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리

신나리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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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나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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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21~202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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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삼성家 “이재현 CJ회장 선처를” 탄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이명희 신세계 회장 등 ‘범(汎)삼성가’ 인사 7명이 1600억 원대 탈세 및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들은 19일 총 6개의 탄원서(홍 관장과 이 부회장은 공동으로 제출)를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권기훈)에 냈다. 이번 탄원서 제출에는 이건희 회장의 둘째 형 고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의 부인 이영자 씨,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녀 이숙희 씨(구자학 아워홈 회장 부인), 3녀 이순희 씨(김규 전 제일기획 상임고문 부인)도 참여했다. 홍 관장과 이 부회장의 탄원서에는 ‘(이재현 회장이) 어린 시절 신우염을 앓았는데 건강이 악화됐고, 유전병 증상까지 겹쳐서 힘든 상황’이며 ‘최근에는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상태여서 수감 생활이 어려워 보인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중요한 의사결정을 못해 CJ 경영이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으니 선처를 부탁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삼성가 인사들이 장손인 이재현 회장의 건강이 심각해지자 움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번 탄원서 제출을 계기로 ‘유산상속 소송’으로 갈등 관계였던 삼성과 CJ 사이에 화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과 CJ는 2012년 이재현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이숙희 씨는 이맹희 전 회장 편에 섰다. 이순희 씨는 소송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그룹 측은 “가족 간의 정과 도리를 생각해서 (이재현 회장의) 선처를 탄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CJ그룹 측은 “감사할 따름이고, 이재현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고 그룹 경영도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을 보며 안타까움과 대승적인 차원에서 탄원서를 낸 것으로 본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묵었던 감정을 털어내고 가족 간 화해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구속 기소된 이재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 벌금 260억 원을 선고 받았다. 다음 달 4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현재는 건강 악화로 구속 집행정지 상태다.이세형 turtle@donga.com·신나리·박창규 기자}

    • 201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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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만 -박정희 비판 다큐 ‘백년전쟁’ 제재 정당”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묘사한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조치는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차행전)는 28일 ‘백년전쟁’ 방송사인 재단법인 시민방송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제재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시민방송은 지난해 1∼3월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백년전쟁’을 각각 29회, 26회 방송했다. 방통위는 이 다큐가 두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보고서 내용만 인용하고 저속한 표현을 사용해 사실을 왜곡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해 8월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처분을 내렸다. 시민방송은 이에 불복해 방통위에 재심 청구를 했지만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추측이나 과장, 단정적 표현 등으로 사실관계와 평가를 왜곡해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고 공정성, 객관성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다큐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다양한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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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사가 ‘얼음물 샤워 기부’ 포기한 까닭은…

    “다음은 판사님을 지목해도 될까요?” A 판사는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아이스버킷챌린지’ 대상으로 지목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ALS(근위축성 측색경화증·루게릭병의 학명) 협회가 시작한 이 캠페인은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10달러(약 1만 원)를 기부하거나 100달러(약 10만 원)를 협회에 기부하도록 유도하고 자신이 동참했다는 사실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올린 뒤 타인을 지목하는 식이다. A 판사가 고민 끝에 관련 부서에 문의한 결과 “공직자 신분으로 기부를 유인하는 행위는 자제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A 판사는 결국 지인에게 “어려울 것 같다”며 양해를 구했고 얼음 물동이 샤워는 다른 이에게 돌아갔다. 현행법상 공무원들은 타인에게 기부를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들은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법원에서는 ‘아이스버킷챌린지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e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공익 목적인데 (법령을) 너무 엄격히 적용한 것 아니냐”며 아쉬워하거나 “국회의원이나 대통령도 이 조항의 적용을 받지만, 선출직이어서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 연방 공무원들에게 떨어진 아이스버킷챌린지 금지령이 국내에서도 기준이 됐다는 얘기도 있다. 21일 AP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와 국방부의 법무팀, 연방하원 운영위원회 등은 ‘얼음물 샤워 금지’를 알리는 내부 공문을 소속 공무원 및 의원들에게 보냈다. 고위 공직자들이 특정 자선 모금 행사에 동참하는 게 다른 행사나 캠페인에는 부당한 영향을 주는 ‘편애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러 유명인사로부터 ‘다음 동참 대상자’로 지목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얼음물 샤워 대신 ‘조용한 기부’를 선택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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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 자회사 대출사기… 주범에 징역 20년 중형

    사상 최대 규모인 총액 1조8000억 원대의 대출사기를 벌인 혐의로 기소된 KT ENS 직원과 협력업체 대표 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이 회사는 KT의 네트워크 장비를 판매하는 자회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용현)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통신기기업체 ㈜중앙티앤씨 대표 서모 씨(44)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서 씨와 범행을 공모하고 사문서를 위조한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KT ENS 시스템영업본부 부장 김모 씨(52)에게는 징역 17년과 추징금 2억616만 원이 선고됐다. 이들은 KT ENS에 받을 돈이 있는 것처럼 허위 매출채권을 만들어 은행에 제출하는 수법으로 2008년 5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은행 16곳에서 463회에 걸쳐 총 1조8335억여 원을 대출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또 다른 주범인 ㈜엔에스쏘울 대표 전모 씨(49)는 수배 중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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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재산인 줄 몰랐다” 전두환 일가 부동산 매입 男, 행정소송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을 매입한 제3자가 검찰을 상대로 '압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이승한)는 박모 씨(51)가 지난해 11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토지 546㎡(165평)를 압류한 서울중앙지검을 상대로 압류처분 취소청구소송을 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이 일명 '전두환 추징법'이라 불리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에 근거해 추징을 시작한 이후 제3자가 제기한 첫 소송이다. 박 씨는 2011년 4월 전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장남 전재국 씨(55)의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재홍 씨(58)에게 21억여 원을 주고 이 땅의 지분 7분의 3을 사들였다. 이어 다음달에는 나머지 지분까지 총 30억2700만 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일가 재산 추징을 위해 압류에 나서자 박 씨는 "불법재산인 줄 모르고 샀다. 재산권 침해다"라며 소송을 낸 것이다. 박 씨는 행정소송에 이어 지난해 12월 서울고법 형사20부에 전 전 대통령의 반란·내란 수괴죄 및 뇌물수수죄 재판에 대해 집행에 관한 이의를 신청했다. 1992년 반란죄로 추징 판결이 난 데 따른 집행이 부당하다며 해당 재산의 소유자로서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행정법원 재판부는 지난해 3월 첫 재판을 연 뒤 서울고법 재판부의 결정을 보고 추후 재판 날짜를 잡겠다며 5개월 째 변론기일을 열지 않고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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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사법연수원 불륜 남녀, 前부인 모친에 3500만원 지급”

    일명 '사법연수원 불륜 사건'으로 파면된 전 사법연수원생 측이 숨진 전 부인의 모친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부장판사 오영준)는 이모 씨(55·여)가 사위였던 전 사법연수원생 A씨(32)와 내연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각각 3000만 원과 500만 원을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2년 8월부터 2013년 4월까지 동기 연수생 B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왔다. 이미 1년 전 이 씨의 딸 C씨와 혼인신고를 마쳐 법적으로 유부남인 상태에서 저지른 불륜이었다. 둘의 내연 관계를 알게 된 당시 부인 C씨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결국 지난해 7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이 씨가 딸이 억울하게 죽었다며 B씨가 실무수습 중인 법무법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두 불륜 남녀를 상대로 4억4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둘의 관계로 전 부인이 정신적인 고통을 당한 데 대해서는 배상 책임이 있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 대해서 까지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C씨도 신 씨와의 혼인 후 다른 남성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만남을 지속적으로 가져왔기 때문에 남편의 외도로 충격을 극복하지 못해 자살에 이르게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A씨와 B씨는 이 사건으로 사법연수원 징계위원회로부터 파면과 정직 3개월 처분을 각각 받았다. A씨는 현재 사법연수원장을 상대로 파면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낸 상태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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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가정법원, 갈등 키워온 서술형 訴狀 객관식으로… 9월 시범 실시

    ‘피고 ○○○는 원래 표독한 성격에 우울증과 결벽증을 앓고 있다가 툭 하면 원고의 부모에게 욕설과 함께 손찌검을 하는 등 패악을 저질러왔으며….’ 배우자 비방과 모독으로 가득했던 이혼소송 소장이 ‘선택형 객관식’으로 바뀐다. 서울가정법원은 다음 달 1일부터 이혼 소장과 답변서를 포함한 소송 서류 양식, 미성년 자녀들의 양육계획 및 재산분할 등 후견 복지 기능을 강화하는 새로운 가사소송 모델을 시범 실시한다고 24일 밝혔다. 그동안 이혼 소송 당사자들은 ‘상대방의 잘못을 많이 적는 게 소송에 유리하다’는 생각으로 혼인생활 중 일어난 사소한 일의 진위 다툼, 상대방과 가족의 허물 드러내기에 양을 늘려왔던 게 사실이다. 이에 법원 측은 “소송 서류들이 오가며 비방 정도가 심해지면서 정작 필요한 미성년 자녀 양육 계획이나 재산분할 문제는 아예 써내지도 않거나 소홀히 다뤄지는 경향이 있다”며 소송 서류 양식을 바꾼 취지를 설명했다. 새 소장의 가장 큰 변화는 소송 ‘청구 원인’ 부분이다. 이혼 사유를 서술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유형화가 가능한 항목은 ‘V’ 표시로 체크할 수 있게 바뀌었다. 예컨대 이혼하려는 이유를 △배우자가 아닌 자와 동거·출산 △혼외 성관계 △알코올중독 △장기간 별거 △시가·처가와의 갈등 △자녀 학대 △폭행 등 37개 항목 중에서 3, 4개를 고르게 하는 방식이다. 추가 정보를 제출하거나 제시된 유형만으로 충분히 설명이 안 될 때에는 소장과 별도의 ‘기초조사표’로 ‘판사 및 조정위원에게 전달되기 원하는 사항’란에 적을 수 있다. 자녀 양육과 재산 관련 기재 비중도 늘었다. 소송 전 교육·의료 등 자녀 양육을 누가 맡았고 양육비 지급 여부, 재산 내용과 분할 등의 의견을 적도록 해 이혼 후 계획을 철저히 이행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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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기세포 논문 조작… 황우석 파면은 정당”

    서울대가 줄기세포 관련 논문 조작 사건으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62·사진)를 파면한 것은 정당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2부(부장판사 이강원)는 22일 황 전 교수가 서울대 총장을 상대로 낸 파면처분취소 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서울대 측의 손을 들어줬다. 2006년 소송이 제기된 후 ‘파면 정당’→‘파면 부당’→‘파면 정당’으로 엇갈려 오다 네 번째 파기환송심에서 ‘파면 정당’ 판결이 나오면서 황 전 교수의 서울대 복귀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날 법정에 황 전 교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재판부는 “허위 논문 작성과 발표에 대한 황 전 교수의 책임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며 “황 전 교수가 동물복제 연구 등의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사정이 있더라도 과학 연구자 전체와 서울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점에 비춰 엄격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2005년 말 황 전 교수가 줄기세포 논문 조작 의혹에 휩싸이자 조사위원회를 열어 2006년 4월 황 전 교수를 파면했다. 이에 황 전 교수는 “증거 자격이 없는 조사위원회 보고서를 바탕으로 징계가 이뤄졌다”며 소송을 냈고, 1심에선 파면 정당 판결이 내려졌다. 항소심에서는 “주요 데이터 조작이 공동연구를 수행한 미즈메디 연구원에 의해 이뤄졌다”며 황 전 교수가 승소했지만 올해 2월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황 전 교수는 논문조작 사실을 숨기고 지원금을 받아내고 연구비를 횡령한 혐의가 유죄로 판단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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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탄국회 前에…” 초스피드 수감

    8월 임시국회 회기가 시작돼 현직 국회의원을 국회 동의 없이는 구속할 수 없는 22일 0시를 불과 55분 남겨두고 법원의 영장심사 결과가 나오면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여야 의원 5명의 명암이 엇갈렸다.○ 검찰, 영장 발부 의원 3명 신속히 구속 집행 서울중앙지검은 21일 오후 11시 5분경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되자마자 새누리당 조현룡, 새정치민주연합 김재윤 의원에 대한 구속 집행을 초스피드로 서둘렀다. 자칫 시간을 지체하면 ‘국회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의 효력을 놓고 논란이 일 것을 우려해 검찰은 두 의원을 밤 12시 이전에 구치소에 입감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였다. 영장이 발부된 지 20여 분 뒤인 오후 11시 29분 조 의원이 먼저 검찰청사 밖으로 나와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승용차에 올랐고, 곧바로 오후 11시 30분 김 의원 역시 서울구치소로 이송됐다. 넥타이를 푼 채 나타난 조 의원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답변을 하지 않았고, 김 의원은 “대한민국의 정의가 살아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는 말만 남겼다. 5명의 여야 의원 가운데 오후 10시 5분경 가장 먼저 인천지법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은 곧바로 인천구치소에 수감됐다. 검찰청사 안에서 구인된 상태로 영장 발부 여부를 초조하게 기다렸던 새정치연합 신계륜 신학용 의원은 영장이 기각된 지 20여 분 뒤인 오후 11시 23분, 32분에 각각 청사를 나와 귀가했다. 신계륜 의원은 “그동안 일방적인 보도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을 재판부가 객관적으로 다 들어줬다. 억울한 점이 많지만 다음에 말하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신학용 의원은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제 부덕의 소치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연기 요청했던 의원들 오후 들어 줄줄이 출석 앞서 이들 의원들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피하려다 결국 모두 출석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방어권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며 영장심사 연기를 요청했던 의원들은 오후 들어 등 떠밀리듯 태도를 바꿨다. 가장 먼저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건 김 의원이었다. 이날 오후 1시 55분경 예정된 시간에 맞춰 서울중앙지법에 나타난 김 의원은 차분한 목소리로 “처음부터 영장실질심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마음을 가졌다”며 “예상보다 빨리 검찰에서 영장을 청구해 준비 기간이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오후 4시에는 신학용 의원이 법원에 들어섰다. 카메라를 피해 법정으로 직행한 신 의원은 “당연히 나와야 되는 것 아니냐”며 다소 언짢은 듯 대답했다. ‘당 지도부와 상의했느냐’는 물음에는 “상의했으면 당에서 발표했지 그런 게 없지 않았느냐”며 자진 출석이 스스로의 결심에 따른 것임을 강조했다. 이날 오전 잠적 상태였던 박 의원은 오후 5시 53분경 뒤늦게 인천지법에 출석했다. 박 의원은 ‘왜 도주했느냐’는 질문에 취재진을 향해 “수고가 많습니다”란 말만 남긴 채 법원으로 들어갔다. 박 의원은 휴대전화를 다른 사람에게 맡겨 놓고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이에 인천지검 수사팀은 “소재 파악에 혼선을 주는 등 박 의원의 도피를 도운 사람은 범인도피 혐의로 엄단하겠다”고 압박했다. 오후 6시경 신계륜 의원이 당초 예정된 오전 11시보다 7시간 늦게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신 의원은 “당에서는 자료라든가 기타 반론 의사를 위해 한 번 연기를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상의하는 과정에서 변화가 생겨 출두하게 됐다”고 말했다. 5명 중 가장 이른 시간인 오전 9시 30분에 출석을 통보받았지만 가장 늦게 나타난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은 “자료를 정리하느라 늦었다. 도주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도주 의혹을 극구 부인했다. 오후 7시 26분경 취재진에 에워싸여 엘리베이터까지 직행한 조 의원은 기자들에게 붙잡혀 상의 어깨 부분이 살짝 벗겨지기도 했다. 조 의원은 앞서 차명 휴대전화를 갖고 사라져 차량까지 수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 의원은 “(차명 휴대전화를) 사용한 적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검찰, 강제구인 집행으로 ‘출석’ 압박 검찰은 이날 여야 의원 5명 모두가 영장심사 연기를 신청하자 사실상 출석 거부로 해석했다. 검찰 내부에선 “물러서면 안 된다. 액션을 취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검찰은 전날 밤부터 의원들의 불출석을 예상하고 강제구인 집행 준비에 나섰다. 특히 이들 의원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던 검찰은 조 의원이 2주일 전쯤 마련한 차명 휴대전화의 전원이 갑자기 꺼지자 도주를 시도한다고 판단해 동선 추적에 나섰다. 검찰의 강경 대응에 의원들은 반나절 만에 줄줄이 법원 출석 의사를 밝혔다. “여당 의원들마저 야당의 방탄복을 입었다”는 말까지 나돌던 ‘방탄국회’가 뚫리는 순간이었다.:: 구인장 ::법원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절차를 위해 피의자를 강제로 법원에 데려오도록 발부하는 영장.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은 보통 일주일 기한의 구인장을 발부한다. 구인장으로는 장소를 불문하고 강제 연행이 가능하다. 도주 우려가 있거나 임의출석이 어려워 보일 경우 검찰이 강제로 찾아 나설 수 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   인천=차준호 / 변종국 기자}

    • 2014-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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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통상 10만원 후원… 고액은 뇌물”

    6·4지방선거 후보로 나섰던 새누리당 A 의원은 올해 초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A 의원은 당시 상임위 간사를 맡고 있었다. 정부 주요 부처와 관련된 업무를 다루는 상임위에 있다 보니 부처 관계자들은 서둘러 ‘눈도장’ 찍기에 나섰다. 물론 책 정가의 수십 배가 담긴 두둑한 ‘봉투’가 건네졌다고 한다. A 의원과 같은 상임위 소속 위원장이었던 B 의원이 비슷한 시기에 열었던 출판기념회도 비슷한 줄서기 열풍이 불었다. A 의원은 20일 “출판기념회에서 돈을 많이 내는 사람은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출판기념회가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 모금을 위한 편법적인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은 오래전부터 정치권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힘 있는 유력 정치인들은 출판기념회 한 번에 수억 원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행으로 용인돼 온 만큼 스스럼없이 유관기관과 후원자들을 초청해 정치자금 모금의 창구로 활용해 왔다. 핵심 상임위 의원들의 출판기념회 통지문이 날아오면 유관기관 직원은 ‘세금 고지서’를 받는 듯한 느낌이라고 털어 놓는다. 출판기념회는 유력 정치인의 세(勢)를 과시하는 무대로 변질되기도 한다. 그래서 정치권 보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초·재선 의원들은 어떤 출판기념회에 가야할 지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한 초선 의원은 “솔직히 눈치가 보인다. 내가 ‘누구 의원 출판기념회에 갔다더라’는 소문이 나면 소위 ‘그쪽 사람’으로 분류될까 봐 결국 일정을 쪼개서 웬만한 곳은 다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출판기념회는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홍보수단이 되기도 한다. 6·4지방선거 후보 경선에 나섰던 한 의원은 “서울에서 여는 출판기념회는 자금을 모으기 위한 목적이지만 지역구에서 여는 출판기념회는 표심을 모으기 위한 홍보 성격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통상적인 5만∼10만 원의 출판기념회 후원금보다 지나치게 많은 돈을 받는 건 뇌물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결도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황병화)는 ‘철거왕’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44)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명수 전 서울시의회 의장(55)에게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출판기념회 후원금은 대체로 1인당 10만 원 정도이고 5만 원을 한 사람도 있었다”는 김 전 의장의 법정 진술을 토대로 “1억 원이라는 거액의 현금을 확인했음에도 돌려주려고 시도하지 않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또 “피고인과 이 회장의 관계, 돈의 액수 등으로 미뤄 김 전 의장이 이 돈을 단순히 출판기념회 후원금으로 인식하고 받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강경석 coolup@donga.com·신나리 기자}

    • 201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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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피아 비리 혐의’ 前 새누리 수석부대변인 첫 법정에…

    권영모 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55)이 '철피아(철도+마피아)' 비리 혐의로 기소돼 정치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법정에 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20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권전 부대변인 측 변호인은 "철도부품업체 AVT로부터 받은 돈은 정당한 고문 활동 등의 대가"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어 권 씨의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해 "전달한 사실 관계는 인정하지만 단순한 전달자에 불과하다"며 양형에 고려해 줄 것을 요청했다. 권 전 부대변인은 철도부품 제조업체 AVT로부터 2009년 12월부터 올해까지 고문료 명목으로 매달 200만¤400만 원씩을 받고, 회사 법인카드와 리스차량도 사용하는 등 모두 3억8000여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구속 기소됐다. 또 호남고속철도 사업과 관련해 AVT를 납품업체로 선정하게 해준 대가로 김광재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사망)에게 세 차례에 걸쳐 3000만 원을 전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권 전 부대변인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강재섭 당 대표의 특별보좌관 출신으로 올해 3월부터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을 맡던 중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지난달 3일 당에서 제명됐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5일 오전 10시 30분에 열린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4-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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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南지사, 최근 부인과 합의이혼

    군 복무 중인 장남의 후임병 폭행 사건으로 곤경에 빠진 남경필 경기도지사(49)가 부인 이모 씨(48)와 이혼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씨는 7월 28일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조정을 신청했고, 11일 조정기일에 이혼에 합의했다. 이날 남 도지사와 이 씨 대신 양측의 변호인들만 출석해 위자료나 재산분할 등 재산상 청구를 하지 않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도지사와 이 씨는 1989년 결혼했고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둘의 이혼 사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갈등을 겪어왔고 한동안 별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4-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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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이재현 CJ회장 징역 5년 구형… 李회장 “재판장님, 살고 싶습니다”

    “재판장님, 살고 싶습니다. 살아서 제가 시작한 문화사업을 포함해 CJ를 세계적인 그룹으로 완성시키는 게 길지 않은 여생을 국가와 사회에 헌신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505호 법정. 푸른 환자복 차림으로 피고인석에 앉은 이재현 CJ그룹 회장(54)은 초췌한 모습으로 이렇게 말했다. 1600억 원대 횡령, 배임, 탈세 혐의로 기소된 그는 이날 휠체어에 의지한 채 힘겹게 재판에 임했다. 이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모두가 제 잘못, 제 불찰이다.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 (재판부가) 사실 관계와 진정성을 살펴 억울함이 없도록 해 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권기훈) 심리로 열린 이날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회장에게 1심 구형량(징역 6년)보다 낮은 징역 5년과 벌금 1100억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의견 진술에서 CJ E&M이 배급해 최근 12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명량’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검찰은 “영화에서 이순신 장군이 ‘아직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다’고 말하며 왜구를 물리친 것처럼 물질이 아니라 건전한 정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990년대 중·후반 조성한 거액의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조세포탈과 횡령, 배임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징역 4년과 벌금 260억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신부전증을 앓던 이 회장이 신장 이식수술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던 점을 고려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항소심 재판부가 구속집행정지 재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올해 4월 구치소에 다시 수감됐다가 병세가 악화돼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으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항소심의 주요 쟁점이었던 ‘부외자금’(장부 없이 이뤄진 자금) 횡령 혐의에 대해 “검찰이 부외자금 사용처에 대해 아무런 입증을 못했다. 1심은 검찰 수사기록에 의존해 유죄를 선고한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이 구형량을 낮춘 데 대해 CJ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됐고 횡령 금액 대부분을 변제한 점을 두루 감안한 것 같다”면서 “보다 적극적인 기업 활동을 통해 책임 있는 기업으로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 김유영 기자 }

    • 2014-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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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2심이면 충분” 상고심 엄격 제한… 중대사건만 다뤄

    “개인과 개인 사이의 정의를 세우는 데는 두 번의 재판이면 충분하다. 세 번째 재판(상고심)은 그 사건에서 누가 이기는가보다는 더 높은 차원의 문제가 관련된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 미국 27대 대통령을 지낸 10대 연방대법원장 윌리엄 태프트(1857∼1930)가 남긴 법언이다. 미국 상고심의 역사는 태프트 연방대법원장 이전과 이후로 나눌 정도로 그는 미국 사법사에 큰 발자국을 남겼다.○ 선진국, 상고심 개혁으로 국민 기본권 확립 취임 첫해 그의 상고심 개혁 의지는 단호했다. 당시 상고심 재판에 걸리는 평균 시간은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5년. 대법원이 사건 더미 속에 파묻혀 있다가는 국가와 국민에게 중대한 의미가 있는 판결을 놓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의회를 설득해 ‘상고허가제’를 처음 도입했다. 이후 재판의 홍수로부터 해방된 미 연방대법원은 미란다 원칙 고지, 1인 1표제 허용, 흑백 차별 철폐 등 기념비적인 판결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지금도 연간 상고허가 신청사건은 1만 건을 넘지 않으며 70여 건만 전원합의 판결의 대상이 된다. 상고심 사건 폭증 문제는 민주적 사법체계를 운영하는 나라들이 모두 경험한 일이다. 미국 독일 등 사법 선진국들은 다양한 제도 개선으로 풀어냈고, 대법원이 ‘최고 정책법원 기능’과 ‘사법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상고허가제는 이 가운데 가장 일반적이고 이상적인 방안으로 손꼽힌다. 미국은 상고허가신청이 들어오면 ‘룰 오브 포(Rule of 4)’, 즉 9명의 대법관 가운데 4명이 동의해야만 대법원의 상고심이 열린다. 이 중 98% 정도가 만장일치로 기각된다고 한다. 대니 전 미국 뉴욕 주 브루클린지원 형사수석부장판사는 “미국 국민에게 연방 대법원은 국민의 인권을 확실히 표현해줄 수 있는 곳이며 공권력의 기본권 침해를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 뚜렷하게 표현해주는 기관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2009년 대법원을 새로 설치하면서 기존에 있던 상고허가제를 그대로 유지했다. 일반 공중에게 중요한 법적 쟁점을 포함하고 있어 대법원이 심리해야 한다고 인정할 때 상고를 허가한다. 독일은 민사사건에 2002년부터 상고허가제를 전면 적용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독일은 2002년 이후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던 상고심 사건 접수가 2004년 3633건, 2011년 3357건으로 진정 추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웃 나라 일본은 상고심 사건 수가 우리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최고재판소로 올라오는 사건을 선별하는 ‘상고수리제’를 운영하고 있다. 헌법 위반이나 기존 판례에 저촉될 때는 상고가 인정되지만 그 외에는 중요한 법령 해석이 쟁점이 될 때만 최고재판소 재량으로 상고 수리 여부가 결정된다. 이호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고수리제가 도입된 이후 일본은 최고법원으로 가서 모든 것을 끝낸다는 의식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제 역할 하면 국민 전체 권리 증진 우리나라에도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기능을 강화하면서도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까지 보장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대부분 수포로 돌아갔다.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려는 것이냐” “대법원이 ‘힘 있고 돈 있는 자’의 사건만 처리하겠다는 말이냐”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상고허가제는 1981년 도입됐지만 권위주의적 발상 아래 시행됐다는 국민 불신으로 1990년 폐지됐다. 이에 앞서 고등법원에 상고부를 둔다는 논의도 진행된 적이 있었지만 이 역시 소송가액을 기준으로 사건을 나누다 국민 법감정에 맞지 않아 철회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결국 한국은 ‘상고남발 필터링’ 제도가 없는 사실상 유일한 나라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상고에 부적합한 사건을 종결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제도가 있지만 기록을 검토한 다음 결론을 내기 때문에 큰 효과는 없는 실정이다. 한 전직 대법관은 “당시 대법관들이 여러 전원합의 판결로 국민 권익을 보호하는 판결을 내렸다면 ‘상고허가제’가 불신을 받고 제도가 폐지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국민 기본권 신장에 나서지 않은 대법원과 역대 대법관들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실패를 경험했지만 이제는 한국 사회의 전체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선진 사법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미란다 원칙’의 주인공 미란다는 밤길에 여성을 뒤따라가서 성폭행하거나 미수에 그친 연쇄 성폭행범이었다”며 “어찌 보면 단순 성범죄에 불과한 사건에서 중요한 형사 절차적 의미를 찾아낸 것은 미국 연방대법원이 최고법원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신동진 기자}

    • 201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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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열 떠나 “그 발언 취소하세요, 나도 대법관이오” 격론

    “그 발언 취소하세요. 나도 같은 대법관이오.” 전현직 대법관들은 전원합의체에서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격론을 벌이다 서로 감정이 상하는 일도 많았다고 했다. 특히 이른바 ‘독수리 오형제’로 불린 진보 성향 대법관이 근무한 이용훈 전 대법원장 시절에는 더 치열한 논쟁과 설전이 벌어졌다. 몇 해 전 토론 도중 일부 대법관이 “실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그렇게 말한다면 판사도 아니다” “적어도 양식 있는 판사라면…”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때 한 대법관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발언을 취소하라”고 요구했고, 이에 해당 대법관이 사과했다고 한다. 토론 도중 한 대법관이 다른 대법관으로부터 “노동법을 잘 몰라서 그런 주장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논박을 당하자 자리를 박차고 나간 일도 있었다. 결국 이 대법관은 한 달 뒤 열린 전원합의에서 “노동법을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 새롭게 연구해 봤는데, 여전히 해당 대법관의 견해는 잘못된 것 같다”고 맞받았다는 후일담도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매달 셋째 주 목요일 오전 9시 반에 시작된다. 전원합의실에 대법관들이 모두 입장하면 보고를 받은 대법원장이 대법원장실과 연결된 전용문으로 입장한다. 책상에는 각종 기록과 보고서가 가득해 반대편 대법관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대법관들은 오전 내내 사건을 놓고 의견을 나누다 낮 12시 반 무렵 대법원 3층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한다. 이어 오후 2시에는 지난달 결론을 낸 전원합의 판결을 1층 대법정에서 선고한다. 선고가 끝나면 다시 전원합의실에서 저녁때까지 합의를 계속한다. 전원합의가 오후 8시를 훌쩍 넘기는 일도 있다. 전원합의를 녹음하거나 녹화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 합의할 때는 나이나 기수와 관계없이 난상토론이 벌어진다. 최종 의견을 표명할 때는 13명 중 가장 후임 대법관부터 선임 대법관 순으로 발표한다. 자유로운 의견을 표명할 수 있도록 배려한 조치다. 대법원장은 가장 마지막에 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의견 표명 전에 다수의견이 결정되면 대법원장은 통상 다수의 의견에 따른다. 의견이 6 대 6으로 갈릴 때는 대법원장은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되지만 이때도 의견을 밝히기보다는 한두 차례 합의를 다시 거친다고 한다. 전원합의가 끝나면 대법관들은 저녁 식사를 함께한다. 김용담 전 대법관은 “치열한 논쟁을 벌인 만큼 함께 화합하는 성격의 자리지만 감정이 채 가시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대법관들이 보일 때도 있다”고 전했다.장관석 jks@donga.com·신나리 기자}

    • 2014-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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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제전복 의도 인정… 내란음모 무죄에도 감형 폭 작아

    ‘내란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유죄, 내란음모는 무죄.’ 내란을 의도하고 주장한 것은 인정했지만 실제 내란 실행의 구체적 단계까지 나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결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지하혁명조직 RO의 실체 여부도 보다 엄격하게 판단했다. 검찰은 즉각 상고 의사를 밝혀 ‘내란 음모’ 여부를 둘러싼 공방은 대법원에서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 “위험하다” vs “충분치 않다” 내란음모 혐의를 두고 1, 2심 재판부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내란음모 실행 가능성과 위험성이 높다”며 검찰과 국가정보원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충분히 입증할 만한 내란의 실체가 없다”며 무죄라고 판단했다. ‘내란’의 의미를 실질적인 체제 전복의 위협이 되는지 엄격하게 봐야 한다는 해석이다. 이 사건의 내란음모 혐의가 성립되려면 △RO라는 지하혁명조직의 존재 유무 △구성원들 간의 범행 합의 △구체적인 실행 준비 방안이 입증돼야 한다. 1, 2심 재판부 모두 사건의 발단이었던 지난해 5월 RO 회합 참석자들과 피고인을 조직화된 집단으로 봤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RO라는 존재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RO 녹취록이 조작됐다고 보기 어렵고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못 박았다. 또 항소심은 RO 회합에서 구체적인 내란 준비 방안이나 이를 실행하기 위해 역할을 분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국가 기간시설을 타격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어떤 방식으로 파괴할 것인지 얘기가 나왔다는 정도로는 내란 음모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1심 재판부가 “폭탄 제조 및 테러와 관련된 정보 수집이 이뤄져 언제든지 폭동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본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검찰 “내란선동 유죄로 절반의 승리” 검찰은 ‘1라운드는 완승이었지만 2라운드는 절반의 승리’라는 입장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피고인 7명의 내란음모는 무죄라고 봤지만 이석기 김홍열 피고인의 내란선동 혐의는 원심 판결처럼 유죄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형법상 내란음모와 선동죄는 나란히 제90조에 규정돼 있다. 하지만 제1항과 제2항으로 분명히 구분돼 있다. 두 죄의 법정형은 ‘징역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유기금고’로 같다. 검찰 측은 “종이 한 장 차이인 두 죄를 놓고 하나는 맞고 다른 하나는 틀리다는 점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피고인의 경우 1심의 징역 12년에서 3년이 줄어든 징역 9년을 선고했다. 내란음모 혐의가 빠진 나머지 피고인 5명의 형이 모두 절반 가까이 줄어든 점에 비하면 감형 폭이 작다. 내란선동 자체도 국가의 안전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 데다 국가 예산의 지원을 받는 정당에서 현직 국회의원이 국가체제 전복을 논의했다는 점은 죄질이 무겁다고 본 것이다. ○ 정당해산 심판에도 영향 미칠 듯 내란음모 혐의에 무죄가 선고되면서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인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항소심 판결은 이석기 의원 개인의 내란음모 혐의를 판단한 형사사건이다.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인 정당해산 심판 사건은 통진당 강령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치느냐가 심판 대상이다. 그런데도 법무부가 이 의원의 활동이 통진당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보고 해산을 청구한 것이어서 두 사건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법무부는 ‘통진당 핵심 세력인 RO가 북한의 대남혁명 전략에 따라 내란을 음모해 대한민국을 파괴하고 전복하려 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날 서울고법이 RO의 실체를 부인해 통진당의 위헌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헌재는 지난달 말 법무부가 증거로 채택하겠다고 지정한 이 의원의 항소심 공판기록을 서울고법으로부터 넘겨받았다. 법무부와 통진당 측은 12일 오전 10시 진행되는 12차 변론에서 공판기록 일부를 정당해산 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지를 놓고 또다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장관석 기자}

    • 2014-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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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석기 내란선동 유죄, 내란음모 무죄

    대한민국 전복을 목적으로 지하혁명조직인 이른바 ‘RO(혁명조직)’를 구성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내란음모와 내란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선고 받았던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52·사진)에 대한 2심에서 내란선동은 유죄가 유지됐지만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로 뒤집혔다. 이에 따라 이 의원의 소속 정당인 통진당의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이민걸)는 11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내란선동 행위는 명백히 인정되지만 내란음모죄는 법률상 요건인 2인 이상의 내란범죄 실행의 합의에 이르렀다고 보기에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 의원에게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징역 12년, 자격정지 9년을 선고받았던 1심에 비해 3년을 감형받은 것이다. 재판부는 “이 의원 등이 자신들의 범행을 반성하기는커녕 국가정보원이 조작한 사건이라고 주장해 사회적 분열과 혼란을 야기하고,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망각한 채 범행을 저질렀다”며 1심 양형을 어느 정도 유지했다. 다만 1심과 달리 검찰이 내란음모의 주체라고 판단한 RO의 실체는 인정하지 않았다. “제보자 이모 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지만 조직체계나 구성원 등에 관한 것은 추측 진술에 불과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 의원과 함께 기소된 김홍열 진보당 경기도당 위원장은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은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 조양원 사회동향연구소 대표와 홍순석·김근래 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은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 한동근 전 진보당 수원시위원장은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 의원은 RO 조직원 130여 명과 함께 국가 주요 시설을 타격하는 방식으로 내란을 음모·선동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9월 구속 기소됐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신동진 기자}

    • 2014-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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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인당 상고심 사건 하루 10건… “제대로 볼 시간도 없어”

    《올해는 근대 사법제도가 도입된 지 120년째, 1948년 대한민국 헌법 공포로 대법원이 최고 사법기관이 된 지 66년째 되는 해다. 하지만 ‘사법개혁의 알파에서 오메가’로 불리는 대법원의 현실은 척박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국민 인권의 보루’로 거듭났으나 지금의 대법원은 ‘사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동아일보는 국민의 시각에서 대법원의 현실과 선진 사법제도를 진단하고, 미래의 바람직한 대법원의 길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연재한다.》“국민들이 책상에 가득 쌓인 기록을 보면 걱정할 것 같아 미리 치워뒀어요. 해결해야 할 사건이 너무 많아 숙고할 시간이 절대 부족합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7층. 사건 기록으로 가득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김소영 대법관(49·여)의 사무실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던 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그는 역대 네 번째이자 최연소 여성 대법관이다. 11월이면 취임 2주년을 맞는 김 대법관은 인터뷰 내내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현행 상고심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를 비롯한 전현직 대법관들로부터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대법관의 근무 실태를 들여다봤다.○ “아무리 시간 투입해도 숙고할 시간이 모자라” 김 대법관의 일상은 매우 단순했다. 한 달에 한 번가량 열리는 전원합의를 제외하곤 오전 8시 반 무렵 출근해 줄곧 기록을 검토한다. 점심은 외부 일정이 없을 때는 대법관 3층 구내식당을 주로 이용한다. 최근 상고심 접수 사건은 연간 4만 건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다. 지난해 대법원에서 접수한 상고심 사건 수는 3만6110건으로 2002년(1만8600건)보다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산술적으로 연간 대법관 1인당 약 3009건, 매달 250건, 주 6일을 근무해도 하루 평균 9.6건을 해결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각종 사건 자료들이 12명(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 제외)의 대법관실 탁자를 한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대법관실 한쪽에 마련된 응접탁자까지 점령한 지 오래다. “대법관 근무는 ‘다시 한 번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들 합니다. 저 역시 사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최종 판단을 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 속에서 조금 더 생각하고 결정할 사건들이 있는데 이런 틈을 거의 주지 않고 매일 매일 사건이 올라오죠.” 사건 기록을 들고 출퇴근하는 일은 일상이 됐다. 보통 오후 8시경 퇴근할 때 일감을 보자기에 싸서 가져가 집에서 다시 기록을 검토한다. 그러다 보니 돋보기 하나로는 불편했다. 이를 안쓰럽게 바라보던 남편이 돋보기안경을 3개나 사줬다. 본의 아니게 가정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 그의 자녀들은 “주말에 단 2시간만이라도 우리를 위해 시간을 달라”고 조를 정도다. 김 대법관은 “주말에도 하루는 꼭 출근한다. 대법관 주차장은 일요일에도 절반 이상의 대법관 차량이 주차돼 있다. 이런 상태로는 2, 3년이 지나도 해결이 안 된 사건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지형 전 대법관은 “밤 12시까지 기록과 씨름하는 게 일상이었다”며 “혹자는 ‘재판연구관들이 일을 많이 해주지 않느냐’고 하지만 연구관이 생산한 보고서를 검토하는 일도 더욱 늘어난다”고 했다. 다른 대법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 현직 대법관은 토요일에 등산을 다녀온 날 저녁에도 다시 기록을 꺼내든다. 시간을 빼앗긴 만큼 보충을 하기 위해 일요일에도 출근한다고 한다. 집이 경기도인 한 대법관은 아예 출근 시간을 앞당겨 오전 7시경에 대법원에 도착해 업무를 시작한다.○ 격무에 건강 이상…‘대병원’ 별칭까지 퇴임을 앞둔 대법관은 신임 대법관에게 축하를 전하면서도 “크게 봐야 한다. 그러려면 건강을 잃으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고된 업무 속에서도 몸을 챙기라는 얘기다. 김 대법관은 “최근 시력이 많이 나빠졌다. 요즘은 가끔 귀가 먹먹할 때가 있다”고 했다. 많은 대법관이 크고 작은 병으로 병원 신세를 지거나 수술을 받는다. 김 대법관도 근무 1년 만에 시력이 나빠졌다. 다른 현직 A 대법관은 재임 중 안경을 네 번이나 바꾸고 도수를 높여야 했다. A 대법관은 대상포진에 걸려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고, 현직 B 대법관은 지난해 눈에 실핏줄이 터졌지만 한동안 충혈된 눈으로 출근해 기록을 검토해야만 했다. 비문증에 걸린 대법관도 적지 않다. 비문증은 눈 앞에 먼지나 벌레 같은 뭔가가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안과 질환.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이명뿐 아니라 어지럼증을 호소했던 전현직 대법관도 여럿이라고 한다. 건강이 좋은 사람이 거의 없어 대법원이 아니라 ‘대병원’이 될 지경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대법관들의 건강을 우려한 대법원 측이 대법관실에 운동기구를 마련해주기도 했지만 별 도움이 되진 않았다. 김 대법관은 행정처가 내실에 마련해 준 연습용 자전거를 한두 달간 매일 20∼30분 이용했지만 요즘은 시간이 부족해 그만뒀다. 김 대법관은 “(업무 도중 운동을 하면) 생각의 흐름이 끊긴다고 느껴지고 그만큼 결론을 내는 사건 수도 줄어드는 것 같아 잘 안 하게 됐다”며 “그 대신 가끔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수영을 하며 체력 관리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상고심 제도에 대한 변화 필요 공감 김 대법관이 해결한 사건 가운데 정말 대법원에 올 만할 정도로 풍부한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고 느낀 사건은 매달 20∼30건 정도다. 그는 “법률심이 원칙인 상고심에 올라온 사건에서도 따져보면 결국 ‘때렸다’ ‘안 때렸다’ ‘때렸지만 상처가 안 났다’는 등 사실관계만 다투는 사건이 많다”고 했다. 실제로 대법원의 파기환송률은 5∼7%대에 그친다. 사건이 폭주하다 보니 대법원장과 대법원 12명이 모여 합의하는 전원합의체를 활성화하기가 쉽지 않다. 김 대법관은 “소부(대법관 4인으로 구성된 소재판부)에서 선고한 사건 중 청소년 동성애 사건과 여교사 출산휴가 중 육아휴직 신청 사건 등은 사실 전원합의체에서 다뤄 봤으면 했던 사건”이라며 “전원합의는 1개 사건에 대법관 12명이 매달려야 하고 검토와 자기논리, 다른 사람을 설득할 논리까지 생각해야 하는 만큼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대법관은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중심으로 사회적 방향을 제시하는 정책법원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법원에 사건이 많다는 걸 대외적으로 알리고 싶지는 않다”며 “하지만 현행 상고심 제도로는 정작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있거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사건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지금의 대법원은 권리구제 기능과 정책법원 측면 모두 만족시키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김 대법관과 별도로 인터뷰에 응한 전직 대법관 5명도 여기에 대체로 공감했다. 차한성 전 대법관은 “건국 초기 권리구제에 주요 역점을 뒀던 현행 사법시스템 체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조금 더 선진화된 사법시스템을 모색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용담 전 대법관도 “대법원의 힘은 ‘원 벤치(전원합의체)’에서 나온다”며 “한 개의 재판부에서 다양한 격론이 맞붙어야 의미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전직 대법관은 “대법관들이 사건을 빨리 뗀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고, 대법관 부담을 덜어준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라며 “1, 2심 신뢰 방안을 비롯해 전체 사법 시스템에 대해 근원적인 접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장관석 jks@donga.com·신나리 기자   }

    • 2014-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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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동욱 내연女, 혼외자 발설 말라며 협박”

    채동욱 전 검찰총장(55)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 씨(55) 집에서 일했던 가정부 이모 씨(62)는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의 임 씨에 대한 2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참석해 “임 씨 측으로부터 ‘채 전 총장과 혼외자 채모 군, 자신에 대해 누설하지 말라’는 협박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 씨는 또 2003년 3월부터 2007년 8월까지 임 씨의 집에서 일하면서 적금과 보험을 해약해 돈 6770만 원을 빌려줬고 일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카페에 잔금을 받기 위해 임 씨를 만나 1000만 원만 받고 나머지 채권은 포기한다는 합의서를 쓰기도 했다. 당시 임 씨는 덩치가 좋은 남성 3명과 조력자 등 5명이 함께 나와 “주는 대로 받으라”며 이 씨의 아들 이모 씨(37)에게 강제로 영수증을 쓰도록 했고, 이 씨는 갖고 있던 차용증을 돌려줬다고 했다. 임 씨 측 변호인은 이 씨가 전 남편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사실이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이 씨가 일을 그만두던 해에 허락 없이 채 전 총장이 참석했던 채 군의 생일파티를 녹음하고 채 군의 사진까지 들고 나왔던 점을 들어 임 씨의 약점을 언론사에 제보하려 했던 게 아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그러자 이 씨는 “(임 씨가) 나를 살인자로 몰아세우며 스트레스를 줘서 그만두려던 중 증거로 갖고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임 씨 측 변호인은 재판에 또 다른 증인으로 참석한 이 씨의 아들이 채 전 총장이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재직할 때 “채무를 갚으라”고 전화한 사실을 언급하며 전방위적으로 협박이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이 씨가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을 폭로하는 대가로 종합편성채널 TV조선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이 씨는 “인터뷰 대가로 400몇십만 원을 받은 적이 있느냐”라는 임 씨 변호인 측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또 TV조선 측에서 개통해 준 휴대전화를 받았지만 “내가 죄인도 아닌데 왜 그래야 하느냐”며 돌려줬다고도 했다. 이에 TV조선은 “인터뷰 대가로 돈을 지급한 사실이 없다. 내부규정에 따라 이 씨에게 소정의 출연료와 제보 사례비 등으로 430만 원을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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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실혼 관계 오인해 유족연금 지급 취소는 위법”

    강모 씨(50·여)는 11년 전 남편이 업무상 재해로 세상을 떠난 뒤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유족보상연금을 받아왔다. 연금 수급 10년째 접어들던 지난해 공단 측은 갑자기 강 씨에게 "수급 자격이 상실됐다"고 통보했다. '다른 남성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것으로 확인돼 유족보상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게 이유였다. 남편과 사별한 이듬해 강 씨는 두 딸과 함께 살 주택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자금이 부족하자 오래 알고 지낸 친구 홍모 씨에게서 4000만 원을 빌렸다. 홍 씨는 차용증을 쓰지 않고 돈을 빌려주는 대신 공동명의로 하자고 제의했고 강 씨는 이를 수락했다. 2007년에는 이 주택으로 홍 씨가 전입신고까지 마쳤다. 공단에서는 홍 씨가 강 씨의 주택 공동 명의자로 돼 있고, 강 씨의 집에 짐을 가져다 놓은 점 등을 근거로 들어 두 사람이 사실상 혼인 관계라며 연금 수급 자격을 취소한 것이다. 그러나 강 씨는 "홍 씨와 사실혼 관계가 아니다"며 공단을 상대로 서울 행정법원에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강 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정형식)는 "사실혼이 성립하려면 부부로 함께 생활했다는 실체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공단이 제출한 증거와 홍 씨의 증언만으로는 혼인생활의 실체가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공단의 연금 부지급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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