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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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6-02-24~2026-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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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출판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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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5%
칼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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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여정 “큰아들, 25년 전 커밍아웃… 뉴욕서 동성혼”

    2021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상(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 씨(77·사진)가 할리우드 신작 영화 ‘결혼 피로연(The Wedding Banquet)’ 개봉을 맞아 가진 해외 인터뷰에서 “커밍아웃한 큰아들은 뉴욕에서 동성혼을 했다”고 공개했다. 19일(현지 시간) 미 연예매체 피플 등에 따르면 윤 배우는 ‘결혼 피로연’ 출연 배경을 설명하며 아들에 대해 언급했다. 리안(李安) 감독의 1993년 작을 리메이크한 해당 작품은 동성애자 주인공이 결혼을 다그치는 집안 성화로 위장 결혼을 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한국계 미국인 앤드루 안 감독이 연출했으며, 윤 배우는 주인공 할머니 역할을 맡았다. 윤 배우는 ‘캐릭터에 공감한 이유 중 하나가 아들이 동성애자이기 때문이라고 들었다’는 질문에 “장남이 2000년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했고, 뉴욕에서 동성혼이 합법화됐을 때 결혼식을 올린 경험을 영화에 녹였다”고 답했다. 그는 또 “한국은 보수적이라 부모에게도 동성애자임을 밝히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아들 결혼식도 한국에선 비밀이라 가족들이 뉴욕으로 갔다”고 했다. 윤 배우는 “영화 속 ‘(네가 누구든) 너는 내 손자’란 대사는 개인적 경험에서 나왔다”며 “지금은 아들보다 그의 배우자(son-in-law)를 더 사랑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 알려지면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다”며 “마음을 열어주길 바라지만 가능할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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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뒷모습과 거울로 만든 미의 여신 [영감 한 스푼]

    거품 속에서 태어난 아프로디테를 그린 보티첼리, 침대에 비스듬히 기댄 비너스를 표현한 티치아노, 시중드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꽃단장하는 루벤스의 비너스까지.르네상스와 16세기 이탈리아 화가들이 그린 비너스(혹은 아프로디테)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유럽 여러 미술관의 중요한 컬렉션으로 남아 있습니다.이들 ‘비너스 그림’은 표면적으로는 신화 속 여신을 묘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당대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여성을 그립니다.풍성한 금발을 늘어뜨리거나, 그리스 조각상 같은 신체 비율을 충실히 따르고, 더 나아가 누워있는 공간이나 장신구를 아주 호화롭게 묘사한 것이 흔합니다.그런데 스페인 거장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남긴 그림 ‘로크비 비너스’의 비너스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흐린 얼굴의 흑발 여인간송미술관에 신윤복이 그린 ‘미인도’가 전시됐을 때, 이 그림을 보려고 긴 줄이 늘어섰던 것 기억하시나요?이처럼 아름다운 여인은 누구에게나 호기심을 일으키는 소재입니다. 수백 년이 지나도 사람들이 그 그림을 직접 보겠다고 몇 시간을 기다리는 수고를 감수하는 건 ‘조선 시대 미인은 얼마나 예뻤나?’ 하는 궁금증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림을 보러 가서 여인의 얼굴, 옷, 장신구 같은 외모를 감상하죠.그런데 벨라스케스의 그림 속 여인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건 뒷모습이 전부입니다.목걸이도, 팔찌도, 장식이 될 만한 어떠한 것도 걸치지 않은 누드에, 걸터앉은 침대에도 흰 시트 위에 어떠한 무늬도 없는, 그저 푸른빛이 도는 회색 천이 놓여 있죠. 게다가 여인의 머리 위 공간은 텅 빈 벽이며 그 위로는 붉은 커튼이 드리워져 이 공간이 화려한 궁궐인지 귀족의 저택인지, 아니면 그냥 평범한 사람의 집인지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당대 대부분 화가가 비너스를 금발로 그린 반면 벨라스케스의 여인은 갈색빛이 도는 흑발을 하고 있습니다.즉, 화가는 아름다운 여인을 신화나 환상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검은 머리카락을 하고 아주 사적인 공간에 누워 있는 현실 속 여인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여인을 ‘아름답다’고 느끼고 시선을 빼앗기는데요. 그러한 매력을 만드는 결정적 장치는 바로 ‘거울’입니다.나를 보는 여인이 아름답다그림에서 거울이 없다고 상상해 볼까요? 여인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낯설고 다가가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날개를 단 소년(천사)이 든 거울 속에 비친 여인의 얼굴은 희미하지만 미소를 짓고 있고, 또 관객과 눈을 맞추고 있습니다.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바로 여인이 ‘눈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거울을 들고 있는 비너스는 대부분 자기 얼굴이 얼마나 예쁜지 확인하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이와 달리 벨라스케스는 실제 각도로는 불가능함에도 여인의 시선을 과감하게 정면으로 돌립니다. 그 결과 보는 사람은 여인과 눈을 마주치며 교감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또 거울 속 여인의 이목구비는 아주 흐리게 표현했습니다. 여인의 몸은 붓 터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고 반짝이게 그려 현실감을 더한 것과는 반대로 말이죠.얼굴이 희미해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확실하지 않고, 그 불확실함 덕분에 보는 사람은 특정 인물이 아닌 나와 눈을 마주치는 ‘누군가’를 상상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까 아름다움이란 예쁘게 생긴 외모가 아니라 나와 닿을 수 있는 살갗이며, 뒷모습이 아니라 나를 보는 눈빛이라는 걸 이 그림은 보여주고 있습니다.‘내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눈을 마주쳤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비너스)이 되었다.’사적 취미에서 공공 자산으로벨라스케스는 어떻게 이런 아름다움을 표현하게 됐을까? 모든 것은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작품의 제목인 ‘로크비 비너스’는 영국 내셔널갤러리 소장품이 되기 전 그림이 걸려 있던 저택의 이름 ‘로크비 파크’에서 따온 것입니다.그 전엔 150여 년간 스페인 귀족들이 소장했고, 첫 거래 기록은 마드리드 딜러 도밍고 게라 코로넬입니다. 코로넬은 왕실 그림을 거래하던 유명한 상인이 아니라 아주 작은 규모의 미술상이었고, 이때까지 그림 이름은 ‘누드 여인(A nude woman)’이었습니다.그림이 이렇게 조용히 떠돌았던 이유는 당시 스페인 사회에서 누드를 그리는 것을 종교적 이유로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무척 내밀한 분위기 때문에 벨라스케스가 이탈리아에서 몰래 만난 연인을 그렸다는 추측도 있습니다.중요한 건 과거엔 소수만 즐겼던 사랑의 언어를 지금은 미술관에서 무료로 누구나 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엔 걸작에 대한 시민들의 애정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1905년 그림의 소유주는 재정난으로 그림을 팔기로 합니다. 딜러가 책정한 금액은 4만 파운드. 내셔널갤러리의 1년 예산은 당시 5000파운드에 불과했습니다.이에 ‘국보급 문화재’를 다른 나라에 빼앗길 수 없다는 여론이 일었고, ‘내셔널 아트 펀드’ 모금 운동으로 정부가 작품을 매입할 수 있게 됐죠.이후 국왕이 익명으로 8000파운드를 기부했다는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이 작품은 내셔널갤러리에서 국민적 사랑을 받는 대표작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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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달리’를 꿈꾼… “20세기 초현실주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쓸쓸한 듯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조르조 데 키리코, 나무에 걸린 시계가 녹아 내리는 그림으로 유명한 살바도르 달리, 사람 얼굴에 사과를 그려 넣는 등 엉뚱한 조합으로 그림을 그린 르네 마그리트. 1924년 프랑스 파리 예술가들의 ‘초현실주의 선언’을 시작으로 세계로 퍼져 나간 초현실주의 미술은 기묘하고 미스터리한 시각 언어로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런 초현실주의 예술이 한국에서는 어떻게 전개됐을까. 이를 살펴본 첫 본격 연구를 바탕으로 ‘초현실주의와 한국 근대미술’전이 17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개막한다.● 숨겨진 6인 미술가 조명 전시를 기획한 박혜성 학예연구사는 2014년 김병기 회고전을 준비할 당시 김 화백이 초현실주의를 자주 언급하는 걸 보고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고 한다. ‘한국에도 초현실주의가 있었나?’ 이번 전시는 그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기존 주류 미술사는 추상 미술과 민중 미술의 두 가지 구도로 나뉘었는데, 이 때문에 초현실주의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사례가 별로 없었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나 평생 개인전을 연 적이 없는 작가들도 포함됐다. 일본 초현실주의 미술 단체 ‘미술문화협회’에 출품했던 김종남(1914∼1986)은 15세에 홀로 교토로 건너가 일본인과 결혼한 뒤 임종 직전 자녀들에게 한국인임을 알렸다. 해당 작가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 후쿠자와 이치로가 중심이 된 ‘독립미술협회전’에 참여한 김욱규(1911∼1990)는 함경남도 함흥에서 월남한 뒤 미군 부대에서 초상화를 그리며 생계를 유지했다. 1970년대부터 홀로 그린 그림 400여 점을 남겼다. 세상을 떠난 뒤 1991년 장남이 마련한 유작전이 첫 개인전이다. 일본 초현실주의 미술가와 교류했던 작가들이 있는가 하면, 1956년 프랑스로 이주한 뒤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받은 김종하(1918∼2011), 달리의 작품에 나타나는 오브제를 연구한 박광호(1932∼2000)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키리코와 달리를 좋아했던 김영환(1928∼2011), 종교 화가로 알려져 있던 신영헌(1923∼1995)의 작품도 소개된다.● 초현실주의 좁은 정의 아쉬워 이 전시는 20세기 한국 미술사에서 소홀하게 다뤄졌던 근대미술 작가를 발굴한다는 취지의 ‘근대미술가의 재발견’ 두 번째 시리즈로 기획됐다. 그 덕분에 형상을 찾아볼 수 없는 추상화나 정치적 메시지가 뚜렷한 민중 미술이 아닌, ‘제3의 무언가’를 상상하고 상징하는 형상을 그려 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다만 국립기관에서 처음으로 한국 근대미술사의 초현실주의를 조명한 전시임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초현실주의가 1920년대 유행했지만 전시 작품들은 1960년대 이후 제작된 것들이다. 시기적으로 초현실주의 미술 단체와 교류했거나 유사한 시각 언어를 사용했다고 초현실주의 미술가로 분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초현실주의가 프로이트 ‘꿈의 해석’(1900년)을 기점으로 무의식과 욕망을 다뤘음을 고려하면 초현실주의적 시각 언어를 활용해서 여성 정체성, 사회 현실을 풀어낸 1전시실의 정강자 ‘자화상’이나 신학철 ‘역사의 들1’ 등이 더 흥미롭다. 시기를 떠나 불교 미술이나 관념산수화에서 무의식을 다룬 사례까지 확장했다면 관객도 초현실주의를 잘 이해할 수 있었을 듯하다. 박 학예연구사는 “세계적 추세를 모방했다는 비판은 유의미하지만, 미술사에 있었던 작품을 외면하기보다 다시 살펴보고 논의를 시작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7월 6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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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뒷모습과 거울로 만든 비너스[김민의 영감 한 스푼]

    거품 속에서 태어난 아프로디테를 그린 보티첼리, 침대에 비스듬히 기댄 비너스를 표현한 티치아노, 시중드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꽃단장하는 루벤스의 비너스까지. 르네상스와 16세기 이탈리아 화가들이 그린 비너스(혹은 아프로디테)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유럽 여러 미술관의 중요한 컬렉션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들 ‘비너스 그림’은 표면적으로는 신화 속 여신을 묘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당대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여성을 그립니다. 풍성한 금발을 늘어뜨리거나, 그리스 조각상 같은 신체 비율을 충실히 따르고, 더 나아가 누워있는 공간이나 장신구를 아주 호화롭게 묘사한 것이 흔합니다. 그런데 스페인 거장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남긴 그림 ‘로크비 비너스’의 비너스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흐린 얼굴의 흑발 여인 간송미술관에 신윤복이 그린 ‘미인도’가 전시됐을 때, 이 그림을 보려고 긴 줄이 늘어섰던 것 기억하시나요? 이처럼 아름다운 여인은 누구에게나 호기심을 일으키는 소재입니다. 수백 년이 지나도 사람들이 그 그림을 직접 보겠다고 몇 시간을 기다리는 수고를 감수하는 건 ‘조선 시대 미인은 얼마나 예뻤나?’ 하는 궁금증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림을 보러 가서 여인의 얼굴, 옷, 장신구 같은 외모를 감상하죠. 그런데 벨라스케스의 그림 속 여인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건 뒷모습이 전부입니다. 목걸이도, 팔찌도, 장식이 될 만한 어떠한 것도 걸치지 않은 누드에, 옆으로 누운 침대에도 흰 시트 위에 어떠한 무늬도 없는, 그저 푸른빛이 도는 회색 천이 놓여 있죠. 게다가 여인의 머리 위 공간은 텅 빈 벽이며 그 위로는 붉은 커튼이 드리워져 이 공간이 화려한 궁궐인지 귀족의 저택인지, 아니면 그냥 평범한 사람의 집인지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당대 대부분 화가가 비너스를 금발로 그린 반면 벨라스케스의 여인은 갈색빛이 도는 흑발을 하고 있습니다. 즉, 화가는 아름다운 여인을 신화나 환상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검은 머리카락을 하고 아주 사적인 공간에 누워 있는 현실 속 여인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여인을 ‘아름답다’고 느끼고 시선을 빼앗기는데요. 그러한 매력을 만드는 결정적 장치는 바로 ‘거울’입니다.나를 보는 여인이 아름답다 그림에서 거울이 없다고 상상해 볼까요? 여인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낯설고 다가가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날개를 단 소년(천사)이 든 거울 속에 비친 여인의 얼굴은 희미하지만 미소를 짓고 있고, 또 관객과 눈을 맞추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바로 여인이 ‘눈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거울을 들고 있는 비너스는 대부분 자기 얼굴이 얼마나 예쁜지 확인하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이와 달리 벨라스케스는 실제 각도로는 불가능함에도 여인의 시선을 과감하게 정면으로 돌립니다. 그 결과 보는 사람은 여인과 눈을 마주치며 교감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거울 속 여인의 이목구비는 아주 흐리게 표현했습니다. 여인의 몸은 붓 터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고 반짝이게 그려 현실감을 더한 것과는 반대로 말이죠. 얼굴이 희미해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확실하지 않고, 그 불확실함 덕분에 보는 사람은 특정 인물이 아닌 나와 눈을 마주치는 ‘누군가’를 상상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까 아름다움이란 예쁘게 생긴 외모가 아니라 나와 닿을 수 있는 살갗이며, 뒷모습이 아니라 나를 보는 눈빛이라는 걸 이 그림은 보여주고 있습니다.‘내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눈을 마주쳤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비너스)이 되었다.’사적 취미에서 공공 자산으로 벨라스케스는 어떻게 이런 아름다움을 표현하게 됐을까요? 모든 것은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작품의 제목인 ‘로크비 비너스’는 영국 내셔널갤러리 소장품이 되기 전 그림이 걸려 있던 저택의 이름 ‘로크비 파크’에서 따온 것입니다. 그 전엔 150여 년간 스페인 귀족들이 소장했고, 첫 거래 기록은 마드리드 딜러 도밍고 게라 코로넬입니다. 코로넬은 왕실 그림을 거래하던 유명한 상인이 아니라 아주 작은 규모의 미술상이었고, 이때까지 그림 이름은 ‘누드 여인(A nude woman)’이었습니다. 그림이 이렇게 조용히 떠돌았던 이유는 당시 스페인 사회에서 누드를 그리는 것을 종교적 이유로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무척 내밀한 분위기 때문에 벨라스케스가 이탈리아에서 몰래 만난 연인을 그렸다는 추측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과거엔 소수만 즐겼던 사랑의 언어를 지금은 미술관에서 무료로 누구나 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엔 걸작에 대한 시민들의 애정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1905년 그림의 소유주는 재정난으로 그림을 팔기로 합니다. 딜러가 책정한 금액은 4만 파운드. 내셔널갤러리의 1년 예산은 당시 5000파운드에 불과했습니다. 이에 ‘국보급 문화재’를 다른 나라에 빼앗길 수 없다는 여론이 일었고, ‘내셔널 아트 펀드’ 모금 운동으로 정부가 작품을 매입할 수 있게 됐죠. 이후 국왕이 익명으로 8000파운드를 기부했다는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이 작품은 내셔널갤러리에서 국민적 사랑을 받는 대표작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은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발송됩니다. QR코드를 통해 구독 신청을 하시면 e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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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리단길 나타난 佛 과일가게… “먹어볼 순 없어요”

    미국 출신 부부 작가인 샤라 휴스와 오스틴 에디의 2인전 ‘뿌리와 과일’이 12일 서울 용산구 갤러리 에바 프레젠후버XP21에서 개막했다. 전시 공간은 경리단길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면 보이는 작은 공간. 스위스 갤러리 에바 프레젠후버가 지난해 9월부터 서울 쇼룸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과일 정물과 자연 풍경을 그리는 두 작가는 전시장 벽을 녹색과 흰색 줄무늬로 칠하고 간판을 달았다. 9일 전시 공간에서 만난 두 작가는 “프랑스 전통 과일 시장의 차양에서 볼 수 있는 색을 가져왔고, 과일 모양 간판도 달아 지나가는 누구나 편히 들어와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전시장에 가면 휘몰아치는 형상을 한 복숭아나무 그림과 테두리를 아주 명확하게 그린 과일 정물 등을 볼 수 있다. 전자는 휴스, 후자는 에디가 그린 것이다. 휴스는 “뿌리에서 양분을 얻어 결실을 내고, 그 과일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나무가 내 모습 같다”고 했다. 에디는 “그림 속 반으로 잘린 사과가 속살을 드러내듯 나를 노출하는 것의 어색한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부부지만 함께 전시하는 것이 처음인 두 사람은 서로의 작품에 대한 감상도 말했다. 휴스는 “에디의 작품은 색채나 형태에서 맺고 끊음이 분명해서, 그런 과감한 선택을 내릴 수 있는 것이 부럽다”고 했다. 에디는 “휴스의 작품에서는 모든 것이 연결돼 누구도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님을 느낄 수 있다. 활기와 따뜻함이 있다”고 평했다. 작은 공간인 만큼 전시 작품 수는 한정적이지만, 작품을 담은 스티커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읽는 사람 마음대로 스티커를 붙이며 구성해 볼 수 있다. 에디는 “아카데믹하고 무거워진 미술계에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기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17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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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 시장 같은 활기와 따뜻함”…美 부부작가 ‘뿌리와 과일’ 2인전

    미국 출신 부부 작가인 샤라 휴즈와 오스틴 에디의 2인전 ‘뿌리와 과일’이 12일 서울 용산구 갤러리 에바 프레젠후버 X P21에서 개막했다. 전시 공간은 경리단길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면 보이는 작은 공간. 스위스 갤러리 에바 프레젠후버가 지난해 9월부터 서울 쇼룸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과일 정물과 자연 풍경을 그리는 두 작가는 전시장 벽을 녹색과 흰색 줄무늬로 칠하고 간판을 달았다. 9일 전시 공간에서 만난 두 작가는“프랑스 전통 과일 시장의 차양에서 볼 수 있는 색을 가져왔고, 과일 모양 간판도 달아 지나가는 누구나 편히 들어와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전시장에 가면 휘몰아치는 형상을 한 복숭아나무 그림과 테두리를 아주 명확하게 그린 과일정물 등을 볼 수 있다. 전자는 휴즈, 후자는 에디가 그린 것이다. 휴즈는 “뿌리에서 양분을 얻어 결실을 내고, 그 과일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나무가 내 모습 같다”고 했다. 에디는 “그림 속 반으로 잘린 사과가 속살을 드러내듯 나를 노출하는 것의 어색한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부부지만 함께 전시하는 것이 처음인 두 사람은 서로의 작품에 대한 감상도 말했다. 휴즈는 “에디의 작품은 색채나 형태에서 맺고 끊음이 분명해서, 그런 과감한 선택을 내릴 수 있는 것이 부럽다”고 했다. 에디는 “휴즈의 작품에서는 모든 것이 연결돼 누구도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님을 느낄 수 있다. 활기와 따뜻함이 있다”고 평했다.작은 공간인만큼 전시 작품 숫자는 한정적이지만, 작품을 담은 스티커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읽는 사람 마음대로 스티커를 붙이며 구성해 볼 수 있다. 에디는 “아카데믹하고 무거워진 미술계에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기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17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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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묘하고 경이로운, 생의 질문과 만남

    핏줄이 비쳐 보일 정도로 하얀 피부, 털과 주름, 손톱 발톱까지 자세하게 묘사된 비정상적으로 크거나 작은 인체 형상들…. 호주 출신의 극사실주의 조각가 론 뮤익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11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막했다. ‘론 뮤익’전은 그의 주요 작품과 스튜디오 사진, 다큐멘터리 필름 등 총 24점을 소개한다. 전시는 작가가 잠든 자기 얼굴을 확대해서 표현한 ‘마스크 II’로 시작한다. 눈을 감고 받침대에 뺨을 기댄 남자의 얼굴은 편안하면서도 섬뜩한 기분을 자아내는데, 뒤편은 텅 비어 있다. 앞부분은 매우 사실적이지만 뒤로 가면 입체가 아닌 껍데기만 있는 작품임을 알게 된다. 대형 설치 작품 ‘침대에서’는 이불을 덮고 벽에 살짝 기댄 채 누워 있는 여성의 모습을 거대하게 표현했다. 침대는 사적인 공간이지만 누군가의 공간을 침범한다기보다는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이 돼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나뭇가지를 든 여인’, 초기 작품 ‘유령’을 비롯해 작품 대부분은 옷을 입지 않은 누드의 인물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서 기획자가 가장 강조한 공간은 커다란 해골 100개를 전시장 위편의 창까지 쌓아 올린 ‘매스’다. 작가가 프랑스 파리 지하 묘지(카타콤)를 방문했을 때 산더미처럼 쌓인 인간의 뼈를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다. 공간마다 설치 방법이 달라지는데, 한국 전시에서는 층고가 14m에 달하는 전시장의 특성에 맞춰 높이를 강조해 전시했다. 영화 특수 분장 일을 했던 뮤익은 1997년 영국에서 열린 ‘센세이션’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실제의 절반 크기로 표현한 ‘죽은 아빠’를 출품해 주목받았다. 그 뒤로도 작가는 이 같은 표현 방식을 고수하며 모든 작품을 손수 제작하고 있다. 뮤익은 30년 가까이 활동했음에도 작품이 총 48점에 불과하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 중 대형 작품 두 점(‘마스크 II’, ‘침대에서’)은 앞서 서울에서 이미 전시한 적이 있다. 작품 수가 많지는 않지만 뮤익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는 기묘한 감각을 자아내는 ‘포토존’으로서 즐길 만한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7월 13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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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핏줄 비치는 하얀 피부, 100개의 해골…론 뮤익 개인전 개막

    핏줄이 비쳐 보일 정도로 하얀 피부, 털과 주름, 손톱 발톱까지 자세하게 묘사된 비정상적으로 크거나 작은 인체 형상들…. 호주 출신의 극사실주의 조각가 론 뮤익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11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막했다. ‘론 뮤익’전은 그의 주요 작품과 스튜디오 사진, 다큐멘터리 필름 등 총 24점을 소개한다.전시는 작가가 잠든 자기 얼굴을 확대해서 표현한 ‘마스크 II’로 시작한다. 눈을 감고 받침대에 뺨을 기댄 남자의 얼굴은 편안하면서도 섬뜩한 기분을 자아내는데, 뒤편은 텅 비어 있다. 앞부분은 매우 사실적이지만 뒤로 가면 입체가 아닌 껍데기만 있는 작품임을 알게 된다.대형 설치 작품 ‘침대에서’는 이불을 덮고 벽에 살짝 기댄 채 누워 있는 여성의 모습을 거대하게 표현했다. 침대는 사적인 공간이지만 누군가의 공간을 침범한다기보다는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이 돼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나뭇가지를 든 여인’, 초기 작품 ‘유령’을 비롯해 작품 대부분은 옷을 입지 않은 누드의 인물을 표현했다.이번 전시에서 기획자가 가장 강조한 공간은 커다란 해골 100개를 전시장 위편의 창까지 쌓아 올린 ‘매스’다. 작가가 프랑스 파리 지하 묘지(카타콤)를 방문했을 때 산더미처럼 쌓인 인간의 뼈를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다. 공간마다 설치 방법이 달라지는데, 한국 전시에서는 층고가 14m에 달하는 전시장의 특성에 맞춰 높이를 강조해 전시했다.영화 특수 분장 일을 했던 뮤익은 1997년 영국에서 열린 ‘센세이션’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실제의 절반 크기로 표현한 ‘죽은 아빠’를 출품해 주목받았다. 그 뒤로도 작가는 이같은 표현 방식을 고수하며 모든 작품을 손수 제작하고 있다.뮤익은 30년 가까이 활동했음에도 작품이 총 48점에 불과하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 중 대형 작품 두 점(마스크 II, 침대에서)은 앞서 서울에서 이미 전시한 적이 있다. 작품 수가 많지는 않지만 뮤익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는 기묘한 감각을 자아내는 ‘포토존’으로서 즐길만한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7월 13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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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찰스 3세, 伊 방문중 교황 비공개 접견 “건강 회복돼 기뻐”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이탈리아 국빈 방문 중인 9일(현지 시간)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공개로 만났다. 이날 교황청은 성명에서 “교황이 오늘 오후 찰스 국왕과 커밀라 왕비를 비공개 접견했다”고 밝혔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국왕 부부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했고, 찰스 3세가 빠른 회복을 기원해 준 것에 대해 답례했다.찰스 3세가 교황을 만난 이날은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의 결혼 20주년이자 아버지인 필립공 별세 4주기였다. 버킹엄궁은 “교황의 건강이 회복돼 접견할 수 있게 돼 국왕 부부가 매우 기뻐했으며 직접 만나 안부를 나눌 기회를 소중히 맞았다”고 밝혔다.찰스 3세 국왕은 앞서 이탈리아 방문을 앞두고 교황의 건강 문제를 고려해 바티칸 방문을 연기하기로 했다. 버킹엄궁은 지난달 25일 성명을 내고 교황이 입원 치료 후 안정을 취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 8일로 예정된 면담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교황의 건강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비공식 면담이 극적으로 성사됐다.교황은 바티칸의 거처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찰스 3세 국왕 부부를 맞이했다. 찰스 3세는 2019년 10월 13일 바티칸에서 열린 시성식에 참석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사를 나눴고, 2017년에도 만난 적이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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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폭포서 찾은 부드러운 힘… “그림 막 대하고 싶었다”

    5년 전 한국 첫 개인전에서 네온 빛깔의 강렬한 선이 돋보이는 그림을 선보였던 영국 화가 나이절 쿡. 최근 몇 년간 그는 방수 가방 속에 화구를 넣고 바닷가에 가거나, 4시간을 운전해 아이슬란드 폭포로 가서 드로잉을 했다. 그런 드로잉을 바탕으로 탄생한 부드러운 힘이 흐르는 회화 연작을 들고 다시 한국을 찾았다. 11일부터 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는 신작 20여 점으로 구성된 개인전 ‘바다 거울(Sea Mirror)’을 여는 쿡을 8일 갤러리에서 만났다. 바다와 폭포 앞으로 간 이유에 대해 쿡은 “그림을 막 대하고 싶었다”며 “이를 통해 이전 작품의 익숙함에서 벗어나려 했다”고 설명했다.“제가 가장 원했던 건 바닷물 속에서 헤엄을 치며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어요.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바닷물에 살짝 잠긴 채 물감이 씻겨 나가거나 종이에 모래나 먼지가 붙어도 신경 쓰지 않고 드로잉을 했죠. 바닷물에 붓을 담가 보기도 하고요. 집에서 자란 반려동물이 야생으로 나갔을 때의 한없는 연약함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그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 화가들이 그림을 달리 보고 싶어 거울에 비춰 보았다고 하는데, 그런 화가들처럼 바다에 가서 내 그림을 달리 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거울 대신 바다에 자기의 그림을 비춰 본다는 생각에서 ‘바다 거울’이라는 전시 제목이 나왔다. 전시장에서는 쿡이 스페인 포르멘테라섬에서 만든 종이 드로잉을 볼 수 있다. 이 그림들이 바닷가에서 즉흥적으로 그린 것이라면, 캔버스 작품은 실내 작업실에서 좀 더 정제된 형태로 완성했다. 쿡은 “이전 연작에서는 어느 정도 규칙을 뒀는데, 이번엔 쓰지 않던 흰색 물감도 넣어 보고 좀 더 열린 마음으로 그렸다”고 했다. 그 결과, 가로가 긴 파노라마 형태의 대형 회화가 탄생했다. 겹겹이 쌓인 부드러운 선과 상반되는 색채가 밀고 당기는 효과를 내면서 번개가 치고 구름이 흐르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가는 “요즘 전시에 가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기 바쁘지 않느냐”며 “스크린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촉각적인 감각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했다. 쿡이 일관되게 관심 갖는 건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작가는 오랜 과거의 화가들이 캔버스 위의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선택’했던 것과 그것이 만들어낸 ‘차이’를 흥미롭게 관찰한다고 했다. 대가들은 ‘탁월한 선택’을 통해 같은 대상을 그려도 그림 속에 생동감과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쿡은 ‘티치아노나 렘브란트가 20세기에 살아서 추상을 그렸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상상도 해본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요즘 한국에서는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그림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해 줬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AI는 ‘불안함’을 모르잖아요. 불확실한 가운데 내 느낌을 믿고 나아가 보는 것. 모든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것 가운데 아닐 수도 있는 틈을 비집고 들어가 새로운 걸 만드는 게 예술이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죠. 5년 전이라면 제가 여러 기법에 관심이 많았으니 AI도 실험해 봤을지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작업에 AI를 사용할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스크린으로 볼 수 없고, AI로 그릴 수 없는 ‘무언가’를 찾는 화가가 한국에서 관심 갖는 건 뭘까. “어제 막 도착했는데, 도심 곳곳에 소나무가 눈에 띄었습니다. 영국의 나무는 직선으로 곧은 형태가 많은데, 서울 나무는 다른 느낌이라 무언가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선은 나무와 바위가 있는 산에 가보고 싶습니다.” 5월 17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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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기 목마름에” 이영애, 32년 만에 연극무대로

    “결혼과 출산, 육아를 하고 또 사춘기 아이를 둔 학부모가 되면서 겪은 여러 경험이 연기자로서 큰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극 ‘헤다 가블러’에서 주인공을 맡으며 32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르는 배우 이영애 씨(54·사진)는 8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시간과 공을 들여 연기를 하고 싶은 목마름에 연극을 하기로 결심했다”면서 “여성으로 살며 느낀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겠다”고 했다.‘헤다 가블러’는 헨리크 입센이 쓴 고전 작품으로 사회적 제약과 억압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심리를 탐구한다. 전인철 연출은 “연습해 보니 이 씨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면이 많다”며 “헤다는 무서운 인물이지만 그 사이의 적정선을 찾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은 5월 7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다. 한편 국립극단도 5월 8일부터 배우 이혜영 씨 주연으로 ‘헤다 가블러’를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린다. 이혜영 씨는 2012년 이 연극의 국내 초연 당시 주연이기도 하다. 두 배우가 각자 개성 있는 연기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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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동적 사투리 연기로 펼친 말이 안 통하는 사회

    한 남자가 모자를 사러 상점에 들어오자 모자 장수는 손님을 반긴다. 그런데 이 손님, 머리 사이즈를 묻자 “내 사이즈는 55인데 모자는 60을 달라”고 한다. 모자 장수는 “사이즈에 맞는 모자를 사야지 왜 큰 걸 사느냐”고 되물으며 ‘큰 머리 사이즈’를 감추고 싶은 손님의 속내를 알아채지 못한다. 모자 장수는 눈치 없이 캐묻고, 손님은 자존심을 세우며 두 사람의 사소한 말다툼이 점점 심각해진다. 그런데 이 남자, 검은 롱코트 차림에 올백 머리를 하고 이북 말투를 쓰고 있다. 이 말다툼은 언제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어느 ‘회담’을 연상케 한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지난달 28일 개막한 서울시극단의 2025년 첫 연극 ‘코믹’의 한 에피소드(모자 사러 왔습네다)다. 연극은 이 밖에도 잃어버린 안경을 찾으려다 계속해서 말꼬리만 잡는 노부부(내 안경 어데 갔노), 빈 새장을 가져와 놓고 새를 기재한 영수증이 증거라고 우기는 새 장수(새 장수), 회사로 온 문의 전화를 영업시간이 끝날 때까지 다른 부서로 돌리기만 하는 직원들(떠넘기기) 등 10개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10편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주제는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아’ 생기는 우여곡절이다. 이 연극은 독일 극작가 카를 발렌틴이 1930년대 쓴 ‘변두리 극장’의 여러 단편을 재구성했다. 대사 언어를 최소화하고 배우의 표정과 몸짓 위주로 이야기를 전하는 신체극의 선두 주자로 평가받는 임도완 연출이 각색과 음악까지 맡았다. 말꼬투리를 잡으며 리드미컬하게 주고받는 말다툼, 배우들이 몸을 던지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두드러진다.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는 물론이고 이북과 연변 말까지 다양한 사투리가 사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전체 공연 시간 100분 동안 배우 8명이 퇴장 없이 30개 역할을 소개한다. 에피소드 10개가 속도감 있게 전개돼 전혀 지루하지 않다. 다만 작품 제목과 달리, 모든 에피소드가 관객의 웃음이 빵빵 터지는 코믹극은 아니다. 오히려 ‘말이 서로를 속이는 상황의 부조리함’에 방점을 찍는다. 임 연출은 프로그램 북에서 “일상에서 소통하는 언어를 속이고 파괴하는 행위, 소통의 형식을 뒤집는 행위, 행위와 행동의 불일치, 생각과 언어의 불일치를 드러내려고 한다”며 “이를 통해 우리의 모순된 일상과 사회의 코믹한 모습을 확대해 보이려 노력했다”고 했다. 편안한 웃음을 기대하기보단 역동적인 연기를 통해 펼쳐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집중해서 볼 만한 작품이다. 20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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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즉흥적 느낌으로 덧칠한 푸른 밤하늘

    글로벌 갤러리 가고시안이 서울에서 두 번째 전시를 열었다. 벨기에 출신 작가 해럴드 앤카트의 신작 회화를 소개하는 개인전 ‘좋은 밤’이다. 서울에 지점을 두지 않고 있는 가고시안은 지난해 9월에 이어 올해도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의 프로젝트 공간 ‘APMA 캐비닛’에서 전시를 개최했다. 전시가 개막한 3일 한국을 찾은 작가는 “오래전부터 푸른색을 좋아해 왔는데 그 색을 쓸 기회로 ‘밤’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작가의 말처럼 전시장에서는 다양한 푸른색을 활용한 풀밭, 나무, 바다, 밤하늘 같은 자연 풍경을 담은 그림들을 볼 수 있다. 푸른색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짙은 검은색부터 흰색, 노란색 등 여러 색채를 썼으며, 아크릴 물감부터 오일 스틱까지 다른 질감의 재료를 조합해 풍경을 만들어냈다. 앤카트 작가는 계획보다는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감각으로 그림을 완성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희미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드로잉하고 색을 칠한다”며 “이 과정에서 그림을 통제하려 하지 않고 그림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가고시안은 지난해 같은 공간에서 힙합 음악이 울려 퍼지는 활기찬 미국 뉴욕 거리를 떠올리게 하는 데릭 애덤스의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올해는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차분하고 서정적인 자연 풍경을 소개해 눈길을 끈다. 지난 전시가 전면 유리창을 적극 활용했다면, 이번엔 베이지색 커튼을 전시장 전체에 달아 포근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더 넓은 한국 컬렉터들의 취향을 테스트해 보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다음 달 16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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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고시안의 韓 두번째 전시… 벨기에 작가 앤카트의 ‘좋은 밤’

    글로벌 갤러리 가고시안이 서울에서 두 번째 전시를 열었다. 벨기에 출신 작가 해럴드 앤카트의 신작 회화를 소개하는 개인전 ‘좋은 밤’이다. 서울에 지점을 두지 않고 있는 가고시안은 지난해 9월에 이어 올해도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의 프로젝트 공간 ‘APMA 캐비닛’에서 전시를 개최했다. 전시가 개막한 3일 한국을 찾은 작가는 “오래전부터 푸른색을 좋아해 왔는데 그 색을 활용할 기회로 ‘밤’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작가의 말처럼 전시장에서는 다양한 푸른 색을 활용한 풀밭, 나무, 바다, 밤하늘 같은 자연 풍경을 담은 그림들을 볼 수 있다. 푸른 색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짙은 검은색부터 흰색, 노란색 등 여러 색채를 썼으며, 아크릴 물감부터 오일 스틱까지 다른 질감의 재료를 조합해 풍경을 만들어냈다.앤카트 작가는 계획보다는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감각으로 그림을 완성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희미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드로잉하고 색을 칠한다”며 “이 과정에서 그림을 통제하려 하지 않고 그림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가고시안은 지난해 같은 공간에서 힙합 음악이 울려 퍼지는 활기찬 미국 뉴욕 거리를 떠올리게 하는 데릭 애덤스의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올해는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차분하고 서정적인 자연 풍경을 소개해 눈길을 끈다. 지난 전시가 전면 유리창을 적극 활용했다면, 이번엔 베이지색 커튼을 전시장 전체에 달아 포근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더 넓은 한국 컬렉터들의 취향을 테스트해보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다음 달 16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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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 ‘지브리풍’ 1주새 7억장… 저작권 논란

    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이미지 생성 기능을 갖춘 새 모델을 출시한 뒤 ‘지브리 스타일’ 그림 만들기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1주일 만에 제작된 이미지가 7억 장을 넘어섰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가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지브리 스튜디오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논란도 함께 일고 있다.오픈AI의 브래드 라이트캡 최고운영책임자(COO)는 3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X에서 “정말 미친 첫 주였다”며 “(지난달 26일 출시 뒤) 1억3000만 명의 이용자가 7억 개 이상의 이미지를 생성했다”고 밝혔다. 덕분에 챗GPT의 주간 이용자 수(WAU)는 지난해 말 대비 1억5000만 명가량 늘었고, 유료 구독자 수도 약 450만 명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챗GPT의 인기엔 이미지 생성 기능을 통해 만들 수 있는 ‘지브리 스타일’ 그림의 유행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얼굴을 지브리 화풍으로 모사한 그림을 X에 게재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인도 정부도 공식 X 계정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난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꾼 그림을 게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챗GPT의 이러한 기능이 지브리의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일본 만화 ‘원피스’의 애니메이션 감독인 이시타니 메구미(石谷恵)는 최근 “지브리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라며 “지브리가 싸구려 취급당하는 걸 견딜 수 없다. 지브리의 이름을 더럽히다니 용서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지브리 스튜디오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진 않고 있다. 다만 설립자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은 2016년 일본 NHK 다큐멘터리에서 AI의 애니메이션 영상을 두고 “매우 혐오스럽다”고 반응한 적이 있다. 미야자키 감독은 “생명 자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느끼며, 결코 내 작업에 쓰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AP통신 등에 따르면 오픈AI 측은 이런 논란에 대해 “생존 작가의 스타일로 이미지 생성을 요청할 경우엔 거부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지브리 스타일은) 개인이 아닌 스튜디오 전체의 작풍을 참고하는 것이라 가능하다”고 해명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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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작은 ‘리추얼’이면… 평범한 일상, 아름다운 인생이 된다

    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로 꼽히는 라파엘 나달은 경기 도중 집중하면 상의를 잡아당기고,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얼굴을 닦고 엉덩이에 낀 바지를 빼는 행동 패턴을 반복하기로 유명하다.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항상 오른발로만 필드에 첫발을 내디디며, 소설가 애거사 크리스티는 매일 저녁 욕조에 몸을 담그고 사과 하나를 먹었다.스포츠 경기처럼 중요한 기로에 섰을 때부터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가 의식처럼 행하는 사소한 행위, ‘리추얼(ritual)’을 다각도로 살펴본 책이 출간됐다. 저자는 하버드대 경영학 교수이자 ‘이케아 효과’ 연구로 유명한 행동경제학 연구 권위자다.‘이케아 효과’는 값비싼 가구보다 부품 하나하나 직접 조립해 완성한 가구에 더 애착을 갖는 심리 현상을 일컫는다. 이런 이케아 효과처럼 단순히 반복하는 습관이 아니라 감정과 의미를 부여하는 행동을 저자는 ‘리추얼’로 정의한다. 이를테면 매일 아침 카페인을 섭취하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건 습관이지만, 굵게 간 커피 원두를 오로지 프렌치프레스로만 내려 마시는 행위는 리추얼이다. 습관은 일상을 자동화해 효율적 일 처리를 돕는 반면, 리추얼은 감정을 유발해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이런 기준에 따라 사람들이 행하는 ‘리추얼’의 효과를 책은 크게 10가지(수행 음미 절제 변화 화합 계승 애도 소속 포용 치유)로 분류했다. 먼저 ‘수행’은 중요한 경기나 무대를 앞두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준다. 나달의 옷 당기기부터 시험을 앞둔 학생이 늘 같은 치약을 쓰는 것까지, 이러한 ‘수행 리추얼’은 불안감을 이겨내고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기를 불어넣는다.그런가 하면 ‘잔을 45도 각도로 기울’이고, ‘거품의 두께는 3cm’로 맥주를 따르거나, 스칸디나비아에서 매일 오전 10시 커피, 차, 과자를 즐기는 ‘피카’처럼 무언가를 소비하는 경험을 한층 고양하기 위한 ‘음미’의 리추얼도 있다. 반대로 특정 요일이나 달에 평소 즐기던 것(음식)을 포기하거나 음악 연주를 금지하는 등 ‘절제’에도 리추얼은 활용된다.또 나무 위에서 하루를 지내거나 사람들 앞에서 긴 경전 구절을 암송하는 ‘통과의례’는 어른이 되는 단계를 인식하게 만든다. 이러한 리추얼은 여러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몸을 활용하는 ‘신체적 요소’가 들어가고, 용기나 독립성을 시험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고안된 리추얼을 통해 미성년자는 다음 걸음을 내디딜 때임을 느끼고 받아들이게 된다.연인끼리 생일마다 좋아하는 재즈 연주가의 앨범을 선물하며 애정을 확인하는가 하면, 관계의 끝을 고하는 리추얼로 나쁜 감정을 털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한 부부는 이혼식을 교회에서 올리고 “혼인으로 내게 졌던 의무를 면해 드리니 내가 당신에게 끼친 아픔을 용서해 달라”는 서약을 낭독했다. 참석자는 이 의식에 감동을 받고 “리추얼이 과정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느꼈다”고 했다.감정을 풍요롭게 해주는 ‘리추얼’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힘을 발휘한다. 슬프거나 우울할 때 행복하기로 다짐한다고 행복해질 수는 없다. 대신 영화를 보거나, 산책을 하거나, 음악을 트는 자기만의 리추얼로 감정을 전환시켜야 한다. 해마다 생일 케이크의 초를 끄거나, 성묘로 누군가의 존재를 애도하는 행위를 통해 우리의 삶은 ‘버티는 하루’가 아닌 ‘살아 있는 하루’가 될 수 있다. 책 속의 ‘리추얼’들은 그런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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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 지브리 저작권 논란…‘원피스’ 감독 “싸구려 취급 당해”

    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이미지 생성 기능을 갖춘 새 모델을 출시한 뒤 ‘지브리 스타일’ 그림 만들기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1주일 만에 제작된 이미지가 7억 장을 넘어섰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가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지브리 스튜디오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논란도 함께 일고 있다.오픈AI의 브래드 라이트캡 최고운영책임자(COO)는 3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X에서 “정말 미친 첫 주였다”며 “(지난달 26일 출시 뒤) 1억3000만 명의 이용자가 7억 개 이상 이미지를 생성했다”고 밝혔다. 덕분에 챗GPT의 주간 이용자 수(WAU)는 지난해 말 대비 1억5000만 명가량 늘었고, 유료 구독자 수도 약 450만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챗GPT의 인기엔 이미지 생성 기능을 통해 만들 수 있는 ‘지브리 스타일’ 그림의 유행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얼굴을 지브리 화풍으로 모사한 그림을 X에 게재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인도 정부도 공식 X 계정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난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꾼 그림을 게재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소셜미디어나 모바일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꾸는 이용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하지만 챗GPT의 이러한 기능이 지브리의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일본 만화 ‘원피스’의 애니메이션 감독인 이시타니 메구니는 최근 “지브리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라며 “지브리가 싸구려 취급당하는 걸 견딜 수 없다. 지브리의 이름을 더럽히다니 용서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지브리 스튜디오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진 않고 있다. 다만 설립자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2016년 일본 NHK 다큐멘터리에서 AI 애니메이션 영상에 두고 “매우 혐오스럽다”고 반응한 적이 있다. 미야자키 감독은 “생명 자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느끼며, 결코 내 작업에 쓰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AP통신 등에 따르면 오픈AI 측은 이런 논란에 대해 “생존 작가의 스타일로 이미지 생성을 요청할 경우엔 거부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지브리 스타일은) 개인이 아닌 스튜디오 전체의 작풍을 참고하는 것이라 가능하다”고 해명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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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갤러리현대 55년, 한국 근대미술-실험미술의 모든 것

    갤러리현대가 개관 55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55주년: 한국 현대미술의 서사’를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 본관과 신관에서 8일부터 개최한다. 6월 말까지 1부와 2부로 나뉘어 열린다. 갤러리현대는 1970년 4월 4일 인사동에서 ‘현대화랑’으로 개관했다. 다음 달 15일까지 열리는 1부 전시는 본관에서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박생광 등 근대 미술 화가 24명의 작품 50여 점을 소개한다. 일제강점기 한반도에서 태어나 일본 유학을 한 1세대 서양화가들의 작품이 주축이다. 신관에서는 2세 화랑주인 도형태 부회장이 주도한 ‘한국 실험미술 작가 다시 보기’ 프로젝트로 소개된 작가들과 해외에서 활동하는 디아스포라 작가 12명의 작품 180여 점이 전시된다. 백남준의 미디어 아트 설치 작품부터 실험 미술 선구자로 꼽히는 곽인식, 미국에서 활동한 김차섭, 김명희, 임충섭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5월 22일부터 시작하는 2부 전시는 현대화랑이 1970년대 후반부터 적극적으로 개인전을 열었던 재프랑스 화가들, 1980년대 중반 이후 소개한 추상 양식 회화 작가들의 대표작으로 구성된다. 본관에선 현대화랑에서 갤러리현대로 확장해 간 20세기 후반까지의 여정을, 신관에서는 현대미술가들의 근작과 신작을 공개한다. 6월 29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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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수근·이중섭·김환기 작품이 한자리에… 갤러리현대 55주년 특별전

    갤러리현대가 개관 55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55주년: 한국 현대미술의 서사’를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 본관과 신관에서 8일부터 6월 말까지 1,2부로 나뉘어 연다. 갤러리현대는 1970년 4월 4일 인사동에 ‘현대화랑’으로 개관했다.다음달 15일까지 열리는 1부 전시는 본관에서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박생광 등 근대 미술 화가 24명의 작품 50여 점을 소개한다. 일제강점기 한반도에서 태어나 일본 유학을 한 1세대 서양화가들을 주축으로 한다. 신관에서는 2세 화랑주인 도형태 부회장이 주도한 ‘한국 실험미술 작가 다시 보기’ 프로젝트로 소개된 작가와 해외에서 활동하는 디아스포라 작가 12명의 작품 180여 점이 전시된다. 백남준의 미디어 아트 설치 작품부터 실험 미술 선구자로 꼽히는 곽인식, 미국에서 활동한 김차섭, 김명희, 임충섭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5월 22일부터 시작하는 2부 전시는 현대화랑이 1970년대 후반부터 적극적으로 개인전을 열었던 재불 화가들, 1980년대 중반 이후 소개한 추상 양식 회화 작가들의 대표작으로 구성된다. 현대화랑에서 갤러리현대로 확장해 간 20세기 후반까지의 여정을 본관에서, 신관에서는 현대미술가들의 근작과 신작을 공개한다. 6월 29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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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만에 외출 ‘금강전도’, ‘인왕제색도’와 한자리에… ‘겸재 정선’展 벌써 심쿵!

    금강산에서 출발해 조선 한양 일대의 풍경을 지나, 마음속 풍경을 그리는 문인화를 거쳐 꽃과 동물을 그린 화조영모화까지. 한반도의 풍경을 화폭에 담은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로 잘 알려진 조선의 대표 화가 겸재 정선(1676∼1759). 그의 전반적인 예술 세계를 조망하는 기획전 ‘겸재 정선’이 2일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개막한다. 삼성문화재단과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공동 개최하는 전시는 18개 기관과 개인 소장품 165점(국보 2건, 보물 7건 57점, 부산시유형문화재 1건)을 아울렀다. 10년 만에 전시되는 대표작 ‘금강전도’와 인왕산을 그린 ‘인왕제색도’, 1000원권 지폐에 담긴 ‘계상정거도’ 등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사립미술관인 간송과 호암이 협력해 공동 개최하는 전시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림으로 만나는 금강산“금강산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마음 편히 작품으로 감상하는 게 더 낫다.” 조선에선 겸재의 ‘금강전도’를 두고 이런 말이 세간에 떠돌았을 정도였다. 그만큼 금강산은 정선이 가장 애착을 가졌고 화가로서도 사랑받게 만든 소재였다. 전시의 1부 1섹션은 이런 금강산과 관동 지역을 담은 그림을 조명한다. 겨울 금강산인 개골산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내려다본 시점의 ‘금강전도’부터 오랜 벗 이병연, 김창흡과 금강산을 여행하고 그린 ‘해악전신첩’ ‘신묘년풍악도첩’ 등을 선보인다. 조선 문인들이 금강산을 여행한 경험을 기록하고, 그림을 소장, 감상하는 ‘와유’ 문화도 엿볼 수 있다.1부 2섹션은 한양과 근교 지역을 담은 ‘경교명승첩’ ‘장동팔경첩’ 등이 전시된다. 겸재는 북악산 자락인 유란동에서 나고 자라 양천현령으로 근무하는 등 한양 근교에서 평생을 살았다. 그 때문에 북악산과 인왕산 일대, 한강부터 옛 압구정까지 그림에 담아 이 시절 서울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상상해 보는 재미가 크다.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국가에 기증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이 된 ‘인왕제색도’도 전시된다. 다만 이 작품은 5월 6일까지만 전시되고 이후 해외 순회전에 출품된다. 순회전이 2025년 11월부터 2027년 상반기까지 잡혀 있어 당분간 국내에서 감상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간송과 호암의 첫 협력전 전시를 기획한 조지윤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호암미술관과 간송미술관 협력으로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대규모 전시가 성사됐다”고 말했다. 허용 대구간송미술관 학예총괄은 “3년 전 간송과 호암 협업으로 겸재 전시를 연다고 했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며 “이번에 모인 것처럼 정선의 작품을 볼 기회는 다시 없다고 봐야 한다. 일반 관객은 물론이고 연구자도 2박 3일 숙소를 잡고 호암미술관을 드나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두 기획자가 강조하듯 이 전시는 ‘진경산수화’를 넘어 겸재의 문인화나 화조화 등 다양한 주제의 작품도 함께 소개했다. 정선은 명문가의 후손이나 증조부 이후 벼슬길에 나아가지 못했지만 가문에 대한 자부심과 집안을 일으키겠다는 의지는 변치 않았다. 이러한 문인 의식으로 집안에서 독서하는 자기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거나(독서여가도), 퇴계 이황의 친필이 담긴 서화첩 ‘퇴우이선생진적첩’을 만들었다. 이 서첩에 수록된 ‘계산정거’는 도산서당을 그린 것으로, 1000원권 지폐 뒷면에 있는 그림이다. 정선이 자기의 집을 그린 ‘인곡유거’에서도 서가 옆에서 책을 놓고 앉은 도포 입은 선비로 표현한 자화상을 확인할 수 있다. 겸재는 산수화나 인물화 외에도 다람쥐나 쥐 개구리 풀벌레 등을 세밀하게 묘사한 그림이나 소나무, 영지버섯을 담은 기복(祈福)과 관련된 그림도 여럿 남겼다. 이와 함께 정선의 화풍을 계승한 김윤겸, 김응환 등 ‘정선파’ 화가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19세기 후반 겸재의 소품을 한데 모아 감상하기 위해 만든 ‘백납병’도 전시된다. 대가의 예술 세계가 미친 영향과 인기를 느껴 볼 수 있다. 삼성문화재단은 창립 6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에 맞춰 이건희 선대 회장의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을 리움 명예관장으로 추대했다. 리움미술관은 2017년 홍 전 관장이 물러난 뒤 딸인 이서현 리움 운영위원장이 맡고 있다. 전시는 6월 29일까지.용인=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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