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돌아보면 내가 살아낸 세상은 연륜으로도, 머리로도, 사랑으로도, 상식으로도 이해 못할 것 천지였다.”(박완서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에서) 노(老)작가가 보기에 세상은 과연 그러하다. 소설가 박완서 씨(사진)의 새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현대문학)에는 그 이해 못할 세상에 대한 날선 비난이 서려 있다. 2008년 소설집 ‘친절한 복희씨’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짧은 산문 모음 ‘세 가지 소원’과 동화집 ‘나 어릴 적에’를 내는 등 활발한 글쓰기를 계속해 온 그다. 올해 팔순을 맞은 박 씨는 “아직도 글을 쓸 수 있는 기력이 남아 있어서 행복하다”면서 “쓰는 일은 어려울 때마다 엄습하는 자폐의 유혹으로부터 나를 구하고,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속시켜 주었다”고 털어놓는다. 6·25전쟁 60주년에 이르도록 그해의 나이인 스무 살에 영혼의 성장이 멈췄다고 말하는 작가는 산문집에서 1·4후퇴 당시의 추위를 잊을 수 없다고 고백한다. 군부대의 오발로 다리에 총상을 입은 오빠를 손수레에 싣고 가느라 고생하던 차에, 수레바퀴가 빠져버려서 인근의 빈집에 숨은 채 혹독한 추위를 겪어야 했던 것이다. 박 씨는 “이념이라면 넌더리가 난다. 좌도 싫고 우도 싫다. 진보도 보수도 안 믿는다”며 이념 충돌이 낳은 비극의 무자비함을 성토한다. 그래서 천안함 사건에서도 작가는 전쟁의 비극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그 사건에 낀 우리의 입장, 주변국과 강대국의 태도, 북에 대한 의구심과 적개심, 그 정당한 분노조차 자제해야 할 것 같은 그래도 전쟁만은 피해야지 하는 마지막 평화주의.” 작가는 그 평화주의가 “진상(眞相)까지도 피해가고 싶을 만큼 비겁한 것”이라고 덧붙임으로써 전쟁의 공포를 역설적으로 강조한다.6·25때 겪은 전쟁의 공포 ‘천안함’에서 다시 떠올라황금만능주의 길들여진 우리의 얼굴에 소름끼쳐 2008년 숭례문 방화사건을 대하는 심경도 참담하다. “집을 철거당하고 그 보상금이 터무니없이 낮아서 분풀이로 불을 질렀다고 너무도 태연하게 말하는 그의 뻔뻔스러움에는 소름이 끼쳤다. 결국은 돈이었다.”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금전만능주의를, 자신의 일까지 돌이켜 반성하면서, 작가는 맹렬하게 비판한다. “책임져야 할 고위층이 다같이 형식적인 사죄 끝에 입에 올린 약속도 돈,… 돈자루를 틀어쥔 이들의 또 하나의 파렴치, 재건축 아파트를 사고팔아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그게 한 번도 불로소득이란 생각을 안 해본 나의 뻔뻔함. 그러고 더 많이 벌어 흥청망청 쓰는 사람만 보면 이놈의 세상을 송두리째 깽판 치고 싶다는 열화 같은 정의감의 그 못 말리는 뻔뻔스러움.” 작가는 “내가 소름끼쳤던 것은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받들어온 경제 제일주의가 길들인 너와 나의 얼굴, 그 황폐한 인간성에 대해서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산문집에는 그간 읽은 책에 대한 생각과 함께 김수환 추기경, 소설가 박경리 선생 등 세상을 떠난 이들에 대한 추모글도 묶었다.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일제 총독부는 1919년 서울 남산에 조선신사를 짓고 조선인들에게 일왕 숭배를 강요했다. 일왕가를 상징하는 거울 구슬 칼 등 3종의 신기(神器)를 신사에 두고 절을 하게 했다. 동아일보가 1920년 9월 25일자 사설에서 이를 꼬집었다. “경(鏡)으로 혹은 주옥(珠玉)으로, 혹은 검(劍)으로, 기타 하등 모양으로든지 물형(物形)을 작하야 혹처(或處)에 봉치(奉置)하고 신(神)이 자(玆)에 재(在)하며 혹 영(靈)이 자(玆)에 재(在)하다 하야 이에 대하여 숭배하며, 혹 기도함은 우상의 숭배라 할 것이다.” 이 사설은 일제가 우리 민족의 조상 숭배를 미신으로 몰고 단속하는 데 대한 반론으로 일왕가의 상징물을 우상 숭배로 비판한 것이다. 일제 당국은 이 사설이 나간 당일 동아일보에 첫 무기정간 처분을 내렸고, 정간은 이듬해 1월 10일까지 108일간 이어졌다. 1920년 4월 1일 창간한 뒤 반년도 안 돼 당한 무기정간 조치로 동아일보는 타격을 입었다. 재정이 악화돼 인쇄공 상당수가 회사를 떠났고, 어렵게 마련한 지방의 지국망들도 흔들렸다. 정간은 석 달 반 만에 풀렸지만 곧장 신문을 발행할 여건이 못돼 다시 신문을 내기까지 한 달 열흘이 더 걸렸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1921년 2월 21일 속간(續刊)호에서 일제의 탄압에 한 치의 뜻도 굽히지 않겠다고 다시 한 번 천명했다. “우리가 어찌 홀로 탄탄하길 바라며 안이한 걸음을 바랐으리오. 본보의 주지(主旨)에 어찌 일 점 변경이 있을 수 있으리오. 민중의 표현기관으로 민주주의 문화주의를 지지하는 본보의 주지에는 추호의 동요도 없을 것임을 천명하노라.” 속간 이후 동아일보는 1923년 1월 조선물산장려회가 토산품(국산품) 애용 운동인 물산장려운동을 시작하자 이를 상세히 보도했으며, 교육을 통한 민족운동 추진을 위해 1923년 3월 민립대학 설립을 위한 ‘민립대학 기성회’가 창립되자 발기인 전체 명단을 게재해 적극적으로 이를 알렸다. 1924년 10월 4일에는 회사 정관에 ‘주주는 조선인에 한한다’는 조항을 삽입하며 민족 언론의 길을 거듭 다짐했다. 김용직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동아일보는 창간 후 사회 공론의 장이 됐으며 일제에 대한 비판 기능도 충실히 해나갔다. 물산장려운동, 민립대학 설립운동 등을 추진한 것도 문화운동을 넘어선 정치적 항거였다”고 말했다. 일제는 1926년 3월 6일 2차 무기정간을 내려 다시 동아일보 탄압에 들어갔다. 소련의 국제농민본부가 보내온 3·1운동 7주년 기념 메시지를 실었다는 게 이유였다. 송진우 주필과 김철중 편집인 겸 발행인이 각각 보안법과 신문지법 위반으로 기소돼 징역 6개월과 금고 4개월의 판결을 받았다. 1930년 4월 16일엔 미국 ‘네이션’의 빌라즈 주필이 보낸 창간 10주년 기념사 게재건으로 3차 무기정간을 받아 138일간 발행이 금지됐다. 1936년 8월 25일엔 11회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孫基禎) 선수의 시상식 사진에서 일장기를 삭제해 게재했다. ‘일장기 말소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으로 현진건 사회부장 등이 구속됐고 4차 무기정간을 당했다. 9개월여가 지난 1937년 6월 3일에야 속간됐다. 네 차례 무기정간 외에 판매금지와 압수도 빈번했다. 1920년 4월 15일자의 ‘평양에서 만세소요’라는 제목으로 평양에서 일어난 만세시위를 상세히 전했다가 첫 판매금지 및 압수 조치를 받았다. 이후 폐간 때까지 20년 동안 판매금지는 63회, 압수는 489회에 이르렀다. 기사가 삭제된 것은 2434회나 됐다. 일제는 1937년 7월 중일전쟁을 일으킨 뒤 국내 언론에 대한 통제 수위를 한층 높였다. 일제는 1938년 도(道) 경찰부장 회의에서 “전시체제 아래 언론기관의 국가적 책무가 무거운 이유를 설명하고 지도단속에 만전을 기하라”며, 1939년 회의에서는 “성전(聖戰)의 목적 달성에 매진하는 실상을 내외에 선전토록 할 것”이라며 언론 통제의 고삐를 죄었다. 1939년 9월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일제는 본격적으로 조선인의 황민화(皇民化) 정책에 착수했다. 1939년 11월 조선민족 고유의 성명제를 폐지하고 일본식 씨명제를 강압적으로 따르게 하는 ‘창씨개명’도 실시했다. 일제 총독부는 11월 하순부터 동아일보의 자진 폐간을 종용했다. 1940년 6월 초엔 “신문지 파지를 식당에서 구입했다”며 트집을 잡아 ‘(전시) 배급물자 불법처분’의 구실로 경리장부를 압수하고 김동섭 당시 경리부장을 구속했다. 폐간 구실을 찾던 일제는 동아일보가 송진우 고문 명의로 수만 원을 은행에 저금했고, 보성전문에 유휴자금 2만 원을 빌려주고 있는 점을 들어 당시 임정엽 상무와 국태일 영업국장을 구속했다. 예금은 사옥 신축 기금이었고 대여금은 이자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사안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제는 대여금을 문제 삼아 김성수 보성전문 교장을 배임횡령으로 몰아 그해 7월 중순부터 경찰에서 연일 심문했다. 송진우 명의의 예금은 독립운동 자금이었다는 혐의를 만들어 백관수 사장 이하 간부를 대거 구속했다. 종로경찰서 사찰과장실에 수감된 동아일보 중역들은 강제로 폐간계 제출을 강요받았지만 백 사장은 이를 거부했다. 일제는 발행인 겸 편집인 명의를 중병을 앓던 임 상무로 변경하도록 강요한 뒤 임 상무 명의로 폐간계를 내게 만들어 눈엣가시 같았던 동아일보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로써 동아일보는 창간 20년 만인 1940년 8월 10일 강제 폐간됐다. 동아일보는 1940년 8월 11일자에 실은 폐간사에서 “한번 뿌려진 씨앗인지라 오늘 이후에도 싹 밑엔 또 새싹이 트고 꽃 위엔 또 새 꽃이 필 것을 의심치 않는 바이다”라며 굽히지 않는 언론의 정도를 이어갈 의지를 밝혔다. 동아일보는 5년 뒤인 1945년 12월 1일 복간돼 해방 조국에서 이 약속을 지켰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손기정 일장기’ 지워 줄줄이 연행▼사장-주필 사직… ‘신동아’ 폐간 ‘聖戰(성전)의 最高峯征服(최고봉정복) 待望(대망)의 올림픽마라손 世界(세계)의 視聽(시청) 集中裏(집중리) 堂堂(당당) 孫基禎君優勝(손기정군우승), 南君(남군)도 三着堂堂入賞(삼착당당입상)’(1936년 8월 10일자 동아일보 호외) 1936년 8월 9일, 오후 11시(한국 시간) 제11회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이 시작됐다. 이튿날인 10일 새벽 2시간29분19초2의 기록으로 손기정 선수가 1위로 골인했다는 소식이 들어오자 동아일보는 호외로 쾌거를 알렸다. 또 동아일보는 ‘올림픽 세계 제패의 노래’를 공모했고 대회 기록 영화를 입수해 경성부민관(현 서울시의회 본관)에서 9차례 공개 상영하며 민족의 자긍심을 높였다. 보름이 지난 8월 25일자 동아일보 석간 2면에는 월계관을 쓰고 수상대에 오른 손 선수의 사진이 실렸다. 일본 주간지 ‘아사히 스포츠’에 실린 사진을 복사해 실은 것이지만 손 선수의 가슴 부위에 있던 일장기는 지워져 있었다. 당시 체육부 이길용 기자와 이상범 화백이 주도한 일장기 말소였다. 26일 부임한 미나미 지로 조선총독은 이를 보고 29일자로 동아일보 무기정간 처분을 내렸다. 이 기자와 이 화백을 비롯해 현진건 사회부장과 신낙균 사진과장, 백운선 서영호 기자, 편집자 장용서 임병철 기자가 연행됐다. 같은 사진을 월간지 신동아에 게재한 최승만 잡지부장과 잡지 사진부의 송덕수도 연행됐다. 이 중 이길용 이상범 백운선 서영호 신낙균 장용서 현진건 최승만 등 8명은 40일간 구속됐고 이길용 현진건 최승만 신낙균 서영호 5명은 일제 강압에 의해 ‘언론기관에는 일절 참여하지 못 한다’는 서약서에 서명하고 동아일보를 떠나야 했다. 그해 말까지 동아일보사 송진우 사장과 장덕수 부사장, 김준연 주필, 설의식 편집국장도 신문사를 떠났고 인촌 김성수는 소유 주식을 모두 내놓아야 했다. 신동아와 신가정 등 동아일보에서 내던 두 잡지는 강제 폐간됐다. 광복 이후 1945년 12월 1일자로 동아일보가 중간(重刊)되면서 일장기 말소사건으로 강제퇴직했던 사람 중 희망자는 모두 복직했다. 이길용 기자는 사업부장으로, 백운선 사진반원은 사진부장으로 복직해 활동하다 6·25전쟁 때 납북됐고 설의식 편집국장은 주간 및 편집인으로, 장덕수 김준연은 1947년 2월 이사로 복직했다.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총독은 뱀의 혀로 조선인을 기만치 말라”▼■ 東亞에 실렸던 항일 표현들 “재등 총독이여, 당국 제공(諸公)이여, 그 태도와 정책을 명백히 하고 가식과 허위로 무차별이니 일시동인(一視同仁)이니 선정덕정(善政德政)이니 하는 사(蛇)의 설(舌)을 농(弄)하야 조선인을 기만치 말지어다.” 1920년 7월 22일 동아일보 1면 사설 일부다. 나흘 전 일본 경찰이 경성(서울) 단성사에서 열린 일본동경유학생 학우회 주최 순회강연을 중단시키고 해산시킨 것을 비판한 사설이다. 당시 조선 총독 사이토 마코토(齋藤實)의 실명을 거론하며 ‘뱀의 혀를 놀리지 말라’고 썼다. 일제강점기 때 사설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노골적인 항일표현이다. 창간 직후인 1920년 4월 9일 1면 기명 논설에선 이 같은 강력한 항일논조의 씨앗이 보인다. 추송(秋松)이란 필명으로 발표된 이 논설은 “조선인의 독립사상과 애국정신은 조선인의 혈액과 뇌수(腦髓)에 의하야 발생하는 자(者)”라며 “여하(如何)히 선각자와 유식자를 억압 취체(取締)할지라도 조선혼(朝鮮魂)과 독립사상은 추호도 타격을 수(受)할 바이 무(無)하리로다”라고 천명했다. 1922년 2월 7일 ‘전제정치를 타파하라’는 1면 사설도 이에 못잖다. “조선인이 실로 행복을 기망(企望)하고 발달을 요구할진대…그 전제제도를 타파함이 가(可)하도다”라고 일제 통치를 정면 비판했다. 1922년 9월 16일 2면 ‘횡설수설(橫說竪說)’난은 일본에서 발간된 잡지의 논문을 인용해 “일선(日鮮)융화는 역사상으로 보아 도저히 불가능한 바”라며 “민족자결주의는 세계의 대세가 되야 애란(愛蘭·아일랜드)이 자유국이 되고 애급(埃及·이집트)이 보호령의 기반(羈絆·굴레)을 탈(脫)한 금일에 조선을 독립케 함은 당연한 일일 뿐 아니라 일본의 장래를 위하야 이익”이라고 과감히 조선의 독립을 주장했다. 서슬 퍼런 일경을 향해 “저능하다”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1926년 7월 21일 1면 사설은 세계평화와 인류의 자유 증진을 내세운 아세아민족회의의 일본 나가사키 개최를 허용하면서 정작 조선인의 관련 집회를 금지한 일본 당국을 비판했다. 사설은 “경찰 행정이 저능이요 몰상식”이라며 “그 추잡한 권력자 등의 궤책(詭策·간사한 책략)에 붓을 더하고저 아니 한다”고 질타했다. 일제의 빈번한 집회금지를 비판한 1927년 10월 25일 1면 사설은 세간의 말을 간접 인용하는 방식으로 일제의 실정을 우회 비판했다. “조선 사람은 하등의 자유가 업다. 그뿐 아니라 대부분의 조선 사람들은 먹을 것 업시 방황하는 중이다. 이와 가튼 현상에 잇서서는 차라리 감옥 생활하는 것이 나흘 것이다.”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몸은 하나인데 얼굴은 4개?” 그리스 신화 속 괴물이 아니라 최근 국내 뮤지컬의 캐스팅 경향을 빗댄 말이다. 국내 뮤지컬에서 한 배역에 여러 배우를 투입하는 ‘캐스팅 마케팅’이 효과를 보자 대형 뮤지컬을 중심으로 배우가 4명(4팀)까지 중복 투입되는 쿼드러플 캐스팅이 속속 선보였고 최근에는 소극장 무대로까지 확산됐다. 전문가들은 “작품보다는 배우에 의존하는 스타 마케팅의 전형”이라고 우려했다.》○ 4명이 돌아가며 주연 맡아 14일 서울 대학로 예술마당 4관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달콤한 인생’은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배신을 그린 미스터리 멜로물. 주인공 준수 역에는 최성원 정민 김진우 강청광이 캐스팅됐다. 전체 출연 배우가 4명뿐인 소규모 공연이지만 주연에만 배우 4명이 뽑힌 것이다. 이번에 캐스팅된 배우들은 경력 10년(최성원)에서부터 무대 경험이 없는 배우(강청광)까지 다양하다. 게다가 강청광은 연습이 부족해 언제 무대에 설지조차 확정돼 있지 않다. 한 누리꾼(아이디 xellosoo)은 정민에 대해서도 “복합적인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정민 씨의 준수 역 (연기가)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5월 14일 서울 신촌 더스테이지에서 공연을 시작한 남성 2인극 뮤지컬 ‘쓰릴 미’는 2007년 국내 초연 당시에는 두 배우가 한 팀을 이룬 원 캐스팅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2명씩 짝을 이룬 총 4팀(8명)이 돌아가며 무대에 선다. 팀이 ‘짐승 페어’(최지호 최수형) ‘아이돌 페어’(김하늘 지창욱) 등으로 불릴 정도로 작품 자체보다는 배우들의 조합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달 말에는 가수 출신 이지훈과 오종혁이 짝을 이뤄 출연한다. 주연 배우가 많아지자 집중력을 갖고 극에 몰입하기도, 다른 배우와 조화를 이루기도 힘들다. ‘쓰릴 미’는 한 페어가 2, 3일씩 연달아 공연하기 때문에 보통 한 번 무대에 오른 뒤 일주일 넘게 휴식을 갖는다. ‘달콤한 인생’의 주연 배우들은 사흘에 한 번꼴로 무대에 오른다. ‘달콤한 인생’과 ‘쓰릴 미’는 소극장 뮤지컬로, ‘햄릿’(2008년) ‘헤드윅’(2009년), ‘모차르트’(2010년) 등 중대형 뮤지컬이 선보였던 쿼드러플 캐스팅이 뮤지컬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뮤지컬 본고장인 뉴욕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는 쿼드러플은커녕 더블, 트리플 캐스팅도 찾아보기 어렵다. 보통 주연에는 한 배우가 캐스팅돼 장기 공연을 이끌고 ‘커버’나 ‘언더 스터디’(제2, 제3의 예비 배우)가 대기한다.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한 배우가 주연을 맡으면 그만큼 작품에 충실할 수 있고 결국 작품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몇 년 새 국내에서는 커버나 언더 스터디란 말 자체가 사라졌다. 연출가가 4명의 주연과 함께 일해야 하는 쿼드러플이란 말 자체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 쿼드러플의 속셈은 마케팅 효과 쿼드러플의 마케팅 효과는 크다. ‘쓰릴 미’는 개막 이후 두 달여 동안 2회 이상 관람한 관객이 1000명을 넘겼고 10회 이상 ‘몰아 본’ 관객도 100명을 웃돌았다. 공연 초반인 ‘달콤한 인생’도 재관람하는 관객이 늘고 있다. 제작사인 다온커뮤니케이션즈의 박현미 대표는 “6개월 장기공연인 탓에 4명을 캐스팅했다”면서도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쿼드러플 캐스팅의 확산은 결국 작품이 아닌 배우 중심으로 국내 뮤지컬시장을 재편해 작품의 질적 하락을 불러올 것”이라며 우려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서울 변두리의 달동네.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20만 원의 단칸방에 사는 임시직 서점 직원인 미혼녀. 주인집 할머니는 거동 못하는 장애인 딸을 보살피고, 옆방 사는 아주머니는 동대문시장에서 옷을 팔고, 옆집에는 몇 달째 체불된 월급에 가슴 아파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산다. 하늘 아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사는 이들은 오늘도 찌든 빨래를 하얗게 빨며 고단한 일상을 이렇게 노래한다.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시간이 흘러 흘러 빨래가 마르는 것처럼/슬픈 니 눈물도 마를 거야.”》 달동네 사람들의 팍팍한 서울살이를 눈물로, 때론 웃음으로 담아낸 뮤지컬 ‘빨래’. 2005년 서울 장충동 국립극단에서 처음 막을 올린 뒤 현재 서울 대학로 학전그린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이 작품이 25일 1000회를 맞는다. 이 작품은 장기 공연임에도 평균 객석 점유율 90%를 기록하고 있다. 이달 중 관객 2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며 지난해 20억 원 매출에 이어, 올해 25억 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화려한 볼거리도, 유명 연예인도 없는 이 작은 뮤지컬의 힘은 무엇일까. “글쎄요. ‘내 이야기다. 공연 안에 내 모습이 있다’고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게 ‘빨래’의 힘 아닐까요.” 극본과 연출을 맡은 추민주 씨(35)는 이렇게 말했다. 뮤지컬에 나오는 무대는 ‘구질구질’하다. 잡화와 함께 봉지쌀을 파는 슈퍼, 삼겹살과 소주를 파는 선술집, 전봇대에는 빛바래고 찢겨진 전단들이 붙어 있다. 오물세 5000원을 두고 주민들이 다투고, 출퇴근길 달동네 가파른 산비탈을 오르는 마을버스는 늘 만원이다. 적어도 한 번은 살아봤고, 그도 아니면 한 번은 TV에서 봤을 법한 달동네는 잊었던 과거를, 소외된 우리 이웃을 돌아보게 만든다. 추 씨 또한 그랬다. “대구에서 대학(영남대 국문과)을 졸업한 뒤 1999년 서울에 올라와 달동네에서 살았어요. 그때 경험했고 만났던 이웃들이 작품에 고스란히 들어가 있죠.” 서점에서 일하고, 달동네에서 살며 옥상에서 빨래를 툴툴 너는 주인공 나영은 다름 아닌 그의 모습이다. “제가 살던 석관동 옥탑방은 그 동네가 다 보이는 높은 곳이었어요. 깨끗이 빨래를 한 뒤 내려다보는 동네 풍경, 그 많은 집의 옥상에 널린 빨래들이 인상 깊었지요.” 그는 그곳에서 필리핀 노동자와 이웃사촌이 됐고, 2003년 명동성당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강제추방반대 시위를 하는 것을 보고 이들의 얘기를 묶은 ‘빨래’를 썼다. “사실 상업 뮤지컬 시장에 대해 제대로 알았다면 ‘빨래’라는 작품을 쓰지 못했을 거예요.(웃음) 일부 관객은 불편해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1000회 공연이 가능했던 것은 그런 초심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는 관객들의 공감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몽골 출신 이주노동자 40여 명을 초청한 무대가 있어서 특별히 몽골 노래를 삽입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따라 부르시고 너무 좋아해서 기뻤죠.” 이 작품은 매주 이주노동자들을 공연에 초대하고 있고 2011년 말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추 씨는 “작품을 보시고 동시대 사람들의 애환과 희망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했던 것에 만족하지 않고 새롭게, 더 새롭게 극을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난 빨래를 하면서/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 내고/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추 씨와 작품 스스로가 하는 다짐 같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몇 년 전 뮤지컬 ‘페임’을 보고 엉엉 울었어요.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을 느꼈고 제가 지금까지 (TV와 영화에서) 연기한 게 뭔가 싶었죠. 언젠가 꼭 무대에 서겠다고 다짐했죠.” 배우 문근영 씨(23·사진)는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미디어홀에서 열린 연극 ‘클로저’의 제작발표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1999년 영화 ‘길 위에서’로 데뷔한 이후 처음 연극무대에 선다. 2004년 개봉한 동명 영화로 널리 알려진 연극 ‘클로저’는 1997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이번이 아홉 번째 공연. 런던을 배경으로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이 작품에서 문 씨는 스트립댄서이자 오만하고 열정적인 앨리스 역을 맡는다. “배역에 큰 부담감은 없어요. 저는 스트립댄서가 아닌 앨리스란 배역에 관심이 있거든요. 하지만 ‘문근영, 스트립걸로 변신’ 등의 기사를 보면 조금 속상하기는 하죠.” 문 씨가 3∼6월 KBS2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서 까칠한 캐릭터였던 송은조 역을 연기한 데 이어 이번 연극으로 기존의 ‘국민 여동생’ 이미지를 벗으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4만5000∼6만 원. 8월 6일∼10월 10일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544-1555황인찬 기자 hic@donga.com▶dongA.com에 동영상▲연극 ‘클로저’ 제작발표회}

당신의 30년 친구. 가족 같은 그가 갑자기 죽어 당신이 추모사를 써야 한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두 남자의 우정과 인생에 관한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연출 신춘수)는 누구나 한 명쯤은 있는 ‘베프(베스트 프렌드)’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미국의 한 시골에서 일곱 살 때 처음 만난 토마스(류정한, 신성록)와 엘빈(이석준, 이창용)은 유년 시절을 함께 보냈다. 토마스는 도시로 떠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고, 고향에 남은 엘빈은 작은 책방을 운영한다. 토마스는 엘빈을 점차 귀찮게 생각해 멀어지지만 엘빈의 죽음 뒤에 그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줄거리다. 2009년 3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극본 브라이언 힐)됐다. 다소 평범한 얘기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전개를 통해 생동감을 얻는다. 엘빈의 추도사를 쓰던 토마스가 엘빈과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장례식장(현재)과 회상장면(과거)이 숨 가쁘게 오간다. 두 남자가 무대에 흩뿌리는 종잇장은 켜켜이 쌓이는 세월의 흔적 같고, 서정적인 멜로디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종잇장을 뭉쳐 천진난만하게 눈싸움을 하거나, 하얀 눈가루가 흩날리는 장면도 아름답다. 국내 초연인 만큼 익숙지 않은 부분도 있다. 엘빈이 툭하면 내뱉는 ‘천사 클레란스’ ‘조지 베일리’란 말은 미국 프랭크 캐프라 감독의 1946년 흑백 영화 ‘이츠 어 원더풀 라이프’에 나오는 캐릭터로, 이 영화를 보지 않고서는 자살한 엘빈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별다른 갈등 요소가 없는 고만고만한 유년 시절 추억담이 1시간 넘게 이어지는 것도 지루했다. 두 배우가 100분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연기를 펼치는 탓에 후반에는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발성이 고르지 못한 부분도 보였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i: 4만∼6만 원. 9월 19일까지 서울 동숭아트센터 동숭홀.1588-5212}

◇한국 미디어 산업의 변화와 과제/전범수 외 지음/254쪽·2만1000원/커뮤니케이션북스애플의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시작된 앱스토어 다운로드 시장은 올해 세계적으로 7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에 비해 60% 증가한 것으로 2013년까지 매년 55∼74%의 성장이 예상된다. 저자는 다른 회사의 앱스토어를 내려받을 수 없는 애플보다는 개방형인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 시장의 전망이 더 밝다고 지적한다. 교수와 연구원인 저자 11명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미디어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방송, 통신, 소비자 등으로 나눠 진단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는 14일 원로배우 장민호(86) 백성희 씨(85)에게 은관문화훈장을 수여했다. 두 원로배우는 국립극단에서 60년간 활동하며 다양한 연기와 국립극단 단장 등으로 연극계 발전에 헌신해 왔다. 30년 이상 근속한 배우 최상설 김재건 서희승 문영수 씨는 문화포장을, 28년 이상 근속한 권복순 김종구 이혜경 씨는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4월 국립극단이 재단 법인화를 앞두고 해체되면서 극단을 떠난 나머지 단원 15명은 장관표창을 받았다.}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사진). ‘2개의 심장을 가진 듯 그라운드를 누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지만 사생활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축구 얘기 외에는 잘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지성이 생각하는 선수 생활과 결혼 계획, 은퇴 그리고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박지성이 오랜만에 취재진 앞에서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았다. ■ 고용 좋아진다는데 청년취업자는 왜 줄까지난달 취업자는 1년 전보다 약 30만 명 늘었다. 경기회복의 훈풍을 타고 통계상으로는 고용사정이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창 일을 해야 할 청년취업자는 오히려 줄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과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 佛하원, 부르카 금지법안 압도적 찬성 통과얼굴 전체를 가리는 부르카와 니캅 등 이슬람 전통 베일의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13일 압도적인 지지로 프랑스 하원을 통과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는 여론의 광범위한 지지를 바탕으로 상원 통과도 장담하지만 위헌 여부를 심사하는 헌법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먼저 통과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 여름방학 아이와 볼 만한 공연들 파워레인저와 도라에몽부터 아인슈타인과 에디슨까지. 여름방학을 맞아 다양한 캐릭터들이 어린이 공연 무대에 오른다. 와이어 액션에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화면과 로봇까지 가미해 한층 화려해진 무대를 선보인다. 아이들과 함께 볼 만한 공연 소개와 티켓 할인 정보를 모았다. ■ 미국發어닝 서프라이즈… 증시 훈풍‘울타리에 갇혀 있던 황소’가 기업 실적 호전을 등에 업고 탈출할 수 있을까. 국내외 기업들이 2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한 데 힘입어 코스피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남유럽 재정위기 같은 글로벌 악재가 수그러들면서 강세장이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데….}

‘아비 찾아 뱅뱅 돌아’지름 2m짜리 접시돌리기 등전통놀이-기예 볼거리 풍성‘황제, 희문을 듣다’박춘재 선생 ‘재담소리’ 풀어내조선 말 궁중 연희 현대적 해석젊은 국악인들이 잊혀져 가는 전통 연희를 극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린다. 광대놀음극 ‘아비 찾아 뱅뱅 돌아’는 전통놀이인 버나놀이(대접돌리기)를, ‘황제, 희문을 듣다’는 재담(才談)을 중심으로 한 조선 말∼대한제국기 궁중 연희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버나놀이를 비롯한 국내외 기예를 한자리에 광대놀음극 ‘아비 찾아 뱅뱅 돌아’의 공연 포스터에서 배우 6명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전라의 모습으로 뛰어오르며 웃고 있다. 인천 강화군 동검도에서 촬영한 사진작가 사타의 이 사진은 유쾌하고 실험적인 극의 성격을 드러낸다. 연희집단 ‘더 광대’가 만든 이 작품은 5월 의정부 음악극축제에 초대됐고, 이달 말 밀양국제연극제에도 초청됐다. 전통 연희판에서 부수적인 곡예로 취급돼 오던 ‘버나’를 극의 정면에 내세웠다. 납작한 대접 모양의 ‘버나’를 꼬챙이나 곰방대로 돌리는 버나놀이는 풍물(농악), 살판(텀블링), 어름(줄타기), 덧뵈기(탈놀음), 덜미(꼭두각시놀음) 등과 함께 남사당놀이의 여섯 종목을 이룬다. 공연에선 지름 2m의 대형 버나도 등장한다. 서커스에서나 나올 법한 저글링, 제자리에서 회전을 하는 이집트의 전통 춤 ‘수피댄스’ 등도 선보인다. 김서진 연출가는 “배우들 가운데 고성오광대 이수자들이 많은데, 특히 버나놀이를 좋아해서 이를 중심으로 창작극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방석이나 책상을 돌리는 연습도 했는데 극에서는 저글링과 수피댄스 정도만 추가했죠.”(웃음) 극이 택한 신화적 이야기 구조는 각종 연희를 한 줄거리로 녹여낸다. 신통력을 타고난 주인공 ‘붉은점’이 어머니를 잃은 뒤 홀로 짐승처럼 자라다가 세 명의 아버지를 찾아가면서 점차 인간의 모습을 띠고 사랑까지 찾는다는 내용이다. 2만∼3만 원, 22∼25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1544-1555○ ‘대한제국기 코미디’ 재담소리 재현 연산군에게 공길이 있었다면 고종황제에게는 박춘재(1881∼1948)가 있었다. 경기소리 공연 ‘황제, 희문을 듣다’는 고종의 총애를 얻어 17세의 나이에 궁중 연희를 관리하는 가무별감 자리에 올랐던 박춘재의 ‘재담소리’를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재담소리란 재담과 소리를 섞어가며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말한다. 총감독과 배우를 겸한 이희문 씨는 “박춘재 선생님의 재담소리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탄생 배경과 확산 과정을 살펴보려 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경기민요의 노랫가락이 궁중으로 들어가면서 원래 가사였던 무당 관련 내용이 빠지고, 양반이 쓰는 평시조로 대체되는 과정 등도 극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재담소리 외에도 다양한 시도가 등장한다. ‘사랑-이별가’ 장면에선 소리꾼 박애리 씨가 시해를 당한 명성황후를 위로하는 판소리를 선보이고, 이 씨는 무당으로 변해 넋을 위로한다. ‘개 넋두리 & 각색 처녀장사치 흉내’ 장면에서는 보신탕에 대해 넋두리를 하는 개의 모습과 처녀 장사치들이 물건 파는 모습을 통해 현대를 풍자한다. 공연은 총 9개 장면으로 나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한다. 현경채 국악평론가는 “박춘재 선생의 재담은 장소팔, 고춘자의 만담으로 이어졌고 지금의 코미디로 계승됐다. ‘황제, 희문을 듣다’는 이젠 낯설어진 재담을 다시 끌어낸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2만5000∼3만 원, 17∼18일 서울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02-580-1300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이번 주말 초등학교가 여름 방학에 들어가면서 어린이를 위한 공연들이 대거 무대에 오른다. 화려한 특수 효과가 돋보이는 대형 공연부터 공연과 전시를 함께 볼 수 있는 ‘양수겸장’ 공연까지 다양하다.○ 취학 전 아동, 만화 캐릭터 눈길 취학 전 아동들을 위한 공연은 일반적으로 4세 이상 관람이 가능하다. 취학 전 아동들에게는 만화 캐릭터들이 나오는 공연이 단연 인기다. 같은 제목의 창작 동화가 원작인 뮤지컬 ‘구름빵’은 지난해 6월 초연 이후 1년 만에 10만 관객을 모았다. 구름빵을 먹고 하늘을 나는 고양이들이 아버지의 아침을 배달한다는 내용의 따뜻한 가족 뮤지컬이다. 2005년 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파워레인저’는 올해부터 대형 LED(가로 12m, 세로 6m)로 애니메이션을 상영하고 5m 높이의 대형 로봇들이 펼치는 결투 장면을 추가해 볼거리를 강화했다. 뮤지컬 ‘내 친구 도라에몽’은 고양이형 로봇 도라에몽이 위기에 빠진 별빛바다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는 내용. 다양한 바닷속 풍경이 시선을 끈다.○ 초등학생, 공연-전시 함께 초등학생 대상 공연으로는 재미와 교육적인 효과를 함께 기대할 수 있는 ‘에듀테인먼트’형 공연이 풍성하다. ‘아인슈타인 와이’는 아인슈타인 박사가 타임머신을 발명해 2010년 세계에 도착한 뒤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렸다. 공연과 더불어 국립과천과학관도 무료 관람할 수 있다. ‘에디슨과 유령탐지기’는 아역 배우 왕석현이 에디슨과 함께 유령탐지기를 만든다는 내용. 에디슨이 직접 사용한 책상 등 관련 전시품 60여 점도 함께 볼 수 있다. ‘그리스 로마신화-메두사를 찾아라’는 한 소녀가 제우스의 명을 받고 황금사과를 찾아 떠난다는 줄거리. 신화 속 12신과 미다스왕의 황금 궁전, 아프로디테의 정원 등을 재현해 아이들이 입체적으로 신화를 접할 수 있게 했다. ‘무지개 물고기’는 물고기들이 바닷속 공연을 펼친다는 내용을 담았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동요 20여 곡을 함께 부르는 콘서트 뮤지컬 형식이다. 해마다 어린이극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어온 극단 학전은 올해 ‘무적의 삼총사’를 통해 초등학생들의 성장기를 따스한 시선으로 그렸다. 어린이 공연의 티켓 가격은 대개 4만 원 내외로 성인극과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제휴 카드를 통해 보통 10∼20% 할인 받을 수 있고, 평일이나 가족 할인 등 다양한 할인 제도가 있어 미리 관련 정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연출 데이비드 스완)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재구성한 코미디 뮤지컬이다. 1948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고 2001년 국내에 처음 들어와 당시 객석 점유율 90%의 히트를 기록했다. 9일 개막 공연에서 접한 ‘키스 미 케이트’는 9년 만에 다시 서울 무대에 오른 작품이지만 여전히 웃기고 흥미진진했다. 뮤지컬은 극중극의 형식을 띤다. 연극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공연하는 무대와 무대 뒤 풍경이 주 배경이다. 최정원(릴리 바네시)과 남경주(프레드 그레함)는 무대 밖에서는 이혼한 부부지만 ‘말괄량이 길들이기’에는 연인으로 출연하며 옥신각신 사랑 다툼의 코미디를 보여준다. 이런 이중의 구조가 “무대 속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공연일지라도 ‘키스 미 케이트’는 현실의 세계가 아닐까”라는 착각을 불러온다. 중반 이후에는 두 공연이 뒤죽박죽 섞이며 관객들을 한층 몰입하게 만든다. 9년 전 공연과 비교해 대사 및 음악에 큰 변화는 없다. 초연에서 ‘로아레인’을 맡았던 최정원이 ‘릴리’로 변신했고, 가수 아이비(본명 박은혜)가 ‘로아레인’을 새로 맡은 것이 큰 변화다. 최정원은 ‘말괄량이 길들이기’ 속에서 괴팍한 성격의 노처녀로, 무대 밖에서는 고상한 톱 여배우 역을 맡으며 농익은 연기를 한껏 펼쳤다. “남자 싫어”를 외치며 홀로 무대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그의 모습은 단연 압권이다. 남경주 또한 최정원 못지않은 폭발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두 명의 조폭이 펼치는 ‘깜찍한’ 감초 연기가 더해져 2시간 20분의 공연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흥미롭다. 첫 뮤지컬 무대에 선 아이비의 로아레인 역은 나이트클럽 댄서 출신의 배우로 여러 남자를 유혹하는 ‘요부’ 역할이다. 섹시 가수로 활동한 그였던 만큼 노래, 연기, 춤에서 무난한 모습을 보였지만 노래의 저음 부분에서 종종 가사 전달이 불분명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i: 4만∼12만 원. 8월 14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544-1555}

대한민국예술원(회장 권순형)은 제55회 대한민국예술원상 수상자로 미술 부문에 서양화가 장두건, 음악 부문에 성악가 이규도, 연극영화무용 부문에 한국무용가 정재만 씨를 선정했다고 7일 밝혔다. 수상자들은 상장과 메달, 상금 5000만 원을 받으며 시상식은 9월 6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예술원에서 열린다. 예술원은 이날 정기총회를 열어 서양화가 김흥수, 작곡가 강석희, 바이올리니스트 김민 씨를 신규 회원으로 선출했다.}

지난달 27일 막을 올린 뮤지컬 ‘코러스 라인’(연출 바욕 리)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올린 무대로는 국내 첫 공연이다. 미국 브로드웨이 신작 오디션에 참가한 댄서 17명의 도전기를 그린 이 작품은 1975년 초연 이후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고전이 됐다. 그러나 그 명성에 비해 3일 공연한 이 작품은 단조롭고 지루했다. 특별한 극적 갈등이나 감정의 고조없이 20여 명의 오디션 지원자가 한 명씩 나와 힘겨웠던 성장 배경과 미래의 꿈을 털어놓는다는 게 극의 얼개였다. 가끔 2, 3명이 춤과 노래로 흐름에 변화를 주지만 큰 줄기의 변화는 없다. 17편의 ‘인간극장’ 하이라이트를 연달아 보는 느낌이었고, 배우들이 각자 엇비슷한 하소연을 하는 탓에 나중에는 누가 누구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2시간 10분 동안의 공연 가운데 70%가량을 배우들의 독백이 차지했다. 이들의 고민에 공감이 간다면 단조로운 느낌은 덜했을 것이다. 그러나 “로켓 댄서가 되고 싶다” “‘앤 밀러(1940년대 활약한 미국 배우)’같이 되고 싶다”는 배우들의 꿈은 그 의미를 모르는 한국 관객에게 쉽게 와 닿지 않았다. 원작의 배경인 1970년대 중반 브로드웨이 댄서들의 꿈을 한국 상황에 맞게 손질하지 않은 탓이다. 게이임을 밝힌 ‘폴’이 눈물의 독백을 펼친 뒤 다리 부상을 입었다며 다시 등장하지 않거나, 한때 연인이었던 ‘잭’과 ‘캐시’가 재회한 뒤 별다른 결론을 맺지 않고 극이 끝나는 점도 의아했다. 배경인 대형 거울 외에 별다른 무대 장치가 없기에 배우들의 노래와 댄스, 연기의 비중이 컸다. 하지만 연출가가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이 세 가지를 다 잘하는 배우를 무대에서 찾기는 어려웠다. 배역의 비중은 비슷했으나 배우의 기량에는 편차가 컸다. 뮤지컬은 배우들이 황금색 옷을 입고 나와 대표곡 ‘원(one)’에 맞춰 화려한 군무를 펼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하이라이트인 이 부분은 4분가량 이어졌고, 관객들의 호응도 컸다. 하지만 2시간 넘게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 피날레로서는 짧았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i: 6만∼10만 원, 8월 22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아티움. 02-722-8884}
미국 ‘리틀 미스 뮤직 엘엘시’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아카데미’가 5일 막을 내린 제4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P)에서 최고상인 딤프 대상과 남우조연상 등 2관왕에 올랐다. 창작뮤지컬상은 심포니나인의 ‘풀하우스’, 스컹크웍스의 ‘헨젤과 그레텔’이 공동 수상했다. 남우주연상은 ‘이순신’의 민영기 씨와 영국 뮤지컬 ‘바버숍페라Ⅱ’의 롭 카스텔 씨가 함께 받았고 여우주연상은 ‘바버숍페라Ⅱ’의 라라 스탑스 씨에게 돌아갔다. 남우조연상은 ‘아카데미’의 코레이 보드먼 씨가 받았으며 여우조연상은 ‘풀하우스’의 안유진 씨와 호주 뮤지컬 ‘사파이어’의 캐세이 도너번 씨가 공동 수상했다. 올해의 뮤지컬상은 극단 신시컴퍼니의 ‘시카고’가, 올해의 스타상은 손호영 정성화 안재욱 옥주현 최정원 홍지민 씨 등 6명이 받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최근 표절을 인정했던 가수 이효리(31)가 보름여 만에 TV에 복귀했다. 이효리는 4일 오전 SBS의 예능 프로 ‘하하몽쇼’에 출연해 “(산에서 급한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땅을 파서 묻고 양말로 해결했다”거나 “(나는) 평소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양푼 비빔밥을 먹는 진상”이라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평소에도 털털한 이미지로 팬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표절을 인정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TV에 나온 이효리를 팬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그가 4월에 내놓은 솔로 4집 ‘에이치 로직’의 수록곡 중 6곡이 발매 직후 표절 의혹을 샀다. 결국 두 달여 만에 표절을 인정하고 해당 곡의 온라인 음원 서비스를 중단했다. 소속사인 엠넷미디어는 1일 그 노래들을 만든 작곡가 바누스(본명 이재영)를 검찰에 사기 및 업무 방해로 고소했다. 이효리와 소속사는 “표절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으나 이효리는 이 음반의 공동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프로듀서는 음반의 기획 제작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몰랐다”는 말은 해명이 되기 어렵다. 이효리는 사태가 확산되자 자숙 기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팬 카페 ‘효리투게더’에 “여러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섣불리 활동할 수 없고 이런 문제들은 해결하는 데 좀 긴 시간이 필요하다. 후속곡 활동은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사과와 함께 활동 중단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 글을 올린 다음 날 SBS의 간판예능프로 ‘런닝맨’의 첫회 녹화에 참여했고, 해당 녹화분은 11일 방송을 탄다. 게다가 4일 출연한 ‘하하몽쇼’에서는 ‘효리의 늪’이라는 신곡을 뮤직비디오와 함께 선보이기도 했다. 당분간 활동을 할 수 없겠다고 한 팬들과의 약속을 졸지에 빈말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 ‘하하몽쇼’의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그의 복귀를 반기는 글도 있지만 “표절가수 이효리, 당신에게는 자숙의 시간이란 없는 것인가”(sp9475), “무개념 이효리, 이 프로 저 프로 마구마구 나오네요”(mbc9967)라며 ‘이른 복귀’를 꼬집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4일 올라온 400여 개 댓글 중 절반가량은 이효리를 비판하는 글이었다. 이효리는 1998년 그룹 ‘핑클’로 데뷔한 뒤 2003년 솔로로 나서 한국의 간판급 여가수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표절로 밝혀진 음반의 공동 프로듀서로 나선 것도 음악을 만드는 재능을 겸비했다는 점을 내세우려는 취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표절 파문이 가시기도 전에 TV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우스갯소리로 기이한 경험을 털어놓는 것은 또 다른 ‘표절불감증’이다.황인찬 문화부 hic@donga.com}

◇내 뒷마당의 제국/매니 하워드 지음·남명성 옮김/352쪽·1만3000원·시작도심 한복판에 살면서 내가 직접 기른 채소와 가축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요리 전문 기자이자 평론가였던 저자는 잡지사의 청탁을 받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자신의 집 뒷마당(66m²)을 농장으로 바꾸고 자급자족에 도전했다. 6개월간 ‘도심 농장’을 운영해 한 달 먹을거리를 만들겠다는 게 목표였다. 저자는 배수 시설을 만들기 위해 2.4m 깊이의 구덩이를 팠고, 동부 롱아일랜드의 기름진 흙 5t을 깔아 밭을 만들었다. 토마토 가지 양배추 옥수수 호박 감자 등을 심고 토끼와 닭, 오리도 키웠다. 하지만 도전은 쉽지 않았다. 밭이 주위 건물에 가린 탓에 일조량이 부족해 채소가 잘 자라지 못했다. 토끼가 병으로 죽거나 닭은 자신이 낳은 계란을 쪼아 먹기도 했다. 게다가 수확을 앞두고 토네이도가 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집 앞 편의점에만 가도 먹을거리가 가득한 시대에 감자 한 개, 계란 한 알을 얻기 위해 벌이는 저자의 노력은 음식의 가치를 새삼 일깨우게 만든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KBS의 ‘제2노조’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엄경철)가 1일 0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30일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조합원 900여 명)는 기존 KBS노조(조합원 3300여 명)와는 별개로 지난해 12월 16일 창립했으며 전체 기자의 절반, 제작 PD의 80%가량이 가입돼 있다. 기존 노조는 언론노조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30일 파업 공고문을 통해 “2010년 임금 및 단체협상 결렬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에 따라 7월 1일부터 합법적으로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 ‘방송 쟁점’ 하반기 전망하반기 KBS 수신료 현실화와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도입 등 방송 현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지만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뜨거운 정치적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KBS 이사회는 지난달 23일 수신료 현실화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했고, 국회는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독점적 방송광고판매 체제를 대체할 법안 마련에 나선다.○ 수신료 현실화 어떻게 되나? 30년째 2500원에 머무르고 있는 KBS 수신료 현실화 안건이 이사회에 상정됐지만 갈 길은 멀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KBS의 공정성 확보가 우선이고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며 반발하고 있고, 여당 추천 이사들은 “야당 추천 이사들이 수신료 인상 자체를 막으려 한다”고 맞서고 있다. 상정된 수신료 인상안은 현 재원의 40%를 차지하는 광고를 폐지할 경우 매달 6500원, 19.7%로 할 경우 매달 4600원이다. KBS는 연간 예산이 1조3000여억 원에 이르는데, 현재의 재원으로는 2010∼2014년 6814억 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수신료를 상정안대로 올리면 해당 기간 연평균 수입을 1조5988억∼1조8320억 원으로 올릴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광고를 없애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공영성을 강화하고 디지털 전환 비용을 충당하겠다고 KBS는 밝혔다. 하지만 야당 추천 이사들이 KBS의 방안에 반대하는 데다 현실화 안이 이사회를 통과해도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여야 정치권의 충돌도 예상된다. 한나라당 고흥길 정책위원회 의장은 “당내에서 수신료 인상에 공감하지만 KBS의 자구 노력과 경영 쇄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조영택 원내대변인은 “KBS가 편파방송과 (정부) 홍보방송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국민의 부담을 더 가중시키겠다는 발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렙, 하반기 전망도 불투명 헌법재판소가 2008년 11월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방송광고 독점 판매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미디어렙을 도입해야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2월 28일, 4월 16일 법안 심사 소위를 열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핵심 쟁점은 방송광고공사를 개편해서 만들 정부 출자 방송광고판매회사(공영 미디어렙) 외에 ‘민영 미디어렙’을 몇 개 허용할지다. 복수 미디어렙을 도입하더라도 민영 미디어렙은 일단 1개만 허용해야 한다는 ‘1공영 1민영’ 방안과 복수의 민영 미디어렙을 허용해 방송광고판매의 완전 경쟁을 보장해야 한다는 ‘1공영 다(多)민영’ 방안이 맞서고 있다. 고 정책위의장은 “당내에서는 ‘일시에 경쟁을 전면 허용해 사실상 방송사마다 광고판매를 허용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인 한선교 의원이 지난해 5월 제출한 법안은 1공영 다민영을 지지하고 있다. 문방위 소속인 민주당 전병헌 정책위원회 의장이 지난해 12월 낸 법안도 민영 미디어렙의 복수 허용을 골격으로 하고 있다. 전 의원은 “내가 제출한 법안이 사실상 민주당 당론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멕시코는 축제의 땅이다. 1년 365일 가운데 100일은 축제라고 말하기도 한다.…멕시코 사람들은 축제와 더불어 일상을 살아가는 자신들을 조금 비하하여 ‘빠창게로(pachanguero)’라고 부른다. 빠창가(pachanga)는 피에스따(fiesta=축제)의 속어로, 즉 빠창게로는 ‘축제를 좋아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축제 많으면 게으르다고요?◇우리는 빠창게로!/김세건 지음·지식산업사멕시코에서도 가장 큰 축제는 성탄절 축제다. 미국과 캐나다 등 외지로 일하러 나갔던 사람들이 성탄을 맞아 고향을 찾고 들뜬 분위기가 마을에 가득하다. 성탄절 휴가는 보통 다음 해 1월 6일 동방박사의 날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연말연시 축제는 열흘 넘게 멈추지 않는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끼리 새해를 맞는 타종을 기다리는 것은 우리와 마찬가지다. 교회는 12번의 타종으로 새해를 알린다. 열두 번의 종소리에 맞춰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로 청포도 열두 알을 먹기도 한다. 폭죽놀이와 음주가무도 빠질 수 없다. 멕시코시티 등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새해 선물로 색깔 있는 팬티를 주고받기도 한다. 저자도 1993년 연말 자취집 주인에게서 빨간색 팬티를 선물 받고 당황했다고 말한다. 알고 보니 멕시코인들은 빨간색에 사랑, 노란색에 돈, 초록색에 건강의 소망을 담아 새해 선물을 한다는 것이다. 인류학을 전공한 저자는 1996∼1999년 박사논문 자료 조사를 위해 멕시코의 한 농촌인 산안드레스에 살면서 멕시코 축제를 체험했다. 먹고 마시고 춤추는 축제는 겉에서 보기엔 무질서해 보이지만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은 조직적, 체계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축제는 마을에 있는 교회를 중심으로 조직된다. 교회의 모든 행사를 관장하는 조직 ‘마요르도미아’가 각종 축제와 의례도 주관한다. 축제 비용의 일부는 교회 재산에서 충당되지만 대부분 마요르도미아 구성원들의 기부금으로 채워진다. 사람들은 경제 사정에 따라 금액을 달리 내고, 이는 부유층의 월등한 경제적 지위와 영향력을 확인하는 계기도 된다. 음악과 카스티요(폭죽놀이)는 멕시코 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음악과 폭죽놀이만 전담하는 별도 조직을 구성할 정도다. 기금을 모아 전문 밴드나 폭죽놀이 기술자를 외부에서 데려오기도 한다. 폭죽놀이는 축제의 백미이자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얼마나 화려하고 규모가 컸는지에 따라 축제 자체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폭죽놀이를 준비하는 책임자는 경제적인 부담과 책임감 등을 이유로 거의 매년 교체되는데 고생한 이들을 위해 별도의 행사도 갖는다. 멕시코의 대표적인 축제놀이로는 하리페오, 즉 멕시코 로데오가 꼽힌다. 날뛰는 소에 올라타고 얼마나 오랫동안 버티는가를 겨루는데, 예전에는 소를 키우는 마을의 기부로 열리는 마을행사였지만 요즘은 상업화됐다. 로데오 경기장은 별도의 입장료를 받으며 참가자 또한 돈을 내고 참가한 외부인이 대다수다. 닭싸움도 대표적인 볼거리. 닭의 두 엄지발가락에 작은 칼을 채워 맞싸우게 하는데 어느 한쪽이 큰 부상을 입거나 셋을 셀 때까지 부리를 땅에 대고 있으면 승패가 갈린다. 저자는 축제가 많은 멕시코를 비롯한 남미 사람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에 일침을 가한다. 일하기보다 놀기 좋아하고 이 때문에 경제적으로 궁핍하게 산다는 시각은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멕시코 사람들에게 축제는 자신을 타인에게 개방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할뿐더러 일탈보다는 일상생활을 풍요롭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