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석

장관석 논설위원

동아일보 논설위원실

구독 144

추천

정치권 소식을 세밀히 파악해 전하겠습니다. 2009년 입사 후 사회부 법조팀, 정치부 정당팀에서 근무했습니다.

jks@donga.com

취재분야

2025-11-27~2025-12-27
정치일반47%
칼럼37%
대통령10%
남북한 관계3%
러시아3%
  • [단신]윤진식 前의원 政資法위반 무죄확정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제18대 국회의원 총선 직전인 2008년 3월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전 회장으로부터 4000만 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윤진식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68)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27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증거로 제출된 유 전 회장과 제3자의 통화내용은 제3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수사 과정에서 제공된 것이므로 이 사건에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옳다”고 밝혔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2014-10-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부패 사슬 끊기, 티없는 아이들에 답이 있다

    부정부패로 사회를 혼탁하게 만든 건 언제나 어른들이었다. 청소년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부정부패란 적폐를 물려받는 ‘상속자’임과 동시에 부패가 잉태한 끔찍한 사고의 ‘피해자’였다. 1994년 10월 등굣길 버스에 탄 학생 9명 등 32명이 목숨을 잃은 성수대교 붕괴 사고. 당시 사고로 숨진 무학여고 2학년 이연수 양(당시 16세)의 영결미사를 집전했던 한 신부는 “어른들의 죗값을 아이들이 대신 받았다. 너희들은 우리 사회 부정부패의 희생양”이라고 말했다. 20년이 지났건만 어른들의 ‘부패 불감증’은 여전히 그대로다. 올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그간의 반부패 학습효과가 ‘0’이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올해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등이 이어진 원인에는 하나같이 부정, 부패, 비리가 도사리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과연 ‘부패 없는 사회’가 될 수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에게 답이 있다”고 지적한다. 고질적인 부정부패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청렴 감수성’을 고려한 교육과 사회 문화로서 ‘아너 코드(명예규정)’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청소년에게 과거와 달리 사회 문제 곳곳에서 직접 목소리를 내게 해주고 어른들의 독단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있다. 본보는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팀과 함께 20년 뒤 우리 사회의 주역이 될 14∼16세 중학생 150명을 대상으로 부정부패 척결의 실마리를 찾는 실험을 진행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장관석 기자}

    • 2014-10-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정직한 행동’ 서명한 학생들, 부정행위 유혹에 안넘어가

    “생도는 거짓말, 부정행위, 도둑질을 하지 않으며 그런 행동을 하는 이들을 용납하지 않는다(A cadet will not lie, cheat, steal or tolerate those who do).” 미국의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에는 이 같은 서약이 거대한 돌에 새겨져 있다. 생도들은 이 약속을 철칙으로 여기고 처벌보다 불명예를 부끄럽게 여긴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모든 시험은 감독관 없이 진행된다. 학생들은 시험이 끝난 후에 “나는 아너 코드(honor code·명예규정)를 어기지 않았다”라고 서명한다. 본인뿐 아니라 타인의 부정행위까지 학교에 신고하도록 하고, 위반 시엔 퇴학까지 감수해야 한다. 아너 코드는 사람들 스스로 정직하게 행동하겠다는 서명을 남기는 일종의 명예로운 규정이다. 미국 유명 대학들은 오래전부터 학생 스스로 명예를 지키게 하기 위해 시험뿐 아니라 과제물 제출 등 학교생활 전반에서 아너 코드를 운영해 왔다. 그 대학 졸업생이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인정받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공직사회, 기업체, 학교 등에서도 얼핏 보면 아너 코드와 비슷한 ‘청렴서약식’이 해마다 열리고 있다. 그러나 본인이 직접 서명하는 것과 일회식 보여주기 행사는 다르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 “서명 안한 학생들이 부정행위 더 많아”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는 아너 코드엔 부패와 범죄를 막는 도덕적 각성효과가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입증해 보였다. 유혹의 순간 도덕적 규범을 떠올리게 하는 것만으로 예방효과가 있다는 것. 본보 취재팀은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팀에 의뢰해 애리얼리의 실험을 약간 변형시킨 ‘심리적 자물쇠’ 실험을 실시했다. 이번 실험은 서울 상암중학교 3학년 학생 20명을 10명씩 두 그룹으로 나눠 한 팀에만 ‘나는 다음의 과제를 정직하게 수행할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문구를 직접 쓰고 서명하게 했다. 학생들에게는 제한된 시간 동안 12개의 소수가 적힌 매트릭스에서 둘이 합쳐 10이 되는 조합을 가능한 한 많이 찾을 것을 주문했다. 시험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맞힌 숫자만큼 상품을 주겠다고 했다. 감독관은 시험지는 필요 없으니 재활용 수거함에 알아서 버리고 문제를 푼 학생이 직접 자신이 맞힌 개수를 답안지에 적어 내라고 했다. 감독관이 간단한 안내를 마치고 자리를 피하자 학생들은 자신이 부정행위를 하더라도 들키지 않는다는 것을 금세 눈치챘다. 제한 시간 7분 동안 두 그룹의 행동은 딴판이었다. 아너 코드에 서명하지 않은 학생들은 서명한 학생들보다 자신이 맞춘 개수를 부풀려 적어 냈다. 아너 코드 그룹은 총 20개의 문제 중 평균 다섯 문제를 풀었다. 서명을 안 한 학생들은 평균 일곱 문제를 풀었다고 주장했다. 흥미로운 점은 아너 코드 집단 학생들 중 일부는 답안지에 풀이과정을 자세히 적는 등 자신의 ‘결백’을 드러내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아너 코드를 떠올리는 것이 학생들이 정직한 행동을 하는 데 영향을 미쳤고, 부패에 민감한 학생들은 스스로 정직한 행동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이를 드러내는 경향을 나타냈다”며 “어릴 때부터 아너 코드를 습관화한다면 사회의 부패 저항력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적, 일회적 청렴서약식 효과 없어” 올해 7월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는 기말고사를 보던 3학년의 한 반 학생 17명이 부정행위에 가담했다가 모두 0점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로스쿨생에게 돈을 주고 토익 부정 응시를 부탁한 명문대 대학생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아너 코드의 실종이 부른 현상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부정행위는 물론 부패 문제와도 직결될 수 있다. 올해 8, 9월 국토교통부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교육부 복지부 등 정부 부처는 잇달아 반부패 결의대회를 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회성 이벤트에 가까운 ‘청렴실천대회’ ‘반부패서약식’보다는 각 업무 영역 전반에 ‘아너 코드’를 세밀하게 설치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한다. 애리얼리도 그의 실험에서 일회적인 서약식은 아무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명예서약식을 갓 마친 프린스턴대 신입생들도 아너 코드를 상기시키지 않은 상태의 시험에서는 아너 코드 문화가 전혀 없는 타 학교 학생들만큼 부정행위를 저질렀던 것이다. 그는 계약서, 허가서, 야근일지에 아너 코드 서명란을 만들어 수시로 상기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국내 대학 중에는 한동대가 1995년 개교 때부터 아너 코드를 운영하고 있다. 한동대는 입학할 때와 매 학년 시작할 때 총 4번 명예서약에 서명한다. 중간 기말고사 시험지엔 “나는 정직하게 시험에 응하였음을 확인합니다”라는 서명란이 있다. 이 학교 명예제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오경준 씨는 “아너 코드가 모든 부정행위를 막지는 못하지만 컴퓨터 불법복제 프로그램 사용 등 일상 습관까지 고민하는 학우들을 많이 봤다. 아너 코드는 학생들을 강제로 옭아매는 규칙이 아니라 스스로 정직을 선택하게 만드는 문화”라고 말했다.신동진 shine@donga.com·장관석 기자}

    • 2014-10-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공무원 비리 뉴스 본 청소년들 “어른들도 하는데 나도…”

    “부패는 부패를 먹고 자란다.” 반부패 운동가들이 자주 쓰는 말이다. 고의든 실수든 한 번 부패에 발을 들인 사람은 부패를 감추기 위해 또는 부패가 주는 이익에 빠져 제2, 제3의 부정을 저지른다는 뜻이다. 지난 20년 동안 대한민국은 ‘위로부터의 부패 척결’에 매진했다. 김영삼 정부는 강력한 사정 활동에도 불구하고 공직사회의 뇌물 관행을 끊지 못하고 측근 비리에 발목이 잡혔다. 그 후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도 공직과 공기업을 중심으로 부패방지책을 내놨지만 결론은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정부 역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구호 아래 부패 척결에 나서고 있지만 ‘관피아’ ‘낙하산’ ‘뇌물’은 단골 뉴스로 나온다. 반부패 운동은 위가 아닌 아래, 미래 세대에게 있다. 청소년에게 부정부패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부패뉴스 노출 학생들이 부정행위에 더 가담” 동아일보는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팀과 함께 서울 상암중학교 14∼16세 학생을 대상으로 청소년의 부패 민감성과 교육으로 인한 부정부패의 가변성 등을 알아보기 위한 설문과 실험을 진행했다. 이달 14일 상암중학교 1학년 교실. 실험을 위해 모인 학생 60명은 두 교실로 나뉘어 서로 다른 영상을 각각 시청했다. A그룹은 ‘국가 연구개발비의 부정한 사용이 밝혀졌지만 징계를 받은 직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거나 ‘친인척을 부정 채용하고도 가벼운 징계에 그쳤다’ 등 부정부패와 솜방망이 처벌을 고발하는 뉴스 영상을, B그룹은 부정부패와는 무관한 휴대전화 판매원 출신 성악가 ‘폴 포츠’의 성공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다. 이번 실험은 청소년들이 사회의 부정부패 뉴스에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서로 다른 영상을 본 그룹이 똑같은 가상 시나리오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비교하는 방식이었다. 시나리오 문항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중간고사를 마친 기념으로 친구와 볼 영화를 찾던 중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를 발견했을 때, 두 번째는 중간고사를 망쳐 기말고사에서 만회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험 감독자가 잠깐 자리를 비웠을 때였다. 각각 불법 다운로드와 부정행위를 할 것인지 물었고, 과제엔 이름을 쓰지 않도록 해 익명성을 보장했다. 두 그룹이 써낸 답변은 큰 차이를 보였다. 불법 다운로드와 시험 부정행위를 하겠다고 대답한 학생 수는 부패뉴스를 본 그룹에선 30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13명이었다. 반면 폴 포츠의 영상을 본 학생은 30명 중 2명에 불과했다. 곽 교수팀이 부패 감수성을 통계학적인 수치로 환산한 결과 부패뉴스를 본 학생그룹(0.5)이 그렇지 않은 학생그룹(0.1)보다 5배나 부정행위를 더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 “어른들도 하는데 나만 정직하면 손해” 학생들에게 부정행위를 결심한 이유도 적게 했다. 불법 다운로드와 시험 부정행위 등에서 모두 “어른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답변이 나왔다. 불법 다운로드를 하겠다고 답한 학생 중에는 “어른들도 불법 다운로드를 하는데 나만 돈 내고 보기 아깝다”, 시험 부정행위에는 “나만 하는 게 아니라 어른들도 한다”는 이유를 각각 들었다. 이외에도 “딱히 나쁘다는 생각이 안 든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성적에 대한 부모님의 압박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답변도 나왔다. 한국투명성기구 유한범 사무총장은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 시기는 성적만 강조하는 입시교육과 부패 관련 뉴스의 홍수 속에 아이들 스스로 부패에 무뎌지고 타협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직하게 사는 것보다 불법을 통해서라도 부자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답한 청소년의 비율은 40%로 같은 답을 한 성인(31%)을 훨씬 웃돌았다. ‘부패한 사람이 빨리 출세한다’고 답한 청소년(52%)도 절반이 넘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아이들의 ‘감수성’은 부패 환경뿐만 아니라 청렴교육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교실로 찾아가는 투명학교’라는 설문을 진행하는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에 따르면 반부패교육을 받은 전후 아이들의 정직 지수가 25개의 모든 항목에서 눈에 띄게 향상됐다. 투명학교 수업의 가장 큰 특징은 ‘부정 체험’이다. 국자만 이용해 가능한 한 많은 탁구공을 상자로 옮겨야 하는 게임에서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손을 사용하고 땅에 떨어진 공을 주워 담는 부정행위를 한다. 게임을 한 뒤 비슷한 부정행위가 담긴 영상을 보여주면 아이들은 영상 속 모습과 다르지 않은 자신의 행동에 멋쩍어하면서도 체험을 통해 부정부패에 더욱 관심을 갖고 투명학교 수업에 임하게 된다. 지난해 이 교육을 받은 A중학교에서는 ‘숙제를 인터넷에서 베껴 내도 된다’는 학생이 교육 전 30%에서 교육 후 16%로, ‘불법 다운로드를 해도 된다’는 학생은 31%에서 18%로 크게 줄었다.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정기철 부장은 “어른들은 체면 때문에 자신의 부정행위를 고치길 망설이지만 청소년들은 거부감이 훨씬 덜하다. 청소년 시기 부정부패에 대해 학습적인 체험과 고민을 하는 것은 성인이 된 뒤 반부패 습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신동진 shine@donga.com·장관석 기자}

    • 2014-10-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바뀌지 않은 의식… “업무 위해 적당한 급행비 필요” 60%

    “대한민국은 부정부패 수준이 매우 높은 편이고, 향후 부패가 지금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매우 낮다.” 동아일보가 현대경제연구원에 의뢰해 20대 이상 성인 남녀 802명을 대상으로 한 ‘부정부패 관련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응답자 10명 중 9명은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 수준이 매우 높다”고 답했으며, 향후 부패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도 4명 중에 1명꼴 정도로만 동의했다. 특단의 대책 없이 이대로 간다면 부패후진국의 오명을 당분간 벗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속한 업무 처리 위해 급행비 필요한 사회” 2년 전 한 고위공직자가 아들 결혼식을 치렀다. 결혼식장이 위치한 1층 은행에서 이 공직자의 계좌로 수억 원이 입금됐다. 하루에 거액이 입금돼 은행에서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 자동 통보됐다. 그러나 당시 결혼식을 치른 사실이 알려져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반 국민들로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고액이라고 생각할 법한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이유는 뭘까. 국민 대다수는 원활한 업무 처리를 위해선 적당한 접대와 사례금이 비즈니스 성공의 양념이자 윤활유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 설문 응답자의 60.7%가 “원활한 업무 처리를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급행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다 보니 업무상 접대와 선물을 용인하거나 때로는 이를 ‘사회적 능력’이라 평가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대표적 사례가 경조사다. 대기업 규제 등 권한을 가진 정부 부처 모 과장의 자녀 돌잔치에 부조금으로 5000만 원이 들어왔다는 사례는 업계의 해묵은 얘깃거리다. ‘거래처 지인 결혼식에 건네는 축의금 액수가 어느 정도면 부적절하게 느껴지느냐’는 질문에 10만∼30만 원 미만(34.9%), 30만∼100만 원(14.8%)이라고 응답했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의 금액이 오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위공직자나 정치인 등이 조용한 결혼식을 치르면 화제가 되는 것은 역설적인 현상이다.○ 제도 비웃는 은밀한 관행 늘어 최근 들어선 금품이나 향응을 주고받는 것은 물론이고 식사나 교류 자체를 엄격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행동 강령과 법규가 정비되다 보니 공무원과 업체 간 교류는 더욱 은밀해졌다. 부패에도 풍선효과가 생겨난 셈이다. 한 기업인은 “결혼식이든 돌잔치든 부친상이든 줄 수 있을 때 힘껏 꽂아준다. 잘 봐달라는 보험료 성격이 왜 없겠느냐”고 말했다. ‘직무 관련자나 직무 관련 공무원에게 경조사를 알려서는 안 된다’는 공무원행동강령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공직사회에서 골프를 제한하거나 금기시하는 분위기는 있지만 골프 접대는 여전히 이뤄진다. 경력 10년 차의 한 캐디는 “국산 소형차를 타고 골프장을 찾은 인물들에게도 깊은 예우를 갖추라는 지시를 받을 때가 많다. 접대를 받는 쪽은 정작 이쪽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금품이나 향응을 요구하는 공무원이 여전히 존재하고, 여기에 편승해 뒷돈을 대며 이권을 유지하는 행태도 계속 적발된다. ○○청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관련 업체에 “체육대회를 하는데 3만 원대 도시락 100세트를 맞춰주거나 300만 원을 찬조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기관 관계자는 “확인해보니 해당 업체는 고심하다 300만 원을 건넸는데, 이 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아는 사람은 조직 내에 없다”고 말했다. 대국민 인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 3명 중 2명꼴로 “약간의 편법은 사회생활을 하는 데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라고 답했다. 2010년 10월 데이비드 패터슨 미국 뉴욕주지사가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공짜 표 5장을 받았다가 6만 125달러라는 거액의 벌금을 문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민 4명 중 1명 “10억 준다면 위법행위 할 수 있다” 응답자들은 부패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도 개선이나 자정 노력에는 인색한 편이었다.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는 사람을 보면 답답하다’는 의견에 42.6%가 동의했고, 4명 중 1명꼴로 ‘10억 원을 준다면 어느 정도의 법 위반 행위는 해줄 수 있다’고 답변했다. ‘친구나 지인의 비위행위는 눈감아 줄 수 있다’고 답변한 비율도 47.8%나 됐다. 특히 20대 응답자는 다른 세대보다 응답 비율이 높았다. 아직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지 않은 20대가 다른 세대보다 부정부패에 둔감한 이유는 무엇일까.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천천히 단계를 밟고 올라가기에는 너무나 힘이 들고, 극심한 경쟁 사회 분위기에서 취업난까지 가중되고 있는 게 20대가 마주한 상황”이라며 “빠른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면 작은 잘못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맞물려 부정부패에 둔감한 결과가 나왔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후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소한 편법을 방치하면 더 큰 부정부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경제력이 갖춰지지 않은 20대가 다른 세대보다 물질적 유인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 위반에 더욱 관대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향후 부정부패 방지 노력에 부정적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정부패 방지를 막을 대책은 어떤 게 꼽혔을까. 처벌 강화가 34.4%로 가장 응답률이 높았다. 시민의식 향상(24.4%), 사회지도층 감시활동 강화(24.4%), 불합리한 제도 개선(18%)이 뒤를 이었다.장관석 jks@donga.com·신동진 기자}

    • 2014-10-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비리 낳는 시스템 방치… 비슷한 범죄 반복

    “도태호 기조실장이 법인카드를 수령한 후 사용한 내역은 발견되지 않았음.”(지난달 23일 국토교통부 해명 자료) 최근 대기발령을 받고 중징계를 앞둔 도 실장이 건설사 대표와 서울 강남 유흥주점을 가고, 기업체 법인카드까지 갖고 있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국토부가 내놓은 공식 반응이다. 불과 일주일 전 서승환 국토부 장관을 비롯한 전 직원이 ‘부정부패 척결 결의문’을 채택하고 청렴서약식까지 했지만 부패 문제가 불거지면 정반대로 움직인다. 교과서대로라면 철저한 원인 조사와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하지만 서둘러 사건을 마무리하려고만 한다. 한국 사회에 부패가 사라지지 않는 데는 비리가 드러나도 비리 당사자만 쳐내고, 정작 부패를 온존케 한 시스템과 업무 프로세스의 허점은 그대로 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 “범죄가 범죄를 낳는 시스템은 그대로 방치”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여수시청 8급 공무원이 저지른 80억 원대 횡령사건.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 공금을 11개 차명계좌로 송금하고, 남편이 횡령한 돈으로 부인은 사채업에까지 손댄 전대미문의 공무원 유용 범죄였다. 그러나 비슷한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수도권에서 지방세 수납담당 공무원 김모 씨가 3년간 공금 15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적발된 사례만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김 씨는 환급 결정권이 있는 계장이 점심을 먹으러 간 사이 계장의 컴퓨터에서 자신의 친인척과 동명이인 중에 거액의 지방세를 납부한 사람들에게 허위로 지방세 환급 결정을 내린 다음 자신의 컴퓨터에서 환급 계좌를 자신의 주변 인물 계좌번호로 끼워 넣는 수법을 사용했다. 당시 감사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김 씨가 7년간 해당 보직에 있어 감사가 확대됐어야 하는데 해당 직원이 자살할 것처럼 굴어 횡령액수를 15억 원 선에서 더 늘리지 않고 정리했다”고 털어놨다. 계좌번호 조회 권한만 있어도 충분히 업무가 가능한 김 씨에게 수정 권한까지 주어진 것이 불법행위가 손쉽게 이뤄진 이유였다. 환급결정이 계장 한 사람의 결정으로 가능하고, 판정의 적정성을 제3자가 확인하는 절차가 없는 것은 더 큰 문제였다. 그런데도 시스템 점검이 이뤄지지 않아 유사한 범죄가 반복됐다. B교육지원청 직원은 5년간 해외 파견 직원과 중도 퇴직자들에게 수당을 지급한다는 명목으로 허위 서류를 작성하고 차명계좌로 공금 2억7000만 원을 횡령한 사실이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그는 가공인물을 설정해 수당을 청구했지만 아무도 이를 눈치 채지 못했다. 한국부정부패방지연구원 이병철 원장(경기대 회계세무학과 교수)은 “사건 이후에도 시스템 개선이 없었으므로 다른 곳에서도 언제든 동일한 부정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며 “임직원의 계좌번호 입력과 수정 권한을 자금 업무와 관련이 없는 인사팀이 가지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선 공무원이 많은 업무량에 시달리고 동시에 지나친 정보와 권한이 주어지는 시스템도 부패의 원인이다. 고길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절차를 전산화해 업무 로드를 줄이면서 모니터링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면 일선 현장의 부패를 줄일 수 있다”며 “클린카드가 공금의 부적절한 사용을 일부 줄여준 것처럼 행정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 징후 사전 감지 내부통제 역량 갖춰야” 최근 불거진 해군 구조함 통영함과 소해함 음향탐지기 구매 사업에서는 방위사업청 공무원 최모 씨가 적극적으로 관련 서류를 위조했다. 특정 업체가 검사 기준을 충족한 것처럼 제안요청서 일부를 칼로 오려내고 허위 내용을 옮겨 붙이는 수법을 사용한 것이 검찰 조사 때 드러났다. 이처럼 부정을 저지르려는 누군가는 정보를 조작하고 변질시킨다. 업무 처리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감독하는 시스템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이상 징후를 포착해낼 수 있었다. 이 원장은 “2개 이상의 출처에서 원천이 다른 정보를 받아 비교 대조해 전달된 정보가 정확한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뜻하는 ‘대사조정’이 전혀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직원 처벌로 끝낼 게 아니라 정보처리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민간 영역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최근 논란이 된 홈플러스 경품조작 사건은 직원이 경품추첨 대행업체 직원과 짜고 특정 인물이 당첨되도록 한 것이다. 만약 홈플러스 직원이 조작에 가담하지 않고, 경품추첨 대행업체 내부 직원들끼리만 서로 함구하고 은밀히 추첨 결과를 조작해 왔다면 범행은 발각되기가 한층 어려웠을 것이다. 문제는 기업 스스로 자신들이 계약한 추첨 대행업체가 보유한 컴퓨터 프로그램이 공정하게 운영되고 추첨되는지 검증해볼 생각조차 않는다는 것이다. 조직 스스로 부패나 오류를 예방하고 내부통제 역량을 강화해 부패에 대한 저항력을 기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공기업·준정부기관 상임감사 직무수행실적 평가항목에 내부통제 기능 강화 노력과 성과를 포함하는 등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부패 진단 전문가가 부족하고 조직 스스로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한 하나의 ‘장식품’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원장은 “현존하는 부패 진단 프로그램 상당수는 대형 회계법인 ‘업자’가 관계자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수준에 그친다”며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고 부패 진단의 중요성을 공유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관석 jks@donga.com·신동진 기자}

    • 2014-10-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OECD 최하위권 한국 부패인식 지수… 10위권 경제수준 걸맞게 끌어올리자”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13년 한국의 부패인식지수(CPI)는 전 세계 177개국 중 46위에 그쳤다. 100점 척도로 환산한 점수에서 55점을 받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평균(68.6점)에 한참 못 미쳤고, OECD 국가 중에선 27위로 최하위권으로 밀려나 있다. 덴마크 뉴질랜드가 공동 1위를, 핀란드 스웨덴이 공동 3위를 차지했다. 2009년 전체 39위였던 한국은 2011년 43위로 40위권 밖으로 밀려난 뒤 5년 연속 뒷걸음질만 치고 있다. 2014년 부패인식지수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세계에서 7번째로 2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에 가입한 국가 위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한국은 최근 국제투명성기구가 OECD 뇌물방지협약을 ‘거의 또는 전혀 이행하지 않는 나라’로 분류하는 불명예까지 떠안았다. 국제투명성기구는 “이 나라들은 복잡한 화이트칼라 범죄 등 대기업을 조사하기 위한 조사기관의 자원이 부족하다. 국가의 경제적 이익을 고려해 부패방지 조치를 조작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네덜란드 러시아 이스라엘 멕시코 등도 한국과 함께 이 그룹으로 분류됐다. ‘부패’라는 단어는 2000년 전 쓰인 구약성서에도 150차례나 언급될 정도로 해묵은 과제다. 역사적으로도, 지역적으로도 부패 문제에서 자유로운 곳은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부패 기준이 강화되는 추세여서 부패 문제에서 밀린다면 미래가 없다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동아일보는 26일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과 업무협력 협약을 맺고, ‘부패 없는 대한민국, 지금 나부터’라는 공동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 반부패 어젠다를 집중 보도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반부패 수준이 경제수준(10위권)에 걸맞은 위치를 찾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다. 이를 위해 부패 척결을 위한 UCC공모전(11월 21일까지)을 후원하고, 반부패 관련 포럼 등도 공동으로 진행할 계획이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2014-10-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공무원 범죄, 일반 범죄보다 5배 심각… 공금횡령-뇌물-성접대가 가장 나빠”

    ‘슈퍼마켓에서 1만 원어치 물건을 훔친 행위’와 ‘구청 공무원이 복지보조금 수십억 원을 횡령한 범죄’ 가운데 어떤 범죄가 더 나쁠까. 적어도 국민들은 공무원이 공금을 횡령하거나 예산을 유용하는 범죄를 가장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해당 범죄에 대한 무관용적인 처벌이 필요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부패범죄의 관용지수에 관련한 한 연구 보고서에서 슈퍼마켓에서 1만 원어치 상품을 훔친 행위’를 1로 봤을 때 사람들이 체감하는 공무원 범죄의 심각도를 비교 분석했다. 조사 결과 일반 범죄와 비교해 공무원 부패범죄는 평균적으로 다섯 배 이상 심각한 범죄로 인식됐다. 특히 응답자들은 구청 사회복지과 8급 공무원이 신청서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복지보조금 예산 26억4400만 원을 횡령한 범죄를 가장 심각한 범죄(9.13)라고 봤다. 일선 공무원들이 세금이나 수당을 빼먹는 범죄가 고위 공직자의 불법 행위 이상의 범죄라고 판단한 것이며, 공무원의 직급보다는 횡령 횟수나 액수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라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공무원이 성접대를 받는 것도 심각한 범죄로 인식됐다. 중고교생들은 성매매 단속 경찰관이 1년 가까이 뇌물과 성접대를 받은 행동의 심각성을 9.63으로 평가해 가장 죄질이 나쁘다고 답변했다. 공무원 범죄에 가장 관용적인 집단은 일반인들보다 공무원 자신들이었다. 특히 공무원의 직무유기를 바라보는 시각 차는 컸다. 학생들은 국공립 보육시설장이 아이들에게 먹일 음식의 유통기한을 꼼꼼히 점검하지 않은 행동은 여섯 배 더 나쁘다고 봤다. 교사가 정규 수업시간에 불필요한 자습을 많이 시키는 일, 공무원이 업무시간에 은행 일을 보려고 자리를 비운 행동도 학생들은 공무원들보다 두 배 가까이 더 심각하게 인식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2014-10-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나의 反부패지수는

    한 경찰관이 길거리에 버려진 자전거를 주인에게 찾아 줬다. 주인이 답례 차원에서 음료수 값으로 2500원 안팎의 돈을 건넸다. 이 돈은 받아도 될까. 5년 전인 2009년 핀란드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화다. 경찰관은 2유로(약 2676원)의 250배인 500유로(약 67만 원)를 벌금으로 냈고 ‘부패 경찰관’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동아일보가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에 의뢰해 시민 8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놀랍게도 응답자의 95.8%가 “음료수 정도는 받아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선진국처럼 받아서는 안 되는 돈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인은 25명 중 1명꼴에 불과했다. 한국 공무원행동강령도 공무원이 직무 관련자에게 돈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인식 수준은 이에 못 미치는 셈이다. 좀 더 심각한 부패에서는 어떨까. 2012년 독일의 크리스티안 불프 대통령은 주 총리 시절 주택 매입을 위해 지인에게서 시중금리보다 낮게 돈을 빌렸고, 친구가 호텔 업그레이드 비용 400유로를 몰래 치러준 사실이 문제가 됐다. 한국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지인에게 저금리로 대출을 받은 공직자는 사퇴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0.5%가 “비도덕적이지만 사퇴까지는 심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불프 대통령은 “국민 신뢰가 훼손돼 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표적인 사례 두 가지만 놓고 봐도 온정적인 한국과 매정하다 싶을 정도로 혹독한 기준을 세운 반부패 선진국의 차이점이 드러난다. 전문가들은 부패 기준을 높이고, 부패를 줄여나가도록 시스템을 손질해 사회적 신뢰와 공감대를 공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관석 jks@donga.com·신동진 기자}

    • 2014-10-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2005년 일심회 ‘이상규는 주체사상 확고한 동지’ 北에 보고”

    “주체사상의 중심이 확고히 선 동지.” 1995년 지방선거에 북한 자금 500만 원을 사용했다는 증언이 나온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과 관련해 2005년 3월 대북접촉조직 ‘일심회’가 작성한 대북보고문에 설명된 표현이다. 이 문건은 이정훈 당시 민노당 중앙위원이 작성해 일심회 총책인 장 마이클(장민호)에게 넘겼고, 장 마이클은 이를 북한에 보고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진보세력 내에서 이 의원의 성장 토양과 입지, 지위를 짐작하게 하는 이 대북보고문은 지난달 16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 청구 변론기일에서 법무부 정점식 검사장이 “지난해 5월 12일 마리스타 회합에 참석한 통진당 국회의원 3명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 2명 중 1명을 놓고 피청구인 정당의 간부가 작성해 북한에 보고한 자료에 나타난 표현”이라고 설명하면서 드러났다. 북한에 전달된 대북보고문에는 이 의원을 놓고 ‘남부책임자는 이상규 동지가 적임이라 판단. 이상규 동지(42세·현 시당 부위원장) 서울대 출신으로 구로청년회 활동을 통해 성장한 사람. 최근 노동운동과 결합해 당 노동위원장을 동시에 맡고 있다. 성실하며 주변 신망이 좋고 주체사상의 중심이 확고히 서 있는 동지임. 차기 시 위원장으로 적당한 동지로 평가됨’이라고 적시됐다. 법무부는 1999년 적발된 지하정당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사건, 반국가단체 ‘영남위원회’ 사건, 실천연대 사건, ‘강철서신’ 저자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51)과 RO 사건 제보자 진술 등을 종합한 결과 민혁당 등 주체사상 계파 중요 인물들이 통진당 주요 핵심 보직을 그대로 맡아 왔다는 준비서면을 헌재에 제출했다. 통진당이 민혁당의 계보를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는 주장으로 통진당의 위헌성을 입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준비서면에 적시된 국회의원은 이석기(민혁당 산하 경기남부위원회 위원장) 이상규(민혁당 수도권 산하 남부사업부장) 김미희 의원(구국학생연맹) 등이 포함됐다. 여기에 김 위원은 최고위원 중 민모 씨와 유모 씨가 민혁당과 관련이 있다고 21일 추가로 언급했다. 법무부는 통진당 전현직 주요 간부 14명이 민혁당 또는 관련 조직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통진당 전 사무총장, 중앙위원, 전 시의원, 당원, 당교육위원 등이 대거 적시됐다. 이에 앞서 21일 김 위원은 헌재에 증인으로 출석해 “1995년 지방선거 때 이상규 김미희 (또 다른) 김모 천모 후보 측에 각각 500만 원을 전달했다. 1996년 총선에서는 정모 이모 후보에게 각각 1000만 원을 지원했다”고 증언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2014-10-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검찰총장, 카톡 안쓴다는데… 국민이 오해할것”

    “카카오톡 사용합니까?”(박민식 새누리당 의원) “안 씁니다.”(김진태 검찰총장, 임정혁 대검찰청 차장) “저는 씁니다. 보고서도 주고받습니다.”(오세인 대검 공안부장)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15층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 국정감사에서 최근 사이버 모니터링 및 카톡 검열 논란과 관련해 박 의원이 김 총장과 대검 간부들을 상대로 카톡 사용 여부를 물으면서 사용을 권유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박 의원은 “4000만 국민이 (카톡을) 쓰는데 총장과 차장은 왜 쓰지 않느냐. 국민이 오해하겠다. 총장이 나서서 ‘저도 (카톡을) 씁니다’라고 보여줘야 실제론 하지도 않는 실시간 검열 의혹 때문에 나라가 흔들리는 것을 막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자 김 총장은 “(카톡은) 여러 대중을 상대로 하는 것이라 총장이 그런 것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문자메시지는 가끔 주고받는다”고 답변했다.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검찰의 명예훼손 사건 인지(認知) 수사 방침을 놓고 “고소가 없는데 선제적으로 나서서 수사한다는 건 편파 조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총장은 “당초 표현(지난달 사이버 명예훼손 유관기관 회의 당시 사용한 표현 ‘실시간 모니터링’)이 미숙했다.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을 엄단한다는 공식 입장은 바뀐 게 없다”고 응수했다. 이어 다음카카오가 감청영장 집행을 계속 거부할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선 “법 집행에 불응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 김진태 이한성 의원은 김미희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1991년 밀입북 당시 지원받은 북한 자금을 1995년 지방선거 때 두 사람에게 각각 500만 원씩 건넸다”고 증언한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51)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김 총장은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답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2014-10-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혼 10쌍중 3쌍이 ‘황혼이혼’

    최근 서울가정법원에서 결론이 난 거액의 자산가 A 씨 부부의 재산분할 소송은 변호사 업계의 관심거리였다. 1971년 결혼해 네 자녀를 둔 60대 후반의 노부부는 건강이 악화된 뒤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2012년 법원이 조정을 시도했으나 이마저도 실패해 기나긴 소송을 거쳐 올 5월 이혼했다. 남편이 물려받은 산과 임야 6843m², 양도성예금증서 50억 원, 기타 재산 170억 원은 분할 대상 재산에서 제외됐으나 200억 원에 이르는 나머지 재산은 분할 대상이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부장판사 김태의)는 아내가 남편과 이혼하며 3 대 7의 비율로 재산을 나눠 가지라고 판결했다. 43년간의 결혼생활은 그렇게 끝났다. 1년 넘게 이뤄진 재판 당시 법정에는 서울가정법원장 출신의 전관 변호사, 전임 재판장의 사법연수원 동기 변호사를 비롯해 유명 로펌인 태평양, 화우, 로고스, 대륙아주, 이혼 전문 로펌까지 총 6곳 변호사 17명이 사건에 관여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이 사건을 놓고 법조계에선 “부부보다 로펌이 더 열을 올린다” “소송가액이 큰 경우가 많은 황혼 이혼 사건을 로펌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뒷말까지 나왔다. 22일 대법원이 발간한 ‘2014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A 씨처럼 결혼 후 20년 이상 부부로 지내다 이혼하는 ‘황혼 이혼’이 3만2433건으로 전체 이혼(11만5725건)의 28.1%를 차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황혼 이혼은 2009년 2만8261건, 2012년 3만234건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결혼 5년차 미만인 부부가 이혼한 경우는 지난해 2만7299건으로 황혼 이혼보다 적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32만5016건으로 2012년(32만1220건)보다 1.3%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에 이혼 신고는 11만4707건에서 11만5725건으로 늘었다. 이혼 사유로는 성격 차이가 5만3894건(47.2%)으로 가장 많았고 경제 문제(12.7%), 배우자 부정(7.6%), 가족 간 불화(7.0%) 등이 뒤를 이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2014-10-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김미희-이상규 의원, 90년대 北자금 받고 출마”

    북한이 폭력혁명을 통한 정권 탈취 방안으로 국내에 합법적인 진보정당이 세워지기를 강력히 희망했으며, 국회의원과 지방선거에 북한 자금이 선거자금으로 쓰였다는 증언이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 심판 법정에서 나왔다. 주체사상 이론서 ‘강철서신’의 저자이자 지하정당인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을 창당했다가 전향한 김영환 북한 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51·사진)은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16차 공개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북한이 1995년 지방선거와 1996년 국회의원 선거에 조직원을 후보로 입후보시키고 지원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1991년 북한 밀입북 당시 지원받은 40만 달러(약 4억2000만 원)와 각종 재정사업으로 번 돈으로 500만∼1000만 원을 후보들에게 지원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성남에서는 김미희 후보에게, 구로지역에서는 이상규 후보에게 각각 500만 원을 지원했다. 1996년 국회의원 선거에선 성남 정모 후보와 민혁당 조직원인 이모 후보에게 각각 1000만 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2014-10-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법원, 감청영장 2013년 94% 발부

    지난해 검찰이 법원에 청구한 감청영장(통신제한조치허가서) 10건 중 9건 이상이 발부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14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통신제한조치허가서는 167건 중 157건이 발부돼 94%의 발부율을 기록했다. 체포영장은 지난해 4만9254명에 대해 청구돼 4만8596명(98.7%)에 대해 발부됐고, 압수수색영장은 18만2263건이 청구돼 16만6877건(91.6%)이 각각 발부됐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2014-10-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北서 40만달러 받아 총선-지방선거 좌파 후보에 줬다”

    “통합진보당은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주사파 세력이 유지된 조직이자 폭력혁명을 여전히 추구하는 단체다. 혁명조직(RO)은 민혁당이 확고히 지도하고 있는 산하 조직이다.” 서울대 법대 82학번으로 북한 주체사상을 정리한 교본 ‘강철서신’의 저자이자 민혁당 창당을 주도했던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51)은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민혁당과 통진당의 연관성, 통진당 핵심 인물들의 과거 행적을 강한 어조로 상세히 진술했다. 김 위원은 1989년 북한 노동당에 입당하고 밀입북해 김일성 주석을 만나고 돌아온 뒤 지하 정당인 민혁당을 결성했다가 1999년 구속돼 사상 전향을 했다. 김 위원은 폭력혁명을 표방하던 민혁당의 핵심 주사파 세력과 이념이 통진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에 따르면 지나치게 경직된 북한의 현실과 인권 타락, 민중 탄압이 용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해 민혁당 해체를 설득했다는 것. 그러나 하영옥 씨 등의 반발이 심해 민혁당 조직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이르렀고 결국 해체됐다. 그 후 이석기 의원 등이 중앙위원장이었던 박모 씨 등을 찾아와 민혁당 활동을 계속하자고 설득했다는 얘기가 들려왔으며, 민혁당 경기남부위원회는 조직을 한 번도 해체하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고 확신한다는 게 김 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주사파 리더로서 오랜 경험에 비춰볼 때 북한의 김일성 유일체제나 3대 세습 문제, 정치범수용소 등 핵심 논제를 회피하는 사람들은 거의 옛날식 생각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김 위원은 북한이 국내 조직에 운영비 조의 자금을 전달했고 이 돈이 진보진영의 선거자금으로 쓰였다는 증언도 했다. “북한 밀입북 때 지원받은 40만 달러 중 일부를 현금화해 하영옥 씨를 통해 김미희 이상규 후보 등을 비롯한 경기 성남, 울산, 서울 구로 지역 (지방의원) 후보들에게 500만 원씩 전달했다. 199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1000만 원씩 지원했다.” 김 위원은 통진당 대리인 측이 ‘돈이 실제로 후보들에게 전달됐느냐’고 묻자 “지하당 조직에서 이를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하영옥 씨의 도덕성을 봤을 때 돈이 전달됐다고 확신한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통진당 김미희 의원은 “1995년 당시 지지자들의 소액 후원으로 치러진 지방선거에 대한 명백한 허위 증언과 위증으로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반박했다. 이상규 의원 측도 “김 씨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사실이 아닌 것에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북한이 한국에 합법적 진보정당을 건설하는 데 관심을 보인 것도 결국 폭력적 방식을 통한 정권 탈취가 주목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합법적인 정당을 건설하는 것은 지하당 활동과 대미항쟁을 포기한 게 아니라 민중의 참여를 이끌어내 결국에는 폭력적 방법으로 정권을 탈취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통진당의 자주민주통일 노선에 대해선 “자주 민주 평등은 일반적 보편적 가치지만 ‘자주민주통일’이라는 집합적 표현을 쓰기 시작한 것은 주사파에서 북한의 ‘구국의 소리’ 등 대남방송을 듣게 되면서 일반화됐다”고 말해 주사파와 통진당의 연관성을 거론했다.장관석 jks@donga.com·한상준 기자}

    • 2014-10-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교-모같은 한자도 이름에 쓸수 있다

    A 씨는 올해 초 태어난 딸의 이름을 ‘혜교’로 정한 뒤 동주민센터에 갔다가 “등록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달빛 교(교)’자가 인명(人名)용 한자가 아니라는 게 이유였다. A 씨는 결국 인명용 한자에 속하는 한자로 바꾸고 난 뒤에야 출생신고를 마칠 수 있었다. 대법원이 출생신고를 하거나 개명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인명용 한자를 기존의 5761자에서 8142자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번에 추가된 한자는 민원 제기가 많았던 모(모), 미(미), 겸(겸), 교(교), 인(인), 오(오), 온(온), 우(우), (선,신)(신) 등 한국산업규격으로 지정되거나 국립국어원 확인을 거친 한자 2381개다. 대법원은 자형과 음가가 표준화돼 한국산업규격으로 지정된 한자와 비(非)인명용 한자로 신고된 한자 중 국립국어원의 최종 확인을 거친 한자 2381자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출생신고 당시 비인명용 한자를 사용해 현재 가족관계등록부에 한글 이름만 기재된 사람도 해당 한자가 인명용 한자에 새로 포함됐다면 보완신고를 거쳐 한자 이름을 기재할 수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인명용 한자가 추가돼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한자는 사실상 모두 인명용 한자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인명용 한자 사용에 선택의 폭이 넓어져 국민 편의가 크게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2014-10-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유병언 시신처럼 늑장 확인없게… ‘신원미상 변사체’ 검사가 직접 檢屍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사망) 변사사건 처리 과정에서 허점을 보인 검찰이 검사의 직접 검시 대상을 크게 확대한 ‘변사에 관한 업무지침’을 시행한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은 신원 미상, 타살 의심 변사체가 발견되거나 대규모 사망사고가 생겼을 때는 검사가 법의학 교수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범죄 현장에서 직접 검시하기로 했다. 2010년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신원 미상 변사사건은 총 1136건에 달했지만 검사가 직접 검시를 한 사례는 7건에 불과했다. 검찰은 자살이나 교통사고 등 일반 변사사건에서도 검사가 적극적으로 검시하고 현장 상황과 소지품 등을 조사하도록 했다. 또 검찰은 법의학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법의학 자문위원회’를 만들어 2015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이들이 검시에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2014-10-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판교 야외공연장 참사]“갓 입사한 한 부서 동료 3명이 한꺼번에…”

    청천벽력이고, 애끊는 통곡이었다. 17일 오후 경기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야외 공연장에서 발생한 추락 사고로 사망자 16명과 부상자 12명이 이송된 성남 일대 병원에서는 밤늦게까지 사상자의 가족과 직장 동료 등의 오열이 끊이질 않았다. 사망자 7명의 시신이 안치된 분당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오기 전부터 상기된 채 눈물을 쏟은 한 사망자의 이모는 지하 1층에 마련된 안치실에서 조카의 사망을 확인한 뒤에는 “아이고” “아이고” 소리만 반복할 뿐 말을 잃었다. 힘겹게 병원 직원의 부축을 받고 올라온 그는 결국 장례식장 앞 시멘트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말을 잃고 흐느낄 뿐이었다. 사망자의 직장 동료들은 차마 그 모습을 지켜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 사망자가 다니던 회사 인사과 관계자 또한 눈시울을 붉히며 “현재까지 우리 회사에서만 3명이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회사가 공연장 인근인데 금요일이고 퇴근시간도 다가오고 했다. 그런데 회사 앞에서 공연이 열리니 직원들이 내려간 모양이다. 회사에 있는데 갑자기 사고가 났다고 해서 급하게 빈자리를 수소문해 연락을 했고, 연락이 안 되는 직원들을 찾기 위해 인근 병원을 돌다가 사망을 확인했다. 어떻게 공연 안전에 이렇게 무신경할 수 있느냐”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사고를 당한 직원들은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고 밝은 친구들이었다. 모두 입사한 지 1, 2년밖에 안 된 젊은 친구들이었는데…”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분당제생병원에서도 안타까운 상황은 이어졌다. 중상자 3명이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는 가운데 밖에 있는 가족들은 오열하며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한 부상자의 여동생은 “누가 오빠를 이렇게 만든 거야. 어떡해. 어떡하면 좋아. 도대체 누가 책임질 거야”라고 울부짖었다. 차분히 치료를 기다리던 다른 부상자의 가족들도 눈물을 흘려 응급실 앞은 울음바다가 됐다. 병원에는 연락이 되지 않는 가족이 있어 혹시 사고를 당했을까봐 초조한 마음으로 장례식장과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도 줄을 이었다. 분당구 서현동에 사는 이모 씨(45)는 중학교 2학년 딸과 통화가 되지 않아 제생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트레이닝복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이미 눈이 퉁퉁 부은 얼굴로 병원 관계자에게 딸의 신원을 확인하고 다녔다. 이 병원에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는 “아이고 도대체 어디 있는 거니. 괜찮은 거니”라고 중얼거리며 결국 바닥에 주저앉았다. 사고가 난 현장 근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김모 씨(27)는 동료를 찾아 병원을 헤맸다. 그는 “동료가 포미닛 공연을 본다며 나갔는데 연락이 되지 않는다. 신분증마저 책상에 두고 나와 회사 사람들 모두가 찾고 있는 중”이라고 불안해하며 말했다. 분당제생병원 하영록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사망자 4명을 포함해 사상자 8명이 왔다. 사망 원인은 육안으로만 봐서 아직 알기 힘든 상황이다. 중상 2명은 출혈이 많아 아직은 장담하기 힘들다”며 말을 아꼈다. 판교=황인찬 hic@donga.com·장관석 / 황성호 기자}

    • 2014-10-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통진당 해산심판 年內 선고”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 심판 사건을 올해 안에 결론내릴 수 있다고 말한 사실이 17일 공개됐다. 2015년 2월로 전망되는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RO(혁명조직)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보다 통진당의 위헌성이 먼저 가려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헌재 국정감사에서 “박 소장이 오늘 점심식사에서 ‘통진당 정당해산심판 사건을 금년 내에 선고하게 될 것’이라는 중대한 말을 했다”며 “같이 있던 사람 모두가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박 소장이 청구인과 피청구인 모두 방대한 기록 때문에 3주에 한 번씩 변론을 요구했지만, 헌재는 오히려 조속히 하려 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김용헌 헌재 사무처장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만큼 최대한 신속하게 하겠다는 뜻”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자 박 의원은 보충 질의를 통해 “통상 오찬장에선 덕담을 주고받는데 이날은 박 소장이 건배사를 하면서 작심하고 말한 것이다. 오히려 김 처장이 발언 취지를 곡해하고 있다”며 “소장이 (선고) 시한을 박으면서 말씀한 것은 굉장한 파문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박 소장이 ‘선고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던 것 같다”며 한 발짝 물러섰다. 헌재 관계자는 “현재 진행 상황에 비춰 보면 연말에 종결될 수도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2014-10-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카톡 자료 압수수색… 최소 범위로만 한정”

    검찰이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없으면 형사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인 명예훼손 사건에서 피해자 측의 고소 고발이 없더라도 모니터링을 통해 인지해 수사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검찰은 범죄 혐의자 수사 과정에서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를 압수수색할 때는 ‘필요 최소한도’의 범위에서만 자료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은 15일 사이버 명예훼손 범죄 대응방안과 관련해 유관기관 실무회의를 열고 최근의 사이버 검열 논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발표했다. 회의에는 대검과 법무부, 미래창조과학부, 경찰청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인터넷 포털사나 다음카카오 등은 빠졌다. 실무회의인 만큼 개인 사생활 보호 방안과 수사계획과 관련한 구체적 대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됐으나 기존에 제기된 우려를 진화하는 수준에 그쳤다. 검찰은 사이버상의 명예훼손 중 고소, 고발, 진정 등 사건을 우선 처리하되 악의적 인신공격과 명예훼손으로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거나 우려되는 경우 직접 수사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신고한 사안을 주로 수사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공적인 인물들은 고소를 하는 것만으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돼 2차 피해를 우려해 고소를 주저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고 설명했다. 공적 사안에 대한 건강한 비판과 의견 교류는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지만 고위층 또는 유명인사의 경우엔 고소를 하기 전에 검찰이 먼저 나서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최윤수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범죄와 무관한 제3자의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혐의와 관련이 없는 부분은 신속히 폐기하고 유관기관과 함께 적절한 압수수색 집행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논란이 된 ‘인터넷 실시간 모니터링’에 대해선 공개된 사이트에서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로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이로 인한 고소, 고발 등이 있을 경우 관련 증거 수집과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게시 글을 확인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포털사에 글을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한 적도, 할 계획도 없으며 키워드 검색을 포함한 사이버 검열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2014-10-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