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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녀사냥’이 내게도 닥칠지는 몰랐다. 자살까지 생각했다.” 11일 “아이 혼자 내렸다”며 버스를 세워 달라는 어머니의 요구를 매몰차게 묵살했다는 잘못된 인터넷 글로 고통을 겪은 서울의 240번 시내버스 운전사 김모 씨(60)의 말이다. 김 씨는 인터넷에 올라온 숱한 악의적 글 때문에 사흘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다. 혼자 많이 울었다고 했다. 진실을 밝히려니 두려움이 앞섰다고도 했다. 14일 동아일보와 만난 그는 마음고생을 털어놓으면서도 억울함에 간혹 몸서리쳤다. 》 “너무 고통스러워 자살 생각까지 들더군요. 마녀사냥이라는 말을 들어보긴 했지만 사람 인생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망가질 수 있는 건지….” 240번 시내버스 운전사 김모 씨(60)는 14일 서울 중랑구 한 공터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울먹이며 말했다. 그의 눈에는 핏발이 서있었고 피부는 거칠었다. 지난 사흘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을 때, 부르튼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김 씨는 11일 오후 6시 반경 서울 광진구에서 “아이 혼자 내렸으니 세워 달라”는 엄마 A 씨의 요청을 무시하고 다음 정류장까지 버스를 몰았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그러나 사건을 조사한 서울시는 13일 ‘당시 김 씨가 아이 혼자 버스에서 내린 사실을 알 수 없었고 A 씨 안전을 고려해 바로 정차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김 씨는 A 씨를 내려준 뒤 1시간쯤 뒤인 11일 오후 7시 반경 동료 운전사들에게서 “인터넷에 240번 기사를 비판하는 글이 떠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사건을 처음 인터넷에 올린 누리꾼은 ‘미친 기사 양반’ 등 험악한 표현으로 김 씨를 비난했다. 김 씨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오후 9시 반경 인터넷을 직접 확인한 김 씨는 자신에 대한 악의에 찬 비난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옥이 시작됐다. 그는 “입에 담지 못할 욕들이 너무 많아 떠올리기도 싫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밥 한 끼 먹을 수도, 잠 한숨 잘 수도 없었어요. ‘운전사를 강력히 처벌하라’는 댓글을 보면 화가 치밀면서도 앞으로 몰아칠 고통이 두려웠습니다.” 충격을 받은 김 씨의 손발은 가끔씩 마비된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인터뷰 도중에도 김 씨는 “사흘간 가족과 정말 많이 울었다”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12일 오후 2시경 두 딸은 김 씨가 보는 앞에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억울함을 토로하는 글을 올렸다. 김 씨는 “딸애가 울면서 키보드를 쳤다”면서 또 눈시울을 붉혔다. 두 딸은 혹여나 김 씨에게 더 큰 비난이 쏟아지지 않을까 더 조심했다고 한다. 김 씨는 13일 오후 서울시가 ‘김 씨의 위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하고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안정을 되찾아 갔다. “오늘(14일) 아침 인터넷에 들어가서 저를 옹호해 주는 글들을 보니 긴장이 풀려 순간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족들도 그제야 웃음을 보였다. 딸들은 “아빠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김 씨는 아이 엄마 A 씨에게 욕을 했다는 오해를 가장 억울해했다. “기사 경력 33년 동안 단 한 번도 승객에게 욕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아이 엄마가 ‘아저씨’ ‘아저씨’ 하는 소리만 들렸어요. 아이 엄마가 큰소리로 부르지 않았다면 그마저도 듣지 못했을 겁니다.” 처음 ‘왜곡된’ 글을 올린 누리꾼이 공개 사과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김 씨의 고통은 끝나지 않은 듯했다. 이 누리꾼은 “기사에게 사과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사과는 받지 못했다. “인터넷을 볼 때마다 나를 비난하는 글만 눈에 들어와요. 이번 일이 죽을 때까지 나를 괴롭힐까 두렵습니다. 내가 망가진 것보다 회사 이미지에 먹칠하고 동료들이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게 만들어 더 가슴 아프기도 하고요.” 33년째 버스를 운전하는 그는 회사의 ‘이달의 친절상’을 4차례, ‘무사고 운전포상’을 2차례 수상했다. 7월 정년을 맞았지만 회사가 요청해 1년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김 씨는 다음 주 다시 운전대를 잡는다.신규진 newjin@donga.com·황성호 기자}
10대 청소년들의 잔혹한 민낯을 보여준 부산과 강릉 집단폭행 사건은 피해자 측이 교육당국과 사법체계 등을 불신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폭로하면서 여론화됐다는 점에서 판박이처럼 닮았다. 두 사건 모두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했지만 사건 당사자가 가출해 행방불명이라는 이유로 수사가 지연됐다. 참다못한 피해자 측이 잔혹한 피해 장면 사진을 SNS에 올려 파장이 커지고서야 경찰 수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가해자들은 피해자 A 양(14)이 6월 말 벌어진 1차 폭행을 학교와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1일 가혹한 보복을 가했다. 7월 초 학교폭력위원회에 회부됐던 가해 여중생들은 사회봉사 2일, 청소년 선도 프로그램 2일 이수 등의 가벼운 조치를 받는데 그쳤다. 강릉 사건 역시 피해자 B 양(17)이 7월 중순 사건 직후 경찰에 고소했지만 경찰은 가해자 중 1명이 가출해 행방불명이라며 미적거렸다. B 양의 언니(19)는 “누구도 동생의 피해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SNS 폭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폭행 피해자들의 끔찍한 사진과 가해자들의 반성 없는 단체 채팅 내용이 알려지자 여론은 분개했다. 소년범이어서 엄중한 처벌이 어렵다는 사실에 대중의 분노는 증폭됐다. 일부 네티즌들은 가해자 신상을 캐내 온라인에 유포했다. 피해 동영상도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며 2차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피해자의 참혹한 얼굴을 희화화한 사진을 SNS에 유포한 혐의로 8일 경찰에 입건됐다. 강릉 사건 피해자 B 양의 언니는 최근 가해자 부모로부터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사건 폭로 이후 벌어진 가해자 신상털이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가해학생 단체 채팅방에서 이름이 거론된 한 남학생은 사건과 전혀 무관하지만 신상이 털려 이 학생 부모가 항의하기도 했다. 부산 사건 가해자들과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여학생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해당 학교 측은 전교생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100여 건 가까운 2차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한 학생은 가해자들과 같은 교복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편의점에서 중년 여성에게 폭행을 당해 손목 에 부상을 입었다. 또 다른 한 학생은 다리에 깁스를 하고 택시를 타려다가 교복을 본 택시기사가 승차를 거부당한 경우도 있다. 욕설과 손가락질에 시달리는 사례는 부지기수였다. 교육당국과 사법체계가 학교 폭력 피해자들을 충분히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불신이 커질 수록 이 같은 2차 피해를 유발하는 SNS 폭로가 잇따를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법적절차로 처벌이 이뤄지지 못할 걸 우려한 피해자 측의 SNS 폭로는 프라이버시 보호나 선정성 폭력성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SNS를 이용한 폭로는 불특정 다수에게 영향을 끼칠 잠재력이 무궁무진해 다른 파생범죄를 유발할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주범 C 양(15)은 11일 부산지법 서부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여진 횟수가 줄고 강도가 약해지면서 경북 경주는 1년 전 평온한 일상을 거의 되찾았다. 지난달 경주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도 170만 명이 넘었다. 지진 발생 전인 지난해 8월 169만 명보다 많았다. 시민들도 지진 공포를 떨쳐낸 모습이다. 그러나 내진 보강이나 내진 설계 등 근본적인 방재대책은 갈 길이 멀다. 지난해 지진 발생 후 당시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는 종합대책 중 하나로 건축물의 내진설계 의무화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올 2월부터 2층 또는 연면적 500m² 이상 건축물은 내진설계가 의무화됐다. 12월부터는 2층 또는 200m² 이상 건축물과 모든 주택으로 내진설계 대상이 확대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신축 건물 기준이다. 기존 민간 건물에는 내진 보강을 권장할 뿐이다. 소규모 민간 건축물은 지진 때 피해 위험이 가장 크다. 2016년 기준으로 국내 전체 주거용 건축물 연면적 중 19.6%가 소규모 단독주택이다. 정부가 모든 건물에 내진설계를 강제하긴 어렵다. 그래서 민간이 스스로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유인책을 시행해야 한다. 정부가 내진 보강을 유도하기 위해 현재 내놓은 지원책은 세제 혜택뿐. 취득세 50%, 재산세는 5년간 50%를 줄여주는 정도다. 7일 행안부가 주최한 ‘지진방재대책 발전을 위한 국제세미나’에서 어우위천(歐昱辰) 국립대만대 교수는 “대만은 1999년 3000명 이상 숨진 대지진 후 소규모 민간 건축물의 내진보강 시공비 55%를 지원하고 있다”고 “집값 하락 등의 이유로 내진보강에 소홀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부가 의지를 갖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지진 발생 후 1년간 경주지역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86곳 중 단 1곳만 내진보강 공사를 완료했다.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충분치 않다. 경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예산 확보 등에 어려움이 있어 늦어졌다”며 “내년 2월까지는 52개 학교의 내진보강 공사가 완성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난 취약 계층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경주는 고령화 도시다. 지난해 노인 인구 비율이 18.6%로 전국 평균(13.4%)보다 높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잘 쓰지 않는 노인들은 지진 발생조차 제때 알기 어렵다. 6일 경주의 한 경로당에서 만난 노인들은 “지난해에도 한참 지나서야 지진이 발생한 걸 알았다”며 “마땅히 어떻게 행동하고 대피하라는 말을 들은 적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노약자 등을 위한 매뉴얼을 보급하고 대피훈련을 실시하는 등 맞춤형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정성택 neone@donga.com / 경주=신규진 기자}
국방부가 7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나머지 발사대 4기를 경북 성주 기지에 배치한다. 북한 김정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도발(7월 28일) 다음 날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잔여 발사대의 조기(임시) 배치를 지시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이로써 사드는 올해 3월 6일 일부 장비(발사대 2기 등)가 경기 평택시 오산공군기지를 통해 한국에 전개된 지 185일 만에 1개 포대(발사대 6기, 탐지레이더, 교전통제소 등)의 배치를 완료하게 됐다. 앞서 문 대통령은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사드 배치를 최대한 신속하게 완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6일 군 당국에 따르면 주한미군 캠프 캐럴(왜관) 기지에 보관돼 왔던 사드 발사대 4기를 실은 군용 트럭과 지원 차량 20여 대가 7일 0시부터 새벽 사이 성주 기지로 이동한다. 군의 협조 요청을 받은 경찰은 7일 0시경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시위 중이던 반대 주민 및 시민단체 400여 명을 대상으로 해산 작전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여 일부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이날 현장에 100여 개 중대 8000여 명을 투입했다. 한편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중국군은 한반도 유사시를 가정한 것으로 보이는 실전 훈련을 벌이고 있다. 중국 공군은 5일 북한과 마주보고 있는 서해 보하이(渤海)만 지역에서 처음으로 기습 공격해 오는 미사일을 격추하는 훈련을 벌였다. 비슷한 시기 베이징(北京) 등 수도권을 방위하는 중국군 중부전구(戰區)는 중국 북부 지역에서 최신형 중장거리 지대공미사일 홍치(紅旗·HQ)-9를 발사차량에 장착하는 기동 훈련을 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성주=신규진 기자}
정부가 7일 새벽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하는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이날 0시경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 추가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김천 지역 주민 및 시민단체 등 400여 명의 해산을 시작입했다. 시위대는 사드 추가 배치 소식이 알려지자 6일 오후부터 마을회관 근처에 모여 장비 진입을 막기 위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진입로 확보 등을 위한 군의 협조 요청에 따라 100여 개 중대 8000여 명을 투입했다. 그러나 해산 과정에서 시위대가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양 측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경찰과 시위대 모두 부상자가 발생했다. 앞서 사드 배치 반대 시민단체가 공동 운영하는 마을회관 종합상황실은 6일 오후 3시경 “내일(7일) 새벽에 발사대를 추가 배치하는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며 “지난 정부의 최대 적폐인 사드배치를 기정사실로 하는 추가 장비 도입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대한 많은 인원을 집결시켜 사드 추가 배치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위대 해산이 시작된 직후 경기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K-55)에서는 사드 장비 수송 차량이 성주로 출발했다. 이날 0시 32분쯤 검은색 가림막으로 둘러쳐진 미군 차량 10여 대가 오산기지 후문을 빠져나갔다. 대형 특수차량 4대에는 발사대로 추정되는 장비가 실렸다. 군용 유조차를 비롯한 지원 차량이 뒤따르고, 행렬 앞뒤로 경찰차 10여 대씩이 배치됐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성주=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집이 흔들렸어요. 너무 무섭네요.” 3일 낮 12시 36분. 이용자가 약 460만 명인 국내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방금 지진이 난 것 같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처음에는 “너무 민감한 것 아니냐”며 믿지 않는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곧이어 “나도 진동을 느꼈다”는 내용의 댓글이 잇달아 올라오기 시작했다. 북한이 역대 가장 큰 위력의 핵실험을 감행한 직후 소방서에는 ‘지진 신고’가 이어졌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땅이 흔들렸다”는 내용의 119신고가 30여 건 접수됐다. 신고는 서울 등 수도권뿐 아니라 북한과 상당히 떨어진 충남 등지에서도 들어왔다. 소방청 관계자는 “낮 12시 반쯤 ‘흔들림이 느껴졌다’는 신고가 전국 각지에서 집중적으로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과거 여러 차례 북한의 핵실험이 있었지만 이로 인한 진동을 직접 느꼈다는 주민들의 신고가 쏟아진 건 이례적이다.○ ‘연이은 도발’에 부쩍 커진 불안감 이날 핵실험에 이어 중대 발표까지 하는 북한의 모습을 보며 곳곳에서 걱정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과거 핵실험 때와 달리 도발의 간격이 좁혀지는 것에 대한 우려였다. 이날 오후 3시경 서울역 1층 맞이방 앞에는 시민 100여 명이 대형 TV 앞에 모여 관련 뉴스를 주시했다. TV에서 ‘30분 뒤 북한이 중대 발표를 하기로 했다’는 자막이 흘러나오자 한 노인이 다른 손님들에게 “조용히 좀 해보라. 뉴스가 안 들린다”고 외치기도 했다. ‘지난해 5차 핵실험의 9배 위력’이라는 자막이 나오자 일부 시민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대전행 열차를 기다리던 김철현 씨(62)는 “올여름 들어 북핵 관련 소식이 너무 자주 들리는 것 같다”며 “강경책이든 유화책이든 정부가 확실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모 씨(74)는 “예전에는 전시 대비 훈련을 자주 했는데 요즘은 민방공 훈련에도 사람들이 별 관심들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과 인접한 강원, 서해 5도 지역 주민들은 일단 차분해 보였다. 하지만 북한의 반복되는 도발을 막기 위해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백령도 주민 김경찬 씨(51)는 “김정은이 집권한 뒤 되풀이되는 북한의 도발에 이제는 짜증이 날 정도”라며 “정부가 북한의 반복되는 도발을 막기 위해 강력한 대응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보 위기가 조업 제한이나 지역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보였다. 동해안 최북단인 강원 고성군 명파리 이장인 장석권 씨(62)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고성 주민들의 염원인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희망이 커졌는데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로 사실상 물거품이 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탈북자단체들은 “수소탄 실험은 예상한 수순”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완성을 선언하고 대외 개방 등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서두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날 남북 접경지역 경찰서 13곳의 비상근무 체계를 ‘경계 강화’에서 한 단계 높은 ‘병호’로 격상시켰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전국 경찰서에 경찰특공대 등 작전부대 출동대기 태세를 확립하라고 지시했다.○ ‘설마…’ 무덤덤한 반응도 여전 핵실험이 휴일 한낮에 실시된 탓인지 나들이 나온 시민들은 대체로 무덤덤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지구촌 나눔 한마당 2017’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돗자리를 펴고 사진을 찍으며 행사를 즐겼다. 한 시민은 “스마트폰으로 북한 핵실험 뉴스를 확인했지만 당장 큰일이 벌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들과 구경을 나온 김모 씨(42·여)는 “이런 일이 생길 때면 평소보다 한 줄 ‘뉴스 속보’를 챙겨 보긴 하지만 나들이를 취소할 만큼 심각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주변에 ‘피란 키트’ 같은 걸 장만하겠다는 엄마들이 있긴 한데 그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청계광장에서 두 아들과 나들이를 즐기던 홍모 씨(39·여·서울 성동구)는 “그동안 비슷한 소식을 자주 접해서인지 전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까지 당일치기로 놀러왔다는 이모 양(18)은 “서울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다 핵실험 기사를 봤다”며 “초등학생 때부터 툭하면 핵실험 소식을 들어서인지 별로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에 오래 살았던 외국인들도 일단 차분한 반응이었다. 국내 거주 16년 차인 이란인 모세 씨(37)는 “김정은은 외교적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정말 미사일을 쏠 것 같아 가끔 걱정이 된다”며 “하지만 당장 한국을 떠나야 할 것 같다는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온 바실리 씨(43)는 “걱정스럽긴 하지만 한국 정부가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외국인은 “북한이 괜한 불안감을 조성한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콜롬비아 출신 에드윈 씨(38)는 ‘김정은’을 또박또박 발음하며 “한국은 김정은만 아니면 정말 평화로운 나라인데 자꾸 불안함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김동혁 hack@donga.com·김예윤·신규진 기자}
항공사 승무원 류모 씨는 지난달 30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그는 현재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추가 수사를 받고 있다. 유치장에는 젖먹이 아들도 함께 있다. 류 씨가 아들과 떨어지려 하지 않아서라고 한다. 거짓 출산을 두 차례나 했지만 적어도 지금 유치장에서의 모습은 ‘진짜 엄마’라는 전언이다. 류 씨는 올해 초 이혼 후 서울 강서구에서 수개월간 살다가 검거 직전 인천의 친정집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을 낳은 건 6월경이다. 류 씨는 유치장에서 어떤 엄마보다도 자녀를 끔찍이 아끼는 걸로 알려졌다. 또 경찰이 아이를 데리고 예방접종을 대신 받아주자 매우 고마워했다고 한다. 조만간 경찰의 도움을 받아 아이의 출생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에서 류 씨는 범죄 사실을 대체로 시인하고 있다. 그러면서 출생신고 후 보육원 등에서 아이를 입양하려 했으나 절차가 복잡해 포기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지만 류 씨는 일관되게 같은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 류 씨는 경찰 조사가 마무리되면 구치소로 옮겨진다. 류 씨 아들도 함께 갈 것으로 보인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두 차례나 거짓으로 출생신고를 하고 각종 지원금을 받은 국내 유명 항공사 승무원 류모 씨(41·여). 지난달 28일 검거 당시 그에게는 생후 2개월의 아들이 있었다. 진짜 류 씨의 아이였다. 도피 중이라 출생신고는 못했다. 만약 출생신고를 하면 류 씨는 ‘또’ 출산장려금을 받을까. 대답은 ‘아니요’다. 류 씨가 살던 서울 강서구는 첫째 아이에게 출산장려금을 주지 않는다.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 중 첫째 출산 때 장려금을 주는 곳은 3곳에 불과하다.○ 전국 지자체 94.8% 출산장려금 지급 정부는 임신과 출산을 위해 여러 지원을 하고 있다. 건강보험 가입자나 피부양자 중 임신을 하면 임신 및 출산 진료비를 ‘국민행복카드’(신용카드 형태)로 1인당 50만 원씩 지원한다. 다태아 임신일 경우 40만 원이 추가된다. 이 밖에 철분제, 엽산제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엄마들이 피부로 느끼는 건 지자체가 주는 출산장려금이다. 거주 조건만 맞으면 바로 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동아일보가 보건복지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기초지자체 229곳 중 출산장려금을 주는 곳은 217개(94.8%)였다. 첫째 아이 출산 때 주는 곳은 114개(49.8%). 경북 봉화군이 47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경북 영양군(360만 원)과 전남 해남군(300만 원)이 뒤를 이었다. 둘째 아이부터는 192개(83.8%)로 크게 늘어났다. 셋째 아이 때는 214개(93.4%)였다. 넷째, 다섯째 아이 출산 때 장려금을 주는 지자체는 215개(93.9%)였다. 셋째 출산 때부터 가장 많은 돈을 주는 곳은 경남 창녕군이다. 창녕군에서는 셋째부터 출산할 때마다 매번 2090만 원(최장 72개월 분할)을 엄마에게 안겨준다. 지자체 대부분은 출산 시점을 기준으로 해당 지역에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거주를 조건으로 한다. 또 출산장려금 명목이지만 보통 2∼6년에 걸쳐 나눠 지급해 양육 지원 기능도 반영한 곳이 많다.○ “출산율 높여” “형평 어긋나” 엇갈린 평가 출산장려금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군 단위 지자체가 적극적이다. 실제로 출산장려 정책으로 효과를 본 곳도 있다. 전남 해남군은 합계출산율(한 여성의 예상 평생 출산율) 2.42명으로 5년 연속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1.17명)의 2배가 넘는다. 해남군에서는 첫째를 낳으면 300만 원을 주고, 넷째 아이부터는 720만 원을 지급한다. 셋째 아이 이상부터는 월 3만 원짜리로 보험료를 5년간 내주고 만 10세가 되면 보험금을 찾도록 지원해준다. 강숙 해남군 보건소 출산장려팀장은 “해남의 출산정책을 배우기 위한 전국 자치단체의 벤치마킹도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자체마다 금액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논란도 잦다. 형평성 문제가 대표적이다. 같은 시도나 생활권에 있는 시군인데 지원금 차이가 나다 보니 당사자들의 불만이 크다. 서울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강남구는 둘째 50만 원, 셋째 100만 원, 넷째부터 300만 원을 지원한다. 반면 강서구는 넷째 30만 원, 다섯째도 50만 원에 불과하다. 자치구의 재정 형편에 따라 출산장려금이 다른 것이다. 포퓰리즘 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경기 성남시에선 자유한국당 소속 시의원이 “셋째 아이를 낳으면 1억 원을 지급하자”란 조례 개정안을 냈지만 난상토론 끝에 폐기됐다. 포퓰리즘을 이유로 반대하는 의원이 많아 해당 의원이 아예 개정안을 철회했다. 하지만 출산장려금은 엄마들이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정책 중 하나다. 2011년 전국 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출산장려금 정책을 도입했다가 지난해 폐지한 인천시는 제도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출산율 감소로 내년도 본예산에 출산장려금 소요 예산을 편성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김윤종 기자}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하명선 씨(44·여)는 30일 아들의 스마트폰을 뒤져 봤다. 제자를 꼬드겨 성관계를 맺은 교사가 피해 학생에게 ‘사랑한다’는 문자를 보내고 자신의 사진을 전송했다는 뉴스를 보고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다. 하 씨는 “젊은 여성인 담임으로부터 온 문자가 있어 가슴이 철렁했으나 다행히 숙제 관련 내용이었다”며 “아들에게 ‘담임선생님은 남자친구가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초등생 제자와 성관계를 한 여교사가 미성년자의제강간(13세 미만에 대한 간음)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벌어지자 미성년 아들을 둔 학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들의 스마트폰을 훔쳐보거나 담임교사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 직접 확인해 보려고 면담을 신청하는 부모도 생겼다. 이번 사건으로 여교사를 아이의 담임으로 선호하던 분위기도 수그러들 조짐이 엿보인다.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인 강모 씨(45·여)는 “학원이든 학교든 엄마같이 잘 챙겨줄 것 같아 기혼 여성 선생님을 선호했다”며 “이젠 여교사에게도 더 이상 안심하고 아들을 맡기기 어려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1남 1녀를 둔 남모 씨(42·여)는 “중학생 딸에게는 아무리 선생님이어도 남자는 조심해야 한다고 말해 왔는데 이젠 아들도 조심시켜야 하게 생겼다”며 “교사를 뽑을 때 정신감정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교사들도 충격을 받고 있다. 많은 교사는 “초등학교 고학년 남학생은 성(性)에 눈을 뜰 나이이기에 오히려 조심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6년 차 초등학교 교사 이모 씨(29·여)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해당 교사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노출 많은 의상을 입지 말라는 공문도 내려올 정도로 교사들이 항상 조심하는데 이런 사건이 터지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2차 피해도 이어졌다. 피의자뿐만 아니라 같은 학교에 재직 중이라는 다른 여교사 2명의 사진과 실명 등이 인터넷에 유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초등학교 교장 A 씨는 “요새는 아이들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녀 이 같은 사실을 다 안다”며 “‘학교 이름이 왜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느냐’는 학부모들의 항의 전화도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는 차단된 상태다.이지훈 easyhoon@donga.com·신규진 기자 / 창원=강정훈 기자}

“이건 약과예요. 깨진 유리에 손 베일 때도 많은데요.”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삼거리 근처에서 만난 백종권 씨(46)가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손에 낀 목장갑은 라면 국물로 범벅이 됐다. 마포구 청소행정과 직원인 백 씨는 동료 4명과 함께 쓰레기 불법 투기를 단속한다. 단순히 버려진 쓰레기를 확인하는 게 아니다. 불법 투기의 ‘범인’을 찾아내는 것이 이들의 업무다. 이들이 자주 찾는 곳은 일명 ‘연트럴파크’(연남동+센트럴파크)다. 톡톡 튀는 메뉴와 인테리어를 갖춘 상점이 많아 평일에도 사람이 몰린다. 그만큼 쓰레기 발생량도 많다. 이곳에서는 화·목·일요일에만 쓰레기를 배출해야 한다. 기자가 동행한 이날은 수요일. 하지만 은행나무 아래에는 10L짜리 종량제 봉투가 10개 넘게 쌓여 있었다. 백 씨와 동료들이 목장갑을 낀 손으로 봉투를 찢었다. 소각용 폐기물만 담는 봉투에서 음식물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10분가량 뒤적인 끝에 국물이 남은 컵라면 용기에서 종이조각 10여 개가 발견됐다. 손가락 두 마디도 안 되는 크기다. 단속반원들은 젖은 종이를 일일이 펼치며 ‘퍼즐 맞추기’를 시작했다. 잠시 후 바닥에 상가월세계약서 일부가 나타났다. 단속반은 계약서 속 정보를 바탕으로 근처 2층 건물에 사는 임차인 A 씨를 찾아갔다. 그는 “내가 아니고 임대인이 버린 것”이라고 발뺌했다. 그러나 임대차 계약은 1년 전 일이고 임대인은 근처에 살지 않았다. 단속반이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로 A 씨에게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하자 “왜 나한테만 이러느냐”는 짜증이 돌아왔다. 일정한 날과 장소에 쓰레기를 분리해 버리는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1995년)된 지 20년이 넘었다. 그러나 현장에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 많다. 7년째 단속 업무를 맡고 있는 송효진 씨(43)는 한 달 전 책상과 소파 등 가구를 불법 투기한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이틀간 가정집 20여 곳을 돌았다. ‘큰 가구를 버린 범인은 최근 이사한 사람일 것’이란 생각에 만나는 사람마다 “최근에 이사한 집이 어디냐”고 물었다. 경찰의 탐문수사와 다를 바 없었다. 송 씨는 일주일 만에 40대 남성을 찾아 과태료 50만 원을 물렸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쓰레기 불법 투기 적발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5년 9만6093건에서 지난해 10만9868건으로 1만 건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6만705건이다. 서울의 경우 구청마다 다르지만 보통 10만 원 정도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반발이 거세 항상 과태료를 부과하는 건 아니다. 이날도 비닐봉지에서 발견한 택배운송장을 추적해 한 오피스텔 주인을 찾았다. 주인은 “(쓰레기 버린) 세입자에게는 내가 말할 테니 그냥 돌아가라. 건물 이미지 안 좋아진다”며 30분 넘게 단속반의 건물 진입을 막았다. 송 씨는 “배출일만 지켜도 주변 환경을 훨씬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고, 우리도 이런 고생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강한 비트에 온몸이 쿵쿵 울렸다. 조명 18개가 뱅글뱅글 돌았다. 형형색색 레이저에 쉴 새 없이 눈을 깜빡였다.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남녀 300여 명이 일제히 몸을 흔들었다. 냅킨이 꽃가루처럼 허공에 휘날렸다. 여성은 대부분 탱크톱 등 노출 심한 옷차림이었다. 웃통을 모두 벗은 남성도 여럿 있었다. 여기저기서 남녀 커플이 몸을 밀착한 채 춤을 췄다. 곳곳에서 비명 같은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25일 서울 강남의 한 클럽 풍경이다. 이태원 홍익대 앞 등 유흥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금(불타는 금요일)’ 모습이다. 하지만 토요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불금은 아니다. 클럽 분위기가 절정에 오른 순간 스마트폰 화면에 뜬 시간은 금요일 오전 8시. 해가 뜬 지 2시간이 지났다. 클럽 밖 거리는 정장 차림의 출근 인파가 가득했다.○ 클럽에서 출근하고 등교하는 손님들 이곳은 새벽에 시작해 늦은 아침에 끝나는 클럽이다. ‘애프터클럽’으로 불린다. 보통 오전 2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한다.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늘면서 아침에 클럽을 찾아 즐기는 ‘모닝 클러빙(morning clubbing)’이 2030세대에 유행이다. 손님 중에는 평범한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대학생이 많다. 직장인도 적지 않다. 보통 직장인은 오전 7, 8시까지 즐기다 바로 출근한다. 빈자리는 대학생과 자영업자 등이 채운다. 그들의 ‘불타는 금요일 아침’은 평일 오전 10시, 주말 낮 12시에 막을 내린다. 취재진이 찾은 25일 오전에도 40개가 넘는 테이블이 가득 찼다. 테이블마다 손님 2, 3명이 올라가 어지럽게 몸을 흔들었다. 강남의 한 미용실 직원인 A 씨(26·여)는 “매달 2, 3회 정도 동료들과 함께 온다”고 말했다. A 씨는 동료들과 함께 ‘클럽 계’를 만들어 한 달에 5만 원씩 낸다. 평일 오전 7시는 이른바 ‘물갈이’ 때다. 직장인들이 우르르 출근하면 300여 명의 손님은 순간 100명 안팎으로 줄어든다. 간호조무사라는 B 씨(23·여) 일행도 짐을 챙긴 뒤 클럽을 나섰다. B 씨는 근처 식당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오전 8시가 되자 다시 손님은 300여 명으로 늘었다. 주로 유흥업소 종사자나 술집 아르바이트생, 자영업자 등이다. 이때 여성들이 많다는 이유로 골라 찾는 손님도 있다. 연예인을 자주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애프터클럽은 입장료가 따로 없다. 그 대신 테이블을 예약하지 않으면 입장이 쉽지 않다. 테이블을 잡으려면 꽤 많은 돈이 든다. 보통 샴페인과 보드카 등 3, 4병을 주문해야 한다. 100만∼130만 원을 써야 한다. 일반 직장인이나 대학생 한 명이 내기 부담스럽다. 그래서 만들어진 문화가 ‘조각’이다. 처음 본 사람이 친구 행세를 하며 비용을 나눠 내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지를 올려 7, 8명을 모으는 방식이다. ○ 아침마다 클럽 주변에선 진풍경 오전 7, 8시 클럽 주변은 요지경 세상이다. 클럽에서 빠져나오는 차량이 출근 차량들과 뒤엉켜 때 아닌 교통대란이 일어났다. 바로 앞 편도 5차로 도로의 바깥쪽 2개는 완전히 마비됐다. 순찰차가 와서 사이렌을 두어 번 울리며 교통정리를 시도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떠났다. 만취한 한 20대 여성이 젊은 경찰관을 상대로 주정을 부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주변 건물은 아침마다 홍역을 치른다. 한창 출근할 시간에 노출 심한 옷차림의 여성들이 건물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술에 취한 채 앉아 있기 때문이다. 클럽 바로 옆 건물의 한 경비원은 “아침마다 민망한 차림의 여성들을 쫓아내느라 바쁘다”고 말했다. 경찰도 곤혹스럽다. 보통 술집 등에서 일어나는 성범죄는 오전 6시가 넘으면 급감한다. 하지만 강남경찰서에는 오전 7시가 지나서 신고가 접수돼 출동하는 일이 잦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오전 7, 8시면 성범죄 우려가 크지 않을 때”라며 “그러나 아침까지 영업하는 클럽이 많아지면서 긴장을 늦출 수가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신규진 기자}
연세대가 대학원 학생들이 교수의 부당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대학원 권리장전’을 마련한다. 대학원 권리장전은 6월 연세대 학생이 자신의 지도교수를 해치려고 벌인 ‘텀블러 폭탄’ 사건의 후속조치로 마련됐다. 연세대는 텀블러 폭탄 사건으로 꾸려진 태스크포스(TF)가 자체 논의한 결과 이르면 다음 달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학원 권리장전’을 발표한다고 22일 밝혔다. TF 단장인 최문근 연세대 화학과 교수는 “김용학 총장의 최종 결재를 앞두고 문구를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권리장전에는 교내 연구문화를 개선해 대학원 학생의 학업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다. 대학원생이 부당한 지시와 관련해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도록 교목실(학교 목사의 방)에 상담실을 설치한다. 상담실에는 상담 전공 대학원 학생들이 상주한다. 연세대 관계자는 “교수보다 또래 대학원 학생들에게 편한 분위기에서 털어놓으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대학원생들이 상담실과 기존 인권센터 등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윤리인권교육’ 강의도 새로 만든다. 연세대는 궁극적으로 교내 상담시설을 통합해 관리하는 시스템도 만들 계획이다. 연세대뿐만 아니라 이화여대도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다음 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고려대 대학원도 총학생회 차원에서 하반기 권리장전 발표를 준비 중이다.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 관계자는 “기존 상담시설의 역할을 강화하고 교수와 대학원 학생의 갑을관계, 성추행 관련 문제 등에 대한 개선 방안이 담긴다”고 말했다. 한편 6월 발생한 텀블러 폭탄 사건은 25일 첫 공판이 열린다. 피해자인 이 대학 기계공학과 김모 교수(47)는 학교에 출근하고 있지만 2학기 수업은 맡지 않을 예정이다. 김 교수는 경찰 조사 당시 가해자인 김모 씨(25·기계공학과 대학원생)의 선처를 호소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 기자}
30대 경찰관이 지구대에서 난동을 부리던 취객을 제압하다 부상을 입혔다. 이 경찰관은 징계를 받았을 뿐 아니라 거액의 합의금을 내느라 빚더미에 올랐고 민사소송까지 당했다. 이 사실이 경찰 내부망을 통해 알려지자 동료 경찰관 5000여 명이 십시일반 돈을 보탰다. 단 이틀 만에 1억 원이 넘게 모였다. 21일 서울 은평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연신내지구대 박모 순경(34)은 은평구의 한 주점에서 행패를 부리던 A 씨(33)를 지구대로 연행했다. 만취 상태였던 A 씨는 지구대 조사실에서 폭언을 하며 박 순경을 향해 위협적으로 달려들었다. 이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박 순경은 왼손으로 A 씨의 목을 밀어 넘어뜨렸다. 뒷머리를 바닥에 부딪친 A 씨는 전치 5주의 부상을 입었다. 순간의 실수로 박 순경은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달 7일 서울서부지법은 박 순경에게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죄가 인정되지만 형의 선고를 미뤄 2년이 지나면 없던 일로 해주는 것이다. 재판부는 “갑작스러운 위협에 따른 불가피한 대응이었고 합의금을 지급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가까스로 감옥행은 면했다. 하지만 박 순경을 기다리는 건 감봉 1개월 징계처분에 수천만 원의 빚더미였다. 합의금과 치료비 5300만 원을 주기 위해 대출을 받아서다. 그나마 지구대장과 동료들이 1400만 원을 보태 갚아야 할 돈은 4000만 원 남짓. 박 순경은 이를 갚기 위해 타고 다니던 승용차를 처분했다. 이달부터 월급날이면 꼬박꼬박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순경 월급으로는 갈 길이 멀었다. 게다가 A 씨는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보다 못한 이지은 지구대장은 경찰 내부망에 박 순경의 사연을 올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는 댓글이 1000여 개 달렸다. 박 순경을 격려하는 e메일도 70여 통이나 왔다. 16일 오후 7시부터 18일 오후 3시까지 무려 1억4000만 원이 모였다. 전국 경찰관 5700여 명이 보낸 돈이다. 이 대장은 “취객들에게 시달려온 일선 경찰관들의 억눌렸던 울분이 터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순경은 대출금과 위자료 등을 갚고 남은 성금을 비슷한 처지에 놓인 경찰들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다. 경찰관이 취객 난동에 시달리고 폭행까지 당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4∼2016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거된 취객은 매년 1만 명을 넘는다. 올 들어서도 7월까지 5281명에 이른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전두환 전 대통령(86)의 회고록 인세 수익을 국고로 환수하라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은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이 출판사에서 받을 회고록 인세를 압류해 달라며 낸 압류 및 추심 명령 신청을 인용했다고 20일 밝혔다. 법원 결정에 따라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 판매 수익을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됐다. 전 전 대통령은 4월 3권으로 이뤄진 ‘전두환 회고록’을 출간했다. 권당 2만3000원인 이 책에서 전 전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 자신을 ‘광주사태 치유와 위무를 위한 씻김굿에 내놓을 제물’이라고 표현해 물의를 빚었다. 5·18기념재단은 문제가 된 내용이 담긴 회고록 1권의 출판과 배포를 금지해 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광주지법이 4일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현재 회고록 3권 중 1권은 판매 및 유통이 중단된 상태다. 검찰은 회고록 인세를 전 전 대통령이 미납한 추징금으로 환수할 방침이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내란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과 함께 추징금 2205억 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정부가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은닉 재산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을 통해 현재까지 환수한 추징금은 전체 추징금의 절반가량인 약 1151억 원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 표지석 앞면에 낙서가 적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7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40분경 가로 3m, 세로 2.5m 크기의 표지석 앞면에 붉은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의미를 알 수 없는 낙서가 돼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앞서 8일에도 이 표지석 앞뒷면에 ‘개××’라는 욕설이 적혀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범인은 잡지 못했다. 도서관 측이 이 욕설을 지웠는데 9일 만에 또다시 낙서가 된 것이다. 경찰은 두 차례 낙서가 모두 붉은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적힌 점 등을 근거로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하지만 표지석을 찍는 폐쇄회로(CC)TV가 없는 데다 목격자도 나타나지 않아 범인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표지석 주변 도로 CCTV 영상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차례 낙서 후 표지석은 천으로 가려진 상태다. 도서관 관계자는 “낙서 제거 작업을 마친 지 얼마 안 돼 또다시 낙서가 적혀 당황스럽다. 표지석 주변에 펜스를 설치하는 방안 등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도서관은 2012년 2월 21일 개관했다. 그해 10월에도 이 건물 출입구 외벽에 ‘헌법 파괴범’이라는 낙서가 쓰인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수사 결과 범인은 당시 67세 미국 시민권자 김모 씨였다. 김 씨는 “박 전 대통령이 유신헌법을 만들고 독재정치를 해 불만을 품고 낙서를 했다”고 진술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분식점 주인 이모 씨(40)는 ‘살충제 계란’ 보도를 보자마자 가게에서 쓰는 계란에 새겨진 번호를 확인했다. 다행히 문제가 된 농장의 지역 표시인 ‘08’(경기 생산)이 아니라 ‘14’(경북 생산)였다. 이 씨는 ‘14’ 계란을 사들여 놓으려고 했다. 신선도를 포기하더라도 살충제 계란이 들어올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16일 마음을 고쳐먹었다. 충남과 전남 등에서도 살충제 계란이 등장했다는 정부 발표를 듣고 나서였다. 이 씨는 “앞으로는 정부 발표를 실시간 확인해 문제가 없는 지역의 계란만 조금씩 주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날 들여온 계란이 어느 지역, 어느 농장 것인지도 손님들에게 알려주겠다고 했다. 계란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이후 다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이날 살충제 계란 농가가 추가되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그런 가운데 ‘자구책’을 마련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안전하다고만 말하면 다인가” “각종 인증 표시가 있어 철석같이 믿었을 뿐인데요….” 직장인 A 씨(35)는 16일 새벽 잠에서 깨자마자 냉장고부터 열었다. 지난주에 산 계란 5개가 있었다. 표면에는 ‘판정’ 표시가 선명했다. 계란을 담은 곽을 보니 무항생제, 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도 받았다. 그러나 표면을 다시 들여다보니 ‘판정’이라고 찍힌 반대쪽에 ‘08○○’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다행히 전날 살충제 계란이 검출된 농장 것은 아니었지만 남은 계란 5개를 버린 후 출근했다. A 씨는 “또 다른 농장에서도 살충제 계란이 나왔다고 하니 ‘08’만 피하면 된다는 것도 옛말이 돼 버리지 않았느냐”며 “당분간 계란이 들어간 음식은 안 먹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햄버거 전문점은 대부분의 메뉴에 들어가는 계란프라이를 빼고 손님이 선택할 수 있는 토핑 종류로 바꿨다. 업체 관계자는 “우리가 쓰는 계란은 안전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고객의 불안감이 쉽게 사라지지 않아 이런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식당은 자신들이 쓴 계란이 전국 어느 지역 어느 농장에서 나온 건지 밝히지 않았다. 박모 씨(40·여)는 이날 오전 서울의 한 백화점 빵집에서 20대 점원과 ‘상담’을 했다. 박 씨는 “빵에 들어간 계란이 (문제의 농장인) ‘08마리’ ‘08LSH’ 것이 아닌지 확인했느냐”고 캐물었다. 점원은 “확인 결과 이상은 없었다”는 말만 반복했다. 박 씨는 팔짱을 끼고 빵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다 고개를 가로젓고는 빈손으로 떠났다. 이날 이 백화점의 제과점 10여 곳 중 계란의 생산지를 안내하는 게시물을 붙여 놓은 곳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부 문제없는 매장은 품귀 현상 매장 알림판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문제없는 계란을 쓴다’고 강조하는 점포도 늘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식용란 살충제 검사 결과 증명서’를 메뉴판이나 가게 벽면에 붙여 놓기도 했다. SNS에도 검사 결과표를 올리며 안전을 강조하는 점포의 글이 수십 개 올라왔다. 살충제를 쓰지 않은 계란을 파는 매장은 품귀 현상을 빚었다. 주부 B 씨는 이날 “근처 친환경 식료품점에서 ‘안전한’ 계란을 사용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부리나케 매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30분 동안 줄만 서다 돌아왔다. 그새 동이 난 것이다. 매장 관리자가 “찾는 손님이 많아 종류에 관계없이 1개(팩)씩만 팔겠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학교 개학과 맞물리면서 전국 각 시도교육청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학교 급식에 계란을 사용하지 말라는 취지의 공문을 각 학교로 보냈다. 정부의 전수조사가 완료되는 17일까지 계란이 들어가는 식단은 변경하라고 공지했다. 부산시교육청도 18일까지 잠정적으로 급식에서 계란 사용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대전시교육청과 충북, 전북, 경남도교육청 등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15일부터 발 빠르게 계란과 계란이 들어간 메뉴 등을 팔지 않던 대형마트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가운데 일부는 이날 판매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두 살짜리 아들을 둔 정모 씨(32·경기 부천시)는 “살충제 계란이 검출되는 농가는 늘어나는데도 ‘안전하다’고만 하니 더 헷갈린다”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신규진·김하경 기자}

15일 오후 서울 롯데마트 서울역점. 계란 판매대 대부분이 텅텅 비어 있고 나머지는 두부 콩나물 등으로 채워져 있었다. 계란 판매를 잠정 중단한다는 마트 공지문을 본 강수훈 씨(서울 마포구)는 “이미 산 계란은 괜찮다는 건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와 농협하나로마트는 이날부터 전국 모든 점포에서 계란 판매를 중단했다. 문제 농가의 계란은 없지만 소비자들이 불안해하는 만큼 전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매를 중단한다는 취지다. 소비자들의 환불 요구가 빗발치자 대형마트 3사는 구매 영수증과 계란을 갖고 매장을 방문하면 환불 조치를 해주기로 했다. 이날 주요 편의점, 슈퍼마켓 체인, 온라인 쇼핑 사이트도 일제히 계란 판매를 중단했다. 생란과 가공란, 국내산 계란을 원재료로 쓰는 간편식 제품들까지 판매대에서 치웠다. 회사 호텔 등의 위탁급식을 맡은 신세계푸드 등 급식 및 식자재 유통 기업들도 16일부터 모든 메뉴에서 계란을 빼기로 했다. 계란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제빵 업계는 초비상이다. 이 업체들의 계란 비축 물량은 2, 3일치. 파리바게뜨 본사에서 만드는 빵에 쓰이는 계란은 하루에 60t, 120만 개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3일 넘게 계란 판매가 중단되면 생산 차질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에서 하루에 유통되는 계란은 4300만 개가량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장 조사가 완료된 농가에 검사 증명서를 발부하고, 유통을 허가할 계획이다. 15일 농식품부는 전체의 50% 이상 물량을 생산하는 농가에서 시료 채취를 마무리한 상태다. 전체 농가 조사는 3일 이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따라서 문제가 없으면 이르면 16일부터 안전이 확인된 계란의 유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출 농가가 속출해 단시일 내 해결이 안 되면 추석 전 ‘계란 대란’까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4일 계란 소매가(특란 30알 기준)는 7595원으로 1년 전(5350원)보다 42% 비싸다. 지난겨울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산란계 사육 두수가 줄면서 계란 수급 균형이 깨진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검출 농장이 추가로 나와 사태가 장기화되면 가격 급등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살충제 계란’의 유통 경로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대부분 수도권에서 유통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농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살충제 계란’의 유통 경로와 수량을 확인해 전량 회수, 폐기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계란을 생산한 경기 남양주시 A농장은 하루 평균 2만5000개의 계란을 출하하며, 5곳의 도매상에 판매한다. 비펜트린이 검출된 경기 광주시 B농장은 하루 평균 1만7000개의 계란을 생산해 납품한다. A농장주는 이달 6일 피프로닐이 함유된 살충제 20L를 1회 살포했다고 남양주시에 진술했다. 9일 피프로닐 잔류 검사를 위한 시료 채취 전까지 4일 동안 이 농장 산란계들이 피프로닐에 노출돼 있었다는 뜻이다. 이를 토대로 정부는 해당 기간 생산된 약 10만 개의 계란 중 상당수가 피프로닐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수거가 완료된 것은 농장에 보관 중이던 2만4000개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현재 유통 경로를 추적해 회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신선식품인 계란의 유통기한이 일주일 안팎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이미 소비한 계란이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정민지 jmj@donga.com ·신규진 / 세종=박희창 기자}

“부동산이 아마 시작일 겁니다. 이번 정부가 또 다른 어떤 방식으로 자산가들을 압박할지 걱정이 되네요.” 서울 강남지역에 아파트와 상가 등을 보유한 100억 원대 자산가 A 씨(61)는 ‘8·2부동산대책’ 발표 소식을 접한 뒤 근심에 빠졌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부동산 대책과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등 최근 정부 발표들이 바로 자신과 같은 자산가들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A 씨는 “세무조사까지 시작된 마당에 당분간은 국세청 레이더망에 걸려들지 않게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8·2대책 발표 이후 ‘강남 큰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자산가들의 여윳돈을 관리하는 금융회사 PB들에게는 대체 투자처를 문의하는 전화도 잦아지고 있다. 일부 다주택자는 “지난 정부에서 부동산 투자를 장려해 집을 샀는데 정부가 바뀌니 투기꾼 취급을 받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낸다.“일단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 당장 규제 폭탄이 떨어졌지만 강남의 고액 자산가들은 일단 표면적으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투기 대책이 나올 때마다 표적이 돼 온 이들은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본다’는 오래된 경험에서 나온 법칙을 이번에도 잘 지키고 있었다. 김지영 신한PWM강남센터 PB팀장은 “대책이 나왔다고 해서 당장 부동산을 팔겠다는 분은 많지 않다”며 “어차피 가만히 있으면 양도세도 물지 않기 때문에, 다음 정부가 들어서 부동산 정책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고객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남지역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이곳에서 정말 돈 많은 사람들은 양도세는 물론이고 보유세가 도입돼도 대부분 낼 여력이 충분하다”며 “조용히 다른 유망지역 부동산을 알아보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많은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대책이 비록 강남 다주택자를 조준한 정책이지만 오히려 이들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자신감은 더 공고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출 규제로 진입장벽은 높아진 반면 부자들의 강남 선호 현상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여과 없이 불만을 드러내는 사람도 많다. 다른 자산이 그리 많지 않지만 강남에 집을 갖고 있어 이번 규제의 가장자리에 놓인 주민들이다. B 씨(49·여)는 5년 전 구입한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권이 이번 대책 때문에 애물단지가 됐다. 이 분양권은 시댁과 친정 부모님 생활비에 딸 학비와 결혼비용까지 마련해야 하는 그가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투자처였다. 그러나 8·2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조합원 지위도 넘길 수 없게 됐다. 그는 “한 달에 500만 원 이상을 대출금 갚는 데 쓰는 상황이라 이제 목돈 드는 큰일이 터져도 대처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정권마다 달라지는 부동산 정책 때문에 하루아침에 투기꾼으로 매도당하고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한다며 억울해하는 사람도 많다. 강남·송파구에 집을 두 채 갖고 있는 C 씨(50·여)는 “송파구에 있는 주택도 지난 정부의 양도세 면제 방침에 따라 구입한 것”이라며 “정부 정책에 맞춰 정상적으로 투자해 왔는데 이제 와선 빨리 팔지 않으면 세금 폭탄을 내리겠다고 협박하니 울화가 치민다”고 말했다.조용히 대체 투자처 물색 강남지역의 금융회사 PB들은 자산가들이 대체 투자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한다. 당분간 부동산 시장에는 투자 빙하기가 계속될 상황인 만큼 봄이 다시 찾아올 때까지 투자 자산을 옮겨놓을 임시 피난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남지역에 거주하는 60대 D 씨는 여윳돈으로 20만 달러를 매입했다. 당분간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 돈을 묵히느니 외화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최근 북한 리스크로 환율이 상승세를 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강남센터장은 “환차익은 과세 대상이 아닌 데다 자녀 유학자금 등의 이유로 해외 통화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대형 종목을 선호하는 자산가들은 조정기에 접어든 증시가 언제 반등할지 유심히 살피고 있다. 서재연 미래에셋대우 갤러리아WM 강남본부 상무는 “대장주 삼성전자는 30만 원 이상 떨어졌고, SK하이닉스도 조정을 받고 있어 오히려 지금 분할매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최근 5층 미만 꼬마빌딩에 대한 고객들의 투자 문의가 많아졌다”며 “수익형 부동산 중에서도 땅과 건물을 함께 살 수 있는 근린상가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강유현 yhkang@donga.com·박성민·신규진 기자}

유럽의 한 공관에서 사무직 행정직원으로 일하는 A 씨의 이달 ‘주요’ 업무는 관광지로 가는 비행기 티켓 예매와 현지 맛집 물색이다. 공관장은 “우리 가족 휴가에 지장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공관장과 가족들이 묵을 호텔방도 예약해야 한다. A 씨는 “내 휴가도 아닌데 이런 일을 해야 하나 자괴감도 들지만 공관장 지시를 거부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찬주 전 육군 제2작전사령관(59·대장) 부부가 공관병들을 ‘몸종’처럼 부렸다는 증언이 잇따르며 파문이 이는 가운데 외교부 해외 공관에서도 행정직원과 신참 외교관 등이 공관장의 ‘갑질’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접촉한 몇몇 나라 공관의 하급 직원들은 “해외 공관은 공관장의 왕국”이라고 입을 모았다. 해외 공관장들의 ‘횡포’ 대상은 주로 계약직 행정직원들이다. 공관 청소와 요리를 전담하는 직원이 있지만 외국어 능통자 위주로 선발하는 이들 행정직원도 갖은 잡일에 동원된다. 한 공관에 근무하는 행정직원 B 씨는 “공관장 가족들이 쓰는 변기를 뚫거나 안방 전구를 갈아 끼우는 등 허드렛일 지시가 수시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 공관에서 일하는 한 외교관은 “대사관에서 회식을 하면 행정직원들은 앉지도 못한 채 고기를 굽고 음식을 나르느라 자리가 파한 뒤에야 남은 음식으로 끼니를 때운다”며 “선임 외교관에게 ‘너무한 거 아니냐’고 했더니 ‘행정직원이면 그게 당연하다’고 대답해 놀랐다”고 말했다. 2015년에는 주파나마 대사의 부인이 공관 인턴에게 10시간 넘게 주방보조 일을 시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공관 신참 외교관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한 30대 외교관은 “고양이가 다쳤으니 동물병원에 가서 치료 받게 하라”는 공관장의 지시를 받았다. 치료 경과와 비용 명세까지 일일이 보고하라는 지시도 받았다. 공관 회계관리도 소규모 공관에서는 총무로 불리는 ‘막내’ 외교관 몫이다. 공금을 사적으로 쓴 뒤 “알아서 영수증 처리하라”는 공관장의 요구를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외교관 C 씨는 “공관의 고위 외교관이 어디서 썼는지도 모르는 반쯤 찢어진 영수증을 들고 와 처리하라고 할 때는 막막했다”고 말했다. 현지 교민에 대한 갑질 논란이 일기도 한다. 홍콩한인회는 김광동 홍콩총영사가 3월 주최한 교민 간담회에서 민간인인 총영사 부인이 회의를 주도했다며 지난달 청와대에 탄원서를 냈다. 김 총영사가 간담회 자리에 있었음에도 부인이 외교관인 듯 “우리가 사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말했다는 것이다. 탄원서는 총영사 부인을 ‘비선실세’에 비유하기도 했다. 홍콩총영사관 측은 “현지 한인학교의 이사회와 교장 사이의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총영사가 마련한 자리였다”며 “총영사 부인도 한 국민으로 참석해 발언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상당수 해외 공관은 건물 한 채로 돼 있어 공관장의 업무 공간과 거주 공간을 구분하기 어렵다. 공관장의 사적인 일이 공적인 일과 ‘혼동’되는 이유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통상 3년 차 이상의 막내 외교관이 20, 30년 경력의 공관장을 보좌한다. 한 번 눈 밖에 나면 공관 근무 3년여 내내 힘들어져 항명은 어려운 구조라는 게 중론이다. 한 행정직원은 “연말에 상호 평가가 있지만 공관장에게 불리한 말을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김배중·신규진 기자}
“남자친구 있어요? 없으면 내 여자친구 할래요?” 지난달 29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한 남성이 수영복 차림의 외국인 여성에게 영어로 물었다. 남성은 방송용 무선마이크를 손에 쥐고 있었다. 2, 3m 떨어진 곳에선 다른 남성이 소형 캠코더를 들고 두 사람을 찍고 있었다. 당황한 여성이 “나는 열여덟 살”이라며 미성년자임을 밝혔지만 이들의 ‘무작정 인터뷰’는 멈추지 않았다. 요즘 해수욕장에 가면 이런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인터넷 개인방송을 진행하는 BJ(Broadcasting Jockey·방송진행자)들이 피서철을 맞아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해수욕장으로 대거 진출한 것이다.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해수욕장 풍경을 실시간 인터넷 방송으로 중계해 시청자들이 쏘는 별풍선(유료 아이템)을 얻는 것이다. 당연히 카메라는 수영복을 입은 여성의 몸매 등에 초점을 맞춘다. ○ ‘몰카’ 뺨치는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 등 온라인 방송에 등장하는 이른바 해수욕장 방송은 부산 해운대, 강원 강릉시 경포대, 충남 보령시 대천 등 전국 유명 해수욕장을 무대로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하루 10편가량 새로 올라온다. 누적 조회수가 27만을 웃돌 정도로 인기를 모으는 영상도 있다. 몰카는 말 그대로 몰래 숨어 찍지만 인터넷 방송은 당당히 카메라를 앞세워 사람들에게 접근한다. 상당수 피서객이 노골적인 촬영에 당황해하거나 방송인 걸 뒤늦게 알고 거부하지만 이런 모습까지 그대로 생중계로 방송된다. 이 과정에서 수영복을 입은 여성의 모습이 동의 없이 방송에 그대로 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시간 방송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나 소형 캠코더 등 간단한 장비만으로 실시간 방송이 가능한 걸 모르는 사람이 많다 보니 피해를 본 건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30일 진행된 한 방송을 보면 남성 BJ가 비키니 차림의 여성 3명에게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느냐”면서 말을 건다. 여성들은 “부담스럽다”면서 손사래를 친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는 줄곧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의 얼굴과 몸을 노골적으로 비춘다. 여성의 동의를 얻으면 더욱 노골적으로 바뀐다. BJ가 여성의 몸에 오일을 바르고 마사지를 해주는 장면까지 담는다. 카메라는 몸매를 구석구석 훑는다. 이런 화면이 나갈 때 실시간 댓글창은 입에 담기 힘든 성희롱과 인신 비하성 글이 쏟아진다. 지난달 30일 해수욕장에서 길거리 인터뷰를 하던 한 여성은 ‘성괴’(성형괴물)라는 댓글이 끊이지 않자 결국 눈물을 보이며 사라졌다.○ 동의 없이 찍어 돈벌이에 쓰면 처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동의 없이 몸을 찍어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았을 때는 처벌이 가능하다.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법은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해 방송한 BJ 김모 씨(21)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호선 국민대 법학과 교수는 “얼굴의 경우 동의 없이 누구인지 특정이 될 정도로 찍고 이를 영리적인 목적으로 사용했을 때 BJ에게 초상권 침해로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역시 해수욕장 방송이 수위에 따라 ‘몰카’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동의 없이 특정 신체 부위를 노골적으로 찍는 경우 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명확하게 촬영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게 중요하다”면서 “피해를 입게 되면 해수욕장에 설치된 ‘여름경찰서’에 신고를 하거나 112로 바로 전화를 해 피해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표적 온라인 방송 채널인 아프리카TV는 사전에 출연자에게 동의를 구하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피해 신고가 들어오면 영상 삭제를 할 수 있고 심할 경우 BJ에게 방송 중단 조치도 내린다”고 말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