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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발생한 5800억 원 규모의 사상 최대 가상통화 해킹 사건에서 도난당한 가상통화 뉴이코노미무브먼트(NEM) 일부가 다른 가상통화로 교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수사당국과 NEM재단은 “‘장물’ 전자태그를 붙여 철저히 감시한다”고 밝혀 왔지만 익명성이 높은 ‘다크웹’을 통해 포위망을 벗어난 것이다. 11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경시청 사이버범죄대책과는 최근 도난된 가상통화 NEM 일부를, 자신이 보유하던 다른 가상통화 ‘라이트 코인’과 교환한 일본인 남성을 소환 조사했다. 이 남성은 특수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들어갈 수 있는 다크웹(Dark Web)에서 소액을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크웹은 일반적인 방법으론 검색이 안 되고, 익명성이 철저하게 보장되는 거래사이트여서, ‘인터넷의 가장 어두운 곳’으로 여겨진다. 마약, 총기, 컴퓨터 바이러스 등이 이곳에서 거래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NEM이 다른 가상통화와 교환된 다음에는 추적이 어려워진다”고 전했다. 가상통화 거래소 코인체크에서 지난달 26일 도난당한 NEM은 이후 45개 이상의 계좌로 분산됐다. 이 중에는 미국 체코 뉴질랜드 등 각국 가상통화 거래소 9개도 포함돼 있었다. NEM재단에서 도난당한 가상통화에 ‘장물’이라는 전자태그를 붙이고 추적 시스템을 가동했기 때문에 거래소 등을 통한 대량 거래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범인은 7일경 다크웹에 영어 사이트를 개설하고 ‘대량의 NEM을 비트코인 등 다른 가상통화와 교환한다’고 공지했다. 이후 가상통화 교환을 시작해 불특정 다수의 계좌에 300회 가까이 송금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총액은 유출 당시 시세로 약 5억 엔(약 50억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도난당한 NEM인 줄 알고도 거래를 했다면 돈세탁에 가담한 것으로 간주돼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도난당한 NEM이 소환된 남성 외에도 여러 명에게 건네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NEM재단은 사건 직후 “훔친 가상통화에는 장물이라는 전자태그가 따라 붙는다. 이 때문에 달러는 물론 다른 어떤 가상통화와도 못 바꿀 것”이라고 자신해왔다. 하지만 도쿄신문은 “다수가 소액으로 나눠 단시간에 거래할 경우에는 태그가 따라붙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7일부터 송금 건수가 급증한 것은 범인이 이 같은 허점을 파악하고 현금화에 나섰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피해자들의 불안과 불만은 커지고 있다. 코인체크 측은 사건 발생 직후 “피해액의 약 80%인 460억 엔(약 4600억 원)을 엔화로 보상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을 밝히지 않고 있다. 범인의 정체도 오리무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출된 NEM이 감시를 피해 사라지고, 보상도 안 이뤄질 경우 가상통화 전반에 대한 신뢰도는 일본 사회는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11일에도 이탈리아의 한 가상통화 거래소에서 가상통화 나노(Nano) 1900억 원어치를 해킹 공격으로 도난당하는 등 가상통화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우익 성향의 일본 산케이신문이 일본인 남성을 구한 오키나와(沖繩) 주둔 미군 해병대원의 미담을 보도했다가 ‘가짜 뉴스’로 밝혀져 기사를 취소하고 사과했다. 특히 산케이는 이를 보도하지 않은 다른 오키나와 지역 언론사들을 향해 “보도기관 자격이 없다. 일본인으로서 수치”라고 맹비난했던 터라 신뢰성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주일미군 기지 4분의 3이 집중된 오키나와현 고속도로에서 6중 추돌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해 12월 1일. 사망자는 없었지만 미 해병대 상사가 의식불명으로 중태에 빠졌다. 산케이는 사고 발생 8일 뒤인 그달 9일 인터넷판 기사에서 미군 상사의 실명을 밝히고 “옆으로 쓰러진 차에서 50대 일본인 남성을 구한 후 뒤에서 오던 차에 치였다”고 보도했다. 산케이는 “차가 시속 100km로 달리는 고속도로 노상에 내려서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누구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다(Leave no man behind)’는 미 해병대의 규범을 관철한 대원의 용감한 행동”이라고 극찬했다. 같은 기사에서 산케이는 오키나와 양대 신문인 오키나와타임스와 류큐신보가 사고 당일 있었던 미 군속의 일본인 여성 살해 사건 1심 판결은 크게 보도하면서도 해병대원의 미담은 무시했다며 비판했다. 산케이는 “미군 반대 일색으로 물든 오키나와 미디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뒤 “보도하지 않을 자유를 이유로 계속 무시한다면 보도기관을 자칭할 자격이 없다. 일본인으로서 수치”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같은 달 12일에는 신문 지면에도 이런 내용을 보도했다. 산케이 보도 이후 오키나와 두 신문에는 전화와 e메일 등을 통해 항의가 쏟아졌다. 산케이 논조는 보수 매체인 요미우리신문보다 훨씬 오른쪽에 위치해 있어 일본 우익들이 즐겨 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산케이가 주장한 특종 보도는 가짜 뉴스로 판명 났다. 류큐신보는 지난달 30일 “미 해병대는 해당 상사가 구조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며 “오키나와 경찰도 구조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하며 대반격에 나섰다. 이 신문은 취재를 통해 산케이 기자가 경찰 교통기동대를 한 번도 취재하지 않은 채 기사를 쓴 사실도 밝혀냈다. 류큐신보는 “적어도 경찰에는 취재를 했어야 했다. 산케이야말로 가슴에 손을 얹고 보도기관 자격이 있는지 물어라”라고 성토했다. 오키나와타임스는 이달 1일에, 아사히신문은 2일에 각각 미 해병대 관련 가짜 뉴스를 보도하며 산케이 측에 설명을 요구했다. 자체 조사를 진행해온 산케이는 결국 8일자 1면에 사과문을 싣고 해병대 미담 보도가 가짜 뉴스였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미군에 의해 구조됐다고 보도된 일본인 남성마저 대리인을 통해 “부딪친 차의 일본인 운전자가 조수석 문을 열어줘 자력으로 탈출했다. 미군에게 구조된 기억은 없다”고 밝히자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사과문은 “취재가 불충분했으며 두 신문에 대한 비판도 지나쳤다. 관계자와 두 신문, 독자에게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기사를 쓴 오키나와 지국장에 대한 징계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국장은 기사를 쓸 때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참고했으며, 여기에 미 해병대의 잘못된 초기 보고를 그대로 믿고 기사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케이는 그동안 혐한성 기사를 다수 게재하면서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평창 겨울올림픽’으로 오는 여정의 중간 기착지 일본에서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최대한의 대북 압박과 제재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7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총리관저에서 열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동맹국과 함께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독재적이고 억압적인 나라라는 걸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에서 남북 대화를 넘어, 북-미 간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한국 정부의 의도와는 동떨어진 발언들을 쏟아냈다. ○ 펜스 “북한의 올림픽 강탈 허용 못 해” 펜스 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두와 말미를 제외한 발표문 대부분을 대북 메시지에 할애했다. 그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귀국한 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친과 평창에 동행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북한의 체제 선전이 올림픽을 강탈하는(hijack)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인용해 “북한에는 10만 명의 주민이 수용소에서 강제노역을 하고 기아와 강간, 고문에 시달리고 있다”며 북한 체제의 비인도성을 부각했다. 남북한 동시입장과 단일팀 구성에 대해서도 냉랭한 태도를 보였다. 펜스 부통령은 “2000년, 2004년, 2006년에도 남북한은 같은 깃발 아래 행진했다”며 “하지만 (북한은) 그 이후에도 도발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특히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에서 동시입장을 하고 8개월 후 첫 핵실험을 한 사실을 강조했다. 향후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전례 없이 엄격하고 강력한 경제제재를 곧 발표할 것”이라며 “이는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지 않는 한 이어질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아베 총리도 북한이 8일 건군절 열병식을 여는 것을 거론하며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는 한 의미 있는 대화는 기대할 수 없다. 미일, 한미일이 힘을 합쳐 모든 방법으로 압력을 최대한 높일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펜스 부통령과) 확인했다”고 거들었다. 또 “모레(9일)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미일이 확인한 방침을 문재인 대통령과의 사이에서도 확인하고, 대북정책에 관한 한 한미일이 흔들리지 않는 강고한 협력관계에 있다는 것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미일의 대북 강경 기조에 발맞추라’는 우회적인 압박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해석했다. 아베 총리는 또 북한의 제재 회피 행위를 언급하며 “이를 막기 위해 미일 간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줄곧 굳은 표정으로 회견을 마친 두 사람은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했다. 펜스 부통령은 8일, 아베 총리는 9일 문 대통령과 만난다. 이날 기자회견 내용을 문 대통령에게 각각 전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미일 양국이 번갈아 가면서 한국을 설득하거나 압박하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펜스의 일본 일정은 모두 대북 안보 태세 관련 6일 저녁 요코타(橫田) 공군기지에 도착한 펜스 부통령은 7일 오전 도쿄 이치가야 방위성을 찾아 요격미사일 패트리엇(PAC-3) 포대를 시찰했다. 방위성에는 2016년 3월 북한의 도발이 본격화한 후 패트리엇 포대가 상시 배치돼 있다. 펜스 부통령은 시찰 후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과 만나 “‘미일이 함께 있다’는 건 미국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히고 대북 억지력 강화 방안을 협의했다. 8일 오전 한국으로 떠나기 직전 요코타 기지에서 미일 미사일 방위에 대한 브리핑을 받을 예정이다. 평창 올림픽을 가는 중간 기착지인 일본에서의 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대북 안보 행보로 채운 셈이다. 펜스 부통령은 한국에서도 탈북자들과 면담을 하고 천안함기념관을 찾는 등 대북 강경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지만 아베-펜스 회담에서는 평창 올림픽 때문에 미뤄진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 시기와 규모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펜스 부통령과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을 만나 가급적 ‘빠른 시일 내 평소와 같은 규모로 연합 군사훈련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도쿄=장원재 peacechaos@donga.com·서영아 특파원}
올해 영진전문대를 졸업하는 추승협 씨(25)는 4월 도쿄의 일본 정보기술(IT) 대기업 젠켄 입사가 결정돼 출국 준비에 한창이다. 추 씨는 “일본 취업 준비반에 들어가 2년 동안 일본어와 전공을 집중적으로 공부한 결과”라며 “한국에 비해 대우와 근로환경이 낫다고 들었다”고 기대했다. 젠켄은 지난해 캠퍼스를 찾아와 면접을 하는 등 공을 들인 끝에 올해 이 대학 출신 2명을 선발했다. 일본에 취업한 한국인이 처음 5만 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감소와 경기 호전에 따른 일본의 일손 부족 현상이 한국의 취업난과 맞물리면서 매년 일본에 취업하는 한국인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최근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외국인 고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일본에 취업한 한국인은 5만5926명으로 전년(4만8121명)보다 8000명 가까이 늘었다. 증가폭은 사상 최대이며 5만 명을 넘은 것도 처음이다. 일본 취업자는 2008년만 해도 2만여 명에 불과했으나 9년 만에 2.7배로 늘었다. 특히 한국의 취업난이 극심해진 2013, 2014년부터 크게 늘었다. 업종별로 보면 정보통신 분야가 7721명으로 전년 대비 18% 늘며 증가세를 주도했다. 4차 산업혁명 본격화로 일본에서도 정보통신 기술자 수요가 늘고 있지만 젊은층에선 근무시간이 길다는 등의 이유로 이 분야를 기피한다. 이 틈을 한국 취업자들이 채우고 있는 것이다. 도·소매업(1만1705명), 숙박·음식 서비스업(7949명) 분야도 크게 늘었다. 이를 두고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비용 항공사의 취항이 늘면서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714만 명으로 전년(509만 명) 대비 40% 이상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관광객 대상 숙박시설과 음식점 체인 등에서 한국인을 많이 채용했다는 것이다. 일본에 취업하는 한국 청년이 늘면서 양국에선 관련 취업설명회가 연중 열리고, 마이나비나 파소나 같은 일본 취업정보회사도 한국 지사를 경쟁적으로 열고 있다. 대학이나 취업학원에서 일본 취업 전문반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한때 영어와 중국어에 밀렸던 일본어도 인기가 부활하는 추세다. 취업이 늘면서 일부이지만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블랙기업(직원을 혹사시키는 기업)에 취업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김진희 KOTRA 도쿄무역관 K-무브 팀장은 “일본 기업평판조회 사이트만 참고해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고용계약서의 근무조건 등을 꼼꼼히 체크하고 의문이 있으면 취업규칙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2일 오전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하마(橫濱)시 닛산 글로벌 본사 갤러리. 일본 전통 의상을 입은 여성들이 슬리퍼를 아무렇게나 벗어놓고 료칸(일본 전통 여관) 다다미 위로 올라갔다. 기자가 직원의 안내에 따라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삑’ 하는 신호음이 울리더니 슬리퍼 2쌍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슬리퍼 한 쌍이 곡선을 그리며 전진하더니 자리를 잡고 후진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그동안 뒤쪽에 있던 다른 한 쌍이 역시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면서 주차를 하듯 빈자리로 돌아갔다. 30초도 걸리지 않아 슬리퍼들은 마치 사람이 정리한 것처럼 나란히 정렬했다. 안내 직원은 “슬리퍼마다 칩과 바퀴, 모터가 내장돼 있다”며 “천장 카메라에서 촬영한 영상을 기초로 슬리퍼들이 서로 네트워킹하면서 우선순위를 정해 충돌을 피하며 돌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절로 움직이는 슬리퍼를 지켜보던 관객 사이에서는 “마치 귀신에 들린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닛산은 최근 인기 온천지인 가나가와현 하코네(箱根)의 300년 이상 된 여관 이치노유(一の湯)와 협업해 자동 주차 기능이 적용된 ‘미래형 료칸’을 선보였다.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슬리퍼는 물론이고 방석과 책상, 리모컨 등이 모두 저절로 이동하며 제자리를 찾아간다. 이는 지난해 10월 선보인 전기차(EV) 닛산 리프 신형에 내장된 ‘오토 파일럿 파킹’ 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차에 탄 채로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핸들, 액셀, 브레이크 등을 자동으로 제어하면서 빈 공간에 주차해 주는 기능이다. 2010년 처음 출시된 리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다. 갤러리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아이디어가 기발했다. 실용화되면 여관 직원들의 수고를 많이 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첨단기술을 활용해 구인난을 극복하고 진화된 오모테나시(극진한 대접)를 제공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최근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인구 감소와 자동차 소비시장에서의 젊은층 이탈로 위기감을 느끼면서 미래 먹을거리 찾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고령자 증가 추세를 감안해 요양시설 등에서 쓸 수 있는 재활 로봇을 새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10년 동안 개발한 재활 지원 로봇 ‘WW-1000’을 선보였다. 뇌중풍(뇌졸중) 등으로 하반신을 제대로 못 움직이는 이들이 보행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로봇이다. 균형을 잡는 재활 훈련을 돕는 로봇, 몸이 불편한 이들의 이동을 돕는 로봇 등도 개발했다. 지난해 말 도쿄(東京)에서 열린 국제로봇전시회에서는 섬세한 움직임을 재현하는 휴머노이드 ‘T-HR3’가 관심을 모았다. 사람이 고글과 컨트롤러를 착용하면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로봇이 따라 할 수 있다. 재해 현장의 구조 활동, 가사 보조 등의 역할이 기대된다. 2000년 세계 최초로 두 다리로 걷는 인간형 로봇 아시모를 선보였던 혼다도 다양한 로봇을 개발 중이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CES) 2018’에서는 인공지능(AI)을 적용한 감정 인식 로봇과 의자형 이동식 로봇, 자율주행 로봇 등 4종을 한꺼번에 공개했다. 귀여운 외모와 뛰어난 성능으로 큰 화제가 됐다.요코하마=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東京)의 번화가 시부야(澁谷). 역 남쪽 출구 앞 빌딩 입구는 취재진으로 북적거렸다. 들어가려 하자 나이 든 경비원이 막아섰다. 그리고 ‘취재를 원하면 아래 번호로 연락 달라. 개별 대응은 안 한다’는 공지문을 가리켰다. 홍보 담당자 휴대전화로 수십 번 전화했지만 연결이 안 됐다. 가상통화 거래소 코인체크가 입주한 건물 3층은 월 40조 원이 거래되는 곳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소박했다. 언론 대응은 폐쇄적이었다. 코인체크가 사상 최대인 5700억 원어치의 가상통화를 해킹당한 것은 지난달 26일. 일본인들은 한밤중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인 와다 고이치로(和田晃一良) 사장이 28세 청년이라는 사실에 일단 놀랐다. 그리고 회사 측이 “전액 현금으로 보상하겠다. 현재 계좌에 충분한 돈이 있다”고 밝힌 것에 다시 놀랐다. 한국에선 일본의 가상통화 정책을 본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반론이 맞선다. 전자는 일본이 지난해 4월 법제화를 통해 가상통화를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제도권에 편입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금융청이 거래소를 관리하면서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고 규제의 사각지대를 없앴다는 것이다. 후자는 가상통화가 제도권에 편입된 후 거래소들이 ‘법적 인정’을 내세우며 대대적으로 광고해 투자자와 투자금이 수십 배 늘었고 결과적으로 버블만 키웠다고 반론한다. 현재 단계에서 어느 쪽이 옳다고 단언하긴 힘들다. 다만 취재하며 받은 인상은 일본의 가상통화 시장이 정착 단계라고 보기 어렵고, 여전히 매우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최근 만난 금융청 담당자는 “정부는 가상통화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 제도화한 것은 2014년 거래소 마운트곡스 파산 후 제기된 이용자 보호의 필요성과 이듬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돈세탁 방지 조치 권고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가 가상통화 가능성을 인정하거나 거래를 장려하려고 법제화한 게 아니란 뜻이다. 그는 “필요한 규제를 만들고 철저히 감독 중”이라고 큰소리쳤지만 불과 사흘 뒤 코인체크 사태가 터졌다. 거래소는 취재가 힘들었다. 코인체크를 포함한 거래소 대부분은 홈페이지에 전화번호도 없었다. 번호가 나온 곳도 연결이 안 됐고, 문의 e메일에도 답이 없었다. 고객 돈 수천억∼수조 원을 관리하는 곳이라곤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간신히 허락받아 한 거래소를 찾았더니 “사흘 전 이사했다”며 시내 중심가 호화 오피스로 안내했다. 30대 사장(38)은 도쿄타워가 내려다보이는 사무실에서 “중국 한국 대만에 지사가 있으며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루 거래액이 수백억∼수천억 원에 달한다고 했지만 사무실에 앉아 있는 직원은 10여 명에 불과했다. 물론 일본이 선제적으로 정책을 마련했다는 점은 한국 정책 담당자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그런 정책이 결과적으로 가상통화 보급에 정부가 앞장선 모양새가 되어선 안 된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취재를 시작할 때 가상통화에 대해 알아야겠다 싶어 일본 거래소에 계좌를 만들고 한국 돈으로 2만∼3만 원씩을 들여 여러 종류의 가상통화를 사봤다. 칼럼을 쓰는 지금은 대부분 반 토막 나 있다. 디지털 시대에 안 맞는 아날로그적 발상일지 몰라도 남의 돈을 맡아 놓고 전화도 제대로 받지 않는 이런 곳에는 더 이상 돈을 넣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장원재 도쿄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2일 오전 일본 가나가와(神奈川) 현 요코하마(橫濱) 시 닛산 글로벌 본사 갤러리. 일본 전통 의상을 입은 여성들이 슬리퍼를 아무렇게나 벗어놓고 료칸(일본 전통여관) 다다미 위로 올라갔다. 기자가 직원 안내에 따라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삑’ 하는 신호음이 울리더니 슬리퍼 2쌍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슬리퍼 한 쌍이 곡선을 그리며 전진 하더니 자리를 잡고 후진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그 동안 뒤쪽에 있던 다른 한 쌍이 역시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면서 주차를 하듯 빈 자리로 돌아갔다. 30초도 걸리지 않아 슬리퍼들은 마치 사람이 정리한 것처럼 나란히 정렬했다. 안내 직원은 “슬리퍼마다 칩과 바퀴, 모터가 내장돼 있다”며 “천정 카메라에서 촬영한 영상을 기초로 슬리퍼들이 서로 네트워킹하면서 우선순위를 정해 충돌을 피하며 돌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절로 움직이는 슬리퍼를 지켜보던 관객 사이에서는 “마치 귀신들린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닛산은 최근 인기 온천지인 가나가와 현 하코네(箱根)의 300년 이상 된 여관 이치노유(一の湯)와 협업해 자동주차 기능이 적용된 ‘미래형 료칸’을 선보였다.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슬리퍼는 물론 방석과 책상, 리모컨 등이 모두 저절로 이동하며 제자리를 찾아간다. 이는 지난해 10월 선보인 전기차(EV) 닛산 리프 신형에 내장된 ‘오토 파일럿 파킹’ 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차에 탄 채로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핸들, 액셀, 브레이크 등을 자동으로 제어하면서 빈 공간에 주차해 주는 기능이다. 2010년 처음 출시된 리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갤러리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아이디어가 기발했다. 실용화되면 여관 직원들의 수고를 많이 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첨단기술을 활용해 구인난을 극복하고 진화된 오모테나시(극진한 대접)를 제공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일본을 찾는 해외 관광객은 최근 5년 동안 3배 이상으로 늘었지만 인구감소로 지방 숙박시설에선 일손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인구감소와 자동차 소비시장에서의 젊은층 이탈로 위기감을 느끼면서 미래 먹을거리 찾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고령자 증가 추세를 감안해 요양시설 등에서 쓸 수 있는 재활 로봇을 새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10년 동안 개발한 재활지원 로봇 ‘WW-1000’을 선보였다. 뇌중풍(뇌졸중) 등으로 하반신을 제대로 못 움직이는 이들이 보행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로봇이다. 균형을 잡는 재활 훈련을 돕는 로봇, 몸이 불편한 이들의 이동을 돕는 로봇 등도 개발했다. 지난해 12월 도쿄(東京)에서 열린 국제로봇전시회에서는 섬세한 움직임을 재현하는 휴머노이드 T-HR3이 관심을 모았다. 사람이 고글과 컨트롤러를 착용하면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로봇이 따라 할 수 있다. 재해 현장의 구조 활동, 가사 보조 등의 역할이 기대된다. 2000년 세계 최초로 두 다리로 걷는 로봇 아시모를 선보였던 혼다도 다양한 로봇을 개발 중이다. 지난 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CES) 2018’에는 인공지능(AI)을 적용한 감정인식 로봇과 의자형 이동식 로봇, 자율주행 로봇 등 4종을 한꺼번에 공개했다. 귀여운 외모와 뛰어난 성능으로 큰 화제가 됐다.요코하마=장원재특파원 peacechaos@donga.com}

김현철 대통령경제보좌관(사진)이 2일 “위안부 관련 문제는 국내 문제로 관리해야 한다. 위안부 합의와 관련한 추가 요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보좌관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말하지 않았고, 추가 요구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가 부당하다는 점을 밝히고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을 동결한 것이 국내용 조치라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한 인터뷰였고, 김 보좌관은 해당 발언을 한 적도 없다. 정정 보도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김 보좌관은 아베 신조 총리가 자국 내 반발에도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기로 한 것에 대해선 “쿨(cool)하고 어른스러운 관계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가능하면 문 대통령이 10월 일본에 가서 아베 총리와 새 선언을 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8년 10월 ‘김대중-오부치 선언’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한일 정상 공동선언을 내놓자는 제안이다. 새로운 공동선언에 대해 이 신문은 한국이 한일 취업비자 요건 완화 등 한일 인적 교류 확대를 제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사상 최대 가상통화 도난 사건을 둘러싼 글로벌 추격전이 사이버상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피해를 본 일본 가상통화 거래소 코인체크와 관련 단체는 5700억 원어치의 가상통화에 태그를 붙여 보관 계좌를 모두 파악했기 때문에 현금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반면 해커 측은 훔친 가상통화를 수십 개의 계좌로 쪼개는 방법으로 감시를 방해하며 현금화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 가상통화 추격전의 승자가 누가 될 것이냐는 향후 일본은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가상통화에 대한 신뢰를 좌우할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계좌 모두 파악, 현금화 어렵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달 26일. 해외 서버를 경유한 해커가 코인체크 직원으로 위장해 0시 2분 1100엔(약 1만800원)어치의 가상통화 뉴이코노미무브먼트(NEM)를 무단 이체했다. 이를 성공하자 0시 4분부터 10분까지 불과 6분 동안 무려 572억 엔(약 5600억 원)어치의 가상통화를 인출했다. 그리고 오전 2시 57분부터 약 30분간 2차로 빼낸 가상통화를 8개의 계좌에 분산시켰다. 범인은 이후로도 오전 3시 35분, 4시 33분, 8시 26분에 접속해 1억∼3억 엔어치를 빼내 코인체크가 보관했던 NEM 거의 전량을 가져갔다. 코인체크가 사태를 파악한 건 11시간이 지나서였다. 코인체크는 NEM 거래와 모든 통화의 지급을 정지시켰다. 와다 고이치로(和田晃一良) 사장은 한밤에 기자회견을 열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범인은 놀리기라도 하듯 기자회견이 진행되던 중에도 9번째 계좌에 일부를 송금했다. 코인체크는 가상통화를 발행한 싱가포르의 NEM재단에 신고했다. NEM재단은 이런 사실을 모든 거래소에 알린 뒤 코인체크와 함께 장물 추적에 나섰다. 제프 맥도널드 NEM재단 부사장은 지난달 27일 “유출된 가상통화에 전자태그를 붙여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고 하루 뒤엔 “도난당한 가상통화의 소재를 모두 파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커는 훔친 가상통화를 달러는 물론이고 다른 어떤 가상통화와도 못 바꿀 것”이라고 자신 있게 선언했다. 거래를 시도하면 ‘장물’이란 표시가 자동으로 뜨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갖고 있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사실상 없다는 설명이다. 재단 측은 1일 오전에도 보도자료를 내고 “실시간 추적 시스템을 개발해 가동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범인은 이체 되풀이하며 현금화 기회 모색 범인은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33분부터 약 30분간 다시 9개의 계좌로 소액을 이체했다. 사이버보안 전문가 스기우라 다카유키(杉浦隆幸) 씨는 “훔친 금액이 매우 크기 때문에 사용하기 쉽게 복수의 계좌로 나눈 것”이라고 분석했다. 3차 이체 때 사용된 계좌 중엔 해커와 무관한 계좌도 있다고 한다. 여러 계좌에 무차별적으로 송금해 감시 대상 계좌를 늘린 뒤 그 혼란을 틈타 현금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범인은 1일 새벽에도 미국 거래소를 포함한 4곳의 계좌에 추가로 이체해 관련 계좌만 20개가 넘는다. 문제는 추적하는 측에서도 감시만 할 뿐 계좌 주인을 파악하거나, 도난당한 가상통화를 몰수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NEM재단 측은 사건 직후 “블록체인 기술은 비가역적이기 때문에 거래를 취소할 순 없다”고 밝혔다. 거래가 익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계좌 주인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현재로선 범인이 현금화를 시도할 때 꼬리를 잡는 게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교도통신은 “현금화를 하지 않으면 범인은 이익을 얻을 수 없고 현금화를 시도하면 그 과정에서 범인의 신분이 드러날 수 있다”고 전했다. NEM재단은 가상통화 환수와 범인 검거에 성공할 경우 가상통화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확률은 떨어지지만 만약 범인이 현금화에 성공한다면 가상통화에 대한 우려와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일본은 지난해 4월 법을 만들어 가상통화를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거래소를 금융청에 등록하게 했다. 당초 돈세탁을 막고 이용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거래소들이 ‘법적 인정’을 강조하면서 투자자와 투자금이 수십 배로 폭증했다. 비트코인의 경우 40%가량이 엔화 거래일 정도다. 현재 가전제품 양판점부터 유흥업소까지 1만 개 이상의 매장에서 비트코인을 쓸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상통화 시장이 붕괴할 경우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후속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달 29일 “관계부처가 연계해 원인을 규명하고 필요한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경찰도 코인체크로부터 자료를 제출받고 NEM재단에 협조를 요청하며 사라진 가상통화 추적에 나섰다. 하지만 단서가 적다 보니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범인에 대해 알려진 것은 치밀하고 뛰어난 범행 계획을 세운 뒤 동유럽 등 외국 서버를 경유해 침입했다는 것 정도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 주요 가상통화 거래소 중 한 곳인 코인체크가 해킹 공격을 받아 580억 엔(약 5700억 원) 상당의 가상통화가 사라지는 피해를 당했다. 해킹으로 인한 가상통화 피해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피해자가 26만 명에 달해 가상통화의 신뢰도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코인체크의 와다 고이치로(和田晃一良) 사장은 26일 오후 11시 반 기자회견을 열고 “시스템에 공인받지 않은 외부인이 접속해 580억 엔 상당의 가상통화 NEM(뉴이코노미무브먼트)를 가져갔다”면서 “깊이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NEM은 코인체크가 다루는 가상통화 13개 중 하나다. 코인체크는 기자회견 수 시간 전 해킹 피해 사실을 알리고 비트코인 등 모든 가상통화의 엔화 인출 및 거래를 중단시켰다. 코인체크에 따르면 이번 해킹은 26일 오전 2시 57분경 시작돼 가상통화 NEM이 외부로 대량 송금됐다. 코인체크 측은 이 사실을 8시간 이상 지난 오전 11시 반경이 돼서야 파악했다. 코인체크는 일본에서 1, 2위를 다투는 가상통화 거래소로 수조 원의 자산을 관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갑자기 거래가 중지되자 불안한 고객들이 본사로 몰려왔다. 이들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피해액은 2014년 가상통화 거래소 마운트곡스에서 발생했던 피해액 470억 엔을 뛰어넘는다. 사건 소식이 전해지면서 NEM 가격은 20% 폭락했고 비트코인 등 다른 가상통화도 가격이 하락하면서 순식간에 가상통화 시가총액의 10%가량인 6조 엔(약 59조 원)이 사라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3000만 엔(약 2억9000만 원)을 날렸다’ 등의 비명이 쏟아졌다. 코인체크는 송금에 필요한 암호를 외부 네트워크와 항상 연결된 상태로 보관해 해킹 공격에 취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국제단체에서 권고하는 보안 기술도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킹의 주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각에선 북한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고도의 해킹 능력을 보유한 해커라면 침입한 흔적을 없앨 수 있어 범인을 찾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파문이 확산되자 코인체크는 28일 “피해액을 엔화로 모두 보상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금융청은 모든 가상통화 거래소에 공문을 보내 “앞으로도 대규모 사이버 공격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사이버 안전 대책을 점검해 줄 것을 요청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28일 서울 도심의 한 병원. 본관 1층에 들어서자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보였다. 대형 여닫이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바닥에는 소화기 한 대가 놓여 있었다. 문이 닫히지 않도록 일부러 소화기를 받쳐 놓은 것이다. 복도를 오가던 의료진 중 누구도 소화기를 치우려 하지 않았다. 현장을 둘러본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가 “이 문은 불이 났을 때 유독가스 확산을 막는 방화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소 닫아 놓지 않으면 밀양 같은 참사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낡은 방화문은 닫아 놓아도 제 구실을 하기 어렵다. 이 병원 방화문은 곳곳에 크고 작은 틈이 있었다. 큰 것은 폭이 2cm가량 됐다. 방화문에 전기 등 각종 설비를 추가로 설치하면서 생긴 구멍도 많았다. 유독가스는 이런 작은 틈이나 구멍을 비집고 들어간다. 박 교수는 “방화문 틈이나 구멍도 소방점검 때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긴급 점검한 수도권 중소 규모 병원 3곳의 상황은 참사가 난 경남 밀양의 세종병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병원들도 모두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일반병원의 경우 4층 이상, 각 층의 바닥 면적이 1000m² 이상일 때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해당 병원들은 면적 기준에 미달한 곳이다. 의무가 아니다 보니 사고를 겪어도 방화설비 보완에 소극적이다. 2014년 화재가 발생해 환자들이 급히 대피하는 소동을 겪은 서울의 한 병원은 여전히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았다. 병동 복도에는 제조일자가 ‘2003년 4월’로 표시된 소화기가 있었다. 소방점검 날짜도 적혀 있지 않았다. 입원 중인 이 병원 환자는 “병원 관계자가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없다는 걸 알려준 뒤 솔직히 무서운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중소병원의 건물 구조도 문제다. 보통 화재 때 가장 위험한 건 중환자다. 대피에 시간이 걸려서다. 이를 감안하면 가급적 낮은 층에 있는 게 낫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병원이 3층 이상에 중환자실을 운영했다. 경기도 내 군(郡) 지역에 있는 한 병원도 4층 건물 중 3층에 중환자실이 있었다. 이곳은 1980년대 초반 지어진 150병상 안팎의 병원이다. 환자 대부분은 노인이다. 입원 중인 60대 김모 씨는 “불이 나면 중환자나 노인은 다 죽을 수밖에 없다”며 답답해했다. 한국보다 고령화가 빠른 일본은 비슷한 사고를 겪은 뒤 대책을 강화했다. 2013년 후쿠오카(福岡)의 한 병원에서 일어난 화재가 대표적이다. 당시 10명이 숨졌는데 모두 거동이 불편한 70대 이상 환자였다. 유독가스를 막아 줄 방화문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후 일본 정부는 소방법령 개정에 나서 2016년부터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이 연면적 3000∼6000m² 이상에서 모든 병원으로 확대됐다. 병상이 4개 이상이고 ‘피난할 때 도움이 필요한 환자가 입원하는 모든 병원’은 면적에 상관없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토록 했다. 또 건축법령을 고쳐 연 1회 의무적으로 방화셔터나 방화문을 점검하게 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조유라 기자 / 도쿄=장원재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다음 달 9일 평창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일본 교도통신과 NHK는 양국이 2월 9일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직전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한반도평화만들기’ 포럼에서 “평창 올림픽 이후 북-미 대화가 시작될 수 있느냐가 국면 전환의 핵심”이라며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연기된 3월 25일까지) 북-미 대화가 시작될 수 있도록 견인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 장관은 북한이 다음 달 8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건군절) 열병식에 대해 “북한이 갖고 있는 거의 모든 병기를 동원한 위협적인 열병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편 통일부는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교류 차원으로 열기로 한 금강산 합동 문화행사의 공연 장소로 금강산문화회관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측 선발대는 23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방북해 금강산 지구와 마식령스키장, 갈마비행장 등을 둘러봤다. 금강산문화회관은 620석 규모로 남북 관람객이 300명 내외로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다음 달 4일 전후로 놓고 판문점 채널을 통해 협의 중이다. 마식령스키장에서 열릴 남북 공동훈련에 참여할 우리 측 스키선수들은 전세 항공편을 타고 갈마비행장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양양공항에서 보잉737기에 탑승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통일부 관계자는 “마식령스키장 슬로프는 양호했고 곤돌라, 리프트도 정상 가동 중이었다”며 “갈마비행장 역시 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었고 관리상태도 괜찮았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22일 오전, 일본 동북 지역 도야마(富山)현 도야마시. “얍!” 나카무라 사쓰키(中村櫻月·2) 양이 소리를 지르며 실내 놀이방에 설치된 나무 미끄럼틀을 내려왔다. 딸을 바라보던 사나에(早苗·33) 씨가 웃으며 손뼉을 쳤다. 사나에 씨는 “첫째(4)를 낳고 거의 매일 놀이방에 와서 친구를 사귀고 선생님과 친해졌다”고 말했다. 무료로 운영되는 이 놀이방에는 에어바운서 등 각종 놀이기구가 있고 의사, 보육사, 언어 전문가 등이 육아 고민을 상담해 준다. 24시간 전화 상담도 가능하다. 사나에 씨는 “엄마가 되고 자존감이 떨어져 있을 때 상담을 통해 격려를 받았다. 도쿄(東京)처럼 어린이집 입소 경쟁이 치열하지도 않아 둘째를 낳고 건강하게 기르고 있다”고 했다. 놀이방이 있는 도야마 아동 플라자는 시의 가장 중심지 도야마역 맞은편 건물 4층에 있다. 직원은 “신칸센도 다니고 교통이 편리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물론이고 아이가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찾아온다”고 말했다. 2002년 취임한 모리 마사시(森雄志) 도야마 시장은 인프라 유지 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도심 순환 노면전차를 만들고 중심지 재생에 힘을 쏟았다. 최근에는 인구 감소 추세를 완화하기 위해 시 전체가 보육을 총력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마치나카(시내) 종합케어센터는 이런 노력을 한눈에 보여준다. 3층에 있는 산후 케어 응접실은 일본의 첫 공공 산후조리원이다. 호텔급 시설을 산후 4개월간 원하는 만큼 이용할 수 있다. 하루 이용료는 세 끼 식사를 포함해 7200엔(약 7만 원). 도쿄 민간 조리원의 4분의 1∼8분의 1에 불과하다. 2층에는 아픈 아이들을 보호하는 전문시설이 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아프면 보호자를 대신해 간호사, 보육사가 출동하는 ‘마중 서비스’도 일본에서 처음 시행했다. 부모를 대신해 병원에 데려가 필요한 조치를 취한 후 다시 데려와 오후 7시까지 보호해준다. 보호자는 2000엔(약 1만9000원)에 택시비의 4분의 1을 더한 금액만 내면 된다. 모리타 가쓰미(森田勝美) 간호사는 “보육원에서 맡기 어려운 전염성 환아도 맡아준다. 작년 4월부터 이용 실적이 587건에 달한다”고 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도야마시는 지난해 전입이 전출보다 1353명 많아져 인구 감소세를 진정시켰다. ‘아이 키우기 좋다’는 소문 덕분에 남편이 전근을 올 때 가족이 함께 오는 경우도 늘었다. ‘여성 친화적인 직장’을 내세우며 호응하는 지역 기업도 늘고 있다. 140년 역사의 호쿠리쿠 은행은 최근 10년 동안 여성 간부 비율이 1.1%에서 14.4%로 늘었다. 은행에서 만난 곤도 요시에(近藤喜江) 씨는 “아이 3명을 낳고 3년 반 이상 육아휴직을 했다. 주변에도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이 많다”고 설명했다. ‘지한파’로 한국어가 유창한 모리 시장은 “도쿄 등 대도시에서 대기 아동을 줄이려는 시도는 성공하기도 어렵고 도쿄 집중을 가속화시킬 뿐”이라며 “보육을 지방에 맡기는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도야마=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 정부는 북한 유조선이 동중국해 해상에서 도미니카 국적의 유조선과 환적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장면을 포착했다면서 관련 사진을 24일 공개했다. 외무성에 따르면 해상자위대 소속 P-3C(해상초계기)는 20일 새벽 6시 반 경 동중국해 해상에서 북한 선박 ‘예성강 1호’가 도미니카 국적 배 ‘유크 퉁(Yuk Tung)’호 옆에 배를 대고 있는 장면을 포착했다. 방위성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두 배는 캄캄한 바다 위에서 선체를 바싹 붙인 채 불을 켜고 뭔가 작업하는 것으로 보인다. 해가 뜨고 주위가 밝아진 7시 반에 촬영된 사진에는 두 배가 떨어져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모습이 나온다. 외무성은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금지한 선박 간 환적을 실시한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며 “유엔 안보리 북한 제재위원회에 이 사실을 통보하고 관계국과 정보를 공유했다”고 전했다. 이번에 발각된 예성강 1호는 지난해 11월에도 미국 재무부에서 선박 간 환적에 관여했다고 공표한 배다. 외무성은 “지난해 12월 유엔 안보리 재제위원회에서 금수물자 수송에 관여한 혐의로 입항금지 대상으로 지정됐는데 이번에 선박 이름을 송해호로 위장한 것을 확인했다”며 “제재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환적 화물이 금수 대상인 석유제품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전날 ”도미니카 선적 유조선이 중국 기업과 연계돼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외무성 관계자의 발언을 전한 바 있다. 북한이 해상에서 선박끼리 화물을 옮기는 방식으로 제재를 빠져나가고 있다는 지적은 그 동안 계속 제기됐다. 16일 밴쿠버 20개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북한 선박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기로 각국이 합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이번에 불법 환적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적발된 만큼 향후 경계 감시 및 단속을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해상자위대는 지난해 12월부터 미국의 요청을 받고 동해와 서해에서 북한 선박 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다. P-3C를 동원해 하루 수차례 경계감시 비행을 하고 의심 선박이 발견되면 해상자위대 함선이 출동하는 방식이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까지 북상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22일 오전, 일본 동북 지역 도야마(富山) 현 도야마 시. “얍!” 나카무라 사츠키(中村櫻月·2) 양이 소리를 지르며 실내 놀이방에 설치된 나무 미끄럼틀을 내려왔다. 딸을 바라보던 사나에(早苗·33) 씨가 웃으며 손뼉을 쳤다. 사나에 씨는 “6년 전 남편을 따라 수도권 가나가와(神奈川) 현에서 이사 왔는데 처음엔 아는 사람이 없어 막막했다”며 “첫째(4)를 낳고 거의 매일 놀이방에 와서 친구를 사귀고 선생님과 친해졌다”고 말했다. 놀이방에서는 에어바운서 등 각종 놀이기구가 있는 것은 물론 의사, 보육사, 언어 전문가 등이 육아 고민을 상담해 준다. 24시간 전화 상담도 가능하다. 사나에 씨는 “엄마가 되고 자존감이 떨어져 있을 때 상담을 통해 격려를 받았다. 도쿄(東京)처럼 어린이집 입소 경쟁도 치열하지 않아 둘째를 낳고 건강하게 기르고 있다”고 했다. 놀이방이 있는 도야마 아동 플라자는 시의 가장 중심지인 도야마 역 맞은편 건물 4층에 있다. 직원은 “신칸센도 다니고 교통이 편리해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아이가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찾아온다”고 말했다. 도야마 시는 일본 내에서 콤팩트 시티의 선두 주자다. 2002년 취임한 모리 마사시(森雄志) 시장은 인프라 유지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도심 순환 노면전차를 만들고 중심지 재생에 힘을 쏟았다. 최근에는 인구 감소 추세를 완화하기 위해 시 전체가 보육을 총력 지원하는 태세를 갖췄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마치나카(시내)종합케어센터는 이런 노력을 한 눈에 보여준다. 3층에 있는 산후 케어 응접실은 일본 첫 공공 산후조리원이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모리 시장은 “일본에서 산후 우울증을 겪는 산모가 전체의 10%에 이른다”며 “산후조리원이 발달한 한국을 참고해 만들었다”고 밝혔다. 호텔급 시설을 산후 4개월 동안 원하는 만큼 이용할 수 있다. 하루 이용료는 세끼 식사를 포함해 7200엔(약 7만 원). 도쿄 민간 조리원의 4분의 1~8분의 1에 불과하다. 2층에는 아픈 아이들을 보호하는 전문시설이 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아프면 보호자를 대신해 간호사, 보육사가 출동하는 ‘마중 서비스’도 일본에서 처음 시행했다. 부모를 대신해 병원에 데려가 필요한 조치를 취한 후 다시 데려와 오후 7시까지 보호해 준다. 보호자는 2000엔(약 1만9000원)에 택시비의 4분의 1을 더한 금액만 내면 된다. 마중 서비스는 당초 후생노동성에서 “법에 저촉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도야마 시가 3년 동안 설득해 허가를 받았다. 모리타 가쓰미(森田勝美) 간호사는 “수두 독감 등 보육원에서 맡기 어려운 전염성 환아도 맡아준다. 작년 4월부터 이용 실적이 587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노력의 결과 도야마 시는 지난해 전입이 전출보다 1353명 많아지며 인구 감소세를 진정시켰다. ‘아이 키우기 좋다’는 소문 덕분에 남편이 전근을 올 때 가족들이 함께 오는 경우도 늘었다. ‘여성 친화적인 직장’을 내세우며 호응하는 지역 기업도 늘고 있다. 140년 역사의 호쿠리쿠은행은 최근 10년 동안 여성 간부 비중을 1.1%에서 14.4%로 늘렸다. 은행에서 만난 곤도 요시에(近藤喜江) 씨는 “아이 3명을 낳고 3년 반 이상 육아휴직을 썼다. 주변에도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이 많다”고 설명했다. ‘지한파’로 한국어가 유창한 모리 시장은 “도쿄 등 대도시에서 대기 아동을 줄이려는 시도는 성공하기도 어렵고, 도쿄 집중을 가속화시킬 뿐”이라며 “보육을 지방에 맡기는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도야마=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여기저기 묻고 있지만, 아직 답변을 못 얻었습니다.” 일본 총리 관저 홍보 담당자는 3주째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작년 4월 접견에 사용하는 의자를 교체한 이유를 묻자 “예방과 접견에는 여러 명이 관여한다. 이유를 알아보겠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마땅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누구에게나 ‘사소하지만 오래도록 신경 쓰이는 무엇’이 있다. 기자에겐 총리 관저 접견실 의자가 그렇다. 역대 일본 총리는 대대로 외국 특사와 각료를 만날 때 상대와 같은 의자에 앉았다. 아베 총리도 취임 후 4년 동안 같은 분홍색 의자에 앉았다. 그런데 2016년 12월 당시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과 만날 때 갑자기 아베 총리만 큼직한 검은색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작년 4월 급기야 금색 꽃무늬가 들어가고 쿠션이 한 단 높은 의자가 등장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한국인 방문자만 ‘의자 굴욕’을 당한 걸로 아는 이가 많지만 사실 그렇진 않다. 아베 총리는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 등과 만날 때도 혼자 화려한 의자에 앉았다. 정상이 아닌 외국 인사 접견 때는 어김없이 등장한 의자. 하지만 유권자의 시선 때문인지 국내 인사와 만날 때는 등장 빈도가 낮았다. 무슨 생각으로 의자를 바꾼 걸까. 분명 결정한 사람과 바꾼 이유가 있을 텐데 관저와 외무성은 적당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길이 없는 듯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일본 기자는 “의전 실무자 수준이 아니라 총리 최측근이 바꿨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의자 교체는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일본 문화 ‘오모테나시’와도 안 맞는다. 여러 일본인에게 사진을 보여줬는데 열이면 열 이상하다고 했다. 한 지인은 “과거 일본에선 다다미 무늬와 두께가 권력의 상징이었는데 그와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른 지인은 “외국에서 어떻게 볼지 내가 다 부끄럽다”고까지 했다. 접견실 의자로 차등을 두는 건 국제적으로도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정색하고 따질 문제도 아니다. 정상이 외국 각료를 만날 때 자리 배치와 의자 선정은 주최 측 권한이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 정도만 아베 총리의 의자에 민감하다. 다만 기자에겐 그 의자가 상대에 대한 배려가 사라진 아베 총리의 ‘마이웨이’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다. 장기집권에 취해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중의원 의장이 말한 아베 총리의 ‘인간성의 문제’가 표면화되는 걸까. 공교롭게도 연이은 학원 스캔들도 의자 교체 시기 전후에 터졌다. 혹은 미 도널드 트럼프 정권 출범에 맞춰 더 이상 논리와 예의를 따지지 않고 ‘힘의 외교’를 하겠다는 신호인 걸까.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사면초가에 빠진 문재인 대통령으로선 ‘1mm도 못 움직인다’며 버티는 아베 총리가 야속할 것이다. 평창 올림픽 흥행이 시급한 시점에 개막식 불참 의사를 흘리며 분위기를 흐리는 것도 답답할 터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에서 ‘감성적 조치’를 요구했을 때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응수했던 걸 기억하면 지금은 오히려 자제하는 편이라 봐야 한다. 문재인 정권은 이런 아베 정권과 어떻게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려는 걸까. 현 정권에선 정확한 현실 인식과 치밀한 전략으로 대일 외교를 주도할 전문가가 아직 안 보인다. 그래서 더 걱정이다.장원재 도쿄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2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대해) 한국이 일방적으로 추가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진실을 인정하고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진심을 다해 사죄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추가 조치 요구로 간주하고 공식 거부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유럽 6개국 순방을 떠나기 직전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관저에서 취재진을 만나 “한일 합의는 국가 간의 약속이다. 이를 지키는 것은 국제적이고 보편적인 원칙”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무거운 표정으로 “일본 측은 약속한 것을 모두 성의를 갖고 실행하고 있다. 한국 측도 실행할 것을 강하게 요구해 나갈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일본 정부는 10억 엔을 한국 정부 돈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합의 위반 소지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두고 한일 관계가 냉각되면서 다음 달 9일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 아베 총리가 불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지지통신은 이날 “올림픽 개막식에는 다른 고위 관계자를 보내고 3월 9일 개막하는 패럴림픽에 맞춰 아베 총리가 한국을 찾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다음 달 9일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굳혔다고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이 11일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표면적으로는 1월 22일 소집 예정인 정기국회 일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두고 문재인 정권이 일본 정부에 새로운 조치를 요구하는 자세를 보인 것에 따라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또 일본 정부가 2016년 12월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세워진 것을 이유로 중단된 한일 통화 스와프 협정 재개 협의에 계속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굳혔다고 전했다. 다만 일본 정부 내에는 아베 총리가 방한해 직접 합의 준수를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대표단을 이끌고 평창 올림픽에 오기로 한 것도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펜스 부통령은 평창에 오기 전에 일본에 들르는데, 아베 총리가 참석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향후 국회 일정 등을 감안해 검토해 나갈 것이며 아직 방침이 결정되지 않았다”며 진화에 나섰다. ‘아베 총리 이외의 인사가 올림픽에 참석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엔 “그런 것도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에 살면서 새로운 습관 하나가 생겼다. 운전대를 잡기 전 목적지 근처 주차장을 미리 검색하는 것이다. 가능하면 주차요금까지 확인한 후에야 자동차 키를 든다. 없던 습관이 저절로 생겼을 리 없다. 2년 전 아이를 데리고 동네 병원에 갔는데 갓길에 잠깐 차를 세웠다가 1만8000엔(약 17만3000원)짜리 딱지를 떼였다. 이후 아무리 상황이 급해도 유료 주차장을 찾게 됐다. 가격까지 확인하는 건 관광지 에노시마(江ノ島) 인근 주차장에 차를 댔다가 한국 돈 4만 원을 주차비로 낸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 일본을 찾은 한국인들은 갓길에 주차된 차를 보기 어렵다며 놀라워한다. 하지만 일본이 예전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일본 신문은 불법주차로 소방차 구급차 진입이 어려워 큰일이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담당 장관이 “이대로는 모두가 질식할 것”이라고 한탄할 정도였다. 대도시 베드타운은 특히 심각했다. 1990년 한 신문은 ‘주차장 광소곡(狂騷曲)’이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통해 아파트 단지 등에서 벌어지는 주차전쟁을 생생히 그렸다. 읽어보니 최근 한국에서 나오는 기사와 비슷했다. 원인은 간단했다. 25년 동안 주차 공간은 2배로 늘어난 반면, 차는 7배 이상으로 급증했기 때문이었다. 도쿄(東京)도 문제였지만 제2의 도시 오사카(大阪)는 ‘불법주차의 천국’으로 불렸다. 인구는 도쿄보다 300만 명이나 적은데 노상주차 건수는 더 많았다. 상인의 도시로 도시 구획이 좁고, 반골 기질이 강해 단속 스티커를 붙인 채 아무렇지 않게 다니는 차도 적지 않았다. 무면허로 적발된 소년이 “면허 한 장 있으면 가족이 같이 쓸 수 있지 않나요”라고 말해 경찰을 아연하게 했을 정도로 질서의식이 약했다. 오사카는 1991년 정부가 차고증명제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놓을 때를 맞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경찰은 대대적인 ‘오사카 클리어웨이 작전’에 착수했다. 사복경찰을 동원해 단속을 강화했고, 바퀴 고정장치를 도입했다. 상습 위반자는 과감히 체포했다. 주차장 확충에도 힘을 쏟았다. 주차장 설치 의무를 강화했고, 민간 주차장 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줬다. 고교 운동장 지하에 주차장을 만드는 등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했다. 홍콩 스타 청룽(成龍)에게 경찰복을 입힌 후 불법주차 차량에 경고 스티커를 붙이게 하는 등 기발한 캠페인도 이어졌다. 그렇다고 곧바로 효과가 난 건 아니다. 주차장 증가율이 자동차 증가율보다 높아진 후에도 한동안 불법주차와의 전쟁이 이어졌다. 언제 줄어드나 싶던 노상주차 건수는 10년 넘게 지나자 가장 많던 시기(22만 대)의 절반이 됐다. 정부에서 2006년 민간 업체에 주차 단속 권한을 줄 때 오사카는 다시 총력전에 돌입해 2008년 2만7000대까지 낮췄다. 도쿄의 딱 절반이었다. 불법주차는 특정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스템과 문화의 문제다. 국가적으로 총력을 기울여도 변화를 실감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최근에야 집 근처 소방서 앞 도로 실선 안에 정차하면 안 되는 걸 알게 됐다. 그래도 그동안 규정은 지켰다. 주정차 금지 표시는 따로 없었지만 다른 차들이 세 차로를 모두 칼같이 비워 놓길래 이유가 있겠구나 싶어 자연스레 똑같이 했다. 시스템과 문화가 정착된다는 건 이런 게 아닐까. 국민적 공감대가 있고 정부와 자치단체가 끈질기게 노력한다면 한국에서도 불가능한 광경은 아닐 것이다. 장원재 도쿄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이 중일 평화우호조약 40주년을 맞아 ‘축구 외교’를 통해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중국에서 축구는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인기 스포츠이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소문난 축구광이다. 지난해 6월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직접 만나 중국의 축구 발전 방안을 설명하며 월드컵 개최를 요청했을 정도다. 일본은 축구 외교를 통해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시 주석이 서로 상대국을 교차 방문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일본은 시 주석이 일본을 방문하는 시기에 맞춰 친선 축구 경기를 개최하거나 관련 행사에 두 정상이 참석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축구협회도 일본인 지도자 파견 등을 통해 축구외교를 지원할 방침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단 한 번도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한 중국(FIFA 순위 71위)의 축구 실력 향상을 일본(57위)이 돕겠다는 것이다. 다시마 고조(田嶋幸三) 일본축구협회장은 요미우리에 “중국이 강해지는 것이 일본 축구의 강화로도 이어진다”며 적극 지원할 뜻을 밝혔다. 초당파 국회의원 모임인 ‘축구 외교 추진 의원연맹’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간부와의 친선 경기를 추진하는 계획도 검토되고 있다. 양국 의원들의 친선 경기는 2007년 한 차례 열린 뒤 양국 관계가 악화되면서 지금까지 중단된 상태다. 일본은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을 이달 말 중국에 보내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회담하도록 할 계획이다. 올해 봄 도쿄에서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방안과 양국 정상 상호 방문 등 협력 강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아베 총리는 10일 관저에서 최근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자민당과 공명당 간부를 만나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중 개별 안건에 대해 일본이 할 수 있는 것은 제대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5일에도 신년 행사에서 “중일 관계가 크게 개선됐다고 양국 국민이 인식할 수 있는 1년으로 하고 싶다”며 중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