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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0년 내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적발되거나 성범죄로 처벌을 받으면 장차관은 물론이고 1급 이상 고위공직 후보에서 원천 배제된다. 청와대는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7대 비리 관련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중대한 위법사실이 확인된 경우 후보자에서 제외하는 내용이어서 기준을 너무 낮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음주운전 등 추가한 인사 기준 구체화 청와대가 내놓은 7대 비리 관련 인사검증 기준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병역면탈과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전입과 논문 표절 등 기존 5대 인사원칙에 음주운전과 성범죄를 추가한 것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국민의 눈높이를 반영해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비리의 범위와 개념을 구체화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7대 인사검증 기준에 저촉되는 인물은 인사 시 서류 심사 과정에서 원천 배제할 방침이다. 인사검증 기준 적용 대상도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을 포함한 장차관은 물론이고 1급 이상 고위공직 후보자로 확대했다. 또 외교·안보 관련 공직자는 병역, 재정·법무 공직자는 세금 탈루 등 직무와 관련된 분야는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벌써부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병역면탈과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등 불법 재산 증식, 성범죄 관련 기준은 위법이 적발돼 처벌을 받은 인물들을 후보자에서 제외하는 등 실정법을 위반한 인물을 걸러내는 것이어서 기준이 너무 헐겁다는 것이다. 음주운전과 위장전입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두 차례 이상 적발돼야 후보자에서 배제하기로 한 것도 논란이다. 가령 음주운전의 경우 10년 이전에 해당 기준을 위반했다면 적용 대상이 아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실수를 할 수 있지 않냐는 점을 감안했다. 다만 고의성과 중대성을 평가해 1회라도 문제가 있으면 배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 靑 “최소 기준일 뿐”, 野 “임명 강행 물타기” 다만 청와대는 이번 기준이 ‘최소 기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류심사에서 무조건 탈락시킬 후보자를 걸러내는 것으로 정밀검증과 인사청문회가 이어지는 만큼 이 기준을 만족한다고 해서 인사검증을 무조건 통과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5대 원칙에 비해 강화된 부분이 있고, 현실화한 부분도 있는데 운용하면서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인사검증 기준을 마련한 것은 5월 말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당시 일부 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약 후퇴 논란이 일자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제가 공약한 것은 그야말로 원칙이고 실제 적용에는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후 여야 원내대표가 국회 운영위원회 소위원회를 열어 세부 기준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여야 합의로 인사청문회에서 지나친 인신공격 등 소모적인 공방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내놓은 기준에 야당이 반발하면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6개월이 지나 마련된 이번 기준 역시 야당과의 합의를 거치지 못하고 청와대가 자체 마련한 방안이다. 야당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으로 초대 내각을 완성한 지 하루 만에 인사검증 기준안을 발표한 데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공직에 오를 수 없는 부적격자 임명을 줄줄이 강행해놓고, 이제 와서 발표하니 물타기도 이런 물타기가 없다”고 비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참 사람 일이 마음 같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홍종학 신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준 뒤 이같이 말했다.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의 핵심 부처로 중기부를 신설한 지 넉 달 만에 숱한 우여곡절 끝에 홍 장관을 임명하면서 첫 내각을 완성한 소회를 내비친 것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195일 만에 초대 내각을 완성했다. 두 달간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없는 특수성을 안고 출범했지만 이는 역대 정부의 첫 조각완료 최장 기간인 김대중 정부의 174일을 넘긴 것이다. 홍 장관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송영무 국방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어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5번째 장관이다. 홍 장관은 앞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녀에 대한 고액 증여 논란 등이 제기돼 국회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임명식 직후 환담에서 “야당 반대가 있었지만 정부 조각이 시급하게 마무리돼야 한다. 중기부의 갈 길이 아주 바쁘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야당들도 양해해 주시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가 많았던 장관들이 오히려 더 잘한다. 가설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되도록 해 주길 부탁한다”며 홍 장관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홍 장관은 경제개혁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출신의 홍 장관은 후보자였던 지난달 26일 “앞으로 중소기업을 괴롭히는 대기업, 재벌이 있다면 저부터 상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소득주도 성장과 공정경제 등 정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과 재벌 개혁을 주도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함께 홍 장관이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개편하는 핵심 축을 이룰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홍 장관은 임명 직후 국무회의에 참석해 “중기부는 새로운 성장을 위해 (경제를)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대통령과 국민의 뜻으로 출범했다. 굉장히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수 야당은 홍 장관 임명 강행에 대해 “더 이상 협치는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오기 정치로 인해 협치라는 말은 문재인 정부 제1호 거짓말로 정치사에 남을 것이며 앞으로 이 문제와 연계해서 발생하는 모든 정치적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양순필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에서 “홍종학을 탐하다 더 큰 민심을 잃는 잘못된 선택인 ‘홍탐대실(洪貪大失)’로 마지막 단추마저 잘못 끼우다니 실로 안타깝고 허탈하다”고 비판했다. 국회 의결이 필요한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등 남은 인사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대한 여야 합의가 한층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나온다.문병기 weappon@donga.com·박훈상·최우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본관에 걸린 촛불집회 모습이 담긴 대형 그림에 대해 자신이 “직접 들여온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과 작품을 먼저 둘러본 뒤 그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임옥상 화가가 9월에 전시회에 건 그림인데, 촛불 집회를 형상화한 것으로 완전히 우리 정부 정신에 부합하고 정말 좋아보이더라”고 말했다. 이어 “구입한 사람도 당장 전시할 곳이 없어 창고에 보관할 계획이라고 해서 ‘그럴 것 같으면 우리가 빌려 걸 수 있냐’고 물어보니 흔쾌히 ‘좋다’고 해서 왔다”고 그림을 들여온 과정을 설명했다. 청와대 본관에 걸린 이 그럼은 임 작가가 그린 ‘광장에, 서’라는 작품이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 집회 모습이 담겼으며, 30호 캔버스 108개를 이어붙인 대형 작품이다. 원래 길이 16m지만 청와대 본관 벽면 크기에 맞게 캔버스 30개를 덜어내고 11.7m로 줄여 13일 청와대에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그림은 8~9월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처음 전시됐으며 김정숙 여사가 직접 전시장을 찾아 그림을 관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림 안엔 집회에 참가한 문 대통령과 이재명 성남시장 등 당시 야당 정치인들의 모습도 담겼다. 임 작가는 대선 당시 문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문병기 기자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하면서 1기 내각 구성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결정적인 흠결이 없었고 신설 부처의 수장 공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20일 말했다. 이날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 기한이 만료되는 만큼 직권 임명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홍 후보자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임명되면 현 정부에서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다섯 번째 고위 공직자가 된다. 다만 홍 후보자 임명 이후 정국 경색을 풀어갈 카드를 놓고선 여전히 고민이 깊다. 임기 만료를 앞둔 감사원장 인사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게 홍 후보자 임명과 무관치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단수 후보를 놓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고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후보를 놓고 검증하고 있으나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전병헌 전 수석의 사퇴로 공석이 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인선도 막바지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강기정 오영식 정장선 전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강 전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선 의원 출신인 백원우 민정비서관의 이동이나 대통령정무수석실에서 정무수석실 선임인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의 승진 기용 가능성도 있다. 또 국회와의 소통 업무를 주로 맡아온 한병도 정무비서관의 발탁도 거론된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청와대와 여당이 20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통한 검찰 개혁 의지를 강하게 재천명했다. 검찰발 사정(司正) 태풍 속에 “정작 검찰 개혁은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자 검찰 개혁이 적폐청산의 마침표가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공수처, 임기 내 반드시 설치” “공수처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다. 이번 정기국회에 안 되면 내년에, 안 되면 그 다음 국회 때라도 시도해 임기 내 반드시 하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비공개 회의에서 ‘대통령의 의지’라는 표현을 수차례 반복해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기강과 법무, 민원 업무를 담당하는 민정수석이 정책협의를 위해 국회를 찾은 것은 이례적이다. 조 수석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먼저 회의 참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한 회의에선 공수처 설치 관련 법안 처리 방안이 논의됐다. 조 수석의 참석은 공수처 관철에 대한 청와대의 확고한 입장을 대외적으로 내보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비공개 회의를 시작하기 전 조 수석은 “지난 정권은 우병우(전 대통령민정수석) 등 정치검사들이 정권 비리를 눈 감으면서 출세가도를 달렸다”며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많은 개혁과제 중 첫째가 적폐청산, 검찰 개혁이다. 검찰 개혁을 위해 많은 논의가 있었고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또 “공수처는 검찰 개혁의 상징이다. 대통령 자신과 주변부터 공수처 수사 대상이라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 청와대-검찰 ‘무언의 대치’? 최근 여권 내에선 검찰이 적폐청산의 선봉장으로 나서 전(前) 정권은 물론 전전(前前) 정권으로 수사를 확대하면서 적폐 관련 수사가 장기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적폐청산의 전선(戰線)이 넓어지면서 청와대가 검찰을 향해 칼을 꺼내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여권 내에선 검찰이 전병헌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물론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수사로 청와대와 여당까지 겨냥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검찰 수사가 통제 불능 상태로 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서슬 퍼런 검찰의 사정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선뜻 개혁에 앞장서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청와대가 검찰 수사와 거리를 두며 침묵을 지키는 것을 두고 ‘무언의 대치’를 벌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검찰 내부에서는 적폐청산 수사가 활발해질수록 청와대와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한 검찰 간부는 “권력자 입장에선 검찰만큼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곳이 없다. 역대 정부마다 검찰 개혁을 외쳤지만 결국 검찰이라는 ‘칼’을 내려놓지 못한 이유”라고 말했다. 반면에 검찰 스스로 적폐청산의 칼이 되면서 “스스로 적폐청산의 덫에 걸렸다”는 시각도 있다. 한 검사는 “적폐청산을 원하는 권력에 휘둘리는 모습이 공수처의 필요성을 대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검찰 개혁, 적폐청산 마침표 찍을까 문 대통령이 약속한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한 검찰 개혁은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는 것이 청와대와 여권의 확고한 기류다. 여권 관계자는 “공수처 설치는 사실 여권에 불리하다면 불리한 법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검찰 개혁은 적폐청산을 완성하는 마침표”라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에서 “당정청은 공수처 신설 관련 4대 원칙에 따라 법무부가 마련한 안을 토대로 법안 심사과정에서 신축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4대 원칙은 수사·기소권을 보유한 독립적 수사기관, 정치적 중립성 확보, 부패척결 역량 강화, 검사 부패 엄정 대처 등이다. 그러나 초대 공수처장 인선 방식부터 여야 합의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무부안은 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하면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들과 협의한 뒤 1명을 선출하되,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이 2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지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여기에 반대한다. ‘국회’가 아닌 ‘야당’이 공수처장을 복수로 추천해 대통령이 이들 중 1명을 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문병기 weappon@donga.com·박성진·강경석 기자}

“자유한국당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 요청.”(3만75명) “여성이 결혼 후 불려야 하는 호칭 개선.”(2만8823명) “경기도 ‘반려견 입마개 의무화’ 제한 조례 반대.”(2만755명) 19일 운영 3개월을 맞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의 ‘베스트 청원’ 목록들이다. 법치주의 국가의 청와대가 직접 나서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청원이 적지 않다. 청와대가 강조하고 있는 ‘직접 민주주의’의 명암이 그 창구인 청원 게시판을 통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8월 20일 ‘출범 100일 대국민 보고’에서 “국민들은 ‘간접 민주주의’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정부의 정책도 직접 제안하는 ‘직접 민주주의’를 국민께서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청원 게시판을 신설하고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대국민 소통도 강화하고 나섰다. 이른바 ‘직접 민주주의 실험’이다. 청와대는 청원 게시판을 신설하며 “청와대의 직접 소통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지향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 청와대 내에서도 “과연 이 시스템이 맞는 건가”에 대한 고민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게시판에는 ‘경사진 주차장에 경고 문구 의무화’ 등 국민 제안에 따른 정책화를 시도할 수 있는 청원도 있지만 사법부나 입법부의 영역에 해당하는 청원도 많다. ‘제사 폐지’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 축구대표팀을 맡게 해 달라’ 등 ‘막무가내 식’ 청원도 쏟아지고 있다. 최근 한 청와대 참모는 “그 마음이야 이해가 가지만 대통령이 (법치를 넘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조선시대 왕은 아니지 않으냐”고 토로했다. 여기에 ‘이명박 전 대통령 출국 금지’ 등 청원 게시판이 지지층의 ‘정치 놀이터’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SNS 소통 활성화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청와대는 직접 소통 기조에 따라 수석비서관은 물론이고 장관 등이 출연하는 ‘친절한 청와대’를 방송 중이고 최근에는 매일 SNS 생중계로 청와대 소식을 전하는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를 신설했다. 하지만 내부에선 “청와대가 직접 나서 뉴스를 해석하고 언론의 역할을 자처하는 게 맞느냐”는 반론도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직접 민주주의의 취지는 살리되 역기능은 보완하고 순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무작정 ‘직접 민주주의가 답’이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제도와 방법으로 대의 민주주의의 약점을 보완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 기자}
적폐청산과 맞물려 검찰이 전방위적인 수사로 막강한 힘을 재확인하면서 여권 일각에선 “검찰 개혁은 끝났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혁 1순위로 꼽히던 검찰이 청와대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칼날을 겨누면서다. 반면 청와대가 철저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검찰 개혁에 들어가기 위한 명분을 쌓고 있는 것이란 해석도 있다. ○ 검찰 전방위 수사에 술렁이는 정치권 여야 정치권은 주말 내내 검찰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특활비) 상납 의혹에 대한 수사를 둘러싸고 술렁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원 특활비 상납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며 적폐청산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국정원 특활비가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의원들에게도 흘러들어갔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여권 내부도 검찰 수사 방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특활비가 전 정부만의 문제가 아닌 데다 관례적으로 전달된 측면이 있다. 검찰의 수사 대상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에선 “검찰 개혁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이 전병헌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정치권에 대한 동시다발 수사로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을 빼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일각에는 현 정부 출범 직후 최우선 개혁 대상으로 꼽힌 검찰이 적폐청산의 선봉장으로 나서면서 청와대의 검찰 개혁 의지가 느슨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검찰이 적폐청산의 일등공신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에 집중된 힘을 분산시키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靑 “검찰 개혁 내년부터 본격화”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지켜보고 있는 청와대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선 검찰을 그대로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검찰의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뜻이 하늘처럼 무겁다”며 공수처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또 지난달 20일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꼭 해야 할 일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못 박았다.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은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 위상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사안들이다. 국회와 법무부에 따르면 공수처 관련 법안은 21일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청와대가 경찰의 인권 보호 기능 강화를 전제로 내건 만큼 경찰 인사 등 조직 정비가 완료된 뒤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 개혁은 관련 제도 정비가 마무리되면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野 “법무부 특활비 조사” 자유한국당은 검찰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수사를 정치 쟁점화할 태세다.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국회 법사위 차원의 청문회를 열어 진실을 규명하겠다. 책임자를 색출하여 엄중 처벌하고 만약 여의치 않는다면 국정조사까지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18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권의 충견이 돼 댓글 수사만 하는 소위 댓글 하명수사 전문 정치 검사들만이 검사들의 전부인 양 설치는 지금 검찰이 참으로 보기 안쓰럽다”고 썼다. 이어 “검찰로부터 매년 100억여 원의 특활비를 상납 받았다는 법무부도 같이 처벌하는 것이 형평에 맞다”고 맞불을 놓았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대검찰청은 예산권이 없어 법무부 예산 중 일부를 검찰국에서 대검찰청에 내려 보내는 구조다. 특활비도 법무부 특활비를 일부 검찰이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예산을 법무부로 상납한다는 표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사업비 중 일부를 법무부 검찰국에서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예산으로 편성할 수 있는 돈을 굳이 특활비로 편성해 불투명하게 쓰냐는 것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 특활비도 결국 누가 어디에 얼마를 쓰는지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라며 “오해가 없도록 특활비가 꼭 필요한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박훈상·황형준 기자}

검찰 수사가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수사 대상인 현직 의원은 자유한국당 친박(친박근혜) 최경환, 원유철, 이우현 의원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검찰 소환에 앞서 사퇴했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친박 핵심인 최 의원이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 1억 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최 의원은 2014년 하반기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낼 당시 국정원 측에서 직접 특활비를 받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당시 이병기 국정원장이 최 의원에게 특활비 1억 원을 주도록 결정하고 지시한 정황을 확보했다. 최 의원은 측근들에게 “황당하다. 국정원이 무슨 돈을 갖다 주고 그랬겠느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는 유명 인테리어 업체 대표 안모 씨(48·구속)에게서 7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의원을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이 의원은 “딸 결혼식 문제로 7000만 원을 빌렸다가 이자까지 더해서 갚았다”고 해명했다. 또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종오)는 15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원 의원의 경기 평택시 지역구 사무실과 회계 담당자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원 의원은 “어떠한 불법 정치자금도 수수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전 수석은 롯데홈쇼핑의 채널 재승인 로비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2015년 롯데홈쇼핑이 한국e스포츠협회에 낸 후원금 3억 원을 돈세탁한 조직폭력배 배모 씨와 전 수석이 통화한 기록을 확보했다. 통화 시점은 조폭 ‘구로구 식구파’ 배 씨가 세탁한 현금 8000만 원을 승용차 안에서 전 수석의 당시 보좌진에 전달한 지 4일이 지난 때였다. 전 수석은 16일 사의를 표명하며 “그 어떤 불법 행위에도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17일 새벽 국정원 특활비 청와대 상납 혐의를 받고 있는 남재준, 이병기 전 원장은 구속됐지만 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구속을 면했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남, 이병기 전 원장에 대해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히면서도 이병호 전 원장에 대해선 “도망과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송찬욱·문병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북핵 문제에 대해 “일단 대화에 들어간다면 모든 방안을 열어놓고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금 단계에선 북한을 제재하고 압박하는 강도를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며 북한이 대화 복귀를 선언할 때까지는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동남아 순방 마지막 날인 이날 필리핀에서 동아시아정상회의(EAS)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핵 협상 과정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할 수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 구체적인 방안을 묻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대화의 끈이 조성돼야 대화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추가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에 복귀하려는 분명한 신호를 보여야 보상 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어 문 대통령은 “북핵·미사일이 고도화된 상황에 비춰보면 단숨에 북핵 폐기로 가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북핵을 동결시키고 그 다음에 완전한 폐기로 나아가는 식으로 협의가 돼 나간다면 상응해서 우리와 미국,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 것인지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핵동결로 북핵 협상의 입구에 들어서면 북한과 중국이 요구하고 있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수용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인도 태평양 전략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며칠 전까지 청와대, 외교부가 이 전략에 대한 대응에 혼선을 빚은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인도 태평양 협력의 축으로 하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취지를 처음 듣는 우리로서는 정확히 알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인도 태평양 구상이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안보협력에 동참할지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철회를 재차 주장한 것에 대해선 “사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일단 사드 문제는 제쳐두고 양국 관계는 별개로 정상화,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합의한 셈”이라고 밝혔다. 또 “다음 달 있을 방중이 양국 관계 발전에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동남아 순방 성과에 대해 △신남방정책에 대한 아세안의 지지 확보 △한중 관계 정상화 △북핵 문제에 대한 지지 확보를 꼽았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근 현 정부의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정치 보복’이라고 비판한 것과 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거취 등 국내 현안에 대해선 질문을 받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국내 문제 말고 순방이나 외교 문제에 대해 질문을 받겠다”고 선을 그었다. 마닐라=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아시아 순방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귀국에 앞서 한국 방문을 호평했다. 그는 이날 필리핀 마닐라에서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8일 국회 연설을 언급하며 “외국인은 의사당 안에서 좀처럼 연설할 기회가 없다고 알고 있다. 한국은 우리에게 아주 잘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과 무역, 그리고 많은 것들에 대해 대화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는 북한 문제를 가장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에 대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았던 12일이었고, 다수의 최고위급 친구들을 사귀었다”면서 “엄청나게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 및 무역과 관련해 15일 발표하겠다고 했던 중대 성명에 대해선 “수행 기자들의 피로를 참작해 15일 또는 16일에 발표할 수 있다”고 정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고 있는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와 한-아세안 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도 14일 폐막과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내용의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AS에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발언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마닐라=문병기 weappon@donga.com / 주성하 기자}
신(新)남방정책을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미래공동체 구상’을 제시하고 “사람 중심의 평화공동체를 만들어 가자”고 밝혔다. 아세안과 경제는 물론 안보 협력도 4대 강국 수준으로 확대해 미국과 중국 중심의 외교를 벗어난 ‘균형외교’를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기업투자 서밋 연설에서 “아세안과 한국은 서로 중요한 동반자다. 식민 지배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 민주화와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인도 태평양 구상,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으로 아시아 내 주도권 경쟁에 나선 가운데 비(非)패권과 성장경험 공유를 바탕으로 아세안과의 협력관계를 ‘공동체’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극동지역을 대상으로 한 신북방정책과 인도, 아세안을 잇는 신남방정책을 통해 지도상에서 ‘J’자 형태로 그려지는 평화와 번영 축을 구축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균형외교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의에서 아세안과의 미래공동체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선 굳건한 안보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북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정착에 아세안 회원국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또 기업투자 서밋에서 아세안과의 4대 중점 협력 분야로 △고속철도 건설 등 교통 △발전소 건설 및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상수도사업 등 수자원 관리 △스마트시티 등 스마트 정보통신 분야를 제시했다. 아세안 회원국의 고속철도와 에너지 분야는 현재 중국과 일본이 장악하고 있는 분야다.마닐라=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꽃이 한 송이만 핀 것은 아직 봄이 아니다. 온갖 꽃이 함께 피어야 진정한 봄이다.”(문재인 대통령) “봄이 오면 강물이 먼저 따뜻해지고 강물에 있는 오리가 따뜻한 봄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 있다.”(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동남아시아를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리 총리와의 회담에서 이 같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문 대통령이 양국 경제·문화 교류 관계를 조속히 전면적으로 정상화하자고 촉구한 데 대해 리 총리는 관계 정상화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중국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리 총리와 만난 것은 처음이다. 이날 회담은 당초 예정됐던 시간을 20분가량 넘긴 50분간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구보 진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말이 있듯이 그간 아쉬움을 기회로 전환시키고 서로 지혜를 모은다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빠른 시일 내에 실질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중국 ‘고금현문’의 ‘일화독방불시춘 백화제방춘만원(一花獨放不是春 百花齊放春滿園)’을 인용했다. 시 주석이 2014년 방한 전에 한중 관계를 강조하며 인용한 말이다. 고개를 끄덕이던 리 총리는 “중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며 ‘춘강수난압선지(春江水暖鴨先知)’라는 중국 시인 소동파의 시구로 맞받아쳤다. 리 총리는 “예민한 문제를 단계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적극적인 진전이 이뤄졌다”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합의를 우회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마닐라=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꽃이 한 송이만 핀 것은 아직 봄이 아니다. 온갖 꽃이 함께 피어야 진정한 봄이다.”(문재인 대통령) “봄이 오면 강물이 먼저 따뜻해지고 강물에 있는 오리가 따뜻한 봄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 있다.”(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동남아시아를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리 총리와의 회담에서 이 같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문 대통령이 양국 경제·문화 교류 관계를 조속히 전면적으로 정상화하자고 촉구한 데 대해 리 총리는 관계 정상화을 위한 한국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중국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리 총리와 만난 것은 처음이다. 이날 회담은 당초 예정됐던 시간을 20분가량 넘긴 50분간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구보 진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말이 있듯이 그간 아쉬움을 기회로 전환시키자”고 했다. 또 중국 ‘고금현문’의 ‘일화독방불시춘 백화제방춘만원(一花獨放不是春 百花齊放春滿園)’을 인용했다. 시 주석이 2014년 방한 전에 한중 관계를 강조하며 인용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모든 분야의 교류 협력이 각양각색의 꽃을 활짝 피우면서 양국 국민이 한중 관계가 진정한 봄을 맞이했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했다. 고개를 끄덕이던 리 총리는 “중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며 ‘춘강수난압선지(春江水暖鴨先知)’라는 중국 시인 소동파의 시구로 맞받아쳤다. 오리가 따뜻한 봄을 체감하려면 강물이 먼저 따뜻해져야 한다는 말로 한중 관계 정상화를 위해선 한국의 지속적이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한 것. 리 총리는 “예민한 문제를 단계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적극적인 진전이 이뤄졌다”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합의를 우회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중국 내 한국 기업이 생산한 배터리 보조금 제외와 반덤핑 수입규제 제외 등 사드 보복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중국의 보복 조치를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배터리 보조금 문제는 7월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 미팅에서 문 대통령이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인한 피해를 묻자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이 언급한 내용이다. 문 대통령은 또 미세먼지에 대한 양국 공동대응과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발전과 양국 금융협력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제안했다. 이에 리 총리는 “중한 관계는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추운 겨울이 지나고 훨씬 따뜻한 봄을 맞을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다만 사드 보복 철회 요청에 대해선 “배터리 문제와 금융문제 등은 배석자 중에 책임자가 있으니 앞으로 계속 협의하자. 실질적 논의 전망은 밝다”고 했다. 현안 해결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는 않은 셈이다. 미세먼지 대응에 대해선 “양국이 과학적으로 이 문제를 봐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리 총리는 북핵 문제에 대해선 “(북한이 추가 도발을 억제하고 있는) 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대화 재개 여건을 조성하는 등 국면 전환을 위한 창의적 해법을 마련키 위해 노력하자”고 합의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을 감행하지 않도록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고 한국이 불필요한 군사적 압박을 자제하는 등 한중이 공조해 적극적으로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추진하자는 것. 특히 ‘창의적인 해법’ 마련에 합의한 것도 주목을 끌었다. 중국이 북한의 추가도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에 중단하는 ‘쌍중단’을 제시하는 반면 미국이 북한의 핵폐기를 대화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상황에서 한중이 대화 국면 전환을 위한 새로운 해법을 함께 마련해보자는 것. 또 미국이 6자 회담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한중이 북핵 해결을 위한 새로운 협의틀을 마련하는 방안 역시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 대통령과 리 총리는 이날 바둑을 공통관심사로 환담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먼저 “리 총리가 바둑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하면서다. 특히 문 대통령과 리 총리는 11일 노영민 주중대사와 중국의 창하오(常昊) 9단과 팀을 이루고 추궈홍(邱國洪) 주한 중국대사와 이창호 9단이 팀을 이뤄 치른 대국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마닐라=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1일(현지 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베트남 다낭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문 대통령의 다음 달 방중을 통해 북핵 해법 등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포괄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한중 관계가 일시적으로 어려웠지만 한편으로는 서로의 소중함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자”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한 관계와 한반도 정세는 관건적(중요한) 시기에 있다. 오늘 회담은 양국 관계 발전과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중 정상은 양국 관계 정상화와 문 대통령의 다음 달 중국 방문에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에 시 주석을 초청했으며 시 주석은 “최대한 노력하겠다. 문 대통령과 저의 상호 왕복을 통해 중한 관계를 이끌어 가자”고 제안했다. 또 북핵 문제를 ‘대화를 통한 평화적 방식’으로 해결하기로 하고 각 분야에서 양국 간 전략대화를 강화하기로 했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양 정상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합의를 평가하고 한중이 모든 분야에서 교류 협력을 정상궤도로 회복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새로운 출발이고 좋은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시 주석은 “중대한 이해관계의 문제에 관해 양국은 양 국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재차 사드 철회 등 문 대통령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사드는 중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시 주석은 같은 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도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개선에 합의했다. 중일 정상은 연내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하기로 했다.다낭=문병기 weappon@donga.com / 유근형 기자}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은 4개월 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나란히 붉은색 넥타이를 맨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회담 분위기에 대해 “거의 만점”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시 주석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철회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불씨를 남기기도 했다.○ 일단 한중 관계 정상화는 합의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예정된 시간을 20분가량 넘긴 50분간의 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궁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평화적 방식으로 해결하자”는 데 합의했다. 또 한중 간 북핵 등 전략 대화를 위한 새로운 협의체도 구성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하지 않았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베트남에 합류해 양제츠(楊潔호) 국무위원과 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리더십 강화를 천명한 이른바 ‘시진핑 사상’도 언급됐다. 시 주석은 “오늘 회담이 한반도 문제에 있어 양측 협력과 리더십 발휘에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의) 새 시대 비전 실현 과정에서 한중관계의 새 시대를 열어 나가자”고 말했다. 두 정상은 북핵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엔 동의했지만 구체적 해법은 여전히 이견을 보였다. 시 주석은 북한 도발 중단과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 중단하는 이른바 ‘쌍중단(雙中斷)’ 해법을 강조했다. “한국이 북한과 다시 대화와 접촉을 시작하고 화해와 협력을 회복하길 권한다”고도 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북한이 추가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 복귀를 선언하면 단계적으로 보상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도발에 나서지 않는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안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일단 한중 정상이 관계 복원을 공식화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노영민 주중 대사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모든 문제가 완전하게 해소됐다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한중 관계가 사드 문제로 야기됐던 어둡고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 ‘봉인’된 사드 문제 다시 꺼낸 시 주석 하지만 시 주석이 회담에서 당초 예상과는 달리 사드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청와대는 회담 후 사드 문제에 대해 “두 정상이 지난달 발표한 합의문을 평가했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와 관련한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한국에 (사드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와 결정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사드 문제에 대해 “중대한 이해관계 문제에서 양측이 역사적 책임에 바탕을 둬 중한 관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양국 인민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 봉합에 따른 한중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면서도 종국적으로는 한국이 사드를 철수해야 한다는 압박도 빼놓지 않은 것이다. 이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시 주석의 발언은 기존 합의문의 입장과 같다. 사드 문제를 두고 이제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이 중요하다는 취지”라며 진화에 나섰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 주석이 사드 철회 입장을 당장 거두긴 어렵다. 오히려 사드 문제를 봉인하기로 한 합의가 본인 의지라는 점을 확인해준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초 회담 의제로 다루지 않기로 한 사드 문제를 시 주석이 재차 거론한 것을 두고 지난달 사드 합의 과정에서 중국이 요구했던 사드 추가 배치 불가 등 이른바 ‘3노(NO)’ 이행을 한국에 압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 주석과의 회동을 마친 문 대통령은 12일 ‘아세안+3’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필리핀 마닐라로 이동했다. 다낭=문병기 weappon@donga.com / 한상준 기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한미, 미중 정상회담에 이은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한중 정상회담이 11일(현지 시간) 오후 열린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베트남 다낭에서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달 말 한중 관계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봉합한 후 처음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중일 아시아 순방 외교 직후 열리는 것이어서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올 하반기와 내년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이 만나는 것은 7월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넉 달여 만이다. 첫 회담에서 두 정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북핵 문제 등에 대한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에 기대를 걸고 있다. 우리 정부는 10일 베트남 다낭에서 중국 측과 실무회의를 열고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했다.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는 전날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방문해 북한의 비핵화와 한중 관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다낭에서 브리핑을 갖고 “한중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하고 미래지향적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드 등 한중 관계의 걸림돌이 됐던 사안은 대화 테이블에 오르지 않고 북핵 문제와 양국 간 경제 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방한으로 한미 북핵 공조를 재확인한 문 대통령은 중국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더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연내 중국 방문과 시 주석의 내년 초 방한 일정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문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쩐다이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아세안 국가와의 협력 확대를 핵심으로 한 ‘신남방정책’을 내놓은 문 대통령은 북핵 공조와 양국 교류 확대를 당부할 예정이다. 다낭=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한상준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부터 자유무역을 확대하고 포용적 성장을 이뤄내자고 제안한다.”(문재인 대통령) “세계화를 위해 더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더 공평하고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APEC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베트남 다낭에 도착한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한목소리로 자유무역과 포용적 성장을 강조했다. 1시간여 차이를 두고 나란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 정책으로 높아지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기류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11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7월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가진 첫 만남 이후 넉 달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순방에 이어 열리는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동북아 외교 ‘슈퍼위크’의 화룡점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드 갈등 넘고 만나는 韓中 정상 “문재인 정부 들어 중국과의 관계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베를린 회동도 사드만 제외하면 나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같이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대 걸림돌이었던 사드 논란이 일차적으로 해소된 만큼 양국이 갈등을 빚을 특별한 이슈가 없다는 것이다. 장기 집권체제를 공고히 한 시 주석이 향후 골칫거리인 북핵 문제 해결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중국 내부의 분위기도 이 같은 청와대의 기대를 뒷받침하는 양상이다. 중국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일본과 추진하는 ‘인도 태평양 전략’에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을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중국은 이를 자신들의 굴기를 막아 아시아 내부의 패권국가로만 국한시키려는 미국의 ‘중국 봉쇄(containment) 정책’으로 이해하고 있다. 시 주석은 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인도 태평양 정책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태평양은 중미 양국을 받아들일 만큼 충분히 넓다”며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시 주석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북 압박을 지속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양해를 얻었다.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문 대통령과 협력의 여지가 이전보다 커졌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압박 속에 사드 경제 보복 해제로 경제협력 여지가 커진 점도 긍정적이다. 문 대통령은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와의 대화에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조속한 체결을 위해서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CEP는 중국이 주도해 추진하는 아태지역 최대의 자유무역협정이다.○ “장밋빛 낙관론은 경계해야” 우려도 그러나 양국 간 논란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사드 추가 배치는 없고,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3NO’ 원칙을 다시 꺼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3NO 원칙은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과 충돌하는 면이 적지 않다. 청와대가 인도 태평양 전략에 거리를 두면서도 협력 여지를 남겨 놓은 만큼 문 대통령으로서도 고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또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만남에서 실효적인 대북 제재와 해법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한상준 alwaysj@donga.com / 다낭=문병기 기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의 관계를 4대국 수준으로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 신남방정책에 대해 잘 다뤄 달라.”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오후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한 뒤 취재진이 모인 프레스센터를 방문해 신남방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수행 기자단이 모인 프레스센터를 찾은 것은 처음이다. 아세안과의 협력을 확대해 이른바 주요 2개국(G2·미국 중국) 중심의 외교를 탈피하는 균형외교를 본격화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아세안 독트린’으로 균형외교 시동 문 대통령은 비즈니스포럼 기조연설에서 “아세안과의 협력 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신남방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신남방정책의 목표도 구체화했다. 지난해 1188억 달러 수준이던 아세안과의 교역 규모를 2020년까지 200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는 것. 3년 내에 아세안과의 경제 관계를 현재의 중국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특히 문 대통령은 ‘비(非)패권’을 한국과 아세안의 공통점으로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강대국은 패권주의적 성향을 갖는 경우가 없지 않지만 한국은 강대국이 아니다. 비슷한 처지이기 때문에 아세안 국가에 아주 편한 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동병상련’을 강조하며 신남방정책을 통해 한국과 아세안이 ‘비패권 연대’를 구축하자고 강조한 것이다. 청와대는 신남방정책을 문 대통령의 외교 구상인 ‘균형외교’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열쇠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에 순방하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V.I.P.’라고 강조한 청와대는 내년까지 인도와 나머지 아세안 주요국을 방문해 나라별 맞춤형 정책을 내놓으며 문 대통령의 ‘아세안 독트린’을 완성할 계획이다. ○ 닮은꼴 文-조코위, 방산-자동차 협력 강화 문 대통령은 오후에는 보고르 대통령궁에서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에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이날 19억 달러의 교통·인프라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14건의 MOU를 체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인도네시아가 추진하고 있는 아세안 최대 자동차 생산·수출국 비전에 한국이 최적 파트너”라며 자동차 분야 협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저와 조코위 대통령은 공통점이 많다. 서민 가정에서 태어나 가난한 삶을 살았고 늦게 정치를 시작했다”며 친근함을 과시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함께 시장을 방문하는 것도 좋겠다”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 직접 카트를 운전해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쇼핑몰로 안내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전통의상인 ‘바틱’을 선물하고 함께 냉차를 마시기도 했다. 자카르타=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청와대가 미국과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인도 태평양 전략’ 참여 여부에 대해 “좀 더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이 일본의 제안을 받아들여 새롭게 들고 나온 아시아 전략에 한국이 동참할지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자 진화에 나선 것. 하지만 이를 두고 정부 내에서도 표현과 반응이 엇갈리고 있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김현철 대통령경제보좌관은 9일 “일본이 인도 태평양 라인으로 미국, 일본, 호주, 인도를 연결하는 외교적 라인을 구축하려고 하지만 우리는 편입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인도 태평양 전략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공동 추진하기로 한 외교 전략.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선 주로 ‘아시아태평양 전략’이라고 표현해 왔다. 전날 발표된 한미 정상회담 공동 발표문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동맹이 인도 태평양 지역의 안보, 안정과 번영을 위한 핵심 축임을 강조했다”는 문구로 반영돼 있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발표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했다는 것이지 우리가 동의했다는 것은 아니다. 현 단계에서 수용한다고 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인도 태평양 전략에 대해 “우리 정책 방향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들이 있다. 가능한 협력 방안 등을 모색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적극 동참은 아니지만 에둘러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청와대는 외교부의 입장을 반영해 “공동의 전략적 목표를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 적절한 지역 개념인지에 관해 좀 더 협의가 필요하다”고 공식 서면 입장문을 냈다. 결론을 내리지 않았지만 협력의 여지를 열어뒀다.자카르타=문병기 weappon@donga.com / 신나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정부는 아세안과의 협력 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신(新)남방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세안 지역과의 경제 교역 활성화는 물론이고 외교안보 협력을 적극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자카르타 리츠칼턴호텔에서 열린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아세안과 한국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4대국(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사람(People) 공동체, 평화(Peace) 공동체, 상생번영(Prosperity) 공동체”라는 ‘3P’ 전략도 제시했다. 청와대는 9월 문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밝힌 ‘신북방정책’과 이번에 발표한 ‘신남방정책’을 통해 외교의 다변화와 새로운 경제 채널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신남방정책’을 인도네시아에서 발표한 것은 인도네시아가 아세안의 중심 국가라는 점이 고려됐다. 문 대통령은 양국 간 경제협력 틀 복원, 협력 분야 다각화, 기간산업 분야 협력, 사람 중심 경제 협력 확대, 중소기업 협력 사업 지원 확대, 교역 품목 확대 등 인도네시아와의 6가지 중점 과제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세안 국가들과의 교역을 현재 중국 수준으로 대폭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문 대통령은 또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비전성명을 발표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성명에서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 조성에 한국의 주도적 역할과 남북 대화를 복원하려는 문 대통령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자카르타=문병기 weappon@donga.com / 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