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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가 스스로 만족해야죠.”딸의 경기를 보기 위해 22일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딸의 경기를 직접 보러 출국하는 것은 오랜만이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아버지 김현석 씨(53·사진)는 설날을 큰딸, 친척들과 함께 보냈다. 큰집이어서 친척들이 왔지만 작은딸 김연아와 아내의 빈자리가 컸다. 설을 온 가족이 모여서 보낸 것은 3년 전이 마지막이었다.“이제 떨어져 있는 것에 적응이 됐어요. 조금만 참으면 되지 않나 싶어요. 딸의 경기를 직접 본다고 생각하니 설레기보다는 긴장되고 불안하네요. 공식훈련 때 보러 갈까 싶기도 하지만 큰일을 앞두고 있는데 참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김연아는 이번 시즌 출전한 3개 대회(그랑프리 1차, 5차, 파이널)에서 모두 우승했다. 시니어 데뷔 뒤 16개 대회에 나선 김연아는 4번의 대회를 제외하고 모두 우승했다.“연아는 몸이 아파도 진통제를 맞고 정신력으로 경기에 나섰어요. 대회에 나갈 때마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하지만 매번 1등만 하니 ‘1등 압박감’에 시달리는 것 같아 걱정이에요.”이번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테크니컬 패널에 미리암 로리올오버빌러(스위스) 심판이 배정됐다. 로리올오버빌러 심판은 그동안 ‘교과서 점프’라 평가받던 김연아의 연기에 이해하기 힘든 감점을 줘 논란이 됐다. 아버지로서 걱정도 컸다.“심판 배정은 예상했어요. 연아는 이제 자기와의 싸움을 해야 해요. 연아가 심판 때문에 신경을 써서 자기도 모르게 ‘완벽하게 해야지’라는 강박관념이 생길까 봐 걱정돼요.”피겨는 심판이 점수를 매기는 종목이다. 2002년 신 채점제도가 도입된 이후 심판의 부정 개입 여지가 줄어들긴 했지만 심심찮게 피겨 강국의 입김이 작용한다.“연아에게 피겨를 시키지 말걸 하는 후회를 한 적도 있어요. 수영이나 육상 같은 종목은 기록경기니까 부정이 개입될 여지가 없잖아요.”이런저런 고민과 걱정, 근심 등이 많은 김 씨였지만 딸이 금메달을 딸 것이라는 생각만큼은 확고했다.“저는 확신해요. 연아가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말이죠. 그렇다고 연아에게 금메달을 꼭 따라고 이야기를 한 적은 없어요. 친구들과 주위 사람들이 ‘금메달 꼭 따야죠’라고 말하면 그런 이야기 하지 말라고 해요. 그냥 하늘에 맡기는 거라고 이야기해요.”김 씨는 그동안 힘든 적도 많았지만 세계 최고 선수의 부모라는 것에 감사해했다.“연아는 하늘이 피겨를 시키려고 내려 보낸 것 같아요. 하느님이 어느 부모에게 보낼까 하다 우리한테 보냈어요. 연아 엄마와 제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마다 도움을 받고 해결이 되고 그랬어요. 아마 하늘이 주신 아이라 하늘이 보살펴 주신 것 같아요.”딸이 세계적인 피겨 스타가 되기까지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김 씨는 아버지로서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만 했다.“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영광스럽게 여기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자식에게 피겨를 시켜 이런저런 고생을 하지만 우리만큼 잘되지는 않았잖아요.”김 씨는 아버지로서뿐만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김연아의 금메달을 고대하고 있다.“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아요. 금메달이 나오면 좋겠지만 최선을 다해 연아가 만족하는 경기가 됐으면 좋겠어요.”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A HREF="http://ar.donga.com/RealMedia/ads/click_nx.ads/newsports.donga.com/fixed@x20"><IMG SRC="http://ar.donga.com/RealMedia/ads/adstream_nx.ads/newsports.donga.com/fixed@x20"></a>}

“제 기도가 부족했나 봐요.”아들의 불운이 모두 자신의 탓인 것 같았다. ‘조금만 더 기도를 열심히 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두 차례 경기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쇼트트랙 성시백(23·용인시청)의 어머니 홍경희 씨(50). 그는 아들을 직접 응원하고 싶어 캐나다 밴쿠버를 찾았다. 아들이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두 번 모두 고개를 숙인 아들의 뒷모습만 바라본 뒤 쓸쓸히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애가 불쌍하고 안쓰럽죠. 경기를 하다 보면 처음에 잘 풀리면 되는데 그렇게 되지 못했어요. 큰 대회라 긴장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애가 정말 원하고 열심히 준비한 경기인데…. 내가 속상한 것보다도 애가 빨리 털고 일어났으면 좋겠어요.”워낙 운이 따르지 않다 보니 아들의 성격도 걱정이 됐다. “애가 다부진 편은 아니에요. 여리다 보니 ‘꼭 해야겠다’는 마음이 조금 약한가 봐요. 그래도 운동하면서 많이 바뀌었어요.”성시백은 1년 가까이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거의 태릉선수촌에 머물렀다. 집에 들어가는 날이 드물었다. 주말에 외박을 나갔을 때가 유일했다. 어머니와도 떨어져 있어야만 했다. 홍 씨는 그런 아들을 보고 많이 변했다고 느꼈다.“애가 선수 생활하면서 이런저런 어려움들을 겪다 보니 훌쩍 커버린 느낌이에요. 1000m 경기가 끝난 뒤 ‘괜찮니’라고 물으니 ‘괜찮아요. 힘내서 다음 경기 준비할게요’라고 말하더군요. 저를 안심시켜 주려고 힘들면서도 내색을 안 했어요. 1년간 얼마나 컸는지….”홍 씨는 가끔 아들에게 쇼트트랙을 괜히 시켰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아들이 너무 힘들어하기 때문이다.홍 씨는 21일 1000m 경기 때 성시백이 2등으로 결선에 올라갔다고 생각했다. 2위로 결선에 오른 캐나다의 샤를 아믈랭(캐나다)보다 빨랐다고 봤다. 하지만 7cm에 해당되는 0.006초 차로 3위가 돼 성시백은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시백이 날이 먼저 들어간 것 같았어요. 아마 내 자식이라 그렇게 보였나 봐요. B파이널도 나가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다 보니 실격까지 나온 것 같아요.”홍 씨는 아들을 대신해 이호석(24·고양시청)과 이정수(21·단국대)가 1000m에서 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호석은 1500m에서 성시백과 부딪치는 바람에 메달을 날렸다.“어휴, 호석이도 그런 사건이 있었던지라 마음대로 안 되는 것 같더군요. 마음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가 봐요. 안타깝고 안쓰럽죠. 호석이는 악착같은 면이 있어요. 호석이도 땄으니 이제 시백이 차례죠.” 밴쿠버의 친척 집에 머물고 있는 홍 씨는 아들의 경기나 훈련이 없는 날에는 숙소 인근의 절을 찾는다.“불공을 드려요. 어차피 관광하러 온 것이 아니니 이렇게라도 해야지 마음이 편해져요. 시백이를 위해 매일 불공을 드리는데 어떤 면에서는 제 정성이 모자랐나 싶어요.”아들과 매일 전화 통화를 한다는 홍 씨는 남자 500m 예선에는 표를 구하지 못해 TV로 본 뒤 결선은 미리 장만한 입장권으로 경기장을 찾을 계획이다. 이번에는 시상대에서 환한 미소를 짓는 아들을 볼 수 있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어차피 지난 일들은 미련 없이 빨리 잊고 1분이라도 빨리 새로 시작하는 것이 낫잖아요. 시백이에게도 빨리 털고 다음 경기 준비하라고 했어요. 저는 아들을 믿어요.”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다시보기 = 남자 쇼트트랙 첫 금메달 순간…아쉬운 싹쓸이}

질문하는 기자도 대답하는 선수도 말을 잇기가 힘들었다. 한마디 한마디 힘들게 입을 뗐다. “어떻게 지냈냐”고 묻자 금세 그의 눈동자에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천장을 쳐다보더니 울먹였다. 20일 캐나다 밴쿠버 하이엇호텔 코리아하우스에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맏형 이규혁(32·서울시청)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규혁은 자신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출전해 남자 500m에서 15위, 1000m에서 9위에 그쳤다. 그는 “최선을 다했고 후회는 없다. 많은 분이 격려해 주셨는데 보답하지 못해 죄송스럽다. 사실 이 자리에 나오는 것도 쉽지 않았다. 조만간 마음을 추스르겠다”며 힘들게 말을 이었다. 이규혁은 13세의 어린 나이에 태극 마크를 달고 20년 가까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으로 활약했다. 월드컵, 세계선수권대회 등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림픽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이번 올림픽이 5번째 도전이었지만 결국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은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다. 밤에 잠이 없고 아침에 잠이 많은데 올림픽을 위해 4년 전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도록 연습했다. 시간 패턴을 위해 4년을 소비했고 성공적으로 적응했지만 경기 전날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에게는 특유의 느낌이 있다. 500m 경기 직전 내가 우승하지 못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안 되는 것을 도전한다는 게 너무 슬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계속 아쉬워했다.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하자 그는 “후배들이 나한테 고마워했다고 들었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충고하는 것도 나한테는 욕심인 것 같다. 후배들은 실력이 뛰어난 데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메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올림픽 이후의 계획을 잡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음고생이 심한 것이 사실이다. 그냥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 이후에 차차 생각하겠다”고 밝혔다.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북한 노메달로 마감선수 2명의 미니 선수단을 파견했던 북한이 메달 없이 밴쿠버 겨울올림픽을 마감했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고현숙(25)과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이성철(24)을 출전시켰다. 2008년 2월 노르웨이컵 국제빙상대회 여자 500m와 1000m를 석권했던 고현숙은 17일 여자 500m에서 9위, 19일 1000m에서는 13위에 그쳤다. 17일 피겨 남자 싱글에 출전한 이성철은 쇼트프로그램에서 25위로 밀려 24위까지 주어지는 프리스케이팅 출전 자격을 놓쳤다. 북한은 처음 출전한 1964년 인스브루크 대회 때 한필화가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3000m에서 은메달,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황옥실이 여자 쇼트트랙 500m에서 동메달을 딴 뒤 메달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밴쿠버 기록실|◇21일▽쇼트트랙 남자 1000m ①이정수 1분23초747 ②이호석(이상 한국) 1분23초801 ③안톤 오노(미국) 1분24초128▽쇼트트랙 여자 1500m ①저우양(중국) 2분16초993 ②이은별 2분17초849 ③박승희(이상 한국) 2분17초927▽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①마르크 타위터르트(네덜란드) 1분45초57 ②샤니 데이비스(미국) 1분46초10 ③호바르 뵈코(노르웨이) 1분46초13 ⑤모태범(한국) 1분46초47▽알파인스키 여자 슈퍼대회전 ①안드레아 피슈바허(오스트리아) 1분20초14 ②티나 마제(슬로베니아) 1부20초63 ③린지 본(미국) 1분20초88▽스키점프 남자 라지힐 ①시몬 아만(스위스) 283.6점 ②아담 마위시(폴란드) 269.4점 ③그레고어 슐리렌차워(오스트리아) 262.2점▽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30km 추적 ①마르쿠스 헬네르(스웨덴) 1시간15분11초4 ②토비아스 앙게러(독일) 1시간15분13초5 ③요한 올손(스웨덴) 1시간15분14초2◇20일▽알파인스키 남자 대회전 ①악셀 룬 스빈달(노르웨이) 1분30초34 ②보드 밀러(미국) 1분30초62 ③앤드루 바이브레히트(미국) 1분30초65▽크로스컨트리 스키 여자 15km 추적 ①마리트 뵈르겐(노르웨이) 39분58초1 ②안나 하그(스웨덴) 40분07초0 ③유스티나 코발치크(폴란드) 40분07초4 ○59이채원(한국) 47분34초6 ▽스켈리턴 남자 ①존 몽고메리(캐나다) 3분29초73 ②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 3분29초80 ③알렉산드르 트레탸코프(러시아) 3분30초75 ○22조인호(한국) 2분43초16▽스켈리턴 여자 ①에이미 윌리엄스(영국) 3분35초64 ②케르슈틴 심코비아크(독일) 3분36초20 ③아냐 후버(독일) 3분36초36}

“제 스타일대로 경기가 안 풀려 처음엔 당황했어요. 하지만 (이)호석이 형이 스퍼트를 시작하면서 다른 나라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많아졌습니다. 그 사이에 제가 치고나갈 틈이 생겼죠. 호석이 형 덕분에 신체 접촉 없이 앞으로 나올 수 있었어요.”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정수(21·단국대)는 초반부터 치고나가며 승부를 거는 스타일. 하지만 이날은 맨 뒤인 5위로 처졌다가 2바퀴를 남기고 2위로 올라섰고 마지막 바퀴에서 이호석(24·고양시청)을 0.054초차로 제치고 1500m에 이어 2관왕에 올랐다.이정수가 뜻대로 안 된 레이스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정상을 차지한 데는 이유가 있다. 체육과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이정수는 언제든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이정수의 서전트 점프는 63cm. 50∼60cm인 동료 선수보다 높다. 반응시간도 0.24초로 남자 대표팀 중 2위. 그만큼 순발력이 돋보인다. 어떤 상황에서든 몸이 빠르게 반응할 수 있어 레이스에서 먼저 치고 나가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특히 돌발 상황이 많은 쇼트트랙에서 순간적인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고 한 발 먼저 움직임으로써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할 수 있다. 이날 마지막 곡선주로를 앞두고 이호석을 따라 잡은 원동력이다.171.2cm, 59.7kg인 이정수의 허벅지(둘레 좌 52cm, 우 52.6cm)는 대표팀에서 가장 얇다. 30초 동안 최대의 힘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아 하체의 힘을 측정하는 ‘윈게이트 테스트’에서 이정수는 최고 파워 717.72W로 이호석(736.16W)보다 약했다. 하지만 효율적인 파워에서는 결코 밀리지 않는다. kg당 최고 파워는 12.02W로 이호석(11.85W)보다 좋았다. 일반적으로 체중이 클수록 전체 파워는 좋지만 효율성에서는 kg당 파워가 더 중요하다.이정수는 윈게이트 테스트 피로지수가 33.49%로 역시 대표팀 내 1위. 피로지수는 순간적인 파워를 후반까지 끌고 갈 수 있는 능력. 지수가 낮을수록 좋다. 그만큼 순간적인 스퍼트를 하고 그 힘을 계속 유지하는 능력이 좋다. 이정수는 5140cc의 폐활량을 기록해 대표팀에서 가장 높아 지구력도 좋았다. 14일 1500m에서도 우승한 배경이었다.이정수의 좌우 허벅지 둘레의 차이는 0.6cm. 장딴지 차이는 0.1cm. 허벅지의 경우 다른 선수들은 1cm가 넘는 차이를 보이고 장딴지도 거의 1cm 차를 보인 것과 다르다. 그만큼 좌우 균형이 잘 잡혀 있다. 최규정 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좌우가 고루 발달하면 힘을 내는 곳이 특정 지점으로 몰리지 않아 그만큼 효율적으로 힘을 쓴다”고 말했다. 한국의 첫 2관왕. 만능 스포츠맨의 자질을 갖춘 이정수였기에 가능했다.한편 경기 성남의 한 법당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본 이정수의 아버지 이도원 씨(49)는 아들의 2관왕을 대놓고 기뻐하지는 않았다. 준결선에서 탈락한 성시백(23·용인시청)과 은메달을 딴 이호석이 내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 그는 아들에게 “코치선생님과 시백이형, 호석이형에게 꼭 감사하다고 말해야 한다”며 “시백이가 500m에서는 1등 하게끔 도와주고, 남은 경기도 정정당당하게 임하라”고 당부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유성열 기자 ryu@donga.com▼이호석 “후회는 없다… 최선 다한 승부”고개 숙인채 코칭스태프 포옹충돌사건 이후 마음의 짐 덜어▼마지막 코너만 제 페이스대로 돌면 ‘2인자’ 딱지를 뗄 수 있었다. 순간 안쪽으로 대표팀 후배 이정수가 파고들었다. 최근 받은 비난이 마음에 걸렸을까. 잠시 주춤한 그는 무리한 자리싸움을 피했고, 결국 선두를 내줬다.또 2등. 레이스가 끝난 뒤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의 표정에선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이정수가 팔을 번쩍 들며 환호할 때 그는 그간의 마음고생을 반영하듯 고개를 숙인 채 코칭스태프를 끌어안았다. 김기훈 감독이 그의 등을 두들기며 말했다. “잘했다. 누가 뭐라 해도 넌 우리 팀의 기둥이다.”‘작은 거인’ 이호석(24·고양시청) 얘기다. 그에게는 늘 ‘2인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에선 1000m, 1500m에서 안현수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당시 안현수에게 지고도 대표팀 내 파벌싸움의 가해자라는 누명을 쓰는 해프닝도 있었다.하지만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곤 대표팀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그는 대회에 앞서 “2인자란 수식어가 정상에 도전하라는 채찍이 돼 나를 단련시켰다. 이젠 1인자로 올라서고 싶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14일 첫 경기인 1500m에서부터 실타래가 엉켰다. 결선 마지막 바퀴에서 그는 성시백(23·용인시청)을 추월하다 엉켜 넘어졌고, 이후 감당하기 힘든 비난이 그에게 쏟아졌다. 그의 미니 홈피는 다운이 됐을 만큼 비난 글로 채워졌다. 쇼트트랙 관계자들은 “약간 무리했지만 앞 선수가 틈을 보일 때 파고드는 건 선수의 권리이자 의무다. 국민에겐 누가 따도 마찬가지지만 선수 개인으로선 메달 색깔에 욕심을 내는 게 당연하지 않냐”고 입을 모았다.어쨌든 이호석은 충돌 사건 이후 이날 처음으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 메달을 따서 기분이 굉장히 좋다. 후회는 없다. 최선을 다한 승부였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성시백 스케이트 날 7cm 차이로 또…준결선서 0.006초 차로 탈락500m-5000m계주 선전 기약▼ 이번엔 7cm의 차이가 성시백(23·용인시청)을 울렸다.성시백은 21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시엄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선에서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 샤를 아믈랭(캐나다) 등과 다투다 2위 아믈랭에게 0.006초 차로 뒤져 결선 진출이 좌절됐다.이어 B파이널(패자 결선)에선 실격을 당했다. 두 선수만 남은 경기여서 승패는 큰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결승선을 앞두고 하지 않아도 될 어깨싸움을 벌였다. 결과는 실격. 만약 이겼다면 6위(2점)까지 주어지는 연금 포인트를 받을 수 있었다.그는 4년 전 토리노 올림픽 국내 선발전에서 아쉽게 출전권을 놓쳤다. 4년간 다시 땀방울을 쏟아내며 이번 올림픽을 준비했다. 코칭스태프는 물론이고 주위에서는 금메달 유력 후보로 그를 꼽았다. 하지만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운이 없었다. 이번 대회 첫 경기였던 14일 남자 1500m 결선에선 결승선을 20m 정도 앞두고 2위로 달리다 동료인 이호석(24·고양시청)과 부딪혀 넘어졌다. 첫 올림픽 메달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아쉬운 마음에 빙판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1500m 경기에서 아쉽게 메달을 놓친 뒤 경기를 직접 보러 밴쿠버까지 온 어머니 홍경희 씨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1000m 경기를 기대하며 이날도 경기장을 찾았던 홍 씨는 아들이 메달을 따고 시상대에 오르는 모습을 다음으로 기약해야 했다.경기가 끝난 뒤 그는 공동취재구역에서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지만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자 미소로 화답했다. 아직 그에게 올림픽이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27일 열리는 500m와 5000m 계주에서 그는 다시 메달에 도전한다. 가능성도 높다. 김기훈 대표팀 감독은 “성시백은 그동안 500m에서 강세를 보여 상당히 기대하고 있다. 1000m와 1500m 결과를 빨리 잊으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비록 첫 단추를 잘못 끼웠지만 결국 다시 환한 미소를 보일 그를 온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다시보기] 男 쇼트트랙 1000m 이정수 金 - 이호석 銀}

이번에도 메달권 밖으로 밀려난 한 때문이었을까. 성시백(23·용인시청)은 21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B파이널(패자 결선)에서 실격을 당했다. 승자 결선에 올라가지 못한 두 선수가 다투는 경기이기 때문에 승패는 큰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결승선을 앞두고 하지 않아도 될 어깨싸움을 벌였다. 결과는 실격. 만약 이겼다면 6위(2점)까지 주어지는 연금 포인트를 받을 수 있었다.성시백은 준결선에서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 샤를 아믈랭(캐나다) 등과 다투다 0.006초 차로 2명이 오르는 결선 진출이 좌절됐다.그는 4년 전 토리노 올림픽 국내 선발전에선 아쉽게 출전권을 놓쳤다. 4년간 다시 땀방울을 쏟아내며 이번 올림픽을 준비했다. 코칭스태프는 물론 주위에서는 금메달 유력 후보로 그를 꼽았다. 하지만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운이 없었다. 이번 대회 첫 경기였던 14일 남자 1500m 결선에선 결승선을 20m 정도 앞두고 2위를 달리다 동료인 이호석(24·고양시청)과 부딪혀 넘어졌다. 첫 올림픽 메달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아쉬운 마음에 빙판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1500m 경기에서 아쉽게 메달을 놓친 뒤 경기를 직접 보러 밴쿠버까지 온 어머니 홍경희 씨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1000m 경기를 기대하며 이날도 경기장을 찾았던 홍 씨는 아들이 메달을 따고 시상대에 오르는 모습을 다음으로 기약해야 했다. 경기가 끝난 뒤 그는 공동 취재구역에서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지만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자 미소로 화답했다. 아직 그에게 올림픽이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27일 열리는 500m와 5000m 계주에서는 그는 다시 메달에 도전한다. 가능성도 높다. 김기훈 대표팀 감독은 "성시백은 그동안 500m에서 강세를 보여 상당히 기대하고 있다. 1000m와 1500m 결과를 빨리 잊으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비록 첫 단추를 잘못 끼웠지만 결국 다시 환한 미소를 보일 그를 온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이종석기자 wing@donga.com▲[다시보기] 男 쇼트트랙 1000m 이정수 金 - 이호석 銀}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19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시엄. 남자 싱글에는 한국 선수가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출전 선수들을 소개하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 속에는 분명 한국인의 이름이 들렸다.“카자흐스탄의 데니스 텐. 그의 고조부는 한국의 유명한 장군인 민긍호입니다.”데니스 텐(16·사진)은 구한말 의병장 민긍호(閔肯鎬·?∼1908) 선생의 고손자다. 그의 할머니가 민 선생의 외손녀이다. 2008년과 올해 한국에서 열린 피겨 대회에 참가한 그는 자신의 안내 멘트에 고조부의 이야기를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만큼 한국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이날 텐은 135.01점을 받아 쇼트프로그램 점수(76.24점)를 합쳐 211.25점으로 24명 중 11위를 차지했다. 경기 뒤 만난 그는 인사를 건네자 “안녕하세요”라고 또박또박하게 말하며 웃었다. 이날 그는 트리플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플립 점프에서 실수를 하며 만족스러운 점수를 받지는 못했다. 그는 “올 시즌 프리스케이팅에서 많은 문제가 있었다. 시즌 중 두 번이나 프로그램을 바꾸고 의상도 교체했다. 특히 부상 때문에 쿼드러플 점프를 프로그램에 넣지 못했다”고 말했다.그는 한국에 대해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항상 나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자랑스러운 생각을 갖고 있다. 지난달 고조부의 고향인 경주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이 고조부님의 유물이라며 장신구를 주셨다. 이것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올해도 한국을 찾겠다는 그는 김연아(20·고려대)에 대해 묻자 눈동자를 밝혔다. 그는 “정말 좋아하는 선수다. 항상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경기장에 찾아가 응원하고 싶었다는 그는 “아쉽게도 20일 귀국한다. 정말 보고 싶었는데…. 대신 김연아 선수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세요”라며 웃었다.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BR>}
‘에번 라이서첵 vs 예브게니 플류셴코’=‘김연아 vs 아사다 마오.’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미국의 에번 라이서첵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라이서첵은 19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시엄에서 열린 프리스케이팅에서 167.37점을 얻어 쇼트프로그램 점수(90.30점)를 합쳐 총점 257.67점으로 우승했다. 2006년 토리노 대회 금메달리스트 예브게니 플류셴코(256.36점)를 1.31점 차로 제쳤다.이번 남자 싱글 경기가 관심을 모은 것은 다름 아닌 ‘미리 보는 여자 싱글’이었기 때문. 라이서첵은 점프, 스핀 등 기술이 연기와 조화를 이루는 ‘종합형’ 선수다. 이에 비해 플류셴코는 쿼드러플(4회전) 콤비네이션 점프를 앞세운 ‘기술형’ 선수다.‘피겨 여왕’ 김연아(20·고려대)는 라이서첵의 스타일에 가깝다. ‘점프의 교과서’라고 불릴 정도로 완벽한 점프를 구사하는 데다 연기가 구성 요소 사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예술과 기술의 조합이 완벽한 선수로 불린다. 반면 김연아와 메달을 다툴 아사다 마오(일본)는 플류셴코와 비슷하다. 플류셴코와 마찬가지로 기본 점수가 높은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콤비네이션 점프를 내세워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대한빙상경기연맹 이지희 부회장은 “플류셴코의 프로그램은 구성 요소에만 신경을 많이 썼다. 하지만 동작과 동작 사이의 연결 동작(트랜지션)이 많이 비어 있다. 점프 전에 손동작만 잠시 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이는 아사다의 스타일과도 많이 닮았다.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 콤비네이션 점프 등 고난도 기술을 시도하면서 구성 요소 사이의 연결 동작을 최대한 간소화했다. 이 부회장은 “라이서첵은 프로그램 자체가 깔끔하다. 연결 동작도 신경을 많이 썼다. 김연아의 프로그램도 점프 등 기술 사이에 화려한 연결 동작이 많아 전체적으로 보면 난도가 더 높다”고 밝혔다. 플류셴코는 경기가 끝난 뒤 “새로운 채점 시스템에서 쿼드러플 점프는 대접받지 못한다. 예전의 채점 시스템이었다면 내가 분명히 이겼을 것이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강력한 기술만 앞세워 심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을 플류셴코는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아사다는 이번 올림픽에서 트리플 악셀로 심판들에게 어필할 것이다. 하지만 아사다는 경기를 마친 뒤 플류셴코와 같은 말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한결 여유로웠다. 36명 중 23위로 처졌지만 실망한 표정은 전혀 없었다.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금메달리스트 이상화(21·한국체대)가 19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오벌에서 열린 여자 1000m에서는 1분18초24를 기록해 메달 추가에 실패했다. 이상화는 “1000m는 국제대회에 나가서도 제대로 성적을 낸 적이 없어 별로 기대를 안 했어요. 그래도 왕베이싱(중국·24위·500m 동메달)을 이겨 기뻐요”라며 웃었다.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이름이 누리꾼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지켜본 이상화는 재미있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제게 재미있는 별명을 붙여주시는 것이 너무 웃겼어요. 최고 단점인 허벅지를 꿀벅지라고 불러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라고 말했다. 허벅지 둘레가 23인치라고 언론에 나온 것에 대해 그는 “사이즈를 잰 적은 없어요. 체육과학연구원에서도 재보자고 했는데 제가 싫다고 했어요”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예쁘다’는 칭찬에 대해서는 쑥스러워했다. 그는 “솔직히 감사해요. ‘운동선수치고는 예쁘다’라는 말을 딱 한 번 들어봤죠. 예전에는 정말 예뻤었는데…”라며 수줍게 웃었다.이규혁(32·서울시청)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이상화는 “그동안 규혁 오빠와 (이)강석 오빠의 덕을 너무 많이 봤어요. 오빠들도 성적이 좋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튼 오빠들에게 큰절을 100번 이상 해야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모든 일정을 마친 그는 “일단 푹 자고 싶어요. 금메달 따고 나서 편하게 잤는데도 이상하게 피곤하네요. 빨리 집에 가서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싶어요”라며 다시 미소를 지었다.이상화의 어머니 김인순 씨(49)는 이날 슈퍼맨 귀고리를 걸고 TV로 1000m 경기를 지켜봤다. 딸이 밴쿠버로 떠나기 전 선물한 귀고리였다. 이상화의 귀에도 역시 같은 귀고리가 걸려 있다. 김 씨는 “상화가 ‘밴쿠버에서 엄마와 함께 슈퍼맨처럼 날겠다’며 주고 갔다. 오늘은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밴쿠버 하늘은 이미 우리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끝나자 김 씨는 서둘러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예쁜 딸! 오늘도 잘했어.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니. 정말 수고했다.”한편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이상화와 모태범이 금메달을 따자 두 사람을 CF 모델로 섭외하고 싶다는 문의 전화가 계속 온다”며 “벌써 10여 개 업체가 연락을 해왔다”고 밝혔다.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다시보기] 이상화, 한국 女빙속 사상 첫 금메달BR>}

19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시엄.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경기가 열리고 있는 이곳에 ‘피겨 여왕’ 김연아(20·고려대·사진)의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 관계자가 나타났다. 한국인 진행요원과 함께 관계자는 경기장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출입구 몇 곳을 살펴보고 일반인이 드나들 수 있는 장소인지 아닌지를 체크했다. 김연아가 경기장에 도착해서 대기실로 가는 동선도 파악했다.한국 피겨 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김연아가 결전지인 밴쿠버에 20일 입성한다. 김연아는 이후 계속 밴쿠버에 머물지만 일반 팬은 물론이고 한국 선수단도 경기 당일(24일 쇼트프로그램, 26일 프리스케이팅)을 제외하고는 김연아를 보기 어려울 것 같다. 공식 훈련 외에 그의 숙소와 일정은 모두 비밀이기 때문이다.김연아는 선수촌에 머무는 대신 밴쿠버 시내의 한 호텔에서 어머니 박미희 씨와 브라이언 오서 코치, 물리치료사, 매니저 등 극소수의 관계자와 함께 생활할 예정이다. 호텔을 선택한 것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24시간 전담 물리치료사의 처치를 받고 매니저를 통해 모든 일정을 조정할 계획이다. 호텔은 비밀이지만 알려질 가능성도 있다. IB스포츠는 “기자들이 알아낼 수 있겠지만 최대한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기자회견과 인터뷰도 최소한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당초 도착 당일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지만 좁은 장소에 많은 취재진이 몰려 혼란스러울 수 있어 취소했다. 인터뷰는 공식 훈련 뒤 두세 번만 할 예정이다. 한국 선수단은 김연아에게 최대한 지원과 배려를 할 예정이다. 김연아의 훈련과 경기에 지장이 없도록 선수단에 배정된 차량 8대 중 2대를 전용차로 내주고 영어에 능통하고 현지 사정에 밝은 자원봉사자 2명을 전담 배치했다. 전지훈련지인 토론토에서 막바지 담금질을 해온 김연아는 훈련 뒤 쉬는 시간에 한국 선수단의 활약을 텔레비전으로 시청했다. 올림픽을 위해 새로 바꾼 갈라쇼 의상과 프로그램도 완벽하게 끝낸 상태다. 한편 김연아와 메달을 다툴 아사다 마오(일본)는 하루 늦은 21일 밴쿠버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다는 비공개 훈련을 위해 공식 훈련장이 아닌 밴쿠버 인근의 별도 빙상장을 물색하고 있다. 안도 미키(일본)는 15일 일찌감치 밴쿠버에 도착해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김연아가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시작된 한국의 금빛 행진에 화룡점정을 찍을지 기대된다.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에번 라이서첵 vs예브게니 플류셴코'='김연아 vs 아사다 마오'.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미국의 에번 라이서첵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라이서첵은 19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린 프리스케이팅에서 167.37점을 얻어 쇼트프로그램(90.30점)을 합쳐 총점 257.67점으로 우승했다. 2006년 토리노 대회 금메달리스트 예브게니 플류셴코(256.36점)를 1.31점 차로 제쳤다. 이번 남자 싱글 경기가 관심을 모은 것은 다름 아닌 '미리 보는 여자 싱글' 이었기 때문. 라이서첵은 점프, 스핀 등 기술이 연기와 조화를 이루는 '종합형' 선수다. 이에 비해 플류셴코는 쿼드러플(4회전) 콤비네이션 점프를 앞세운 '기술형' 선수다. '피겨 여왕' 김연아(20·고려대)는 라이서첵의 스타일에 가깝다. '점프의 교과서'라고 불릴 정도로 완벽한 점프를 구사하는데다 연기가 구성 요소 사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예술과 기술의 조합이 완벽한 선수로 불린다. 반면 김연아와 메달을 다툴 아사다 마오(일본)는 플루셴코와 비슷하다. 플루셴코와 마찬가지로 기본 점수가 높은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콤비네이션 점프를 내세워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이지희 부회장은 "플류셴코의 프로그램은 구성 요소에만 신경을 많이 썼다. 하지만 동작과 동작 사이의 연결 동작(트랜지션)이 많이 비어 있다. 점프 전에 손동작만 잠시 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이는 아사다의 스타일과도 많이 닮았다.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 콤비네이션 점프 등 고난이도 기술을 시도하면서 구성 요소 사이의 연결 동작을 최대한 간소화했다. 이 부회장은 "라이서첵은 프로그램 자체가 깔끔하다. 연결 동작도 신경을 많이 썼다. 김연아의 프로그램도 점프 등 기술 사이에 화려한 연결 동작이 많아 전체적으로 보면 난이도가 더 높다"고 밝혔다. 플루셴코는 경기가 끝난 뒤 "신 채점 시스템에서 쿼드러플 점프는 더 이상 대접받지 못한다. 예전의 채점 시스템이었다면 내가 분명히 이겼을 것이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강력한 기술만 앞세워 심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을 플루셴코는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아사다는 이번 올림픽에서 트리플 악셀로 심판들에게 어필할 것이다. 하지만 아사다는 경기를 마친 뒤 플류셴코와 같은 말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밴쿠버=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
빙속 선전에 자극… 男 5000m계주 결승 진출, 男 1000m도 3명 모두 조1위로 준준결승에 “이제 우리가 그 기운을 물려받아야죠.” 쇼트트랙 경기가 열린 18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엄 경기장. 이날은 여자 500m를 비롯해 남자 5000m 계주 준결승, 남자 1000m 예선이 열렸다. 같은 시간에 자동차로 30분 떨어진 리치먼드 올림픽오벌에서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경기가 열렸다. 500m 금메달리스트 모태범(한국체대)의 2관왕 여부가 큰 관심을 모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한국 취재진과 응원단은 올림픽오벌에 몰렸다. 지난 대회까지 겨울올림픽에서 스포트라이트는 항상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에 집중됐다. 쇼트트랙의 연습 때도 취재진이 몰렸다. 하지만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메달이 연이어 나오며 쇼트트랙에 대한 관심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난 듯 보였다. 최근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한국 선수들끼리의 충돌로 은메달과 동메달을 날려 버린 사건도 악영향을 미쳤다. 박승희(광문고)는 “이제 쇼트트랙이 묻히는 느낌이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쇼트트랙 대표팀은 스피드스케이팅의 관심을 물려받겠다는 각오다. 실제로 분위기는 물론 경기력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날 남자 5000m 계주에서 대표팀은 미국을 무려 2초 넘는 차이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1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이호석(고양시청), 성시백(용인시청), 곽윤기(연세대), 김성일(단국대) 등 4명은 완벽하게 호흡을 맞추며 주위의 걱정을 불식시켰다. 남자 1000m 예선에서는 이정수(단국대), 이호석, 성시백이 출전해 전원 조 1위로 준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성시백은 1분24초245로 올림픽 기록도 갈아 치웠다. 쇼트트랙 여자대표팀 조해리(고양시청)는 “스피드스케이팅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쇼트트랙 대표팀도 자극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수도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이제 모두 다 잊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우리도 충분히 큰일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21일 여자 1500m와 남자 1000m를 시작으로 스피드스케이팅에 이어 메달 행진을 이어간다는 각오다.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큰 경험을 했기에 기뻐요.”한국 스노보드 선수로는 처음으로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김호준(20·한국체대)은 18일 캐나다 사이프러스 마운틴 스노보드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하프파이프 예선 1조 경기에서 20명 중 12위에 머물러 9위까지 주어지는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1차 시기 8.4점, 2차 시기 25.8점을 받아 9위 벤 메이츠(호주·29.6점)에게 3.8점 뒤졌다.하지만 그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올림픽에서 직접 뛰어보니 관중이나 선수나 모든 것이 달랐다. 너무나 귀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1차 시기에서 첫 점프의 착지에 실패하며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는 “점프를 하는데 몇천 명의 관중이 소리를 지르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려 완전히 몸이 굳었다. 꿈을 꾸는 듯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며 웃었다.최근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의 선전은 그에게 신선한 자극이었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이승훈, 모태범(이상 한국체대) 등이 메달을 따자 그도 더 큰 욕심이 생겼다. 그는 “선수촌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도 많은 것을 느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묵묵히 노력한 끝에 주목받은 것처럼 나도 꼭 그렇게 되고 싶다”고 밝혔다.25일 귀국하는 그는 올림픽 출전이라는 귀중한 경험을 밑천으로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다. 그는 “4년 뒤 열리는 러시아 소치 올림픽에서는 꼭 메달을 딸 수 있도록 하겠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한 것처럼 나도 꼭 시상대에 오르고 싶다”고 다짐했다.밴쿠버=김동욱 기자 BR>}
“마지막조 데이비스가 뛸때 한번쯤 실수해주면 안되나 생각했죠아직 눈물 안흘렸지만 1500m도 메달 따면 무릎 꿇고 울거예요상화와 사귄다고요? 상화가 아깝죠, 그런 얘기 상화가 싫어해요”모태범(21·한국체대)은 스피드광이다. 취미는 스포츠카 드라이브다. 그의 행동은 거침이 없다. 18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오벌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2위를 확정짓고 인터뷰 룸에서 취재진이 박수를 치자 ‘캬’라는 소리를 내면서 자신도 손뼉을 쳤다. 현장에서 열리는 꽃다발 세리머니에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손가락으로 ‘V’를 그리며 시상대에 올라섰다. 전날 열린 500m 금메달 시상식에서는 애국가가 흐르자 리듬에 맞춰 약간씩 몸을 흔들기도 했다. 빙판 위에서는 철저한 모범생, 빙판 밖에서는 개성 강한 신세대였다.남자 1000m 16조에 속한 그는 경기를 마친 뒤 중간순위 1위를 기록했다. 17, 18조 선수의 기록은 그보다 늦었다. 최소 동메달 확보였다. 마지막 19조에는 지난 올림픽 우승자인 샤니 데이비스(미국)와 문준(성남시청)이 있었다.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 들어갔어요. 속으로 ‘조금만 더 늦게 가주면 안 될까’, ‘한 번쯤 실수해 주면 안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그는 공식 인터뷰에서 데이비스의 레이스를 지켜보던 심정을 너무나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보통 메달리스트들은 올림픽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물으면 ‘잠을 푹 자겠다’거나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평범한 소망을 말한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은메달을 딴 이승훈(한국체대)과 함께 서울에 가서 남들이 혹시 알아보나 걸어 다녀 보기로 했어요. 진짜로 사람들이 알아보는지 확인해 보게요, 하하.”다른 선수들과 다른 점은 또 있다. 보통 메달을 딴 선수들은 시상대 위에서 그동안 고된 훈련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 그는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는 눈물을 아껴두고 있었다.“금메달, 은메달을 땄으니 이제 1500m에서 동메달까지 따면 그때는 진짜 울 거예요. 그것도 무릎을 꿇고 울 겁니다.”자신을 꾸미는 데도 신경 쓴다. 16일 500m에서 금메달을 딴 뒤 기자회견에서 그가 가장 신경을 쓴 것은 머리 스타일이었다. 취재진이 질문을 퍼붓는 와중에도 그의 오른손은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그의 왼쪽 귀에는 나이키 로고로 만들어진 귀걸이가 걸려 있었다.“신기해 보여서 샀어요. 남들이 협찬을 받은 거냐고 물어보는데 직접 맞춘 것이에요. 큐빅이 박힌 귀걸이도 있었지만 이게 더 신기해 보여서 샀어요.”모태범은 금메달을 딴 다음 날 얼굴이 퉁퉁 부었다. 축하 전화를 받느라 잠을 잘 못 잤을 법했다. 하지만 다른 이유였다. “저 하나도 자지 못했어요. 너무 기쁘니깐 잠이 오지 않아요.”인터뷰가 끝나가는 무렵에 요즘 인터넷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 여자 500m 우승자 이상화(한국체대)와 사귀느냐고 묻자 그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 “아휴. 아니에요. 상화가 아깝죠. 그런 얘기 들으면 상화가 진짜 싫어해요.”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다시보기=모태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밴쿠버 겨울올림픽은 한국 겨울 스포츠의 전환점이 될 게 분명하다. 지금까지 한국은 겨울올림픽에서 거둔 메달의 대부분을 쇼트트랙에서 땄다.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까지 31개의 메달(금 17, 은 8, 동메달 6개)을 수확했다. 이 가운데 은 1, 동메달 1개를 제외한 나머지 29개는 쇼트트랙에서 나왔을 만큼 메달 편식증은 심했다. 외국 기자들은 ‘한국은 쇼트트랙만 할 줄 아는 나라’라고 비아냥거렸다. 최근 한국은 편식증에서 차츰 벗어나고 있다. 김연아(20·고려대)가 등장하면서 겨울 스포츠의 꽃 피겨스케이팅에서도 정상에 섰다. 뒤를 이어 이번 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단이 금 2, 은메달 2개를 따냈다. 이제 한국은 빙상 강국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진정한 겨울 스포츠 강국이라고 외치기에는 50% 부족하다. 스키, 스노보드, 바이애슬론, 봅슬레이 등 설상(雪上)과 썰매 종목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바이애슬론, 스노보드, 루지 등은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고 예선에서 떨어졌다. 컬링과 아이스하키는 올림픽에 출전하지도 못했다. 빙상 종목은 몇 년 전부터 대기업의 후원을 받고 있다. 한 해에 수차례의 전지훈련과 해외 대회에 참가해 실력을 쌓아왔다. 그 결과가 지금의 빙상 강국을 만들었다. 이에 비해 설상과 썰매 종목은 제대로 된 후원을 받지 못했다. 실업팀이 거의 없어 자비를 털어가며 훈련을 떠나는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각 연맹은 돈이 부족하다 보니 해외 대회에 한두 차례만 선수들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올림픽 출전권을 얻기 위한 포인트와 경험을 쌓을 기회가 애초부터 없는 것이다. 18일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은 올림픽이 열리는 밴쿠버에서 취재진과 만나 스피드스케이팅의 선전에 대해 말하며 “이제는 우리도 설상과 썰매 종목으로 눈을 돌릴 때”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아이스하키와 컬링 같은 종목의 아시아 쿼터제, 겨울 종목 연습장 건립 등을 언급했다. 빙상 강국의 화룡점정을 찍은 스피드스케이팅의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같은 선수가 설상과 썰매 종목에서도 나올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밴쿠버에서김동욱 스포츠레저부 creating@donga.com}

"이제 우리가 그 기운을 물려받아야죠."쇼트트랙 경기가 열린 18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 경기장. 이날은 여자 500m를 비롯해 남자 5000m 계주 준결승, 남자 1000m 예선이 열렸다. 같은 시간에 자동차로 30분 떨어진 리치먼드 올림픽오벌에서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경기가 열렸다. 500m 금메달리스트 모태범(한국체대)의 2관왕 여부가 큰 관심을 모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한국 취재진과 응원단은 올림픽오벌에 몰렸다. 지난 대회까지 겨울올림픽에서 스포트라이트는 항상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에 집중됐다. 쇼트트랙의 연습 때도 취재진이 몰렸다. 하지만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메달이 연이어 나오며 쇼트트랙은 관심 밖으로 한걸음 뒤로 물러난 듯 보였다. 최근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한국 선수들끼리의 충돌로 은메달과 동메달을 날려 버린 사건도 악영향을 미쳤다. 박승희(광문고)는 "이제 쇼트트랙이 묻히는 느낌이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이제 쇼트트랙 대표팀은 스피드스케이팅의 관심을 물려받겠다는 각오다. 실제로 분위기는 물론 경기력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날 남자 5000m 계주에서 대표팀은 미국을 무려 2초 넘는 차이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1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이호석(고양시청), 성시백(용인시청), 곽윤기(연세대), 김성일(단국대) 등 4명은 완벽하게 호흡을 맞추며 주위의 걱정을 불식시켰다. 남자 1000m 예선에서는 이정수(단국대), 이호석, 성시백이 출전해 전원 조 1위로 준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성시백은 1분24초245로 올림픽 기록도 갈아 치웠다.쇼트트랙 여자대표팀 조해리(고양시청)는 "스피드스케이팅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쇼트트랙 대표팀도 자극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수도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이제 모두 다 잊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우리도 충분히 큰일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20일 여자 1500m와 남자 1000m를 시작으로 스피드스케이팅에 이어 메달 행진을 이어간다는 각오다.밴쿠버=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BR>}

“규혁이 형이오.”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메달리스트들이 가장 고마워하는 사람은 누굴까. 부모님, 감독, 친구 등 많은 후보가 있겠지만 이들이 꼽은 가장 고마운 사람은 단연 대표팀 맏형 이규혁(32·서울시청·사진)이었다.17일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여자로는 아시아 첫 금메달을 획득한 이상화(한국체대)는 “규혁이 오빠가 고맙다. 나를 위해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16일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모태범(한국체대)도 “규혁이 형과 함께 훈련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형한테 감사한다”고 밝혔다. 남자 5000m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메달을 수확한 이승훈도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뒤 이규혁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이규혁은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빠짐없이 올림픽에 출전했다. 이번 올림픽은 그에게 5번째 올림픽이다. 그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고 있다. 이규혁은 훈련 때는 후배들 지도에도 열심이다.이강석(의정부시청)은 “만약 규혁이 형이 없었다면 내 성격상 나태해졌을 것이다. 규혁이 형이 있었기에 계속 노력하고 훈련했다”고 말했다.김관규 대표팀 감독도 이규혁의 ‘존재’를 인정했다. 김 감독은 “이규혁이 있는 대표팀과 없는 대표팀은 차원이 다르다. 이규혁이 지금까지 있었기에 그 밑에 이강석이 있었고 그 밑에 모태범, 이상화 등 어린 선수들이 클 수 있었다. 한마디로 이규혁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의 롤 모델이다”라고 치켜세웠다. 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모든 게 다 잘돼 가고 있습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관규 감독(43)은 제자들의 연이은 메달 소식에 흥분할 법도 하지만 의외로 차분했다. 주위에선 이변이라고 했지만 김 감독은 예상했던 일이 이제야 일어났다는 표정이었다. 김 감독의 지도 아래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아직 마침표를 찍지 않아 메달 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김 감독은 애써 모르는 척했지만 이미 메달 개수가 마음속에 그려진 듯 보였다. 김 감독은 “모든 것이 계획했던 대로 되고 있다. 선수들이 내가 원했던 그대로 경기 운영을 해나가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김 감독은 1988년 캘거리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500m와 5000m, 1만 m에 출전했던 장거리 선수 출신 지도자다.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도 감독을 맡아 지금까지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발전 비결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취재진 사이에서도 단연 화제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특별한 비결은 없다. 운동선수라면 당연히 땀을 흘린 대로 보답을 받기 마련이다”고 대답했지만 그는 개성 강한 선수들을 한데 모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했다. 김 감독은 “다른 사람들은 호통도 안 치고 너무 부드럽게 선수들을 대한다고 걱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김 감독 본인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인 초등학생 딸을 두고 있어 신세대인 선수들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선수들에게 ‘어느 종목이든 메달은 가까이 있다. 끝까지 해봐라’며 하고자 하는 의욕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강제로 시키는 시대는 지났다”고 밝혔다. 오랜 감독 생활을 하면서 김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한 해의 훈련계획표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체력을 강조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메달은 딸 때 왕창 따야 한다고 말했었는데 계속 따니 솔직히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감독으로서 또 다른 걱정을 하고 있었다. “메달 행진이 계속되다 보니 선수들이 느슨해지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다음 시즌에 바로 결과가 나오거든요. 빨리 다잡아야죠.”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우리 민족의 자랑입니다.” 17일 캐나다 밴쿠버 리치먼드 올림픽오벌. 여자 500m 결승전이 열리는 가운데 경기장 밖에서 만난 북한 여자대표팀 이도주 감독(사진)은 한국 취재진을 만나자 환한 웃음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다. 이 감독은 북한 스피드스케이팅의 산증인으로 20년 넘게 북한 스피드스케이팅 사령탑을 맡고 있다. 이 감독은 “모태범의 경기를 보며 마치 우리가 금메달을 딴 것처럼 통쾌했다. 외국 선수들을 제치고 아시아 선수들이 1∼3위를 차지한 게 기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승훈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이승훈이 서양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장거리에서 처음 아시아인으로 메달을 따내 정말 기쁘다”며 웃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과의 교류에 대해 묻자 그는 “대회에 나오면 김관규 감독과 서로 스케이팅 기술에 대해 많은 정보를 주고받는다”고 밝혔다.대한빙상경기연맹은 비공식적으로 경기복과 스케이트를 북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다시보기 = 모태범, 한국 빙속 사상 첫 번째 금메달 쾌거}

16일(현지 시간) 늦은 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은메달을 딴 이승훈(22)이 선수촌의 한 방을 노크했다. 전명규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47·사진)의 방을 찾은 이승훈은 “교수님이 여기에 오셔서 저희 동기들이 힘을 얻었나 봐요”라며 웃었다. 이승훈이 말한 동기는 남녀 500m 금메달리스트 모태범과 이상화다. 한국체대 07학번으로 3학년 동기다. 전 부회장은 한국체대 교수. 3명 모두 전 부회장의 제자다. 전 부회장은 한국 쇼트트랙의 대부다. 1987년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을 맡아 세계 정상에 올려놓았다. 2002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자리를 옮겨 이강석(의정부시청) 등을 키워냈다. 사실 이승훈의 은메달도 전 부회장이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쇼트트랙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한 이승훈을 눈여겨보던 전 부회장이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을 권유했다. 지구력이 강한 이승훈이 충분히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고 예상이 적중한 것이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여름에 쇼트트랙 훈련도 병행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쇼트트랙 훈련을 하는 것은 4, 5년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전 부회장은 과감하게 스피드스케이팅의 코너워크 기술을 키워주기 위해 111.12m의 짧은 경기장을 도는 쇼트트랙 훈련을 시켰다. 이 훈련이 지금은 세계적인 추세가 됐다. 모태범과 이상화의 코너워크 기술도 전 부회장이 전수했다. 모태범은 메달을 딴 뒤 “여름에 두 달간 승훈이와 함께 교수님이 알려준 대로 훈련했다. 그렇게 훈련하고 난 뒤 코너워크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전 부회장은 제자들의 잇단 메달 소식에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제자들을 응원하느라 목이 쉰 전 부회장은 “내가 감독도 아닌데 내가 키운 것처럼 생각하면 곤란하다. 난 옆에서 측면 지원만 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출신 전 부회장이 양 종목을 넘나들며 실시한 ‘이종교배’가 없었다면 사상 첫 남녀 빙속 500m 동시 금메달이란 새 역사도 없었다는 게 빙상 관계자들의 평가다. 전 부회장은 최근 피겨스케이팅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피겨 선수들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서 쌓아놓은 인맥을 활용해 ‘피겨 여왕’ 김연아(20·고려대) 등 한국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의 빙상 발전을 위해 선수들을 뒤에서 돕고 싶다”는 그는 이제 빙상의 대부로 통한다. 전 부회장의 끊임없는 퓨전(융합) 시도가 한국 빙상을 세계 최강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전광판 자신의 이름 앞에 ‘1’이라는 숫자가 찍혔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4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에서도 눈물을 흘렸다. 아쉬움의 눈물이었다. 17세의 어린 나이에 올림픽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 채 나갔다. 결과는 5위. 2명만 제치면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분해서 계속 눈물이 흘렀다.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간판 이상화(21·한국체대). 그가 17일 캐나다 밴쿠버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흘린 눈물은 달랐다. 너무 기뻐서 흘리는 눈물이었다. 지금까지 흘린 땀이 눈물이 돼 나오는 것만 같았다. 그는 여자 500m 1, 2차 시기 합계 76초099를 기록해 세계기록 보유자 예니 볼프(독일·76초145)를 0.046초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여성으로선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부 5종목(500m, 1000m, 1500m, 3000m, 5000m)을 통틀어 사상 첫 금메달의 금자탑을 세웠다.○ 다윗이 골리앗을 꺾다이상화는 지난달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 데이에서 “예니 볼프와 같은 조로 경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볼프는 세계기록 보유자로 지난해 각종 대회에서 볼프와 몇 차례 같은 조에 배정됐을 때 모두 졌기 때문이다. 얄궂게도 1차 시기에 볼프와 같은 조에 배정됐다. 다행인 것은 그가 좋아하는 아웃코스인 점뿐이었다. 출발 신호가 울리기 전 이상화는 움찔했고 심판은 그의 부정 출발을 선언했다. 이상화는 “실수였다. 하지만 오히려 볼프의 타이밍이 흐트러져 전화위복이 됐다”고 웃었다. 이상화는 초반 100m를 10초34에 끊었다. 자신의 최고 기록이었다. 기대감도 커졌다. 김관규 대표팀 감독은 경기 전 “출발이 빠른 볼프에게 초반 100m만 크게 뒤지지 않으면 해볼 만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100m까지는 볼프에 0.08초 뒤졌지만 오히려 0.06초 빨리(38초249) 결승선을 통과했다. 1차 시기를 1위로 끝낸 이상화는 2차 시기에 또 볼프와 같은 조에 편성됐다. 이상화는 초반 100m를 10초29로 주파해 1차 시기보다 빨랐고 마침내 꿈에 그리던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이제는 놀랍지 않은 금메달남자 500m에서 모태범(21·한국체대)이 금메달을 딴 뒤 이상화도 여자 500m 정상에 오르면서 한국은 당당히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육상으로 비교하면 100m 남녀 종목을 모두 석권한 것과 같다.유럽 기자들은 한국 기자들을 쫓아다니며 “도대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이 갑자기 세계 정상에 오른 비결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세계선수권 1위 해도 연아 금메달에 묻혔는데…”이승훈(22)이 남자 5000m에서 은메달을 땄을 때만 해도 이변이라고 표현했던 외신들도 이제는 비결을 묻기 시작했다. 한국이 세계 최강으로 올라서자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한국보다 강하다고 생각한 중국과 일본의 표정은 그야말로 침통함 자체다. 중국 대표팀 감독은 중국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책을 받기도 했다. ○ 쇼트트랙과 피겨에 가린 서러움이상화는 사실 금메달 후보로까지 꼽히지는 않았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여자 500m 월드컵 랭킹 3위였기에 메달 색깔이 금색이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힘들었다. 이상화는 경기 뒤 “믿기지 않는다. 내가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모태범과 이승훈 등 동기들이 앞서 메달을 목에 걸자 긴장감도 더 컸다. 이상화는 “지난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 긴장감을 없애려고 평소에 잘 듣지도 않던 클래식을 듣자 태범이가 와서 ‘안하던 행동을 하냐’며 놀렸다”고 웃었다. 이상화는 평소 대표팀 오빠들에게 ‘꿀벅지’라며 놀림을 받는 굵은 허벅지를 가지고 있다. 이는 모두 성실하고 악바리같이 훈련을 한 결과로 김관규 대표팀 감독은 “이상화는 남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면서도 힘들다는 내색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메달 비결에 대해 묻자 “그저 열심히 했다”며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의 인기에 묻혀 그동안 서러웠다. 얼마 전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종합 1위를 했는데도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니 묻혀버리더라. 하지만 이제 그 서러움은 모두 사라졌다”며 미소 지었다.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다시보기 = 이상화, 한국 女빙속 사상 첫 금메달 순간 ▲ 동영상 = 이상화, “오빠들과 함께한 훈련이 도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