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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북 성주군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해 “사드는 10억 달러(약 1조1300억 원)짜리 시스템이다. 한국이 사드 비용을 내는 게 적절하다고 한국 측에 (이미) 통보(inform)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는 한국을 보호해주는데 왜 미국이 그 돈을 내느냐.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선 “수용할 수 없고(unacceptable) 끔찍한(horrible) 한미 FTA는 조만간(very soon) 재협상하거나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비용 문제와 한미 FTA에 대해 집권 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가 새로운 대북 구상을 밝힌 지 하루 만에 ‘사드 비용 1조 원+한미 FTA 재협상 또는 폐기’ 카드를 꺼낸 것은 결국 김정은의 핵 폭주를 억제해주는 대가로 한국에 청구서를 내민 것이다. 이에 한국은 북한의 위협과 미국의 요구 사이에 끼인 ‘북핵 샌드위치’ 신세로 주도권을 상실한 ‘코리아 패싱’ 현상이 더 심각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42분간의 인터뷰에서 무려 5차례 ‘왜 미국이 사드 비용을 내야 하느냐’고 말하며 한국의 비용 부담을 주장했다. 특히 “한국 정부에 사드 비용을 내는 게 적절하다고 통보했다. 한국도 이해하고 있다”고 밝혀 한미 간 이 문제가 논의됐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미국 측에서 ‘사드 비용을 내라’는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국방부는 “양국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관련 규정에 따라 ‘우리 정부는 부지·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영 유지비용은 미국 측이 부담한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반박했다. 트럼프는 한미 FTA에 대해선 “사실 지금 (인터뷰에서) 이미 재협상이나 폐기를 선언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힌 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최근 방한했을 때 나를 대신해 이미 이런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사드 발언에 대해 각 당과 대선 후보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은 “사드 배치 결정은 처음부터 중대한 결함이 있었음이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사드 도로 가져가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측은 기존 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문병기·손효주 기자}

28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개최한 2차 TV토론회에서 대선 후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 부담 요구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후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사드 배치의 정당성에 의문을 거듭 제기했고, 찬성하는 후보들은 미 정부의 외교 전략일 뿐이라고 맞섰다. ○ 대선 후보 사드 논쟁 재점화 사드 배치를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해 온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트럼프 정부가 사드 비용을 요구한 것이 사드 배치를 찬성한 후보들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향해 “사드 배치를 무조건 찬성이라고 해버리니까 이제 비용도 부담하라고 주장하는 것이다”라며 “우리가 행사할 수 있는 외교적 카드이지 않았나. 대미 협상력을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과연 미국이라면 의회의 승인이나 협의 없이 정부가 독단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지 묻고 싶다”며 “차기 정부가 충분한 국민 공론화 과정과 국회 비준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우리가 (사드 배치 비용을) 부담할 일 없다. 원래 체결된 합의대로 갈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처음 외교 관계를 시작할 때 ‘하나의 중국(원 차이나)’ 원칙을 흔들었다”며 “한국의 새 대통령이 뽑히기 전에 하는 여러 시도 중 하나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사드 비용을 지렛대로 삼아 한국과의 각종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라는 주장이다. 문 후보가 “10억 달러를 내도 사드 배치를 찬성할 것인가”라고 재차 압박하자 안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가장 먼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여러 가지 나온 문제를 한꺼번에 합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공세에 가세했다. 심 후보는 “야밤에 (사드를) 기습 배치하고 청구서를 보내는 이러한 행동이 과연 동맹국의 태도가 맞느냐”며 “돈 못내겠으니 사드 가져가라고 해야 당당한 대한민국”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심 후보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걸 노리고 지른 것”이라며 “10억 달러를 내고 주한미군 사드 1개 포대를 들여올 거면 돈 내고 (사드 포대를) 사면 된다”고 맞섰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배치에 10억 달러를 내라는 것은 좌파정부가 들어오면 이제 ‘코리아 패싱’하겠다는 뜻”이라며 진보 진영 후보들을 공격했다. 이어 “대통령이 되면 제일 먼저 칼빈슨함 함상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겠다”며 “미국에서 셰일가스를 대폭 수입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전부 정리하겠다”고 주장했다.○ 文-洪 개성공단 재개 놓고 충돌 토론에서는 개성공단 재개 여부를 놓고도 문 후보와 홍 후보 간 설전이 벌어졌다. 홍 후보는 개성공단 확장을 공약한 문 후보를 향해 “북측 근로자가 100만 명이 되고 우리 측 근로자 중 (북한에) 올라가 일하는 사람이 1만5000명이다”며 “지난번 인질극도 발생한 바 있다. 북한 청년 일자리 대책처럼 보이는데 취소할 용의는 없나”라고 압박했다. 이에 문 후보는 “원래 우리 남쪽에 있던 공장이 옮겨가는 게 아니라 저임금을 찾아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 등지로 나갔던 기업이 유턴해 개성공단으로 가는 것”이라며 “우리 경제에 오히려 10배가량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홍 후보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위반 아니냐”고 재차 지적했다. 이에 문 후보는 “유엔의 대북제재 속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대량 현금결제 우려가 있으니 그런 부분에 대한 국제적 제재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라며 “대화 국면, 핵 폐기 국면이 돼야 (개성공단 재개가)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진우·박성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이 서로 공약을 강하게 비판하며 공방을 주고받았다. 민주당은 26일 안 후보의 대표적 공약인 학제개편을 정조준했다. 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새로운교육위원회는 논평에서 “안 후보의 말대로 하면 만 6세 아이 전체와 만 5세 아이 중 1∼3월생들이 동시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며 “특정 출생연도 아이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교육계의 4대강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문 후보 공약의 소요 재원 축소 의혹을 제기했다. 안 후보 선대위 김관영 정책본부장은 “문 후보가 지금까지 발표한 몇 가지 공약만 실천한다고 해도 소요 재원은 약 57조 원으로 안 후보의 1.5배”라며 “문 후보는 정확한 재원 규모와 조달방안을 밝혀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또 군 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겠다는 문 후보의 공약에 대해 “표를 얻기 위해 국민을 현혹하는 ‘군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공약 따라하기’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안 후보가 이날 동물학대 강력 처벌 등 반려동물 공약을 내놓자 민주당 관계자는 “문 후보가 15일 내놓은 반려동물 공약이 큰 호응을 받으니 비슷한 공약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문 후보의 정책 경쟁력을 안 후보가 입증해 준 셈”이라고 주장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박성진 기자}

26일 정치권은 전날 TV 토론회의 여진이 이어졌다. 각 캠프는 TV 토론에서 드러난 상대의 약점을 집중 공략하며 불꽃 튀는 ‘디스전(’디스‘는 disrespect의 줄임말)’을 벌였다. 선거 벽보와 TV 광고에서 파격을 선보였던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토론 태도를 겨냥한 ‘5음절 풍자시’를 논평으로 내놨다. ‘이보세요! 거기 본부장이 누구요?!’라는 제목의 이 풍자시의 내용은 이렇다. 팩트로 공격하면 <그만하시죠> 의혹을 제기하면 <밝혀졌구요> 거짓말 지적하면 <확인하시죠> 반박할 답없으면 <책임지세요> 잘못을 거론하면 <넌자격없다> 답변이 궁색하면 <계속하세요> 뭉개며 시간벌땐 <허허허허허> 상대말 방해할땐 <그만하세요> 양념을 지적하면 <내가안했다> 정책을 물어보면 <본부장소환> 도대체 거기 본부장이 누구요. 전날 TV 토론회에서 일자리 공약에 대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공세에 “정책본부장하고 토론해라”고 맞받아치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이보세요”라고 했다가 설전을 벌인 문 후보를 비꼰 것이다. 이 시는 국문과 출신인 국민의당 손금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인의 부인이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후보 측 지상욱 대변인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한줄평’의 형식을 빌려 상대 후보들을 비판했다. 문 후보는 ‘감정조절장애’, 안 후보는 ‘안초딩’, 홍 후보는 ‘술 덜깬 아저씨’라고 평했다. 이에 맞서 문 후보 캠프는 정공법으로 대응했다. 민주당 선대위 송영길 총괄본부장은 라디오에 출연해 “안 후보는 소통능력이 부족한 것 같고 TV토론회에서 시청자들의 평가가 최하위”라고 평가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논란을 꺼내든 홍 후보를 향해서는 “돌아가신 분에 대해 그렇게 노골적으로 모욕을 하고 그러면 되겠습니까”라고 날을 세웠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선은 ‘말(言)의 전쟁’”이라며 “매일 수십 개의 논평과 브리핑이 쏟아지는 가운데 유권자의 이목을 끌 수 있는 표현을 선점하느냐가 캠프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돼지흥분제, 강간 미수, 성폭력….’ 23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개최한 첫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선 성인물이나 피의자 신문조서에 나옴 직한 ‘낯 뜨거운 말’들이 쏟아졌다. 이날 TV토론회가 ‘19금’으로 변질되는 데는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겨냥해 “여성 폭력범죄를 공모한 후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곧바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홍 후보는) 돼지흥분제로 강간미수의 공범이다. 이는 인권 문제이고, 국가 지도자의 품격 문제”라고 적나라한 단어들을 쏟아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자서전에 나온 성폭력 모의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거들었다. ‘성(性)적 용어’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며 쏟아낸 인신공격과 말꼬리 잡기도 다반사였다. ‘거짓말 후보’ ‘조잡스럽다’ 등의 말들이 여과 없이 전파를 탔다. 19일 KBS 초청 토론회에서도 ‘바지 사장’ ‘나이롱맨’ 등 상대를 비하하는 말들이 난무했다. 시민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돼지흥분제, 강간을 운운하다니…. 아이들과 함께 보다 민망해서 채널을 돌렸다”고 적었다. 치열한 토론장에서 거친 공방은 오갈 수 있다. 하지만 같은 표현이라도 순화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대한민국의 지도자를 자처하는 대선 후보들이 상대를 자극하려고 경쟁하듯 저속한 말들을 쏟아내는 것은 ‘정치 혐오’만 부추길 뿐이다. 더욱이 첫 법정 TV토론회가 네거티브 공방으로 치달으면서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국정 철학, 정책의 청사진을 점검할 소중한 기회를 날려 버렸다. 외교안보를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은 단 한 번 나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문제, 한일 위안부 합의 논란 등 주요 이슈는 토론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 ‘입으로 흥한 자, 입으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유권자가 보고 싶은 건 말의 제압이 아니라 논리의 제압이며 말의 여유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23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개최한 첫 TV토론회에 나온 5당 대선 후보들은 시작부터 ‘송민순 회고록’을 둘러싸고 난타전을 벌였다. 외교·안보 및 대북정책을 주제로 진행된 토론 전반부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이슈에 따라 피아를 바꿔가며 물고 물리는 공방을 벌였다.○ 文 沈 vs 洪 劉… ‘송민순 회고록’ 진실 공방 자유토론 첫 번째로 발언권을 얻은 유 후보는 ‘송민순 회고록’으로 포문을 열었다. 유 후보는 2007년 11월 노무현 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 과정을 거론하며 “거짓말이 들통날까 봐 계속 말 바꾸기 하는 것 아니냐”고 문 후보를 몰아붙였다. 문 후보는 이에 “2007년 11월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대통령이 기권 결론을 내렸다고 배석했던 대통령연설기획비서관이 경위를 밝혔고, 11월 18일 회의 내용도 당시 국가안보전략비서관(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이 녹취록과 함께 사실관계를 밝혔다”고 일축했다. 이어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의문이 있으면 다음 토론 때 질문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럼에도 유 후보가 재차 질문을 하려고 하자 문 후보는 “(답변) 끊지 마세요. 유 후보가 합리적, 개혁적 보수라고 느껴왔는데 대선 길목에서 구태의연한 색깔론을 꺼낸 것은 좀 실망스럽다”고 했다. 이에 유 후보는 “대통령 될 사람이 북한 인권 문제 등을 김정은에게 미리 통보한다든지 물어본다면 안 된다는 것 아닌가. 이게 왜 색깔론인가”라고 반박했다. 홍 후보도 문 후보를 향해 ‘거짓말 후보’라고 공격하며 가세했다. 홍 후보는 “송민순 전 장관에 대한 (문 후보의) 이야기는 거짓말이다. 이명박 정부 때 대북 지원한 것이 더 많았다는 것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가 협공에 시달리자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거들고 나섰다. 심 후보는 “이런 문제를 진실 공방으로 가져가는 것은 정치권의 고질병”이라며 홍, 유 후보를 겨냥했다. 반면 안 후보는 ‘송민순 회고록’ 파문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으며 거리를 뒀다. 회고록 공방이 가열될수록 ‘보수 대 진보’의 대결 구도가 굳어지면서 결과적으로 보수 진영 후보들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안 후보는 “언제까지 과거에 머물러 있을 것인가. 미래를 향한 발전적 토론이 돼야 한다”며 ‘과거 대 미래’ 구도를 강조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북핵 책임론 공방 벌인 文-安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북핵 책임론을 놓고 맞붙었다. 토론이 보수 대 진보의 ‘안보 대결’로 흐르는 것을 경계한 안 후보가 “심 후보와 저를 제외한 세 후보는 역대 정부에서 중요한 위치를 맡았던 분들로 북한 문제가 여기까지 온 책임이 있다”며 화제 전환을 시도하자 문 후보가 DJ정부 계승 논쟁을 꺼낸 것. 문 후보는 “남북 관계 악화에 역대 정부에 다 책임이 있다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뜻인가”라고 반문했다. 안 후보의 모호한 안보관을 비판한 것이다. 이에 안 후보는 “노무현 정부 때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한 것을 어떻게 설명하겠나”며 맞받았고, 문 후보는 “당 강령에서 5·18을 삭제하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말 바꾸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안 후보”라며 역공을 이어갔다.○ 洪 劉 vs 安… ‘박지원 상왕’ ‘햇볕정책’ 공방 홍, 유 후보는 보수층을 잠식하고 있는 안 후보를 향해서 ‘햇볕정책 계승 논쟁’과 ‘박지원 상왕론’을 거론하며 협공을 펼쳤다. 홍 후보는 안 후보에게 “사드 배치, 햇볕정책을 갖고 오락가락하니 국민들이 신뢰하지 않는다”고 날을 세우자 안 후보는 “오늘 국민의당 의원 39명 중 5명을 빼고 모두 찬성했다. 실제로 당론이 변경됐다고 보면 된다”고 반박했다. 이에 유 후보는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가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자신이 초대 평양 대사가 될 것이며 유성엽 의원이 장관이 될 것이라고 했다”고 압박했다. 이에 안 후보는 “(박 대표를) 그만 좀 괴롭혀라. 본인은 제가 당선되면 어떤 공직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바른정당에서 (백의종군을) 했나, 민주당에서 했나. 전례가 없다. 유 후보님, 아휴 실망입니다”라고 맞받았다.길진균 leon@donga.com·문병기·유근형 기자}

5·9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들은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등 권력기관 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대통령의 권력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인 권력기관을 바꾸지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정책학회 대선 정책공약 평가단은 후보들이 내놓은 개혁 방안들이 “전반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선언적 공약이 많고 운영 방안에 구체성이 떨어져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권력기관 개혁 공약 문제는 ‘실행력’ 권력기관 개혁 공약의 핵심은 검찰 개혁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주 내용이다.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기소권을 공수처나 경찰과 나눠 갖는 것이 핵심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모두 공약에 포함시켰다. 문 후보는 “국가권력 사유화로 국가 시스템이 붕괴됐다”며 “그 중심에 청와대와 검찰·국정원이 있다”고 했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대통령 친인척이나 검사, 국회의원, 고위 관료들에 대한 수사는 검찰이 아닌 독립기관인 공수처가 맡게 된다. 또 수사권은 경찰이 갖고 검찰은 기소권과 보충 수사권만 갖도록 조정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과 함께 기소배심원제 도입을 제시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같은 권력형 비리 사건에 대해서는 기소 단계부터 국민을 배심원으로 참여시켜 검찰이 기소권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대법원장 인사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에서 대법관들 호선 방식으로 바꿔 대법원의 독립성을 높이는 방안도 내놨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검찰만 갖고 있는 영장청구권을 경찰에도 부여하고, 검찰과 경찰을 동등한 수사기관으로 인정해 상호 감시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검경 수사권도 조정하겠다고 공약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모두 약속했다. 공약이 현실화되면 검찰의 권한이 크게 줄어드는 대신 경찰의 권한은 확대된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경찰위원회 설치와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전국 확대로 경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안 후보 역시 경찰 개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또 국가정보원 개혁 방안도 내놨다. 국정원의 국내 파트를 폐지하고 대북 테러를 전담하는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국정원의 국내 수사 기능을 조정하고 국세청의 조세 정보 공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평가단은 문 후보의 공약에 대해 “권력기관 비리를 청산하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구체성이 있다”고 봤다. 안 후보의 공약도 “구체적이고 타당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실행력이 관건으로 꼽혔다. 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은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찬반 논란에 진척이 없다. 평가단은 “제도의 목적과 현실의 균형이 필요하다”며 “제도 도입 과정에서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를 최소화하려는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대통령 권한 축소 “공약 구체성 떨어져” 비대해진 청와대를 개혁하고 대통령의 권력을 나누는 대통령제 개혁에 대한 공약도 많았다. 문 후보는 대통령 집무실을 정부서울청사로 이전하고 권력기관화된 대통령 경호실을 축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당들과 협의해 추천받은 국무총리가 내각을 통솔하는 책임총리제를 시행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안 후보는 장관급 이상은 모두 국회의 인준을 받아 임명하도록 대통령 인사권을 축소하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역할을 조정해 검·경 등 권력기관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을 폐지하고 국민이 직접 헌법개정안이나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발안제, 주민투표로 국회의원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홍 후보는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을 폐지하는 등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방안을 내놨고, 유 후보와 심 후보는 민정수석실 폐지와 정책실 신설을 공약했다. 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문 후보의 공약에 대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상징성이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라며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인사권을 이양할 것인지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에 대해선 “국무총리에게 내각통할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액션플랜’은 없다”며 “청와대 개편의 전반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한국정책학회 대선 정책공약 평가단 ▽총괄=이용모 건국대 교수, 나태준 연세대 교수, 이영범 건국대 교수, 김태희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경제·산업=윤지웅 경희대 교수, 고길곤 서울대 교수, 이인원 서울시립대 교수 ▽국가거버넌스=박형준 성균관대 교수, 최천근 한성대 교수, 하현상 국민대 교수 ▽외교·국방·안보=구민교 서울대 교수, 정헌주 연세대 교수, 이정욱 연세대 교수 ▽교육·문화·환경=윤경준 한성대 교수, 김영록 강원대 교수, 한승준 서울여대 교수 ▽노동·보건·복지=강민아 이화여대 교수, 고혜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최영준 연세대 교수}
5·9대선에서는 수도권과 충청, TK(대구경북)로 이어지는 이른바 ‘경부선 라인’의 표심이 선거 판도를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동아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18, 1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호남과 PK(부산울산경남), 강원제주 등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의 심장’인 호남에서는 문 후보는 53.6%의 지지율로 안 후보(31.8%)를 제쳤다. 문 후보에게 과반 이상의 지지를 보낸 지역은 호남이 유일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호남 소외론’을 꺼내들며 지역 민심을 파고든 문 후보의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일보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14, 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안 후보가 44.1%의 지지율로 문 후보(41.0%)와 접전을 벌였다.PK에선 양강 구도가 1강-2중 체제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문 후보가 39.3%로 앞서는 가운데 안 후보(22.7%)가 경남도지사 출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15.1%)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TK와 충청, 수도권에선 한 후보가 뚜렷한 우세를 보이지 못하는 혼전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보수의 성지’로 불리는 TK에선 문 후보(28.8%)와 안 후보(23.5%)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보수의 적자를 자처하는 홍 후보(22.1%)의 약진이 눈에 띈다. ‘길 잃은 보수’ 표심 일부가 홍 후보에게 되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후보가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 협공을 당하면서 호남과 영남 지역에서 지지율이 주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전·충청에서도 문 후보(33.3%)와 안 후보(35.8%)의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 내였다. 안 후보는 유권자의 절반가량이 집중된 수도권에서 상승세를 보였다. ‘반문(문재인)’ 정서를 자극하며 ‘중원 확장’에 집중하는 전략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안 후보는 서울에서 32.6%의 지지를 얻어 문 후보(42.8%)에게 뒤졌으나 인천·경기에선 33.4%의 지지율로 문 후보(39.3%)를 오차 범위 내로 따라잡았다. 조선일보·칸타퍼블릭 조사에선 문 후보가 서울에서 13.9%포인트, 인천경기에서 12.7%포인트 차로 안 후보를 앞섰다. 연령대별 조사에서는 20∼40대에서 문 후보가, 60대 이상에서 안 후보가 앞서는 양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50대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50대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두 후보가 치열한 지지율 다툼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단설 유치원 설립 자제 등 논란으로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주춤한 사이 최근 중장년층 일자리 복지 공약을 내놓으며 5060세대 공략에 나선 문 후보의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0대에서는 부동층이 변수로 꼽힌다.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에서는 안 후보가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지지 후보가 없다’거나 ‘모름, 무응답’이라는 응답자는 각각 5.4%, 7.0%로 19∼29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19일 열린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5명의 대선 후보는 자유토론 시작부터 외교·안보 분야에서 강하게 서로 맞붙었다. 후보들은 ‘송민순 회고록’ 논란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국가보안법 존폐 논란, 햇볕정책 계승 등을 둘러싸고 상대를 거세게 몰아붙이며 불꽃 공방을 벌였다. 특히 양강 구도를 형성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간의 대결이 아닌 범(汎)보수 진영의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대 문, 안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맞부딪치는 상황으로 전개됐다.○ 문 후보의 송민순 회고록 논란 토론의 포문은 유 후보가 열었다. 자유토론이 시작되자 첫 질문자로 나선 유 후보는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북한에 사전에 물었다’는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회고록 논란을 꺼내 들었다. ‘안보관’이 약점으로 거론되는 문 후보의 급소를 파고든 것이다. 유 후보는 “13일 TV토론에서 여섯 번에 걸쳐 북한인권결의안을 북한에 문의했는지 질문했을 때 ‘먼저 물어본 적이 없다’고 한 문 후보가 TV프로그램에 출연해선 국가정보원에 물어봤다’고 말했다”며 “그게 (북한에 물어본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공세를 폈다. 문 후보는 2월 JTBC ‘썰전’에 출연해 “국정원이 갖고 있는 방법으로 확인해 보기로 한 것인데 국정원이 ‘북한의 반발이 심할 것 같다’고, 그러니 기권으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유 후보가) 국정 운영을 안 해봐서 하는 질문”이라며 “국정원 자체 정보망을 가동해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확인해 보도록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 후보도 가세했다. 홍 후보는 “문 후보가 거짓말하는지는 청와대 회의록을 보면 된다”고 압박하자 문 후보는 “확인해보라. 지금 정부에서 보면 될 것이다. 거짓말이라는 말 책임질 수 있느냐”고 날을 세웠다. 유 후보는 문 후보를 상대로 북한 ‘주적’ 개념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였다. “국방부 국방백서에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라고 하고 있다.”(유 후보) “국방부로서는 할 일이지만 대통령으로서 할 말은 아니라고 본다.”(문 후보) 주적 개념을 둘러싸고 유 후보가 수차례에 걸쳐 “주적이라고 말을 못한다는 것이냐”고 다그쳤지만 문 후보는 “대통령이 될 사람이 할 발언은 아니라고 본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2002년 대선 TV토론에서 노무현 후보도 북한이 주적이냐는 질문에 대해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남북관계를 풀어가려고 할 때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느냐”며 즉답을 피했다. ○ 문, 안 후보의 사드 말 바꾸기 논란 사드 배치를 둘러싼 공방도 계속됐다. 특히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문 후보와 안 후보의 ‘말 바꾸기’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유 후보는 문 후보에게 “5차 핵실험 때까지는 반대하다가 6차 핵실험을 하면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는 게 무슨 이야기냐”라고 비판했다.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던 문 후보가 최근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고 핵 도발을 계속해 나간다면 그때는 사드 배치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문 후보는 이에 대해 “미국도 5차 핵실험까지 가만있다가 최근에 칼빈슨 항공모함을 한반도로 보낸 것 아닌가”라고 맞받았다. 심 후보 역시 ‘전략적 모호성’을 거론하며 문 후보를 공격했다. 심 후보는 “문 후보의 전략적 모호성은 강대국의 먹잇감이 되기 좋은 태도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문 후보는 “고도의 외교 안보 사안에 전략적 신중함이 필요하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미국에서도 사드 배치는 다음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고 나오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대선 전까지 사드 배치는 불가능하다. (사드 배치 결정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의 지렛대로 이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드 배치 결정을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미 FTA 재협상 등 산적한 한미 간 현안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 후보는 이어 “(사드 배치는) 입장이 애매한 안 후보에게 질문해야 한다”며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대북 송금 논란까지 번져 홍 후보와 유 후보는 안 후보를 상대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대북 송금 문제를 꺼내들었다. 중도·보수 진영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안 후보의 정체성을 문제 삼은 것이다. 유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 송금이 잘한 것이라고 생각하나”라며 안 후보를 압박했다. 안 후보가 “모든 역사는 공과 과가 있다”며 답변을 피해가자 유 후보는 반복해서 “공인가, 과인가”라며 명확한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안 후보는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았지만 의도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안다. 모두 바라는 게 평화로운 한반도와 평화통일 아닌가”라고 답변했다. 홍 후보도 안 후보 때리기에 가세했다. 홍 후보는 “햇볕정책을 계승하나”라고 안 후보에게 물었다. 안 후보가 “그 역시 공과 과가 있다”고 말하자 홍 후보 역시 “계승하는 것 맞나”라고 재차 물었다. 이에 안 후보는 “100% 그대로 다 옳거나 다 아니거나 그런 건 없다”며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에 동의한다. 강력한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야 (북한과) 협상 테이블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 논란 국가보안법 폐지 여부를 둘러싼 논쟁도 불거졌다. 홍 후보는 “집권하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겠느냐”고 문 후보에게 물었다. 문 후보가 “찬양고무 조항 등은 개선해야 한다”고 답변하자 홍 후보는 “2003년 기무사령관을 불러서 폐지를 요구한 일 없느냐”라고 재차 물었다. 이에 문 후보는 “기무사령관에게 지시한 적은 없고 그때(노무현 정부)는 열린우리당에서 국보법 폐지를 위해 노력한 바 있다”고 답했다. 문 후보는 이어 “그 시기에 국보법 7조(찬양·고무)를 폐지하는 쪽으로 여야가 의견을 모았는데 못한 게 아쉽다”라고 했다.길진균 leon@donga.com·문병기 기자·강경석 기자}

일자리 창출은 5·9대선의 최대 화두로 꼽힌다. 지난해 정부가 쏟아 부은 일자리 예산은 15조800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늘어난 취업자 수가 약 30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취업자 1명당 5200만 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한 셈이다. 하지만 전체 실업자 10명 중 4명이 청년일 정도로 청년 실업률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이에 대선 후보들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각종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한국정책학회가 동아일보·채널A,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후원으로 19일 연 ‘정책공약 평가 대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상당수 공약이 실현 가능성이 낮고 단기 처방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文은 일자리 규모, 安은 고용의 질에 초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재정 지출을 집중해 민간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마중물로 삼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공약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이다. 먼저 안전과 치안, 복지 분야에서 17만4000명의 공무원을 채용하고 복지 공공서비스를 확대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근로시간을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여 50만 개, 500여 개 구도심과 노후 주거지를 개선하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으로 39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공약도 내놨다. 문 후보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5년간 21조 원,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 50조 원가량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공부문에 직무형 정규직을 도입해 비정규직 채용을 남발하지 못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청년고용보장계획을 통해 5년간 고용 또는 훈련을 보장하고 중소기업 청년의 초임을 대기업의 80%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중소기업 청년의 초임을 올리기 위해 정부가 1인당 연 600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청년 일자리 뉴딜정책’으로 일자리 110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창업교육 지원 예산을 확대하고 벤처캐피털 설립 요건을 완화하는 ‘혁신 성장 공약’으로 청년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최대 70만 개, 중소기업이 정규직을 채용하면 임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10만 개 일자리 창출 공약을 내놨다. 평가단은 문 후보의 공약에 대해 “일자리가 필요한 각 분야의 수요를 두루 반영한 공약”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이인원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 번 만들어진 공공부문 일자리는 연금에 들어갈 돈까지 감안하면 재정 부담이 훨씬 커지는 만큼 지속하기 어려운 사업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에 대해선 “기업의 일자리 창출 환경을 조성하고 질 낮은 일자리 개선에 집중한 것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민간부문 성장이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법 제시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4차 산업혁명 통한 일자리 창출 정책 필요” 이날 토론회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공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장기 저성장 국면을 돌파할 신성장 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대통령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구성하고 초고속 사물인터넷망과 스마트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등 정부가 나서서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는 국가 연구개발(R&D) 지원예산을 중소·벤처기업에 집중해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탈피하는 청사진을 내놨다. 홍 후보는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20조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유 후보는 융자 대신 투자를 받는 방식의 창업생태계를 만들어 ‘혁신안정망’을 구축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심 후보는 기초 원천기술 투자 확대를 내걸었다. 윤지웅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정부의 실패에도 여전히 ‘보여 주기식’ 단기 처방 공약들이나 구체성이 떨어지는 공약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대선은 국가의 사장이 아니라 직원을 뽑는 것처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파격적인 포스터를 제작해 화제가 된 ‘광고 천재’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나를 뽑아 달라’고 한다는 점에서는 대선 후보나 기업 지원자나 마찬가지다. 서로 잘 보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취업전선에서도 비(非)호감 지원자가 있기 마련이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꼽는 최악의 유형은 면접 시간에 지각하는 지원자다. 일생일대의 중요한 순간에 시간 약속 하나 지키지 못하는 사람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다음으로 꼽히는 ‘꼴불견’이 성의 없이 대답하는 지원자다. “뽑아만 주면 뭐든 하겠다”며 허황된 약속을 남발하면서 정작 질문엔 동문서답하는 지원자라면 당연히 좋은 인상을 남기기 어렵다. 최근 잇따른 의혹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안 후보의 답변 태도는 면접관의 시각으로 보면 낙제점에 가깝다. 아들 준용 씨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취업 논란을 대하는 문 후보, 부인 김미경 교수의 ‘1+1’ 서울대 교수 채용 문제에 대한 안 후보의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답변 태도 때문이다. 문 후보는 거듭되는 준용 씨의 채용 과정 및 해외연수 휴직 논란에 대한 해명 요구에 “10년간 라디오처럼 반복된 논란”이라고 치부한다. 과거에 이미 다 검증된 일을 무슨 의도로 다시 묻느냐는 식이다. 하지만 자기소개서 날짜 대필 의혹, 공모 마감 이후 서류 접수 논란 등은 새롭게 제기된 의혹이다. 그런데도 문 후보 측은 “더 이상 말꼬리 잡기 식 공방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의혹 제기 자체에 선을 긋고 있다. 부인의 교수 채용 문제에 대한 안 후보의 해명도 ‘오십보백보’다. 김 교수가 서울대의 채용 공고 전에 관련 서류를 준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안 후보는 “이미 다 검증된 사안”이라는 입장만 반복한다. 안 후보 측에 날짜 관련 해명을 달라고 요청하자 한 관계자는 “그걸 다시 읊어야 하나. 2012년 국정감사에서 다 검증됐다”며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당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서울대 국정감사 회의록을 아무리 뒤져봐도 관련 대목은 찾을 수 없다. 문 후보와 안 후보 모두 이런 의혹을 ‘흑색선전’으로 규정하고 있다. 검증을 빙자한 왜곡과 과장, 인신공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흑색선전이라면 이를 반박하는 ‘팩트’를 제시해야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안 후보가 딸 설희 씨의 재산 의혹이 일자 나흘 만에 재산 목록을 공개한 것처럼 말이다. 두 후보의 주장처럼 진작 검증이 끝난 사안들이라면 한 번 더 친절히 설명해주는 것이 그리 힘든 일도 아닐 터다. 흥미로운 점은 두 후보 측이 서로를 향해서는 준용 씨의 특혜 취업, 김 교수의 1+1 채용 의혹을 각각 ‘제2의 정유라 사건’이라고 주장하며 프레임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이 자신의 의혹에 대해선 터무니없다고 일갈하고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가면서 캠프의 ‘저격수’들이 대리전을 치르는 전형적인 진흙탕 싸움의 형국이다. 두 후보의 해명처럼 아무 근거 없는 흑색선전이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감춰진 진실의 둑이 터지면 후과(後果)는 더욱 크다. 유력 대선 후보라면 더욱 그렇다.문병기 정치부 기자 weappon@donga.com}

《 미국과 북한의 ‘강 대 강’ 대치 속에 한반도의 위기는 가중되고 있다. 한국을 찾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한을 향해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고 압박하자 북한은 “더 많은 미사일 시험을 하겠다”고 맞받아치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취임하게 될 차기 대통령은 대선일 바로 다음 날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만큼 당선 뒤 정책을 점검하고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이 때문에 차기 대통령이 외교·안보 정책을 미리 세심하게 준비해 놓지 않으면 급변하는 대외 정세에 대응하지 못한 채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이에 대선 후보들은 모두 ‘안보 대통령’을 자처하며 잇달아 공약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촉박한 일정 속에 치러지는 이번 조기 대선은 후보들의 정책 검증이 실종된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이 나온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한국정책학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 외교·안보 공약 검증을 시작으로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검증한다. 한국정책학회(회장 이용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20명의 분야별 전문가로 평가단을 구성해 일자리 정책, 정부조직 개편 등 각 후보의 공약을 △가치 △목표 △실현 가능성 △효과 등 4가지 기준으로 검증했다. 19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토론회가 열린다. 》 대선 후보들의 북한 핵문제 해결 및 안보 공약에 대해 전문가들은 “원론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표심에 맞춰 큰 그림만 제시했을 뿐 실타래처럼 뒤엉킨 북핵 문제를 풀어갈 근본적 해법은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한반도 전술핵 재도입 등 민감한 외교 현안에 대해 설익은 정책을 고집하면 국내외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북핵-남북관계 해법 구체성 떨어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북핵 해결 및 남북관계 개선 방안으로 대북(對北) 제재와 대화 병행을 기본 방향으로 제시했다. 문 후보는 평가단의 정책질의에서 “북핵 문제는 제재와 협상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과감하고 근원적인 해결책을 준비해 뒀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북핵 문제가 너무 악화돼 비핵화가 불가능해지지 않도록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핵 동결 등 임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두 후보는 접근법에서 온도 차를 보였다. 문 후보는 남북대화를 통해 비핵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에 안 후보는 “대북 제재를 지속하면서 유리한 대화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재 쪽에 무게를 뒀다. 개성공단 등 남북 경제협력을 재개하는 것에 대해서도 두 후보의 공약은 엇갈렸다. 문 후보는 개성공단 가동 재개는 물론이고 공단 용지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성공단이 북한 내 시장경제를 확산시켜 북핵 해결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안 후보는 개성공단 재개를 북한을 비핵화 협상으로 이끄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강력한 대북 제재를 통한 북한 태도 변화를 강조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 평화기본조약을 체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평가단은 문 후보의 공약에 대해 “남북관계의 4대 목표 원칙 등 중장기 목표와 원칙이 명확하다”면서도 “북핵 해결 방안의 단계적 로드맵은 없어 큰 그림만 제시하는 데 그쳤다”고 진단했다. 연세대 행정학과 정헌주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포함한 주요 국가들을 회담에 참여시킬 방안이 분명하지 않다”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국면과 남북대화를 조화시킬 방안 등에 대한 고려도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안 후보에 대해선 “북핵 해결을 위한 임시 조치를 제시하는 등 구체적인 공약을 내놨지만 북한이 이를 따르도록 할 방안이 미흡하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의 북핵 해결이나 남북관계 개선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文 “사드 조건부 찬성”-安 “비핵화 시 철수 검토”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문 후보는 “국익 우선, 한미동맹 중시, 국민 합의의 3가지 원칙에 따라 집권 후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일종의 조건부 찬성인 셈이다. 반면 안 후보는 “장비가 이미 들어오는 상황에서 배치 철회를 요구하면 한미동맹이 손상된다”는 현실론을 들어 사드 배치를 찬성했다. 다만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 동참해 한반도 비핵화가 진전되면 미국을 설득해 사드 철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홍 후보는 “올 상반기 내 사드 배치 완료”를, 유 후보는 “1, 2개 포대 추가 도입”을 공약으로 내놨다. 심 후보는 사드 배치를 일시 중단하고 차기 정부가 안보 영향 평가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서는 홍 후보와 유 후보를 제외한 문, 안, 심 후보가 모두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문 후보는 “사드 배치로 경제가 어려워지는 시기에 전술핵 배치는 경제적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으며, 안 후보는 “북한을 실질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돼 동아시아에 핵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 안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평가단은 문 후보의 공약에 대해 “사드 배치를 차기 정부에서 재검토하면 오히려 갈등 해결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사드 이외의 무기체계를 통한 북핵 대응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에 대해선 “사드 배치 철회 조건인 비핵화 진전의 조건이 제시되지 않아 모호하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홍 후보와 유 후보의 전술핵 재배치 공약에 대해선 “대북 제재의 명분인 한반도 비핵화와 모순되는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왔다.문병기 weappon@donga.com·송찬욱 기자}

《 미국과 북한의 ‘강 대 강’ 대치 속에 한반도의 위기는 가중되고 있다. 한국을 찾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한을 향해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고 압박하자 북한은 “더 많은 미사일 시험을 하겠다”고 맞받아치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취임하게 될 차기 대통령은 대선일 바로 다음 날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만큼 당선 뒤 정책을 점검하고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이 때문에 차기 대통령이 외교·안보 정책을 미리 세심하게 준비해 놓지 않으면 급변하는 대외 정세에 대응하지 못한 채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이에 대선 후보들은 모두 ‘안보 대통령’을 자처하며 잇달아 공약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촉박한 일정 속에 치러지는 이번 조기 대선은 후보들의 정책 검증이 실종된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이 나온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한국정책학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 외교·안보 공약 검증을 시작으로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검증한다. 한국정책학회(회장 이용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20명의 분야별 전문가로 평가단을 구성해 일자리 정책, 정부조직 개편 등 각 후보의 공약을 △가치 △목표 △실현 가능성 △효과 등 4가지 기준으로 검증했다. 19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토론회가 열린다. 》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가 가시화되면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미 FTA 전면 개정 시 5년간 수출 피해가 259억 달러(약 30조 원)에 이르고 일자리가 24만 개가량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선 후보들은 한목소리로 한미 FTA 재협상을 비롯한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며 ‘국익 우선 외교’를 내걸고 있다. 하지만 한국정책학회 대선 정책공약 평가단은 “정치적 수사(修辭)에 그치고 있을 뿐 각론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미 FTA 재협상 전략 미흡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18일 “전반적으로 한미 정상회담이 아주 시급하다”며 “대통령에 취임하면 가장 먼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부탁해 미국과 (한미 간 현안에 대한) 정지작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내 대기업들이 선제적인 미국 투자에 나서도록 해 한미 FTA가 미국에도 이득이 된다는 점을 부각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미국이 새로운 (한미 FTA) 협상을 하자고 요구할 수 있지만 국익을 지키는 당당한 협상을 하면 된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재협상에 응한다”는 태도다. 반면 보수 진영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재협상 요구의 부당성에 대한 논리를 개발하겠다”며 재협상에 부정적이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재협상 자체를 반대하고 나섰다. 평가단은 문 후보에 대해 “한미 FTA 재협상 시 발생할 지역별, 산업별 유불리에 따른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구민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한미 FTA 재협상을 친미 대 반미 프레임으로 끌고 갈 경우 ‘광우병 파동’ 때처럼 불필요한 사회적 낭비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의 공약에 대해선 “양국에 호혜적인 통상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는 긍정적”이라면서도 “기존 통상정책과 차별화된 공약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또 안 후보가 통상정책 컨트롤타워로 통상정책위원회를 신설하고 산업통상자원부 내에 통상정책본부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두 조직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과거 통상 관련 정부조직의 장단점을 평가한 뒤 새로운 체계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文 “전작권 조기전환”, 安 “조건부 전환” 한미 간의 핵심 외교현안 가운데 하나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대해선 문 후보와 홍 후보, 심 후보가 조기 전환을 약속했다. 문 후보는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과 같은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끌려갈 것이 아니라 자주 국방력을 강화해 전작권을 조기 환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심 후보가 2020년을 전작권 환수 시점으로 밝힌 데 반해 문 후보는 명확한 환수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안 후보와 유 후보는 조건부 전환을 내걸었다. 안 후보는 전작권 전환을 위해선 △한반도 안보 환경 안정화 △한국군 핵심 군사능력 구비 △대북 대응 능력 확보 등 3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 후보는 북한 핵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전작권 전환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평가단은 “문 후보가 전작권 환수와 연계한 자주 국방력 강화는 모호하다”며 “안 후보 역시 전작권 전환의 조건이 어떻게 충족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중, 한일 공약 국내 이슈에 매몰” 한중, 한일 관계 분야에선 문 후보가 ‘동북아책임공동체’ 구축을 통한 안보 및 경제협력 제도화, 한중 고위급 전략경제대화를 통한 경제적 협력 파트너십 구축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아 호평을 받았다. 안 후보는 “대화를 통한 한중관계 경색 해결”을 약속했지만 미래비전을 제시하진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가단은 홍 후보의 경우 한중관계에 대해 북핵 공조에만 치중했다고 진단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문 후보와 안 후보, 유 후보가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홍 후보와 심 후보는 합의 파기를 주장했다. 구 교수는 “미국의 한미 FTA 재협상 요구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격랑에 휩싸인 상황에서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국내 이슈에만 매몰돼 있어 우려된다”며 “기존 FTA의 업그레이드 등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 / 대전·대구=장관석 기자}

19대 대선 공식 벽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포스터였다. 안 후보는 17일 “벽보를 통해 제 국정 운영의 모습을 보여 드리려 했다”며 “창의적인 생각이 나와도 리더가 그걸 받아 주지 않는 닫힌 마음이 있으면 새로운 시도는 무산되기 마련”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의 튀는 벽보는 후보의 얼굴을 부각하는 기존 선거 벽보의 관행을 깬 데다 당명이 없다. 사진은 별도 촬영하지 않고 당내 후보 경선 때 수락 연설을 하기 전에 만세를 하는 사진을 썼다. 전날 벽보가 공개되자 일부 당원은 “당명이 빠졌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후보들 사이로 안 후보가 커튼을 열고 미래를 여는 듯한 메시지를 주면서 각종 패러디물이 쏟아지는 등 반전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또 벽보 제작에 ‘광고 천재’로 불리는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가 참여한 것도 관심을 끌었다. 지방대 출신인 이 대표는 국내의 작은 간판 가게에서 일하다 미국 유학길을 떠난 뒤 원쇼 페스티벌 최우수상 등 국제광고제에서 29개의 메달을 휩쓸면서 ‘광고 천재’로 불리고 있다. 전봇대의 특성을 살려 군인이 겨눈 총구가 결국 자신의 뒤통수를 겨누는 반전(反戰) 캠페인 벽보가 그의 대표 작품이다. 이 대표는 “안 후보가 얌전해 보이지만 실제론 ‘돌깡패’ ‘상남자’다. 그런 후보의 모습을 드러내는 사진을 쓰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안 후보를 시험하는 차원에서 파격 제안을 했는데 바로 받아들였다”며 “다른 대선 후보들의 벽보는 판박이처럼 똑같은데 그러면 정치를 해도 똑같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안 후보 벽보에 대해 “당명을 지운 것은 보수 세력의 표를 구걸하겠다는 것”이라며 “스스로 보수 세력의 정권 연장 도구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당명 빠졌다고 노이즈마케팅 하니 더 홍보가 된다. 민주당 벽보에는 왜 ‘부산 정권’이란 표시가 없죠”라고 반문하며 호남 표심을 자극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공식 출마하는 후보자가 역대 최다(最多)인 15명으로 최종 집계됐다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6일 밝혔다. 이제까지는 제4대 및 17대 대선에 각각 출마했던 12명이 가장 많은 수였다. 대선 후보들에게는 소속 정당의 국회 의석수 순으로 기호가 부여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기호 1번을 받았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현 민주당 계열 정당이 기호 1번을 받은 것은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에 이어 두 번째다. 문 후보는 재산으로 경남 양산시의 자택과 건물 등 18억6403만 원을 신고했다. 재산에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책 ‘대한민국이 묻는다’로 7648만 원의 소득을 올렸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1975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2건의 전과가 있다. 본인과 아들 모두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기호 2번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재산 25억5554만 원을 신고했다. 본인과 차남이 소유한 서울 송파구 소재 아파트 두 채가 20억 원가량으로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1998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500만 원의 벌금을 받았으나 2000년 사면됐다. 기호 3번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다. 재산(1196억9010만 원)과 납세실적(최근 5년간 202억7959만 원) 모두 1위였다. 재산의 대부분은 안랩 주식(1075억800만 원)이었다. 딸 설희 씨의 재산은 1억3688만 원으로 신고했다. 안 후보는 해군 군의관으로 병역을 마쳤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새누리당 조원진 대선 후보 순으로 기호 4∼6번을 받았다. 유 후보는 48억3612만 원을 재산으로 신고했으며 본인과 아들 모두 현역 병장으로 제대했다. 심 후보는 1993년 서울 구로지역 노조들의 동맹파업 사건의 주동자로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등 2건의 전과 기록이 있다. 한국당을 탈당해 새누리당으로 출마한 조 후보는 1992년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금 150만 원을 냈다고 신고했다. 국민대통합당 장성민 후보, 늘푸른한국당 이재오 후보, 통일한국당 남재준 후보 등 국회에 의석이 없는 정당 후보는 정당명 가나다순으로 기호를 배정한다. 무소속은 김민찬 후보 한 명으로 기호 15번을 받게 된다. 중앙선관위가 월드리서치에 의뢰해 10, 11일 조사한 결과 82.8%가 이번 대선에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012년 대선 전에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78.2%)보다 적극 투표층이 많아진 것이다. 특히 19∼29세 응답자의 적극 투표 의향이 지난 대선 조사 당시 65.7%에서 84.2%로 18.5%포인트, 30대는 71.1%에서 80.9%로 높아지는 등 젊은층의 투표 참여 의향이 상승했다. 반면 50∼70대 이상의 투표 참여 의향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5·9 대선에서 사용될 공식 선거비용은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 판이 5자 구도인 데다 막판까지 지지율 다툼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 후보 진영의 집중 물량전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홍보비가 최대 지출 항목 대선에서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분야는 홍보다. 실제로 민주당은 TV·라디오·신문 광고 등에 100억∼150억 원,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100억∼130억 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선거에선 인터넷 광고비용도 크게 늘어 50억∼80억 원 수준에 이른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 당일에도 인터넷 선거운동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유세차 비용도 만만치 않다. 1t 트럭에 영상물을 틀 수 있는 122인치 발광다이오드(LED) 화면, 선거운동 기간에 확성기를 단 기본 옵션의 유세차를 대여하는 비용은 2000만 원, 5t 트럭에 200인치 LED 화면을 단 고급형은 4000만 원(운전자 인건비+유류비+차량개조비 등)을 호가한다. 이번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은 300대 안팎(전국 253개 선거구에 최소 1대씩 배치할 경우)의 유세차를 이용할 계획이다. ‘로고송’ 제작에는 한 곡당 200만 원 정도가 든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8곡, 문재인 후보가 17곡의 로고송을 사용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 대선에서도 로고송 제작에 3000만∼6000만 원이 들어간다. 선거 공보 등 법정 홍보물과 현수막, 어깨띠 제작비 등을 합치면 홍보비에만 300억 원 이상을 쓰게 되는 셈이다. 선거비용에는 홍보비 외에도 선거사무원 수당과 선거연락소 운영비로 100억∼130억 원이 추가된다. 후보들이 좀처럼 긴축선거를 치르지 못하는 것은 비용을 얼마나 쓰느냐가 막판 선거 분위기를 좌우하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약 20%포인트 차로 앞서던 오세훈 후보가 막판에 홍보비를 줄이면서 한명숙 후보에게 따라잡힌 것을 대표 사례로 들고 있다. 17일 시작되는 공식 선거운동을 앞두고 각 당은 선거예산 편성에 막판 힘을 쏟고 있다. 예상되는 선거비용 지출 규모는 민주당이 450억∼480억 원 수준, 한국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450억 원 정도다. 바른정당과 정의당은 각각 90억 원, 52억 원 수준이다. 5개 정당이 사용할 공식 선거비용만 1490억∼1520억 원 수준에 이른다. 이는 2012년 18대 대선에서 사용한 선거비용인 1034억 원은 물론이고 역대 최대였던 17대 대선의 1079억 원을 훨씬 넘어서는 규모다.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첫 선거인 1987년 13대 대선에서 공식 집계된 선거비용은 254억 원이다. 이어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겨뤘던 14대 대선에선 763억 원으로 크게 뛰었다. 15, 16대 대선에선 선거비용 규모가 줄었다. ○ 득표율에 당이 파산할 수도 발등의 불은 선거비용 조달이다. 특히 홍보비는 외상이 아닌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일이 많아 ‘실탄’ 조달이 시급한 상황이다. 일단 각 후보들은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받는 선거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 정당별 의석 수에 따라 각각 원내 1, 2당인 민주당은 약 124억 원, 한국당은 120억 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국민의당은 87억 원 수준이다. 후원금을 모금할 순 있지만 후보당 최대 25억 원 수준에 그친다. 나머지 300억∼350억 원은 대출이나 펀드로 충당해야 한다. 하지만 조기 대선으로 치러지는 이번에는 시간이 걸리는 펀드로 거액을 조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과 한국당, 국민의당 모두 대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양강 구도에 들어간 문 후보와 안 후보 측은 그나마 여유로운 편이다. 최종 득표율 15%를 넘으면 선관위가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해주기 때문이다. 득표율이 10% 이상 15% 미만일 경우에는 선거비용의 절반을 받는다. 당사를 담보로 250억 원을 대출받은 한국당은 홍준표 후보의 득표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홍 후보의 대선 득표율이 15%를 넘지 못하면 은행에 담보로 제공한 당사가 날아갈 수 있다”며 “사무처 직원들 퇴직금으로 줄 돈도 없이 ‘쪽박 차는’ 거 아닌지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홍 후보는 14일 갤럽조사에서 7% 지지율을 보였다. 현재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이 3% 정도에 머물러 있는 바른정당도 돈 걱정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앞으로 대출은 받지 않을 계획이지만 기존에 상당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처음부터 선거비용을 대폭 줄여서 선거를 치르고 있다. 그래서 지지율은 3% 정도로 낮지만 비용에 대한 부담은 상대적으로 작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진우·박성진 기자}

“한국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훌륭한 리더가 될 만한 잠재력이 충분하다.” 동아일보 창간 97주년·채널A 창사 6주년을 기념해 12일 서울 영등포구 FKI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17 동아 이코노미 서밋―4차 산업혁명의 길을 묻다’에 참석한 제리 캐플런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AI: 한국의 기회와 도전 과제’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캐플런 교수는 “한국 기업들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합리적 가격으로 만드는 데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AI를 접목한 혁신 제품을 선보이도록 정부가 인프라를 구축하고 규제를 풀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캐플런 교수는 ‘인공지능의 미래’ 등의 저서로 잘 알려진 세계적 AI 전문가다. 이날 서밋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위한 비전과 전략을 찾으려는 기업 임직원, 학계, 공공기관 관계자 등 500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4차 산업혁명을 차기 정부의 주요 화두로 선보인 대선 후보들도 서밋에 참석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하며 열띤 정책 경쟁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키고, 대통령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만들어 정부가 밑받침하겠다”며 “4차 산업혁명을 통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정부가 먼저 결정하는 게 아니라 민간이 결정하면 밀어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한 뒤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 가능한 창의교육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20조 원 규모의 민관 펀드를 조성해 새만금에 4차 산업혁명 전진기지를 만들겠다”고 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정부는 경제 혁신의 방해자가 아닌 적극적인 파트너가 돼야 한다. 정부가 장기 투자에 대한 확실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밋 오후 세션에서 ‘소프트파워가 강한 대한민국’을 주제로 강연을 한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은 “창의성을 존중하는 국가 경영으로 소프트파워가 강한 개인, 학교,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수정 crystal@donga.com·문병기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오차범위(±3.1%) 내에서 초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2일 JTBC가 보도했다. JTBC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1, 12일 조사한 결과 안 후보 지지율은 38.3%로 문 후보(38%)와 팽팽하게 맞섰다. 이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6.5%), 정의당 심상정 후보(2.7%),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2.1%)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안, 문 두 후보가 서울 등 대부분 지역에서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인 가운데 문 후보는 지난주 같은 조사보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두드러진 상승세를 나타냈다. 안 후보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의 상승세가 컸다. 지난주 대구·경북 지역에서 26.7%의 지지율을 기록한 문 후보는 이번 주는 35.5%로 상승해 안 후보(29.9%)를 제쳤다. 지난주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지지율이 22.9%였던 안 후보는 이번 주 34.1%로 올라 문 후보(37.5%)를 추격했다. 연령대별 지지 후보 역시 변동이 컸다. 30대에선 안 후보가 이전 조사 대비 11.8%포인트 상승한 35.5%를 기록했다. 반면 문 후보는 30대에서 이전 조사 대비 4.8%포인트 하락한 51.9%의 지지를 얻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4차 산업혁명은 5·9대선에서 각 정당의 대선 후보가 가장 주력하는 분야다. 장기 저성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재도약 발판을 위해서는 차기 정부에서 4차 산업혁명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대목에는 모두 공감한다. 다만 방법론에선 온도 차가 있다. 정부 주도형으로 가야 한다는 현실론과 경제 구조를 민간 주도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 정부 조직 개편 불가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신설을 공약했다. 4차 산업혁명을 위해서는 정부가 주도하는 ‘21세기형 뉴딜 정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과학기술정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재정립하기 위해 과학기술부의 부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정부 주도의 4차 산업혁명에 반대한다. 정부가 과학기술 개발을 이끌던 기존 과학기술 지원 체계로는 숨 가쁘게 움직이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부처별로 관리하고 있는 국가 연구개발 과제의 선정, 평가 업무를 일원화해 정부의 불필요한 간섭을 최소화하겠다는 생각이다. 그 대신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청으로 분산돼 있는 창업 지원 체계를 신설되는 창업중소기업부로 일원화해 ‘제2의 벤처 붐’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대통령직속 기구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지원한다는 약속을 내놨다. 홍 후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관계 장관·민간 전문가가 참여한 미래투자회의를 신설한 것처럼 대통령이 주재하는 4차 산업혁명 대응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 역시 인공지능(AI)·4차 산업혁명 대응 대통령직속 위원회를 신설해 국내외 전문가와 기술자, 기업인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겠다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정부 차원의 기초·원천 기술 연구 지원 방안을 정할 때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5년 임기 대통령이 만든, 1년에 회의 두세 번 하는 위원회가 성공한 사례는 없다”며 “(대통령이 되면) 4차 산업혁명 (관련해) 파편화된 정부 구조를 완전히 수술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 운영 방식부터 바뀌어야” 현재 4차 산업혁명의 주무 부처는 미래창조과학부다. 다만 ICT와 콘텐츠 개발 지원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지원 기능은 미래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문화관광체육부 등으로 흩어져 있다. 과학기술과 ICT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는 정권 교체기마다 부침을 겪었다. ICT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은 김영삼 정부 이후 정보통신부가 맡았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기능이 분산됐다. 과학기술 정책은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과학기술부가 전담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선 교육인적자원부에 흡수돼 교육과학기술부로 개편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미래부가 신설돼 과학기술과 ICT 정책을 통합하고 있지만 두 기능의 화학적 결합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선 후보들은 ICT와 제조업, 서비스업의 융합이 핵심인 4차 산업혁명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래부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문 후보는 과기부를 부활시키는 대신 흩어져 있는 ICT 연구 지원 기능을 모은 디지털경제부를 신설하겠다는 구상이다. 안 후보 역시 미래부를 과학기술, ICT, 콘텐츠 등 기능별로 분리해 재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도 “다양한 부처가 경쟁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육성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과 ICT 전담 부처를 나눠 운영하는 것도 고려할 만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 조직 개편도 중요하지만 운영 방식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과학기술과 ICT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관료들이 정책을 주도하는 방식으로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한 한국 경제의 업그레이드가 요원하다는 비판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경제성장 모델을 제시하고 압축 경제성장 과정에서 지원금을 주며 산업을 이끄는 방식은 4차 산업혁명에선 유효하지 않다”며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주고 기업들이 나설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박성진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 비(BE) 정상회담’ 행사에서 ‘대학입학금 폐지’와 ‘최저임금 인상’ 공약 등 청년복지 공약을 내놨다.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대학 입학금을 폐지하는 동시에 대학 등록금을 동결하고 현재 시간당 6470원인 최저임금을 임기 내에 1만 원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내용이다. 또 현재 대기업의 60% 수준인 중소기업 임금을 대기업의 80%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중소기업 취업 청년에게 매달 50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해 정책을 개발하는 청년수석실을 청와대에 만든다는 구상도 내놨다. 안 후보의 청년층 공략에는 최근에 두드러지고 있는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2030세대의 지지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에선 이념과 지역 대결 양상이 약해지면서 세대별 표심을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대선 판도를 가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2012년 정계에 입문했을 때만 해도 청년층의 ‘롤모델’로 높은 지지를 받았던 안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선 열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MBC-한국경제신문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7, 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는 19∼29세에서 23.5%, 30대에서 28.4%의 지지를 얻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19∼29세 45.4%, 30대 48.6%)에게 크게 뒤처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야권 관계자는 “기성 제도권 정치로 들어오면서 청년층의 지지가 자연스럽게 낮아진 것”이라며 “촛불시위대가 던진 화두를 문 후보가 선점하고 안 후보를 적폐 세력으로 묶은 영향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안 후보는 이날 청년복지 공약 발표 행사에서 청년들을 의식한 듯 그동안 고집한 ‘칼정장(갖춰 입은 정장)’을 버리고 넥타이를 풀고 소매를 걷어붙인 채 “잊으셨을 텐데 저도 잘나가던 청년 멘토 출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문 후보의 텃밭으로 평가되는 2030세대 표심 공략에 성공하면 파괴력이 더욱 클 것이라는 게 안 후보 측의 판단이다. 특히 문 후보가 탄핵 국면에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에게 집중돼 있던 2030세대의 지지세를 아직 완전히 흡수하지 못한 만큼 안 후보가 청년층의 한 표를 가져올 경우 문 후보로부터 두 표를 빼앗아 오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 후보는 경제 분야에서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강조하며 문 후보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의 대선 후보 초청 특별강연에 참석한 안 후보는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주장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공공 부문 일자리 확대 공약을 내놓은 문 후보를 겨냥했다. 이어 “반(反)기업 정서는 실체가 없다고 본다. 기업이 무슨 죄가 있느냐”며 “아주 극소수의 불법적인 행위를 통해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인들이 나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이르면 11일 선대위 구성을 완료할 방침이다. 안 후보는 김한길 전 의원에게 선대위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문병기 weappon@donga.com·장관석·이샘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