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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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정글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합니다. 도시를 산책하고 탐사하는 즐거움을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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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3~202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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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장품 브랜드 러쉬코리아, 매장 윈도 활용한 국내 첫 아트페어

    도심의 길거리에서 화려하게 빛나고 있는 매장의 윈도는 기업의 브랜드를 알리고, 상품을 프로모션하는 치열한 경쟁터다. 시선을 가장 잘 끌어들이는 윈도는 섬세하게 연출되는 공간이다. 그런데 이 매장 윈도를 활용한 국내 최초의 아트페어가 열린다. 영국의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LUSH)코리아’가 올해 20주년을 맞아 서울 이태원, 가로수길을 비롯해 전국 20개 매장에서 ‘러쉬 아트페어’를 개최한다. 한 기업의 매장이 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팝업 아트페어 갤러리로 변신하는 셈이다. 러쉬코리아는 올 7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오티즘 엑스포’에서도 국내 발달장애 예술가 26명이 심각한 멸종 위기에 몰린 야생동물을 그린 ‘멸종 위기 동물전’ 전시회를 열었다. 이번에는 전국 20개 지역의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창조성과 독창성, 상상력이 담긴 예술작품을 매장 윈도에 전시하는 아트페어를 개최했다. “현대성은 경계를 파괴하고 융·복합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가 어우러지도록 한다. 매장은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지만, 윈도를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전환했다. 말 그대로 ‘원 플레이스 멀티 유스(One Place Multi Use)’다. 이곳에서 소비자는 관람객이며, 생산자이고 크리에이터가 된다.”(우미령 러쉬코리아 대표) 천연 재료와 수작업을 통해 코스메틱 제품을 만드는 러쉬는 ‘환경보호, 동물보호, 인권’의 가치를 기업 이념으로 추구해 왔다. 이번 아트페어에서 ‘예술에 편견은 없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우 대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위해 발달장애 작가들과 협업을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러쉬는 그동안에도 국내에서 보디로션 채러티 팟의 판매금을 모아 발달장애인들의 평등한 조화를 위한 자조 모임 ‘꿈과 나눔’을 후원하고, 영국에서는 다운증후군 작가와 콜라보한 천 포장재 ‘낫랩(Knot Wrap)’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번 러쉬 아트페어는 서울 대학로점(양예준 작가), 강남역점(최서은), 이태원역점(권태웅) 등을 비롯해 경기, 충청, 전라, 경상, 제주의 러쉬 매장에 해당 지역에서 살고 있는 발달장애 작가를 초대해 릴레이 전시를 펼친다. 9월 29일부터 11월 7일까지는 강원국제트리엔날레와 콜라보한 러쉬 아트페어가 열린다. 아티스트의 작품과 러쉬 제품이 따로 전시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전시라는 점도 특징이다. 각 매장의 전시장에는 작가의 대표작과 어울리는 제품을 큐레이션함으로써, 스토리가 있는 컬래버레이션이 펼쳐진다.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작품 특징이 화려한 색채감과 창조적 형태여서 코스메틱 제품과 잘 어울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근 세계 3대 아트페어인 영국 ‘프리즈’가 한국의 국제아트페어(KIAF)와 함께 열려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MZ세대가 열광하고 있는 아트페어는 호텔방이나 카페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러쉬 아트페어를 기획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한젬마 씨는 “아트페어의 진화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그림마켓의 ‘장소성’”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아트페어라고 하면 실내공간의 흰벽(White Wall)에 작품을 걸고 판매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런데 러쉬 아트페어는 전국의 매장을 전시장으로 해석함으로써 거리의 갤러리화, 거리 아트페어, 숍 아트페어인 최초의 팝업 아트페어다. 상점에서 시민들에게 예술을 제공하고, 융·복합이 펼쳐지는 퍼블릭 아트의 성격도 가지게 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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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합니다] 김혜정 작가-재단법인 예올, ‘2022 올해의 공예상’ 수상

    도자공예 작가 김혜정 씨와 재단법인 예올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최하는 ‘2022 올해의 공예상’ 수상자로 6일 선정됐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하는 ‘올해의 공예상’은 한국 공예 발전에 기여하며 국내외에서 활발한 창작활동을 이어가는 창작자와 공예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창작 부문 수상자 김혜정은 도자공예 작가로 재료의 특성에 대한 예술적 실험과 심미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특히 ‘지구의 순환, 미래지향적인태도, 자연 친화적인 생활 방식의 회복’의 주제를 담은 작품으로 스페인 로에베(LOEWE)재단 공예상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돼 한국공예의 위상을 널리 알리는데 이바지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매개 부문 수상단체인 예올(이사장 김영명)은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의 문화와 아름다움을 지켜온 비영리 단체이다. 20년간 꾸준히 전통과 현대공예를 아우르는 전시를 개최하고 공예 작가를 후원하는 등 다양한 매개활동을 전개해왔다. ‘2022 올해의 공예상’ 수상자에게는 공예상징을 담은 특별 제작한 트로피와 함께 상금 (창작부문 1500만원, 매개부문 500만원)과 문체부 장관 표창장이 수여될 예정다. 트로피는 공예가 지닌 역사성을 상기하고 공예의 미적 가치를 상징적으로 표현해 수공예로 직접 제작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고보형 작가가 제작을 맡았다. 창작부문 수상자 김혜정 작가의 전시는 오는 12월 9~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2022 공예 트렌드 페어’에서 진행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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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욕정의 목신, 사티로스[바람개비/전승훈]

    그리스 아테네 국립고고학박물관에는 관능과 해학이 넘치는 조각 작품이 있다. 목욕을 하려던 아프로디테(비너스) 여신에게 음탕한 목신(牧神)인 사티로스(판)가 집적대자, 여신은 슬리퍼를 들고 때리려 하고 있다. 아프로디테의 아들 에로스(큐피드)는 사티로스의 뿔을 잡아 밀치고 있다. 사티로스는 산들을 쏘다니며 아리따운 요정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욕정 덩어리 목신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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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곳곳에 사랑 이야기가 숨어있어…문학의 고향 ‘남원’[전승훈의 아트로드]

    전북 남원은 사랑의 고을이자 문학의 고향이다. 지리산의 힘찬 산세와 섬진강의 부드러운 물결이 시작되는 남원 곳곳에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판소리 ‘춘향전’의 탄생지이고, ‘흥보가’의 흥부와 놀부가 살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만복사지에는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판타지 사랑 이야기인 김시습의 ‘금오신화’가 펼쳐지고, 서도역의 철길 위에는 작가 최명희가 남긴 불멸의 현대 문학 ‘혼불’이 이글거린다. ● 만복사와 광한루의 사랑남원시 왕정동 벌판에 불그스레한 노을이 번질 즈음. 텅 빈 만복사지를 지키고 있는 석인상의 두 눈은 튀어나올 것만 같다. 풀밭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고려시대 보물급 오층석탑과 당간지주, 석불입상, 연꽃무늬 불상 좌대가 마치 연극배우가 대사를 하고 있는 듯하다. 바로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이 쓴 최초의 한문 소설 ‘금오신화’에 나오는 ‘만복사저포기’ 이야기가 펼쳐지는 무대다. 만복사에 머무르던 흙수저 노총각 양생(梁生). 그는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하게 해달라고 부처님께 빌고 있다. 금오신화에 나오는 양생, 한생, 박생이란 주인공 이름의 ‘생’은 생원의 준말이다. 조선시대 소과(小科)인 생원시에 합격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지만, 향리의 가난한 선비를 올려주는 호칭이기도 했다. 어느 날 양생은 부처님과 저포놀이(윷놀이 비슷한 막대 주사위 놀이) 한판 승부를 벌인다. 게임에서 이긴 양생은 절에서 아리따운 여인을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여인과 사흘을 함께 보내고, 친구들과 함께 시를 지으며 놀았던 양생은 마지막 날 여인으로부터 은그릇을 선물로 받는다. 그런데 다음 날 만난 그녀의 부모님은 “3년 전에 왜구의 침입 때 죽은 딸의 무덤에 함께 묻어준 은그릇을 어떻게 갖고 있느냐”며 놀란다. 결국 양생은 억울하게 죽었던 여인의 환생을 위해 천도재를 올려주고, 자신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가슴에 품고 평생토록 지리산의 약초꾼으로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만복사저포기를 현대적으로 각색한다면 게임과 판타지, 멜로와 호러가 섞인 복합 장르물 영화가 탄생할 법하다. 춘향전이 한 남자를 사랑한 여자의 지조와 정절을 노래했다면, 만복사저포기는 만날 수 없는 여인에 대한 남자의 변치 않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남원시내는 거대한 춘향전 테마파크로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구룡계곡 입구 육모정 앞에는 소설 속 허구 인물인 춘향이의 무덤까지 조성돼 있다. 해마다 춘향제 때마다 제사도 지낸다고 한다. 백년가약을 약속했던 이몽룡이 한양으로 떠날 때 춘향이가 따라 나와 눈물로 작별했던 정자인 ‘오리정(五里亭)’에는 ‘춘향이 눈물방죽’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오리정에서 북쪽으로는 춘향고개가 있고, 춘향이 이별하는 아픔에 허둥지둥 따라가다 버선이 벗겨졌다는 ‘춘향이 버선밭’도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백미는 광한루 야경이다. 광한루(廣寒樓)는 미인 항아가 살고 있는 달나라 궁전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를 닮았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완월정(玩月亭)의 호수에는 달빛이 비치고, 광한루 앞에는 세 개의 섬이 떠 있다. 몽룡과 춘향이 함께 걷던 오작교는 난간이 없는 돌다리여서 자칫 물에 빠질 것 같은 마음이 든다. 그래서 연인끼리 걸으면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남원의 대표적인 명소인 만복사와 광한루는 정유재란(1597년) 때 불타 없어졌다. 정유재란 당시 남원성을 지키던 병사들과 남녀 백성 1만여 명은 몰살을 당해 ‘만인의총’에 묻혔다. 만복사저포기에서 왜구에 의해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여인의 비극이 100년 후 실제로 벌어졌던 것이다. 만복사는 이후 빈터로 남았고, 광한루는 인조 때 다시 지어졌다. ● 뱀사골 계곡에서 만난 천년송 남원은 영호남의 경계인데다, 섬진강을 통해 남해로 이어지는 요충지다. 삼한시대에 마한의 왕이 남원 달궁계곡에 은거지를 마련하고 사방 험준한 산세 중 적이 넘어오기 쉬운 길목마다 수비군을 배치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북쪽에는 8명의 장군을 배치해서 ‘팔량치’라고 했고, 서쪽은 정 씨 장군을 배치해 ‘정령치’, 동쪽은 황 씨 장군을 배치해 ‘황령치’라고 불렸다. 남쪽은 특히 중요한 요충지여서 성씨가 각기 다른 3명의 장군이 방어토록 하고 ‘성삼(姓三)재’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정령치는 차로 오를 수 있는 지리산 최고 높이의 고개마루로 정령치 휴게소 앞 전망대에 서면 구름 속에서 천왕봉, 노고단, 반야봉 등의 연봉들이 변화무쌍하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남원에서 지리산을 오르는 뱀사골 계곡은 여름 피서와 가을 단풍으로 유명하다. 지리산국립공원 전북사무소에서 와운(臥雲)마을 천년송(千年松)까지 걷는 ‘뱀사골 신선길’(2.3km)은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편안한 트레킹 코스다. 용이 노는 요룡소, 멧돼지가 노는 돗소(돗은 남원 사투리 ‘돼지’), 호리병 같은 병소 등 수많은 전설이 깃든 물길을 감상하며 덱길을 걷는다. 30여 분을 걷다 보니 구름도 쉬어간다는 와운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뒤편에 우람한 천년송이 시원하게 뻗어 있다. 하늘을 향해 꿈틀대며 오르는 자태하며 천년 세월의 두꺼운 용비늘 모양까지, 과연 우리나라 최고의 소나무(천연기념물 424호)로 불릴 만하다. 이 천년송은 할머니 소나무로 불리는데, 20여 m 더 올라간 지점에 할아버지 소나무도 있다. 화려하고 우람한 할머니 소나무와 달리 할아버지 소나무는 S자 모양의 맵시 있는 몸매를 자랑한다. 남녀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두 소나무에도 남원의 색다른 사랑 전설이 담겨 있지 않을까 궁금해진다. 남원 노봉마을 서도역에는 최명희 작가(1947~1988)의 ‘혼불 문학관’이 있다. 1981년 동아일보 창간 60주년 기념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된 ‘혼불’은 1995년까지 월간 ‘신동아’에 연재됐던 작품. 일제강점기인 1930, 40년대 남원 지방의 ‘매안 이씨’ 문중을 배경으로 한 대하소설이다. 세시풍속, 관혼상제, 음식, 노래를 판소리처럼 운율 있는 언어로 담아낸 ‘혼불’은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에 비견되는 소중한 언어의 보고로 평가받고 있다. 1934년 개장한 서도역은 소설 속 인물인 효원이 시집가던 날 “점잖은 밥 한상 천천히 다 먹을 만한 시간이면 닿는 정거장”이라는 구절로 묘사된다. 서도역 앞에는 아름드리 고목과 호젓한 철길이 남아 있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나오는 기차역 장면도 서도역에서 찍었다. ● 숲속 미술관과 카페남원시 운봉읍 행정리의 ‘서어나무숲’에 들어서면 한여름에도 서늘한 나무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은 200여 년 전에 조성한 마을 숲으로 90여 그루의 아름드리 근육질을 뽐내는 개서어나무가 빽빽하게 자라고 있다. 마을 숲은 홍수와 바람을 막고, 땅의 기운이 센 곳은 눌러 주고 허(虛)한 곳은 보(補)해 주는 비보림(裨補林)이다. 서어나무 숲속에서는 새소리, 바람소리를 ASMR 장비로 듣고, 지역 특산물인 김부각 위에 치즈를 올린 디저트를 먹으며 피크닉을 하는 ‘숲멍 체험’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이백면에 있는 ‘아담원(我談苑)’도 숲과 미술관, 카페가 잘 어우러진 휴식처다. 원래 나무를 키우던 조경 농원이었는데 2018년 11월 ‘나와 나누는 대화’라는 뜻의 아담원으로 재탄생했다. 수목원 내 산책길을 걷다 보면 글라스 하우스 형태의 미술관을 만난다. 미국의 조각가 로버트 모어랜드가 만든 빨간색 산 모양의 작품,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앞 분수대에서 만날 수 있는 니키 드 생팔의 조각품이 전시돼 있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화첩기행’으로 유명한 남원 출신 작가 김병종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춘향테마파크 뒤편에 노출콘크리트로 지어진 미술관 앞은 바닥에 물이 담겨 있어 하늘과 구름, 나무가 반사되는 한가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미술관 내 북카페 ‘화첩기행’은 너무 맛있어 미안하다는 ‘미안커피’와 직접 만든 케이크가 인기다. 남원에 들렀다면 여름 보양식의 상징인 추어탕을 맛봐야 한다. 광한루 근처에는 추어탕집이 즐비한 ‘추어 거리’가 있다. 남원 추어탕 맛을 내는 미꾸리는 미꾸라지와는 완전히 다른 종류다. 미꾸리는 미꾸라지에 비해 수염이 짧고, 성어 기간이 2년으로 미꾸라지보다 갑절이나 길다. 그만큼 귀한 음식 재료로 만든 ‘남원 추어탕’은 뼈째 갈아서 먹는 방식이지만, 통째로 익혀서 부추와 함께 먹는 ‘추어 숙회’도 별미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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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향이 두 뺨처럼 발그레한 광한루… 스치기만 해도 빨갛게 물들겠네[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전북 남원은 사랑의 고을이자 문학의 고향이다. 지리산의 힘찬 산세와 섬진강의 부드러운 물결이 시작되는 남원 곳곳에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판소리 ‘춘향전’의 탄생지이고, ‘흥보가’의 흥부와 놀부가 살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만복사지에는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판타지 사랑 이야기인 김시습의 ‘금오신화’가 펼쳐지고, 서도역의 철길 위에는 작가 최명희가 남긴 불멸의 현대 문학 ‘혼불’이 이글거린다.》○ 만복사와 광한루의 사랑남원시 왕정동 벌판에 불그스레한 노을이 번질 즈음. 텅 빈 만복사지를 지키고 있는 석인상의 두 눈은 튀어나올 것만 같다. 풀밭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고려시대 보물급 오층석탑과 당간지주, 석불입상, 연꽃무늬 불상 좌대가 마치 연극배우가 대사를 하고 있는 듯하다. 바로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이 쓴 최초의 한문 소설 ‘금오신화’에 나오는 ‘만복사저포기’ 이야기가 펼쳐지는 무대다. 만복사에 머무르던 흙수저 노총각 양생(梁生). 그는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하게 해달라고 부처님께 빌고 있다. 금오신화에 나오는 양생, 한생, 박생이란 주인공 이름의 ‘생’은 생원의 준말이다. 조선시대 소과(小科)인 생원시에 합격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지만, 향리의 가난한 선비를 올려주는 호칭이기도 했다. 어느 날 양생은 부처님과 저포놀이(윷놀이 비슷한 막대 주사위 놀이) 한판 승부를 벌인다. 게임에서 이긴 양생은 절에서 아리따운 여인을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여인과 사흘을 함께 보내고, 친구들과 함께 시를 지으며 놀았던 양생은 마지막 날 여인으로부터 은그릇을 선물로 받는다. 그런데 다음 날 만난 그녀의 부모님은 “3년 전에 왜구의 침입 때 죽은 딸의 무덤에 함께 묻어준 은그릇을 어떻게 갖고 있느냐”며 놀란다. 결국 양생은 억울하게 죽었던 여인의 환생을 위해 천도재를 올려주고, 자신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가슴에 품고 평생토록 지리산의 약초꾼으로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만복사저포기를 현대적으로 각색한다면 게임과 판타지, 멜로와 호러가 섞인 복합 장르물 영화가 탄생할 법하다. 춘향전이 한 남자를 사랑한 여자의 지조와 정절을 노래했다면, 만복사저포기는 만날 수 없는 여인에 대한 남자의 변치 않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남원 시내는 거대한 춘향전 테마파크로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구룡계곡 입구 육모정 앞에는 소설 속 허구 인물인 춘향이의 무덤까지 조성돼 있다. 매해 춘향제 때마다 제사도 지낸다고 한다. 백년가약을 약속했던 이몽룡이 한양으로 떠날 때 춘향이가 따라 나와 눈물로 작별했던 정자인 ‘오리정(五里亭)’에는 ‘춘향이 눈물방죽’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오리정에서 북쪽으로는 춘향고개가 있고, 춘향이 이별하는 아픔에 허둥지둥 따라가다 버선이 벗겨졌다는 ‘춘향이 버선밭’도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백미는 광한루(廣寒樓) 야경이다. 광한루는 미인 항아가 살고 있는 달나라 궁전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를 닮았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완월정(玩月亭)의 호수에는 달빛이 비치고, 광한루 앞에는 세 개의 섬이 떠 있다. 몽룡과 춘향이 함께 걷던 오작교는 난간이 없는 돌다리여서 자칫 물에 빠질 것 같은 마음이 든다. 그래서 연인끼리 걸으면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남원의 대표적인 명소인 만복사와 광한루는 정유재란(1597년) 때 불타 없어졌다. 정유재란 당시 남원성을 지키던 병사들과 남녀 백성 1만여 명은 몰살을 당해 ‘만인의총’에 묻혔다. 만복사저포기에서 왜구에 의해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여인의 비극이 100년 후 실제로 벌어졌던 것이다. 만복사는 이후 빈터로 남았고, 광한루는 인조 때 다시 지어졌다. ○뱀사골 계곡에서 만난 천년송남원에서 지리산을 오르는 뱀사골 계곡은 여름 피서와 가을 단풍으로 유명하다. 지리산국립공원 전북사무소에서 와운(臥雲)마을 천년송(千年松)까지 걷는 ‘뱀사골 신선길’(2.3km)은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편안한 트레킹 코스다. 용이 노는 요룡소, 멧돼지가 노는 돗소(돗은 남원 사투리 ‘돼지’), 호리병 같은 병소 등 수많은 전설이 깃든 물길을 감상하며 덱길을 걷는다. 30여 분을 걷다 보니 구름도 쉬어간다는 와운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뒤편에 우람한 천년송이 시원하게 뻗어 있다. 하늘을 향해 꿈틀대며 오르는 자태 하며 천년 세월의 두꺼운 용비늘 모양까지, 과연 우리나라 최고의 소나무(천연기념물 424호)로 불릴 만하다. 이 천년송은 할머니 소나무로 불리는데, 20여 m 더 올라간 지점에 할아버지 소나무도 있다. 화려하고 우람한 할머니 소나무와 달리 할아버지 소나무는 S자 모양의 맵시 있는 몸매를 자랑한다. 남녀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두 소나무에도 남원의 색다른 사랑 전설이 담겨 있지 않을까 궁금해진다. 남원 노봉마을 서도역에는 최명희 작가(1947∼1988)의 ‘혼불 문학관’이 있다. 1981년 동아일보 창간 60주년 기념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된 ‘혼불’은 1995년까지 월간 ‘신동아’에 연재됐던 작품. 일제강점기인 1930, 40년대 남원 지방의 ‘매안 이씨’ 문중을 배경으로 한 대하소설이다. 세시풍속, 관혼상제, 음식, 노래를 판소리처럼 운율 있는 언어로 담아낸 ‘혼불’은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에 비견되는 소중한 언어의 보고로 평가받고 있다. 1934년 개장한 서도역은 소설 속 인물인 효원이 시집가던 날 “점잖은 밥 한상 천천히 다 먹을 만한 시간이면 닿는 정거장”이라는 구절로 묘사된다. 서도역 앞에는 아름드리 고목과 호젓한 철길이 남아 있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나오는 기차역 장면도 서도역에서 찍었다. ○숲속 미술관과 카페남원시 운봉읍 행정리의 ‘서어나무숲’에 들어서면 한여름에도 서늘한 나무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은 200여 년 전에 조성한 마을 숲으로 90여 그루의 아름드리 근육질을 뽐내는 개서어나무가 빽빽하게 자라고 있다. 마을 숲은 홍수와 바람을 막고, 땅의 기운이 센 곳은 눌러 주고 허(虛)한 곳은 보(補)해 주는 비보림(裨補林)이다. 서어나무 숲속에서는 새소리, 바람소리를 ASMR 장비로 듣고, 지역 특산물인 김부각 위에 치즈를 올린 디저트를 먹으며 피크닉을 하는 ‘숲멍 체험’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이백면에 있는 ‘아담원(我談苑)’도 숲과 미술관, 카페가 잘 어우러진 휴식처다. 원래 나무를 키우던 조경 농원이었는데 2018년 11월 ‘나와 나누는 대화’라는 뜻의 아담원으로 재탄생했다. 수목원 내 산책길을 걷다 보면 글라스 하우스 형태의 미술관을 만난다. 미국의 조각가 로버트 모어랜드가 만든 빨간색 산 모양의 작품,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앞 분수대에서 만날 수 있는 니키 드 생팔의 조각품이 전시돼 있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서는 ‘화첩기행’으로 유명한 남원 출신 작가 김병종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춘향테마파크 뒤편에 노출 콘크리트로 지어진 미술관 앞은 바닥에 물이 담겨 있어 하늘과 구름, 나무가 반사되는 한가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미술관 내 북카페 ‘화첩기행’은 너무 맛있어 미안하다는 ‘미안커피’와 직접 만든 케이크가 인기다. 남원에 들렀다면 여름 보양식의 상징인 추어탕을 맛봐야 한다. 광한루 근처에는 추어탕집이 즐비한 ‘추어 거리’가 있다. 남원 추어탕 맛을 내는 미꾸리는 미꾸라지와는 완전히 다른 종류다. 미꾸리는 미꾸라지에 비해 수염이 짧고, 성어 기간이 2년으로 미꾸라지보다 갑절이나 길다. 그만큼 귀한 음식 재료로 만든 ‘남원 추어탕’은 뼈째 갈아서 먹는 방식이지만, 통째로 익혀서 부추와 함께 먹는 ‘추어 숙회’도 별미다.글·사진 남원=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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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계단

    샤를 가르니에(1825∼1898)가 설계한 프랑스 파리의 오페라하우스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Y자 모양’의 대계단을 만난다. 다채로운 색깔의 최고급 대리석으로 제작된 계단은 부드럽고 우아한 곡선으로 물결친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2막 첫 장면에서 가면무도회가 펼쳐지는 무대 위 계단은 바로 샹들리에와 조각품으로 장식된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계단을 차용한 것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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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사, 빅데이터-AI 통해 취향까지 연구해야 생존”

    “미래의 여행사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검색 알고리즘으로 항공권과 호텔, 체험상품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개인의 취향까지 만족시켜야 살아남는다.” 온라인 종합여행사(OTA)이자 트래블 테크 기업인 타이드스퀘어의 윤민 대표(53·사진)가 그리고 있는 여행상품의 미래다. 타이드스퀘어는 세계 항공사들의 항공편과 호텔, 여러 체험 상품과 직접 연결된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 여행사와 개인들에게 다양한 여행 상품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 기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올해 3월 8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2019년에는 카카오, 두나무 등으로부터 약 500억 원의 투자를 받는 등 총 14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고려대 식품공학과 출신인 윤 대표는 유니텔, 새롬기술 등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대한항공과 현대카드에서는 마케팅을 담당했다. 여느 여행사들이 여행상품 개발에 몰두하는 것과 달리 여행 관련 기술 기반을 구축하는 회사를 꾸린 배경이다. 윤 대표는 “온라인에서 여행 계획을 짜고 상품을 선택하는 게 일반화되면서 여행업은 장치산업이 돼 가고 있다. 여행 테크 기업에는 얼마나 많은 데이터(연결 기관과 상품 정보)를 확보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야 기내식을 미리 주문할 수도 있고, 창가와 복도, 와이파이 제공 여부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고객이 선택하게 할 수 있다. 복잡한 데이터 조합에서 최적을 찾는 작업은 더 이상 여행사 직원이 할 수 없고, 기술의 영역이 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한 2∼3년간 구글과 삼성전자 출신 개발자 60여 명이 타이드스퀘어의 여행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진행한 배경이다. 윤 대표는 “전 세계적인 차세대 항공 예약 플랫폼인 ARM인덱스 인증을 완료함으로써 기술 우위를 선점한 것이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ARM인덱스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주도해 개발한 항공권 예약, 발권, 취소를 위한 차세대 항공 플랫폼이다. 타이드스퀘어는 최적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10월에는 북미 최대 여행사협의체인 ‘트래블 리더스 네트워크’에 가입하고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트래블 리더스 네트워크는 6000개의 지점과 4만 명 이상의 여행 자문단을 보유하고 있다. 타이드스퀘어는 자사 기술을 바탕으로 현대카드 고객을 위한 프리미엄 여행 브랜드 ‘현대카드 프리비아(PRIVIA) 여행’도 운영하고 있다. 2017년 SK투어비스를 인수해 기업 출장, 마이스(MICE) 영역에서도 시장점유율을 높여 왔다. 설립 7년 만에 국내 종합여행사 5위권(BSP 기준)에 진입했다. 지난해 6월에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손잡고 카카오T 앱에서 국내선 항공권 검색, 예매, 발권을 진행할 수 있는 ‘카카오 T 항공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특가 항공권 알림 앱 ‘플레이윙즈’, 숙박 예약 앱 ‘올스테이’ 등에도 투자해왔다. 카카오톡에 ‘카이트(KYTE)’ 서비스도 시작했다. 친구들과 온라인 메신저에서 얘기를 나누다가 여행지가 선택되면 바로 항공권과 숙박을 예약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서비스다. 윤 대표는 “코로나19 이전 국내 여행 산업은 디지털 트렌드와 해외 OTA 진입에 따라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여행업의 경쟁이 다시 치열해질 것에 대비해 기술 개발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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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에 기술을 더해 최적의 정보 제공…트래블 테크 성장 이끌죠”

    “미래의 여행사는 글로벌 테크기업으로 가야 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검색 알고리즘으로 항공권과 호텔, 체험상품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개인의 취향까지 만족시켜야 살아남는다.” 온라인 종합여행사(OTA)이자 트래블 테크 기업인 타이드스퀘어의 윤민 대표(53)가 그리고 있는 여행 상품의 미래이자 현재다. 타이드스퀘어는 세계 항공사들의 항공편과 호텔, 여러 체험 상품들과 직접 연결된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 중소여행사와 개인들에게 다양한 여행 상품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 기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올해 3월 8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2019년에는 카카오, 두나무 등으로부터 약 500억 원의 투자를 받는 등 총 14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고려대 식품공학과 출신인 윤 대표는 유니텔, 새롬기술 등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대한항공과 현대카드에서는 마케팅을 담당했다. 여타 여행사들이 패키지 여행 상품 개발에 몰두하는 것과 달리 여행 관련 기술 기반을 구축하는 회사를 꾸린 배경이다. “온라인에서 여행 계획을 짜고 상품을 선택하는 게 일반화되면서 여행업은 장치산업이 돼 가고 있다. 항공사에게 받은 데이터가 많을수록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정보의 조합도 많아진다. 더 많은 데이터가 있으면 기내식을 미리 주문할 수도 있고, 창가와 복도, 와이파이(WiFi) 제공 여부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고객이 선택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복잡한 데이터 조합에서 최적을 찾는 작업은 더 이상 여행사 직원이 할 수 없고, 기술의 영역이 되고 있다.” 타이드스퀘어는 자사 기술을 바탕으로 현대카드 고객을 위한 프리미엄 여행 브랜드 ‘현대카드 프리비아(PRIVIA) 여행’도 운영하고 있다. 2017년 SK투어비스를 인수해 기업 출장, 마이스(MICE) 영역에서도 시장점유율을 높여 왔다. 설립 7년 만에 국내 종합여행사 5위권(BSP 기준)에 진입했다. 그러나 윤 대표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 온라인 항공권, 호텔 검색에 강점을 가진 ‘트래블 테크놀로지(Travel Tech)’ 기업으로 국내외 여행사 등을 대상으로 한 ‘B to B’(기업간 거래) 시장에 집중해왔다. 특히 코로나19가 창궐한 2년여간 구글과 삼성전자 출신 개발자 60여 명이 타이드스퀘어의 여행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매진해왔다. 윤 대표는 “전 세계적인 차세대 항공 예약 플랫폼인 ARM인덱스 인증을 완료함으로써 기술 우위를 선점한 것이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ARM인덱스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주도해 개발한 항공권 예약, 발권, 취소를 위한 차세대 항공 플랫폼 NDC의 새로운 이름이다. 타이드스퀘어는 이미 2018년에 전세계 7개사만 인증받은 최고 등급인 NDC Capable 레벨 3을 받았고, 2019년에는 전세계 13번째로 ‘NDC Aggregator 레벨 4’ 인증을 모두 획득했다. 타이드스퀘어는 자사 여행 플랫폼인 투어비스에 2019년 국내 최초로 ARM 인덱스를 연동했다. 루프트한자독일항공(LH), 싱가포르항공(SQ), 진에어(LJ) 연동을 시작으로 에미레이트항공(EK)과 아메리칸항공(AA) 등 총 16개의 항공사와 ARM인덱스 연동을 맺었다. 이로써 국내 여행사 중 중 ARM인덱스에 가장 많은 해외 항공사와 직접적인 항공권 예약, 발권 제휴를 맺은 기업이 됐다. “ARM Index를 적용한 OTA에서는 항공사와 직접 연동한 효율적인 요금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소비자가 직접 발권과 취소, 좌석 지정, 수화물 추가, 기내식 선택, 기내 엔터테인먼트 구매 등의 부가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그동안 거의 할 수 없었던 일인데 NDC를 최초 상용화해서 항공권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공하고 다양한 기내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타이드스퀘어는 최적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10월에는 북미 최대 여행사 협의체인 ‘트래블 리더스 네트워크’에 가입하고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트래블 리더스 네트워크는 6000개의 지점과 4만 명 이상의 여행 자문단을 보유하고 있다. 윤 대표는 또한 2016년부터는 매년 여행기술마케팅 컨퍼런스인 WIT(Web in Travel)도 주최해 전 세계 OTA(On-line Travel Agency)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트래블 테크 기업의 고민은 얼마나 많은 고객에게 좋은 데이터를 추천해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많은 항공사, 수많은 여행사와 협업해야 하고 글로벌하게 소통해야 한다. 보통 여행사들은 중간 대행사를 통해 해외 항공사, 호텔, 리조트에 연결해왔는데 우리는 직접 연결함으로써 더 많은 데이터와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타이드스퀘어는 국내에서도 다양한 ‘협업’을 통해 성장해왔다. 지난해 4월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회원이 타이드스퀘어가 운영하는 ‘현대카드 프리비아 여행’이나 ‘투어비스’에서 호텔을 예약하면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최대 1500마일까지 적립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호텔을 예약하면 항공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서비스는 국내에서 처음이었다. 지난해 6월에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손잡고 카카오T 앱에서 국내선 항공권 검색, 예매, 발권을 진행할 수 있는 ‘카카오 T 항공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한 특가 항공권 알림 앱 플레이윙즈, 숙박 예약 앱 올스테이, 여행스타트업인 비앤비히어로, 비마이게스트, 폴라리움 등에도 투자해왔다. “여행은 원래 검색이 중요하다. 검색하고 예약하고 그리고 여행을 간다. 그런데 새로운 패턴이 나타났다. 지인들끼리 같이 채팅하고, 뭐가 좋을지 선택하고, 쇼핑한다. 중국 위챗에서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이런 트렌드에 맞춰 카카오톡에 ‘카이트(KYTE)’ 서비스를 론칭했다. 친구들과 톡을 나누다 항공과 숙박을 바로 예약할 수 있다. 이 서비스가 여행 플랫폼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윤민 대표는 “코로나19 이전 국내 여행 산업은 디지털 트렌드와 해외 OTA 진입에 따라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여행업의 경쟁은 다시 치열해질 것이고, 트래블 테크 기업으로서 기술 개발에 더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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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밤의 카페

    프랑스 남부 도시 아를에는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작품 ‘밤의 카페(Caf´e la Nuit)’ 속 카페가 그대로 남아 있다. 별이 그려진 밤하늘과 카페 차양의 밝은 노란색이 대비를 이루며 어우러져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한다. 고흐가 만든 이 작품에 나오는 카페의 이름은 ‘테라스(Terrasse)’였지만, 지금은 ‘카페 반 고흐’로 이름이 바뀌었다. 1990년대 초에 벽면을 노란색으로 칠해 반 고흐의 그림과 비슷해졌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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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순신 적 살피던 수루 오르니, ‘바다 위 城’ 한산도 절경이 한눈에[전승훈의 아트로드]

    경남 통영시 육지에서 2km 정도 남동쪽으로 가면 한산도에 도착한다. 배 위에 서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수려한 풍경이 펼쳐지고 영화 ‘한산’에 나온 임진왜란 한산대첩 격전의 현장도 감상할 수 있다. 거제대교 밑 견내량의 좁은 해협을 빠져나온 바닷물은 한산도 앞바다에서 출렁거린다. 한산도를 비롯해 미륵도, 화도, 거제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360도로 빙 둘러싸고 있다. 1592년 7월 충무공 이순신이 좌우로 날개를 활짝 펼친 학익진(鶴翼陣) 전법으로 ‘바다 위에 성(城)’을 쌓고 73척의 왜군 함대를 격파한 바로 그 현장이다. ● 승리를 만드는 집, 제승당 통영에서 배로 30분 만에 한산도에 도착하니 제승당으로 가는 팻말이 보였다. 이순신 장군이 한산대첩 이후 삼도수군통제 본부로 삼은 곳이다. 둥그렇게 만으로 둘러싸여 있어 바닷물이 잔잔한 호수처럼 보이는 이곳은 바로 천혜의 요새임을 알게 해준다. 아름드리 적송이 우거진 나무 그늘 아래로 약 1km의 해변길을 걸으면 제승당에 도착한다. 대첩문과 충무문을 지나니 ‘제승당(制勝堂)’이 나타난다. 이곳은 이순신의 집무실(숙소)이자 작전지휘소였던 ‘운주당(運籌堂)’이 있던 곳이다. 이순신은 선조 26년(1593년)부터 한양으로 압송돼 갔던 해인 선조 30년(1597년)까지 3년 8개월 동안 이곳에서 주둔했다. 1491일 동안의 일을 기록한 이순신의 ‘난중일기(亂中日記)’ 중 1029일의 일기가 쓰여진 곳이기도 하다. 운주당, 제승당은 모두 이름이 의미심장하다. 운주당의 ‘주(籌)’는 주판(籌板)에 쓰이는 글자로, 셈을 할 때 쓰는 산가지를 뜻한다. 요즘으로 치면 최첨단 컴퓨터를 운용하며 전략 시뮬레이션을 하는 방인 셈이다. 직관적인 감이 아니라 무기체계와 날씨, 조류 변화까지 철저한 계산을 통해 짜내는 작전 지휘소인 셈이다. 이순신은 운주당에서 계급장과 상관없이 어떤 하급 병사도 찾아와 의견을 내고 토론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영화 ‘한산’에서도 이순신 장군이 55척의 함선 지휘관의 무력과 심성까지 세밀하게 살펴서 좌우 날개에 세우는 학익진을 완성하기 위해 며칠 밤을 새우는 장면이 나온다. 제승당(制勝堂)은 말 그대로 ‘승리를 만드는 집’이다. 영어 해설문에는 ‘the place where victory is made’라고 쓰여 있다. 이순신의 사전에는 ‘싸워서 이긴다는’ 법은 없었다. ‘싸우기 전에 먼저 확실히 이겨놓고’ 싸웠다. 승리는 이미 제승당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손자병법의 첫 번째인 ‘시계(始計)’ 병법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요, 싸워야 한다면 승리가 확정된 상황에서 최대한 빠르고 피해 없이 승리를 거두어야 한다. 국가와 민초들의 삶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난 다음에 이기는 승리는 애민(愛民)주의자 이순신의 머릿속에 없었다. 그러나 운주당의 ‘소통의 문화’는 이순신의 백의종군 이후 삼도수군통제사가 된 원균에 의해 변질됐다. “원균은 애첩을 데리고 운주당에 살면서 울타리를 두 겹으로 막아 놓아 장수들도 그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그는 또 술을 좋아해 날마다 술주정을 하고 화를 냈으며, 형벌을 내리는 데도 일정한 법도가 없었다. 그래서 병사들은 왜적을 만나면 달아나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서로 하면서 수군거렸다.”(서애 유성룡의 ‘징비록’) 결국 원균은 칠천량해전에서 대패해 160척의 조선 수군 함선의 대부분과 숙련된 군사들을 모두 잃어버렸다. 그리고 한산도의 운주당도 폐허가 됐다. 이순신은 남은 12척의 배를 가지고 다시 싸움을 이어 나간다. 영조 15년(1739년)에 통제사 조경은 한산도에 다시 제승당을 세웠다. ●바다를 건너는 활터, 한산정 제승당 근처에는 이순신이 ‘한산섬 달 밝은 밤에 큰 칼 옆에 차고’ 오르던 수루(戍樓)도 복원돼 있다. 수루는 물가에 세운 누각(水樓)이 아니다. 군대가 주둔하는 수자리(병영)에서 적군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세운 망대다. 수루에 올라 보니 관암과 문어포 사이로 한산도 앞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지금은 평온하지만 이순신에게는 애끓는 바다였을 것이다. “맑음. 늦게 가리포, 금갑, 남도, 사도, 여도가 보러 왔기에 술을 먹여 보냈다. 이날 밤 바람은 몹시 싸늘하고, 차가운 달빛이 낮과 같아 잠에 들지 못하고 밤새도록 뒤척거렸다. 온갖 근심이 가슴을 치밀었다.”(난중일기, 1595년 10월 20일)제승당 아래쪽에는 ‘한산정’이라는 활쏘기 훈련장이 있다. 이순신이 부하들과 함께 활쏘기를 연마하던 곳이다. 정자에서 쏜 화살은 바다를 건너 약 150m 거리에 있는 과녁에 맞히도록 돼 있다. 요즘 한국의 양궁 국가대표팀이 야구장에서 소음 적응 훈련을 하듯이 이순신은 해전에 필요한 실전 적응 훈련을 하기 위해 바닷물을 건너는 활터를 만들었던 것이다. 영화 마지막 장면의 이순신의 멋진 활 솜씨를 보고 난 후라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통영 시내에 있는 삼도수군통제영에도 이순신의 유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통제영에 있는 가장 큰 건물인 ‘세병관(洗兵館)’은 전쟁이 끝나고 피 묻은 칼과 창, 활, 갑옷과 같은 병장기를 씻는다는 의미다. 시인 두보의 ‘세병마행(洗兵馬行)’에서 따온 말로 평화를 염원하는 말이다. ‘어떻게 하면 힘센 장사를 얻어 하늘의 은하수 물을 끌어다가, 갑옷과 무기를 깨끗이 씻어 영원히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것인가(安得壯士挽天河 淨洗甲兵長不用).’ 세병관 주변에 있는 ‘지과문(止戈門·전쟁을 그치게 하는 문)’, ‘괘궁정(掛弓亭·활을 걸어두는 정자)’도 평화를 염원하는 글귀다. 위대한 무인은 전쟁을 그치게 하는 사람이다. 또한 녹슬고 무디어진 병장기를 잘 씻고, 닦고, 훈련하며 평소에 안보에 대비해야 진정한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의미가 담긴 현판이기도 하다.● 미역이 춤을 추는 매물도, 홍도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매물도로 가는 뱃길에서도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수려한 섬들을 구경할 수 있다. 두 개의 섬이 사구로 연결된 비진도를 지난 배는 소지도, 소매물도, 등대섬을 보여준 뒤 1시간 반 만에 매물도에 도착한다. 대항항 앞에는 하늘에서 내려온 세 선녀가 물 위에서 노니는 모습처럼 보인다는 삼녀도가 그림처럼 떠 있다. 매물도와 소매물도는 트레킹과 낚시, 다이빙으로 유명한 섬이다. 가장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는 매물도에서 배를 타고 2시간 정도 걸리는 홍도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의 홍도와 이름이 같은 통영 홍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제335호)로 지정돼 있다. 무인도인 홍도는 깎아지른 절벽에 살고 있는 수많은 괭이갈매기가 섬의 주인이다. 매물도와 홍도에서 스킨스쿠버 장비를 갖추고 다이빙을 했다. 바닷물 속에 들어가니 청줄돔이 서로 꼬리를 물고 뱅글뱅글 돌며 사랑놀이를 하고, 숲처럼 우거진 미역과 감태, 다시마 사이로 수백 마리의 자리돔 떼가 헤엄친다. 한산대첩에서 패한 왜장 와키자카 야스하루(脇坂安治)는 조선 수군의 추격을 피해 인근 무인도에 숨어서 미역을 뜯어 먹으며 열흘을 버티다가 뗏목을 만들어 간신히 탈출했다. 치욕을 잊지 않기 위해 와키자카 집안은 한산대첩이 벌어졌던 날에 미역만 먹는 풍습이 이어진다고 한다. 와키자카가 숨어 있던 섬은 아니지만 한산면에 속해 있는 매물도, 홍도 바닷속에서 미역과 감태, 모자반이 우거진 모습을 보니 감회가 깊었다. 매물도에서 550m 정도 떨어져 있는 소매물도는 코발트색 청명한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솟은 해식 절벽 지형이 진경을 이룬다. 이곳의 등대섬은 1980년대에 쿠크다스 과자 CF의 배경이 돼 일명 ‘쿠크다스섬’으로 이름을 날렸다. 썰물 때면 소매물도와 등대섬 사이에 열목개라 불리는 80m의 몽돌 바닷길이 열린다. 통행이 허용되는 2~5시간 동안 탐방객들은 등대섬으로 건너가 하얀 등대와 푸른 초원 위에서 한적한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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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전고 울려퍼지던 이순신의 섬…바다 위 城엔 평화의 파도 출렁[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경남 통영시 육지에서 2km 정도 남동쪽으로 가면 한산도에 도착한다. 배 위에 서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수려한 풍경이 펼쳐지고 영화 ‘한산’에 나온 임진왜란 한산대첩 격전의 현장도 감상할 수 있다. 거제대교 밑 견내량의 좁은 해협을 빠져나온 바닷물은 한산도 앞바다에서 출렁거린다. 한산도를 비롯해 미륵도, 화도, 거제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360도로 빙 둘러싸고 있다. 1592년 7월 충무공 이순신이 좌우로 날개를 활짝 펼친 학익진(鶴翼陣) 전법으로 ‘바다 위에 성(城)’을 쌓고 73척의 왜군 함대를 격파한 바로 그 현장이다.》○ ‘승리를 만들어내는 집’ 제승당통영에서 배로 30분 만에 한산도에 도착하니 제승당(制勝堂)으로 가는 팻말이 보였다. 이순신 장군이 한산대첩 이후 삼도수군통제 본부로 삼은 곳이다. 둥그렇게 만으로 둘러싸여 있어 바닷물이 잔잔한 호수처럼 보이는 이곳은 바로 천혜의 요새임을 알게 해준다. 아름드리 적송이 우거진 나무 그늘 아래로 약 1km의 해변길을 걸으면 제승당에 도착한다. 대첩문과 충무문을 지나니 ‘제승당’이 나타난다. 이곳은 이순신의 집무실(숙소)이자 작전지휘소였던 ‘운주당(運籌堂)’이 있던 곳이다. 이순신은 선조 26년(1593년)부터 한양으로 압송돼 갔던 해인 선조 30년(1597년)까지 3년 8개월 동안 이곳에서 주둔했다. 1491일 동안의 일을 기록한 이순신의 ‘난중일기(亂中日記)’ 중 1029일의 일기가 쓰인 곳이기도 하다. 운주당, 제승당은 모두 이름이 의미심장하다. 운주당의 ‘주(籌)’는 주판(籌板)에 쓰이는 글자로, 셈을 할 때 쓰는 산가지를 뜻한다. 요즘으로 치면 최첨단 컴퓨터를 운용하며 전략 시뮬레이션을 하는 방인 셈이다. 직관적인 감이 아니라 바람과 조류, 무기체계까지 철저한 계산을 통해 짜내는 작전 지휘소인 셈이다. 이순신은 운주당에서 계급장과 상관없이 어떤 하급 병사도 찾아와 의견을 내고 토론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영화 ‘한산’에서도 이순신 장군이 55척의 함선 지휘관의 무력과 심성까지 세밀하게 살펴서 좌우 날개에 세우는 학익진을 완성하기 위해 며칠 밤을 새우는 장면이 나온다. 제승당은 말 그대로 ‘승리를 만들어내는 집’이다. 영어 해설문에는 ‘the place where victory is made’라고 쓰여 있다. 이순신의 사전에는 ‘싸워서 이긴다’는 법은 없었다. ‘싸우기 전에 먼저 확실히 이겨놓고’ 싸웠다. 이는 손자병법의 첫 번째인 ‘시계(始計)’ 병법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요, 싸워야 한다면 승리가 확정된 상황에서 최대한 빠르고 피해 없이 승리를 거두어야 한다. 국가와 민초들의 삶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난 다음에 이기는 승리는 애민(愛民)주의자 이순신의 머릿속에 없었다. 그러나 운주당의 ‘소통의 문화’는 이순신이 파직된 후 삼도수군통제사가 된 원균에 의해 변질됐다. “원균은 애첩을 데리고 운주당에 살면서 울타리를 두 겹으로 막아 놓아 장수들도 그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그는 또 술을 좋아해 날마다 술주정을 하고 화를 냈으며, 형벌을 내리는 데도 일정한 법도가 없었다. 그래서 병사들은 왜적을 만나면 달아나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서로 하면서 수군거렸다.”(서애 유성룡의 ‘징비록’) 결국 원균은 칠천량해전에서 대패해 160척의 조선 수군 함선의 대부분과 숙련된 군사들을 모두 잃어버렸다. 그리고 한산도의 운주당도 폐허가 됐다. 이순신은 남은 12척의 배를 가지고 다시 싸움을 이어 나간다. 영조 15년(1739년)에 통제사 조경은 한산도에 다시 제승당을 세웠다. ○바다를 건너는 활터제승당 근처에는 이순신이 ‘한산섬 달 밝은 밤에 큰 칼 옆에 차고’ 오르던 수루(戍樓)도 복원돼 있다. 수루는 물가에 세운 누각(水樓)이 아니다. 군대가 주둔하는 수자리(병영)에서 적군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세운 망대다. 수루에 올라 보니 관암과 문어포 사이로 한산도 앞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지금은 평온하지만 이순신에게는 애끓는 바다였을 것이다. “맑음. 늦게 가리포, 금갑, 남도, 사도, 여도가 보러 왔기에 술을 먹여 보냈다. 이날 밤 바람은 몹시 싸늘하고, 차가운 달빛이 낮과 같아 잠에 들지 못하고 밤새도록 뒤척거렸다. 온갖 근심이 가슴을 치밀었다.”(난중일기, 1595년 10월 20일) 제승당 아래쪽에는 ‘한산정’이라는 활쏘기 훈련장이 있다. 이순신이 부하들과 함께 활쏘기를 연마하던 곳이다. 정자에서 쏜 화살은 바다를 건너 약 150m 거리에 있는 과녁에 맞히도록 돼 있다. 요즘 한국의 양궁 국가대표팀이 야구장에서 소음 적응 훈련을 하듯이 이순신은 해전에 필요한 실전 적응 훈련을 하기 위해 바닷물을 건너는 활터를 만들었던 것이다. 영화 마지막 장면의 이순신의 멋진 활 솜씨를 보고 난 후라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통영 시내에 있는 삼도수군통제영에도 이순신의 유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통제영에 있는 가장 큰 건물인 ‘세병관(洗兵館)’은 전쟁이 끝나고 피 묻은 칼과 창, 활, 갑옷과 같은 병장기를 씻는다는 의미다. ‘어떻게 하면 힘센 장사를 얻어 하늘의 은하수 물을 끌어다가, 갑옷과 무기를 깨끗이 씻어 영원히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것인가.’ 시인 두보의 ‘세병마행(洗兵馬行)’에서 따온 말로 평화를 염원하는 뜻이다. 세병관 주변에 있는 ‘지과문(止戈門·전쟁을 그치게 하는 문)’, ‘괘궁정(掛弓亭·활을 걸어두는 정자)’도 평화를 염원하는 글귀다. 위대한 무인은 전쟁을 그치게 하는 사람이다. 또한 녹슬고 무디어진 병장기를 잘 씻고, 닦고, 훈련하며 평소에 안보에 대비해야 진정한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의미가 담긴 현판이기도 하다.○미역이 춤을 추는 매물도, 홍도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매물도로 가는 뱃길에서도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수려한 섬들을 구경할 수 있다. 두 개의 섬이 사구로 연결된 비진도를 지난 배는 소지도, 소매물도, 등대섬을 보여준 뒤 1시간 반 만에 매물도에 도착한다. 대항항 앞에는 하늘에서 내려온 세 선녀가 물 위에서 노니는 모습처럼 보인다는 삼녀도가 그림처럼 떠 있다. 매물도와 소매물도는 트레킹과 낚시, 다이빙으로 유명한 섬이다. 가장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는 매물도에서 배를 타고 2시간 정도 걸리는 홍도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의 홍도와 이름이 같은 통영 홍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제335호)로 지정돼 있다. 무인도인 홍도는 깎아지른 절벽에 살고 있는 수많은 괭이갈매기가 섬의 주인이다. 매물도와 홍도에서 스킨스쿠버 장비를 갖추고 다이빙을 했다. 바닷물 속에 들어가니 청줄돔이 서로 꼬리를 물고 뱅글뱅글 돌며 사랑놀이를 하고, 숲처럼 우거진 미역과 감태, 다시마 사이로 수백 마리의 자리돔 떼가 헤엄친다. 한산대첩에서 패한 왜장 와키자카 야스하루(脇坂安治)는 조선 수군의 추격을 피해 인근 무인도에 숨어서 미역을 뜯어 먹으며 열흘을 버티다가 뗏목을 만들어 간신히 탈출했다. 치욕을 잊지 않기 위해 와키자카 집안은 한산대첩이 벌어졌던 날에 미역만 먹는 풍습이 이어진다고 한다. 와키자카가 숨어 있던 섬은 아니지만 한산면에 속해 있는 매물도, 홍도 바닷속에서 미역과 감태, 모자반이 우거진 모습을 보니 감회가 깊었다. 매물도에서 550m 정도 떨어져 있는 소매물도는 코발트색 청명한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솟은 해식 절벽 지형이 진경을 이룬다. 이곳의 등대섬은 1980년대에 쿠크다스 과자 CF의 배경이 돼 일명 ‘쿠크다스섬’으로 이름을 날렸다. 썰물 때면 소매물도와 등대섬 사이에 열목개라 불리는 80m의 몽돌 바닷길이 열린다. 통행이 허용되는 2∼5시간 동안 탐방객들은 등대섬으로 건너가 하얀 등대와 푸른 초원 위에서 한적한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글·사진 통영=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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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디오니소스 극장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절벽 남쪽 아래에는 기원전 6세기에 건축된 디오니소스 극장이 있다. 여기서 연극과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를 위한 축제를 연 게 서양 연극의 출발점이라고 한다. 1만7000명 수용 규모의 극장에선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아리스토파네스 등 전설적 희곡 작가들의 작품이 공연됐다. 원형극장 객석 첫 줄은 VIP석인데, 등받이가 있는 돌의자에 이름까지 새겨져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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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쿠바의 올드카

    쿠바의 수도 아바나 시내에서는 형형색색의 올드카를 볼 수 있다. 1940, 50년대에 생산된 캐딜락, 뷰익, 포드 등이다. 올드카는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1961년 미국과의 수교 단절로 생긴 유산이다. 무역제재로 차량 수입이 금지된 쿠바인들은 올드카의 부품을 직접 수리해 수십 년을 써왔다. 그래서 에어컨은 물론이고 안전띠도 없고, 매연이 심한 차들도 많다. 그래도 ‘올드카 투어’는 쿠바 최고의 인기 관광 상품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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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세음보살은 왜 바닷가 근처에 살고있을까[전승훈의 아트로드]

    여름철에 바닷가를 찾으면 ‘해수관음상(海水觀音像)’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자식들을 보살피는 어머니처럼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제한다는 자비로운 관세음보살은 왜 바닷가 근처에 살고 있는 것일까. 한국의 3대 관음성지는 경남 남해 금산 보리암, 인천 강화 낙가산 보문사, 강원 양양 낙산사 홍련암이 꼽혀 왔다. 이 밖에도 전남 여수 향일암, 부산 기장 해동용궁사 등 바닷가의 절에는 어김없이 관음의 전설이 내려온다. 해수관음상은 소문난 기도처일 뿐 아니라 탁 트인 바다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포인트로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다. ● 남해 보리암의 일출보리암은 남해의 명산인 금산 정상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 서면 남해 상주은모래비치를 중심으로 호도, 애도, 해운산, 목도, 승치도, 삼여도, 소치도 등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섬들이 꿈결처럼 떠다닌다. 해수관음상의 미소처럼 포근하고 따스한 풍경이다. 보리암 일출을 보기 위해 이른 새벽 금산에 올랐다. 낮에는 금산 입구부터 운행하는 사찰 버스를 타고 올라가야 하지만, 새벽에는 정상 부근인 제2주차장까지 승용차로 올라갈 수 있다. 차에서 내린 후 금산의 맑은 아침 공기를 느끼며 15분 정도 걸으니 보리암 뒤편의 대장봉과 화엄봉, 형리암의 깎아지른 바위가 나타난다. 보리암의 제일 양지바른 곳, 남해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장소에 해수관음상과 삼층석탑이 서 있다. 해 뜨기 전 새벽인데도,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절을 하고 탑돌이를 하고 있다. 대자대비한 관세음보살에게 자비와 도움을 청하는 간절한 몸짓이다. 화엄경에 따르면 중생이 온갖 고뇌에 시달릴 때 한마음으로 관세음보살을 부르면 그 소리를 듣고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하고 끊임없이 속삭이며 기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 지긋한 어머니들이다. 해수관음상이 바닷가에 많이 세워진 까닭은 예로부터 관음보살이 인도 남동쪽 해안에 있는 ‘포탈라카’산의 굴속에 살고 있다고 믿어져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교가 인도에서 티베트를 거쳐 중국 한국 일본으로 퍼져 나가면서, 민중은 바닷가 산에 수많은 관음신앙의 성지를 만들었다.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도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여겨진다. 달라이 라마의 집무실이 있는 라싸의 ‘포탈라궁’도 포탈라카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달라이’는 ‘큰 바다’란 뜻이다. 포탈라카는 중국으로 전해지면서 ‘보타락가(普陀落迦)’라는 한자로 음차됐다. 중국 저장성 닝보(寧波) 인근 푸퉈(普陀)산은 대표적인 관음성지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상 대사가 신라 문무왕 11년(671년)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관음굴을 지었다는 양양 낙산사 홍련암을 최초의 본격 관음도량으로 본다. 국내 3대 관음성지인 양양 낙산사의 ‘낙산’, 강화 보문사의 ‘낙가산’, 남해 보리암의 ‘보타전’ 등은 모두 ‘보타락가’라는 이름에서 따온 이름이다. 보리암이 있는 금산의 풍경은 계절에 따라 비단으로 수놓은 듯 변화무쌍하게 변한다. 금산을 오르다 보면 쌍홍문, 망대, 단군성전, 좌선대, 화엄봉과 같은 전설과 이야기가 담긴 명소들이 즐비하다. 고려 말 이성계가 보리암에서 백일기도를 하고 조선왕조를 열었다는 기도처도 남아 있다. 특히 슬픈 사랑의 전설이 담겨 있는 상사암(想思巖) 절벽은 보리암을 색다른 각도로 조망하고, 파노라마처럼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곳이다.● 동아시아 해상 실크로드의 관음성지 강화 석모도 낙가산 중턱에 자리한 보문사 뒤편에는 ‘눈썹바위 마애관음보살상’이 있다. 높이 9.2m, 폭 3.3m 규모의 거대한 해수관음상이 낙가산 중턱에 가로로 길게 튀어나온 눈썹바위 아래 그야말로 눈동자처럼 들어앉아 있는 것이다.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마애불은 잠시도 한눈을 팔지 않고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관음상의 시선을 따라 내려다본 드넓은 서해 바다는 일찍이 강화 8경으로 알려졌을 정도로 절경이다. 신라시대에 세워진 강화 보문사는 고려시대 때 관음성지로 크게 번창했다. 보문사의 번창은 해상 무역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인도를 출발해 믈라카 해협과 베트남, 중국 광저우까지 진출한 인도 상인들이 중국 연안의 닝보를 거쳐 고려의 수도 개경의 관문인 벽란도까지 진출했다. 강화도는 벽란도의 관문 역할을 하던 곳이다. 옛날에 배는 물건을 대량으로 수송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무역에 적합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육로에 비해 난파 등의 위험이 높아 항해는 늘 목숨을 건 모험이었다. 사람들은 항해의 두려움과 무서움을 이겨 내기 위해 많은 신들에게 빌었다. 그중에 으뜸은 관세음보살이었다. 그래서 동아시아 해상 실크로드를 오가던 뱃사람들은 중국 닝보, 강화도 등 바닷가의 산에 관세음보살이 살던 인도의 보타락가산을 재현해 냈다. 강화 보문사는 절 앞까지 버스가 도착한다. 그러나 좀 더 드라마틱하게 해수관음상을 만나는 방법은 석모도의 해명산과 낙가산을 넘어서 보문사로 가는 길이다. 들머리인 전득이고개에서 숲을 파고든 가파른 산길에 오른 지 10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인다. 개펄을 쓰다듬는 바다와 점점이 흩어져 있는 무인도까지 서해 특유의 풍경이다. 해명산에서 낙가산까지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능선길은 순하다. 낙가산 정상 표지석을 지나 새가리고개를 넘자 보문사의 전각들이 내려다보인다. 너럭바위 바로 아래가 해수관음상을 모신 눈썹바위지만, 낙가산 정상에서 바로 내려갈 수는 없다. 다시 보문사까지 내려와서 일주문을 지나 계단을 오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무렵 눈썹바위 마애관음보살상에 다다랐다. 연꽃 위에 좌정하여 감로수 병을 든 보문사 해수관음상 앞에는 소원을 담은 수많은 연등이 걸려 있다. 서울의 관문인 강화도는 종교를 비롯해 외래 문물 유입의 최전선이기도 했다.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초창기 개신교의 전파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곳도 강화도다. 1900년 지어진 강화 성공회성당은 한옥과 불교 사찰, 서유럽 바실리카 양식을 결합한 독특한 건물이라 눈에 확 띈다. 영국 성공회 선교사가 백두산의 나무를 가져다 지은 이 성당은 불교의 사찰처럼 일주문과 범종을 갖추고 있다. 그런가 하면 팔작지붕 용마루에 올라앉은 십자가, 팔작지붕 합각 아래 ‘天主聖殿(천주성전)’ 현판, 기둥에 걸려 있는 ‘三位一體(삼위일체)’ 주련, 제단 위에 새겨진 ‘萬有眞原(만유진원)’ 등 한자로 해석한 성경 구절이 성당임을 알게 해준다. 내부로 들어가면 고색창연한 샹들리에가 개화기 영화 세트장에 온 느낌을 준다. 섬 여행은 강화읍 향나무길 ‘조양방직’ 카페에서 차 한잔을 하며 마무리하면 좋다. 일제강점기인 1933년 민족자본이 세운 방직공장을 카페로 단장했다. 1958년 폐업한 뒤 60년가량 제대로 활용되지 않던 건물의 골조를 그대로 살려 추억 어린 옛 생필품과 예술품을 진열한 빈티지 미술관은 세련된 멋을 찾는 젊은이도, 추억을 되새기는 어르신도 함께 즐기는 공간이 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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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닷가 절벽에 피어난 한 떨기 연꽃… 해수관음의 미소[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여름철에 바닷가를 찾으면 ‘해수관음상(海水觀音像)’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자식들을 보살피는 어머니처럼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제한다는 자비로운 관세음보살은 왜 바닷가 근처에 있는 것일까. 한국의 3대 관음성지는 경남 남해 금산 보리암, 인천 강화 낙가산 보문사, 강원 양양 낙산사 홍련암이 꼽혀 왔다. 이 밖에도 전남 여수 향일암, 부산 기장 해동용궁사 등 바닷가의 절에는 어김없이 관음의 전설이 내려온다. 해수관음상은 소문난 기도처일 뿐 아니라 탁 트인 바다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포인트로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다.》● 남해 보리암의 일출보리암은 남해의 명산인 금산 정상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 서면 남해 상주은모래비치를 중심으로 호도, 애도, 해운산, 목도, 승치도, 삼여도, 소치도 등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섬들이 꿈결처럼 떠다닌다. 해수관음상의 미소처럼 포근하고 따스한 풍경이다. 보리암 일출을 보기 위해 이른 새벽 금산에 올랐다. 낮에는 금산 입구부터 운행하는 사찰 버스(오전 8시∼오후 4시 운행)를 타고 올라가야 하지만, 새벽에는 정상 부근인 제2주차장까지 승용차로 올라갈 수 있다. 차에서 내린 후 금산의 맑은 아침 공기를 느끼며 15분 정도 걸으니 보리암 뒤편의 대장봉과 화엄봉, 형리암의 깎아지른 바위가 나타난다. 보리암의 제일 양지바른 곳, 남해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장소에 해수관음상과 삼층석탑이 서 있다. 해 뜨기 전 새벽인데도,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절을 하고 탑돌이를 하고 있다. 대자대비한 관세음보살에게 자비와 도움을 청하는 간절한 몸짓이다. 화엄경에 따르면 중생이 온갖 고뇌에 시달릴 때 한마음으로 관세음보살을 부르면 그 소리를 듣고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하고 끊임없이 속삭이며 기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 지긋한 어머니들이다. 해수관음상이 바닷가에 많이 세워진 까닭은 예로부터 관음보살이 인도 남동쪽 해안에 있는 ‘포탈라카’산의 굴속에 살고 있다고 믿어져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교가 인도에서 티베트를 거쳐 중국 한국 일본으로 퍼져 나가면서, 민중은 바닷가 산에 수많은 관음신앙의 성지를 만들었다.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도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여겨진다. 달라이 라마의 집무실이 있는 라싸의 ‘포탈라궁’도 포탈라카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달라이’는 ‘큰 바다’란 뜻이다. 포탈라카는 중국으로 전해지면서 ‘보타락가(普陀落迦)’라는 한자로 음차됐다. 중국 저장성 닝보(寧波) 인근 푸퉈(普陀)산은 대표적인 관음성지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상 대사가 신라 문무왕 11년(671년)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관음굴을 지었다는 양양 낙산사 홍련암을 최초의 본격 관음도량으로 본다. 국내 3대 관음성지인 양양 낙산사의 ‘낙산’, 강화 보문사의 ‘낙가산’, 남해 보리암의 ‘보타전’ 등은 모두 ‘보타락가’라는 이름에서 따온 이름이다. 보리암이 있는 금산의 풍경은 계절에 따라 비단으로 수놓은 듯 변화무쌍하게 변한다. 금산을 오르다 보면 쌍홍문, 망대, 단군성전, 좌선대, 화엄봉과 같은 전설과 이야기가 담긴 명소들이 즐비하다. 고려 말 이성계가 보리암에서 백일기도를 하고 조선왕조를 열었다는 기도처도 남아 있다. 특히 슬픈 사랑의 전설이 담겨 있는 상사암(想思巖) 절벽은 보리암을 색다른 각도로 조망하고, 파노라마처럼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곳이다.● 동아시아 해상 실크로드의 관음성지 강화 석모도 낙가산 중턱에 자리한 보문사 뒤편에는 ‘눈썹바위 마애관음보살상’이 있다. 높이 9.2m, 폭 3.3m 규모의 거대한 해수관음상이 낙가산 중턱에 가로로 길게 튀어나온 눈썹바위 아래 그야말로 눈동자처럼 들어앉아 있는 것이다.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마애불은 잠시도 한눈을 팔지 않고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관음상의 시선을 따라 내려다본 드넓은 서해 바다는 일찍이 강화 8경으로 알려졌을 정도로 절경이다. 신라시대에 세워진 강화 보문사는 고려시대 때 관음성지로 크게 번창했다. 보문사의 번창은 해상 무역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인도를 출발해 믈라카 해협과 베트남, 중국 광저우까지 진출한 인도 상인들이 중국 연안의 닝보를 거쳐 고려의 수도 개경의 관문인 벽란도까지 진출했다. 강화도는 벽란도의 관문 역할을 하던 곳이다. 옛날에 배는 물건을 대량으로 수송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무역에 적합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육로에 비해 난파 등의 위험이 높아 항해는 늘 목숨을 건 모험이었다. 사람들은 항해의 두려움과 무서움을 이겨 내기 위해 많은 신들에게 빌었다. 그중에 으뜸은 관세음보살이었다. 그래서 동아시아 해상 실크로드를 오가던 뱃사람들은 중국 닝보, 강화도 등 바닷가의 산에 관세음보살이 살던 인도의 보타락가산을 재현해 냈다. 강화 보문사는 절 앞까지 버스가 도착한다. 그러나 좀 더 드라마틱하게 해수관음상을 만나는 방법은 석모도의 해명산과 낙가산을 넘어서 보문사로 가는 길이다. 들머리인 전득이고개에서 숲을 파고든 가파른 산길에 오른 지 10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인다. 개펄을 쓰다듬는 바다와 점점이 흩어져 있는 무인도까지 서해 특유의 풍경이다. 해명산에서 낙가산까지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능선길은 순하다. 낙가산 정상 표지석을 지나 새가리고개를 넘자 보문사의 전각들이 내려다보인다. 너럭바위 바로 아래가 해수관음상을 모신 눈썹바위지만, 낙가산 정상에서 바로 내려갈 수는 없다. 다시 보문사까지 내려와서 일주문을 지나 계단을 오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무렵 눈썹바위 마애관음보살상에 다다랐다. 연꽃 위에 좌정하여 감로수 병을 든 보문사 해수관음상 앞에는 소원을 담은 수많은 연등이 걸려 있다. 서울의 관문인 강화도는 종교를 비롯해 외래 문물 유입의 최전선이기도 했다.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초창기 개신교의 전파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곳도 강화도다. 1900년 지어진 강화 성공회성당은 한옥과 불교 사찰, 서유럽 바실리카 양식을 결합한 독특한 건물이라 눈에 확 띈다. 영국 성공회 선교사가 백두산의 나무를 가져다 지은 이 성당은 불교의 사찰처럼 일주문과 범종을 갖추고 있다. 그런가 하면 팔작지붕 용마루에 올라앉은 십자가, 팔작지붕 합각 아래 ‘天主聖殿(천주성전)’ 현판, 기둥에 걸려 있는 ‘三位一體(삼위일체)’ 주련, 제단 위에 새겨진 ‘萬有眞原(만유진원)’ 등 한자로 해석한 성경 구절이 성당임을 알게 해준다. 내부로 들어가면 고색창연한 샹들리에가 개화기 영화 세트장에 온 느낌을 준다. 섬 여행은 강화읍 향나무길 ‘조양방직’ 카페에서 차 한잔을 하며 마무리하면 좋다. 일제강점기인 1933년 민족자본이 세운 방직공장을 카페로 단장했다. 1958년 폐업한 뒤 60년가량 제대로 활용되지 않던 건물의 골조를 그대로 살려 추억 어린 옛 생필품과 예술품을 진열한 빈티지 미술관은 세련된 멋을 찾는 젊은이도, 추억을 되새기는 어르신도 함께 즐기는 공간이 된다.남해·강화=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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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쇼팽의 손가락[바람개비/전승훈]

    프랑스 파리 ‘로맨틱 생활 박물관’에 가면 작곡가 프레데리크 쇼팽(1810∼1849)의 하얀 손가락을 만날 수 있다. 1838년 쇼팽의 연인 조르주 상드가 친구에게 부탁해 쇼팽의 손가락을 석고로 떠 놓은 것. “피부의 땀구멍으로 천한 것은 모두 증발된 듯하다.” “쇼팽의 손이 건반의 3분의 1을 덮을 정도로 벌려질 때면 커다란 독사가 토끼를 한입에 삼키려는 모습 같았다.” 쇼팽의 손가락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기록을 남겼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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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리 치료받고 눈물로 고마워하시던 시골 할머니에 큰 감동”

    “99세까지 88(팔팔)하게 살기 위해서는 무릎과 허리, 발목 등 뼈와 관절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지요. 나이가 들어도 친구를 만나고, 사회생활을 하고, 운동을 하며 사는 삶이 요즘 행복의 트렌드이기 때문이죠.” ENA 채널 ‘임채무의 낭만닥터’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시골에 사는 어르신들을 무료로 치료해주는 ‘유랑 진료’ 프로그램이다. 배우 임채무, 이문식 씨 등이 출연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정형외과 전문의인 이태훈 9988병원 (서울 성동구 왕십리)원장이 늘 함께한다. 낭만닥터 출연진은 올 3월부터 경북 영주 무섬마을, 강원 영월, 충남 논산, 전북 진안, 완주 비비정마을 등 20곳이 넘는 시골마을을 찾아 진료를 펼쳐왔다. “대부분 병원에 가려면 한두 시간 이상 걸리는 오지를 찾아갑니다. 평생 밭에서 쪼그려 앉아서 일해 오신 어르신들이 많아서 허리와 무릎, 어깨, 발목, 고관절이 안 좋으신 경우가 많아요. 천막 진료소에서 엑스레이와 주사치료를 하고, 캠핑카 안에서는 물리치료, 도수치료를 해드립니다.” 그는 바쁜 가운데서도 격주 금, 토 1박 2일 동안 간호사와 총무과 직원 등 5, 6명과 함께 낭만닥터 유랑진료에 나선다. 금요일 새벽부터 토요일 해 질 녘까지 하루 평균 25∼30명의 환자를 치료해주는 강행군을 펼쳐야 한다. 마을마다 증세가 심각한 어르신 중 한 명은 서울로 초청해 무료로 관절 수술과 치료를 해주기도 한다. “시골의 할머니께서 치료를 받으신 후 갑자기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살다가 이렇게 큰 장비를 싣고 온 의사에게 전문치료를 받은 건 처음이라고. 그러면서 갑자기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1만 원짜리 몇 장을 꺼내시는 거예요. 할머니가 그 돈으로 아이스크림을 사주셔서 기다리는 어르신들과 스태프들이 시원하게 먹었던 기억이 제일 오래 남습니다.” ‘건강 품앗이 여행’을 모토로 내건 이 프로그램에서는 낭만닥터 팀이 치료를 해주면 어르신들이 지역에서 나는 먹을거리를 가져와 점심을 함께 해 먹기도 한다. 그는 경북 상주에서 할아버지가 가져다 준 ‘곶감 껍질을 먹여 키운 한우’, 충북 제천 산수유 마을에서 먹은 도토리묵, 전북 진안에서 맛본 고랭지 수박의 기막힌 맛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임채무 선생이 부른 노래 중에 ‘구구팔팔 내 인생,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는 곡이 있었습니다. 제가 2017년 개원하면서 특색 있는 이름을 짓고 싶어서 ‘9988병원’이라고 지었습니다. 어느 날 임채무 선생이 지나가다가 병원에 들어오셔서 ‘왜 나한테 상표 허락도 안 받고 이름을 지었냐’고 하셨어요. 알고 보니 그건 농담이었고, 사실은 어깨가 아프셔서 오셨더군요. 자기공명 영상(MRI)을 찍어보니 어깨 회전근이 파열돼 제가 봉합수술을 해드린 인연으로 친해졌습니다.” 그는 “임 선생은 아이들을 위한 ‘두리랜드’를 오랫동안 운영해 왔는데 나이 들면 의료봉사를 하는 게 꿈이었다고 한다”며 “결국 저랑 의기투합해서 ‘낭만닥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21회가 진행됐는데, 출연진인 배우 이문식 씨랑 ‘앞으로 500회까지 해보자’고 결의했다고 한다. 이 원장은 “많은 분들의 동참으로 의료 봉사활동이 1000회까지 계속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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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오지 찾아가 어르신들께 의료 봉사…건강을 품앗이하죠”

    “99세까지 88(팔팔)하게 살기 위해서는 무릎과 허리, 발목 등 뼈와 관절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지요. 나이가 들어도 친구를 만나고, 사회생활을 하고, 운동을 하며 사는 삶이 요즘 행복의 트렌드이기 때문이죠.” ENA 채널 ‘임채무의 낭만닥터’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시골에 사는 어르신들을 무료로 치료해주는 ‘유랑 진료’ 프로그램이다. 배우 임채무, 이문식 씨 등이 출연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정형외과 전문의인 이태훈 9988병원 원장(서울 성동구 왕십리)이 늘 함께 한다. 낭만닥터 출연진은 지난 3월부터 경북 영주 무섬마을, 강원 영월, 충남 논산, 전북 진안, 완주 비비정마을 등 20곳이 넘는 시골마을을 찾아 진료를 펼쳐왔다. 캠핑카에 엑스레이 촬영 장비, 초음파 충격파, 물리치료 기계, 도수치료 장비, 혈압계 등 각종 의료장비를 가득 싣고 바닷가나 논두렁에 커다란 천막을 치고 진료해주는 봉사활동 현장 프로그램이다. “대부분 전문병원에 가려면 한두시간 이상 걸리는 오지를 찾아갑니다. 평생 밭에서 쪼그려 앉아서 일해오신 어르신들이 많아서 대부분 허리와 무릎, 어깨, 발목, 고관절이 안좋으신 경우가 많아요. 천막 진료소에서 엑스레이를 찍고, 주사치료를 하고, 캠핑카 안에서는 물리치료, 도수치료를 해드립니다.” 이 원장은 격무로 금, 토 1박2일 동안 병원의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도수치료사, 총무과 직원 등 5,6명과 함께 동행을 한다. 마을마다 증세가 심각한 할머니, 할어버지 중에는 서울로 초청해 무료로 관절 수술과 치료를 해주기도 한다. 금요일 새벽부터 토요일 해질녘까지 하루 평균 25~30명의 환자를 치료해주는 강행군을 펼쳐야 한다. “시골의 할머니께서 치료를 받으신 후 갑자기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살다가 이렇게 큰 장비를 싣고 온 의사에게 전문치료를 받은 건 처음이라고. 그러면서 갑자기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만원짜리 몇장을 꺼내시는거예요. 그 마음이 전달돼서 저도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할머니가 주신 돈으로 기다리는 어르신들과 스태프들이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었던 기억이 제일 오래 남습니다.” ‘건강 품앗이 여행’을 모토로 내건 이 프로그램에서는 낭만닥터팀이 치료를 해주면 어르신들이 지역에서 나는 수박, 버섯, 도토리묵 같은 먹을거리를 가져와 셰프가 요리해 점심을 함께 먹기도 한다. 그는 경북 상주에서 할아버지 환자가 가져다 준 ‘곶감 껍질을 먹여 키운 한우’, 제천 산수유 마을에서 먹은 도토리묵, 전북 진안에서 맛본 고랭지 수박의 기가막힌 맛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진안에서는 20년 전에 귀향한 화가가 허리 치료를 받고, 즉석에서 매화 그림을 그려주기도 했다. 이 원장은 “귀중한 그림을 액자에 넣어서 병원 로비에 걸어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배우 임채무 씨와의 인연은. “임채무 선생이 부른 노래 중에 ‘구구팔팔 내 인생, 이제부터 시작이다~’이라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제가 2017년 개원하면서 특색있는 이름을 짓고 싶었는데, 아내가 ‘9988병원’이라고 하면 어떻겠냐고 아이디어를 냈어요. 개원 후 임채무 선생이 차타고 지나가다가 병원 이름을 보시고 들어오셔서 ‘왜 나한테 상표 허락도 안받고 이름을 지었냐’고 하셨어요. 알고보니 그건 농담이었고, 사실은 어깨가 아프셔서 오셨더군요. MRI를 찍어보니 어깨 회전근이 파열돼 제가 봉합수술을 해드린 인연으로 친해졌습니다.” ―‘낭만닥터’ 의료봉사를 하게 된 계기는. “임채무 선생은 아이들을 위한 ‘두리랜드’를 오랫동안 운영해왔는데 나이들면 의료봉사를 하는 게 버킷 리스트였다고 합니다. 결국 저까지 의기투합해서 ‘낭만닥터’를 하게 됐습니다. 올해 21회가 진행됐는데, 함께 출연하는 이문식 배우가 ‘앞으로 500회까지 해보자’고 하셨어요.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방방곡곡 유랑진료 봉사활동이 500회, 1000회까지 계속되길 기원합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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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땡땡의 모험’의 고향

    벨기에 브뤼셀에 가면 스머프와 땡땡과 같은 인기 만화의 고향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곳곳의 벽화와 박물관, 기념품 숍에서 캐릭터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만화가 에르제의 ‘땡땡의 모험’은 1929년 이후 100개 이상의 언어로 출간된 유럽 만화의 고전이다. 동서양은 물론 사막, 극지방, 심해, 우주까지 아우르는 ‘땡땡의 모험’은 세계 역사와 문화의 백과사전으로 불린다. 1953년에는 달 탐험을 생생하게 그려내기도 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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