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고금리에도 2차전지·초전도체 테마주, 아파트 청약 열풍 등 자산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높아지면 투자자들이 주식보다 안전자산인 예·적금을 선호하지만 최근엔 ‘상승장에서 나만 낙오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이 자산시장을 강하게 추동하고 있다. 투자 과열이 ‘빚투’(빚내서 투자)로 이어지면서 고금리 기조와 맞물려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경고가 나온다. 최근 주식시장은 2차전지에 이어 초전도체 테마주로 투자 열풍이 옮겨붙는 양상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1, 2위 종목은 초전도체 관련주인 대창(5150만 주)과 서원(4510만 주)이었다. 두 종목의 7일 주가는 1일에 비해 각각 41%, 87% 급등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초전도 선재(코일 형태의 철강) 개발 업체인 서남의 주가가 이달 들어 94% 뛰었다. 지난달 국내 한 연구소가 개발했다고 주장한 상온 초전도체 ‘LK-99’에 대해 학계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됐음에도 관련 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다 포모 심리가 우선시되면서 시장의 투자 경고도 먹히지 않는 실정이다. 거래소는 지난달 7일부터 한 달간 코스피·코스닥 44개 종목에 대해 ‘투자경고 종목’ 지정을 예고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24개 종목이 공시 다음 날 주가가 일제히 올랐다. 특히 초전도체 관련주 덕성은 29.89%, 2차전지 관련주 LS네트웍스는 29.86% 올랐다. 지정 예고 이후 45∼100% 이상 주가가 오르는 등의 요건에 해당하면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다. 이렇게 되면 신용융자 매수가 막히고, 거래가 정지될 수도 있다. 주식을 얼마나 빈번하게 사고팔았는지를 보여주는 회전율은 올 1∼7월 120.5%로 지난해 같은 기간(93.4%)보다 크게 높아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에코프로 등 2차전지 일부 종목은 최근 1년간 수익률이 1000% 이상”이라며 “고수익을 좇아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고금리에도 테마주 수요는 굉장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청약 시장에도 투자가 몰리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1∼7월 서울에서 일반분양을 진행한 13개 단지, 1334채에 9만198명이 청약에 나서 평균 경쟁률이 67.6 대 1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청약 경쟁률(10.9 대 1)보다 6배 이상으로 높아진 것이다. 1일 1순위 청약을 받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캐슬 이스트폴’에는 420채 모집에 4만1344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이 98.4 대 1에 달했다. 시세 차익을 노린 ‘무순위 청약’ 수요도 되살아나고 있다. 올 6월 말 서울 동작구 흑석리버파크자이에서는 무순위 청약으로 풀린 전용면적 59㎡ 한 채에 82만9804명, 계약 취소 물량으로 나온 84㎡ 한 채에 10만4924명 등 약 93만 명이 몰렸다. 분양가가 시세 대비 5억 원 정도 낮다는 기대감에 청약 홈페이지가 접속 장애를 일으킬 정도로 수요가 폭발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미국 금리 인상 기조가 한풀 꺾인 데다 수도권 내 신축 공급도 크게 늘지 않았다”며 “2021년 부동산 상승장 때의 기억이 현재 청약 기대감으로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투자 과열이 빚투로 이어지면서 고금리와 맞물려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0조3188억 원으로 한 달 새 9830억 원이나 늘었다. 1일까지 19조 원대를 유지하다가 다시 20조 원을 넘어섰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가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원래 자리로 돌아가게 돼 있다. 현재 2차전지 관련 업체들의 가치나 초전도체의 실체가 명확히 밝혀진 게 아니기 때문에 막연한 기대만으로 빚까지 내서 투자하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팬데믹 기간 개인금고 등에 보관돼 있던 5만 원권이 최근 시중에 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데믹으로 대면 경제 활동이 늘어난 데다 최근 고금리로 예·적금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6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화폐 수급 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5만 원권 발행액은 약 10조 원, 환수액은 7조8000억 원이었다. 이에 따라 환수율(발행액 대비 환수액 비율)은 77.8%로, 5만 원권이 발행되기 시작한 2009년 6월 이후 상반기 기준 최고치였다. 통상 한은이 발행한 화폐는 시중에 유통되다 예금 또는 세금 납부 등의 형태로 금융기관에 들어간다. 금융기관은 현금 일부를 보유하고 나머지는 한은에 입금하는데 이때 돌아온 금액이 환수액이다. 환수율이 높을수록 화폐가 시중에서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음을 뜻한다. 코로나19가 확산된 2021년 17.4%까지 떨어진 환수율은 기준금리가 연 1.00%에서 3.25%로 오른 지난해에는 56.5%로 뛰었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예금은행의 저축성 예금 평균금리(가중평균·신규 취급액 기준)는 2021년 8월 연 1.03%에서 지난해 11월 연 4.29%로 올랐다. 한은은 시중 금리 인상으로 금고에 보관된 5만 원권을 예·적금에 넣은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새마을금고, 농협, 수협 등 상호금융기관과 저축은행의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길 경우 한국은행이 유동성 지원 검토에 신속히 나서기로 했다. 비상자금이 필요한 은행들에 돈을 빌려주는 한은의 상시 대출도 완화한다. 올 3월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가능성에 대비하겠다는 취지다. 27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예금취급기관의 유동성 안전판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의 대출제도 개편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은은 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상호저축은행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자금 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경우 해당 기관 중앙회에 대한 유동성 지원 여부를 신속히 결정할 방침이다. 한은은 은행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처했을 때 이용할 수 있는 상시 대출(자금조정대출) 금리를 내리고 담보 범위는 넓히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기준금리+1%포인트’에서 ‘기준금리+0.5%포인트’로 낮아진다. 대출 만기는 1개월에서 최대 3개월까지로 연장된다. 또 국채와 통안증권, 특수은행채 등으로 한정된 담보 범위도 은행채, 지방채, 우량 회사채로 확대된다. 한은법상 한은은 은행에만 상시 대출이 가능하다. 상호금융기관과 저축은행은 자금 조달 위기 상황으로 판단될 경우 금통위 의결을 거쳐야 유동성을 지원할 수 있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현행 한은 대출제도는 주요국에 비해 좁은 담보증권 범위 등으로 대규모 예금 인출 시 일시적으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예금취급기관 지원에 상당한 한계를 내포했던 만큼 보완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올 들어 코스닥지수 상승을 이끈 에코프로가 주당 100만 원 이상인 ‘황제주’ 대열에서 일주일 만에 탈락했다.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도 27일 하루 만에 약 9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하는 등 2차전지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양극재 지주회사 에코프로는 전날보다 19.79% 떨어진 98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이 종목은 18일 종가 기준 111만8000원을 찍으며 황제주에 올랐지만 26, 27일 이틀 연속 급락해 일주일 만에 100만 원 아래로 추락했다. 7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에코프로비엠 주가도 이날 17.25% 하락한 37만6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두 종목의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에만 14조 원이 날아갔다. 최근 2차전지 소재 사업을 확장하면서 주가가 뛴 포스코그룹주도 급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이날 포스코홀딩스는 5.71% 내린 59만4000원, 포스코퓨처엠은 13.21% 떨어진 48만6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2차전지 주가 급락은 차익을 노린 개인 투자자들의 물량이 쏟아진 영향이 컸다. 에코프로비엠은 2795억 원, 포스코퓨처엠은 1288억 원을 개인이 순매도해 주가를 끌어내렸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2차전지 투자 열풍이 불면서 국내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최근 2차전지 강세로 시가총액 최대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 코스닥시장은 26일 하루 동안에만 70포인트 넘게 등락하며 크게 출렁였다. 올 들어 주가가 급등한 2차전지주(株)에 대한 차익 실현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진 데 따른 것이다. 2차전지 열풍이 ‘빚투’(빚내서 주식 투자) 급증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주가 단기 급등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차전지 양극재 지주회사인 에코프로 주가는 이날 장 중 한때 전날보다 25.33% 급등한 153만900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오후 들어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결국 5.03% 하락한 122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7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에코프로비엠도 이날 28.35%까지 급등했다가 1.52% 떨어진 45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포스코홀딩스도 장 중 한때 21.27% 급등한 76만4000원으로 꼭짓점을 찍은 뒤 63만 원(―4.26%)으로 고꾸라졌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는 역대 최다인 1480개 종목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코스닥 거래대금은 26조2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앞서 25일 장중 130만 원을 넘어선 에코프로 주가는 올 들어 1299% 올랐다. 에코프로비엠(44조5000억 원)과 에코프로(32조7000억 원)는 코스닥 시가총액 1, 2위를 달리고 있다. 또 다른 계열사 에코프로에이치엔을 합친 3사의 시가총액은 코스닥시장의 18%를 차지하는 등 2차전지주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2차전지 열풍은 관련 소재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전력기기, 전자부품 제조업체들을 자회사로 둔 LS는 ‘제2의 에코프로·포스코홀딩스’로 주목받으며 25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최근 LS가 2차전지 소재업체 엘앤에프와 배터리 핵심 소재인 전구체 사업 진출 계획을 밝힌 게 계기가 됐다. 개인 투자자들의 2차전지 열풍은 빚투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4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9조9410억 원에 달한다. 올 4월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이후 투자 위험이 부각되면서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0조 원대에서 18조 원대로 낮아졌다가 최근 2차전지 종목을 중심으로 다시 늘고 있다. 2차전지 열풍의 요인에는 전기자동차 점유율 확대에 따른 2차전지 수요 기대감이 자리잡고 있다. 이와 함께 팬데믹 이후 소비가 줄면서 가계에 누적된 초과 저축(기존 저축 수준을 넘어서는 저축분)이 최대 129조 원에 달하는 등 개인 투자자들의 여윳돈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2차전지에 투자를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투자 심리가 불을 지폈다. 한 대형 증권사의 수석연구원은 “현재 국내 주식시장은 ‘상승장에서 나만 낙오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지배하면서 합리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2차 전지주들이 왜 오르는지, 언제까지 오를지 분석하는 일도 더는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에코프로의 경우 올 5월 이후 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가 나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주가가 단기간에 과도하게 오른 만큼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5년 바이오 종목 쏠림 현상 때와 마찬가지로 기업 실적에서 벗어나는 주가 흐름은 결국 다시 조정을 받으면서 원래 가격으로 원상 복귀하는 법”이라며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급락할 위험성이 점점 커지는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이 1년 전보다 약 15% 감소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수출 감소세가 이달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11개월째 뒷걸음질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정보기술(IT) 경기가 나아지더라도 수출이 큰 폭으로 반등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예상했던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부진 하반기 회복)’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수출 35% 넘게 감소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312억3300만 달러(약 40조1000억 원)로 1년 전보다 15.2% 줄었다. 이달 말까지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서 월간 기준으로도 수출이 전년보다 줄면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게 된다. 수출이 10개월 연속으로 줄어든 건 2018년 12월부터 2020년 1월까지가 마지막이었다. 지난해 8월부터 감소세인 반도체 수출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20일 반도체 수출액은 43억300만 달러로 전년보다 35.4% 줄었다. 수출을 떠받쳐왔던 또 다른 축인 대중(對中) 수출도 감소세가 계속됐다. 1∼20일 대중 수출액은 63억44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1.2% 감소했다. 말레이시아(―40.2%), 싱가포르(―35.9%), 베트남(―22.6%) 등 아세안 지역에 대한 수출 역시 줄었다. 올 상반기(1∼6월)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아세안 등 4대 수출시장 가운데 중국과 아세안 수출은 전년보다 각각 26%, 20.4% 감소했다. 이달 20일까지 수입액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8% 줄어든 325억9400만 달러였다. 수입이 수출을 웃돌면서 무역수지는 13억6100만 달러 적자였다. 이 같은 추세면 지난달 16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던 무역수지는 한 달 만에 적자로 전환된다. 올 1월부터 이달 20일까지 쌓인 무역적자는 278억2700만 달러였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 경쟁력 약화” 수출이 앞으로 크게 늘기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이날 내놓은 ‘BOK 이슈노트-최근 우리 수출의 특징 및 시사점’에서 “하반기(7∼12월) 이후 IT 경기 부진이 완화되더라도 국가별 산업구조와 경쟁력 변화 등 구조적 요인 때문에 수출이 과거와 같이 큰 폭으로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한은 분석 결과에 따르면 대중 수출 감소에서 중국 자체의 수요가 줄어든 데 따른 ‘경기적 요인’은 64.7%였다. 반면 중국 내 한국의 점유율 하락과 관련된 ‘경쟁력 요인’은 35.3%로 나타났다. 대중 수출 감소 원인의 약 3분의 1은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도체 경기 반등 없이는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서기 어려운 가운데 반도체 경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PC 등 주요 세트 제품 수요가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20일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는 2분기(4∼6월) 실적 발표 자리에서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10%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초 전년 대비 한 자릿수 감소 예측치에서 하향 조정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 개선을 위해서는 제품의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며 “기술 개발을 위한 과감한 투자 등 산업 정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지난해 집값이 떨어지면서 가계 순자산이 처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부(國富)를 보여주는 국민순자산은 2경 원을 넘겼지만 전년 대비 증가세는 크게 둔화됐다. 20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구당 순자산은 5억2071만 원으로 1년 전보다 4.1% 줄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을 가구 수로 나눠 추산하는 가구당 순자산이 감소한 건 2008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가계의 순자산이 쪼그라든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 값이 떨어진 영향이 컸다. 지난해 집값이 하락하면서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비금융자산이 302조7000억 원 줄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1경1237조 원)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4.6%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주가도 떨어져 금융순자산도 15조1000억 원 줄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는 가계 및 비영리단체뿐 아니라 금융·비금융법인, 일반정부의 순자산을 모두 합친 국민순자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말 국민순자산은 2경380조 원으로, 2010년 1경 원을 넘어선 뒤 12년 만에 두 배로 증가했다. 하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21년 11.1%에서 지난해 2.2%로 크게 꺾였다. 국민순자산 중 주거용 건물과 주거용 건물 부속토지를 합친 주택 시가총액(6209조 원)이 1년 전보다 342조8000억 원(―5.2%)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순자산 중 부동산 자산(1경4710조 원)은 34조9000억 원 줄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지난달 12일 서울 강남구 두나무 업비트 라운지에서는 자립준비청년의 취업을 지원하는 ‘두나무 넥스트잡’ 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온보딩(on boarding·적응 지원) 교육이 열렸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넥스트잡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약 20명의 자립준비청년이 긴장감과 설렘이 뒤섞인 표정으로 라운지를 가득 채웠다. 부끄러운 기색도 잠시, 한 청년은 “용기를 갖고 끈기 있는 도전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우렁찬 목소리로 참가 포부를 밝혔다. 두나무는 올해부터 넥스트잡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자립준비청년은 아동복지시설을 나와 홀로 자립의 길에 들어서는 만 18세 이후 청년들이다. 넥스트잡은 매년 평균 2500여 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있지만 온전한 자립이 어려워 부당 노동 행위 등 각종 사회적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두나무는 올해부터 5년간 매년 510명을 선정해 인턴십(200명), 창업(10팀), 금융교육(300명) 등 3가지 분야에서의 지원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총 30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조성하고 사회적 경제 기업들과 협력해 일자리 체험형 인턴십 제도를 구축했다. 두나무는 일자리를 마련해준 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하고, 사회연대은행과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 ‘브라더스키퍼’가 교육과 멘토링을 담당한다. 청년들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넥스트잡 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두나무는 인턴십 참가 기업 수를 당초 계획했던 25곳에서 최종 42곳으로 확대했다. 인턴십 참가 기업들은 기업 실사와 면담 등을 거쳐 건축, 디자인, 교육 등 여러 분야의 기업으로 구성됐다. 넥스트잡 인턴십이 일반적인 인턴십과 다른 점은 자립준비청년들은 일반 청년에 비해 사회 적응 기간이 길고 정서적 지지와 올바른 경제관 형성이 함께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청년 개인의 선호와 심신 준비 수준에 맞춰 인턴십 기간을 3개월·5개월·1년형으로 나눠 마련했다. 지난달 넥스트잡 1차 인턴십 교육에 참석한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청년 이석우’라는 주제로 직접 강연에 나서기도 했다. 이 대표는 “기자와 변호사, 기업 대표까지 거치며 과거 커리어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결국 모든 것은 버려지는 시간이 아니라 나를 찾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고민을 많이 하고 두려워하는 것이 정상적인 것”이라고 조언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삼성화재가 여름철 건강 생활 습관을 점검하는 ‘건강한 여름나기 캠페인’을 운영한다고 18일 밝혔다. 폭염과 장마 등으로 소홀해지기 쉬운 생활습관을 돌아보고 관련 건강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삼성화재는 31일까지 홈페이지와 ‘애니핏(Anyfit) 플러스’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해당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번 캠페인은 야식 먹기, 퇴근 후 ‘혼술’, 잦은 에어컨 틀기, 자기 전 스마트폰 보기, 아침에 커피 마시기, 식사 후 흡연, 굶어서 살 빼기, 걷기 대신 택시 타기 등 제시된 8가지 생활습관 중 본인이 평소 가장 자주 하는 것을 토너먼트 형태로 고르는 ‘건강 생활 습관 월드컵’ 방식으로 진행된다. 캠페인 참가자의 건강에 좋지 않은 습관이 최종적으로 선정되면 이와 관련해 삼성화재는 올바른 여름나기를 위한 팁을 준다. 또 이벤트 참가 고객 중 2000명에게는 추첨을 통해 취향에 따라 골라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쿠폰 1만 원권을 제공한다. 나아가 고객 관심사에 맞춘 콘텐츠 서비스인 ‘삼성화재 피크닉’에서 관심사를 설정한 100명과 해당 플랫폼에서 영상 시청을 완료한 1000명에게는 모바일 쿠폰 1만 원권의 추가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인한 역대급 장마와 폭염을 대비해 고객들의 건강한 여름나기를 위해 이 캠페인을 기획했다”며 “8월에도 새로운 이벤트를 통해 ‘당신에게 좋은 보험’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에 맞는 활동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지난해 한국의 가계빚 부담과 부채 증가 속도가 주요국 중 두 번째인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가계 부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3.6%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인 17개국 중 호주(14.7%)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DSR은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지표다. DSR이 높을수록 빚을 갚는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다. BIS는 주요 17개국의 국민계정을 활용해 분기별로 DSR을 산출한다. 한국은 가계빚이 늘어나는 속도도 두 번째로 빨랐다. 한국의 지난해 DSR은 2021년(12.8%) 대비 0.8%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1.2%포인트 늘어난 호주 다음이다. 17개국 중 절반 이상은 오히려 DSR 비율이 줄면서 가계빚이 안정화됐는데 한국의 가계는 이례적으로 빚 부담이 빨리 늘었다. 한국의 DSR이 빠르게 오른 것은 최근 1, 2년간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고물가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2021년 연 3.01%에서 지난해 4.66%로 1.65%포인트 상승했다. 경제 규모 대비 가계부채의 총량도 주요국들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105.0%로, 주요 43개국 가운데 스위스(128.3%)와 호주(111.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최근에는 기준금리가 잇달아 동결되고 부동산 시장이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은행권의 가계대출도 빠른 속도로 증가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새 5조9000억 원 늘어난 1062조3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대출이 예상 밖으로 급격히 늘어날 경우 금리나 거시건전성 규제 등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한국의 가계부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음을 암시하는 지표들이 속속 공개되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과거 저금리 및 집값 상승기 때 불어났던 가계빚이 고금리 시대를 맞아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정부는 현재 가계빚이 “아직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가계의 상환 부담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경제 성장의 기반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계빚 비율 12년 만에 14위→3위 한은이 17일 발간한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작년 4분기(10∼12월) 현재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0%로 주요 43개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았다.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가계빚의 총량이 지나치게 크다는 뜻이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이 비율이 다른 나라와 달리 계속 상승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한은은 “주요국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 비율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줄어든 반면에 한국과 중국, 태국 등은 계속 증가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0년 43개국 중 14번째 수준이었지만 2016년 8번째로 올랐고 작년에는 3번째까지 올랐다. 다른 나라들이 고통스러운 긴축으로 가계빚을 줄여 나가는 동안 한국은 시한폭탄을 키우는 역주행을 한 것이다. 한국만 유독 가계빚이 늘어난 배경으로는 ‘영끌’ ‘빚투’로 불리는 자산 투자 열풍이 꼽힌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자산 수요 증가 등이 가계빚 증가의 주요 요인”이라며 “가계가 부채를 늘려 온 과정에서 이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규제도 조기에 도입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가계부채가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위험은 제한적이지만 우리 경제의 장기 성장세를 제약하고 자산 불평등을 확대할 수 있다”며 “가계부문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점진적으로 이뤄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이미 불어날 대로 불어난 가계빚을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경제성장률 등을 감안했을 때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39년에야 약 90%에 도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 사상 최대 가계부채는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한 올해 초에는 다소 소강 상태를 보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집값이 다시 꿈틀거리면서 급증하는 분위기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새 5조9000억 원 늘어난 1062조3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증가 폭은 2021년 9월(6조4000억 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은행 가계대출은 올해 4월(2조3000억 원) 증가세로 전환한 뒤로 증가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지난달에만 7조 원이 늘었는데 주택 가격이 급등하기 직전인 2020년 2월(7조8000억 원)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대치동 등 재건축 규제 완화로 부동산 시장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매수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며 “가계부채를 줄이지 못한 채 방치하는 건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는 시한폭탄의 위력만 더 키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기준금리를 4연속 동결한 한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가계빚 총량을 줄이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이 경우 자칫 가계의 상환 부담을 키울 수 있다. 한은은 가계빚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것에 대비해 추가 금리 인상 카드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금리를 3.5%로 했더니 3개월 동안 가계부채가 늘어났다. 단기적으로는 어쩔 수 없지만 가계부채는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라면서 “당분간 금리를 내릴 것을 크게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한은의 가계부채 증가 우려에 대해 “통화당국의 어려움과 가계대출의 지나친 팽창 우려에 100% 공감하고 있다”며 미시적인 정책 대응을 통해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더, 더, 더!” 14일 오후 서울 동대문경찰서 교통안전계. 담당 경찰 목소리에 따라 숨을 불어넣던 기자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어 음주측정기 화면의 수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경찰은 약 10초 뒤 최종 수치를 확인하더니 “0.031%로 면허정지 수치”라고 말했다. 이달부터 ‘검경 합동 음주운전 근절 대책’이 시행되는 등 음주운전 단속이 강화되면서 운전자 사이에선 개인이 온라인 등에서 구입해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음주측정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음주량과 몸무게를 직접 휴대전화에 입력해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하는 애플리케이션(앱)도 있다. 하지만 휴대용 음주측정기와 앱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본보 기자 2명은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휴대용 음주측정기 3개를 구입해 실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에 사용하는 음주측정기와 정확도를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경찰은 ‘면허정지’, 휴대용은 ‘훈방조치’ 포털 사이트에 ‘휴대용 음주측정기’를 검색하면 ‘고성능 숙취측정’, ‘정확성 보장’ 등의 문구와 함께 수만 개의 제품이 검색된다. 크게는 △스마트폰 연결형 △스마트폰 앱 연동형 △스마트폰과 관계 없는 건전지형 등으로 나뉜다. 가격도 1만 원 이하의 저렴한 제품부터 10만 원 넘는 것까지 천차만별이었다. 본보는 스마트폰과 연결해 사용하는 1만 원 이하의 A 측정기, 건전지형인 2만 원대 B 측정기, 스마트폰 앱과 연동되는 10만 원대 C 측정기를 구입해 성능을 실험했다. 실험에 참여한 남녀 기자는 체격과 평소 주량을 감안해 각각 소주 1병과 500mL맥주 1캔(남성), 소주 반병과 500mL맥주 1캔(여성)을 마셨다. 음주 후 1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자 남성 기자가 스마트폰에 연결된 A 측정기에 입을 가져다 대고 약 10초간 숨을 불어넣었다. 측정기 화면에 표시된 수치는 0.02%였다. 건전지를 넣어 손에 들고 측정하는 B 측정기를 사용했을 때는 0.019%가 나왔다. 이를 보던 경찰은 “정말 소주 1병 이상 마신 게 맞느냐. 이 정도면 훈방 조치 수준”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사용하는 C 측정기를 불자 0.027%로 수치는 다소 높게 나왔지만 여전히 단속 기준 아래였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혈중알코올농도 0.03∼0.08% 미만은 면허정지, 0.08% 이상은 면허취소에 해당한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경찰이 사용하는 음주측정기를 사용했을 때는 면허정지 수치인 0.031%가 나온 것이다. 경찰이 사용하는 측정기에서 0.028%로 아슬아슬하게 단속 기준을 밑돌았던 여성 기자도 휴대용 측정기에선 0.011∼0.023%가 나왔다. 남녀 기자 모두 휴대용 측정기 수치가 경찰 측정기보다 낮았던 것이다.● “직접 입력하는 앱이 가장 부정확” 측정을 도와준 경찰은 “휴대전화 앱과 연동되는 C 측정기의 경우 실제 경찰이 쓰는 측정기와 같은 제조사에서 만든 제품이라 그나마 정확도가 높았다”면서도 “다만 같은 회사 제품이라도 직접 확인한 것처럼 정확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맹신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관리 감독의 문제도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이 사용하는 음주측정기는 4개월에 한 번씩 성능을 점검해 필요한 경우 교정을 한다”며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의 경우 경찰 장비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성능 점검을 주기적으로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확도가 가장 떨어지는 건 성별, 몸무게, 마신 술의 양을 직접 입력해 계산하는 혈중알코올농도 계산 앱이었다. 여러 번 되풀이해서 계산했음에도 남성 기자는 0.57%, 여성 기자는 0.27%라는 비현실적인 수치가 나왔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차원이라면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큰 도움은 안 될 것 같았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음주운전 단속은 더 강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술을 한 잔이라도 마셨다면 휴대용 음주측정기에 의존하지 말고 운전대를 아예 안 잡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다음 날 숙취운전 때 참고는 가능” 경찰은 휴대용 측정기를 구입할 경우 가격이 좀 나가더라도 가급적 정확도가 높은 측정기를 구입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또 음주 직후가 아닌 다음 날 아침 숙취운전이 걱정될 때 술기운이 남아 있는지를 체크하는 정도로 사용할 것을 권한다. 실제로 사회적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저녁 및 심야시간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줄어드는 추세인 반면, 아침이나 점심 때 숙취운전으로 인한 음주운전 사고는 늘고 있다. 경찰청의 ‘시간대별 음주운전 교통사고 현황’을 보면 올 1∼6월 전체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589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135건)에 비해 17.4%가량 줄었다. 이는 저녁·심야 시간으로 분류되는 오후 6시∼오전 6시 음주운전 사고 건수가 5574건에서 4312건으로 22.6%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주간 시간대인 오전 6시∼오후 6시 사고는 지난해 1561건에서 올해 1578건으로 소폭(1.1%) 늘었다. 경찰청에 음주측정기를 납품하는 제조업체 관계자는 “과음한 경우 다음 날에도 혈중알코올이 감지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며 “시중에 판매되는 음주측정기는 숙취운전 예방을 위해서만 사용하는 게 좋다”고 했다. 경찰청 관계자도 “음주운전 못지않게 숙취운전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다음 날 휴대용 측정기를 사용해 보고 조금이라도 알코올이 감지된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술 먹은 다음날 무심코 운전대… 시동 안걸려 대중교통 탔죠”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체험단도로교통공단, 20명 시범 운영국회선 제도 도입 본격 논의중 “부끄러운 얘기지만 예전에 음주운전으로 두 번 적발된 적 있어요.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체험단에 참여했습니다.” 경기 파주시에 사는 직장인 박모 씨(37)는 지난달 도로교통공단(공단)에서 진행하는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시범 캠페인에 참여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박 씨는 2021년 4월 자신의 집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던 중 차를 타고 집 앞 편의점을 방문했다가 차에서 잠들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신고로 경찰에 적발됐는데 2016년에도 음주 후 차 안에서 잠든 적이 있어 운전면허가 취소됐다. 이후 2년 동안 면허 취득이 금지됐던 박 씨는 올 4월 면허 재취득을 위해 공단을 찾았다. 그때 그의 눈에 ‘음주운전 방지장치 국민 체험단 모집’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박 씨는 “두 번이나 실수를 반복한 스스로에게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논의 중이라고 들었는데 그와 별개로 개인적으로라도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달아야겠다는 생각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전날 술을 마신 후 아침에 차에 탔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는 걸 보고 대중교통으로 출근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공단은 지난달 경찰청, 오비맥주, 센텍코리아, 디에이텍과 함께 국민 체험단 20명의 차량에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하고 시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는 운전자가 차에 탈 때마다 설치된 음주측정기를 활용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고 일정 기준치 이상이면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한다. 올 4월 배승아 양이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등 음주운전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이어지자 본보 등이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국민 체험단으로 선정된 참가자 20명은 본인 차량에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하고 3개월간 체험을 진행 중이다. 공단 관계자는 “체험 기간 수집된 모니터링 데이터와 참가자 대상 설문 답변은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의 국내 적용 방안 수립을 위한 연구 등에 활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동잠금장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입법에 앞서 선제적으로 구입하거나 체험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소속 우체국물류지원단은 지난달 시동잠금장치 제조업체 디에이텍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운송 차량 10대에 장치를 설치했다. 앞으로 3개월 동안 시범운영을 거친 후 본격 도입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거의 전 재산을 투자했는데 갑자기 다시 거래정지가 돼서 매일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면서 살고 있어요.” 최근 한국거래소에서 거래가 정지된 이화그룹 3사(이화전기, 이아이디, 이트론) 중 이아이디에 2500만 원을 투자한 A 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올 3월 지인 추천으로 이아이디 주식에 1500만 원을 투자했지만 5월 10일 이아이디 주식 거래가 갑자기 정지됐다. 바로 다음 날 거래가 재개되자 A 씨는 문제가 해결된 줄 알고 이아이디 주식 1000만 원어치를 추가로 샀다. A 씨는 “거래소의 거래재개 결정을 믿고 추가로 투자했는데 전 재산을 날릴까 봐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이화그룹 계열 3사는 두 달 넘게 주식 매매가 정지된 상태다. 앞서 거래소는 5월 10일 장 마감 후 이화그룹 전·현직 임원의 횡령, 배임 혐의에 대해 조회 공시를 요구하며 거래를 정지시켰다. 이에 이화그룹이 김성규 대표의 횡령액이 거래정지 기준인 10억 원에 못 미치는 8억 원가량이라고 공시하자 거래소는 거래정지를 풀었다. 하지만 검찰로부터 횡령액이 10억 원을 넘는다는 사실을 통보받고선 12일부터 2차로 거래를 정지시켰다. 기업의 잘못된 공시를 믿고 재개 결정을 내렸다가 투자자들의 혼란만 키운 것이다. 4월 말 종가 기준 1995원까지 치솟았던 이화전기 주가는 다음 달 거래정지까지 770원으로 폭락했다가 하루 잠깐 장이 열린 사이 16.75% 급등했다. 결국 거래소는 3개 종목을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렸다. 심사 결과에 따라 해당 종목들은 상장폐지가 될 수도 있다. 하루 만에 다시 투자금이 묶인 투자자들은 거래소의 거래정지 번복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아이디 투자자 B 씨는 “거래정지가 잠시 풀린 날 결혼자금으로 모아둔 3200만 원을 투자했다. 거래소가 밝힌 정지 사유가 너무 모호해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에 거래가 정지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화그룹 주주연대는 거래소가 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지난달 서울남부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거래소의 모호한 거래정지 기준에 대한 불만은 이뿐이 아니다. 지난달 14일 거래소는 동반 하한가를 맞은 동일산업, 동일금속, 만호제강, 대한방직, 방림 등 5개 종목에 대해 하루 만에 거래정지를 내렸다. 하지만 올 4월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 때는 이처럼 신속한 거래정지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정지 조건은 크게 4가지다. △상장사가 조회 공시 요구에 대해 신고 시한까지 응하지 않거나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된 경우 △풍문 또는 보도로 주가나 거래량이 급변할 때 △기업의 공시 사항이 주가와 거래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될 때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 조건들로는 거래가 정지된 이유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게다가 거래재개 원인도 불분명해 투자자들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SG 사태 때도 동일한 거래정지 규정이 있었지만 시장 충격이 이렇게 커질지 몰라 대처가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처럼 기업 정보를 일반 주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향으로 거래정지와 재개 기준을 더 명확히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거래정지 사유에 대해 상세한 원인과 배경, 재발 방지 계획까지 공시하는 기업에 한해 거래를 풀어준다”며 “반면 한국은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올 2월, 4월, 5월에 이어 4연속 기준금리 유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미 간 금리 차이가 처음으로 2%포인트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금통위원 6명의 만장일치로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금통위는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8월 이후 상당 기간 목표 수준(2.0%)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국의 통화정책, 가계부채 흐름 등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이 네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하자 시장에선 긴축 기조가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개월 만에 2%대로 떨어져 물가 압력이 다소 해소된 상황에서 굳이 금리를 올려 경기 침체와 가계부채 불안을 부추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미 연준이 26일(현지 시간)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해 한미 금리 격차가 2.0%포인트로 벌어지면 외국인 자금 이탈과 환율 불안 우려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13일 원-달러 환율은 미국 물가지표의 둔화로 연준의 긴축 우려가 줄었다는 해석이 나오며 전날보다 14.7원 급락한 1274.0원에 마감했다.이창용 “물가 2% 돼야 금리인하 논의”… 시장선 “연말 내릴수도” 기준금리 4연속 동결경기침체-금융불안 우려 등 고려물가→경기로 무게중심 이동 관측한은 “가계빚 급증땐 대응 나설것” 한은이 4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건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접어든 영향이 컸다. 여기에 올 하반기(7∼12월) 경기 침체 우려와 새마을금고 부실, 막대한 가계부채 등의 상황도 복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7%로 2021년 9월 이후 21개월 만에 2%대로 내려갔다. 기획재정부도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3.3%로 낮췄다. 그간 가장 시급한 과제였던 물가가 한풀 꺾이면서 한은은 숨을 고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불안한 경기도 한은이 금리 추가 인상을 택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수출이 크게 줄면서 국내외 경제기관들은 일제히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앞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5%로 낮췄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1.6%에서 1.5%로 내려 잡았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에 대해 “미국 성장률이 유지되고 중국 불확실성은 커진 상황을 반영해 1.4%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16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가 이달 들어 수출 감소로 다시 적자다.● 시장은 금리 인하 시점에 관심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언제쯤 금리 인하 결정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다. 한은은 미국 베이비스텝 가능성을 의식해 금리 추가 인상 여지를 열어뒀지만, 시장에선 한은의 무게 중심이 물가에서 경기로 이미 돌아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의 긴축 기조에서 벗어나 ‘피벗(pivot·통화 정책 방향 전환)’ 시점을 재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한은이 물가에서 경기로 무게 중심을 옮긴 만큼 이르면 올 4분기(10∼12월), 늦어도 내년 중에는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는 하지만 가능성을 닫아놓지는 못한다는 것이지, 추가 인상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해석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한은은 금리 인하를 생각하고 있지만 다만 지금 그걸 언급할 시기는 아니라고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이날 금리 인하 가능성과 관련해 물가가 목표치(2%)에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인하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현재는 긴축을 더 강하게 할 상황은 아니지만 한은 입장에서는 긴축인지 완화인지에 대해 일부러 모호한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다”며 “미국이 긴축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했다. 향후 최대 변수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이다. 연준이 26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한국과 격차가 2.0%포인트로 벌어져 환율 불안이 커질 수 있다. 한은이 하반기 경기 부담에도 금리 인하를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이유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이 금리 인하를 이야기하려면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멈추는 것이 선제 조건”이라며 “다음 금통위에서도 한은에는 선택지가 금리 동결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에서는 한국 경제 위기의 ‘뇌관’으로 떠오른 가계부채의 심각성도 논의됐다. 이 총재는 “금통위 회의에서도 위원들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많은 우려를 표했다”며 “추후 예상 밖으로 급격히 늘어나면 금리뿐 아니라 거시건전성 규제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62조3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사이 7조 원이나 급증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지난해 한국의 경제 규모가 세계 13위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한 한국은행 자료가 나왔다. 2020, 2021년 2년 연속 10위에 올랐지만 3년 만에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게 됐다. 지난해 환율 상승으로 달러 표시 가격이 하락한 데다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수출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12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7.9% 감소한 1조6733억 달러로 추정됐다. 원화 기준으로는 2161조8000억 원으로 같은 기간 3.9% 늘었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평균 12.9% 올라 달러화 기준 명목 GDP가 줄어든 것이다. 한국의 명목 GDP 순위는 2018년 10위에서 이듬해 12위로 하락했다가 2020, 2021년 2년 연속 10위를 유지했다.韓 경제순위, 伊-브라질에 밀려… “인구감소에 더 추락 우려” 한국GDP 작년 세계 13위무역적자 478억달러로 역대 최대1%대 저성장 전망 올해 더 험난“반도체 등 특정품목 의존 바꾸고 저출산 대응 연금-노동-교육 개혁을”일본(4조2256억 달러)과 독일(4조752억 달러), 영국(3조798억 달러)은 3∼5위를 차지했다. 이어 인도,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이탈리아가 세계 10위권에 들어갔다. 브라질(1조8747억 달러)과 호주(1조7023억 달러)는 각각 11, 12위를 차지해 한국을 앞질렀다. 지난해 명목 GDP 하락은 ‘강달러’ 현상과 더불어 수출 및 인구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등 특정 품목에 의존적인 수출 구조를 바꾸고, 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활력 저하를 막기 위한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 부진과 에너지 수입 급증으로 인해 무역적자는 연간 기준 역대 최대인 478억 달러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132억 달러 적자) 이후 14년 만에 연간 적자를 냈다. 올해는 대중(對中) 수출 부진까지 겹쳐 무역적자가 계속 쌓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은 1년 전보다 14.8% 감소한 132억67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이후 줄곧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 수출도 같은 기간 36.8% 급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명목 GDP 감소의 핵심은 반도체 경기 악화와 수출 부진”이라며 “특히 반도체는 산업 특성상 금방 회복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고 짚었다.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인 수출이 꺾이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의 저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각각 지난해 1월(2.9%)과 6월(2.8%) 전망 이후 한국 경제성장률을 네 번 연속 낮춰 1.5%를 제시했다. 지난해 5월 이후 다섯 차례 연속 성장률 전망치를 내린 한은은 이보다 낮은 1.4%를 내놓았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인구 감소와 맞물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앞으로 명목 GDP 순위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며 “무엇보다 저출산으로 노동 인구 감소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추세적으로 성장 동력이 약해지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200만 명인 우리나라 인구는 2041년 4000만 명대로, 2070년에는 현재의 3분의 2 수준인 38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세계 인구는 올해 80억5000만 명에서 2070년 103억 명으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성장 잠재력이 점점 더 약화되고 있는 상황을 기존의 방법으로 원상 회복시키긴 쉽지 않다”며 “반도체 외 신산업 발굴과 전문 인력 양성, 연구개발 지원 등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현 정부가 제시한 연금, 노동, 교육 등 3대 개혁을 언급하며 “3대 개혁에 대한 세세한 장기적 대응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퇴직연금을 미리 정해둔 상품으로 자동 운용하도록 하는 ‘디폴트옵션’(사전지정 운용제도)이 12일 시행됐다. 연금을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고 안전한 펀드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려는 취지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시범 도입된 디폴트옵션이 전산망 구축 등에 필요한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날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퇴직연금에는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의 세 가지가 있는데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고 성과에 책임을 지는 DC형 및 IRP에만 적용된다. DC형 또는 IRP에 가입하고 2주가 지났는데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 상품을 정하지 않거나, 금융상품의 만기가 도래하고 6주가 지났는데도 운용 지시가 없을 경우 디폴트옵션이 적용된다. 만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고객이라면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이는 기존 가입자들이 전문성이나 시간 부족으로 자신의 퇴직연금을 사실상 방치함에 따라 수익률이 저조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퇴직연금 역사가 긴 미국, 영국 등에서는 디폴트옵션을 통해 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이 6∼8%에 이르고 있다. 국내 디폴트옵션은 고용노동부 상품심의위원회를 거쳐 승인된 상품으로 구성된다. 펀드 상품의 경우 타깃데이트펀드(TDF), 사회간접자본펀드, 밸런스펀드(BF)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시장은 2019년 200조 원 규모를 넘어선 뒤 올 1분기(1∼3월) 338조 원 규모로 커졌다. 올 2분기(3∼6월) 상위 6개 대형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하나·KB증권)의 디폴트옵션 유치 금액은 약 922억5000만 원으로 전 분기 대비 84% 증가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도입을 계기로 가입자들이 금융사별 경쟁력을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한국거래소가 공모주의 상한가 규정을 완화한 지 보름 만에 신규 상장사들의 첫날 평균 주가가 약 12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는 지난달 26일부터 코스피, 코스닥시장 신규 상장사의 상장 당일 가격제한 폭을 기존 공모가의 63∼260%에서 60∼400%로 확대했다. 11일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이후 상장한 6개 공모주의 첫날 종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123.5% 상승했다. 지난달 1∼25일 상장한 8개 종목의 평균 상승률(37.2%)보다 3배 이상 높아진 것. 특히 지난달 29일 상장한 시큐센은 205%, 이달 6일 상장한 교보14호스팩은 240.5% 올랐다. 이른바 ‘따따블’(주가가 공모가의 4배까지 급등)을 기록한 종목은 아직 없지만, 이번 제도 시행으로 최근 얼어붙었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양극재 분야 지주회사 에코프로가 10일 장중 한때 주당 100만 원이 넘는 이른바 ‘황제주’ 대열에 들어섰다. 올 들어 700% 넘게 급등한 에코프로 주가에 대해 증권사조차 명확한 분석이나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기업 펀더멘털과 유리된 주가 흐름을 무작정 추종하면 투자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코스닥시장에서 에코프로 주가는 장중 한때 101만5000원까지 치솟은 뒤 96만5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올 초보다 777% 급등했다. 코스닥에서 황제주가 나온 것은 2007년 동일철강(종가 110만2800원) 이후 16년 만이다. 에코프로는 올 4월 증권가의 과열 경고에 잠시 조정을 받는 듯했지만, 곧 ‘나 홀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증권업계는 에코프로 주가에는 2차전지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지원 대상에 양극재 등 2차전지 소재가 포함돼 관련 업체들이 북미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유독 에코프로의 주가가 다른 2차전지 관련주보다 고평가된 요인에 대해선 증권가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일 기준(순이익은 지난해 12월 결산법인 사업보고서 기준) 에코프로의 주가수익률(PER)은 674배로 포스코퓨처엠(267배), LG에너지솔루션(166배) 등 다른 2차전지 관련주보다 월등히 높다. 주가가 1주당 순이익의 몇 배인지를 보여주는 PER은 숫자가 높을수록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에코프로 주가가 증권사들의 예상치를 크게 넘어서면서 애널리스트 보고서도 5월을 끝으로 뚝 끊겼다. 최근 3개월간 에코프로 보고서를 낸 곳은 삼성증권과 하나증권뿐이다. 두 보고서의 에코프로 목표가 평균치는 42만5000원. 10일 주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전 금양 이사는 “증권사 보고서를 믿지 말라”며 2차전지 관련주의 추가 상승을 주장하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에코프로가 지주사라는 점에서 분석이나 전망이 어렵다고 말한다.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에코프로는 사업회사가 아닌 지주사이기에 인수합병(M&A)이나 배당의 변화 같은 변수가 없으면 주가 방향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기가 힘들다”며 “(일부 투자자들이) 지주사를 사업회사처럼 평가하려다 보니 자꾸 시장과 보고서 간의 괴리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2차전지 전문 애널리스트는 “에코프로 주가는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아 모든 애널리스트들이 분석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실적과 상관없이 주가가 형성되기에 애널리스트의 역할이 필요 없어진 곳이 됐다”고 말했다. 에코프로가 공매도 세력과 온라인에서 도는 온갖 소문 등으로 혼탁해진 종목이 돼버렸다는 주장도 있다.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를 한 투자자들이 주가가 계속 오르자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들여서 갚는 이른바 ‘쇼트 스퀴즈(short squeeze)’에 나서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 수급 측면에서 요즘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할 종목 선택지가 적다 보니 에코프로에 몰린 경향이 있다”며 “냉정한 관점에서 회사의 가치를 고민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 남들을 따라 사는 건 절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일명 ‘1세대’라 불리는 32년 차 증권사 애널리스트 A 씨. 한국 증권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1990년대 초 입사한 그는 한때 수억 원의 연봉을 받으며 ‘증권가의 꽃’이라고 불렸던 애널리스트의 최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제 애널리스트의 위상이 추락하면서 매달 급여 통장에 찍히는 금액도, 증권사 내 영향력이나 업무량도 적어진 현실. “애널리스트 전성기 때는 돈을 많이 받는 만큼 일도 너무 많아 힘들었다”라며 “그 시절이 꼭 그립지만은 않다”라고 말했지만 그의 덤덤한 목소리에 섭섭함이 적잖이 묻어났다. 》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수억 원대 연봉을 자랑하며 대학생들의 선망을 받는 직업으로 꼽혔던 증권사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그러나 과거의 명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나날이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증권사 수익구조 변화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등장, 투자상품의 다변화 등의 영향이 겹치며 애널리스트의 위상이 내리막을 탄 것이다. ● ‘증권가의 꽃’으로 불렸던 애널리스트들 본보가 인터뷰한 1세대 애널리스트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를 애널리스트의 ‘황금기’로 꼽는다. 1997년 외환위기라는 시련을 거치며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 파악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던 시기이기 때문. 이때 이른바 ‘해외파 애널리스트’들이 고액의 연봉을 받고 영입됐고, 2007년 코스피가 처음 2,000을 넘어서자 기관투자가의 리서치 수요까지 늘어났다. 1999년부터 애널리스트로 일해온 B 씨는 “양질의 리포트가 쏟아져 나왔다”며 “애널리스트들에게는 가장 좋았던 시기”라고 털어놓았다. 이때 정확한 경제 방향성 예측으로 ‘이코노미스트’로서 명성을 쌓은 애널리스트들도 적지 않았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도 그중 하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대신경제연구소 대표를 역임한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예측해내며 거시경제 ‘족집게’로 이름을 떨쳤다. 각종 통계와 현장을 담은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가 여의도 밖에서까지 화제를 모으는 일도 왕왕 있었다. 2011년 당시 유진투자증권의 김미연 애널리스트가 내놓은 입시전형 분석 자료 ‘교육의 정석’은 뜨거운 반응을 모으며 서울 강남구 대치동 엄마들은 물론이고 입시정보에 목말랐던 워킹맘들의 ‘필독서’로 떠올랐다. 인터넷 카페에선 이 자료를 앞다퉈 공유했고 일부 입시컨설팅 업체들은 100쪽이 넘는 이 자료를 따로 묶어 돈을 받고 팔기까지 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전국 단위 설명회를 열었고, 김 애널리스트도 단숨에 ‘스타 애널리스트’로 떠오르며 대신자산운용 리서치운용본부장으로 영입되기도 했다.● 신뢰 잃고 위상 추락… ‘엑소더스’ 가속화 ‘스타급’ 대우를 받던 애널리스트의 인기는 2010년대 후반 들어 시들해졌다. 이후 해가 지날수록 애널리스트의 ‘엑소더스(대탈출)’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일 기준 국내 현역 애널리스트 수는 1069명이다. 약 10년 전인 2014년(1192명)에 비해 123명이나 줄었다. 증시 활황기였던 2010년 1575명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13년 만에 약 32% 급감한 것이다. 지난해에도 케이프투자증권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아예 리서치센터를 없애버리기도 했다. A 씨는 “애널리스트의 연봉 절대 금액도 2010년보다 낮아졌다”고 고백했다. 젊은 세대의 애널리스트는 리서치센터를 ‘거쳐 가는 곳’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다. 1세대 애널리스트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요즘에는 애널리스트로 입사해 어느 정도 경력을 쌓으면 투자은행(IB)이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쪽으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애널리스트의 위상이 위태로워진 데는 △수익률 저하 △신뢰 상실 △투자 환경의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지만, 결정적으로 리서치센터 운영의 수익성이 낮아진 게 치명타라는 평가가 나온다. 리서치센터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기관 및 법인 고객들에게 투자에 도움이 될 종목 분석 자료를 제공해 매매거래를 유치하는 영업 활동이었다. 그러나 과거 증권사에 주식매매를 위탁했던 법인 투자자들은 수수료율이 더 낮은 온라인으로 직접 주문하는 비중이 늘어났다. 증권가의 경쟁 격화도 수익성 저하에 영향을 미쳤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증권사가 많아지면서 수수료를 두고 출혈 경쟁이 생긴 측면도 있다”며 “법인영업의 수수료 수익이 계속 하락하니까 리서치센터의 비용을 충당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애널리스트의 리포트가 아니더라도 유튜브 등 투자 정보를 얻을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애널리스트 분석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애널리스트 리포트의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사실상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도 있다. 25년 차 애널리스트 C 씨는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1년간의 시장 동향도 맞히지 못하는 리포트를 돈 주고 살 필요가 없지 않나”며 “당연히 리서치센터의 파워가 현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 씨는 “애널리스트들이 자기가 담당하는 기업의 실적을 제대로 추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 리포트 질 하락엔 접근 어려운 기업정보가 한몫 일부에서는 리포트의 정확도가 떨어진 원인으로 기업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워진 현실을 꼽기도 한다. 2000년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기업과의 유착관계가 논란이 될 정도로 기업들로부터 비공식 루트로 정보를 받곤 했다. B 씨는 “과거에는 기업들이 실적 공식 발표 전 애널리스트에게 근사치를 슬쩍 알려주면 그 수치를 토대로 리포트를 작성하기도 했다”며 “이를 ‘위스퍼 넘버(비공식 소문)’라고 부르곤 했는데, 이러한 관행을 악용해 선행매매(기업의 중요 정보를 미리 빼돌려 자신의 투자에 활용하는 불공정거래)를 저지르는 사건들이 잇따르면서 기업들이 미리 정보를 흘리는 게 차단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기업정보를 얻기 어려우니 매도 의견을 내기도 쉽지 않다. 올해 1분기(1∼3월)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평균 매수 의견 비중은 약 89%로 나타났다. DS투자증권, 부국증권, 유화증권 등의 매수의견 비중은 100%에 달했다. 외국계 증권사를 제외하고 매도 의견을 낸 곳은 DB금융투자(0.7%), 미래에셋증권(0.7%), 유진투자증권(1.3%), 한화투자증권(0.6%) 등이 유일했다. ‘매도 의견’을 내버리면 불이익을 받을 위험이 따르기도 한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예전에 일 잘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한 대기업을 상대로 매도 리포트를 낸 적이 있었는데, 그 기업이 거래 정지를 당하면서 해당 증권사 펀드에 투자했던 수천억 원을 바로 빼버렸다”며 “매도 리포트를 못 내는 것을 애널리스트 탓으로만 돌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 “애널리스트 역할 더 중요” vs “이미 사양 산업” 고객의 수요도, 회사의 지원도 메말라가는 한국 리서치센터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인 만큼 애널리스트의 전문성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제 과거와 같은 ‘전성기’는 다시 없을 것이란 비관론도 적지 않다. 막 애널리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한 신입 애널리스트들은 애널리스트의 역할이 되레 더 중요해졌다고 자신한다. 지난해 8월 입사한 E 씨는 “빠르게 움직이는 시장을 분석하고 공부하는 게 좋아서 애널리스트를 택했다”며 “유튜브와 주식 오픈채팅방 등 투자자가 정보를 얻을 채널이 다양해진 건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굉장한 부담이지만, 정보를 재검증해 신뢰성을 높이는 일은 더 중요해졌다고”고 했다. 반대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는 이미 사양 산업이 돼버렸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들의 분석이 더 이상 맞지도 않고, 돈만 축내는 곳을 민간 기업인 증권사가 더는 끌고 갈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증권사가 리서치센터를 전폭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이상 애널리스트의 입지가 과거처럼 되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상품수지가 두 달 연속 흑자를 보이면서 5월 경상수지가 한 달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반도체 경기 침체 등으로 침체됐던 수출 전선이 올 하반기에 회복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5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5월 경상수지는 19억3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4월 7억9000만 달러 적자를 낸 지 한 달 만에 흑자로 반전했다. 지난해 12월 26억8000만 달러 흑자 이후 5개월 만의 최대 흑자 폭이기도 하다. 경상수지 흑자 전환은 상품의 수출입 차이를 보여주는 상품수지가 두 달 연속 흑자를 이어간 영향이 컸다. 5월 상품수지는 18억2000만 달러로, 전월(5억8000만 달러)에 이어 또다시 흑자를 기록했고, 그 규모도 커졌다. 6월 전망도 나쁘지 않다. 앞서 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6월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를 달성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수출 경기 부진은 여전하지만 조금씩은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5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로는 14.7% 감소했지만 전월(491억1000만 달러)보다는 증가한 527억5000만 달러를 나타냈다. 품목별로는 승용차 수출이 1년 전보다 52.9% 급증하면서 전체 수출을 견인했다. 다만 글로벌 경기 둔화 탓에 반도체 수출은 1년 전에 비해 35.6% 줄었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올 1월 전년 동월 대비 ―43.4%까지 내려갔지만 이제는 점차 감소세가 완화되고 있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상품수지 개선세가 본격화돼 하반기 전체로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반면 서비스수지는 내국인의 해외여행 증가 등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5월부터 매월 적자를 기록 중인 서비스수지는 5월에도 9억1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그중 여행수지 적자는 8억2000만 달러로, 전월(5억 달러)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고, 운송지급이 늘면서 운송수지는 4월 3000만 달러 흑자에서 5월 3억50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경상수지가 저점을 벗어났지만 올 하반기 경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향후 경상수지에는 여행객 증가와 원유 가격 변동, 수출 회복 시점 등의 변수들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