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

박용 기자

동아일보 논설위원실

구독 12

추천

안녕하세요. 박용 기자입니다.

parky@donga.com

취재분야

2026-02-23~2026-03-25
칼럼100%
  • “美CIA 소유 회사가 암호장비 판매… 세계 120개국 기밀 수십년간 빼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스위스 암호장비회사 ‘크립토AG’를 몰래 소유한 채 수십 년간 세계 120여 개국의 기밀을 무차별적으로 빼냈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한국 일본 등 각국 정부가 신뢰하며 사용해온 암호 장비가 CIA가 심은 조작 프로그램에 의해 첩보 제공 통로로 변질돼 큰 충격을 안긴다. 미 워싱턴포스트(WP), 독일 공영방송 ZDF, 스위스 SRF방송은 11일 CIA와 독일 정보당국의 기밀 문건을 입수해 “CIA가 옛 서독 정보기관 BND와 손잡고 크립토의 암호 장비를 이용해 동맹과 적국을 가리지 않고 타국의 암호 통신문을 해독하고 기밀을 빼냈다”고 폭로했다. 크립토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군을 위한 암호 장비를 생산하며 미 정부와 연을 맺었다. 크립토 고객들은 회사의 실제 주인이 CIA임을 알지 못한 채 장비를 구매했다. 1970년대부터는 미 국가안보국(NSA)도 기밀 탈취에 가담했다. 미국은 1950년대 중국 소련 북한의 암호를 해독할 수 없게 되자 ‘루비콘’이란 이름의 이 작전을 추진했다. 미국과 독일은 크립토를 운영하기 위해 양국의 간판 기업인 모토로라와 지멘스를 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서독 통일 후인 1993년 독일 BND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루비콘 작전에서 손을 뗐다. 독일 지분을 사들여 작전을 이어가던 CIA도 2018년 회사를 매각했다. 국제 보안시장에서 온라인 암호 기술이 대중화, 고급화하면서 크립토의 위상이 떨어졌다고 WP는 전했다. CIA와 BND는 각국의 기밀 정보를 취득하면서 장비 판매료로도 수백만 달러를 챙겼다. 1981년 크립토의 최대 고객은 사우디아라비아였다. 이란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이라크 리비아 요르단 한국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소련, 중국, 북한 등은 크립토가 서방과 연계됐다고 의심해 이를 이용하지 않았다. 미국은 1978년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평화 협상을 중재할 때도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이 참모들과 논의하는 내용을 모두 엿들었다. 또 1979년 이란 테헤란 대사관에서 발생한 444명의 미국인 인질 사태 때 이슬람 율법학자들을 감시했다. 미국은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대서양 포클랜드제도에서 벌인 전쟁 때도 아르헨티나군의 정보를 빼내 핵심 동맹 영국에 넘겼다. WP는 “1980년대 미 정보기관이 입수한 해외 첩보의 40% 정도가 루비콘 작전으로 입수됐다. CIA 역사상 가장 대담한 작전”이라고 지적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구가인 기자}

    • 2020-02-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기생충’ 글로벌 흥행 수입, 전세계 흥행 기록 ‘와호장룡’ 넘어서나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개 부문 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우려 때문에 관객 수가 현저히 줄어든 국내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10일 73개 상영관에서 다시 개봉한 ‘기생충’은 재개봉 첫날 1761명이 관람해 단숨에 박스오피스 9위에 올랐다. 11일에는 109개 상영관에서 8339명이 관람해 아카데미 작품상 경쟁작이었던 ‘조조 래빗’(5일 개봉)을 밀어내고 5위로 뛰어올랐다. 좌석판매율은 25.8%로 1위였다. 지난해 5월 개봉해 1008만 명을 살짝 넘긴 채 중단됐던 누적관객 수도 1010만 명으로 뛰어 흥행 기록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CGV는 전국 30개 지점에서 ‘기생충’ 특별전을 진행 중이며 롯데시네마도 25일까지 30개 지점에서 ‘기생충’을 재상영한다. 26일에는 ‘기생충’ 흑백판이 공개된다. 해외 흥행 기세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미국 박스오피스 집계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은 현지 시간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다음날인 10일, 50만1222달러(약 5억9000만 원)의 매출을 올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주연한 ‘닥터 두리틀’을 제치고 북미 지역 일간흥행순위 4위에 올랐다. 전날 순위는 12위였다. 지난해 10월 11일 미국 3개 상영관에서 개봉했던 ‘기생충’이 10위 안에 든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날 매출은 지난주 같은 요일에 비해 213% 늘었다. ‘기생충’의 북미 지역 배급사인 네온은 “현재 1060개인 상영관 수를 이번 주말부터 200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10일 기준 3603만 달러(약 424억 원)인 누적 매출액이 5000만 달러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01년 ‘와호장룡’이 기록한 전 세계 흥행 수입액 비영어권 영화 역대 최고 기록인 2억1300만 달러(약 2512억 원)를 뛰어넘을 가능성도 있다.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의 전 세계 수입액은 1억6592만 달러(10일 기준)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 2020-02-12
    • 좋아요
    • 코멘트
  • 美, 신용평가회사 해킹 혐의 중국군 4명 기소

    10일 미국 법무부가 중국 인민해방군 요원 4명을 해킹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이 중국군 요원을 해킹 혐의로 기소한 것은 2014년 철강회사 US스틸 등에 대한 해킹 혐의로 5명을 기소한 후 두 번째다.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신용평가회사 에퀴팩스를 해킹하고 미국인의 개인정보 및 산업기밀을 훔친 혐의로 중국 요원 4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들 장교가 2017년 5∼7월 에퀴팩스를 해킹해 미국인 1억4700만 명의 이름, 주소, 사회보장번호, 운전면허번호, 생일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훔쳤다고 지적했다. 에퀴팩스는 8억2000만 명 이상의 소비자 정보뿐만 아니라 9100만 개의 회사 정보에 관한 데이터도 보관하고 있다. 바 장관은 “역사상 최대 자료 탈취 사건 중 하나”라며 “중국군의 조직적이고 뻔뻔하며 범죄적인 강도 행위”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4명의 해커는 인민해방군 54연구소 소속으로 현재 중국에 체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해킹 과정에서 추적을 피하기 위해 약 20개국, 34개 서버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소로 중국 내 미국 정보요원의 신변 위험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를 단행한 것은 중국의 안보 위협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 해커들이 훔친 방대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미 관리들의 의료 기록, 은행 계좌와 같은 민감한 정보에 접근하고 뇌물이나 협박에 취약한 관리들을 공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5일 1차 무역합의 타결로 잠시 진정되는 듯했던 양국의 갈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사태로 다시 격화하고 있다. 두 나라는 신종 코로나의 대처 방식, 유래 등을 두고 거센 공방을 벌였다. 미국 내에서는 중국군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생화학무기로 이용했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킹 공방까지 벌어짐에 따라 무역전쟁이 재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2020-02-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트럼프, 내년 핵무기 예산 20% 증액… “집권2기 청사진 담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및 우주 개발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해외 원조 등을 큰 폭으로 줄이는 내년 예산안을 마련했다고 미 언론이 9일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확산됨에 따라 전염병 예산은 삭감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백악관은 4조8000억 달러(약 5728조8000억 원) 규모의 2021회계연도(2021년 10월∼2022년 9월) 예산안을 마련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백악관 예산안은 행정부의 역점 사업이 반영돼 대통령의 ‘비전 성명서’로 불린다. 특히 내년 예산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재선될 경우 곧장 가동할 ‘집권 2기’의 청사진을 담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예산안에서 국방예산으로 전년 대비 0.3% 늘어난 7405억 달러를 책정한 점이 눈에 띈다. 미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국방부의 핵무기 전달체계를 근대화하는 예산이 289억 달러(약 34조3700억 원), 이를 수행할 국가핵안보국(NNSA)의 예산 198억 달러가 반영됐다. 이는 전년 대비 20%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러시아와 중국의 도전에 맞서 세계 최고의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신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핵무기 현대화보다 국제 군축협상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2024년까지 우주인을 다시 달에 보내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 예산도 13% 늘려 잡았다. 보훈부와 국토안보부도 예산이 각각 13%, 3% 늘었다. 반면 국방 분야 이외의 지출은 전년 대비 5% 삭감된 5900억 달러가 반영됐다. 해외 원조 예산도 21% 삭감됐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예산은 9% 줄었지만 전염병 대응을 위한 예산(43억 달러)은 유지된다. 주택도시개발부 예산도 15% 삭감이라는 된서리를 맞았다. 백악관의 예산 절감 방안도 논란거리다. 백악관은 향후 10년간 연방정부 지출을 4조4000억 달러 줄일 계획인데, 삭감 대상의 약 45%가 사회안전망 관련 예산이다. 메디케어(노년층 의료비 보조) 처방 약값에서 1300억 달러, 메디케이드(저소득층 및 장애인 의료비 보조) 및 푸드 스탬프(저소득층 영양 지원) 등에서 2920억 달러 등 의무 지출 프로그램에서 약 2조 달러를 줄일 방침이다. 백악관은 2025년 만료되는 감세안을 2035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감세 2.0’ 계획도 이번 예산안에 반영했다. 재선이 되면 중산층 감세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11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백악관이 마련한 예산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킬 가능성은 낮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유용한 선거용 카드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예산안의 주요 내용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표심 공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2020-02-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 中·러시아 겨냥 핵무기 내년 예산 대폭 증액…해외원조 대폭 삭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및 우주개발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해외원조 등을 큰 폭으로 줄이는 내년 예산안을 마련했다고 미 언론이 9일(현지시간) 전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확산됨에 따라 전염병 예산은 삭감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백악관은 4조8000억 달러(약 5728조8000억 원) 규모의 2021 회계연도(2021년 10월~2022년 9월) 예산안을 마련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백악관 예산안은 행정부의 역점 사업이 반영돼 대통령의 ‘비전 성명서’로 불린다. 특히 내년 예산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재선될 경우 곧장 가동할 ‘집권 2기’의 청사진을 담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예산안에서 국방예산으로 전년 대비 0.3% 늘어난 7405억 달러를 책정한 점이 눈에 띈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국방부의 핵무기 전달체계를 근대화하는 예산이 289억 달러(약 34조3700억 원), 이를 수행할 국가핵안보국(NNSA)의 예산 198억 달러가 반영됐다. 이는 전년 대비 20%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러시아와 중국의 도전에 맞서 세계 최고의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신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핵무기 현대화보다 국제 군축협상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2024년까지 우주인을 다시 달에 보내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예산도 13% 늘려 잡았다. 보훈부와 국토안보부도 예산이 각각 13%, 3% 늘었다. 반면 국방 분야 이외의 지출은 전년 대비 5% 삭감된 5900억 달러가 반영됐다. 해외 원조 예산도 21% 삭감됐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예산은 9% 줄었지만 전염병 대응을 위한 예산(43억 달러)은 유지된다. 주택도시개발부 예산도 15% 삭감이라는 된서리를 맞았다. 백악관의 예산절감 방안도 논란거리다. 백악관은 향후 10년간 연방정부 지출을 4조4000억 달러 줄일 계획인데 삭감 대상의 약 45%가 사회안전망 관련 예산이다. 메디케어(노년층 의료비 보조) 처방 약값에서 1300억 달러, 메디케이드(저소득층 및 장애인 의료비 보조) 및 푸드 스탬프(저소득층 영양지원) 등에서 2920억 달러 등 의무지출 프로그램에서 약 2조 달러를 줄일 방침이다. 백악관은 2025년 만료되는 감세안을 2035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감세 2.0’ 계획도 이번 예산안에 반영했다. 재선이 되면 중산층 감세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11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백악관이 마련한 예산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킬 가능성은 낮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유용한 선거용 카드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예산안의 주요 내용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표심 공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2020-02-10
    • 좋아요
    • 코멘트
  • 미국이 ‘신종 코로나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오늘과 내일/박용]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5명으로 늘어난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도심. 마스크를 쓴 시민은 드물었다. 하지만 약국이나 슈퍼에선 마스크가 동이 났다. 5곳을 들렀는데 남아 있는 마스크는 없었다. 한 매장 직원은 묻기도 전에 “마스크는 다 팔렸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거리에선 보이지 않는 그 많은 마스크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신종 코로나가 더 확산될 때를 대비해서 미국인들이 집에 비축해 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들른 주택 및 생활용품 전문점에서 실마리를 얻었다. 원래 마스크가 있던 진열대는 텅 비어 있었다. 그 대신 카운터 옆에는 보통 독성이 강한 페인트를 칠할 때 쓰는 ‘N95’ 마스크 수십 개가 따로 진열돼 있었다. 매장 직원과 몇 분 남짓 얘기하는 사이 그나마 남아 있던 마스크도 동이 났다. 직원은 “중국인들이 마스크를 많이 사 간다. 중국에 있는 가족들을 걱정해 그런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물론 7일 현재 확진자가 3만 명을 넘고 600명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은 중국과 확진자가 12명인 미국이 느끼는 위협의 정도는 전혀 다르다. 그렇다고 미국인들이 마냥 안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신종 코로나에 대한 걱정이 많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일상생활에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은 정부와 전문가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고 있다. 시민들은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전해지는 보건 전문가들의 정보와 조언을 대체로 믿고 따르는 분위기다. 먼저 미 당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적극적이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뚜렷한 증상이 없는 환자가 신종 코로나를 감염시킨 독일 사례가 보고된 지난달 31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일 오후 5시부터 최근 14일 이내에 중국에 체류한 외국인의 입국을 전격 금지했다. 이번 조치로 103억 달러(약 12조 원)의 관광 수입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공항에 빗장을 걸었다. 중국 외교부가 “공포를 선동한다”고 비판하자, 미 국무부는 “미국 시민의 안전보다 더 높은 우선순위는 없다”며 반박했다. 시민을 안심시키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사람 대 사람 간 전염 사례가 확인된 지난달 30일 낸시 메서니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바이러스가 일반 커뮤니티까지 확산되지 않고 있다. 증거에 기반해 상황에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시민들을 다독였다. 신종 코로나가 확산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를 제안했다” “특정 기관이 만들어낸 바이러스”라는 가짜뉴스가 나돌았다. 백악관은 국립과학원(NAS), 공학한림원(NAE), 국립의학원(NAM) 등의 과학자와 의료진에 신종 코로나의 과학적 기원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며 대응에 나섰다.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비상 국면에서도 국민 보건 위협 앞에서는 정치권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목소리를 내는 점도 인상적이다. 5일 미 보건복지부 관리들은 신종 코로나 대응 예산을 더 따내기 위해 의회에 달려가 브리핑을 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에서 원고를 찢으며 신경전을 벌인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당국이 공포를 확산시키지 않고 적절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힘을 실어줬다. ‘미국이 정말 강하다’고 느끼는 건 엄청난 화력의 첨단 무기나 세계 최대 경제력 때문만은 아니다. 전문가와 정부 당국의 선제적 대응을 믿고 위기에 침착하게 대응하려고 노력하는 미국인들의 모습에서 세계 최강국 미국의 저력이 느껴진다.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 2020-02-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부티지지 0.1%P차 아이오와 1위… 美민주당 경선 혼돈

    6일(현지 시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의 첫 경선인 아이오와 당원대회(코커스) 개표가 뒤늦게 100% 완료됐다. ‘백인 오바마’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38)이 26.2%를 얻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9)을 0.1%포인트 차로 앞섰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3일 코커스가 치러진 지 사흘 만에 결과가 나왔지만 부티지지의 완전한 승리라고 보긴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두 후보 간 득표율 차이가 워낙 적고 집계 신뢰성이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아예 “승자를 선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샌더스 후보 측도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며 자신의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톰 페레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위원장은 아이오와 지부 측에 결과에 대한 ‘재확인(recavass)’을 요청했다. 수작업으로 표를 다시 새는 재검표(recount)가 아닌 각 선거구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공식 결과와 맞춰 보는 작업을 뜻한다. 재검표보다 정밀성이 떨어져 설사 재확인이 이뤄져도 논란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재확인 과정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아이오와 최종 결과가 11일 뉴햄프셔 예비경선(프라이머리) 결과 발표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당내에서는 비슷한 모습이 연출됐던 4년 전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샌더스 후보를 0.3%포인트 차로 꺾었다. 샌더스 지지자들은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당 지도부와 클린턴 캠프를 거세게 비난했다. 당시 분열이 본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게 패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아이오와 코커스의 진짜 승자라고 평했다. 각각 1, 2위를 한 부티지지 후보와 샌더스 후보는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고 블룸버그 전 시장과 지지층이 겹치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4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다만 당초 중위권으로 평가됐던 부티지지 후보의 상승 흐름 자체는 분명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다음 경선이 열리는 뉴햄프셔에서 부티지지 전 시장이 23%를 얻어 샌더스 후보(24%)를 바짝 쫓고 있다고 전했다. 샌더스 후보가 뉴햄프셔와 붙어 있는 버몬트 출신이고 표본오차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둘의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당원의 참가만 가능한 코커스와 달리 뉴햄프셔 예비경선에는 일반인의 참가도 가능해 후보들의 본선 경쟁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햄프셔는 136만 명의 작은 주(州)지만 백인 비율이 약 94%다. 하버드대 출신의 ‘엄친아’ 부티지지가 선전하기에 유리한 곳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일 상원에서 탄핵이 최종 부결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 집권 공화당 의원을 대거 초청해 일종의 자축 모임을 가졌다. 그는 이날 부결 소식이 게재된 WP 신문을 들어 보이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2020-02-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깜짝 스타’ 부티지지, 0.1%P차로 샌더스 뿌리쳤지만…美민주당 신뢰성 타격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첫 경선 무대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가 ‘백인 오바마’로 불리는 피트부티지지 전 미국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38)을 ‘깜짝 스타’로 만들었지만 신뢰성에서는 큰 타격을 받았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개표가 100% 끝난 7일(현지시간) 오전 2시 현재 26.2%를 득표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의 맹추격을 0.1%포인트 차이로 뿌리쳤다. 이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18.0%,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5.8%,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12.3%이었다. 하지만 개표가 끝났는데도 개표 결과를 확정하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졌다. 민주당은 집계와 개표 과정의 기술적 오류로 3일 아이오와 경선 이튿날에야 중간개표 상황을 발표했고 나흘 뒤인 7일 오전 2시까지도 최종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민주당이 내놓은 코커스 결과에 불일치와 오류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최소 70곳의 선거구에서 1차 투표에서 15% 미만 지지를 받은 후보에게 표를 던진 당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최종 투표자 수가 1차 투표자보다 더 많은 오류가 발견됐다. 2차 투표 결과가 최종 결과에 반영되지 않는 사례도 10건 이상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발표 지연이 단순한 개표 지연이 아니라 득표율 집계 방식의 문제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 언론들도 최종 승자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AP통신은 “승자를 선언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CNN은 후보들의 재검표 요구 마감 시한인 7일 오후 1시(한국시간 8일 오전 3시) 재검표 요구가 없을 경우 승자를 보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빙의 승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기된 집계 과정의 오류 가능성은 개표 결과에 대한 승복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샌더스 의원과 부티지지 전 시장은 서로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6일 “1차 투표에서 6000명 이상이 더 지지했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부티지지는 경선 당일인 3일 밤 지지자들에게 승리를 선언한 바 있다. 톰 페레즈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위원장은 6일(현지시간) 트윗을 통해 “이대로는 더는 안 된다”며 아이오와 민주당에 아이오와 경선 집계 결과에 대한 ‘재확인(recavass)’을 요청했다. 재확인은 수작업으로 표를 다시 새는 재검표(recount)와는 다르며 각 코커스 현장에서 올라온 보고서들을 재검토하는 수준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트로이 프라이스 아이오와 민주당 의장은 “대선 캠프가 재조사를 요구한다면 준비돼 있다”고 답변했다. 재확인 작업이 시작되면 아이오와 개표 결과 발표가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신뢰성 논란과 민주당의 타격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아이오와 결과보다 11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결과를 더 먼저 알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 2020-02-07
    • 좋아요
    • 코멘트
  • 美 관세폭탄으로 수입 감소 6년 만에 무역적자 줄었다

    지난해 미국 무역적자가 2013년 이후 6년 만에 전년 대비 감소세를 나타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등 세계 각국에 관세 폭탄을 투하하면서 수입품 가격이 오르고, 이것이 수입 감소로 이어져 무역적자를 줄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상무부는 지난해 무역적자가 전년보다 1.7% 줄어든 6168억 달러라고 밝혔다. 수출과 수입이 각각 한 해 전보다 1.3%, 1.7% 감소했다. 수입 감소 폭이 수출 감소 폭보다 컸던 것이 적자를 줄이는 데 기여한 셈이다. 무역수지는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를 더한 수치로 미국은 상품수지에서는 대규모 적자, 서비스수지에서는 흑자를 기록해 왔다. 그간 미 무역적자의 주요 원인이었던 상품수지 적자는 2.4% 감소한 8886억 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대(對)중국 상품수지 적자는 17.6% 줄어든 3456억 달러로 2014년 이후 5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대유럽연합(EU) 및 멕시코 상품수지 적자는 각각 1779억 달러, 1018억 달러로 모두 사상 최대를 보였다. 무역전쟁의 여파로 지난해 미국과 중국의 교역 규모 역시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최대 상품교역국이었던 중국은 멕시코, 캐나다에 밀려 3위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베트남의 대미 교역은 31.8% 증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상품에 대한 미국 관세 장벽이 높아지자 베트남을 통한 우회 수출이 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국과 독일은 미국과의 교역이 각각 2.8%, 2.3% 증가했다. 무역적자 감소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이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로이터통신 등은 14일부터 중국 재무부가 지난해 9월 1일부터 1717개의 미국산 제품에 적용한 약 750억 달러(약 89조 원) 규모의 관세를 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기존 10% 관세는 5%로, 5%는 2.5%로 각각 인하된다. 대중 무역적자 추가 개선 여지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소비자 지출이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소비 및 투자의 장기 부진을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상당하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2020-02-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 “환율 조작국에 상계관세”… 한중일 노리나

    미국이 4월부터 환율 조작으로 이득을 본 외국 기업에서 수출하는 제품에 상계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미국 기업에 환율 조작을 근거로 외국 경쟁 기업에 보복할 수 있는 칼자루를 쥐여준 것이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이날 관보를 통해 통화가치 평가절하를 외국 기업에 대한 부적절한 보조금으로 간주하는 내용의 새로운 규제를 발표했다. 미 기업은 4월 6일부터 외국 기업이 환율 조작으로 이득을 봤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면 상계관세 규제 조치를 당국에 요구할 수 있다. 상무부는 외국 기업의 특정 제품이 정부 보조금의 지원을 바탕으로 저렴하게 수입됐는지를 조사해 사실로 인정되면 보조금 상계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미국이 1단계 무역합의를 타결하면서 지난달 환율조작국에서 해제한 중국이 이번 조치의 1차 타깃이 될 수 있다. 또 한국 독일 일본 등 미 재무부의 환율 관찰 대상국에 포함된 제조업 강국도 언제든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환율 조작과 외국 기업의 이득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이를 근거로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무부는 지난해 5월 내놓은 초안에서 새로운 통화 규제에 따른 상계관세 부과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부과 규모도 연 400만 달러에서 2100만 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2020-02-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더 많이 배우고 더 잘사는 2세대’… 美 코리안 드림 세대교체 중

    지난달 13일(현지 시간) 저녁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연회장. 입구에 ‘뉴욕한인회’란 한글 간판이 크게 걸려 있었다. 이날 뉴욕주와 코네티컷주, 뉴저지주에 거주하는 한인 500여 명이 미주 한인 이주 117주년을 기념해 ‘제60주년 뉴욕 한인의 밤’ 행사를 열었다. 머리가 희끗한 이민 1세대부터 날렵한 정장과 드레스를 차려 입은 젊은 한인 2세들이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찰스 윤 뉴욕한인회장(57·변호사)은 개회사에서 “오늘 참석자의 60% 이상이 이민 1세대의 자녀인 1.5세대(16세 이전 미국 이민)와 2세대(미국 출생)다. 1세대와 젊은 세대가 함께하는 한인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신영주 뉴욕한인회 본부장은 “올해 행사의 참석자와 모금액이 한 해 전보다 50%씩 늘었다. 한 참석자는 회사 이름으로 무려 2만5000달러(약 3000만 원)를 기부했다”고 말했다. 노·장년층이 주도했던 뉴욕한인회에 대대적인 세대교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 ‘꼰대 단체’ 이미지 벗고 변화 시도 윤 회장은 10대 때 미국으로 이민을 온 이민 1.5세대다. 그는 60년 역사를 지닌 뉴욕한인회의 첫 1.5세대 회장이다. 임원진도 젊어졌다. 현재 집행부 임원 12명 중 9명이 1.5세대와 2세대다. 이 중 20대 여성 부회장도 있다. 한인회 홍보를 맡고 있는 애리 김 뉴욕한인회 부회장(24)은 “한인회가 아직 ‘어른들의 단체’란 인식이 강하다. 더 포용적이고 더 많은 다양성을 지닌 단체로 만들고 싶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뉴욕대 대학원생인 김 부회장은 한인회 소셜미디어를 운영한다. 한인회 영문 뉴스레터를 만들고 한국어에 서툰 청년 한인들을 껴안기 위해 2세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한인회 스마트폰 앱을 영어로 쓸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뉴욕 퀸스의 퀸스한인회에서도 세대교체가 일어났다. 열 살에 이민을 온 존 안 씨(41)가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도 취임사에서 “1.5세와 2세들의 참여를 더 늘려 ‘젊은 한인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뉴욕 한인 사회는 젊어진 한인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2015년 4월 뉴욕타임스(NYT)는 1개 면을 털어 당시 가치가 약 1500만 달러였던 첼시 소재 뉴욕한인회관의 처리 문제로 빚어진 한인회 내분과 한인회장 탄핵 사태를 조명했다. NYT는 “뉴욕 지역 한인회장들은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가 뉴욕을 방문할 때 그들을 호스트하는 역할을 한다. 또 자신의 직위를 한국에서 국회의원을 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았다”고 꼬집었다. 이민 1세대인 K 씨(62)는 “한인회 내분과 갈등이 NYT에 대서특필된 후 한인 사회가 큰 충격을 받았다. 젊은 세대들이 한인회를 ‘꼰대 단체’로 여기고 멀어진 결정적 계기”라고 했다. ○ 밀레니얼 세대의 전면 부상 한때 젊은 세대가 외면했던 한인회에 왜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을까. 가장 큰 이유로 미주 한인 사회 인구 구성 변화가 꼽힌다. 미국 정부는 1965년 국적에 상관없이 평등한 이민 기회를 부여하는 새 이민법을 시행했다. 이후 한인들의 대규모 이민이 시작됐다. 1980년대에는 한 해 약 3만 명씩 이주하면서 미주 한인 사회가 급격히 팽창했다. 이후 한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연간 이민자 수는 2만 명대로 떨어졌다. 이민자 수가 줄고 한인 사회의 고령화가 시작되면서 1세대 비중이 줄고 1.5세대와 2세대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재외한인사회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한국계 이민자 중 이민 1세대 비중은 약 48%다. 이들의 직업 및 소득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1세대는 음식점, 건강관리, 교육, 세탁업 등에 주로 종사했다. 이들의 자녀인 2세대는 미국식 교육을 받고 컨설턴트, 의사, 변호사 등으로 일한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에서 태어난 25세 이상 한인의 대학 졸업자 비중은 85%로 1세대(72%)보다 높다. 2세대의 빈곤율은 10.5%로 1세대(14.2%)보다 낮다. 2세대의 가구당 소득 중간값은 6만8900달러로 1세대(5만7000달러)를 훨씬 웃돌고 있다. 언어 장벽이 없고 미국 문화에 익숙한 젊은 한인들은 한인 사회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예전처럼 천편일률적으로 입신양명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2018년 미슐랭가이드에서 별 1개를 받은 맨해튼의 유명 식당 ‘꽃(COTE)’의 대표는 한인 1.5세 사이먼 김(김시준·37)이다. 그는 라스베이거스의 호텔학교를 졸업하고 뉴욕으로 돌아와 ‘코리안 스테이크’란 새 장르를 개척했다. 과거 그의 부모도 뉴욕에서 음식점을 운영했다. 김 사장은 “어린 시절 어머니는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난 음식을 날랐다. 일식당 ‘노부’처럼 세계에서 알아주는 한식 브랜드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올가을 남부 플로리다에도 매장을 열 계획이다. 특히 한인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는 과거 세대보다 한국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크다. 민병갑 뉴욕시립대 퀸스칼리지 석좌교수는 “1960, 1970년대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에 비해 1980, 1990년대 태어난 한인들이 한국 문화에 애착이 크고 한국계란 정체성도 뚜렷하다. 한국의 경제력과 영향력이 커지고 미국 사회의 인종적 거부감이 줄어든 영향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젊은 한인들은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 및 한류 전파의 첨병으로 활약하고 있다. 박동욱 KOTRA 뉴욕 부관장은 “젊은 한인이 세운 스타트업들은 한국의 5세대(5G) 이동통신, 정보기술(IT) 산업의 기술력을 미국 현지 콘텐츠와 결합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뉴욕에 거주하는 고종 황제의 손녀이자 의친왕의 딸인 이혜경 여사는 “한인회가 1960년대 초창기에 비해 점점 탄탄해지고 커지는 것 같다. 젊은이들이 한인 사회에 관심을 갖는 게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 정치력 향상 등 과제도 남아 아쉬운 점은 아직 미국 사회에서 한국계의 정치적 위상이 약한 편이라는 사실이다. 미 의회 아시아계 의원은 2016년 15명에서 2018년 12명으로 줄었다. 그중 일본계와 인도계가 각각 3명으로 가장 많다. 한국계는 앤디 김 하원의원(38·민주·뉴저지) 단 1명에 불과하다. 그는 지난해 1월 1993∼1999년 3선(選) 하원의원을 지낸 김창준 전 의원(81·공화·캘리포니아)에 이어 20년 만에 워싱턴 의회에 입성했다. 한국계 이민자보다 이민 역사가 수십 년 앞선 일본계 이민자들은 2, 3세대 인구 비중이 높다. 또 하와이, 캘리포니아 등 아시아계 인구가 많은 주에 주로 거주해 오래전부터 의회에 진출했다. 김 의원은 “더 많은 한국계가 미 정계에 진출해야 한다”며 “정치와 외교에 관심이 있는 한인 청년들의 멘토가 되고 싶다”고 강조한다. 한미 관계 증진을 위한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캐슬린 스티븐스 이사장 겸 전 주한 미국대사는 “한미 관계에서도 한국계 이민 2세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정보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한인들이 미국 주류 사회에 진입하는 비중이 늘면서 타인종과의 결혼도 잦아지고 있다. 이에 따른 민족성 소멸 및 쇠퇴 우려도 제기된다. 민병갑 교수는 “이민자 수가 줄고 타 인종 간 결혼이 늘고 있는 한국계는 미국에서 민족성 소멸 위험이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배척받는 이민자에서 미국 사회의 주류로 성장한 유대계는 대대적인 투자 및 자체 통계 작성 등을 통해 자신들의 박해 역사를 널리 알렸다. 특히 출신국에 상관없이 유대계 핏줄이 조금이라도 섞여 있으면 이들을 적극 포용해 민족성을 유지해왔다”며 한인 사회가 이를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미국에서 자란 약 12만 명의 한인 입양인 등 다양한 한국계 미국인을 껴안으려는 노력도 뒤따르고 있다. 입양 후 부모의 이혼, 신청 누락 등으로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한인 입양인은 약 1만8000명.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한인 사회가 이들 입양인을 포용해야 한다. 미 의회에 ‘시민권이 없는 입양인 문제는 인권 문제’라는 점을 적극 알리고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 2020-02-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눈앞 이익만 따지는 헤지펀드 단기투자가 美기업 망가뜨려”[파워인터뷰]

    《미국 뉴욕의 헤지펀드 스탠더드제너럴의 김수형 창업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45)는 월가와 미 방송계가 모두 주목하는 인물이다. 그는 2013년 파산한 방송국 ‘영브로드캐스팅’을 인수한 뒤 이 회사를 미국에서 8번째 큰 방송그룹으로 키웠다. 이후 회사를 매각해 엄청난 돈도 벌었다. 최근에는 대형 미디어그룹 테그나(TEGNA)의 경영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스탠더드제너럴의 자산 규모는 약 14억 달러(약 1조6700억 원). 유년 시절 13년간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던 소년이 굴지의 펀드매니저로 성장한 것이다. 김 창업자는 삼성, 현대자동차 등의 지분을 사들인 후 과도한 경영 간섭으로 논란을 야기한 미 행동주의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운영진과도 가깝다. 하지만 그들의 투자 철학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엘리엇이 한국에서 한 일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8일(현지 시간)과 14일 뉴욕 센트럴파크 옆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엘리엇 사태 후 한국에서는 미국계 헤지펀드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다. “미국의 많은 헤지펀드들이 단기 투자에만 집중한다. 최근 미 기업은 분기별로, 자산관리자들은 월간 단위로 움직이는 추세다. 한국처럼 3년, 5년 단위의 장기 계획을 생각하지 않는다. 주당 30달러에 사서 내일 35달러를 받을 수 있으면 팔아버린다. 설사 미래에 50달러를 벌 수 있다 해도 말이다. 한국인들이 그런 미국 회사를 의심하는 게 당연하다. 그들은 1달러라도 더 벌 수 있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얼마나 많은 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도 상관하지 않는다. 이런 단기적 시각이 미국 기업들을 망가뜨렸다. 진정한 가치는 ‘장기투자 곱하기 장기투자’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매년 3%를 30년간 번다고 생각해보라. 엄청난 돈이다. 한 해 15% 벌었다가 이듬해 5% 손해를 보는 것과 비교할 수 없다. 나는 장기적 관점에서 다수 지분을 보유하고 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하이브리드 버전’의 투자자다.” ―엘리엇을 왜 지지하지 않나. “엘리엇에 친구들이 많다. 가장 친한 친구도 투자위원회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들을 지지하지 않는 건 한국 문화를 잘 모르면서 무조건 적대적으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은 법적 위협을 가하거나 적대적으로 대할 때보다 함께 머리를 맞댈 때 좋은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는 파트너다.” 블룸버그통신은 “스탠더드제너럴은 전형적 행동주의 투자자는 아니다. 대규모 지분을 인수하고 이사회에 참여하고 직접 경영을 한다”고 전했다. 부도가 나거나 파산한 기업의 지분이나 채권을 인수하고 기업 경영에 참여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투자전략을 구사한다는 의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있다. 월가가 한국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쳐주지 않는다. “한국은 가족이 지배하는 기업이 많다. 장기적 사고를 하는 점은 인정하지만 주주에 대한 생각을 덜 한다는 인식이 있다. 미국에서는 한국 기업처럼 창업자와 그 후손이 5% 지분으로 100%의 표를 통제하는 일은 드물다. 이를 좋다, 나쁘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 권한을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서만 쓴다면 나쁘다고 본다. 주주나 더 좋은 일을 위해 쓴다면 좋은 일일 것이다.” ―한국 자본시장이 성장하려면…. “주주 친화적 사고, 자본시장의 국제화를 좀 더 이뤄낸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줄어들 것이다. 무조건 미국처럼 하라는 건 아니다. 자본에는 선악이 없다. 엘리엇이 한국에서 어리석은 일을 했지만 그들의 주장에 귀담아들을 부분도 있다. 국제 자본을 끌어들이려면 엘리엇에 ‘당신들이 100% 틀리지는 않았다. 60%는 틀리고, 40%는 옳다. 이 때문에 우리도 40%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는 2007년 한국 맥주회사 투자를 검토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보험사, 제조업체 등 한국 기업 5, 6곳에 대한 투자를 검토했지만 자신의 투자전략이 한국에서 통하리라는 확신이 없어서 관심을 접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시대에 왜 전통 미디어에 투자하나. “전통 미디어가 쇠락하고 있지만 전망은 어둡지 않다. 미국의 지역 방송사들을 하나로 묶으면 가치를 만들 수 있다. 서로 힘을 모아 경쟁력을 유지하고 트렌드를 바꾸고 다음 단계로 진화할 수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방송은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다. 디지털이든 아날로그든 민주주의 체제 유지를 위해서 방송은 반드시 계속돼야 한다.” 서울에서 의사였던 그의 부친은 1977년 미국 유학을 왔다가 눌러앉았다. 1980년 그와 어머니, 누나가 뉴욕으로 건너왔지만 1982년 부친의 체류 비자가 만료된 후 가족 전체가 불법체류자가 됐다. 1995년 영주권을 취득할 때까지 13년 동안 엄청난 고초를 겪었다고 했다. ―좌절감이 컸겠다. “우리는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의사 가족’이었다. 난 지금도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 내 삶에 이미 충분한 드라마가 있다. 난 늘 한국과 미국 중간 어딘가에 있는 ‘회색인’ ‘이방인’이었다. ‘추방당하지 않으려면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만 했다. 여느 미국 아이들처럼 파티 한 번 편하게 즐겨본 적이 없다. 머릿속에는 늘 결과에 대한 걱정이 따라다녔다. 덕분에 분노, 좌절, 슬픔이 나를 망가뜨리지 않도록 스스로를 통제하는 법을 배웠다.” 공부를 잘했던 그는 뉴욕의 우수한 공립 특수목적고로 평가받는 스타이비선트고교에 합격했다. 그는 “고교 때는 펜싱팀 주장, 대학에서는 조정 선수로 활동하며 분노를 스포츠로 표출했다”며 “펜싱 장비를 살 돈이 없어 빌려서 운동을 했다. 다리가 짧아 조정 선수로 활동하기에 불리했지만 의지력으로 버텼다”고 했다. 그는 “프린스턴대는 훗날 내가 불법체류자라는 것을 알았지만 고맙게도 계속 공부할 수 있게 기회를 줬다”고 덧붙였다. ―왜 금융계로 진출했나. “돈을 벌어야 했다. 세 살 터울 누나는 컬럼비아대, 나는 프린스턴대에 입학했다. 당시 부모님이 집을 팔아 우리 둘의 학비를 댔다. 이후 먼저 대학을 졸업한 누나가 내 학비를 책임졌다. 당시 누나는 1주일에 90시간씩 법률회사에서 변호사 보조로 일했다. 가족에게 진 빚을 갚아야 했다. 그래서 로스쿨에 합격했지만 진학하지 않았다.” 그는 2014년 3곳이나 있었던 스타이비선트 동창회를 하나로 만들어 통합 동창회장에 올랐다. 2018년 시험을 통한 특목고 입시를 폐지하려는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의 계획에 맞서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당시 더블라지오 시장은 ‘스타이비선트, 브루클린텍, 브롱크스과학고 등 주요 특목고에 아시아계 학생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며 입시안 변경을 추진했다. 핵심 지지 기반인 히스패닉과 흑인 유권자를 위한 정책이란 비판이 거셌고 김 창업자를 비롯한 동문들도 반대에 나섰다. 뉴욕시는 지난해 이 계획을 폐지했다. ―특목고 입시 논란 때 주목을 받았다. “어떤 식으로든 주목을 받으려는 정치인, 시험을 싫어하는 교육당국이 벌인 일이다. 뉴욕시가 추진하는 안이 이뤄졌다면 뉴욕 특목고의 한국계 학생이 현재보다 75% 감소할 수도 있었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막아야 했다. 모든 입시에 필기시험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시험이 없는 세상도 믿지 않는다. 시험 없이 어떻게 학생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나. 스타이비선트고가 필기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하지 않았다면 난 그 학교 근처에도 가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특목고 논란이 심하다. “모든 아이들은 똑같지 않다. 교육은 개별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어떤 학생이 앞서갈 수 있는데도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건 불공정하다. ‘서울대’가 문제라면 다양한 그룹의 뛰어난 사람들을 위한 더 많은 ‘서울대’를 만들면 된다. 특목고를 없앨 게 아니라 정원을 두 배로 늘리면 더 다양한 학생들을 뽑을 수 있다.” ―한인 청년들에게 해줄 말은…. “늘 마음에 분노가 가득 차 있던 때가 있었다. 그 분노와 좌절감이 나를 지금의 자리로 오게 했다. 한국 젊은이들도 부정적 에너지를 원동력으로 삼아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냈으면 좋겠다. 어머니는 늘 ‘너에게 더 많은 걸 해줬어야 했는데’라고 하신다. 난 ‘더 중요한 것을 주셨다’고 답한다. 부모님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주셨다면 게을러졌을 것이다. 부족한 것이 오히려 날 풍족하게 만들었다.” 김 창업자는 한국어를 못 한다. “내 안에 ‘한국성(Koreanness)’이 별로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청소년 시절의 분노를 얘기할 때 또렷한 한국어로 ‘한(恨)’이란 단어를 썼다. 그는 “우리 가족은 외식을 한 경험이 거의 없다. 졸업식처럼 특별한 날엔 아버지가 코리아타운에서 자장면 한 그릇을 사주셨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여전히 자장면을 즐겨 먹는다고도 했다. 김 창업자는 아직 한국식 이름 ‘수 김’을 쓴다. 불법체류자로 지낼 당시 신분이 없어 영어 이름을 만들 기회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김수형 스탠더드제너럴 창업자△1975년 서울 출생△1980년 미국 이민△1997년 프린스턴대 졸업(우드로윌슨스쿨)△1997∼1999년 뱅커스트러스트 자산관리그룹 애널리스트△1999∼2005년 오크지프 캐피털매니지먼트 파트너△2005∼2007년 사이러스캐피털 파트너스 공동 창업자△2007∼현재 스탠더드제너럴 창업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현재 트윈리버홀딩스 이사, 코앨리션포퀸스 이사, 캐리인스티튜트 이사, 스타이비선트고교 동창회장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2020-02-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호주 등 17개국, 中에 ‘빗장’… 14일내 체류자 입국 전면 차단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인 또는 중국 체류 외국인의 입국과 관련해 각종 통제 조치를 취하면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세계 주요 항공사들도 중국 노선 운항을 속속 중단하는 등 14억 인구의 중국 대륙과 세계를 잇는 하늘길과 국경도 좁아지고 있다. ○ 공항 뚫린 미국, 입국 차단 초강수 중국 국가이민관리국 등에 따르면 2일 현재 71개국이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중국인의 입국금지 등 제한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조치는 4단계로 나뉜다. 미국 등 17개국이 중국인 또는 중국 체류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및 제한, 러시아 등 9개국이 중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중단 및 제한, 한국 일본 등 4개국이 후베이(湖北)성 출신 중국인이나 후베이성 체류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및 제한, 영국 프랑스 등 41개국은 체온 측정 등 건강 상황 신고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동부 시간 2일 오후 5시(현지 시간)부터 신종 코로나 최대 잠복기간인 14일 이내 중국에 체류했던 외국인(미국 시민이나 영주권자의 직계 가족 제외)의 입국을 잠정 금지했다. 미국 내 확진 환자 8명 중 공항 검역 단계에서 의심환자로 분류된 경우는 1명에 불과할 정도로 공항 검역망을 통한 검역에 한계를 드러내자 ‘입국 금지’라는 초강수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14일 이내 중국 우한이 속한 후베이성을 들렀던 미국인들도 별도의 시설에서 14일간 격리될 예정이다. 미 국방부는 최대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군용시설을 제공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각국이 코로나바이러스 차단에 나서면서 중국이 점점 장벽에 갇히고 있다”고 전했다.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도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14일 이내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자국민도 중국에서 들어올 경우 14일간 자가 격리를 하도록 했다. 싱가포르는 모든 중국인과 최근 14일 내에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 베트남, 몽골, 북한은 국경을 폐쇄했다. 일본 정부는 2주 이내에 중국 후베이성에 머무른 외국인과 후베이성에서 발급된 여권을 소지한 외국인의 입국을 1일부터 금지했다. ○ 하늘길 막히는 中…항공편 10% 취소 글로벌 여행데이터 분석회사인 ‘시리움(Cirium)’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가 확산됐던 지난달 23일부터 28일까지 중국 국내 및 국제선 9807편이 취소됐다. 중국 항공편의 10.8%의 운항이 중단된 것이다. 앞으로 중국 대륙의 하늘길은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델타 아메리칸 유나이티드 항공은 미국∼중국 본토 노선 운항을 3월이나 4월까지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18년 한 해에 미국과 중국을 여행한 사람은 850만 명이었다. 호주 콴타스항공도 중국 본토 노선을 중단했다. 에어뉴질랜드 브리티시항공 에어캐나다도 비슷한 조치를 했다. 카타르항공은 아랍권에서 처음으로 중국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이탈리아 파키스탄은 국가 차원에서 중국 노선 운항 금지를 결정했다. 베트남은 5월 1일까지 당국의 승인을 받은 경우를 제외한 중국 홍콩 마카오 항공 노선 운항을 금지했다. 러시아는 모스크바를 제외한 지역공항의 중국 노선을 중단했다. 홍콩에서는 의료진들이 반발하자 중국 철도 노선을 중단하고 중국 노선 항공기 운항도 절반으로 줄였다. 세계 제2의 경제대국 중국과 인적 물적 교류가 중단될 경우 관광 무역 등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 등 세계 경제에 타격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중국은 싱가포르 관광의 매우 큰 수입원”이라며 “우리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박용 parky@donga.com / 파리=김윤종 / 도쿄=박형준 특파원}

    • 2020-02-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中 여행객에 빗장 거는 지구촌…美-호주 등 ‘입국 차단’ 초강수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진원지인 중국 경유 여행자의 입국을 금지하는 등 방역망을 강화하기 위해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세계 주요 항공사들도 중국 노선 운항을 속속 중단하는 등 14억 인구의 중국 대륙과 세계를 잇는 하늘길과 국경도 좁아지고 있다. ● 공항 뚫린 미국, 입국 차단 초강수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미국은 동부시간 2일 오후 5시부터 바이러스 최대 잠복기간인 14일 이내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미 시민이나 영주권자의 직계 가족 제외)의 입국을 잠정 금지한다. 미국 내 확진자 8명 중 공항 검역 단계에서 의심환자로 분류된 경우는 1명에 불과할 정도로 공항 검역망이 한계가 커지자 ‘입국 금지’라는 초강수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14일 이내 중국 우한이 속한 후베이성(湖北)을 들렀던 미국인들도 별도 시설에서 14일간 격리될 예정이다. 미 국방부는 최대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군용시설을 제공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각국이 코로나 바이러스 차단에 나서면서 중국이 점점 장벽에 갇히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입국 금지’라는 초강수를 두자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도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14일 이내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자국민도 중국에서 들어올 경우 14일간 자가 격리를 하도록 했다. 싱가포르도 모든 중국인과 최근 14일 내에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 베트남, 몽골, 북한은 국경을 폐쇄했다. 일본 정부는 1일부터 중국 후베이(湖北)성에 2주 이내 머무른 외국인과 후베이성에서 발급된 여권을 소지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대만은 2일부터 광둥성에서 오는 중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했다. ● 1만편 이상 항공편 취소, 하늘길 막히는 중 대륙 글로벌 여행데이터 분석회사인 ‘시리움(Cirium)’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됐던 지난달 23일부터 28일까지 중국 국내 및 국제선 9807편이 취소됐다. 중국 항공편의 10.8%의 운항이 중단된 것이다. 앞으로 중국 대륙의 하늘길이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델타 아메리칸 유나이티드 항공은 미국-중국 본토 노선 운항을 3월이나 4월까지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18년 한해에 미국과 중국을 여행한 사람은 850만 명이었다. 호주 콴타스항공도 홍콩을 제외한 중국 본토 노선을 중단했다. 에어뉴질랜드 브리티시항공 에어캐나다도 비슷한 조치를 했다. 카타르항공은 아랍권에서 처음으로 중국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이탈리아 파키스탄은 국가 차원에서 중국노선 운항 금지를 결정했다. 베트남은 5월1일까지 당국의 승인을 받은 경우를 제외한 중국 홍콩 마카오 항공 노선 운항을 금지했다. 러시아는 모스크바를 제외한 지역공항의 중국 노선을 중단했다. 홍콩에서는 의료진들이 반발하자 중국 철도 노선을 중단하고 중국 노선 항공기 운항도 절반으로 줄였다. 세계 제2의 경제대국 중국과 인적 물적 교류가 중단될 경우 관광 무역 등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 등 세계 경제에 타격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는 중국발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발펴하며 “중국은 싱가포르 관광의 매우 큰 수입원”이라며 “우리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캄보디아 경제에 피해를 주고 중국과 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며 중국 여행객 입국 차단조치를 반대했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 2020-02-02
    • 좋아요
    • 코멘트
  • ‘우한 폐렴’ 또 증시 강타… 코스피 37P 빠져 2,14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공포가 30일 또다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를 강타했다. 전날 시진핑 국가주석이 우한 폐렴 확산을 적극적으로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반등 움직임을 보이던 아시아 증시는 대만 증시 폭락과 전 세계 경제활동 차질 가능성을 언급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발표 등으로 불안감을 키우며 다시 출렁였다. 3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37.28포인트(1.71%) 하락한 2,148.00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및 기관투자가들이 각각 약 2800억 원, 4200억 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우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코스닥지수도 13.79포인트(2.06%) 떨어진 656.39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8원 뛴(원화 가치 하락) 1185.0원에 마감했다. 우한 폐렴 공포가 아시아 증시 전반을 끌어내렸다. 특히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를 마치고 개장한 대만 증시가 5.75% 폭락했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전날보다 1.72% 떨어져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29일(현지 시간) 우한 폐렴 확산과 관련해 “중국, 세계 경제활동에 일부 차질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점도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연준은 이날 현행 1.50∼1.75%인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휴를 마치고 개장한 대만 증시 등이 우한 폐렴 확산 우려에 폭락하면서 불안감을 키웠고, 외국인 투자가들이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매도에 나서며 낙폭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불확실한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2020-01-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신종 코로나 막아라”… 美 검역 공항 5곳서 20곳으로 확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중국 밖 추가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세계 각국은 방역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중국과 접경지역 출입국 검문소 운영을 중단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 검역 공항 확대부터 사실상 국경 차단까지 28일까지 우한 폐렴 확진자 5명이 발생한 미국은 우한 폐렴 검역 공항을 5곳에서 2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HHS) 장관은 이날 워싱턴 청사 기자회견에서 “현 단계에서 미국인들은 안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서도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발동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우한 폐렴에 대한 여행 자제 권고 지역을 중국 전역으로 넓혔다. 미 CNBC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중국에 대해 여행경보 최고 수준인 여행 제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항공사 유나이티드항공은 수요 감소를 이유로 일부 중국 노선을 2월 1일부터 8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 접경지나 인접국들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은 30일부터 중국 본토를 오가는 열차 운행을 중단하고 본토 출신 개인 관광객의 입경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존 반중 정서에 우한 폐렴 공포가 더해지며 홍콩에서는 본토와의 국경 전면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반중 시위대는 29일 국경 봉쇄를 주장하며 대중교통 방해시위를 벌였다. 또 28일 홍콩과 접경한 중국 선전 검문소에서 반중 시위대가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제 폭탄이 발견된 것을 비롯해 최근 잇따라 3건의 사제 폭탄 관련 사건이 일어났다. 입경 금지 조치도 잇따르고 있다.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이 중국인 입경을 전면 혹은 선별적으로 금지했다. 카자흐스탄은 중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싱가포르는 최근 2주 이내 후베이성을 방문한 이들의 입국과 공항 환승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24일부터 출입국 검문소 운영을 중단하고 러시아 역시 다음 달 초까지 중단 방침을 연장하기로 했다.○ 우한 폐렴에 몸살 앓는 글로벌 기업들 중국에 생산공장을 둔 글로벌 기업들도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다음 달 초 춘제 연휴를 마치고 생산을 재개하려 했지만 공장 가동 시점을 다시 10일 이후로 미뤘다. 현재 아이폰의 대다수 물량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애플도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28일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기자회견에서 우한 폐렴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로 향후 실적 전망치를 평소보다 넓게 잡았다고 밝혔다. 문을 닫는 매장도 급증하고 있다. 28일 스타벅스에 따르면 현재 중국 내 스타벅스 매장 4000여 곳 중 절반 이상이 영업을 중단했다. 맥도널드와 KFC 등 상당수 패스트푸드점도 문을 닫았다. 한편 시장에서는 중국 매출이 큰 스포츠용품 업체 나이키, 화장품 회사 에스티로더, 전기차 회사 테슬라 등도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2020-01-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자국민 ‘우한 철수’ 작전 본격화…日·美 등 전세기 급파

    일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 거주하는 자국민을 대피시키기 위해 28일 전세기를 급파하는 등 세계 각국의 자국민 ‘우한 철수’ 작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상은 이날 “중국 측으로부터 전세기 1대를 수용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NHK에 따르면 이 전세기는 약 200명을 싣고 29일 새벽 우한을 출발해 같은 날 오전 중 하네다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27일 현재 약 650명의 일본인들이 귀국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29일 이후 추가 전세기를 보내 희망자 전원을 귀국시킨다는 방침이다. 의료진과 검역관이 동승하는 전세기 내에서 검역도 진행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귀국자에 대해 증상이 없어도 2주 간 외출을 삼가도록 할 방침이다.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직장 출근 여부는 소속 기업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미국도 자국 외교관 등의 ‘우한 철수’ 준비를 마쳤다. CNN은 국무부 관리를 인용해 미 전세기가 29일 오전 우한 공항에서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 동쪽 온타리오 시로 떠난다고 전했다. 전세기에는 미 의료진도 탑승한다. 우한을 떠난 전세기는 급유를 위해 알래스카주 앵커리지를 경유한다. 승객들은 앵커리지에서 일반인 접근이 차단된 터미널에 내려 검진을 받을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앵커리지의 병원들도 환자 치료를 위한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에서는 현재 26개 주에 110명의 우한 폐렴 관찰 대상자가 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중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레벨 3’로 올리고 자국민에게 “여행을 재고할 것”을 권고했다. 국무부는 지난 주에 후베이성을 여행 금지구역으로 정하고 영사관 등을 임시 폐쇄했다. 미 보건 당국도 여행 자제 권고를 후베이성에서 중국 전역으로 확대했다. 프랑스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나온 독일도 우한에 있는 90여 명의 자국민을 대피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2020-01-28
    • 좋아요
    • 코멘트
  • 잡스-베이조스에 영감 준 ‘혁신가들의 구루’

    ‘한국의 어떤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더 많은 사람들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까?’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이론으로 ‘혁신가들의 구루(스승)’로 불린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가 23일(현지 시간) 항암 치료를 받던 중 합병증으로 별세했다. 향년 68세. 그는 임종 일주일 전 동아일보에 보낸 기고문에서 한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제언했다. 병마 탓에 직접 컴퓨터 자판을 칠 힘이 없어 그의 아내가 남편의 구술을 받아 적었다. 기고문에서 크리스텐슨 교수는 “1970년대 초반 대한민국에서 선교사로 봉사했던 시절을 즐겁게 회상하곤 한다”며 미래 한국을 위한 5가지 화두를 던졌다. 먼저 그는 한국이 ‘파괴적 혁신’을 통해 사람들을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한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언급하며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기업들이 새 시장을 창출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과거 한국의 혁신 기업이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새로운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해온 것처럼 한국은 이런 도전에 다시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어 “한국인들은 50년 전 기억하는 그대로 친절하고 따뜻하지만 이들이 예전만큼 행복한지는 의문”이라며 “혁신을 선도하며 개인, 기업, 국가 차원에서 번영하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것인가”라고 했다. 아울러 △한국이 국내외 새로운 주체들로부터 생겨나는 파괴적 혁신에도 무너지지 않는 경제를 어떻게 일굴 것인가 △새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을 어떻게 구분해내고 우선 발전시킬 것인가 △지속가능한 혁신을 이루면서, 동시에 파괴적 혁신을 우선시하는 경제발전을 어떤 식으로 이뤄낼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고인은 1995년 발표한 ‘파괴적 혁신’이라는 개념과 1997년 내놓은 ‘혁신가의 딜레마’라는 저술을 통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등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구창선’이라는 한국 이름도 갖고 있는 대표적인 ‘지한파’ 학자였다. 1952년 4월 6일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태어나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몰몬교)의 신자로 미국 브리검영대를 졸업했다. 1971∼1973년 선교사로 춘천, 부산에서 활동했다. 지난해 4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을 꾸준히 육성하는 국가가 경쟁력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암에 걸린 뒤에는 자신의 이론을 인생에 투영하려는 노력을 했다. 2012년 ‘당신의 삶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라는 공저를 내놓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는 이 책에서 “신이 내 인생을 평가하는 지표는 ‘달러’가 아니라 내가 접촉한 사람들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개인적 명성에 대해 걱정하지 말고 당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도운 사람들에 대해 걱정하라”고 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2020-01-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베이조스 해킹한 빈 살만, 당시 트럼프 등 고위층 줄줄이 만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사진)가 ‘와츠앱’ 메신저를 통해 세계 최고 부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주의 휴대전화를 해킹한 시점으로 알려진 2018년 5월 직전에 서구 최고위 인사를 대거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다른 유명인의 휴대전화도 해킹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22일 가디언에 따르면 무함마드 왕세자는 투자 유치를 위해 2018년 3월 미국 워싱턴과 영국 런던 등을 방문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외교장관(현 총리), 크리스틴 라가르드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같은 거물 인사를 줄줄이 만났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애틀랜틱그룹 창업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 MS CEO 등 세계적 경영자와도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들과 와츠앱으로 대화를 나눴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보기술(IT) 기기 사용을 즐기고 측근 및 지인과 와츠앱으로 자주 소통하는 그의 성향을 고려할 때 다른 이의 휴대전화도 해킹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무함마드 왕세자와 각별한 사이인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의 휴대전화 해킹 가능성이 거론된다. 무함마드 왕세자와 쿠슈너는 와츠앱으로 자주 소통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이날 유엔 특별보고관은 해킹 사건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유엔은 이번 사태가 2018년 10월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피살된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당시 카슈끄지가 베이조스 창업주가 소유한 미 워싱턴포스트(WP)에 왕실 비판 글을 쓰는 것을 막기 위해 배후에서 살해를 조종했다고 지목받았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겉으로는 개혁 군주인 척하지만 중세 전제 군주 못지않은 폭정을 휘두른다’ ‘국제 사회가 사우디의 오일머니를 의식해 카슈끄지 살해를 방관한다’는 논란이 거셌다. 쿠슈너 고문은 집권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사우디 제재’ 이야기가 나왔을 때 적극 저지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카슈끄지 사태에 이어 이번 사건까지 더해져 무함마드 왕세자의 이미지가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해킹 사실이 드러나면 핵심 동맹인 미국과 사우디 관계에도 상당한 후폭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이미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사이버 여론전을 진행해 여러 나라 및 기업과 갈등을 빚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은 지난해 8월 사우디 정부 차원에서 여론 조작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난 계정 350개를 폐쇄했다.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2020-01-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中당국 “우한, 가급적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말라”… 사스 수준 대응

    춘제(春節·중국의 설)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22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를 경유해 수도 베이징(北京)으로 향하는 고속철은 만석이었다. 승무원은 물론이고 승객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승객들은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 한 승객은 기자에게 “열차가 우한을 경유해 불안한 마음에 마스크를 썼다. 이제 다른 도시도 안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갈 필요가 없으면 우한에 가지 말고, 우한 시민들도 특수한 상황이 없으면 우한을 떠나지 말라”며 사실상 우한 여행 자제령을 내렸다. 우한 여행사들의 단체관광객 모집도 금지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위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한을 지날 때 열차 내 방역 작업을 하느냐’고 승무원에게 묻자 “하지 않는다. 생각하는 것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답했다. 승객들을 대상으로 체온 확인도 이뤄지지 않았다. 베이징 서역에서도 도착한 승객들에 대한 발열 검사는 없었다. ○ 우한 의료진 “사스 수준 넘을 것” “실제 상황은 여러분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 전염 규모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수준을 넘을 것이다.” 후베이성 출신의 A 씨는 21일 중국의 소셜미디어 위챗을 통해 이런 내용을 전달받았다. 우한 폐렴 관련 지정 병원인 우한시 셰허(協和)병원 의사가 한 채팅방에 올린 글이었다. 작성자는 “이미 2주 가까이 야근을 하면서 매일 수많은 (우한 폐렴) 의심 환자를 진료하고 있지만 격리 병동이 부족해 다 받지 못하고 있다. 의료진이 아파서 쓰러지고 교대 인력마저 없다. 바이러스에 변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다음 날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가오푸(高福) 주임은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인류로 넘어갈 때 변이를 한다”고 밝혔다. 우한 폐렴 발생지인 화난(華南)수산물시장과 담 하나 사이인 완커탕웨(萬科唐樾) 지역에 사는 B 씨는 채팅방에 “병원에 폐렴을 확진할 검사기가 없어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과 피 검사를 통해 ‘원인 불명 바이러스 감염’이라고 판정받았다”며 “병원에 환자가 미어터져 병상이 없고 입원도 안 된다고 했다”고 썼다. 실제 셰허병원 발열과를 찾은 사람들의 줄이 병원 건물 바깥까지 이어져 진료까지 3, 4시간 기다려야 했다. 중국 정부가 현지 조사를 위해 우한에 파견한 사스 방역 지휘자 왕광파(王廣發) 베이징대 교수마저 폐렴에 감염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사스 때와 같은 전면적 확산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까지 번진 우한 폐렴 포비아 21일(현지 시간) 처음 우한 폐렴 환자가 발생한 미국 보건 당국은 우한에 대한 여행주의보를 격상하고 검역 대상 국제공항을 기존 3곳에서 5곳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내 ‘의심 환자’도 늘고 있다. CNBC는 이날 중국 상하이를 출발한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행 유나이티드 항공기에서 승객 2명이 우한 폐렴과 비슷한 증상을 보여 미 당국의 검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들어온 (우한 폐렴에 걸린) 사람은 한 명이다. 우리 통제 아래 있다”고 강조했다. 온천 관광지로 유명한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하코네(箱根)정의 한 과자 판매점은 ‘중국인 출입 금지’라는 제목의 중국어 안내문을 17일부터 내걸었다고 아사히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발생한 대만은 우한 폐렴 경고 수준을 최고 단계로 격상했다. 싱가포르는 중국을 방문한 사람이 폐렴 증상을 보이면 격리 조치하기로 했다. 호주, 러시아 정부도 공항 검역을 강화했다.베이징=권오혁 hyuk@donga.com·윤완준 / 뉴욕=박용 특파원}

    • 2020-01-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