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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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23~2025-12-23
미술44%
연극17%
문학/출판14%
인사일반7%
언론3%
문화 일반3%
사고3%
사회일반3%
사건·범죄3%
음악3%
  • [책의 향기]작지만 위대한 생태계 일꾼 ‘곤충’

    인류가 세계를 관찰하는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한쪽에서는 거대한 기계가 무한히 작은 입자인 ‘아원자’의 존재를 증명하고, 다른 쪽에서는 우주망원경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저 멀리 우주의 경계인 ‘빅뱅’의 잔광을 포착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구상에 얼마나 많은 종의 곤충이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영국의 생물학자로 세계 곳곳으로 곤충을 찾아 떠나 연구했으며, BBC 자연 다큐멘터리 진행자로 대중에게도 익숙한 저자가 곤충 이야기를 담았다. 사람들이 때론 하찮게까지 여기는 곤충이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흥미롭고 기이한지를 쉽고 유쾌하게 설명한다. 우선 곤충은 인류보다 훨씬 먼저 지구에 나타나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했다. 그럼에도 ‘머리 가슴 배’라는 기본 체제는 오랜 시간 유지됐는데, 저자는 이것이 생존을 위한 가장 단순하면서도 완벽한 구조라고 설명한다. 곤충의 총 생물량은 사람과 가축을 더한 것보다 10배 이상 많다. 게다가 인간에게 ‘아낌없이’ 퍼준다. 꿀(벌)과 실크(누에나방)를 제공하고, 영국군을 상징하는 군복인 레드코트를 물들이는 염료(깍지벌레)를 주며, 사람의 손길로 치료할 수 없는 상처를 제거하고 항균 작용(구더기)까지 해준다. 이렇게 저자는 곤충에 관한 지식을 풀어가는 한편 자연 다큐멘터리 거장인 데이비드 애튼버러 경을 비롯한 학자, 유명인 7명과의 인터뷰도 수록하며 더 풍부한 정보를 제공한다. 애튼버러 경은 곤충을 비롯한 무척추동물을 다룬 영국 최초의 다큐멘터리 ‘덤불 속의 생명’을 제작한 과정을 전한다. 그는 “조류와 포유류가 시청자에게 더 인기가 많지만, 흙을 비옥하게 하고 꽃가루를 옮기며 분변과 사체를 자연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곤충이 없어진다면 이 세계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책은 인간이 한 행위로 지구의 환경이 변해가는 ‘인류세’로 곤충이 맞은 위기를 일깨운다.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과 공존을 모색할 마지막 기회인 지금을 놓치지 말자고 강조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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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로문화재단, 무계원-유금와당박물관 협력전시 18일부터 개막

    종로문화재단은 18일부터 내년 2월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전통문화공간 무계원에서 ‘2024 무계원·유금와당박물관 협력 전시 <DATE>展’을 연다. 이번 전시 <DATE>展은 창의적인 작업 방식을 통해 공예와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예술적 지향점을 모색하는 작가들의 시도를 보여주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국내외의 공예‧한복 작가 21명의 6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1부 공예 전시가 12월 18일부터 내년 1월 12일까지, 2부 한복 전시가 2025년 1월 17일부터 2월 13일까지 열린다. 1부는 금속, 섬유 텍스타일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한 공예 작품이 전시되며 참여 작가로는 금기숙, 김계옥, 민호선, 서윤정, 선다혜, 오화진, 이재익, 이현정, 정호연, 주경임이 참여한다. 2부는 조형적 시도를 담아낸 감각적인 한복 공예를 선보이며 참여 작가로는 권혜진, 김남희, 김단하, 김지원, 김인자, 여백선옥, 이향, 이혜미, 정혜진, 황선태, 황이슬이 참여한다. 종로문화재단 김승모 대표이사는 “이번 유금와당박물관의 대외협력전시 <DATE>展을 통해 시민들에게 볼거리가 가득한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자세한 내용은 종로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문의는 무계원과 유금와당박물관으로 하면 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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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관 전시의 경계?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다

    미술관이 전시할 때 생기는 쓰레기를 전시장 속 작품 옆에 함께 놓고(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 작가와 작품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전시를 하거나(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 어린이를 훈육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비판하는 어린이 전시(포스트 모던 어린이)를 한다. 불특정 다수가 찾는 공립미술관은 민원이 두려워 과감한 전시를 꺼린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전시는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렸고, ‘민원’보다 ‘반응’이 나왔다.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에는 관객 1만2000명이 작품을 보고 감상평을 남겼고 ‘포스트 모던 어린이’는 1, 2부 전시를 합해 24만 명이 관람해 해당 미술관 개관 이래 최대 흥행 전시가 됐다. 과감한 전시 기획으로 주목받는 최상호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39)를 부산에서 만났다.● 미술관 전시의 경계는?최 학예연구사가 지금까지 연 전시는 ‘미술관에서 이게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담고 있다. 그가 최근 선보인 기획전 ‘능수능란한 관종’은 관심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사람을 비꼬는 단어 ‘관종’(관심 종자)을 주제로 예술 작품을 모았는데, 실험미술가 성능경(80)부터 개념 미술 대표 작가 피에로 만초니(1933∼1963), 젊은 작가 신민(39)과 화가 겸 가수인 조영남(79)까지 작품을 냈다. 이 전시는 “미술관 전시에 ‘관종’이라는 비속어를 전시 제목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출발점”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철구’ 같은 유튜버가 삭발하거나 물구나무를 서는 과한 행위를 하는 것이 동시대 퍼포먼스 예술가와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렇다면 ‘현대 미술가와 유튜버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이런 행위가 미학적 의미나 사회적 비판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이어졌죠.”처음엔 미술관 내부에서도 ‘관종’에 거부감이 있었다. 이에 최 학예연구사는 미술관 전시에 맞는 ‘공공성’을 보강했다. “관심과 주목의 사회적 의미에 관한 학술 연구를 찾아보며 공부했죠. 그 과정에서 사람이 주목받기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에 따르는 위험과 가능성은 무엇인지가 중요한 주제가 됐습니다.” 이를 토대로 만초니의 ‘예술가의 똥’(1961년) 같은 20세기 미술사의 유명 작품이 추가됐고, 해외 유명 미술가인 토마스 히르슈호른은 전시 기획을 흥미롭다고 느껴 대형 설치 신작으로 참여했다. 단순한 흥밋거리를 넘어 ‘의미 있는 볼거리’가 생긴 셈이다.● ‘불호’ 관객 있어도 좋아과거에 큐레이터는 작품을 연구, 보존하고 전시하는 역할로 생각했고, 공립 미술관 전시는 텍스트 연구를 토대로 작품을 배열하는 경향이 강했다. 또 미술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 큐레이터라 생각했다면 요즘은 관객과 최대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소통하는 것도 중요한 덕목이다. 올해로 4년 차인 최 학예연구사도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데 관심이 있다. 여기에 작용한 여러 배경 중 하나는 학예연구사가 되기 전 했던 작가 활동이다. 최 학예연구사는 미국에서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미대에서 우수한 학생으로 선발돼 레지던시까지 제공받았는데, 이때 캔버스 한 올에 물감을 묻힌 다음 ‘회화’의 개념을 묻는 작업을 했다. 처음으로 기획한 전시인 ‘지속 가능한 미술관’도 기후 변화 시대에 미술관의 역할을 묻는 시의성 있는 주제로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다. 미술관의 우려와 달리 관객들은 더 열려 있고, 알고 싶어하며, 의견을 내고 싶어 한다. 최 학예연구사는 “제 전시가 낯설거나 ‘불호’를 느끼는 관객이 있어도 좋다”며 “싫어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성공한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가 열리면 그것은 저만의 것이 아닌, 보는 사람이 함께 완성하는 것이니까요.”부산=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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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관, 어디까지 전시할 수 있을까? 질문하는 큐레이터

    미술관이 전시할 때 생기는 쓰레기를 전시장 속 작품 옆에 함께 놓고(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 작가와 작품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전시를 하거나(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 어린이를 훈육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비판하는 어린이 전시를(포스트 모던 어린이) 한다. 불특정 다수가 찾는 공립미술관은 민원이 두려워 과감한 전시를 꺼린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전시는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렸고, ‘민원’보다 ‘반응’이 나왔다.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에는 관객 1만2000명이 작품을 보고 감상평을 남겼고 ‘포스트 모던 어린이’는 1, 2부 전시를 합해 24만 명이 관람해 미술관 개관 이래 최대 흥행 전시가 됐다. 과감한 전시 기획으로 주목받는 최상호 학예연구사(39)를 부산에서 만났다. ● 미술관 전시의 경계는?최 학예연구사가 지금까지 연 전시는 모두 ‘미술관에서 이게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담고 있다. 그가 최근 선보인 기획전 ‘능수능란한 관종’은 관심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사람을 비꼬는 단어 ‘관종’(관심 종자)를 주제로 예술 작품을 모았는데, 실험 미술가 성능경(80)부터 개념 미술 대표 작가 피에로 만조니(1933~1963), 젊은 작가 신민(39)과 ‘화수’(畵手, 화가 겸 가수) 조영남(79)까지 작품을 냈다. 이 전시는 “미술관 전시에 ‘관종’이라는 비속어를 전시 제목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출발점”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철구’ 같은 유튜버가 삭발하거나 물구나무를 서는 과한 행위를 하는 것이 동시대 퍼포먼스 예술가와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렇다면 ‘현대 미술가와 유튜버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이런 행위가 미학적 의미나 사회적 비판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이어졌죠.” 처음엔 미술관 내부에서도 ‘관종’ 단어에 거부감이 있었다. 이에 최 학예연구사는 미술관 전시에 맞는 ‘공공성’을 보강했다. “관심과 주목의 사회적 의미에 관한 학술 연구를 찾아보며 공부했죠. 그 과정에서 사람이 주목받기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에 따르는 위험과 가능성은 무엇인지가 중요한 주제가 됐습니다.” 이를 토대로 만조니의 ‘예술가의 똥’(1961) 같은 20세기 미술사의 유명 작품이 추가됐고, 해외 유명 미술가인 토마스 허쉬혼은 전시 기획을 흥미롭다고 느껴 대형 설치 신작으로 참여했다. 단순한 흥미 거리를 넘어 ‘의미 있는 볼거리’가 생긴 셈이다.● ‘불호’ 관객 있어도 좋아 과거에 큐레이터는 작품을 연구, 보존하고 잘 배열하는 역할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인식은 달라지고 있다. 영국 글래스고미술관에서는 전시가 취소되자 텅 빈 미술관 자체를 전시해 관객이 마음대로 사용하도록 한 사례도 있다. 이전엔 미술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 큐레이터라 생각했다면 요즘은 다양한 관객과 최대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소통하는 것도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진다.최 학예연구사도 관객에게 답을 정해 주기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것에 관심이 많다. 그렇게 만든 전시에 관객들은 적극적으로 각자의 답을 내놓았다.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에서 정보를 가렸을 때 9969명이, 공개된 뒤 2186명이 감상평을 남겼다. 최 학예연구사는 “기대와 달리 정보 공개 전과 후 감상평은 비슷했는데, 의외로 현대 미술에 대한 불만을 담은 감상평이 많았다”고 했다.미술관의 우려와 달리 관객들은 더 열려 있고, 알고 싶어하며, 의견을 내고 싶어 한다. 최 학예연구사는 “제 전시가 낯설거나 ‘불호’를 느끼는 관객이 있어도 좋다”며 “싫어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성공한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가 열리면 그것은 저만의 것이 아닌, 보는 사람이 함께 완성하는 것이니까요.” 부산=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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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 도자 공예의 흐름 200여점 조명… ‘이건희 컬렉션’ 도화 12점도 첫 공개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 유족이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 중 그림을 그린 도자기인 ‘도화(陶畵)’ 12점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도화’는 1970, 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도자기 그림으로, 조선시대 도화서의 화원들이 왕실 도자기에 그렸던 전통적인 그림 방식을 20세기에 재해석한 것이다. 내년 5월 6일까지 열리는 ‘한국 현대 도자공예: 영원의 지금에서 늘 새로운’전은 이건희 컬렉션 도화 시리즈를 비롯해 1950년대 이후 현대 도자 공예의 흐름을 20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조명한다. 1부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도화’ 시리즈는 도예가 안동오(1919∼1989)가 만든 백자 위에 장우성(1912∼2005), 서세옥(1919∼2020), 김기창(1913∼2001) 등 유명 한국 화가들이 청색 물감으로 그렸다. 김기창이 그린 ‘백자청화기우’에는 소년을 태운 소가 힘차게 걸어가는 모습이, 장우성이 그린 ‘백자청화시비파문육각화분’에는 전통적 문인화 소재인 비파나무가 묘사됐다. 이 시기는 일제강점기 이전 한국 도자 전통에 대한 관심이 다시 환기되었던 때로, 김익영, 윤광조, 조정현은 백자, 분청사기, 옹기 양식을 통해 ‘전통의 현대화’를 시도했다. 또 산업화, 도시화가 이뤄지면서 ‘국가 재건’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건축물 외벽에 도자기가 사용되기도 했다. 김수근이 만든 ‘세운상가’(1967년) 외벽의 도자기 그림을 사진으로 볼 수 있다. 전시는 연대기순으로 구성된다. 1부보다 앞선 ‘프롤로그’ 전시장은 1950년대 한국 현대 도자 공예의 출발을 조명한다. 국립박물관(현 국립중앙박물관) 부설 기관으로 설립된 한국조형문화연구소가 설립한 ‘성북동 가마’와 조각가 윤효중(1917∼1967)이 세운 한국미술품연구소가 운영한 ‘대방동 가마’에서 제작된 조선백자와 고려청자 등이 공개된다. 2부 ‘예술로서의 도자’는 1980, 90년대 국제 예술 양식을 적극 수용해서 전개된 도자 공예를, 3부 ‘움직이는 전통’은 21세기 이후 현대 도자 공예가 추구하는 다양성을 소개한다. 2부에서는 대형 도자 설치 작품은 물론이고 여성 도예 그룹 ‘흙의 시나위’ 창립 멤버로 활동한 한애규의 작품, 또 1997년 외환위기 전후 도자 수요가 증가하며 등장한 광주요와 이도를 설립한 이윤신의 작업을 통해 생활 도자 정착 과정을 볼 수 있다. 3부에서는 국제 공예 비엔날레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 또 팬데믹 이후 ‘K공예’를 이끄는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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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 컬렉션 ‘도화’ 시리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첫 공개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 유족이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 중 그림을 그린 도자기인 ‘도화’(陶畵) 12점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도화’는 1970~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도자기 그림으로, 조선시대 도화서의 화원들이 왕실 도자기에 그렸던 전통적인 그림 방식을 20세기에 재해석한 것이다. 내년 5월 6일까지 열리는 ‘한국 현대 도자공예: 영원의 지금에서 늘 새로운’전은 이건희 컬렉션 도화 시리즈를 비롯해 1950년대 이후 현대 도자 공예의 흐름을 200여 점 작품을 통해 조명한다.1부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도화’ 시리즈는 도예가 안동오(1919~1989)가 만든 백자 위에 장우성(1912~2005), 서세옥(1919~2020), 김기창(1913~2001) 등 유명 한국 화가들이 청색 물감으로 그렸다. 김기창이 그린 ‘백자청화기우’에는 소년을 태운 소가 힘차게 걸어가는 모습이, 장우성이 그린 ‘백자청화시비파문육각화분’에는 전통적 문인화 소재인 비파나무가 묘사됐다.이 시기는 일제강점기 이전 한국 도자 전통에 대한 관심도 다시 환기되었던 때로, 김익영, 윤광조, 조정현은 백차, 분청사기, 옹기 양식을 통해 ‘전통의 현대화’를 시도했다. 또 산업화, 도시화가 이뤄지면서 ‘국가 재건’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건축물 외벽에 도자기가 사용되기도 했다. 김수근이 만든 ‘세운상가’(1967) 외벽에 도자기 그림을 사진으로 볼 수 있다.전시는 연대기 순으로 구성된다. 1부보다 앞선 ‘프롤로그’ 전시장은 1950년대 한국 현대 도자공예의 출발을 조명한다. 국립박물관(현 국립중앙박물관) 부설 기관으로 설립된 한국조형문화연구소가 설립한 ‘성북동 가마’와 조각가 윤효중(1917~1967)이 세운 한국미술품연구소가 운영한 ‘대방동 가마’에서 제작된 조선백자와 고려청자 등이 공개된다.2부 ‘예술로서의 도자’는 1980~1990년대 국제 예술 양식을 적극 수용해서 전개된 도자 공예를, 3부 ‘움직이는 전통’은 21세기 이후 현대 도자공예가 추구하는 다양성을 소개한다. 2부에서는 대형 도자 설치 작품은 물론 여성 도예 그룹 ‘흙의 시나위’ 창립 멤버로 활동한 한애규의 작품, 또 1997년 외환 위기 전후 도자 수요가 증가하며 등장한 광주요와 이도를 설립한 이윤신의 작업을 통해 생활 도자 정착 과정을 볼 수 있다. 3부에서는 국제 공예 비엔날레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 또 팬데믹 이후 ‘K-공예’를 이끄는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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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년만에 풀린 ‘절규’의 비밀 [영감 한 스푼]

    에드바르 뭉크의 가장 유명한 그림이자 20세기 모나리자로 불리는 작품 ‘절규’에는 연필로 쓴 글씨가 있다는 것 알고 계신가요?노르웨이 오슬로 국립 미술관에 가면 볼 수 있는 ‘절규’(1893년) 이야기입니다. 글씨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미친 사람만이 그릴 그림’뒤늦게 발견된 이 글씨를 누가 썼느냐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미스터리인데요.노르웨이 국립미술관 연구팀이 재개관을 준비하며 그 비밀을 밝혀냈습니다. 글씨를 쓴 범인은 바로 뭉크였습니다.‘나는 미친 사람인가?’이 글씨가 뭉크의 필적이라는 여러 가지 근거 중 하나는 1895년 어느 모임에서 일어난 일입니다.뭉크는 이 때 ‘절규’를 오슬로의 갤러리에 전시합니다. 전시에 관해 학생 토론회가 열린 밤, 한 의대생이 뭉크의 그림을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저는 이 작품을 그린 사람의 정신 상태가 의심됩니다.”뭉크는 이 말에 큰 상처를 받습니다. 몇 십년이 지났을 때도 이 때 일을 곱씹으며 일기에 적었을 정도로 말이죠.자신의 그림을 폄하하는 말을 듣고 난 뒤 어느 시점에 뭉크가 직접 글씨를 새겨 넣었다는 것입니다.이밖에 그림을 적외선 촬영하고, 뭉크의 일기 속 필체와 대조한 결과 그가 쓴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미술관은 결론을 내렸습니다.그런데 뭉크가 왜 이런 글을 썼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단순하게 상상을 해보면 홧김에 적었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나는 미친 사람인가?’ 고민하며 슬퍼서 적었겠다고 짐작할 수도 있죠.저는 뭉크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적었다고 생각합니다.불안을 평생 곱씹은 화가뭉크는 ‘미친 사람’ 일화 말고도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여러 차례 떠올리며 그 때의 감정을 그림으로 남겼습니다.그 중 하나는 바로 누나 요한네 소피(1862~1877)의 죽음이죠.어린 시절 결핵으로 어머니에 이어 누나까지 잃은 뭉크는 22세였던 1885년 처음으로 병상에 있는 소피를 담은 ‘아픈 아이’(The Sick Child)를 그린 뒤 40년 동안 10여 차례에 걸쳐 같은 주제를 반복해 그립니다.뭉크가 이 기억을 그린 이유는 그것을 떠올릴 때마다 느껴지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가 ‘아픈 아이’에 대해 남긴 말입니다.“처음엔 인상주의 그림을 그렸지만 나의 요동치는 감정을 표현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아픈 아이’를 그리며 내 감정을 표현할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여기서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말이 의미심장합니다.뭉크 이전의 화가들이 이상적인 상상의 세계를 그리다가(아카데미 역사화),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표현하기를 시도(인상주의)했는데 뭉크의 시대에 이르러 미술이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까지 나아간 것이기 때문입니다.뭉크의 작품은 결국 나를 송두리째 흔드는 사건과 그것이 불러 일으키는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곱씹은 결과물입입니다.그러니 ‘미친 사람’이라는 비난을 글로 새긴 것은, 그 말을 들었을 때 흔들린 나 자신과 거기서 일어나는 감정을 관찰하기 위한 일종의 화두였을 것입니다.‘절규’가 아이콘이 된 이유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뭉크가 ‘지극히 사적인’ 감정을 표현했다는 사실입니다.과거에도 화가들은 여러 감정을 표현했지만 그것은 성경 속 일화나 역사적인 사건, 신화에 빗대어 이루어지곤 했습니다.그런데 뭉크는 가족의 죽음, 연인과의 다툼, 관객의 비난, 실연의 고통 등 아주 개인적인 삶에서 겪는 감정을 파고 듭니다.‘절규’ 역시 어느 날 친구와 오슬로의 다리를 건너다 불현듯 휘몰아치는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뭉크가 글로 쓴 ‘절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나는 두 친구와 걷고 있었다.해가 지고 있었고, 갑자기 하늘이 피로 물들었다.나는 지쳐서 잠시 멈춰 울타리에 몸을 기대었다.검푸른 바닷가와 도시 위에 피와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화염이 치솟았다.친구들은 계속 걸어갔고 나는 불안에 떨며 혼자 서 있었다. 그 때 온 세상을 찢을 듯한 끝없는 비명 소리를 들었다.제가 오늘 ‘절규’에 대해 쓰게 된 것은 오슬로 국립미술관에 취재를 갔다가 보고 느낀 것 때문인데요.이 미술관에서 ‘절규’ 옆은 늘 경비원이 지키고 서 있으며, 미술관 중심에 전시돼 노르웨이 미술을 소개하는 관문 역할도 하고 있었습니다.문화재 급으로 중요한 대접을 받는 ‘절규’. 그만큼 시대의 아이콘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그것은 뭉크가 수백 년의 세월 동안 역사나 예술이 외면했던 개인의 불안, 슬픔, 고통을 곱씹으며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했기 때문입니다.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혼자일 수 밖에 없다는 외로움, 언젠간 맞아야 할 결말인 죽음, 우리는 왜 이 세상에 왔는가 라는 의문 같은 것들.살면서 느끼는 이런 감정들은 종교와 같은 이데올로기에 묻혀 좀처럼 생각되지 않는 것들이었죠.그러나 20세기 전환기 프리드리히 니체의 철학,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학처럼 개인을 중심에 두고 오래된 이데올로기를 부수는 학술적 결과는 물론 과학, 기술, 사회에서 많은 것이 변화하며 터져 나오는 개인의 감정, 욕망, 불안, 이런 것을 ‘절규’는 예고하고 있습니다.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절규’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끌어 당기는 작품이 되었죠. 여기에 새겨진 ‘미친 사람이 그릴 그림’이라는 글씨, 자신이 느끼는 것을 솔직하게 대면하려 했던 예술가의 흔적으로 영원히 남게 되었습니다.※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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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남준의 흩어진 작품들, 부산서 불켰다

    백남준은 열다섯 살에 피아노 선생님으로부터 ‘아널드 쇤베르크가 가장 극단적인 아방가르드’라는 말을 듣고, 곧장 작곡가 쇤베르크에게 강한 호기심을 갖는다. 그러나 때는 1947년, 한국에서 그의 음악을 듣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2∼3년을 찾아 헤맨 끝에 해적판 쇤베르크 음반을 구한 백남준은 “이집트 무덤에서 보석을 찾은 것처럼 흥분됐던 마음을 영원히 잊지 못한다”고 했다. 이때의 경험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백남준은 ‘아방가르드’ 쇤베르크를 공부하러 일본을 거쳐 독일에 갔다가 유럽의 전위 예술 그룹 ‘플럭서스’를 만나고, 미국 뉴욕에서도 활약하며 세계적 미술가로 남았다. 지난달 30일 부산현대미술관에서 개막한 ‘백남준, 백남준, 그리고 백남준’전은 그런 그의 작품과 기록 160여 점을 선보인다.● 국내 미술관 최대 규모 회고전 그간 국내 백남준의 작품은 경기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다. 이번 전시도 백남준아트센터 소장품(141점. 작품 88점, 자료 38점, 영상 15점)이 대부분이지만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전시장, 에코랜드 등 국내 다양한 기관에서 작품을 가져왔다. 백남준 사후에 국내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중 최대 규모다.전시에는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도 있다. 1995년 만든 ‘라이트형제’로 비행기를 만든 두 형제를 텔레비전 모니터로 구성했다. 이 작품은 국내에 2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중 개인 소장가가 자택에 전시해 두었던 것으로, 미술관의 설득 끝에 출품됐다. 백남준의 작품을 여러 기관이 갖고 있지만, 기술적 문제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김가현 학예연구사는 “정상 작동 여부가 전시 작품 결정에 더 많은 영향을 미쳤다”며 “‘108번뇌’는 TV 27대를 교체하고 수리해 전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남준 조수’ 이정성 선생님, 을지로 전파사인 정우TV 사장님 등 ‘브라운관 기술자’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전시였다”고 웃었다.● “한국인이기에 전위를 추구했다” 그 결과 전시장에서는 대형 설치 작품을 여럿 만날 수 있어 백남준의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기회다. 그런데 TV로 형태를 만들고 모니터에 영상을 삽입한 백남준의 대표작만큼 그의 여러 모습을 담은 사진과 기록도 눈길을 끈다. 전시장 초입에서는 백남준이 독일에서 펼쳤던 다양한 퍼포먼스 기록이 공개됐다. 그가 1962년 독일의 실험 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해 머리카락에 먹을 묻히고 선을 긋는 퍼포먼스를 하거나, 실험 음악 거장 존 케이지의 넥타이를 자르고, 피아노를 바닥에 넘어뜨리는 등의 모습이 영상과 사진으로 남아 있다. ‘20세기 다빈치’로 불리는 독일 미술가 요제프 보이스와 퍼포먼스를 하고 만든 설치 작품도 눈길을 끈다. 백남준이 40대가 되어 쇤베르크를 변형한 음악을 담은 LP판도 볼 수 있다. 이 음반 표지에서 ‘쇤베르크’라는 이름 하나에 끌렸던 10대 때 자신을 회고하며, 백남준은 자신이 한국인이었기에 아방가르드를 추구할 수 있었다고 쓴다. “나는 왜 ‘극단적 아방가르드’라는 단어에 끌렸을까? 내 몽골 DNA 때문일 것이다. 말을 타고 시베리아, 페루, 한반도, 네팔을 누볐던 우랄 알타이족. 그들은 중국 농경 사회처럼 중심부에 머물지 않고 먼 곳에 지평선이 보이면 그 너머를 더 보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전시는 내년 3월 16일까지.부산=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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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멈추고, 망가뜨리고… 빌 비올라의 ‘비디오 아트’

    20세기부터 영상 매체를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변형한 예술 작품을 선보였던 빌 비올라(1951∼2024)의 작품들이 한국을 찾았다. 3일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K1, K3에서 개막한 빌 비올라 개인전 ‘Moving Stillness’는 7월 작가가 세상을 떠난 후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전시다. K1 전시장 로비에 가면 비올라가 대학을 졸업하고 만든 작품 ‘정보’(Information)가 보인다. 이 작품은 비디오가 망가졌을 때 등장하는 일그러진 화면을 추상화처럼 일부러 만들어내 하나의 영상으로 구성했다. 백남준이 자석을 이용해 텔레비전 화면을 일그러뜨린 것과 비슷하다. 영상 매체가 너무나 친숙해진 지금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활용할 수 있는 기법이지만, 이 작품은 1973년에 제작됐다.이렇게 자연스럽게 흘러야 하는 영상을 멈추고 늘어뜨리는 등의 방식을 이용해 작가는 시간과 인식의 의미를 돌아본다. K1 전시장 2층의 ‘반사하는 연못’(The Reflecting Pool, 1977-9/1997)은 이런 점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비올라의 초기 작품이다. 이 영상은 비올라가 여섯 살 때 물에 빠져 익사할 뻔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우선 영상에서는 한 남자(비올라)가 숲에서 등장해 연못으로 걸어가 점프한다. 남자는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멈추고, 아래의 연못에는 파동이 인다. 공중의 남자는 서서히 사라지고 7분 뒤 물에 젖은 비올라가 나타나 걸어서 숲으로 사라진다. 즉 남자가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장면만 삭제된 형태다. 비올라는 생전 한 인터뷰에서 물에 빠졌을 때 경험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빠진 즉시 완전히 바닥으로 가라앉았고, 무중력 상태에서 평생 잊지 못할 시각적인 경험을 했다. 푸른색, 빛, 그리고 꿈을 꾸는 것 같았고 너무나 아름다워서 내가 천국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삼촌이 나를 물에서 꺼내주었다.” 영상에서 남자가 허공에 멈춰 있는 장면은 이때의 초현실적인 경험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전시는 초기의 실험적인 형태가 주를 이룬다. 내년 1월 26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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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0년대 비디오테이프 이용한 비올라 작품들 한국 왔다

    20세기부터 영상 매체를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변형한 예술 작품을 선보였던 빌 비올라(1951~2024)의 작품들이 한국을 찾았다. 3일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K1, K3에서 개막한 빌 비올라 개인전 ‘Moving Stillness’는 7월 작가가 세상을 떠난 후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전시다. 비올라가 1970년대 비디오테이프를 이용해 만든 작품을 포함해 총 7점을 만날 수 있다.K1 전시장 로비에 가면 비올라가 대학을 졸업하고 만든 작품 ‘정보’(Information)가 보인다. 이 작품은 비디오가 망가졌을 때 등장하는 일그러진 화면을 추상화처럼 일부러 만들어내 하나의 영상으로 구성했다. 백남준이 자석을 이용해 텔레비전 화면을 일그러뜨린 것과 비슷하다. 영상 매체가 너무나 친숙해진 지금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활용할 수 있는 기법이지만, 이 작품은 1973년에 제작됐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흘러야 하는 영상을 멈추고 늘어뜨리는 등의 방식을 이용해 작가는 시간과 인식의 의미를 돌아본다. K1 전시장 2층의 ‘반사하는 연못’(The Reflecting Pool, 1977-9/1997)은 이런 점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비올라의 초기 작품이다. 이 영상은 비올라가 6살 때 물에 빠져 익사할 뻔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우선 영상에서는 한 남자(비올라)가 숲에서 등장해 연못으로 걸어가 점프한다. 남자는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멈추고, 아래의 연못에는 파동이 인다. 공중의 남자는 서서히 사라지고 7분 뒤 물에 젖은 비올라가 나타나 걸어서 숲으로 사라진다. 즉 남자가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장면만 삭제된 형태다.비올라는 생전 한 인터뷰에서 물에 빠졌을 때 경험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빠진 즉시 완전히 바닥으로 가라앉았고, 무중력 상태에서 평생 잊지 못할 시각적인 경험을 했다. 푸른색, 빛, 그리고 꿈을 꾸는 것 같았고 너무나 아름다워서 내가 천국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삼촌이 나를 물에서 꺼내주었다.”영상에서 남자가 허공에 멈춰있는 장면은 이때의 초현실적인 경험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전시에서는 이 밖에 비올라가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작품 ‘인터벌’(Interval)과 수조를 전시장에 가져다 놓고 흔들리는 이미지를 표현한 ‘정지 속의 움직임: 레이니어산 1979’(Moving Stillness: Mount Rainier 1979)도 감상할 수 있다. 후기 비올라의 작품은 종교적인 내용을 담거나, 극적인 요소가 두드러지는데 이번 전시는 초기의 실험적인 형태가 주를 이룬다. 전시는 내년 1월 26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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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노벨 박물관 식당 의자에 사인 남겨

    소설가 한강(54)은 현지에서 기념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그가 6일(현지 시간) 의자에 사인을 한 것과 찻잔을 기증한 것. 해당 의자는 노벨상 박물관 1층 식당에서 실제 손님을 맞는 의자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의미가 남다르다. 한강이 사인한 의자 밑바닥에는 아니 에르노(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 욘 포세(2023년 수상)의 사인도 보인다. ‘의자 사인’은 노벨상 100주년인 2001년부터 시작된 전통. 손님들은 의자를 뒤집어 보며 노벨상 수상자의 서명을 확인하는 이색 경험을 할 수 있다. 그해 수상자가 사인한 의자는 4주간 전시된 후 식당으로 옮겨지는데 이후로는 ‘한강 의자’에도 앉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강은 노벨상 박물관에 자신이 쓰던 옥색 찻잔도 기증했다. 그는 ‘작은 찻잔’이란 제목의 짧은 메모도 함께 남겼다.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가장 맑은 정신으로 전날까지 쓴 소설의 다음을 이어 쓰기, 집 근처의 천변을 하루 한 번 이상 걷기, 보통 녹차 잎을 우리는 찻주전자에 홍차 잎을 넣어 우린 다음 책상으로 돌아갈 때마다 한 잔씩만 마시기.’ 한강은 자신의 일상 한 부분을 떼어내 스웨덴에 놓고 온 것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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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말 특수 덮친 ‘정국 혼란’… 관광-유통업계 등 비명

    산업계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부결 후폭풍을 거세게 앓고 있다.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나타내던 관광산업은 해외 주요 국가들의 여행제한 권고로 회복의 불씨가 꺼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치적 불안은 이미 침체된 내수 경기를 완전히 얼어붙게 만들 수 있어 연말 특수로 반등을 노리던 유통 및 소비재 산업도 직격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체 무슨 일” 불안한 외국인 관광객 8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 여행이 안전한지’를 묻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비상계엄령 발표 당일과 다음 날 아침 ‘무슨 일인 것인지 설명해 달라’는 요청이 프런트에 쏟아졌다”고 했다. 호텔업계에서는 이에 더해 각종 행사·연회 일정 취소를 우려하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가 위축되는 데다 도심 지역 대규모 집회 등으로 행사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사들도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자국민에게 한국 방문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영국 외교부는 “광화문과 대통령실(삼각지), 국회(여의도) 일대에서 시위가 예상된다”고 했고, 이스라엘 외교부도 한국 여행에 대해 “방문 필요성을 검토해 보라”고 공지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속되는 시위 등으로 불안감을 느낀 외국인들이 발길을 줄일 것”이라며 “외국인 매출 비중이 높은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민간과 공동 대응반을 구성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6일 여행 관련 민간 협회, 단체와 관광 분야 현안 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해외 여행객의 문의나 예약 취소 상황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조치에 관한 의견을 나누는 공동 대응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 소비 심리 위축에 ‘연말 대목’ 사라질 위기 불안정한 정치 상황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 두 번의 탄핵 정국 때도 내수 경기가 급락한 바 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 통계에 따르면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직후인 그해 2분기(4∼6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9로 전 분기(1∼3월)의 95보다 6.3% 떨어졌다. 같은 해 4분기(10∼12월)에는 85까지 하락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2016년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4로 두 달 전보다 10% 가까이 급락한 바 있다. 전통적으로 12월은 완성차 업체들이 각종 할인 이벤트를 공격적으로 펼치는 자동차 판매 성수기로 꼽힌다. 올해는 정치적 이슈와 함께 파업까지 진행돼 악재가 겹쳤다. 이달 5, 6일 현대자동차와 한국지엠(GM) 노동조합이 부분 파업에 들어간 데 이어 11일에는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전면 파업을 예고했다. 사회의 관심이 탄핵 이슈로 쏠리며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관심도가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 내내 국내 판매가 부진했는데 연말에 또 다른 대형 암초를 만난 셈”이라고 했다.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연말 시즌 특수로 반등을 꾀하던 백화점 등 유통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이들은 내년 사업 계획 재검토를 포함한 긴급 경영 전략회의를 여는 등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한 유통 대기업 임원은 “지금 같은 대형 악재가 생기면 내수 기업들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며 “내년 상반기(1∼6월)까지는 투자를 포함한 모든 경영 활동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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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당대 목소리로 듣는 대한제국 탄생과 끝

    “폐하께서 현재 전심전력하는 계획이 두 가지 있다고 들었다. 하나는 황제가 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에 있는 반역자들을 처단하는 것이다. 폐하 주변에는 이런 헛된 계획을 부추기는 지옥의 사냥개 무리가 있다.” 고종이 대한제국을 수립하고 황제가 되려고 하자 윤치호는 일기에 이렇게 적는다. 이어 제국 수립 하루 전, 신축된 환구단에서 고종이 제사를 올리는 광경을 본 그의 생각이다. “진지함이나 아름다움, 질서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행렬을 보니 이런 의문이 떠올랐다. ‘전 세계 역사상 이보다 수치스러운 황제의 칭호가 있을까?’” 그런가 하면 궁내부 주사였던 정교는 제국 수립에 앞장섰으며 황제 즉위를 지지한다. 고종이 자주독립의 기틀을 세웠고 명분을 바르게 했다는 이유다. 또 역사 속의 다양한 예를 들어 영토가 크고 작은 것은 황제국에 중요한 요건이 아니라는 논리도 펼친다. 대한제국은 러일전쟁을 거쳐 일제 강제 병합이라는 망국의 결말을 맞게 된다. 이 시기를 당대 다양한 인물의 목소리로 돌아보는 책이다. 책이 인용하는 것은 다섯 인물이 남긴 기록이다. 서구 문물을 앞장서서 수용하고 국내외 인사를 만나며 광범위하게 활동한 정치인 윤치호, 천주교를 포교하러 한반도에 와서 대한제국 권력을 가까이 지켜본 프랑스 신부 귀스타프 뮈텔, 당대 인물을 관찰하며 역사책을 남긴 지식인 정교와 언론인 황현, 그리고 일반 백성의 시각을 전할 상공인 지규식 등이다. 윤치호가 남긴 것은 188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60여 년에 걸쳐 쓴 ‘윤치호 일기’다. 이 일기는 지식과 명망, 재력을 갖춘 인물의 일상과 속내가 들어있는 것은 물론이고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풍문들도 남아 있어 한국 근현대 인물과 지성사, 민족운동, 친일파 연구에 필수적인 사료다. 뮈텔은 조선 교구장으로 임명된 1890년부터 1933년까지 ‘뮈텔주교일기’를 썼다. 여기에는 조선 정계 인물의 활동, 외국 열강의 움직임이 수시로 언급되며 고종이나 관료들과 뮈텔이 나눈 대화도 남아 있다. 정교와 황현은 당대 신문 자료와 공식 기록을 활용한 역사서 ‘대한계년사’와 ‘매천야록’을 남겼다. 앞선 두 인물의 일기와 달리 시차를 두고 과거 사건을 회상하며 다른 기록을 참고해 서술해 갔다는 점이 다르다. 또 정교는 도시형 개화 지식층이며 황현은 농촌형 유학자에 가까워 두 사람의 다른 역사관과 현실 인식도 비교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재일기’를 남긴 지규식은 도자기를 왕실과 관부에 조달하는 평민 출신 공인(貢人)이다. 1891년부터 1911년까지 매일 일기를 남겨 외세 침략과 정국 변동이 심했던 시기 평범한 사람의 고민과 고통이 드러난다. 책은 대한제국의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서술하며, 역사적 사건을 이 다섯 명의 목소리를 통해 풀어낸다. 또 주인공들과 관련된 정부의 조치를 ‘승정원일기’ 등을 통해 기술했다. 이를 통해 일제가 편찬한 ‘고종, 순종실록’의 편향성을 벗어나 당대의 역동적인 삶과 다채로운 인식을 조명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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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턴 존 “시력 잃어 가… 작곡한 뮤지컬도 못봐”

    영국 팝스타 엘턴 존(77·사진)이 자신이 작곡에 참여한 뮤지컬 공연을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로 시력을 잃고 있다고 밝혔다. 1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존은 이날 런던에서 열린 뮤지컬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자선 공연에서 “시력을 잃어 (앞선 뮤지컬) 시사회에 갈 수 없었다”며 “보는 건 힘들지만 듣는 건 좋아서 오늘 밤 기분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9월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감염으로 오른쪽 눈이 시력이 좋지 않다고 처음 밝혔다. 지난달 미국 ABC방송 ‘굿모닝 아메리카’에 나와선 “7월 프랑스 남부에서 감염병에 걸려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지 4개월이 됐고 왼쪽 눈도 상태가 좋지 않다”고 고백했다. 영국 팝의 전설인 존은 2023년 고별 공연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다만 이번에 소설 원작이자 영화로도 인기를 얻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뮤지컬 공연의 작곡자로 참여했다. 해당 영화에 등장하는 잡지사 편집장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미국 보그 편집장 애나 윈터도 이번 자선 공연에 참석했다. 윈터는 공연을 보고 “재밌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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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루미-꿀벌-곰팡이의 눈으로 본 인간 세상

    레바논 출신 예술가 타레크 아투이는 지난해 접경지대인 강원 철원 지역 초중학생들과 함께 사탕, 탁구공 등 여러 가지 물체로 만든 악기로 소리를 내보는 워크숍을 열었다. 홍영인 작가는 겨울철 철원으로 날아오는 두루미를 관찰하고, 양혜규는 서울대 기후연구실의 꿀벌 연구를 함께 했다. 이처럼 국내외 현대미술가들이 지난해 철원의 여러 기관 및 마을 공동체와 협업해 연구, 워크숍을 하며 시작된 전시 ‘언두 플래닛’이 3일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개막했다. 전시는 철원에서 현장 연구를 한 작가 5팀을 비롯해 총 17팀의 작가가 기후 변화와 생태계를 고찰한 작품을 아트선재센터 1, 2층에서 선보인다. 크게 ‘비인간’ ‘대지 미술’ ‘커뮤니티’ 등 3개의 주제로 나뉜다. ‘비인간’ 전시장에서는 두루미를 관찰했던 홍 작가가 하얀 모래 위 두루미 발 모양의 신발을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신발을 신은 두루미를 관객에게 상상하게 함으로써 ‘새들’이 아니라 각자의 정체성을 가진 개별 존재로 바라보게 한다는 의도다. 양혜규는 꿀벌을 주인공으로 인간 세계를 돌아보는 영상 작업 ‘황색 춤’과 양봉용 벌통에서 영감을 얻은 조각 ‘가마벌 신당’ ‘등대벌 이중 맨션’을 만들었다. 덴마크 작가 실라스 이노우에는 소우주처럼 만든 유리 상자 속 조형물에 곰팡이 포자를 심었다. 전시 기간이 지날수록 곰팡이가 자라 색채와 형태가 변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대지 미술’ 전시에는 1970, 80년대 생태와 환경을 주제로 한 작품을 볼 수 있다. 대지 미술 선구자로 꼽히는 로버트 스미스슨의 영상 ‘나선형 방파제’(1970년), 낸시 홀트의 ‘태양 터널’(1978년)이 소개된다. 또 한국의 자연 미술 작가인 임동식의 회화와 퍼포먼스 기록,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커뮤니티’에서는 아투이의 워크숍 영상 기록, 태국 어촌 공동체의 생태 문화를 탐구한 팡록 술랍의 판화 등이 전시된다. 아트선재센터 3층에서는 작가 그룹 이끼바위쿠르르(조지은, 고결, 김중원)의 개인전 ‘거꾸로 사는 돌’이 열린다. 한국의 곳곳에 방치된 미륵 석상을 탁본과 영상으로 기록해 작품으로 만들었다. 영상 작품 ‘거꾸로 사는 돌’은 망가진 축사나 폐교 옆에 덩그러니 미륵 조각상이 놓인 장면들을 풍경화처럼 재구성했다. 또 미륵을 숯으로 탁본한 종이 회화 ‘더듬기’는 벽면에 걸려 있다. 작가들은 미륵이 미래를 상징하는 부처로 한국의 곳곳에 자리 잡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잊힌 것에 주목했다. 여러 미륵 불상의 탁본을 뜰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이 버려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방치된 불상들을 찾아가며 더듬어보고 기록하는 과정에서 “미륵이 말했던 미래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품으며 ‘거꾸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됐고, 그것이 작업의 토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전시 기간인 7일에는 양혜규, 14일에는 이끼바위쿠르르의 아티스트 토크가 열린다. 두 전시는 모두 내년 1월 26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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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턴 존 “한쪽 눈 시력 잃어…작곡한 뮤지컬 못 볼 정도로 안보여”

    영국 팝스타 엘턴 존(77)이 자신이 작곡에 참여한 뮤지컬 공연을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로 시력을 잃고 있다고 밝혔다. 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존은 이날 런던에서 열린 뮤지컬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자선 공연에서 “시력을 잃어 (앞선 뮤지컬) 시사회에 갈 수 없었다”며 “보는 건 힘들지만 듣는 건 좋아서 오늘 밤 기분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9월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감염으로 오른쪽 눈이 시력이 좋지 않다고 처음 밝혔다. 지난달 미국 ABC방송 ‘굿모닝 아메리카’에 나와선 “7월 프랑스 남부에서 감염병에 걸려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지 4개월이 됐고 왼쪽 눈도 상태가 좋지 않다”고 고백했다. 영국 팝의 전설인 존은 2023년 고별 공연으로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다만 이번에 소설 원작이자 영화로도 인기를 얻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뮤지컬 공연의 작곡자로 참여했다. 해당 영화에 등장하는 잡지사 편집장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미국 보그 편집장 애나 윈투어도 이번 자선 공연에 참석했다. 윈투어는 공연을 보고 “재밌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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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운날 전시 어때요…생물 눈에서 본 세상 ‘언두 플래닛’, 버려진 미륵 전시 ‘거꾸로 사는 돌’

    레바논 출신 예술가 타렉 아투이는 지난해 접경지대인 강원도 철원 지역 초∙중학생들과 함께 사탕, 탁구공 등 여러 가지 물체로 만든 악기로 소리를 내보는 워크숍을 열었다. 홍영인 작가는 겨울 철원으로 날아오는 두루미를 관찰하고, 양혜규는 서울대 기후연구실의 꿀벌 연구를 함께했다. 이처럼 국내외 현대미술가들이 지난해 철원의 여러 기관과 마을 공동체와 협업해 연구, 워크숍을 하며 시작된 전시 ‘언두 플래닛’이 3일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개막했다. 전시는 철원에서 현장 연구를 한 작가 5팀을 비롯해 총 17팀의 작가가 기후 변화와 생태계를 고찰한 작품을 아트선재센터 1, 2층에서 선보인다. 크게 ‘비인간’, ‘대지 미술’, ‘커뮤니티’ 등 3개의 주제로 나뉜다. ‘비인간’ 전시장에서는 두루미를 관찰했던 홍영인 작가가 하얀 모래 위 두루미 발 모양의 신발을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신발을 신은 두루미를 관객에게 상상하게 함으로써, ‘새들’이 아니라 각자의 정체성을 가진 개별 존재로 바라보게 한다는 의도다. 양혜규는 꿀벌을 주인공으로 인간 세계를 돌아보는 영상 작업 ‘황색 춤’과 양봉용 벌통에서 영감을 얻은 조각 ‘가마벌 신당’과 ‘등대벌 이중 맨션’을 만들었다. 덴마크 작가 실라스 이노우에는 소우주처럼 만든 유리 상자 속 조형물에 곰팡이 포자를 심었다. 전시 기간이 지날수록 곰팡이가 자라 색채와 형태가 변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대지 미술’ 전시에는 1970~1980년대 생태와 환경을 주제로 한 작품을 볼 수 있다. 대지 미술 선구자로 꼽히는 로버트 스미스슨의 영상 ‘나선형 방파제’(1970), 낸시 홀트의 ‘태양 터널’(1978)이 소개된다. 또 한국의 자연 미술 작가인 임동식의 회화와 퍼포먼스 기록,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커뮤니티’에서는 아투이의 워크숍 영상 기록, 태국 어촌 공동체의 생태 문화를 탐구한 팡록 술랍의 판화 등이 전시된다. 아트선재센터 3층에서는 작가 그룹 이끼 바위 쿠르드(조지은, 고결, 김중원)의 개인전 ‘거꾸로 사는 돌’이 열린다. 한국의 곳곳에 방치된 미륵 석상을 탁본과 영상으로 기록해 작품으로 만들었다. 영상 작품 ‘거꾸로 사는 돌’은 망가진 축사나 폐교 옆에 덩그러니 미륵 조각상이 놓인 장면들을 풍경화처럼 재구성했다. 또 미륵을 숯으로 탁본한 종이 회화 ‘더듬기’는 벽면에 걸려 있다. 작가들은 미륵이 미래를 상징하는 부처로 한국의 곳곳에 자리 잡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잊힌 것에 주목했다. 여러 미륵 불상의 탁본을 뜰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이 버려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방치된 불상들을 찾아가며 더듬어보고 기록하는 과정에서 “미륵이 말했던 미래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품으며 ‘거꾸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됐고, 그것이 작업의 토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전시 기간 중인 7일에는 양혜규, 14일에는 이끼바위쿠르르의 아티스트 토크가 열린다. 두 전시는 모두 내년 1월 26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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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밀 풀린 뭉크의 ‘절규’ 보러 230만명 발길… 노르웨이 문화는 덤

    ‘미친 사람만 그릴 그림’ 화가 에드바르 뭉크(1863∼1944)가 세기말의 불안을 담아 그린 걸작 ‘절규’(1893년)에는 이 문장이 적혀 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크기여서 뒤늦게 발견된 데다 내용도 특이해 누가 왜 적었는지 오랫동안 미스터리였다.비밀을 풀어낸 건 노르웨이 국립미술관 연구팀. 적외선 카메라 촬영과 뭉크의 일기, 관련 기록을 대조해 본 끝에 연구팀은 뭉크가 직접 썼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그림을 공개한 뒤 ‘미치광이’라는 비난에 시달렸던 그가 연필로 조그맣게 글씨를 남겼다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걸작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는 전 세계로 보도됐고, 연구 결과 발표 1년 뒤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은 리모델링을 마치고 문을 열었다. ‘뭉크의 절규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았던 미술관을 직접 찾았다.● 뭉크 품은 초대형 미술관노르웨이 국립미술관은 전시 공간만 1만3000㎡(약 4000평)로 구겐하임 빌바오, 네덜란드 레익스미술관보다 크고 북유럽 3국 중에선 최대 규모다. 뭉크의 작품은 미술관 2층 가장 중심부 전시관에서 볼 수 있었다. ‘절규’뿐 아니라 ‘마돈나’를 비롯한 뭉크의 대표작을 감상할 수 있어 가장 붐비는 전시장으로, ‘절규’ 바로 옆은 경비원이 항상 지키고 서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뭉크의 방’을 둘러싸고 좌우로 연결되는 전시장의 구조다. 뭉크를 중심으로 미술관 왼쪽 공간은 19세기 이전 미술을 보여 준다. 여기에서는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화가 요한 크리스티안 달의 작품부터 대표 컬렉터이자 기업인이었던 크리스티안 랑오르(1849∼1922)가 기증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어 뭉크의 방을 지나면 20세기 이후 근현대 미술 컬렉션이 펼쳐진다. 이러한 구조는 유명 작가인 뭉크를 매개로 노르웨이 문화를 소개하는 데 효과적이다. 미술관이 대규모 리모델링을 마치고 개관하기 전 ‘절규’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모았듯, ‘절규’를 보러 온 사람들이 자연스레 노르웨이 미술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 것이다. 잉리 뢰위네스달 국립미술관장은 “뭉크의 작품은 물론 노르웨이 여왕이 입었던 드레스, 노르웨이 디자인과 건축에 음악까지 함께 볼 수 있는 곳이 우리 미술관”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인, 건축, 공예도 한자리에 뢰위네스달 관장의 말처럼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의 공식 명칭은 노르웨이 국립 미술·건축·공예 박물관으로, 세 기관을 커다란 건물 하나에 합쳐 운영하는 ‘메가 뮤지엄’이다. 소장품은 40만 점에 달하고 이 중 약 6500점이 90개 전시장에 나뉘어 선보이고 있다. 2층이 뭉크를 비롯한 회화를 중심으로 전시가 이뤄진다면 1층은 건축부터 고미술, 공예, 산업 디자인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시품을 혼합하여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일부 전시장은 가구와 옷을 함께 배치해 방처럼 꾸미고, 그 시대에 관련된 음악을 틀기도 했다. 이렇게 장르 구분을 없애는 과감한 결정에는 각 박물관의 소장품 규모가 작다는 이유도 있었다. 뢰위네스달 관장은 “노르웨이는 덴마크, 스웨덴의 지배를 받다 1905년 독립해 역사가 짧다”며 “국립미술관이나 건축박물관이 나뉘어 있을 때 건축물은 아름다웠지만 해외에서 찾을 만큼 눈길을 끌 큰 규모는 아니었다”고 했다. 이에 각 분야를 담당하는 큐레이터들이 소통을 늘리고 창의적인 큐레이팅을 만들어 보자는 전략을 세웠다. 박물관과 미술관 역사가 짧고 특히 소장품 규모가 빈약한 한국도 참고할 만한 대목이었다. 뢰위네스달 관장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섞여 새로운 소통을 함으로써 기존에 보지 못했던 전시가 꾸준히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은 개관 1년 반 만에 230만 명이 방문했다. 노르웨이 전체 인구가 600만 명인 것을 생각하면 상당한 숫자다.오슬로=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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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 항구 오슬로市, 문화예술로 분위기 달라져

    노르웨이 남부에 자리 잡은 도시 오슬로는 해상 교역이 이뤄졌던 경제 중심지이자 수도다. 특히 해안가를 둘러싼 항구 지역은 산업 단지가 들어서 있었는데, 2000년대부터 오슬로시가 추진해온 도시 재생사업 ‘피오르 시티 프로젝트’로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다. 최근 수년간 이곳에는 문화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에드바르 뭉크 등 노르웨이의 대표적 문화자산을 내세운 실험적인 건축물과 문화 기관, 예술 작품이 설치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뭉크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뭉크 미술관도 그중 하나다. 뭉크 미술관에서 바닷가를 따라 중심부로 가면 지붕을 걸어 올라 피오르 해안을 조망할 수 있는 오페라 하우스, 쇼핑몰처럼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데이크만 도서관이 나온다.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은 오슬로 시청, 아케르스후스 요새와 함께 시 중심부에 자리 잡았다. 잉리 뢰위네스달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장은 “노르웨이는 인구는 적지만 땅이 길고 넓은 국가”라면서 “문화 기관을 어디에 두는 것이 적절한가를 놓고서 긴 고민 끝에 장소를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오슬로=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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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뭉크 ‘절규’ 비밀 밝히고, ‘메가뮤지엄’으로 진화한 노르웨이 국립미술관

    ‘미친 사람만 그릴 그림’화가 에드바르 뭉크(1863~1944)가 세기말의 불안을 담아 그린 걸작 ‘절규’(1893)에는 이 문장이 적혀 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크기여서 뒤늦게 발견된 데다 내용도 특이해 누가 왜 적었는지 오랫동안 미스터리였다.비밀을 풀어낸 건 노르웨이 국립미술관 연구팀. 적외선 카메라 촬영과 뭉크의 일기, 관련 기록을 대조해 본 끝에 연구팀은 뭉크가 직접 썼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그림을 공개한 뒤 ‘미치광이’라는 비난에 시달렸던 그가 연필로 조그맣게 글씨를 남겼다는 것이다.누구나 아는 걸작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는 전 세계로 보도됐고, 연구 결과 발표 1년 뒤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은 리모델링을 마치고 문을 열었다. ‘뭉크의 절규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았던 미술관을 직접 찾았다.● 뭉크 품은 초대형 미술관노르웨이 국립미술관은 전시 공간만 1만3000㎡(약 4000평)로 구겐하임 빌바오, 네덜란드 라익스미술관보다 크고 북유럽 3국 중에선 최대 규모다. 뭉크의 작품은 미술관 2층 가장 중심부 전시관에서 볼 수 있었다. ‘절규’뿐 아니라 ‘마돈나’를 비롯한 뭉크의 대표작을 감상할 수 있어 가장 붐비는 전시장으로, ‘절규’ 바로 옆은 경비원이 항상 지키고 서 있었다.흥미로운 것은 ‘뭉크의 방’을 둘러싸고 좌우로 연결되는 전시장의 구조다. 뭉크를 중심으로 미술관 왼쪽 공간은 19세기 이전 미술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화가 요한 크리스티안 달의 작품부터 대표 컬렉터이자 기업인이었던 크리스티안 랑가르드(1849~1922)가 기증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어 뭉크의 방을 지나면 20세기 이후 근현대 미술 컬렉션이 펼쳐진다.이러한 구조는 유명작가인 뭉크를 매개로 노르웨이 문화를 소개하는 데 효과적이다. 미술관이 대규모 리모델링을 마치고 개관하기 전 ‘절규’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모았듯, ‘절규’를 보러 온 사람들이 자연스레 노르웨이 미술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 것이다. 잉그리드 로이네스달 국립미술관장은 “뭉크의 작품은 물론 노르웨이 여왕이 입었던 드레스, 노르웨이 디자인과 건축에 음악까지 함께 볼 수 있는 곳이 우리 미술관”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인, 건축, 공예도 한자리에로이네스달 관장의 말처럼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의 공식 명칭은 노르웨이 국립 미술∙건축∙공예 박물관으로, 세 기관을 커다란 건물 하나에 합쳐 운영하는 ‘메가 뮤지엄’이다. 소장품은 40만 점에 달하고 이중 약 6500점이 90개 전시장에 나뉘어 선보이고 있다. 2층은 뭉크를 비롯한 회화를 중심으로 전시가 이뤄진다면 1층은 건축부터 고미술, 공예, 산업 디자인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시품을 혼합해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일부 전시장은 가구와 옷을 함께 배치해 방처럼 꾸미고, 그 시대에 관련된 음악을 틀기도 했다.이렇게 장르 구분을 없애는 과감한 결정에는 각 박물관의 소장품 규모가 작다는 이유도 있었다. 로이네스달 관장은 “노르웨이는 덴마크, 스웨덴 지배를 받다 1905년 독립해 역사가 짧다”며 “국립미술관이나 건축박물관이 나뉘어져 있을 때 건축물은 아름다웠지만 해외에서 찾을 만큼 눈길을 끌 큰 규모는 아니었다”고 했다.이에 각 분야를 담당하는 큐레이터들이 소통을 늘리고 창의적인 큐레이팅을 만들어 보자는 전략을 세웠다. 박물관과 미술관 역사가 짧고 특히 소장품 규모가 빈약한 한국도 참고할 만한 대목이었다. 로이네스달 관장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섞여 새로운 소통을 함으로써 기존에 보지 못했던 전시가 꾸준히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은 개관 1년 반 만에 230만 명이 방문했다. 노르웨이 전체 인구가 600만 명인 것을 생각하면 상당한 숫자다.오슬로=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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