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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정권은 낡은 가치관으로 국제적 조류에서 뒤처져 있다. 새로운 정권 준비에 박차를 가하며 힘을 쏟겠다.”일본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泉健太·50) 대표는 14일 일본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세력에 의한 정권교체를 원하는 목소리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향후 한일 관계에 대해 이즈미 대표는 “좋은 교류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 가며 관계를 다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헌민주당의 전신 격인 민주당은 2009년 집권해 2012년 자민당에 정권을 내줬다. 이후 제1야당이라는 정치적 입지에도 자민당 1당 독주 체제에 줄곧 존재감이 약했다. 하지만 17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지금 투표한다면 어느 당을 지지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19%가 입헌민주당을 선택해 자민당(24%)을 5%포인트 차로 따라붙었다. 이즈미 대표는 19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자민당 총재)와 여야 일대일 국회 당수(黨首) 토론에 나서며 정면승부를 벌인다. 일본 국회의 여야 당수토론은 3년 만이다. ―현 자민당 정권을 평가한다면…. “(자민당 파벌) 비자금 문제에 대한 일본 국민의 분노가 쌓였다. 또 자민당은 인구 감소, 지방 쇠퇴 등 현안에 눈을 돌리지 않는다. 일본 국민은 자민당 내에서의 정권 교체(총리 교체)가 아니라 입헌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세력의 정권 교체를 원한다.”―7월 7일 일본 최대 지방선거인 도쿄도지사 선거가 치러진다. “확실한 여야 대결이면서 자민당과 입헌민주당 싸움이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지난 8년간 자민당에 편입돼 버렸다. 도쿄 예산 낭비와 정체된 도정에 메스를 대겠다는 게 렌호(蓮舫)다. 향후 중앙정치에 크게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온 힘을 다해 렌호를 응원하겠다.”―기시다 정권 지지율 하락에도 입헌민주당 지지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게 현실이다.“일본에서는 지지 정당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의사 표시도 잘 하지 않는다. 정당 지지율은 뒤로 따라온다. 선거에서 이기면 정당 지지율이 오르는 게 요즘 추세다.”―솔직히 언제 정권을 잡을 수 있다고 보는가. “차기 총선에서다. (현 국회 임기 만료는) 내년이지만, 어쩌면 곧 (해산이) 있을지도 모른다. (자민당 총재가 바뀌면 다시 여당 지지율이 오를 수 있는데?) 지금까지 자민당이 반복해 온 수법이다. 자민당 총재로 누가 취임하든 입헌민주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도록 노력하겠다. 자민당 정권을 바꿔 일본을 차세대형으로 모델 체인지하겠다. 다문화 공생 정책을 추진해 외국인이 생활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 화석 연료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정책도 재검토하겠다.”―일본이 안보정책을 바꾸며 ‘전쟁하는 나라’로 탈바꿈하려 한다는 우려가 있다. “절대로 전쟁하지 않고 평화를 지키면서 긴장 완화를 위한 국제적 협력을 이뤄내겠다는 게 우리의 자세다. 동아시아 안정을 위해 한미일 간 안보 연계를 추진하고 최근 개최한 한중일 정상회의도 정례화해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일본 외교 안보의 근본인 미일 안보 조약을 유지 발전시키면서 평화를 추구하는 자세를 안팎으로 호소하겠다.”―최근 일본과 북한이 물밑 접촉을 이어가는 분위기가 감지되는데….“일본 납북자 문제 해결에 한국 당국, 시민단체가 지원해 줘 감사하다. 한일 간 신뢰 관계, 의사소통을 소중히 하면서 일본-북한 관계를 진행해 나가는 게 기본이다. (다만) 북한과는 지금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미리 하나하나 (한국에) 전할 수 있을지, 그렇지 않은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한일 관계에 관한 생각은…. “일본도 한국도 각각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우호 관계를 발전시켜 가고 싶다. 국민끼리는 매우 사이가 좋고 상호 이해가 진행됐다. 정치가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 슬픈 역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되지만, 슬픈 역사가 있었기에 좋은 역사를 만들어 가고 싶다. 역사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으로 가겠다.”―한국에서는 지난해 3월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해결책 제시 이후 일본의 대응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여론이 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외교당국 합의에 반발하는 사람도 양국에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한일 방위교류 재개를 두고 한국이 (2019년 일본 자위대에 대한) 레이더 조사(照射·쏴 비춤)에 대해 충분한 해결책을 내지 않았고, 무엇을 반성하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있다. 모두 납득시키려 따져가면 뭐 하나 정리되는 게 없을 것이다. 서로 만점이 아니더라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 방문 경험이 있는지. “(초선 의원 시절인) 2004년 후쿠오카에서 배를 타고 부산에 도착해 새마을호로 서울을 방문했다. 이후에 종종 갔다가 당 대표를 맡은 뒤에는 못 갔다. 작년에 나를 빼고 아내, 아들 하나, 딸 둘 등 온 가족이 서울에 여행을 가서 과자, 마스크팩을 잔뜩 사 왔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딸은 중학교 때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웠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방한 때 딸이 한국어로 말하는 걸 찍은 동영상을 보여 드렸더니 대통령이 좋아했다. 별처럼 많고 좋은 추억이 있다. 한국은 이미 글로벌 국가다. 음악 시장은 일본 이상으로 세계에 진출했고 영어 교육도 일본보다 잘 가르친다. 이미 두 나라는 활발히 교류하고 있지만, 미래를 향해 좋은 교류 사례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 가고 싶다.”△이즈미 겐타 입헌민주당 대표 1974년 삿포로 출생. 리츠메이칸대 법학부 졸업 후 국회의원 비서를 거쳐 2003년 교토에서 중의원(하원)으로 처음 당선됐다. 7선 의원. 2021년 당 대표로 선출됐다. 입헌민주당은 일본 중의원 465석 중 98석을 보유한 제1야당이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집권 자민당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자민당 현역 국회의원이 공개석상에서 처음으로 ‘기시다 퇴진론’을 언급했다. 자민당 4선 중의원(하원) 의원인 사이토 히로아키(斎藤洋明) 의원은 16일 자신의 지역구인 니가타현 후원 모임에서 “기시다 총재가 노력하고 있지만, 책임은 최종적으로 누군가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토 의원은 기시다 총리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인정하면서 “(9월 총재 선거에서) 진정으로 자민당을 개혁할 수 있는 후보를 응원하겠다”고 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1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당내 퇴진론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총재로서 정치개혁에 온 힘을 다해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며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사이토 의원은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가 이끄는 아소파 소속이다. 기시다 총리가 최근 정치자금 후원자 공개 기준액을 ‘5만 엔(약 45만 원) 초과’로 낮추는 안을 밀어붙이자 아소 전 총리 등은 “정치엔 돈이 필요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아소 전 총리 등 당내 막후 실력자들이 등을 돌리면 기시다의 총리직 유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본 현지에선 정권교체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기시다 총리에 대한 당내 반발이 확산되면서, 올 9월 자민당 총재(총리) 선거에서 연임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자민당 지지율은 아사히신문이 17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19%로 떨어졌다. 아사히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1년 이후 2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민주당에 정권을 내줬던 2009년 20%보다도 낮다.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 역시 22%로 내각 출범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니가타현 사도(佐渡) 광산과 관련해 과거 해당 지방자치단체도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을 인정했다는 지적이 현지에서 제기됐다. 아사히신문은 15일 ‘사도 광산 PR, 사실은 어디까지’라는 칼럼에서 “1988년에 니가타현이 펴낸 ‘니가타현사(史)’는 일찍이 조선인이 강제 연행돼 사도에서 일했다고 쓰고 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니가타현이 1988년 펴낸 ‘니가타현사’에는 “1939년에 시작된 노무 동원 계획은 모집, 관(官) 알선, 징용으로 바뀌었지만 조선인을 강제 연행했다는 사실에서는 같다”는 기술이 있다. 사도 광산 측이 남긴 자료에 따르면 1940년 2월∼1942년 3월 총 6차례에 걸쳐 조선인 1005명이 동원됐고, 그 전후로 끌려간 조선인도 많았다. 충남 지역에서 시작돼 경북과 전남 등 한반도 전역으로 넓어졌다. 사도 광산을 운영했던 미쓰비시광업은 조선인에 대해 “노골적인 ‘열등 민족관’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았다” “고삐를 늦추지 않는 관리가 필요했다” “민족 차별적 임금에 불만을 품고 도망간 사람이 있었다” 등 당시 만연했던 차별적 기록도 남겼다. 마이니치신문도 16일 가와사키시 시민단체인 ‘재일코리아 생활문화자료관’이 공개한 사도 광산 조선인 노동자 사진을 보도했다. 해당 사진에는 충남 논산군(현 논산시) 출신 임태호 씨가 1940년 사도 광산으로 징용당해 노무자 합숙소에서 조선인 동료들과 함께한 모습이 담겼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직전에 사도에서 도망친 임 씨는 이후 재일교포로 살았고 1997년 세상을 떠났다. 시민단체 측은 사도에서 일한 조선인들이 계약 형식을 갖춘 ‘모집’ 형태로 광산에 왔지만 당시는 일본의 요청을 맘대로 거절할 수 없는 상황임을 고려해 ‘징용’이라는 표현을 썼다. 마이니치는 “임 씨를 비롯한 조선인 노동자와 가족들이 사도에서 고생한 역사를 없었던 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아픈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는 다음 달 21일(현지 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니가타현 사도(佐渡) 광산이 과거 해당 지방자치단체도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을 인정했다는 지적이 현지에서 제기됐다.아사히신문은 15일 ‘사도 광산 PR, 사실은 어디까지’라는 칼럼에서 “1988년에 니가타현이 펴낸 ‘니가타현사(史)’는 일찍이 조선인이 강제 연행돼 사도에서 일했다고 쓰고 있다”고 전했다.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니가타현이 1988년 펴낸 ‘니가타현사’에는 “1939년에 시작된 노무 동원 계획은 모집, 관(官) 알선, 징용으로 바뀌었지만 조선인을 강제 연행했다는 사실에서는 같다”라는 기술이 있다. 사도 광산 측이 남긴 자료에 따르면 1940년 2월~1942년 3월 총 6차례에 걸쳐 조선인 1005명이 동원됐고, 그 전후로 끌려간 조선인도 많았다. 충남 지역에서 시작돼 경북과 전남 등 한반도 전역으로 넓어졌다.사도 광산을 운영했던 미쓰비시 광업은 조선인에 대해 “노골적인 ‘열등 민족관’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았다” “고삐를 늦추지 않는 관리가 필요했다” “민족 차별적 임금에 불만을 품고 도망간 사람이 있었다” 등 당시 만연했던 차별적 기록도 남겼다.마이니치신문도 16일 가와사키시 시민단체인 ‘재일코리아 생활문화자료관’이 공개한 사도 광산 조선인 노동자 사진을 보도했다. 해당 사진에는 충남 논산군(현 논산시) 출신 임태호 씨가 1940년 사도 광산으로 징용당해 노무자 합숙소에서 조선인 동료들과 함께한 모습이 담겼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직전에 사도에서 도망친 임 씨는 이후 재일교포로 살았고 1997년 세상을 떠났다.시민단체 측은 사도에서 일한 조선인들이 계약 형식을 갖춘 ‘모집’ 형태로 광산에 왔지만 당시는 일본의 요청을 맘대로 거절할 수 없는 상황임을 고려해 ‘징용’이라는 표현을 썼다. 마이니치는 “임 씨를 비롯한 조선인 노동자와 가족들이 사도에서 고생한 역사를 없었던 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아픈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는 다음 달 21일(현지 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13∼15일 이탈리아 풀리아에서 열린 가운데 G7이 중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 접근을 제한하고 반도체 공급망을 조율하기 위한 ‘반도체 연락그룹’을 구축하기로 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AI 반도체 기술 수출 규제 강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G7을 중심으로 서방이 중국의 AI 기술 추격을 막는 데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12일 블룸버그통신은 G7 정상회의 코뮤니케(공동성명) 초안을 입수해 G7 정상들이 반도체 공급망 조율과 해저 인터넷 케이블 복원력 강화를 위한 반도체 연락그룹 구성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AI 열풍으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술 패권 전쟁의 핵심인 AI 반도체 공급망을 조율하고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경제회복력과 경제안보’에 관한 별도 성명을 발표하고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한 공동 대응과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에 합의했다. 올해는 이에 이어 반도체 분야 협력을 위한 협력체를 구성하는 것이다. G7 정상들은 또 반도체 등 중요 물자 공급에 대한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는 데도 합의할 예정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G7은 반도체, 전기차 등에서 저가 공세를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겨냥해 공공부문 조달에서 가격 외 데이터 보호와 사이버 안전, 노동자 권리 등을 평가해 결정하자는 원칙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새 반도체 규제가 삼성전자와 TSMC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막을 수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문가들을 인용해 13일 보도했다. 미국의 잠재적 규제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역량을 갖춘 이들 기업이 중국 기반 고객들을 위한 반도체를 만들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도체 생태계 축소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직접 중국에 AI 칩을 공급하는지 여부와 별개로 시장 전반이 움츠러들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일본이 1800년대 후반 이후 유산이 대부분인 핵심 근대유산 구역을 제외하기로 했다. 유네스코 자문기구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 권고를 수용해 7월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WHC)의 등재 결정을 이끌어내려는 취지다. 하지만 사도광산 주요 지역을 제외해 ‘반쪽’ 등재를 감수하더라도 조선인 강제노역 역사는 어떻게든 감추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단 겉으로는 권고를 이행해 세계유산으로 지정받은 뒤 지역 안내, 관광 상품에 슬쩍 끼워 넣는 식으로 일본 정부가 ‘꼼수’를 부리면 국제사회가 별달리 손을 쓰기 어렵다는 점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13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올 7월 세계유산위 등재를 실현하기 위해 이코모스 지적을 받은 기타자와 지구를 제외하고 완충지대로 하는 방침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코모스는 이달 6일 사도광산에 대해 등재 ‘보류(refer)’를 권고했다. 이코모스는 보고서에서 기타자와 지구를 유산 범위에서 제외하고 광산 채굴의 모든 기간에 걸친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해설·전시 전략을 개발해 현장에 설치하라고 명시했다. 기타자와 지구는 사도광산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유산이다. 20세기 중반에 발전소, 광산 시설 등으로 쓰인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 흔적이 남아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기타자와 지구는 20세기에 본격적으로 조성된 곳인 만큼 16∼19세기 중반(에도시대)으로 세계유산 대상 시기를 한정한 일본 정부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게 이코모스의 해석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코모스가 권고한 ‘모든 기간에 걸친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룰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일본은 애초 에도시대로 세계유산 대상 시기를 한정해 조선인 강제노역 역사를 감추려 했다. ‘16∼19세기 유산 신청에 왜 20세기 유산이 있는가’라는 취지의 이코모스 지적에 일본은 해당 구역을 세계유산에서 빼는 방식으로 끝내 강제노역 역사를 숨기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학계에서는 강제동원 역사를 감추고 등재를 현실화하기 위한 ‘꼼수’라고 반발했다.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부위원장인 강동진 경성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훗날 이코모스의 권고를 일부 수용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조건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일본이 등재를 신청하면서 ‘전체 역사를 알리겠다’고 했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다음 달 열릴 세계유산위에서 한국이 논리적으로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이코모스 심사 결과가 공개되기 전부터 “사도광산 전체 역사가 충실히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일 양국 간에 진지하고 성실하게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전체 역사가 충실히 반영돼야 한다는 우리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했다. 한 정부 당국자는 동아일보에 “시기와 지역을 한정해도 어차피 사람들은 광산 전체를 보게 된다”며 “후대에 사죄 부담을 지울 수 없다는 (일본 보수 강경파의) 흐름이 계속 유지되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 주초 평양을 방문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방북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권하던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에 평양을 찾는 것이다. 김 위원장과는 지난해 9월 러시아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가진 지 9개월 만에 다시 만나게 된다. 북-러 정상회담이 다시 성사되면 가장 큰 관심사는 양국 간 군사협력이다. 특히 북한은 지난달 날린 군사정찰위성 2호기가 공중에서 폭발해 실패한 만큼, 진전된 관련 기술을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 직접 평양까지 가는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포탄 등 무기 지원을 더욱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푸틴 환영 행사 관전 위해 구조물 등 설치” 정부 고위 소식통은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이 다음 주초 방북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18, 19일 1박 2일에 걸쳐 방북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일본 NHK방송도 러시아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푸틴 대통령이 다음 주초 방북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정부는 현재 북한에서 푸틴 방북 준비가 임박한 동향을 포착해 주시하고 있다. 평양 김일성광장에선 북-러 주요 인사들이 푸틴 대통령 환영 행사를 관전할 수 있는 관망대 등 구조물 설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소리(VOA)도 9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김일성광장 연단 바로 옆에서 전에 없던 흰색 물체를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또 11일 위성사진에선 광장 북쪽에 정사각형 모양의 흰색 대형 구조물 2개와 남쪽에 약 100m 길이의 흰색 대형 구조물이 정렬된 모습도 확인했다. 정부 소식통은 “대규모 인파를 동원한 환영 행사 준비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번 푸틴 대통령 방문은 특히 북한이 더 강하게 요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1월에 최선희 외무상을 보냈을 때도 정상회담 세부 일정을 잡자고 거듭 (러시아에)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후 러시아도 해외 정보를 총괄하는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을 3월 평양에 보내는 등 북-러 간 고위급 인사의 교류가 이어지면서 이번 정상회담이 가시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혈맹(血盟)인 중국과 최근 관계가 다소 껄끄러워진 만큼 고립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대러 관계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또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중국의 관심과 협력을 끌어낼 카드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정부는 북한이 최근 ‘오물 풍선’ 등 집중 도발을 이어오다가 며칠 전부터 갑자기 대남 도발 수위 조절에 나선 것도 푸틴 대통령 방북을 의식한 숨 고르기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푸틴 방북 강하게 원해” 정상회담이 열리면 핵심 의제는 크게 군사와 경제협력 등 두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지난해 정상회담을 계기로 군사협력을 꾸준히 이어온 만큼 이번엔 그 협력 강화를 확인하는 동시에 서로 필요한 ‘핀포인트’ 지원을 집중 협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한반도 유사시 ‘긴밀하게 협의한다’ 수준의 군사협력 제도화가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찰위성 기술을 포함한 ‘우주 협력’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일부 기술을 지원받아 신형 엔진을 장착해 2차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지만 실패했다. 이번엔 정상이 직접 방문하는 만큼 북한은 러시아에 추가 기술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북한에 아예 엔진 완제품까지 제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가 미그-29 등 북한 전투기 개량을 도와줄 수도 있다. 북한 전투기의 기반은 러시아제여서 러시아 지원이 필수인데, 이미 러시아가 북한에 일부 지원한 정황은 우리 정부가 포착했다. 이번 정상 방문을 계기로 그 지원 폭이 커질 수 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러시아 선적 화물선이 올 4월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항을 떠나 북한 북동부 나진항에 기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요미우리신문이 9일 보도했다.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를 위반해 북한이 만든 무기와 탄약을 운반했을 가능성이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을 지낸 후루카와 가쓰히사(古川勝久) 전 위원은 미국 민간 위성 서비스 ‘플래닛 랩스’ 위성사진과 국제해사기구(IMO) 선박 정보를 분석했다. 그 결과 4월 2, 3일 보스토치니항을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러시아 선적 화물선 ‘LADY R’호로 보이는 선박이 항구에 접안돼 있었다. 4월 14일에는 같은 배로 보이는 선박이 북한 나진항에 머물고 있었다. 이 선박은 러시아∼북한 운항 중에 선박 자동식별장치(AIS)를 작동시키지 않았다. 이 장치는 항해 안전을 위해 설치됐는데 장비를 끄면 선박 위치, 속력, 진로 등을 확인할 수 없다. 미국 정부는 2022년 5월 무기 수송에 사용되고 있다는 이유로 ‘LADY R’호를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루번 브리지티 주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대사는 2022년 12월 이 배가 남아공 해군기지에서 무기, 탄약을 싣고 러시아로 향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일본 정부도 같은 이유로 이 선박을 소유한 러시아 기업을 지난달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앞서 화물선 기항과 같은 달 북한 유조선이 러시아에서 석유를 공급받아 자국으로 수송한 정황도 드러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북한과 러시아가 서로에게 필요한 물자를 주고받는 상호의존이 커지는 모양새다. 유엔 안보리는 2009년 6월 북한 핵실험에 대응해 북한의 무기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제재를 채택한 바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정부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을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데 찬성할지에 대해 “향후 일본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7일 밝혔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와 성실하고 부단하게 정중히 논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유네스코의 전문가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보류(refer)’를 권고한 상황에서 한일 간 물밑 외교전이 예상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 입장이 충분히 반영됐다고 판단하면 정부는 컨센서스(전원 동의) 형성을 막지는 않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이 강제동원을 포함한 사도광산 전체 역사를 반영하는 조치를 성실히 취한다면 한국이 강력하게 등재를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는 올 7월 21일부터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WHC)에서 결정된다. 한국도 위원국이다. 21개 위원국 중 기권국을 제외한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표결로 등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지만, 실제론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게 관례다. 이에 한국과 일본이 합의된 문안을 가져오면 다른 위원국들이 결의하는 과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외교부 당국자가 “우리 입장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끝까지 컨센서스를 막고 투표로 갈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일본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코모스는 보류 권고에서 “광업 채굴이 이뤄졌던 모든 시기를 아울러 추천 자산에 관한 전체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설명 및 전시 전략을 책정하고 관련 시설과 설비 등을 갖추라”고 했다.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하며 기간을 16∼19세기 중반으로 한정한 데 대한 지적으로 풀이된다. 이코모스의 권고 배경에는 일본이 2015년 ‘군함도’로 알려진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 하시마(端島) 탄광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유네스코와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2015년 군함도 유네스코 등재 당시 ‘본인의 의사에 반(反)하는 한국인 강제노역’을 인정하며 희생자를 기리는 내용을 전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수년간 이행하지 않았다. 2020년 개관한 전시관에선 ‘가혹한 강제노역’을 부정하는 증언만을 부각시켰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코모스의 권고에 대해 “사도광산이 세계유산 등재를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등재를 위한 몇 가지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등재 권고를 기대했는데, 왜 되지 않은 건지 궁금하다”는 지역민들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기시다, 日총리 연임 가능할까9월 임기가 완료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지율이 20%대에 머물러 있는 데다, 자민당이 잇따라 선거에서 패하며 입지가 불안해졌다. 기시다 총리가 물러나면 공조를 다진 한미일 협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지금은 정치개혁 등에 전념해 결과를 내는 것 외에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 4일 오전 일본 도쿄 총리관저 1층 로비. 출근하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에게 ‘6월에 중의원(하원) 해산’ 여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 나선 기시다 총리는 언뜻 뻔해 보이는, 정론적인 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대답 뒤 일본 언론들은 ‘기시다 총리가 해산을 보류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올 9월 말 임기가 끝나는 기시다 총리가 해산 카드를 끝내 꺼내지 못하게 됐다는 관측이다. 한국은 국회 해산 제도가 없어 잘 와닿지 않지만, 일본 정치권에선 이날 국회 해산 보류로 해석되는 기시다 총리의 발언에 대해 궁지에 몰린 현재의 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왔다. 20%대에 머물러 있는 낮은 지지율에다 최근 주요 선거의 잇따른 패배로 기시다 총리의 연임은 갈수록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일본 총리의 불안한 입지는 자국 정치 문제를 넘어 동아시아 정세에 중요한 틀인 한일 공조와 한미일 협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집권 자민당도 현재로선 기시다 총리를 이을 마땅한 인물이 없어 고민이 적지 않다.● 선거 ‘연전연패’ 무너지는 자민당 2일 치러진 도쿄 도심 미나토구 구청장 선거는 일본 정치계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야당 구의원 출신인 무소속 세이케 아이(清家愛) 후보가 집권 자민당 추천을 받은 5선 현직 다케이 마사아키(武井雅昭) 구청장을 꺾고 당선됐다. 일본은 지방자치단체마다 임기 시작과 종료가 제각각이라 크고 작은 지방선거가 수시로 열린다. 구청장 1명을 뽑는 초미니 선거였지만, 일본 정치권은 거듭되는 자민당 패배를 또 한번 확인하며 개표 결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낮으면 조직력이 강한 여당이 유리하다’는 정치 격언도 통하지 않았다. 이날 투표율은 30.6%로, 투표 참여가 저조한 일본에서도 비교적 낮은 수치였기 때문이다. 일본 정치권에는 모든 야당을 합쳐도 집권 자민당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뜻으로 ‘1.5당 체제’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자민당은 주요 선거에서 연달아 패하며 이미 정국 주도권을 놓친 모양새다. 4월 28일 치러졌던 중의원 보궐선거 역시 자민당은 전패(全敗)했다. 심지어 보선이 치러진 3개 지역구 중 2곳에선 아예 후보 공천조차 하지 못했다. 유일하게 후보를 냈던 시마네1구에선 제1야당 입헌민주당에 졌다. 시마네현은 1996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래 한 번도 자민당이 의석을 내준 적 없던 ‘보수 텃밭’이었다. 패배의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26일 시즈오카현지사 선거도 자민당 후보가 야권 후보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애초 자민당은 정세가 불리하단 이유로 중앙당 공식 추천을 고민했다. 결국 ‘어려운 싸움에서 이기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며 추천을 강행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고, 자민당은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차기 총리감으로 부상하던 시즈오카 지역구 국회의원인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외상이 지원 유세에서 여성 차별적 발언을 한 것도 악재였다. 일본에서 자민당 공천을 받는다는 건 다른 당과 출발선이 다르다는 의미다. 건설업계와 농업계, 종교계 등 막대한 조직표를 등에 업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국회 보궐선거나 시즈오카현지사 선거 등에서는 여당 후보가 당 간판을 숨겼다. 해당 선거가 중앙 정치와 무관하다는 점을 내세우기도 한다. 그런데도 유권자의 마음을 붙잡긴 어려웠다. 오히려 “이번 선거에서 이기면 기세가 붙는다. 정치개혁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이즈미 겐타 입헌민주당 대표)이라는 야권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었다. 이러다 보니 7월 7일 일본 최대 지방선거인 도쿄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자민당 출신이었으나 현재 무소속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72) 현 지사가 3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고이케 지사는 “자민당으로부터 들은 얘기는 없다”며 거리를 두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혐한 성향의 우익 정치인으로 이념적으로 자민당 강경파에 가깝다. 하지만 자민당 지지율이 바닥인 상황에선 손을 잡아봐야 득이 되지 않는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여기에 광고모델과 TV 앵커 출신으로 인지도가 높은 입헌민주당 렌호(蓮舫·57) 참의원(상원)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본에서 보기 드문 ‘여성 정치인 빅매치’라 렌호 의원이 승리하면 자민당으로선 다른 지방선거 패배보다 충격파가 훨씬 크다. 인구 1400만 명의 수도 수장 자리가 야당에 넘어간다는 건 기시다 정권에 결정적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 반등 못 하고 20%대 머무는 지지율 2021년 10월 취임한 기시다 총리는 올 9월이면 임기가 만료된다. 하지만 재임 내내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2년 7월 참의원 선거 3일 전에 터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망, 지난해 5월 심혈을 기울여 성공시킨 주요 7개국(G7) 히로시마 정상회의 때 정도만 지지율이 다소 회복됐으나 오래가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 하락은 취임 이듬해인 2022년부터 하나둘씩 터져온 악재가 겹겹이 쌓인 결과다. 아베 전 총리 사망 직후 치러진 참의원 선거는 자민당이 단독 과반(119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지만, 정치적 평가가 엇갈리는 아베 전 총리의 장례를 국장(國葬)으로 전격 결정하며 다시 지지율이 빠졌다. 자민당-통일교 유착 의혹과 주요 장관들의 잇따른 구설 등으로 지난해 초 30%대까지 하락했다. G7 히로시마 정상회의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반짝 효과’에 그쳤다. 기시다 총리 장남의 총리공저(공관) 송년회 개최 파문, 일본판 주민등록증 ‘마이넘버 카드’를 둘러싼 개인정보 부실 관리, 불륜 및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으로 낙마한 차관급 인사, 인기 영합 정책이라는 역풍을 맞은 감세 정책 등 일련의 사안들이 줄줄이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해 말 터진 파벌 비자금 추문은 기시다 정권을 그로기 상태까지 몰고 간 결정타였다. 당 자체 조사 결과 2018∼2022년 전·현직 의원 85명이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를 부실 기재하고 파벌 모금 후원회에서 모은 정치자금 일부를 의원이 비자금으로 챙긴 게 드러났다. 기시다 총리가 몸담았던 ‘기시다파(고치카이)’를 전격 해산하고 비자금에 가장 크게 연루된 ‘아베파’ 등도 이후 해산됐지만, 오히려 “근본적인 대책 없이 깜짝 쇼로 대응했다”는 비판과 함께 국민 여론은 더 나빠졌다. 이후 기시다 총리 지지율은 20%대에 머무는 양상이다.● “기시다 9월 재선 가능성 제로” “지금 당장 선거하면 야당으로 정권이 교체돼도 이상하지 않다.” “기시다 총리를 간판으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 최근 자민당에선 이런 푸념들이 노골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기시다 총리의 당 구심력이 떨어졌다”(요미우리신문)거나 “차라리 기시다 정권이 빨리 무너지는 게 좋다는 의견도 있다”(아사히신문) 등 익명의 자민당 관계자 발언이 연일 언론에 보도된다. 4일 기시다 총리가 국회 해산을 보류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을 두고는 “지금 해산하는 것은 자살 행위”(자민당 다선 의원)라는 거친 평가도 나왔다. 국회(중의원) 해산은 일본에서 총리의 전권 사항이다. 여당 지지율이 높을 때 잘 사용하면 권력 기반을 다질 수 있어 ‘전가의 보도’로 불린다. 하지만 현재 기시다 총리는 낮은 지지율과 잇따른 선거 패배로 해산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다. 일본 정치 전문가인 시라토리 히로시(白鳥浩) 호세이대 교수(정치학)는 “해산을 못 하면 이달 시행하는 세금 감면, 개각 등으로 지지율을 올려야 하는데 그걸로 인기가 오를지 의문”이라며 “기시다 총리의 9월 총리 재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가 된 느낌”이라고 전망했다. 기시다 총리의 당내 장악력은 갈수록 약해지는 모습이다. 자민당이 파벌 비자금 추문을 계기로 추진하는 있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자민당은 정치자금 모금 행사 기부액 공개 기준을 현행 20만 엔(약 176만 원) 초과에서 10만 엔 초과로 하려다가, 연립여당 공명당 주장을 받아들여 5만 엔 초과로 더 낮췄다. 심지어 자민당은 3일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했다가 제2야당 일본유신회 요청으로 개정안을 철회하고 재수정을 추진 중이다. 기시다 총리가 지지율 반등의 마지막 기회로 여겨졌던 정치자금법 개정을 ‘갈팡질팡’ 행보로 처리하면서 여야 모두 반발이 크다. 기시다 정권을 뒷받침해 온 아소 다로(麻生太郎) 자민당 부총재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자민당 간사장은 “대체 무엇을 하는 것이냐”며 기시다 총리의 결정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자민당이 주도하는 법안 자체에 반대하는 입헌민주당도 “오락가락하는 것도 정도가 있다”며 맹비난했다. 문제는 자민당으로선 기시다 총리의 뒤를 이을 ‘포스트 기시다’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지도 높은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 고노 다로(河野太郎) 디지털상 등이 차기 자민당 총재(총리) 선거의 출마 예상자로 꼽히지만 모두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당원 표도 반영되지만 사실상 국회의원 투표로 결정돼 당내 세력 합종연횡에 따라 결정된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정부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을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데 찬성할지에 대해 “향후 일본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7일 밝혔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와 성실하고 부단하게 정중히 논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유네스코의 전문가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보류’를 권고한 상황에서 향후 한일간 물밑 외교전이 예상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 입장이 충분히 반영됐다고 판단하면 정부는 컨센서스(전원 동의)가 형성을 막지는 않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이 등재 과정에서 강제동원을 포함한 사도광산 전체 역사를 반영하는 조치를 성실히 취한다면 한국이 나서 강력하게 등재를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당국자는 “하지만 우리 입장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반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일본 니가타현에 있는 사도광산은 17세기 에도 막부 시대에 고순도의 금·은을 생산하던 일본 최대 규모 광산이다. 태평양 전쟁 당시에는 전쟁 물자 확보에 이용됐다. 일본은 사도광산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하면서 대상을 ‘에도 시대’로 한정했다. 강제동원이란 역사를 감추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불거졌다. 이코모스는 최근 “전체 역사를 현장에서 포괄적으로 다루는 전시 전략을 만들고 시설 설비를 갖추라”는 권고와 함께 ‘보류(refer)‘ 결정을 내렸다.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는 7월 21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WHC) 회의에서 논의된다. 위원국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표결로 등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지만, 실제론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게 관례다. 이에 따라 입장차가 첨예한 한일이 합의된 문안을 가져오면 위원국이 결의하는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 당국자가 “가정적이지만 끝까지 컨센서스를 막고 투표로 가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일본이 사도광산 전체 역사를 반영하는 조치를 충실히 취할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당국자는 “투표까지 가는 상황은 최대한 피하면서 한일 합의를 이루려는 게 양국 정부가 원하는 목표”라고도 했다.이코모스는 보류 권고에서 “광업 채굴이 이뤄졌던 모든 시기를 아울러 추천 자산에 관한 전체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설명 및 전시 전략을 책정하고 관련 시설과 설비 등을 갖추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하며 기간을 16~19세기 중반으로 한정한 것에 대한 지적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등재 추진 때부터 일제강점기에 자행된 조선인 강제노역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 “日, 약속 안 지킨 전례”… 日 “韓과 정중히 논의”이코모스의 권고 배경에는 일본이 2015년 ‘군함도’로 알려진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 하시마(端島) 탄광을 '메이지시대 산업혁명 유산'으로 등재하면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도 일본은 조선인 강제동원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대상 시대를 메이지 시대로 한정했다. 한국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조선인 강제동원 사실을 포함한 전제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일본은 결정문에 "과거 1940년대 한국인 등이 자기 의사에 반해 동원되어 '강제로 노역'(forced to work)했던 일이 있었다"는 각주(footnote)를 달고 등재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세계유산 등재 이후 조선인 강제동원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유네스코는 지난해 9월 “전체 역사를 제대로 알리겠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일본을 상대로 추가로 권고한 상태다.이코모스가 보류 결정을 했다고 해서 일본의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작업이 좌초됐다고 볼 수는 없다. 이코모스가 지난해 ‘보류’로 권고했던 8건 중 8건이 모두 등재결정됐고, 반려 권고했던 9건 중 6건도 등재결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당사국들이 등재에 대해서는 후한 결정을 내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일본 정부는 7일 “한국 정부와 성실하고 부단하게 정중히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코모스 권고에 대해 “사도광산이 세계유산 등재를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등재를 위한 몇 가지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등재 권고를 기대했는데, 왜 되지 않은 건지 궁금하다”는 지역민들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한국 RCC(수색구조조정본부)에서 구조 요청이 왔습니다. 수색 개시!” 6일 오전 일본 교토부 마이즈루시 인근 동해 해상. 마이즈루항 해상보안학교를 출발한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 ‘와카사’(1500t 규모)가 약 2시간 30분 동안 바다를 헤치고 북쪽으로 나아갔다. 마이즈루항에서 40km가량 떨어진 동해에 도착하자, 한국 해양경찰청 경비함 ‘태평양16호’(3249t)와 미국 해안경비대 순찰선 ‘워시’(4500t)가 인근에서 훈련 준비를 마치고 고동을 울렸다. 이날 일본 인근 동해상에선 사상 처음으로 한미일 3국 해경의 연합 수색 구조 훈련이 실시됐다. 한일 연합 해경 훈련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세 나라 해경이 한자리에 모여 실제 상황을 가정하고 훈련한 건 처음이다. 동아일보는 한국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일본 해상보안청 선박에 탑승해 훈련 과정을 취재했다. 이날 첫 훈련은 항해 중이던 한국 시멘트 운반선과 미국 화물선이 짙은 안개로 인해 해상에서 충돌해 화재가 발생했다는 가정 아래 실시됐다. 불이 났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한국 배에서 승무원 16명이 구명보트로 탈출했고, 성인 크기의 사람 모형 10개가 바다로 던져졌다. 일본 순시선에서 “바다에 사람이 표류하고 있다. 행방불명자를 찾겠다”는 방송이 나온 뒤, 배에 장착된 크레인이 곧바로 구명보트를 집어 바다로 내렸다. 일본 구명보트는 한국 경비함이 투입한 구명정과 함께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며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미 해안경비대의 헬리콥터도 수색 구조 작업에 투입됐다. 잠시 뒤 한일 양국이 각각 4명씩, 미국 헬기가 2명을 구조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구조 훈련이 끝난 뒤엔 곧바로 화재 진압 훈련에 돌입했다. 바다 가운데 붉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상 화재 선박을 향해 한미일 함정들이 동시에 거대한 물대포를 발사했다. 순식간에 화재가 진압되는 장관이 연출됐다. 세 나라 함정에 탑승한 해경 대원들은 서로에게 손을 흔들며 성공을 자축했다. 이날 훈련은 지난해 8월 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해양 안보 협력’에 따른 것이다. 한미일은 동해와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의 해양 진출 위협을 염두에 두고 바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고에 대응하고자 이번 훈련을 기획했다. 실제로 중국 어민들은 서해 등에서 불법 어업을 벌여 한국 해경과 숱한 갈등을 빚어왔다. 4월 남중국해에선 중국 해경선이 필리핀 해경선에 물대포 공격을 가해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본 해상보안청의 무라카미 아유무(村上步) 구난(救難)과장은 “해상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3국이 정확한 정보를 교류하고 소통해 연계 효과를 높이려는 훈련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한국 해양경찰청 측도 “한미일의 수색 구조 역량과 노하우,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미일은 앞으로도 3국 해상 사고 훈련을 정례화하기 위해 상호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마이즈루=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에 대해 유네스코 자문기구가 세계 문화유산 등재 ‘보류’ 권고를 내렸다고 일본 문화청이 6일 발표했다. 세계 문화유산 등재 심사를 담당하는 국제기념물 유적위원회(ICOMOS·이코모스)는 이런 권고 결과를 조만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회원국에 배포한다.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이코모스는 서류·현장 심사를 거쳐 등재 권고, 보류, 반려, 등재 불가 중 하나를 결정한다. 권고 결과는 7월 말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 회의에서 최종 등재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된다. 일본 언론들은 ‘보류(refer)’를 ‘정보조회’라는 단어로 번역해 보도했다. 유네스코는 ‘보류’에 대해 “탁월하고 보편적 가치가 있지만, 관리 보전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고 3년 내 보완 추가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라고 정의했다. 과거에는 보류 판정이 나면 등재가 사실상 어려웠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최근 들어 보류 권고에도 세계유산위가 등재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사실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이코모스가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즉, 이코모스가 일본 측으로부터 추가 자료를 제출받아 심사를 재개한 뒤 등재 권고를 하되, “사도광산 전체의 역사를 알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추가 권고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 우리 정부는 “사도광산 전체의 역사를 알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국제사회에 강조해왔다. 설사 등재되더라도 일제강점기 사도광산에서 조선인 강제노역이 이뤄진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게 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유산 대상 기간을 16∼19세기로 한정하고 조선인 강제노역 역사를 감춘 채 등재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취지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에 대해 유네스코 자문기구가 세계 문화유산 등재 ‘보류’ 권고를 내렸다고 일본 문화청이 6일 발표했다.세계 문화유산 등재 심사를 담당하는 국제기념물 유적위원회(ICOMOS·이코모스)는 이런 권고 결과를 조만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회원국에 배포한다.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이코모스는 서류·현장 심사를 거쳐 등재 권고, 보류, 반려, 등재 불가 중 하나를 결정한다. 권고 결과는 7월 말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 회의에서 최종 등재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된다.일본 언론들은 ‘보류(refer)’를 ‘정보조회’라는 단어로 번역해 보도했다. 유네스코는 ‘보류’에 대해 “탁월하고 보편적 가치가 있지만, 관리 보전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고 3년 내 보완 추가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라고 정의했다.과거에는 보류 판정이 나면 등재가 사실상 어려웠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최근 들어 보류 권고에도 세계유산위가 등재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사실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이코모스가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즉 이코모스가 일본 측으로부터 추가 자료를 제출받아 심사를 재개한 뒤 등재 권고를 하되, “사도광산 전체의 역사를 알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추가 권고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우리 정부는 “사도광산 전체의 역사를 알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국제사회에 강조해왔다. 설사 등재되더라도 일제강점기 사도광산에서 조선인 강제노역이 이뤄진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게 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유산 대상 기간을 16~19세기로 한정하고 조선인 강제노역 역사를 감춘 채 등재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취지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한국 RCC(수색 구조조정본부)에서 구조 요청이 왔습니다. 수색 개시!”6일 오전 일본 교토부 마이즈루시 인근 동해 해상. 마이즈루항 해상보안학교를 출발한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 ‘와카사(1500t)’가 약 2시간 30분 동안 바다를 헤치고 북쪽으로 나아갔다. 마이즈루항에서 40km 가량 떨어진 동해에 도착하자, 한국 해양경찰청 경비함 ‘태평양16호(3249t)’와 미국 해안경비대 순찰선 ‘워시’(4500t)가 인근에서 훈련 준비를 마치고 고동을 울렸다. 이날 일본 인근 동해상에선 사상 처음으로 한미일 3국 해경의 합동 수색구조 훈련이 실시됐다. 한일 합동 해경 훈련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세 나라 해경이 한 자리에 모여 실제 상황을 가정하고 훈련한 건 처음이다. 동아일보는 한국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일본 해상보안청 선박에 탑승해 훈련 과정을 취재했다. 사상 첫 한미일 해경 수색구조 훈련이날 첫 훈련은 항해 중이던 한국 시멘트 운반선과 미국 화물선이 짙은 안개로 인해 해상에서 충돌해 화재가 발생했다는 가정 아래 실시됐다. 불이 났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한국 배에서 승무원 16명이 구명보트로 탈출했고, 성인 크기의 사람 모형 10개가 바다로 던져졌다.일본 순시선에서 “바다에 사람이 표류하고 있다. 행방불명자를 찾겠다”는 방송이 나온 뒤, 배에 장착된 크레인이 곧바로 구명보트를 집어 바다로 내렸다. 일본 구명보트는 한국 경비함이 투입한 구명정과 함께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며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미 해안경비대의 헬리콥터도 수색구조 작업에 투입됐다. 잠시 뒤 한일 양국이 각각 4명씩, 미국 헬기가 2명을 구조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구조 훈련이 끝난 뒤엔 곧바로 화재 진압 훈련에 돌입했다. 바다 가운데 붉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상 화재 선박을 향해 한미일 함정들이 동시에 거대한 물대포를 발사했다. 순식간에 화재가 진압되는 장관을 연출했다. 세 나라 함정에 탑승한 해경 대원들은 서로에게 손을 흔들며 성공을 자축했다. ‘中 해양 진출 위협 염두’… 한미일 결속 강화이날 훈련은 지난해 8월 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해양 안보 협력’에 따른 것이다. 한미일은 동해와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의 해양 진출 위협을 염두에 두고 바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고에 대응하고자 이번 훈련을 기획했다. 실제로 중국 어민들은 서해 등에서 불법 어업을 벌여 한국 해경과 숱한 갈등을 빚어왔다. 4월 남중국해에선 중국 해경선이 필리핀 해경선에 물대포 공격을 가해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일본 해상보안청의 무라카미 아유무(村上步) 구난(救難)과장은 “해상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3국이 정확한 정보를 교류하고 소통해 연계 효과를 높이려는 훈련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한국 해양경찰청 측도 “한미일의 수색구조 역량과 노하우,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미일은 앞으로도 3국 해상 사고 훈련을 정례화하기 위해 상호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숲이 아니라 꼭 테마파크에 놀러 온 것 같아요.” 강원 춘천시 삼한골 상류에 있는 국립춘천숲체원에서 만난 최예솔 양(10)과 최 양의 아버지는 알록달록 색깔이 칠해져 있는 9m 높이의 실외 암벽장을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2일 찾은 이곳엔 단체 탐방객 20여 명이 무리 지어 숲해설가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마치 놀이동산을 방불케 할 정도로 활기찬 이곳은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군사시설로 일반인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곳이었다. 그러다 2015년 자연휴양림으로 지정되면서 즐길 거리를 갖춘 이른바 ‘레저숲’으로 거듭났다. 수풀과 계곡, 바위 등 숲에 있는 자연환경을 원형 그대로 활용해 레저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숲을 뜻한다. 산림청은 2018년부터 이곳에 숲을 활용한 레포츠 시설을 조성해 2021년 문을 열었고, 지난해 5만2000명이 방문하는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첩보부대 훈련장에서 레저숲으로 숲체원 부지는 육군 첩보부대(HID) 요원들이 1970년대부터 2014년까지 실제로 훈련했던 장소다.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진 않지만 민간인 출입을 통제해 숲 일대를 훈련장으로 활용했다. 그러다 2018년부터 도시민의 여가 수요를 반영해 실내외 암벽등반장과 글램핑장 등 다양한 산림레포츠 특화시설을 갖춘 레저숲으로 다시 태어났다. 과거 사격 훈련과 고지 점령 훈련, 유격 훈련이 이뤄진 실제 공간이 지금은 산림레포츠 체험 시설로 바뀌었다. 철거하지 않은 군사훈련용 막타워(모형탑)도 곳곳에 남아 있다. 축구장 300개가 넘는 335ha 규모의 숲체원 곳곳엔 6m 높이의 나무 타기 시설을 비롯해 산악자전거(MTB)를 탈 수 있는 코스, 5m 높이의 로프코스를 즐길 수 있는 모험숲, 놀이터를 갖춘 유아숲 등의 시설이 들어서 있었다. 이 같은 숲 체험 시설만 10개가 넘는다. 2시간 안팎에 걸쳐 계곡이나 숲길을 트레킹할 수 있는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명상과 ‘불멍’, 해먹 체험 등 다양한 산림교육 콘텐츠도 인기를 끌고 있다. 캠핑할 수 있는 글램핑 시설과 단체 숙박시설도 갖춰 1박 이상 머물며 프로그램을 즐길 수도 있다. 김보영 국립춘천숲체원 주임은 “주로 학교나 기관에서 오는 단체 탐방객이 많다”며 “60대 이상 어르신 단체도 종종 방문하는데 남녀노소 원하는 방식대로 숲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스트레스 해소 등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방문객 수도 크게 늘고 있다. 시범 운영을 시작한 2020년 3800여 명에서 2021년 2만6000명, 2022년 4만3000명, 지난해 5만2000명까지 3년 만에 13배가량 급증했다. 통상 3시간 이상 머무르기 때문에 생활인구로 산정돼 지역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춘천시 국립용화산자연휴양림은 1박에 1만5000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야영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이름났다. 이런 숲체원이나 휴양림을 포함한 전국의 산림교육센터는 총 23곳에 이른다. 2017년 17만 명 안팎이었던 방문객 수는 지난해 약 53만 명으로 급증했다.● 치유하며 모험·체험 즐기는 숲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체험시설을 갖춘 숲을 찾는 이들뿐만 아니라 산악 마라톤이나 트레킹 등 산에서 모험과 체험을 즐기려는 동호인도 증가했다. 암벽 등반이나 산악 승마, 자전거, 패러글라이딩 등이 대표적인 산림레포츠다. 전국 산림레포츠 동호인은 2014년 23만 명에서 2020년 50만9000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여기에 발맞춰 맞춤형 프로그램도 새로 생겨나고 있다. 경북 영주시에선 2030세대를 겨냥한 ‘알프스 챌린지’ 트레킹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소백산 비로봉과 연화봉 등을 등반하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인증하면 영주시의 ‘소백 3봉 챌린지’를 완성할 수 있다. 등산 인플루언서와 함께 챌린지형 산림 치유 트레킹도 참여할 수 있다. 산악 마라톤을 즐기는 이도 늘고 있다.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 험난한 비포장 산길을 달려야 하지만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풍경을 만끽하며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게 묘미다. 지리산 화대종주와 설악산 공룡능선, 제주 한라산 능선 코스가 대표적이다. 2021년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이러한 레저활동이나 치유 프로그램 등 연간 산림휴양 경험률은 79.2%로, 경험자의 97.1%는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준순 강원대 산림경영학과 교수는 “삶의 질이 핵심 가치인 시대에 숲은 최고의 놀이터”라며 “청소년기부터 다양한 종목의 산림 레포츠 등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취약 계층도 접할 수 있게 레저숲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도 우울감도 숲에서 모두 잊어요”無장애숲으로 이동약자 등 배려시각장애인 위한 오디오 숲해설우울감 치유 힐링캠프도 운영최근 국내 레저숲에 조성된 산림레포츠 시설은 휠체어를 탄 이동 약자나 시·청각 장애인, 노약자 등이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즐길 수 있는 ‘무장애숲’을 표방하고 있다. 강원 춘천시에 있는 국립춘천숲체원은 지난달 14일 SK 행복나눔재단과 함께 청년 장애인 직업훈련생 및 관계자 28명을 초청해 산림레포츠 체험을 지원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9m 높이 실외 암벽장을 도르래와 밧줄을 활용한 ‘어댑티브 클라이밍’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휠체어에 올라탄 채 암벽을 오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이다. 암벽 아래에서는 “할 수 있어요!”라고 소리치며 응원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처럼 휠체어를 타고 산림레포츠를 체험할 수 있어 이곳은 국내에서 유일한 ‘배려숲’으로 불린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무장애 나눔 숲길도 1km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김경포 국립춘천숲체원 산림레포츠팀장은 “장애인들이 산림레포츠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은데 끝까지 암벽을 오르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다”며 “몸과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자신감까지 얻어 갈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춘천숲체원은 2021년 개원 이후 매년 장애인을 위한 ‘나눔숲 캠프’를 열고 시각 장애인을 위한 오디오 숲해설 등 장애 유형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장애인과 이들의 부모, 형제자매, 사회복지사, 특수교사, 돌봄 종사자의 스트레스 회복을 돕는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산림교육 대상자와 프로그램도 다양화하고 있다. 경북 영주시에 있는 국립산림치유원은 반려동물과 이별 후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겪는 ‘펫로스 증후군’ 가족을 대상으로 ‘내맘 쓰담 힐링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숲속에서 명상하거나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간직하는 나무 액자 만들기 활동 등이 진행된다. 이 밖에도 한국 생활에 고립감을 느끼는 외국인 원어민 교사,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등에게 심신 회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영주 소백산 자락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숲 치유 프로그램, 한국 전통 다례를 배우는 다도 체험 등이 주요 활동이다. 산림청은 지난해 10월 엄마 배 속부터 유아, 청년, 장년, 노년에 이르기까지 생애 주기별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산림 시설을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산림복지 소외계층과 보행 약자를 위한 무장애 나눔 길 등 기반 시설을 늘리고 사회적 약자에게 제공하는 산림복지서비스이용권도 지속해서 확충할 계획이다. 특별취재팀▽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학교 급식에서 소고기 반찬이 사라졌다고?” 일본의 한 소도시에 있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급식 메뉴에서 소고기가 빠진 사실이 알려져 일본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엔저 현상의 장기화로 현지 교육 당국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게 원인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소고기도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에 ‘국력 쇠퇴’라는 자조 섞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미야기현 도미야(富谷)시의 초중학생 5800명분의 식사를 조리하는 급식센터에서는 최근 소고기 반찬을 메뉴에서 뺐다. 한 끼에 300∼360엔(약 2600∼3150원)이 지원되는 급식 단가로는 크게 오른 식자재 가격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급식 및 식당용으로 많이 팔리는 미국산 소고기의 도매가격은 지난해보다 64%가량 뛴 것으로 알려졌다. 급식센터 관계자는 “해당 금액으로는 지난해보다 9%가 오른 쌀과 우유 등을 사는 것도 벅찬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 경쟁력이 높아져 경제 성장엔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일본 역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탈출을 위해 ‘엔저가 도움이 된다’는 시각이 강했다. 하지만 엔저 장기화로 수입품 등의 가격이 오르며 여러 공공 분야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야심차게 추진한 국책사업에 예상보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문제다. 올해 도입하는 최신형 스텔스 전투기 F-35A는 대당 116억 엔의 예산을 책정했으나 실제로는 140억 엔이 들어갔다. 일본 도쿄공업대는 원래 연간 리스료 7억5000만 엔을 들여 슈퍼컴퓨터를 도입하려 했으나 엔저의 영향으로 10억 엔(약 88억 원)을 지불했다. 이러다 보니 일본 정부 내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총리실에선 4월 말 달러당 환율이 160엔까지 올라가자 “이대로 방치하면 과거 영국 파운드화 같은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9조7885억 엔이란 역대 최대 규모의 개입을 단행했지만 시장에선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는 냉담한 반응이 나온다. 2일 환율은 달러당 157.33엔에 거래되며 157엔 전후의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 도요타자동차 본사를 비롯해 일본 5개 자동차 회사가 품질 인증 취득을 위해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자동차 업계 전체에 부정이 만연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일본 정부는 4일 현장조사에 착수한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3일 도요타자동차, 마쓰다, 야마하발동기, 혼다, 스즈키 등 5개 업체로부터 자동차 성능시험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도요타 경·소형차 자회사 다이하쓰공업의 부정 인증 발각 이후 주요 자동차 회사에 다이하쓰와 유사한 사례가 없는지 조사를 지시했다. 당시 다이하쓰는 자동차, 엔진을 생산할 때 정부에서 받아야 하는 ‘형식 지정’ 취득 과정에서 대규모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최근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이번 조사에서 도요타는 현재 생산 중인 코롤라, 야리스 등 3개 모델과 과거에 만들었던 크라운, 아이시스, 시엔타, 렉서스RX 4개 모델 등 7종에서 보행자 보호 시험과 관련한 허위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성은 도요타에 대해 현재 생산 중인 3개 모델의 출하를 정지시켰고 이르면 4일 도요타 본사 현장조사에 나선다. 야마하는 오토바이 3개 모델의 소음 시험 과정에서 부정 행위가 발견됐다. 혼다는 과거 차종 22종, 스즈키는 옛 차종 1종에서 각각 부정행위가 있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 도요타자동차 본사를 비롯해 일본 5개 자동차 회사가 품질 인증 취득을 위해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자동차 업계 전체에 부정이 만연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일본 정부는 4일 현장조사에 착수한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3일 도요타자동차, 마쓰다, 야마하발동기, 혼다, 스즈키 등 5개 업체로부터 자동차 성능시험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도요타 경·소형차 자회사 다이하쓰공업의 부정 인증 발각 이후 주요 자동차 회사에 다이하쓰와 유사한 사례가 없는지 조사를 지시했다. 당시 다이하쓰는 자동차, 엔진을 생산할 때 정부에서 받아야 하는 ‘형식 지정’ 취득 과정에서 대규모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최근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이번 조사에서 도요타는 현재 생산 중인 코롤라, 야리스 등 3개 모델과 과거에 만들었던 크라운, 아이시스, 시엔타, 렉서스RX 4개 모델 등 7종에서 보행자 보호 시험과 관련한 허위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성은 도요타에 대해 현재 생산 중인 3개 모델의 출하를 정지시켰고 이르면 4일 도요타 본사 현장조사에 나선다. 혼다는 2009~2017년 생산된 ‘어코드’ ‘엔박스(N-BOX)’ 등 22종, 스즈키는 옛 차종 1종에서 각각 부정행위가 있었다. 야마하는 오토바이 3개 모델의 소음 시험 과정에서 부정 행위가 발견됐다.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도요타자동차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인증 제도의 뿌리를 흔든 행위로 자동차 회사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된다”며 “그룹 책임자로서 고객과 모든 이해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지속적으로 인증 부정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짧은 납기에 맞춰 여러 번 작업을 반복하면서 막판에 큰 부담이 생긴 것 같다”며 올 12월까지 문제를 사전에 감지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학교 급식에서 소고기 반찬이 사라졌다고?”일본의 한 소도시에 있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급식 메뉴에서 소고기가 빠진 사실이 알려져 일본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엔저 현상의 장기화로 현지 교육 당국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게 원인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소고기도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에 ‘국력 쇠퇴’라는 자조섞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미야기현 도미야(富谷)시의 초중학생 5800명분의 식사를 조리하는 급식센터에서는 최근 소고기 반찬을 메뉴에서 뺐다. 한 끼에 300~360엔(약 2600~3150원)이 지원되는 급식 단가로는 크게 오른 식자재 가격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급식 및 식당용으로 많이 팔리는 미국산 소고기의 도매가격은 지난해보다 64%가량 뛴 것으로 알려졌다. 급식센터 관계자는 “해당 금액으로는 지난해보다 9%가 오른 쌀과 우유 등을 사는 것도 벅찬 상황”이라고 전했다.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 경쟁력이 높아져 경제 성장엔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일본 역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탈출을 위해 ‘엔저가 도움이 된다’는 시각이 강했다. 하지만 엔저 장기화로 수입품 등의 가격이 오르며 여러 공공 분야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야심차게 추진한 국책사업에 예상보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문제다. 올해 도입하는 최신형 스텔스 전투기 F-35A는 대당 116억 엔의 예산을 책정했으나 실제로는 140억 엔이 들어갔다. 일본 도쿄공업대는 원래 연간 리스료 7억5000만 엔을 들여 슈퍼컴퓨터를 도입하려 했으나 엔저의 영향으로 10억 엔(약 88억 원)을 지불했다.이러다 보니 일본 정부 내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총리실에선 4월 말 달러당 환율이 160엔까지 올라가자 “이대로 방치하면 과거 영국 파운드화 같은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9조7885억 엔이란 역대 최대 규모의 개입을 단행했지만, 시장에선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는 냉담한 반응이 나온다. 2일 환율은 달러당 157.33엔에 거래되며 157엔 전후의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