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박성진 기자

동아일보 디지털랩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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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역사가 되는 시간동안 가장 소중한 것은 결국 사람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연이 닿아 시간을 공유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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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8~202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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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행복도 주저 말고 표현하세요… 행복이 더 커져요”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서 행복합니다.” 프로야구 한화의 안방인 대전야구장에서 주요 승부처마다 이 노래가 울려 퍼진다. 이기고 있을 때나 지고 있을 때나 마찬가지다. 응원가가 처음 만들어진 2011년 무렵엔 패색이 짙을 때 이 노래가 나오면 화를 내는 팬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후 이 노래는 패배에 지친 한화 팬들을 치유하는 위로가 됐다. 한화의 응원단장 홍창화 씨(35)는 “처음 ‘행복하다’라는 응원가가 나왔을 때 팬들이 쑥스러워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팬들이 이 노래를 힘차게 부를 때가 가장 행복해 보인다”고 말했다. “나는 행복하다”고 대놓고 말하는 데 익숙한 이는 많지 않다. 좋은 감정을 느껴도 이를 억제하고 숨기는 게 몸에 밴 탓이다. 겸양지덕(謙讓之德)을 미덕으로 삼는 전통문화의 영향이다. 군사정권 시절 일부에서는 ‘행복하다’라는 말 자체를 금기시하기도 했다. ‘배부른 사람, 부르주아, 나만 잘 먹고 잘사는 사람들’이나 쓰는 말이라는 편견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행복을 말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시대가 됐다. ○ 표현할수록 커지는 행복 성장의 시대를 넘어 행복의 시대로 가기 위해선 ‘행복하다’라는 표현에 친숙해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개인의 행복감 표현을 억누르는 사회 분위기에선 진정한 행복을 찾기 어렵다. 한화 팬들이 ‘행복하다’라고 함께 노래를 부르면 행복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처럼 긍정적 감정이 생기면 이를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행복감이 배가될 수 있다는 얘기다. 동아일보는 동아행복지수(동행지수)에서 나타난 한국인의 행복지도를 바탕으로 딜로이트컨설팅,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팀, 대한신경정신건강의학회와 함께 ‘행복 표출하기’처럼 작지만 우리의 삶을 크게 바꿀 수 있는 ‘행복 10대 제언’을 마련했다. ‘행복감 표현하기’의 효과는 의학적으로도 입증됐다. 행복, 즐거움 등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면 과거의 즐거운 기억을 저장하는 뇌의 해마, 감정을 조절하는 뇌 전두엽을 자극한다. 이때 신경전달물질인 세라토닌이 더 많이 분비돼 행복한 감정이 증폭된다. ‘행복하다’라고 말할수록 ‘행복 호르몬’이 더 생성되는 것이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기분이 나쁠 때 행복을 강요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지만 행복한 감정을 느낄 때 이를 깊이 음미하고 표출하면 일종의 자기최면 또는 자기암시 효과가 나타나 행복의 총량이 커진다”고 말했다.○ 비교 분노를 넘어 나에게 집중하기 ‘행복 10대 제언 선정단’은 한국인의 행복을 가장 크게 저해하는 ‘비교하는 습성’을 버리는 게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나의 행복을 내 안에서 찾는 작업이 1차적으로 필요하다는 것. 선정 작업에 참여한 곽금주 교수는 “한국인은 일제강점기에는 생존에 대한 분노, 경제성장기에는 성장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는데, 21세기에는 상대적 박탈감에 의한 비교분노에 휩싸였다”며 “진정한 행복을 위해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나의 행복을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전화기를 끄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한 달에 한 번 자신을 위한 선물하기 △한 달에 한 번 자원봉사 또는 기부하기 △10년, 20년 뒤의 내 모습을 그려보고 때때로 수정하기 등이다. 동행지수에 따르면 나를 위한 투자를 많이 할수록 행복했다. 특히 나를 위한 일 가운데 돈을 쓰는 것보다는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 행복 요인이었다. 나를 위한 소비를 적게 하더라도 시간을 많이 갖는 사람의 행복지수는 56.56점으로 소비는 많이 하지만 시간이 없는 사람(51.74점)보다 높았다. 장기적인 자신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것도 행복의 중요한 밑거름이다. 먼 미래를 계획하는 사람의 동행지수(59.06점)는 가까운 미래만 보는 사람(55.36점)보다 높았다. 30, 40대 또는 가정을 이룬 사람일수록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최신 기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69.09점)은 관심이 없는 사람(46.97점)보다 행복했다. 또 새로운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할수록 행복했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게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다.○ “전화 한 통으로 도전해 행복 찾기” 봉사, 기부 등 타인을 위한 삶이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행위’라는 편견도 걷어내야 한다. 동행지수에 따르면 봉사를 실천하는 사람(63.35점)은 그러지 않는 사람(49.51점)보다 행복감이 높았다. 특히 월소득이 300만 원 이상이지만 봉사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54.44점)이 300만 원 미만이지만 봉사하는 삶을 실천하는 사람(62.44점)보다 덜 행복했다는 결과가 눈길을 끌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남을 위해 마음을 열면 행복해지는 것이다. 강호권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은 “은퇴 후에나 봉사를 시작하려는 분들이 많지만 젊을 때부터 실천하지 않으면 은퇴 뒤엔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터넷에 ‘자원봉사’로 검색하면 수많은 단체가 나오는데 전화 한 통으로 새로운 삶에 도전해 행복을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 “믿을 수 있는 이웃 -정부 -의회… 스트레스 요인 적어” ▼행복도 1위 덴마크의 비결은… 신뢰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①미국 ②중국 ③덴마크 ④대한민국 정답은 ③번이다. 1973년 유럽에서 처음으로 행복도를 조사한 덴마크는 유엔의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 2012, 201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1년 중 9개월이 춥고 겨울에는 오후 3시만 되면 해가 지는 나라. 인구가 500만 명밖에 안 되는 덴마크 사람들이 가장 행복한 이유는 뭘까. 행복학자들은 덴마크의 행복 비결로 ‘신뢰’를 꼽는다. 가족, 이웃, 지역사회, 국가에 대한 강한 신뢰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원천이라는 거다. 덴마크 학자 게르트 팅고르 스벤센의 연구에 따르면 세계 86개국 중 덴마크 사람의 78%가 이웃을 신뢰한다고 답해 다른 나라의 평균(25%)보다 크게 높았다. 정부, 경찰, 사법부, 행정부 등 행정기관에 대한 신뢰도 역시 84%에 달했다. 토마스 레만 주한 덴마크대사는 “덴마크 사람들은 아이가 자고 있는 유모차를 건물 밖에다 두고 안에 들어가 일을 본다”며 “아무도 이 아이를 데려가거나 해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웃, 기업, 정부를 믿으면 스트레스 요인이 사라지고 투명성이 높아져 부정부패로 인한 비용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가 국민의 행복을 높이려면 덴마크처럼 국내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병섭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국내에선 국민 행복을 높이기 위해 불안(不安)과 불만(不滿)에만 집중하면서 불신(不信)에 대한 고민이 적다”며 “정부도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게 정책의 일관성, 목표의 현실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특별취재팀 △정치부=김영식 차장 spear@donga.com△산업부=정세진 기자 △정책사회부=유근형 기자△스포츠부=정윤철 기자 △국제부=전주영 기자△사회부=박성진 기자}

    • 201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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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행복’ 약속한 朴정부 정책, 국민 체감도는 낙제점

    ‘경제성장→국민행복?’ 그렇지 않다. 저성장, 빈부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이런 기대감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선진국들은 경제와의 직접 연계에서 벗어나 정부 차원의 ‘국민행복’ 목표를 제시하거나 ‘어떻게 하면 주관적 행복도를 향상시키나’에 대한 연구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흐름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 최초로 ‘국민행복’을 국정 목표로 내걸었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부터 핵심 공약에 ‘국민행복 10대 공약’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4대 국정기조 중 하나로 ‘국민행복’을 내걸고 △고용복지 △국민안전 △사회통합 △창의교육이라는 4대 세부전략과 65개 과제를 제시했다. 임기 중반을 지난 현재, 그 성적표는 어떨까.○ 행복도 높이는 효과 미미한 국민행복 정책 정부가 국민행복을 꿈꿨지만 그 효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동아일보가 ‘국민행복’ 국정과제에 속한 10개 정책을 전문가 그룹과 함께 점검한 결과다. 10대 정책과 관련해 ‘정책 그 자체로 얼마나 좋은 정책이었나’라는 질문에 6.7점(10점 만점)을 받았다. 하지만 ‘정책이 실제 국민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나’라는 평가항목에서는 4점에 그쳤다. 정책의 의미에 비해 실제로 국민의 주관적 행복을 높이는 효과는 미미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병섭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국민행복을 표를 얻기 위한 공약으로 제시하고 국정기조로 삼았지만 실제 내용에선 기존 정책과 차별성이 없었다”며 “처음부터 행복과 정책의 인과관계를 더 생각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한국인의 주관적 행복도는 더 떨어졌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2015년 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도는 158개국 중 47위(10점 만점에 5.984점)로 2013년(41위) 조사 때보다 더 떨어졌다. 2014년 캘럽헬스웨이의 웰빙지수에서도 한국은 117위로 전년(75위)에 비해 42계단이나 추락했다.○ 이름만 행복정책, 정책 신뢰에 부정적 영향 전문가들은 ‘국민행복’이라는 거시적 국정 목표와 세부 정책과의 연관성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행복과 동떨어진 정책들까지 행복정책으로 포장하면서 정책에 대한 신뢰만 깎아먹었다는 것. 특히 △국민안전 △사회통합 △창의교육 등 과제는 ‘국민행복’이라는 목표와의 연관성이 가장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회통합 과제는 국민행복에 미친 영향 측면에서 2.2점으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창의교육 과제도 이 부분에서 3.3점으로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한숭희 서울대 교수(교육학)는 “행복이라는 정서적 단어는 사회통합, 교육정책 목표로 삼기에 무리한 용어”라며 “이런 이상적인 목표가 해당 정책의 실천을 더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책 체감도가 비교적 높다고 알려진 고용복지 과제들도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박근혜표 복지의 대표 격인 기초연금(편안하고 활력 있는 노후생활 보장)은 정책 그 자체로는 7.4점을 받았지만, 국민행복과의 연결성 평가에서는 5.7점에 그쳤다. 고용률 70%, 임금피크제 등은 복지정책 중에서도 행복 체감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고용복지 분야의 경우 정책 구호는 거창했지만, 실행 과정에서 공약보다 내용이 축소된 경우가 많아 체감도가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절실한 행복정책 사후관리 전문가들은 ‘행복’이라는 포장지를 정책에 입힐 때엔 더욱더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적어도 행복정책이라고 이름을 붙이려면 주관적인 국민 행복과의 연관성을 점검해 차별화하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서초구의 간판정비사업과 같은 도시 외관 광고 총량제, 경기 파주의 ‘파주사랑’ 같은 녹지 사업, 저소득층 문화 스포츠 바우처 사업 등 큰 비용이 들지 않지만 실천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정책들에만 ‘행복’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형주 가천대 교수(건축공학)는 “국민안전 과제는 슬로건은 거창했지만 국민을 진짜 안심시킬 통계수치 제시, 세부 지침 공표, 홍보 작업이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각종 정책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이유를 정확히 분석하지 않으면 ‘행복’이라는 슬로건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려울 거라는 얘기다. ▼ “한국 사회가 나아갈 길 다시 생각하게 해줘” ▼본보 ‘동행지수’에 쏟아진 관심 “기사를 보면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누군가에게 ‘행복하냐?’라는 질문도 잘 안 하는 시대라고 생각했는데…. 대한민국이 어디를 향해 가야 할지를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였다.” 김충호 현대자동차 사장은 5회에 걸쳐 보도된 ‘2020 행복원정대 동아행복지수(동행지수)’ 시리즈를 읽은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대한민국이 치열한 경쟁을 하며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국민 행복’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번 기획을 보며 국회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좋은 정책과 법안으로 동행지수를 올리는 데 기여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행복한 개인이 없으면 경제성장, 민주화와 같은 기적도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동아일보의 기획에 감사한다. 나도 ‘행복파’ 정치인이 되고 싶다”라고 했다. 지역, 성별, 경제력 등과 행복의 관계를 상세하게 풀어낸 기사들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신혼부부가 서울의 전세금이 비싸 불가피하게 충남에 머문다는 내용을 보며 주무 장관으로 안타까웠다”며 “청년 주거 문제 해소를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국민 행복을 위해 뛰자는 이들도 있었다. 김인식 프리미어12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국가가 발전하려면 국민이 행복해야 한다. 이번 프리미어12 우승과 같은 좋은 성적으로 야구팬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시리즈에 대한 아쉬움과 조언을 해 준 이들도 있었다. 송길원 목사(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대표)는 “행복해지기 위한 좀 더 구체적인 실행법이 소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현대산업개발 회장)은 “국민이 스포츠를 즐기는 게 동행지수를 높이는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섭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한국적 특수성을 반영해 행복지수를 개발한 건 대한민국의 이정표를 제시한 셈”이라며 “앞으로 5년 동안 시리즈가 계속된다니 다양한 행복 추구법이 소개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특별취재팀 △정치부=김영식 차장 spear@donga.com△산업부=정세진 기자 △정책사회부=유근형 기자△스포츠부=정윤철 기자 △국제부=전주영 기자△사회부=박성진 기자}

    • 201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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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중한 아내”… 기혼男, 나이 들수록 행복감 커져

    결혼 15년 차인 중소기업 회사원 이형진(가명·43) 씨는 4세 연하인 아내와 결혼하기 전에 “아이를 낳지 말고 세상에서 흔적 없이 사라지자”고 약속했다. 부모에게 물려받을 재산도 없는 형편에 아이에게 좋은 아버지가 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혼 후 몇 년간 양가 부모님의 반대를 이겨낸 끝에 둘만의 자유를 얻었다. 처음엔 기쁨도 컸다. 연애 시절처럼 주말에는 마음대로 지역을 정해 여행을 다녔다. 주말이면 카드 할인 혜택으로 1000원에 조조영화를 봤다. 그사이 또래 친구들은 축 처진 어깨에 “애 보느라 잠 못 자서 피곤하다” “분유 값이 많이 나간다” “아내 신경이 아이에게 집중돼 있어 나는 찬밥 신세다”라며 불평했다. 그때마다 이 씨는 내심 ‘내 결정이 옳았다’고 믿었다. 그러나 30대 후반이 된 뒤 상황이 바뀌었다. 부부 싸움이 늘었다. 같은 회사원이던 아내는 “직장생활이 무료하다”며 우울증에 시달렸다. 이 씨는 “아이 때문에 힘들어하던 친구들이 3, 4년이 지나자 블로그에 ‘행복하다’며 자녀와 찍은 가족사진을 올리는 것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이 씨는 4년 전 시험관 아기로 어렵게 딸을 얻었다. 그는 요즘 퇴근 후 대문을 열자마자 아내에게 “우리 딸이 오늘 어떤 귀여운 짓을 했느냐”는 말부터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TV에 나오는 셰프(요리사)처럼 아내와 딸에게 직접 요리도 해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를 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다고 한다. 이 씨는 “젊을 때 경제적인 이유로 지레 겁을 먹고 아이를 빨리 낳지 않았던 게 후회된다”며 “가장으로서 어깨는 무거워졌지만 아이가 생기니 성격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이해심도 넓어져 이제야 참된 인간으로 성숙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 행복에 필요한 동반자 남자는 결혼을 해야 더 행복해졌다. 동아일보-딜로이트컨설팅 조사 결과 자녀가 있는 기혼 남성의 동아행복지수(동행지수)는 30대 54.70점에서 50대 62.52점으로 나이가 들수록 꾸준히 증가했다. 전 연령대 미혼 남성의 동행지수는 52.93점으로 한국인 평균(57.43)보다 낮지만 기혼 남성의 동행지수는 59.98점으로 높았다. 미혼 남성의 연령대별 동행지수는 20대엔 56.3점이지만 50대에는 43.11점으로 뚝 떨어졌다. 반면 50대 기혼 남성의 동행지수는 62.66점에 이른다. 자녀 양육이 힘들다지만 유자녀 기혼 남성은 나이가 들수록 행복감이 증가했다. 이나미 심리분석연구원장은 “사람은 누군가를 돌보고 책임감을 가질 때 오히려 행복감이 높아진다”며 “주변에 돌볼 가족이 없으면 상대적으로 행복감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남자를 웃게 만드는 것, 존중을 뜻하는 권위 자녀 양육비용이 평균 3억 원에 달하는 등 양육으로 인한 고통이 큰 한국의 특수 상황이 반영된 특이한 결과도 나타났다. 무자녀 기혼 남성이 유자녀 기혼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행복하다는 예상외의 조사결과가 나온 것. 특히 아내의 관심이 어린 자녀들에게 분산돼 본인이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고 느끼는 30대 남성의 행복도가 낮았다. 전업맘, 워킹맘에 관계없이 아내가 육아 스트레스를 남편에게 푸는 경향 때문에 30대 남편들은 직장과 가정에서 이중고를 겪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젊은 아버지들이 아내의 육아 스트레스를 해결해 주지도 못하고 회사 일을 포기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뜻”이라며 “주거비용, 교육비용 부담감에 아내와 어머니 사이 고부 갈등에 따른 스트레스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남자는 가정에서 권위가 서야 행복감을 느꼈다. 공기업에 근무하며 아내와 아들 둘을 부양하는 문의주 씨(48)는 “직장에서 자존심을 버려 가며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데 아버지가 권위가 있어야 한다는 건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고 말했다. 요즘 젊은이는 권위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아버지나 남편이 원하는 건 ‘권력’이 아닌 ‘존중’을 뜻하는 권위라는 것이다. ○ 최신 기술을 활용할수록 행복도 상승 결혼의 필요성과 준비 정도에 대한 미혼 남녀의 답변은 엇갈렸다. 결혼 적령기 남성은 나이가 들수록 결혼 준비는 덜 되어 있고 결혼할 필요도 없다고 답변했다. 반면 여성은 나이가 들수록 결혼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결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질문은 동행지수에 반영되진 않았지만 심층 설문 중 하나로 진행됐다. 남성은 여성보다 기술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최신 기술을 활용할수록 행복하다는 결과도 나왔다. 특히 50대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 원장은 “얼리 어답터는 비교적 개척정신이 강하고 진취적이며 자신을 위해 돈을 쓸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결혼해도 ‘썸’타는 남자들 ▼기혼녀 ‘썸 관심도’ 25% 줄어들지만 남성은 결혼 전후 별 차이 없어“본능적 관심” “바람기” 다양한 해석 “직장 여성은 잘 안다. 기혼남도 ‘썸’(남녀가 사귀기 전의 미묘한 감정을 뜻하는 말)을 찾는다. ‘오피스 와이프’를 두기엔 위험하니 ‘오피스 썸’을 타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직장 여성 이모 씨(29)의 얘기다. 기혼남의 썸에 대한 관심은 남녀 간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여성의 썸에 대한 관심도는 기혼 여성이 39.55점으로 미혼 여성(52.50점)보다 25% 줄었지만 남성의 경우 결혼 전(48.79점)과 후(46.81점)에 별 차이가 없었다. 이처럼 동아일보-딜로이트컨설팅이 분석한 올해 한국인의 행복 키워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썸이었다. ‘한국인의 행복 키워드’는 1년간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사용된 단어 2만여 개를 추출한 뒤 ‘행복’ ‘좋아요’ ‘만족스럽다’ 등과 함께 언급된 단어를 분석한 결과다. 20대∼30대 초반 미혼자에게만 행복을 줬을 것 같은 썸이 올해 전체 한국인의 행복 키워드에서 상위권인 7위를 차지했다. 썸과 행복에는 어떤 관계가 있었던 것일까. 우선 남성들의 절대적 관심도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썸에 대한 관심은 남녀를 불문하고 20대가 가장 높았다. 미혼, 기혼으로 나눌 경우 미혼 여성의 관심도가 미혼 남성보다 높았다. 하지만 기혼자들의 썸에 대한 관심은 남녀 간 성향의 차이를 확연히 보여준다. 남성의 썸에 대한 관심은 30대에 잠시 주춤하지만 이후에 다시 증가했다. 기업에 근무하는 남성 직장인 신모 씨(37)는 “남자들이 육아가 끝나고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 첫사랑을 떠올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기혼남에게 썸은 ‘한눈판다’의 유화된 의미”라고 말했다. 5년째 회사 생활을 하면서 결혼을 앞둔 장모 씨(32)는 “SNS에 많이 올라오는 ‘썸녀 만나러 갈 때 입을 옷’ ‘썸녀의 반응별 대처법’ 관련 글에 댓글을 다는 사람이 모두 미혼은 아닐 것”이라며 “결혼을 하더라도 그런 글들을 보면 관심이 가고 괜히 설레기도 한다. 모르는 여자와 썸을 타는 모습을 상상하는 남자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도 40대부터 관심도가 살짝 증가하지만 남성의 관심도 변화 폭에는 못 미쳤다. 동행지수 분석에 함께 참여한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20대 남성들이 결혼 부담으로 진지한 연애를 기피하고 있는 현상이 썸에 대한 높은 관심도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40, 50대의 경우 생활이 안정기로 접어들며 썸이 설렘과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데 역할을 한 것 같다”며 “남성은 본능적으로 이성에 대해 관심을 갖는 성향이 여성보다 강해 높은 수치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들 하나를 둔 40대 여성 김모 씨는 “애도 다 키워본 40, 50대 남자가 썸에 관심을 갖는 건 아마 SNS상에서 관음증이 발현한 것이 아닐까”라며 “그게 정말 ‘바람’의 의미라면 큰일이다”라고 혀를 찼다.특별취재팀 △정치부=김영식 차장 spear@donga.com△산업부=정세진 기자 △정책사회부=유근형 기자 △스포츠부=정윤철 기자 △국제부=전주영 기자 △사회부=박성진 기자}

    • 201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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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녀 다 컸으니 즐겨야죠”… 엄마의 청춘은 50대

    “30년 동안 잊었던 꿈을 요즘 다시 꿉니다.” 대구 달서구에 거주하며 자녀 넷을 둔 주부 석난희 씨(54)는 최근 서양 유화 수업에 등록했다. 인기 강좌라 대기자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지만, 기쁨의 크기가 결코 작지 않았다. 10대 시절 화가를 꿈꿨지만 20대에는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꿈을 접었기 때문이다. 20대 후반 결혼 이후에는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를 하느라 그림 그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자녀 4명을 다 키운 요즘은 석 씨의 ‘제2의 전성기’다. 남편과 자녀들이 각각 회사와 학교로 나선 뒤엔 석 씨는 동네 요가 수련원으로 ‘출근’한 뒤 친구들을 만나 점심시간을 즐긴다. 석 씨는 “네 명을 언제 다 키울까 했는데 올해 막내아들을 대학에 진학시키고 한시름 놓고 나니 육체적, 정신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이제 나를 위해 즐길 때가 됐다”고 말했다.○ 50대는 여성 인생 제2의 전성기 지난해 막내아들을 군에 입대시킨 한경아 씨(50·여)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가수 신승훈의 ‘광팬’인 한 씨는 올해부턴 더욱 활발하게 팬클럽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지난달, 9년 만에 신승훈의 정규 앨범이 나온 뒤 서울 공연(3회)을 3일 연속으로 다녀왔고 광주, 대구, 부산 지방공연도 모두 참석할 계획이다. 한 씨는 “팬클럽 활동은 내 30, 40대 아픔을 치유하는 만병통치약”이라며 “아들이 나의 활동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엄마의 인생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 줄 때가 더없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딜로이트컨설팅이 함께 조사한 동아행복지수(동행지수)에서 가장 행복한 집단은 50대 여성이었다. 50대 여성의 동행지수는 61.85점으로 한국인 평균(57.43점)보다 5점가량 높았다. 특히 자녀가 있는 50대 여성은 62.05점으로 더 많은 행복감을 느끼며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 30, 40대 엄마는 자녀와 직장생활로 바쁜 남편을 돌보느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데 50대가 되면 여기서 해방되며 행복감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20, 30대 행복의 열쇠는 친정 출산과 자녀 양육 부담이 높은 20, 30대 여성은 50대 중년 여성보다는 행복도가 낮았다. 하지만 친정과의 친밀도는 행복의 수준을 가르는 든든한 배경이었다. 친정과 친하지 않은 20대 기혼 여성의 동행지수(29.72점)는 친정과 친한 20대 기혼 여성(54.2점)의 절반가량으로 줄어들었다. 시댁과의 친밀도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보다 큰 수치다. 여섯 살, 세 살 된 아들을 두고 있는 경기지역 고교 교사 최지영 씨(38·여)는 “친정은 서울에 있고 시댁은 대구라서 물리적인 거리 차이도 있지만 친정 엄마와 가까운 게 여성이자 엄마로서 중요한 게 사실”이라며 “친정 엄마가 주중에 아이들을 돌봐주셔서 복직할 수 있었고 특히 애가 아플 때 정말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무자녀는 불행, 결혼은… 무자녀 기혼 여성은 한국인 평균보다 행복도가 낮았다. 30대까지는 동행지수가 오르다가 이후로는 점점 줄어들었다. 특히 50대 무자녀 기혼 여성의 동행지수는 한국인 평균보다 4점가량 낮았고 같은 세대 유자녀 기혼 여성보다 9점이나 뒤처졌다. 석 교수는 “30대까지는 부부 관계 중심으로 행복감이 유지되는데 40대에 접어들면 남편과의 관계가 아니라 자녀나 직업을 통해서 자기 성취감을 느낀다. 성취감의 대상이 없는 여성들은 마음 붙일 데가 없어 상당히 외로워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미혼 여성의 행복감은 40대에 잠시 낮아지지만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50대 미혼 여성의 동행지수는 75.42점으로 전 연령대의 미혼·기혼 여성을 통틀어 가장 높다는 특이점을 보이기도 했다. 석 교수는 “40대 미혼 여성은 성취감을 느끼면서도 기혼인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외로움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스스로 행복을 찾는 과정에서 남편보다는 ‘시스터후드(자매애)’를 지향하는 중년 여성의 특성 덕분에 20대처럼 여자 친구들이 늘어난다. 50대에 외로움이 해소되면서 최고조의 행복감에 이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30대땐 워킹맘, 40대땐 전업맘이 심리적 안정감 ▼워킹맘 업무보람-적응력 높지만 자녀 커가며 ‘좋은 엄마 콤플렉스’ 워킹맘은 30대엔 전업맘보다 행복하지만 40, 50대가 되면서 역전된다. 30∼50대 워킹맘과 전업맘의 동행지수를 분석한 결과 30대 워킹맘은 전업맘보다 자존감이 높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충만했다. 육아로 직장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희망하던 일을 하고 있었다. 업무 만족도, 사회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더 높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30대 직장인 기혼 여성의 경우 아이를 낳지 않았을 때의 자존감이 더 높았다. 자존감은 아이가 없는 30대 직장인 기혼 여성, 30대 워킹맘, 30대 전업맘 순이었다. 딜로이트컨설팅 권요셉 박사는 “30대 워킹맘은 갓 태어난 아이로 인해 불안감이 높아지고 가족생활에 대한 행복감, 가족친밀감은 낮아지는 흐름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40대에 워킹맘의 우위는 사라진다. 전업맘은 40대가 되면 심리적 안정감, 가족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 워킹맘의 우위 요소였던 자존감이나 긍정적 마인드는 전업맘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자녀가 10대에 들어서는 시기인 40대 워킹맘 대부분이 엄마의 역할이 부족하다는 감정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30대에는 가족생활에 대한 만족감이 전업맘보다 0.43점 낮은 데 그쳤지만 40대에선 격차가 5.71점으로 벌어진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며 중학생 딸, 초등학생 아들을 둔 이인영 씨(45·여)는 “학교에 들어간 자녀들이 엄마가 집에 없는 이유를 묻기 시작했다. 엄마로서의 죄책감은 갓난아기일 때보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더 커졌다”고 말했다. 40대 워킹맘은 자녀의 학업 성적에도 민감했다. 워킹맘이 좋은 엄마가 돼야 한다는 ‘엄마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30∼50대 워킹맘 중 월소득 200만 원 이하의 경우 심리적 만족도가 전업맘보다 낮은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워킹맘의 특징인 ‘희망하던 업무’라는 자부심이 눈에 띄게 낮아진 것. 동행지수 분석에 함께 참여한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가정과 경력 사이의 고민이 아니라 생계유지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워킹맘을 선택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소득계층별 차별화 정책을 실시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특별취재팀 △정치부=김영식 차장 spear@donga.com△산업부=정세진 기자 △정책사회부=유근형 기자 △스포츠부=정윤철 기자 △국제부=전주영 기자 △사회부=박성진 기자}

    • 201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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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의 첫번째 비밀 ‘돈보다 봉사’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2015년 을미(乙未)년 마지막 달인 12월. 한국인 상당수는 “그리 행복하지 않다”고 답할 가능성이 높다. ‘한강의 기적’이 상징하는 고도성장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2%대로 주저앉았다. 지속적 경제성장을 포기할 순 없지만 물질적 행복만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시대인 것이다. 성장의 새로운 단계를 앞둔 현재, 한국인의 주관적인 행복을 면밀히 측정하고 이를 개선할 행복정책 개발과 사회문화 변화가 절실하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이런 취지에서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길을 찾고자 한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컨설팅과 ‘동아행복지수(동행지수)’를 개발해 한국인의 행복을 조사했다. 본보는 올해 4월 1일 창간 95주년을 맞아 ‘엄마의 행복’을 주제로 ‘2020 행복원정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번에 조사된 평균 동행지수는 57.43점(100점 만점 기준)으로 낙제점에 해당하지만 동아일보 창간 100년을 맞는 2020년까지 매년 동행지수를 점검하고 이를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사업과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봉사활동을 하는 저소득 집단(월 300만 원 미만·62.58점)이 봉사를 하지 않는 고소득 집단(월 300만 원 이상·55.51점)보다 동행지수가 7점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결과를 주목한다. 동아일보는 이처럼 한국인의 삶에서 돈 외에도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행복의 비밀을 찾아내 한국인을 위한 맞춤형 ‘행복 10대 제언’을 제시할 계획이다. 한국 사회의 주축이 될 30대의 동행지수는 53.73점으로 20대(55.06점)는 물론이고 모든 조사 연령대(20∼50대)에서 가장 낮았다. 이번 분석에 참여한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6일 “한국의 30대는 초라한 현실의 모습과 이상적인 자아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점점 불행해지는 이른바 ‘쇼윈도 세대’가 됐다”고 분석했다. 특별취재팀△정치부=김영식 차장 spear@donga.com△산업부=정세진 기자 △정책사회부=유근형 기자 △스포츠부=정윤철 기자 △국제부=전주영 기자 △사회부=박성진 기자}

    • 201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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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행지수’ 어떻게 개발했나… 관계-업무 등 8개항 만족도 심층설문

    동아일보의 ‘동아행복(동행)지수’는 소득 직장 연령 등 객관적 지표를 토대로 개인의 심리적 안정과 인간관계 건강 등 주관적 요소를 포함해 개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유엔 등이 발표하는 기존 행복지수는 상당 부분 국내총생산(GDP) 같은 거시경제 지표를 바탕으로 평가한다. 이는 국가 간 비교에는 적합하나 실제 한 나라 국민 개개인의 심리와 행복을 분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최근 개인의 주관적인 행복을 측정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단순히 ‘행복하십니까’ 등 기분이나 상태를 묻는 방식이어서 전날의 감정 상태가 반영되곤 했다. 동행지수 개발은 딜로이트컨설팅과 박도형 국민대 교수(경영정보) 연구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석업체인 씨이랩의 협업으로 3단계로 진행됐다. 우선 개인의 주관적인 행복에 영향을 끼치는 8가지 측면에 대해 20∼50대 1000명을 온라인에서 심층 설문했다. 답변자의 취미나 특기, 소비지출 성향, 기술이나 사회 이슈에 대한 관심도, 봉사와 나눔의 태도도 세밀하게 물었다. 기혼 남녀를 대상으로는 본가와 처가, 시집과 친정의 관계 등도 설문에 포함해 최근 달라진 한국사회의 모습을 반영했다. 60대 이상은 SNS의 사용량이 적어 이번 분석에서 빠졌다. 동행지수는 최근 1년간 주요 뉴스 중 행복에 영향을 미친 이슈를 빅데이터 분석으로 선별했다. 인터넷 포털과 동아닷컴(dongA.com) 등 주요 언론사 사이트에서 관심도가 가장 높았던 뉴스를 뽑아 설문 응답자의 행복과의 상호관계를 측정하기 위해서였다. 세 번째로는 최근 한 달 동안 SNS상에서 행복과 관련된 다양한 추세를 뽑아냈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 연구팀은 6개월간의 작업에서 나온 결과를 토대로 동아일보와 함께 동행지수의 신뢰성과 그에 담긴 의미를 분석했다. 박 교수는 “이번 분석은 특정 기간에 한국인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 행복 관련 트렌드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동적인 조사”라며 “거시경제 지표의 발표시점과 상관없이 한국인의 현재 심리를 가장 잘 반영한 지수”라고 설명했다.특별취재팀△정치부=김영식 차장 spear@donga.com△산업부=정세진 기자 △정책사회부=유근형 기자 △스포츠부=정윤철 기자 △국제부=전주영 기자 △사회부=박성진 기자}

    • 201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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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 바늘구멍 뚫어도… “갈수록 삶 팍팍해지는 흙수저”

    “아이 셋과 놀러 가면서 가방 하나 달랑 들고 가는 비현실적인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도 자꾸 스스로와 비교하니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어요.” 기업 전산망 관리자로 일하는 김보길 씨(33). 수년째 이 일을 하고 있지만 조만간 직장을 옮겨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정보기술(IT)의 특성상 새로운 기술을 익힌 후배들이 들어오면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 아이가 태어난 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불안감은 더 커졌다. 김 씨는 “주식을 해 간신히 생활비를 보충하는데 대기업 신입사원 초봉이 4000만 원이 넘는다는 뉴스를 보면 할 말이 사라진다”며 “무엇 하나라도 만족해야 행복할 것 아니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취업’의 문턱을 넘어선 한국의 30대는 스스로를 가장 불행한 세대로 여기고 있다. 이들은 부모인 베이비붐 세대보다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랐다. 그럼에도 성장이 정체된 한국 사회에서 치열한 경쟁에 직면했다. 어릴 때의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동시에 스스로를 외부의 이상형과 비교하면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쇼윈도 세대’의 한 단면이다.○ 직장, 가정의 초보인 한국의 30대 동아일보와 딜로이트컨설팅이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 30대의 동아행복(동행)지수는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았다. 통상 나이가 들면 행복도가 높아지는 흐름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30대의 낮은 행복감은 구직활동에 대한 불안감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한 30대의 무직자 비율(24.1%)은 20대(61.0%)보다 훨씬 낮았다. 구직의 문턱을 넘어선 30대 직장인들이 현재의 삶과 업무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면 경제적 안정도는 다소 증가(4.64점)했다. 반면 여가와 인간관계에 대한 만족감은 각각 6.76점과 5.55점이 하락했다. 딜로이트 측은 “한국의 30대는 일을 통해 느끼는 경제적 만족도는 크지 않고 일을 하면서 희생을 요구받아 삶의 질 수준이 가장 낮다”고 해석했다. 한국 30대의 불안감은 10명 중 3명꼴에 이르는 비정규직의 불안감과 이들의 낮은 임금 수준과도 연관이 깊다. 통계청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32.5%인 627만1000여 명에 이른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도 계속 벌어져 올해 비정규직은 정규직 급여의 54.4%인 월 146만7000원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높은 전세금과 월세비용 등 주거 문제에서까지 어려움을 겪는다. 이번 조사에선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면서 전반적인 행복도가 개선됐다. 하지만 주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40대가 되면 경제적 안정에 대한 만족도는 오히려 30대보다 2.64점이 더 감소했다. 30대에 주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40대에도 삶의 행복도가 개선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 셈이다. ○ 불행한 ‘쇼윈도 세대’ 대기업을 다니던 아버지 밑에서 유복하게 자랐고 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박훈구(가명·35) 씨. 그는 요즘 세 번째 직장을 찾고 있다. 마케팅 업무로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그만뒀다. 맞벌이를 하지 않는 이상 연봉 4000여만 원으로는 아이를 키우고 집을 사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박 씨가 두 번째로 들어간 회사는 제조업을 하는 지인의 회사. 하지만 마케팅 업무를 하던 박 씨는 제조업에 적응할 수 없어 일을 그만뒀다. 그는 “고교 시절 공부를 못하던 친구는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아 주중에도 골프를 치며 여유롭게 사는데 학창 시절에 열심히 살던 나와 다른 친구들은 왜 이렇게 삶이 팍팍하고 힘든지 좌절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박 씨 같은 30대들은 자신의 현재 모습과 이상적인 자아와의 괴리에서 고통스러워한다. 이런 심리는 최근 유행한 이른바 ‘수저계급론’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부모의 재산에 따라 스스로를 금수저부터 흙수저까지로 나누는데 이는 자신의 노력만으로 넘어설 수 없는 불평등에 대한 반감과 한탄이 투영된 것이다. 최근 서울대생의 9급 공무원 합격을 둘러싼 찬반 논란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방의 9급 공무원에 합격한 서울대 여학생은 학교 게시판에 “월급 150만 원으로 시작하는 게 까마득하지만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9급 공무원을 선택했다”고 썼다. 이에 “서울대생이 어떻게 지방의 9급 공무원이 되느냐”는 논란부터 “아무리 취업이 힘들어도 (현실을) 인정하기 싫다”는 반응도 나왔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서울대생으로의 역할 모델과 현실 사이에서 적응하게 된 사례”라며 “한국 30대들이 획일적인 삶의 목표를 위한 비교의 함정에서 빠져나와야 자신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쇼윈도 세대 ::소유할 수 없는 화려한 물건이 즐비한 쇼윈도의 내부를 응시하며 외부에 서 있는 사람들의 심리를 묘사한 말. 현실과 이상적인 삶 사이의 괴리로 불만을 가진 한국의 젊은 세대를 의미.특별취재팀△정치부=김영식 차장 spear@donga.com△산업부=정세진 기자 △정책사회부=유근형 기자 △스포츠부=정윤철 기자 △국제부=전주영 기자 △사회부=박성진 기자}

    • 201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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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이 최고 가치” 응답한 20~40대, 행복지수 가장 높아

    세계 10위 수준의 경제력을 갖춘 한국은 국제기구의 종합적인 행복도 측정에서는 항상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유엔의 기대수명, 문자해독률 등 객관적 지표 조사에선 130여 개국 가운데 15위에 이르는 한국의 행복도는 개개인의 행복을 묻는 주관적 조사로 들어가면 94위로 떨어진다. 동아일보와 딜로이트컨설팅이 진행한 이번 동아행복지수(동행지수)는 심층 설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석을 통해 이런 수수께끼 같은 한국인의 속마음을 샅샅이 들여다봤다.○ “돈으로 경험을 사라” 한국인의 평균 동행지수가 57.43점을 기록한 가운데 남자(57.29점)와 여자(57.57점) 간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연령별로 보면 30대가 20대보다 동행지수가 낮고 연령대가 올라가면서 행복감은 다시 높아졌다. 딜로이트 측은 “행복도가 연령대에 따라 ‘U자형’을 보였다”며 “나이가 들면서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심리적으로 안정된다”고 분석했다. ‘경제적 부(富)’는 행복의 필요조건으로 나타났다. 고소득 집단(월 1000만 원 이상)의 동행지수(70.68점)는 가장 소득이 낮은 집단(월 100만 원 미만·50.54점)에 비해 20점 이상 높았다. 다만 돈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오히려 행복을 저해했다. 20∼40대에선 돈이 아니라 가족을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답한 이들의 행복감이 가장 높았다. 50대에선 건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집단이 행복했다. 어떻게 돈을 써야 행복에 유리할까. 김재휘 중앙대 교수(심리학)는 “소유하지 말고 경험을 위해 소비하라”며 “최소한의 부를 축적했다면 자아실현을 위해 소비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동안 SNS에서 인기를 끌었던 ‘국가별 중산층의 기준’이라는 글에서 한국인은 아파트 크기와 월급을 중산층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외국어를 하고, 악기를 다룰 줄 알며, 남들과 다른 요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중산층으로 제시했다. 프랑스에선 돈으로 경험을 사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을 중산층의 중요한 조건으로 본 것이다. ○ 황금연휴에 무관심한 기혼 여성 지역별 분석에서 전국에서 동행지수가 가장 높은 지역은 충남(60.11점)이며 부산(52.74점)이 가장 낮았다. 충남은 다른 지역에 비해 고용률이 높은 데다 지역 특유의 정서적인 안정감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딜로이트 측은 부산의 행복도가 낮은 이유를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이 전국 최하위인 데다 해운대를 중심으로 치솟는 고층 빌딩 속에서 부산 시민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고 분석했다. 결혼이 행복에 끼치는 영향도 흥미로웠다. 남녀와 연령을 구분하지 않으면 결혼을 한 사람(59.34점)이 미혼자(53.65점)에 비해 동행지수가 높았다. 하지만 미혼 여성은 40대에 행복감이 낮아지지만 전반적으로 행복했다. 특히 50대 미혼 여성의 동행지수(75.42점)는 전 연령대의 미혼 여성과 기혼 여성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 반면 미혼 남성은 20대(56.30점)를 거쳐 50대에 이르면 동행지수가 43.11점으로 뚝 떨어진다. ‘남자는 결혼을 해야 행복하다’는 속설이 입증된 셈이다. 1년간 트위터 등의 SNS에서 ‘행복’이나 ‘좋다’ ‘만족스럽다’ 등과 함께 언급된 단어는 황금연휴, 셀프인테리어, 다이어트, 셰프 등이었다. 설과 추석 등이 낀 황금연휴가 기혼 남성의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지만 기혼 여성의 관심은 크게 낮았다.○ 국민행복 정책 점검해야 정부가 국민의 행복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점검도 필요해 보인다.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 선거 당시 ‘국민행복 10대 공약’을 내걸고 복지 교육 국민안전 사회통합 등에서 65개 정책을 추진해왔다. 김병섭 서울대 교수(행정학)는 “대선공약으로 활용한 행복 정책들이 실제 국민의 삶과 관련된 만족도에 기여했는지 점검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리·사회학자들은 정책적 수단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변화가 있어야 근본적인 행복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타인과 비교하는 습성만 버려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고등학교만 나와도 살 수 있는 소득 균형과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개인의 삶에 집중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행복 인프라가 굳건해진다”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정치부=김영식 차장 spear@donga.com△산업부=정세진 기자 △정책사회부=유근형 기자 △스포츠부=정윤철 기자 △국제부=전주영 기자 △사회부=박성진 기자}

    • 201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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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녀교육 부담 벗어난 50대 “지금이 가장 행복”

    ‘살면서 단 한 번도 내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한 적 없었다. 학창 시절에는 좋은 대학에 가려고 애썼다. 지독히 가난했던 시절 빈곤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해서다. 법률가가 되고 싶었던 꿈은 접었다. 당장 먹고사는 것이 중요했다. 취미도 연애도 사치였다. 남들 부러워하는 직장에 들어갔지만 끝은 아니었다. 시골에 남아 있는 가족, 결혼해 새로 꾸린 가족의 기대는 어깨를 짓눌렀다.’ 직장인 박현호 씨(58)에게는 일이 삶의 전부였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 50대 중년 남성이 됐다. 처음으로 여유가 생겼다. 자식들은 대학 공부를 마쳤다. 작지만 집도, 저축한 돈도 좀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최근에는 등산을 시작했다. 주말이면 인근 무료급식소를 찾아 배식 봉사도 하고 있다. 박 씨는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딜로이트컨설팅 조사 결과 모든 연령을 통틀어 50대의 동아행복지수(동행지수)가 가장 높았다. 50대 남성(61.78)과 여성(61.85)의 행복지수는 전체 평균(57.43)에 비해 10점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영숙 부산대 교수(심리학)는 “지금의 50대는 급격한 산업화를 몸소 겪으며 끊임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이들”이라며 “어느 정도 삶의 여유를 찾기 시작한 지금 스스로 가장 행복하다고 평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경향은 60대로 접어들면 급격히 떨어졌다. 정 교수는 “자녀 교육 및 결혼 비용 등으로 여유자금을 소진한 60대는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기댈 곳 없이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했다. 행복에 대한 꿈을 잃는 다른 고비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아파트 경비원 등 보수가 낮은 직업으로 생활비를 버는 60대가 많아지면서 ‘노인빈곤’이 행복을 가로막는 제2의 걸림돌로 떠오른다는 분석이다.특별취재팀△정치부=김영식 차장 spear@donga.com△산업부=정세진 기자 △정책사회부=유근형 기자 △스포츠부=정윤철 기자 △국제부=전주영 기자 △사회부=박성진 기자}

    • 201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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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음란 왕국 ‘소라넷’ 운영진 추적… 폐쇄추진”

    경찰이 불법 성인사이트 ‘소라넷’의 실제 운영진을 추적하고 사이트 폐쇄까지 추진 중이다. 1999년 개설된 소라넷은 사진과 동영상 등 각종 음란물이 넘쳐나고 이 과정에서 몰래카메라 피해와 성매매 알선까지 이뤄지는 대표적 음란 웹사이트다. 그러나 서버가 미국에 있어 그동안 운영진 수사는 물론이고 사이트 영구 폐쇄도 어려웠다. 경찰청은 소라넷 수사와 관련해 “미국 측과 협의해 사이트 폐쇄를 검토하고 있고, 긍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앞서 강신명 경찰청장도 23일 국회 상임위에 출석해 이런 내용을 설명했다. 경찰은 2000년대 초반부터 소라넷을 꾸준히 추적해 왔다. 2004년 사이트 운영자 등을 무더기로 검거했지만 해외 체류 중인 운영자를 잡지 못했다. 한동안 침체상태였던 소라넷은 2009년 6월 트위터 열풍과 함께 다시 활성화했다. 소라넷 운영진은 사이트 차단에 대비해 일주일마다 바뀌는 사이트 주소를 트위터로 공지했다. 차단 그리고 새로운 주소를 통한 우회 접속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올해 소라넷 관련 수사를 다시 시작해 사이트에 음란 동영상 600여 건을 올린 안모 씨(37) 등 회원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그러나 사이트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커뮤니티 청원 사이트 아바즈에서는 9월 9일 10만 명을 목표로 ‘불법 성인사이트 소라넷 폐쇄와 관련자 전원의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을 시작했다. 청원서를 받는 사람을 강신명 경찰청장이라고 명시했다. 25일까지 청원에 동참한 사람은 7만5000여 명. 이들은 소라넷에서 몰카 영상 유통뿐 아니라 각종 성범죄 모의가 이뤄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이 사이트 회원이 올리는 음란물은 단순한 ‘야동(야한 동영상)’ 수준을 넘어선다.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고 성관계 장면이나 은밀한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해 공유하는 자료가 셀 수 없을 정도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소라넷은 불법 음란물 유통과 함께 성폭행 및 성매매 행태를 자랑하는 게시물이 등장하면서 기형적으로 성장했다”며 “단순 폐쇄에 멈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방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박성진 기자}

    • 201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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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국가가 국민 죽여… 권력 찾자” 선동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가 12월 5일로 예정된 ‘제2차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의 평화적 개최를 중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전날 화쟁위에 중재를 요청한 3개 안 가운데 하나다.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은 24일 오후 “화쟁위는 노동계에 이어 정부, 정치권과 대화하겠다”며 “12월 5일 예정된 집회가 시위 문화의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주최 측과 경찰, 정부가 참여하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로운 집회 시위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불교계뿐 아니라 범종교계가 함께 지혜로운 해법을 모색하자”며 다른 종교단체에 제안했다. 이를 위해 화쟁위는 중재 전담 소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기로 했다. 도법 스님은 “7명 정도로 구성될 소위원회는 범종교계 연대를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화쟁위는 한 위원장이 중재를 요청한 나머지 2개 안의 판단을 유보했다. 한 위원장은 2차 투쟁대회의 평화로운 진행과 함께 △정부와 노동자 대표의 대화 △정부의 노동법 개정 추진 중단 등의 중재를 요청했었다. 화쟁위는 연석회의 끝에 “현재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문제가 폭력적 집회 진행 및 대응이라고 판단해 이 문제를 먼저 중재하면서 판단하겠다”며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한 종단 관계자는 “이번 화쟁위 결정은 조계종 측의 부담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23일 자승 총무원장께서 ‘이번 사안을 화쟁위뿐 아니라 조계사와 신도,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해결하라’고 말씀하셨다”며 “사실상 화쟁위 논의는 종단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화쟁위가 어쩔 수 없이 ‘평화’라는 종교적 대의를 내세우며 최소한의 결론만 내렸다는 해석이다. 또 다른 종단 관계자는 “조계종 측에서 볼 때 정부와 노동계가 실제로 협상 테이블에 앉고 12월 5일 평화적 집회가 이뤄지면 크게 잃을 것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화쟁위가 중재를 진행할 역량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화쟁위에 ‘평화적 집회’ 중재를 요청한 한 위원장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2차 투쟁대회 때 강경투쟁을 선동하는 ‘이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는 24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가가 국민을 죽이고 있다. 우리가 우리 권력을 찾자. 모두가 나서야 가능하다”는 글을 남겼다. 민주노총도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2차 투쟁대회에 모든 역량을 집결할 것을 강조했다. 조합원 300여 명이 참가한 결의대회에서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정부가) 폭력 탄압을 넘어서 집회조차 금지하겠다는 초헌법적 유신 발상을 내뱉고 있다”며 “더이상 피할 곳이 없으니 쫄지 말고 당당하게 총궐기에 나서 박근혜 정부 끝장내는 데 앞장서자”고 외쳤다.박성진 psjin@donga.com·권오혁 기자}

    • 201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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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민노총 2차집회 금지 검토… 폭력시위 원천 차단”

    경찰이 다음 달 5일 ‘2차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를 열겠다는 집회 신고가 들어오면 금지 통고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민중 총궐기 투쟁본부가 2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서대문구 경찰청까지 행진하겠다고 신고한 옥외집회도 금지를 통고했다. 집회가 신고내용과 달리 폭력으로 변질될 우려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23일 “민중 총궐기 투쟁본부와 이에 참가한 53개 단체 명의로 다음 달 5일 집회 신고가 들어오면 신고 내용이나 목적을 면밀히 파악해 폭력시위 개연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금지 통고하겠다”고 밝혔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라 2차 집회가 공공질서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금지시키겠다는 것이다. 금지가 통고된 집회를 개최하면 주최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고 단순 참가자도 처벌받을 수 있다. 투쟁본부 측은 강경한 2차 투쟁대회를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23일 성명서를 통해 “다음 달 5일 전국 각지에서 2차 대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공안 탄압에 맞서기 위해 1차 대회처럼 집중 상경투쟁 방식으로 치를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투쟁본부가 다른 명의로 집회 신고를 한다면 사실상 막기는 어렵다. 경찰이 2013년 7월 덕수궁 대한문 앞을 점거한 쌍용차 범대위 집회를 물리적 충돌과 교통 혼잡, 시민 불편 등을 이유로 금지했다가 소송을 당해 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쌍용차 범대위에 참여한 참여연대가 같은 장소에서 집회 신고를 하자 경찰이 이를 금지했다가 소송을 당했고, 집회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패소했다. 하지만 이번 폭력시위를 계기로 반복해서 폭력 시위를 저지른 단체의 집회를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 투쟁본부에 참가한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한국청년연대 등 상당수 단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광우병, 제주해군기지 건설, 쌍용차 정리해고 등 굵직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정권 퇴진을 주장하는 반정부 집회에 계속 참가했다. 현재 경찰은 53개 단체 중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를 포함한 46개 단체 대표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고 있다. 박 대표는 2008년 광우병 시위 때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이 불법시위를 일삼는 단체가 참여하는 집회에 대해 좀더 적극적으로 금지통고를 행사해야 한다”며 “수십개 단체가 연합해 나오는 시위가 반복적으로 불법을 저질러도 사후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만큼 이를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이 국민의 권리인 집회 시위를 범죄로 간주해 문제”라며 “집회를 폭력으로 매도하는 것은 국민 주권을 거부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경찰은 14일 시위 현장에서 파손된 경찰 장비의 손해 추정액이 3억8960만 원이라고 23일 밝혔다. 시위대에 맞아 부상한 경찰관 113명의 치료비 등을 합하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또 민주노총 압수수색 등 시위 기획부터 실행, 증거인멸까지 실체를 밝히기 위한 수사를 신속히 하고 이미 출석 요구한 투쟁본부 참가 46개 단체 대표가 끝내 불응하면 혐의에 따라 체포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은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53)은 은신 일주일 만인 23일 오후 모습을 드러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12월 5일 민중총궐기 시위 평화적 진행 △노동자 대표와 정부의 대화 △정부의 노동개악 정책 중단 등 세 가지 사안의 중재를 요청했다. 화쟁위는 24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어 중재 요청을 받아들일지 논의할 예정이다. 한 위원장은 23일 오후 2시 20분경부터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 조계사 부주지 담화 스님을 면담했다. 한 위원장은 면담 후 피신 중인 관음전 건물 입구까지 나와 이들을 배웅한 뒤 취재진을 향해 합장하며 인사하는 여유를 보였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박성진 기자}

    • 201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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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 돋보기]자비를 방패 삼는 그들… 커지는 백팔번뇌

    #1. 2013년 12월.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조계사에 은신했다. 그는 가장 먼저 조계종 화쟁(和諍)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다. 또 공식 창구를 통해 종단 측과 소통했다. 종단은 박 수석부위원장이 머무는 건물 아래층에 직원을 상주시켰다. 조계종 직원들은 직접 식사까지 제공하고 경찰과 언론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했다. 굳이 민주노총 직원이 나설 필요도 없었다. 박 수석부위원장은 이따금 스님들과 식사하고 경내 산책도 했다. 조계종은 적극적으로 노사 중재에 나섰고 내부의 반발 여론도 달랬다.#2. 2015년 11월.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조계사에 은신했다. 그는 조계종 측과 공식 대면한 18일 전까지 이틀 동안 비공식 창구로 접촉했다. 하지만 2년 전과 달리 한 위원장을 보호하는 종단 직원들은 없다. 식사도 제공되지 않아 민주노총 자체적으로 도시락 배달을 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산책은커녕 은신처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서신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조계종은 한 위원장의 중재 요청에 ‘즉답’을 내리지 않고 있다. 당장 그를 내치지는 않았지만 내부 의견은 부정적이다. 2013년 12월의 조계사와 2015년 11월의 조계사는 달랐다. 두 모습을 비교해 보면 조계종 측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다. 파업하다 들어온 박 수석부위원장과 불법 폭력시위를 하고 도피한 한 위원장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종단은 이런 의견을 공개적으로 천명하지 않고 있다. 종교시설이 사람을 내치는 모양새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민주화 투쟁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의 성당이나 사찰 등은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자주 겪었다. 시대적 상황이 바뀌면서 이에 대한 종교시설의 대처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민주투사의 ‘은신처’ 명동성당의 변화 1970, 80년대 군부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의 ‘성지’이자 수배자들의 마지막 은신처는 주로 명동성당이었다. 명동성당은 군사정권도 강제 진입을 주저할 정도로 성역으로 받아들여졌다. 군부의 억압을 피해 수많은 ‘민주투사’들이 명동성당에 몸을 숨기거나 성당 안에 터를 잡고 장기 농성을 했다. 1991년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당시 강 씨가 명동성당에 숨었을 때도 가톨릭계는 “극단적으로 따지면 성당은 죄인들의 모임 장소다. 천사에게는 성당이 필요 없다”며 그를 보듬었다. 명동성당이 민주화운동의 성지로 자리 잡은 건 유신체제 선포 2년 후인 1974년경이다. 유신정권이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에 연루됐다며 지학순 주교를 구속했고, 이후 천주교가 민주화운동의 전면에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명동성당은 시국사범을 보듬는 ‘정치, 사회적 공간’이 됐다. 그런 명동성동이 변한 건 15년 전. “그때 명동성당 언덕이 텐트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었죠. 성당에서 농성을 한다고 양해를 구한 사람은 10명 중 1명이나 됐을까요? 저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12월 명동성당이 중부경찰서에 시설보호 요청을 할 무렵 성당에 근무했던 관계자의 얘기다. 그는 “소외 계층이 아닌 사람들이 찾아와 성당 측에 사전 양해도 구하지 않고 ‘장소’만 이용하는 건 문제였다”고 말했다. 고액 연봉을 받는 대기업 노조, 댐 건설 찬성 단체와 반대 단체 등 다양한 이익집단이 몰려왔다. 그는 “명동성당에서 집회를 열면 언론에서 한 번이라도 더 비춰 준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자리가 비좁을 정도여서 성당에 모여든 수배자들끼리 서로 텐트를 ‘대물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어떤 이는 성당 관계자에게 “이틀 정도 있겠습니다”라고 해놓고 1주일이 넘도록 철거하지 않았고, 밤에 몰래 들어와 그냥 지내는 사람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는 신부나 신도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변화의 결정적 계기는 2000년 한국통신 노조의 농성이었다. 대규모 파업 농성을 벌였던 한국통신 노조는 그해 12월 22일 농성을 풀고 철수했다. 노조원들이 철수한 성당 주변은 한마디로 쓰레기 더미였다. 명동성당은 다음 날 “앞으로 명동성당 내에서 점거농성과 시위를 불허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교구장이던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의지가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누구보다 강력하게 민주화운동을 후원해 온 김 추기경도 시대적 흐름의 변화를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제도적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무분별한 집단행동으로 인해 가톨릭 성지가 더 이상 훼손돼선 안 된다는 판단이었다는 게 가톨릭계 인사들 얘기다. 당시 백남용 명동성당 주임신부는 “그동안 성당 내 여론을 수렴한 결과 교회 공동체를 분열시키며 정상적인 신앙활동을 차단하는 집회는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면서 “앞으로 정리집회 등 간단한 행사는 허용하겠지만 점거집회나 장기 천막농성 등의 요청이 들어오면 단호히 거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0년 정진석 추기경이 “국책 사업인데 무조건 반대보다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로 4대강 사업 반대 여론에 우려를 표명하자 진보와 보수 성향 단체들의 시위로 한때 시끄러운 적도 있었지만 이는 모두 성당 밖에서 이뤄진 일이었다. 서울대교구 서동경 홍보팀장은 “최근 몇 년 사이 명동성당 내에서 농성이나 시위가 벌어진 적이 없다”며 “명동성당이 정치적 또는 집단적 목적 달성을 위해 이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교회의 원칙이 사회적 합의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말했다.새로운 은신처로 자리 잡은 조계사도… 명동성당의 집회 불허 방침 이후 조계사가 수배자들의 새로운 은신처가 됐다. 2013년 말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조계사로 숨어들었을 때 “산사에 찾아온 짐승도 쫓지 않고 먹이를 주는 게 불교 정신”이라며 그를 받아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불과 2년 뒤 한 위원장의 은신을 바라보는 조계종 내부의 시선은 딴판이다. 17일 조계사를 찾은 신도 유모 씨(42·여)는 “관음전 앞에 카메라가 많아 ‘부처님을 찍는 건가’ 생각했는데 한 위원장을 찍기 위해 온 것이었냐”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는 “일을 마치고 조용한 사찰에서 잠시 쉬었다 가려고 했는데 이곳도 당분간 시끄러워질 것 같다”며 절을 나섰다. 조계사는 국내 최대 불교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의 ‘행정부’ 격인 총무원이 있는 핵심 시설이다. 총무원장으로 상징되는 종단 지도부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어서 운동권 세력이 선호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하지만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와 관련한 수배자들의 장기 은신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은 불교계를 자극했다. 조계사 주변에 배치된 경찰이 수배자 검거를 위해 일일이 차량을 검문하면서 당시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이 타고 있는 차량 트렁크를 뒤지자 불교계가 크게 반발했다. 공교롭게도 기독교(개신교) 장로였던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불교계가 정부의 종교 편향을 주장하던 때였다. 결국 당시 어청수 경찰청장이 사과했지만 상황은 마무리되지 않았고, 그해 8월 서울광장에서 정부의 종교 편향을 비판하는 범불교도대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20만 명, 경찰 추산 6만 명의 대규모 행사였다. 하지만 이번 한 위원장 은신을 둘러싸고 조계사 신도는 물론 종단 내부에서도 과거와 달라진 기류가 확연하다. 그만큼 이번 시위 과정에서 나타난 시위대의 폭력성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음을 방증한다. 한 위원장 은신 이후 조계종 내부에서는 자비를 표방하는 불교가 도움을 요청한 사람을 내쳐선 안 된다는 정서도 있지만 퇴거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핍박받는 자의 피난처인가, 범법자 위한 소도(蘇塗)인가 군부독재나 부당한 공권력이 활개 치던 당시 종교시설은 ‘소외된 자’에게 중요한 피난처였다. 종교계가 그들을 보듬는 것이 너무도 당연했고, 국민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덕분에 종교시설 내 공권력 투입은 금기(禁忌)로 여겨졌다. 2002년 발전노조 조합원을 체포하기 위해 경찰이 조계사 내부로 진입했다 결국 서울경찰청장이 사과하고, 이후 조계사에 공권력이 투입된 적이 없다. 종교시설 외에도 민주화 이후 대학, 언론사 등은 우리 사회에서 공권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영역으로 꼽히고 있다.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는 대학이나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본연의 기능으로 하는 언론사에 공권력을 투입하면 국민적 공감을 받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학교 방문에 반대하는 총학생회 학생들을 사복 경찰이 저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관련 청와대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강제수사 가능성이 나올 때도 논란이 거셌다. 하지만 요즘 종교계의 고민은 공권력이 아닌 국민의 시선이다. 한 위원장이 도피 중인 조계사가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국민 여론이다. 현재 조계사에 머물고 있는 한 위원장은 종교가 보호해야 할 소외된 약자일까, 종교를 이용하려는 정치적 불청객일까? 그리고 2000년 명동성당의 결정과 2015년 조계종의 결정은 과연 어떻게 다를까?김민 kimmin@donga.com·김갑식·박성진 기자 }

    • 2015-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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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중탕은 워터파크가 아닙니다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대중목욕탕은 주말을 맞아 목욕하러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특히 어린 자녀와 함께 온 부모가 많았다. 어른들이 온탕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푸는 사이 냉탕은 아이들의 차지였다. “들어간다!” 한 아이가 고함을 지르며 탕 안으로 뛰어들자 ‘첨벙’ 하며 물이 탕 바깥까지 튀었다. 물싸움을 하거나 물장구를 치는 아이들은 쉴 새 없이 “까르르” 웃어댔다. 수영복이 없을 뿐 워터파크의 한 장면과 다를 바 없었다. 이들이 내는 소리는 목욕탕 전체에 울려 퍼졌다. 냉탕 옆 벽면에는 ‘10세 이하 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합니다. 소란을 일으킬 경우 강제 퇴실 조치할 수 있습니다’라고 빨간 글씨로 적힌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녀에게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얘기하는 아버지는 한 명도 없었다. 이따금 어른들이 냉탕 안 아이들에게 “좀 조용히 하자”고 주의를 줘도 조용한 건 잠시뿐이었다. 이날 목욕탕을 찾은 김민혁 씨(29)는 “주말이면 항상 냉탕 안은 떠들고 장난치는 아이들로 넘치는데 목욕탕 특성 때문에 소리가 더 크게 울리는 데다 온탕에 앉아있는 사람한테까지 차가운 물이 튀어 불쾌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로 성인들이 몸을 담그는 온탕에서도 에티켓에 어긋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샤워를 하지 않은 맨몸으로 탕 안에 들어오거나 손으로 몸을 문질러 때를 미는 사람이 있었다. 그 옆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도 정작 당사자는 ‘무엇이 문제냐’는 듯 태연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일부는 손톱으로 발바닥의 각질을 벗기거나 발가락 사이를 긁었다. 수면에 각종 부유물이 떠다니는 이유다. 1주일에 2, 3번 목욕탕을 찾는다는 이형석 씨(32)는 “따뜻한 물에 몸을 푹 담갔을 때 밀려오는 쾌감이 좋아 목욕탕에 가는데 매너를 지키지 않는 이들을 보면 짜증이 밀려올 때가 많다”며 “피로를 풀러 갔다가 오히려 더 피곤해질 때도 있는 만큼 다른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기본적인 매너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 201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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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민노총, 회견 연다더니 몰래 승복 반입… 韓 도피 이중작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은신 중인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53)이 19일 도주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인원을 추가 배치하는 등 도피를 막기 위해 경계를 한층 강화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19일 오전 10시경 민주노총 고위 여간부는 조계사 인근에서 승복 1벌을 구입했다. 이 간부는 종이 쇼핑백에 승복을 담아 한 위원장이 숨어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한 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방에 들어갔다 나온 간부의 손에 쇼핑백은 없었다. 경찰은 한 위원장이 승복으로 갈아입고 도피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고 승복 차림의 스님들을 일일이 검색했다. 비슷한 시간. 천막과 검은색 나무 깔판, 스티로폼 등을 실은 차량 3대가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경내 진입을 시도했다. 민주노총 측은 차량이 도착하자 오전 11시 입장 발표를 위해 경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차량 3대에 나눠 탄 민주노총 관계자는 진입을 막아선 경찰에게 “조계사 내부 행사를 위해 천막 등을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계사에서 열릴 행사는 없었다. 거짓임이 드러나자 조합원은 “기자회견을 위한 도구”라고 말했다. 경찰은 기자회견만을 위해서는 천막과 한기를 막아 줄 스티로폼 등이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천막 농성을 위한 도구라고 파악한 경찰은 차량 경내 진입을 막았다. 경찰은 숨 가빴던 이날 오전 상황을 한 위원장의 계획된 이중 도피 작전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자청해 경찰과 언론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어수선한 틈을 타 경내를 빠져나갈 계획이었다는 분석이다. 경찰은 이날 유독 많은 여성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은신처를 방문한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여성 조합원에 둘러싸여 경내를 빠져나가면 남성 경찰관들의 접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경찰은 여성 경찰관을 추가로 배치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조계종 관계자는 “조계종 내부적으로 ‘한 위원장의 장기 체류 및 경내 투쟁은 안 된다’는 목소리가 센 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노총 측이 단순히 천막뿐 아니라 스티로폼 깔판 등을 가지고 온 것은 도피 시도가 실패할 경우 조계종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한 위원장이 실제로 천막 농성에 들어가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한 위원장이 18일 조계종 사회적기구인 화쟁(和諍)위원회에 중재를 부탁하면서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불교 신도들로 이뤄진 대한민국 지키기 불교도총연합 등은 조계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한 위원장을 청정도량에서 즉시 추방하라”며 “조계사를 범법자 은닉단체로 만들지 말아 달라”고 외쳤다. 경찰은 14일 폭력 집회 당시 한 위원장 검거를 방해했던 노조원 1명을 18일 오후 인천에서 긴급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명 호위대로 불리는 노조원들을 속속 검거해 더는 그를 비호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 201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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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한상균 “조계사를 투쟁거점으로” 불교계 “절에 왔으면 참회부터”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53)이 조계사를 민주노총의 제2본부로 삼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조계종 측에 요청한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조계종은 종교시설에서 투쟁은 안 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17일 비공식적으로 “청와대 턱 밑인 조계사에서 장기 체류하면 이쪽으로 경찰 병력을 집중시킬 수 있어 12월 5일로 예정된 2차 대규모 집회 때 동지들이 편하게 시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계사를 제2의 노동운동 성지로 삼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은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투쟁을 위한 준비도 했다. 18일 오전 한 위원장 측은 조계사 대웅전 뒤편 공터에 천막을 설치하고 천막 농성에 들어갈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막 농성 계획은 조계사 부주지 원명 스님과의 면담 이후 취소됐다. 조계종 측은 면담에서 한 위원장 은신과 관련한 세간의 분위기를 전하며 조계사를 투쟁본부로 삼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고 한다. 조계종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조계종 측은 한 위원장 은신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17일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단순 은신이 아닌 투쟁의 뜻을 내비친 한 위원장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입장 표명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조계종 측은 여전히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민주노총 직원들이 오가며 시위 관련 회의를 하는 것도 불편하다”며 “경내에서 투쟁은 안 된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18일 오전 “사전 양해 없이 조계사로 들어오게 된 점을 사과드린다”며 조계종 총무원의 허가 없이 숨어든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부처님의 넓은 자비심과 화쟁의 마음으로 보듬어 주기를 부탁드린다”며 조계종 화쟁(和諍)위원회에 중재를 부탁했다. 화쟁위원회는 19일 관련 회의를 열 예정이다. 경찰은 조계종 측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계종 측이 회의를 거쳐 전격적으로 퇴거 요청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18일 조계종 측의 강경 분위기를 전해들은 한 위원장이 기습적으로 승복을 입는 등 변복을 하고 조계사를 빠져나가는 상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조계종 측이 공식적으로 퇴거 요청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며 “2차 대규모 집회를 지휘하기 위해 경내를 빠져나가는 한 위원장을 무조건 검거한다는 데 초점을 맞춰 그의 집회 참여를 막을 방침”이라고 밝혔다.박성진 psjin@donga.com·김민 기자}

    • 201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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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조계종 “한상균, 12월 초까지는 나가달라”

    조계종 측이 16일 오후 조계사로 잠입한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53)의 장기 체류 요청을 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측은 한 위원장의 ‘퇴거’ 시한을 12월 초로 정하고 이르면 18일 이런 방침을 한 위원장에게 통보할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경찰과 조계종 관계자에 따르면 18일 오전 조계사 부주지 원명 스님과 이세용 종무실장이 한 위원장 등을 면담할 예정이다. 한 조계종 관계자는 “‘당분간 머물 수는 있지만 계속 있는 것은 곤란하며 12월 초까지는 나가 주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 측의 이런 의견은 한 위원장 은신에 대한 내부 반대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17일 오전 열린 조계종 대책회의에서는 “명백한 불법과 폭력을 일삼은 이들을 보호해야 하느냐” “그래도 종교 시설에서 품어야 한다” 등 상반된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과거와 달리 “(은신자들을) 내보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왔다는 후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이전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조계사는 2000년 명동성당이 ‘성당의 동의 없는 집회를 불허한다’고 선언한 이후 각종 시국사건 수배자들의 은신처로 떠올랐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때도 당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조계사에 은신했다. 가깝게는 2013년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수배를 피해 조계사에 은신했을 때와도 사뭇 다르다. 당시 조계종은 “산사에 찾아온 짐승도 쫓지 않고 먹이를 주는 게 불교정신”이라며 철도노조와 사측의 중재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과거와 달리 조계종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는 민주노총이 조계사로 상징되는 한국 불교의 총본산을 정치투쟁의 거점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깔려 있다. 무엇보다 한 위원장의 은신을 철도노조 파업 때와 같은 차원에서 보기 어렵다는 게 조계종의 시각이다. 종단의 한 관계자는 “철도노조 때는 사측이 대화를 거부한 데다 먼저 종단의 사회적 기구인 화쟁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지만 이번 사안은 다르다”며 “불법 폭력시위를 향한 비판적 여론이 거센 데다 노골적으로 반(反)정부 구호를 앞세우고 있어 중재할 사안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기습적으로 조계사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조계종 측의 승인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16일 오후 9시 30분경 측근 1명과 조계사를 찾았다. 경비원에게 신분을 밝히고 자승 총무원장 면담과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총무원 측이 고심하는 사이 조계종 노동위원회 소속 직원은 평소 템플스테이 장소로 활용하는 ‘관음전’ 4층 방을 내줬다. 한 위원장은 “박근혜(대통령) 심장 밑에 은신해 처절한 노동운동을 준비하겠다”고 말하며 관계자들에게 감사 표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조계사로 피신할 것이면 경내 소란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인원만 대동해 달라고 민주노총 측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조계종의 또 다른 관계자는 “당초 종단은 한 위원장의 피신을 거부할 방침이었다”며 “노동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은신처를 내줘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신도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한 신도는 “특정 집단이 종교시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종단 차원에서 선을 그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승 총무원장은 17일 오전 불교종단협의회 차원의 성지 순례를 위해 인도네시아로 출국했다. 출국 전 한 위원장의 조계사 은신을 보고받았지만 아무 언급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4일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 집회 현장에서 한 위원장 검거에 실패한 경찰은 이후에도 그의 동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17일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은 “한 위원장이 당시 1000여 명의 호위대에 둘러싸여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건물로 도주한 이후 행적을 놓쳤다”며 “검거를 시도할 경우 대규모 불상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체포조만 구성하고 검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간첩 작전 하듯 움직이는데 도청할 수 없고 통신 수사도 못해 조계사로 들어간 이후에야 관련 사실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17일 “한 위원장 중심으로 민중연대를 다져 노동현장 투쟁 태세를 가다듬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종교 시설이 시국 사건 수배자들의 공공연한 도피처가 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 조계종 측이 한 위원장에게 퇴거 요청을 할 경우 한 위원장의 은신은 장기화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박성진 psjin@donga.com·김갑식·권오혁 기자}

    • 201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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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배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 조계사에 은신

    14일 서울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든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를 주도한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53·사진)이 16일 밤 서울 종로구 조계사로 은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계사 관계자는 “16일 오후 민주노총 간부급 인사 2명이 관음전에 머물며 한 위원장의 은신이 가능한지 상의하기 위해 자승 총무원장 면담을 요청했다”며 “조계사 노동위원회를 통해 지난해 1월 박태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조계사에 은신한 것처럼 한 위원장도 신변을 보호해 달라고 요구해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조계사 측은 이날 오후 10시 긴급 내부회의를 소집해 한 위원장의 피신 요청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조계사 측이 수용 결론을 내리자 이날 오후 11시경 곧바로 조계사로 들어가 관음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14일 집회에서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선동적인 발언을 하며 불법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4월 24일 민주노총 총파업대회, 5월 1일 노동절 집회에서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경찰은 검거 전담반을 30명으로 확대해 추적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한 위원장이 조계사로 은신하면서 신병 확보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성진 psjin@donga.com·박훈상 기자}

    • 201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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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파리 여행 자제령… 예약취소 문의 빗발

    겨울 휴가와 방학에 맞춰 프랑스 파리 여행을 계획했던 사람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4, 15일 주말 동안 국내 여행사들은 여행 안전성 여부를 묻는 고객 문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파리 현지 상황을 자세히 물으며 예정대로 여행해도 되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있다”며 “패키지여행 취소 요청은 아직 없지만 16일부터 고객들의 취소 요청이 몰릴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은 서둘러 여행 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 14일 결혼한 권모 씨(27·여)는 파리로 가려던 신혼여행 계획을 급하게 변경했다. 권 씨는 “사건 당일 크게 놀라 불안한 마음에 목적지를 오스트리아 빈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은퇴 이후 부인과 유럽 일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이모 씨(60)도 여행 책자를 다시 펼쳤다. 이 씨는 “치안이 좋은 파리에 테러가 발생하면서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등 유럽 곳곳을 여행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14일 프랑스에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수도권(일드프랑스)에는 ‘여행 자제’에 해당하는 황색경보를, 나머지 지역에는 ‘여행유의’에 해당하는 남색경보를 발령했다. 정부는 ‘여행유의’(남색)→‘여행자제’(황색)→‘철수권고’(적색)→‘여행금지’(흑색) 등 4단계 여행경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 201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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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EACE FOR PARIS’… 테러에 맞선 지구촌

    “두려워하지 마세요. 우리가 있어요.” 사상 초유의 동시다발 테러 공격지가 된 파리의 희생자들과 프랑스 국민을 위해 지구촌에 애도 물결이 일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를 전하며 “무고한 시민을 위협하는 무도한 테러를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긴급 회견을 열고 “우리의 자유로운 삶이 테러보다 강하다”고 역설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등 중동 국가들도 테러 비난 대열에 동참했으며,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아시아 정상들도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올랑드 대통령에게 보낸 전문에서 “이번 비극은 테러리즘의 야만적 본질을 다시 한번 증명한 것으로 모든 국제사회의 단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와 헤즈볼라까지 이슬람국가(IS)의 테러 행위를 비판하고 나섰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의 국제관계위원회의 바셈 나임은 14일 IS의 파리 공격은 “침략 행위이자 잔인한 행위”라며 “그곳의 안정과 안전을 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이 자신의 프로필 사진에 프랑스 3색기 색을 입혀 애도의 뜻을 표할 수 있도록 긴급 조치를 내놓았다. 프랑스 그래픽 디자이너 장 쥘리앵 씨가 평화 이미지와 에펠탑 이미지를 결합해 만든 ‘피스 포 파리’ 이미지가 각국 SNS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프랑스어권인 캐나다 몬트리올에서는 테러 직후인 14일 밤 시민 500여 명이 모여 ‘우리는 물러서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가치를 지킨다’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추모 집회를 벌이는 등 비슷한 집회가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열렸다. 국내에서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5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대사관 정문에는 시민들과 주한 프랑스 교민들이 가져다 놓은 국화꽃과 초 등이 놓여 있었다. 이곳을 찾은 김형석 씨(32)는 “대학생 때 유럽 여행을 하며 파리의 매력에 흠뻑 빠진 이후 지난해까지 6차례 파리를 방문했는데 즐겨 찾던 곳곳에서 테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아직까지도 믿을 수 없다”며 “테러로 희생된 고인들의 넋을 기리고자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극한의 상황에서 프랑스 시민들의 희생정신과 온정도 빛났다. 5명이 희생된 파리의 피자가게 ‘카사 노스트라’에서는 무슬림 종업원이 총격을 입은 여성 2명을 대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에 따르면 계산대 뒤에 숨어 있던 세이퍼 씨는 테라스에 앉아 있다가 각각 손목과 어깨에 총격을 받고 피를 흘리며 쓰러진 여성 2명을 발견해 지하창고로 옮겨 목숨을 구했다. 테러 직후 프랑스 SNS에는 해시태그 ‘#열린대문(#portesouvertes)’을 단 글이 줄을 이었다. 거리에 발이 묶인 시민들에게 “11구 생모르에 당신을 위한 방이 있다”며 주소와 방 개수, 수용 가능한 인원 등을 공개하는 식이었다. 택시기사들도 비용을 받지 않고 밤새 시민들의 발을 자처했다. AFP통신 등은 14일(현지 시간) 파리의 헌혈센터에 테러 피해자들에게 자신의 피를 나눠 주려는 시민들이 100m가량 늘어섰다고 보도했다.이설 snow@donga.com·박성진 기자}

    • 201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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