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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 환자는 치료제 개발에 대한 막연한 기다림, 혹은 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고가의 치료제로 인한 경제적 부담, 그리고 사회적 편견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들은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거나 주기적인 치료로 관리를 잘 받으면 어려움 없이 학교 및 직장 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다. 희귀질환이 치료와 관리를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인데도, 유전병에 대한 죄책감과 부담으로 인해 질환 사실을 알리지 못하기도 한다. 감염이 될 수 있다는 오해를 받아 치료를 포기하고 사회로부터 숨는 경우도 있다. 더 많은 희귀질환 환자가 치료를 통해 사회에 복귀하고, 건강한 삶을 되찾기 위해서는 환자들이 떳떳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과 편견들을 바로잡고 질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형성될 수 있도록 환자들의 사연을 소개한다. 유전성혈관부종 환자 민수진 유전성혈관부종환우회장12세인 초등학교 5학년부터 35년간 심한 ‘부기’ 증상을 앓아왔지만, 응급실을 가도 병명을 알 수 없었기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은 적은 없었다. 그리고 이 고통을 고스란히 아들에게 물려준 부모다. 유전성 혈관부종은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혈관이 붓는 질병으로 언제, 어떻게, 어디로 부종 발작이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어 삶의 질이 매우 떨어지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진단받은 환자도 100명 미만으로 극소수의 환자가 이 병을 앓고 있다. 부기의 정도가 매우 심하고 신체, 장기 구분 없이 부종이 발생해 일상생활이 매우 어렵다. 갑자기 저혈압 쇼크로 기절하거나 장기 주위 부종 발생 시 죽음을 넘나드는 고통과 두려움에 처하기도 한다. 또 이 병은 아이에게 그대로 유전되어, 같은 고통 속에 살아가게 됐다. 어느 날 길을 걷다 갑자기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제 아이가 그대로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괴롭다. 또한 사람들의 시선과 사회 시선에서도 저와 제 가족들은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 유일한 치료제인 응급주사가 있지만, 약효 지속성이 낮아 발작 빈도가 높거나 증상이 심한 환자들에게는 추가적인 예방약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평생 우리 가족과 환우들은 부종의 발작뿐만 아니라 이런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사회의 따뜻한 시선과 배려가 필요하다. 그리고 새로운 치료제가 하루빨리 도입되어 제 아들과 저와 같은 환자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제1형 당뇨병 환자 김환희 씨2011년 겨울 독감에 걸렸다. 내과에서 주사와 약물치료를 받았는데도 차도가 없었다. 고열이 떨어지지 않아서 대학병원 응급실로 내원해 1형 당뇨병 진단을 받고 입원했다. 1형 당뇨병은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는 베타세포를 파괴해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자가면역질환이다. 국내 당뇨병의 2% 미만 수준으로 발생하며, 유병 인구는 약 4만4000명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30세 이전에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1형 당뇨병은 외부에서 인슐린 주입이 필수적인 질환이다. 인슐린 주입이 필요한 시간대가 정해져 있지 않고 하루 24시간 고혈당과 저혈당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안정적인 혈당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 이때 장소와 상황을 떠나서 당분의 섭취가 필요할 때도 있고 인슐린 주사가 필요할 때도 있다. 아직 우리 사회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복부 팔 등의 인슐린 자가 주사를 놓아야 한다. 자가 주사를 하는 것에 대해 주변에선 대부분 낯설어하고 불편해한다. 시력이 떨어진 사람이 안경을 쓰고, 천식 환자가 호흡기를 사용하고, 고혈압 환자가 약을 먹듯 1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인슐린 주사가 필요할 때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대해주면 좋겠다. 또 1형 당뇨병 및 환자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1형 당뇨병의 병명이 변경되었으면 좋겠다. 당뇨병이라는 건 말 그대로 당 성분이 소변으로 배출된다는 의미이다. 1형 당뇨병은 관리하면 소변으로 당 성분이 배출되지도 않는데 병명이 부정적인 느낌을 항상 주기 때문이다.전신 농포성 건선 환자 김재진 씨다섯살 때부터 피부질환을 앓았고, 지금까지 40년 넘게 살아오면서 제 인생에서 많은 시간을 병마와 싸웠다. 전신 농포성 건선은 온몸의 피부에 열이 나서 빨갛게 붓고, 피부에 물집이 생겨 염증이 생기고, 그런 염증들이 엉겨 붙어 결국 살점이 떨어지기 때문에 온몸이 쓰라린 고통을 가져오는 질환이다. 나병과 비슷한 피부질환 특성상 외부의 활동이나 사회생활에 제약이 많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제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기 어려운 이유다. 전신 농포성 건선은 건선 중 유병률 1%에도 미치지 않는 희귀 건선으로 알려져 있다. 고름이 동반된 물집이 전신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것이 질환의 특징이다. 이 때문에 멀쩡히 잘 다니는 회사를 그만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20대 초반 대기업에서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정직원으로 채용이 됐는데, 승진을 앞두고 질환이 재발했다. 그리고 병가를 쓰는 바람에 승진 대상자에서 누락 되고, 결국 길어진 입원 기간 때문에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아파서 몇 달씩 병가를 내는 직원을 반길 회사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적당한 치료제가 없이 스테로이드에 의존하고 있고, 한번 발병하면 심하게는 몇 달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사회생활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의 심각한 질환이고, 건선 환자 중에서도 매우 희귀한 질환임에도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희귀질환 지정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는 저 같은 건선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고, 사회의 편견 없이 당당하게 일원으로 나가 일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병원에서 로봇수술을 권하는데 하는 게 좋을까요?”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갑상샘암은 여성이 유방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걸리는 암이다. 가장 큰 고민은 수술 방법이다. 로봇수술을 받는 게 좋을지, 그냥 일반수술을 받는 게 좋을지, 로봇수술을 받는다면 어느 위치로 접근해야 할지 등을 선택해야 한다. 환자 입장에선 선택권은 넓어졌지만 어떤 수술이 최선인지 고민될 수 있다. 이에 다양한 갑상샘암 수술을 집도해 온 이진욱 인하대병원 외과 교수에게 각 수술의 장단점을 알아봤다.● 갑상샘암 기본 치료, 목 절개 수술법목 절개 수술법은 가장 많이 시행하는 갑상샘암의 기본 치료법이다. 모든 종류의 갑상샘암 수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환자가 내는 본인 부담금도 수술료 기준 100만 원 내외에 불과하다. 물론 단점도 있다. 목 앞에 눈에 잘 띄는 부분에 흉터가 남는다. 특히 갑상샘암이 진행되어 경동맥 바깥쪽 목 부위에 전이가 되면, 턱 아래부터 쇄골 상방까지의 림프샘을 제거하는 큰 수술을 해야 한다. 이때는 15∼20cm까지 절개해야 하므로 긴 흉터가 남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체질에 따라 상처가 잘 낫지 않거나 흉터가 심하게 생기는 켈로이드 피부라면 상처가 지속해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수술 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흉터 안 보이게 수술하는 내시경 수술의 발전갑상샘암이 주로 젊은 여성에게 잘 생기므로 목 앞에 흉터를 남기지 않는 여러 수술 방법이 개발됐다. 초기엔 내시경·복강경 장비를 활용한 수술 방법이 시도됐다. 1990년대 후반부터 겨드랑이 접근법, 유방-겨드랑이 접근법, 귀 뒤 접근법 등 접근 위치를 달리한 수술 방법이 시행됐고, 2015년부터 아랫입술과 턱 사이의 점막을 통해 수술하는 ‘구강 경유 내시경’ 수술이 세계적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구강 경유 내시경 수술은 기존에 개발된 모든 다른 내시경 수술에 비해 흉터가 작고 비용 또한 기존 절개수술비에 조금 더 내는 수준이다. 다만 수술 후 안면 윤곽의 변화, 턱 신경 마비 가능성, 수술 부위 감염 가능성 등 일반 수술을 받는다면 생기지 않을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 또한 수술 기구가 움직이는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갑상샘만 수술이 가능하다. 따라서 갑상샘암의 전이가 심하거나 진행성 갑상샘암, 갑상샘에 염증이 심하거나 종양이 큰 경우엔 내시경 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 다양해진 로봇수술, 비용이 많이 드는 게 흠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에 로봇수술이 도입됐다. 내시경을 로봇수술기로 대체해 집도하는 방식이다. 로봇수술기는 사람의 손목과 똑같은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고, 수술 기구가 정교해 절개 수술과 똑같은 움직임으로 내시경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기존에 절개나 내시경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몸의 깊숙한 부위까지 쉽게 접근해 수술을 할 수 있다. 다만 로봇수술은 아직 비보험이기 때문에 환자가 1000만 원가량의 수술 비용을 내야 한다. 갑상샘암 로봇수술에서 현재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방법은, 겨드랑이 한쪽으로 들어가서 수술하는 겨드랑이 접근법과 양측 겨드랑이와 양측 유방을 통해 로봇을 결합하여 수술하는 BABA(Bilateral Axillary Breast Approach) 수술법이다. 특히 BABA 수술은 절개 수술처럼 모든 종류의 수술이 가능하며, 측경부 림프절 전이에도 수술이 가능하다. 다만 양측 겨드랑이부터 앞가슴까지, 로봇 팔이 들어갈 수 있는 넓은 피부 아래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 수술이 끝나고 나서 겨드랑이에서 앞가슴까지의 공간에 통증이나 출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흉터 줄이는 수술법 개발 중BABA 수술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한 수술법이 바로 단일공 로봇수술법이다. 한쪽 유륜을 통해 단일공 로봇수술기를 넣어 수술을 시행하는 방법이다. 양측 겨드랑이부터 앞가슴까지 공간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존 BABA 수술에 비해 수술 기구가 들어가는 피부 아래 공간 면적이 50% 이상 준다. 이에 수술 시간이 빠르고 훨씬 덜 침습적이다. 하지만 아직은 초창기 시행 단계로, 조기 갑상샘암이나 크기가 작은 결절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구강 경유 내시경 수술처럼 입안으로 로봇팔을 집어넣어 수술하는 방법도 있다.구강 경유 내시경 수술과 마찬가지로 피부 흉터가 적고, 기존 겨드랑이 접근법이나 BABA 수술보다 피부 아래 공간 확보가 적어 흉터가 덜하다. 하지만 구강 경유 수술의 단점인 윤곽 변화, 턱신경 마비, 감염 등의 가능성도 있어 일부 병원에서만 시행하고 있다. 이 교수는 “다양한 수술법의 발전과 비대칭적인 제한된 정보 때문에 수술 방법을 선택하는 데 고민하는 환자가 많다”며 “가장 최선의 방법은 수술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의 갑상샘암의 특징, 기저 질환, 환자의 선호도, 경제적 사정 등을 고려해 주치의와 충분히 상의한 후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외과 의사의 로봇 수술에 대한 경험과 숙련도 또한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주한 교황청대사에게도 간청하는 서신을 보내고 있습니다. 누가 교황청에 아시는 분 없으신가요?” 한국한센복지협회는 최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의 절실한 목소리로 지인들에게 부탁을 하고 있다. 현재 경기 의왕시 원골로에 위치한 한국한센복지협회는 50년간 지켜온 보금자리에서 쫓겨나 갈 곳도 없는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을까? 한센병은 과거에 나병으로 불렸다.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인해 지금까지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질환이다. 협회는 바로 국내 한센병 환자들의 복지와 지속적인 치료뿐만 아니라 한센병과 관련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업을 하는 곳이다. 한센병 환자의 진단, 치료, 연구, 교육 등 모든 분야를 관리하는 중이다. 협회는 피부과와 가정의학과 등의 의원도 운영하면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협회는 1975년부터 지금까지 50여 년간 원골로에 자리를 하고 있다. 이곳에 터를 잡게 된 배경은 천주교와 관련이 깊다. 한국 최초 천주교 한센병 환자 복지시설인 성라자로 마을이 이곳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초대 원장인 이경재 신부가 마을 내 한센인 치료에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협회 유치를 권유하는 요청이 있었다. 결국 협회는 성 라자로 마을 내의 부지 약 3400평을 50여 년간 무상 임대한다는 계약을 천주교 수원교구와 체결하게 됐다. 이곳에 자리 잡은 협회는 50년 동안 많은 발전을 이룩해냈다. 한센병 치료뿐만 아니라 학술 및 연구까지 업무를 확장시켰다. 예전에 하지 못했던 한센병 역학조사, 진단 및 검사 방법 개발 그리고 임상 치료 등 한센 사업 전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특히 한센인 입원 시설은 전국에서 오는 환자들의 신경통, 피부 궤양, 후유장애 수술 등 다양한 치료도 해오고 있다. 그런데 50년간의 부지 무상사용 약정이 2025년 4월 만료된다. 다른 곳으로 이전하라는 천주교 요청에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 것이다. 부지 소유주인 천주교 수원교구는 임대 기간 만료 이전에도 여러 차례 부지 반환을 요구해 왔다. 이에 협회는 고민이 쌓여가고 있다. 청사를 이전하기 위해 그동안 수차례 타 지역을 물색 해왔지만 번번이 실패를 거듭했다. 무엇보다 님비 현상이 컸다. 이전 지역에서 협회를 기피시설로 인식해 주민 반대가 거세서 번번이 좌절됐다. 1996년 첫 시도가 있었다. 충북 청원군이었다. 정부로부터 청사 신축이전 예산도 받았지만 지역 주민 반대로 무산돼 그 예산은 고스란히 반납됐다. 또 서울 대방동에 청사를 준비하려고 했지만 해당 지역 주민의 협회 이전 절대 반대 시위 때문에 무산돼버렸다. 한센병은 좋은 약 덕분에 완치도 가능한 병이 됐지만 이러한 님비 때문에 졸지에 이도 저도 못 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협회는 유일한 해결책으로 현재 위치에서 한센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현 부지 일부를 매입해서 한센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천주교 수원교구에 요청했다. 하지만 천주교로부터 “가톨릭 복합타운 조성 관련 자체 복지사업을 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당초 약정대로 이전해 달라는 답변만 받은 셈이다. 한센병 환자 수는 국내에 약 8100명으로 매년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국내 외국인 한센병 유입의 증가로 인해 매년 외국인 신환자가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선 점차 잊혀가는 희귀질환이 아니라 결핵처럼 언제든지 계속 생길 수 있는 질환이 됐다. 협회는 천주교의 지원이 목마른 상황이다. 더구나 한센병 환자들의 피부과 진료를 위해 피부과가 부속으로 있는 협회의 장소도 접근성이 좋아야 돼서 무작정 인적이 없는 지역으로 옮기는 것도 어렵다. 협회 김인권 회장은 “외국인 한센병이 지속적으로 국내에 유입되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치료와 연구가 지속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관심이 꼭 필요하다”면서 “그간 한센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천주교 수원교구 측에 늘 감사드리며 마지막 한 명의 한센인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협회와 천주교가 책임진다는 큰마음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갑자기 복통이 있거나 허리에 통증이 생겨서 급하게 찾은 응급실. 하지만 응급실은 나를 위한 곳이 아닌 듯하다. ‘이렇게 아픈데 왜 빨리 안 봐주지?’ ‘도대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 아파서 찾았다가 마음까지 지치기 쉬운 곳이 바로 응급실이다. 최근 상급종합병원 응급실로 환자 쏠림이 심해지면서 불편이 더 커지고 있다. 응급실은 왜 항상 복잡하고 정신이 없는 걸까. 응급실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최석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응급의학과 전문의·사진)와 이야기를 나눠 봤다. ―응급실은 의사를 보려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먼저 접수를 한다. 하지만 응급실은 다른 과와는 달리 접수순으로 환자를 보지 않는다. 구급차에 타고 오든, 걸어서 오든, 다른 병원에서 전원을 오든 일단 응급실에 도착한 모든 환자는 중증도를 분류하고 처치가 이뤄진다. 중증도는 환자의 혈압, 맥박, 호흡수, 체온 등의 바이털과 증상 등을 종합해서 소생, 긴급, 응급, 준응급, 비응급 등의 5단계로 분류한다. 비응급으로 분류되면 순서가 밀리게 된다.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환자가 많은데 진료 순서가 밀린다고 느끼면 오히려 ‘내 상태가 괜찮구나’ 하고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응급실에서 검사하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나. “응급실에서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대기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환자가 많다. 사실 응급실에서 진행하는 검사는 굉장히 빠르게 결과가 나오는 편이다. 일반적으로 외래나 입원해서 하는 검사들은 검체(혈액, 소변 등)를 모아 다음 날 검사를 시행하기 때문에 당일에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반면 응급실의 응급 검사는 바로 진행된다. 혈액 검사의 경우 2시간 이내에 결과가 나온다.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의 영상 검사도 결과가 빨리 나오는 편이다.” ―응급실을 찾으면 항상 수액을 맞게 된다. “응급실에서 맞는 수액은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맞는 영양제 수액과는 달리 약물이 들어가는 통로를 확보하기 위한 것, 다시 말해 응급처치를 대비한 처치다. 심부전, 콩팥부전 등 수액을 조심해서 맞아야 하는 질병들도 있다. 이런 환자들에게도 응급실에서는 일단 수액을 놓는다. 대신에 수액이 들어가는 속도를 느리게 조정하는 등 조처를 해 둔다. 이 외에 탈수가 심하거나 당이 필요한 경우에는 수액 자체가 치료제가 되기도 한다.” ―경증 응급환자들은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하나. “경험적으로 보았을 때 구토, 설사와 같은 증상으로 대표되는 장염이 응급실 경증 환자 중에서 가장 흔하다. 이런 경증 환자들이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같은 중증 환자를 봐야 하는 응급실로 많이 오게 되면 응급실이 과밀해지고 중환자를 돌봐야 할 의료진이 부족해진다. 결국 중증 환자들에 대한 치료가 적시에 이루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경증 환자는 지역응급의료기관이나 응급의료기관 이외 응급실로 가면 훨씬 더 편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야간에도 이용할 수 있는 간이응급실 개념의 외래를 운영하기도 한다. EM365와 같은 병원들이 이에 속한다.” ―꼭 응급실로 와야 하는 상황은…. “최근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호흡기 증상이 심하면 바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폐렴인데 너무 늦게 오는 환자가 있다. 청색증이 생기거나 호흡곤란이 심하면 응급실 방문을 미뤄선 안 된다. 가슴이 조이듯이 아프거나 코끼리가 밟는 듯한 느낌의 흉통이 있으면 심근경색의 징후일 수 있다. 골든타임이 중요하므로 주저 없이 응급실로 와야 한다. 특히 한쪽으로 힘이 빠지고, 어지럽고, 말이 어눌해지면 뇌경색과 뇌출혈이 의심되므로 응급실로 와서 CT 같은 영상검사를 해 봐야 한다.” ―응급진료를 받으면 외래진료보다 비싸다. “응급실이 비싼 것은 사실이다. 야간진료 할증, 응급 의료관리료 등이 추가돼 그렇다. 특히 응급실 이용 시 응급 의료관리료가 청구되는데, 비응급으로 분류되는 경우 이 비용을 100%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종별로도 응급 의료관리료가 조금씩 다른데, 일반 지역응급의료기관은 2만 원대 초반,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약 5만 원, 보다 큰 규모의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약 7만 원이다. 또한 응급의료센터급 이상의 응급실은 전문의 진찰료가 더 붙는다. 모두 경증 환자가 응급 상황이 아닌데도 응급실로 오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이기도 하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김진수 인턴기자 고려대 의대 4학년}

“집에서 편안하게 병원에서 하는 건강강좌를 들을 수 있을까?” 명의들이 진행하는 건강강좌는 예전 같으면 병원에 방문해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제페토, 게더타운 등의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한다면 굳이 직접 참석하지 않더라도 집이나 직장에서 나의 아바타가 가상공간에서 강좌를 듣고 질문도 할 수 있다. 가상공간에서 같은 질환을 앓는 환우들과 대화하며 건강정보를 나눌 수 있다. 최근에 대형병원 중심으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확장현실(XR), 디지털트윈,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기술이 융합돼 구현되는 메타버스를 이용해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 보호자, 지역 주민들에게도 각종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내시경 시술 전 환자에게 차분한 분위기의 VR 화면을 보여주면 불안감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는 국내 첫 VR 진료로 메타버스가 의료 영역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를 보여줬다. 지난해 10월엔 미래 의료를 위해 메타버스를 의료에 적용하고 연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료 메타버스 학회(박철기 회장·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출범했다. 메타버스와 결합된 의료서비스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환자에게 제공될 수 있다. 현재 병원들은 이런 새로운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앞다퉈 메타버스 활용에 나서고 있다. 일반인 대상으로 한 메타버스 경희의료원 지난해 경희의료원은 메타버스 4종 채널을 홍보팀에서 자체적으로 기획해 제작한 후 메타버스 공간을 건강상담에 활용하고 있다. 경희의료원은 젭(ZEP), 게더타운, 제페토, 아트스텝스 총 4개의 메타버스를 선택했다. 대표적으로 운영하는 건강상담 채널은 메타버스 ‘젭’을 이용한 ‘건강상담센터’이다. 경희의료원은 ‘젭’을 기반으로 공무원연금공단과 협력해 매월 2회 이상 정기적으로 건강상담을 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서 처음으로 시작한 만큼 관심도 높고 인기도 많다. 최근엔 동대문구 보건소와도 협력해 일반인까지 대상 범위를 넓혔다. 최석근 경희의료원 홍보실장(신경외과 교수)은 “메타버스 건강상담 참석자는 많지 않지만 깊이 있는 상담이 가능해 만족도가 높다. 유튜브 라이브 건강상담과 같이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방식과 차별화된다”면서 “현재까지 총 170명 정도가 메타버스 상담을 받았는데 앞으로도 지속적인 건강상담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료진뿐 아니라 참석자들도 채팅창과 마이크로 직접 대화하는 등 아바타로 상담에 참여한다. 게임을 하듯 재미있고 본인의 궁금점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또 게더타운 ‘가상컨벤션센터’는 4개의 공간으로 이뤄져 있고 병원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병원사이트 연결, 중요 정보 안내 등 이용자가 병원을 연결하는 허브로 사용하고 있다. 제페토 ‘경희놀이터’는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휴식과 위로의 가상공간으로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오락 기능이다. 아트스텝스 ‘VR 역사전시관’은 가상의 전시관으로 의료원의 첫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주요 기록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았다.메타 건강증진센터도 등장 인하대병원은 최근 ‘메타버스 건강증진센터’를 오픈했다. 검진 예정자들이 미리 센터를 체험하면서 각종 검사에 대한 궁금증과 걱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병원 내외부를 실제와 똑같이 구현해 마치 병원을 직접 방문한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가상공간 병원 로비에 들어서면 병원이 직접 제작한 의료정보 등의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병원 유튜브 채널과 홈페이지가 가상공간에 연결돼 있어 바로 이동이 가능하다. 진료 예약 및 결제, 검사 결과 확인 등이 가능한 ‘MY인하’ 앱을 내려받을 수 있다. 최지호 인하대병원 건강증진센터장 교수는 “건강증진센터는 예약-진료-검사가 한 공간에서 모두 이루어지는 곳이라 메타버스를 처음 시도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환자는 검진 과정을 미리 눈으로 확인하니 두려움과 궁금증 해소에 도움을 받고, 의료진은 똑같은 설명을 환자분들마다 전달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어 효율적으로 상담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자체 개발한 플랫폼으로 인공지능과 연결, 해돋이 구현해 눈길 중앙대광명병원은 초연결을 실현하기 위해 디지털 세상에 병원을 그대로 구현하는 ‘메타버스피탈’(Metaverspital)을 구축하고 있다. 다른 병원들이 제페토, 로블록스 같은 외부의 플랫폼을 이용해 메타버스로 구현한 것과 달리, 중앙대광명병원은 자체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환자들은 ‘메타버스피탈’을 통해 병원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진료 절차와 상담 등 다양한 의료 경험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다. 현재는 의료법의 허용 범위를 감안해 실질적인 진료와 상담보다는 환자들이 병원 방문에 앞서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올 1월 1일에는 직접 방문이 어려운 입원환자와 보호자, 교직원들이 계묘년 새해 첫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도록 병원업계 최초로 ‘메타버스 해돋이’를 시행하기도 했다. 이철희 중앙대광명병원장은 “의료기관의 디지털 전환은 결국엔 환자 중심의 의료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메타버스 해돋이를 통해 답답한 입원 생활로 지친 환자분들이 희망을 갖고 쾌유하시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의사, 환자의 활용성을 높인 닥터메타 구축국립암센터는 2021년부터 디지털콘텐츠 산업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한 지역 비대면·비접촉 디지털콘텐츠 육성사업에 참여해 닥터메타를 구축했다. 디지털콘텐츠 활용을 통해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고 지역적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실감형 콘텐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 인프라를 전국 12개 모든 지역암센터에 구축했다. 즉 ‘닥터메타’(Dr.Meta) 내 개발되는 5개의 서비스 모델은 △메타버스 다학제 콘퍼런스 △메타버스 장루(腸瘻)케어(의료진과 환자용 2개) △메타버스 캠핑 △메타버스 교육센터 등이다. 메타버스 다학제 콘퍼런스는 여러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각 전문 분야의 의료진이 가상공간에 한데 모여, 환자 관련 영상정보나 건강정보를 검토하고 최상의 진료 계획을 논의하고 협력하는 플랫폼이다. 특히 메타버스 장루케어는 장루 환자들이 질환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장루 주머니 관리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개발된 플랫폼이다. 처음 장루 시술을 받는 환자가 가상공간에서 AR 장루 착용에 대해 체험함으로써 일상생활 속에서 자가 케어를 능숙하게 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3차원 가상공간은 감염 우려가 없다는 장점도 있다. 또 메타버스 캠핑은 캠핑장을 본떠 만든 가상공간에서 환자와 가족, 의료진이 만나, XR 공간 내에서 소통할 수 있어 회복을 향한 의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윤정 국립암센터 암관리정책부장은 “가상공간에서 암 환자와 의료진에게 디지털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부 활동이 어렵거나 지역에 사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앞으로 국내외 의료시설과 연구원 등 여러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암 진료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양질의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수술실을 메타버스화해 교육에 선도적인 역할 분당서울대병원 수술부에는 의사가 음성으로 수술실 환경(조명 등)을 조정하고, 병원 내 병리과 검사실부터 외부에 있는 병원까지 의사소통이 필요한 곳 어디든 소통할 수 있는 영상 및 통신시스템이 구축된 ‘스마트 수술실’이 있다. 스마트 수술실엔 메타버스를 활용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춰져 있다. 즉 기존 4K 해상도수술 내시경과 수술 시야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3D 수술 내시경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화면, 360도 카메라를 이용한 8K 해상도 VR 영상 등을 제작할 수 있는 장비 등을 갖췄다. 수술 생중계도 가능한 시설이다. 스마트 수술실을 주도하고 있는 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아시아흉강경수술교육단을 만들어 ‘2021년 아시아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XR 기술 플랫폼을 활용한 ‘제6차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아시아 각국의 흉부외과 의료진 200여 명이 참석해 교육받을 만큼 호응이 뜨거웠다. 이같은 혁신적인 시도가 코로나19 시대를 만나 주목받으면서 전 교수가 총괄하는 ‘헬스케어 XR 글로벌 연구회’가 2021년 9월에 닻을 올리기도 했다. ‘헬스케어 XR 글로벌 연구회’는 국제 헬스케어 메타버스 콘퍼런스를 영국 맨체스터(2021년 1회), 분당서울대병원(2022년 2회)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콘퍼런스엔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총 26개국에서 400여 명 의사들이 대거 참여해 성황리를 이뤘다. 제3회 콘퍼런스는 올해 5월 25∼26일 두바이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의료계에선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과 의술이 결합하면 메타버스 의료서비스 분야도 선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분당서울대병원은 VR 장비를 활용해 실제 현장과 같은 환경에서 심정지 환자를 구조하는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월 25일 오픈한 분당서울대병원 ‘시뮬레이션센터’는 VR 고글과 센서가 내장된 마네킹 등이 갖춰진 환경에서 심폐소생술(CPR) 교육을 실시해 실제 현장과 같은 환경에서 CPR을 해볼 수 있는 교육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특히 마네킹에 부착된 센서를 토대로 항목별 점수화가 돼 사용자에게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며, 교육과정에도 지속해서 이것을 반영하는 식이다. 첨단 CPR 교육실로 인해 심정지 환자들을 구조할 수 있는 역량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 교수는 “차세대 인터넷 혁명인 메타버스는 확장 현실 기술을 중심으로 헬스케어 영역에도 점차 효과적으로 활용될 것이다”며 “앞으로 의료인 교육뿐만이 아니라 환자 안전, 고객 만족, 일반인 정보공유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외 고려대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서원희 교수도 1월 12일에 ‘올바른 생활 습관을 위한 어린이 건강 캠프 1기’를 개최하며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소아청소년 비만 자가 건강관리 서비스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대사증후군, 성조숙증 등의 각종 질환의 주요 위험인자일 뿐만 아니라 자존감 저하, 우울증, 교우관계의 문제도 일으킬 수 있어 예방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서 교수는 “소아청소년들이 스스로 흥미를 가지고 접근하도록 해 비만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넌 모르잖아, 알록달록한 세상.”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학교폭력 피해자 문동은(송혜교)이 색약을 앓고 있는 가해자 전재준(박성훈)에게 한 말이다. 이 말은 사실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색약도 어느 정도 색을 구분하는 게 가능하다. 양희경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와 김대희 김안과병원 안과 전문의의 도움으로 특정 색의 구분이 어려운 색약에 대해 알아봤다. ●약하면 색약, 심하면 색맹우리 눈에서 필름 역할을 하는 망막에는 적색, 녹색, 청색을 관장하는 3종류의 원뿔세포가 있다. 원뿔세포는 들어오는 빛의 파장에 따라 반응이 활성화되는데 이 정도에 따라 다양한 색을 인지한다. TV 화면을 확대해 보면 적색 녹색 청색이 다양하게 합쳐져 색을 표현하는 것과 비슷하다. 색약은 3종류의 원뿔세포가 모두 존재하지만, 그중 하나의 기능이 저하된 경우다. 보통 특정 색만 구분이 어렵다. 특히 적색 또는 녹색을 잘 가려내지 못하는 적록색약이 가장 흔하다. 반면 색맹은 한 종류의 원뿔세포가 기능을 거의 못 한다. 색약보다 정도가 심해 아예 채도와 명도가 다른 세상을 보게 된다. 색약, 색맹은 대개 유전으로 타고나는 경우가 많다. 후천적인 원인으로는 당뇨병으로 인한 망막혈관 질환, 노화에 의한 황반변성, 녹내장, 시신경 질환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경우에는 대개 시력 저하나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한다.●아빠가 색약이면 딸은 색약 될 가능성 절반드라마에서 전재준의 딸로 암시되는 하예솔(오지율)은 색약으로 등장한다. 아빠가 색약이면 딸도 반드시 색약일까. 색약 유전자는 부모로부터 받은 성염색체인 X염색체를 통해 전달된다. XX 염색체를 지닌 딸은 부모로부터 각각 받은 두 X염색체 모두 이상이 있어야 색약이 나타난다. 즉, 하예솔은 엄마와 아빠 모두로부터 색약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이다. 엄마가 색약이 아닌 것은 두 X염색체 가운데 하나만 색약 유전자라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반면 XY 염색체를 지닌 아들은 엄마로부터 X염색체, 아빠로부터 Y염색체를 받는다. 엄마에게 받은 하나뿐인 X염색체에 색약 유전자가 있으면 무조건 증상이 나타난다. 색약이 여자보다 남자에게 흔한 이유다.●색약인이 일상에서 겪는 불편색의 이름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은 색을 혼동하거나 특정 색의 물건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미술 전공을 원하는 경우 입학 제한은 없으나 역시 정해진 색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을 보는 렌즈가 독특하기 때문에 유명한 인상파 화가 중에는 색약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 예전에 비해 완화된 편이지만 일부 직업은 제한을 두기도 한다. 항공기 조종사는 정상, 경찰관은 정상 또는 약한 색약만 지원할 수 있다. 소방관은 색맹과 심한 적색약만 제외하면 지원 자격이 된다. 드라마에서 전재준과 하예솔은 신호등의 빨간색과 초록색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이는 흔한 색약에 대한 오해다. 양 교수는 “실제로 색약의 경우 색을 구분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면서 “색맹이어도 적색과 녹색 신호를 채도와 명도 차이로 구분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다만 적색이 노란색에 가깝게, 녹색이 회색에 가깝게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호등의 삼색을 구분할 수 있으면 누구나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색약도 치료가 가능할까. 드라마에서 전재준은 항상 빨간 렌즈를 착용한다. 김 전문의는 “콘택트렌즈나 보정 안경은 구분이 어려운 색의 선명함을 높여 색의 구분을 돕지만, 그렇다고 해도 일반인처럼 보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직은 뚜렷한 치료 방법이 없는 셈이다. 하지만 후천적 이상으로 오는 경우엔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경과에 따라 호전될 수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우연재 인턴기자·고려대 의대 4학년}

기온이 떨어지면서 손발 저림이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보통 손발 저림은 혈액순환 장애를 떠올리기 쉽지만 말초신경병증인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신경계는 크게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으로 나뉜다. 말초신경병증은 팔다리를 비롯한 몸 전체에 나뭇가지처럼 퍼져 있는 말초신경계의 손상으로 생긴다. 말초신경의 감각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촉각이 둔해지거나 저리고 가벼운 접촉에도 통증이 심해진다. 운동신경이 손상되면 마비 증상이나 근위축이 나타나기도 한다. 신경의 손상 부위에 따라 질환 형태도 다양하다. 하나의 신경만 손상되는 단일신경병증은 한쪽 팔이나 다리에 부분적으로 증상이 나타난다. 손목터널증후군이 대표적이다. 손가락이 저린 증상을 호소하며 손이나 손목에 무리가 가는 일을 자주 하는 사람에게서 흔하다. 전신의 말초신경이 손상되는 다발성신경병증은 증상이 양손, 발가락 끝에서 시작해 점차 팔다리 전체로 진행된다. 나중엔 통증이 심해져 일상생활이 힘들어진다. 당뇨병이 원인인 경우가 가장 많다. 항암제, 면역체계 이상, 알코올의존증, 영양 결핍 등으로도 생길 수 있다. 말초신경병증은 원인과 증상이 제각각이라 진단이 어렵다. 발생 부위가 어디인지, 증상이 얼마나 심한지, 동반되는 증상이 있는지 등 진행 경과를 살피고 다른 신경계통 의심 증상이 있는지 확인한다. 신경근전도검사, 신경초음파검사 등으로 손상된 신경 부위를 파악하고, 말초신경병증으로 진단되면 발병 원인을 찾기 위해 혈액검사 등을 추가로 시행한다. 원인에 따라 말초신경병증의 치료법은 다양하다. 당뇨병, 만성신부전 등 완치가 어려운 만성질환이 원인이라면 원인 질환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 자가면역질환 때문이라면 각 질환의 원인에 따라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면역글로불린 등을 투여해 치료한다. 과도한 알코올 섭취가 원인이면 금주를 실천하고, 영양 결핍이면 적절한 영양을 섭취해야 한다. 박수연 원자력병원 신경과 과장은 “만성질환으로 인한 말초신경병증은 완치가 어려워 치료를 주저하는데 증상 완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말초신경병증은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질환으로 초기에 치료받으면 재발이 적고 삶의 질이 크게 높아진다”고 말했다. 저릿저릿하거나 바늘로 찌르고 타는 듯한 느낌 등 증상이 나타나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말고 한 번쯤 신경과를 찾아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겨울철 차고 건조한 날씨로 우리 몸에서 손상을 가장 잘 입을 수 있는 부위가 손등이다. 가렵고 뻣뻣해지는 증상뿐만 아니라 피부가 갈라지기도 하고 신경까지 예민해질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심한 상태를 손 건조증이라고 한다. 이운하 인제대 상계백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조한 겨울철에는 몸속 피부 수분 함유량과 보습력이 떨어지고 땀 분비가 감소해서 건조해지기 쉽다”면서 “이 시기 특히 손 관리를 집중적으로 해야 된다”고 말했다. ●손을 더욱 건조하게 만드는 약물과 질환손 건조증은 낮은 기온과 건조한 공기뿐 아니라 평소 복용하는 약물이나 특정 질환에도 영향을 받는다. 건성피부를 유발하는 약물로는 이뇨제, 항히스타민제 그리고 여드름 치료제인 레티노이드 등이 있다. 또 침샘, 눈물샘, 땀샘 부위를 파괴하는 쇼그렌증후군과 손을 뻣뻣하게 만드는 전신경화증도 손 건조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전신경화증의 경우 손가락과 손 피부에서 증상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손끝이 추위에 노출되었을 때 손가락이 창백해지고 점차 푸르스름해지면서 저리고 아픈 느낌이 발생한다. 그러다가 점차 손가락과 손이 붓고 뻣뻣해지는 경화 증상이 나타난다. 점점 진행되면 손가락을 펴기 힘든 수족지경화증이 동반된다. 따라서 피부만 건조해지는 손 건조증과는 구별이 가능하다. 또 쇼그렌증후군은 침 분비 감소로 인한 구강건조증과 눈물 분비 감소로 인한 안구건조증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결국 땀 분비까지 감소해 손의 건조증도 잘 유발한다.●손 건조증 악화 시 습진이 흔하게 동반건조 증상이 지속될 경우 홍반과 가려움증을 동반한 피부염인 습진이 가장 흔하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손을 자주 씻거나 알코올 성분이 함유된 손소독제를 자주 사용하면 피부가 자극돼 건조함이 심해진다. 아토피를 앓았던 환자는 기본적으로 피부장벽이 결손되고 보습력이 떨어져 있으므로 만성적으로 손 건조증과 손 습진이 지속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손 건조증은 화학물질, 유기용제 등의 과도한 접촉으로 더욱 악화할 수 있다”며 “특히 비누, 세제 등의 과도한 사용이나 파마약, 염색약 등의 화학물질과 접촉하면 탈수 작용이 강해져 손이 마르는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손 건조증 원인 파악과 올바른 보습이 중요손 건조증의 치료를 위해서는 복용 약물 중 피부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을 중단하거나 다른 계열의 약물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 또 쇼그렌증후군이나 전신경화증 진단을 위해 병원을 방문해 진료받아 보는 것이 중요하다. 피부 보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도한 손 씻기를 자제하고 손을 씻거나 손소독제를 사용한 이후에는 꼭 피부장벽을 회복시키는 성분과 보습인자가 풍부한 전용 보습제를 발라야 한다.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지방산 등의 성분은 피부 세포인 각질 세포 사이를 메워줘 피부장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보습제의 제형은 수분 함량에 따라 수분이 많은 순으로 로션, 크림, 연고로 나눌 수 있다. 몸 전체적으로 넓은 면적을 발라야 할 때는 끈적임이 덜한 로션형이 선호되지만, 손 부위와 같이 부분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크림이나 연고 타입이 훨씬 효과적이다. 특히 겨울철 손 부위는 끈적임이 있더라도 밀폐 효과가 장시간 유지되는 연고 타입이 더 좋다. 손을 씻은 이후에는 반드시 연고를 꼼꼼히 발라준다. 평소에도 손이 건조해지는 느낌이 있거나 가려우면서 따가운 증상이 있다면 하루 4회 이상 틈틈이 손 연고를 충분히 발라주는 것이 좋다. 핸드크림은 피부 고유의 지질층 구성 물질(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지방산)과 천연 보습인자(글리세린, 우레아, 하이드록시산, 프로필렌글리콜)가 함유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으며, 아토피 전용 보습제도 좋다. 이 교수는 “설거지할 때 주방세제에 노출되지 않도록 고무장갑을 끼고, 작업 중 화학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있을 때는 반드시 보호장구를 잘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호장구 안에도 라텍스 등에 의한 알레르기와 자극을 줄이기 위해 면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에서 시행하는 캥거루 케어 아시나요?”‘캥거루 케어’란 부모가 아이를 가슴에 안고 일정 시간 동안 피부를 맞대고 있는 것을 말한다. 그 모습이 마치 주머니 안에서 새끼를 키우는 캥거루와 닮아 캥거루 케어라는 이름이 붙었다. 부모 품에서 회복을 돕는 캥거루 케어는 신생아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서적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엄마와의 피부 접촉은 아이에게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를 유도한다. 병원에서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한 미숙아가 입원하는 NICU에도 이러한 캥거루 케어를 도입한 병원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인하대병원은 지난해 10월부터 국내 최초로 NICU 내 ‘가족 중심 치료’를 시작하면서 그 일환으로 캥거루 케어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미숙아는 엄마의 배 속에서 37주 미만 머물다 태어난 신생아로 대개는 엄마와 분리돼 NICU에서 의료진의 전문적인 치료와 보살핌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주영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이를 안고 젖을 먹이면 옥시토신 분비가 촉진된다. 옥시토신은 아이를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고 면역력을 향상한다”며 “면역력이 약한 미숙아가 부모와 접촉해도 될지 걱정하는 분도 있지만 오히려 감염 위험성은 낮다”고 말했다. NICU 내 가족 중심 치료는 보호자 만족도도 높다.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 아이를 옆에서 직접 관찰하고 접촉하는 게 가능해져 아이와 유대를 쌓고 불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직접 의료진과 미숙아 치료에 대해 상의와 협력을 하면서 의료진에 대한 신뢰를 쌓게 되는 장점도 있다”면서 “이전에는 NICU 내 아기와 부모가 분리되어 있고, 전화상으로 이야기하다 보니 소통에 한계가 있었다. 이제는 서로 상황을 아니까 눈만 마주쳐도 서로 이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인하대병원은 NICU 내 캥거루 케어를 위해 부모가 아이를 직접 돌볼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는 것 이외에도 3월부터는 가족실(single family room)을 신설해 운영할 계획이다. 또 효과적인 케어를 위해 인큐베이터와 카우치(아이를 품을 수 있는 소파), 신생아 전용 목욕 시설, 보호자 침대 및 라운지 등 의료와 생활이 합쳐진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우연재 인턴기자·고려대 의대 4학년}

겨울철 차고 건조한 날씨로 우리 몸에서 가장 손상을 입을 수 있는 부위가 손등이다. 가렵고 뻣뻣해지는 증상뿐만 아니라 피부가 갈라지기도 하고 신경까지 예민해질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심한 상태를 손 건조증이라고 한다. 이운하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조한 겨울철에는 몸 속 피부 수분 함유량과 보습력이 떨어지고 땀 분비가 감소해서 건조해지기 쉽다”면서 “이 시기 특히 손 관리를 집중적으로 해야 된다”고 말했다. ● 손을 더욱 건조하게 만드는 약물과 질환 손 건조증은 낮은 기온과 건조한 공기 뿐 아니라, 평소 복용하는 약물이나 특정 질환에도 영향을 받는다. 건성피부를 유발하는 약물로는 이뇨제, 항히스타민제 그리고 여드름 치료제인 레티노이드 등이 있다. 또 침샘, 눈물샘, 땀샘 부위를 파괴하는 쇼그렌증후군과 손을 뻣뻣하게 만드는 전신경화증도 손 건조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전신경화증의 경우 손가락과 손 피부에서 증상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손끝이 추위에 노출되었을 때 손가락이 창백해지고 점차 푸르스름해지면서 저리고 아픈 느낌이 발생한다. 그러다가 점차 손가락과 손이 붓고 뻣뻣해지는 경화 증상이 나타난다. 점점 진행되면 손가락을 펴기 힘든 수족지경화증이 동반된다. 따라서 피부만 건조해지는 손 건조증과는 구분이 가능하다. 또 쇼그렌증후군은 침 분비 감소로 인한 구강건조증과 눈물샘 분비 감소로 인한 안구건조증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결국 땀 분비까지 감소해 손의 건조증도 잘 유발한다.● 손 건조증이 악화 시 습진이 흔하게 동반 건조 증상이 지속될 경우 홍반과 가려움증을 동반한 피부염인 습진이 가장 흔하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손을 자주 씻거나 알코올 성분이 함유된 손소독제를 자주 사용하면 피부가 자극돼 건조함이 심해진다. 아토피를 앓았던 환자는 기본적으로 피부장벽 결손과 보습력이 떨어져 있으므로 만성적으로 손 건조증과 손 습진이 지속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손 건조증은 화학물질, 유기용제 등의 과도한 접촉으로 더욱 악화할 수 있다”며 “특히 비누, 세제 등의 과도한 사용이나 파마약, 염색약 등의 화학물질이 접촉되면 탈수 작용이 강해져 손이 마르는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건조증 원인 파악과 올바른 보습이 중요 손 건조증의 치료를 위해서는 복용 약물 중 피부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을 중단하거나 다른 계열의 약물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 또 쇼그렌증후군이나 전신경화증의 유무 진단을 위해 병원을 방문해 진료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피부 보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도한 손 씻기를 자제하고 손을 씻거나 손소독제를 사용한 이후에는 꼭 피부장벽을 회복시키는 성분과 보습인자가 풍부한 전용 보습제를 발라야 한다.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지방산 등의 성분은 피부 세포인 각질 세포 사이를 메워줘 피부장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보습제의 제형은 수분함량에 따라 수분이 많은 순으로 로션, 크림, 연고로 나눌 수 있다. 몸 전체적으로 넓은 면적을 발라야 할 때는 끈적임이 덜한 로션형이 선호되지만, 손 부위와 같이 부분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크림이나 연고 타입이 훨씬 효과적이다. 특히 겨울철 손 부위는 끈적임이 있더라도 밀폐 효과가 장시간 유지되는 연고 타입이 더 좋다. 손을 씻은 이후에는 반드시 연고를 꼼꼼히 발라준다. 평소에도 손이 건조해지는 느낌이 있거나 가려우면서 따가운 증상이 있다면 하루 4회 이상 틈틈이 손 연고를 충분히 발라주는 것이 좋다. 핸드크림은 피부 고유의 지질층 구성 물질(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지방산)과 천연보습인자(글리세린, 유레아, 하이드록시산, 프로필렌글리콜)가 함유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으며, 아토피 전용 보습제도 좋다. 이 교수는 “설거지 중 주방세제에 노출되지 않도록 고무장갑을 끼고 작업 중 화학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있을 때는 반드시 보호장구를 잘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호장구 안에도 라텍스 등에 의한 알레르기와 자극을 줄이기 위해서 면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최근 기자는 헌혈의집 광화문센터를 방문해 헌혈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헌혈이다. 헌혈에 걸린 시간은 10분 정도. 우유 팩 2개 정도 양인 400mL ‘전혈 헌혈’을 했다. 외국으로부터 수입하지 않고 혈액을 자급자족하기 위한 필요 헌혈자 수는 연간 약 300만 명. 하지만 2022년 기준 국내에선 총 244만여 명이 헌혈했다. 더욱이 연초에는 헌혈자가 가장 줄어드는 시기이다. 저출산, 고령화는 헌혈자 수에도 영향을 미쳤다. 헌혈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수혈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헌혈의집 광화문센터장인 신금옥 과장(간호사)을 만나 헌혈에 대한 오해를 풀어 봤다. ―헌혈 시 찌르는 주삿바늘이 항상 걸림돌이다. “그렇다. 바늘이 무서워 헌혈 못 하는 분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찌르는 통증은 0.1초도 안 된다. 한순간 꾹 참으면 이후로는 아프다는 느낌이 없다. 수혈이 필요한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혈액제제는 오직 헌혈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자발적인 참여가 꼭 필요하다.”―기자와 같은 중장년층은 헌혈에 얼마나 참여하나. “요즘은 헌혈의 필요성에 대해 많은 분이 공감하고 있어 덩달아 중장년층의 헌혈 참여도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10, 20대 헌혈자에 대한 의존도(2022년 기준 54.7%)가 높은 게 현실이다. 중장년층에서 더욱 적극적인 헌혈 참여가 필요하다.”―헌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건강상 장점이 있나. “헌혈을 하면 무엇보다 본인이 몰랐던 건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헌혈 전 건강진단, 혈액검사 및 등록헌혈자 추가검사를 통해 건강상태를 체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헌혈 앱인 ‘레드커넥트’를 통해 본인의 검사결과를 동일한 성별, 연령대의 것과 비교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비교해서 파악할 수 있다.”―어떤 검사를 받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달라.“헌혈 전 검사로 체중, 혈압, 혈액소 검사를 통해 일반건강 상태와 빈혈 유무를 파악한다. 또 헌혈한 혈액을 통해 B형과 C형 간염바이러스, 인체 T 림프영양성 바이러스(면역 상태 검사), 매독, ALT수치(신장 기능) 총단백수치 등의 검사를 받는다. 이외에도 중장년층이 여러 번 헌혈을 하면 AST수치(간기능), 알부민, 총콜레스테롤, 요소질소(신장 기능) 등의 추가 검사도 가능하다. 이러한 검사를 통해 혈관건강, 신장건강, 간건강, 감염성 질환 유무를 파악할 수 있다.”―전날 과음하거나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헌혈을 할 수 있나. “헌혈 당일 숙취가 없고 몸 상태가 괜찮으면 헌혈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날 과음으로 인해서 몸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경우에는 헌혈자의 안전을 위해서 헌혈을 보류하고 있다. 헌혈 전에 특별히 피해야 할 음식은 없다. 하지만 과도하게 기름진 음식을 먹었다면 혈액이 혼탁해질 수 있다. 따라서 기름진 음식은 헌혈 전에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다이어트 중일 때 헌혈을 하면 빈혈 등의 문제가 생기지 않나. “빈혈 유무를 사전에 알기 위해 혈색소 검사를 하게 된다. 전혈 헌혈의 경우 혈색소 12.5g/dL 미만, 성분 헌혈의 경우 혈색소 12.0g/dL 미만이면 헌혈을 할 수 없는데 이 기자는 15g/dL로 나와 헌혈이 가능했다. 대개 남성은 400mL, 여성은 320mL의 혈액을 헌혈하는데 이는 우리 몸 전체 혈액량의 약 10%다. 이 정도는 헌혈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건강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고 헌혈 후 1, 2일 정도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우리 몸이 스스로 혈액량을 회복한다.”―헌혈이 끝나면 바로 귀가해도 문제가 없나. “헌혈 시간은 대개 10분 정도 소요되지만, 헌혈 종료 후 15분간은 헌혈의집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쉬는 동안 준비된 맛있는 간식을 먹을 수 있다. 또 대한적십자사에선 다가오는 밸런타인데이(14일)와 화이트데이(3월 14일)에 헌혈하는 분들을 위해 초콜릿, 사탕과 베리맛이 나는 철분 젤리도 제공할 예정이다. LG생활건강에서 헌혈자분들의 철분 건강을 위해 특별히 제작해 기부한 ‘철분 인(in) 구미’ 제품이다. 이 외에도 영화관람권, 여행용 세트 등 다양한 기념품을 받을 수 있고 기부권을 선택하여 기념품을 받는 대신 그 금액만큼 취약계층 긴급지원 및 고등학생 장학금 사업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사용되도록 할 수도 있다. 기부권 선택금액은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 자동 반영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지난달 17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의 이른 아침, 스님이 지나가는 길마다 찹쌀과 각종 과자, 면류 등 먹을거리를 든 주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스님들이 들고 있는 공양그릇이 금세 가득 찰 정도였다. 이 중 일부는 스님이 하루 먹을 양식이다. 나머지는 그 지역의 가난한 주민들의 소중한 식량이 된다. 라오스 전역에서 매일 오전 5∼7시에 이뤄지는 이런 나눔과 베풂의 종교의식을 ‘탁발’이라고 한다. ‘탁발’은 끼니를 굶는 사람을 구제하는 라오스의 독특한 문화다. 대한민국과 라오스 양국 간에도 탁발 행렬에 비할 만한 나눔과 베풂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6·25전쟁 직후 대한민국은 의사도, 의료기기도 부족해 병원에서 간단한 수술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심장수술, 뇌수술, 관절수술 등의 고난도 수술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당시 미국 미네소타주립대는 서울대 의대 의료진 77명을 초대해 첨단 의술을 가르쳤다. 이른바 ‘미네소타 프로젝트’라 불리는 1955∼1961년 진행된 서울대 재건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다시 돌아온 77명은 미국에서 배운 의술로 우리 국민의 건강을 돌봤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거듭나면서 지금은 한국판 ‘미네소타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동남아시아 국가, 특히 라오스 의료진에게 선진 의술을 전해주고 있는 ‘이종욱-서울 프로젝트’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13년간 이어지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의 지원을 받아 서울대 의대가 라오스 의사들을 초청한다. 지금까지 라오스 의료인 164명이 한국의 선진 의술을 배워 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3년 동안 단절됐던 라오스에 대한 의료 나눔과 베풂이 올해부터 다시 재개됐다. 이종욱-서울 프로젝트 운영위원장인 신희영 서울대병원 소아과 명예교수(68·대한적십자사 회장)는 라오스 소아백혈병 환자들을 위해 한국에서 가져온 항암제 등 약품 기증과 함께 추가 1억 원 지원을 약속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총 2억4000만여 원을 모금해 구입한 항암제를 지원해 총 42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또 유전자 질환으로 뼈가 자라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치료제를 지원해 건강을 되찾아 주기도 했다. 이 소아 환자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역할은 최용 서울대병원 소아과 명예교수(79)가 담당했다. 또 라오스 외상전문병원인 미타팝병원의 의료진에게 인공무릎관절, 인공고관절 수술을 가르쳐준 김인권 지도교수(현 서울예스병원 원장·72)는 이번 라오스 의료봉사에서도 4일 동안 무려 24건의 무료 수술을 하면서 그곳 의료진에게 고난도 기술을 가르쳤다. 김 지도교수는 “환자들 중에선 한국 의사에게 인공관절 수술을 받기 위해 3년 가까이 기다린 이들도 있었기에 힘들다는 이유로 수술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24건의 총수술비는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1억5000만 원이 넘는다. 라오스 현지에서 진행된 김 지도교수 수술 팀에는 기자와 새로 합류한 이길용 신경외과 전문의가 열심히 도왔다. 대한적십자사에선 수술할 때 필요한 혈액 지원을 위해 적십자 헌혈차 2대와 채혈 시 필요한 기계 등을 기증했으며 이를 운용할 인력도 교육했다. 이번 이종욱-서울 프로젝트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의사들인 신 교수와 최 교수, 김 지도교수를 보면 공통점이 눈에 뛴다. 바로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의이면서 남들 같으면 은퇴해서 편히 쉬어야 할 나이임에도 해외에서 탁발 행렬의 스님과 같은 역할을 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노장들의 의료봉사는 베트남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인 의사로는 처음으로 9월부터 베트남 다낭의 주이떤대 의대 이사회 의장으로 임명된 허재택 전 중앙보훈병원 원장(69)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이곳에서 향후 정보기술(IT)을 이용한 의학교육 혁신, 최신 의료기자재 및 장비 도입,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의 산물들을 이용한 새로운 분야 개척 등을 약속했다. 이번에 처음 라오스 의료봉사를 한 이길용 신경외과 전문의는 “젊은 의사들도 하기 힘든 벅찬 일들을 하는 노장들을 보니 저절로 존경스럽다는 마음이 든다”면서 “매년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은퇴하거나 은퇴를 앞둔 의사들의 탁발 행렬이 우리의 의술이 필요한, 또 제2의 한국을 꿈꾸는 라오스 베트남 등에서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백내장은 노화에 따른 질병이다. 수정체가 불투명해져 발생한다. 혼탁해진 수정체가 빛을 산란시켜 시력을 떨어뜨리고 시야를 흐리게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40대 ‘젊은’ 백내장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45∼49세 여자 백내장 환자 수가 3만 명으로, 2010년(1만929명) 대비 174.5% 증가했다. 45∼49세 남자 백내장 환자의 경우 2021년 2만2814명으로 2010년(1만7718명) 대비 28.8% 늘었다. 40대 환자는 백내장인지 증상을 자각하지 못해 조기 진단을 받지 못하거나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젊은’ 백내장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와 예방법을 알아봤다. ●당뇨병 비만, 외상 등으로 젊은 백내장 증가백내장은 노화로 발생하는 노인성 백내장이 가장 많다. 60대 이상은 특별한 증상은 없어도 평소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으며 백내장을 쉽게 진단받곤 한다. 눈을 확대하여 관찰하는 세극등 현미경 검사 같은 간단한 검사로도 백내장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젊은 백내장 환자는 진단 시기를 놓쳐 백내장이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층에서 발생하는 백내장은 비만 인구 증가에 따른 당뇨병 증가, 다양한 신체적 취미 활동에 따른 눈 외상 등이 주요 요인이다. 또한 무분별한 스테로이드 안약을 사용하거나 근시가 오래될 경우, 안과 수술, 포도막염 등도 백내장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김동현 고려대 안암병원 안과 교수는 “노화뿐만 아니라 자외선 노출, 흡연 등 환경적 요인 또한 백내장 유발의 중요한 원인”이라며 “다만 겨울철 미세먼지 같은 대기오염 물질은 자외선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 백내장 유발에 끼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고 말했다.●일상생활이 불편할 때 수술 시기 결정백내장은 한 번 생기면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치료하려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안약을 사용하면 백내장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지만 이미 생긴 백내장을 없앨 수는 없다. 백내장 수술은 각막에 2∼3mm의 작은 구멍을 낸 뒤 혼탁한 수정체를 초음파로 제거한 후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안구의 크기와 곡률 등을 계산해 환자가 원하는 도수로 조정이 가능하다. 최근 다양한 기능을 가진 인공수정체가 출시돼 난시 교정, 노안 교정 등도 백내장 수술과 동시에 받을 수 있다. 백내장 수술은 환자 상태에 따른 시기 결정이 중요하다. 적당한 시기를 놓치면 수술 난도가 높아져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크다. 회복 시간도 길어진다. 반면 경증인 상태에서 수술을 지나치게 빨리 받는 경우 시력에는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데 수술로 유발되는 안구건조증만 악화될 수 있다. 당연히 수술 만족도가 떨어진다. 백내장으로 인한 시력 저하로 일상생활에 불편감을 느낄 때 수술을 받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 양쪽 눈에 다 백내장이 왔다고 양쪽 눈을 다 수술할 필요도 없다. 시력이 떨어지고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는 등 평소 불편함을 심하게 느끼는 쪽 위주로 수술을 받는다. 다초점렌즈도 반드시 할 필요가 없다. 본인의 상황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김 교수는 “렌즈 선택 시 환자의 라이프스타일, 야간 운전 여부, 직업, 성격, 평소 주시하는 거리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선택해야 된다”며 “안과 전문의를 통해 정확한 진단과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외선 차단과 금연이 도움 돼백내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외선 차단이 가장 중요하다. 외출 시 모자를 쓰거나 선글라스를 착용해 최대한 자외선에 노출되는 경로를 차단한다. 혈관을 손상시킬 수 있는 담배를 끊는 게 도움이 된다. 또한 사무실에서 일하거나 야외에서 운동할 때 눈을 보호하기 위한 보안경을 쓰는 것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스마트폰, 컴퓨터 등 전자기기 사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눈의 피로도가 쌓인다. 직접적으로 백내장을 유발하진 않지만 안구건조증이 심해지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안구건조증이 심해지면 눈에 삽입한 렌즈에 손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겨울철에 악화하는 안구건조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전자기기 사용 시간을 줄이거나 틈틈이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스마트폰, TV 등 전자기기를 사용할 때는 1시간에 5∼10분씩 휴식시간을 갖는다. 이때 눈을 감고 있거나 먼 곳을 쳐다보는 등 눈의 피로를 풀어주면 좋다. 전자기기의 장시간 사용은 경계해야 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설 연휴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 외모와 관련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탈모’다. 정상적으로 모발이 존재해야 할 부위에 모발이 없거나 빠지는 질환을 탈모라고 한다. 탈모는 머리카락이 서서히 빠지기 때문에 본인은 제때 인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상대방은 그 변화를 쉽게 인지할 수 있다. 탈모가 생기면 나이가 들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큰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다. 탈모가 생기면 어떻게 관리하는 게 좋을까?● 내가 진짜 탈모일까?탈모가 진행되고 있다면 우선 정확한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 환자들이 보기에는 똑같이 머리가 빠지는 증상이지만 탈모의 종류는 수십 가지다. 원인과 증상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진다. 세계모발이식학회 황성주 회장(피부과 전문의)은 “자신의 탈모가 유전에 의한 남성형 탈모인지, 빈혈로 인한 탈모인지, 면역체계 이상으로 인한 원형 탈모인지, 출산 후 발생한 일시적 증상인지 등을 정확히 진단받고 그에 적합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스스로 탈모를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없을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남성형 탈모의 경우 하루 평균 100개 이상의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는 느낌이거나 이마나 정수리 부위 등에 모발이 관찰되지 않는 두피가 확인되면 의심해 볼 수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피부과 전지현 교수는 “여성형 탈모인 경우는 이마나 정수리 쪽 모발과 후두부 모발을 동시에 만졌을 때 머리 앞부분 모발이 가늘어져 있거나 모발의 밀도가 감소해서 모발 사이사이로 두피가 상대적으로 많아 보이는 크리스마스트리 패턴이 보일 경우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3, 6개월 단위로 모발 사진을 찍어 전후를 비교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 탈모 치료에 두피 문신 하기도일반적으로 남성형 탈모는 남성호르몬 안드로겐 등의 활성화를 막는 ‘5α 환원효소 억제제’를 복용하게 하거나, 바르는 약물인 미녹시딜 제제를 사용해 치료한다. 하지만 ‘여성형 탈모’의 경우 남성과는 달리 안드로겐의 역할이 탈모의 기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아서 먹는 약의 효과가 남성에 비해 떨어진다. 또한 가임기 여성의 경우 ‘5α 환원효소 억제제’가 태아 기형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약제를 복용할 수 없다. 공식적으로 승인을 받은 ‘여성형 탈모’ 경구치료제는 아직 없기 때문에 바르는 미녹시딜 치료가 여성형 탈모 치료의 중심이 되고 있다. 탈모가 많이 진행됐다면 자신의 후두부 모발을 채취해 옮겨 심는 모발이식 수술이 적절하다. 탈모 치료를 하기엔 조금 이르거나 일시적으로 머리가 빠진 경우엔 탈모 치료제 복용이나 시술 대신에 두피 문신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황 회장은 “두피 문신은 눈썹이나 몸에 무늬를 넣어 색칠해주는 일반 문신과는 다른 방식”이라며 “탈모가 진행된 부위에 마치 모발이 막 나오는 것처럼 보이도록 미세한 점을 찍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피 문신은 탈모가 심하지 않거나 가르마가 약간 비어 보이는 경우 혹은 항암제 치료 후 부작용으로 탈모가 진행된 환자에게 주로 사용되고 있다. 부분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지만 두피 문신은 한번 하게 되면 쉽게 지울 수 없기 때문에 전문가 상의하에 선택하는 것이 좋다.● 두피 타입에 맞는 샴푸 선택이 중요탈모는 평소 머리를 관리하는 요령만 잘 숙지해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도 두피 타입에 맞는 샴푸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많은 사람들이 화장품은 피부에 맞게 사용한다. 그러나 샴푸는 한 가지를 가족들이 함께 쓰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두피가 지성인지 건성인지 확인하고 그에 맞는 샴푸를 사용하는 것이 두피 건강에 도움이 된다. 지성 두피는 하루에 두 번 머리를 감고, 건성 두피는 하루 한 번 감는 것이 좋다. 2분간 충분히 샴푸 거품을 내어 두피를 문지르며, 2분간 충분히 거품을 헹궈 내야 한다. 황 회장은 “두피에 노폐물이 쌓이는 것을 막아야 지루피부염을 예방할 수 있고 결국은 탈모도 예방된다”고 말했다. 모발은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필수 단백질과 적절한 영양 섭취가 모발 성장에 중요하다. 육류 대신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과 야채, 생선과 콩, 두부 같은 식물성 단백질 섭취가 탈모 예방에 도움이 된다. 전 교수는 “외출이나 운동을 한 후 그리고 헤어 스타일링 제품을 사용했을 때에는 자기 전에 머리를 감는 등 건강한 모발관리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요로결석은 대표적인 여름철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겨울철에도 방심은 금물이다. 추위로 인해 나트륨 함량이 높은 찌개와 같이 뜨거운 국물류의 음식 섭취가 많아지는 반면에 활동량과 수분 섭취량 감소로 인해 결석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요로결석이란 신장에서 걸러진 노폐물이 체외로 배출되는 요관, 방광, 요도 등의 부위에 돌이 생기는 질환이다. 결석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증상 또한 다양하다. 요관에 머물러 있을 때는 전형적인 옆구리 통증이 나타나며 이때 통증이 심한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는다. 결석이 방광 근처까지 내려오면 빈뇨 등의 방광 자극 증상과 함께 혈뇨가 생긴다. 결석에 감염이 동반되면 발열, 혈압 저하 등의 증상과 함께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확한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이상협 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특히 수분 섭취가 적은 식습관은 소변량 감소로 이어져 노폐물이 체외로 배출되지 않고 몸속에 농축된다. 결석을 만드는 인자들이 뭉쳐 결석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며 “최근 붉은 고기 등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증가하면서 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요산석 비중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결석 크기가 4mm 미만으로 작다면 수술 혹은 시술을 바로 시행하기보다는 진통소염제와 요관을 이완시켜 결석의 배출에 도움을 주는 알파차단제 등의 약물을 사용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결석이 크거나 통증이 너무 심해 자연배출을 기다리기 어렵거나 결석으로 인해 소변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면 체외충격파쇄석술 혹은 요관내시경 수술을 해야 한다. 이 교수는 “결석 예방 및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은 배출 소변량이 2.5L 이상 될 수 있도록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라며 “활발한 활동량, 특히 유산소 운동은 큰 도움이 된다. 중력에 의해 결석이 아래로 내려와 자연배출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간암의 권위자는 평소 자신의 건강관리를 어떻게 할까?19일 오후 8시 10분에 방송되는 채널A ‘나는 몸신이다’에서는 간암의 최고 권위자인 박중원 국립암센터 소화기내과 교수가 자신의 건강관리를 첫 공개한다. 박 교수는 의학적 근거를 토대로 간세포암종(이하 간암)의 국내 진료 가이드라인을 처음 제정한 간암 분야의 권위자. 그는 또 세계적인 학술지에 간암 환자의 양성자 치료 효과에 관한 논문을 세계 최초로 게시하기도 했다.‘나는 몸신이다’ 관계자는 “그동안 몸신에서는 명의 특집이라는 코너를 통해 국내 최고의 명의들이 출연해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려줬다”면서 “하지만 이번엔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면서도, 진료할 때는 절대 물어볼 수 없는 내용을 다룬다”고 말했다. 바로명의들은 과연 무엇을 먹고 어떻게 생활하는지에 관한 내용이다.박 교수는 이번 방송에서 간암을 예방하는 방법부터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간암의 병기별 치료술까지 다루면서 이에 관한 명쾌한 내용을 전달한다.또그가 40여 년의 의사 생활을 하는 동안 꼭 지키고 있다는 간을 살리는 습관과 간을 죽이는 습관인 ‘간생간사’를 알려준다. 특히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인 ‘간에 어떤 음식이 좋나요?’에 관한 명확한 답을 얘기할 예정이다.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다는 간에 좋은 음식은 과연 무엇일지는, 이번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새해 다이어트를 결심했다면 다가오는 설 연휴는 그 결심이 무너지기 쉬운 고비다. 가족끼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먹다 보면 평소보다 많이 먹게 되기 마련이다. 떡국, 갈비찜, 각종 전, 식혜 등 설날 대표 음식들은 열량도 높은 편이다.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로부터 설날 늘어나기 쉬운 체중 관리법을 들어봤다. ● 탄수화물 많은 설날 음식이 뱃살 주범설이 지나고 나면 혈당이 올라가고 혈압이 높아진다는 사람이 많다. 체중도 늘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널을 뛴다. 설날 음식이 고열량의 탄수화물이 포함된 음식이 많으며 짜고 기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술도 한 잔 같이 하면 건강에 좋을 수가 없다. 가래떡으로 끓인 떡국, 만두, 밤 등은 탄수화물의 함량이 높다. 식혜, 약과, 한과 등은 탄수화물 음식인 데다 포도당, 과당, 설탕 등의 단순 당 함량까지 높다. 동그랑땡, 전과 잡채 등은 볶거나 부치는 과정에서 기름을 많이 사용한다. 나물 역시 볶아서 만들기 때문에 의외로 기름진 음식이다. 여기에 소주, 맥주 등을 곁들이면 섭취 열량이 크게 늘어난다. 떡국이나 만둣국 같은 국 종류와 잡채, 생선전, 갈비찜 등 설날 상에 빠질 수 없는 음식들의 나트륨 함량은 500mg 이상으로 매우 높다. 그중 떡만둣국의 나트륨 함량은 무려 1300mg이다. 한 그릇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일일 나트륨 권장량의 50%를 넘는다.● 반만 먹고 저열량, 저염으로 바꿔라온 가족이 모였는데 상을 물릴 수도 없다. 설 다이어트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일단 반 숟가락, 반 젓가락만 먹는다. 주어진 식사량의 절반만 먹는 것이다. 아무래도 음식 가짓수가 많고 평소보다 많은 양이 차려지므로 절반만 먹어야 한다. 아예 먹을 만큼 덜어 한 접시만 먹는 것도 방법이다. 그래야 과식을 하지 않고 열량 섭취를 줄일 수 있다.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급적 천천히 먹어야 한다. 과식으로 인한 소화기관의 과부하를 막을 수 있다. 또한 열량은 낮고 쉽게 포만감을 주는 나물 같은 채소류를 먼저 먹은 뒤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직접 요리를 해야 한다면 저열량, 저염식으로 준비를 해 본다. 떡국의 육수와 고명에 쇠고기 양지 부위를 사용하면 열량이 높아진다. 쇠고기는 사태를 쓰고, 해산물을 이용해 열량을 낮춘다. 전은 육전이나 생선전보다는 두부, 버섯 등 채소를 사용한다. 삼색전, 완자전, 녹두빈대떡 대신에 생선전, 호박전으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구이는 찜으로, 볶음 대신 무침으로 하면 열량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생선구이는 생선찜으로, 나물을 기름에 볶지 말고 살짝 무치는 식이다. 설날 음식에 마늘, 생강, 고춧가루 등을 양념으로 사용하면 짠맛이 강해지므로 소금을 덜 쓸 수 있다. 떡국을 먹을 때도 국물은 빼고 건더기 위주로 먹는다. 떡국의 나트륨은 대부분 국물에 함유돼 있다. 음주는 열량 자체도 높고 과식을 유발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소주 1잔(50cc)에 열량은 71kcal, 맥주 한 잔(200cc)은 86kcal, 청주 1잔(50cc)은 76kcal, 막걸리 1잔(200cc)은 92kcal다. 소주 5잔, 맥주 3잔, 청주 2잔, 막걸리 3잔은 밥 한 공기와 열량이 같다. 안주는 고기나 전을 피하고 채소나 과일을 먹어야 그나마 열량을 줄일 수 있다. 가족과 친지를 만날 때는 식혜나 수정과 같은 열량이 높은 단 음료보다는 ‘메밀차’나 ‘루이보스티’가 좋다. 기름진 명절 음식으로 더부룩한 속을 달래주고, 콜레스테롤을 낮춰 준다. 지방분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 2주 지나면 체중감량 힘들어설 연휴처럼 단기간에 많이 먹어서 늘어난 체중은 비교적 쉽게 뺄 수 있다. 설 동안 폭식으로 갑자기 늘어난 몸무게는 지방이 아닌 글리코겐(당원)의 일시적인 증가이기 때문이다. 탄수화물 비율이 높은 설 음식을 먹으면 글리코겐이라는 몸속의 운동 에너지원으로 저장된다. 약 2주가 되면 글리코겐 저장 능력이 한계에 이르러 지방으로 전환된다. 즉, 지방으로 전환되기 2주 안에 빼야 한다. 글리코겐의 특성상 몸무게 1㎏을 빼는 데 필요한 칼로리 소비량은 1000kcal 정도다. 지방의 7분의 1 수준으로 지방보다 감량이 쉽다. 연휴가 끝나자마자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을 시작하면 적은 노력으로 몸무게를 줄일 수 있다. 김 교수는 “평소 식사량보다 20∼30% 정도 적게 먹고 특히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야 한다. 매일 유산소 운동을 20분씩만 하게되면 글리코겐은 쉽게 감소한다”며 “연휴 뒤 2주일 이내 늘어난 무게만큼 빼는 것이 핵심이다. 이 기간을 넘기면 글리코겐이 지방으로 전환돼 감량이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대규모 이동이 예상되는 설 연휴가 다가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함께 코로나19의 유행 상황을 진단하고 그리운 가족을 안전하게 만나기 위한 생활 방역 수칙을 정리했다. 김 교수는 “설 연휴가 코로나19 확산과 안정을 가를 고비가 될 것”이라며 “나와 내 가족, 이웃을 위해 개량백신 접종을 권한다”고 했다. ―전반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들고 있다. “1월 첫째 주 하루평균 신규 확진자가 5만9000여 명으로 전주 대비 9.6% 감소됐다. 이렇게 줄게 된 이유는 초중고교의 방학이 컸다. 작년 12월 말 초중고교생 겨울방학을 하면서 소아청소년 확진자가 뚜렷이 감소했다. 따라서 거리두기 없이 가족이 만나는 이번 설이 코로나19 유행의 큰 변곡점이 될 것 같다. 우리와 가까운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대유행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중국은 춘제 연휴(21∼27일) 동안 대도시에서 지방 소도시, 농촌으로 대규모 이동이 일어난다. 중국에서 유행을 주도하는 오미크론은 BA.5.2와 BF.7로서 아직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했다는 증거는 없다. 다만 춘제를 지나면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 있어 중국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유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도 설 연휴 민족 대이동이 시작되는데…. “거리두기가 없는 설 연휴 기간, 도시의 건강한 청년들이 농촌의 고령 어르신을 많이 찾아뵐 것이다. 코로나19 개량백신(2가 백신) 접종률은 12세 이상 13%, 60세 이상 32%에 불과하다. 오미크론은 무증상 감염이 많고, 감염 초기부터 바이러스 배출량이 매우 많아 전염력이 높다. 설 연휴 기간 증상이 없는 청년들이 70, 80대 어르신에게 코로나19를 옮길 위험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고향을 방문하기 전 본인과 고향 부모님 모두 개량백신 접종을 완료하기를 권한다. 백신 접종으로 감염 위험을 낮추고 감염되더라도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개량백신 접종률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 “개량백신 접종률은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 반복 접종에 따른 피로감, 일관성 없는 정부의 백신 접종 메시지 등 복합적인 이유로 낮은 것 같다. 최근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개량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접종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중증(사망 포함)으로 진행할 위험이 20분의 1로 떨어졌다. 60세 이하 성인도 백신 접종으로 감염과 중증 진행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장기간 후유증에 시달리는 ‘롱코비드’(long COVID)를 피할 수 있다. 또한 가족 중 고위험군이 있다면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건강한 성인도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 의사인 나도 최근 개량백신을 접종했다.”―첫 감염보다 재감염이 위중증으로 진행되는 비율이나 치명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재감염률은 19%로 매주 약 1%씩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BN.1, BQ.1 등 면역 회피 능력이 높은 오미크론 하위 변이 바이러스가 늘어났다. 과거 감염으로 얻은 자연면역으로 방어가 되지 않아 재감염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첫 감염자보다 재감염자의 치명률이 1.8배나 높았다. 재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개량백신을 접종할 필요가 있다.”―설 명절 때 백신 접종 이외에 챙겨야 할 것이 있다면.“장시간 이동 중에는 손 씻기가 어려우니, 휴대용 손소독제(알코올 60% 이상 포함)를 준비하여 위생을 챙긴다. 갑자기 열이 날 수 있으니 해열진통제를 미리 준비하도록 한다. 해열진통제는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으로 준비한다. 겨울철에는 호흡기 바이러스도 유행하는 만큼 구강청결제도 준비해 수시로 입과 목을 가글하는 것이 좋다. 마스크는 코로나19, 인플루엔자바이러스 감염 예방도 되고 미세먼지 흡입도 막아준다. 현재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가 52명(1월 둘째 주 기준)으로 독감 유행 기준(4.9명)보다 10배 이상 높다. 독감이나 폐렴에 걸려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환자도 늘고 있다. 따라서 마스크 의무가 해제되더라도 계속 착용하기를 권한다.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같은 개인위생수칙은 계속 지키는 것이 좋다.”―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미국에서는 지난해 말에는 BA.5 하위변이인 BQ.1, BQ.1.1이 우세종이었는데 올해 들어 BA.2 하위변이인 XBB.1.5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뉴욕 등 북동부에서 XBB.1.5는 70%를 넘어 우세종이 됐으며 신규 확진자와 중증 병원 입원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XBB.1.5는 ‘크라켄’이라 불리며 현재 가장 전염력이 빠르다. 면역 회피 능력이 커서 재감염될 우려도 크다. 다행히 치사율은 높지 않아 보인다. XBB.1.5는 국내에서 아직 0.2%에 불과하지만 증가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설 연휴 이후 유행 추세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다만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할수록 그 치사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너무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세 살 비만 여든까지 간다’고 한다. 임상적으로 입증된 말이다. 소아청소년 비만의 80%는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아이들의 과체중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한동안 원격수업으로 집, 학원, 독서실 등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교육부에 따르면 서울 학생의 경우 과체중 이상 비율이 2019년 27.7%에서 2021년 32.3%로 크게 증가했다. 최근 발표된 청소년 건강 행태 조사를 보면 코로나19 유행 이후 청소년은 고열량 저영양 식품 섭취가 늘어나고 운동량은 줄었다. 2019년과 비교해 비만으로 진단된 학생들의 혈당, 콜레스테롤, 간 수치 등도 각각 10%씩 올랐다. 이 세 가지 수치는 모두 만성질환을 진단하는 지표들이다. 학교 현장에선 청소년 비만의 증가를 생생하게 체감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청소년 비만 관련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한 보건교사는 “대면수업 전환 이후 오랜만에 학교를 찾은 학생들의 건강 상태가 매우 위험했다”며 “코로나19 이전 경미한 비만이었던 학생들이 중등이나 고도 비만이 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학교 교사는 “학교 수업 중 운동 시간은 일주일에 3번 체육 수업뿐이다. 선진국에선 체육 수업을 중요하게 여길 뿐만 아니라 방과 후 다양한 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아이들의 체력을 기르는 것과 비교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이후로 위축된 학교 체육대회와 학교 축제 활성화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 뮤지컬, 연극 등 학생이 직접 몸으로 참여하고 움직이는 수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앉아만 있는 교실 수업을 과감히 탈피해 몸을 쓰는 활동이 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비만 소아청소년은 정상 체중의 소아청소년보다 조기 사망 위험이 약 3배나 높다. 마음도 아프게 한다. 외모에 신경 쓰는 나이다 보니 또래 집단으로부터 받는 부정적 피드백으로 인해 우울증, 정서 불안, 적응력 저하 등의 사회적, 심리적 문제까지 생길 수 있다. 이처럼 청소년 비만이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정부는 국가비만관리종합대책(2018∼2023년)에 근거해 ‘건강한 돌봄 놀이터 사업’, ‘비만 학생 대사증후군 선별검사’를 실시해 왔다. 정부가 청소년 비만 예방과 관리에 나섰으나 가시적인 성과는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다. 그래서 내년에 발표될 국가비만관리종합대책이 더욱 중요하다. 이에 근거해 청소년 비만을 관리할 정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늘어나는 청소년 비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흔히 청소년은 의사가 잘 치료만 한다면 성인보다 체중 감량이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아이를 둘러싼 환경을 바꿔야 할 문제다. 어른과 달리 아이의 의지로만 체중을 관리할 수 없다. 평소 아이들이 집에서 먹는 식단 관리, 꾸준한 병원 방문을 위한 가족의 노력, 가정과 학교를 연결하는 통합적인 관리를 필요로 한다. 부모는 물론이거니와 의사, 방문간호사, 보건교사, 사회복지사 등 여러 팀이 협력해야만 소아 비만을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 비만 학생들의 환경에 맞춘 개별적인 접근과 치료가 필요하다. 아이에게만 ‘먹지 마라’ ‘운동해라’ 하면서 책임을 미뤄서는 안 된다. 비만을 질병으로 다루지 않는 건강보험 정책도 개선돼야 한다. 비만을 질병으로 다룬다면 건강보험에서 소아청소년과를 포함한 1차 진료를 담당한 의사들이 진료시간 내에 충분한 교육과 상담을 할 수 있도록 상담수가를 지원해야 한다. 지자체 및 학교와 협업이 가능한 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병적인 고도비만 청소년의 약물 치료 역시 건강보험 수가로 지원해야 한다. 국내 소아청소년 유병률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 구축도 필요하다. 이에 더해 청소년들에게 비만이 놀림 대상이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캠페인을 제안한다. 특히 청소년 비만의 경우 학교를 담당하는 교육부와 비만 관리 대책을 수립하는 보건복지부의 연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직 국가비만관리종합대책 수립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 비만으로 아픈 소아청소년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 수립을 기대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새해 결심 중 으뜸은 건강일 것이다. 기자도 올해 건강한 몸을 만들겠다는 새로운 결심을 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기자의 몸은 ‘당뇨병 전 단계’ 상태가 됐다. 매일 아침 수영장을 다녔었는데 코로나 이후 이를 중단하면서부터다. ‘당뇨병 전 단계’는 사실 전 국민의 문제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당뇨병 전 단계의 국내 인구는 900만 명에 이른다. 최근 받았던 건강검진 결과 공복혈당이 116(당뇨병 전 단계 100∼125)이었고 당화혈색소는 2019년 5.6%에서 5.8%로 높아졌다. ‘당뇨병 전 단계’는 방치하면 당뇨병으로 진행되고 수치를 조절하면 다시 정상이 될 수 있는 가역적인 상태다. 몸이 건강관리를 하라는 경고를 보낸 셈이다. 당뇨로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박민수 서울ND의원 원장을 만나 상담을 받아 봤다. 박 원장은 가정의학전문의로 대한비만미용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기자는 어떤 상태인 건가. “이진한 기자는 현재 키 165.8cm, 몸무게 71kg, 체질량지수 25.8kg/㎡으로 비만과 더불어 공복혈당장애인 당뇨병 전 단계다. 이 수치로만 보면 추후 당뇨병으로 진행될 수 있는 대사증후군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 체성분 분석에서는 허리둘레가 92cm로 복부 비만에 체지방률도 25.3%로 적정 수준(12∼22%)보다 높았다. 체지방 비만의 해결책은 근육량을 유지하면서 두 달 동안 체중의 10%를 빼야 한다. 다시 살이 찌는 요요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빼는 것이 건강한 감량이다.” ―체중 10% 감량 위한 방법을 알려 달라. “요즘 유튜브를 검색하면 원푸드, 커피, 간헐적 단식 등 수많은 다이어트 방법이 나온다. 이런 다이어트는 비교적 간단해 마음만 먹으면 며칠은 할 수 있다. 또 몸에서 수분이 빠져 체중 감량의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속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오래 꾸준히 실천하기 쉬운 방법을 추천하겠다. 앞으로 두 달 동안 ‘절반 거꾸로 식사’를 하길 권한다. 평소 먹는 밥의 절반 정도를 먹되 그 부족한 양을 채소로 대체하는 것이다. 거꾸로 방법은 ‘밥→반찬’ 순으로 먹는 대신 ‘채소→비채소(고기, 생선, 국거리 등)→밥’으로 수저가 가도록 순서를 바꾸어 먹는 방법이다. 식사량을 크게 줄이지 않고도 체중 감량을 할 수 있다. 아침은 거르지 말고 꼭 챙겨 먹어야 한다. 과식이나 폭식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아침 식사는 당뇨병 전 단계 환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중요하다. 꼭 실천하시길 바란다.” ―직장인은 아무래도 회식 자리가 부담된다. “회식 자리에서도 마시는 술의 양을 절반으로 줄인다. 나머지 절반은 물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리고 안주의 경우는 되도록 채소류를 먹을 수 있도록 한다. 만약 채소류 안주를 고르기 어렵다면 집에서 준비한 오이, 양배추 등을 들고 다니면 도움이 된다. 채소류는 먹으면 배를 채울 수 있어서 상대적으로 다른 안주를 덜 먹게 된다.” ―운동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맞다. 근력 운동도 해야 된다. 지방을 태우고 근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순서가 중요하다. 운동을 잘못할 경우 자칫 우리 몸의 지방을 태우지 못하고 근육에 있는 에너지를 사용해 오히려 근력이 감소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근력 운동을 먼저 하고 이어서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몸의 지방을 먼저 태우는 데 도움이 된다. 근력 운동은 본인의 몸 상태에 맞게 해야 한다. 기본적인 스쾃, 팔굽혀펴기 등을 꼭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유산소 운동은 걷기, 러닝머신, 조깅 등을 30분 정도 하고 5분 정도의 스트레칭이 포함되어야 한다. 운동 전에 간단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계란, 통곡물 비스킷 등을 먹고 운동 중에는 충분하게 수분 섭취를 한다. 운동 이후에도 수분 및 동물성, 식물성 단백질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근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비만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무엇보다도 건강과 면역력이 중요하다. 다이어트도 체중계를 만족시키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건강과 면역을 유지하는 다이어트로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굶거나 조금 먹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칼로리는 줄지만 필수 영양소는 챙기는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평소 자신에게 맞는 비타민, 미네랄, 유산균 등의 영양소를 섭취하면서 몸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다이어트하길 바란다. 급하게 뺀 살은 요요 현상을 겪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작은 목표를 차근차근 달성해가며 성취감을 만끽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음식일기와 운동일기를 매일 쓰면 마음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된다.” 박 원장의 조언을 두 달 동안 실천한 기자의 다이어트 일기는 두 달 뒤 공개할 예정이다.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