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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 선수들이 단일팀을 구성하는 여자아이스하키 외에도 피겨스케이팅 페어와 알파인 스키, 크로스컨트리 등 총 4개 종목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실내외 경기 모두에 북측 선수의 참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평창 흥행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1차적으로 평창 참석을 위한 큰 틀에 합의한 만큼, 이제 정부가 남북 대화 및 비핵화 논의 등 ‘평창 이후’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찌 됐든 시작된 ‘평창 타임’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18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4자 회의(20일)를 위해 스위스 로잔으로 떠나며 기자들과 만나 “남북 실무자들이 (17일) 회담에서 북한 선수들의 참가 종목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미 알려진 피겨스케이팅 페어와 여자아이스하키에 외에 알파인 스키와 크로스컨트리에도 선수를 파견하겠다는 것. 이 위원장은 “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들의 수도 남북 간에 합의했지만 공개할 순 없다”면서 “기본적으로 올림픽의 초청 주체는 IOC이고, 남북 간 합의는 IOC의 기준에 따르게 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18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에서 열린 한 특강에서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엔트리에 북한 선수 5, 6명이 추가로 참여하는 것으로 합의가 됐다”고 밝혔다. 평창에 오는 북한 선수가 10명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아이스하키 외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는 1, 2명씩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1964년 인스브루크 올림픽에 크로스컨트리 선수 4명,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는 알파인 스키 2명, 크로스컨트리 4명을 출전시켰다. 남북이 단일팀 구성, 한반도기 공동 입장을 비롯해 금강산 문화행사, 마식령스키장 공동 훈련 등을 추진키로 하면서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교류시점은 확 당겨지게 됐다. 당장 다음 주에 우리 측 선발대가 금강산과 마식령스키장 등 북측 땅을 밟는다. 그야말로 남북의 ‘평창 타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복원 시점을 놓고 남북이 논란을 빚은 서해지구 군 통신선도 17일부터 기술 정비를 마치고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남북 합의에 따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가 평창에 응원단 170명을 보낼 예정이다. 외교부는 총련 응원단의 입국을 돕기 위해 무국적자도 여행증명서를 쉽게 발급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여론은 요즘 날씨만큼이나 냉랭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17일 전국 성인 남녀 5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남한 선수단은 태극기를, 북한 선수단은 인공기를 각각 들고 입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49.4%였다. 반면 ‘남북 선수단이 모두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40.5%에 그쳤다.○ 이벤트는 이제 그만, ‘평창 너머’ 준비해야 정부가 개막도 하기 전에 북한 땅에서 문화 행사를 여는 등 남북 교류를 대폭 확대하려는 것은 향후 대북 협상의 레버리지를 확보하려는 판단이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남북 관계를 쉽게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복원해야 결국 ‘제대로 된’ 남북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 전문가들은 일단 평창 참가를 매듭지은 만큼 남북 간의 본격적인 주도권 싸움은 이제부터라고 지적한다. 어렵게 마련한 ‘평창 모멘텀’을 지속하기 위해선 마식령스키장 훈련, 금강산 행사와 같은 일회성 남북 이벤트를 넘어서는 중장기 전략 모색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패럴림픽이 끝나갈 즈음 우리가 미국을 설득해서 대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것을 북한에 강조하고 핵 문제에 대해 전향적 입장이 안 나오면 더 이상 대화할 수 없다고 선을 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부터라도 ‘평양 올림픽 아니냐’는 지적을 낳을 만한 이벤트는 더 만들지 않거나 최소화하면서 평창 이후 남북 대화, 더 나아가 북-미 간의 대화 모드 조성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향후 군사회담 등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미국 등 주변국들의 불안감도 덜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황인찬 hic@donga.com·문병기·양종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에게 매달 한 차례씩 비공개로 정례 경제보고를 받기로 했다고 청와대가 18일 밝혔다. 김 부총리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70여 분간 문 대통령에게 첫 정례보고를 진행했다. 청와대와 기재부는 보고 안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현안 관련 보고라고 밝힌 만큼 최저임금 인상 관련 후속대책과 부동산 보유세 인상, 가상통화 대책, 규제개혁 등 혁신성장 방안 등이 폭넓게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김 부총리로부터 정례보고를 받기로 한 것은 집권 2년 차를 맞아 정책 체감 효과를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건 만큼 경제 문제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일각에선 비(非)관료 출신 장관들이 설익은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정책 혼선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관료 출신인 김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증세 논의 과정에서 주도권을 잃었다는 평가와 함께 ‘김동연 패싱’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부처 책임 강화를 강조해온 만큼 올해부터는 장관들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홍장표 경제수석비서관이 참석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이날 최저임금 현장 방문으로 회동에 불참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청와대 관계자가 18일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의 남북 단일팀 구성 합의에 대해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는 문제가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아이스하키팀을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초중고, 대학·실업팀도 없는 유일한 팀이라는 점이 주목받고 아이스하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북한 (올림픽) 참가를 갖고 논의하는데 큰 숲을 잘 봐 달라. 그 안에 작은 나뭇가지 하나의 문제가 있는데 본질적인 문제를 잘 알려주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단일팀 구성에 대한 반발이 ‘작은 나뭇가지’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이 (단일팀 합의)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면서도 “이렇게 하는 게 더 큰 이득이 되는 일이다. 남북 평화가 형성되고 위기 없이 소득주도성장을 안정적으로 펼쳐 나가면 청년일자리 창출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전날 남북이 단일팀 구성을 합의한 뒤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이 문제를 안이하게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아직은 단일팀 밀어붙이기가 지나쳤다고 양해를 구할 일이지 ‘감사하게 생각하라’고 할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며 혀를 찼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남과 북이 하나의 팀을 만들어 함께 경기에 임한다면 그 모습 자체가 아마 두고두고 역사의 명장면이 될 것이다.” 1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을 찾아 이같이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잇따라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을 만나 마음 다독이기에 나섰다. 하지만 단일팀 구성 제안 8일 만인 이날 남북이 예상보다 빨리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합의하면서 선수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선수 달래기 나선 文 이날 오전 진천선수촌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가장 먼저 빙상장에서 연습하고 있던 쇼트트랙 선수단과 아이스하키 선수단을 찾았다. 겨울스포츠의 대표적인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 선수단과 아이스하키 선수단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특히 단일팀 논의로 뒤숭숭한 분위기의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표정에는 불안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문 대통령은 전날 단일팀 구성에 공개적으로 난색을 표한 세라 머리 여자 아이스하키팀 감독과 먼저 악수를 나눴다. 이어 선수들 앞에 선 문 대통령은 “(단일팀 구성이) 우리 아이스하키팀에 보다 많은 국민의 관심을 쏟게 하는, 그래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씻어내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남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사인한 유니폼을 전달받고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여자 선수들도 이리 오세요”라고 챙겼다. 사진 촬영 때는 모든 팀원이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의미의 아이스하키팀 구호인 ‘원 보디(one body)’를 외쳤다. 국가대표 선수단과의 오찬 인사말에서도 재차 단일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단일팀을 만들 수 있다면 북한이 단순히 참가하는 것 이상으로 남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훨씬 더 좋은 단초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단일팀 구성이 평창 올림픽 이후에도 남북 관계가 끊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구상이라는 점을 솔직히 밝히고 양해를 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단일팀 구성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 논란도 의식한 듯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단일팀을 만든다고 해서 우리의 전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어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 자체로 우리 평창 올림픽의 흥행을 도와서 흑자 대회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 “왜 일방적 희생 강요하나” 남북 대표가 회담에서 단일팀 합의를 앞두고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선수들 달래기에 나섰다. 남북 고위급 회담에 대표로 참석했던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문 대통령 방문 하루 전 진천선수촌을 찾았다. 노 차관은 “남북 단일팀은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평창 참가’ 신년사 이후 급진전된 사안이다. 당시 여러분은 미국 전지훈련 중이라 따로 양해를 구할 여유가 없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최순실 국정농단과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불참 등의 여파로 평창 올림픽은 위기를 맞고 있다. 단일팀이 성공하면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만들 수 있다”며 선수들을 설득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이 정말 필요한 것을 말해 달라.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선수들은 실업팀 창단과 대학 특기생 제도 신설 등의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팀 골리 신소정은 “처음 단일팀 얘기를 듣고는 속이 많이 상했다. 스스로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어쩔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올림픽을 준비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종환 문화부 장관은 물론이고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도 이날 문 대통령의 선수촌 방문에 동행했다. 도 장관은 40분가량 선수단을 따로 만나 선수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몇몇 선수는 단일팀이 성사된 이날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는 “올림픽 출전권을 따 온 건 우리다. 어떻게 정부가 한마디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단일팀을 진행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수는 “4년을 함께 해온 팀이다. 왜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희생하라고 하는지 정말 어이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20, 30대 젊은층의 반응도 호의적이지 않다. 올림픽 출전만을 바라보고 일부 선수는 귀화까지 한 상황에서 정부가 남북 관계를 위해 일방적으로 선수단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18일 한국 대표팀의 최종 엔트리 23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선수들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이헌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16일 가상통화 대책,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 재검토 등 정책 엇박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청와대가 새해 들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 부처의 섣부른 정책 발표로 인한 혼선에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부처 간 협의와 입장 조율에 들어가기 전에 각 부처의 입장이 먼저 공개돼 정부 부처 간 엇박자나 혼선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협의 과정에서 각 부처의 입장들이 드러나는 것은 좋은 일이고, 협의 과정을 통해 그런 입장 차이를 좁히고, 결정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부처 간 긴밀한 협조를 당부했다. 또 “정부 입장은 최종적으로 조율돼 나가야 하는 것이고, 결정되면 그대로 가야 하기 때문에 잘 조율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가상통화 대책과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 재검토 등을 정책 혼선의 사례로 든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 지지층의 반발로 청와대가 가상통화 대책을 뒤집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논란의 출발점이 됐던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가상통화 거래소 폐지 발언이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대책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검토 중이던 거래소 폐지에 대해 개인 생각을 앞세워 발언이 나오다 보니 혼란이 가중됐던 것이다. 앞으로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신뢰도와 부패인식지수 등을 언급하고 “우리나라의 위상에 비해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한 수준”이라며 정부 혁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내부 칸막이 행정을 깨는 협력을 통해 할 일은 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 총리는 국무회의 뒤 열린 오찬 간담회에서 방과 후 영어교육 금지 정책과 관련해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문제는 (정책 집행의) 속도를 줄이는 게 낫다. 정부 전체로서의 분야도 교육이 크다. 상의를 좀 더 사전에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일제히 부처 간 조율을 강조한 것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어느 정도 업무 파악을 끝낸 장관들이 이제 본격적인 성과 내기에 욕심을 낼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의욕이 앞서 혼란을 야기하는 일을 막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폭등하고 있는 서울 강남 부동산 대책에 대해 “좀 더 잘 정리된 정책으로 내놓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청와대와 같은 태도를 취했다. 한편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에 대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지켜주는 버팀목인 동시에 가계 소득 증대, 내수 확대를 통해 소득주도 성장을 이루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직무중심 임금체계 개편이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확산 등 후속 대책을 속도감 있고 세밀하게 추진해 최저임금 인상을 안착시키는 데 각종 부처가 총력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사진)이 15일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부 극성 누리꾼에 대해 “미안한 얘기지만 한편으로는 큰 부담이었다”고 밝혔다. 양 전 비서관은 이날 새로 펴낸 책 ‘세상을 바꾸는 언어’에서 “문 대통령도 온라인 토론과 댓글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데 고민이 깊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양 전 비서관은 “선거 상황에서 강력한 결집력을 지닌 온라인 지지자들은 문 대통령에게 무척 고마운 분들이었지만 그 가운데 극히 일부는 인터넷 공간에서 지지 성향이 다른 누리꾼들에게 배타적 폐쇄성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적었다. 이어 “결국 당내 경선 기간에 다른 후보들이 문 후보를 비판하는 소재가 됐다. 많은 이들은 (경쟁자에 대한) 강력한 비판 댓글이 문재인 캠프와 연계된 조직적인 것으로 오해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양 전 비서관은 소모적 이념 대결을 해소하기 위해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이 박정희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과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전 비서관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근대화와 경제 발전을 이룬 공로는 부정할 수 없다”며 “과(過)는 과대로 극복하면 되지 역사 속 인물로서 우표 발행과 동상 설립까지 반대하는 것은 야박하다”고 밝혔다. 이어 “보수를 자칭하는 사람들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역사 속 한 인물로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 전 비서관은 ‘빨갱이’라는 표현을 “정치인 막말 가운데 천벌 받을 말”이라고 규정했다. 2012년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보좌했을 당시 일부 ‘빨갱이’ 프레임 공격이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문재인은 빨갱이, 좌파, 종북’ 같은 공격이 대선 판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정치 현실에 문 대통령은 참담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대선 유세 당시 ‘토크 콘서트’ 등을 이끌었던 탁현민 대통령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게 당내 비판이 높았던 것에 대해선 “혼자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에게 공공의 적이 됐다. 그때 제대로 변호해주지 못한 것이 지금도 미안하다”고 썼다. ‘민주주의로 가는 말과 글의 힘’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말미에 양 전 비서관은 “대한민국이 세련되고 절제된 자기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대통령, 국회의장, 총리를 동시에 갖게 된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진전”이라고 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언어능력을 평가하며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노 전 대통령은 카피라이터나 신문 편집기자, 문 대통령은 역사 저술가로 성공했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양 전 비서관은 책머리에서 출간 이유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정치하지 말라’고 당부한 사실을 밝히며 “(노 전 대통령이) 더 중요한 민주주의적 진보를 이루려면 국민들 생각과 의식을 바꾸고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역설하셨다”고 적었다. 양 전 비서관은 책에서 자신에 대한 소개를 “노무현을 만났다. 노무현으로 살았다. 문재인을 만났다. 문재인으로 살았다. 긴 세월이 지나 이제 다시 양정철로 산다”는 카피라이터 정철 씨의 글로 대신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서울 강남권 집값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강남만을 타깃으로 한 부동산 대책은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 당장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고 일기 쓰듯 (매일같이) 추가 대책을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동산 가격 변동이 현재 강남 4구에 국한된 것인지 전국적인 현상인지는 지표와 상황을 파악해봐야 한다. 강남 부동산 상승 문제를 일반적인 현상으로 파악해 그때그때 대책을 내놓으면 그렇지 않은 지역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급등이 비(非)강남 서울 지역이나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는지 확실치 않은 만큼 설익은 ‘강남 대책’을 내놓지 않겠다는 것. 자칫 정책 불신이 커지고 지방 부동산 시장 급랭 등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초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취지의 답변을 준비했으나 관련 질문이 없어 밝히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강남 아파트값이 상승하면 긴급대책을 내놓는 패턴이 이어져 왔는데 성공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 정부가 깜짝 놀라서 가격 잡아야겠다고 처방을 내놓은 것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가상통화 광풍(狂風)을 둘러싼 정부 혼선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시장의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혼란의 신호탄이 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11일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 방안에 대해선 ‘장기적 검토 과제’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설익은 대책 발표와 청와대의 부인, 정책 재검토로 이어진 ‘오락가락’ 대응으로 투기심리가 들불처럼 휩쓸고 있는 가상통화 시장의 혼란상을 정부가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를 반영하듯 가상통화 시장은 12일 하루 종일 롤러코스터처럼 출렁였다.○ 부처 힘겨루기로 촉발된 대혼란 정부는 이날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가상통화 대책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선 전날 박상기 장관이 제시한 가상통화 거래소 폐지 특별법 제정안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가상통화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문제에 있어서는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에서 봐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거래소 폐쇄 등 고강도 대책과는 거리를 뒀다. 가상통화 규제 수위를 둘러싼 부처 간 이견이 여전함을 보여준 것이다. 정부가 가상통화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지난해 11월 말부터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해 11월 28일 국무회의에서 “청년들이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고 있고 범죄에도 이용된다”며 대책 마련을 지시하면서다. 정부는 12월 초 법무부를 주무부처로 관계부처들이 참여하는 가상통화 합동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12월 11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해 가상통화 대책을 지시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규제 수위를 둘러싸고 관련 부처들이 이견을 드러냈다. 가상통화 대책 주무부처를 맡은 법무부와 금융위원회가 거래소 폐지 등 강경책을 주장했지만 기재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신기술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한 것. 결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13일 가상통화 투기 과열 범죄 대응 방안을 내놓으면서 거래소 폐지 방안 등 고강도 규제는 뺐다. 하지만 정부가 ‘솜방망이’ 대책을 내놨다는 평가와 함께 가상통화 시세가 오히려 급등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자 정부 내 강경 기류가 힘을 얻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28일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가상통화 거래소 완전 폐지를 뼈대로 한 대책을 다시 내놨다. 11일 박 장관의 발언 역시 이 같은 기류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정부 소식통은 “당초 박 장관의 원고에는 ‘아직 협의 중’이라는 단서가 있었지만 회견 과정에서 발언 강도가 세졌다. 이 기회에 부처 간 이견을 정리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 컨트롤타워 부재에 정책 불신 커져 가상통화 시장의 과열 현상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데는 부처 간 이견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신기술인 가상통화에 대한 정부의 정의조차 불분명하다 보니 이에 맞는 정책이 부처 간 조율을 거쳐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정부 내에선 가상통화를 지칭하는 용어부터 ‘가상통화’ ‘가상화폐’ ‘암호화화폐’ 등으로 엇갈리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산업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혼란이 아니라 정부가 냉정하게 지켜보고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가상통화 시세가 급등하면서 대학생, 주부, 심지어 중고생도 시장에 뛰어드는 등 ‘코인 좀비’가 양산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결과적으로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책과 구두 개입으로 가상통화 시장에 정부 정책에 대한 ‘내성’만 높여놓았다는 것. 청와대 내 컨트롤타워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청와대 정책실이 국무조정실에 정책 조율을 맡기고 뒤로 빠지면서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경제수석실은 정부가 지난해 12월 첫 가상통화 대책을 내놓을 당시 법무부 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이후 가상통화 시세가 급등하자 고강도 규제 방안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당정협의를 거쳐 조만간 가상통화에 대한 종합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법무부가 제안한 거래소 폐지 역시 중장기 대책으로 검토 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거래소 폐지는 법무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법률 개정이 필요한 만큼 국회와의 협의도 필요하다”고 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정성택 / 세종=김준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갖고 남북대화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30여 분간의 통화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 결과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밝혔다. 한중 정상 통화는 지난해 5월 문 대통령 취임 축하 통화 이후 8개월 만이다. 시 주석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가 같이 가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미중 정상과 연쇄 통화를 갖고 한미중 3국이 대북 비핵화 압박에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남북회담 개최에 대한 중국의 지원에 감사를 표시하고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요청했다. 이에 시 주석은 “폐회식에서 올림픽 행사의 성공적 인수인계가 잘 이뤄지도록 노력하자”면서도 참석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두 정상은 또 문 대통령의 방중 이후 양국 간 교류협력이 활성화되고 있는 데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윤 수석은 밝혔다.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는 북측 선수단은 당초 예상보다 많은 20명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11일 “평창에 올 북한 선수단은 대규모는 어렵고, 결국 두 자릿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1일 동아일보에 “북측에서 복수의 최고위급을 평창에 보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는 B-2 스텔스 전략폭격기 3대를 최근 미 본토에서 괌 앤더슨 기지로 전진 배치했다고 11일 밝혔다. 정례적 순환 배치의 일환이지만 평창 올림픽 기간에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황인찬 기자}

10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백악관. 올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은 엄청난 성과를 낸 해였다”고 운을 뗐다. 규제혁신과 세제개혁, 낮은 실업률 등 지난해 성과를 언급하면서도 팔짱을 끼고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로 화제를 넘기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로소 팔짱을 풀고 카메라를 응시하며 “문 대통령이 우리(미국)가 북한에 해온 것에 대해 매우(very) 감사해했다”고 두 차례에 걸쳐 또박또박 힘줘 말했다. 문 대통령과의 대화에 대해 “매우매우 좋았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우리의 태도(attitude)가 없었다면 그것(남북 대화)은 결코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 대화 공로 부각 나선 트럼프 한미 정상 통화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첫 번째 해외 이슈였다.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와 남북회담 재개로 무르익고 있는 대화 분위기를 자신의 외교적 성과로 가장 먼저 앞세운 셈이다. 그러면서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 상황이) 어디로 이를지 누가 알겠나. 남북 대화가 우리나라(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3시간이 지난 뒤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의 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선 발언의 강도가 더욱 세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전쟁은 없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없다(No). 나는 전쟁을 예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지난해까지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에 대한 질문엔 “나는 미래 일을 먼저 말하지 않는다. 지켜보자”고 해왔던 트럼프다. 실제로 8일 전 김정은의 신년사에 “내 핵 단추는 (김정은의 것보다) 더 크고 강력하며 실제로 작동 가능하다”고 트위터를 날렸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태도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달라진 태도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국면 전환이 자신의 공로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김정은과 거친 말 폭탄을 주고받는 자신의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Madman Strategy)’이 북한을 남북 회담과 평창 올림픽 참가로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두 차례의 전화 통화를 통해 “남북 대화로 북한을 비핵화 협상으로 이끌겠다”고 설득하며 미국 조야의 우려를 불식시킨 것도 이런 언급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미국의 입장이 일단 대화로 큰 흐름이 바뀐 건 분명하다. 남북 대화를 지켜보면서 북한과 언제,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시작할지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눈에 띄게 트럼프와 주파수 맞추는 문 대통령 문 대통령도 미국과 한층 거리를 좁히며 트럼프 대통령과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신년기자회견에서 ‘남북 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여가 어느 정도인지 말해 달라’는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질문에 “공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미 정상 통화에선 남북 고위급 회담의 성과가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원칙과 협력 덕분”이라고 했다. 하루에만 두 차례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공로를 치켜세운 것이다. 문 대통령이 미국의 공로를 부각하면서 한미 공조를 더욱 강조하고 나선 것은 미국의 확고한 지지를 끌어내야 북핵 외교의 입지를 넓힐 수 있다고 본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4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북 대화 성사에 대해 감사를 표시하며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연기할 뜻을 밝혀 달라”고 기습 제안해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외교소식통은 “군 당국 차원에서 논의되던 훈련 연기를 정상 차원의 발표로 이끌어낸 것이 북한의 조속한 고위급 회담 수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북-미 접촉이 어떻게 구체화할지도 관심이다. 가장 유력한 창구는 뉴욕 채널이다.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를 중심으로 만나는 이 채널을 통해 양국은 당국 간 직접 접촉이 가능하다. 정부 관계자는 “북-미는 지난해 말부터 이미 뉴욕 채널로 의사를 교환해온 걸로 안다. 1, 2주 안에 어떤 식으로든 자리를 함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에 북-미 고위급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평창에 파견하기로 한 가운데 북한 역시 고위급 대표단에 ‘2인자’인 최룡해 당 조직지도부장을 파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진우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더 해나가야 할 과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재개된 데 대해 “지금은 첫 시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우리 대표단의 비핵화 언급에 반발한 북한을 겨냥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위해 제안과 역제안을 주고받았던 남북 정상이 이제 ‘한반도 운전석’을 둘러싸고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북제재’ 지렛대로 운전석 앉겠다는 文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쏟아진 남북관계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며 대부분 빠짐없이 북핵 문제를 언급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북핵 문제에 대해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다”고 토로했던 무기력에서 벗어나 남북관계를 북핵 문제 해결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북핵 문제 해결과 함께 가지 않을 수 없다. 두 트랙의 대화 노력이 서로 선순환 작용을 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우리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로도 나서도록 유도해 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 없이 대북제재와 압박을 완화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문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 이후 단행된) 5·24조치 중 경제 교류, 그리고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는) 지금 국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제재,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제재의 틀 속에서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북핵 문제에 가시적인 진전이 있어야 경제 협력 분야 등으로 남북 교류를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유약하게 대화만 추구하지 않겠다”고 한 문 대통령은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만약 북한이 다시 도발한다든지, 북핵 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는 계속해서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 정부 역시 두 가지 모두 구사하는 대북정책을 펼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남북 대화에만 매달려 북핵 문제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을 치켜세우며 한미동맹 균열 우려도 차단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남북 대화는) 미국이 주도했던 제재와 압박 효과일 수 있다. 남북 대화를 북핵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계기로 발전시키는 데 미국과 아무런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도 가능” 동시에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협상 테이블로 나오면 과감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회견에 앞선 신년사에서 “평창에서 평화의 물줄기가 흐르게 된다면 이를 공고한 제도로 정착시켜 나가겠다. 북핵 문제 해결과 평화 정착을 위해 더 많은 대화와 협력을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신북방정책 등과 연계한 획기적인 경제 교류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다는 구상이다. 또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에 필요하다면 정상회담을 비롯해 어떠한 만남도 열어두고 있다”며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도 원칙적으로 재확인했다. 한국의 대북 관여 정책과 미국의 압박 정책의 충돌 가능성에 대해선 “미국과 한국은 아주 긴밀히 공조하고 있지만 (동시에) 우리가 현실적으로 갖고 있는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남북 군사당국회담과 평창 올림픽 실무회담이 북한의 대화 의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북한이 경협 재개 등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면서 실타래가 복잡하게 엉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전화통화를 갖고 남북 대화가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넘어 자연스럽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간 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앞으로 남북 회담 진행 상황을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10시부터 30분간 통화를 갖고 전날 남북 회담 결과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서 이같이 합의했다고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시점과 상황하에서 미국은 북한이 대화를 원할 경우 열려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나서면 북-미 직접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재차 밝힌 것이다. 두 정상 간 통화는 4일에 이어 6일 만이다. 이날 통화는 문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내가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남북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어떤 군사적 행동도 없을 것임을 (북측에) 분명하게 알려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여에 합의한 남북 고위급 회담의 성과가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원칙과 협력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평창에 파견할 미국 고위급 대표단장으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함께 방문할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이 누군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독자적으로 대북제재를 완화할 생각은 지금은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오로지 대화만이 해법이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다. 만약 북한이 다시 도발한다든지, 북핵 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는 계속해서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에 필요하다면 정상회담을 비롯해 어떠한 만남도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개헌 의지도 거듭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3월 개헌 발의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국회 쪽 논의를 더 지켜보며 기다릴 것이나 기대하기 어렵다면 정부가 개헌 준비를 자체적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피해자 합의’로 일본이 제공한 출연금 10억 엔(약 107억 원)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정부가 직접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재정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정부는 위안부 합의 파기나 재협상을 일본에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외교부는 이 같은 내용의 한일 위안부 합의 후속조치를 마련해 9일 발표한다. 핵심은 일본이 위안부 합의로 내놓은 출연금의 처리다. 일본은 10억 엔을 위안부 피해자 ‘치유금’ 명목으로 박근혜 정부 당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에 출연했다. 화해·치유재단은 이를 위안부 피해 생존자에게는 1억 원, 사망자 유족에게는 2000만 원씩 지급했다. 하지만 상당수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은 합의에 반대하며 ‘치유금’ 수령을 거부해왔다. 일본이 위안부 강제동원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치유금’ 대신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107억 원의 출연금 가운데 미지급되고 남은 금액은 61억 원이다. 이에 정부는 일본이 낸 107억 원을 고스란히 금융기관에 예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급한 46억 원은 정부 예비비로 마련해 107억 원을 맞추겠다는 것. 일본이 위안부 합의에 대한 성의 있는 조치를 내놓을 때까지 출연금을 사용하지 않고 원금 그대로 동결해두겠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출연금을 어떻게 할지는 나중에 상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그 대신 정부 예비비로 61억 원을 조성해 치유금 수령을 거부했던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화해·치유재단이 피해자들에게 이미 지급한 46억 원은 되돌려 받지 않고 정부 예산에서 나간 것으로 이해를 구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일본이 낸 10억 엔은 한 푼도 쓰지 않고 정부가 똑같은 액수의 돈을 마련해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지급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해·치유재단은 해체하지 않기로 했다. 위안부 합의 재협상이나 파기로 비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위안부 문제가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가 간 합의를 섣불리 파기했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는 과거사 문제와 별개로 일본과의 미래지향적 관계 복원은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사 이견을 봉인하는 ‘사드식 해법’을 통해 장기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자는 것”이라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신진우 기자}
북한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평창 겨울올림픽 대표단 참여를 위한 본격적인 협의에 나서는 가운데 정부도 움직이고 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7일 “이번 주 중반 북한이 IOC와의 협의에서 대표단 출전 규모를 먼저 정하고 IOC가 자금 지원액을 산출해 의견을 교환한다”고 말했다. 장웅 북한 IOC 위원이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에서 이번 주초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등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장 위원은 6일 평양을 출발해 중국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피겨스케이팅 페어 종목은 참가할 것 같다”고 밝혔다. 북한이 올림픽 참가 시사 등으로 한미 관계를 멀어지게 하려 한다는 시각에 대해 “북과 남이 사이가 좋아지는 것을 싫어하는 세력도 있겠지만, 민족 내부의 문제는 우리 민족끼리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참전 종목이 적기 때문에 예선을 통과하지 못한 종목이라도 본선에 직행하도록 해주는 ‘와일드카드(특별출전권)’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주최국인 한국 정부의 지원 사격도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인기도와 북한 대표단의 실력 등을 감안할 때 여자 아이스하키와 썰매 종목이 와일드카드 적용 종목으로 적합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북한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9일 남북 고위급 회담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단 남북이 만나 북한의 구상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이후 대표단 구성이나 기술적인 문제들을 IOC와 함께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 기자}

남북이 내일(9일) 2년 1개월 만에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남북 정상이 직접 나서 ‘속전속결’로 이끌어 낸 회담이다. 관망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일단 남북 대화에 힘을 싣고 나섰다. 이제 관심은 한반도에 불어오는 훈풍이 평창 겨울올림픽을 넘어 어디까지 이어지느냐로 쏠린다. 북한은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을 이틀 앞둔 7일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5명의 대표단 명단을 통보했다. 전날 한국이 남측 대표단 명단을 통보한 지 하루 만에 남북 회담 라인업이 구축된 것이다. 북한 대표단에는 리 위원장 외에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 원길우 체육성 부상 등이 포함됐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으로 구성된 남측 대표단과 격(格)을 맞춘 것이다. 이번 회담은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간접회담 성격을 띠고 있다. 김정은의 신년사에 환영 메시지를 낸 문 대통령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 등 전례 없는 속도전으로 회담 성사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회담 상황도 청와대와 주석궁에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정부 소식통은 “청와대와 남북회담본부에서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로 회담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북측엔 음성으로 전달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일단 평창 올림픽 논의에 집중할 방침이다. 다만 큰 틀에서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원칙적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평창에 파견될 북한 고위급 대표가 누구냐에 따라선 올림픽 기간 북핵 문제 진전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관계개선을 운운하면서도 부당한 구실과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내세워 각계각층 인민들의 접촉과 내왕(왕래)을 가로막는 것은 여론을 오도하기 위한 기만술책”이라며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북측 대표단의 평창 참가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이번 주 스위스 IOC 본부를 찾아 북한 선수단 지원을 협의할 예정이다.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북한 출전권 확대 등) IOC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 많은 상황이다. 남북 회담 이후 관련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과 당장 통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나는 늘 대화를 믿는다. 틀림없이 나는 그렇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남북)은 지금은 올림픽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시작이다. 큰 시작”이라고 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북한이 5일 한국 정부가 제안한 판문점에서의 남북 고위급 회담 제안을 받아들였다. 새해 첫날 김정은의 신년사로 시작돼 남북 연락망 재개통,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 등 닷새간 펼쳐진 롤러코스터 같은 드라마 끝에 남북이 2015년 12월 이후 2년 1개월 만에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기로 한 것이다.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가 성사되면 한반도는 유엔 올림픽 휴전결의안이 만료되는 3월 25일까지 80일간 한시적으로 평화를 맞게 된다. 과연 이 기간을 발판으로 북핵의 실타래를 푸는 ‘한반도의 봄’이 올지, 긴장의 재고조로 북-미 충돌이 재연될지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이 중대한 분기점에 놓이게 된다. 북한은 이날 오전 10시 16분 판문점 연락채널로 통지문을 보내 ‘9일 판문점에서의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 제안을 수락하겠다고 통보했다. 북한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된 통지문에서 평창 올림픽 참가를 비롯한 남북 관계 개선 문제를 논의하자고 밝혔다. 북한이 한국 정부가 제안한 회담 장소와 일정을 그대로 수락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날 오후 10시 전화 통화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를 공식 합의하자 12시간여 만에 전격적으로 화답에 나선 셈이다. 올림픽을 계기로 북-미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문 대통령은 ‘한반도 운전석’을 제대로 틀어쥐겠다는 전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핵 문제는 최종적으로 북-미가 풀어야 한다. 3월 말까지를 ‘숙려 기간’으로 두고 협상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대북 제재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과 비핵화를 대화 조건으로 내건 미국이 올림픽을 계기로 접점을 찾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한노인회 초청 오찬에서 “(북한에 대한) 성급한 판단이나 기대는 금물이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의 전기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다만 지난해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갔던 북-미가 올림픽 후 다시 긴장 국면을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가 키리졸브(KR), 독수리연습(FE) 등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단지 미룬 것인 만큼 3월 이후 실시하면 한반도 정세는 다시 냉각될 수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5일 밤 전화 통화를 갖고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 문제를 협의했다. 남북 대화 기조를 놓고 한미 간 온도 차도 아직 남아 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4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남북 대화가 올림픽 관련 주제에 한정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두고 진솔한 대화에 나설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황인찬 기자}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희망한다. 남북 대화 과정에서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알려 달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 대표단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 당국자회담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내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전화 통화에서 평창 겨울올림픽 안전 보장에 최선을 다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3월로 예정된 ‘키리졸브 훈련’ 등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연기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대화 과정에서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알려 달라. 미국은 100% 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100% 지지’라는 표현은 트럼프가 주로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와의 유대 관계를 강조하며 사용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연기 제안을 수용하면서 김정은의 신년사로 촉발된 남북 당국자 간 회담 개최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게 될 듯하다. 조만간 남북 접촉의 장소와 시기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번 한미 정상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남북 연락망이 재개통된 3일부터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외교부 라인을 통해 조율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는 사전에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의 통화는 남북 대화 재개를 두고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미동맹 균열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 대화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올린 트윗에서 ‘남북 간 대화는 좋은 일(good thing)’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남북 대화 재개에 자신도 공로가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힘의 행사’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었다고 스스로 평가하면서 자신의 대북 압박 정책을 남북 대화 재개의 원인 중 하나로 꼽지 않는 전문가들을 ‘바보들(fools)’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미국 백악관이 통화 후 배포한 자료에는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delay(연기)’ 대신 ‘de-conflict(충돌을 피하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훈련 연기를 발표하는 대신 전화 통화를 통해 “문 대통령께서 저를 대신해 그렇게 말씀하셔도 될 것 같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그동안 훈련 중단에 반대했던 미국이 부담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와는 별개로 워싱턴 조야는 남북한 간에 본격적인 대화 국면이 시작되면 한국이 대북 국제공조 대열에서 이탈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3일 남북한 대화 통로 복원이 북핵 문제 해결이나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남북관계 개선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전화 통화를 하고 ‘키리졸브 훈련’ 등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에 열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연기하기로 공식 합의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여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부터 30분간 통화에서 평창 겨울올림픽의 안전하고 성공적인 개최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두 정상은 평창 겨울올림픽 중 예정됐던 키리졸브 훈련 등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연기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더 이상 도발하지 않을 경우 올림픽 기간에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할 뜻을 밝혀 주시면 평창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이 되고 흥행에 성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께서 저를 대신해 그렇게 말씀하셔도 될 것 같다. 올림픽 기간에 군사훈련이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셔도 되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9일 공개적으로 한미 군사훈련 연기를 제안한 지 16일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훈련 연기를 밝힌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은 “남북 대화 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며 우리는 남북 대화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과 북한의 대화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남북 대화 재개로 인한 한미 간 균열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최대 제재와 관여 정책을 통해 강력한 공조를 취해온 것이 남북 대화 재개에 도움이 됐다고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대화 성사를 평가하고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희망한다. 남북 대화 과정에서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알려달라”며 “미국은 100% 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올림픽 기간에 가족을 포함한 고위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재확인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어떻게 할지를 놓고 문재인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한일 외교 관계를 고려해 위안부 합의 파기 또는 재협상까진 요구하지 않을 거란 기류가 강했지만 지난해 12월 합의 재검토 태스크포스(TF) 발표 후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8일 “피해 당사자와 국민이 배제된 정치적 합의였다는 점에서 매우 뼈아프다”며 위안부 합의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강조했다. 빠른 후속 조치까지 주문했다. 다만 청와대는 당시 “합의 무효화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당국자들 역시 문 대통령이 상황의 심각성을 표현했다는 수준으로 해석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4일 돌연 라디오 인터뷰에서 ‘위안부 합의를 파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파기나 재협상 등까지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도 이날 동아일보와 만나 “위안부 합의 과정의 문제점이 명백히 드러난 만큼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국가 간 합의 파기에 따른 국가 신뢰도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선 “‘공식 합의’인지 성격조차 불분명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재협상이나 파기로 가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여전히 우세하다. 당장 재협상을 하려면 일본과 위안부 합의 자체의 법적 정당성 다툼을 벌여야 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mm도 움직일 수 없는 합의”라고 밝힌 상황에서 단기간에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 남북관계 복원을 놓고 미국이 불편한 감정을 내비치는 상황에서 한일 공조까지 휘청거리면 정부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로선 당장 다음 달 평창 겨울올림픽에 아베 총리를 초청할 계획인 데다 올봄 개최를 목표로 한중일 정상회담 논의가 3개국 사이에 오가는 상황에서 한일 관계가 얼어붙는 것도 부담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강 장관 발언에 대해 “여러 가능성이 있다는 수준으로만 이해해 달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일본을 겨냥한 ‘압박용 카드’로 재협상이나 파기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합의 후속 조치를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정부 소식통은 “일단 ‘가장 센 카드’부터 예고해야 이후 상대국이 받을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향후 국내 여론의 반응이다. 정부는 위안부 이슈라는 과거 문제 해결과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이라는 ‘투 트랙’으로 접근하겠다는 큰 틀은 유지하면서 일본에 요구할 ‘추가 조치’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일본 정부에 위안부 피해자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된 추가 조치를 따로 요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완전 재협상이 아닌 ‘맞춤형’ 추가 협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방한을 추진하는 것도 한일 관계를 풀 해법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왕이 한국을 다녀간다면 일본 내 혐한 감정이 많이 누그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왕이 홍릉(고종과 명성황후의 능)을 방문해 명성황후의 묘에 꽃 한 송이 바치며 ‘안타까운 일’이라고만 언급해도 한일 간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일왕의 방한 여부는 일본 정부가 결정하는데 아베 총리가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문제로 꼽힌다.신진우 niceshin@donga.com·문병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4일 박근혜 정부에서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뜻에 어긋나는 합의를 한 것에 대해 죄송하고 대통령으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 8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갖고 “지난 합의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정부가 할머니들의 의견을 안 듣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내용과 절차가 모두 잘못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를 찾아 “과거 정부가 공식적으로 합의한 것도 사실이니 양국 관계 속에서 풀어가야 하는데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이 재협상이나 파기 불가 방침을 확실히 한 가운데 한일관계를 복원하면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 데 대한 어려움을 밝힌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TF 보고서 발표에 따른 후속 조치 방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후속 조치에는 위안부 강제동원의 불법성 인정과 명예훼손 방지 대책 마련, 위안부 피해 진상 규명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