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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기차를 재창조했고, 사람들을 로켓에 태워 화성으로 보내려 합니다. 그런 제가 차분하고 정상적일 거라고 생각했나요?”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여러 행성에 인류를 정착시키겠다는 스페이스X의 창업자, 지구를 초고속 위성 인터넷으로 뒤덮는 스타링크의 창안자, 뇌와 디지털을 연결하는 뉴럴링크의 창업자, 트위터의 후신 ‘X’의 오너 .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후 세계는 전방위적 재능을 가진 인물의 부활을 기다려 왔지만 이런 사람을 상상하지는 못했다. 미래에 대한 비전과 뛰어난 경영 능력으로 찬사를 받는 그는 임직원에 대한 착취와 소셜미디어에서의 기이한 언행으로 눈총을 받고 자신의 기업까지 위험에 노출시키는 장본인이다. 일론 머스크는 전인(全人)적 선구자인가, 초인(Superman)인가, 광인인가, 빌런인가. 헨리 키신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려놓은 저널리스트 월터 아이작슨은 2년 넘게 머스크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주변 사람들 130여 명을 밀착 인터뷰해 이 책을 내놓았다. 연대기적으로 서술된 이 책에서 머스크의 어린 시절에 대한 묘사는 충격적이다. 아버지는 한 시간 넘게 아이들에게 폭언을 퍼붓기 일쑤였고, 또래 소년들에게 매일 두들겨 맞는 야생 생존 캠프에 보내기도 했다. 이런 유년기는 머스크의 특유한 성격을 형성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에게는 친절이나 따뜻함,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없다는 것이다. 머스크도 자신을 공감 능력이 부족한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로 정의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알아도 느낌이 아니라 분석해서 알아내는 것이었다. 자신이 만난 여인들과 아이들에게도 그랬다. 이런 성격은 성공에 동력으로 작용했다. 공감을 배제한 결정은 그를 ‘위험을 감수하는 혁신가’로 만들었다. 머스크는 자신을 밤낮없이 일하도록 채찍질했고 다른 임직원들도 그러도록 종용했다. 위험을 증폭시키고 물러설 수 없이 몰아붙여 강을 건넌 뒤 ‘배를 태워버리는 데’ 몰두했다. 당연히 위기의 순간도 많았다. 스페이스X를 창업한 뒤 세 번이나 로켓 발사에 실패했을 땐 글로벌 금융위기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닥쳤다. 포기하라는 종용에 머스크는 “그러면 인류는 영영 ‘다행성(多行星·여러 행성에 거주한다는 의미)’ 종이 될 수 없어”라고 맞섰고, 네 번째 발사는 성공했다. 그의 직관에 손을 들어주는 것은 ‘결과’였다. 출간과 동시에 세계 언론이 이 문제적 전기를 조명했다. 이미 머스크의 소생으로 알려졌던 뉴럴링크 임원 질리스의 아이들이 머스크의 ‘사랑 없는’ 정자 기증으로 태어났다는 사실, 머스크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전쟁을 우려해 크림반도 인근의 스타링크 접속을 일시 차단했다는 내용 등이 헤드라인에 올랐다. 머스크는 “크림반도는 원래 스타링크가 연결되지 않았다”고 해명했고 아이작슨은 오류를 인정했다. 출간 전 내용에 관해 사전 논의가 없었음을 시사하는 이 일화는 책의 객관성을 의심하는 소리들로부터 일종의 보호막을 제공한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는 서평에서 “기술 거대 기업이 사회에 입힌 피해나 노동 착취 같은 것들이 책에 생략됐다”고 지적하며 머스크와 저자의 암묵적 약속을 의심했다. 머스크는 결국 어떤 존재로 남을 것인가. 저자는 결론을 유보한다. “위대한 혁신가들은 ‘어른아이’일 수 있다. 무모하고,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때로 해를 끼칠 수도, 미치광이일 수도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라흐마니노프는 가슴이 끓게 만드는 작곡가입니다. 광활한 대양 위를 저공비행하는 느낌이랄까, 대자연의 모습을 상상하게 해주죠.” 2017년 한국인으로는 처음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34·사진). 올가을 그의 선택은 탄생 150주년을 맞은 러시아의 거장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다. 12일 데카 레이블로 새 앨범 ‘라흐마니노프, 리플렉션’을 내놓은 선우예권은 23일부터 10월 20일까지 라흐마니노프와 바흐의 작품들로 전국 리사이틀 투어를 연다.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아쉬움도 털어놓았다. “6월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녹음할 때 호흡기 염증으로 아팠어요. 수액을 맞고 와서 레코딩에 임했죠. 마음이 아파서 녹음 편집본도 안 듣고 ‘잠수를 탔는데’…. 다시 들어 보니 200%는 아니더라도 만족도 있는 연주가 됐습니다.” ‘리플렉션’이라는 앨범 제목에 대해서는 “이 앨범이 저를 투영하는 점도 있고, 통영 밤바다에 비친 달빛을 바라보며 간절한 소망을 되새겼던 기억도 담았다”고 말했다. 앨범과 리사이틀의 교집합은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쇼팽 주제에 의한 변주곡’ 등 라흐마니노프가 남긴 두 곡의 변주곡이다. 앨범엔 라흐마니노프가 단골 앙코르곡으로 삼았던 전주곡 C샤프단조 등 전주곡 2곡, 피아니스트 볼로도스가 편곡한 첼로 소나타 3악장, 라흐마니노프 자신이 편곡한 크라이슬러의 바이올린곡 ‘사랑의 슬픔’도 수록했다. 라흐마니노프에게 초점을 맞췄으면서 다른 다양한 음악가들의 체취가 깃든 선곡이다.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16세 때 미국에 가서 커티스 음악원의 세이모어 리프킨 교수께 처음 배운 곡이죠. 1948년 라흐마니노프 콩쿠르 우승자셨는데, 라흐마니노프에게 필요한 감성과 표현을 온전히 전달해 주셨어요. 무섭기로 유명했지만 전화를 드리면 ‘바빠도 네게 줄 시간은 있다’고 하시는 분이셨죠.” 리사이틀 전반부에는 브람스가 피아노 왼손만을 위해 편곡한 바흐 ‘샤콘’과 바흐 파르티타 2번 등 바흐의 두 곡을 연주한다. “하노버 음대의 베른트 괴츠케 선생님이 우스개로 라흐마니노프는 ‘바흐마니노프’다고 하셔요. 구조적이고 건축적인 느낌에서 두 작곡가는 비슷한 면이 있죠.” 밴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에서 그에게 우승을 가져다 준 곡도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이었다. “라흐마니노프는 수많은 음색의 물감으로 다양하게 섞어 낼 수 있는 재료들을 만들어냈죠. 그 대신 피아니스트들에게 더 많은 고충도 안겨주었어요. 저는 한 손으로 10도(도에서 다음 옥타브 미까지)를 간신히 짚는데, 라흐마니노프는 네 음을 더 크게 짚을 수 있었다고 하죠. 하지만 어떤 부분들에선 신기하게 손에 잘 맞는 느낌도 듭니다.” 밴 클라이번 콩쿠르는 그가 우승한 뒤 다음 회차인 2022년 임윤찬이 우승을 거머쥐며 2회 연속 한국인이 우승했다. “한국인들의 음악성과 음악에 대한 헌신은 해외에서 모두 인정하는 점이죠. 윗세대에 본받을 점이 많은 분들이 계셨고, 그 덕에 저희가 빛을 볼 수 있는 계기가 생겼습니다. 콩쿠르에서 우승하면 수많은 연주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고갈될 수도 있어요. 음악에 대한 시각을 늘 신선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죠.” 서울 리사이틀은 10월 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4만∼10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당신이 어릴 때부터 접한 음악이 서양의 클래식 음악이란 말이죠? 한국 사람들이 클래식에 친숙한가요?” “맞아요.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클래식 음악을 듣는 카페들도 있어요. 종이에 원하는 음악을 적어 내면 음악을 틀어주죠.” “아하, 말하자면 ‘클래식 디스코텍’ 같은 거로군요?” 나이 든 남성과 앳돼 보이는 동양인 여성이 TV 카메라 앞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남자는 영국 배우 마이클 플랜더스, 여자는 23세의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다. 1971년 영국 BBC 화면. 정경화는 앙드레 프레빈 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와 함께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방송을 앞두고 영국 시청자 앞에서 소개의 시간을 가졌다. 전쟁이 끝나고 불과 18년이 흐른 아시아의 먼 나라에서 서양 음악을 듣는 광경을 묻는 대담자의 눈빛이 흥미롭다. 그 무렵엔 많은 일이 있었다. 1년 앞선 1970년, 정경화는 프레빈 지휘 LSO와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며 런던 무대에 데뷔했고 바로 유명 음반사 데카에서 차이콥스키와 시벨리우스의 협주곡을 담은 데뷔 음반을 내놓았다. 이듬해인 1971년, 이 음반은 해외 대형 음반사와의 계약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된 최초의 라이선스 클래식 음반이 됐다. 1971년 5월 6일 서울 시민회관(현재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동아일보사 주최로 런던 심포니 내한공연이 열렸다. 당시 소련의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일본의 도쿄 오사카 나고야를 거쳐 서울로 이어지는 무대였다. 시민회관에서 정경화는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했다. 동아일보 기사는 ‘정 양은 팬들의 열광 속에 다섯 번이나 커튼콜에 응했다’고 뜨거운 분위기를 전했다. 3년 뒤인 1974년, ‘동토의 땅’ 소련에서 낭보가 전해졌다. 정경화의 동생인 21세의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차이콥스키 콩쿠르 공동 2위에 오른 것이다. 그는 대회 후 김포국제공항에 내려 서울시청까지 카퍼레이드를 펼쳤고 박정희 대통령이 은관문화훈장을 수여했다. 이후 반세기가 지났다. 이달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정 트리오’ 콘서트가 열렸다. 트리오(3중주단)의 맏이인 첼리스트 정명화는 연주 현장에서 은퇴했고 75세가 된 정경화, 70세가 된 정명훈과 함께 중국 첼리스트 지안 왕(55)이 앉았다. 세 사람이 호흡을 맞춘 차이콥스키 피아노 3중주 A단조는 이들의 전성기처럼 예각(銳角)이 살아있는 연주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 어떤 연주보다도 호흡은 자유로웠고 푸근했으며 피날레로 치닫는 절정은 처연했다. 많은 청중이 눈물을 글썽였다. 정명훈이 서울에서 카퍼레이드를 펼치고 2년 뒤인 1976년, 초등학생과 중학생 형제는 1950년대 동숭동 클래식 다방의 단골이었던 부모님과 함께 명동에 있는 백화점의 음반 코너에서 라이선스 음반 세 장을 샀다. 자신들이 고른 첫 클래식 음반이었다. 막냇동생은 지금 1971년 국내 최초로 발매된 라이선스 음반을 들고 있다. 뒷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굉장한 추억이군요! 한 음악 사랑꾼(music lover)이 또 다른 음악 사랑꾼에게, 정경화, 2002년 4월 19일.” 기자가 서울 서초구의 호텔에서 바이올리니스트를 인터뷰하며 받은 메시지다. 음반을 언제 샀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다시 20여 년이 흘렀다. 그들의 나라는 조성진과 임윤찬, 그 밖의 수많은 클래식 스타를 배출한 나라가 되었다.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를 주최하는 벨기에의 국영방송은 이 수수께끼의 나라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두 차례나 제작했다. 그 모든 일의 씨앗은 이 나라가 전쟁의 잿더미에서 비로소 일어나기 시작한 1970년대 초반에, 아니 그 이전에 마련되고 있었다. 반세기 전의 음악다방에서 커피 한 잔을 놓고 정경화가 연주하는 차이콥스키의 협주곡을 듣고 있었을 청년들을 생각해 본다. 그들의 모습 위에, 지난 세기말 보도자료를 들고 신문사 편집국을 찾아다니던 ‘정 패밀리의 어머니’ 모습이 겹친다. “어떻게 직접 다니십니까?”라고 물으면 “재주 있는 젊은 애들 일이라서…”라고 했다. 그가 들고 다니는 자료는 어린 유망 음악가들의 콘서트를 알리는 것이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는 생전 공연 전 눈에 띄게 떨곤 했다. 무대 밖에서 못을 발견하면 행운이 온다는 그의 믿음 때문에 공연 관계자들이 일부러 못을 흘려두기도 했다. 국내 한 바이올리니스트는 쾅쾅 소리가 날 정도로 등을 때려줘야 무대로 나가는 습관이 있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영재교육연구원은 무대 공포증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살펴보는 패널 토크 ‘나를 만나는 시간―무대, 설렘과 공포 사이’를 16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이강숙 홀에서 연다. 윤동욱 YD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무대 공포 극복을 위한 근거 기반의 인지행동 치료 기법과 사례를 소개한다. 강경선 성신여대 음악치료학과 교수는 ‘빅파이브’ 이론(성격 요소를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신경증으로 나눠 평가)을 바탕으로 성격에 맞는 치료 방법을 설명한다. 김수연 AT자세움직임연구소장은 바른 동작과 자세로 편안하게 연주할 수 있는 보디 매핑 학습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무용가 김다애, 한국무용가 김서량, 피아니스트 정지원도 참여한다. 조주현 한국예술영재교육연구원장은 “실효성 있는 무대 공포증 치유 및 예방 방법과 정책 지원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선착순 200명 사전 등록 및 현장 등록이 가능하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제7회 동아주니어음악콩쿠르 본선 경연이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종합문화관에서 9, 10일 열렸다. 동아일보사가 주최하고 서울교대와 라율아트홀이 후원한 이번 콩쿠르는 초·중·고등부의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부문으로 치러졌다. 8월 30일~9월 1일 예선을 거쳐 64명이 본선에 올라 각 부문 1위 12명 등 33명이 수상했다.중등부 피아노 부문에서 1위를 한 최지웅 군(15·선화예중 3년)은 “본선에서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3번을 브람스답게 치는 데 노력했다. 관객에게 감탄과 감동을 주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올해 초등부 바이올린 1위 김민하 양(12·광명 광성초 6년)과 2위 김소현 양(12·부산 해강초 6년)에게는 바이올리니스트 고 이종숙(전 서울대 교수)을 기려 고 이종숙 교수 장학재단(회장 김광군 가천대 교수)이 수여하는 장학금 300만 원이 각각 지급된다. 입상자 중 일부는 서울 서초구 라율아트홀이 제공하는 무료 독주회 특전을 받는다.12일 오후부터 동아주니어음악콩쿠르 홈페이지(www.donga.com/concours/juniormusic)에서 채점표를 확인할 수 있다. 심사평도 함께 게재된다. 본선 연주 동영상은 10월 말경 유료로 서비스한다.다음은 수상자 명단.◇고등부 ▽피아노 △1위 장준호(18·홈스쿨링) △2위 민경배(17·선화예고 3년) △3위 최주니(16·서울예고 1년) ▽바이올린 △1위 권하나(15·서울예고 1년) △2위 정연우(17·서울예고 2년) 3위 장하윤(16·홈스쿨링) ▽첼로 △1위 조이한(17·서울예고 3년) △2위 안정빈(15·서울예고 1년) △3위 조수아(16·서울예고 2년) ▽플루트 △1위 박혜령(16·홈스쿨링) △2위 이채영(17·경북예고 2년) △3위 이효민(17·홈스쿨링) ◇중등부 ▽피아노 △1위 최지웅 △2위 강희지(15·예원학교 3년) △3위 황하준(14·부용중 2년) ▽바이올린 △2위 강하임(15·예원학교 3년) △3위 임주호(15·홈스쿨링) ▽첼로 △1위 박이준(14·예원학교 3년) 김태희(15·예원학교 3년) △3위 안준희(15·예원학교 3년) ▽플루트 △1위 홍희명(15·예원학교 3년) △2위 강예서(15·예원학교 3년) △3위 박지인(14·예원학교 2년)◇초등부 ▽피아노 △1위 유하람(11·광교초 5년) △2위 조승언(11·인천 송일초 5년) △3위 김하민(10·예일초 4년) ▽바이올린 △1위 김민하 △2위 김소현 △3위 이노아(12·숭의초 6년) ▽첼로 △1위 유채원(11·경기초 5년) △2위 고채원(10·내발산초 5년) △3위 배소율(12·서울서강초 6년) ▽플루트 △1위 이서현(12·내정초 6년)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매끄럽고 선명한 화음이 뿜어져 나오는 오르간의 색깔에 매혹돼 오르간 협주곡을 쓰기 시작했죠. 작업하면서 보다 다양한 음색들을 알게 됐고, 더욱 재미를 느끼게 됐습니다.” 작곡가 겸 지휘자 최재혁(29·사진)이 자신의 오르간 협주곡을 스스로 지휘해 선보인다. 최재혁은 10월 6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매일클래식 3―시간과 공간’ 콘서트에서 자신이 이끄는 실내악단 앙상블블랭크를 지휘한다. 초연곡인 오르간 협주곡 외 찰스 아이브스 ‘대답 없는 질문’, 스티브 라이시 ‘여덟 개의 선’ 등 20, 21세기 곡들과 이호찬이 협연하는 비발디 첼로 협주곡도 연주한다. 그는 2020년부터 오르간 협주곡을 구상했다. 작곡을 할 때 이 곡이 초연될 롯데콘서트홀의 음향을 상상했다. “롯데콘서트홀은 울림이 긴 편이어서 여러 소리를 섞을 수 있기 때문에 ‘내가 곡을 쓰고 싶었던 그 음향을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케스트라 버전도 함께 작곡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앙상블블랭크를 위한 실내악 버전을 선보인다. 20대 초반에 쓴 곡과는 다소 결이 다를 거라고 그는 말했다. “예전엔 비슷한 게 반복되면서 영원할 것처럼 느껴지는 음악을 썼습니다. 다른 걸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화가 마르코스 그리고리안(1925∼2007)의 그림이 눈에 들어왔죠.” 가뭄이 와서 땅이 갈라진 듯한, 울퉁불퉁하고 금이 간 질감의 그림이었다. “폭력적일 수도 있는 이 텍스처를 음악으로 풀어보자는 생각에서, 속도감 있고 다양한 화성과 소음까지 곡에 집어넣게 됐죠. 예전에 가졌던 미학과 잘 섞어보자는 마음으로 작곡을 했습니다.” 시끄럽고 ‘폭력적’이기만 한 곡은 아니다. “이 곡을 쓰던 중 이탈리아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날씨도, 경치도 좋았어요. 그때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쳐 나왔죠. 화려하고 약간 붉은빛을 띤 그 빛을 소리로 나타내고 싶었어요. 그런 부분도 들어 있죠.” 최재혁은 미국 줄리아드음악원에서 석사를 취득했고 베를린 바렌보임-사이드 아카데미 아티스트 디플로마를 받았다. 2017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 작곡 부문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이자 역대 최연소로 우승했다. 지휘자로서 2018년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객석을 세 개로 나뉜 악단이 둘러싸는 슈토크하우젠의 ‘그루펜(그룹들)’을 유명 지휘자 사이먼 래틀 경 등과 함께 지휘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새로운, 익숙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표방하는 앙상블블랭크를 21세 때인 2015년 창단해 이끌고 있다. 2만∼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3일(현지 시간) 폐막한 제64회 페루초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아버지가 한국계(고려인)인 러시아 피아니스트 아르세니 문(24·사진)이 1등상인 부소니 상을 수상했다. 아르세니 문은 15년 동안 수상자를 내지 못한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 상도 수상했다. 부소니 콩쿠르는 1949년 창설됐으며 한국인으로는 2015년 문지영, 2021년 박재홍이 우승한 바 있다. 미켈란젤리 상은 이탈리아의 세계적 피아니스트인 미켈란젤리를 기린 것으로 심사위원 전원이 합의해 수여한다. 아르세니 문은 “절반은 한국인으로 생각하지만 한국에 가본 적이 없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꼭 한국을 방문하고 연주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6세 때 피아노를 시작했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을 거쳐 뉴욕 줄리아드 음악원에 재학 중이다. 2016년 베르비에 페스티벌 특별상을, 2017년 폴란드 루빈스타인 추모 콩쿠르 1등상을 수상했다. 2019년부터 악기 제작사 야마하의 공식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연주자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공간에서 최고 연주자들의 실내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이 열린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인 ‘랑데부 드 라 무지크 페스티벌’(음악감독 김혜진 피아니스트)이 5∼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100석)과 리사이틀홀(354석)에서 네 차례 공연으로 펼쳐진다. 피아니스트 이진상 원재연 손정범,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김유은 김재원, 비올리스트 김상진, 첼리스트 임재성 이호찬, 클라리네티스트 채제일, 호르니스트 김홍박과 현악 4중주단 리수스 콰르텟, 이든 콰르텟 등이 출연한다. 올해 페스티벌 주제는 ‘LIFT:비상(飛上)’. 김 감독은 “국내 초연 작품과 친숙한 실내악 작품까지,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첫째 날인 5일에는 인춘아트홀에서 오프닝 콘서트 ‘랑데부 살롱’이 열린다. 18세기 프랑스 바이올리니스트 볼로뉴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로 시작해 손정범과 이든 콰르텟이 협연하는 슈만의 피아노 5중주로 문을 닫는다. 둘째 날인 9일 리사이틀홀에서 열리는 콘서트는 ‘슈베르트와 말러: 그리움’이 주제다. 말러의 학창 시절 작품인 피아노 4중주, 현악과 관악이 어우러진 슈베르트의 8중주 D.803 등을 선보인다. 셋째 날인 12일은 인춘아트홀에서 국내 초연곡인 캐럴라인 쇼의 ‘천 번째 오렌지’ 피아노 4중주를 포함해 모차르트의 피아노 4중주 1번, 브람스의 4중주 2번 등 세 곡의 피아노 4중주를 연주한다. 마지막 날인 13일은 ‘경이로운 환상’이 주제다. 인춘아트홀에서 이호찬의 첼로와 원재연의 피아노로 연주하는 베토벤 ‘헨델 변주곡’으로 시작하며 리수스 콰르텟이 국내 초연곡인 폴 비앙코의 현악 4중주 ‘리프트’를 선보인다. 5, 12, 13일 전석 5만 원, 9일 3만∼5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전쟁이 터진 날, 저는 볼로냐에서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를 리허설했습니다. 두 번째 악장은 억압받는 사람들에 대한 경의입니다. 그때 나는 음악이 휴머니즘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지휘자 옥사나 리니우(45)가 처음 한국을 찾는다. 이탈리아 볼로냐 시립극장 음악감독으로 재직 중인 그는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 등을 연주한다. 리니우는 뮌헨 바이에른 국립오페라에서 키릴 페트렌코의 보조지휘자로 일했고 오스트리아 그라츠 오페라와 필하모니 수석지휘자를 지냈다. 2021년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지휘하며 이 축제 145년 역사 최초의 여성 지휘자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그는 잇따라 전쟁의 참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세계인의 여론을 환기했다. 학교 합창단 지휘자로 일하며 폭격에 대비해 위장망을 만드는 자신의 아버지, 크레인을 운전하고 바리케이드를 만드는 남자 형제의 모습도 전했다. 그의 발언은 전쟁의 참상을 종식시키자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토론과 교류, 국가적 정체성을 강조하는 유럽식 연대에 있기를 바랍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에 수립한 것 같은 경찰 독재를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한때 러시아 음악을 배척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그는 간명한 표현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화학자 멘델레예프가 러시아인이라고 해서 원소 주기율표를 폐기하자는 사람은 없죠. 차이콥스키의 교향곡이 더 손쉬운 희생제물일 겁니다. 파괴적인 포퓰리즘 아닌가요?” 리니우는 볼로냐 시립극장 연주와 뮌헨, 베를린 등 서방 도시의 객원지휘를 맡는 한편으로 전쟁 중인 고국을 오가며 우크라이나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그가 2016년 창단한 악단이다. “전쟁이 터지자 서방에서 활동 중인 러시아 음악가들을 비롯해 여러 예술가들이 도움의 손을 내밀었습니다. 예전보다 더 많이 서방 음악가들과 교류하고 있죠.” 이번 내한 연주 첫 곡은 우크라이나 작곡가 예브게니 오르킨의 ‘밤의 기도’다. 전쟁 희생자들을 기리는 곡으로 간명한 선율에서 시작해 긴장감을 쌓아가며 장대한 절정을 이룬다. 올해 3월 리니우가 지휘하는 우크라이나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도이치 오퍼 베를린에서 세계 초연했다. 두 번째 곡으로는 아르메니아 작곡가 아람 하차투랸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2000년 시벨리우스 콩쿠르, 200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세르게이 하차투랸이 협연한다. ‘바이올리니스트 하차투랸’은 이 곡의 가장 열정적인 해석가로 꼽히지만 작곡가와 인척관계는 아니다. 끝곡으로는 ‘러시아인’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이 연주된다. 진한 러시아 감성이 묻어나는 ‘가을 교향곡’으로 인기를 끄는 작품이기도 하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열네 살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이 2일 스위스 시옹에서 폐막한 2023 티보르 버르거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1위와 주니어 심사위원상, 위촉곡 최고 해석상을 수상했다. 김서현은 1위 상금 2만 스위스 프랑(약 2984만 원)과 특별상 상금 3500프랑(약 522만 원)을 받는다.티보르 버르거 콩쿠르는 1967년 창설됐으며 한국인으로는 고 김남윤(1974년)을 시작으로 박지윤(2004년), 양정윤(2005년), 송지원(2015년)을 우승자로 배출했다.이번 콩쿠르의 최연소 본선 진출자인 김서현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대부분의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는 연령 제한으로 지원할 수 없는데 티보르 버르거 콩쿠르는 만 26세 이하 누구나 지원할 수 있어 도전하게 됐다. 훌륭한 음악가들을 직접 만나고 함께 연주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밝혔다.예원학교에 재학 중인 김서현은 2022년 토머스 앤 이본 쿠퍼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했다. 2020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고, 2023년 금호영재오프닝콘서트에서 연주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추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친지들의 갖가지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이 기다릴 것이다. “관리 좀 해서 ‘정상 체중’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니?”, “남들처럼 (정상적인) 취직, 결혼 안 할 거니?” …. 그런 ‘정상’이란 무엇일까? 영국의 여성 의료사학 박사인 저자는 ‘정상이란 만들어진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불과 두 세기 남짓 전인 1800년 이전에 ‘정상(normal)’이란 단어는 직각을 가리키는 수학 용어였을 뿐 다른 의미는 없었다. 1835년 벨기에 통계학자 케틀레는 천문학에서 행성 궤도 예측에 사용되던 종(鐘)형 곡선의 정규분포 개념을 인체 측정치에 적용했다. 그는 “이상(정상)적 신체에는 도덕적 정신이 수반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인 골턴의 우생학은 백인 상류 계급을 이상화하며 노동자 계급과 유대인 등에게는 출산을 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세기 초 미국 보험사들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 ‘정상’ 체중과 혈압 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표준은 주요 고객인 부유한 미국 백인이었다. 이런 사정은 한 세기가 지나도록 달라지지 않았다. 2010년, 미국 과학자 세 명은 오늘날의 과학 규범이 소수의 ‘괴상한(weird)’ 집단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바로 교육 수준이 높고 산업화된 부유한 민주주의 세계의 구성원들이다. 이들은 세계 인구의 12%에 불과하지만 심리학 연구 대상의 96%, 의학 연구 대상의 80%를 차지하며 거의 모든 경우 백인 남성으로 가정된다. 백인 남성에게 ‘정상’인 체질량지수(BMI)나 혈압을 아시아인에게 적용하면 당뇨병과 심장병 위협에 노출되기 쉬워진다. BMI 자체가 두 세기 전 케틀레가 고안한 방정식에 기초한 것이었다. 저자의 연구는 의학사와 신체 통계에서 시작하지만 정상을 강요받는 것이 몸만은 아니다. 심리상태나 성욕부터 가족관계까지 특정 집단의 표준이 ‘정상’으로 지배력을 행사한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좋은 계급의 남자는 자제력을 가진다’고 선언되면서 감정을 표현하는 건 하류 계급과 여성의 것으로 천시됐다. 19세기 말 영국에서는 한 여성이 모자 쓰기를 거부하자 ‘정신병’으로 치부됐다. ‘정상적인’ 성생활은 결혼과 이성애를 의미했고 여기서 제외되는 행위는 늘 금기로 탄압을 받았다. 백인처럼 ‘정상적으로’ 머리를 펴지 않은 흑인 여학생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여러 나라에서 지금도 발생한다. 학창 시절 말 없는 ‘왕따’였다고 스스로 밝히는 저자는 과거 두 세기 동안 세계에서 벌어진 ‘표준화’가 보건과 복지 전반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했음을 굳이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상’의 강조가 울타리 밖의 ‘비정상’을 배제시키고 소외시킨다는 그의 주장은 되돌아볼 가치가 크다. 옷차림부터 차량 색깔, 미용법, 자녀의 학원까지 남에게 맞춰야 한다는 강박이 훨씬 큰 우리 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지적일지도 모른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공연 포스터에 나온 그의 트럼펫은 지금까지 흔히 보던 트럼펫과 다르다. 오른손으로 누르는 세 개의 피스톤 밸브가 없다. 중간 부분만 구부려 둘둘 만 기존의 트럼펫과 달리 몸통 전체가 클립처럼 말려 있다. 벨(소리가 나오는 부분)도 더 작다. 국내 무대에서 보기 힘든 바로크 트럼펫의 매력을 알리는 리사이틀이 열린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29일 열리는 정인기 귀국 바로크 트럼펫 독주회다. “바로크 트럼펫은 바로크 이전 음악들을 연주하기 적합하게 개발된 트럼펫이죠. 바로크 시대의 ‘내추럴 트럼펫’과 모양이나 음색이 비슷하지만 3, 4개의 구멍이 뚫린 점에서 실제 바로크 시대에 사용된 악기와는 약간 다릅니다.” 트럼페터 정인기(33)의 설명이다. 대학에서 트럼펫을 전공한 그는 트럼펫 온라인 카페에 가입하면서 바로크 트럼펫의 매력을 알게 됐다. 독일 트로싱엔 음대에서 바로크 트럼펫을 배웠고, 이 학교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바로크 트럼펫이 개발된 것은 밸브 없는 내추럴 트럼펫의 음정이 정확하지 않은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였죠. 현대의 피스톤 트럼펫보다 연주하기 어렵지만 더 둥글고 따뜻한 소리를 냅니다. 바로크 음악 특유의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어요.” 기본음도 현대의 트럼펫보다 한 옥타브 낮다. 같은 음역에서 밸브 없이 더 많은 음을 내기 위해서다. 그는 입술을 대는 마우스피스에 바로크 시대와 현대 악기 마우스피스의 특징을 조합해 제작한 것을 쓴다. 이번 독주회에서는 비버의 소나타 C장조와 코베트의 소나타 C장조 등 바로크 트럼펫 연주 외에 베르디의 ‘아다지오’와 고전주의 시대 체코 작곡가인 피알라의 ‘디베르티멘토’를 19세기 악기인 ‘키 트럼펫’으로 연주한다. 정인기는 키 트럼펫으로 연주하는 피알라의 곡을 특히 귀 기울여 들어보길 권했다. “키 트럼펫은 내추럴 트럼펫에서 밸브 트럼펫으로 가는 과도기에 실험적으로 만들어진 악기죠. 오늘날 보기 드문 이 악기로 낼 수 있는 모든 기교를 다 활용한 곡입니다.” 그는 “국내에 현악기를 비롯한 다른 바로크 악기 연주는 많이 보급됐지만 바로크 금관악기 연주는 드물다. 앞으로 독주와 앙상블 활동을 통해 바로크 트럼펫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반주는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최현정 등 바로크 현악연주자들과 바로크 건반악기 연주가 최현영이 맡는다. 트럼페터 김낙영이 프란체스키니의 ‘두 대의 트럼펫을 위한 소나타’에, 소프라노 김정인이 갈루피의 ‘명예의 나팔소리에’에 함께 한다. 전석 2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젊은 성악도들은 대체로 무대에 설 기회를 얻기가 힘든데, 이 과정을 통해 지휘 연출 등 여러 분야의 교육생과 협업해 볼 수 있었죠. 다양한 성격의 레슨을 집중적으로 들을 수 있었던 점도 매우 유익했습니다.”(바리톤 홍지훈) 국립오페라단이 운영 중인 국립오페라스튜디오에서 교육받은 성악도 등 젊은 음악가들이 모차르트 오페라 ‘돈조반니’를 콘서트 오페라 형식으로 공연한다. 29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장천홀. 국립오페라스튜디오는 국립오페라단이 음대 졸업생 이상의 젊은 음악인을 대상으로 성악 지휘 음악코칭 연출 등을 매주 20시간 이상씩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2021년 1기를 모집해 문을 열었고 올해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부문 우승자인 김태한이 거쳐 간 코스로 주목받았다. 이번 콘서트 오페라 ‘돈조반니’에는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국립오페라스튜디오 3기 과정을 이수한 16명이 참여한다. 연출 과정을 밟은 3명이 장면별로 각각 개성 있는 무대를 펼친다. 서울시 오페라단장을 지낸 연출가 이경재가 총괄연출을 맡았고, 김봉미가 이끄는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았다. 국립오페라스튜디오 지휘 과정을 함께 이수한 김리라가 부지휘자로 참여한다. 이번 공연의 연출 3명 중 한 사람인 연출 과정 김진휘 씨는 “교육 이후 국립오페라단이 지방에서 공연하는 모차르트 ‘마술피리’에 조연출로 참여하면서 여러 극장의 상황에 따라 진행 상황이 바뀌는 멋진 경험을 했다. 스스로 부쩍 성장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서상화 국립오페라단 교육문화팀장은 “성악 레슨뿐 아니라 오페라 코칭, 외국어 딕션, 연기법 등 실제 무대에서 필요한 전문 강좌를 비롯해 오페라 인문학 등 교양강좌까지 운영해 전문 공연 예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4대 보험과 교통비, 식대를 포함해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8월부터 12월까지 4기 과정이 진행 중이며 내년부터는 기간을 늘려 1년씩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서 팀장은 올해 3기 과정을 이수했던 김태한에 대해 “실력도 실력이지만 너무도 성실하게 전 과정을 이수한 학구적인 성악가였다”고 말했다. 올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등으로 입상하고 김태한과 함께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 참가해 5등을 한 베이스 정인호도 지난해 2기 과정에 참여했다. 29일 콘서트 1만∼2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윌리엄 윤(William Youn). 피아노 음악에 관심 있는 세계의 음반애호가들을 설레게 하는 이름이다. 이 이름으로 피아니스트 윤홍천(41)이 2017년 독일 음반사 욈스에서 발매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은 음반전문지 그래머폰의 ‘편집자의 선택’에 오르며 ‘천부적이고 지적이며 정직하고 맹렬할 정도로 음악적인 연주’라는 격찬을 받았다. 지난해 2월에는 세 장으로 구성한 슈베르트 소나타 전곡 음반을 소니 레이블로 내놓으면서 독일 음반전문지 포노포룸으로부터 ‘결함 없이 완벽하게 구현된 자연스러움’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최근 평창대관령음악제와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클래식 레볼루션’에 출연하며 고국 팬들과 접촉면을 넓힌 그가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M 소나타 시리즈’ 무대에 혼자 선다. 23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슈베르트의 소나타 15번으로 시작해 슈베르트의 소나타 18번으로 프로그램을 닫는다. 그를 지난달 25일 리사이틀이 열리는 아트홀 맥 무대 위에서 만났다. ―슈베르트의 소나타는 대체로 느긋하고 장대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이번에 연주할 두 곡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소나타 D. 894(18번)는 마치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 같은, 시골의 소박한 풍경을 보는 것 같은 곡이죠. 천상에서 멜로디가 떨어지는 것처럼 정말 아름답습니다. 렐리크(유작) 소나타로 불리는 D.840(15번)은 어떤 사람들은 미완성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이게 완성된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다른 음악이 붙여질 수 없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죠. 음악이 베토벤에게 종교 같은 것이었다면 슈베르트는 삶을 그냥 얘기처럼 풀어나가는 것 같아요.” ―리사이틀 중간에는 프랑스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와 레날도 안의 가곡을 편곡한 작품들을 넣었습니다. “네, 저는 낭만주의 후반의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대)’를 사랑합니다. 마침 내년이 포레의 서거 100주년이자 레날도 안의 탄생 150주년이죠. 올해 초 안의 피아노 협주곡을 녹음했어요(발렌틴 우류핀 지휘,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협연·2024년 1월 소니 발매 예정). 그런데 앨범에 시간이 10분 정도 남아서 이 곡들을 편곡해 넣었죠.” 흔히 그렇듯 그가 피아노를 시작한 계기도 우연이었다. “유치원 때 피아노를 치는 선생님 모습이 마음에 들었나 봐요. 노는 시간에 제가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대요. 선생님이 어머니께 그 얘기를 하셔서 배우게 됐죠.” 그렇게 인연이 된 피아노로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와 예원학교를 수석으로 들어갔다. 열세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뉴잉글랜드음악원에서, 다시 유럽으로 옮겨 독일 하노버 음대와 이탈리아 코모 아카데미에서 수학했다. 지금은 독일 뮌헨의 대학가 슈바빙에 산다. ―해외에서 연주하는 것과 고국에서 연주하는 건 느낌이 다르겠죠. “한때 한국에서 연주하는 데 부담이 있었어요. 외국에서는 청중이 마음 편하게 듣는데 한국 청중은 우선 비교를 많이 하거든요. 예전에 외국인 친구와 함께 고국에서 연주하면서 무대 뒤에서 제가 ‘한국 청중은 달라, 빨아들이는 에너지가’ 하고 말했죠. 그 친구가 첫 곡을 치고 들어오면서 ‘정말 그래!’ 하더군요. 하지만 지난해 40대가 되면서 고국 무대에 대한 갈망이 커지는 걸 느끼고 있어요. 연주 때마다 설레고 기쁩니다.” 3만3000∼5만5000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7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축제극장의 ‘모차르트의 집’에서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감상했다. 감흥으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극장 앞 막스 라인하르트 거리로 나오자 거리 끝 동쪽의 잘츠부르크 대성당이 조명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5년 전 이 극장 바로 위 ‘츠바이크의 집’에서 밤의 대성당을 내려다본 기억이 떠올랐다. 소설가 겸 극작가 슈테판 츠바이크(1881∼1942)도 모차르트가 유아세례를 받은 이 성당을 매일같이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의 숨결이 느껴지는 거리에서 츠바이크와 역시 오스트리아의 문인이었던 후고 폰 호프만스탈(1874∼1929),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라는 세 천재를 떠올렸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제1차 세계대전이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패전으로 끝난 직후인 1920년 호프만스탈과 슈트라우스, 공연기획자 막스 라인하르트의 주도로 창립됐다. 오늘날도 매년 축제 개막일이면 대성당 앞에서 행진이 펼쳐지고 호프만스탈의 연극 ‘예더만’이 공연된다. 츠바이크는 전쟁 중에 잘츠부르크로 이사해 살고 있었다. 축제의 창립에 관여하지 않았던 츠바이크는 자서전인 ‘어제의 세계’에 이렇게 적었다. “군주들, 백만장자, 영화배우, 음악애호가, 예술가들이 잘츠부르크에 모여들었다. (…) 언덕 위의 우리 집은 유럽의 집이 되었다. 로맹 롤랑과 토마스 만이 묵었고 문인 호프만스탈, 조이스, 베르펠, 발레리, 슈니츨러와 음악가 라벨, 슈트라우스, 베르크, 발터, 버르토크가 나의 손님이 되었다.” 자서전 앞부분에서 츠바이크는 호프만스탈에 대해 ‘우리를 매혹시키고, 도취시키고, 감격시킨 한 사람, 단 한 번의 기적적 현상’이라고 적었다. 필명으로 데뷔하며 오스트리아 전 문단을 주목하게 만든 호프만스탈이 십대 소년의 모습으로 나타나자 사람들이 경악했다는 일화도 곁들였다. 호프만스탈은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 등 여섯 편의 대본을 쓰며 ‘황금 콤비’를 이룬 작가이기도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대본 작가를 잃은 슈트라우스는 츠바이크에게 다음 작품의 대본을 의뢰했다. 두 사람이 오페라 ‘말없는 여인’을 작업 중이던 1933년 히틀러의 나치가 독일의 정권을 장악했다. 옆 나라 오스트리아에 살던 츠바이크는 유대인이었다. 슈트라우스는 ‘대본 작가의 이름을 밝힌 가운데’ 이 작품을 초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히틀러는 예외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단 두 번 공연 뒤 츠바이크의 표현을 빌리면 ‘번갯불이 하늘에서 번쩍였다’. 이후 공연들은 취소되고 슈트라우스는 ‘독일제국음악성’ 대표직에서 해임됐다. 슈트라우스가 츠바이크에게 보낸 편지가 경찰에게 압수된 것이다. “내가 ‘순수’ 독일인이라는 생각을 가진다고 생각하십니까? 모차르트가 작곡을 하면서 ‘나는 아리아인’이라고 생각했겠습니까? 내게는 두 가지 사람만 있을 뿐입니다. 재능 있는 사람과 재능 없는 사람이죠.” 츠바이크는 1938년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병합하기 전 영국을 거쳐 브라질로 이주했고, 자서전 ‘어제의 세계’를 쓴 뒤 일본이 진주만을 폭격하면서 전쟁이 세계로 확대되자 절망 속에 스스로 삶을 정리했다. 슈트라우스는 나치 독일 치하에서 활동을 계속했다. 유대인이었던 며느리와 그 자녀들(자신의 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치의 요구에 응했던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3년 뒤인 1948년, 그는 뮌헨의 ‘탈나치화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다음 해 세상을 떠났다. 한때 ‘나치 협력자’라는 비난의 시선을 받았지만 슈트라우스가 다시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는 작곡가로 지위를 회복한 점은 한때 ‘파시스트가 사랑한 작곡가’로 비난받았던 이탈리아 작곡가 오토리노 레스피기(1879∼1936)와도 비슷하다. 그는 파시스트의 어떤 공직도 맡지 않았으며 반파시스트인 지휘자 토스카니니가 시위대의 공격에 둘러싸이자 앞장서서 그를 구출했다. 관현악의 표현적 기능을 최고로 발휘한 작곡가였다는 점 외에도 슈트라우스와 레스피기에게 공통된 점은 권력의 압력 속에서 보인 ‘인간에 대한 예의’였다. 츠바이크와 토스카니니가 각각 남긴, 두 사람에 대한 감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올해 여름 지구는 많이 아팠다. 앞으로도 좋은 소식들이 기다리지는 않을 듯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탄소 배출 억제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었다. 한데 이미 대기에 퍼진 이산화탄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 환경운동가이자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저자는 희망적인 소식을 전한다. 탄소를 잡아 땅속에 넣어두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은 이미 오랫동안 그 일을 해왔다. 건강한 토양 생태계에서 식물과 미생물들은 탄소를 포집해 격리시킨다. 탄소는 토양 깊숙이 유기 미네랄 복합체의 형태로 퇴적되고 저장된다. 숫자로 들여다보자. 인간은 1만 년 전 농업의 탄생 이래 500기가t(5000억 t)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배출했고 오늘날 해마다 탄소 4.3기가t을 배출한다. 지구의 토양은 1500기가t의 탄소를 함유하고 있으므로 땅속 탄소를 해마다 0.4% 증가시킬 수 있다면 6기가t의 탄소를 땅속에 저장할 수 있다. 즉,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줄여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탄소 배출 증가는 지구온난화 측면에서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땅이 탄소를 흡수하지 못하면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인다. 바다에서 이산화탄소는 탄산으로 바뀌어 바닷물을 산성으로 만들고, 산소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죽인다. 더운 지구와 산소 부족이라는 이중의 위기를 막기 위해서도 땅이 탄소를 붙들어 두도록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언뜻 보기에 그 방법론은 기존 농업 환경론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옥수수나 콩 같은 단일 품종을 대량 재배하기 위해 땅을 갈아엎거나 제초제와 살충제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 땅 위를 여러 종의 식물들로 계속 덮어줘야 하고 맨땅으로 내버려 두지 말아야 한다. 그 목적은 ‘건강한 먹거리 공급’에 그치지 않는다. 토양 위에는 여러 식물이 함께 자라면서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끌어들여 땅속으로 보낸다. 땅속에서는 미생물이 이 탄소를 사용해 토양 안에 물을 저장하는 미세한 공간들을 만든다. 동일 작물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제초제와 농약을 쏟아붓는 농법은 이 생태계를 파괴해 왔다. 이 생태계를 복원하는 농법을 사용하면 최선의 경우 2040년경부터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여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 주장이다. 책과 같은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찾아다닌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자연식품 박람회, 캘리포니아 일대의 재생 농업 농장, 유명 레스토랑 등의 르포가 현장감을 더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 대부분은 농부가 아니다. 저자는 도시에 사는 사람도 기후 변화를 역전시키는 ‘초보 혁명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책 말미에 실린 ‘초보자 안내서’의 지침을 요약하면 이렇다. “채소를 더 많이, 고기와 가공식품을 적게 섭취하라. 가공식품으로 가득한 냉장고를 정리하라. 일주일 치 음식을 계산하라, 부엌에 있는 감미료를 바꿔라, 음식 찌꺼기를 퇴비로 만들라, 가족이 함께 도시락을 싸라, 모든 음식은 성스럽다는 것을 기억하고 용서와 감사를 실천하라.”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서울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가 22∼27일 예술의전당 음악당 내 콘서트홀, IBK챔버홀, 리사이틀홀 등 3개 공간에서 열린다. 공연예술경영협회가 함께 주최하는 올해 이 축제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빅토리아 물로바, 피아니스트 백건우 등 유명 연주자들의 6개 공연과 치열한 공모를 거쳐 선발된 연주자들의 10개 공연이 펼쳐진다.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축제 조직위원장을 맡은 김민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은 “팬데믹 국면에서 열린 지난 두 차례 축제는 공모를 통해 국내 연주자들에게 기회를 줬다. 내년 이후엔 본격적인 여름 국제 음악축제로 발돋움하려 하기에 이를 위해 올해 축제는 ‘투 트랙’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서고우니 예술의전당 공연예술본부장은 “나이 등의 제한을 두지 않고 프로그램 구성은 연주자에게 맡기되 다양한 성격의 공연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콘서트홀에서 22일 열리는 개막 콘서트와 27일 같은 곳에서 열리는 폐막 콘서트는 안토니오 멘데스가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개막 콘서트에서는 말러 교향곡 중 가장 인기 있는 교향곡 5번을, 폐막 콘서트에서는 백건우가 협연하는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6번 ‘대관식’과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을 연주한다. 지휘자 멘데스는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에서 활약하는 멤버들이 고국에 모여 연주에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각각 다른 오케스트라들이 가진 열정에서 시너지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며 “여러 도전이 기다리겠지만 여기서 조화로움을 끌어내는 것도 내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3일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 첼리스트 문태국 등과 함께하는 실내악 무대 ‘스페셜 스테이지 위드 백건우’가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러시아 출신으로 바로크에서 오늘날의 창작음악까지 권위 있는 해석을 선보여온 바이올리니스트 빅토리아 물로바는 26일 콘서트홀에서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 3번 등을 들려준다. 콘서트홀에서 25일 열리는 프랑스 명문 3중주단 ‘트리오 반더러’ 콘서트, IBK챔버홀에서 26일 열리는 트리오 가온(피아노 김태형, 바이올린 이지혜, 첼로 사무엘 루츠커) 리사이틀도 눈길을 끈다. 공모 선발 공연도 ‘무명 신인 무대’에 머무르지 않는다. IBK챔버홀에서 23일 열리는 ‘프로젝트 띵’ 콘서트 ‘tHinG’는 서울대 교수인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과 피아니스트 박종화가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손자인 가브리엘 프로코피예프의 ‘더 띵’을 세계 초연한다. 24일 IBK챔버홀 무대에서는 바로크 첼리스트 강효정, 리코더 연주자 권민석, 테오르보(낮은 음을 낼 수 있는 류트족 악기) 연주자 윤현종이 출연하는 알테무지크 서울의 ‘비발디의 사계, 우리들의 사계’ 콘서트가 열린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독일 크론베르크 첼로 페스티벌이나 네덜란드 첼로 비엔날레 암스테르담 같은 세계적 축제로 키워 나가고 싶습니다.”(홍채원 모스틀리 첼로 페스티벌 음악감독) 두 해째를 맞는 ‘모스틀리 첼로 페스티벌’이 서울 중구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 홀에서 22일 막을 올린다. ‘산티(Santi)의 낮과 밤’이라는 제목으로 22일 첼리스트 산티아고 카뇬발렌시아 무반주 리사이틀, 24일 카뇬발렌시아와 피아니스트 김태형의 듀오 리사이틀, 26일 피날레 ‘메신저’ 등 세 차례 공연을 펼친다. 올해 페스티벌의 주인공 격인 산티아고 카뇬발렌시아(28)는 콜롬비아 보고타 출신의 스타급 첼리스트. 현악 전문지 스트라드가 “기술적으로 완벽하다. 작곡가의 특징을 완벽히 꿰뚫는 연주자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2018년 첼리스트 슈터르케르 야노시(야노스 슈타커)를 기리는 슈타커 재단 상을 받았고 이듬해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2위와 청중상을 수상했다. 첼리스트일 뿐 아니라 작곡가, 화가, 사진작가로 많은 팬을 거느린 특이한 이력의 전방위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첫날인 22일 카뇬발렌시아 무반주 리사이틀에서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2번과 바흐 ‘샤콘’ 첼로 편곡판, 카뇬발렌시아의 자작곡인 ‘심층으로의 상승(Ascenso Hacia lo Profundo)’를 선보인다. 24일 듀오 리사이틀에선 ‘산티의 밤’이라는 제목으로 드뷔시의 첼로 소나타와 현대 에스토니아 작곡가 페르트의 ‘형제들(Fratres)’ 등을 연주한다. 마지막 날인 26일 ‘메신저’는 카뇬발렌시아와 심준호 임재성 김민지 이경준 이호찬 이길재 박건우 홍채원 윤설 등 국내 첼리스트 9명이 함께 하는 무대다.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입상자인 윤설이 아르메니아 작곡가 쿠도의 독주곡을 연주하는 것을 시작으로 터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파즐 사이, 아르메니아 작곡가 아담 후도얀, 불가리아 작곡가 율리아 타바코바, 우크라이나 현존 대표 작곡가 실베스트로우 등의 동시대 작품들이 펼쳐진다. 마지막에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을 첼리스트 8명이 함께 연주한다. 홍채원 음악감독은 “지금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지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 등 위로의 손길이 필요한 나라들의 음악을 중심으로 하면서 세계 음악의 중심에서 한발 떨어진 다양한 문화권의 작품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전석 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우리는 외롭고, 삶의 의미를 모르고 과중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벌이는 디지털 생존 경쟁으로 미쳐버린 세상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켜져’ 있고 연결되어 있지만 재충전은 허용되지 않는다.” 신경심리학자로서 2016년 어린이들의 화면 중독을 경고한 책 ‘Glow Kids’로 미국 사회에 경종을 울린 저자가 이번에는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로 둘러싸인 청년과 성인 모두에게 경고장을 냈다. 뭐가 문제라는 걸까. 저자의 진단이 아주 놀랍거나 새롭지는 않다. 거대 기술기업들의 플랫폼은 중독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사용자는 조회 수나 ‘좋아요’ 수에 일희일비하고, 보상을 받으면 더 빠져들며, 우울함을 느끼면 그런 감정에서 탈출하기 위해 더욱 디지털 세상으로 도피한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디지털 마약’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사정을 더 악화시켰다. 코로나 기간 원격 활동이 삶의 다른 표준이 됐고, 디지털 화면을 보며 지내는 시간은 두 배로 늘었다. 고립적인 생활 방식은 우울함을 자극하고 사람들은 더 많은 디지털 마약을 사용한다. 디지털 플랫폼은 끝없이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한번 빠져들면 일상적인 활동이나 상황은 지루하게 느끼게 된다. 대뇌의 쾌락 제동 시스템이 손상되는 것이다. 여기서 받는 보상은 마약과 마찬가지로 신기루에 불과하다. 소셜미디어에서 사람들은 과도하게 비교당한다. 타인들은 행복하지만 ‘내’ 인생은 그렇게 멋지지 않다고 느낀다. 자살 충동을 느낀 10대 중 영국 소셜미디어 사용자의 13%와 미국 사용자의 6%가 그 계기로 인스타그램을 지목했다. 디지털 중독은 개인을 넘어 사회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이미 본 것과 연관된 내용을 반복 노출하는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사용자를 더 극단적인 콘텐츠로 몰고 가 계속 참여하게 만든다. 사용자가 이미 가진 생각을 더욱 강화하는 확증 편향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영상을 반복 시청하다 살인을 저지른 미국 청년 코리 존슨의 경우는 그 일부일 뿐이다. 이런 경향은 사회 전반의 분열과 대립을 강화한다. 저자가 더욱 우려하는 것은 디지털 거대 기업들에 수익 극대화를 넘은 어마어마한 목표가 있다는 점이다. “기술 억만장자들은 세상을 지배하고 우리가 보는 것, 사고방식, 사는 방법까지 통제하려 한다.” 이들은 우리의 행동과 데이터를 수집해 인류를 통제하고 나아가 불멸에 이르려는 ‘신(神)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는 진단이다. “오늘날 인간의 마음은 전쟁터이고, 거대 기술기업은 이 전쟁터를 지배하기 원한다.” 이 무한루프에서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까. 그리스계 미국인인 저자는 ‘그리스식 해법’을 주문한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감탄하는 법, 존재의 본질과 인간이 자신의 역할을 고찰하는 법을 가르쳤다.” 저자는 고대인이 강조한 ‘철학자 전사 예술가’의 속성, 즉 지혜와 이성과 분별, 용기와 명예, 창조력을 회복하자고 주문한다. 동아시아에 사는 우리로서는 고대 동양의 현인들로부터도 그런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청년기에 뉴욕에서 여러 유명 나이트클럽을 운영했으나 중독 문제를 겪고 혼수상태에서 살아나는 등 여러 경험을 겪은 뒤 중독 전문가로 변신했다. 원제 ‘디지털 광란(Digital Madness·2022년)’.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 음정이나 화음 등 많은 걸 알아야만 하는 건 아니죠. 멋진 점은, 음악이 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에는 한계가 없다는 겁니다.”(레너드 번스타인) 서울 롯데콘서트홀 여름 음악축제 ‘클래식 레볼루션’의 올해 주제는 작곡가로, 지휘자로 20세기 음악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긴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과 KBS교향악단 등 7개 교향악단이 참여하는 오케스트라 콘서트 7개와 2개의 실내악 콘서트를 11일부터 20일까지 펼친다. 올해 예술감독은 최근 지휘자로 활동 영역을 넓혀온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클라리넷 수석 안드레아스 오텐자머가 맡았다. 번스타인은 지휘자로서 1957∼1969년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활동했다. CBS와 도이체 그라모폰 등의 레이블로 방대한 녹음을 남겼고, 교향곡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붐을 이끌었다.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 많은 작품으로 예술성과 흥행 모두를 성취한 작곡가이자 ‘청소년 음악회’ 시리즈로 유명한 음악교육가, 음악이론가이기도 했다. 오텐자머는 “클래식 레볼루션은 이름처럼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축제다. 이런 정신을 대표하는 인물로 레너드 번스타인을 올해 주제로 정했다”고 밝혔다. 11일 개막 공연은 오텐자머가 지휘하는 서울시향이 번스타인 ‘캔디드 서곡’을 시작으로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 등을 연주하며, 대만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이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축제 기간 피아니스트 윤홍천 신창용,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와 조진주, 첼리스트 한재민, 플루티스트 김유빈, 소프라노 황수미가 협연 무대를 갖는다. 번스타인의 작품으로는 그가 작곡한 뮤지컬 유명 넘버와 지금까지 소개될 기회가 적었던 ‘세레나데’ ‘녹턴’, 교향곡 2번 ‘불안의 시대’ 등이 소개된다. 19일 폐막 공연에서는 KBS 교향악단이 지중배 지휘로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과 윤홍천이 협연하는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선보인다. 실내악 공연(14, 15일) 3만∼6만 원, 오케스트라 공연 3만∼9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