에 이어 문학토크, 작은 음악회, 북 퀴즈 등이 진행됐다. 행사장 주변에서는 종가음식과 전통차(茶) 맛보기, 사진전시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1박 2일간 김 씨와 함께 안동의 월영교 병산서원, 경북 예천의 병암정 초간정 용궁역 삼강주막 등을 둘러봤다. 인문캠프는 7월 안도현 시인, 9월 정호승 시인, 10월 이원복 만화가로 이어진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명사들의 강연과 탐방지를 연결한 관광 코스를 구상하고 있다. 경북의 관광자원을 인문학적으로 재조명해 재미와 감동의 메시지를 사회에 전하겠다”고 말했다.안동=이설 snow@donga.com·장영훈 기자}

    • 2019-06-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김훈 작가 “우리 사회의 특징은 악다구니, 상소리, 욕지거리”

    “조선 후기에 안동 지역의 개혁적 유림들은 전통의 힘으로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1일 오후 경상북도 안동시 하회마을 만송정. 야구 모자를 비스듬히 눌러 쓴 백발 남성이 소나무 사이에 자리한 대형 무대에 올랐다. 장편소설 ‘칼의 노래’ ‘남한산성’과 산문집 ‘자전거여행’ ‘연필로 쓰기’ 등을 펴낸 김훈 작가(71)다. 김 작가는 이날 ‘제1회 백두대간 인문캠프’에 참여해 ‘비스듬히 잊혀진 존재의 품격’을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관중 1000여 명 앞에 선 그는 하회마을의 가치를 소개하면서 현재의 우리 사회를 비판했다. 그는 “하회마을은 양반과 상인, 유교와 무속, 선비와 하인이 뒤섞여 600여 년을 공존해왔다. 이런 전통적 덕목이 근대와 잘 접목되지 않아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고 했다. “우리 사회의 특징은 악다구니, 상소리, 욕지거리입니다. 지난해 여름, 그 더운 날에 정치인의 점에 대한 공방으로 수개월을 허비했습니다. 생각 없이 말을 내뱉는 어수선하고 천박한 세상에서, 전통적 가치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전통과 보수 안에도 미래를 열어젖히는 힘이 있습니다.” 그는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세태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인간에 대한 경외심과 연민, 다른 이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능력이 부족한 세태를 꼬집으면서 유림들의 태도를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애 선생은 몇 달 동안 고요히 앉아 사유하고 글을 썼습니다. 새가 알을 품듯 오래 기다리고 조용히 기다렸지요 또 제자가 질문하면 몇날며칠 고민한 뒤 답을 주곤 했습니다. 우리는 그런 태도를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그저 뜨고 싶어 하는 이들이 넘치는 천박한 세상이 된 겁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는 “답이 없다”며 오래 고민한 뒤 “일상생활을 바르게 유지하는 게 하나의 답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말을 바르게 하고 잘 듣고 신중히 사유하는 기본을 지키라는 것. 무엇보다 그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목표는 친절이라며, 친절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죽은 뒤 친절한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글 잘 쓰는 건 필요 없3고,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기억해줬으면 합니다. 인간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목표는 친절입니다.” 김 작가는 2일 경상북도 예천시 초간정에서도 낭독회를 열고 “인문학은 반성하는 것이다. 일상이 올바른지 인간에 맞는 것인지를 반성하는 게 인문학의 사명”이라고 했다. 안동=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6-02
    • 좋아요
    • 코멘트
  • 입양아 출신 在美시인 신선영 씨 “뿌리에 대한 갈망은 내 인생의 화두”

    “스팸 메일인가 했어요. 나를 어떻게 알고 한국에서 연락을 주셨나 했죠.” 20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난 재미교포 시인 신선영 씨(44·사진)가 웃으며 말했다. 그는 올해 처음 한국문학번역원이 주최한 해외 한인작가 초청 축제인 ‘소통과 평화의 플랫폼’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그는 “기대하지 못한 초대라 무척 반가웠다. 입양인 작가로서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어서 기뻤다”고 했다. 신 시인은 1975년 생후 8개월(추정)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입양 가정에서 사랑을 받고 자랐지만 뿌리를 향한 본능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지금까지 낸 시집 3권은 각각 언어, 한국, 입양에 대한 단상을 담고 있다. ‘온통 검은색인 치마’는 아시안 아메리칸 문학상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신 광채’는 미네소타 도서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해외 입양 서류에는 ‘출생지: 미상, 이름: 미상, 성별: 여, 여행 목적: 입양’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한국의 법적 고아였던 상황은 인생을 지배하는 화두죠. 이번이 다섯 번째 방문인데, 이방인의 눈에 비친 모든 모습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두 번째 시집에는 집회하는 모습을 작품에 담기도 했어요. 미국은 백인과 유색인종의 구도인 경우가 많은데, (한국은) 경찰과 시위대가 같은 외모를 가져 형제나 자녀 간 갈등으로 느껴졌죠.” 1970년대에 해외로 건너간 입양아들이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현지 문단에 다수 진출했다. 미국 학계에서는 ‘입양문학 장르’라는 평도 나온다고 한다. 신 작가는 “각지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작가들이 연대하면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다음 시집에서는 귀화와 시민권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해요. 국가의 테두리에서 내부인과 외부인의 경계인을 가르는 기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처음 한국을 함께 찾은 아이들이 제 고향을 좋아해 줘서 자랑스러워요. 언젠가 한국에서 머물고 싶습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서울서 미리 맛본 축제… 이제 직접 즐기러 떠나요!

    “올여름 휴가는 합천에서 오∼싹하게 보내세요!”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 광장.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와 얼굴에 피칠갑을 한 경찰특공대원, 영화 ‘컨저링’에 나오는 수녀 귀신이 등장했다. 난데없는 ‘귀신 3인방’을 보고 기겁하는 시민들에게 이들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합천 영상테마파크 내 고스트파크에서 26일부터 8월 18일까지 호러 축제가 열려요. 귀신 구경하러 놀러오세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이어진 ‘제7회 K-Festival 2019, 파이팅 코리아 내고향 페스티벌’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각 지역은 다채로운 이벤트를 통해 축제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 시민들은 축제를 미리 체험하며 국내 여행 계획을 짜느라 여념이 없었다. “강원도에서 최근 큰불이 났죠. 여행으로 힘을 보태주세요! 여름 하면 강원도죠.”(강원) “장인의 솜씨와 신선한 식재료가 만났습니다. 전라남도에서 음식의 향연을 즐겨보세요∼.”(전남) 2013년부터 열린 박람회는 올해로 7회째를 맞았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축제와 숨겨진 지역 관광자원을 널리 알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행사로 동아일보와 채널A, 동인앤컴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하이원리조트가 후원한다. 올해는 특히 체험 행사가 부쩍 늘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충남 보령시가 마련한 부스에서는 지역 기업 ‘머드몬스터’가 선보인 ‘진흙 슬라임’이 인기를 끌었다. 경기 한민고 1학년 김주은 양은 “슬라임을 좋아하는데 유해 물질 때문에 부모님이 걱정하신다. 촉감은 기존 슬라임과 똑같은데 진흙을 섞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곳에서는 흑임자와 오징어 먹물로 진흙색을 표현한 아이스크림 ‘머드콘’도 함께 선보였다. 머드몬스터 관계자는 “보령은 진흙으로 유명한데 관련 놀이는 다양성이 부족했다. 머드를 내세운 먹거리 놀거리로 축제를 확장하고자 한다”고 했다. 경남 진주남강유등축제 부스가 마련한 유등 만들기 체험 행사는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곳에서 만난 60대 부부는 “큰 기대 없이 방문했는데 다양한 체험 행사가 열려 만족도 100%다. 각 부스를 돌면서 1년 치 나들이 계획을 짜고 있다”고 했다. 전북 김제시가 마련한 부스는 짚풀, 보릿대, 압화 공예 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뻣뻣한 보릿대로 여치집을 만들던 김현수 양(12)은 “책에서만 보던 짚풀을 직접 만지게 돼서 신기하다. 여치집을 만들어 동네 외국인 친구에게 선물할 것”이라고 했다. 부스를 방문한 박준배 김제시장은 “김제에서는 전통 농경문화를 테마로 지평선축제를 열고 있다. 수도권에서 적극 홍보를 벌여 지평선축제를 세계적 규모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행사장에는 외국인 참가자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올해 행사에는 문체부가 선정한 ‘5대 글로벌 육성축제’인 보령머드축제, 안동탈춤축제, 진주남강유등축제, 김제지평선축제, 화천산천어축제를 비롯해 65개 축제에서 110개 부스를 마련했다. 산천한방약초축제, 제주들불축제, 부여서동연꽃축제, 밀양아리랑대축제 등 지역 색 짙은 축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덕환 진주남강유등축제 홍보팀장은 “다른 지역 인재들과 축제에 대한 정보 및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어 큰 도움을 받았다. 수도권에서 홍보 기회를 갖게 된 것도 큰 이점”이라고 했다. 박람회는 끝났지만 전국의 진짜 축제는 이제 시작이다. 전국 축제 정보는 한국축제박람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장난감에서 식음료까지 “귀여운 것이 좋아”

    《#1. “병아리 모양 지우개를 살까, 핫도그 모양 자석을 살까.” 직장인 한선주 씨(32)는 요즘 주말마다 ‘소품 가게 도장 깨기’를 하러 다닌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거리와 망원동 일대에 포진한 소품 가게를 돌면서 눈에 들어오는 물건들을 하나씩 사 모은다. 그는 “도장 깨기 목록에 오른 소품 가게 15곳을 섭렵한 뒤 두 번째 투어를 하고 있다. 깨알 같은 소품 쇼핑을 하다 보면 현실 감각은 옅어지고 행복감이 밀려온다”고 했다. #2. 30대 남성 직장인 김모 씨는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이허브’에서 어린이용 비타민을 주문한다. 그가 주로 구입하는 제품은 알록달록한 젤리 종합 비타민과 오렌지 모양 비타민C. “어린 시절 어머니가 약국에서 곰돌이·공룡 모양 비타민을 사주셨다. 비타민 하나에 행복감에 젖어들던 과거로 돌아간 듯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했다.》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문화를 즐기는 키덜트(kidult). 장난감·소품에서 식음료, 영상, 화장품, 출판으로 외연을 넓혔고, 소비층은 20대 여성뿐만 아니라 30, 40대 여성과 남성까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작년 국내 캐릭터 산업 시장 규모는 12조7000억 원. 롯데백화점의 올해 키덜트 상품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50% 이상 급증했다. ○ 귀여움에 홀린 ‘어른이’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소품 시장의 성장세다. 서울에서는 홍대 망원동 이태원 성수동 일대에 2, 3년 전부터 소품 가게가 들어서더니 최근에는 30개 이상으로 늘었다. 홍대의 ‘픽시’ ‘미미도넛’과 망원동의 ‘말랑상점’ ‘망원만물’, 성동구 성수동의 ‘잡화게티’ 등이 대표적이다. 세상의 모든 귀여운 개체를 취급하지만 특히 ‘인스’(인쇄소 스티커), ‘떡메’(떡메모지·한 장씩 떼어 쓰는 메모지), 자석, 지우개, 마우스패드 등이 인기가 좋다. 박민이 잡화게티 대표(35)는 “5년 전만 해도 서울 시내 소품 가게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혔는데 지금은 오프라인 가게만 30여 개에 이른다”고 했다. 음식과의 결합도 활발하다. “이걸 어떻게 먹어?” “30분 동안 감상하자.” 24일 서울 마포구 ‘디저트연구소’를 찾은 10여 명의 손님은 복숭아와 선인장 모양 케이크를 앞에 두고 연신 탄성을 내뱉었다. 케이크 한 조각에 9000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좋다. 강민재 매니저(30)는 “최근 선보인 보노보노와 벌 모양 머랭 쿠키는 판매하자마자 동이 났다”고 했다. 디저트 외에도 ‘뽀로로’ ‘인어공주’ 등을 본뜬 귀여운 밥상, 캐릭터를 내세운 음료수의 인증샷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대세를 이룬다. 커피 프랜차이즈도 마시멜로 같은 귀여운 디자인의 음료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작은 물건을 취급하는 답례품 시장도 귀여운 디자인이 각광받고 있다. 수박 모양 떡설기, 욕조에서 목욕 중인 병아리 모양 방향제, 피카추 디자인의 수세미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외 캐릭터를 내세운 화장품, 출판물, 전시도 잇따르고 있다. ○ ‘남성 편입’ ‘적극 소비’ 귀여운 콘텐츠는 전 세대를 강타하고 있다. 직장인 김현미 씨(46)는 중학생 딸보다 귀여운 인형과 소품을 더 좋아한다. 5년 전부터 하나 둘 사 모은 스노볼, 스티커, 오르골, 봉제인형은 팔아도 될 수준으로 쌓였다. 그는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즐기는 기분이 좋다. 만족감이 크다 보니 체면, 쓸모, 경제적 상황, 나이 등은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남성들도 귀여운 걸 거부하지 않는다. 귀여운 아기 사진을 수집해 공유한다는 직장인 김규민 씨(32)는 “샘 해밍턴의 아들 윌리엄을 특히 좋아한다. 최근엔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 ‘리락쿠마와 가오루씨’에 빠져 있다”며 “취향일 뿐인데 친한 친구들조차 ‘남자가 이런 걸 좋아하느냐’고 지적하면 서운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귀여움을 소비하는 방식은 적극성을 더해가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올해 가장 귀여운 동물’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아기’ 등의 순위 영상을 보고 댓글창으로 웃음 참기 놀이를 벌이기도 한다. 취미 모임 사이트에는 소품 가게 동행자를 구하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귀여움이 문화 콘텐츠의 중심으로 돌격하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과거에 어른은 어른 취향을 가져야 한다는 의무감이 팽배했다. 최근에는 개성 존중과 소소한 가치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어른다움에 대한 요구가 옅어졌다. 사회·경제적으로 각박한 현실도 1차원적인 위안을 주는 귀여운 콘텐츠의 주가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설 기자}

    • 2019-05-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베르나르가 묻다… “SF, 추리, 판타지는 문학인가 아닌가”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58)는 한국인에게 오랜 친구 같은 작가다. ‘개미’(1993년), ‘타나토노트’(1994년), ‘뇌’(2003년), ‘신’(2008년), ‘잠’(2017년)…. 25년 넘게 스타 작가로 롱런한 덕에 세대 불문 추억의 작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고양이’ 이후 1년 만에 나온 장편소설 ‘죽음’ 역시 의리 혹은 기대로 벌써부터 반응이 뜨겁다. 방대한 그의 작품 세계는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된다. 지식 기반, 백과사전, 죽음과 영성, 과학, 판타지 등을 변주해 왔다. 이번 작품은 베르베르 DNA를 지닌 개체들의 총체처럼 느껴진다. 자신을 닮은 주인공이 저승과 이승을 오가며 곳곳에 죽음에 관한 백과사전을 배치했다. 장르는 ‘공상과학(SF)+추리+판타지’. 주인공은 인기 추리 작가 가브리엘 웰즈. 야심작 ‘천 살 인간’의 출간을 앞둔 그는 어느 날 아침 자신이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고 확신한 그는 능력 있는 영매 뤼시 필리피니와 함께 범인을 찾아 나선다. 용의자는 정반대 기질을 타고난 쌍둥이 형 토마 웰즈, 영원한 앙숙인 평론가 장 무아지, 출판사 편집자 알렉상드르 드 빌랑브뢰즈. 족보 없는 수사가 질주하는 가운데 베르베르 특유의 상황 농담이 웃음보를 건드린다. 작가는 작중 인물을 동원해 작정한 듯 프랑스 문단을 풍자한다. “그 자체로 나쁜 문학 장르가 있는 게 아니라, 장르마다 좋은 책과 나쁜 책이 따로 있을 뿐이에요.”(웰즈) “독자들은 어리석을 때가 많습니다. 선택을 허용하면 대개가 쉬운 쪽을 선호하죠.”(무아지) 베르베르가 장르 작가로 겪어온 오랜 설움은 작가들의 영혼 전쟁에서 ‘웃프게’ 폭발한다. 진일보한 죽음과 영성에 대한 인식도 관전 포인트. 타나토노트에서 영계를, 잠에서 수면의 단계를 탐구한 그는 이번 작품에서 망자의 눈으로 이승을 내려다본다. 그와 ‘베프’인 할아버지 유령은 “죽음은 해방인 반면 출생은 자신을 꽃피우기 힘든 억압적 세계로 들어가는 일”이라고 확신하고, 웰즈는 “(인간은) 정신을 가진 육체가 아니라 육체를 가진 정신”이라고 여긴다. 죽은 뒤 더 유명해진 ‘미라가 된 강도’, 비평가를 왜소음경증, 소아성애자로 묘사해 복수한 마이클 크라이턴의 이야기를 담은 ‘마이크로 페니스의 법칙’…. 적재적소에 선물처럼 자리한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읽는 맛을 더한다. 베르베르가 주인공으로 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슈퍼마켓의 진열대를 채운 환상 문학, 영웅 판타지, SF, 추리, 스릴러, 공포 소설…이것이 과연 문학입니까?” 스스로를 거침없이 희화화하며 문학계의 평화를 도모하는 시도가 인상적이다. 다소 엉성한 추리와 그리 충격적이지 않은 결말에도 작가와 계속 의리를 지키고픈 이유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행복감 Up 스트레스 Out’ 속초에서 맛보는 DIY 힐링

    강원도 속초라는 말에 ‘바다’, ‘아바이마을’, ‘설악산’ 등만 연상한다면 요즘 말로 ‘아재’다. 젊은층에게 속초는 개인의 취향대로 ‘DIY(Do It Yourself·직접 만드는) 여행’을 꾸릴 수 있는 핫 플레이스이다. 기자는 ‘디톡스’를 키워드로 속초를 조합해봤다. 온천과 독립서점, 면식수행 등을 ‘To Do 리스트’에 올리자 육신과 영혼은 힐링이 됐고, 배는 이로운 기운으로 채워졌다.척산온천 - 노폐물 OUT “윗집 아랫집, 어디로 갈까요?” 목적지를 밝히자 택시 운전사가 되묻는다. 관광로 일대 척산온천은 두 곳이다. 비교적 규모가 큰 척산온천휴양촌(윗집)과 다소 아담한 척산온천장(아랫집)이다. 윗집에 도착하니 환한 초록빛 앞마당이 눈에 들어온다. 수령 300년 된 소나무 3000여 그루로 꾸민 산책로다. 건물은 본관과 찜질동으로 나뉜다. 본관에는 사우나와 객실이, 별관에는 찜질방과 불한증막 등이 있다. 건물 사이에는 야외 수영장과 족욕탕 등이 자리 잡았는데 보수공사로 6월경 문을 연다. 찜질 및 사우나 비용은 대인 기준 1만4000원. 찜질복으로 갈아입은 뒤 걸어서 2분 거리인 별관으로 향한다. 이곳의 자랑은 전망대 격인 휴향정(休香亭). 3층 높이의 팔각정으로, 어느 창으로 바라봐도 빼어난 설악산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 건물 곳곳에는 척산온천의 역사를 담은 흑백사진이 걸려 있다. 오래전부터 약수로 이름이 높았다거나 한겨울에도 땅이 얼지 않아 동물들의 보금자리였다는 이야기 등이 펼쳐졌다. 이곳에서 온천수를 본격적으로 추출한 건 1960년대. 33m² 남짓한 공간으로 시작해 1985년 지금의 휴양촌이 들어섰다. 널찍한 사우나를 가로질러 본관 2층 노천탕으로 향한다. 몸을 담그자 피부에서 물이 미끄러지고 새소리가 귓등을 때린다. 푸른빛이 감도는 빛깔이 독특하다. 칼슘, 유황, 칼륨, 라돈이 풍부해 온천수 중에서도 양질로 평가받는다. 수온은 50∼53도. 유아를 동반한 가족은 가족실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온천과 물놀이를 함께 즐기려면 인근의 한화리조트 설악워터피아가 좋다.지역서점-마음건강 UP 독립서점이 유행한 지는 꽤 됐지만 속초에선 유독 존재감이 도드라진다. 먼 길을 달려 서점만 들렀다 오는 여행객이 적지 않다. 그 중심에 ‘동아서점’과 ‘문우당서림’, 그리고 ‘책+숙박’ 공간인 ‘완벽한 날들’이 있다. 시외버스터미널 뒤편은 ‘소호거리’라 불린다. 가성비가 좋고 감각적인 게스트하우스가 몰려 있다. 예스러운 여관과 미래적인 디자인의 게스트하우스 사이로 ‘완벽한 날들’의 간판이 보인다. 서점과 숙박 시설을 동시에 품은 북스테이로, 묵향을 맡으며 쉬어가기 좋다. 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인 동아서점은 전국구 서점이다. 주인장의 취향과 속초의 지역색을 살린 큐레이션이 매력 포인트. 여행, 드로잉, 목공예 등 책에 관심 없는 여행객이라도 홀릴 만한 주제별 분류가 돋보인다. 문우당서림도 3세가 운영에 참여하면서 변신에 성공했다. 각 책의 내용을 종이에 새겨 전시해둔 책장이 시그니처 공간.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잃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거나 마찬가지다.’(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앉을 공간이 충분해 ‘독휴(독서 휴식)’ 공간으로 인기다.면식수행-포만감 행복감 UP 속초 먹방의 성지는 속초관광수산시장. 전국구 주전부리가 빼곡해 현기증이 일 정도로 반갑다. 그중에서도 한 끼 식사로 속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면. 칼국수, 콩국수, 냉면 가게가 즐비해 ‘면식수행’(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행위) 의지를 부른다. 일단 칼국수. 시장 초입 뻥튀기집의 추천으로 도문집을 찾았다. 시간 건너편에 자리한 40년 역사의 노포다. 나이 지긋한 사장님을 기대했는데 손맛을 그대로 물려받은 중년 부부가 바삐 움직이고 있다. 낙점받은 메뉴는 칼국수. 갓 반죽한 면, 감자를 으깨 넣은 멸치육수, 굵은 고춧가루가 각자의 개성을 잃지 않고 어울려 당찬 맛을 냈다. 다음은 콩국수. 지역 주민의 소개로 미성식당을 골랐다. 고깃집이지만 별미 메뉴인 콩국수로 더 유명하다. “콩 국물에 땅콩가루 살짝 황금비율로 섞어 진하면서도 깔끔한 국물 맛을 잡았어요. 김치는 꼴뚜기로 간을 내 독특할 겁니다”라는 젊은 사장의 설명대로 콩국수도 김치도 풍미가 인상적이다. 고추장과 된장으로 맛을 낸 강원도 향토음식 장칼국수에 도전해도 좋다.여행 정보추천 코스: 속초시외터미널 뒤편 게스트하우스촌∼완벽한 나날∼속초관광수산시장∼동아서점∼문우당∼외웅치항∼척산온천(5, 6시간 소요)맛집 도문집: 칼국수, 냉칼국수 6000원. 수복로 199 미성식당: 콩국수 5000원. 중앙로 54번길 12 정든식당: 장칼국수, 흰칼국수 7000원. 번영로 105번길 39 속초황태찐빵만두: 황태고기찐빵 2500원, 황태팥찐빵 2000원. 중앙로 129번길 46감성+ 책: ‘속초에서의 겨울’(엘리자 수아 뒤사팽 지음) ‘속초는 오로지 기다리기만 했다. 관광객들, 배들, 남자들, 그리고 봄의 귀환을.’ 프랑스 작가가 속초를 소재로 쓴 소설. 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지인 아바이마을에서 주인공처럼 갯배 체험을 해보자. 세대 포인트: △연인·신혼부부: 외웅치항과 서점에서 낭만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중장년층: 몸과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마법의 온천. △어린이가 있는 가족: 면식수행, 관광수산시장 주전부리, 척산온천 가족온천탕. 속초=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광화문서 ‘축제 배틀’… 국내 5대축제 포함 110개 부스 마련

    “축제를 중심으로 한 관광 산업은 지역을 살리는 중요한 미래 먹거리입니다.”(유승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한국축제&여행박람회는 관광이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뜻깊은 행사입니다.”(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관광 및 축제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문화 산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K-Festival 2019, 제7회 한국축제&여행박람회’ 개막식이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동아일보·채널A, 동인앤컴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하이원리조트가 후원한다. 김 차관은 “지역이 축제를 여는 게 아니라 축제가 지역을 견인하는 시대가 됐다”며 “마을의 화합을 이끌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축제 활성화를 위해 모두가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7년째 이어진 박람회로 지역 축제가 단단히 뿌리내린 것 같다. 행사를 준비해 온 동아일보와 채널A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은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매력적인 축제가 열린다. 관광 산업 활성화는 고용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전국 각지 관광객의 지출 규모만 연간 4조 원 이상”이라며 “각 축제가 세계적 규모의 행사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 축제 관련 총지출 비용은 약 3조5000억 원에 경제적 파급 효과는 12조9000억 원에 이른다. 김기정 진주남강유등축제 사무국장은 “박람회를 통해 축제를 홍보할 뿐 아니라 타 지역 축제 전문가들과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어 매우 유익한 행사”라고 했다. 박람회는 ‘다함께 즐거운 축제, With&Fun’을 주제로 국내 65개 축제 등 110개 부스가 마련됐다. 문체부가 선정한 ‘5대 글로벌 육성축제’인 보령 머드축제, 안동 탈춤축제, 진주 남강유등축제, 김제 지평선축제, 화천 산천어축제가 모두 참여했다. 26일까지 열리는 축제에서는 전통놀이 체험 등 다채로운 이벤트도 열린다. 홈페이지 참조. 입장료는 무료.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표절 논란 4년 만에 활동 재개한 신경숙 “한순간의 방심… 누추해진 책상 지킬 것”

    “젊은 날 한순간의 방심으로 제 글쓰기에 중대한 실수가 발생했고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한 채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저의 작가로서의 알량한 자부심이 그걸 인정하는 것을 더디게 만들었습니다.” 표절 파문으로 칩거하던 신경숙 소설가(56·사진)가 4년 만에 활동을 재개하면서 독자들에게 심경을 전했다. 신 작가는 23일 발간된 계간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중편소설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를 발표하며 따로 소회를 밝혔다. ‘작품을 발표하며’라는 글에서 그는 “4년 동안 줄곧 걱정을 끼쳐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혼잣말을 해왔다”며 “한 사람의 작가로서 좋은 글을 쓰게 하는 대상이 되지 못하고 비판의 글을 쓰게 하는 대상으로 혼란과 고통을 드린 것은 모두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라고 적었다. 이어 “이후의 시간이 저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저도 모르지만 저는 읽고 쓰는 인간으로 살며 제 누추해진 책상을 지킬 것이다.…쓰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니 차근차근 글을 쓰고 또 써서 저에게 주어진 과분한 기대와 관심, 많은 실망과 염려에 대한 빚을 조금씩 갚아 나가겠다”며 활동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2015년 6월 단편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활동을 중단했다. 이 사건은 문단의 권력 문제를 건드리며 파장을 일으켰다. ‘배에 실린…’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허수경 시인을 애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작품에서 화자는 ‘모든 땅이 균열을 일으키며 흔들릴 때 절벽에 서서 저 아래 묶여 있는 배를 내려다본 적이 있다.…그것은 마치 한 걸음만 옮기면 내가 쉴 수 있다고 고통과 불면의 밤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유혹하는 것만 같았다’ 등 칩거 기간에 느낀 심경을 암시하는 내용이 곳곳에 녹아 있다. 작품은 ‘신은 늘 굶주려 있는 것 같아, 잡아먹힌다 해도 앞으로 나아갈게’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63빌딩 높이보다 긴 ‘코스타 세레나’호 타고 환상여행

    6일 오전, 강원도 속초항에서 마주한 코스타 세레나(Costa Serena)호의 위용은 대단했다. 11만4500t에 최대 승선 인원이 3800명. 63빌딩을 뉘인 것보다 긴 길이(290m)에 높이는 14층에 이른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승객 2800여명이 선체에 오르는 장관이 연출됐다. 승조원과 직원 1200여 명까지 약 4000명이 6박7일간 속초∼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일본 오타루∼일본 아오모리∼부산에 이르는 여정을 함께하게 된다. 느긋하게 먹고 보고 쉬다 선체에 오르니 이국적인 외모의 직원들이 일행을 맞았다. 한국 이탈리아 중국 필리핀 인도 등 무려 31개국의 다국적 직원이 일한다고 한다. 선체 인테리어는 휴양 리조트 느낌이 물씬 났다. 빨강 파랑을 섞은 격자무늬 카펫에 그리스·로마 신화를 모티브로 한 장식물이 어우러져 외국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크루즈는 크게 선수·중간·선미로 나뉩니다. 엘리베이터 3개를 기점으로 대극장 식당 수영장 카지노 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열고 지도를 훑으며 공간을 익힌다. 63빌딩을 옆으로 뉘인 규모의 크루즈에는 없는 게 없다. 4곳의 식당에서 종일 먹고, 수영장 헬스장에서 체력을 단련하고, 대극장 댄스홀 노래방에서 여흥을 즐기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바다의 기운이 고플 땐 언제고 각층의 발코니로 나가면 된다. 끝과 끝이 아득했는데, 하루를 지내니 길눈이 트인다. 저녁 시간, 3층 베스타 식당에서 정찬을 먹었다. 첫날은 분주했으나 둘째 날부터는 인구 밀도가 적당했다. 매일 저녁 선상신문과 함께 정찬 메뉴판이 배달되는데, 미리 음식을 선택하면 편리하다. 정찬이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 9층 뷔페에서 식사해도 된다. 2일차 오후에 도착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 간략한 하선 절차를 거쳐 기항지 관광을 시작했다. 3·1운동 직후 항일운동단체인 대한국민의회가 탄생한 곳으로 한국과 인연이 깊은 지역이다. 러시아 정교회, 독수리 전망대, 혁명 광장 등을 둘러본 뒤 젊음의 거리 인근의 조지아 식당에서 만찬을 즐겼다. 어느덧 다가온 승선 시간. 여권 개수가 맞지 않으면 배가 출발하지 못하므로 시간을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 3일차는 전일 항해하는 날이다. 식당에서 뷔페식 조식을 먹은 뒤 9층 선수에 위치한 우라노 수영장으로 갔다. 투명한 차창으로 쏟아지는 햇살 아래에서 독서를 하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선상에서는 종일 각종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요가, 라틴 댄스, 발 건강 수업, 냅킨 접기, 신발 던지기 게임이 대표적이다. 미리 구미에 맞는 프로그램을 체크해두면 편리하다. 선상 곳곳에서는 저마다 나름의 추억을 쌓고 있었다. 선수 꼭대기 층 데크에서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산책하는 노부부가 보였다. 3층 대극장에서는 공연이 한창이었다. 4일차 오전, 미리 신청한 프로그램에 따라 관광을 시작했다. 삿포로와 오타루 시내를 둘러본 뒤 오타루의 메르헨 과자거리의 오르골당과 르타오 제과점을 방문했다.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로 겨울 배경이 잘 알려졌지만, 오타루의 여름도 매력이 철철 넘쳤다. 적극 즐겨야 만족도 높아져 5일차 오전 즈음 닿은 아오모리 항. 배에서 내리자 지역 주민들이 에코백을 나눠주며 환영 인사를 건넨다. 하늘은 청명하고 봄바람은 포근하다. 어디를 둘러봐도 만개한 사과꽃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 선택 관광 일정인 청룡사, 네부타 축제 전시관, 아스팜 물산 센터를 거쳐 도시를 천천히 걸어본다. ‘사과의 도시’답게 건조 사과, 사과 시럽, 사과 슈크림, 사과 젤리 등 제품이 즐비하다. 대부분 상점이 엔화만 취급하므로 환전을 미리 하는 게 좋다. 6일차는 두 번째 전일 해상일. 어버이날이 낀 탓에 승객 대부분이 60, 70대였다. 멋지게 꾸미고 댄스타임 노래타임에 참가하는 어르신들 모습이 보기 좋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가수 신지와 나상도의 콘서트. 매일 오후 10시 3층 대극장에서는 클래식 연주, 테너, 뮤지컬, 가요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진다. 부산항에 도착하면서 7일간의 여정이 마무리됐다. 여행상품 정보 문의 롯데관광 크루즈팀출발일 1차 출항 10월 8일 : 한·중·일·러 4개국 7박 8일, 인천-상해-나가사키-블라디보스토크-속초2차 출항 10월 15일 : 한·러·일 3개국 5박 6일, 속초-블라디보스토크-사카이미나토-부산블라디보스토크·오타루·아오모리=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오만 여성 작가 조카 알하르티, 맨부커상 수상…아랍어 작품 최초

    오만의 여성 작가 조카 알하르티(40·왼쪽)가 맨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을 21일(현지시간) 수상했다. 수상작인 ‘천체(Celestial Bodies)’는 식민지 시대 이후 오만에서 살아가는 세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아랍어 작품이 맨부커상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알하르티는 이 작품을 영어로 옮긴 미국인 번역가 메릴린 부스와 상금 5만 파운드(약 75500만 원)를 절반씩 나눠 갖는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22
    • 좋아요
    • 코멘트
  • 스릴러 여왕이 착해졌다? 정유정 작가 “밝은 주인공이 딱 내 모습”

    “스릴러 작가로 알려졌지만 저, 성장 소설로 데뷔했어요.” 정유정 작가(53)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탁월하게 그린 작품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으로 구성된 ‘악의 3부작’으로 “선이 굵은”, “스릴러에 특화된”, “남성적인”이란 수식어를 얻었다. 3년 만에 펴낸 신작 ‘진이, 지니’(은행나무·1만4000원)는 결이 다르다. 선한 본성이 경쾌하게 이야기를 이끈다. 서울 마포구 은행나무 사옥에서 21일 만난 그는 “‘진이, 지니’는 데뷔작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와 두 번째 작품 ‘내 심장을 쏴라’에 이은 ‘자유의지 3부작’ 완결편에 가깝다”고 했다. “데뷔 초 작품에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의지대로 삶을 이끌어가는 인물들이 등장하죠. 이번에는 죽음 직전의 자유 의지를 들여다봤어요. 주인공은 마지막까지 삶의 태도를 선택하며 배우고 성장합니다.” 주인공은 사육사 이진이와 영장류인 보노보 지니, 그리고 백수 김민주. 교통사고 직후 지니의 몸으로 살게 된 이진이의 나흘간 여정이 판타지 모험극처럼 펼쳐진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도움으로 일본과 독일을 누비며 영장류를 취재했다. “원래 쓰려던 이야기가 따로 있었는데, 버트런드 러셀의 ‘시간의 어떤 순간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구절에서 임종 직전 어머니를 떠올렸어요. 3일간 어머니의 무의식은 어디에 있었나, 인간의 원형인 영장류가 살던 태곳적으로 건너간 건 아닐까…. 뚝딱 플롯이 나왔죠.” 그간 작품의 화자는 대부분 남성이었다. 여성의 목소리를 취하면 개인 감정에 휘둘려 캐릭터 장악이 힘들 것 같았다. ‘진이, 지니’에서 그는 처음으로 자신을 활짝 열어 보였다. “‘세상에 주눅 들지 않는’ 이진이 모녀는 실제 저희 모녀와 싱크로율 90%예요. 성격, 대화 방식, 에피소드를 상당 부분 차용했죠. 제 이야기를 하는 부담이 컸는데, 틀을 깨고 나니 후련합니다.” 뜨거운 이진이와 달리 김민주는 “삶이 시시해지는 병에 걸린” 캐릭터다. 무쇠 같은 이진이와 ‘간장 종지’라 구박받는 김민주는 나흘간 서로를 뜨겁게 겪으며 성장한다. 작가는 “지질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김민주를 좋아한다. 요즘 청년들은 노력이라는 단어를 싫어한다고 하는데, 그것이 꼭 ‘성취’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삶의 태도를 스스로 결정해 삶의 주인공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신작 반응이 어떨 것 같으냐고 묻자 ‘만담꾼+개그우먼’ 버전의 목소리가 살짝 수그러든다. “독자들이 ‘정유정 맛탱이 갔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된단다. 주인공들은 막다른 곳에서 삶의 전성기를 소환한다. 그는 “만담꾼의 이야기를 신나게 친구들에게 전하던 열 살 무렵의 정유정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당시 꼬마와 지금 제 모습이 다르지 않아요. ‘문호’ 이런 거 말고 흥미롭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오래오래 쓰려고 킥복싱부터 요가까지 하루 3시간씩 운동하며 ‘기름 넣고’ 있답니다.(웃음)”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로슬링 부부 “잘못된 통계-극적인 처방, 가짜 팩트에 속지 마세요”

    ‘팩트’(사실)라는 용어는 이제 초등학생들도 쓰는 일상어가 됐다. 주장의 확실한 근거라는 의미로 주로 쓰이지만 팩트로 받아들여지는 거짓이 적지 않다. 올해 3월 국내에 출간된 ‘팩트풀니스’(김영사·1만9800원·사진)는 세상에 대한 대중의 편견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세계적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저자는 스웨덴 보건학자이자 통계학자인 한스 로슬링과 그의 아들 올라 로슬링, 며느리 안나 로슬링. 이들은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으로 무지에 싸운다’는 모토로 2005년 갭마인더재단을 설립해 통계학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올라와 안나를 최근 e메일로 만났다. 이들은 공동으로 답변을 보내왔다. 한스는 2017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세상의 무지를 통계로 측정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아버지는 공중보건의로서 아프리카 극빈층 지역에서 일했다. 그 과정에서 경제발전, 농업, 가난, 건강 사이의 연관 관계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정확한 인식이 올바른 도움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에는 모든 것을 둘로 나누는 ‘간극 본능’, 세상은 점점 나빠진다고 여기는 ‘부정 본능’ 등 10개 본능이 등장한다. “거의 모든 사람이 자신의 무지를 자각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한국을 포함해 14개국 1만2000명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실시한 뒤 이 거대한 오해를 10개의 본능으로 체계화했다. 2013년부터 테스트를 시작해 매년 데이터를 추가하고 있다.”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정확한 현실 인식은 올바른 결정으로 이어진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바쁜 현대인은 그 흐름을 따라잡을 시간이 부족하다. 잘못된 통계에 사람들이 휘둘리지 않았으면 한다.” ―사건이 터지면 해답을 찾기 급급했고(다급함 본능), 통계를 읽을 때 상대적 크기를 간과하곤(크기 본능) 했다. 책을 읽으며 10가지 본능에서 벗어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다급함 본능에 맞서는 건 정말 힘들다. 눈앞의 해결책에 쉽게 무너지기 때문이다. 책에는 각 본능을 이겨내기 위한 경험 법칙이 담겨 있다. ‘악당을 찾지 말고 원인을 찾아라’, ‘극적 조치를 경계하라’ 등 법칙을 습관화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극적인 세계관이 널리 퍼진 데에는 언론의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언론은 실제 사건보다 극적인 드라마를 이끌어낸다. 언론인들은 특히 팩트풀니스의 경험법칙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 뉴스 하단에 문맥과 통계를 추가했으면 한다.” ―통계에 친숙해질 방법이 있을까. “갭마인더 홈페이지에는 인구, 소득 수준, 쇠고기 생산량 등 각종 지역별 통계가 올라와 있다. 책에 제시한 법칙에 따라 통계를 읽는 연습을 하길 권한다.” ―책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최근 책들은 진지한 사안을 가볍게 진단하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오직 사실에 기반한 세계관을 담고 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조선 여성들이 이끌던 ‘대소설’ 시대 되살리고 싶었다”

    1700년대 후반, 책벌레들 사이에서 ‘대소설’이 크게 유행했다. 지금으로 치면 10권 이상의 방대한 분량에, 특정 시대와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삼는다.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가리지 않고 다루지만, 특히 가정사를 깊게 파고든다. 남녀가 모든 면에서 유별하던 시대. 놀랍게도 대소설을 쓰고 즐기던 이들은 여성이었다. 잦은 전쟁으로 남성이 부재한 상황이 재능 있는 여성들을 이야기의 세계로 이끌었다. 하지만 1800년대를 지나 개화기를 거치며 대소설의 맥이 뚝 끊긴다. 소설가 김탁환(51)의 신작 장편 ‘대소설의 시대 1·2’(민음사)는 잊혀진 여성 소설시대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출발한다. 1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그는 “개화기 이후 애국과 계몽을 강조한 소설이 주도권을 쥐면서 대소설은 뒷전으로 밀렸다. 작품의 명예 회복을 위해 실제 작품 제목으로 목차를 구성했다”고 했다. 배경은 1700년대 후반 정조 시대. 화제의 대소설 ‘산해인연록’과 저자 임두에 얽힌 사건을 추리기법으로 다룬다. 박제가 이덕무 등 당대 지식인 집단인 백탑파를 다룬 ‘백탑파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 시리즈 단골 주인공인 김진과 작가의 페르소나인 이명방이 사건을 풀어나가지만, 필사 궁녀와 궁중 여성들의 이야기가 메인에 가깝다. 역사 소설, 사회파 소설 가리지 않고 다작을 하고 있지만 이번 작품은 특히 뜻깊다. 학자로서의 길과 소설가의 삶 모두를 대변하는 ‘인생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는 “‘조선 후기 한글 장편소설’을 전공하던 박사 과정 때 첫 역사 소설 ‘불멸의 이순신’을 썼다. 당시 그토록 나를 괴롭히던 대소설 덕분에 장편 작가의 근력이 돋았다”고 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더 멋진 이야기를 향한 열망으로 움직인다. 낮엔 교수로, 밤엔 작가로 살던 그가 전업 작가를 택한 것도 오롯이 이야기의 마력에 이끌려서다. 사표를 낸 건 “인생 최고의 한 수”였다. “역사 소설을 쓰면 두 개의 시대에 머무르는데, 시대의 간극이 주는 긴장과 희열이 엄청납니다. 독자가 그런 마음을 느끼고 잠시 인생을 돌이켜 볼 수 있다면, 작가로서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죠.” 이순신, 황진이, 허균 등 그는 굵직한 역사적 인물을 작품에서 다뤘다. ‘주먹을 쥐고 걸을까 펴고 걸을까. 어떤 반찬부터 집을까….’ 시대와 인물을 통째로 소화한 뒤 인물에 빙의해야 비로소 글이 나온다고 한다. “한 사람을 1000번 이상 생각해야만 ‘메소드 연기’가 가능해요. 가장 힘들었던 인물은 황진이예요. 성별부터 기질까지 저와 극단에 있는 인물이다 보니 ‘접신’이 힘들었죠.” 소설, 특히 장편 소설은 근육으로 쓰는 장르라고 말한다. 오노레 드 발자크, 스티븐 킹 등 말년까지 왕성하게 활동한 작가들을 탐구한 끝에 얻은 결론은 “인생은 단순하게, 소설은 복잡하게”. “소설에는 무섭게 몰입하되 일상에선 심각해지지 않습니다. 70대까지 백탑파를 비롯해 역사 속 인물들과 뛰놀아야 하니까요.”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