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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첫 경선 무대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가 ‘백인 오바마’로 불리는 피트부티지지 전 미국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38)을 ‘깜짝 스타’로 만들었지만 신뢰성에서는 큰 타격을 받았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개표가 100% 끝난 7일(현지시간) 오전 2시 현재 26.2%를 득표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의 맹추격을 0.1%포인트 차이로 뿌리쳤다. 이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18.0%,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5.8%,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12.3%이었다. 하지만 개표가 끝났는데도 개표 결과를 확정하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졌다. 민주당은 집계와 개표 과정의 기술적 오류로 3일 아이오와 경선 이튿날에야 중간개표 상황을 발표했고 나흘 뒤인 7일 오전 2시까지도 최종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민주당이 내놓은 코커스 결과에 불일치와 오류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최소 70곳의 선거구에서 1차 투표에서 15% 미만 지지를 받은 후보에게 표를 던진 당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최종 투표자 수가 1차 투표자보다 더 많은 오류가 발견됐다. 2차 투표 결과가 최종 결과에 반영되지 않는 사례도 10건 이상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발표 지연이 단순한 개표 지연이 아니라 득표율 집계 방식의 문제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 언론들도 최종 승자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AP통신은 “승자를 선언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CNN은 후보들의 재검표 요구 마감 시한인 7일 오후 1시(한국시간 8일 오전 3시) 재검표 요구가 없을 경우 승자를 보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빙의 승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기된 집계 과정의 오류 가능성은 개표 결과에 대한 승복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샌더스 의원과 부티지지 전 시장은 서로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6일 “1차 투표에서 6000명 이상이 더 지지했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부티지지는 경선 당일인 3일 밤 지지자들에게 승리를 선언한 바 있다. 톰 페레즈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위원장은 6일(현지시간) 트윗을 통해 “이대로는 더는 안 된다”며 아이오와 민주당에 아이오와 경선 집계 결과에 대한 ‘재확인(recavass)’을 요청했다. 재확인은 수작업으로 표를 다시 새는 재검표(recount)와는 다르며 각 코커스 현장에서 올라온 보고서들을 재검토하는 수준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트로이 프라이스 아이오와 민주당 의장은 “대선 캠프가 재조사를 요구한다면 준비돼 있다”고 답변했다. 재확인 작업이 시작되면 아이오와 개표 결과 발표가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신뢰성 논란과 민주당의 타격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아이오와 결과보다 11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결과를 더 먼저 알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지난해 미국 무역적자가 2013년 이후 6년 만에 전년 대비 감소세를 나타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등 세계 각국에 관세 폭탄을 투하하면서 수입품 가격이 오르고, 이것이 수입 감소로 이어져 무역적자를 줄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상무부는 지난해 무역적자가 전년보다 1.7% 줄어든 6168억 달러라고 밝혔다. 수출과 수입이 각각 한 해 전보다 1.3%, 1.7% 감소했다. 수입 감소 폭이 수출 감소 폭보다 컸던 것이 적자를 줄이는 데 기여한 셈이다. 무역수지는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를 더한 수치로 미국은 상품수지에서는 대규모 적자, 서비스수지에서는 흑자를 기록해 왔다. 그간 미 무역적자의 주요 원인이었던 상품수지 적자는 2.4% 감소한 8886억 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대(對)중국 상품수지 적자는 17.6% 줄어든 3456억 달러로 2014년 이후 5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대유럽연합(EU) 및 멕시코 상품수지 적자는 각각 1779억 달러, 1018억 달러로 모두 사상 최대를 보였다. 무역전쟁의 여파로 지난해 미국과 중국의 교역 규모 역시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최대 상품교역국이었던 중국은 멕시코, 캐나다에 밀려 3위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베트남의 대미 교역은 31.8% 증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상품에 대한 미국 관세 장벽이 높아지자 베트남을 통한 우회 수출이 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국과 독일은 미국과의 교역이 각각 2.8%, 2.3% 증가했다. 무역적자 감소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이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로이터통신 등은 14일부터 중국 재무부가 지난해 9월 1일부터 1717개의 미국산 제품에 적용한 약 750억 달러(약 89조 원) 규모의 관세를 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기존 10% 관세는 5%로, 5%는 2.5%로 각각 인하된다. 대중 무역적자 추가 개선 여지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소비자 지출이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소비 및 투자의 장기 부진을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상당하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이 4월부터 환율 조작으로 이득을 본 외국 기업에서 수출하는 제품에 상계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미국 기업에 환율 조작을 근거로 외국 경쟁 기업에 보복할 수 있는 칼자루를 쥐여준 것이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이날 관보를 통해 통화가치 평가절하를 외국 기업에 대한 부적절한 보조금으로 간주하는 내용의 새로운 규제를 발표했다. 미 기업은 4월 6일부터 외국 기업이 환율 조작으로 이득을 봤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면 상계관세 규제 조치를 당국에 요구할 수 있다. 상무부는 외국 기업의 특정 제품이 정부 보조금의 지원을 바탕으로 저렴하게 수입됐는지를 조사해 사실로 인정되면 보조금 상계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미국이 1단계 무역합의를 타결하면서 지난달 환율조작국에서 해제한 중국이 이번 조치의 1차 타깃이 될 수 있다. 또 한국 독일 일본 등 미 재무부의 환율 관찰 대상국에 포함된 제조업 강국도 언제든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환율 조작과 외국 기업의 이득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이를 근거로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무부는 지난해 5월 내놓은 초안에서 새로운 통화 규제에 따른 상계관세 부과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부과 규모도 연 400만 달러에서 2100만 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지난달 13일(현지 시간) 저녁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연회장. 입구에 ‘뉴욕한인회’란 한글 간판이 크게 걸려 있었다. 이날 뉴욕주와 코네티컷주, 뉴저지주에 거주하는 한인 500여 명이 미주 한인 이주 117주년을 기념해 ‘제60주년 뉴욕 한인의 밤’ 행사를 열었다. 머리가 희끗한 이민 1세대부터 날렵한 정장과 드레스를 차려 입은 젊은 한인 2세들이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찰스 윤 뉴욕한인회장(57·변호사)은 개회사에서 “오늘 참석자의 60% 이상이 이민 1세대의 자녀인 1.5세대(16세 이전 미국 이민)와 2세대(미국 출생)다. 1세대와 젊은 세대가 함께하는 한인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신영주 뉴욕한인회 본부장은 “올해 행사의 참석자와 모금액이 한 해 전보다 50%씩 늘었다. 한 참석자는 회사 이름으로 무려 2만5000달러(약 3000만 원)를 기부했다”고 말했다. 노·장년층이 주도했던 뉴욕한인회에 대대적인 세대교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 ‘꼰대 단체’ 이미지 벗고 변화 시도 윤 회장은 10대 때 미국으로 이민을 온 이민 1.5세대다. 그는 60년 역사를 지닌 뉴욕한인회의 첫 1.5세대 회장이다. 임원진도 젊어졌다. 현재 집행부 임원 12명 중 9명이 1.5세대와 2세대다. 이 중 20대 여성 부회장도 있다. 한인회 홍보를 맡고 있는 애리 김 뉴욕한인회 부회장(24)은 “한인회가 아직 ‘어른들의 단체’란 인식이 강하다. 더 포용적이고 더 많은 다양성을 지닌 단체로 만들고 싶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뉴욕대 대학원생인 김 부회장은 한인회 소셜미디어를 운영한다. 한인회 영문 뉴스레터를 만들고 한국어에 서툰 청년 한인들을 껴안기 위해 2세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한인회 스마트폰 앱을 영어로 쓸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뉴욕 퀸스의 퀸스한인회에서도 세대교체가 일어났다. 열 살에 이민을 온 존 안 씨(41)가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도 취임사에서 “1.5세와 2세들의 참여를 더 늘려 ‘젊은 한인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뉴욕 한인 사회는 젊어진 한인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2015년 4월 뉴욕타임스(NYT)는 1개 면을 털어 당시 가치가 약 1500만 달러였던 첼시 소재 뉴욕한인회관의 처리 문제로 빚어진 한인회 내분과 한인회장 탄핵 사태를 조명했다. NYT는 “뉴욕 지역 한인회장들은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가 뉴욕을 방문할 때 그들을 호스트하는 역할을 한다. 또 자신의 직위를 한국에서 국회의원을 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았다”고 꼬집었다. 이민 1세대인 K 씨(62)는 “한인회 내분과 갈등이 NYT에 대서특필된 후 한인 사회가 큰 충격을 받았다. 젊은 세대들이 한인회를 ‘꼰대 단체’로 여기고 멀어진 결정적 계기”라고 했다. ○ 밀레니얼 세대의 전면 부상 한때 젊은 세대가 외면했던 한인회에 왜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을까. 가장 큰 이유로 미주 한인 사회 인구 구성 변화가 꼽힌다. 미국 정부는 1965년 국적에 상관없이 평등한 이민 기회를 부여하는 새 이민법을 시행했다. 이후 한인들의 대규모 이민이 시작됐다. 1980년대에는 한 해 약 3만 명씩 이주하면서 미주 한인 사회가 급격히 팽창했다. 이후 한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연간 이민자 수는 2만 명대로 떨어졌다. 이민자 수가 줄고 한인 사회의 고령화가 시작되면서 1세대 비중이 줄고 1.5세대와 2세대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재외한인사회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한국계 이민자 중 이민 1세대 비중은 약 48%다. 이들의 직업 및 소득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1세대는 음식점, 건강관리, 교육, 세탁업 등에 주로 종사했다. 이들의 자녀인 2세대는 미국식 교육을 받고 컨설턴트, 의사, 변호사 등으로 일한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에서 태어난 25세 이상 한인의 대학 졸업자 비중은 85%로 1세대(72%)보다 높다. 2세대의 빈곤율은 10.5%로 1세대(14.2%)보다 낮다. 2세대의 가구당 소득 중간값은 6만8900달러로 1세대(5만7000달러)를 훨씬 웃돌고 있다. 언어 장벽이 없고 미국 문화에 익숙한 젊은 한인들은 한인 사회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예전처럼 천편일률적으로 입신양명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2018년 미슐랭가이드에서 별 1개를 받은 맨해튼의 유명 식당 ‘꽃(COTE)’의 대표는 한인 1.5세 사이먼 김(김시준·37)이다. 그는 라스베이거스의 호텔학교를 졸업하고 뉴욕으로 돌아와 ‘코리안 스테이크’란 새 장르를 개척했다. 과거 그의 부모도 뉴욕에서 음식점을 운영했다. 김 사장은 “어린 시절 어머니는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난 음식을 날랐다. 일식당 ‘노부’처럼 세계에서 알아주는 한식 브랜드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올가을 남부 플로리다에도 매장을 열 계획이다. 특히 한인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는 과거 세대보다 한국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크다. 민병갑 뉴욕시립대 퀸스칼리지 석좌교수는 “1960, 1970년대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에 비해 1980, 1990년대 태어난 한인들이 한국 문화에 애착이 크고 한국계란 정체성도 뚜렷하다. 한국의 경제력과 영향력이 커지고 미국 사회의 인종적 거부감이 줄어든 영향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젊은 한인들은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 및 한류 전파의 첨병으로 활약하고 있다. 박동욱 KOTRA 뉴욕 부관장은 “젊은 한인이 세운 스타트업들은 한국의 5세대(5G) 이동통신, 정보기술(IT) 산업의 기술력을 미국 현지 콘텐츠와 결합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뉴욕에 거주하는 고종 황제의 손녀이자 의친왕의 딸인 이혜경 여사는 “한인회가 1960년대 초창기에 비해 점점 탄탄해지고 커지는 것 같다. 젊은이들이 한인 사회에 관심을 갖는 게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 정치력 향상 등 과제도 남아 아쉬운 점은 아직 미국 사회에서 한국계의 정치적 위상이 약한 편이라는 사실이다. 미 의회 아시아계 의원은 2016년 15명에서 2018년 12명으로 줄었다. 그중 일본계와 인도계가 각각 3명으로 가장 많다. 한국계는 앤디 김 하원의원(38·민주·뉴저지) 단 1명에 불과하다. 그는 지난해 1월 1993∼1999년 3선(選) 하원의원을 지낸 김창준 전 의원(81·공화·캘리포니아)에 이어 20년 만에 워싱턴 의회에 입성했다. 한국계 이민자보다 이민 역사가 수십 년 앞선 일본계 이민자들은 2, 3세대 인구 비중이 높다. 또 하와이, 캘리포니아 등 아시아계 인구가 많은 주에 주로 거주해 오래전부터 의회에 진출했다. 김 의원은 “더 많은 한국계가 미 정계에 진출해야 한다”며 “정치와 외교에 관심이 있는 한인 청년들의 멘토가 되고 싶다”고 강조한다. 한미 관계 증진을 위한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캐슬린 스티븐스 이사장 겸 전 주한 미국대사는 “한미 관계에서도 한국계 이민 2세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정보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한인들이 미국 주류 사회에 진입하는 비중이 늘면서 타인종과의 결혼도 잦아지고 있다. 이에 따른 민족성 소멸 및 쇠퇴 우려도 제기된다. 민병갑 교수는 “이민자 수가 줄고 타 인종 간 결혼이 늘고 있는 한국계는 미국에서 민족성 소멸 위험이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배척받는 이민자에서 미국 사회의 주류로 성장한 유대계는 대대적인 투자 및 자체 통계 작성 등을 통해 자신들의 박해 역사를 널리 알렸다. 특히 출신국에 상관없이 유대계 핏줄이 조금이라도 섞여 있으면 이들을 적극 포용해 민족성을 유지해왔다”며 한인 사회가 이를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미국에서 자란 약 12만 명의 한인 입양인 등 다양한 한국계 미국인을 껴안으려는 노력도 뒤따르고 있다. 입양 후 부모의 이혼, 신청 누락 등으로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한인 입양인은 약 1만8000명.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한인 사회가 이들 입양인을 포용해야 한다. 미 의회에 ‘시민권이 없는 입양인 문제는 인권 문제’라는 점을 적극 알리고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 뉴욕의 헤지펀드 스탠더드제너럴의 김수형 창업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45)는 월가와 미 방송계가 모두 주목하는 인물이다. 그는 2013년 파산한 방송국 ‘영브로드캐스팅’을 인수한 뒤 이 회사를 미국에서 8번째 큰 방송그룹으로 키웠다. 이후 회사를 매각해 엄청난 돈도 벌었다. 최근에는 대형 미디어그룹 테그나(TEGNA)의 경영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스탠더드제너럴의 자산 규모는 약 14억 달러(약 1조6700억 원). 유년 시절 13년간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던 소년이 굴지의 펀드매니저로 성장한 것이다. 김 창업자는 삼성, 현대자동차 등의 지분을 사들인 후 과도한 경영 간섭으로 논란을 야기한 미 행동주의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운영진과도 가깝다. 하지만 그들의 투자 철학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엘리엇이 한국에서 한 일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8일(현지 시간)과 14일 뉴욕 센트럴파크 옆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엘리엇 사태 후 한국에서는 미국계 헤지펀드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다. “미국의 많은 헤지펀드들이 단기 투자에만 집중한다. 최근 미 기업은 분기별로, 자산관리자들은 월간 단위로 움직이는 추세다. 한국처럼 3년, 5년 단위의 장기 계획을 생각하지 않는다. 주당 30달러에 사서 내일 35달러를 받을 수 있으면 팔아버린다. 설사 미래에 50달러를 벌 수 있다 해도 말이다. 한국인들이 그런 미국 회사를 의심하는 게 당연하다. 그들은 1달러라도 더 벌 수 있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얼마나 많은 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도 상관하지 않는다. 이런 단기적 시각이 미국 기업들을 망가뜨렸다. 진정한 가치는 ‘장기투자 곱하기 장기투자’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매년 3%를 30년간 번다고 생각해보라. 엄청난 돈이다. 한 해 15% 벌었다가 이듬해 5% 손해를 보는 것과 비교할 수 없다. 나는 장기적 관점에서 다수 지분을 보유하고 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하이브리드 버전’의 투자자다.” ―엘리엇을 왜 지지하지 않나. “엘리엇에 친구들이 많다. 가장 친한 친구도 투자위원회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들을 지지하지 않는 건 한국 문화를 잘 모르면서 무조건 적대적으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은 법적 위협을 가하거나 적대적으로 대할 때보다 함께 머리를 맞댈 때 좋은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는 파트너다.” 블룸버그통신은 “스탠더드제너럴은 전형적 행동주의 투자자는 아니다. 대규모 지분을 인수하고 이사회에 참여하고 직접 경영을 한다”고 전했다. 부도가 나거나 파산한 기업의 지분이나 채권을 인수하고 기업 경영에 참여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투자전략을 구사한다는 의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있다. 월가가 한국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쳐주지 않는다. “한국은 가족이 지배하는 기업이 많다. 장기적 사고를 하는 점은 인정하지만 주주에 대한 생각을 덜 한다는 인식이 있다. 미국에서는 한국 기업처럼 창업자와 그 후손이 5% 지분으로 100%의 표를 통제하는 일은 드물다. 이를 좋다, 나쁘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 권한을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서만 쓴다면 나쁘다고 본다. 주주나 더 좋은 일을 위해 쓴다면 좋은 일일 것이다.” ―한국 자본시장이 성장하려면…. “주주 친화적 사고, 자본시장의 국제화를 좀 더 이뤄낸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줄어들 것이다. 무조건 미국처럼 하라는 건 아니다. 자본에는 선악이 없다. 엘리엇이 한국에서 어리석은 일을 했지만 그들의 주장에 귀담아들을 부분도 있다. 국제 자본을 끌어들이려면 엘리엇에 ‘당신들이 100% 틀리지는 않았다. 60%는 틀리고, 40%는 옳다. 이 때문에 우리도 40%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는 2007년 한국 맥주회사 투자를 검토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보험사, 제조업체 등 한국 기업 5, 6곳에 대한 투자를 검토했지만 자신의 투자전략이 한국에서 통하리라는 확신이 없어서 관심을 접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시대에 왜 전통 미디어에 투자하나. “전통 미디어가 쇠락하고 있지만 전망은 어둡지 않다. 미국의 지역 방송사들을 하나로 묶으면 가치를 만들 수 있다. 서로 힘을 모아 경쟁력을 유지하고 트렌드를 바꾸고 다음 단계로 진화할 수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방송은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다. 디지털이든 아날로그든 민주주의 체제 유지를 위해서 방송은 반드시 계속돼야 한다.” 서울에서 의사였던 그의 부친은 1977년 미국 유학을 왔다가 눌러앉았다. 1980년 그와 어머니, 누나가 뉴욕으로 건너왔지만 1982년 부친의 체류 비자가 만료된 후 가족 전체가 불법체류자가 됐다. 1995년 영주권을 취득할 때까지 13년 동안 엄청난 고초를 겪었다고 했다. ―좌절감이 컸겠다. “우리는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의사 가족’이었다. 난 지금도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 내 삶에 이미 충분한 드라마가 있다. 난 늘 한국과 미국 중간 어딘가에 있는 ‘회색인’ ‘이방인’이었다. ‘추방당하지 않으려면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만 했다. 여느 미국 아이들처럼 파티 한 번 편하게 즐겨본 적이 없다. 머릿속에는 늘 결과에 대한 걱정이 따라다녔다. 덕분에 분노, 좌절, 슬픔이 나를 망가뜨리지 않도록 스스로를 통제하는 법을 배웠다.” 공부를 잘했던 그는 뉴욕의 우수한 공립 특수목적고로 평가받는 스타이비선트고교에 합격했다. 그는 “고교 때는 펜싱팀 주장, 대학에서는 조정 선수로 활동하며 분노를 스포츠로 표출했다”며 “펜싱 장비를 살 돈이 없어 빌려서 운동을 했다. 다리가 짧아 조정 선수로 활동하기에 불리했지만 의지력으로 버텼다”고 했다. 그는 “프린스턴대는 훗날 내가 불법체류자라는 것을 알았지만 고맙게도 계속 공부할 수 있게 기회를 줬다”고 덧붙였다. ―왜 금융계로 진출했나. “돈을 벌어야 했다. 세 살 터울 누나는 컬럼비아대, 나는 프린스턴대에 입학했다. 당시 부모님이 집을 팔아 우리 둘의 학비를 댔다. 이후 먼저 대학을 졸업한 누나가 내 학비를 책임졌다. 당시 누나는 1주일에 90시간씩 법률회사에서 변호사 보조로 일했다. 가족에게 진 빚을 갚아야 했다. 그래서 로스쿨에 합격했지만 진학하지 않았다.” 그는 2014년 3곳이나 있었던 스타이비선트 동창회를 하나로 만들어 통합 동창회장에 올랐다. 2018년 시험을 통한 특목고 입시를 폐지하려는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의 계획에 맞서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당시 더블라지오 시장은 ‘스타이비선트, 브루클린텍, 브롱크스과학고 등 주요 특목고에 아시아계 학생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며 입시안 변경을 추진했다. 핵심 지지 기반인 히스패닉과 흑인 유권자를 위한 정책이란 비판이 거셌고 김 창업자를 비롯한 동문들도 반대에 나섰다. 뉴욕시는 지난해 이 계획을 폐지했다. ―특목고 입시 논란 때 주목을 받았다. “어떤 식으로든 주목을 받으려는 정치인, 시험을 싫어하는 교육당국이 벌인 일이다. 뉴욕시가 추진하는 안이 이뤄졌다면 뉴욕 특목고의 한국계 학생이 현재보다 75% 감소할 수도 있었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막아야 했다. 모든 입시에 필기시험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시험이 없는 세상도 믿지 않는다. 시험 없이 어떻게 학생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나. 스타이비선트고가 필기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하지 않았다면 난 그 학교 근처에도 가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특목고 논란이 심하다. “모든 아이들은 똑같지 않다. 교육은 개별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어떤 학생이 앞서갈 수 있는데도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건 불공정하다. ‘서울대’가 문제라면 다양한 그룹의 뛰어난 사람들을 위한 더 많은 ‘서울대’를 만들면 된다. 특목고를 없앨 게 아니라 정원을 두 배로 늘리면 더 다양한 학생들을 뽑을 수 있다.” ―한인 청년들에게 해줄 말은…. “늘 마음에 분노가 가득 차 있던 때가 있었다. 그 분노와 좌절감이 나를 지금의 자리로 오게 했다. 한국 젊은이들도 부정적 에너지를 원동력으로 삼아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냈으면 좋겠다. 어머니는 늘 ‘너에게 더 많은 걸 해줬어야 했는데’라고 하신다. 난 ‘더 중요한 것을 주셨다’고 답한다. 부모님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주셨다면 게을러졌을 것이다. 부족한 것이 오히려 날 풍족하게 만들었다.” 김 창업자는 한국어를 못 한다. “내 안에 ‘한국성(Koreanness)’이 별로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청소년 시절의 분노를 얘기할 때 또렷한 한국어로 ‘한(恨)’이란 단어를 썼다. 그는 “우리 가족은 외식을 한 경험이 거의 없다. 졸업식처럼 특별한 날엔 아버지가 코리아타운에서 자장면 한 그릇을 사주셨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여전히 자장면을 즐겨 먹는다고도 했다. 김 창업자는 아직 한국식 이름 ‘수 김’을 쓴다. 불법체류자로 지낼 당시 신분이 없어 영어 이름을 만들 기회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김수형 스탠더드제너럴 창업자△1975년 서울 출생△1980년 미국 이민△1997년 프린스턴대 졸업(우드로윌슨스쿨)△1997∼1999년 뱅커스트러스트 자산관리그룹 애널리스트△1999∼2005년 오크지프 캐피털매니지먼트 파트너△2005∼2007년 사이러스캐피털 파트너스 공동 창업자△2007∼현재 스탠더드제너럴 창업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현재 트윈리버홀딩스 이사, 코앨리션포퀸스 이사, 캐리인스티튜트 이사, 스타이비선트고교 동창회장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인 또는 중국 체류 외국인의 입국과 관련해 각종 통제 조치를 취하면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세계 주요 항공사들도 중국 노선 운항을 속속 중단하는 등 14억 인구의 중국 대륙과 세계를 잇는 하늘길과 국경도 좁아지고 있다. ○ 공항 뚫린 미국, 입국 차단 초강수 중국 국가이민관리국 등에 따르면 2일 현재 71개국이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중국인의 입국금지 등 제한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조치는 4단계로 나뉜다. 미국 등 17개국이 중국인 또는 중국 체류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및 제한, 러시아 등 9개국이 중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중단 및 제한, 한국 일본 등 4개국이 후베이(湖北)성 출신 중국인이나 후베이성 체류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및 제한, 영국 프랑스 등 41개국은 체온 측정 등 건강 상황 신고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동부 시간 2일 오후 5시(현지 시간)부터 신종 코로나 최대 잠복기간인 14일 이내 중국에 체류했던 외국인(미국 시민이나 영주권자의 직계 가족 제외)의 입국을 잠정 금지했다. 미국 내 확진 환자 8명 중 공항 검역 단계에서 의심환자로 분류된 경우는 1명에 불과할 정도로 공항 검역망을 통한 검역에 한계를 드러내자 ‘입국 금지’라는 초강수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14일 이내 중국 우한이 속한 후베이성을 들렀던 미국인들도 별도의 시설에서 14일간 격리될 예정이다. 미 국방부는 최대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군용시설을 제공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각국이 코로나바이러스 차단에 나서면서 중국이 점점 장벽에 갇히고 있다”고 전했다.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도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14일 이내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자국민도 중국에서 들어올 경우 14일간 자가 격리를 하도록 했다. 싱가포르는 모든 중국인과 최근 14일 내에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 베트남, 몽골, 북한은 국경을 폐쇄했다. 일본 정부는 2주 이내에 중국 후베이성에 머무른 외국인과 후베이성에서 발급된 여권을 소지한 외국인의 입국을 1일부터 금지했다. ○ 하늘길 막히는 中…항공편 10% 취소 글로벌 여행데이터 분석회사인 ‘시리움(Cirium)’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가 확산됐던 지난달 23일부터 28일까지 중국 국내 및 국제선 9807편이 취소됐다. 중국 항공편의 10.8%의 운항이 중단된 것이다. 앞으로 중국 대륙의 하늘길은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델타 아메리칸 유나이티드 항공은 미국∼중국 본토 노선 운항을 3월이나 4월까지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18년 한 해에 미국과 중국을 여행한 사람은 850만 명이었다. 호주 콴타스항공도 중국 본토 노선을 중단했다. 에어뉴질랜드 브리티시항공 에어캐나다도 비슷한 조치를 했다. 카타르항공은 아랍권에서 처음으로 중국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이탈리아 파키스탄은 국가 차원에서 중국 노선 운항 금지를 결정했다. 베트남은 5월 1일까지 당국의 승인을 받은 경우를 제외한 중국 홍콩 마카오 항공 노선 운항을 금지했다. 러시아는 모스크바를 제외한 지역공항의 중국 노선을 중단했다. 홍콩에서는 의료진들이 반발하자 중국 철도 노선을 중단하고 중국 노선 항공기 운항도 절반으로 줄였다. 세계 제2의 경제대국 중국과 인적 물적 교류가 중단될 경우 관광 무역 등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 등 세계 경제에 타격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중국은 싱가포르 관광의 매우 큰 수입원”이라며 “우리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박용 parky@donga.com / 파리=김윤종 / 도쿄=박형준 특파원}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진원지인 중국 경유 여행자의 입국을 금지하는 등 방역망을 강화하기 위해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세계 주요 항공사들도 중국 노선 운항을 속속 중단하는 등 14억 인구의 중국 대륙과 세계를 잇는 하늘길과 국경도 좁아지고 있다. ● 공항 뚫린 미국, 입국 차단 초강수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미국은 동부시간 2일 오후 5시부터 바이러스 최대 잠복기간인 14일 이내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미 시민이나 영주권자의 직계 가족 제외)의 입국을 잠정 금지한다. 미국 내 확진자 8명 중 공항 검역 단계에서 의심환자로 분류된 경우는 1명에 불과할 정도로 공항 검역망이 한계가 커지자 ‘입국 금지’라는 초강수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14일 이내 중국 우한이 속한 후베이성(湖北)을 들렀던 미국인들도 별도 시설에서 14일간 격리될 예정이다. 미 국방부는 최대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군용시설을 제공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각국이 코로나 바이러스 차단에 나서면서 중국이 점점 장벽에 갇히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입국 금지’라는 초강수를 두자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도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14일 이내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자국민도 중국에서 들어올 경우 14일간 자가 격리를 하도록 했다. 싱가포르도 모든 중국인과 최근 14일 내에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 베트남, 몽골, 북한은 국경을 폐쇄했다. 일본 정부는 1일부터 중국 후베이(湖北)성에 2주 이내 머무른 외국인과 후베이성에서 발급된 여권을 소지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대만은 2일부터 광둥성에서 오는 중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했다. ● 1만편 이상 항공편 취소, 하늘길 막히는 중 대륙 글로벌 여행데이터 분석회사인 ‘시리움(Cirium)’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됐던 지난달 23일부터 28일까지 중국 국내 및 국제선 9807편이 취소됐다. 중국 항공편의 10.8%의 운항이 중단된 것이다. 앞으로 중국 대륙의 하늘길이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델타 아메리칸 유나이티드 항공은 미국-중국 본토 노선 운항을 3월이나 4월까지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18년 한해에 미국과 중국을 여행한 사람은 850만 명이었다. 호주 콴타스항공도 홍콩을 제외한 중국 본토 노선을 중단했다. 에어뉴질랜드 브리티시항공 에어캐나다도 비슷한 조치를 했다. 카타르항공은 아랍권에서 처음으로 중국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이탈리아 파키스탄은 국가 차원에서 중국노선 운항 금지를 결정했다. 베트남은 5월1일까지 당국의 승인을 받은 경우를 제외한 중국 홍콩 마카오 항공 노선 운항을 금지했다. 러시아는 모스크바를 제외한 지역공항의 중국 노선을 중단했다. 홍콩에서는 의료진들이 반발하자 중국 철도 노선을 중단하고 중국 노선 항공기 운항도 절반으로 줄였다. 세계 제2의 경제대국 중국과 인적 물적 교류가 중단될 경우 관광 무역 등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 등 세계 경제에 타격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는 중국발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발펴하며 “중국은 싱가포르 관광의 매우 큰 수입원”이라며 “우리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캄보디아 경제에 피해를 주고 중국과 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며 중국 여행객 입국 차단조치를 반대했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공포가 30일 또다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를 강타했다. 전날 시진핑 국가주석이 우한 폐렴 확산을 적극적으로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반등 움직임을 보이던 아시아 증시는 대만 증시 폭락과 전 세계 경제활동 차질 가능성을 언급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발표 등으로 불안감을 키우며 다시 출렁였다. 3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37.28포인트(1.71%) 하락한 2,148.00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및 기관투자가들이 각각 약 2800억 원, 4200억 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우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코스닥지수도 13.79포인트(2.06%) 떨어진 656.39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8원 뛴(원화 가치 하락) 1185.0원에 마감했다. 우한 폐렴 공포가 아시아 증시 전반을 끌어내렸다. 특히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를 마치고 개장한 대만 증시가 5.75% 폭락했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전날보다 1.72% 떨어져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29일(현지 시간) 우한 폐렴 확산과 관련해 “중국, 세계 경제활동에 일부 차질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점도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연준은 이날 현행 1.50∼1.75%인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휴를 마치고 개장한 대만 증시 등이 우한 폐렴 확산 우려에 폭락하면서 불안감을 키웠고, 외국인 투자가들이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매도에 나서며 낙폭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불확실한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중국 밖 추가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세계 각국은 방역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중국과 접경지역 출입국 검문소 운영을 중단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 검역 공항 확대부터 사실상 국경 차단까지 28일까지 우한 폐렴 확진자 5명이 발생한 미국은 우한 폐렴 검역 공항을 5곳에서 2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HHS) 장관은 이날 워싱턴 청사 기자회견에서 “현 단계에서 미국인들은 안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서도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발동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우한 폐렴에 대한 여행 자제 권고 지역을 중국 전역으로 넓혔다. 미 CNBC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중국에 대해 여행경보 최고 수준인 여행 제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항공사 유나이티드항공은 수요 감소를 이유로 일부 중국 노선을 2월 1일부터 8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 접경지나 인접국들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은 30일부터 중국 본토를 오가는 열차 운행을 중단하고 본토 출신 개인 관광객의 입경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존 반중 정서에 우한 폐렴 공포가 더해지며 홍콩에서는 본토와의 국경 전면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반중 시위대는 29일 국경 봉쇄를 주장하며 대중교통 방해시위를 벌였다. 또 28일 홍콩과 접경한 중국 선전 검문소에서 반중 시위대가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제 폭탄이 발견된 것을 비롯해 최근 잇따라 3건의 사제 폭탄 관련 사건이 일어났다. 입경 금지 조치도 잇따르고 있다.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이 중국인 입경을 전면 혹은 선별적으로 금지했다. 카자흐스탄은 중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싱가포르는 최근 2주 이내 후베이성을 방문한 이들의 입국과 공항 환승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24일부터 출입국 검문소 운영을 중단하고 러시아 역시 다음 달 초까지 중단 방침을 연장하기로 했다.○ 우한 폐렴에 몸살 앓는 글로벌 기업들 중국에 생산공장을 둔 글로벌 기업들도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다음 달 초 춘제 연휴를 마치고 생산을 재개하려 했지만 공장 가동 시점을 다시 10일 이후로 미뤘다. 현재 아이폰의 대다수 물량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애플도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28일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기자회견에서 우한 폐렴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로 향후 실적 전망치를 평소보다 넓게 잡았다고 밝혔다. 문을 닫는 매장도 급증하고 있다. 28일 스타벅스에 따르면 현재 중국 내 스타벅스 매장 4000여 곳 중 절반 이상이 영업을 중단했다. 맥도널드와 KFC 등 상당수 패스트푸드점도 문을 닫았다. 한편 시장에서는 중국 매출이 큰 스포츠용품 업체 나이키, 화장품 회사 에스티로더, 전기차 회사 테슬라 등도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일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 거주하는 자국민을 대피시키기 위해 28일 전세기를 급파하는 등 세계 각국의 자국민 ‘우한 철수’ 작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상은 이날 “중국 측으로부터 전세기 1대를 수용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NHK에 따르면 이 전세기는 약 200명을 싣고 29일 새벽 우한을 출발해 같은 날 오전 중 하네다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27일 현재 약 650명의 일본인들이 귀국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29일 이후 추가 전세기를 보내 희망자 전원을 귀국시킨다는 방침이다. 의료진과 검역관이 동승하는 전세기 내에서 검역도 진행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귀국자에 대해 증상이 없어도 2주 간 외출을 삼가도록 할 방침이다.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직장 출근 여부는 소속 기업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미국도 자국 외교관 등의 ‘우한 철수’ 준비를 마쳤다. CNN은 국무부 관리를 인용해 미 전세기가 29일 오전 우한 공항에서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 동쪽 온타리오 시로 떠난다고 전했다. 전세기에는 미 의료진도 탑승한다. 우한을 떠난 전세기는 급유를 위해 알래스카주 앵커리지를 경유한다. 승객들은 앵커리지에서 일반인 접근이 차단된 터미널에 내려 검진을 받을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앵커리지의 병원들도 환자 치료를 위한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에서는 현재 26개 주에 110명의 우한 폐렴 관찰 대상자가 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중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레벨 3’로 올리고 자국민에게 “여행을 재고할 것”을 권고했다. 국무부는 지난 주에 후베이성을 여행 금지구역으로 정하고 영사관 등을 임시 폐쇄했다. 미 보건 당국도 여행 자제 권고를 후베이성에서 중국 전역으로 확대했다. 프랑스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나온 독일도 우한에 있는 90여 명의 자국민을 대피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한국의 어떤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더 많은 사람들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까?’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이론으로 ‘혁신가들의 구루(스승)’로 불린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가 23일(현지 시간) 항암 치료를 받던 중 합병증으로 별세했다. 향년 68세. 그는 임종 일주일 전 동아일보에 보낸 기고문에서 한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제언했다. 병마 탓에 직접 컴퓨터 자판을 칠 힘이 없어 그의 아내가 남편의 구술을 받아 적었다. 기고문에서 크리스텐슨 교수는 “1970년대 초반 대한민국에서 선교사로 봉사했던 시절을 즐겁게 회상하곤 한다”며 미래 한국을 위한 5가지 화두를 던졌다. 먼저 그는 한국이 ‘파괴적 혁신’을 통해 사람들을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한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언급하며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기업들이 새 시장을 창출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과거 한국의 혁신 기업이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새로운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해온 것처럼 한국은 이런 도전에 다시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어 “한국인들은 50년 전 기억하는 그대로 친절하고 따뜻하지만 이들이 예전만큼 행복한지는 의문”이라며 “혁신을 선도하며 개인, 기업, 국가 차원에서 번영하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것인가”라고 했다. 아울러 △한국이 국내외 새로운 주체들로부터 생겨나는 파괴적 혁신에도 무너지지 않는 경제를 어떻게 일굴 것인가 △새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을 어떻게 구분해내고 우선 발전시킬 것인가 △지속가능한 혁신을 이루면서, 동시에 파괴적 혁신을 우선시하는 경제발전을 어떤 식으로 이뤄낼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고인은 1995년 발표한 ‘파괴적 혁신’이라는 개념과 1997년 내놓은 ‘혁신가의 딜레마’라는 저술을 통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등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구창선’이라는 한국 이름도 갖고 있는 대표적인 ‘지한파’ 학자였다. 1952년 4월 6일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태어나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몰몬교)의 신자로 미국 브리검영대를 졸업했다. 1971∼1973년 선교사로 춘천, 부산에서 활동했다. 지난해 4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을 꾸준히 육성하는 국가가 경쟁력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암에 걸린 뒤에는 자신의 이론을 인생에 투영하려는 노력을 했다. 2012년 ‘당신의 삶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라는 공저를 내놓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는 이 책에서 “신이 내 인생을 평가하는 지표는 ‘달러’가 아니라 내가 접촉한 사람들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개인적 명성에 대해 걱정하지 말고 당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도운 사람들에 대해 걱정하라”고 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사진)가 ‘와츠앱’ 메신저를 통해 세계 최고 부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주의 휴대전화를 해킹한 시점으로 알려진 2018년 5월 직전에 서구 최고위 인사를 대거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다른 유명인의 휴대전화도 해킹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22일 가디언에 따르면 무함마드 왕세자는 투자 유치를 위해 2018년 3월 미국 워싱턴과 영국 런던 등을 방문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외교장관(현 총리), 크리스틴 라가르드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같은 거물 인사를 줄줄이 만났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애틀랜틱그룹 창업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 MS CEO 등 세계적 경영자와도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들과 와츠앱으로 대화를 나눴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보기술(IT) 기기 사용을 즐기고 측근 및 지인과 와츠앱으로 자주 소통하는 그의 성향을 고려할 때 다른 이의 휴대전화도 해킹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무함마드 왕세자와 각별한 사이인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의 휴대전화 해킹 가능성이 거론된다. 무함마드 왕세자와 쿠슈너는 와츠앱으로 자주 소통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이날 유엔 특별보고관은 해킹 사건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유엔은 이번 사태가 2018년 10월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피살된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당시 카슈끄지가 베이조스 창업주가 소유한 미 워싱턴포스트(WP)에 왕실 비판 글을 쓰는 것을 막기 위해 배후에서 살해를 조종했다고 지목받았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겉으로는 개혁 군주인 척하지만 중세 전제 군주 못지않은 폭정을 휘두른다’ ‘국제 사회가 사우디의 오일머니를 의식해 카슈끄지 살해를 방관한다’는 논란이 거셌다. 쿠슈너 고문은 집권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사우디 제재’ 이야기가 나왔을 때 적극 저지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카슈끄지 사태에 이어 이번 사건까지 더해져 무함마드 왕세자의 이미지가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해킹 사실이 드러나면 핵심 동맹인 미국과 사우디 관계에도 상당한 후폭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이미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사이버 여론전을 진행해 여러 나라 및 기업과 갈등을 빚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은 지난해 8월 사우디 정부 차원에서 여론 조작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난 계정 350개를 폐쇄했다.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춘제(春節·중국의 설)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22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를 경유해 수도 베이징(北京)으로 향하는 고속철은 만석이었다. 승무원은 물론이고 승객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승객들은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 한 승객은 기자에게 “열차가 우한을 경유해 불안한 마음에 마스크를 썼다. 이제 다른 도시도 안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갈 필요가 없으면 우한에 가지 말고, 우한 시민들도 특수한 상황이 없으면 우한을 떠나지 말라”며 사실상 우한 여행 자제령을 내렸다. 우한 여행사들의 단체관광객 모집도 금지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위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한을 지날 때 열차 내 방역 작업을 하느냐’고 승무원에게 묻자 “하지 않는다. 생각하는 것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답했다. 승객들을 대상으로 체온 확인도 이뤄지지 않았다. 베이징 서역에서도 도착한 승객들에 대한 발열 검사는 없었다. ○ 우한 의료진 “사스 수준 넘을 것” “실제 상황은 여러분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 전염 규모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수준을 넘을 것이다.” 후베이성 출신의 A 씨는 21일 중국의 소셜미디어 위챗을 통해 이런 내용을 전달받았다. 우한 폐렴 관련 지정 병원인 우한시 셰허(協和)병원 의사가 한 채팅방에 올린 글이었다. 작성자는 “이미 2주 가까이 야근을 하면서 매일 수많은 (우한 폐렴) 의심 환자를 진료하고 있지만 격리 병동이 부족해 다 받지 못하고 있다. 의료진이 아파서 쓰러지고 교대 인력마저 없다. 바이러스에 변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다음 날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가오푸(高福) 주임은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인류로 넘어갈 때 변이를 한다”고 밝혔다. 우한 폐렴 발생지인 화난(華南)수산물시장과 담 하나 사이인 완커탕웨(萬科唐樾) 지역에 사는 B 씨는 채팅방에 “병원에 폐렴을 확진할 검사기가 없어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과 피 검사를 통해 ‘원인 불명 바이러스 감염’이라고 판정받았다”며 “병원에 환자가 미어터져 병상이 없고 입원도 안 된다고 했다”고 썼다. 실제 셰허병원 발열과를 찾은 사람들의 줄이 병원 건물 바깥까지 이어져 진료까지 3, 4시간 기다려야 했다. 중국 정부가 현지 조사를 위해 우한에 파견한 사스 방역 지휘자 왕광파(王廣發) 베이징대 교수마저 폐렴에 감염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사스 때와 같은 전면적 확산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까지 번진 우한 폐렴 포비아 21일(현지 시간) 처음 우한 폐렴 환자가 발생한 미국 보건 당국은 우한에 대한 여행주의보를 격상하고 검역 대상 국제공항을 기존 3곳에서 5곳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내 ‘의심 환자’도 늘고 있다. CNBC는 이날 중국 상하이를 출발한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행 유나이티드 항공기에서 승객 2명이 우한 폐렴과 비슷한 증상을 보여 미 당국의 검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들어온 (우한 폐렴에 걸린) 사람은 한 명이다. 우리 통제 아래 있다”고 강조했다. 온천 관광지로 유명한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하코네(箱根)정의 한 과자 판매점은 ‘중국인 출입 금지’라는 제목의 중국어 안내문을 17일부터 내걸었다고 아사히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발생한 대만은 우한 폐렴 경고 수준을 최고 단계로 격상했다. 싱가포르는 중국을 방문한 사람이 폐렴 증상을 보이면 격리 조치하기로 했다. 호주, 러시아 정부도 공항 검역을 강화했다.베이징=권오혁 hyuk@donga.com·윤완준 / 뉴욕=박용 특파원}

미국에서 처음으로 ‘우한(武漢) 폐렴’ 환자가 확진됐다. 미 보건 당국은 우한에 대한 여행주의보를 격상하고 검역 대상 국제공항을 5곳으로 확대하는 등 ‘우한 폐렴’ 방역망을 강화하고 있다. ● 우한 다녀온 뒤 나흘 만에 발병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중국 우한을 방문한 워싱턴주 시애틀 북쪽 스노호미시 카운티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이 ‘우한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우한 폐렴)에 감염됐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남성은 17일 미국 국제공항의 ’우한 폐렴‘ 검역이 강화되기 전인 15일 우한에서 시애틀 타코마 국제공항으로 귀국했다. 그는 귀국 당시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았지만 나흘 후인 19일 몸에 이상을 느껴 스노호미시 카운티의 한 병원을 찾았다. 해당 병원 의사는 그가 우한에 다녀온 것을 확인하고 환자 시료를 CDC 애틀랜타 지부에 보냈고 2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는 현재 워싱턴주 에버렛의 프로비던스 메디컬센터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가벼운 폐렴 증세를 보이고 있으나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환자는 의사들에게 우한에서 동물 시장을 방문한 적이 없고 아픈 사람과 접촉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 보건 당국은 이 남성이 탑승한 비행기 승객 중 감염 가능성이 있는 승객들을 확인하고 증상이 나타나는지 추적 관찰을 하고 있다. ● ’우한 폐렴 검역‘ 미국 내 국제공항 5곳으로 확대 미 보건 당국은 ’우한 폐렴‘ 방역망이 뚫리자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CDC는 이날 ’우한 폐렴‘ 검역 공항을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과 로스앤젤레스 및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이어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과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 등 모두 5곳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미 보건당국은 또 우한에서 오는 승객이 미국 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경우 검역을 강화한 5곳의 공항 중 한 곳을 거치도록 새 항공권을 발급하는 대책도 내놨다. 미국 내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서 ’의심 환자‘도 늘고 있다. CNBC는 이날 중국 상하이를 출발한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행 유나이티드 항공기 승객 2명이 ’우한 폐렴‘ 증상을 보여 미 당국의 검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 승객들은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귀가했다. CDC는 이날 웹사이트에서 우한에 대한 여행안내(3단계)를 ’레벨 1‘에서 강화된 예방조치를 이행할 것을 권고하는 ’레벨 2‘로 격상했다. 최고 단계인 레벨 3로 격상될 경우 보건당국은 ’꼭 필요하지 않은 여행은 자제하라‘는 권고를 하게 된다. CDC는 이날 우한 폐렴에 대응하는 ’응급대응시스템‘도 가동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는 공중 보건에 대한 위협 감시, 대비, 대응을 일원하기 위한 목적이다. ● “사람간 전염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CDC 관리들은 ’우한 폐렴‘이 미국 대중에게 전파될 위험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고 다른 바이러스처럼 전염성이 강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틴 세트론 CDC 세계 이주 및 검역 담당 소장은 CNN과 인터뷰에서 “홍역이나 독감과 같은 유형에 근접하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내 보건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이 동물로부터 어떻게 전염되고, 사람끼리 얼마나 쉽게 전염되는지 알지 못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윌리엄 섀프너 벤더빌트대 의료센터 예방의학 및 감염병 담당 교수는 NYT와 인터뷰에서 “바이러스 발생 장소가 살아 있는 동물이 거래되는 시장일 가능성이 있으나 어떤 동물에서 전염이 됐는지 모른다”며 “사람끼리 얼마나 자주 전염되는지, 가벼운 감염도 사람끼리 전염될 수 있는지 등이 모두 조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병원들도 의심 환자에 대한 보고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내쉬빌의 벤더빌트대 의료센터는 20일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으로 병원, 응급실, 진료소에 오는 환자들이 최근 중국에 다녀왔는지, 최근 중국에 다녀온 사람과 접촉한 적이 있는지 질문할 것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미국 내 다른 병원들도 감염 환자를 신속하게 확인하고 격리 치료를 하고 시료를 수집할 수 있도록 비슷한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NYT는 전했다. ● 우한 폐렴 공포, 금융시장으로 전염 ’우한 폐렴‘에 대한 공포감은 금융시장으로 옮아가고 있다.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상승세를 타던 뉴욕 증시는 이날 미국의 ’우한 폐렴‘ 환자 발생 소식이 전해진 뒤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우한 폐렴 확진자 발생 소식이 전해지자 장중 2%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다우지수는 전거래일보다 152.06포인트(0.52%) 내린 2만9196.04에 마감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0.27%, 0.19% 밀렸다. 경제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이 전 세계로 확산될 경우 경제적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2002년 중국에서 발생해 2003년 세계로 확산되며 약 8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스 사태‘로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경제가 타격을 받았던 것과 같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CNBC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여행과 무역에 타격을 주고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공포가 아시아 주식시장에 타격을 주고 구리와 원유 가격을 떨어뜨리고 투자자들이 미국과 독일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향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내가 얻은 건 뭔가요? 탄핵을 당했죠. 하지만 괜찮아요. 우리 농부들이 트럼프와 함께하고 있으니까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 저녁 텍사스주 오스틴시에서 열린 미국농민단체연합(AFBF) 연례총회 연설에서 15일 서명한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해 “획기적”이라고 평가했다. 16일 상원에서 비준된 새 북미무역협정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수정안에 대해서는 농업인을 위해 “수출을 엄청나게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스틴으로 향하기 전에는 트위터에 “그들(농부들)은 중국 일본 멕시코 캐나다 한국 등 많은 국가들과 엄청난 새 무역합의로 ‘횡재(hit paydirt)’를 했다”고 자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보를 놓고 핵심 지지 기반인 중서부 농업지대 표심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재선 캠프가 ‘공약은 지켜졌다(Promises Kept)’는 선거 메시지를 강화하기 위해 무역합의 관련 광고를 기획 중”이라며 “표심을 잡기 위해 유세에서 무역합의를 부각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중국과의 무역,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을 비판하며 노동자와 농민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이 전략으로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주 등 러스트벨트 지역에서 근소한 차이로 선거를 뒤집었다. 트럼프 캠프가 무역합의 성과를 상원에서 진행 중인 탄핵 과정과 대비시키며 ‘워싱턴의 당파 싸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일을 잘 해결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세워 2016년의 승리를 재현하려 한다는 풀이가 나온다. 11월 대선에서 ‘공약은 지켜졌다’ 전략의 성공 여부는 중국의 합의 이행에 달려 있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중국이 약속을 지킬지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WSJ는 “중국 정부가 앞으로 2년간 미국산 제품 수입을 2000억 달러 늘리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모멘텀도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도 약 37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는 유지되는 점도 미국 소비자와 기업에 부담이 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지낸 게리 콘 전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BS방송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는 미국을 다치게 한다”며 “관세 덕분에 무역협상에서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관세폭탄’과 무역합의가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맞불을 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AFBF 총회에서 민주당 대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향해 “급진 좌파들은 세금을 대폭 인상하고 기업들을 규제로 뭉개 버린다. 미치광이”라고 비판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9일 전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다음 달 3일 미국 야당 민주당의 대선 후보 첫 경선인 아이오와 당원대회(코커스)를 앞두고 19일 미 유력지 뉴욕타임스(NYT)가 강경 진보 성향의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 상원의원(71)과 온건 진보 성향의 에이미 클로버샤 미네소타주 상원의원(60)을 동시에 지지 후보로 선정했다. 1860년 대선 당시 에이브러햄 링컨 공화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후 모든 대선에서 단수 후보를 지지해 온 NYT가 복수 후보를 지지한 것은 처음이다. 여성 두 명을 동시에 선정한 것도 이례적이다. NYT는 이날 오피니언면에 “워런 의원과 클로버샤 의원 모두 민주당의 진보 및 온건 성향을 효과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승리하려면 급진적 모델과 현실적 모델 모두를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부유세, 청정에너지, 전국민 의료보험 등을 주창했고 ‘트럼프 저격수’로도 불리는 워런 의원에 대해선 “정부와 경제의 기본 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평했다. 클로버샤 의원에 대해선 “미국의 양극화를 감안할 때 진보적 의제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후보”라고 진단했다. NYT의 여성 후보 두 명 동시 지지는 최근 민주당 내 여성 대통령 불가론(不可論) 논쟁이 한창인 와중에 등장해 더욱 주목을 받았다. 13일 워런 상원의원은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78)이 사석에서 자신에게 “여자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혀 파장이 일었다. 최근 몇 년간 미 전역에서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의 물결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도 이번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NYT는 그동안 최종 선정한 지지 후보와 그 이유만 공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민주당 후보 9명 모두에 대한 90분짜리 인터뷰 전문 및 동영상까지 공개하기로 했다. NYT는 현 민주당 지지율 1위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78)에 대해서는 ‘횃불을 새로운 정치지도자 세대에 넘겨줘야 할 때’라고 평가했다. 이는 1961년 44세로 취임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취임사에 등장하는 문구다. 1973년 이미 상원의원이 된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이제 물러날 때가 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해 심근경색을 겪은 샌더스 상원의원을 두고는 “건강에 심각한 우려가 있고 타협할 줄 모른다. 그가 당선되면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은 분열적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38세의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은 “정치적 미래가 밝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 주요 언론은 대선 때마다 지지 후보를 공개 선언하는 관행이 있다. NYT의 지지 후보 표명을 시작으로 워싱턴포스트(WP), 로스앤젤레스타임스, USA투데이 등도 속속 지지 후보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력 매체의 선언이 표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 2016년 대선 당시 NYT, WP 등 유력 매체가 일제히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지만 결과는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승리였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다음달 3일 미국 야당 민주당의 대선후보 첫 경선인 아이오와 당원대회(코커스)를 앞두고 19일 미 유력지 뉴욕타임스(NYT)가 강경 진보 성향의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 상원의원(71)과 온건 진보 성향의 에이미 클로버샤 미네소타주 상원의원(60)을 동시에 지지 후보로 선정했다. 1860년 대선 당시 에이브러햄 링컨 공화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후 모든 대선에서 단수 후보를 지지해온 NYT가 복수 후보를 지지한 것은 처음이다. 여성 두 명을 동시에 선정한 것도 이례적이다. NYT는 이날 오피니언면에 “워런 의원과 클로버샤 의원 모두 민주당의 진보 및 온건 성향을 효과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승리하려면 급진적 모델과 현실적 모델 모두를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부유세, 청정에너지, 전국민 의료보험 등을 주창했고 ‘트럼프 저격수’로도 불리는 워런 의원에 대해선 “정부와 경제의 기본 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평했다. 클로버샤 의원에 대해선 “미국의 양극화를 감안할 때 진보적 의제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후보”라고 진단했다. NYT의 여성 후보 두 명 동시 지지는 최근 민주당 내 여성 대통령 불가론(不可論) 논쟁이 한창인 와중에 등장해 더욱 주목을 받았다. 13일 워런 상원의원은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78)이 사석에서 자신에게 “여자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혀 파장이 일었다. 최근 몇 년간 미 전역에서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의 물결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도 이번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NYT는 그동안 최종 선정한 지지 후보와 그 이유만 공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민주당 후보 9명 모두에 대한 90분짜리 인터뷰 전문 및 동영상까지 공개하기로 했다. NYT는 현 민주당 지지율 1위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78)에 대해서는 ‘횃불을 새로운 정치지도자 세대에 넘겨줘야 할 때’라고 평가했다. 이는 1961년 44세로 취임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취임사에 등장하는 문구다. 1973년 이미 상원의원이 된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이제 물러날 때가 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해 심근경색을 겪은 샌더스 상원의원을 두고는 “건강에 심각한 우려가 있고 타협할 줄 모른다. 그가 당선되면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은 분열적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38세의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은 “정치적 미래가 밝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 주요 언론은 대선 때마다 지지 후보를 공개 선언하는 관행이 있다. NYT의 지지후보 표명을 시작으로 워싱턴포스트(WP), LA타임스, USA투데이 등도 속속 지지 후보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력 매체의 선언이 표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는 불확실하다. 2016년 대선 당시 NYT, WP 등 유력 매체가 일제히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지만 결과는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승리였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우한 폐렴’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중국 당국이 전염 상황을 실제보다 축소해서 밝힌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시작되는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를 앞두고 대이동이 시작돼 확산 범위가 훨씬 넓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일 상하이(上海)에서 1명, 광둥(廣東)성 선전(深(수,천))에서 2명의 우한 폐렴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발원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이외의 중국 지역에서 의심 환자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 당국은 이에 대한 공식 언급을 거부했다고 SCMP가 전했다.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17일 하루에만 17명의 추가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이로써 16, 17일 이틀간 21명이나 증가해 우한 내 확진 환자는 총 62명으로 늘어났다. 우한시 당국은 17일 발표한 추가 환자들은 13일 이전에 발병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전염력이 강하지 않고 사람 간 전염 위험이 비교적 낮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확진 발표까지 며칠이 지난 데다 환자들의 구체적인 감염 경로를 밝히지 않아 당국의 대응이 투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우한시 당국은 “추가 환자 가운데 일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최초 발생지인) 화난(華南)수산물도매시장에 간 적이 없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이 강조해 온 동물에 의한 감염이 아니라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이다. 홍콩 핑궈일보에 따르면 일부 중국 누리꾼은 ‘우한 현지 병원 의사가 진료 중에 감염됐고, 그의 부인도 감염돼 환자들이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우한 진인탄(金銀潭)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 태국에서 2명, 일본에서 1명의 확진 환자가 나왔다. 이들은 모두 중국인이다. 홍콩에서는 19일 의심 환자 11명이 추가됐다. 지금까지 의심 환자가 모두 101명에 달한다.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네팔 등에서도 의심 환자가 잇따르고 있다. 영국 BBC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자문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임피리얼칼리지 런던 감염증연구센터가 ‘우한에서 모두 1723명의 환자가 발생(12일 기준)했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고 전했다. 이 센터 닐 퍼거슨 교수는 “일주일 전보다 상황이 훨씬 우려스럽다”며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징을 고려하면 동물 접촉만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감염될 수 없다. 잠재적인 감염자는 현재까지 발견된 것보다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도 17일부터 1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뉴욕 존F케네디 국제공항,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등 3개 주요 공항에서 우한 폐렴 유입을 막기 위해 검역을 강화했다. CNN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항공기 승객의 건강을 점검한 것은 2014년 에볼라 발병 기간이 마지막이라며 매우 이례적인 조치라고 전했다. 한국 질병관리본부(질본)도 춘제 연휴 기간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감시 및 관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시도별 대책반을 구성해 설 연휴 비상방역근무 체계를 가동하고 신속한 검사를 위해 모든 코로나바이러스를 확인할 수 있는 ‘판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법을 7개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전달키로 했다. 특히 우한 방문 후 14일 이내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있으면 곧바로 신고할 것을 지역 의료기관에 당부했다. 질본은 우한에 다녀온 내국인이 병원 진료를 받을 때 인적 사항만 넣어도 출입국 이력이 자동으로 뜨는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이미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우한 폐렴’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중국 당국이 전염 상황을 실제보다 축소해서 밝힌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부터 시작되는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를 앞두고 대이동이 시작돼 확산 범위가 훨씬 넓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일 상하이(上海)에서 1명, 광둥(廣東)성 선전(深¤)에서 2명의 우한 폐렴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발원지인 허베이성 우한 이외의 중국 지역에서 의심 환자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 당국은 이에 대한 공식 언급을 거부했다고 SCMP가 전했다.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17일 하루에만 17명의 추가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이로써 우한 내 확진 환자는 총 62명으로 늘어났다. 우한시 당국은 17일 발표한 추가 환자들은 13일 이전에 발병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전염력이 강하지 않고 사람 간 전염 위험이 비교적 낮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확진 발표까지 며칠이 지난 데다 환자들의 구체적인 감염 경로를 밝히지 않아 당국의 대응이 투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우한시 당국은 “추가 환자 가운데 일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최초 발생지인) 화난(華南)수산물도매시장에 간 적 없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이 강조해온 동물에 의한 감염이 아니라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이다. 중국 본토 외 지역에서는 태국에서 2명, 일본에서 1명의 확진 환자가 나왔고 모두 중국인들이다. 홍콩에서는 18일 추가 의심 환자 9명이 발생해 지금까지 발생한 의심 환자는 90명에 달했다. 대만, 싱가폴, 베트남, 네팔 등에서도 의심 환자가 잇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에서는 “해외에서도 환자가 발생했는데 우한 이외 다른 중국 지역에서 환자가 발생했다는 발표가 없는 것이 이상하다”는 등의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다. 홍콩 빈과(瀕果)일보에 따르면 중국 일부 누리꾼들은 ‘우한 현지 병원 의사가 진료 중에 감염됐고, 그의 부인도 감염돼 환자들이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우한 진인탄(金銀潭)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BBC는 세계보건기구(WHO)에 자문을 제공하는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감염증 연구센터가 ‘우한에서 모두 1723명의 환자가 발생(12일 기준)했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고 전했다. 이 센터 닐 퍼거슨 교수는 “1주일 전보다 상황이 훨씬 우려스럽다”며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징을 고려하면 동물 접촉만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감염될 수 없다. 잠재적인 감염자는 현재까지 발견된 것보다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에 이어 미국도 17일부터 1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등 3개 주요 공항에서 우한 폐렴 유입을 막기 위한 검역을 강화했다. CNN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라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항공기 승객의 건강을 점검한 것은 2014년 에볼라 발병 기간이 마지막”이라고 전했다. 한국 질병관리본부(질본)도 춘제 기간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지방자치단체, 의료계와 협력해 감시와 관리를 강화한다. 질본은 우한 방문 후 14일 이내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있으면 곧바로 신고할 것을 지역 의료기관에 당부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했다. 2018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 500억 달러어치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무역전쟁에 돌입한 두 나라가 약 22개월 만에 휴전에 합의했다. 이날 공개된 94쪽의 합의문에 따르면 중국은 향후 2년간 농산물, 공산품, 서비스,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총 2000억 달러(약 232조 원)어치의 미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한다. 미국도 약 12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7.5%로 낮추고 156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소비재 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보류한다. 다만 미국은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기존의 25% 관세는 2단계 무역합의가 타결될 때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중국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중대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류 부총리가 대독한 서신에서 “양국 합의는 세계를 위해 좋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트위터에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무역 거래 중 하나”라며 “2500억 달러가 미국으로 돌아올 것이며 미 역사에 이런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합의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지만 합의 내용의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이행 과정에서 분쟁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국영 기업에 대한 중국의 보조금 지급, 중국 최대 통신장비 회사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제재 등 핵심 쟁점은 2단계 협상에서 논의하기로 해 더 큰 불씨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합의문에서 올해와 내년에 미국산 공산품(777억 달러), 에너지(524억 달러), 서비스(379억 달러), 농산물(320억 달러) 등 분야별 구매액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농민을 위해 미국산 유제품, 가금류, 쇠고기 등에 대한 중국 시장의 추가 개방도 약속했다. 하지만 경기 둔화에 직면한 중국이 진짜 2000억 달러어치의 미국 상품을 구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류 부총리가 서명식장에서 “시장 상황에 기반해 수입 물량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급이 맞지 않는 류 부총리와 합의문에 서명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백악관은 시 국가주석과의 합의문 서명을 추진했지만 중국 측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중국이 이번 합의와 양국의 미래 관계를 낙관적으로 보지 않음을 알려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중국과의 2단계 협상을 곧 시작할 것”이라며 “2단계 협상이 마무리되면 그간 부과한 대중 관세를 모두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11월 대선 전까지는 관세를 중국을 압박할 협상 카드로 사용할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 제재 역시 당장 풀 계획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류 부총리도 시 주석의 성명을 대독하며 “중국 기업의 정상적인 무역과 투자 활동에 대해 공평하게 대해 주기를 바란다”며 제재를 철회해 달라고 맞섰다. 한국 경제에 미칠 긍정적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2000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제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대중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지난해 12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구입하는 제품 목록에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전기전자, 화학제품 등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이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