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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선제 대응하지 않으면 더 큰 피해가 올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후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초강수’를 둔 배경을 이 같이 설명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경기침체의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지금 당장 고물가에 대응하지 않으면 경제 전반이 돌이킬 수 없는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부터라도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조금씩 고통을 분담해야만 전쟁과 공급망 위기, 팬데믹 등으로 비롯된 글로벌 경제 복합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경기보다 물가부터 챙겨야”이창용 한은 총재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 건 시장에 명확한 시그널(신호)을 줘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상승하는 걸 막고 이를 통해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0%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월(6.8%) 이후 처음으로 6%대에 진입했다. 이 총재는 “3%대 물가상승률이 5%대가 될 때까지 7개월이 걸렸으나, 5%대에서는 한 달 만에 6%대로 높아졌다”며 “물가상승률이 5%를 웃도는 품목 비중이 50%에 이르는 등 물가 상승의 확산 정도도 보다 광범위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어느 때보다 빠르게 확산하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 경제 주체들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3.9%로 한 달 만에 0.6%포인트 올랐다. 상승폭이 2008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각 경제주체가 가격과 임금을 서로 올리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고물가가 고착화돼 모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이럴 경우 큰 침체 없이는 고물가 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빅 스텝’으로 인플레 심리를 사전에 차단하지 않고서는 물가 대처가 앞으로 더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연말 기준금리 3%까지도 전망‘인플레 파이터’로서 방향을 확실히 잡은 한은은 앞으로도 금리인상 행진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올 연말 기준금리가 2.75~3.0%까지 오를 것이란 시장 전망에 대해 “매우 합리적”이라고 답했다. 올해 앞으로 남은 8, 10, 11월 금통위 회의에서 연속으로 금리 인상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2.75%가 될지 3.0%가 될지는 주요 선진국이 금리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하반기 경기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여러 요인에 달렸다”고 했다. 다만 이 총재는 “당분간 25bp(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추가 ‘빅 스텝’ 여부에 일단은 선을 그었다. 한은의 이런 판단은 ‘빅 스텝’과 같은 충격 요법을 연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물가를 잡기 전에 경기침체와 빚 부담 증가 등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향후 물가 상황 등 경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한은이 긴축 속도를 높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 경기 타격은 불가피한은이 더 큰 침체를 막기 위해 ‘예방 주사’를 놓았다고는 하지만, 이날 ‘빅 스텝’과 앞으로 이어질 추가 금리 인상으로 인해 실물경기에는 일정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리를 올리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이 커져서 소비와 투자를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이날 “시차가 있지만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리면 연간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하락하는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5월 전망치(2.7%)를 밑돌고 경상수지 흑자도 전망치(500억 달러)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등 대내외 불확실성 때문에 경기 하방 위험이 매우 크다”며 “경기가 예상보다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환율이 달러당 1310원을 돌파하며 다시 연고점으로 치솟았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2원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한 1312.1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7월 13일(1315.0원)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장중에는 1316.4원까지 치솟으며 6일(1311.0원) 기록한 연고점을 4거래일 만에 갈아 치웠다. 환율이 급등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위기가 유럽 등 각국의 경기 침체를 유발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날 코스피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22.51포인트(0.96%) 내린 2,317.7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도 2% 넘게 급락했다.글로벌 인플레 등 복합 위기에 달러화 가치는 연일 고공행진20년만에 ‘1유로=1달러’ 가장 근접… 환율 오르면 물가 상승압력 커져한은, 기준금리 0.5%P 인상 예상… 경기침체 심화 부작용 우려도 글로벌 경기 침체의 공포가 계속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금융시장이 또다시 흔들렸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붕괴에서 촉발된 글로벌 복합 위기가 연일 국내외 경제에 ‘원투 펀치’를 날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물가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빅 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은의 급격한 긴축은 자칫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 전반에 또 다른 걱정거리를 안기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에 외국인 자금도 유출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올해 처음으로 1310원대를 돌파하며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원화 가치가 시장에 극심한 공포감이 팽배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날 환율 급등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화 가치가 기록적으로 치솟은 데서 비롯됐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전례 없는 속도로 인상하는 가운데, 경제 기초체력이 취약한 세계 각국에서는 경기 둔화 우려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직격탄을 맞은 유럽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러시아가 최근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의 공급을 일시 중단하면서 ‘에너지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반영되면서 유로화 대비 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유로당 1.0026달러까지 떨어지며 2002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유로를 1달러로 교환할 수 있는 ‘패리티(parity·등가) 환율’이 20년 만에 눈앞에 온 것이다. 엔화 가치 역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장중 137엔까지 오르며 올 들어 20%가량 상승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달러화가 빠져나가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2일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6월 중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 자금은 30억1000만 달러가 순유출됐다. 외국인 자금의 탈출 행렬은 올 2월부터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국가 경제 위험도를 나타내는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지난달 월평균 0.48%포인트로 2018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CDS는 채권 발행 국가가 부도 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파생상품으로 프리미엄이 오르면 그만큼 해당 국가의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는 뜻이다.○ 이 와중에…한은 ‘빅 스텝’ 유력경기 침체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한은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시장은 한은이 물가 급등에 대처하기 위해 사상 초유의 ‘빅 스텝’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올 4월과 5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린 바 있다. 만일 이날 회의에서도 금리 인상이 결정되면 역대 첫 ‘3회 연속 인상’이 된다. 한은이 금리 인상을 적극 고려하는 것은 그만큼 최근 물가 급등세가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한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취약계층의 신용 위험을 높이고 민간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 침체를 유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둔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겠지만 지금 물가를 잡지 못하면 더 큰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며 “취약 차주와 중소기업 등에 대한 금융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글로벌 경기 침체의 공포가 계속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금융시장이 또다시 흔들렸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붕괴에서 촉발된 글로벌 복합 위기가 연일 국내외 경제에 ‘원투 펀치’를 날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물가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은의 급격한 긴축은 자칫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 전반에 또 다른 걱정거리를 안기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에 외국인 자금도 유출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올해 처음으로 1310원대를 돌파하며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원화 가치가 시장에 극심한 공포감이 팽배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날 환율 급등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화 가치가 기록적으로 치솟은 데서 비롯됐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전례 없는 속도로 인상하는 가운데, 경제 기초체력이 취약한 세계 각국에서는 경기 둔화 우려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직격탄을 맞은 유럽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러시아가 최근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의 공급을 일시 중단하면서 ‘에너지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반영되면서 유로화 대비 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유로당 1.0026달러까지 떨어지며 2002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유로를 1달러로 교환할 수 있는 ‘패러티(parity·등가) 환율’이 20년 만에 눈앞에 온 것이다. 엔화 가치 역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장중 137엔까지 오르며 올 들어 20% 가량 상승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달러화가 빠져나가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2일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6월 중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자금은 30억1000만 달러가 순유출됐다. 외국인 자금의 탈출 행렬은 올 2월부터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국가 경제 위험도를 나타내는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지난달 월평균 0.48%포인트로 2018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CDS는 채권 발행 국가가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파생상품으로 프리미엄이 오르면 그만큼 해당 국가의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는 뜻이다.● 이 와중에…한은 ‘빅스텝’ 유력경기침체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한은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시장은 한은이 물가 급등에 대처하기 위해 사상 초유의 ‘빅 스텝’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올 4월과 5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린 바 있다. 만일 이날 회의에서도 금리 인상이 결정되면 역대 첫 ‘3회 연속 인상’이 된다. 한은이 금리 인상을 적극 고려하는 것은 그만큼 최근 물가 급등세가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한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취약계층의 신용위험을 높이고 민간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 침체를 유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둔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겠지만 지금 물가를 잡지 못하면 더 큰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며 “취약차주와 중소기업 등에 대한 금융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최근 가계대출 문턱을 낮춘 국내 은행들이 당분간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채무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취약차주의 신용위험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가계 일반대출에 대한 국내 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직전 분기와 같은 19로 집계됐다. 국내 은행들이 최근 가계대출 증가율 둔화에 대응하면서 완화적인 대출 태도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한은의 이번 조사는 국내 금융회사 204곳의 여신 총괄 책임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것으로, 지수 값(―100∼100)이 클수록 대출 심사를 완화하겠다는 은행이 더 많다는 뜻이다. 다만 가계 주택대출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14로 직전 분기(31)보다 17포인트 하락했다. 이달부터 1억 원 초과 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적용되는 등 주택대출 심사가 강화된 영향이다. 당장 이번 주 한은의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용위험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은행이 예상한 3분기 가계 신용위험지수는 39로 직전 분기(22)보다 17포인트 올랐다. 이는 2020년 2분기(4∼6월·4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소기업 신용위험지수(31) 역시 일부 취약 업종과 영세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 저하가 예상돼 6포인트 상승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1000조 원이 넘는 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올해에만 14명이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투자 난이도가 높은 해외·대체투자 인력이 대거 이탈하면서 조직의 전문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올해 퇴사자 수는 1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퇴사자(10명)보다 4명 늘었다. 보통 연말에 운용역 퇴사자가 몰리는 특성을 고려하면 올해 연간 퇴사자는 지난해(25명)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퇴직한 14명 가운데 8명이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관련 부서에서 근무했다. 국민연금이 중장기적으로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자산군의 운용역들이 줄퇴사한 것이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는 대체투자실의 ‘헤드급’인 부동산투자실장과 인프라투자실장이 짐을 쌌는데, 올해는 팀장급들이 회사를 떠나 사모펀드 등 민간 운용업계로 이직하고 있다. 퇴사 이유는 다양하지만 2017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전북혁신도시 이전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28명이 퇴사했다. 강 의원은 “핵심 투자 운용 인력의 이탈 문제가 국민연금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기금 운용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근본적인 인력 이탈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글로벌 복합위기로 자산시장 거품이 빠지면서 국민 노후자금 935조 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연간 기금운용 수익률이 4년 만에 ‘마이너스’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들어 국민연금기금 손실 규모는 36조 원을 넘었다. 올해 30조 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연간 국민연금 지급액을 날린 셈이다. 하반기(7∼12월)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리더십 공백도 길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하루빨리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선임에 나서 기금운용 수익률을 점검하고 연금개혁에도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4개월 연속 ‘마이너스’ 수익률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시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국민연금기금의 전체 수익률은 ―3.79%로 잠정 집계됐다. 국민연금기금은 2019년 이후 연간 10% 안팎으로 높은 수익률을 거뒀지만 올해 1월(―3.82%)과 2월(―3.57%), 3월(―2.66%)에 이어 4월까지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국민연금기금 손실액은 36조2000억 원이다. 운용 자산군별로 살펴보면 금융부문에서 대체투자(5.22%)와 단기자금(0.88%)을 제외한 모든 자산이 손실을 봤다. 올해 들어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이 악화된 건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전 세계 자산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노르웨이, 네덜란드, 캐나다 등 연기금도 3% 내외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인플레이션은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고 하반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자산시장이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은 악화될 수밖에 없지만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통해 최소한의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며 “마이너스 수익률이 연금 고갈에 대한 국민들의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사장 하루빨리 뽑아야”국민연금기금의 올해 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국민연금 적자와 고갈 시기는 더 앞당겨질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 적립금이 2038년 최대 수준인 1344조6000억 원에 이른 뒤 2055년에 고갈될 것으로 추계했다. 연금개혁이 시급하지만 관련 움직임은 더디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2명이 연이어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4월 김용진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자진 사퇴한 후 이사장 자리는 석 달째 비어 있다. 제청권을 가진 복지부 장관 인선이 늦춰지면서 국민연금 수장 공백도 장기화된 것.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이사장 공모 절차를 진행하고 복지부 장관 직무를 대행하는 차관이 제청권을 행사해 하루빨리 리더십 공백 사태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정치적인 이유로 기금운용본부장의 근속 기간이 해외 주요 연기금에 비해 너무 짧다”며 “중장기적으로 전문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세계 경제에 대한 ‘침체(Recession) 공포’가 커지면서 1년 8개월 만에 코스피 2,300 선이 무너졌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달러화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다시 1300원을 돌파해 연고점으로 치솟았다. 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13%(49.77포인트) 내린 2,292.01로 장을 마쳤다. 지수가 종가 기준 2,300 선 아래로 떨어진 건 2020년 10월 30일(2,267.15) 이후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0원 오른 1306.3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장중 1311원까지 올랐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7월 13일(1315.0원)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장 초반 급등하면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한국경제 체력에 의구심… 한미 통화스와프 등 출구 찾아야”6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순매도가 두드러졌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152억 원, 6232억 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외국인 매도세가 확대되면서 대형주 위주로 하락했는데, 특히 국제유가 급락 여파로 S-Oil(―9.31%), SK이노베이션(―5.26%) 등 정유주의 낙폭이 컸다. 반면 저가 매수 기회로 본 개인은 8970억 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지수도 0.84%(6.32포인트) 하락한 744.63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전까지 상승세를 보였다가 외국인 매도세가 커지며 하락 반전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면서 외국인들이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조만간 한미 통화스와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환율이 단기적으로 135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통화스와프는 비상시 자국 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달러를 빌릴 수 있도록 미리 약속하는 것이다. 별도 비용 없이 외환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하락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지수(―1.20%)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43%), 홍콩 H지수(―1.26%) 모두 1% 넘게 하락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대만 자취안지수(―2.53%)는 2%대의 낙폭을 보였다.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로 안전자산인 달러화 쏠림 현상도 강해졌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으로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고 격차가 벌어지면 원-달러 환율이 연말 1400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물가가 6%대로 치솟고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기대 심리가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13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선 물가 안정이 최우선 목표인 한은이 사상 처음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5일 한은은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앞으로도 소비자물가는 고유가 지속, 거리 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 증대, 전기료·도시가스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가 아직 정점을 통과하지 않았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국제유가와 국제식량 가격이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데다 당분간 국내 개인서비스물가 오름세도 확대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부총재보는 “구매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에너지, 식료품 및 외식을 중심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한은이 발표한 6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다는 것은 향후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임금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임금이 오르면 물가도 따라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제어하지 않으면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1일 “(물가 등) 데이터를 보고 (빅 스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는데, 6월 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율 등 지표들은 모두 한은의 빅 스텝을 재촉하고 있다.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 속도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린 연준은 이달 26∼27일(현지 시간)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최소 0.5%포인트 이상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원화 가치가 하락해 수입물가가 오르고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한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은 취약계층과 기업의 채무상환부담을 늘려 민간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빅 스텝을 놓고 한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물가와 향후 흐름을 고려할 때 한은의 빅 스텝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취약계층과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핀셋 지원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물가가 6%대로 치솟고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기대 심리가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13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선 물가 안정이 최우선 목표인 한은이 사상 처음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5일 한은은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앞으로도 소비자물가는 고유가 지속,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 증대, 전기료·도시가스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가 아직 정점을 통과하지 않았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국제유가와 국제식량 가격이 상당기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데다 당분간 국내 개인서비스물가 오름세도 확대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부총재보는 “구매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에너지, 식료품 및 외식을 중심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한은이 발표한 6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다는 것은 향후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럼 임금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임금이 오르면 물가도 따라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제어하지 않으면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1일 “(물가 등) 데이터를 보고 (빅 스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는데, 6월 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율 등 지표들은 모두 한은의 빅 스텝을 재촉하고 있다.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 속도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린 연준은 이달 26~27일(현지 시간)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최소 0.5%포인트 이상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원화 가치가 하락해 수입물가가 오르고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한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은 취약계층과 기업의 채무상환부담을 늘려 민간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빅 스텝을 놓고 한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물가와 향후 흐름으로 고려할 때 한은의 빅 스텝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취약계층과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핀셋 지원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글로벌 복합위기가 닥친 가운데 한국 경제가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이 2.2% 감소하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1년 안에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4일(현지 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특히 한국은 호주, 캐나다와 함께 금리 인상이 가계대출 부담은 물론이고 주택시장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국가로 꼽혔다. 경기 침체 우려가 이어지면서 4일 코스피가 나흘째 하락하며 2,300 선에 턱걸이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22%(5.08포인트) 내린 2,300.34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한때 2,276.63까지 빠지며 연중 최저점을 갈아치웠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0.93%(6.75포인트) 하락한 722.73으로 거래를 마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일본 노무라증권은 보고서에서 “주요 국가 다수가 내년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무라는 한국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호주 캐나다가 앞으로 1년간 경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세계 경제가 동시에 성장이 둔화하면서 이 국가들은 수출로 성장을 꾀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노무라는 각국이 직면할 불황의 깊이는 다소 다를 것이라면서 한국은 부동산 시장이 불안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특히 블룸버그는 한국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 주요 7개국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자본 유출이 빚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2분기(4∼6월) 이 국가들에서 빠져나간 글로벌 펀드 자금은 약 400억 달러(약 52조 원)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맞먹는 규모라고 했다. 실제 국내 증시에서 6월 이후 외국인 투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4일에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1386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대만 증시의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중국, 일본 증시는 반등했지만 대만 자취안지수는 국내 증시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며 0.88% 하락했다. 올 상반기(1∼6월)에 지난 52년 내 최악의 하락 폭을 기록한 미 뉴욕 증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S&P500 지수는 올 상반기 1970년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인 20.6% 하락률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 경기 침체 위험, 기업 순이익 감소 등이 겹쳐 지금보다 15∼20%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장담컨대 횡령 사건은 앞으로 더 많이 터질 겁니다. 기업들은 지금 당장 내부 점검에 나서야 합니다.”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횡령 사태에 대해 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장(65)이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은 일부분에 불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관에서 한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경영 여건이 어려울수록 기업들의 분식(粉飾)회계에 대한 유혹이 커진다”며 “요즘 잇따라 터지는 횡령 사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산시장이 호황일 때 한탕을 꿈꾸며 주식이든 가상자산이든 투자했다가 급격히 거품이 빠져 손실을 봤다면 공금 유용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 국내 임플란트 1위 업체인 코스닥 상장사 오스템임플란트에서 회삿돈 2200억 원을 빼돌린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뒤 크고 작은 횡령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은행에서 600억 원대 횡령이 발생하더니 저축은행과 지역농협,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심지어 서울 강동구에서는 공무원이 수십억 원의 세금을 빼돌려 주식에 탕진해 구속되기도 했다. 김 회장은 단호한 어조로 “회계 부정과 횡령의 1차적인 책임은 해당 기업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스템임플란트 사태는 결재 라인에 있던 상위 직급자가 은행 잔액만 확인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고, 우리은행 사건도 담당자를 주기적으로 교체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다”고 했다. 결국 내부 통제의 기본 원칙을 지키려는 최고경영자(CEO)의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직 순환과 불시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횡령 위험이 높은 장기간 동일 직무자에 대한 △강제 휴가(명령 휴가) △내부 고발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게 김 회장의 판단이다. 지난달 15일 공인회계사회 정기총회에서 연임한 그는 “무엇보다 회계 투명성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공인회계사회의 공적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외부감사 역량과 회계 투명성을 높여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개선’이라는 정부의 국정과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김 회장은 “최근 국내 상장사에서 잇따른 대규모 횡령 사건과 셀트리온이 회계 기준을 위반했다는 금융당국의 감리 결과 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코스닥지수(―16.56%)와 코스피(―13.15%)는 중국(6.66%), 홍콩(3.37%), 일본(―3.25%) 등 아시아 주요 증시보다 낙폭이 월등히 컸다. 그는 “경기가 하방리스크를 보이는 과정에서 외부감사는 더욱 엄격해져야 한다”며 “대부분의 회계 부정은 경기 확장 국면보다는 하락 국면에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2015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을 계기로 2018년 신(新)외부감사법이 도입됐다.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를 비롯한 회계개혁법이 시행되면서 기업의 회계 투명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감사 비용이 과다하게 증가했다는 불만도 커졌다. 김 회장은 “감사 범위와 책임 확대에 따른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으로 보지만 기업들의 비용 증가에 대한 불만도 충분히 이해한다”며 “회원사(회계법인)들이 고통을 분담하고 기업과 상생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장△1957년생 △인천 제물포고-고려대 경영대-국민대 회계정보학과(경영학 박사) △1978년 삼일회계법인 입사 △2012∼2018년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감사 △2016∼2020년 삼일회계법인 대표이사 최고경영자(CEO) △2020년 6월∼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글로벌 복합위기가 닥친 가운데 한국 경제가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이 2.2% 감소하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1년 안에 경기침체에 빠질 것 것이라고 4일(현지 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특히 한국은 호주 캐나다와 함께 금리 인상이 가계대출 부담은 물론이고 주택시장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국가로 꼽혔다. 경기 침체 우려가 이어지면서 4일 코스피가 나흘째 하락하며 2,300 선에 턱걸이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22%(5.08포인트) 내린 2,300.34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한 때 2,276.63까지 빠지며 연중 최저점을 갈아치웠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0.93%(6.75포인트) 하락한 722.73으로 거래를 마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일본 노무라증권은 보고서에서 “주요 국가 다수가 내년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무라는 한국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호주 캐나다가 앞으로 1년간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세계 경제가 동시에 성장이 둔화하면서 이 국가들은 수출로 성장을 꾀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노무라는 각국이 직면할 불황의 깊이는 다소 다를 것이라면서 한국은 부동산 시장이 불안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특히 블룸버그는 한국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 주요 7개국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자본 유출이 빚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2분기(4~6월) 이 국가들에서 빠져나간 글로벌 펀드 자금은 약 400억 달러(약 52조 원)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맞먹는 규모라고 했다. 실제 국내 증시에서 6월 이후 외국인 투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4일에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1386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대만 증시의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중국, 일본 증시는 반등했지만 대만 자취안지수는 국내 증시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며 0.88% 하락했다. 올 상반기(1~6월)에 지난 52년 내 최악의 하락폭을 기록한 미 뉴욕 증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S&P500 지수는 올 상반기 1970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인 20.6% 하락률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 경기 침체 위험, 기업 순이익 감소 등이 겹쳐 지금보다 15~20%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장담컨대 횡령 사고는 앞으로 더 많이 터질 겁니다. 기업들은 지금 당장 내부 점검에 나서야 합니다.”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횡령 사태에 대해 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장(65)이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은 일부분에 불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관에서 한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경영 여건이 어려울수록 기업들의 분식(粉飾)회계에 대한 유혹이 커진다”며 “요즘 잇따라 터지는 횡령 사고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산시장이 호황일 때 한탕을 꿈꾸며 주식이든 가상자산이든 투자했다가 급격히 거품이 빠져 손실을 봤다면 공금 유용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 국내 임플란트 1위 업체인 코스닥 상장사 오스템임플란트에서 회삿돈 2200억 원을 빼돌린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뒤 크고 작은 횡령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은행에서 600억 원대 횡령이 발생하더니 저축은행과 지역농협,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심지어 강동구청에서는 공무원이 수십억 원의 세금을 빼돌려 주식에 탕진해 구속되기도 했다. 김 회장은 단호한 어조로 “회계 부정과 횡령의 1차적인 책임은 해당 기업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스템임플란트 사태는 결재 라인에 있던 상위 직급자가 은행 잔고만 확인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고, 우리은행 사건도 담당자를 주기적으로 교체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다”고 했다. 결국 내부 통제의 기본원칙을 지키려는 최고경영자(CEO)의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직 순환과 불시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강제 휴가(명령 휴가) △내부고발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게 김 회장의 판단이다. 지난달 15일 공인회계사회 정기총회에서 연임한 그는 “무엇보다 회계 투명성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공인회계사회 공적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외부감사 역량과 회계 투명성을 높여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개선’이라는 정부의 국정과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김 회장은 “최근 국내 상장사에서 잇따른 대규모 횡령 사건과 셀트리온이 회계 기준을 위반했다는 금융당국의 감리 결과 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코스닥지수(―16.56%)와 코스피(―13.15%)는 중국(6.66%), 홍콩(3.37%), 일본(―3.25%) 등 아시아 주요 증시보다 낙폭이 월등히 컸다. 그는 “경기가 하방리스크를 보이는 과정에서 외부감사는 더욱 엄격해져야 한다”며 “대부분의 회계부정은 경기 확장 국면보다는 하락 국면에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2015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을 계기로 2018년 신(新)외부감사법이 도입됐다.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를 비롯한 회계개혁법이 시행되면서 기업의 회계 투명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감사 비용이 과다하게 증가했다는 불만도 커졌다. 무엇보다 글로벌 복합위기를 맞은 기업들의 경영 환경을 갈수록 악화되고 있지만 깐깐해진 감사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김 회장은 “감사 범위와 책임 확대에 따른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으로 보지만 기업들의 비용증가에 대한 불만도 충분히 이해한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역지사지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듣겠다. 회원사(회계법인)들이 고통을 분담하고 기업과 상생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올해 상반기(1∼6월) 무역수지 적자가 1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반기(7∼12월)엔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증가율이 채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기업 전망도 나왔다. 경제 전문가들은 무역수지 적자가 만성화되면서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 늘어난 3503억 달러, 수입은 26.2% 증가한 3606억 달러였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수출액을 달성했지만, 폭등한 에너지 수입액이 발목을 잡아 무역수지는 103억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이번 무역 적자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56년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 66년 만에 최대다. 6월 한 달 동안 무역수지는 24억7000만 달러 적자를 내며 3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이는 2008년 6∼9월 이후 14년 만이다. 하반기 수출 전망은 밝지 않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수출 주력 업종 기업 15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2 하반기 수출 전망 조사’에 따르면 올 하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 감소를 예상한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41.2%) △해상 및 항공 물류비 상승 등 공급망 애로(21.9%) 등을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했다. 무역수지 적자로 외국인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1일 코스피는 장중 한때 2,291.49까지 밀리다 2,305.42로 마감했다. 2,300 선이 붕괴된 건 1년 8개월 만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한국은 장기 저성장 국면에 빠져 있어 회복탄력성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산업구조 개혁이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올해 상반기(1~6월) 무역수지 적자가 1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의 경우 하반기(7~12월)엔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에 그칠 것이라는 기업 전망도 나왔다. 경제 전문가들은 무역 적자가 만성화되면서 한국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 늘어난 3503억 달러, 수입은 26.2% 급증한 3606억 달러였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수출액을 달성했지만, 폭등한 에너지 수입액이 발목을 잡아 무역수지가 103억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이번 무역적자 규모는 기존 상반기 최대 적자였던 1997년 91억600만 달러를 뛰어넘는다. 또 6월 무역수지는 24억7200만 달러 적자였는데, 3개월 연속 적자다. 이는 2008년 6~9월 이후 14년 만이다. 하반기 수출 전망은 밝지 않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12대 수출 주력 업종 기업 150개사를 대상으로 ‘2022 하반기 수출 전망 조사’를 진행한 결과 하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 감소를 예상한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41.2%) △해상 및 항공 물류비 상승 등 공급망 애로(21.9%) △주요 수출 대상국의 경제 상황 악화(21.1%) 등을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했다. 국내 증시는 연일 추락하고 있다. 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17%(27.23포인트) 내린 2,305.41에 마감했다. 사흘째 1%대 하락세가 이어지며 이날 연저점으로 주저앉았다. 코스피는 장중 한 때 2,291.49까지 밀리며 2020년 11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2,3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한국은 장기 저성장 국면에 빠져있어 회복탄력성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산업 구조 개혁이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5월 은행권 가계대출과 신용대출 금리가 8년 4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특히 신용대출 금리는 한 달 새 0.16%포인트 뛰었다. 금리 상승이 계속되는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82%를 넘어 가계의 이자 부담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4.14%로 전달보다 0.09%포인트 올랐다. 2014년 1월(4.15%) 이후 8년 4개월 만에 최고치다. 가계대출 금리는 12개월 연속 증가했으며 상승 폭도 전월(0.07%포인트)보다 확대됐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90%로 변함이 없었지만 신용대출 금리는 연 5.78%로 한 달 새 0.16%포인트 뛰었다. 신용대출 금리는 5개월 연속 올라 2014년 1월(5.85%) 이후 가장 높았다. 한은 관계자는 “양도성예금증서(CD), 은행채 금리 등 장단기 지표금리가 상승해 신용대출 금리가 오른 반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확대해 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또 5월 은행권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82.6%로 전달보다 1.8%포인트 늘었다. 2014년 1월(85.5%) 이후 8년 4개월 만에 최대치다. 여전히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약 1%포인트 낮아 최근 금리 상승에도 변동금리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10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서 이르면 이달 6%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비자물가를 더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다음 달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사상 첫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앞서 21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하게 제어하지 않으면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복합위기 속에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도 얼어붙고 있어 빅 스텝과 맞물려 내수 침체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위기보다 빠르게 뛰는 기대인플레29일 한은에 따르면 6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전달 대비 상승 폭(0.6%포인트)도 역대 최대였다. 가계,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예상하는 미래의 물가 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오르면 임금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이는 다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앞으로 1년간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으로는 석유류(82.5%), 농축수산물(44.2%), 공공요금(31.4%) 등이 꼽혔다. 물가수준전망(163)도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8년 이후 가장 높았다. 최근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이 급등한 데다 생활과 밀접한 밥상물가, 공공요금 등이 줄줄이 오르면서 인플레 기대심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 7월∼2009년 7월과 유럽 재정위기와 일본 지진이 겹친 2011년 3월부터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대에 진입한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 상승 속도가 과거 위기 때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에 우려가 나온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인플레이션 위기, 미국의 빅 스텝 등 물가 관련 정보를 예전보다 많이 접하는 영향”이라고 했다. 함준호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실제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고물가 국면을 장기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얼어붙은 소비 심리… “경기침체 우려”당정이 기업의 임금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서비스요금 통제 등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 물가 상승은 해외 요인이 커 통화당국의 고강도 금리 인상 외에는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주체들이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2.00%로 올린다고 해서 6%대의 고물가가 잡힐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은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빅 스텝 같은 확실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또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시사한 것도 한은의 빅 스텝을 재촉하고 있다. 문제는 한은의 빅 스텝이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 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는 6월 96.4로 한 달 전보다 6.2포인트 떨어졌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돈 건 2021년 2월(97.2)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100보다 낮으면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가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가계부채가 1900조 원에 육박한 상황에서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채무 상환 부담이 커지고 가처분소득이 줄면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이 둔화하는 상황에 내수 경기까지 악화되면 자칫 일본과 같은 장기 경기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원-달러 환율은 15.6원 급등한 1299.0원에, 코스피는 1.82% 하락한 2,377.99로 마감했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소비심리 지표 부진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탓이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소비자들이 전망하는 물가 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에 바짝 다가서며 1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물가 상승 기대심리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다음 달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더 커졌다. 한은이 29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6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전달(3.3%)보다 0.6%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월 대비 상승 폭은 2008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컸다. 최근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속도는 과거 금융위기보다 빠르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 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경기 회복 과정에서 일본 지진과 유럽 재정위기이 겹친 2011년 3월부터 1년 정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대에 이른 적이 있었지만 지금의 0.6%포인트의 상승 속도는 과거보다 빠르다”고 설명했다. 지난 1년간 소비자들의 체감물가 상승률인 ‘물가 인식’도 4.0%로 사상 처음 4%대에 올라섰다.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올라가면 임금 상승 압력이 커지고 또 다시 물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이 다음 달 사상 첫 빅 스텝을 밟을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빅스텝 관련 뉘앙스는 지난달 기대심리 억제를 위한 구두개입 성격과 달라지고 있다”며 “6월 기대인플레이션이 0.6%포인트 급등하며 사실상 방점을 찍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한은이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금리수준전망지수(149)도 역대 최고로 올랐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6개월 뒤 금리가 지금보다 오를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하락을 예상한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반면 1년 뒤 집값이 지금보다 오를 것으로 전망한 사람이 줄면서 주택가격전망지수(98)는 두 달 연속 하락했다. 특히 한 달 새 13포인트나 급락해 지수가 100 밑으로 떨어졌다. 황 팀장은 “금리가 계속 올라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전반적으로 심리가 나빠졌다”고 말했다.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4로 전달(102.6)보다 6.2포인트 하락했다. CCSI가 100 아래로 내려간 건 지난해 2월(97.2)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CCSI가 100보다 낮으면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가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하락 폭도 지난해 7월(―7.2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황 팀장은 “체감 물가 상승, 미국의 긴축 등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자 심리도 나빠졌다”고 설명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동학개미 운동’의 선봉장으로 유명한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사진)가 임기를 남기고 사의를 표명했다. 최근 차명투자 의혹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은 것이 알려지면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존 리 대표는 최근 메리츠금융지주에 사표를 제출한 뒤 출근하지 않고 있다. 당초 그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존 리 대표는 2014년 취임 이후 8년간 메리츠운용을 이끌며 ‘가치투자 전도사’로 이름을 알렸다. 특히 팬데믹 이후 이어진 주식 투자 열풍 속에 장기 주식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동학개미의 멘토’ ‘존봉준(존 리+전봉준)’ 등의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차명투자 의혹으로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존 리 대표는 자신의 친구가 2016년 설립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에 아내가 지분 6%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차명투자 논란이 불거졌다. 또 이 업체가 출시한 상품에 메리츠운용이 투자한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7일까지 메리츠자산운용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메리츠운용과 존 리 대표 측은 “모든 자료 요청과 조사에 성실히 임했고 충분히 소명했다”며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국내 상장지수증권(ETN) 최초로 국내 물가연동국채와 미국 물가연동국채(TIPS)를 각각 추종하는 ETN 4개 종목을 상장했다. 국내외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도 인플레이션 헤지 상품을 국내 주식시장에서 일반 주식처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올 들어 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면서 물가연동국채 거래가 크게 증가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4%로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은 지난달 물가연동국채 거래대금은 1조4002억 원으로 2017년 3월(1조4790억 원) 이후 5년여 만에 가장 많았다. 이는 지난해 5월(3308억 원)의 4.2배 수준으로 물가 상승률이 4.8%였던 4월(7558억 원)의 2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물가연동국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연동하는 채권이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원금이 늘고, 늘어난 원금에 비례해 이자가 지급돼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 꼽힌다. 물가연동국채는 그동안 투자금액이 높아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메리츠증권의 ETN을 통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메리츠 인플레이션 국채 ETN’과 ‘메리츠 레버리지 인플레이션 국채 ETN’은 국내 물가연동국채 3종으로 구성된 기초지수를 추종한다. 또 ‘메리츠 미국 인플레이션 국채 ETN(H)’과 ‘메리츠 미국 레버리지 인플레이션 국채 ETN(H)’은 미국 물가연동국채인 TIPS 3종을 따른다. 환 헤지를 통해 환율 변동 위험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해외 시장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나 ETN과 차별화된다. 특히 물가연동국채에 2배로 투자할 수 있는 레버리지형 ETN은 해외 시장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상품으로 투자 다양성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리츠 인플레이션 국채 ETN 시리즈는 증권사 상관없이 주식 거래 계좌만 있으면 누구나 거래할 수 있다. 주당 가격은 4종 모두 약 1만 원 안팎으로 소액투자가 가능하다. 다만 레버리지형 상품에 처음 투자할 때는 금융투자교육원의 필수 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기본 예탁금 적용을 받게 된다. 각 종목 또는 기초지수에 대한 세부 내용은 메리츠증권 홈페이지나 KAP한국자산평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