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

김선미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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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선미 기자입니다.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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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0~202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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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김선미]노벨상 받은 기상학

    노벨 물리학상 120년 역사상 처음으로 기상학 분야에서 수상자가 나왔다. 수상자 3명 중 2명이 90세 동갑내기 기상학자다. 마나베 슈쿠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클라우스 하셀만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다. 이들은 반세기 이상 기후변화 연구에 매진해 지구 온난화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마나베 교수는 1967년 발표한 논문에서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이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예측모델을 발표해 기후변화 연구의 선구자로 통한다. 하셀만 교수는 지구 온난화가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파리기후협약(2015년)의 토대를 닦은 연구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노벨상 수상이 나온 적은 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국제적 행동을 촉구해 2007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윌리엄 노드하우스 예일대 석좌교수(경제학)는 기후변화를 서구 경제성장 모델에 통합해 201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기상학이 학문적 성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기후에 대한 인류의 지식이 견고한 과학적 토대 위에 세워졌다는 걸 증명했다는 평가다. ▷1901년 X선 발견을 시작으로 지난해 초거대질량 밀집성 발견에 이르기까지 노벨 물리학상은 그동안 좁게는 물리학, 넓게는 천문학과 지구과학에 집중했다. 그런데 왜 지금 기상학일까. 전문가들은 인류와 지구의 공존을 서둘러 모색해야만 기후붕괴를 막을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경고한다. 독일 공영방송 ARD는 오후 8시 뉴스 직전 기후학자가 일기예보를 진행하면서 기후변화 문제도 다룬다. 남극의 빙산이 왜 녹는지, 이탈리아 홍수의 원인은 무엇인지 알려주자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실감나게 다가온다”는 시청자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달 31일부터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가 열린다. 마나베 교수는 이곳에 모일 세계 정상들을 향해 말한다. “환경뿐 아니라 에너지 농업 물 등 여러 사안이 얽힌 기후정책을 만드는 것이 기후예측보다 천 배는 어렵다.” 8일 탄소중립위원회와 관계 부처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26.3%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40%로 대폭 상향한 조정안을 제시하며 각계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정하겠다고 했다. 노벨상 받은 기상학자들이 기후예측보다 어렵다고 하는 기후정책은 신중하게 수립해야 한다. 국내 산업구조를 무시한 국제적 쇼가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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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김선미]hallyu

    글로벌 돌풍을 일으키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는 “난 오빠 없으면 안 돼”란 대사가 나온다. 이때 나오는 영어 자막이 “I need you, old man”이다. 나이 많은 ‘남사친’(남자사람 친구)을 old man으로 번역한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oppa(오빠)가 쓰일 것 같다.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이 최근 ‘오빠’ ‘한류(hallyu)’ 등 한국에서 비롯된 단어 26개를 추가했기 때문이다. ▷이 사전은 공식 블로그에 ‘대박(Daebak)! OED가 K-업데이트를 했다’는 글을 올렸다. K팝, K드라마, K뷰티 등 한국을 뜻하는 K를 앞에 붙인 것들이 세계적 인기를 끌면서 한국 관련 단어가 대거 업데이트됐다는 설명이다. 영화 ‘기생충’이 비영어권 영화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고 방탄소년단(BTS)이 글로벌 스타로 도약한 현상을 바탕으로 ‘한류’란 말도 올렸다. ▷새로 실린 단어들은 한국 대중문화의 공이 크다. ‘K드라마(K-drama)’는 ‘사랑의 불시착’ ‘킹덤’ 등 드라마 인기에 기인했다. 치킨과 맥주를 함께 즐기는 ‘치맥(chimaek)’은 ‘별에서 온 그대’의 영향이다. 배우 전지현은 “눈 오는 날엔 치맥인데”란 대사 한마디로 글로벌 치맥 열풍을 가져왔다. ‘먹방(mukbang)’은 2015년 국제 학술계에 소개됐다. 홍석경 서울대 교수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학회인 IAMCR에 ‘mukbang’을 주제로 학술논문을 내면서다. ▷흔히 영어와 다른 언어의 가장 큰 차이점이 어휘의 풍부함이라고 하지만 모든 언어에는 다른 언어보다 표현이 더 풍부한 분야가 있게 마련이다(빌 브라이슨의 ‘언어의 탄생’). 이번에 추가된 ‘언니(unni)’ ‘오빠(oppa)’ ‘누나(noona)’가 그렇다. 한국 드라마에 자주 나오고 K팝 스타들을 부르는 말이기도 한 이 어휘들은 한류의 글로벌 팬덤을 형성하는 동시에 정(情)이라는 한국만의 풍부한 정서를 담는다. ‘스킨십(skinship)’ ‘파이팅(fighting)’은 청춘들을 위로하는 BTS 노래들을 떠올리게 한다. ▷K팝(K-pop)이란 말은 1999년 한글날 빌보드 한국 특파원의 소개로 국제사회에 알려진 후 2016년 이 사전에 올랐다. 요즘엔 SNS와 유튜브를 통해 한류 콘텐츠가 쏜살같이 번역, 유통되는 시대다.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추억의 간식 ‘달고나(dalgona)’도, BTS의 지민·뷔·정국을 부르는 ‘막내(maknae)’도 조만간 글로벌 어휘로 뜰 가능성이 있다. 지금 세계인이 한류를 선망하고 있다. 한류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킬 기회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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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 말∼11월 초 위드 코로나… 자영업자 고통 이제는 끝날까[수요논점/김선미]

    《“수도권에서 콘서트는 2000명, 식사 제공 결혼식은 49명까지 가능하고 백화점은 출입이 무제한인데 돌잔치는 4명까지라뇨. 돌잔치업계 종사자는 굶어 죽으란 말입니까.”돌잔치업계 업주 모임인 ‘안전한 가족 돌잔치 전국 연합회’가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상복 차림으로 발표에 나선 한 회원이 울먹이며 말했다. “지난해 12월 돌잔치가 5명 이상 사적모임 금지 업종이 된 뒤 사실상 영업이 중단됐다. 양가 부모와 조부모, 이모 삼촌은 참석할 수 있도록 최소 8명 이상으로 해 달라.”정부는 10월 말까지 고령층의 90%, 성인의 80%에 대해 접종을 마쳐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추석 여파에 따른 확산세가 우려되긴 하지만 현재 치명률(사망자/감염자)은 0.81%로 꾸준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음 달 3일 끝나는 현행 사회적 거리 두기(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의 연장 여부에 관심이 몰리는 이유다. 자영업자들은 “지금껏 버텨온 고강도 거리 두기가 더 계속된다면 코로나19에 걸려 죽나, 망해서 죽나 마찬가지”라고 한다.》“한국적 상황 무시한 거리 두기” 거리 두기 4단계에서 돌잔치 참석 인원이 4명까지 제한된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위험활동을 최소화하는 게 방역의 원칙인데 식사를 겸한 모임일수록 위험성이 커진다”며 “싱가포르 등 사적 모임을 4, 5명까지로 제한하는 전 세계적 경향을 반영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결혼식(식사 제공) 참석 인원 49명은 어떻게 나온 숫자일까. 그는 “결혼식 때 약 30명이 모이는 영국과 프랑스 사례를 참고했다”고 했다. 한국의 결혼식은 외국에 비해 유독 경조사 성격이 강한데도 해외 사례를 그대로 적용한 셈이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한국은 미국 유럽과 달리 식당과 주점이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데 지금의 영업시간 제한은 이런 한국적 상황도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한다. 최근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자 시간대별 데이터’를 요구하자 정부는 “(그런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자영업자들은 “과학적 근거도 없이 영업시간을 제한해 벼랑 끝의 자영업자를 극단적 선택의 길로 내몰고 있느냐”고 분노했다. 왜 관련 데이터가 없는지 방역당국에 재차 확인해봤다. 국민 개개인의 시간대별 동선을 파악하는 건 전산체계상 쉽지 않은 데다 신원 감시가 되기 때문에 그 대신 QR코드 정보로 감염 비례지수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응답이었다. QR코드 빈도가 같더라도, 즉 방문 횟수가 같더라도 낮 시간보다는 음주 활동이 많은 밤 시간에 집단감염이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에 ‘밤 9시까지’ ‘밤 10시까지’라는 영업시간 제한이 필요하다는 게 방역당국의 논리다.빚으로 버티는 자영업자 현행 거리 두기는 국민 피로감만 키울 뿐 효과는 미미하다는 전문가 집단의 주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2∼5월 1차 대유행 때에는 이동량 감소에 따른 확진자 감소 현상이 뚜렷했지만 올해 4차 대유행에서는 거리 두기 효과가 현격히 줄어들면서 자영업자 등 사회적 약자의 경제적 어려움만 가중시키고 있다(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 장기화로 수입이 줄어 고통받는 자영업자들은 폐업을 결정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대부분 건물을 빌려 영업하기 때문에 후임 임차인이 들어와야만 권리금을 받아 나갈 수 있는데 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 큰 문제는 자영업자들이 빚을 내 연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24일 발표된 한국은행 ‘금융안전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 1년 동안 103조 원이 불어나 올해 2분기(4∼6월) 858조4000억 원에 달했다. 한은은 이 대출의 9%인 77조 원은 사실상 갚지 못할 대출로 보고 있다. 한국자영업자협의회는 “1년 6개월 전에 수립돼 통계에 기반하지 않은 거리 두기로 폐업한 자영업자 매장 수가 45만 개를 넘어섰다”며 “지금이라도 자영업자를 살리는 위드 코로나로 즉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벼랑 끝 자영업 살리는 보상 돼야 한국경제연구원이 골목상권 자영업자 512명을 조사한 ‘2021년 상반기 골목상권 현황 및 하반기 전망’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작년 동기 대비 감소했고 금액 기준으로는 평균 21.8%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신속한 접종과 거리 두기 완화를 추진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막아야만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덜 수 있다”고 한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지난해 상점과 식당 등을 아예 봉쇄하고 그 대신 자영업자들에게 저리로 대출을 해주거나 휴업 협력금을 주는 맞춤형 피해지원 제도를 실시했다. 반면 한국은 K방역의 기치 아래 집합금지와 영업시간을 제한하느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장사를 못할 거면 아예 문을 닫고 지원금을 받고 싶다”는 한탄이 나왔다. 올해 7월 소상공인 손실보상법이 공포됐지만 사실 이 법은 출발부터 삐거덕거렸다. 올해 1월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가 기획재정부에 법제화를 지시하자 김용범 당시 기재부 1차관이 “다른 나라들은 그때그때 필요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며 반박했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달 17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시행령 개정안은 또 다른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손실보상 범위가 집합금지와 영업시간 제한으로 한정돼 식당과 노래방 주인은 손실을 보상받아도 여행업과 숙박업, 헬스장과 공연업종 등은 제외됐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국세청 자료를 근거로 보상금 산정방식 등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있지만 얼마나 꼭 필요한 사람에게 실질적 보상이 이뤄질지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들이 다시 일어서고 코로나 이후에도 건재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美 日 英 獨의 코로나19 피해 지원 해외 주요 국가들은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상황을 맞아 적극적으로 자영업자의 피해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급여보호 프로그램(PPP·Paycheck Protection Program)’ 제도는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가 직원의 급여, 임차료, 각종 공과금 지급에 사용할 수 있는 무담보 저금리 대출이다. 대출금을 수령하고 8주 내에 직원 수와 급여 수준을 유지하고 대출금의 60% 이상을 급여로 소진하면 대출금을 상환 면제한다. 일본에는 ‘지속화 급부금’이 있다. 한 달 매출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0% 이상 감소한 중소기업에 최대 200만 엔(약 2128만 원), 개인에겐 100만 엔(1064만 원)까지 준다. 코로나 긴급사태 선언 발령에 따른 휴업 협력금도 있었다. 단축영업 하루당 6만 엔(64만 원), 전체 발령기간(31일간) 협력 시 186만 엔(1979만 원)을 지급했다. 영국은 록다운에 따른 영업중단기업 지원금을 보유자산 가치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자산가치가 1만5000파운드(약 2432만 원) 이하면 4000파운드(648만 원), 5만1000파운드(8268만 원) 이상이면 9000파운드(1460만 원)를 주는 식이다. 독일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한 자영업자에게 임차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차등 지급하면서 올해 상반기에 최대 5000유로(692만 원) 한도로 2019년 매출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추가로 지원했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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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원 택시[횡설수설/김선미]

    충남 서천군의 어르신들은 요즘 5일장에 갈 때 집에서 가까운 마을회관 앞에서 희망택시를 탄다. 희망택시는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지역의 주민을 위한 맞춤형 교통복지 서비스다. 좁고 구불구불해 버스가 오지 않던 길을 택시가 와주는 것도 고마운데 요금도 싸다. 읍 소재지까지는 1500원, 면 소재지까지는 단돈 100원이다. 그래서 ‘100원 택시’로 불린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서천군의 100원 택시를 소개했다. ‘신의 선물: 한국 시골에서 9센트(100원) 택시 타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외딴 마을에서 차도 없는 어르신들을 돕는 이 정책이 한국 시골의 대중교통 혁명을 일으켰다”고 했다. 희망택시는 마을회관과 버스정류장 간 거리가 700m 이상인 지역을 운행한다. ‘신의 선물’이라는 기사 제목은 이 택시를 이용하는 85세 할머니의 말에서 따온 것이다. ▷서천군이 2013년 6월 희망택시를 도입한 이후 효도택시 행복택시 등의 이름을 가진 ‘공공형 택시’가 현재 전국 79개 군에서 운행 중이다. 이 택시는 ‘늙은 시골을 살리는 방법’으로 주목받는다. 서천군은 1960년대에 16만 명이던 인구가 올해는 5만1000명으로 쪼그라들었고 대부분 65세 이상이다. 교통편이 없어 외출이 힘들던 어르신들이 희망택시로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장날에는 정형외과와 진료소 등이 붐비게 됐다. 택시운전사들은 어르신들을 정기적으로 태우기 때문에 이들의 건강상태 등을 빨리 알아챌 수 있다. ▷공공형 택시는 공공형 버스와 함께 정부가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농촌형 교통모델’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50%씩 사업비를 대기 때문에 주민들은 비용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전남 신안군의 ‘1004 버스’는 공공형 버스의 한 예다. 공영버스가 다니지 않는 새벽이나 심야시간대에 이용을 원하는 주민이 전화하면 대기하던 버스가 운행하는 수요 응답형 버스다. 농촌형 교통모델을 이용하는 주민은 2018년 193만5000명에서 지난해 481만5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2014년 수립한 ‘국토그랜드디자인 2050’의 예측은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렸다. 2050년에 국토의 60% 이상 지역에서 인구가 절반 이하로 줄고 그중 20%는 무인지대로 전락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국은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빨라 2049년이면 고령화율이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막으려면 사람을 연결하고 불러 모아야 한다. 100원 택시 같은 농촌형 교통모델을 키워야 하는 이유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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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김선미]무산된 남양유업 매각

    남양유업은 국내 유통업계에서 ‘트러블 메이커’로 통한다. 대리점주에 대한 갑질과 과대광고, 상대 회사 비방 댓글 논란까지 10년 넘게 흑역사를 썼다. 유기농과 엄마 마음을 강조하는 이 회사 분유로 아이들을 키운 소비자들의 배신감은 컸다. 일이 터질 때마다 “남양이 남양하네”라고 고개를 내저을 정도다. ▷남양유업은 올해 4월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죽인다”고 발표했다. 국내 백신 기근으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던 소비자들은 실낱같은 희망으로 불가리스를 사 마셨다. 질병관리청이 즉각 “사람 대상 연구가 아니다”라고 부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빚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고발하면서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 이 회사 홍원식 회장은 5월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모펀드 한앤코에 오너 일가 지분을 3107억 원에 매각한다는 계약도 맺었다. ▷그랬던 홍 회장이 어제 회사를 팔지 않는다고 했다. 석 달여 만에 매각 계약을 뒤집은 것이다. 홍 회장 측은 “당초 지난달 31일 계약 종료 시점까지 양측이 맺었던 사전 약속을 한앤코가 지키지 않아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앤코 측 얘기는 다르다. 한앤코 측은 “홍 회장이 거래 종결을 계속 미루면서 무리한 요구들을 하다가 일방적으로 주식매매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홍 회장이 위기를 모면하려고 회사를 내놓겠다고 했지만 생각할수록 싸게 판 게 억울해 계약을 파기한 것 같다고 본다. ▷홍 회장은 5월 대국민 사과 때 말했다.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제가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하면서는 검지로 눈물을 훔쳤고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주지 않겠다’면서는 울먹였다. 혁신을 거듭하는 경쟁 회사와 달리 남양유업은 ‘황제 경영’으로 난파선 신세가 됐다는 평가도 받는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홍 회장 측의 요구사항에는 매각가격 인상과 두 아들의 지위 보장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대국민 사과 이후에도 홍 회장은 상근 회장으로 사옥에 출근하며 올해 상반기에만 8억 원이 넘는 보수를 챙겼다. 매각 발표 바로 전날엔 두 아들을 임원으로 복직과 승진시켰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회장님이 회사를 매각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홍 회장의 매각 의지에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남양유업 제품을 사먹지 않겠다”는 싸늘한 반응이 나온다.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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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요논점/김선미]“아이들 놓고 실험하나” vs “혜택이라면 혜택”

    《“아이가 지금 초등학교 4학년인데, 초등학교에서 임시건물 생활 마치고 바로 옆 중학교로 진학해 또 임시건물에서 수업하란 말입니까.”“전교생 1700명이 임시건물에 다 수용 안 되면 강제로 전학해야 하는데 저학년을 버스를 태웁니까, 매일 자가용으로 데려다줍니까. 직장 다니는 엄마는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신용산초등학교 교장실에서는 이 학교 긴급 학부모운영위원회가 소집됐다. 참관 자격으로 학부모 30여 명도 모였다. 지난달 24일에야 이 학교와 바로 옆 용강중학교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접한 지역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26일 학부모와 주민들이 참여하는 단톡방이 개설되고 정문 앞에는 근조 화환이 늘어섰다. 학교 앞 카페에서는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서명이 진행됐다. 학부모들은 “정부가 스마트를 빙자한 교육 실험을 한다”며 “의도한 바와 다르게 결과가 나와도 임기가 끝나면 아이들의 미래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 아니냐”고 한다.》학부모 소통 없는 미래학교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3조2000억 원을 들여 93개 학교는 개축, 120개 학교는 리모델링 등 모두 213개 학교를 ‘미래형 학교’로 다시 짓는다고 한다. 학부모들이 들고일어난 것은 서울시교육청이 충분한 소통 없이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청은 지난해 10월 신용산초와 용강중에 사업수요 조사를 한 뒤 올해 6월 대상학교 지정 사실을 통보했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지난달 24일 온라인 가정통신문인 e알리미를 통해서였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의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정책토론회’(8월 26일)에 온라인으로 참여하라는 안내문에 설명돼 있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토론회 인사말이 그 이유를 설명한다. “이 사업이 혜택이라면 혜택이고 복이라면 복이다. 그래서 개별 학교들에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생각을 미처 못 했다. 개축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사소한 미시적인 문제들을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학부모들은 새 건물을 지을 동안 학생들이 겪을 학력 결손과 불편이 어떻게 ‘사소한 미시적인 문제’냐고 지적한다. 서울시교육청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로 명칭이 바뀐 노후학교 개선사업은 원래 학부모들의 의견을 묻는 절차가 필요 없었다”고 했다.이름만 바꾼 혁신학교?그린스마트 미래학교는 혁신학교에서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혁신학교는 프로그램 위주의 교육과정이지만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는 하드웨어적 사업”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주제 중심의 프로젝트 학습을 내세우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가 혁신학교처럼 학업능력 저하를 가져올까 걱정이다. 진보 교육감들이 주도해 2009년부터 세워진 혁신학교는 현재 2165곳. 경쟁을 지양하며 시험을 덜 보기 때문에 기초학력이 일반학교보다 떨어진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학교 텃밭과 연못으로 건강한 생태학교를 만들겠다는 정부 계획에는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학업 수준이 낮아져 걱정인데 텃밭 가꾸면 대학 갈 수 있느냐”고 한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는 도서관 등 학교 주요 시설을 주민에게 개방하는 개념이다. 지역사회와 학생, 교사가 협력한다는 마을결합혁신학교와 같은 형태다. 지난해 서울 서초구 경원중과 강동구 강동고가 학력 저하를 우려한 주민 반발에 부딪혀 지정 신청을 철회한 그 학교다. 정부는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 학습기반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디지털 기기 의존도가 심화될 것을 염려한다. 일부 학부모는 사립학교로의 자녀 전학도 알아보기 시작했다. 2013년부터 초등학교 학업성취도평가가 중단돼 학생들이 사교육 시장으로 몰린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고교학점제를 위한 인프라 학부모 반대가 빗발치자 서울시교육청은 이 사업이 단순 노후시설 개선이라고 선을 그어 답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청의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추진방향 자료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의 목표를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종합적 인프라 구비’로 명시하고 있다. 겉으로는 시설 개선을 앞세우지만 실상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고교학점제를 위한 포석 깔기인 셈이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생이 대학생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고 기준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다. 이 학교가 추구하는 목적은 공간 혁신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그에 맞는 콘텐츠 연구가 함께 이뤄지고 있는지 묻는다. 지난달 23일 교육부는 당초 2025년 도입하려던 고교학점제를 2023년부터 앞당겨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학교들은 다양한 과목을 가르칠 준비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정부는 고교학점제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1차 학교가 선보이는 시점도 2023년이다. 노후 학교는 필요하다면 손봐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그린, 스마트, 미래와 같이 현 정부가 내거는 핵심 가치들을 한꺼번에 담으려다가 과도한 교육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 교육 혁신의 중심에는 ‘학생의 미래’가 있어야 한다. 태양광과 모듈러 교실 놓고 논란그린스마트 미래학교는 태양광과 임대형 이동식(모듈러) 교실로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방식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공간형태 제시보다는 태양광 발전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26일 토론회에서 “정부의 2030년 탄소 감축 목표는 국가적으로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노후 건물에는 에너지효율 기술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교를 새로 지어 태양광 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 세계적 건축 흐름은 완전히 헐고 새로 짓기보다는 주변 환경을 생각해 리모델링하는 것이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가 개축 또는 리모델링 기간 동안 사용하겠다는 모듈러 교실도 학부모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 교실이 이미 설치된 서울 영등포구 대방초는 내년에 별관 등 공사를 진행하면서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었지만 학부모 반대에 부딪혔다. 환기가 제대로 안 되는 비좁은 교실에서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듈러 교실은 가설 건축물로 분류돼 소방시설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취약한 소방 및 구조 안정성, 비상상황에서의 대피 등이 우려되는 점으로 꼽힌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지은 지 40년 넘은 학교 건물을 개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사업.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 10대 과제 중 하나로, 2025년까지 18조5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대상 학교는 전국적으로 올해 484곳을 비롯해 5년간 약 1400곳이다. △저탄소 에너지 자급을 지향하는 그린학교 △첨단 정보통신기술 기반 스마트 교실 △학생 중심 사용자 참여 설계를 통한 공간혁신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학교시설 복합화가 주요 목표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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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김선미]로컬, 아트를 만나다

    대전에 가봐야겠다. 올라푸르 엘리아손(54)의 설치미술 작품이 오늘 문 여는 대전의 한 백화점에 상설 전시된다고 한다. 아이슬란드계 덴마크 작가 엘리아손은 자연과 유사한 대상을 만들어 공감각적 체험을 주는 현대미술의 거장이다. 대표작은 2003년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 진행한 ‘날씨 프로젝트’. 35m 높이의 홀에 가습기를 활용해 안개 효과를 내고 수백 개의 노란색 램프로 커다란 인공 태양을 만들어 당시 6개월 동안 20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그의 신작이 이 백화점의 193m 높이 전망대에 선보인다니 1993년 대전엑스포 추억을 간직한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것 같다. 엘리아손은 이번에 전망대 자체를 반짝이는 공공예술로 만들었다. 그의 작품이 설치돼 있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하르파 콘서트홀과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재단미술관에 가 본 적이 있다. 유리와 거울을 활용한 ‘빛의 마술’이 인상적이었다. 이젠 대전에 주목할 계기가 생겼다. 남양주에도 진작 갔어야 했다. 스페인 출신의 유명 산업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47)이 유쾌 발랄한 동물 조각상들로 정원을 꾸민 프리미엄아울렛이 그곳에 있다. 쇼핑공간이 그 어느 곳보다 발 빠르게 예술작품을 선보이는 건 글로벌 트렌드다. 유명 작가 레안드로 에를리치(아르헨티나)와 시오타 치하루(일본)는 국내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기에 앞서 파리 봉마르셰 백화점에서 작품들을 선보였다. 젊은층이 선호하는 예술작품은 새로운 고객을 모을뿐 아니라 문화 인프라 형성에 기여한다. 웬만한 상품은 온라인에서 살 수 있는 시대에 고객들이 오프라인에 기대하는 건 일상을 예술로 만들어주는 체험과 휴식이다. 국내에서도 아트와 만난 로컬이 그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젊은 세대에게 지방은 새로운 탐험 영역이기도 하다. 대구야말로 요즘 ‘핫’하다. 대구미술관은 6월부터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인성 등 대구 출신 작가들의 명작이 기증된 이 전시명은 ‘웰컴 홈: 향연’. 지난달 방탄소년단 RM이 찾아와 인증샷을 찍어 올린 후 아트 성지로 떠올랐다. 최은주 대구미술관장은 말한다. “유럽 지방 도시들이 문화예술을 주민 삶에 밀착시켜 왔듯, 살아있는 전통의 토대 위에 부모가 아이 손잡고 미술관을 찾아오는 대구에서 그 가능성을 본다.” 한국의 지방 도시들이 문화예술에서 가능성을 찾게 된 계기 중 하나는 미술관장의 세대교체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실력을 쌓은 연구 인력들이 최근 지방의 공립 미술관장으로 대거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기획회사를 중간에 두지 않고 본인의 글로벌 인맥을 활용해 해외 유명 미술관들과 직접 공동전시를 만들어낸다. 탄탄한 연구로 뒷받침된 그 지역만의 ‘스토리’를 보고 들으려 서울의 관람객들이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서 한 단계 더 올라서려면 문화 기획자와 지역 청년 예술가들이 모여 ‘돈 되는’ 플랫폼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젊은층 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지방에 문화예술 일자리가 늘어난다.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가 엘리아손 등의 작가들을 13년간 후원한 테이트모던의 ‘유니레버 시리즈’처럼 기업과 지역이 윈윈하는 파트너십이 절실하다. 관건은 일자리다. ‘전문 인력이 서울에 몰려 있어 로컬은 역량이 부족하다’는 선입견부터 버려야 한다. 질 좋은 일자리가 생기면 사람은 몰리게 돼 있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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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김선미]밀라논나

    구독자 87만 명의 파워 유튜버 ‘밀라논나’(밀라노 할머니) 장명숙 씨(69)는 요즘 “날마다 새로운 날을 맞는 게 설렌다”고 한다. 자신에게 예의를 지키고 오늘에 집중하기 때문이란다. “남의 시선과 평가에 나를 내맡기지 말고 내 마음부터 따뜻하게 달래고 품어 주세요. 넘어지면 넘어진 채로 잠시 쉬어 가고, 주변도 구경하며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이화여대를 나와 한국인 최초로 이탈리아 밀라노의 유명 패션학교 마랑고니에서 유학한 그는 패션 전문가로 인생 1막을 살았다. 부모의 뜻에 따라 결혼도 일찍 해서 두 아들을 키웠다. 67세이던 2019년 후배들의 권유로 패션 경험과 정보를 나눈 유튜브 활동이 그의 인생 2막을 활짝 열었다. 어쩌다 시작했는데 덤으로 돈이 들어온다며 수익은 기부한다. ▷그가 말하는 ‘나이 잘 드는 법’은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더 나아지기 위해 내가 비교해야 할 대상은 남이 아니라 ‘어제의 나’다. 그러려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편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애초에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불평하지 말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걸 심사숙고해 고른 뒤 후회하지 말 것. “나만의 색깔로 자유롭고 재밌으면 되지!” 살아보니 성실과 실력을 이기는 건 없더란다. 인생의 걸림돌이 나오면 디딤돌이라고 여긴다. 산이라면 넘고 강이라면 건너면 된다. ▷“할머니가…”로 시작하는 그의 화법은 과도한 위로나 칭찬과는 거리가 멀다. 설교도 조언도 아닌 그저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서 담백한 응원을 건넨다. 한 유튜버 구독자는 이런 댓글을 남겼다. “‘어른이 된다는 건 포기할 줄도, 담담할 줄도, 용기를 낼 줄도 아는 것’이란 말씀에서 위로를 받았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 올 때 기억하며 힘을 내겠다.” 기성세대가 젊은이들과 수평적 관계를 유지해야 꼰대가 되지 않는다는 밀라논나는 우리 사회의 ‘할머니’란 말에 따뜻한 성숙함을 불어넣었다. ▷골프 대신 봉사로 삶을 충만하게 채우겠다는 그는 꼭 필요한 가구만 집 안에 둔다. 영상을 통해 그의 집을 본 이들은 오래된 에어컨에서 검소함의 품격을 느낀다. 그는 매일 한 시간 이상 걷고 ‘햇살 멍 때리기’를 한다. 야채와 견과류로 저녁 식사를 한 후에는 반드시 스트레칭을 하고 잠자리에 든다. 그 잔잔하고 꾸준한 모습이 누군가를 살리기도 한다. “살아갈 의욕이 없었는데 살아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름답게 나이 드는 것에 대한 롤 모델이 절실해진 고령화시대다. 그래서 다들 말하나 보다. “논나(할머니), 당신은 정말 멋진 어른이에요.”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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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 서서 산 1000만 원짜리 명품가방, 수선도 줄 서야[수요논점/김선미]

    《“Don‘t buy(사지 마).” 몇 년 전 프랑스 샤넬 본사 회의에서 한 직원이 한 말이다. 샤넬이 가격을 올릴 것이란 소식에 한국에서 긴 구매행렬이 늘어선 게 화제로 올랐을 때다. 한국 내 여론이 이 문제로 시끄럽다고 하자 ‘그럼 너희 한국인들이 안 사도 돼’라는 오만한 어감이었다.하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속내는 다르다. 한국 시장은 프랑스 본사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한국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아시아 시장은 전 세계 샤넬 매출 중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특히 샤넬은 지난해 한국에서 9296억 원어치를 팔며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매출 감소 충격을 줄일 수 있었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이른바 ‘에루샤’로 불리는 3대 명품이 지난해 한국에서 올린 매출은 2조4000억 원. 집값 상승에 따른 심리적 자산버블과 주식시장 호황, 막힌 해외여행길의 3박자가 거침없는 명품 소비로 이어진 결과다. 그런데도 한국 소비자는 명품 업체들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컷 팔아주고 ‘호갱님’(호구와 고객을 합친 말로 입으로는 ‘고객님’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우습게 보는 현실을 비꼰 표현) 소리를 듣고 있다.》프랑스보다 비싼 한국의 샤넬백 명품은 위기에서 가격을 올린다. 샤넬은 대공황 때 가격을 올리면서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브랜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가격을 올릴수록 부유층은 ‘나는 특별한 계급’이라고 안심하고 그렇지 못한 소비자는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욕망을 키운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명품 브랜드들은 수차례 가격을 올렸다. 원자재 가격 상승, 국가 간 환율 차이에 따른 가격 조정 등의 이유를 댔지만 실상은 초유의 팬데믹이 가져온 매출 쇼크를 만회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한국이 있다. ‘에루샤’는 코로나 이후 한국에서 공격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가격 인상으로 샤넬 클래식백 라지 사이즈는 1049만 원이 됐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1월(792만 원)과 비교하면 24% 올랐다. 그런데 이 핸드백은 현재 프랑스에서는 7400유로, 한화로는 1016만 원이다. 같은 제품이 한국에서 33만 원 비싸다. 샤넬은 명품 수요가 높은 아시아, 특히 한국에서 인기 제품의 가격을 올려 유럽과 미국의 ‘셧다운’에 따른 매출감소를 보전한다는 전략이다. 그런데도 국내에서는 샤넬백을 없어서 못 판다. 사회 초년생들도 에르메스는 워낙 비싸 ‘넘사벽’으로 여기지만 샤넬은 할부로 무리해서라도 산다. 한 번 사면 웬만해선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샤넬백은 MZ세대에게는 서울 강남의 ‘똘똘한’ 부동산과 같은 존재다. 日 고객 예약제 참고할 만 그런데 이렇게 비싼 핸드백을 정작 매장에서 구경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백화점 개장 전부터 건물 밖에서 줄을 서야 100번대 대기번호를 겨우 받을 수 있다. 매장 문 열 때 달려가는 ‘오픈런’ 행렬에 리셀러(되팔아 차익을 챙기는 상인)가 상당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고 몇 시간을 기다리다가 입장하라는 업체 측의 안내 톡을 받으면 10분 이내에 도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처음부터 대기해야 한다. 고객들은 “샤넬 사겠다고 남녀노소 허겁지겁 뛰어오는 모습이 참 모양새 빠진다”고 말한다. 긴 기다림 끝에 매장에 들어서도 인기 핸드백은 없는 경우가 많다. 허탕 친 상실감을 떨치려고 계획에 없던 다른 제품을 사서 나오면 그것이 곧 과소비다. 대부분 예약제로 고객을 받기 때문에 매장 앞에 줄 서는 일이 거의 없는 일본 사례를 참고해 개선해야 한다. 국내 고객들의 불만은 제품 애프터서비스에서 봇물이 터진다. 1000만 원짜리 가방이든 600만 원짜리 시계든 AS를 맡기거나 찾을 때에도 구매 고객과 똑같이 대기표를 받아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언성을 높이거나 불쾌한 티를 내면 때에 따라 ‘우는 아이 떡 주듯’ 매장에 들여보내주기도 한다. 상황별 고객 응대 매뉴얼이 없거나 원칙대로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근 샤넬은 멤버십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털리고도 이 사실을 이틀 후에야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국내에서 매출 1조 원 가까이 올리는 기업이 ‘소비자 앞에서 교만하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다. 명품다운 사회적 기여 필요 ‘에루샤’는 한국에서 유한회사 형태로 영업한다. 유한회사는 공시 대상이 아니라 실적 공개의무가 없는 점을 활용한 결과다. 하지만 매출 500억 원 이상 유한회사도 감사보고서를 내도록 지난해 법이 바뀌면서 올해 처음으로 이들의 한국 사업 내역이 공개됐다. 명품이란 이름 뒤로 더 이상 숨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최근 산업계의 화두 중 하나가 글로벌 법인세 도입이다. 여러 나라에서 장사하는 다국적 기업이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서 세금을 더 내게 되는 추세다. ‘돈 번 곳에서 기여하라’는 뜻이다. 한 명품회사의 한국법인 관계자는 “기부가 적다는 비판이 있지만 한국의 품격을 높이는 사회공헌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명품산업은 자동차 산업 등에 비해 산업적 후방효과가 미미해 국민 정서를 고려한 사회 기여가 더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명품을 욕망하고 구매하는 것은 비난할 수 없는 일이다. 명품 브랜드들이 새로운 고객층의 요구를 발 빠르게 반영해 제품을 내놓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의 명품 소비가 주로 과시형이었다면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재테크가 되기도 한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애증의 대상이었던 명품이 새로운 소비자들과는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성 명품매장과 짝퉁시장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6층 루이비통 남성 매장. 우선 손님 대부분이 대학생 등 앳된 남성이라 놀라고, 수백만 원짜리 제품을 턱턱 사는 모습에 다시 놀라게 된다. 최근 들른 이 매장에는 루이비통이 미국 NBA와 콜라보한 옷과 스니커즈 등이 MZ세대 입맛에 맞게 구성돼 있었다. X세대 부모가 즐기던 제품의 원형에 스트리트 감성이 가미됐다.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100만 원대 스니커즈를 산 20대 남성은 “잘 신다가 질리면 되팔면 된다”고 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젊은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도록 끊임없이 ‘디지털 변신’ 중이다. 루이비통은 창립자 탄생 200주년을 기념한 모바일 무료 게임까지 내놓았다. 코로나19는 젊은 세대의 소비와 투자에 대한 가치를 확 바꾸었다. 자산과 소득 양극화 속에 불안감을 느낄수록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한 방 있는 소비’를 추구한다. 하지만 이들이 큰돈 쓰는 일을 우습게 알다가 신용 리스크가 커질까 우려되기도 한다. MZ세대에게는 짝퉁시장도 놀이터다.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앞에서 불법으로 짝퉁을 파는 노란 천막에는 젊은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 인스타그램에 ‘플렉스’(과시)하기 위해서다. 풍경, 조명과 어우러지게 사진을 찍어 올리면 구찌 운동화도, 프라다 머리띠도 진품과 짝퉁을 분간하기 어렵다. 과거 세대에게 짝퉁은 ‘돈은 없는데 폼은 내고 싶은’ 감추고 싶은 흑역사였다. 그런데 MZ세대는 짝퉁인 걸 숨기지도 않는다. “이 가방은 진품을 사는 게 오히려 돈 아까워요.” 하지만 누군가는 이 순간에도 다른 사람이 명품을 걸친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상실감에 빠질 수 있다. 빌렸다 잃어버린 가짜 목걸이를 진짜로 알고 주인공이 힘겹게 빚을 갚은 기 드 모파상의 소설 ‘목걸이’가 떠오른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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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김선미]‘황연대 성취상’

    스웨덴 예테보리시 다비드 레가 전 부시장은 팔다리 없이 태어난 장애를 이겨내고 장애인 수영 국가대표를 지냈다. 그의 도전에 큰 힘이 됐던 게 1996년 애틀랜타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에서 받은 ‘황연대 성취상’이다. “황연대 여사님, 당신이 준 상이 내 인생을 바꿔놓았습니다.” 14개의 세계 신기록을 세웠던 그는 부시장이 된 후 펴낸 자서전을 황 여사(83)에게 보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황연대 성취상은 겨울·여름 패럴림픽의 최우수선수(MVP)상으로 통한다. 그런데 좀 특별한 상이다. ‘노 메달’이어도 장애를 넘은 성취가 빛나면 수여한다. 한국 최초의 장애인 여성 의사로 장애인 권익운동을 이끈 황 여사가 1988년 당시 200만 원을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 쾌척하면서 만들어졌다. 세 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일제강점기 국민학교 입학을 거부당했던 그는 “내 나라에서 열리는 장애인 축제(서울 패럴림픽)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1988년 서울 패럴림픽은 스포츠 역사상 처음으로 장애인 올림픽이 올림픽과 같은 장소와 같은 해에 열린 대회다. 여기에서 황연대 성취상이 처음 선보였으니 뜻깊다. 2018년 평창 패럴림픽까지 남녀 각 14명씩 28명(21개국)이 황 여사의 사재를 턴 상(순금 메달)을 받고 ‘다르지만 멋지게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 상의 본래 명칭은 ‘황연대 극복상’이었지만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부터 ‘황연대 성취상’으로 바뀌었다.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는 투쟁보다는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공하자는 긍정의 의지를 담았다. ▷그런데 이 상이 24일 개막하는 2020 도쿄 패럴림픽부터 사라지게 됐다. IPC가 상 폐지를 통보한 것이다. 황 여사의 아들인 황연대성취상위원회 정성훈 이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평창 패럴림픽에서 시상했던 어머니가 알츠하이머병 투병 중이지만 일제강점기를 겪은 만큼 도쿄에서 의미 있는 시상을 원하셨는데 실망이 크다”고 했다. 이 상 대신 도쿄 패럴림픽조직위원회가 관여하고 재정도 투입되는 ‘아임 파서블 어워드(I‘m Possible Award·나는 가능하다)’가 신설된다. ▷다가올 2024 파리 올림픽부터는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아예 같은 엠블럼을 쓴다. 장애와 비장애의 벽을 허무는 데 황연대 성취상의 기여가 컸다. 발달장애인이 직관적으로 경기종목을 이해할 수 있는 픽토그램을 개막식에 선보여 호평을 받았던 도쿄 올림픽이다. 뒤이어 열리는 패럴림픽에서 한국인이 만든 상을 굳이 없앤다니 유감스럽다. 우연이라기엔 석연찮은 구석도 보인다.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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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김선미]2024 파리 올림픽

    2020 도쿄 올림픽 폐회식에서 올림픽기(旗)가 다음 개최지인 프랑스 파리의 안 이달고 시장에게 전달된 뒤 영상이 나왔다. 요즘 ‘핫한’ 뮤지션인 우드키드의 전자음악을 배경으로 BMX(묘기 자전거)팀이 파리의 아연 지붕 위를 질주했다. 콩코르드 광장에서는 3대3 농구가 펼쳐졌다. 앞으로 1081일 남은 2024 파리 올림픽의 영상 초대장이자 예고편이었다. ▷프랑스 국가(國歌)인 라 마르세예즈는 현대적으로 편곡돼 이 올림픽이 추구하는 가치를 드러냈다. 문화예술의 파리를 대표하는 공연홀 ‘메종 드 라 라디오’를 비롯해 기차역을 개조한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카페, 아마추어 스케이터들과 타악기 연주가 어우러진 파리 북쪽 외곽 생드니의 광장 등이 나왔다. 2024 파리 올림픽은 거리의 아이들도 포용한다는 취지로 청년 범죄율과 실업률이 높은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를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선정했다. ▷2024 파리 올림픽은 세 가지 약속을 내걸었다.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난 스포츠 관람, 모든 사람과 도시 전체에 개방,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관객들과 소통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래서 펜싱과 태권도는 그랑 팔레, 승마는 베르사유 정원, 양궁은 앵발리드 산책로, 비치발리볼은 에펠탑을 마주 보는 샹 드 마스 광장에서 연다. 올림픽 중계만 봐도 영화 ‘파리로 가는 길’ 못지않은 파리 랜선 여행이 될 것 같다. ▷도쿄 올림픽은 팬데믹에서도 세계가 하나 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32조 원을 쏟아붓고도 흥행에는 실패했다는 평이다. 코로나19 탓이 크지만 올림픽에 대한 관심 자체가 식어가는 게 문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도쿄 올림픽에서 스포츠 클라이밍과 서핑 등 ‘젊은 종목’들을 채택해 여성과 젊은층의 관심을 얻고자 노력했다. 2024 파리 올림픽에 거는 기대는 더욱 각별하다. 창의적인 올림픽을 선보이겠다는 파리는 2017년부터 오페라 가르니에 내부와 몽마르트르 등을 달리는 ‘런 마이 시티’라는 달리기 대회도 열고 있다. 다가올 올림픽 기간에 일반인도 참여하는 도심 마라톤 대회를 연다니 그 코스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세워진 에펠탑을 깃대 삼아 축구장 크기의 올림픽기가 이번에 걸렸다. 그 앞에서 2024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브레이킹을 22세 프랑스 챔피언이 선보였다. 역사와 젊음의 만남이다. 최초의 여성 참여 올림픽(1924년)이 열렸던 곳인 만큼 2024 파리 올림픽은 변화하는 시대에 맞춘 연대(連帶)와 균형의 올림픽이 됐으면 한다. 세계인이 색다른 올림픽을 ‘직관’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셀프 시상, 경기 후 48시간 내 귀국과 같은 슬픈 ‘코로나 올림픽’은 도쿄에서 끝나기를 바란다.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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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김선미]사람 잡는 백신 가짜 뉴스

    미국 뉴욕타임스가 전 세계에 반향을 일으킨 가짜 뉴스들을 분석해 ‘가짜 뉴스 제조 수법’을 소개한 적이 있다. 질병이나 건강은 누구나 관심이 많은 사항이어서 단골 소재로 쓰인다. 충격적인 거짓말을 날조하거나 가짜 뉴스를 전할 ‘유용한 바보’를 이용하면 전파력이 커진다. 마치 코로나19 팬데믹을 예견한 듯한 이 분석이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을 뒤흔드는 백신 가짜 뉴스 얘기다. 비영리단체 디지털 증오 대응센터(CCDH)가 올해 2, 3월 소셜미디어의 백신 가짜 뉴스 81만 건을 분석했더니 최대 SNS인 페이스북이 가짜 뉴스 제조기로서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위 정보의 73%가 단 12명의 ‘위험한 인플루언서’로부터 나와 5900만 명의 팔로어에게 퍼졌다. “백신이 생식 기능을 해친다” “코로나가 5G로 퍼진다” 등의 근거 없는 정보들이 낯선 질병에 대한 대중의 두려움을 파고들었다. ▷사실 가짜 뉴스는 정치적 술수의 일부로서 역사와 함께했다. 특히 인쇄술과 라디오 등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최근의 백신 가짜 뉴스는 훨씬 더 복잡한 문제다. SNS의 잘못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퍼지는 인포데믹(거짓정보 감염증)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을 키우고 불안과 공포를 조장한다는 점에서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파괴적일 수 있다. 백신 가짜 뉴스는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고 현지 상황에 맞춰 내용이 각색돼 점점 더 진위를 파악하기 어려운 변이를 만들어낸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페이스북이 “미국의 백신 접종률 둔화는 우리 탓이 아니다”라며 반박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압박의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페이스북은 뉴스 기사가 전달되는 비중이 가장 높은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월간 활성 사용자를 30억 명 거느리고 정보의 흐름을 결정하는 ‘플랫폼 권력’이다. ▷전통적 언론의 게이트 키핑이 사라진 SNS에서는 이용자 스스로 가짜 뉴스에 대한 감별력과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팬데믹 시대의 최대 위험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우리 내면의 증오, 탐욕, 무지”라고 경고하면서 이를 극복하려면 과학에 대한 대중의 이해가 높아져야 한다고 했다. 과학자들도 좀 더 쉽게 대중과 소통하기를 당부했다. 백신 가짜 뉴스가 판치는 위기에서 그래도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과학이다. 백신 접종의 효과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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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김선미]람다 변이

    요즘 세계 최악의 코로나19 사망률을 기록하는 나라는 페루다. 인구 10만 명당 596명이 코로나19로 세상을 뜬다. 지난해 12월 페루에서 처음 발견된 람다 변이 때문이다. 초기엔 페루 전체 감염의 0.5%였던 람다 변이는 현재는 97%를 차지하는 지배종이다. 칠레와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를 강타하고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30개 국가로 퍼져 나가는 기세가 심상찮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중순 이 변이를 ‘관심 변이’로 지정했다. ▷람다 변이는 알파(영국), 베타(남아프리카공화국), 감마(브라질), 델타(인도), 엡실론(미국), 제타(브라질), 에타(미국), 세타(필리핀), 요타(미국), 카파(인도) 변이를 잇는 11번째 코로나 변이다. WHO는 지난달부터 변이 발생 지역에 대한 차별을 막기 위해 그리스 문자로 변이의 이름을 붙이고 있는데,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변이가 생겨나면 24개 문자가 다 사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람다 변이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핵심인 스파이크 단백질에 7개의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 돌연변이는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를 더 잘 전염시킨다. WHO는 여러 국가에서 심각한 지역사회 전파를 유발할 때 관심 변이로 지정한다. 에타 요타 카파가 람다보다 앞서 지정된 관심 변이다. 델타는 올해 4월 관심 변이로 지정됐다가 한 달 만에 우려 변이로 격상됐다. 이대로 가다가는 람다도 델타의 뒤를 이을 수 있다. 전파율과 치명률, 백신 저항력이 높은 우려 변이는 현재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이렇게 네 가지다. ▷최근 각국에서 델타 변이의 충격이 워낙 크다 보니 람다 변이에 대해서도 공포가 깊어진다. 델타만큼 전염성이 크다는 우려가 있지만 이 변이에 대해 더 알기 전에 미리 걱정할 이유는 없다는 의견도 맞선다. 람다 변이가 기승을 부리게 된 것은 발생 초기에 브라질에서 발견된 감마 변이로 오인됐기 때문이란 주장도 나왔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전 세계가 데이터를 축적하고 코로나 변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 유전자 분석기술을 바탕으로 변이 분석능력을 키워야만 변이를 추적하고 그에 대처할 수 있다. ▷코로나는 자연계 먹이사슬에서 최상위인 인간과 진화적으로 열등한 바이러스 간의 쫓고 쫓기는 생존 싸움이다. 백신을 개발해도 바이러스는 변이를 일으키며 달아난다. 코로나는 우리가 바이러스와 면역에 대해 아직도 모르는 게 많다는 걸, 생명계의 일원으로 겸손해야 한다는 걸 일깨운다. 완전 퇴치가 어려워 보이는 코로나와 함께 사는 길은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동시에 변이 연구와 투자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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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김선미]‘最古·最高’ 금속활자

    조선시대 세종이 지시해 만든 금속활자가 ‘갑인자(甲寅字·1434년)’다. 천문기계를 제작하는 기술자들이 만든 활자라서 품질이 뛰어나다는 게 국내 서지학계의 평가다. 조판 기술이 대폭 개선돼 활자들이 흔들리지 않게 찍혔고 인쇄 속도도 두 배로 빨라졌다. 가장 큰 특징은 서체의 세련된 아름다움이었다. 그 갑인자로 추정되는 한자 활자를 포함한 조선 전기의 금속활자 1600여 점이 대거 발굴됐다. ▷최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출토된 금속활자는 한자 1000여 점, 한글 580여 점 등 역대급이다. 특히 한자 활자는 국내에서 가장 수준 높은 금속활자, 한글 활자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한글 활자여서 의미가 크다. 한자 활자는 최소 6점이 갑인자로 추정된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공인되면 1440년대 구텐베르크 금속활자보다도 앞서는 것이다. 국내 한자 금속활자는 고려시대 실물이 극소수 있지만 그 수준이 갑인자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지금까지는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 중인 ‘을해자(乙亥字)’ 30여 점(1460∼1480년 제작으로 추정)이 가장 오래된 한글 금속활자로 통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한글 금속활자는 세종 때 간행된 국내 최초의 음운서인 동국정운(1448년)식 표기법을 따랐다. 세조 때 ‘능엄경언해’(1461년)와 닮은 을해자 글자체이기는 해도 동국정운에 나오는 ㅱ, ㅸ, ㆆ, ㆅ 등을 새긴 활자다. 바로 이 점에서 전문가들은 가장 오래된 한글 금속활자가 이번에 발견됐다고 본다. ▷금속활자 발굴을 계기로 한글과 세종에 대한 재발견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대중이 읽고 쓸 수 있게 한 금속활자야말로 획기적인 뉴미디어”(김용찬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천문학에서 활자를 도출한 세종은 한국판 레오나르도 다빈치”(한재준 서울여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등의 평가도 나온다. 어쩌면 한글은 국제무대에서 더 잘나간다. 유네스코가 1990년부터 문맹 퇴치에 기여한 인물이나 단체에 주는 상 이름이 ‘세종대왕상’이다. 최근엔 해외 제품 디자인에도 한글이 단골로 등장한다. 김슬옹 한글학자는 “직선과 원으로 이뤄진 한글의 간결한 글꼴은 미학적 가치가 크다”고 한다. ▷세종이 동국정운을 펴냈던 것은 훈민정음에 반대하는 양반들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이젠 한글에 세계인이 관심을 갖는다. 한글을 과학의 측면으로도, 예술의 측면으로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고 연구해야 할 때가 왔다. 주요 사료로 보존해야겠지만 젊은층이 애용하는 한글 서체 개발에도 활용할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 그래야 박물관 속 금속활자가 아닌 미래의 한글이 된다.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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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김선미]집안일의 값은?

    요즘 남성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는 재미가 쏠쏠할 뿐 아니라 유익하기까지 하다. 텃밭에서 직접 키운 로메인과 수제 리코타 치즈를 넣어 샐러드를 만들고, 두부와 콩가루를 갈아 홈 메이드 콩국수를 요리해 주말 가족메뉴로 내놓는다. 토종 오이를 구해서 항아리에 오이지도 담근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껴서일까. 많이 안 해봤던 집안일이 새삼 소소한 행복감을 주는 것일까. ▷통계청이 집안일의 경제적 가치를 어제 발표했다. 음식준비, 청소와 정리 등 61개 무급 가사노동을 돈으로 환산했더니 그 가치가 연간 490조9000억 원(2019년 기준)이었다. 정부가 2018년 최초로 집안일의 가치를 발표했던 361조5020억 원(2014년 기준)보다 35.8% 증가한 수치다. 가사 부담의 남녀 비중은 약 3 대 7로 여성에게 치우쳐 있지만 그래도 큰 변화가 있다. 5년 전과 비교해 여성의 가사노동 가치가 30.4% 늘어난 데 비해 남성은 52.3% 급증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남성의 집안일 참여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무급 집안일은 무엇인가. 통계청은 집안일의 가치를 측정하기 위해 ‘생활시간조사’ 항목을 활용했다. 그중 제3자가 대신 해줄 수 없는 활동, 돈 받고 하는 일과 학습 등을 제외했다. 이렇게 나온 집안일은 시대 변화상을 반영한다. 반려동물 및 식물 기르기는 2014년에 단독 집안일 항목으로 분류됐다. 건조기를 쓰는 가정이 늘면서 세탁뿐 아니라 세탁물 건조도 집안일의 한 항목이 됐다.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 대화하기도 무급 집안일이다. ▷집안일은 가계생산 위성계정으로 평가된다. 국민계정의 틀 속에서 세부 내용을 반영하기에는 구조가 맞지 않는 특정 분야를 집중 분석하려고 만드는 계정이 위성계정이다. 하지만 집안일의 가치는 시장가치로 환산되는 것을 넘어 화폐로 교환되는 단계는 아직 아니다. 통계청 관계자도 “집안일의 경제적 가치가 현실지표로 활용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전 세계 여성들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를 최저임금을 적용해 계산해 보도했다. 연간 10조9000억 달러(약 1경2379조 원·2019년 기준)다. 직장에 다니지 않고 집에서 살림하는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집에서 논다”는 말을 농담으로라도 해서는 안 된다. 손자들을 돌봐주는 조부모 세대에게도 가능하다면 적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해드려야 한다. 이번 통계청 발표치를 반영한 집안일의 평가액은 시간당 1만3891원. 하루 6시간 일한다고 가정해 계산하면 월 250만 원 상당의 노동이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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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김선미]서울문고 부도

    미국의 대형서점 체인 반스앤드노블은 지난달 말 워싱턴주 커클랜드에 새 오프라인 매장 문을 열었다. 1994년 아마존의 등장으로 타격을 입어 1996년 1046개였던 매장 수는 현재 607개. 2년 전 취임한 제임스 던트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로 서점 문을 닫아야만 했던 기간을 지역 맞춤형 매장으로 변신시키는 기회로 삼았다. 동네와 주민 특성에 맞게 서가의 구성을 다르게 하고 올여름에는 3개의 매장을 추가로 더 낸다는 계획이다. 오프라인 서점의 경영난이 갈수록 심해지는 한국으로선 먼 나라 이야기다. ▷그제 반디앤루니스 서점을 운영하는 국내 오프라인 3위 서울문고가 최종 부도 처리됐다. 서울문고는 1988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종합무역센터 지하 아케이드에 1587m²(약 480평) 규모로 처음 선보였다. 1980년대 김홍신의 ‘인간시장’ 등 밀리언셀러의 등장과 함께 교보문고(1981년) 서울문고 영풍문고(1992년)가 들어서던 시기가 국내 서점업계의 황금기다. 마사 그레이엄 무용단 등 유명 예술단의 내한공연 주요 예매처도 서울문고였다. ▷국내 오프라인 서점은 갈수록 퇴조하고 있다. 책 8000여 권을 터널로 꾸며 복합공간을 표방했던 서울 을지로의 ‘아크앤북’마저 지난달 16일 경영난으로 영업을 종료했다. 서울 망원동의 중형서점 한강문고, 배우가 운영하던 합정동의 ‘책과 밤낮’도 폐업했다. 한강문고가 문을 닫으며 걸어둔 안내문에는 ‘시장 변화와 오프라인 독서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쓰여 있었다. ▷오프라인 독서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 지금은 책도 독자도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다. 아마존이 ‘항생제, 전기와 함께 인류의 가장 중요한 발명품’이라며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내놓은 게 벌써 14년 전이다. 20, 30대는 모바일 기기에 수만 권의 책을 넣어 들고 다닐 수 있는 전자책을 선호한다. 요즘엔 오디오북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 책을 귀로 ‘듣는다’. 운동하거나 이동 중에 들으면 책 한 권이 뚝딱이다. ▷그런데도 세계의 이름난 서점들이 집중하는 부분은 ‘온라인에서는 찾을 수 없는 특별한 오프라인 경험’이다. 1906년 문을 연 포르투갈 포르투의 렐루 서점은 입장료가 있는데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느끼려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일본 쓰타야 서점은 철저한 데이터 분석으로 지역마다 최적화된 콘텐츠를 큐레이션한다. 오전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문을 여는 도쿄 다이칸야마 쓰타야의 음반코너 소파에서 LP음반을 듣는 것은 ‘나만의 경험’이 된다. 국내에도 서울 스틸북스와 속초 동아서점 등이 나만의 특색을 시도 중이다. 사람이든 서점이든 ‘나다움’이 있어야 살아남는다.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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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김선미]“여행, 참을 만큼 참았다”

    여행의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작가 김영하는 저서 ‘여행의 이유’에서 ‘여행은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어버리러 떠나는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혔다가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는 요즘엔 이런 이유도 있겠다. “이젠 코로나를 잊고 싶다. 참을 만큼 참았다. 일단 나가자.” ▷해외여행이 중단된 동안 그나마 숨통을 틔워주던 유사(類似) 여행이 있었다. 올해 말까지 1년간 한시적으로 운행 중인 무착륙 국제관광 비행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반년간 1만6000명이 이용했다. 타국 땅은 밟지 못해도 면세쇼핑을 할 수 있는 ‘어쨌든 여행’이다. 이들의 면세점 구매액은 228억 원. 1인당 평균 142만 원을 썼다. 면세한도(600달러)를 초과하는 면세품을 사고 당당하게 관세를 낸 탑승객이 전체의 46%다. ▷하도 해외여행을 못 하니 비행기를 타는 것조차 그리울 때가 있다. 그래서 나온 게 편의점에서 파는 기내식 도시락이다. 제주항공과 GS25가 만든 도시락 뚜껑에는 항공권 형태의 설명서가 붙어있다. 해외여행 분위기를 내보겠다고 이 도시락을 집에 사와 일렬로 앉아 먹었다는 어느 가족의 얘기는 눈물겨울 정도다. 젊은층을 겨냥해 뉴욕과 프라하의 기내식 감성을 내세운 이마트24 도시락도 있다. ▷최근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 추진 계획 발표도 여행 욕구에 불을 지폈다. 트래블 버블은 협의 국가끼리 격리 없이 여행하는 것이다. 각 여행사는 백신 접종 고객 대상의 여행상품을 내놓기 시작했으며 아시아나항공은 1년 넘게 중단했던 인천∼사이판 노선을 다음 달 24일 재개한다. 여행과 소비는 심리다. 백신을 맞으면 어디든 해외로 떠나 쇼핑하고 싶다는 얘기들이 들린다. 백신 접종률 50%를 넘긴 미국에서 여행 수요로 샴페인 드레스 콘돔 매출이 급증하듯 국내에서도 최근 립스틱과 수영복 판매가 호조를 보인다. ▷일상으로의 회복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주요 지표가 해외여행이고, 여행의 부수적 즐거움 중 하나가 쇼핑이다. 트래블 버블 시행을 앞두고 국내 면세제도를 이참에 손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내국인 면세 한도가 600달러에 그치고 면세품도 공항 인도장에서만 받아야 한다. 반면 중국은 하이난 특구의 면세쇼핑 한도를 10만 위안(약 1745만 원)으로 높이는 등 파격적인 지원으로 지난해 세계 면세점 시장 1위(중국면세점그룹)로 올라섰다. 그동안 글로벌 명품업계를 키운 게 여행자들의 지갑에서 나온 돈이었다. 이 돈의 힘을 무시하면 안 된다. 참고 참았던 여행 욕구는 강력한 소비로 분출될 것이 분명하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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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김선미]가사근로자

    가사도우미 없는 한국사회를 떠올리기는 힘들다. 특히 맞벌이 가정에 있어 가사도우미의 도움은 절실하다.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서부터 직업소개소에 전화를 돌려 숱한 면접 끝에 맺어지는 가사도우미와의 인연. 이 만남이 얼마나 잘됐느냐 아니냐에 따라 삶의 질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들을 돌봐주고 집안일을 도와주는 그들이 있기에 그나마 여성들이 밖에 나와 일을 할 수 있다. ▷대개의 가정에서 여성들이 맡던 가사노동은 1967년 정부가 직업안정법에 유료 직업소개소를 허용하면서 공공 서비스가 아닌 민간의 직업소개 방식으로 사회에서 ‘거래’돼 왔다. 시장이 커지면서 가사노동자는 베이비시터, 간병인 등의 직종으로 세분됐지만 주로 가사도우미로 불렸다. 그런데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가사근로자법)이 통과되면서 이들을 부르는 새로운 이름이 생겨났다. ‘가사근로자’다. ▷이 법은 정부 인증을 받은 가사노동 제공기관이 가사도우미를 고용해 최저임금을 보장하면서 퇴직금, 4대 보험, 유급휴일, 연차 유급휴가 등을 제공토록 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가 인증하는 기관이 고용하는 가사도우미에 대해서는 ‘가사근로자’의 자격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가사노동은 68년 만에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정식 근로가 됐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될 당시만 해도 가사노동을 경제행위로 생각하지 않았던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가사노동자가 법 적용 범위에서 빠졌던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전국의 가사도우미는 청소만 하는 경우는 13만7000명, 육아와 간병 등도 포함하면 30만∼60만 명이다. 제정안은 앞으로 1년 후 시행되는데, 새 법이 시행돼도 기존처럼 직업소개소를 통해 가사도우미를 직접 고용해도 된다. 정부가 인증기관을 통한 가사근로자와 민간을 통한 가사도우미 고용이라는 두 길을 다 열어 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소개소를 통한 도우미에 비해 정부가 인증하는 가사근로자가 믿음직한 건 사실이지만 비용이 최대 20% 정도 비싸진다. ▷가사근로자법은 가사서비스와 관련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가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의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가사근로자에게 휴게시간을 주는 등 적절한 근로환경을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이용계약서에 정한 사항 이외의 업무는 요구할 수 없다. 돕는 사람들을 귀하게 대하자는 법이다. 남은 1년, 선의의 피해자나 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는 빈틈없이 준비해야 한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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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김선미]골든글로브 보이콧

    1997년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서 스포츠 에이전시 매니저인 주인공 제리(톰 크루즈)는 풋볼 선수와 우정을 나누며 그를 스타로 키웠다. 선수가 극 중 했던 말 ‘돈을 내놔(Show me the money)’는 세계적 유행어가 됐고 크루즈는 그해 제5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랬던 크루즈가 지금까지 받은 이 상의 트로피 세 개를 최근 반납했다. 공정을 내던지고 ‘쇼 미 더 머니’만 해 온 골든글로브 측에 대한 보이콧이었다. ▷1944년 시작돼 아카데미상과 함께 미국 양대 영화상인 골든글로브상이 존폐 위기를 맞았다. 1996년부터 시상식을 중계해 온 미국 NBC가 내년부터 중계를 중단한다고 밝힌 데 이어 워너미디어와 넷플릭스 등 주요 제작사와 스타들의 보이콧이 이어지고 있다. NBC는 골든글로브가 개혁을 추진해야만 중계 재개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2월 골든글로브의 부정부패가 폭로됐다. 주최 측인 미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가 영화제작사 파라마운트의 협찬을 받아 프랑스로 호화 여행을 다녀오고 곳곳에서 검은돈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골든글로브의 부패는 역사가 깊다. 1982년 여배우 피아 자도라의 신인상 수상 이면에는 그의 억만장자 남편이 협회 회원들을 라스베이거스로 초청해 벌인 초호화 파티가 있었다. 당시 미 CBS는 그 일로 시상식 중계를 중단했고, 자도라는 이듬해 골든 라즈베리상(최악의 신인상)을 받았다. ▷할리우드에서는 골든글로브상을 경박하게 여기는 시선이 많다. 최근엔 인종과 성 차별, 혐오와 편견 등 각종 논란도 빚는다. 협회의 끼리끼리 클럽 문화가 그들의 다양성 감수성을 낮게 만든 탓이다. 협회 회원 87명 중 흑인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2월에 밝혀지자 소셜미디어에서는 배우들을 중심으로 골든글로브의 종말을 고하는 #TimesUpGlobes 운동이 벌어졌다. 현재 미국의 주요 배우 10명 중 4명은 백인이 아니다. ▷골든글로브가 가진 힘의 비결은 돈이다. 1990년대에 수익원을 찾던 NBC가 생방송 중계에 눈을 돌렸을 땐 이미 CBS가 그래미상, ABC가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중계하고 있어 골든글로브의 파트너가 됐다. 골든글로브는 NBC가 매년 500억 원이 넘는 광고 수익을 올리고 넷플릭스 같은 신흥 미디어가 명성을 쌓는 플랫폼이다. 그런데도 이들 기업이 이번에 보이콧을 했다. 제리 맥과이어에서 톰 크루즈의 명대사가 있었다. “당신은 나를 완성시켜 줘요(You complete me)”. 꼰대문화와 돈맛에 물들었던 골든글로브가 다양한 인종과 가능성을 포용해 부족함을 채워 나가야 한다.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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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김선미]‘학교 가는 길’

    5일 개봉한 한국 영화 ‘학교 가는 길’은 장애인 특수학교 건립을 위해 땀 흘린 엄마들의 실화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이 엄마들의 노력 덕분에 지난해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서진학교가 문을 열었다. 과정은 힘겨웠다.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부닥치자 엄마들은 무릎을 꿇고 호소했다. “귀하게 키운 아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여러분과 더불어 살고 싶은 게, 이게 욕심입니까?”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이 학교를 다니기란 쉽지 않다. 학생 수에 비해 학교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장애 학생과 가족들은 그저 ‘집 근처에 다닐 학교가 있기를’ 바란다. 2013년 서울시교육청이 강서구 내 특수학교 신설 행정예고를 했을 때 엄마들이 뭉친 이유다. ‘다음 세대 부모들이 나와 내 자녀가 겪는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그러나 주민들은 반대했다. “우리는 장애인을 혐오한 적도 차별한 적도 없다. 그런데 왜 우리 지역에만 사회취약계층 시설이 많이 들어서나.” ▷장애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우리 사회에 대한 어려운 질문들을 마주하게 만든다. 주민들은 조선 의학자 허준을 길러낸 가양동에는 한방병원을 지어 지역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2017년 특수학교 토론회에 참석한 엄마들의 무릎 호소가 알려지면서 학교 건립 찬성 여론이 커져 서진학교가 세워질 수 있었지만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한 숙제를 남긴다. 다큐 영화를 만든 김정인 감독도 “서진학교 건립에 반대했던 주민들을 영화 속에서 악마로 그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고 했다. ▷프랑스에는 ‘시네마 디페랑스’라는 비영리 자원봉사 조직이 같은 이름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극장에서 함께 영화를 보거나 공연을 감상한다. 발달장애아들은 상영 도중 일어서거나 소리를 내도 비난받지 않는다. 우리와 ‘다를’ 뿐인 장애아를 따뜻하게 맞아주고 두려움 없이 한 공간에 함께 있기만 해도 그들은 사회로부터 격리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장애아 엄마들은 말한다. “아이들이 부끄러움 없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릎 호소를 했던 엄마들의 아이들은 이미 자라 서진학교를 다니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들은 “아이 덕분에 내가 조금씩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 됐다”고 한다. 엄마들은 스스로를 계주 선수에 비유한다. 앞선 엄마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열심히 달리고 또 다음 엄마에게 물려주겠다고. 김광민이 짓고 노영심이 피아노 친 ‘학교 가는 길’이란 곡이 있다. 우리 사회가 보다 성숙해져서 특수학교 학생들의 학교 가는 길이 이 음악처럼 경쾌하고 행복해지기를 바란다.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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