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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가상자산을 기부, 후원받아도 쓸 수 없었던 지정기부금단체, 대학 등 비영리법인들이 올 2분기부터는 가상자산을 팔아 현금화할 수 있게 된다. 하반기부터는 금융사를 제외한 상장사 등에 가상자산 매매를 시범 허용하면서 한국 법인도 비트코인 투자길이 열린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가상자산위원회를 주재하고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허용에 대한 정부의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정부는 자금 세탁, 시장 과열 우려로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금지해왔다. 김 부위원장은 “법인 위주로 가상자산 생태계가 조성된 해외 사례, 국내 기업의 블록체인 신사업 수요 증가, 글로벌 규율 정합성 제고 등 측면에서 법인의 시장 참여 허용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랜 금지 관행이 이어진 만큼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단계적·점진적 허용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올해 2분기 1단계로 내부통제 기준이 마련된 지정기부금단체, 대학 등 비영리법인에 대해 현금화 목적의 매도 실명계좌 발급을 허용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2022년 게임회사 위메이드로부터 코인 10억 원어치를 기부받은 서울대 등 4개 대학은 법인 실명계좌가 없어 이를 현금화하지 못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어떤 경우에 현금화할 수 있는지, 얼마나 자주 현금화할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추후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거래소도 사업자 공동의 매각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뒤 2분기부터 가상자산 매도가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가상자산거래소는 수수료로 받은 가상자산을 현금화해 인건비, 세금 납부 등 경상비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검찰, 국세청, 관세청 등 법 집행 기관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범죄수익으로 몰수한 가상자산 등에 대한 계좌 발급이 진행 중으로, 지난달까지 약 200개의 계좌가 발급됐다. 하반기에는 자본시장법상 금융사를 제외한 상장사 및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법인 총 3500여 곳에 대해 가상자산 매매를 시범적으로 허용한다. 위험 감수 능력을 갖춘 법인들이 가상자산을 사고 팔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전문투자자 등록 법인은 리스크와 변동성이 가장 큰 파생상품에 투자가 이미 가능하고, 해당 법인들은 블록체인 연관 사업 및 투자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시범 허용 범위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기관투자가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참여하면 현재 단타 위주의 롤러코스터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개인투자자 위주라 변동성이 너무 컸다”며 “기관투자가가 시장에 들어오면 중심점을 잡아주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 당국은 금융사 등 일반 법인들의 가상자산 계좌 보유 및 매매는 관련 제도 정비 등을 보고 중장기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가상자산 현물 ETF 국내 도입도 미뤄졌다. 가상자산 현물 ETF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금융사의 가상자산 보유가 가능해야 한다. 현물 ETF 도입을 언급했던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의 신년사와는 다소 온도차를 보인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가상자산의 위험이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어 현물 ETF를 도입하기 전에 논의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지난달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이 10개월 만에 줄어들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주택 거래가 뜸해진 데다 설 상여금 등으로 여윳돈이 생긴 가계가 대출금을 갚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12일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의 1월 가계대출 잔액은 1667조7000억 원으로 전월보다 9000억 원 줄었다. 금융권 가계대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은행 가계대출은 4000억 원 감소하면서 두 달 연속 줄었다. 지난해 말 은행 가계대출 억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불어났던 제2금융권 가계대출도 지난달 5000억 원 줄어들었다. 전월(+2조4000원) 대비 감소세로 전환된 것이다. 상호금융권도 전월에 비해 2000억 원, 보험이 5000억 원, 여신전문금융회사가 100억 원 각각 감소했다. 저축은행은 2000억 원 늘었다. 가계대출 종류별로 살펴보면 주택담보대출은 증가했지만 기타 대출이 그보다 더 감소하면서 전체 가계 대출이 쪼그라들었다. 주담대는 한 달 사이 3조3000억 원 불었다. 은행권 주담대는 1조7000억 원 늘며 증가폭이 전월(+8000억 원) 대비 확대됐다. 반면 제2금융권 주담대는 1조6000억 원 늘며 전월(+2조6000억 원)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금융당국은 “연초부터 은행 대출 영업이 재개되고 정책대출은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 중인 만큼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본격적인 영업 개시와 신학기 이사 수요 등이 더해져 2월부터는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은 4조2000억 원 급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지방 미분양 주택 증가 등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당분간 지방으로의 자금 공급 현황 등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시니어를 위한 금융교육은 물론이고 금융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 또한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고령화와 더불어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미국, 일본처럼 고령자의 금융 피해를 막을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일찌감치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 관련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미국 연방의회는 2018년 ‘경제 성장, 규제 완화 및 소비자보호법’을 제정하며 제303조에 고령자 대상 금융착취가 의심될 경우 금융기관 직원이 관계 당국에 적극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금융정보 공개가 이뤄지더라도 민사상·행정상 책임을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은 2013년 일본증권업협회(JSDA)에서 “금융회사 등이 고령 금융소비자에 대해 투자 권유를 할 때 보다 신중한 대응을 통해 적절한 투자 권유를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고령소비자 판매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80세 이상 초고령자의 경우 투자 권유를 한 다음 날 거래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권유와 판매가 보다 더 신중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고령자의 금융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상황이다. 고령층의 금융피해 사전 예방과 사후 대처에 초점을 둔 개정안들도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이다. 22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금융소비자법(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금융소비자법과 노인복지법은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법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김 의원이 발의한 금융소비자법 개정안은 고령 금융소비자와 금융피해의 정의를 명시하고 금융상품 판매업자 등이 고령 금융소비자의 금융피해 의심 사안을 법 집행기관, 금융감독기관에 통보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피해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것이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노인학대 관련 범죄에 사기·횡령·배임 등을 추가하는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경제적 착취 등 노인학대 의심사례 발견, 피해 노인 보호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금융기관 등이 협력해 업무를 수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이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금융에 눈을 뜨며 삶이 변화했다.” 영국의 금융교육 및 자문 단체 ‘머니 A+E’의 프레데릭 림바야 금융교육 책임자 겸 비상임 이사는 10여 년 전 우연히 머니 A+E의 금융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아예 이곳을 일터로 삼게 됐다. 그는 금융교육 덕분에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예산을 세우고 현명하게 소비하는 방법을 이해하면서 빚이 줄고 저축이 늘었다. 또 재정이 안정되면서 스트레스가 줄었고, 자연스레 투자를 통해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게 됐다. 지난해 만난 림바야 이사는 “재정적인 어려움은 한 사람의 웰빙(well-being)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털어놨다.● 英-日 “금융교육이 국가 경제 살린다” 주요 선진국은 개인의 재정 안정이 더 나아가 경제 전체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인식하에 ‘금융 웰빙’을 위한 교육에 한창이다. 영국의 경우 아예 노동연금부(DWP) 산하 공공기관 자금연금청(MaPS·Money and Pensions Service)에서 2020년 금융교육 장기 로드맵 성격의 ‘금융 웰빙을 위한 영국 국가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200만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의미 있는 금융교육 제공 △부채 문제 상담자 200만 명 증가 △노후 계획을 충분히 이해하고 실행하는 사람 500만 명 증가 등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금융교육이나 상담만으로 재정 상태가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영국 런던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캐시(가명·54) 씨는 건강 문제로 대학을 그만둔 딸과 함께 사는 데다 보조금 성격의 개인자립수당(PIP)을 신청했다가 거부돼 재정적, 심리적 부담이 커진 상태였다. 머니 A+E는 상담을 통해 그에게 통신비를 줄이고 지방세(council tax)를 10개월에서 12개월로 분할 납부할 것을 제안했다. 캐시 씨는 “통신 요금제 변경과 지방세 납부 기간 조정으로 각각 월 15파운드(약 2만7000원), 20파운드(약 3만6000원)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며 “이 예산을 영양제와 치료 비용에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만족을 표했다. 일본은 지난해 4월 정부와 일본은행, 은행협회, 증권업협회 등 민관이 함께 출자해 ‘금융경제교육추진기구(J-FLEC)’를 정식으로 설립하고 8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전에도 금융교육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산발적인 운영으로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판단에 통합 추진체를 갖춘 것이다. J-FLEC는 연 1만 회 강사 파견으로 75만 명에게 금융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령별 교육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10월까지 200회의 고령자 대상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러한 금융교육이 투자로 이어져 경제의 선순환이 일어난다는것이 J-FLEC의 설명이다. 이와부치 히토시 J-FLEC 경영전략부 경영기획과장은 “예금, 저축에 쏠려 있는 자금을 투자로 유도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금융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한 ‘연금 강국’ 호주도 가입자들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대부분의 연금 펀드에서 교육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도 웹사이트 ‘머니스마트’를 통해 국민들에게 금융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노인단체연방협의체(BAGSO)를 중심으로 노인의 디지털 교육을 지원하기도 한다. 실제로 활발한 금융교육 등의 성과로 선진국 영올드는 금융에 밝고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70대 로버트 키예단 씨는 지금도 투자 자산의 일부는 직접 관리하고 있다. 그는 “10%는 예금 형태로 관리하고, 나머지는 주식시장, 뮤추얼 펀드, 채권 등으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항상 완충장치를 설정한다”고 전했다.● 부족한 금융교육, 고령층 금융범죄로 이어져 반면 한국의 고령층은 낮은 금융이해력을 보이고 있다. 2022년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 60대와 70대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각각 64.4점, 61.1점으로, 성인 전체 금융이해력(66.5점)을 밑돌았다. 금융범죄에도 노출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60대 이상(36.4%)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고위험 금융상품 손실에도 취약하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당시에도 60대 이상이 개인투자자의 절반을 차지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피해 개인투자자 5명 중 1명 역시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였다.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금융교육은 고령층의 금융 소외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7월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이 서울 및 수도권, 6대 광역시 등에 거주하는 18∼69세 성인 남녀 3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최근 3년 내 금융교육을 받은 경우는 16.2%에 불과했다. ‘향후 금융교육을 받고 싶다’는 응답자는 86.3%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노년층의 금융 소외를 막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이 활발한 직장인 시기부터 체계적인 금융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애주기별 의사결정과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설정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직장인 대상 금융교육을 의무화하고 금융교육을 전담하는 공적 기구를 만들어 장기적인 관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4월부터 90세의 초고령자도 고령층에 특화된 노후 실손보험, 유병력자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이 고령화 시대 의료비 보장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가입 연령과 보장 연령을 확대했기 때문이다.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노후·유병력자 실손보험 가입 연령을 현행 70∼75세에서 90세로 확대하고, 보장 연령도 100세에서 110세로 확대한다고 11일 밝혔다. 현재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가입 연령은 70세, 노후 실손보험은 75세 이하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번에 가입 연령을 일괄적으로 90세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보장 연령도 현행 100세에서 110세로 상향 조정한다. 현재 노후 실손보험은 9개사,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13개사가 판매하고 있다.이번 개선은 가입 연령 제한이 고령층의 실손보험 가입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70대 실손보험 가입률은 38.1%, 80세 이상은 4.4%에 그친다. 가입·보장 연령이 확대된 노후·유병력자 실손보험은 4월 1일부터 출시된다. 소비자는 해당 보험사에 방문하거나 다이렉트 채널, 보험설계사를 통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보장 연령이 100세인 기존 계약은 재가입(3년 주기) 시기에 맞춰 보장 연령이 110세로 자동 연장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민 노후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다양한 보험 상품을 발굴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손주뻘 되는 대학생들이 혼자 사는 고령자의 ‘짝꿍’이 되어주는 서비스가 등장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가 주기적으로 소통하면서 심리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발상에서 나온 ‘못토 메이트’ 서비스가 그 주인공이다. ‘좋은 파트너’라는 의미의 해당 서비스는 ‘시니어 세대의 웰빙을 실현하는 손주 세대 짝꿍’이라는 콘셉트로 2020년부터 일본에서 운영돼왔다. 이를 운영하는 회사 ‘에이지웰저팬’은 “금전적인 여유와는 별개로 외로워하는 고령자들이 많다”며 “시니어 세대의 고독감과 고립감을 해소하고 자립심과 존엄심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서비스의 회원이 되면 짝꿍이 된 대학생이 정기적으로 집으로 찾아와 스마트폰이나 가전 사용법 등을 가르쳐준다. 고령자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외출 시 동반하기도 한다. ‘대학생 짝꿍’은 고령자를 방문할 때마다 고객 진료기록 카드를 휴대해 약 150개의 질문지 중 3, 4개 문항씩 답변을 함께 채워 나간다. 예컨대 고령자가 졸업한 초등학교를 묻고 그 학교를 구글 맵으로 검색해 유튜브로 교가를 찾아 보는 등 친숙한 것들로부터 디지털을 습득하는 방식이다. 정기적인 대화, 서로의 개별적 고민을 들어주면서 기존의 가사 대행이나 간병 서비스 사이의 공백지대를 파고들었다는 평가다. 비슷한 세대보단 차라리 한 세대를 뛰어넘었기 때문에 선입견 없이 서로를 편하게 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한다.‘대학생 짝꿍’은 엄격한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된다. 면접에서는 ‘누구를, 왜 존경하고 있는가’ 등 심층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고령자와 소통해야 하는 만큼 상대방에게 감사하고 존경할 수 있는 마음을 가졌는지를 중요하게 따지는 것이다. 합격 후엔 고령자와의 밀착형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도록 교육받는다. 특히 행동지침에 대한 연수, 상대방의 요구를 어떻게 발굴해 어떻게 요구에 응할 것인가에 대한 호스피탤리티 연수 등을 거치며 수준에 따라 시급도 달라진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6일 오후 찾은 부산 남구 동명대 정문 앞. 대학가답게 맥도널드, 스타벅스를 비롯해 각종 식당과 카페들이 즐비했다. 차량으로 5분만 이동하면 부산 최대 상권 중 하나인 경성대, 부경대 번화가에 닿을 수 있는 이곳에 이제 3년여 뒤면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들이 청년과 호흡하며 경험을 공유하는 UBRC(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가 조성된다. 동명대에서 만난 강승한 캠퍼스혁신팀장은 “이 일대에 2027년까지 1000여 명이 거주하는 기숙사가 건립되고, 바로 옆에 UBRC가 조성될 것”이라며 “젊게 살고 싶어 하는 은퇴자들로 북적일 것”이라고 했다.예전보다 더 건강하고, 더 부유하면서 학력 수준도 높은 영올드가 사회의 주역으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에서도 UBRC의 도입이 본격화됐다. 노년기를 제2의 자아실현 기회로 여기는 영올드들로서는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평생 교육 기회도 누릴 수 있는 UBRC가 매력적인 주거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학생 수 감소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들도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다. ● 동명대, 국내 첫 UBRC 조성 채비 10일 동명대에 따르면 대학은 현재 UBRC의 건축, 운영을 위한 기초 계획을 수립 중이다. 전호환 총장은 “공사가 끝나고 거주 시설이 완공되면 UBRC의 운영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UBRC란 대학 캠퍼스 안에 지어지는 은퇴자 주거 단지로 미국에서 처음으로 탄생했다. 1980년대 미국 인디애나에 생긴 ‘메도우드 은퇴자 커뮤니티’가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교육 수준이 높은 액티브 시니어들이 은퇴하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 UBRC의 인기는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 거주자는 강의실, 피트니스센터 등 대학 시설을 이용하는 동시에 다양한 강좌를 수강하고, 대학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 동명대는 국내에서 UBRC에 도전하는 첫 대학이다. 반려동물학과, 언어청각재활학과, 간호학과 등 은퇴자의 관심도가 높은 전공을 운영 중인 만큼 ‘인생 2막’을 꿈꾸는 이들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간사업자에 주거단지를 빌려 주는 방식으로 연간 200억 원 정도의 임대료 수익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저출산 장기화로 인해 등록금 수입에만 의존하기 힘든 상황에서 UBRC를 통해 ‘수익 다각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강 팀장은 “(UBRC가 구축되면) 자연스레 시니어 맞춤형 미용 및 건강 관리를 위한 회사들이 생겨나 이 일대가 부산의 ‘노인 복지 허브’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美, 2032년까지 UBRC 400개로 증가” 은퇴자 주거 단지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미국에는 현재 이미 100개 이상의 UBRC가 조성돼 있다. 미국은퇴자협회는 영올드의 부상에 힘입어 2032년까지 UBRC가 400여 개까지 늘어날 것이라 전망한다. UBRC가 대학뿐 아니라 호기심 넘치고 사회활동에 적극적인 영올드 은퇴자에게도 유익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존의 시니어 타운과 달리 UBRC는 대학이라는 공간을 통해 거주자 교육, 입주민 간의 교감 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며 “국내 지방 대학들은 학생 수 감소로 잉여 시설 문제가 큰데, UBRC를 활용해 이 같은 자원을 새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UBRC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플로리다주립대의 ‘오크 해먹’과 스탠퍼드대의 ‘클래식 레지던스’가 꼽힌다. 지난해 100세를 맞이한 거주자 로니 톰프슨 씨는 3일 오크 해먹과의 인터뷰에서 “입주한 지 올해로 16년째가 됐으며 그동안 이곳에서 좋은 서비스와 인간관계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김정근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노인만 모여 있는 단지를 만들면 폐쇄적인 데다 고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젊은 세대와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계속해서 학습할 능력을 배양시켜 준다는 점에서 UBRC는 유의미한 공간”이라고 평가했다.● 선진국, 대학-시니어 교류 활발 지난해 11월 본보가 방문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 본관의 강의실들은 흰머리이거나 머리숱이 적은 노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세 곳의 강의실에서 문학, 인도 경제, 천문학 수업 등을 듣는 고령층 수강생만 100명에 육박했다. 미국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의 대학들도 고령화에 발맞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길 희망하는 시니어층을 타깃으로 도서관을 개방하거나 평생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네덜란드에서는 레이던, 틸뷔르흐 등 주요 대학 5곳이 ‘노인을 위한 고등교육(HOVO)’을 운영 중이다. 스페인도 고령층의 평생 교육을 장려하기 위해 ‘주립 노인대학 프로그램 협회’를 별도로 꾸리고 있다. 지난해 말 암스테르담자유대에서 만난 카롤리언 판 베르헌 HOVO 프로그램 디렉터는 “많은 고령자들이 3∼4일 정도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면서 각자의 흥미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찾아온다”며 “(고령자들이)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UBRC란?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로, 고령자가 대학 캠퍼스 또는 인근 지역에 거주하며 평생 교육, 건강관리, 사회참여 활동 등을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한다.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을 놓고 분쟁을 벌여온 사모펀드 어펄마캐피탈이 당초 제시한 가격의 절반 수준에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의 FI였던 어펄마캐피탈은 최근 교보생명 지분 5.33%를 신 회장에게 팔았다. 매각 가격은 주당 19만8000원이다. 양측이 풋옵션 행사 가격을 두고 분쟁을 벌인 지 7년여 만에 합의에 이르렀다.어펄마는 2007년 교보생명 지분을 매입하면서 FI로 참여했다. 2012년까지 교보가 상장을 하지 못하면 어펄마가 보유한 지분을 신 회장에게 되팔 수 있다는 풋옵션 계약이 포함됐다. 기한 내 교보생명이 상장에 실패하자 어펄마는 2018년 주당 39만7000원에 주식을 사가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가격이 너무 부풀려졌다며 거부했고 이후 국제중재 절차를 밟아왔다. 어펄마는 이번에 지분 매각을 결정하면서 중재를 취하할 것으로 전망된다.신 회장과 어펄마 간 풋옵션 분쟁 결과는 현재 진행 중인 어피너티와의 분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어피너티는 어펄마와 비슷한 시기에 주당 41만 원으로 풋옵션을 제시한 후 국재중재 소송을 지속해오고 있다.풋옵션 분쟁이 모두 마무리되면 교보생명이 추진 중인 금융지주사 전환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KB국민은행이 내달 28개 영업점을 무더기 폐쇄하기로 하는 등 역대급 실적을 올린 은행들이 오프라인 영업점을 계속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금융노조는 주 4.5일 근무제, 영업시간 단축을 주장하고 있어 모바일 앱, 인터넷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이 우려된다.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28개 영업점을 내달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내달 7일 27개 점, 내달 31일 1개 점(경기도청 점)이 문을 닫고 인근 영업점과 합쳐질 예정이다. 폐쇄 예정 점포는 서울 건대역·까치산역·답십리·동대문패션타운·목동중앙·북악·서울역·신길서·신당역·제기동·조원동점, 경기 광명·매탄동·본오동·상일동·신갈·의정부·판교벤처밸리·평촌스마트·행신동·경기도청점, 인천 부흥오거리·임학동점, 대전 둔산크로바점, 울산 삼산점, 부산 안락동·좌동점, 경북 포항해병대점이다.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점 통폐합 배경에 대해 “이용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반경 1km 이내 거리의 영업점들과 통합한 것”이라며 “더 쾌적한 환경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들은 꾸준히 영업점을 축소해 오고 있다. 5대 은행의 총영업점 수는 2023년 말 3927개에서 9일 기준 3790개로 약 1년 1개월 새 137개가 줄었다.은행 관계자는 “모바일앱, 인터넷 등 온라인 비대면 채널로 대부분의 입출금과 대출의 상당 부분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효율성 측면에서 영업점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하지만 최근 은행들이 고금리에 따른 막대한 이자 수익을 얻어 간 것을 고려할 때 경영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금융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사회적 책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우리나라의 인구(성인) 10만 명당 은행 점포 수는 2023년 말 기준 12.7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5.5개)을 밑돈다.이런 가운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6일 ‘2025년 정기 전국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주요 사업으로 주 4.5일제 도입을 명시했다. 영업 개시 시간을 오전 9시에서 오전 9시 30분으로 늦춰 근무시간을 줄여야 한다고도 주장해 왔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은행권이 역대급 이자 이익을 누리면서도 KB국민은행이 내달 28개 영업점을 무더기 폐쇄하기로 하는 등 오프라인 영업점은 계속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금융노조는 주 4.5일 근무제, 영업시간 단축을 주장하고 있어 모바일 앱, 인터넷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이 우려되고 있다.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28개 영업점을 내달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내달 7일 27개 점, 내달 31일 1개 점(경기도청 점)이 문을 닫고 인근 영업점과 합쳐질 예정이다. 폐쇄 예정 점포는 서울 건대역·까치산역·답십리·동대문패션타운·목동중앙·북악·서울역·신길서·신당역·제기동·조원동점, 경기 광명·매탄동·본오동·상일동·신갈·의정부·판교벤처밸리·평촌스마트·행신동·경기도청점, 인천 부흥오거리·임학동점, 대전 둔산크로바점, 울산 삼산점, 부산 안락동·좌동점, 경북 포항해병대점이다.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점 통폐합 배경에 대해 “이용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반경 1㎞ 이내 거리의 영업점들과 통합한 것”이라며 “더 쾌적한 환경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들은 꾸준히 영업점을 축소해오고 있다. 5대 은행의 총 영업점 수는 2023년 말 3927개에서 9일 기준 3790개로 약 1년 1개월 새 137개 줄였다. 2023년 말과 대비해 신한은행은 57개, 우리은행은 52개, NH농협은행은 36개 영업점을 없앴다. 은행 관계자는 “모바일앱, 인터넷 등 온라인 비대면 채널로 대부분의 입출금과 대출의 상당 부분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효율성과 비용 절감 측면에서 영업점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하지만 최근 은행들이 막대한 이익을 얻어 간 것을 고려할 때 경영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금융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사회적 책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리나라의 인구(성인) 10만 명당 은행 점포 수는 2023년 말 기준 12.7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5.5개)을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이런 가운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6일 ‘2025년 정기 전국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주요 사업으로 주 4.5일제 도입을 명시했다. 금융노조는 주 4.5일제 외에도 영업 개시 시간을 오전 9시에서 오전 9시 30분으로 늦춰 근무시간을 줄여야한다고 주장해왔다. 5대 은행의 2023년 기준 직원 근로소득은 평균 1억1265만 원으로, 2022년(1억922만 원)보다 3.14% 증가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우리나라 최초의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가 내달 4일 출범한다. 하루 12시간 주식 거래가 가능해지고 수수료 경쟁에 따라 거래비용이 절감되는 등 주식 투자자의 주식 거래 환경이 한층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5일 2차 정례회의를 열고 넥스트레이드의 다자간매매체결회사 투자중개업을 본인가한다고 밝혔다. 국내 증권시장에도 대체거래소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복수 시장, 경쟁 체제가 도입되는 것이다. 넥스트레이드가 영업을 개시하면 우리나라의 하루 주식 거래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12시간으로 늘어난다. 정규 거래 시간에는 넥스트레이드와 한국거래소가 동시에 운영한다. 정규 거래 앞뒤 시간에 넥스트레이드가 프리마켓(오전 8시∼8시 50분)과 애프터마켓(오후 3시 30분∼8시)을 운영한다. 시가나 종가, 주가지수 등은 한국거래소의 정규장(오전 9시∼오후 3시 30분) 기준이 유지된다. 새로운 유형의 호가도 도입된다. 넥스트레이드엔 최우선 매수·매도 호가의 중간 가격으로 가격이 자동 조정되는 ‘중간가호가’와 특정 가격에 도달하면 지정가 호가를 내는 ‘스톱지정가호가’가 추가된다. 한국거래소도 새로운 호가를 제공할 계획이다. 넥스트레이드는 또 현행 한국거래소의 매매체결 수수료보다 수수료를 20∼40% 인하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모두 32개 증권사가 넥스트레이드 시장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신무경 기자 yes@donga.com}
KB금융이 지난해 5조78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금융지주 중 처음으로 연간 순이익 5조 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기업대출 증가세로 대출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전날 하나금융이 역대 최대 실적을 공개한 데 이어 이날 KB금융뿐만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도 역대급 실적을 공시했다. 6일과 7일 각각 실적을 공개하는 신한금융과 우리금융도 최대 실적 랠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이 5조782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5일 밝혔다. 이는 전년(4조5948억 원)보다 10.5% 늘어난 역대 최대 기록이다. 특히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 기반의 이자 이익은 13조 원에 이르렀다. KB금융은 이날 실적 발표에 앞서 이사회를 열고 주주 환원 차원에서 52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의결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도 지난해 전체 순이익 4401억 원을 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6069억 원, 당기순이익 4401억 원을 기록했다고 5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8%와 24.0% 증가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비이자 수익은 8891억 원으로, 2023년(7079억 원)보다 25.6% 증가했다. 영업수익에서 대출 이자 외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30%까지 확대됐다. 카카오뱅크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지난해 회계연도 이익에 대한 주당 배당금을 360원으로 결정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보험사들이 올해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전날 사내 공지를 통해 올해 예상 성과급 지급률이 연봉의 60%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는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를 통틀어 보험업계 최고 수준이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1조4928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5.2% 증가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에도 연봉의 60%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한 바 있는데 올해 성과급은 작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도 역대급 실적에 따른 성과급 지급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생명은 올해 예상 성과급 지급률이 연봉의 34∼38% 수준이라고 밝혔다. 삼성화재는 연봉의 46∼50% 수준이 될 것이라고 공지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엔 연봉의 29% 수준을, 삼성화재는 연봉의 50%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삼성생명의 올해 예상 성과급은 최근 10년간 제일 높은 수준이며 삼성화재는 지난해에 이어 역대 최대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모두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삼성화재는 1조8665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3.8% 올랐다. 삼성생명은 2조421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40.9% 늘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최근 삼성화재가 밸류업 계획으로 발표한 자사주 소각이 삼성생명 지분율과 연동되면서 현행 보험업법에 저촉되는 데 따른 것이다. 4일 삼성생명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삼성화재가 지난달 31일 밸류업 계획의 일환으로 자사주 소각계획을 발표한 이후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현재 15.93%인 자사주 비중을 2028년까지 5% 미만으로 축소하는 안을 내놓은 바 있다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지분을 14.98% 보유한 최대주주다. 삼성화재가 자사주를 소각하면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지분율이 올라가게 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화재의 자사주 비중이 5%까지 낮아지면 삼성생명의 지분율은 16.93%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하지만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다른 회사 주식 지분을 15%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15% 이상 보유하려면 금융위원회로 승인을 받아 자회사로 편입해야한다. 따라서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의 자사주 소각으로 지분율이 15%를 초과할 경우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하거나 초과지분을 매각하는 등 2가지 방안 중 선택해야하는 것이다. 삼성의 금융 계열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생명은 삼성카드와 삼성증권을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삼성화재는 지주사 울타리에서 벗어나 있었다. 삼성생명은 20일 진행될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영업실적 발표 때 관련 내용을 밝힐 예정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아직은 결정된 바 없다”며 “확정되면 20일 관련 내용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부동산, 지적재산권, 미술품, 한우 등을 유동화해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조각투자 유동화 수익증권 발행 플랫폼이 정식으로 제도화된다. 또 내달 출범하는 대체거래소(ATS)에서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시행규칙과 금융투자업규정,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3일 밝혔다. 조각투자는 미술품 같은 값비싼 자산이나 한우처럼 투자하기 어려운 자산을 여러 사람과 함께 ‘조각’으로 쪼개서 투자하는 방법이다. 조각투자 유동화 수익증권 발행 플랫폼은 그동안 샌드박스로 운영돼 왔다. 이제 개정안에 따라 펀드 투자중개업과 같은 10억 원(전문투자자 5억 원)의 자기자본 요건을 갖추고 수익증권 투자중개업 인가를 받으면 조각투자 증권 발행을 주선해 투자자에게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수익증권 유통 플랫폼은 9월 말까지 제도화된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지난해 3월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핵 정국으로 부동산 매수 심리가 얼어붙은 데다 대출자들이 연말·연초 상여금 등을 받고 신용대출부터 갚았기 때문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2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32조3656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말(734조1350억 원)과 비교해 1조7694억 원 줄어든 것이다. 설 연휴 기간엔 주택 거래가 거의 없었던 만큼 월말까지 수치가 추가되더라도 지난달 가계대출은 감소세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3월(―2조2238억 원) 이후 10개월 만에 첫 감소 기록이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이 1조6592억 원 늘었지만 신용대출이 3조54억 원이나 감소했다. 대출자들이 연말·연초 상여금 등으로 여유가 생기자 신용대출을 대거 상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경기 위축 또한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시중은행 가계대출의 핵심인 주택담보대출은 수개월째 1조 원대에서 정체된 상태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에 이은 신용대출 감소세에다 최근 주택 거래가 부진하면서 지난달 가계대출이 감소세에 접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대출은 은행 실적과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만큼 향후 은행권이 금리 인하 등을 통해 가계대출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행 관계자는 “대출 감소세가 지속되면 가계대출 문턱을 낮추기 위해 대출금리 인하 등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올해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지난해보다 낮게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지방 대출 증가 속도에는 예외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컨대 은행들의 가계대출 목표치 도달 여부를 산정할 때 지방 대출엔 인센티브를 적용해 반영 비중을 낮추도록 하는 방안 등이다. 이렇게 되면 실질적으로 목표치를 넘어서는 대출이 가능하게 된다. 또 지난해까지 3년째 대출을 줄였던 2금융권은 가계대출을 늘리게 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금융권이 서민 자금 공급에 기여할 수 있도록 회사별 가계대출 목표치를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해에만 7조1000억 원이 넘는 부실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을 통해 털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은행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은행의 부실채권 정리 규모도 덩달아 커진 셈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7조1019억 원어치 부실채권을 상각·매각했다. 지난해 상각·매각 규모는 2023년(5조4544억 원)보다 30.2%나 많다. 2022년(2조3013억 원)의 3배 수준이다. 경기 침체로 대출 연체가 이어지자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거 부실채권 정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3개월 이상 연체 채권을 ‘고정 이하’ 등급의 부실채권으로 분류해 별도 관리하다 회수 가능성이 낮으면,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리(상각)거나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매각한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출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조치로 가려져 있던 부실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권 연체율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떨어졌다가 다시 약 5년 전 수준까지 높아진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0.21%로 내려갔다가 점차 상승해 지난해 11월 말 0.52%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1월(0.48%)과 비슷한 수준이다. 은행 관계자는 “내수 회복 지연 등으로 인해 연체율이 당분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향후 건전성 관리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영올드’의 부상에 발맞춰 국내 금융시장도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9일 국민 노후 대비를 위해 ‘노후지원 보험 5종 세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고령층의 노후 자금 마련을 돕는 차원에서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연금, 요양시설 입주권 등으로 유동화(현금화)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료 납입을 마치고 유동화 여력이 되는 종신보험 계약 건수는 360만 건 정도”라며 “고령층은 금융자산이 적고 부동산과 종신보험을 주로 보유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보험도 주택연금처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마련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정책이 도입되면 종신보험의 보험료 납입이 완료됐으며,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한 경우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미리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사망보험금이 3억 원이고 50%를 연금으로 받기로 할 경우 1억5000만 원을 연금으로 다달이 수령하고, 나머지 1억5000만 원은 사망 시 유족이 받는 식이다. 정부는 또 세제 혜택이 풍부해 ‘만능 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및 연금 계좌에 ‘의료 저축 계좌’의 기능도 부여한다. ISA의 경우 의료비 목적으로 돈을 인출할 때 납입한도를 복원해주기로 했다. 사망보험금을 유가족들을 위해 미리 맞춤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험금 청구권 신탁’도 지난해 11월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판매된 신탁 상품은 부동산, 퇴직연금, 펀드 등이 대상으로 보험성 자산은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법령 개정을 거쳐 보험금을 신탁 재산에 추가하면서 금융사가 고객을 대신해 사망보험금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사망보험금 3000만 원 이상이면 보험금 청구권 신탁에 가입해 사망보험금의 지급방식, 금액, 시기 등의 세부사항을 계획해 놓을 수 있다. 정모 씨(41)는 3년 전 이혼한 뒤 올해 여덟 살 된 외동딸을 키우고 있다. 정 씨는 최근 은행 상담을 거쳐 3억 원의 ‘보험금 청구권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딸의 대학 입학 후 졸업까지 매년 2000만 원씩 학자금을 지급하고, 나머지 돈은 딸의 졸업 이후 한꺼번에 지급하는 조건이다. 정 씨는 “아이가 미성년자일 때 (내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딸이 대학을 다니고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금전적으로 문제는 없을 것이라 안심”이라고 전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귀여운 애완동물도 천수(타고난 수명)를 누리게 해드립니다.’ 지난해 말 방문한 아시아 최대 신탁은행인 미쓰이스미토모신탁그룹 도쿄 본사에서 받아든 ‘오히토리사마신탁’(1인 가구 신탁) 금융상품 안내서에는 이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일본 최초로 신탁 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다양한 고령층 대상 금융 서비스에 더해 홀로 사는 노인을 위한 상품까지 내놓았다. 금융회사가 노인이 숨질 경우 부고를 주변인들에게 알리고, 유품 정리, 장례까지 책임져 줄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PC, 노트북을 수거해 데이터를 삭제해 주고, 반려동물을 정해진 사람에게 인도해 주는 일까지 도맡는다. 다니구치 요시미쓰 미쓰이스미토모신탁그룹 특별이사는 “각각의 서비스를 개별 업체에 맡기려면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제대로 이행됐는지 등을 담보할 수 없다. 은행의 ‘신뢰도’ 때문에 소비자들이 믿고 역할을 맡기는 것”이라며 “해당 상품은 고객 수요가 많아 꾸준히 가입 건수가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가 급부상하면서 고령자들의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산업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대거 등장하고, 일상생활에서부터 건강관리 등을 지원하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로봇과 같은 최첨단 기술, ‘에이징 테크’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은행들, 앞다퉈 신탁 비즈니스로… ‘에이징 테크’도 급부상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아오조라은행 등 일본 금융회사들은 고령화에 따른 고객의 요구에 맞춰 유언 신탁과 유산 정리 업무를 확대하고 있다. 유언서 작성과 보관, 유언 집행까지 은행이 도맡아 해주고 유산 분할 협의서 작성, 상속 재산의 인도까지 아우른다. 평생 일군 재산을 ‘내 뜻대로’ 정확하게 상속되길 원하는 똑똑한 영올드가 늘어남에 따라 해당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급증세다. 한국 금융회사들도 최근 신탁 비즈니스에 대거 뛰어들고 있다. 치매가 발생하면 운용 자금을 병원, 간병, 생활비 등으로 지원해 주는 치매 신탁(후견 지원 신탁), 사망 시 장례비를 준비해 두는 상조 신탁, 손주 등의 대학 입학이나 결혼 등 행사 발생 시 일정 금액을 상속하거나 증여해 주는 이벤트형 신탁 등이 대표적이다. 신탁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하나금융그룹은 미쓰이스미토모신탁그룹과 업무 제휴를 맺기도 했다.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 등 최신 기술에 상대적으로 친숙한 영올드를 겨냥한 각종 테크놀로지, 일명 ‘에이징 테크’도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카사나’는 건강 모니터링 기능을 갖춘 스마트 변기 커버를 개발했다. 변기 커버에 센서를 달아 심박수, 혈중 산소 수치, 심박수 변화도, 화장실 사용 빈도 등을 측정해 클라우드에 자료화한다. 이를 기반으로 고령자와 케어 담당자가 실시간으로 만성질환 관리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게 도와준다. 미국 ‘마이티헬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나이와 건강 상태에 적합한 맞춤형 운동과 영양 계획을 제안해 주고 나섰다. 수면의 질 개선, 스트레스 지수 저하, 폐경 관리 등에 대한 전문 강좌도 제공한다. 일본 최대 손해보험사 손보저팬보험이 만든 요양 사업자 ‘손보케어’는 2019년 ‘퓨처 케어 랩 인 저팬’을 설립하면서 요양 기술을 개발해 왔다. 대표적인 게 돌봄용 입욕 장치. 휠체어에 탄 채로 오르고 내릴 필요 없이 씻을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로 2021년 9월 개발해 200여 대를 보급했다. 손보저팬보험 관계자는 “낙상 위험 등을 사전에 감지해 주는 수면 측정기도 1만9000여 대를 도입하는 등 요양 산업에 혁신 기술들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니어 리빙’ 시장도 확대 고령 친화적인 주거공간과 돌봄 서비스 등을 결합한 시니어 리빙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시니어 리빙 시장을 중심으로 한 실버산업 규모는 2020년 72조 원에서 2030년 168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운동 시설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등을 갖춘 호주의 ‘BUPA(부파)’ 은퇴자 마을에서 만난 린 씨(78)는 “집을 팔아 이곳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고 관계를 맺는 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이경자 팀장은 “강력한 경제력을 가진 5060세대가 곧 고령층에 진입함에 따라 시니어 하우징 수요층이 세분화되며 확장될 것”이라며 “향후 10년이 성장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선 연금 백만장자인 영올드가 소비의 버팀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고령층은 집 한 채에 자산 대부분이 묶여 있어 소비 여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미국 최대 퇴직연금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에 따르면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타고 지난해 2분기(4∼6월) 기준 피델리티 401K(미국 퇴직연금제도) 가입자 중 계좌에 100만 달러(약 14억 원) 이상 잔액을 가진 가입자가 49만7000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프랑스도 연금 부자가 적지 않다. 프랑스 연구조사평가 및 통계위원회(DREES)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에서 월 4000유로(약 590만 원) 이상의 연금을 받는 은퇴자는 약 75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전체 연금 수급자 1700만 명 중 4.4%가량이다. 이들 연금 부자가 거침없이 지갑을 열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영올드들의 소비 여력이 떨어져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한국인이 보유한 순자산의 77.1%가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 비율은 22.9%에 그쳤다. 한국인의 비금융자산 보유 비율은 미국(37.3%), 일본(43.1%·2022년 기준)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현금화가 가능하고 배당 소득 등이 유입되는 금융 자산과 달리 부동산 자산은 즉시 유동화하기 어렵고 대출 이자 등으로 그나마 있는 소득을 갉아먹는다. 상당수 한국의 고령자들이 은퇴 후 소득절벽에 시달리며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고령층의 자금난을 반영하듯 대출도 확대되고 있다. 주택 구매를 위해 빌린 돈에 생활비 부족에 따른 대출 수요까지 더해지며 대출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추정한 60대 이상 차주의 대출 잔액 비중은 2021년 말 18.5%에서 지난해 9월 말 20%까지 뛰었다. 이제 올해 1965년생 은퇴를 시작으로 954만 명 규모의 2차 베이비부머가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은퇴 수순을 밟는다. 시장에서는 2차 베이비부머의 씀씀이가 살아나는 것이 우리 경제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부동산의 연금화 등으로 고령층의 소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 성향이 단기간 내에 정책으로 쉽게 바꾸기 힘든 만큼 주택연금 제도의 개선 및 활성화가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