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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받으셔야 하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 30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여민관 3층 소회의실. 문 대통령이 핵심 참모진과 수석·보좌관회의를 하던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축전이 왔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축전에는 “큰일 해내셨다. 노벨 평화상 받으시라”는 이 여사의 덕담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축전을 보고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의 성패가 결판날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공(功)을 또다시 치켜세우고,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위해 북-미 간의 중재 역할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김정은에게 경제협력 담은 USB 건넨 文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담은 책자와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를 직접 건넸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과 도보다리 회담에서 발전소 등 남북 전력협력에 대해 논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자 “구두로 논의한 적은 없지만 김 위원장에게 자료를 하나 넘겼는데 거기에 (발전소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며 “신경제 구상 책자와 프레젠테이션 영상을 (USB에 담아) 김 위원장에게 건네줬다”고 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문 대통령의 남북 경제통일 구상의 핵심 정책. 동해권·서해권·비무장지대(DMZ)의 3대 벨트를 축으로 한 에너지, 철도 협력 구상을 담았다. 김정은에게 건넨 USB와 책자는 문 대통령이 직접 청와대 참모들에게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남북 정상회담 후속조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주길 바란다.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며 대북제재로 시작할 수 없는 남북 경협사업은 일단 남북 공동 조사연구부터 시작할 것을 지시했다.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초기 작업을 시작해 남북관계 복원의 못을 박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여전히 북한에 선(先) 핵포기를 요구하면서 비핵화 보상에 대한 논의를 뒤로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제시하면서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붙들겠다는 포석이기도 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를 달성하면 북한에 어떤 밝은 미래가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는 차원에서 준비된 것”이라며 “당장 경협을 하겠다는 것이라기보다는 북한이 적극적으로 비핵화를 추진하면 북한이 원하는 경제적 기회가 있다는 점을 보증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남북미 3각 채널로 비핵화 논의 틀 강화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미 3각 대화채널을 긴밀히 가동하고 국제사회의 지지 확보 노력도 병행하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남북미 3각 대화채널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및 북한 통일전선부 라인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의 안보 및 정보 라인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북-미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비핵화 로드맵을 완성하도록 중재하겠다는 것. 김정은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와 강화된 검증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 대가로 종전선언과 북-미 수교를 요구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종전선언에 대해선 지지를 밝혔지만 북한이 먼저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리비아식 해법을 고수하고 있다. 비핵화의 최종 출구가 완전한 비핵화와 종전선언이 돼야 한다는 접점을 찾았지만 협상 출발점은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미국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라고 지시한 것은 핵 폐기를 요구하며 북한에 대한 불신이 아직 남아있는 백악관을 상대로 “한국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연대 보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당기려고 하는 등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만큼 북-미 대화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남북합의 체결 비준 공포 절차를 조속히 밟아주길 바란다”면서도 “다만 국회 동의 여부가 또다시 새로운 정쟁거리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해 국회에 남북합의서 체결 비준 절차를 진행하되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야당과의 극단적인 대치 속에 국회에서 합의서를 처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은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합의가 윤곽을 드러낸 뒤로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30일 갑자기 판문점을 거론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놓고 최종 담판을 벌일 후보지로 판문점이 급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많은 국가들이 회담 장소로 고려되고 있지만 한국과 북한의 경계(on the border)에 있는 ‘평화의집’, ‘자유의집’이 제3국보다 더 대표성 있고 중요하며 더 오래 기억될 장소가 아닐까”라고 글을 올렸다. “(팔로어 여러분들에게) 그저 물어본 것(just asking)”이라고 단서를 붙였지만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과 자유의집을 회담 장소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벌써부터 “트럼프가 회담장으로 판문점을 제안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처음엔 폐기됐다 남북 회담 후 판문점 급부상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수용한 뒤 그 장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 판문점의 이른바 ‘2연속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설마’가 아니라 제대로 힘이 실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중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5개 장소가 검토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달 27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2개 장소로 좁혀졌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지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나선 것은 남북 정상회담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가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한다. 당시 문 대통령은 미국이 검토하고 있던 싱가포르와 몽골 외에 판문점과 제주도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할 경우의 상징성과 장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 실제로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제안을 받아들여 회담을 수락한 3월 9일 이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에게 판문점을 제안해 왔다. 하지만 당시엔 판문점이 평양, 워싱턴과 함께 일찌감치 후보지에서 제외됐었다. 북한 핵 문제의 직접 당사국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 특히 판문점에서 할 경우 문 대통령에게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트럼프가 주목을 못 받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김정은이 유년 시절을 보낸 스위스와 북한과 외교 관계를 갖고 있는 스웨덴, 몽골, 싱가포르 등이 후보지로 거론됐다.○ 남북미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카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직전에 판문점을 거론하고 나선 것은 전 세계로 생중계된 남북 정상회담을 보고 판문점이 가진 역사적인 상징성을 새삼 확인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판문점 선언으로 시동을 건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논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바로 판문점 그곳에서 완성한다는 남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보고 깊은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일각에서 트럼프가 김정은과 비핵화에 합의할 경우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론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강력한 명예욕의 소유자인 트럼프를 움직였을 수 있다. 여기에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한 차례 성공적으로 치른 데다 북-미 모두 정상에 대한 경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주성하 기자}

4·27 남북 정상회담의 가장 큰 궁금증은 금세 풀렸다. 남북 정상회담 공개 발언이나 공동 기자회견 과정에서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을 직접 꺼냈고 그 배경까지 설명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간접적으로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대외적으로 밝힌 셈이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과 북-미 수교를 목표로 내건 김정은이 미국의 ‘동시 보상’ 약속을 얻어내기 위해 하나둘씩 비핵화 언급을 흘리면서 몸값 높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ICBM 포기할 테니 종전 선언하자는 김정은 김정은은 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육성으로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29일 브리핑을 갖고 김정은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終戰)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또 “미국이 북에 대해 체질적으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와 대화를 해보면 내가 남쪽이나 태평양상으로 핵을 쏘거나 미국을 겨냥해서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과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는 내용을 담은 ‘판문점 선언’을 채택했지만 전 세계에 생중계로 전해진 공동 기자회견에선 비핵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를 통해 전해진 이번 비핵화 발언은 김정은이 실제로 핵을 포기할 의사가 분명히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는 발언은 체제 안전 보장이 되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대북제재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만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반길 만한 얘기”라고 했다. 김정은은 미국과의 적대 관계 종식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특히 김정은의 “(내가) 미국을 겨냥해서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는 발언은 미국과의 적대관계가 종식되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탄두는 물론이고 이를 운반할 수 있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만큼 체제 안전만 보장해주면 이를 수용해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을 겨냥한 무기를 버릴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 발언은 동시에 ‘완전한 비핵화’는 조건부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한 것이다. 동시적·단계적 비핵화 구상을 밝혔던 김정은이 핵 동결을 넘어 기존 핵무기를 모두 폐기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종전 선언과 미국의 불가침 약속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무조건인 비핵화’는 안 되고 비핵화의 최종 단계에선 미국의 보상으로 북-미 수교가 맞교환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김정은이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가 쌓이면”이라고 언급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시작으로 북-미 직접 대화가 수시로 열릴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사전 신뢰 조치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핵 동결에 나선 만큼 본격적인 비핵화 프로세스가 진행되면 미국도 북한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북-미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비핵화 발언 간접 공개로 몸값 높이기 청와대를 통해 이날 공개된 김정은의 비핵화 언급은 다분히 미국을 향한 발언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판문점 선언에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담지 않은 가운데 비핵화를 위해선 미국이 움직이고 실제로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정은의 비핵화 발언을 정상회담 이틀 뒤 간접적으로 공개한 것 역시 다분히 전략적인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상회담에서 나온 상대국 정상의 발언을 회담 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회담 당일에는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의 내용을 합의하고 발표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회담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정은의 비핵화 발언을 청와대를 통해 공개함으로써 북-미 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큰 ‘선물’을 줄 수 있음을 내비쳐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 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다음 날인 2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75분간 전화통화를 하고 남북 정상회담 결과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공개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문 대통령이 어제 오후 9시 15분부터 10시 반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75분은 문 대통령이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과 가진 13번의 통화 중 가장 긴 시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전화를 언제라도 최우선적으로 받겠다”고 밝혔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미국 백악관도 한미 정상의 통화에 대한 발표 자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한미 간 긴밀한 공조에 사의를 전했으며(thanked) 앞으로 몇 주 동안 긴밀한 접촉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다만 백악관은 비핵화에 대해선 “북한의 평화와 번영의 미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달렸다는 점을 강조했다”고만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통화를 하고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과거사 청산을 통한 북-일 관계 정상화 의사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점을 밝히며 “김 위원장도 북한이 언제든지 일본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필요하다면 문 대통령에게 도움을 청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밝힌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특히 북한의 움직임은 전향적”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이런 남북 정상회담 결과는 자주 생기는 게 아니다”라며 “한반도라는 아주 복잡한 상황에서 이뤄내기 어려운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문 대통령에게 6월 러시아 월드컵 기간에 국빈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육성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북-미 수교를 조건으로 완전하고 신속한 비핵화에 대한 자신의 메시지를 전해 달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29일 “김 위원장이 오전 정상회담에서 먼저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했다”고 확인한 뒤 “이로 인해 판문점 선언문에 완전한 비핵화를 담는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1시간 40여 분간 진행된 오전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포함한 선언문의 내용에 모두 합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가진 비공개 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할 만한 얘기를 많이 한 것으로 안다”며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걱정하지 말라는 사인을 보낸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다음 날인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런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고 말했다고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29일 브리핑에서 밝혔다. 완전한 비핵화의 전제조건으로 종전 선언과 상호 불가침 조약이 체결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정은은 이어 “미국이 북에 대해 체질적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우리와 대화를 해보면 내가 남쪽이나 태평양상으로 핵을 쏘거나 미국을 겨냥해서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윤 수석은 덧붙였다. 이와 함께 김정은은 회담에서 5월 중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초청해 북부 실험장 폐쇄 과정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이날 밝혔다. 비핵화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깜짝 제안’인 셈이다. 이는 원래 정상회담 의제에는 없었다. 윤 수석은 “핵실험장 폐쇄 및 대외 공개 방침 천명은 향후 논의될 북한 핵의 검증 과정에서 선제적이고도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철도를 담당하는 장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이렇게 소개했다. 주택, 교통 등 국내 국토정책을 두루 관장하는 김 장관이지만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철도 업무를 강조해 인사시킨 것이다. 앞서 김 위원장 역시 환담장 도착 직후 “평창(겨울올림픽)에 갔다 온 분들이 ‘평창 가는 고속열차가 다 좋았다’고 하더라”라는 인사말을 건네며 남한의 철도 인프라를 치켜세웠다. ‘판문점 선언’에 철도와 도로 연결이 포함됨에 따라 이를 어떻게 구현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교통 구조가 도로보다는 철도 위주인 ‘주철종도(主鐵從道)’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철도에 더 큰 비중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29일 국토부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현희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초 통일에 대비한 ‘한반도 통합철도망 마스터플랜’을 마련했다. 통일 전에 약 37조8000억 원을 들여 북한 내 7개 노선을 개량 및 신설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고위 관계자는 “지난 정부 때 만들어진 계획이지만 향후 남북 철도망 구상 역시 이를 기초로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계획의 핵심은 신의주와 서울 사이에 기존 경의선 노선과 별개로 최고 시속 350km의 고속철을 놓는 것이다. 남측 구간은 서울 은평구 수색역에서 출발해 김포를 거쳐 판문점으로 향한다. 북한에서는 개성∼해주∼사리원을 거쳐 평양으로 향하는 노선과 해주를 거치지 않는 노선이 검토되고 있다. 기존 경의선과 평라선(평양∼나진), 강원선(평강∼고원), 함북선(청진∼나진) 등의 노선은 최고 시속 100km 운행이 가능하도록 개량된다. 현재 북한 철도는 노후화가 심각해 대부분 시속 50km 미만으로 운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원선(서울∼원산)의 경우 기존에 복원된 경기 연천군 신탄리역∼강원 철원군 월정리역 구간 너머 월정리∼평강 구간을 개량한다는 계획만 우선 잡혔다. 국토부는 이 중 가장 먼저 추진될 만한 사업으로 경의선 개량을 꼽는다. 이 노선은 2003년 복원됐지만 열차가 다니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2000억 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하면 경의선 전 구간에 평균 시속 50km로 열차가 다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해선 강원 고성군 제진역∼강릉역 구간도 남측에서만 공사를 진행하면 돼 유엔 제재 해제와 무관하게 추진할 수 있다. 도로와 관련해선 한국도로공사가 문산∼개성 고속도로 사업 등을 준비하기 위해 이달 초 전담조직을 설치한 상태다. 문산∼판문점 11.8km 구간 공사가 우선 추진될 것으로 보이며 향후 평양∼개성고속도로 등 기존 도로와의 연결도 가능하다. 이런 구상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제적 차원의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은 데다 앞으로 있을 북-미 정상회담 결과도 지켜봐야 한다. 천문학적인 재원 마련 역시 관건이다. 남북협력기금은 지난달 기준 1조6182억 원에 불과하다. 국토부는 통합철도망 마스터플랜 수립 당시 대외경제협력기금을 투입하거나 한반도인프라개발은행(가칭)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했다.일각에서는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국가의 자본을 끌어들여 사업을 진행하는 방법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향후 남북관계 급변에 따른 사업 리스크를 줄이고 비용도 분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9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에 러시아가 참여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푸틴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성과가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러시아의 철도, 가스, 전력 등이 한반도로 연결되면 한반도 안정과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3각 협력 사업에 대한 남북러 공동연구를 착수하자는 구상을 밝혔다고 청와대는 전했다.천호성 thousand@donga.com·한상준·문병기 기자}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는 문건으로 일단 재확인했다. 또 올해 종전선언을 채택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핵시설에 대한 강화된 사찰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기존 핵무기 폐기 등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공동 서명했다. 두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라며 올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해 남북미 3자 정상회담 또는 남북미중의 4자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설하고 문 대통령이 올가을 평양을 방문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였던 비핵화와 관련해선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한다”는 원론적 선언에 그쳤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남북이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했다”고 명시하면서 북한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과 미군 전략자산 철수 등을 요구할 명분을 내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는 것이 우리의 공동 목표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온 겨레가 전쟁 없는 평화로운 땅에서 번영과 행복을 누리는 새 시대를 열어 나갈 확고한 의지를 같이하고 실천적 대책에 합의했다”면서도 비핵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 “한국전쟁이 끝날 것이다”고 일단 긍정 평가했다. 청와대는 판문점 선언에 대해 “법적 근거와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신속하게 후속 조치를 추진하겠다”며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 법적 효력을 담보하겠다고 밝혔다. 판문점=공동취재단 /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북한 최고 지도자의 첫 방남 등 숱한 파격 속에 11년 만에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비핵화였다.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우회적인 언급을 거듭해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직접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천명할 것이냐는 데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두 정상은 예상보다 빠르게 합의한 ‘판문점 선언문’에 완전한 비핵화의 원칙을 담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공동 기자회견 등 공개석상에서 끝내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본격적인 핵 담판은 이제 막 시작했음을 보여준 것이다.○ 핵 동결 내세우며 한미 책임 강조한 北 남북 관계 발전과 군사긴장 완화 조치, 평화체제 구축 등 3개 분야에서 총 13개 항의 합의를 담은 ‘판문점 선언’에서 비핵화에 대한 남북 정상의 합의는 가장 마지막 항에 담겼다. 비핵화에 대한 두 정상의 합의는 세 개의 문장으로 구성됐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완전한 비핵화는 “남과 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한다”는 첫 문장에 담겼다. 이어 두 정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고 강조하고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는 최근 김정은이 내놓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핵실험 중단 등을 의미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 동결 조치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의지를 담은 것이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북한은 물론 한국도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것. 이를 두고 일각에선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에 대한 이견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비핵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강조하면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중단과 한반도에 순환 배치되고 있는 미군 전략무기 철수 요구를 고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담지 못한 것은 예상됐지만,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1992년 채택한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에서 핵 사찰에 합의했던 것과 달리 이번 합의에서는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 이상의 문구를 담지 못했기 때문.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한 정도이지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은 담겨 있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담판 겨냥해 선물 남겨둔 듯 다만 1994년 제네바합의 이후 “핵 문제는 미국과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핵 논의에선 ‘한국 패싱’을 당연시하던 북한이 한국과의 선언문에 ‘완전한 비핵화’를 명시한 것은 성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선언문에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담은 데 주목해야 한다”며 “(비핵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육성이 있지만, 그것은 별도 기회에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비공개석상에서는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표시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김정은이 미국과의 담판을 고려해 ‘완전한 비핵화’ 의지 표명이라는 선물을 아껴둔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특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는 평화협정 체결과 남북미 3자 회담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추진을 판문점 선언에 담은 만큼 문 대통령이 김정은으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명시적인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받아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주중대사를 지낸 정종욱 인천대 중국학술원장은 “핵심인 비핵화가 기대보다 약하지만, 북한이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비핵화 절차 등의) 선물을 안겨주기 위해 수위를 조절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9시 반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한국 땅으로 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은 오전에 이어 오후엔 배석자를 1, 2명으로 최소화한 사실상 단독회담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담은 ‘판문점 선언’(가칭)을 발표할 예정이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26일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시작한다”며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사무실인 T2와 T3 사이로 군사분계선을 넘는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9명의 공식 수행단 명단을 통보했다. 김정은은 수행원들과 함께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은 뒤 문 대통령과 의장대 사열 등 공식 환영식을 갖고 본격적인 회담에 들어간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오후 6시 반 공식 만찬을 시작하기 전 회담 결과를 담은 ‘판문점 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사실상의 단독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놓고 이른바 ‘핵 담판’을 벌인다. 외교 소식통은 “두 정상이 단독회담을 하거나 사실상 단독회담에 준하는 소규모 회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으로부터 합의를 이끌어 내면 남북은 핵무기 실험과 제조, 저장을 금지하고 핵사찰에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1992년 발효)에 이어 26년 만에 새로운 남북 비핵화 선언을 내놓게 된다. 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폐기하는 등 완전한 비핵화를 명문화하는 과정에서 두 정상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임 실장은 “뚜렷한 비핵화 의지를 명문화할 수 있다면, 좀 더 나아가 그것이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의미한다는 것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면 이번 회담은 매우 성공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북한의 핵 폐기와 북-미 관계 정상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할 가능성이 큰 만큼, 북-미가 적대 관계 청산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남북이 먼저 군사적 대결 종식을 선언할지 관심을 모은다. 임 실장은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은 물론 남북 간의 긴장 완화에 대한 내용들이 중요하게 다뤄지기 때문에 북한이 공식 수행원에 군 책임자를 포함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신진우 기자}

분단 후 북한 최고 지도자로서 한국 땅을 처음 밟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동행할 공식수행단 명단엔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사진)가 빠져 있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26일 브리핑에서 리설주의 동행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북한과) 협의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리설주의 동행을 설득하는 데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 부인의 ‘퍼스트레이디 외교’가 회담장에서 부드러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남북 적대관계 해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 청와대는 여전히 리설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정은이 올해 들어 리설주를 각종 대외 행사에 자주 동행하면서 ‘정상국가’임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기회를 놓칠 리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리설주는 지난달 김정은의 중국 방문에도 동행했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특사단과의 만찬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일각에선 김정은이 오전 회담을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가 오찬을 갖고 오후 일정을 위해 다시 군사분계선(MDL)을 넘을 때 리설주와 동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남북 정상의 공동기념식수에 동행한 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별도 일정을 갖고 이어 공식만찬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실장은 “리 여사가 오후에, 혹은 만찬에 참석할 수 있기를 많이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아직 확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한반도 비핵화 논의의 출발점이 될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남북, 한미 그리고 북-미가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남북은 군사적 긴장 완화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기초 조율을 마치고 회담장에선 최대 이슈인 비핵화 논의에 집중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5일 미국 워싱턴에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비핵화 의제에 대한 한미 공조를 논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방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 회견에서 “(북-미 회담을 위해) 우리는 매우 좋은 논의를 하고 있다. 김정은은 매우 훌륭하다고 할 만하다”고 말했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25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정 실장이 미국을 방문해 오늘 새벽 볼턴 보좌관과 만나 남북 정상회담 준비 상황, 특히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한 양국 간 긴밀한 공조 방안에 대한 의견 조율을 마쳤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 뒤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5월 중순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갖기로 했다. 정 실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미국으로 날아가 백악관과 긴급 협의에 나선 것은 남북 정상 공동선언문 초안을 설명하고, 비핵화 협상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의견을 듣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정상 공동선언문에 문 대통령이 강조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합의를 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가 최대 의제인 만큼 기존 핵무기 폐기와 사찰 등 진전된 비핵화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비핵화 외에 군사적 긴장 완화, 남북 연락사무소 설치와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 등 남북 관계 관련 의제는 대부분 물밑 조율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정상 간 논의 사안을 제외한 모든 회담 준비는 끝났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남북은 이날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 합동 리허설을 가졌다. 김정은은 마중 나온 문 대통령과 함께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은 직후 육해공군으로 이뤄진 의장대를 사열하고 회담장에 동시 입장할 예정이다. 유엔군사령부 관할 지역인 판문점에서 군 의장대 사열이 진행되는 것은 사상 최초다. 판문점=공동취재단·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손효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핫라인’ 통화가 남북 정상회담 이후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의제에 대한 남북 간 의견 조율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가운데 추가 남북 고위급 회담도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여,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일대일 협상 결과에 따라 정상회담의 성과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남북이 서로 상의해서 굳이 (정상회담 전 통화가) 필요한지 논의 중”이라며 “지금 분위기로 보면 (핫라인 통화를) 안 할 가능성이 51%”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정상회담 전 김정은과의 전화통화를 추진해왔다. 청와대는 한 차례 더 열릴 것으로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 회담 역시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재방북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비무장지대(DMZ) 재래식 무기 철수 등 정전체제 종식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와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 등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의제들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고위급 회담이나 대북 특사단의 재방북을 검토했다. 청와대는 “정상회담 준비는 차질 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아직 일부 사안은 남북 간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회담 당일 오전부터 만찬까지 함께할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협상 결과에 따라 핵심 의제들이 정상선언문에 반영될지 판가름 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갖고 “(종전선언은) 최소한 남북미 3자 합의가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다”며 “그 조건을 갖출 수 있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아베 총리와도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 마련된 남북 정상회담 프레스센터를 공개했다.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에 외신 184개사(869명)를 포함해 360개 언론사 2850명의 취재진이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국민투표법이 끝내 기간 안에 개정되지 않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가 무산되고 말았다”면서 유감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희의에서 “국회는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모아 발의한 헌법 개정안을 단 한 번도 심의조차 하지 않은 채 국민투표 자체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국민께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6월 개헌이 불발됐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 동시 개헌은 우리 정치권 모두가 국민께 했던 약속”이라며 “이런 약속을 마치 없었던 일처럼 넘기는 것도, 위헌 법률이 된 국민투표법을 3년 넘게 방치하고 있는 것도 저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국회를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후 개헌안 철회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수전 손턴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사진)은 24일 한반도 비핵화 논의와 관련해 “북한의 핵실험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 선언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말만으로는 비핵화 진정성(sincerity)을 확인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간 협의차 방한 중인 손턴 대행은 이날 오후 서울 남영동 주한미국대사관 공보과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김정은 위원장은 구두든 문서든 (비핵화에 나서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실제로 핵실험장이 폐기된다면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반도 이슈를 실무 지휘하는 핵심 중 한 명인 손턴 대행이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울 한복판에서 김정은에게 비핵화 의지를 증명하라고 재차 요구한 만큼, 김정은이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할지, 한다면 어떤 식으로 할지 주목된다. 이에 앞서 김정은은 이달 초 평양을 극비리에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후보자를 만나 이전보다 강화된 핵사찰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손턴 대행은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지는 과거에도 언급했지만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고 한 언급은 처음 나온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우리는 불필요한 시간 끌기를 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종전선언은 남북만의 대화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남북미 3자 합의가 이뤄져야 성공할 수가 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은 핵 문제, 미사일 문제, 납치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럴 경우 일본과 북한 사이에 과거 청산과 관계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이 동북아 평화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언급하겠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 기자}
남북은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잇는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을 설치하고 첫 시험 통화를 했다. 남북 정상이 집무실에 직통전화를 설치한 것은 분단 이후 처음이다.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20일 “역사적인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 연결이 완료됐다”며 “오후 3시 41분경에는 청와대와 북한 국무위원회 담당자 간 시험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은 여민관 3층 문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에 설치됐다. 북한 역시 김정은 집무실이 있는 평양 노동당 청사에 핫라인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관저를 포함해 언제 어디서든 남북 정상 간 전화 연결이 되는 것은 분단 7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북한이 핫라인을 김정은 집무실 책상에 두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핫라인 설치를 마친 남북은 이날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직접 북한 국무위원회 담당자와 시험 통화를 했다. 송 실장이 먼저 북한으로 전화를 걸자 북한 담당자는 “평양입니다”라고 응답했다. 이에 송 실장은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청와대입니다. 잘 들립니까”라며 약 3분 2초 동안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후 북한이 다시 전화를 걸어와 통화 상태를 점검하는 등 남북은 이날 두 차례에 걸쳐 총 4분 19초 동안 통화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핫라인’이 개통되면서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 김정은과 첫 남북 정상 간 통화를 가질 예정이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남북 정상회담이 엿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송인배 제1부속실장 등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들이 서서히 전면에 드러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인 윤 실장은 이날 남북 정상 간 핫라인 설치와 시험통화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브리핑에 나섰다. 윤 실장이 브리핑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까지 문 대통령의 현장방문에 동행하며 간간이 모습을 드러냈던 윤 실장은 지난달 방북 특사단, 방북 예술단 공연단으로 한 달 새 두 차례나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정무기획비서관을 거친 윤 실장은 문 대통령의 국회의원 보좌관과 당 대표 정무특보, 대선캠프 상황실장 등을 지낸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이날 핫라인 시험통화에는 송인배 제1부속실장이 나섰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기는 송 실장은 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일 당시 비서관을 지냈으며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사회조정2비서관을 지냈다. 송 실장이 시험통화에 직접 나서면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통화는 송 실장을 거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 간 핫라인이 매우 중요한 만큼 부속실이 핫라인을 챙기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도 청와대 부속실장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노동당 서기실장이었던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핫라인을 관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은 올 2월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수행해 한국을 찾은 데 이어 남북 정상회담 실무회담의 북한 수석대표를 맡기도 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LG그룹 대규모 융·복합 연구개발(R&D) 단지 ‘LG사이언스파크’가 20일 개장식을 열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LG그룹이 총 4조 원을 투자해 지은 LG사이언스파크는 규모만 약 111만 m²(연면적 기준·여의도 면적의 약 3분의 1 크기)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 R&D 단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LG사이언스파크 개장식에 참석해 “이제 더 이상 실리콘밸리를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국내 주요 대기업 관련 현장 방문은 한화큐셀과 현대자동차에 이어 세 번째다. 문 대통령은 “이 연구단지는 대한민국 혁신성장의 미래”라며 “주변 단지에 100여 개 대·중소기업 연구기관까지 입주하면 서로 협업해 더 많은 새로운 기술과 신제품을 쏟아낼 것”이라고 했다. 이어 “LG사이언스파크는 민간 주도 혁신성장의 현장”이라며 “정부는 신기술, 신제품을 가로막는 규제를 풀겠다. 우선 시범사업이 가능하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LG그룹 주요 계열사 R&D 인력 2만2000명이 한데 모이는 LG사이언스파크는 앞으로 LG그룹 R&D를 총괄하고, 미래 먹을거리 사업을 찾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개방형 연구공간’과 국내외 연구기관의 연구공간인 ‘조인트랩(Joint Lab)’을 갖춰 개방형 R&D 생태계 중심지 역할도 하게 된다.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은 이날 LG사이언스파크를 ‘사람 중심 혁신성장의 터전’으로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구 부회장은 “기업의 최고 자산은 사람과 기술이다. LG사이언스파크를 LG그룹 내 수만 명의 창의적 생각과 기술을 모아 새로운 가치를 엮는 ‘혁신성장’ 성공 모델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사를 마친 문 대통령은 LG사이언스파크 기술 전시장을 돌며 다양한 첨단기기를 직접 체험했다. 이날 행사가 열린 LG사이언스파크 통합지원센터 1층에서 참석자를 맞이한 것은 인공지능(AI) 로봇이었다. LG전자, 웨어러블 로봇 개발 스타트업 SG로보틱스가 함께 개발 중인 AI 로봇이다. 가정용 로봇 ‘클로이’가 생수 한 통을 꺼내 전달하자 이를 한 모금 마신 후 “맛이 다르네요”라고 농담을 건넨 문 대통령은 화장품 부스에 들러 한방 화장품을 양 볼에 바르며 “(화장품에) 관심이 많다”고 말해 주변에서 폭소하기도 했다. 이후 LG화학과 스타트업 스파크바이오파마가 함께 개발 중인 대사성 질환 신약,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77인치 ‘투명 플렉시블 OLED(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 등 혁신 제품들도 체험했다. LG그룹 관계자는 “LG사이언스파크는 그룹 R&D 역량을 결집하는 것뿐 아니라 중소·벤처기업, 국내외 대학 등 다양한 외부 지식 및 역량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우리 중소·벤처기업들이 LG그룹 기술과 글로벌 인프라를 이용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해 ‘상생’ 모범사례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LG사이언스파크에 입주한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LG그룹 8개 계열사 연구 인력은 총 1만7000여 명. LG그룹은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연구 인력을 2만20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그룹 측은 “LG사이언스파크에서는 LG유플러스 5세대(5G) 기술, LG전자 자율주행차 부품, LG이노텍 차량용 센서 기술 등 계열사 역량을 결합한 새로운 융·복합 프로젝트가 가능하다. LG그룹 미래 핵심 사업을 책임지는 심장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일 dong@donga.com·문병기 기자}

“평양입니다.” “잘 들립니까? 여기는 서울 청와대입니다.” 20일 오후 3시 14분 청와대 여민1관 3층에 있는 문재인 대통령 집무실 옆 회의실. 송인배 제1부속실장이 전화를 걸자 하얀색 수화기 너머로 북한 국무위원회 담당자의 깨끗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1948년 남과 북에 단독 정부가 들어서며 분단된 지 70년 만에 남북 정상을 잇는 ‘핫라인(직통전화)’이 연결된 순간이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언급한 ‘미답(未踏·가보지 않은)의 길’이 첫 테이프를 끊은 셈이다.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고 “역사적인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 연결이 조금 전 완료됐다”고 밝혔다. 윤 실장은 “전화 연결은 매끄럽게 진행됐고 전화 상태는 매우 좋았다”며 “마치 옆집에서 전화하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시험통화는 모두 2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먼저 송 실장이 북한으로 전화를 걸어 통화한 뒤 이어 북한이 다시 전화를 걸어와 통화상태를 점검했다. 첫 통화에서 송 실장은 “서울은 오늘 아주 날씨가 좋다. 북측은 어떻습니까”라고 물었고 북한은 “여기도 좋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송 실장은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과 있기를 바라겠습니다”라며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전하며 통화를 마쳤다. 청와대는 핫라인이 문 대통령의 집무실 책상을 비롯해 관저 등 청와대 어디서나 유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남북 핫라인에는 한미, 한중 정상 간에 설치된 핫라인처럼 음성신호를 음어(陰語)로 바꿔 외부인이 전화선에 접근해도 도청할 수 없도록 하는 ‘비화(秘話)’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번 핫라인 설치로 남북은 판문점 직통전화와 국가정보원 직통전화, 군 서해·동해 통신선에 이어 5번째 직통 연락선을 갖게 됐다. 문 대통령은 이르면 다음 주초 핫라인을 이용해 김정은과 첫 전화통화를 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엿새 남은 남북 정상회담의 막바지 조율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이르면 다음 주초 3차 실무회담을 가진 뒤 고위급 회담을 하거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등 대북 특사단이 다시 북한을 방문해 비핵화와 정전체제 종식,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 등 핵심 의제를 정상 선언문에 담는 방안을 놓고 협의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를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같은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선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해도 핵 시설과 핵무기 폐기와 검증 과정이 ‘딜브레이커(Deal breaker·협상 파기 요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는 비핵화 합의문에 북한의 비핵화 이행조치를 ‘타임라인’과 함께 최대한 상세하게 담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청와대가 20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3당의 ‘드루킹 사건’ 특별검사 도입 요구에 “특검은 국회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초 특검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청와대가 특검 수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사건에 연루된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19일 경남지사 출마를 강행하면서 특검 수용 의사를 밝히는 등 배수진을 치고 나서면서 청와대 기류가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청와대는 김 의원의 출마선언 직전까지만 해도 야당이 추가경정 예산안 국회통과 불가를 내걸고 특검을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특검 자체에 대해 검토해본 적이 없다는 의미”라며 “특검을 할지, 말지는 청와대가 주체가 아니고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결정하는 것인데 청와대는 국회 결정을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특검 내용을 봐야 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원론적인 대답이지만 여당인 민주당의 판단에 따라 특검을 받아들일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청와대는 김 의원과 드루킹이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야당이 김 의원을 넘어 지난해 민주당 경선·대선 과정으로 전선(戰線)을 확대하고 있는 것에 불쾌감을 내비치며 선을 긋고 있다. 여권은 김 의원이 드루킹에게 ‘홍보해달라’며 보낸 기사 역시 일반적인 지지활동을 당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권 관계자는 “드루킹의 조직 활동이 불법적으로 이뤄졌다 하더라도 지지활동 자체가 위법 소지가 있었느냐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야권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특별검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당은 청와대 앞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이틀째 장외투쟁을 이어갔다. 홍준표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최순실 특검을 우리가 받아들였듯이 문 대통령이 야당의 특검 주장에 직접 답해야 한다. 청와대가 직접 당사자인데 민주당에 미루는 것은 비겁한 정치”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한국당은 주말인 22일 국회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24일에는 부산에서 시국강연회를 열 계획이다. 바른미래당은 전날 한국당에 이어 특검 법안을 제출했다. 바른미래당은 특검과 국정조사를 실시할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23일 야3당의 대표·원내대표 연석회의를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경찰과 검찰의 은폐·조작, 심지어 거짓말까지 드러난 이상 검경 스스로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드루킹의 피해자’를 자처하는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은 “문 대통령은 특검법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에 ‘즉각 특검 수용’을 명령하라”고 했다.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민주평화당 역시 조만간 한국당, 바른미래당과 함께 공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홍정수 hong@donga.com·문병기 기자}

“‘디테일의 악마’를 넘어서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가진 언론사 사장단 오찬 간담회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고차원 방정식이 될 비핵화 로드맵 합의에 적지 않은 난관이 있는 만큼 남북이 정상회담에서 자신감을 갖고 큰 틀에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2년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도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표현으로 세부 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文 “북한 주한미군 철수 조건 없어” 문 대통령은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라든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다”며 “오로지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의 종식, 그 다음에 자신에 대한 안전보장, 그것을 말할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과거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면서 핵동결 선에서 미국과 협상하려고 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는 분들이 있었지만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단계에 따라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 보장과 경제 지원 등 보상을 ‘매칭’하는 비핵화 로드맵에 대해서는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후보자의 회동에서도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방법론에 대해서는 북-미 간 이견이 여전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경우 경제보상은 주변국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대북제재로 한국의 대북 경제지원이 어려운 만큼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이 북한 경제개발에 공동 참여하는 방식으로 북한 비핵화에 상응하는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 문 대통령은 “(비핵화의) 궁극의 목적은 남북의 공동번영”이라며 “그 부분은 북-미·북-일 관계발전과 함께 가야 되는 것이고 중국까지도 지지하면서 동참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또 “북한의 경제개발이라든지, 발전에 대해서도 이제 남북 간 협력 차원을 넘어서서 국제적인 참여가 이뤄져야 현실성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3단계 구상 재확인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뜻도 거듭 밝혔다. “65년 동안 끌어온 정전체제를 끝내고 종전선언을 거쳐 평화협정의 체결로 나아가야 한다”며 남북이 정전체제 종식에 합의한 뒤 종전선언, 북-미 비핵화 합의 및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는 ‘3단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구상을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한반도 운전석론’이 북핵 위기 국면 전환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문 대통령은 “대다수 국내외 언론은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아 미국과 맞서려 한다고 예측했다”며 “심지어 4월 한미 군사훈련이 시작되면 남북관계가 다시 파탄날 것이라는 4월 위기설이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흘러가는 정세에 우리 운명을 맡기지 않고 우리가 주도적으로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 내려는 의지와 노력이 상황을 반전시켰다”고도 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남북 정상회담준비위원회 회의를 열고 27일 남북 정상회담의 공식 수행원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또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이 20일 청와대와 북한 국무위원회에 설치돼 시험통화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조만간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첫 전화 통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또 24∼26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각각 정상회담 리허설을 가질 예정이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