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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졸업장 하나가 뛰어남을 인증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각자가 자기계발을 통해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12일 한국은행 창립 73주년 기념사에서 “앞으로의 1년도 녹록지 않을 것 같다”며 “특히 한은의 진정한 실력을 검증받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손에 잡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한층 노력해야 할 때”라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운을 띄우며 특히 젊은 세대들이 변화의 중심에 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는 “하위 직급에서부터 주요 결정을 책임지고 수행할 수 있도록 직무 권한을 하부에 위임해야 한다”며 “소수에게 권한과 책임이 집중되고 총재만이 한은을 대표해 왔던 과거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요즘 젊은 세대들이 업무 지시에 대해 ‘왜요? 제가요? 지금요?’라고 되묻는 경향이 있다고 들었다. 한은에서 이러한 질문을 더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하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해당 질문들에 대해 자신은 “왜요? 변화가 필요하니까. 제가요? 변화의 필요를 가장 잘 느끼는 세대이니까. 지금요? 지금 변하지 않으면 뒤처지니까”라고 답하겠다고 덧붙였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5월 외국인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15조 원이 넘는 규모의 주식과 채권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5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5월 중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114억3000만 달러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기준 원-달러 환율(1327.2원)을 적용하면 15조1699억 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지난해 연간 유입규모(56억3000만 달러)의 2배 수준에 달한다. 한은 관계자는 “자료를 집계한 2000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 순유입은 채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5월 중 외국인의 채권투자자금은 89억6000만 달러 순유입됐는데, 이는 2021년 2월(89억9000만 달러) 이후 최대치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가 지속되고 미국 부채한도 협상이 타결되면서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자금 순유입 규모 역시 4월(9억1000만 달러)보다 확대된 24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경 글로벌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거란 기대에 수출 의존도가 높고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 시장에 투자자금이 몰리는 것”이라며 “경기 반등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내년 하반기까지도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40대 김모 씨는 지난달 서울 잠수교 인근 한강공원에서 전기자전거를 타다 큰 사고를 당했다. 커브 구간을 돌다가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다른 전기자전거와 정면충돌한 것이다. 김 씨는 충돌 직후 공중에서 한 바퀴 돌고 지면에 떨어졌다. 헬멧을 쓰고 있었는데도 목 신경이 손상돼 응급 수술을 받아야 했다. 전치 5주에 달하는 부상을 입었지만 ‘스로틀(Throttle)형’ 전기자전거를 타고 있었다는 이유로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 김 씨는 “사고 전 여러 차례 보험회사에 문의했지만 그때마다 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란 말을 들었다”며 “보험 적용이 이렇게 어려운 줄 알았다면 전기자전거를 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 사각지대 놓인 전기자전거 모터를 장착한 전기자전거 이용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관련 사고도 늘고 있다. 최대 시속 25km까지 달릴 수 있다 보니 사고 발생 시 부상도 심한 편이다. 하지만 전기자전거 관련 사고는 따로 집계되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8일 “아직 전기자전거를 별도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지 않다”며 “그렇다 보니 보급 현황과 사고 건수, 단속 통계 등도 따로 없다”고 했다. 신종 모빌리티 수단이다 보니 관련 규정도 명확하지 않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같은 전기자전거라도 일부는 개인형 이동장치(PM)로, 일부는 자전거로 분류된다. 먼저 페달을 밟지 않아도 손으로 레버를 돌리면 모터가 작동하는 스로틀형은 PM으로 분류돼 도로교통법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페달을 돌릴 때만 모터가 작동되는 파스(PAS·페달보조)형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로 분류돼 자전거법을 적용받는다. 분류가 다르니 적용되는 규제에도 차이가 있다. 스로틀형 전기자전거는 전동 킥보드 등 다른 PM과 비슷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운전면허증이 있어야 탈 수 있고, 13세 미만은 탈 수 없다. 탈 때는 헬멧을 반드시 써야 한다. 안 쓰면 벌금이 부과된다. 야간에 전조등과 후미등 없이 주행하면 1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파스형 전기자전거의 경우 외관상 큰 차이가 없는데도 이 같은 규제를 모두 적용받지 않는다. 정경옥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같은 전기자전거지만 법 적용에서 차이가 크다 보니 현장에서 혼란이 심한 상황”이라며 “신종 모빌리티 출현에 따른 법적 공백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 가입 어려운 스로틀형전기자전거의 법적 공백은 이용자들에게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전기자전거 동호회 등에선 “스로틀형의 경우에도 파스형인 것처럼 위장하면 단속을 피할 수 있다” 등의 노하우가 공유되고 있다. 6일 한강공원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스로틀형 전기자전거 이용자는 “가끔 경찰을 만나면 페달을 밟는 척하며 단속을 피하곤 한다”고 털어놨다.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전기자전거 이용자 상당수는 안전 장비도 잘 착용하지 않는다. 특히 공유 전기자전거의 경우 대부분 헬멧 등 안전 장비 없이 이용한다. 올 3월 발표된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지하철역 주변 40개 장소에서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이용한 시민 115명 중 단 1명만 개인 안전모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가입도 쉽지 않다. 특히 스로틀형 전기자전거의 경우 국내에서 보험을 취급하는 회사가 거의 없다. 전기자전거를 타는 김태현 씨(33)는 “스로틀형은 각종 안전 장비 착용 의무가 부여되지만 정작 보험 가입은 어렵다”며 “이 때문에 페달을 좀 돌리더라도 자전거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파스형을 타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자전거 안전 규제를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안전을 위해 스로틀형과 마찬가지로 파스형에 대해서도 안전모 착용 등을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자전거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간단한 조작만으로 스로틀형과 파스형을 오갈 수 있는 전기자전거도 나오는 만큼 규제를 달리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당장 규제를 통일할 수 없다면 안전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파스형의 경우 최고 속도를 시속 25km 이하에서 시속 20km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전기에너지가 생성되는 전기차 충전 방식을 전기자전거에도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전기자전거 이용자들은 배터리를 아낀다며 브레이크를 잘 안 잡는 경향이 있는데 브레이크를 잡을 때마다 충전되는 회생제동 장치가 도입되면 좀 더 안전한 운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배 트럭 대신 ‘화물용 전기자전거’ 뜬다 택배용 트럭보다 탄소 배출량이 약 22% 적은 ‘화물용 전기자전거’가 최근 친환경 배송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지상 화물차 진입을 막는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전거가 주요 운송수단으로 활용되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친환경 모빌리티가 확산되고 있는 유럽 국가들에선 이미 화물용 전기자전거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아마존, DHL 등 글로벌 물류 대기업도 화물용 전기자전거 활용을 늘리고 있다. 전 세계 화물용 전기자전거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으로 약 1조2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한 리서치 회사는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연평균 11.4%씩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에선 쿠팡 등이 화물용 전기자전거를 시범도입하고 활용도를 점검 중이다. 삼천리자전거 관계자는 “전기자전거 시장 확대에 발맞춰 배달, 화물 등으로 다양한 라인업을 확대하는 중”이라며 “아직은 화물용 전기자전거를 본격 양산하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생산을 본격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탄소배출 저감 수단으로 화물용 전기자전거에 주목하고 있다.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는 올 4월 회의를 열고 화물용 전기자전거 도입과 관련해 관계 부처에 규제 개선 및 제도 기반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가 실증 결과 및 해외 사례 등을 토대로 중량, 속도 등 세부 안전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행정안전부는 화물용 전기자전거의 신고, 보험 가입 의무 등 관리 기준을 검토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안전 기준과 면허, 주행 기준 등을 검토한다. 다만 화물용 전기자전거 도입을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한국에서 전기자전거는 동체가 ‘30kg 미만’이어야 한다. 승객용만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화물용 전기자전거에 한해 동체 중량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독일은 화물용 전기자전거의 중량을 300kg 미만, 프랑스는 650kg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등은 아예 무게 제한을 두지 않는다. 다만 중량 규제가 완화될 경우 그에 걸맞은 안전규정 확보도 필요하다. 무게를 늘리는 만큼 사고 위험 역시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제호 삼성교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화물용 전기자전거가 일반 도로에서 달릴 때는 시속 25km 이하로 제한하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을 활용해 아파트 내에 진입해 운행할 때는 시속 10km 이하로 속도를 제한하는 등 세심한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코스피가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는 가운데 얼어붙었던 기업공개(IPO) 시장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달 시가총액 1조 원 이상의 대어급 기업들은 줄지어 상장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두산그룹의 로봇 자회사 두산로보틱스는 9일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사람과 함께 일하는 협동로봇 생산 업체인 두산로보틱스는 2015년 설립된 이후 아직은 적자 상태다. 그러나 거래소가 유니콘(기업 가치 1조 원 이상) 기업의 상장을 유도하기 위해,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이 1조 원 이상이거나 시총 5000억 원 이상 및 자기자본 1500억 원 이상일 경우 다른 재무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수 있게 해주면서 길이 열렸다. 코스닥 상장사인 NICE평가정보는 9일 코스피 이전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SGI서울보증보험과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업체 엔카닷컴도 19일 코스피 상장 심사를 신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 시가총액 2조∼3조 원의 대표 대어급 공기업인 서울보증보험은 지난해 7월부터 상장을 준비해 왔지만 투자심리 악화와 기업 가치를 둘러싼 이견 등으로 상장 시기를 저울질해 왔다. 이달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하면 2010년 지역난방공사 이후 13년 만에 IPO를 추진하는 공기업이 된다. 지난해 증시 부진 속 대형주들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한 것과 달리 올해는 연초 이후 현재까지 이미 6개사가 상장에 나섰다. 이 중 삼강엠앤티와 한화리츠, 삼성FN리츠는 상장에 성공했고, 양극재 생산기업 에코프로비엠의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를 비롯해 강관 제조업체 넥스틸, 비에이치 등에 대해서는 심사가 진행 중이다. 반면 지난해 시총 1조 원 이상의 IPO는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했다. 반도체주 강세로 증시에 훈풍이 불며 투자심리가 되살아나면서, 서머랠리(여름 급등 장세)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코스피는 7일에도 2,615.60에 마감하면서 또다시 연고점을 경신했다. 코스피는 2일 2,601.36, 5일에는 2,615.41로 마감하며 3거래일 연속 2,600 선을 지켰다. 세계 경제성장 둔화 우려 완화, 외국인 자금 유입 등에 힘입어 원-달러 환율도 이날 장중 1296.8원까지 떨어져 4월 14일 이후 두 달여 만에 1300원 아래로 내렸다. 연초 이후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는 13조7000억으로, 10조 원을 넘어선 건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생산량을 추가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산유국의 연합체 ‘OPEC플러스(+)’도 감산 조치를 연장하기로 하면서 국제 유가가 장중 급등하는 등 시장이 출렁였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는 4일(현지 시간) OPEC+ 정례 장관급 회의 이후 성명을 통해 원유 생산량을 추가적으로 하루 100만 배럴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하루 1000만 배럴 수준이었던 원유 생산량이 7월부터 하루 900만 배럴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로이터는 이날 결정이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큰 감산이라고 분석했다. 4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자발적으로 줄이고 있는 다른 OPEC+ 국가들도 감산 기간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3월부터 하루 50만 배럴을 감산한 러시아도 내년 말까지 같은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OPEC+는 지난해 10월 200만 배럴 감산 결정에 이어 올해 4월에도 166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 결정을 깜짝 발표한 바 있다. OPEC+는 이번 추가 감산 및 감산 기간 연장 조치가 세계 원유 시장의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추진하는 각종 경제 개편 정책을 위해 국제 유가를 배럴당 80달러 선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왔다. 4월 감산 조치 이후에도 국제 유가는 하락세를 지속하며, 5월에도 11%가량 하락한 바 있다. 미국은 우선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백악관 관계자는 “우리는 생산량 자체가 아닌 미국 내 소비자 가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유가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사우디의 감산 발표로 국제 유가는 장중 급등했다. 5일 8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아시아 거래에서 장중 한때 전장 대비 3.4% 급등하며 배럴당 78.73달러까지 올랐다. 다만 한국 시간 오후 3시 기준 76.90달러로 떨어지며 조금씩 안정세를 찾는 모습이다. 7월 인도분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장중 한때 75.06달러까지 뛰었다. 국제 유가 반등이 국내 경기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물가가 1년 전보다 18% 떨어지면서 1년 7개월 만에 최저치인 3.3%로 둔화세를 보였다. 하지만 추가 감산 발표로 다시 물가가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최근 전기·수도요금 등 공공요금 상승과 맞물려 국내 물가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가 반등과 관련해 “공공요금 상승 외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한국 경기 부진과 물가 상승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이 새벽에 누가 보겠어.” 폭주족 이모 씨는 2일 오전 2시 반경 서울 중랑구 일대를 오토바이로 질주했다. 교차로 신호등에서 빨간불을 만나도 가속을 멈추지 않았다. 상봉지하차도 구간 제한속도는 시속 50km였지만 이보다 30km나 빠른 80km로 질주했다. 새벽 시간대는 과속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씨의 폭주는 서울경찰청 교통관리과에서 관리하는 후면 무인교통단속 장비에 선명하게 잡혔다. 촬영된 파노라마 사진 8장에는 이 씨의 오토바이 번호판도 명확하게 찍혔다. 이진수 서울경찰청 교통관리과 계장은 “그동안 이륜차는 폐쇄회로(CC)TV 단속의 사각지대였지만, 최근 기술 진화로 무인단속이 가능해졌다”며 “반칙운전을 일삼는 오토바이들이 숨을 곳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 배달 오토바이 늘며 사고도 증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배달 서비스가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배달업 종사 라이더들도 급증했다. 국토교통부의 ‘2022년 배달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배달 라이더를 의미하는 소화물 배송대행업 종사자 수는 지난해 상반기(1∼6월) 기준 23만7188명에 달했다. 3년 전 같은 기간(11만9626명)의 2배로 늘어난 것이다. 배달 대행업체는 전국 7794곳에 이른다. 배달 오토바이와 라이더가 늘면서 이들과 관련된 교통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관련 통계를 보면 전체 교통사고는 줄고 있지만 유독 이륜차 사고는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735명으로 역대 최저였다.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등이 줄어든 덕분이다. 반면 이륜차 사고 사망자는 484명으로 전년(459건)보다 5.4% 늘었다. 매일 1명 이상이 이륜차 사고로 세상을 뜨는 셈이다. 대행업체들의 촉박한 배달시간과 짧은 시간에 많은 배달을 하려는 무리한 운전습관 등이 주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다.● 딥러닝 기술로 CCTV 번호판 인식률 높여 이에 교통당국을 중심으로 이륜차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첨단기술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도입된 인공지능(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폐쇄회로(CC)TV 판독 기술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CCTV로 이륜차의 반칙 운전을 잡아내기 힘들었다. 승용차에 비해 오토바이가 심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고, 번호판도 작다 보니 CCTV로 선명한 사진을 얻기 어려웠던 것이다. 불법 주차단속의 경우엔 오토바이 정차 시 차체가 기울어 번호판이 잘 안 찍히는 경우도 많았다. 일각에선 오토바이의 번호판을 앞에 달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AI 딥러닝 프로그램이 도입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딥러닝 프로그램은 수만 장의 번호판 사진을 학습하며 번호의 패턴을 익혔다. 그 결과 흐릿한 사진도 해상도를 조절해 명료하게 바꿔 줄 수 있게 됐다. 처음 본 형태의 번호판도 보정을 통해 인식할 수 있다. 딥러닝 프로그램은 오토바이의 외양도 학습했다. 예를 들어 ‘A모델 오토바이 번호판은 상대적으로 오른쪽에 위치해 있다’는 정보까지 알고 있다 보니 CCTV 판독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경찰은 현재 5대인 딥러닝 단속 시스템을 연내에 10대로 늘릴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제는 번호판이 어디에 있던 단속을 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다. 오토바이가 단속 사각지대라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수 브레이크와 AR 헬멧도 개발한 번 사고가 나면 부상이 상대적으로 큰 오토바이 운전자를 보호하는 기술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차체의 균형을 인지해 코너를 돌 때 넘어지지 않게 해주는 특수 브레이크(ABS)가 대표적이다. 일반 브레이크는 급제동 시 관성 때문에 오토바이가 미끄러지거나 옆으로 밀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 운전자가 차체에서 이탈해 허공을 날기도 한다. 하지만 특수 브레이크를 장착하면 관성측정장치(IMU)가 작동하면서 기울기를 감지해 차체의 중심을 잡아준다. 이를 통해 속도 제어와 안전 주행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륜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몇 바이크 모델이 옵션으로 채택해 라이더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오토바이 운전자를 위한 증강현실(AR) 스마트 헬멧도 개발 중이다. 이 헬멧은 실드(유리) 부분에 내비게이션 AR 영상을 띄워 줘 라이더가 손을 쓰지 않고도 내비게이션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그동안 오토바이 등 이륜차가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탓에 후진국형 사고 사례가 너무 많았다”며 “첨단 기술 개발 및 적용과 함께 이륜차 운전문화 개선에 공을 들이면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륜차 반칙운전 잡는 공익제보단… 작년에만 23만건 신고 현직 교사 등이 신호위반 등 촬영해교통안전공단에 제보… “사고 줄어” “가르치던 학생이 뺑소니 사고를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뒤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천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A 씨는 오토바이 등 이륜차 반칙운전을 적발하는 ‘공익제보단’ 일원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A 씨는 출퇴근길 또는 주말에 휴대전화로 이륜차들의 신호 위반, 인도 주행, 중앙선 침범 등을 촬영해 한국교통안전공단(공단)에 제보한다. A 씨가 지난해 제보한 도로교통법 위반 건수는 2632건에 달한다. 이륜차 공익제보단 4247명 중 제보 실적 2위다. 현직 교사 신분이라며 익명을 요청한 A 씨는 “예전에는 길에서 보이는 오토바이 10대 중 9대가 교통법규를 어겼다면 지금은 10대 중 5대 정도로 위반 오토바이가 줄었다”며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사는 동네 거리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공단에 따르면 이륜차 교통안전을 위해 조직된 공익제보단의 법규 위반 제보 건수는 지난해 23만3539건이나 됐다. 신호 위반이 11만3222건(48.5%)으로 가장 많았고 인도 주행(15.3%), 중앙선 침범(11.3%), 안전모 미착용(10.2%) 순이었다. 공단은 제보 1건당 최대 8000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다만 부작용을 막기 위해 월 20건까지만 포상금을 준다. 지난해 이렇게 지급한 포상금은 총 11억2000만 원에 달한다. 공단은 공익제보단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공익제보단 제보가 가장 많은 신호 위반 사고가 크게 줄었다. 2019년에는 이륜차 신호 위반 사고 사망자가 106명이었지만 2021년에는 68명이 됐다. 공단 관계자는 “전체 이륜차 사고 사망자는 안 줄었는데 신호 위반 사망이 줄어든 건 제보단 활동의 효과가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공익제보단원들의 어려움도 적지 않다. 제보 사진 촬영을 방해하는 건 예사고, 사진이나 영상을 지워달라며 위협을 가하는 운전자도 있다. A 씨는 “배달원들이 저를 몰카범으로 신고해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었다. 당시 자초지종을 파악한 경찰이 ‘멋있다’며 제 활동을 지지해주면서 상황이 종료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익제보 활성화와 함께 이륜차 반칙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정책본부장은 “오토바이는 금세 사라져 단속이 쉽지 않은 만큼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이륜차는 신고제가 적용되는데 일반 자동차처럼 등록제를 실시해 소유자를 명확히 추적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가 신통치 않은 가운데 2월 인도 최대 재벌기업 아다니그룹의 분식회계 파문으로 잠시 주춤했던 인도 증시에 ‘훈풍’이 불고 있다. 세계 공급망 재편으로 인도가 중국을 대체할 글로벌 제조업 생산기지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메이드 인 차이나’ 시대를 지나 머지않아 ‘메이드 인 인디아’가 새로운 대세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일 인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인도 증시 대표 지수인 니프티50은 지난달 31일 18,534.40에 마감해 약 한 달 전인 4월 28일(18,065.00)보다 2.6% 올랐다.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3월 28일(16,951.70)에 비해서는 9.3% 이상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도 증시의 선전을 두고 미중 갈등 심화 등으로 인해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보다 안전한 인도로 생산기지를 옮긴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KOTRA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글로벌 기업의 63% 이상이 중국 내 생산기지 40% 이상을 인도와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한국 기업 중에도 삼성전자가 일찍이 중국 공장을 철수하고 인도 수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 지역에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폰 공장을 운영 중이다. 탈(脫)중국을 가속화하고 있는 애플도 2025년까지 인도 생산 비중을 5%에서 25%로 확대할 예정이며, 애플의 최대 협력업체 대만 폭스콘은 2년 내 인도 아이폰 공장 인력을 1만7000명에서 7만 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일본 자동차 업체 닛산과 프랑스 르노는 전기차 등 신차 공동 개발을 위해 인도 공장에 790억 엔(약 75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여기에 인도가 올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인도의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중국처럼 거대 ‘생산기지’인 동시에 ‘소비시장’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유엔은 연내 인도 인구가 14억2900만 명을 넘어 중국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중국 인구는 약 14억2600만 명 수준이다. CNN은 “인도의 거대한 기술 인력과 저렴한 노동력은 제조업체들에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는 덕에 인도의 경제 전망 역시 밝게 평가된다. 지난달 31일 인도 통계청(NSO)에 따르면 인도는 올해 1분기(1∼3월) 기존 성장 전망치(5.5%)보다 높은 6.1%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2022∼2023 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성장률도 추정치보다 0.2%포인트 높은 7.2%로 상향 조정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의 2022∼2027년 연평균 성장률을 6.8%로 내다보면서 2027년에는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국내총생산(GDP) 세계 3위에 오를 것으로 점치기도 했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평소 인지도가 낮았던 인도 주식 상품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4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동향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니프티50 지수 추종 ETF인 'TIGER 인도니프티50레버리지(합성)'이 17.9% 수익률을 내 전체 ETF 상품 가운데 월간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미 경제전문 매체 CNBC는 “인도가 세계의 ‘새로운 공장’이 되려는 꿈을 실현하려면 노후 인프라와 관료주의 등 극복해야 할 과제들도 있지만, 인도의 잠재력은 여전히 부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코로나19 팬데믹,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이 어려움을 직면한 상황에서도 인프라 자산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국민연금도 인프라 자산 비중을 높여갈 여지는 충분합니다.” 카일 만지니 IFM인베스터스 글로벌 인프라 책임자(사진)는 지난달 본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인프라 자산 투자의 매력을 강조했다. 만지니 책임자는 “인프라 자산은 물가·환율 변동에 대한 방어 계약으로 보호를 받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효과가 높고 특히 지금과 같은 경기 순환기에 회복 탄력성이 좋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도로, 철도 등 인프라 자산의 경우 통상 투자 계약에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라 이용료를 조정한다는 조건을 포함하기 때문에 물가상승기에도 요금이 올라 매출이 상승한다는 얘기다. 호주 퇴직연기금들이 100% 출자해 설립한 IFM인베스터스는 호주 멜버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 3대 인프라 자산운용사다. 지난해 말 기준 1400억 달러(약 185조 원)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 중이다. 2007년부터 IFM인베스터스에서 근무한 만지니 책임자는 약 17년째 인프라 투자팀을 이끌고 있다. 만지니 책임자는 ‘투자의 황금률’로 받아들여지던 기존의 ‘60(주식):40(채권)’ 자산 배분 전략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 인상으로 ‘60:40’ 전략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 입증됐고, 실제 해외 연기금들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타 연기금들이 인프라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는데 국민연금의 인프라 투자 규모는 4.3%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로, 공항, 송배전 등 전통 인프라 자산에서 디지털 영역으로 투자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만지니 책임자는 “디지털 분야는 필수성, 높은 진입장벽, 안정적인 현금흐름, 낮은 기술위험도 등 인프라 자산의 핵심 성질을 모두 갖추고 있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만지니 책임자는 한국 시장 내 디지털 자산을 비롯해 다양한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경제적 성숙도와 법률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만큼 위험성 대비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투자처”라면서 “더 많은 한국의 자산 운용사 및 투자자와 파트너십을 맺어 입지를 넓혀갈 것”이라고 밝혔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거시경제 안정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불안을 관리하는 일입니다.” 이세훈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31일 ‘2023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와 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이슈로 물가와 금리, 미중 무역분쟁을 꼽았다. 최근 10년간 저금리, 저물가에 익숙하던 경제가 급격한 물가 및 금리 상승으로 패닉에 빠졌다는 것이 이 처장의 진단이다. 그러면서 그는 “미중 경제 갈등으로 자유무역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것이 다시 물가, 금리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부동산 PF와 관련한 금리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 처장은 “PF 사업장이 부도로 내몰리지 않도록 유동성을 공급한 결과 위기는 어느 정도 진정됐다”면서도 “그동안 규제가 느슨하던 증권, 상호금융에서 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늘어났다. 이 부분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리 급등과 연체율 상승에 따른 금융사 연쇄 부실화 우려에 대해서는 “그동안 건전성 규제를 강화해왔고 정상적인 금융회사에도 필요하면 유동성 지원이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기업 줄도산 가능성에 대해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갖춰왔기 때문에 기업 부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 처장은 현재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은행 과점 체제 개혁에 대해 “은행들이 소비자 이익은 뒷전으로 하고 은행 이익만 우선시한다는 비난이 많다”면서 “다만 금융 안정성을 고려해 과도한 경쟁을 촉진하기보다는 기존 플레이어 간의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을 통한 한국 금융의 경쟁우위 확보’를 주제로 발표를 맡은 박중호 맥킨지 서울사무소 파트너는 금융산업 혁신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박 파트너는 “혁신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자 시장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며 “한국은 지난해 세계 132개국 중 혁신 역량 6위에 오른 만큼 우리가 보유한 혁신 DNA를 금융산업에 내재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 파트너는 “혁신의 중요성은 많이들 인정하지만, 실제 혁신에 성공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혁신을 하려는 이유부터 불명확하거나 좋은 혁신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충분한 자원 배분이 이뤄지지 않고, 위험을 감수하고 변화에 나서는 것을 장려하는 문화가 부족한 이유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파트너는 양질의 임대주택이 부족해진 점에 착안해 민간 임대주택 자회사를 차린 영국 로이즈 금융그룹, 난임 인구 증가로 야기되는 현상들을 예측해 맞춤 상품을 제공한 스위스 의료보험사 사니타스 등의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은퇴와 주거 문제 등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고객들의 문제 해결에 집중해 혁신 아이디어를 도출하라”면서 “이종 산업 간 협업과 해외 진출을 통한 혁신 아이디어 원천 소스 확대 등을 적용하면 금융산업의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기업 인수합병(M&A) 시 일반 주주의 권리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 움직임에 속도가 붙고 있다. 1997년 도입됐다가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는 우려에 1년 뒤 폐지된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20여 년 만에 부활할지 관심이 쏠린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은 29일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재도입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의무공개매수 제도는 상장기업의 지배권을 확보할 정도의 주식을 취득할 경우 주식의 일정 비율 이상을 공개매수를 통해 의무적으로 취득하도록 하는 주주 보호 장치다. 현재 한국에서는 주식 양수도 방식의 M&A가 대부분이다. 2021년 기준 주식 양수도 방식은 전체 M&A의 84%를 차지했다. 다만 주식 양수도 방식의 M&A에 반대하는 일반 주주에게는 자금 회수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지배 주주와 경영권 프리미엄 공유가 불가능해 일반 주주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증권사들의 점포 수가 최근 1년 새 40곳 가까이 감소했다. 비대면 주식 거래가 늘면서 증권사들이 오프라인 지점을 계속 줄이는 가운데 지점 방문을 선호하는 노년층과 비수도권 지역 투자자들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분기(1∼3월) 말 기준 증권사들의 지점 수는 1년 전보다 37곳 줄어든 798곳으로 집계됐다. 지점이 가장 많이 줄어든 증권사는 삼성증권으로 43곳에서 29곳으로 축소됐다. 신한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은 각각 5곳, 한화투자증권과 교보증권도 4곳씩 지점 수를 줄였다. 인근 지점과 통폐합되거나 사라진 지점 중에는 비수도권 지역 점포가 많았다. 신한투자증권은 부산·울산·창원·광주 지점, 한국투자증권은 대전·마산 지점, 유안타증권은 대구·김해 지점 등을 없앴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배터리 덮개가 약간 긁혔다고 생각했는데, 배터리를 통째로 바꿔야 한다는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소형 전기차를 타는 경남 김해의 직장인 이헌주 씨(44)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고속도로에서 앞에 달리던 트럭의 바퀴가 빠지며 이 씨의 차량을 덮친 것이다.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차량 전면부가 손상됐고 차량 하단에 있던 배터리 덮개가 약간 긁혔다. 이 씨는 “다친 곳도 없고 차량 손상도 심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기차 수리센터를 방문한 이 씨는 배터리를 통째로 교체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어 배터리 가격이 2600만 원이고 여기에 공임 등을 더하면 총수리비가 3200만 원이 나온다고 했다. 보조금을 제외한 차량 구입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 씨는 “수리센터에선 사고 당시 충격으로 배터리에 어떤 이상이 생겼을지 모르고 나중에 혹시라도 불이 나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보상도 못 받기 때문에 완전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결국 보험사에 차를 주고 2800만 원을 받으며 전손 처리를 했다”고 말했다. 전손 처리는 차량이 크게 파손돼 수리비가 차 가격보다 높다고 판단될 경우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뒤 폐차 처리하거나 중고차 매매업체에 판매하는 것이다. ● 툭하면 전기차 배터리 통째 교체 국내 전기차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18년 신규 차량 중 1.7%에 불과했던 전기차는 지난해 9.8%로 4년 만에 5배 이상이 됐다. 누적 전기차 보급 대수는 현재 40만 대가량인데 2030년까지 300만 대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전기차 보급에 비해 수리, 정비 등 안전 관련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기차 이용자들은 차에 문제가 생겨 수리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먼저 첨단기술이 투입된 만큼 내연기관차보다 수리단가가 높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의 ‘자동차보험 자차 담보 평균 수리비(공임)’는 회당 270만 원이다. 일반 내연기관차의 수리비(197만 원)보다 37.1% 높다. 특히 수백 개의 셀로 이뤄진 배터리에 충격이 가해지면 안전상의 이유를 들며 통째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홍영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미래모빌리티실증센터장은 “언제 배터리 전체를 바꾸고, 언제 일부 모듈만 바꾸면 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으니 이용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큰돈을 내고 배터리 전체를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며 “연구와 실험을 통해 경미한 손상의 경우 일부 모듈만 교체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비소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동네마다 카센터가 있다. 반면 전기차 수리가 가능한 정비소는 전체의 5% 미만이다. 이 때문에 한번 고장나면 수리까지 한두 달 걸리는 경우가 예사다.● 배터리 정기 점검 필수전문가들은 전기차 수리 정비 인프라가 부족한 만큼 정기 점검을 통해 고장을 미리 막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전기차 운전자 중에는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한 점검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내연기관차처럼 엔진오일 교체 등을 이유로 정기적으로 정비소를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역시 1년에 한 번 또는 주행거리 1만 km 정도마다 서비스센터를 찾아 배터리 셀의 온도 및 전압, 모터와 인버터의 상태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면 더 안전하게 오래 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공단)이 지난해 8월 도입한 전자장치진단기(KADIS)를 활용하면 더 편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다. KADIS는 차량에 장착된 단자에 진단기를 부착해 배터리 결함 등을 확인하는 장비다. 공단이 운영하는 검사소 59곳, 민간 검사소 300여 곳에서 이용할 수 있다. 공단은 지난해만 전기차 9086대를 검사해 배터리 융착 등 93건의 이상을 발견했다. 공단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 안전성 검사가 의무화돼 있지 않다 보니 민간 검사소 중에는 KADIS가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며 “전기차 배터리 검사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한 ‘B-라이프케어’처럼 전기차에 장비를 장착하면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배터리 성능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수입 전기차 ‘점검 사각지대’전기차 안전을 위한 최선의 조치는 정기 점검이지만 일부 수입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점검을 위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점검이 어려운 상황이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자동차 업체는 KADIS 운용을 위한 자료를 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공단은 이를 기초자료로 활용해 배터리 점검을 실시하게 된다. 하지만 CATL 등 중국 업체의 배터리를 장착한 일부 전기차 업체들은 기술보안을 이유로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공단에 따르면 KADIS를 활용해 배터리 검사를 할 수 없는 전기차는 승합차 62개 모델(약 3000대), 화물차 29개 모델(약 6000대)에 달한다. 특히 미국 테슬라는 KADIS를 연결할 수 있는 접합부를 아예 만들어놓지 않았다. 무선으로만 차량을 업데이트하기 때문이다. 국내에 이미 5만여 대가 팔린 테슬라의 전기차는 국내 시스템으로는 점검이 불가능한 것이다. 김승기 삼성교통문화안전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전기차 시장은 급격히 팽창하고 있지만 인프라 구축과 수입차 규제 등의 측면에서 아직 보완할 부분이 많다”며 “기술 경쟁 때문에 정보 공유가 쉽지 않겠지만 전기차 시장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최대한 많은 정보를 업체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터리는 90%가량 충전을… 완충하면 전압 높아 불안정” 전기차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Q&A비오는 날-보닛 열때 감전 주의를 “이번에는 전기차를 사야 하나?” 최근 전기차 구입을 고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전기차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신차의 약 10%를 차지하며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지만 화재 등 안전에 대한 불안도 여전한 상황이다. 전기차 안전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Q&A로 정리했다. ―비 올 때 전기차를 충전하면 감전될 수 있나. “국가통합인증마크(KC)를 받은 충전기는 이용자가 손으로 만지는 부분에 전류가 통하지 않게 설계돼 있다. 비가 내려 충전기에 물이 스며들면 보호 장치가 작동해 전류를 차단한다. 다만 감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차량이나 충전기의 충전단자가 파손됐다면 순간적으로 누전이 발생할 수 있다. 비를 피하기 어려운 곳에선 최대한 물기가 충전단자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견인 시 차량 손상이 많다던데…. “전기차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전기모터가 발전기로 변환돼 전기를 생산한다. 앞바퀴만 들어올려 견인할 경우 뒷바퀴가 구르면서 발전 기능이 작동한다. 이에 따라 모터 내부 온도가 올라가 손상이 생길 수 있고, 최악의 경우 화재까지 발생할 수 있다. 견인차에 차량을 완전히 싣거나, 전기차 바퀴를 ‘둘리’라고 부르는 작은 받침대에 올려 견인해야 한다.” ―배터리를 완충하면 화재 위험이 커지나. “전기차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이 내장돼 과충전을 자동 제어한다. 완충으로 인한 화재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이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90%가량만 충전하는 게 좋다고 입을 모은다. 완충 상태에선 배터리 전압이 상대적으로 높고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지하주차장에서 충전하면 화재 위험 크지 않나. “정부도 고민하는 부분이다. 배터리 화재는 일단 발생하면 1000도 넘게 올라가고 불길이 잘 잡히지 않는다. 더구나 지하주차장은 입구 높이가 낮아 소방차 진입이 어렵고, 전기차 화재 진화 장치 활용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전기차 충전기가 있는 지하주차장에 소방설비 의무 설치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보닛을 열 때 주의할 점이 있나. “전기차 보닛 안에 주황색 전선이 있는데, 이 전선은 만지면 안 된다. 300V(볼트) 이상의 고압 전류가 흐르고 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세 번째 발사에 성공하면서 이에 참여한 국내 기업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누리호의 설계와 제작, 시험, 발사 등 전 과정이 모두 순수 국내 기술로 진행된 만큼 민간 기업들의 우주 사업 참여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발사에서 발사체 전체 조립을 담당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027년까지 누리호 4, 5, 6차 발사를 통해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일 계획이다. 특히 4차 발사에는 처음으로 민간 주도로 설계, 시험, 제작이 진행된 500kg급 차세대 중형위성 3호가 실릴 예정이다. KAI는 발사체 사업은 물론 향후 위성 양산 체계를 구축해 수출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3차 발사의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돼 발사 전 과정을 담당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500억 원을 투자해 전남 순천시에 우주발사체 단조립장을 설치하는 등 누리호를 비롯해 향후 개발할 차세대 발사체 후속 사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HD현대중공업은 1, 2차에 이어 3차 발사에서도 ‘발사대 시스템’ 총괄 제작과 구축에 참여했다. HD현대중공업은 한국형 발사대 시스템을 수주한 뒤 140t 규모 발사체가 올라갈 수 있는 제1발사대에 이어 2020년 200t 규모 발사체를 위한 제2발사대를 새로 구축했다. 특히 발사대 시스템 공정 전 과정을 100%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이날 일부 민간 우주 산업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오전 중에 강세를 보였으나 오후 들어 하락 마감하는 추세를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개장 초 전날보다 2.69% 올랐다가 오후 들어 약세를 보인 끝에 1.39% 내린 10만6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현대로템(―0.95%), 한국항공우주(―3.03%), HD현대중공업(―0.67%) 등의 주가도 전날보다 하락 마감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수익률 최소 40% 봅니다. 조만간 호재성 기사가 뜰 종목입니다.” 한 가상자산 관련 유튜브 채널 운영자는 23일 본보 기자에게 인공지능(AI) 관련 코인 매수·매도 시점을 알려주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날 밤 해당 유튜브 채널에 마련된 무료상담 신청란에 연락처를 남긴 지 약 12시간 만에 걸려온 전화였다. 코인 종목 추천을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업체도 있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유튜브 등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 중이던 한 업체는 “첫 가입자에 한해 한 달 회원권은 30만 원, 3개월 치를 한 번에 끊으면 70만 원”이라며 투자를 끈질기게 권유했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가상자산 대량 보유 의혹이 일면서 온갖 사기와 비리 등으로 혼탁해진 가상자산 시장의 ‘민낯’도 주목받고 있다. 법제화 논의가 지지부진한 사이 가상자산 시장이 과도한 마케팅과 투자자 유인, 시세 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들이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투기판’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전투구’ 코인판, 비상장 및 단독 상장 코인 주요 타깃 지금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유튜브 등에서는 고수익률을 보장하며 특정 코인 투자를 권유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일정 대가를 받고 금융투자 상품에 대한 투자 조언을 하는 행위는 유사투자자문업에 해당한다. 유사투자자문업체로 영업하려면 금융위원회에 신고해야 하지만, 가상자산의 경우 금융투자 상품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신고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에 시세 조종 세력 등이 가상자산 시장에 흘러들어 오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단톡방에서는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각종 감언이설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가상자산) 중에서도 비상장 또는 단독 상장 코인들이 주로 시세 조종 세력들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유동성이 부족해서 소위 ‘작전’을 펼치기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상장 폐지된 가상자산 68종 중 약 71%는 특정 거래소에서만 거래가 지원되는 단독 상장 가상자산이었다. 실제로 3월 강남 납치살인 사건의 배경이 됐던 퓨리에버코인도 2020년 코인원에 단독 상장된 가상자산이었다. 퓨리에버코인 발행사는 거래소 상장 전 현직 공무원, 기업 임원 등에게 사전 발행 물량을 지급해 청탁 로비를 벌였고, 일반 투자자에게는 다단계 방식으로 접근했다. 퓨리에버코인은 시세 조종 행위가 발각돼 결국 이달 5일 상장 폐지됐다.● ‘러그풀’ 등 사기 위험에 투자자 고스란히 노출 투자자들은 코인 발행자가 투자금을 갖고 사라지는 ‘러그풀(rug pull·소위 먹튀 사기)’ 등 각종 사기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투자자끼리 거래하는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인 ‘디파이(DeFi)’는 보유 가상자산을 담보로 이자를 받거나 레버리지(빚) 투자까지 일으킬 수 있어 사기꾼들의 온상으로 꼽힌다. ‘한국판 도지코인’을 표방한 ‘진도지(JINDOGE)코인’은 투자자를 울린 대표적 코인이다. 2021년 5월 진도지코인 개발자는 조만간 해당 코인을 상장할 계획이라면서 투자자를 모집했다. 진도지코인은 디파이 플랫폼인 유니스왑을 통해 거래됐는데, 상장 하루 만에 개발자가 전체 물량의 15%를 매도한 후 잠적하면서 가격은 90% 이상 급락했다. 당시 투자자들이 입은 피해액은 20억∼30억 원으로 추정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8∼2022년 5년간 가상자산 불법 행위 피해 규모는 5조2941억 원에 달했다.● ‘무법지대’ 코인 시장, 규제 도입 시급전문가들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하루빨리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장은 “유럽연합(EU)의 가상자산시장법인 ‘미카(MiCA)’처럼 문제가 생겼을 때 발행인들이 책임질 수 있는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U는 앞서 16일(현지 시간) 세계 최초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관리감독, 소비자 보호 등의 조항을 담은 법안 시행을 확정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불법 행위에 대해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수사 당국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지난해 울진·삼척 산불과 중부지방 폭우, 올해 튀르키예 대지진 등 재난·재해가 연이어 발생한 가운데 가상 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가 선제적 구호 활동을 펼쳐 주목받고 있다. 기부를 비롯해 고유 기술력을 통한 참여형 캠페인 등을 통해 차별화된 기부 문화에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나무는 2018년부터 재난 지원을 위한 구호단체에 적극적인 기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18년부터 구호단체에 기탁한 기부액은 170억 원이 넘는다. 지난해 3월 울진·삼척 산불 피해 이재민을 위해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30억 원을 기부했다. 지난해 8월 중부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렸을 때도 20억 원을 기부해 수재민의 일상 복귀에 힘을 보탰다. 국제사회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올해 2월 튀르키예 대지진이 발생하자 업비트 이용자가 기부용 전자지갑 주소로 비트코인을 기부하면 해당 금액만큼 일정 한도 내 두나무가 추가로 기부금을 더하는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 기부 캠페인을 열었다. 캠페인 시작 일주일 만에 약 2억 원의 성금이 모였고 3월 14일 기준 총 4억4000만 원이 모금됐다. 고객 참여형 캠페인을 통해 새로운 기부 문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두나무의 메타버스 플랫폼 ‘세컨블록(2ndblock)’ 내 마련된 가상의 숲인 ‘세컨포레스트’를 활용해 산림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사례가 대표적이다. 세컨포레스트 참여자가 나무 한 그루를 심으면 산불 피해 지역에 실제 나무 두 그루를 심는 방식으로 시공간 제약 없이 산림 복구에 동참할 수 있어 약 2만 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두나무 측은 “‘세상에 이로운 기술과 힘이 되는 금융으로 미래 세대에 기여한다’는 ESG 경영 철학에 맞게 앞으로도 시의적절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신한투자증권은 연금저축 계좌에서 다양한 펀드를 활용해 글로벌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신한 개인연금랩’ 서비스를 추천한다고 밝혔다. 신한 개인연금랩 서비스는 연금저축 계좌에 납입된 투자금을 장기간에 걸쳐 체계적으로 관리받을 수 있는 랩어카운트로 자신의 연금을 세심하게 운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든 개인들에게 전문가의 자산 관리 일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신한 개인연금랩은 개인연금을 통한 노후 자산 확보라는 연금저축 계좌의 목적에 맞게 장기 관점의 수익을 추구하고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을 조합해 변동성을 낮추는 동시에 안정적 수익을 내는 자산 배분 전략이 핵심이다. 정기적인 리밸런싱을 통해 시장 상황에 따른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특히 리서치센터와 상품 전문 조직, 랩 운용부 등 전문 부서 간 협업을 통한 단기·장기 시장 분석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제안한다. 500여 개의 펀드 중 펀드별 운용 규모와 보수, 현재 시황에 적합한 종목, 위험 조정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5∼10개 펀드에 투자한다. 운용 인력들의 풍부한 자산 배분 랩 운용 경험은 신한 개인연금랩의 강점이다. 신한투자증권은 2014년 대표 자산 배분 랩인 ‘미래설계랩’을 출시하고 9년 이상 꾸준한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운용 규모 300억 원, 1000개가 넘는 운용 계좌로 구성된 자산 배분 랩을 다년간 운용하며 노하우를 축적했고 경쟁력 있는 주문 시스템과 위험관리 능력 또한 확보했다. 신한 개인연금랩은 각 지점 및 모바일 앱(신한알파)을 통해 가입이 가능하다. 최소 가입 금액은 50만 원 이상이며 10만 원 이상 추가 입금할 수 있다. 타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 또는 타 증권사의 연금저축펀드도 앱으로 손쉽게 이관이 가능하다. 랩 운용에 따른 일임 보수는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투자되는 펀드의 보수 및 제세금은 기존과 동일하게 가입자 부담이다. 자산 가격 변동 등에 따라 투자 원금 손실(0∼100%)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 손실은 투자자에게 귀속된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올해 1분기(1∼3월) 가계신용(빚) 잔액이 지난해 말보다 14조 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주택 거래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늘었지만 고금리와 대출규제 등으로 기타대출이 감소한 영향이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53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10∼12월) 말보다 13조7000억 원 줄었다. 2002년 4분기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역대 최대 감소 폭이다. 1년 전에 비해서도 9조 원이 줄어 사상 첫 감소세를 기록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가계대출과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을 더한 값으로 포괄적인 ‘가계 빚’을 뜻한다. 가계대출 잔액은 1739조5000억 원으로 전 분기 말보다 10조3000억 원 줄었다. 주담대 잔액은 주택 거래 회복 등에 힘입어 1017조9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높은 대출금리 등의 영향으로 15조6000억 원이나 급감했다. 판매신용 잔액도 114조4000억 원으로 3조4000억 원 낮아져 2020년 4분기 이후 9개 분기 만에 감소 전환했다. 다만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대출이 축소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단정 짓기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예금은행과 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 취급기관의 대출은 감소한 반면 증권사 등 기타금융기관의 대출은 11조5000억 원 늘었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전체적 흐름을 말하기는 이른 시점이지만 4월 가계대출이 소폭 증가 전환했다”며 “대출금리와 부동산 등 자산시장 흐름이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김남국 의원의 60억 코인 의혹을 계기로 여야가 뒤늦게 ‘김남국 방지법’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는 22일 국회의원 등 공직자 재산에 가상자산을 명시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과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각각 처리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격의 ‘뒷북 입법’이라는 비판 속에 여야는 25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두 법안을 모두 통과시킬 방침이다. 정개특위는 이날 오전 법안심사소위와 오후 전체회의를 연이어 열고 국회의원 당선인이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등록하는 재산 목록에 가상자산도 포함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가상자산을 ‘사적 이해관계 등록’ 대상에 포함해 관련 상임위원회 활동, 법안 발의 등에서 발생하는 이해충돌 요소를 방지하도록 한 것. 김 의원이 막대한 코인을 보유한 상태에서 2021년 7월 가상자산 과세유예 법안을 발의하는 등 이해충돌 의혹이 불거진 데에 따른 조치다. 여야는 개정안에 특례조항을 신설해 21대 현역 국회의원들도 임기 시작일부터 이달 말까지 가상자산 보유·변동 현황을 6월 30일까지 윤리심사자문위에 신고하도록 해 사실상 ‘가상자산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정개특위 소위원장인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가상자산은 등락 폭이 크기 때문에 단돈 1원이라도 전부 신고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행안위도 이날 소위를 열고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의 가상자산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이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 전액도 신고해야 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가상자산은 현금과 주식, 채권, 보석류 등과 같은 재산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김 의원도 코인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직후 “가상화폐의 경우 재산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제외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여야는 개정안을 24일 행안위 전체회의, 25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한편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는 이날 일제히 이용자들에게 해외금융계좌 신고 안내를 공지했다. 올해부터 해외금융계좌 신고 대상에 가상자산계좌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해외금융계좌 신고는 국내 거주자나 법인의 보유계좌 합계 잔액이 매월 말일 중 어느 하루라도 5억 원을 초과하면 다음 연도 6월 세무서에 신고하도록 한 제도다. 김 의원이 만약 해외 가상자산거래소 등에 5억 원 이상의 코인을 갖고 있었던 적이 있다면 다음 달 과세당국에 신고해야 한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김남국 의원의 60억 코인 의혹을 계기로 여야가 뒤늦게 ‘김남국 방지법’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는 22일 국회의원 등 공직자 재산에 가상자산을 명시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과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각각 처리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격의 ‘뒷북 입법’이라는 비판 속에 여야는 25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두 법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정개특위는 이날 오전 법안심사소위와 오후 전체회의를 연이어 열고 국회의원 당선인이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등록하는 재산 목록에 가상자산도 포함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가상자산을 ‘사적 이해관계 등록’ 대상에 포함해 관련 상임위원회 활동, 법안 발의 등에서 발생하는 이해충돌 요소를 방지하도록 한 것. 김 의원이 막대한 코인을 보유한 상태에서 2021년 7월 가상자산 과세유예 법안을 발의하는 등 이해충돌 의혹이 불거진 데에 따른 조치다. 여야는 개정안에 특례조항을 신설해 21대 현역 국회의원들도 임기 시작일부터 이달 말까지 가상자산 보유·변동 현황을 6월 30일까지 윤리심사자문위에 신고하도록 해 사실상 ‘가상자산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정개특위 소위원장인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가상자산은 등락 폭이 크기 때문에 단돈 1원이라도 전부 신고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행안위도 이날 소위를 열고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의 가상자산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이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 전액도 신고해야 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가상자산은 현금과 주식, 채권, 보석류 등과 같은 재산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김 의원도 코인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직후 “가상화폐의 경우 재산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제외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여야는 개정안을 24일 행안위 전체회의, 25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는 이날 일제히 이용자들에게 해외금융계좌 신고 안내를 공지했다. 올해부터 해외금융계좌 신고대상에 가상자산계좌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해외금융계좌 신고는 국내 거주자나 법인의 보유계좌 합계 잔액이 매월 말일 중 어느 하루라도 5억 원을 초과하면 다음 연도 6월 세무서에 신고하도록 한 제도다. 김 의원이 만약 해외 가상자산거래소 등에 5억 원 이상의 코인을 갖고 있었던 적이 있다면 다음 달 과세당국에 신고해야 한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아빠 위험하니 스마트폰 그만 보세요.” 운전 중 휴대전화를 5초 이상 사용하면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미리 녹음해둔 가족들의 목소리다. 운전자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안전 운전에 위협이 되는 휴대전화 사용을 멈춘다. 이는 미국 제너럴모터스가 개발한 ‘콜미아웃’ 애플리케이션(앱) 사용 장면이다. 미국 등 교통선진국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 ‘음주운전’에 비견될 정도로 위험한 행위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또 이를 막기 위해 단속과 범칙금 부과를 넘어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콜미아웃’처럼 운전자의 감성을 자극해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시키는 서비스도 있지만 주행 중 휴대전화 사용을 원천적으로 막는 기술도 있다. 테슬라 출신 기술자들이 설립한 드라이브모드가 만든 ‘대시’라는 앱이 대표적이다. 이 앱을 사용하면 시속 24km 이상 주행할 경우 자동차 안에서 전화 통화와 문자 수신, 알람이 자동 차단된다. 강수철 도로교통공단 경영본부장은 “운전 중 휴대전화 조작은 습관이기 때문에 앱 등의 기술을 통해서라도 강제로 막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음주운전만큼 위험한 휴대전화 사용실제로 일부 연구에 따르면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은 음주운전만큼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시속 40km로 운전하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운전자의 경우 돌발 상황에서 정지 거리가 45.2m였다. 혈중알코올농도 0.05%인 음주운전자(18.6m)의 2.4배에 달한다. 이 연구소 관계자는 “도로를 시속 60km로 달리는 운전자가 문자메시지 확인을 위해 2초 동안 전방 주시를 안 할 경우 약 35m를 눈 감고 달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미 유타대 연구팀의 연구에서도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사고 확률이 5.4배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카네기멜런대 연구소는 핸즈프리 상태로 휴대전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운전과 관련된 뇌 활동의 양이 37% 감소한다고 밝혔다. 전방 주시 등 운전에 쏟아야 할 집중력이 휴대전화로 분산되기 때문이다.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사고도 계속 늘고 있다. 미국 교통안전국에 따르면 2019년 미국 내 교통사고 중 약 10%가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것이었다. 한국에선 2018∼2022년 5년 동안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총 3716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79명이 사망하고, 5873명이 다쳤다. 그럼에도 운전 중 스마트기기 사용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최근 30일 동안 운전 중 스마트기기를 사용했다는 답변이 2018년 28.7%에서 지난해 41.8%까지 늘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조사에서는 운전자가 이를 숨기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휴대전화로 인한 교통사고 수는 통계로 나타난 수치보다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대전화 차단 기술 있지만 상용화 안 돼 국내에서도 최근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 위험하다는 것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또 휴대전화 사용을 차단하는 앱을 개발할 기술력도 충분하다. 하지만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카카오, 네이버 등 국내 ICT 기업들은 관련 서비스 개발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네덜란드에서 운전 중 전화나 문자메시지가 오면 ‘지금은 운전 중’이란 메시지를 자동으로 보내는 ‘인 트래픽 리플라이’ 앱을 출시했지만 강제로 휴대전화 사용을 막진 않았다. 한 ICT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 운전자가 느끼는 불편이 상당한데 얼마나 많은 운전자가 자발적으로 앱을 설치하고 서비스를 이용할지 미지수”라며 “강제 규정 없이는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금이라도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차단 기술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불법이지만 상당수가 이를 알면서도 스마트폰에서 손을 떼지 못할 정도로 중독성이 크고, 이로 인한 교통사고도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범칙금 6만 원을 부과하는 정도로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막기 어렵다”며 “단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휴대전화 차단 앱 등 기술을 활용해 강제로 사용을 막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美선 운전중 폰 들기만 해도 최소 35만원… 벌금 韓은 6만원 미국-일본-영국 등 처벌 강화 추세“한국, 범칙금 지나치게 낮은 수준”난해한 CCTV 분석 등 단속 애로에AI 적발 시스템 도입 필요성 제기 영국 출신의 세계적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은 2018년 11월 런던 중심가에서 자신의 벤틀리 차량을 운전하던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베컴에게는 6개월 면허 정지와 함께 750파운드(약 125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됐다. 영국 재판부는 “속도가 느렸다고 하지만 그건 변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통 선진국들은 최근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 오리건주는 2017년부터 운전 중 손으로 휴대전화를 들기만 해도 처벌하는 법을 시행 중이다. 교통 체증 등으로 차량이 잠시 정지한 상태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해도 처벌된다. 범칙금은 최소 260달러(약 35만 원)다. 스쿨존 등에선 최대 1000달러(약 134만 원)에 달한다.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에 따르면 오리건주는 법 개정 후 후방 추돌 사고가 8.8% 줄었다. 일본은 2019년 관련 법을 개정하며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기존에는 ‘5만 엔(약 48만 원) 이하의 벌금’만 내면 됐지만 법 개정 이후에는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10만 엔(약 97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이들 국가와 비교하면 한국은 처벌은 관대한 편이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시 승합차는 7만 원, 승용차는 6만 원, 이륜차는 4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영국 호주 일본 등의 20% 미만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시 사고의 위험성이 크다는 걸 감안하면 범칙금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며 “범칙금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가 도로를 주행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경우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서도 휴대전화 사용 여부를 명백하게 가리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운전자가 ‘휴대전화를 쥐고만 있었다’고 항변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귀에 대고 통화를 하는 등 명백한 경우를 우선 단속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AI)이 CCTV 영상을 분석해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자동 적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국가도 나오고 있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AI 학습을 거치면 몇 주 내 자동 적발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며 “다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 명확한 단속 기준이 마련돼야 AI 적발 시스템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