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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상주의자냐.” 윤석열 전 대통령과 검사 시절부터 가깝던 한 인사는 윤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됐을 때와 취임했을 때 “여소야대 상황인 만큼 2024년 4월 총선 전까지는 대통령 됐다고 생각하지 말라. 야당과 협조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지만 이 같은 핀잔을 들었다고 전했다. 야당과 소통하지 못하고 정치 실패를 불러온 윤 전 대통령의 기본 인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치 선언 9개월 만에 국회 경험 없이 대통령에 당선된 윤 전 대통령은 집권 내내 야당과의 불통은 물론이고 수직적 당정관계를 형성하며 여권 내부에서도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부패범죄 등을 주로 다뤄온 특수부 검사 경험이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고, 상명하복의 수직적 문화를 갖고 있는 검찰 조직에 30년 가까이 몸담아온 영향이 적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영국 윈스턴 처칠 총리와 클레멘트 애틀리 노동당 당수를 거론하며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꺼이 손을 잡았던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협치를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인 푸른색 넥타이도 맸다. 하지만 이 같은 초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윤 전 대통령은 야당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야당도 국정에 비협조로 일관하고 ‘줄탄핵’ 등 국정 운영에 발목을 잡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영수회담 제안을 거부하고 야당 주도로 통과한 법률안에 25차례 거부권 행사로 맞받았다. 여당과의 갈등도 정권 내내 이어졌다. 대선 과정에선 손을 잡았던 친윤(친윤석열) 진영을 동원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사실상 내쫓으며 선거연합을 해체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2023년 1월 전당대회가 시작되자 ‘윤심(尹心) 논란’을 일으키며 당을 좌지우지하려고 했다. 친윤계와 대통령실은 나경원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했고 안철수 의원을 향해서 “가짜 윤심팔이”라며 공개 저격하기도 했다. 아끼는 검찰 후배였던 한동훈 전 대표와는 김건희 여사 문제를 계기로 갈라섰다. 윤 전 대통령은 시민사회계와 언론과도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뉴라이트 성향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임명해 죽마고우인 연세대 이철우 교수의 아버지 이종찬 광복회장과도 결별했고 지난해 광복절 기념식은 사상 처음으로 정부와 독립운동단체들이 기념식을 따로 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초 언론과의 도어스테핑을 도입하며 소통을 강조했지만 2022년 9월 미국 뉴욕 방문 기간에 불거진 비속어 논란 이후 61회 만에 중단됐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윤 전 대통령은) 자기편이면 무조건 선이고 자기편이 아니면 악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판단을 했다”며 “정치인으로서 자질이 없고 훈련돼 있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지적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 뜻을 받들어 다음 정부가 차질 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이 8일 국무회의에서 대선일을 지정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차기 대선일은 6월 3일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담화에서 “헌정 사상 두 번째로 현직 국가원수의 탄핵이라는 불행한 상황이 발생한 것을 무겁게 생각한다”며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하고, 통상전쟁 등 현안 대처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며 치안질서 확립과 재난에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을 확인한 뒤 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로 이동해 치안 상황을 점검했다. 이어 국무위원들과의 비공개 긴급 간담회에서 “새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통상, 치안 등 현안을 놓지 말고 자리를 지켜달라”고 당부했고,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열어 안보 상황을 점검했다. 한 권한대행은 다음 주 국무회의를 열어 대선일을 공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통화를 갖고 윤 전 대통령 파면 60일이 되는 6월 3일을 대선일로 지정하는 것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당을 중심으로 대선 준비를 잘해서 꼭 승리하기 바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4일 오후 5시경 서울 한남동 관저를 방문한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나 “성원해준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많이 부족한 저를 지지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는 입장을 냈다. 헌재 결정에 승복할지에 대해선 침묵을 이어가면서도 국민의힘 지도부에 자신의 파면으로 열리게 된 조기 대선 승리를 당부한 것이다.● 145자 입장 낸 尹, 승복 메시지 없어윤 전 대통령은 오후 1시 55분경 변호인단을 통해 배포한 145자짜리 입장문에서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그동안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며 “사랑하는 대한민국과 국민 여러분을 위해 늘 기도하겠다”고 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선고문을 읽으며 오전 11시 22분 기준으로 파면을 선고한 지 2시간 33분 만이었다. 탄핵 이후 주로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한 감사의 메시지만 내온 것과 달리 이날 입장문에는 ‘지지자’ 대신 ‘국민’을 언급한 것. 다만 윤 전 대통령은 헌재가 만장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린 데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불복 논란을 의식한 듯 유감 표명은 없었지만 승복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남동 관저를 찾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만나 “최선을 다해준 당과 지도부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고 신동욱 수석대변인이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또 “비록 이렇게 떠나지만 나라가 잘되기를 바란다”며 “대선과 관련해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당을 중심으로 대선 준비를 잘해서 꼭 승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신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사실상 헌재의 파면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한남동 관저에 머무르며 TV 생중계를 통해 헌재 선고를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공판기일이 열리는 만큼 윤 전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고인 신분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헌재가 8 대 0 만장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윤갑근 변호사는 헌재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완전히 정치적인 결정으로밖에 볼 수 없어서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21세기 법치주의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참담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인단 내부에선 4 대 4로 기각될 거란 의견이 많았고 인용되더라도 소수 의견이 1, 2명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만장일치 결과가 나오자 충격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 봉황기 내리고 군부대 尹 사진도 철거 대통령실은 이날 윤 전 대통령의 파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정진석 비서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등 3실장을 포함한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 참모진 전원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지만 한 권한대행은 이를 반려했다. 총리실은 “현재 경제와 안보 등 엄중한 상황하에서 한 치의 국정 공백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시급한 현안 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이날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기대하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 등 업무 복귀 시나리오를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헌재가 윤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자 20분 뒤인 오전 11시 40분경에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건물 앞에 태극기와 함께 게양돼 있던 대통령 봉황기가 내려졌다. 봉황기는 1967년 1월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처음 사용된 국가 수반의 상징으로, 대통령 재임 중 상시 게양된다. 직원들과 방문객들이 볼 수 있도록 용산 대통령실 내부에 설치된 전광판 화면도 꺼졌다. 대통령의 활동과 행보 영상을 담아 송출해 온 전광판은 그간 윤 전 대통령의 직무 정지 기간에도 계속 켜져 있었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각각 대사관 등 재외공관과 군부대 지휘관실 및 회의실 등에 걸려 있던 윤 전 대통령 사진도 철거됐고 행정안전부는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기록물 이관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와 외교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가 만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들도 헌재의 파면 선고 이후 윤 전 대통령 계정에 대한 ‘팔로’를 중단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사진)은 미국이 한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한 데 대해 “협상의 신호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한미 협상 과정에서 관세를 낮추기 위해선 조선업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등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에서 한국이 적극적인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플라이츠 부소장은 3일 세종연구소 주최로 열린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동아시아 안보’ 주제 포럼에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해 “협상을 거치면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유럽과 달리 한국은 협상 과정에서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라이츠 부소장은 트럼프 1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냈고 최근까지 트럼프 2기 정권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다.플라이츠 부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딜 메이커(deal maker)’”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로 조선업과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일방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알래스카 개발 사업 참여를 기정사실화하며 압박해 온 만큼 한국이 이를 토대로 관세율 조정에 대해 미 측과 협상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플라이츠 부소장은 “현재 텍사스의 LNG 선박이 한국으로 오는 데 3주 넘게 걸리지만 알래스카를 통하면 일주일로 단축된다”라면서 “한국의 장기적 에너지 안보에 크게 이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차기 한국 정부에서 우선순위 과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 해군의 성장을 따라잡기 위해 미국은 해군 함정 건조 분야에서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그는 “우라늄 농축 등 핵연료 재처리가 가능해지는 방향이 돼야 한다”며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의 필요성도 밝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을 4일로 지정한 가운데 윤 대통령 측과 대통령실은 입장 표명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다. 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칩거 중인 윤 대통령은 선고일이 지정된 데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여당 지도부 등 여권 인사들이 잇따라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의사를 밝힌 것과는 달리 침묵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 관계자는 “따로 승복 메시지를 낼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 석동현 변호사는 2월 19일 “헌법재판소 결과에 대통령이 당연히 승복할 것”이라면서도 “결정이 최대한 공정하고 적법하게 되기를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결과와 그 이유를 모르는데 의견을 미리 말하기 어렵다”며 “선고 전에 승복 여부에 대한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차분하게 헌재의 결정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그동안 헌재 심리가 예상보다 길어지자 재판관들의 의견이 팽팽히 갈리면서 교착상태에 빠졌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날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실은 수석회의에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증가한 ‘3월 수출입동향 결과’에 대한 보고와 함께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무역장벽 보고서’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관계 부처와 함께 보고서에서 제기된 사항과 업계 영향을 살피고 대응 방안을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이 정상적으로 국정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알리면서 윤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드러낸 것으로도 풀이된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한국이 미국산 무기 구매 시 기술 이전 등을 조건으로 내세우는 ‘절충교역(Offset)’ 관행에 대해 미 행정부가 비관세 무역장벽이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 방위산업 분야에서 통용되는 조건부 무기 거래 관행인 절충교역이 미국의 무역장벽 목록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내놓은 ‘2025 국가별 무역장벽(NTE)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는 방위 절충교역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 방위 기술보다 국내 기술 및 제품을 우선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며 “계약 규모가 1000만 달러(약 147억 원)를 넘으면 외국 계약자에 절충교역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무기를 살 때 기술 이전, 부품 지원 등을 요구하는 것을 처음으로 무역장벽으로 언급한 것이다. USTR은 해마다 자국 산업 의견을 받아 3월 말에 NTE 보고서를 내는데, 이번 보고서는 2일 상호관세 발표를 앞둬 특히 주목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부과할 때 비관세 장벽까지 고려해 관세율을 정하겠다고 밝혀 이번 보고서 지적이 향후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되기 때문이다.미국이 국제적인 관행을 한국 고유의 문제인 것처럼 지적한 것을 두고 방산 관련 협상 전술일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이 한국에 대미(對美) 무역흑자 폭을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한국이 방산 쪽에서 미국 제품 수입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의 방산업체들이 이에 앞서 한국과의 거래에서 느꼈던 불만이나 아쉬움 등을 이번 기회에 지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USTR은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시장 지배적 플랫폼 규제 법안도 무역장벽이라고 꼽았다. 또 한국이 반도체 등 국가핵심기술 분야에서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의 시장 진입을 막은 것도 올해 새롭게 지적했다.한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일 4대 그룹 총수들과 첫 민관합동 ‘경제안보 전략 TF(태스크포스)’ 회의를 열고 “우리 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선진화해서 우리 경쟁력도 높이고 외국으로부터 오는 도전을 완화시키기 위한 툴(도구)로서 충분히 활용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상호관세 부과의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비관세 장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일 “국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번이 7번째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9시경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상법 개정안에 대해 “현실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총주주나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인지 법률안만으로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며 “(상법개정안은) 이사를 민형사 책임과 관련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해 적극적 경영활동을 저해할 소지가 높다”고 거부권 행사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업들은 상법 개정안이 발효되면 주주들은 이사회가 내린 결정 때문에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소송을 낼 수 있게 돼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에 취약해진다며 상법 개정안에 반대해왔다. 한 권한대행은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공정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상법 개정안의 입법 목적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한다”면서 상법 대신 국내 상장사에만 적용되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경제 8단체는 입장문을 내고 한 권한대행의 상법 개정안 재의 요구에 대해 “다행스럽게 평가한다”며 “상법보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핀셋 처방이 기업의 합병·분할 과정에서 일반 주주를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고, 정부가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경제계도 논의에 참여해 건설적인 제안을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에 세제 지원을 비롯한 지원책을 마련해달라.”(4대 그룹 총수들) “자동차 산업을 포함해 각 산업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지원 조치를 긴급하게 마련하겠다.”(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1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의 한옥 건물인 삼청당 회의실. 이곳에 모인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 총수들은 한 권한대행에게 올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국내 기업들이 우려하고 있는 통상 리스크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미 행정부가 2일(현지 시간) 발표할 상호관세 부과 조치가 큰 경제적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발표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 철회도 예고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관세 폭탄에 미국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보조금 축소나 폐지로 인한 부담까지 이중고를 지게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는 이날 총리공관에서 미국발 관세 전쟁에 대응하기 위한 민관 합동 회의체인 ‘경제안보전략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가 참석했고 정부에선 한 권한대행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첫 회의인 이날엔 각 그룹 총수가 직접 참석했지만 다음 회의부터는 경영진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총리실 관계자는 전했다. 이 회의체는 한 권한대행이 지난달 21일 직무에 복귀한 뒤 최 부총리에게 “통상위기 대응을 위한 민관합동 회의체를 꾸리라”고 지시해 발족했다. 비공개로 1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총수들은 정부에 “당면한 미국과의 (관세, 보조금 분야) 협상에 총력을 다해 달라”고 요청했다. 삼성과 SK, LG 등은 바이든 정부 당시 전기차와 배터리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 법안이 발효되자 미국에 50조 원 이상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지었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정책 방향을 바꿀 경우 보조금을 못 받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 3일부터 수입차와 부품에 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것도 국내 업체에 ‘발등의 불’이 된 상황이다. 한 권한대행은 “(미국의) 상호관세가 발표되면 그 충격을 줄이기 위한 정책들이 본격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미국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아웃리치(대외활동)를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 권한대행은 “기업이 가지고 있는 많은 네트워크를 통해 주요 국가와의 동맹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며 “정부도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저해하는 장애물을 과감히 걷어내겠다”고 강조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일을 4일로 지정한 가운데 윤 대통령 측과 대통령실은 입장 표명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다. 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칩거 중인 윤 대통령은 선고일이 지정된 데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여당 지도부 등 여권 인사들이 잇따라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의사를 밝힌 것과는 달리 침묵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 관계자는 “따로 승복 메시지를 낼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이에 앞서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 석동현 변호사는 2월 19일 “헌법재판소 결과에 대통령이 당연히 승복할 것”이라면서도 “결정이 최대한 공정하고 적법하게 되기를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결과와 그 이유를 모르는데 의견을 미리 말하기 어렵다”며 “선고 전에 승복 여부에 대한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차분하게 헌재의 결정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그동안 헌재 심리가 예상보다 길어지자 재판관들의 의견이 팽팽히 갈리면서 교착상태에 빠졌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날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실은 수석회의에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증가한 ‘3월 수출입동향 결과’에 대한 보고와 함께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무역장벽 보고서’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관계 부처와 함께 보고서에서 제기된 사항과 업계 영향을 살피고 대응 방안을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이 정상적으로 국정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알리면서 윤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드러낸 것으로도 풀이된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에 세제 지원을 비롯한 지원책을 마련해달라.”(4대 그룹 총수들)“자동차 산업을 포함해 각 산업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지원 조치를 긴급하게 마련하겠다.”(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1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의 한옥 건물인 삼청당 회의실. 이곳에 모인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그룹 총수들은 한 권한대행에게 올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국내 기업들이 우려하고 있는 통상 리스크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미 행정부가 2일(현지시간) 발표할 상호관세 부과 조치가 큰 경제적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발표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와 반도체법 철회도 예고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관세 폭탄에 미국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보조금 축소나 폐지로 인한 부담까지 이중고를 지게 될 수 있다는 우려다.정부는 이날 총리공관에서 미국발 관세 전쟁에 대응하기 위한 민관 합동 회의체인 ‘경제안보전략TF’ 첫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엔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가 참여했고 정부에선 한 권한대행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첫 회의인 이날엔 각 그룹 총수가 직접 참석했지만 다음 회의부터는 경영진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총리실 관계자는 전했다. 이 회의체는 한 권한대행이 지난달 21일 직무에 복귀한 뒤 최 부총리에게 “통상위기 대응을 위한 민관합동 회의체를 꾸리라”고 지시하면서 발족했다. 비공개로 1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총수들은 정부에 “당면한 미국과의 (관세, 보조금 분야) 협상에 총력을 다해달라”고 요청했다. 삼성과 SK, LG 등은 바이든 정부 당시 전기차와 배터리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 법안이 발효되자 미국에 50조 원 이상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지었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정책 방향을 바꿀 경우 보조금을 못 받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이 3일부터 수입차와 부품에 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것도 국내업체에 ‘발등의 불’이 된 상황이다.한 권한대행은 “(미국의) 상호관세가 발표되면, 그 충격을 줄이기 위한 정책들이 본격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미국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아웃리치(대외활동)를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 권한대행은 “기업이 가지고 있는 많은 네트워크를 통해 주요 국가와의 동맹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라며 “정부도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저해하는 장애물을 과감히 걷어내겠다”고 강조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상법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앞서 상법개정안 재의요구 사유를 설명하면서 ‘대안’이라는 단어를 4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이날은 더불어민주당이 “마은혁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중대결심을 하겠다”고 압박한 최종 시한이지만 한 권한대행은 국무위원 간담회와 국무회의에서 마 후보자를 비롯한 헌재 재판관 임명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 “국가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9시경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상법개정안에 대해 “현실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총주주 또는 전체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인지 법률안만으로는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며 “기업의 의사결정에서 예상치 못한 혼란이 일어날 우려가 있고, 이사가 민형사상 책임과 관련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돼 적극적 경영활동을 저해할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는 일반주주 보호에도 역행할 뿐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이번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인데 주주들은 이사회가 내린 결정 때문에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소송을 낼 수 있게 된다. 이 상법개정안엔 ‘이사가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전체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주주’는 행동주의 펀드부터 소액주주 대주주까지 다양하고 주주별 이해관계도 상충될 수 있어 법조항의 의미가 모호하다는 것이 정부 내부의 시각이다. 그러면서도 한 권한대행은 상법개정안의 입법 목적에 대해서는 “지배주주만의 이익이 아니라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공정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되는데, 이 법률안의 기본 취지에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 권한대행은 소액주주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전국 100만여개 법인에 일괄 적용되는 상법 개정 대신 국내 증시에 상장된 2600여 개 법인에만 적용되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 권한대행은 “상장기업의 합병, 분할 등 일반주주 이익 침해 가능성이 큰 자본거래에서 보다 실효성있게 일반주주를 보호할 수 있다”며 “상장사 중심으로 일반주주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관행이 정착되고, 판례도 축적돼가면서 단계적으로 적용범위를 확대해나가는 것이 우리 현실에 더욱 적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권한대행은 국회를 상대로 “대내외 경제여건이 매우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투자자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달성할 방안을 다시 한번 모색해보자는 것”이라며 “정부가 재의요구하는 법안(상법 개정안)과 정부가 제시한 대안(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함께 놓고 국회에서 다시 한번 심도있게 논의해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했다. 이어 기업들을 대상으로는 “시장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합리적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에 전향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주주가치를 최대한 보호하는 방향으로 기업 관행을 개선해 달라”고 당부했다. ● ‘장관 간담회’서도 馬 임명 일절 언급 없어 한 권한대행은 이날 상법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 결정을 하기에 앞서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고 관계부처 장차관들의 의견을 들었다. 30여분 남짓한 비공개 간담회에선 주무부처인 법무부의 김석우 차관(장관 직무대행)이 재의요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고,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이 차례대로 상법 개정안이 현실화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 설명했다고 한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소액주주 보호라는 상법 개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부작용이 적은 대안을 택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한다. 일부 참석자는 한 권한대행에 “기본법인 상법을 바꿀 경우 파급효과를 가늠하기 어렵다” “정부가 상법개정안 취지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국민들에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달 20일 여야 합의로 통과된 ‘연금개혁’ 법안에 대해선 “여야정 간 끊임 없는 숙의 과정을 거쳐 도달한 결실”이라며 법률안을 공포했다. 한 권한대행은 “2007년 이후 18년 만에 이뤄진 이번 연금 개혁으로 국민연금 기금은 최대 15년이 늘어난 2071년까지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다만 청년층이 더 내고, 장년층이 더받는 역차별 법안이란 지적에 대해서는 “모수 개혁이 마무리된 만큼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연금 재정 구축을 위한 구조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은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하는 마 후보자 임명에 대해서는 이날 간담회와 국무회의에서 아무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담회 참석자는 “상법개정안 관련해 각 부처의 의견을 청취한 뒤 곧바로 간담회가 종료됐다”며 “마 후보자 임명을 비롯해 헌재 재판관 임명과 관련한 논의는 일절 없었다”고 전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일 국무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권한대행은 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위원 간담회를 갖고 상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최종 수렴한 뒤 국무회의를 열어 재의요구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주주들이 이사회가 내린 결정 때문에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기업들은 주주들의 소송 위험으로 장기적인 투자가 어려워지고,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에도 취약해질 수 있다며 상법 개정안에 반대해왔다. 정부도 통상전쟁 속에서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상법 개정안의 부작용이 분명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기업의 일방적인 분할상장 등으로 주식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는 것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입법으로 방지할 수 있다고 보고 1일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서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할 방침이다. 한 권한대행은 31일 오후 경기 이천시의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찾아 임원진과 간담회를 갖고 반도체 공장을 시찰했다. 비공개 간담회에서 한 권한대행은 미 행정부의 상호관세나 품목관세 부과 조치가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대한민국에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장관들과 기업들이 같이 경제안보전략TF(태스크포스)를 1일 발족시킨다”며 “전 세계 공급망을 흔드는 새로운 도전이 다가오고 있는데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국무회의에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상법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내부에선 한 권한대행이 상법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권한대행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앞서 국무위원 간담회를 가지고 상법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최종 수렴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금융당국 내부의 잡음이 공개적으로 분출되는 등 상법개정안을 둘러싸고 부처별 의견이 일부 엇갈리는 만큼 한 권한대행은 간담회를 통해 각 부처의 최종 의견과 바람직한 대안에 대해 정리한 뒤 재의요구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권한대행은 이달 13일 정부로 이송된 상법개정안에 대해 다음달 5일까지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정부 내부에선 한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 행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상법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뿐 아니라 ‘주주’로 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에는 ‘이사는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상법개정안에 명시된 ‘주주’는 행동주의 펀드부터 소액주주, 대주주까지 다양하고 주주별 이해관계도 상충될 수 있는 만큼 ‘이사가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조항 등은 의미가 모호해 헌법의 명확성 원칙을 위배했다는 게 정부 내부의 시각이다. 상법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에는 중견기업에 대한 경영권 공격도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도 정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행동주의펀드 등이 ‘주주 이익을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경영권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를 방어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의 피해가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35%에 불과하지만, 경영권 분쟁 발생 기업 중에선 93%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이 상법개정안이 시행될 경우엔 ‘미래 먹거리’에 투자하는 등 장기 관점의 투자에 나서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정부가 재의요구를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다. 기업이 신기술에 투자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손실을 내 주가가 떨어질 수 있는데, 이경우 이사진이 민형사상 고소고발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부처의 한 당국자는 “상법개정안이 통과된 뒤 법원의 판례가 쌓이기 전까지 기업이 줄소송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정부는 기업 합병이나 물적분할로 소액주주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야당의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는 만큼 1일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더라도 구체적인 입법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경제분야의 ‘헌법’과 같은 상법개정 보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소액주주를 보호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법은 비상장기업을 포함한 100만 여 개 법인에 모두 적용되는 반면, 자본시장법은 국내 증시에 상장된 2600여 법인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김일성이 핵문제와 남북 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스트레스와 과로로 심장에 무리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일성 주석 사망 이틀 뒤인 1994년 7월 10일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김하중 주중 한국대사관 공사와의 만남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당국자는 “1993년 중국 전문의가 심장병 치료를 위해 2∼3차례 북한에 갔다”고 했다. 1994년 7월 말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주석이 숨졌던 당시 상황은 외교부가 생성 30년이 지나 28일 기밀을 해제한 외교문서를 통해 공개됐다. 문서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인사는 “김 주석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덩샤오핑(鄧小平)에게 아들 문제를 탁고해 뒀다”고 전했다. ‘탁고’란 고아를 맡긴다는 뜻이다. 1994년 10월 북-미 핵협의인 제네바 합의를 앞두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코리아 패싱’을 항의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공개됐다. 당국이 준비한 김 전 대통령의 통화 말씀자료에 “국민들 사이엔 북한 핵문제 교섭이 우리가 배제된 채 논의되는 사실을 굴욕적으로 생각하는 의견이 일부 있는 것도 사실”이란 내용이 적힌 것. 미 에너지부가 1981∼1994년 한국과 북한을 비롯한 50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할 당시의 에너지부 내부 규정도 공개됐다. 외교부가 1993년 입수한 내규에는 “미 에너지부 산하 연구시설을 방문하는 외국인들로부터 핵 관련 기술, 민감 기술 및 시설 등을 보호하는 목적”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2020년 비공개 처리했던 ‘임수경 밀입북’ 관련 일부 문서도 재심의를 거쳐 공개됐다. 문서엔 한국외국어대 학생이었던 임수경 씨가 1989년 6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대표로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석하기 위해 도쿄, 서베를린, 동베를린, 모스크바를 거친 우회로로 밀입북한 구체적 정황 등이 담겼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주요 경제 6단체장들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만나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법제화한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마지막으로 호소했다. 이달 13일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4월 5일까지 재의요구권이 행사되지 않으면 확정 공포될 예정이다.● 예정 시간 훌쩍 넘긴 간담회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경제 6단체장은 27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한 권한대행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는 예정됐던 1시간을 훌쩍 넘겨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간담회에서 경제 6단체장들은 돌아가면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품목별 관세 부과 여파와 대미 협력 강화 방안, 경제계 애로 사항, 산불 피해 지원 계획 등을 한 권한대행에게 전달했다. 경제 6단체장은 한 권한대행에게 최근 정부로 이송된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류 회장은 이 자리에서 “국내 경제는 저성장과 경기 침체 장기화, 글로벌 통상전쟁 등으로 엄중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우리 경제와 기업에 매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달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법엔 ‘이사는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다음 주 국무회의 재의 요구 결정에 촉각 정부는 다음 달 5일까지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다음 주 국무회의를 열어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 요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정부 안팎에선 다음 달 1일 정기 국무회의에 재의요구안이 상정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상법 개정안의 소관 부처인 법무부와 관련 부처인 금융위원회 등은 재의 요구 여부에 대한 의견을 검토해 정부에 일부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내부에선 상법 개정안이 헌법의 명확성 원칙을 위배한 ‘위헌’ 소지가 크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상법 개정안에 명시된 ‘주주’는 헤지펀드부터 대주주, 소액주주까지 다양하고 주주별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있는 만큼 ‘이사가 주주에 대해 충실 의무를 진다’는 조항은 의미가 모호하고 불명확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것이 정부 내부의 시각이다. 재계는 이번 개정이 전 세계 주요국에 유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인수합병(M&A)과 신사업 진출 등 기업의 중장기적 의사결정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경영권 분쟁에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의 소송 부담도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기존에는 법원이 이사에 대한 주주의 직접적인 손해배상 청구 등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주주가 이사에 대해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당장은 비용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는 대형 M&A나 중장기 투자 등 의사결정에서 이사들이 적극 나서기 어렵게 되는 구조다. 재계 관계자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강제는 전 세계 주요국 어디에도 없는 이례적인 조항”이라며 “기업의 미래 투자에 족쇄가 될 뿐만 아니라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주주 소송 남발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모든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26일(현지 시간) 공식 발표했다. 모든 외국산 자동차는 물론이고 엔진과 변속기 등 핵심 부품도 관세 부과 대상이다. 관세 부과 시점은 자동차의 경우 다음 달 3일, 핵심 부품은 향후 관보에 공시되는 날로 하되 5월 3일 이전이라고 밝혔다. 또 이날 백악관이 공개한 ‘포고문’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과 같은 협정들이 충분히 긍정적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미국이 다음 달 상호 관세 부과 후 한국에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실질적으로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며 “자동차를 미국에서 만든다면 관세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자동차 관세의 효과로 매년 1000억 달러(약 147조 원)의 새로운 수입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 등을 고려하면 관세로만 “2년 안에 6000억 달러에서 1조 달러까지 거둬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5%라는 수치의 아름다움은 그것이 하나의 고정된 숫자라는 점”이라며 “자동차 가격에 따라 오르거나 내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관세 철회를 위한 조건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엔 “(이번 조치는) 영구적”이라고 단언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로 전체 자동차 수출액의 약 49%(지난해 기준)를 미국 시장에서 거둬들인 한국 자동차 업계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27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경제 6단체장과 간담회를 갖고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민관의 모든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국 정부와 소통해나갈 것”이라며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트럼프 “美, 각국이 수십년 돈 훔친 돼지저금통 돼… 한미 FTA 큰 효과 없어”[美, 내달 3일 車관세 부과]“車관세가 美성장 촉진할 것”동맹 겨냥 “친구가 적보다 훨씬 나빠”“美서 만들면 관세 면제” 거듭 강조“친구들은 종종 적들보다 훨씬 더 나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국에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미국의 동맹과 우방도 많은 무역적자를 안겼다며 ‘관세 카드’를 앞세워 압박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자동차 관세 부과를 공식화한 이날을 ‘해방의 날’로 지칭했다.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책사로 불리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도 동맹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일본, 독일을 지목해 “이들 국가가 미국 기업의 자동차 수출 능력을 훼손했다. 이는 결코 공정하지 않고, 앞으로 반드시 바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외국의 무역 사기꾼들(trade cheaters)이 미국 제조업을 외국 부품을 조립하는 저임금 공장으로 만들었다”며 날을 세웠다.● “한미 FTA 긍정적이지 않아”앞서 12일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품목별 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동차도 ‘관세 리스트’에 추가하며 ‘통상 전쟁’ 전선을 확장했다. 그는 자동차 관세가 “이전에 본 적 없는 방식으로 (미국 경제의)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일본 자동차 기업 혼다가 최근 멕시코에서 미국 인디애나주로 일부 차량 생산 지역을 변경한 사례를 거론하며 “이 (관세 부과) 조치가 없었다면 그렇게 안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들면 관세가 없다”고도 재차 강조했다.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서명한 ‘포고문’에 따르면 자동차와 엔진 등 자동차 핵심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무역확장법 232조’ 등에 근거했다. 232조는 수입품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포고문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이나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등이 충분히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 못했다”면서 “자동차 및 특정 자동차 부품 수입이 초래하는 국가안보 위협이 여전히 존재하며,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 FTA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부정적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또 포고문은 USMCA 적용을 받는 자동차 관련 부품에 대해선 일단 관세 부과를 유예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상호 관세 모든 나라에 적용될 것”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 부과에 대해선 “모든 나라에 적용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24일에는 “일부 국가와 산업이 상호 관세의 면제를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이틀 만에 또 말을 바꾼 것. 이처럼 관세 부과 계획을 자주 바꾸는 것을 두고 ‘강온 양면’ 카드로 상대방의 심리를 뒤흔들고 협상 주도권을 쥐려는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그는 상호 관세 덕분에 미국이 부유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미국)는 모든 국가가 수십 년 동안 돈을 훔쳐 간 ‘돼지저금통(piggy bank)’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젠 그것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그는 상호 관세 부과 방식에 대해 “우리는 아주 공정하고, 정말 친절하게 할 것”이라며 “매우 관대한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경우, 그동안 그들(상대국)이 우리에게 수십 년간 부과해 온 관세보다는 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제약산업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 의약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또 목재 등에 대한 관세 부과 의지도 재차 강조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확산 일로인 산불이 26일 ‘1호 국립공원’인 경남 산청군 지리산국립공원으로 번졌다. 경북에서는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5개 시군을 휩쓴 불길이 포항과 울진을 넘어 강원 지역까지 위협하고 있다. 산불영향구역은 하루 만에 3059ha(헥타르)가 늘어난 1만7752ha(26일 오후 6시 기준)가 됐다. 소방 당국 등이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지만 비가 오지 않은 상황에서 강풍까지 겹치며 진화는 난항을 겪고 있다.● 강풍 탄 ‘괴물 산불’… 국립공원도 뚫려26일 산림 당국 등에 따르면 엿새째 이어진 산청 산불은 이날 정오 무렵 지리산국립공원 경계를 넘어 200m 안쪽까지 번졌다. 천왕봉(1915m)에서 불과 8.5km 떨어진 지점이다. 일대 초목들이 불타오르자, 산청군은 지리산국립공원 인근인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주민 100여 명과 등산객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중산리는 등산객들이 천왕봉 등산을 시작하는 곳으로, 천왕봉이 가장 가까운 마을이다. 산불 현장통합지휘본부 관계자는 “낙엽층이 두껍고 많아 진화 효율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1967년 국내 첫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국립공원은 국내 국립공원 중 가장 큰 넓이를 자랑한다. 반달가슴곰, 산양을 비롯한 여러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생태의 보고다. 경북 의성에서 시작돼 청송으로 번진 불은 주왕산국립공원으로 옮겨붙었다. 기암괴석과 절벽, 협곡으로 유명한 주왕산국립공원은 지질학적으로 매우 가치가 높은 곳이다. 불이 능선을 타고 확대되면서 군은 이날 오후 4시쯤 주왕산면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긴급재난문자를 보냈다.● 경북 일부 고속도로 통행 제한, 영덕서는 정전의성에서 시작해 안동, 청송, 영덕, 영양 등 경북 5개 시군을 태운 불길은 경북 울진 경계선까지 올라갔다. 산림 당국이 방어선을 집중적으로 구축하고, 진화에 나섰지만 수km를 훌쩍 넘게 날아가는 불씨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불씨를 옮겨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비화(飛火) 현상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하루 새 늘어난 피해 지역만 축구장 4370개 넓이(3059ha)에 달한다. 산불 여파로 전날 밤 영덕군 전 지역에 정전이 발생했고, 경북 시군에서 2만7000명이 대피했다. 울산 울주에서 발생한 산불도 강한 바람을 타고 불길이 경남 양산시까지 뻗쳤다. 이 불길은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와 불과 11km 거리까지 근접했다. 대구 달성군 함박산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주민들이 대피했고, 전북 무주 대소리에서도 산불로 진화 인력 156명이 투입됐다. 산불이 경북 전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경북 일대 일부 고속도로 통행이 제한되고, ‘해안도로’로 유명한 동해안 국도 7호선이 극심한 교통 정체를 빚기도 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서산영덕고속도로 동상주 나들목∼영덕 나들목 구간 양방향과 중앙고속도로 의성 나들목∼예천 나들목 구간 양방향 통행이 전면 차단됐다.● 강풍 타고 퍼지는 불씨, 강원 북상 우려 산불이 강풍을 타고 빠르게 퍼져 나가면서 경남·경북을 넘어 강원 일대로 불길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현재 남서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불길이 동해안을 따라 경북 울진군을 넘어 강원 삼척 지역으로 북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방 당국은 “각 지역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화재 진압에 나섰지만, 강한 돌풍이 쉴 새 없이 불어 화력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불길 확산에 따른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전력 시설과 가스 시설 등의 가동을 일부 중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영남권에서는 산불의 여파로 16개 송전선로가 정지됐고, 이 중 4개 송전선로를 제외한 12개 송전선로가 여전히 가동 중단 상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26일 대국민 담화를 내고 “가용 인력, 장비를 총동원해 산불 확산의 고리를 단절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헬기 128대와 군 인력 1144명, 소방 인력 3135명, 진화대 1186명 등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임유나 기자 imyou@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이원모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이 대통령실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공개자 중 397억여 원으로 가장 많은 재산을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위원 가운데서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77억여 원, 광역자치단체장 중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74억여 원으로 재산 신고액이 가장 높았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27일 공개한 올해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 변동사항 자료에 따르면 이 비서관의 재산은 주식 가액 변동 등으로 종전 신고(지난해 8월)보다 6억5907만 원 늘었다. 이 비서관 본인 명의 서울 용산구 아파트 분양권과 배우자 명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 오피스텔 등 건물 49억5687만 원과 주식 284억7003만 원 등을 신고했다. 자생한방병원 의료재단 이사장의 딸인 이 비서관 부인이 보유한 비상장주식 그린명품제약과 제이에스디원의 주식 가액은 252억여 원에 달한다.이 비서관에 이어 애널리스트 출신 김동조 국정기획비서관(353억7866만 원)과 굽네치킨 창업주인 홍철호 정무수석비서관(261억3790만여 원)이 대통령실 내 재산 신고액 2, 3위를 기록했다. 김건희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주최 행사에서 도슨트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김 비서관은 비상장주식 중 지난해 백지신탁으로 신고 대상이 아니었던 일부 주식이 새로 포함된 이유 등으로 전년보다 23억9115만여 원이 증가했다고 신고했다. 국무위원 중 가장 많은 재산을 신고한 유 장관(177억3500만 원)은 본인 소유의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등으로 부부 합산 80억 원에 달하는 건물 자산과 증권 자산 50억 원, 예금 41억여 원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 시장은 전년보다 14억2954만 원 늘어 광역단체장 중 전체 재산 신고액뿐 아니라 증가액도 가장 많았다. 예금은 줄었고 증권은 3억9701만 원에서 28억9503만 원으로 급증했는데 엔비디아,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등 미국 주요 종목에 투자한 뒤 주가가 오르며 불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개된 2047명의 고위공직자 가운데 한국유리공업의 공동 창업자 이봉수 전 신일기업 회장의 장남인 이세웅 평안북도지사가 1046억여 원을 신고해 재산 총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477억6129만 원을 신고해 재산 총액 2위를 기록한 변필건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은 직전 신고 대비 38억7895만 원이 늘었다. 변 실장 배우자는 대명소노그룹 창업주의 장녀다. 최지영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이 410억 원으로 세 번째로 재산 신고액이 많았다. 최 관리관의 재산 대부분은 제일건설 그룹 일가로 알려진 배우자 명의의 비상장주식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신고 기간 당시 구속 중이어서 신고를 유예한 것으로 전해졌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영남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1호 국립공원’인 경남 산청군 지리산국립공원과 경북 청송군 주왕산 국립공원으로 확산됐다. 경북에서는 안동·청송·영양·봉화·영덕 등 5개 시군을 휩쓴 불길이 포항과 울진을 넘어 강원 지역까지 위협하고 있다. 산불영향구역은 하루 만에 2841ha가 늘어난 1만7534ha(26일 오전 9시 기준)가 됐다. 소방당국 등이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지만 비가 오지 않은 상황에서 강풍까지 겹치며 진화는 난항을 겪고 있다.●강풍 탄 ‘괴물 산불’… 국립공원도 뚫려26일 산림당국 등에 따르면 엿새째 이어진 산청 산불은 이날 정오 무렵 지리산국립공원 경계를 넘어 200m 안쪽까지 번졌다. 천왕봉(1915m)에서 불과 8.5km 떨어진 지점이다. 일대 초목들이 불타오르자, 산청군은 지리산국립공원 인근인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주민 100여 명과 등산객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중산리는 등산객들이 천왕봉 등산을 시작하는 곳으로., 천왕봉이 가장 가까운 마을이다. 산불 현장통합지휘본부 관계자는 “낙엽층이 두껍고 많아 진화 효율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1967년 국내 첫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국립공원은 국내 국립공원 중 가장 큰 넓이를 자랑한다. 반달가슴곰, 산양을 비롯한 여러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생태의 보고다. 경남 의성에서 시작돼 청송군으로 번진 불은 주왕산국립공원으로 옮겨붙었다. 기암괴석과 절벽, 협곡으로 유명한 주왕산국립공원은 지질학적으로 매우 가치가 높은 곳이다. 불이 능선을 타고 확대되면서 군은 이날 오후 4시쯤 주왕산면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긴급재난문자를 보냈다. ●경북 일부 고속도로 통행 제한, 영덕서는 정전의성 산불은 안동과 청송을 넘어 영덕, 영양 등 경북 5개 시·군으로 번진 상황이다. 불길은 경북 울진 경계선까지 올라갔다. 산림 당국이 방어선을 집중적으로 구축하고, 진화에 나섰지만 수 ㎞를 훌쩍 넘게 날아가는 불씨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불씨를 옮겨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비화(飛火) 현상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산불영향구역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1만7534ha(헥타르)에 이르렀다. 하루 새 늘어난 피해 지역만 축구장 4000개 넓이에 달한다(2841ha). 산불 여파로 전날 밤 영덕군 전 지역에 정전이 발생했고, 경북 시군에서 총 2만7000명이 대피했다. 산불이 경북 전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경북 일대 일부 고속도로 통행이 제한되고, ‘해안도로’로 유명한 동해안 7번 국도가 극심한 교통 정체를 빚기도 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서산영덕고속도로 동상주 나들목∼영덕 나들목 구간 양방향과 중앙고속도로 의성 나들목∼예천 나들목 구간 양방향 통행이 전면 차단됐다. ● 강풍 타고 퍼지는 불씨, 강원 북상 우려산불이 강풍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경남·경북을 넘어 강원 일대로 불길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현재 남서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불길이 동해안을 따라 경남 울진군을 넘어 강원 삼척 지역으로 북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방당국은 “각 지역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화재 진압에 나섰지만, 강한 돌풍이 쉴새 없이 불며 화력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불길 확산에 따른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전력 시설과 가스 시설 등의 가동을 일부 중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영남권에서는 산불의 여파로 16개 송전선로가 정지됐고, 이중 4개 송전선로를 제외한 12개 송전선로가 여전히 가동 중단 상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26일 대국민담화를 내고 “최악의 산불에 맞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력과 장비로 맞서고 있지만 상황은 심상치 않다”며 “가용 인력, 장비를 총동원해 산불 확산의 고리를 단절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헬기 128대와 군 인력 1144명, 소방인력 3135명, 진화대 1186명 등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임유나 기자 imyou@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내년부터 일본 고등학생들이 사용할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억지 주장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는 “일본 정부가 자국 중심의 역사관에 따라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고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데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시정을 촉구한다”며 일본 정부에 항의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5일 교과서 검정 심의회를 열어 역사, 정치경제, 지리, 공민(헌법 정치 경제 등을 합한 과목) 등 교과서 253종에 대한 심사 결과를 확정했다.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검정을 통과한 대부분의 교과서가 독도에 대해 다뤘다.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표현이 검정을 거쳐 추가된 경우도 있었다. 한 교과서는 당초 검정 전에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된 조선인 노동자에 대해 “조선반도에서 일본으로 연행됐다”고 서술했다. 그런데 연행이라는 표현은 검정 과정에서 “정부 견해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동원”이란 표현으로 수정됐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시민단체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에 따르면 출판사 제일학습사의 교과서는 ‘일본이 병합조약을 강요해 한국을 식민지로 하고’라는 기존 교과서 문장에서 ‘강요’라는 표현을 삭제했고, 제국서원의 교과서는 강제징용된 노동자들을 설명하면서 기존 교과서에서 ‘징용’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전쟁으로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일본은 기업 등을 통해 노동력을 할당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썼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18년 3월 공개한 고교 학습지도요령에서 독도가 일본의 영토이고 영유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을 가르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한 지리 교과서에는 “한국은 1952년 해양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일방적으로 공해상에 경계선을 그어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억지 주장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도쿄서적은 2023년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독도에 대해 “한국에 불법 점거돼 항의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지난해 검정에 합격한 일본의 중학교 사회 교과서도 대부분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서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 논평을 내고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및 강제징용과 관련해 강제성을 희석하는 등 왜곡된 역사 내용이 포함된 교과서를 용인한 것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일본 정부가 스스로 밝혀온 과거사 관련 사죄와 반성의 정신을 진정성있게 실천해 나가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김상훈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미바에 다이스케(實生泰介)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항의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