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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버금 작가 ‘당신의 사전’은 카카오의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인기리에 연재된 글이다. 우리가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마음속 감정들을 ‘남모르다’ ‘소중하다’ ‘이상하다’ 등 정돈된 언어로 표현해 이달 초 발표된 ‘제6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의 대상을 수상했다. 김 작가는 이 책을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해 출간했다. 최초 모금 목표액은 130여만 원이었으나 200명이 넘는 사람들로부터 당초 예상 금액의 3배가 넘는 470여만 원이 모였다. 김 작가 글이 입소문을 타고 호응을 얻은 이유는 누구나 일상에서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들, 그러나 말로 풀어 쓰기 힘든 감정들을 단정하면서도 세밀한 언어로 정리해냈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모른 채 흘려보냈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매일 감정을 들여다보고 기록하다 보면 조금 더 나은 하루를 보낼 수 있다”고 글을 쓰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또 “‘감정’에 대한 목마름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우리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데 많은 연습을 해왔지만 정작 나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데에는 서투르다”고 덧붙였다. 출판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일상에서 느끼는 각종 감정을 풀어 쓰거나 감정을 위로하는 에세이들이 돌풍을 일으켰다. 최근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도 여전히 ‘감정’과 ‘공감’, ‘치유’를 키워드로 한 에세이, 인문학 서적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나 우울증과 불면증에 도움을 주는 책으로 입소문을 탄 ‘당신의 마음을 안아줄게요’(김지훈) 등이 그 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같은 책의 문구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서 올리는 것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거나 저자에게 공감하는 독자도 많다. 최근에는 가벼운 우울증을 겪은 저자가 상담하는 과정을 다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같은 책도 베스트셀러 대열에 들어섰다. 심리상담이 일찍 발달한 영미권에서는 ‘우울증’ 등 부정적 감정을 직접적으로 다룬 에세이들이 일찍 인기를 끌었지만 국내에서 이같이 개인적이고 내밀한 영역에 대한 도서들이 주목받는 것은 큰 변화라는 것이 출판계 시각이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22일 저녁 7시 반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사무실. 주말의 시작을 알리는 시간이었지만 서로 얼굴을 모르는 30대 직장인 5명이 모였다. 어색한 침묵이 흐른 후 사회자가 정적을 깼다. “최근 여러분이 느낀 감정이 적힌 카드를 골라볼까요.” ‘짜증나는’ ‘서운한’ ‘안도감’ ‘행복’ 등 50여 개의 감정이 표현돼 있는 다양한 카드를 저마다 꺼내들었다. 모임에 참여한 기자 역시 ‘답답한’ ‘화남’ ‘홀가분한’ 등의 카드를 선택했다. “도무지 맞지 않는 상사와의 갈등 끝에 회사를 그만뒀죠. 하지만 지금은 가족들만 더 힘들게 하는건 아닌지 원망스럽고, 답답한 마음을 풀어낼 수가 없네요.” “‘망했어’라는 말이 언젠가부터 입에서 사라지질 않아요. 원래 꿈꿨던 목표가 계속 수정되고, 아이를 낳은 지금은 새로운 도전이 가능할까 걱정이 돼요.” 시간이 조금씩 흐르자 각자의 속마음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 마음 속 느껴지는 감정이 있지만 정작 어떻게 표현하고, 풀어내야할지 모르고 있던 것. 한 참가자는 울컥이며 직장생활의 고충을 털어놨고, 다른 이들은 “나 역시 그랬다”며 위로와 공감의 말을 건넸다. 3시간여의 시간이 흘렀다. 기자를 포함한 참가자 5명은 홀가분한 얼굴로 문을 나섰다. 이 모임을 만든 이남희 스트레스 컴퍼니 대표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해 늘 답답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2013년부터 감정 해소를 돕는 모임과 굿즈를 판매하는 회사를 설립했다”며 “특히 올해 들어 참가자들이 늘고 있는데, 스트레스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2030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최근 쉽사리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감정 표현에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화가 쌓이면 병이 나는 법. 응축된 감정을 대신 풀어주는 상품, 서비스, 대중문화 콘텐츠들 역시 덩달아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감정 대리 사회’다. 이 같은 현상은 ‘카카오톡’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메신저 프로그램에서 말 대신 이모티콘으로 대화하는 모습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4일 카카오에 따르면 2012년 2012년 4억 건에 불과했던 월간 이모티콘 발송량은 2013년 12억 건, 2015년 20억 건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무려 22억 건에 달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5~6년 전만 하더라도 잘 그려진 이모티콘이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정교하진 않지만 기쁨, 슬픔 등의 감정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이모티콘이 각광받고 있다”며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대신 전달하는 경우가 증가하다보니 메시지 전달력, 표현력 등이 주요 심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대신 상사 욕해주는 페이지’ ‘대신 찌질한 페이지’ 등 감정 대행 사이트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연을 소개하거나 대표적인 스트레스 사례 등을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글을 게시하는 방식으로, 적게는 수천 명에서 많게는 수만 명의 구독자를 자랑한다. 출판계와 가요계에서는 감정 상태에 맞는 책과 음악을 소개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기 감정의 적절한 발산법을 익혀 나가지 못한 현대인이 증가하면서 관련 감정 대리 관련 산업 역시 인기를 끄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 같은 상품과 서비스 역시 근본적으로 감정 조절을 해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스스로 감정을 제어할 수 있는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감정 대리’ 도서들 인기 ▼ 김버금 작가 ‘당신의 사전’은 카카오의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인기리에 연재된 글이다. 우리가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마음속 감정들을 ‘남모르다’, ‘소중하다’, ‘이상하다’ 등 정돈된 언어로 표현해 이달 초 발표된 ‘제 6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의 대상을 수상했다. 김 작가는 이 책을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해 출간했다. 최초 모금 목표액은 130여만 원 이었으나 200명이 넘는 사람들로부터 당초 예상 금액의 3배가 넘는 470여만 원이 모였다. 김 작가 글이 입소문을 타고 호응을 얻은 이유는 누구나 일상에서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들, 그러나 말로 풀어쓰기 힘든 감정들을 단정하면서도 세밀한 언어로 정리해냈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모른 채 흘려보냈던 마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며 “매일 감정을 들여다보고 기록하다 보면 조금 더 나은 하루를 보낼 수 있다”고 글을 쓰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또 “‘감정’에 대한 목마름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우리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데 많은 연습을 해왔지만 정작 나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데에는 서투르다”고 덧붙였다. 출판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일상에서 느끼는 각종 감정을 풀어쓰거나 감정을 위로하는 에세이들이 돌풍을 일으켰다. 최근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도 여전히 ‘감정’과 ‘공감’, ‘치유’를 키워드로 한 에세이, 인문학 서적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나 우울증과 불면증에 도움을 주는 책으로 입소문을 탄 ‘당신의 마음을 안아줄게요’(김지훈) 등이 그 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같은 책의 문구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서 올리는 것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거나 저자에 공감하는 독자들도 많다. 최근에는 가벼운 우울증을 겪은 저자가 상담하는 과정을 다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와 같은 책도 베스트셀러 대열에 들어섰다. 심리상담이 일찍 발달한 영미권에서는 ‘우울증’등 부정적 감정을 직접적으로 다룬 에세이들이 일찍 인기를 끌었지만 국내에서 이 같이 개인적이고 내밀한 영역에 대한 도서들이 주목은 받는 것은 큰 변화라는 것이 출판계 시각이다. 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사회학자인 저자가 정치학의 기본적 문제에 대해 풀어 썼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좋은 삶을 추구한다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사회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을 위한 전문 서적으로 출간됐지만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교양서로도 손색이 없다. 정치 이론과 해외 학자들의 견해를 쉽게 풀어 쓰는 한편 정치학의 맥락에서 특수한 국내 현상까지 소개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소셜미디어가 촉발한 아랍, 중국 등의 민주화 움직임과 2016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한 촛불시위를 비롯해 2012년, 2017년 대통령 선거 등 생생한 현재 사례까지 담아내 ‘정치는 어디에나 있음’을 강조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대한민국 심장부인 서울 광화문의 동아미디어센터가 프랑스 거장 다니엘 뷔렌(81)의 예술작품으로 탈바꿈했다. 동아미디어그룹은 20일 동아미디어센터 아트프로젝트의 오프닝 행사를 열고 프랑스의 세계적 현대미술가 뷔렌이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설치미술 작품 ‘한국의 색’을 공개했다. 동아일보는 2020년 4월 1일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100년을 향한 밝은 꿈을 국민들과 나누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동아미디어센터 건물 전체 21개 층 가운데 16개 층의 곡선 부분과 청계천 방면 유리창에 뷔렌의 대표 디자인인 원색의 필름이 부착됐다. △노랑 △보라 △오렌지 △진빨강 △초록 △터키블루 △파랑 △핑크 등 8개 색상으로 이뤄진 이 필름은 날씨와 일조량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시각적 효과를 보인다. 이는 대한민국 신문과 방송을 이끌어 가는 동아미디어그룹의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 전시는 동아일보가 창간 100주년을 맞는 2020년 12월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뷔렌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초대해주신 동아미디어그룹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전시 기간 동안 동아미디어그룹 직원뿐 아니라 거리를 지나다니는 서울시민에게 만족감을 드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뷔렌 부부를 비롯해 동아일보·채널A 김재호 사장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정세균 전 국회의장,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파비앵 페논 주한 프랑스대사 등이 참석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이달 11일 밤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 각 층에 불이 켜지자 미디어센터 건물 전체가 세계적 거장 다니엘 뷔렌의 캔버스가 되어 작품 ‘한국의 색’으로 물들었다. 설치 작업이 마무리된 뒤 건물 내부 조명이 창문에 부착한 컬러 필름을 통과하자 고층빌딩으로 가득한 광화문 일대에 원색의 생동감이 넘실거렸다. 청계천과 광화문 일대를 지나가던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서울의 중심에 들어선 거대한 예술작품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국민과 함께하는 미래 100년의 희망 담아 20일 행사에서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사장은 “99년 전 동아일보를 창간한 인촌 선생은 1926년 일제 조선총독부를 감시하겠다는 뜻으로 광화문에 사옥을 마련했다”며 “이번 아트 프로젝트가 새로 시작할 또 다른 100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창간 100주년을 맞이하는 동아미디어그룹은 이 작품을 통해 독자와 시청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하나로 아우르며 올바른 미디어의 선구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동아일보 사옥은 1926년 12월 일민미술관과 신문박물관 위치에 자리 잡은 순간부터 대한민국 역사의 중심지가 되어 왔다. 2000년 밀레니엄을 맞아 1월 1일 준공한 동아미디어센터는 당시 광화문과 세종로 일대 최초로 외관을 투명한 유리로 지어 ‘세상을 향한 투명하고 맑은 창’이라는 새천년의 비전을 담았다. 이후 한일 월드컵 거리 응원(2002년)과 같은 환호의 순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2016년)와 같은 성난 민심의 현장,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미사(2014년)와 같은 화합과 평화의 순간 등 굵직한 역사적 순간을 광화문에서 함께했다. 2020년 새로운 100년의 밝은 꿈을 상징하는 이번 동아미디어센터 프로젝트는 광화문 일대 서울 시민들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찾는 세계 각국 사람들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공예술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번 프로젝트는 세계적 수준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이면서 포용의 가치가 담긴 행사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동아일보가 훌륭한 공공미술을 서울 시민들에게 선보여 시장으로서 감사드린다”며 “청계천을 오가는 서울 시민들이 즐겁고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거장의 캔버스로 변신한 동아미디어센터 ‘한국의 색’은 뷔렌이 한국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건축물 공공미술 작업이란 점도 남다르다. 뷔렌은 트레이드마크인 컬러 띠를 16개 층에 걸쳐 반복하며 건물 남측 청계천 방향 창을 감쌌다. 설치 작업은 올해 2월 말부터 이달 8일까지 진행됐으며, 완성된 ‘한국의 색’은 내년 말까지 광화문을 밝힌다. 지난해 7월 동아미디어센터를 직접 방문하고 광화문 일대를 둘러본 뷔렌은 동아미디어센터 건물을 캔버스 삼아 미디어센터 안팎의 다양한 사람을 다채로운 색깔로 풀어냈다. 작가는 “건물 밖에서 보이는 색상은 대한민국 미디어 산업의 선두에 있는 동아미디어센터의 다양한 구성원을, 건물 내부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사원들에게는 건물 밖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독자와 시청자들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대한민국 심장부인 서울 광화문의 동아미디어센터가 프랑스 거장 다니엘 뷔렌(81)의 예술작품으로 탈바꿈했다. 동아미디어그룹은 20일 동아미디어센터 아트프로젝트의 오프닝 행사를 열고 프랑스의 세계적 현대미술과 뷔렌이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공공미술작품 ‘한국의 색’을 공개했다. 동아일보는 2020년 4월 1일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100년을 향한 밝은 꿈을 국민들과 나누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동아미디어센터 건물 전체 21개 층 가운데 16개 층의 곡선부분과 청계천 방면 유리창에 다니엘 뷔렌의 대표 디자인인 원색의 필름이 부착됐다. △노랑 △보라 △오렌지 △진빨강 △초록 △터키블루·하늘색 △파랑 △핑크 색상 등 8개 색상으로 이뤄진 이 필름은 날씨와 일조량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시각적 효과를 보이며 대한민국 신문과 방송을 이끌어가는 동아미디어그룹의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 전시는 동아일보가 창간 100주년을 맞는 2020년 12월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뷔렌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초대해주신 동아미디어그룹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전시하는 기간동안 동아미디어그룹 직원 뿐 아니라 거리를 지나다니는 서울시민에게 만족감을 드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뷔렌 부부를 비롯해 동아일보·채널A 김재호 사장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정세균 전 국회의장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파비앙 페논 주한프랑스대사 등이 참석했다. 뷔렌은 동아미디어그룹의 제작 의뢰를 받고 지난해 7월 동아미디어센터를 방문해 건물과 청계천, 광화문 일대를 둘러봤다. 이달 11일 밤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 각 층에 불이 켜지자 미디어센터 건물 전체가 세계적 거장 다니엘 뷔렌의 캔버스가 되어 작품 ‘한국의 색’으로 물들었다. 설치 작업이 마무리 된 뒤 건물 내부 조명이 창문에 부착한 컬러 필름을 통과하자 고층빌딩으로 가득한 광화문 일대에 원색의 생동감이 넘실거렸다. 청계천과 광화문 일대를 지나가던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서울의 중심에 들어선 거대한 예술작품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국민과 함께하는 미래 100년의 희망 담아 이날 행사에서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사장은 “99년 전 동아일보를 창간한 인촌 선생은 1926년 일제 조선총독부를 감시하겠다는 뜻으로 광화문에 사옥을 마련했다”며 “이번 아트 프로젝트가 새로 시작할 또 다른 100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창간 100주년을 맞이하는 동아미디어그룹은 이 작품을 통해 다양한 사회의 목소리를 내는 독자와 시청자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아우르며 올바른 미디어의 선구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동아일보 사옥은 1926년 12월 일민미술관과 신문박물관 위치에 자리 잡은 순간부터 대한민국 역사의 중심지가 되어왔다. 2000년 밀레니엄을 맞아 1월 1일 준공한 동아미디어센터는 당시 광화문과 세종로 일대 최초로 외관을 투명한 유리로 지어 ‘세상을 향한 투명하고 맑은 창’이라는 새천년의 비전을 담았다. 이후 한·일 월드컵 거리 응원(2002년)과 같은 환호의 순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2016년)와 같은 성난 민심의 현장,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미사(2014년)와 같은 화합과 평화의 순간 등 굵직한 역사적 순간을 광화문에서 함께 했다. 2020년 새로운 100년의 밝은 꿈을 상징하는 이번 동아미디어센터 프로젝트는 광화문 일대 서울 시민들 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찾는 세계 각국 사람들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공예술 프로젝트가 될 전망이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번 프로젝트는 세계적 수준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이면서 포용의 가치가 담긴 행사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동아일보가 훌륭한 공공미술을 서울시민들에게 선보여 시장으로서 감사드린다”며 “청계천에 좋은 공공미술을 선보여 서울 시민들이 오가며 즐겁고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장의 캔버스로 변신한 동아미디어센터 ‘한국의 색’은 다니엘 뷔렌이 한국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건축물 공공미술 작업이란 점도 남다르다. 뷔렌은 트레이드마크인 컬러 띠를 16개 층에 걸쳐 반복하며 건물 남측 청계천 방향 창을 감쌌다. 설치 작업은 올해 2월 말부터 이달 8일까지 진행했으며, 완성된 ‘한국의 색’은 광화문을 밝히는 초대형 공공미술이 될 것이다. 지난해 7월 동아미디어센터를 직접 방문하고 광화문 일대를 둘러본 뷔렌은 동아미디어센터 건물을 캔버스삼아 미디어센터 안팎의 다양한 사람들을 다채로운 색깔로 풀어냈다. 작가는 “건물 밖에서 보이는 색상은 대한민국 미디어 산업의 선두에 있는 동아미디어센터의 다양한 구성원을, 건물 내부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사원들에게는 건물 밖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독자와 시청자들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다음 달 16일이면 5주년을 맞는 세월호 참사. 그 상처를 다룬 상업영화 ‘생일’과 ‘악질경찰’이 연달아 개봉한다. 2016년 ‘업사이드 다운’(2016년) 등 세월호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는 여러 편 있었지만, 상업영화란 틀 안에서 세월호가 소재로 사용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전 작품들이 사건 자체에 집중했다면, 새로 선보이는 2편은 당시의 참사를 다른 사건의 연결고리로 등장시키거나 참사 뒤 남은 이들의 삶을 조명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20일 개봉한 ‘악질경찰’은 2010년 ‘아저씨’로 흥행에 성공한 이정범 감독 작품이다. 세월호를 매개로 주제의식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경기 안산 단원경찰서 소속의 부패한 경찰 조필호(이선균)가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고 방황하는 소녀 장미나(전소니)와 얽히며 사회의 부패와 부조리를 깨닫고 반성하는 과정을 그렸다. 특히 영화는 세월호의 간접적 피해자인 소녀와 부패한 기업, 검경의 견고한 카르텔을 대비시켜 사회에 대한 분노를 풀어낸다. 주연을 맡은 이선균은 이 영화를 “어른들이 각성하는 이야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세월호를 화두로 어른들의 악행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뜻이다. 다음 달 3일 개봉하는 ‘생일’은 좀 더 본격적이다. 세월호 참사로 아들 수호를 잃은 부모 정일(설경구)과 순남(전도연)이 수호의 생일에 지인들과 모여 추억을 되짚는다는 게 큰 줄거리. 이창동 감독 연출부에서 경력을 쌓은 이종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생일’은 세월호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나 신파를 걷어내고 가족을 잃고 남은 이들의 일상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들여다본다. 수호의 여동생은 소풍을 가서도 갯벌에 들어가지 못하고, 엄마는 철마다 아들 옷을 꺼내 놓으며 자식을 보내지 못한다. 하지만 배우들은 감정을 터뜨리기보다는 꾹꾹 눌러 담는 방식으로 애도를 표한다. 꼭 세월호 참사가 아니더라도 안타깝게 피붙이를 잃은 가족의 황망함이 살아있다. 이 감독은 “세월호 참사가 유가족뿐 아니라 평범한 우리 일상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를 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영화계에서는 국민적 트라우마였던 세월호 참사가 상업영화라는 형식을 띠고 보다 많은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한다. 두 감독 모두 제작 과정에 진정성을 담아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기를 기다렸다는 후문이다. 이정범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은 2015년에 완료했지만 캐스팅과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이종언 감독 역시 “제작 과정에서 또 다른 상처가 생겨날까 조심스러움이 컸다”고 말했다. 다만 관객들이 세월호를 이제 상업영화의 소재로 마주할 준비가 됐는지는 지켜볼 일이다. ‘악질경찰’의 경우 부패 경찰이 좌충우돌하며 거대악과 싸우는 과정이 세월호란 소재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10대 소녀 미나에 대한 폭력과 희롱의 노골적 묘사나 판타지에 가까운 결말이 관객에게 어떻게 비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생일’은 주연 조연 모두 감정을 쏟아낸 하이라이트 부분인 수호의 생일 겸 추모 장면이 가져다주는 울림이 관객에게 얼마만큼의 치유제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영화평론가인 강유정 강남대 교수는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덕에 섣부른 신파나 분노가 아니라 애도의 형식을 갖춘 영화가 됐다. 상업영화를 통해 한국사회가 세월호 참사를 마주하는 첫 시도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세월호가 5주기를 앞두고 영화 스크린을 물들인다. 다음달 16일이면 참사 5년을 맞은 세월호. 그 상처를 다룬 상업영화 ‘생일’과 ‘악질경찰’이 연달아 개봉한다. 2016년 ‘업사이드 다운’(2016년) 등 세월호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는 여러 편 있었지만, 상업영화란 틀 안에서 세월호가 소재로 사용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전 작품들이 사건 자체에 집중했다면, 새로 선보이는 2편은 당시의 참사를 다른 사건의 연결고리로 등장시키거나 참사 뒤 남은 이들의 삶을 조명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20일 개봉한 ‘악질경찰’은 2010년 ‘아저씨’로 흥행에 성공한 이정범 감독 작품. 세월호를 매개로 주제의식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안산 단원경찰서 부패경찰 조필호(이선균)가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고 방황하는 소녀 장미나(전소니)와 얽히며 사회의 부패와 부조리를 깨닫고 반성하는 과정을 그렸다. 특히 영화는 세월호의 간접적 피해자인 소녀와 부패한 기업, 검·경의 견고한 카르텔을 대비시켜 사회에 대한 분노를 풀어낸다. 주연을 맡은 이선균은 이 영화를 “어른들이 각성하는 이야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세월호를 화두로 어른들의 악행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뜻이다. 다음달 3일 개봉하는 ‘생일’은 좀더 본격적이다. 세월호 참사로 아들 수호를 잃은 부모 정일(설경구)과 순남(전도연)이 수호의 생일에 지인들과 모여 추억을 되짚는 게 큰 줄거리. 이창동 감독 연출부에서 경력을 쌓은 이종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생일’은 세월호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나 신파를 거둬내고 가족을 잃고 남은 이들의 일상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들여다본다. 수호의 여동생은 소풍을 가서도 갯벌에 들어가지 못하고, 엄마는 철마다 아들 옷을 꺼내놓으며 떠난 자식을 보내지 못한다. 하지만 배우들은 감정을 터뜨리기보다는 꾹꾹 눌러 담는 방식으로 애도를 표한다. 꼭 세월호 참사가 아니더라도 안타깝게 피붙이를 잃은 가족의 황망함이 살아있다. 이 감독은 “세월호 참사가 유가족뿐 아니라 평범한 우리 일상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영화계에서는 국민적 트라우마였던 세월호 참사가 상업영화라는 형식을 띄고 보다 많은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한다. 두 감독 모두 제작 과정에 진정성을 담아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기를 기다렸다는 후문이다. 이정범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은 2015년에 완료했지만 캐스팅과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이종언 감독 역시 “제작 과정에서 또 다른 상처가 생겨날까 조심스러움이 컸다”고 말했다. 다만 관객들이 세월호를 이제 상업영화의 소재로 마주할 준비가 됐는지는 지켜볼 일이다. ‘악질경찰’의 경우 부패 경찰이 좌충우돌하며 거대악과 싸우는 과정이 세월호란 소재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10대 소녀 미나에 대한 폭력과 희롱의 노골적 묘사나 판타지에 가까운 결말이 관객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생일’은 주·조연 모두 감정을 쏟아낸 하이라이트인 수호의 생일 겸 추모 장면이 가져다주는 울림이 관객에게 얼마나 치유제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영화평론가인 강유정 강남대 교수는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덕에 섣부른 신파나 분노가 아니라 애도의 형식을 갖춘 영화가 됐다. 상업 영화를 통해 한국사회가 세월호 참사를 마주하는 첫 시도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킴 카다시안의 엉덩이와 고대 그리스의 아프로디테 조각상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난젠&피카드’는 역사와 신화, 예술작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대와 문화를 연구하는 독일 뮌헨의 젊은 저널리스트 모임이다. 이들은 첫 저작으로 ‘성(性)’이라는 발칙한 키워드를 선택해 1만 년 인류사의 과거와 현재를 오갔다. 일견 인류사의 가장 에로틱한 장면만 모아 놓아 남몰래 봐야 하는 책처럼 보이지만 인류학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다양한 성의 역사를 현재와 엮어 풀어낸 풍속사에 가깝다. 저자들의 한국어판 후기처럼 성은 오늘날의 문화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타이어의 아버지라 불리는 찰스 굿이어가 아내 몰래 부엌에서 실험하다가 우연히 콘돔을 발명했다는 스토리나 최초의 히로인인 원더우먼을 탄생시킨 사람은 여성성이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 믿은 하버드대 심리학자였다는 내용 등을 따라가다 보면 인류의 문화사를 보다 과감하고 유쾌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경찰이 가수 정준영 씨(30)로부터 불법 동영상 촬영과 유포 정황이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일명 ‘황금폰’을 제출받아 분석 중인 것으로 15일 전해졌다. 정 씨는 14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해 휴대전화 3대를 제출했다. 정 씨는 이 중 1대가 2016년 여성과의 성관계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고소당했을 때 포렌식(디지털 저장매체 복원 및 분석) 전문업체에 맡겼던 휴대전화인 ‘황금폰’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 씨는 해당 휴대전화를 경찰에 제출하지 않았다. 그와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 등이 속했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참여자들은 성관계 동영상 유포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변호사에게 조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사건을 경찰에서 넘겨받은 검찰은 정 씨로부터 뒤늦게 휴대전화를 제출받았지만 범행 단서를 못 찾고 무혐의 처분했다. 정 씨와 같은 날 소환된 승리와 클럽 버닝썬의 모회사인 유리홀딩스 대표 유모 씨, 승리 친구 김모 씨도 휴대전화 1대씩을 경찰에 제출했다. 경찰은 15일 정 씨와 김 씨의 집을 압수수색해 다른 휴대전화가 더 있는지 확인했다. KBS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은 정 씨가 2016년 ‘몰카’ 의혹이 불거졌을 때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정 씨를 조귀 복귀시킨 데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제작과 방송 중단을 선언했다. KBS는 15일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게 출연자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은지 eunji@donga.com·이서현 기자}

학사경고를 받은 전력이 있는 스물두 살 공대 휴학생 딸, 출산 직후 친정에 딸을 맡기고 미국 유학을 다녀온 완벽주의자 교수 엄마, 못 배웠다는 멸시를 견디며 평생을 살아온 외할머니. 3대에 걸친 전혀 다른 삶이 연결돼 엄마와 딸 사이에 존재하는 특유의 연민과 애틋함, 모순된 감정을 그려낸 소설이다. 여대생 ‘나’는 늙고 병든 외할머니를 돌보며 엄마가 왜 어린 자신을 홀로 남겨두고 유학을 떠났는지, 풀리지 않는 의문과 상처를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엄마와 할머니의 불편한 관계, 엄마와 나와의 미묘한 갈등 속에 나는 어린 나이에 남자친구의 아이를 갖게 되면서 비로소 엄마와 할머니의 인생을 이해하게 된다. 부모에 대한 죄책감을 짊어진 세상 모든 딸들, 자신의 결핍을 딸의 성취로 극복하려 했던 모든 어머니를 위한 위로와 이해의 이야기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주로 학생들을 집에 바래다준다며 태우고 갔던 승합차에서 일어났어요. 내릴 코스와 상관없이 그날 마지막으로 내릴 사람을 지정했어요. 그러고는 인근 야산으로 몰고 가…. 체육관 승합차 엔진 소리를 아직도 기억해요. 아직도 비슷한 소리를 들으면 ‘나를 잡으러 왔나’ 하는 생각에 소스라치게 놀라 주저앉곤 합니다.” 이번엔 태권도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전 유도선수 신유용 씨에 이어 태권도계에서도 피해자가 자신의 실명을 밝히며 관련 사실을 알렸다. 전 대한태권도협회 이사 A 씨가 운영하던 태권도 도장에서 태권도를 배웠던 이지혜 씨(33)는 15일 본보와 채널A의 인터뷰를 통해 피해 내용을 말했다. 이 씨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1998년부터 2002년까지 5년간 A 씨에게 폭력과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이 씨에 따르면 당시 태권도를 배우던 많은 원생이 피해를 입었고 중학생 때부터 수십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이도 세 명이나 된다. 이 씨에 따르면 A 씨는 체육관과 합숙소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성폭력을 일삼았다. 운동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신체 변화를 알아야 한다며 신체를 만지고 성폭력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A 씨와 비슷한 사람을 보면 온몸이 얼어붙는다. 늦은 밤 큰 쓰레기봉투를 보고 (A 씨인 줄 알고) 주저앉은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피해자 가운데는 당시 악몽으로 자살을 시도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이 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녀의 미래를 위해 관장에게 간식거리와 체육관 비품 등을 제공했던 부모님들이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스스로를 자책하시겠나. 관장에게 맞아 허벅지에 피멍이 들어도 긴 바지를 입어 가리곤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평생에 걸쳐 마음을 짓누르던 일을 해결하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해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이들은 용기를 냈다. 이 씨를 비롯한 피해자 15명이 피해자연대를 꾸려 지난해 4월 대전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현재 1심 공판이 진행 중이다. 당시 피해로 인해 지금까지도 극심한 심리적 장애(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면 현재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 이때는 처벌이 가능하다.A 씨 측은 성폭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A 씨의 동생 B 씨는 “재판 중인 사항이고 결론이 나지도 않았는데 자꾸 문제 삼는 건 누군가 피해자들을 꾀어 이 일을 터뜨린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형은 결백하다고 믿는다. 성폭행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스포츠계에서 성폭력 피해 사실이 잇달아 불거지고 있지만 대한체육회는 형식적인 대응을 계속하고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이날 “그동안 내부 관계자들이 징계·상벌에 관여함으로써 자행되어 왔던 관행과 병폐에 대해 자정 기능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했다. 체육계에서 발생한 성폭력 관련 내용을 선후배 체육인들이 심의하고 징계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벌어진 데 대해 사과한 것이다. 이어 체육인이 아닌 제3자가 신고를 받고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겉치레일 뿐이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묻자 대한체육회 측은 “성범죄가 발생할 경우 외부 여성 기관 등에 범죄의 경중을 묻고 그 결과를 전달받을 예정이다. 그 후에 징계 수위에 대해서는 대한체육회가 자체적으로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제 식구 감싸기의 핵심 문제였던 대한체육회의 자체 징계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이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조응형 yesbro@donga.com·이원주 기자 / 이서현 채널A 기자}

무려 10년 전에 제작된 드라마인데도 매년 8월이면 ‘소환’되는 작품이 있다. 배경은 1930년대 경성. 신여성 나여경(한지민)과 룸펜이자 사교계 황태자인 선우완(강지환), 기생 차송주(한고은), 독립운동가 이수현(류진)이 당시 경성 젊은이들의 항일운동을 로맨스와 함께 밝은 분위기로 그려낸 KBS 드라마 ‘경성스캔들’이다. 방송되는 동안에는 시청률이 10% 안팎을 기록해 고전했지만 매년 광복절에 누리꾼 사이에서 ‘다시 보는 경성스캔들’ 게시물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후손들의 부채의식으로 늘 무겁게만 그려진 1930년대. ‘항일투쟁의 가장 강력한 혁명 전술은 위장연애’라는 타이틀과 함께 그 시대 청춘의 고민이 지금과 다르지 않았음을 그려냈기 때문일 것이다. 교훈적이고 장엄한 서사, 영웅적인 캐릭터보다 역사에 짓눌린 그들의 고민과 슬픔이 때로는 더 큰 공감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공감은 단 16회 분량으로 끝나지 않는다. 10년째 회자되는 이 드라마의 엔딩 자막은 이렇다. “먼저 가신 분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소중한 이 땅에서 마음껏 연애하고 마음껏 행복하십시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16일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영주 방문진(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이 노조원의 업무 배제를 사실상 지시했다”며 고 이사장 등에 대한 해임과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노조는 방문진이 올해 2월 진행한 MBC 사장 최종 후보 면접 속기록을 공개하면서 “이사들이 면접 과정에서 ‘(노조원들을) 앵커로도 안 내세우고, 중요한 리포트도 안 시킬 만한 여력이나 방법이 있냐’고 묻는 등 사장 후보자들에게 노조원의 업무 배제를 노골적으로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11일 MBC 보도국 취재기자 80명을 포함한 PD, 영상기자 등 구성원 200여 명은 공영방송 회복과 김장겸 사장,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 등의 사퇴를 요구하며 제작거부에 나선 상태다. 한편 KBS 기자 516명은 이날 제작 거부를 선언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KBS 뉴스는 이슈와 논쟁을 외면하고 오로지 권력을 추종했다”며 “동어반복과 여야공방으로 점찰된 뉴스의 신뢰도는 급전직하했다”며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기자들은 기자총회를 열어 제작 중단 결의 및 일정에 대한 의견을 모을 계획이다.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어차피 대학 졸업해도 좋은 직장은 SKY가 다 먹어. 너처럼 별 볼 일 없는 지방대 나와서는 대기업 연봉 절반도 안 되는 회사밖에 없다고. 그럼 엄마 아빠처럼 사는 거야. 죽어라 일하는데 빚만 늘어가. 이 나라 시스템이 그래.”(KBS 금토 드라마 ‘최강 배달꾼’ 2회 중) 다음 학기부터는 장학금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제발 한 학기 등록금만 빌려달라고 애원하는 남동생을 두고 여자 주인공 이단아(채수빈)는 매몰차게 일어선다. 이 드라마 등장인물의 나이는 평균 20대 중반. 남녀 주인공 직업은 중국집 배달원이다. ‘헬조선’을 탈출하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학원에서 청소를 해주며 영어 강의를 듣는다. 이 드라마에서 대학은 지옥 같은 현실을 바꿔주기는커녕 빚만 늘리는 공간일 뿐이다. TV 화면에서 ‘캠퍼스의 낭만’이 사라지고 있다. 취업난과 스펙 쌓기, 학점 경쟁 등 대학이 청춘의 고달픈 현실을 담은 경쟁 공간으로 변화하면서 TV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 1987년 KBS ‘사랑이 꽃피는 나무’로 국내 첫 캠퍼스 드라마가 등장한 이후 TV 속 캠퍼스에 대한 이미지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과거 청춘 드라마는 주로 대학 캠퍼스의 낭만과 이상을 배경으로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사랑이 꽃피는 나무’가 방송된 1987년의 대학 진학률은 전체 고교생의 36.7% 수준. 캠퍼스는 누구나 향유할 수 없는 공간이라 환상도 컸다. 드라마 속 전공 학문은 당시 인기학과의 트렌드도 보여준다. MBC ‘우리들의 천국’(1990년), ‘남자셋 여자셋’(1996년) 등 1990년대에는 신문방송학과가 인기였다. 당시 시청률 상위권을 달리던 ‘우리들의 천국’의 배경이 된 서강대 신문방송학과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유명한 얘기다. 2000년대 들어서는 MBC ‘논스톱’ 시리즈를 통해 하숙집과 기숙사에서 펼쳐지는 청춘들의 좌충우돌 대학 생활이 계속 전파를 탔다. 국내 평범한 캠퍼스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과학도의 일상과 사랑을 다룬 SBS ‘카이스트’(1999∼2000년), 해외 명문대 유학생들을 소재로 한 SBS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2004년)등이 인기를 끌었다. 최근 청춘 드라마는 아예 대학 캠퍼스를 다루지 않는다. 취업난과 캠퍼스 내 무한 경쟁 등 고달픈 세태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긴 이후 대학은 더 이상 판타지를 주는 공간이 아니다. 최근 유일하게 대학을 배경으로 한 MBC ‘역도요정 김복주’는 ‘체육대’라는 독특한 소재를 차용했을 뿐 스토리는 현실적 취업 경쟁에서 살짝 비켜갔다. 그 대신 최근 드라마들은 대학의 현실인 취업 전쟁과 스펙 경쟁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편을 택했다. 올해 5월 방송돼 인기를 얻은 KBS ‘쌈, 마이웨이’가 대표적 사례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대학을 벗어나 자신의 꿈을 개척하는 삶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청춘 드라마가 희망을 그리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한국신문협회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는 신문 구독료를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14일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이날 국회와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2일 도서구입비와 공연관람비에 대한 소득공제를 추진하는 내용을 담은 ‘2017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들 단체는 의견서에서 “도서구입비와 공연관람비 지출에 대한 소득공제 추진을 지지하지만 국민의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하고 누구나 쉽게 접하는 대표적 공공 문화 콘텐츠인 신문 구독료가 이번 소득공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신문은 공동체를 유지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핵심 공공재”라며 “이번 소득공제 대상에 신문 구독료를 포함하도록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보완하거나 국회에 계류 중인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언론계는 지난 10년 동안 신문 구독료 소득공제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현재 국회에는 신문 구독료에 대해 연간 30만 원까지 소득 공제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 대표 발의)이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11일 “공영방송 사장이 공적 책임과 공정성을 지키지 않았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퇴진 요구가 커지고 있는 공영방송인 KBS와 MBC의 사장 임기를 보장할 뜻이 없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를 차례로 예방한 뒤 MBC 제작 거부 사태와 관련한 질문에 “정연주 전 KBS 사장의 소송에서 대법원이 ‘임명’은 ‘임면(任免·임명과 해임)’을 포함한다고 했다”며 “방통위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과 이사를 임명하는 것으로 돼 있어 임면도 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사퇴를 포함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한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철저한 검토와 실제 조사를 통해 어느 수준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지금 공영방송이 여러 가지로 상당히 나락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라며 “이것들을 바로잡는 것이 방통위원장으로서의 소임”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방송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 특정 정치세력에 유리한 방송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어떤 정치세력에도, 정권에도 흔들림 없는, 그래서 제 구실을 하는 방송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권력에 취해 공영방송사 저격수 역할을 자임한 이 위원장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며, 이를 거부하면 대통령을 상대로 이 위원장 임명무효 확인 소송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MBC가 카메라기자의 성향을 분석해 만든 문건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사실이라면 명백한 불법행위이자 부당 노동행위다. 불법성이 드러나면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답했다. 고용부는 MBC의 부당 노동행위 혐의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하고 있다.● MBC 제작거부… 일부 뉴스 결방 한편 MBC 보도국 취재기자 80명이 11일 제작 거부를 선언하면서 오후 4시 MBC ‘뉴스 M’과 0시 반 ‘뉴스24’ 등 일부 뉴스가 결방됐다. 제작 거부에 참여한 취재기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MBC 저널리즘의 복원을 위해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보도국 보직 부장들의 사퇴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박성진 psjin@donga.com·이서현 기자}

1979년 작 TV 애니메이션 ‘빨간 머리 앤’을 보고 자란 세대라면 누구나 앤을 그렇게 기억한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우리 모두의 어린 시절 소꿉친구 같은 모습 말이다. 캐나다 CBC와 넷플릭스의 합작 드라마 ‘빨간 머리 앤’(사진)이 올해 5월 처음 방송됐을 때 트위터에서는 ‘#not my Anne(나의 앤이 아니야)’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화면 속 프린스에드워드섬과 초록지붕집의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지만 너무나 현실적으로 묘사된 앤의 비참한 과거를 들여다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리라. ‘부푼 소매 옷’에 대한 낭만이나 상상력은 사치가 되어버린 나이에 마주한 앤의 이야기는 오랜 친구의 아픈 과거사를 듣는 기분이었다. 태어나자마자 입양된 고아 앤과 갖은 학대를 겪는 앤, 공상을 즐겨해 늘 엉뚱한 말을 하지만 그럼에도 늘 불행 속 희망을 보려는 앤. 새 드라마 속 앤은 분명 우리가 알던 앤이 아니었지만 오히려 아픔을 슬쩍 엿보아서, 그래서 그 친구를 더욱 온전히 이해하게 됐다면 다행히 이제 철이 들었다는 뜻일까. 사실은 그 모든 모습이 우리가 사랑했던 앤이었던 것을.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KBS 드라마 ‘학교’ 시리즈가 첫 전파를 탄 것은 새 밀레니엄을 목전에 둔 1999년이었다. 그 전까지 방송됐던 청소년 드라마가 건전한 사춘기와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그린 것과는 달리 ‘학교’는 교사의 체벌이나 왕따, 학교폭력 등 학교의 이면을 가감 없이 그려 청소년 드라마의 새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약 20년이 흘러 일곱 번째 버전으로 시청자들을 찾은 KBS 2TV 월화드라마 ‘학교 2017’은 아직까지 썩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동시간대 타 지상파 드라마 SBS ‘조작’(12%대), MBC ‘왕은 사랑한다’(6%대)와의 시청률을 비교하면 4%대(총 6회 방송 기준)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학교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전작들과 달리 이번 시리즈는 주 시청층인 10대가 공감할 수 있도록 가볍고 밝은 시도를 더했다. 주인공 라은호 역에는 엠넷 ‘프로듀스101’ 출신 걸그룹 구구단의 멤버 김세정이 캐스팅됐다. 전작들이 ‘영화동아리’나 ‘예술고’ 등 배경을 통해 당시 학생들의 관심사를 반영했던 것처럼 이번 작품은 주인공 라은호가 10대들에게 친숙한 ‘웹툰 작가’를 꿈꾸는 설정을 택했다. 또한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과 ‘태양의 후예’ 등을 패러디한 장면을 넣어 재치를 더했다. 학교의 권위에 도전하는 의문의 학생 ‘X’의 등장과 활약은 드라마 초반 추리극적 궁금증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20년간 ‘학교’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인 학교의 현실 면에서 정작 10대들의 공감을 사지 못하고 있다. 박진석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성적 위주의 대입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데 따른 혼란 등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 달에 3번씩 치르는 모의고사, 석차등수를 학교 벽에 공개적으로 게시하는 모습, 성적순 급식 장면 등은 오히려 현실을 지나치게 드라마틱하게 드러내 공감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이나 포털사이트 댓글에도 극 중 묘사된 학교 현실에 몰입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올라온다. ‘학교’ 시리즈의 힘은 변하는 듯 변하지 않는 학교 현장의 문제를 늘 방송 시점에 맞춰 새롭게 제시하는 데 있었다. 특히 ‘학교 2013’부터는 2000년대 방송된 전작들이 다룬 억압적 학교, 성적에 대한 부담 등 거시적 고민에서 좀 더 세분된 주제로 관심사를 옮겼다. 학교 2013은 수기 공모전을 통해 실제 학교폭력 경험담 등을 생생히 묘사해 교육청 표창도 받았다. 2015년 방송된 6번째 학교 시리즈 ‘후아유-학교 2015’에서는 이기적인 학부모와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더욱더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아이들이 그려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전작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넣은 드라마적 장치나 재미적 요소들이 오히려 이번 작품의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면이 있다”며 “학교 시리즈가 그동안 담았던 교육 현장의 실제 모습에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5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뉴스 헤드라인에서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우리가 먼저 생각한 것이라구요.” 올해 5월 미국 배우 케빈 스페이시는 스티븐 콜베어가 진행하는 미국 CBS ‘레이트 쇼’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그가 주연한 넷플릭스 인기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시즌 5 공개를 앞두고 가진 자리였다. 러시아 내통 의혹에 휘말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전격 해임하는 등 어느 때보다 드라마틱한 현실이 워싱턴에서 벌어지고 있던 참이었다. 미국과 한국의 정치 상황이 요동친 올해 상반기 방송된 몇몇 드라마들이 현실 정치에 대한 ‘예언서’를 방불케 할 만큼 예지력 넘치는 장면들을 내보내면서 국내외에서 화제가 됐다. 5월 말 공개된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5’는 현실과 완전히 똑같은 상황을 예측했다. 테러 조작 및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지며 극중 FBI 국장이 의회 청문회에 선 것. 현실의 코미 국장은 드라마가 공개 후 약 열흘 뒤 마치 드라마처럼 실제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했다. 극 중 대통령 프랜시스 언더우드가 탄핵 위기에 몰리자 부통령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하게 된 영부인 클레어에게 자신에 대한 사면을 종용하는 장면은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이달 말 ‘셀프 사면’ 카드를 언급한 것과 겹쳐 보인다. 배우 키퍼 서덜랜드가 주연한 미국 ABC 드라마 ‘지정 생존자(원제 Designated Survivor)’는 ‘휴머니즘’과 ‘원칙주의’를 내세운 판타지에 가까운 대통령의 모습을 통해 역설적으로 워싱턴의 정치 현실을 드러낸다. 대통령이 연두교서를 읽던 날 의회가 폭파되는 사상 초유의 테러가 벌어져 별 볼일 없는 관료 톰 커크먼이 대통령으로 취임 선서를 한다. 테러 이후 커크먼이 겪는 무슬림에 대한 무차별적 구타와 체포, 미시간 주지사의 계엄령 선포 요구 등은 트럼프 정부 이후 계속된 무슬림에 대한 혐오와 반이민 행정명령을 연상케 했다. 국내에선 이달 15일 방송된 tvN 사전제작 드라마 ‘비밀의 숲’ 11화에서 제작진이 미래를 내다보기라도 한 듯 방산비리를 소재로 다뤄 리얼리티에 ‘예지력’까지 더했다는 시청자들의 평가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드라마 방영 전날인 14일 검찰이 방산비리 혐의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실제로 압수수색 했기 때문이다. 드라마와 현실의 ‘싱크로율’과 관계없이 미국에서는 트럼프 등장 이후 정치 드라마가 오히려 환멸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스캔들’, ‘지정생존자’, ‘마담 세크리터리’ 등 인기 정치물의 인기는 예전만 못한다는 평이 우세하다. 국정 농단사건을 겪은 한국에서는 검찰과 언론, 정치권 스캔들을 소재로 한 드라마 제작이 활발하지만 리얼리티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는 어느 때 보다 높아져 제작진의 고민도 깊어졌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충격적인 정치권의 현실을 접한 뒤로 힘의 논리, 선악의 대결을 다룬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높아졌지만 그만큼 작품의 리얼리티와 선명한 주제의식에 대한 요구도 함께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