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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동 KBS 사장이 취임 뒤 만든 진실과미래위원회(진미위)의 운영규정 제정 과정상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가 있어 검찰에 송치됐다.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은 8일 양 사장의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양 사장은 지난해 진미위 운영규정을 제정하면서 구성원들의 동의를 충분히 구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진미위는 양 사장이 취임하면서 불공정 방송과 부당 노동행위 등에 대한 조사를 하겠다며 출범한 기구다. KBS공영노조는 지난해 9월 “KBS가 진미위 운영규정에 직원들에게 불리한 징계 규정을 포함하고 과거 보도를 조사해 보복성으로 징계했다”고 주장하며 서울남부지법에 진미위 활동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진미위에 징계권고권이 없다는 공영노조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인 바 있다. 그러자 KBS공영노조는 같은 해 11월에 양 사장을 단체협약 위반 등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용부에 고발장을 냈다. KBS는 이에 대해 “진미위 운영규정 제정 과정에서 사내게시판 공개 논의와 이사회 의결 등을 통해 사내외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적법했다고 소명했지만 노동청은 다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종 기소 여부는 검찰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대하드라마가 제발 부활했으면 합니다.” 지난해 말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배우 유동근의 수상 소감이 꽤나 화제였다. 유동근은 이례적으로 타사 드라마인 ‘미스터 션샤인’까지 언급하면서 정통 사극의 부활을 호소했었다. 그의 소망이 이뤄진 걸까.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동학농민운동 125주년 등 여러 역사 이벤트를 계기로 대작 사극 경쟁이 펼쳐진다. 먼저 동학농민운동을 소재로 한 SBS 금·토 드라마 ‘녹두꽃’이 지난달 24일 첫 방송으로 포문을 열었다. 조정석과 윤시윤, 한예리가 파란만장한 역사 속에서 농민군과 토벌대로 나뉘어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의 운명을 그렸다. ‘뿌리 깊은 나무’의 신경수 PD와 ‘정도전’을 집필해 사극 팬들이 복귀를 기다렸던 정현민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이달 4일 첫 방송을 한 MBC 토요 드라마 ‘이몽’은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독립운동가들의 일대기를 다뤘다. 유지태가 비밀결사 의열단 단장 김원봉 역을, 이요원이 일본인 손에 자란 조선인 의사 이영진 역을 맡았다. ‘사임당―빛의 일기’를 연출한 윤상호 PD와 ‘아이리스’ 시리즈의 조규원 작가 작품이다. 제작비 약 200억 원을 투입한 100% 사전 제작 드라마다. 올해 초 정통 사극 ‘왕이 된 남자’로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낸 tvN은 다음 달 1일부터 토·일 오후 9시에 송중기, 장동건 등 톱 배우를 내세운 대작 ‘아스달 연대기’를 편성할 예정이다. ‘아스달 연대기’는 드물게 상고시대 문명을 다룬 작품으로 제작비 400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생’, ‘나의 아저씨’의 김원석 PD가 연출을 맡고 ‘육룡이 나르샤’의 김영현·박상연 작가가 집필을 맡았다. ‘아스달 연대기’가 본격적으로 방송되는 6월이 되면 토요일 밤 시간대 ‘대작 3파전’이 펼쳐지는 셈이다. 사극은 현대극보다 더 많은 제작비가 들지만, 그에 비해 간접광고(PPL) 수익은 떨어진다. ‘이몽’의 김승모 CP는 제작발표회에서 “항일 드라마다 보니 해외 판매나 협찬, PPL에서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사극이 콘텐츠의 주 소비층인 20∼40세대에 맞춰 로맨스와 판타지를 결합하고 젊은 배우들을 주연으로 한 ‘퓨전 사극’으로 소비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해를 맞이한 만큼, 역사적 사실에 무게감 있는 스토리를 더해 승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역사는 늘 인물과 소재, 상상력의 창고 역할을 해 실제 역사가 가진 이야기의 힘에 주목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장르물처럼 제작하던 사극에 최근 시청자들의 트렌드에 맞춘 정통 사극까지 더해 이야기를 꾸려가는 방식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마약중독자인 아들 벤(루커스 헤지스)이 연락도 없이 재활원에서 돌아왔다. 그것도 평화와 행복이 충만한 크리스마스에. 불안해하는 여동생과 다시 돌려보내야 한다는 새아빠. 오직 엄마 홀리(줄리아 로버츠)만이 가족과의 하룻밤을 허락한다. 단 24시간 내내 엄마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영화 ‘벤 이즈 백’은 줄리아 로버츠가 전작 ‘원더’(2017년)를 통해 그린 모성애가 비로소 완성되는 영화다. ‘원더’에서 안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겪는 가슴앓이를 깊게 파인 주름과 눈물을 삼키는 눈빛으로도 표현해냈던 그다. 이번엔 마약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아들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는 엄마로 돌아왔다. 달라진 벤은 마약을 끊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지만 그가 돌아온 직후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누군가 집에 침입해 어린 시절 추억으로 장식한 트리가 쓰러지고 애지중지하던 강아지도 사라진다. 홀리와 벤이 늦은 밤 강아지를 찾아 나서는 여정은 평범한 소년이 마약중독자로 전락한 과정과 다름없다. 프로포폴 같은 수면 마취제를 마약처럼 이용하고 필로폰을 투약하고도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시대. 마약이란 여전히 먼 나라 일 같지만 영화는 벤 역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차츰 무너졌음을 드러낸다. 노모의 치료에 쓰던 마약성 약품을 제자들에게 팔아넘긴 교사, 24시간 주사기와 약을 파는 약국, 불과 다리 하나 건넌 곳에 있던 마약상의 본거지. 엄마는 아들과 24시간을 동행한 뒤에야 구토가 치미는 주변의 추한 현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아들 역시 그 추악한 고리에 가해자로 속해 있었음을 알아차리고 분노와 자책, 무기력함에 가슴을 친다. 무너져버린 자식을 끝까지 지탱하는 것은 오직 엄마뿐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로버츠가 표현하는 모성은 영화를 마지막 장면까지 이끄는 힘이다.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1994년)의 원작을, ‘어바웃 어 보이’(2002년)의 각본을 쓴 피터 헤지스 감독이 이번에도 사회의 주변으로 비켜 나간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9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마약중독자인 아들 벤(루카스 헤지스)이 연락도 없이 재활원에서 돌아왔다. 그것도 평화와 행복이 충만한 크리스마스에. 불안해하는 여동생과 다시 돌려보내야 한다는 새 아빠. 오직 엄마 홀리(줄리아 로버츠)만이 가족과의 하룻밤을 허락한다. 단 24시간 내내 엄마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영화 ‘벤 이즈 백’은 줄리아 로버츠가 전작 ‘원더’(2017년)를 통해 그린 모성애가 비로소 완성되는 영화다. ‘원더’에서 안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겪는 가슴앓이를 깊게 패인 주름과 눈물을 삼키는 눈빛으로도 표현해냈던 그다. 이번엔 마약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아들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는 엄마로 돌아왔다. 달라진 벤은 마약을 끊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지만 그가 돌아온 직후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누군가 집에 침입해 어린시절 추억으로 장식한 트리가 쓰러지고 애지중지하던 강아지도 사라진다. 홀리와 벤이 늦은 밤 강아지를 찾아 나서는 여정은 평범한 소년이 마약중독자로 전락한 과정과 다름없다. 프로포폴 같은 수면 마취제를 마약처럼 이용하고 필로폰을 투약하고도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시대. 마약이란 여전히 먼 나라일 같지만 영화는 벤 역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차츰 무너졌음을 드러낸다. 노모의 치료에 쓰던 마약성 약품을 제자들에게 팔아넘긴 교사, 24시간 주사기와 약을 파는 약국, 불과 다리 하나 건넌 곳에 있던 마약상의 본거지. 엄마는 아들과 24시간을 동행한 뒤에야 구토가 치미는 주변의 추한 현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아들 역시 그 추악한 고리에 가해자로 속해있었음을 알아차리고 분노와 자책, 무기력함에 가슴을 친다. 무너져버린 자식을 끝까지 지탱하는 것은 오직 엄마뿐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줄리아 로버츠가 표현하는 모성은 영화를 마지막 장면까지 이끄는 힘이다.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1993년)의 원작을, ‘어바웃 어 보이’(2002년)의 각본을 쓴 피터 헤지스 감독이 이번에도 사회의 주변으로 빗겨나간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9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마블 코믹스와 영화 시리즈의 팬인 정영훈 씨(46·서울 서초구)는 지난달 27일 집 근처 멀티플렉스 극장을 찾았다가 운 좋게 ‘어벤져스: 엔드게임’ 표를 구했다. 개봉 전부터 예매 애플리케이션을 부지런히 클릭했지만 스크린이 큰 상영관 표는 구할 수 없던 차였다. 밤 12시 반 상영마저 매진된 상황에서 취소표 2장이 생긴 것. 정 씨는 “늦은 밤인데도 개봉 첫 주에 영화를 보려는 청소년들이 많아 놀랐다. 3일 상영하는 아이맥스 티켓을 구해 2차 관람한다”고 말했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열기가 거세다. 3일 누적 관객 9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개봉 11일째인 4일 1000만 관객 돌파가 예상된다. 이는 ‘명량’(2014년)의 1000만 관객 돌파 기록인 12일보다 빠른 속도로 역대 최단 기간에 ‘1000만 관객 클럽’에 가입하는 셈이다. 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2일 기준 누적 861만9490명이 관람했다. 실시간 예매율은 2일 오전 기준 84.1%로 약 93만 명이 관람을 앞두고 있다. 대체 휴일(6일)까지 사흘 연휴가 시작돼 국내 개봉 외화 중 흥행 1위인 ‘아바타’(2009년)의 기록 1362만여 명도 뛰어넘을지 관심이 쏠린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스포일러를 피하려는 관객들이 몰리면서 개봉 첫날인 지난달 24일부터 갖가지 진풍경을 연출했다. 개봉 전날 극장 예매 애플리케이션이 다운되고 초대형 스크린인 아이맥스관에서 영화를 즐기려는 관객이 급증해 아이맥스 티켓이 암표로 거래될 정도였다. CGV는 2일 애플리케이션에 티켓 재판매자로 확인될 경우 예매 티켓 취소 및 강제 탈퇴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지난달 30일에는 대민 봉사활동을 나온 공군 이병이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관람하기 위해 봉사 지역을 이탈했다가 극장에서 헌병대에 검거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압도적인 예매 수요와 3시간에 이르는 긴 러닝타임을 고려해 새벽까지 스크린을 배정해 극장은 사실상 24시간 상영 체제가 됐다. 개봉 당일 관람으로 스포일러를 피한 관객들은 같은 영화를 반복 관람하는 이른바 ‘N차 관람’을 시작하고 있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이 영화의 재관람률은 개봉 첫날 2.2%에서 근로자의 날인 1일 6.2%까지 치솟았다. 전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년)의 재관람률은 8.2%였다. 다만 시리즈의 피날레인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기존 마블 영화를 섭렵해야 100% 즐길 수 있는 데다 1세대 히어로들의 활동을 결산하는 드라마적 요소가 강한 점은 마블 팬이 아닌 관객을 끌어들이는 데 제한 요인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한 멀티플렉스 극장 관계자는 “마블스튜디오의 영화는 이 시리즈를 즐기지 않는 50, 60대 관객들에 대한 확장성은 약하다”며 “기존 팬들의 충성도가 높아 재관람이 이어지고 있는데, ‘아바타’의 기록을 넘어설지 이번 연휴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결혼도 주차도 다 똑같다고. 더 좋은 상대가 나타나겠지 싶어서 기다리다 보면, 빈자리는 하나도 없고, 결국 아까 갔던 곳으로 되돌아가도 그 자리는 이미 차 있다고.” 20대처럼 열정적이지도, 40대처럼 안정적이지도 못한. 뜨뜻미지근하고 어정쩡한 30대. 이 소설집에는 더 이상 뜨거워지지 못하는 30대 커플의 일상이 여럿 등장한다. 9년째 연애하면서 결혼 날짜를 잡지도, 그렇다고 헤어지지도 못하는, 차를 타고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서 1km도 아니고 애매하게 900m쯤 후진해서야 이윽고 관계를 다시 정의하는 그런 관계 말이다. 저자가 문학사상, 현대문학 등에서 2016, 2017년 두 해에 걸쳐 발표한 단편 여섯 작품을 묶은 소설집이다. 각기 다른 단편소설 여섯 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로맨스 푸어’다. 결혼과 출산을 위해 청춘남녀가 남한 땅의 평범한 아파트를 보러 다니는 것이 개성과 평양에 분양받는 것만큼이나 초현실적인 일이 된 시대다. 단편 ‘오믈렛이 달리는 밤’ 속 표현대로 “2세를 낳지 않음으로 인해 멸종되는 개체가 있다면 그건 전 인류가 아니라 개인”일 뿐인데 온갖 오지랖과 현실 속에 시달리는 우리 시대의 ‘로맨스 푸어’를 위해 작가는 그들 나름의 있음 직한 로맨스를 창조해냈다. 그리고 그들을 그리는 과정에서 진부한 슬픔이나 좌절 대신 비약이나 유머를 통해 ‘웃픈’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가정의 달을 맞아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 특별전이 열린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 디자인 전시관에서 지난달 19일 개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더 매직 오브 애니메이션’은 1928년 탄생한 미키마우스의 드로잉부터 올 하반기에 개봉할 예정인 ‘겨울왕국 2’까지 약 100년에 걸친 디즈니 스튜디오의 역사를 아우른다. 약 500점에 이르는 전시 목록도 세대를 아우른다. ‘미키마우스’ ‘밤비’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즐겼던 세대부터 ‘라이온 킹’ ‘타잔’에 열광한 청년층, ‘모아나’와 ‘겨울왕국’을 사랑하는 어린이들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 올해 말 개봉을 앞둔 ‘겨울왕국 2’의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 작품 2점도 함께 공개된다. 전시는 올해 8월 18일까지 이어진다. 픽사 스튜디오 출신의 로버트 콘도와 다이스케 쓰쓰미가 독립해 설립한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톤코하우스 특별전시장에서 ‘호기심과 상상으로 그린 빛의 세계’ 전시회를 연다. 3일부터 8월 31일까지. 이번 전시에는 스케치, 원화, 캐릭터 등 140여 개 작품이 소개되고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의 톤코하우스 스튜디오가 전시장 내에 재현된다. 스크리닝룸에는 2015년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댐 키퍼’ 등 3편이 상영된다. 댐 키퍼는 자연재해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어린 돼지의 고군분투를 그린 작품. 전 픽사 애니메이터이자 현 톤코하우스 감독으로 있는 한국인 애니메이터 에릭 오가 청소년과 대학생 등 애니메이터 지망생을 위한 워크숍도 운영할 예정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맹공에 경쟁작들이 맥을 못 추는 가운데 가정의 달을 맞아 신작들이 개봉한다. 5월 개봉하는 한국영화 3편은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 ‘어벤져스’에 맞서 끝장싸움을 벌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에는 형제처럼 살아가는 지체장애인 세하(신하균)와 지적장애인 동구(이광수)를 그린 ‘나의 특별한 형제’가 포문을 열었다. 영화는 지체장애인 최승규 씨와 지적장애인 박종렬 씨의 실제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광주 ‘작은 예수의 집’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친해졌다. 박 씨가 4년간 등하굣길 휠체어를 끌어준 최 씨는 광주대 사회복지학과 졸업장을 받을 수 있었다. 극 중 세하와 동구는 장애인 시설 ‘책임의 집’에서 친형제처럼 살아간다. 시설이 폐쇄되며 헤어질 위기에 처하자 세하는 수영을 좋아하는 동구를 수영대회에서 입상시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독립할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을 궁리한다. 수영장 아르바이트생 미현(이솜)의 도움으로 희망이 보이지만 동구의 트라우마로 이들의 계획이 실현되는 것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15일 개봉하는 ‘배심원들’은 한국영화에서는 처음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소재로 다뤘다. 강단 있는 부장판사 김준겸(문소리)과 어쩌다 배심원으로 선정된 청년 창업가 권남우(박형식) 등 배심원 8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상 처음 일반인들과 재판을 하는 재판부와 생애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죄를 심판하게 된 보통 사람들이 함께하는 과정에서 재판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법대에 앉아 극을 이끄는 역할을 맡은 배우 문소리가 직접 재판 기사를 찾아 읽고 판사들을 인터뷰하면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2013년 국민적 공분을 자아낸 ‘칠곡 아동학대 사건’을 소재로 한 ‘어린 의뢰인’은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연출은 ‘선생 김봉두’(2003년), ‘이장과 군수’(2007년) 등을 연출한 장규성 감독이 맡았다. 거대 로펌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인 변호사 정엽(이동휘)은 고향의 아동복지센터에 취업한다. 근무 첫날 계모 지숙(유선)의 학대를 경찰에 신고한 10세 소녀 다빈(최명빈)이가 정엽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정엽은 아이들을 귀찮게만 여긴다. 대형 로펌 합격 소식을 듣고 서울로 올라간 정엽은 어느 날 다빈이가 동생을 죽였다고 자백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죄책감에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최근 몇 년간 4, 5월은 ‘마블 시즌’으로 한국 영화들이 개봉을 피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 지난해 4월 말에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2016년 4월에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스크린을 장악했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개봉한 지 일주일이 지나도 관람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그나마 ‘뽀로로 극장판 보물섬 대모험’이 관객 수 약 28만 명으로 ‘뽀통령’의 이름값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어벤져스’가 강적이지만 5월 초 연휴와 개봉 예정인 다른 경쟁작들을 생각하면 무작정 개봉을 미룰 수 없다”며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소재를 다룬 영화가 여럿 개봉하는 만큼 관객들이 어벤져스 외에 다른 영화들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벤져스는 관객들이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한 1차 관람을 한 뒤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 이른바 ‘N차 관람’이 시작되며 1일 낮 기준 누적 관객 수 8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명량’(2014년)과 ‘신과함께-인과 연’(2018년)보다 빠른 속도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시리즈 21편의 한국 시장 총 누적 관객 수는 1억 명이 넘는다. 피날레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이 22편의 오락영화 시리즈에 ‘인피니티 사가(saga·신화나 대서사시를 뜻하는 말)’라는 이름이 붙었다. 마블 영화들이 한 세대가 공유하는 ‘영웅의 대서사시’의 반열에 오른 비결은 무엇일까. MCU는 만화 원작자이자 마블스튜디오 명예회장 스탠 리(1922∼2018·사진)가 남긴 원작 만화를 유산으로 삼아 오늘의 자리까지 왔다. 스탠 리가 남긴 어록에는 마블의 성공 요인뿐 아니라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의 기본 원칙이 숨어 있다. ○ “히어로는 어른들의 동화, 사람들은 입체적인 히어로를 원한다” 스탠 리는 히어로가 대중에게 사랑받기 위해 반드시 가져야 할 요소를 ‘공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히어로들도 돈이 없을 수도, 가족 간 불화가 있거나 연애가 잘 안 풀릴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와 같은 것을 경험하는 히어로를 원한다”고 말했다. 악의 무리와 맞서 싸우는 히어로들은 정작 보통 사람들 같은 고민을 안고 산다. 소중한 친구를 잃었거나(캡틴 아메리카), 사고뭉치 동생과 갈등을 겪고(토르), 자신의 근본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스타 로드).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한국에서 아이언맨이 특히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이유도 여기에서 찾았다. “아이언맨은 부유하지만 신체적으로 결함을 가진 히어로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늘 유머를 잃지 않고 삐딱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적인 모습은 한국인들이 전통적으로 사랑한 영웅들의 모습과 닮아 있다.” 개성 강한 히어로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평범한 ‘동료애’다. 나무(그루트)나 너구리(로켓)까지도 마침내 끈끈한 가족이 되는 이유는 이들이 서로와 타인을 위해 언제든 희생을 할 수 있는 히어로로 함께 성장해 나가기 때문이다. ‘인피니티 사가’는 마블의 히어로들이 초능력을 가져서가 아니라 타인을 위한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기 때문에 사랑받았다는 것을 10년 동안 증명해 왔다. ○ “우리는 함께 지구별을 여행하는 동반자” 원작 만화는 아시아인과 흑인을 포함한 모든 인종, 여성, 성소수자에게도 열려 있었다. 영화에서도 다양한 범주의 마이너리티들이 등장한다. MCU 서사의 중심 영웅 캡틴 아메리카조차 ‘퍼스트 어벤져’에 등장한 첫 모습은 소년같이 왜소한 군인이었다. 마블의 향후 10년은 여성(캡틴 마블)과 흑인(블랙 팬서), 그리고 좌충우돌하는 10대(스파이더 맨)와 같은 기존의 히어로 공식을 깬 ‘마이너리티’에 달려 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가 흑인인 팔콘에게 전달되는 장면과 타노스에 맞서며 캡틴 마블과 발키리 등 여성 히어로들이 한 스크린에 모이는 장면은 그만큼 상징적이다. ‘블랙 팬서’는 최초의 흑인 히어로로 미국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고 ‘캡틴 마블’이 페미니즘 논란과 별개로 개봉 후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을 고려하면 마블이 단순히 ‘마이너리티’라는 니치 마켓을 겨냥하기 위한 얄팍한 전략을 쓴 것은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관객들은 언제나 ‘언더도그(약자·패배자)’ 스토리에 마음을 연다. 마블의 미래는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히어로들이 어떤 조화를 만들어낼지가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 “나조차도 마음이 두근거리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했다” 마블스튜디오의 강력한 경쟁력은 원작의 많은 캐릭터의 생동감을 황금 비율로 조화해 냈기 때문이다. 마블 원작 만화를 국내에 소개하는 백소용 시공사 책임편집자는 “허무맹랑한 판타지이지만 원작 만화는 오랜 역사에서 나오는 다양한 캐릭터와 사건으로 MCU의 세계관을 있음 직하게 보이게 한다. 영화는 그중에서도 가장 관객들이 열광할 만한 캐릭터와 사건들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고 말했다. 각 시리즈의 초기 작품들은 캐릭터와 서사에 집중해 관객들이 충분히 스토리라인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시리즈가 이어지며 ‘쉴드’의 수장 ‘닉 퓨리’ 캐릭터가 개별 작품의 연결고리가 되고 각 캐릭터들이 각각의 영화를 넘나들며 관객들은 실제 자신이 MCU의 세계에 살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만화책뿐 아니라 TV 시리즈 ‘에이전트 카터’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장된 스토리는 영화를 보는 팬들에게 다층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그리고 그 전략의 중심에는 원작 만화의 열정적 팬인 케빈 파이기 마블스튜디오 사장이 있다. 마블은 그와 함께하며 스탠 리의 모토 ‘엑셀시오(excelsior·더욱더 높이)’처럼 비상해왔다. 백 책임편집자는 “마블은 케빈 파이기를 중심으로 큰 그림을 그리며 MCU 세계관을 확장시켰다. 그것이 DC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국내 소개 시리즈 총 4편… 누적 관람객 4000만 넘을 듯 ▼ ‘어벤져스: 엔드게임’(엔드게임)이 개봉 5일 만에 약 600만 명의 관객이 관람하며 연일 흥행 신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28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봉 4일째인 27일 관객 수 148만9083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4일 ‘신과 함께-인과 연’이 기록한 역대 하루 최다 관객 수 146만6225명을 뛰어넘은 수치다. 엔드게임은 24일 개봉과 동시에 134만 명이 관람한 데 이어 이틀째 누적 200만 명, 사흘째 누적 300만 명을 각각 돌파했고, 나흘째에 누적 관객 470만7423명을 기록했다. 개봉 5일째인 28일 사전 예매한 관객만 115만 명에 달했으며, 개봉 후 첫 주말인 만큼 600만 명을 넘길 것이 확실시된다.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흥행이 아니다. 미국의 박스오피스 집계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24일 전 세계 25개국에서 개봉한 첫날 수익으로만 약 1억6900만 달러(약 1958억 원)을 벌어들였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개봉일인 24일 0시 첫 상영 회차에 몰린 엔드게임 관람객만 304만 명에 달했다.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어벤져스 시리즈는 총 3편이다. 2012년 ‘어벤져스’가 707만 명을 기록한 데 이어 2015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1049만 명, 지난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1121만 명을 기록해 누적 관람객 수만 2877만 명에 이른다. 영화계에선 매일 100만 명가량이 찾는 엔드게임의 흥행까지 합쳐진다면 4000만 명 이상이 어벤져스 시리즈를 관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스크린 수 독점’이라는 비판적인 기록도 함께 세우고 있다. 엔드게임은 개봉일에만 전국의 스크린 2760개에서 1만2545회 상영됐다. 상영점유율은 80.9%, 좌석점유율은 85%에 이르렀다. 주말인 27일에는 2832개로 늘어나는 등 기념비적인 흥행 기록과 함께 ‘한국 영화계의 다양성 위축’ 논란도 함께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시리즈 21편의 한국 시장 총 누적 관객 수는 1억 명이 넘는다. 피날레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이 22편의 오락영화 시리즈에 ‘인피니티 사가(saga·신화나 대서사시를 뜻하는 말)’라는 이름이 붙었다. 마블 영화들이 한 세대가 공유하는 ‘영웅의 대 서사시’의 반열에 오른 비결은 무엇일까. MCU는 만화 원작자이자 마블스튜디오 명예회장 스탠 리(1922~2018)가 남긴 원작 만화를 유산으로 삼아 오늘의 자리까지 왔다. 스탠 리가 남긴 어록에는 마블의 성공 요인 뿐 아니라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의 기본 원칙이 숨어있다. ●“히어로는 어른들의 동화, 사람들은 입체적인 히어로를 원한다” 스탠 리는 히어로가 대중에게 사랑받기 위해 반드시 가져야 할 요소를 ‘공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히어로들도 돈이 없을 수도, 가족간 불화가 있거나 연애가 잘 안 풀릴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와 같은 것을 경험하는 히어로를 원한다”고 말했다. 악의 무리와 맞서 싸우는 히어로들은 정작 보통 사람들 같은 고민을 안고 산다. 소중한 친구를 잃었거나(캡틴 아메리카), 사고뭉치 동생과 갈등을 겪고(토르), 자신의 근본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스타 로드).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한국에서 아이언맨이 특히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이유도 여기에서 찾았다. “아이언맨은 부유하지만 신체적으로 결함을 가진 히어로다. 위험한 상황에도 늘 유머를 잃지 않고 삐딱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적인 모습은 한국인들이 전통적으로 사랑한 영웅들의 모습과 닮아 있다.” 개성 강한 히어로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평범한 ‘동료애’다. 나무(그루트)나 너구리(로켓)까지도 마침내 끈끈한 가족이 되는 이유는 이들이 서로와 타인을 위해 언제든 희생을 할 수 있는 히어로로 함께 성장해나가기 때문이다. ‘인피니티 사가’는 마블의 히어로들이 초능력을 가져서가 아니라 타인을 위한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기 때문에 사랑 받았다는 것을 10년 동안 증명해왔다. ●“우리는 함께 지구별을 여행하는 동반자” 원작 만화는 아시아인과 흑인을 포함한 모든 인종, 여성, 성소수자에도 열려 있었다. 영화에서도 다양한 범주의 마이너리티들이 등장한다. MCU 서사의 중심 영웅 캡틴 아메리카조차 ‘퍼스트 어벤져’에 등장한 첫 모습은 소년 같이 왜소한 군인이었다. 마블의 향후 10년은 여성(캡틴 마블)과 흑인(블랙 팬서), 그리고 좌충우돌하는 10대(스파이더 맨)와 같은 기존의 히어로 공식을 깬 ‘마이너리티’에 달려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가 흑인인 팔콘에게 전달되는 장면과 타노스에 맞서며 캡틴 마블과 발키리 등 여성 히어로들이 한 스크린에 모이는 장면은 그만큼 상징적이다. ‘블랙 팬서’는 최초의 흑인 히어로로 미국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고 ‘캡틴 마블’이 페미니즘 논란과 별개로 개봉 후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을 고려하면 마블이 단순히 ‘마이너리티’라는 니치 마켓을 겨냥하기 위한 얄팍한 전략을 쓴 것은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관객들은 언제나 ‘언더독(약자·패배자)’ 스토리에 마음을 연다. 마블의 미래는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히어로들이 어떤 조화를 만들어낼지가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나 조차도 마음이 두근거리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했다” 마블스튜디오의 강력한 경쟁력은 원작의 많은 캐릭터의 생동감을 황금 비율로 조화해냈기 때문이다. 마블 원작 만화를 국내에 소개하는 백소용 시공사 책임편집자는 “허무맹랑한 판타지이지만 원작 만화는 오랜 역사에서 나오는 다양한 캐릭터와 사건으로 MCU의 세계관을 있음직하게 보이게 한다. 영화는 그중에서도 가장 관객들이 열광할 만한 캐릭터와 사건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각 시리즈의 초기 작품들은 캐릭터와 서사에 집중해 관객들이 충분히 스토리라인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시리즈가 이어지며 ‘쉴드’의 수장 ‘닉 퓨리’ 캐릭터가 개별 작품의 연결고리가 되고 각 캐릭터들이 각각의 영화를 넘나들며 관객들은 실제 자신이 MCU의 세계에 살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만화책 뿐 아니라 TV 시리즈 ‘에이전트 카터’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장된 스토리는 영화를 보는 팬들에게 다층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그리고 그 전략의 중심에는 원작 만화의 열정적 팬인 케빈 파이기 마블스튜디오 사장이 있다. 마블은 그와 함께하며 스탠 리의 모토 ‘엑셀시오(excelsior·더욱 더 높이)’처럼 비상해왔다. 백 책임편집자는 “마블은 케빈 파이기를 중심으로 큰 그림을 그리며 MCU 세계관을 확장시켰다. 그것이 DC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아버지들이 요리학원을 찾아 앞치마를 두르는 시대, 참으로 적절한 책이 나왔다. 2011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가가 부엌의 까칠한 현학자로 돌아왔다. 흥미로운 건 요리에 관해서라면 온 세계의 놀림감이 되는 바로 그 ‘영국’의 대표 작가다. 어려서 부엌과는 거리가 멀었던, 요리를 글로 배운 중년 남성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떠오른다. 요리책대로 하면 맛있는 음식이 될 거라는 믿음으로 고지식하게 따라하지만 이상하게도 요리는 늘 어딘가 달라 좌절하고 실망한다. 아내와 ‘한 스푼’이라는 표현을 두고 ‘찰랑찰랑’인지 ‘수북이’ 한 스푼인지 논쟁을 벌이고, 요리법의 빠진 부분을 캐묻기 위해 요리책 저자에게 전화했다가 ‘이상한 부분이 없다’며 면박을 당하기도 한다. 책장을 덮을 때까지 영국 최고 작가가 주방에서 겪는 굴욕과 영국식 유머가 끊이지 않는다. 저자는 요리책을 사 모으고 책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체득하며 요리에서 인생을 발견해간다. 그가 마침내 깨달은 것처럼 요리란 사랑하는 사람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나눠 먹는 일, 그리고 그들과 인생의 즐거움을 나누는 일이다. 부엌에서 돋보기 너머로 요리법을 정독하는 우리네 아버지들에게 좋은 위로를 전할 책이다. 원제는 ‘The pedant in the kitchen’.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한국에서 마블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 21편의 누적 관객 수는 약 1억580만 명. ‘마블민국’이라 불릴 정도로 어벤져스 시리즈 사랑이 엄청난 시장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엔드게임) 역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개봉 당일 최다 관객 기록을 갈아 치웠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개봉일인 24일 총 133만8781명이 관람했다. 개봉일 하루 매출만 96억7944만1700원에 이른다. 이날 전체 영화 매출액의 97.1%에 해당한다. ‘엔드게임’은 이미 100만 관객이 개봉 4시간 반 만에 넘어서 역대 최단기간 100만 관객 돌파 기록도 세웠다. 24일 오후 6시 40분 기준으로 총 관객 수 127만 명을 돌파해 그전까지 역대 개봉일 최다 관객 기록을 갖고 있던 ‘신과 함께-인과 연’(124만6603명)을 넘어섰다. 특히 ‘엔드게임’은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등 관객으로부터 사랑받은 주요 캐릭터의 10년을 집대성하는 시리즈. 개봉 전부터 결말을 둘러싼 각종 예측과 스포일러가 난무하고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일으키는 등 큰 관심의 중심에 섰다. 개봉 첫날 관객이 몰린 것도 스포일러를 피해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을 즐기고 싶은 욕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인터넷에서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금지, 유튜브 시청 금지, 극장 화장실 들어가지 말기 등 ‘어벤져스 스포일러 피하는 법’까지 등장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개봉 전부터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어벤져스 스포일러 금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북미와 유럽 등에서도 ‘스포일러프리(Spoiler-Free)’를 내걸고 리뷰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영화의 인기는 ‘스크린 상한제’ 도입 논란에도 다시 불을 붙였다. 흥행영화에만 집중하는 현상을 막고 관객들의 영화 선택권을 보장하도록, 특정 영화에 일정 비율 이상 스크린을 배정하지 못하도록 규제하자는 것이다. 개봉 당일 ‘엔드게임’의 스크린 수는 전국 2760개. 지난해 개봉 당일 스크린 2460개로 출발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보다도 많다. ‘인피니티 워’ 개봉 당시에도 같은 논란이 불거졌다. 배장수 반독과점영화인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강력한 스크린 독과점 규제 법안을 마련해 관객의 선택권을 지키지 않으면 영화 생태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2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를 통해 “다양한 상업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될 수 있도록 ‘스크린 상한제’를 적극 검토 중”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한국에서 마블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 21편의 누적 관객 수는 약 1억580만 명. ‘마블민국’이라 불릴 정도로 어벤져스 시리즈 사랑이 엄청난 시장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엔드게임) 역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개봉 당일 최다 관객 기록을 갈아 치웠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개봉일인 24일 총 133명8781명이 관람했다. 개봉일 하루 매출만 96억7944만1700원에 이른다. 이날 전체 영화 매출액의 97.1%에 해당한다. ‘엔드게임’은 이미 100만 관객은 개봉 4시간 반 만에 넘어서 역대 최단기간 100만 관객 돌파 기록도 세웠다. 24일 오후 6시 40분 기준으로 총 관객 수 127만 명을 돌파해 그전까지 역대 개봉일 최다 관객 기록을 갖고 있던 ‘신과 함께-인과 연(124만6603명)’을 넘어섰다. 특히 ‘엔드게임’은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등 관객으로부터 사랑받은 주요 캐릭터의 10년을 집대성하는 시리즈. 개봉 전부터 결말을 둘러싼 각종 예측과 스포일러가 난무하고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일으키는 등 큰 관심의 중심에 섰다. 개봉 첫날 관객이 몰린 것도 스포일러를 피해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을 즐기고 싶은 욕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인터넷에서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금지, 유튜브 시청 금지, 극장 화장실 들어가지 말기 등 ‘어벤져스 스포일러 피하는 법’까지 등장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개봉 전부터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어벤져스 스포일러 금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북미와 유럽 등에서도 ‘스포일러 프리(Spoiler-Free)’를 내걸고 리뷰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영화의 인기는 ‘스크린 상한제’ 도입 논란에도 다시 불을 붙였다. 흥행영화에만 집중하는 현상을 막고 관객들의 영화선택권을 보장하도록, 특정영화에 일정 비율 이상 스크린을 배정하지 못하도록 규제하자는 것이다. 개봉 당일 ‘엔드게임’의 스크린 수는 전국 2760개. 지난해 개봉 당일 2460개 스크린으로 출발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보다도 많다. ‘인피니티 워’ 개봉 당시에도 같은 논란이 불거졌다. 배장수 반독과점영화인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강력한 스크린 독과점 규제 법안을 마련해 관객의 선택권을 지키지 않으면 영화 생태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2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를 통해 “다양한 상업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될 수 있도록 ‘스크린 상한제’를 적극 검토 중”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케빈 파이기 마블스튜디오 사장은 24일 개봉하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가리켜 ‘마블 10년을 집대성한 영화’라고 표현했다. 개봉에 하루 앞서 23일 열린 언론 시사에서 베일을 벗은 ‘엔드게임’은 그의 말대로 마블의 역사가 담긴 명불허전 작품이었다. 역대 최강 빌런(악당) 타노스가 ‘인피니티 스톤’을 모아 손가락을 튕기자 지구의 절반이 소멸됐다. 우주에 고립된 아이언맨, 한줌의 재로 사라진 닥터 스트레인지와 스파이더맨, 스칼렛 위치와 윈터 솔져가 없는 어벤져스들에게 남은 건 우주에서 가장 강한 빌런(악당) 타노스와의 전면전뿐이다. ‘엔드게임’은 전작 ‘인피니티 워’ 이후 지구의 마지막 희망을 위해 온 힘을 다했지만 결국 실패한 뒤 절망과 실의에 빠진 어벤져스들의 모습이 그대로 이어진다. 타노스와의 전투에서 히어로들 자신이 가족처럼 여긴 동료들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패배가 영화 초반을 지배한다. 모든 생명의 절반이 한 줌 재로 사라진 지구의 모습 역시 어느 디스토피아 영화보다도 더욱 암울하게 그려진다. 자신들이 지키지 못해 몰락한 세상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는 히어로들이 겪는 절망, 갈등, 몰락은 역대 마블 영화들을 통해 관객들이 지켜본 것 보다 한층 더 깊은 수준이다. 영화는 지금까지 나온 모든 스포일러와 예측을 비웃듯 초반부터 예측불허로 전개된다. 어벤져스들은 우여곡절 끝에 타노스에 다시 맞서기 위해 인피니티 스톤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한계를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과제에 부딪힌다. 지금까지 나온 모든 마블 영화 중에서 더욱 흥미진진하고 철학적인 대목이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역대 마블 영화 중 가장 긴 3시간 2분이다. 이번 ‘엔드게임’을 위해 2008년 개봉한 ‘아이언맨’부터 올해 개봉한 ‘캡틴 마블’까지 마블의 모든 영화를 복습한 팬이라면 감탄을 자아낼 만한 장면이 러닝타임 내내 이어진다. 특히 엔딩 장면은 10년을 달려온 히어로들, 그리고 함께해온 팬을 위한 마블의 헌사로 느껴질 정도. 막바지에 펼쳐지는 타노스와의 마지막 전투신은 마블이 창조한 영화적 세계관(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완벽한 하모니를 선사한다.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악과 맞서는 과정에서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헐크와 같이 마블의 현재를 창조해 낸 히어로와 캡틴 마블과 스파이더 맨과 같은 마블의 미래를 이끌 히어로가 조화를 이룬다. 특히 캡틴 마블을 중심으로 마블의 여성 히어로가 한자리에 모이는 신은 ‘블랙 팬서’, ‘캡틴 마블’을 통해 마이너리티가 중심에 서는 서사를 보여준 마블의 행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이미 예매량이 200만 장을 넘어서는 등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2009)의 외화 흥행 기록 1348만 명을 넘어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전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1121만 명으로 2위를 기록 중이다. 개봉을 하루 앞둔 23일 이미 이 영화는 역대 최고 사전예매량과 최고 예매율을 갈아 치웠다. 개봉 전 사전 예매량이 200만 장을 넘어선 것도 사상 초유의 일이다. 영화의 스케일을 즐기고 싶어 하는 관객들이 선호하는 CGV 용산 아이맥스 관은 24일 개봉 당일 조조부터 심야상영까지 전석이 매진상태다. 12세 관람가. 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어벤져스―엔드게임’이 24일 개봉을 앞두고 국내 영화 흥행사(史)를 다시 한 번 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2일 오전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어벤져스…’의 실시간 예매율은 97.8%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사전 예매 관객 수는 약 175만 명으로 200만 명을 눈앞에 뒀다. ‘어벤져스…’는 미국에서도 이달 초 예매사이트 판당고와 영화관 AMC 사이트에서 티켓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접속이 폭주하면서 사이트 접속에만 수십 분이 걸리는 등 북새통을 겪었다. 뜨거운 반응과 함께 마블스튜디오 제작진은 스포일러 단속에 나섰다. 감독인 조 루소, 앤서니 루소 형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타노스는 여전히 여러분의 침묵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타노스’는 전작에서 전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소멸시킨 어벤져스 시리즈의 최고 빌런(악당). 루소 형제는 “너무나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시간과 애정과 마음을 이 영화들에 투자해왔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여러분에게 도움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달 15일에는 유튜브에 4분 30초 분량의 ‘어벤져스…’ 하이라이트 영상이 올라와 삭제됐으며 팬들 사이에는 해시태그와 함께 ‘엔드게임 스포일러 하지 말기(#don‘t spoil the endgame)’ 움직임이 일고 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시즌제로 다양한 직업군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청년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채널A 신규 예능 ‘굿피플’이 13일 첫 방송 뒤 2회 만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굿피플’은 로스쿨 학생 8명이 로펌 인턴 자리를 놓고 경쟁하며 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 개그맨 강호동 이수근, 아나운서 신아영, 부장판사 출신 소설가 도진기, 배우 이시원, 가수 전범선이 이들 인턴의 과제 결과를 추리하며 힘을 실어주는 ‘굿피플 응원단’으로 나온다. 인턴들은 변호사 업무를 배우며 과제를 부여받고, 인턴 종료 뒤에 2명은 변호사로 정식 채용된다. 채널A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1회 방송의 풀 버전은 공개 열흘 만에 35만 번 조회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1, 2회 방송에서는 긴장된 표정으로 로펌의 문을 연 인턴 변호사 8인의 첫 출근기와 비트코인 관련 소송의 리서치 및 소장을 작성하는 첫 과제, 멘토 변호사들의 과제 평가 순위를 공개했다. ‘굿피플’은 1회 방송이 끝난 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실시간 이슈 검색어 1위 및 실시간 오락TV 검색어 1위에 올랐다. TV 화제성 조사 업체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조사 결과, 뉴스와 동영상, 트위터 등을 집계한 ‘굿피플’의 화제성 지수가 방송 전주와 비교해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시청자들의 자발적 입소문도 늘어나고 있다. 시청자들은 ‘굿피플’을 “드라마 ‘미생’의 예능 버전”이라 부르며 큰 공감을 드러내고 있다. 인턴들의 열정과 선배 변호사들의 멘토링, 회사에서 주어진 첫 업무의 마감을 앞둔 긴장감 등이 사회생활을 준비하거나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유튜브 시청자들은 “로스쿨생도 나와 비슷한 마음으로 인턴 생활을 하는 것이 신기하다”거나 “취준생과 사회 초년생의 마음은 다 똑같다”며 관심을 보였다. “멘토 변호사들이 인턴들을 많이 배려하는 모습이 보여 감동이었다. 취업준비생 때 생각이 난다”는 댓글도 있었다. 특히 매회 인턴들이 제출한 과제 결과 순위를 놓고 벌이는 스튜디오 ‘굿피플 응원단’의 추리도 시청자들의 흥미를 끄는 대목이다. 유튜브에서 ‘공상과학 변호사’라는 계정으로 활동하는 미국의 한 한인 변호사도 첫 과제의 결과를 추리하는 동영상을 업로드해 시청자들의 추리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척박한 한국의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그나마 대부분 외국 스튜디오의 하청 프로젝트였지만 재미있겠다 싶은 일은 앞뒤 안 가리고 찾아다닌 지 10년째였다. 2007년 미국 소니 스튜디오의 초청으로 미국 땅을 밟은 지 10여 년 만에 류기현 감독(46)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의 총감독(executive producer) 타이틀을 달고 지난해 9월 돌아왔다. 한국에서 10년간 기본기를 닦았다면 애니메이션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같은 기간에 선진 시스템을 경험했다. 미국의 소니와 니켈로디언, 드림웍스 등 쟁쟁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거치며 ‘코라의 전설’과 ‘볼트론: 전설의 수호자’같이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서울 금천구 ‘스튜디오 미르’ 사무실에서 16일 만난 류 감독은 후배들과 함께 올해 7월 공개될 예정인 넷플릭스 프로젝트에 몰두하고 있었다. 류 감독은 “시나리오를 제외한 모든 작업을 한국에서 소화한다는 건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애니메이션 업체들은 그동안 미국에서 기획한 작품의 제작을 일부 대행하는 역할을 했는데 스토리를 제외한 전 제작 과정을 한국에 일임하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의 천국 미국에서 그가 가장 놀랐던 점은 거대 자본과 열정적인 팬덤이 만들어 내는 선순환 구조였다. 애니메이터들도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동료,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했다. “미국에서는 작업 과정이나 작품의 디테일에 대해 팬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했어요. 그게 그대로 스핀 오프 등으로 이어지고 콘텐츠의 수명이 끊임없이 늘어났죠. 마블이 대표적인 예에요. 아티스트에게 가장 절망스러운 건 콘텐츠의 생명을 지속시키지 못하고 좋은 캐릭터와 스토리들이 사장되는 겁니다.” 류 감독의 꿈은 스토리부터 제작까지 100% 국내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것이다. “한국의 섬세한 감성을 미국식 문화와 잘 섞어 미국 현지에서도 주목받는 콘텐츠를 제작해 보고 싶습니다. 후배들이 성장하고 있으니 덤벼 볼 여지가 있습니다.”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애플과 디즈니도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드는 등 스트리밍 산업의 빅뱅으로 순수 국내 콘텐츠가 해외로 도약할 수 있는 여지도 넓어졌다. 이를 위해서는 실수도 하고 실패를 맛보면서도 끊임없이 ‘덤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많은 자본을 투입해 유명 만화 ‘아키라’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가 상업적으로는 실패했지만 그 경험은 높은 수준의 제작 방식을 학습한 ‘아키라 세대’를 낳았습니다. 실패의 경험이 반복돼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믿습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아침에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갑자기 검은색 화면이 뜬다. 오늘 일정과 연락처, 밤새 작업한 프레젠테이션 자료들이 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공유 서버에도 접속할 수가 없다면? 게임처럼 진화하는 해킹은 내로라하는 기업과 단체, 국가까지도 당혹스러운 상황에 빠뜨린다. 저자는 30년 동안 인디펜던트와 가디언 등을 거치며 과학기술 분야를 파고든 저널리스트다. 미국 힐러리 클린턴 대선후보의 e메일 피싱이나 어나니머스 등 굵직한 해킹 사건들을 취재했다. 세밀하게 취재한 다양한 피해 사례를 따라가다 보면 흥미진진한 단막극을 연달아 보는 것 같다. 각 사건에는 시사점이 제시되어 있다. 저자의 말처럼 모든 시스템을 완벽하게 만들 수는 없으니 피해를 교훈 삼아 방어 전략을 짜는 것이 해커들에 대한 최선의 공격이 될 것이다. 원제는 Cyber Wars.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새에덴교회는 한민족평화나눔재단 이사장인 소강석 목사를 중심으로 독립운동과 6·25전쟁 등 한국의 근현대사를 기념하고 독립운동가 후손 및 참전용사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소 목사는 올해 2월 2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의회의사당에서 미국 전직연방의원협회(FMC)로부터 한미 우호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특별감사패를 받았다. 3월 진행된 3박 4일간의 방미 일정에서 낸시 펠로시 연방 하원의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백악관 비서관들을 만나 한반도 안보와 평화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미 의회의사당에서 2월 열렸던 소 목사에 대한 특별감사패 수여식은 미 연방하원의 패트릭 콘로이 목사가 직접 주관했다. 마틴 플로스트 전 연방 하원의원과 길 시스네로스 현역 하원의원 등 전·현직 의원들이 수여식에 참석해 축하를 전했다. 미국 전직의원들이 특별감사패를 전달한 것은 소 목사가 펼치고 있는 한국전쟁 미군 참전용사 초청행사가 한미 우호 증진과 민간 외교에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소 목사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동안 매해 6월 6·25전쟁에 참전한 미군 용사를 초청하는 행사를 열었다. 펠로시 의장도 소 목사와 한민족평화나눔재단이 6·25전쟁 참전용사 초청행사를 12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올해 6월에도 한국에서 13년째 미군 참전용사 초청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소 목사는 수여식에서 “6·25전쟁에 참전해 고귀한 희생을 아끼지 않은 노병들이 살아계시는 한 그분들에게 진정성 있는 감사의 뜻을 전하고 보은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인이자 작곡가로 활동하는 소 목사는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콘서트를 열고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 선생 등을 추모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최 선생은 러시아 한인들의 대변자로 독립운동을 비롯해 30여 개의 학교와 교회를 세우는 교육 사업에 재산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항일단체 권업회를 이끌었고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함께 계획하고 지원하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한국작곡가회 초청 시인 소강석 작곡 콘서트’에서는 최 선생 추모곡 ‘자유의 아리아’와 ‘어느 독립군의 기도’ ‘시인 동주’가 처음 발표됐다. 또 ‘꽃잎과 바람’ ‘사명의 길’ 등 20여 곡이 함께 소개됐다. 콘서트에는 소프라노 박미자 임청화, 테너 장충식 이원준을 비롯해 많은 성악가, 연주자들이 출연했다. 독립운동가 후손과 각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한민족평화나눔재단은 독립운동가최재형기념사업회, 고려인민족문화자치회와 공동 주최로 이달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 순국 100주년 추모위원회 출범식 및 강연회’도 열었다. 올해 8월에는 러시아 우수리스크 현지에 추모비를 건립한다. 소 목사는 “4월 기공식을 열고 추모비가 완성되는 8월 12일 현지에서 제막식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봉준호 감독(50·사진)의 신작 ‘기생충’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경쟁 부문에 진출한 작품들은 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두고 경쟁하게 된다. 칸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18일 오후 6시(현지 시간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기생충’을 포함한 초청작 리스트를 발표했다. 기생충은 송강호, 이선균 주연으로 전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 집에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봉 감독은 2017년 ‘옥자’에 이어 두 번째로 칸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한국 영화는 2016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2017년 홍상수 감독의 ‘그 후’와 봉 감독의 ‘옥자’, 2018년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 이어 4년 연속 칸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이원태 감독의 ‘악인전’은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마동석, 김무열 주연인 악인전은 우연히 연쇄 살인마의 표적이 되었다 살아난 조직의 보스와 범인 잡기에 혈안이 된 강력반 형사가 연쇄 살인마를 잡기 위해 손을 잡는 이야기를 그렸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