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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인 2일 저녁, 인파로 넘치는 서울의 한 번화가에서 만나기로 한 윤미영(가명·47) 씨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목도리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여성은 한 명뿐이었다. 윤 씨는 지난달 22일 발생한 ‘강서구 전처 살인 사건’ 이후 몸을 더 사리게 됐다. 이 사건 피해자 이모 씨(47)와 윤 씨는 공통점이 많다. 동갑내기에 세 딸이 있고, 20년 넘게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렸으며, 이혼 뒤 숨어 지내는 동안 남편에게서 살해 협박을 받은 것까지. 현재 윤 씨는 수도권의 한 원룸에, 세 딸은 전국 각지에 각각 떨어져 산다. 전남편 A 씨에게 발각되지 않으려 네 모녀가 뿔뿔이 흩어진 것. 강서구 전처 살인 사건을 접한 이후 이들의 일상은 더욱 움츠러들었다. 윤 씨는 밤마다 A 씨에게 쫓기는 악몽을 꾼다. A 씨가 타던 승용차와 같은 차종만 봐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집에 초인종이 울리면 심장이 터질 듯 뛴다. 딸들은 사건 이후 “엄마 성(姓)을 따르기 위해 개명하고 싶다”고 했지만 윤 씨는 “아빠를 자극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 하지 말자”고 다독였다. 윤 씨는 6년 전인 2012년 집에서 탈출하기 전까지 지속적인 A 씨의 폭행에 시달렸다. 첫딸을 임신했을 때 “내 아이가 아닌 것 같다”며 만삭인 윤 씨의 배를 칼로 찌르려 한 게 시작이었다고 한다. 이후 “다른 남자에게 한눈을 판다”며 술에 취해 주먹으로 때리고 가구를 부수기도 했다. 견디다 못한 윤 씨는 세 딸을 데리고 집에서 탈출했다. 이때부터 A 씨의 추적이 시작됐다. 모녀는 위치를 추적당할까 봐 보호시설에 머무는 동안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A 씨는 남편과 아버지라는 지위를 이용해 모녀의 행방을 집요하게 추적했다. 딸이 실수로 보호시설 근처 편의점에서 체크카드를 쓰자 A 씨는 집으로 배달된 카드 명세서를 보고 편의점 위치를 확인했다. 이어 관할 구청에 ‘도망간 아내와 딸들이 근처에 있으니 찾아내라’고 민원을 냈다. 구청은 모녀가 머무는 보호시설 관계자에게 “남편이 계속 민원을 해서 못살겠다”며 조치를 요구했고, 윤 씨 모녀는 다른 시설로 이동해야 했다. 새 쉼터로 옮긴 지 며칠 되지 않아 이번엔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A 씨가 “아내와 딸들을 찾아 달라”며 실종신고를 한 것. 윤 씨 모녀는 또다시 짐을 꾸렸다. 가출 후 1년간 전국의 보호시설 6곳을 떠돌았다. 윤 씨는 2013년 이혼을 결심했다. 윤 씨는 법정에서 “재산 분할도, 위자료도 포기할 테니 이혼만 하게 해 달라”고 읍소했다. 하지만 같은 해 이혼 뒤에도 A 씨는 윤 씨 친정 식구들을 찾아다니며 “지구 끝까지 쫓아가 모녀를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모녀는 매년 월세방을 옮겨 다녔고 친정에도 발길을 끊었다. “살고 싶어서 집을 나왔는데 세상은 제게 ‘그냥 참고 살지 그랬느냐’고 말하는 것 같아요. 가해자는 당당하게 다니는데 저는 언제까지 숨어 살아야 하나요.” 작별 인사를 나누자마자 그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목도리로 얼굴을 꽁꽁 싸매고 인파 속으로 빠르게 사라졌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금요일인 2일 저녁, 인파로 넘치는 서울의 한 번화가에서 만나기로 한 윤미영 씨(47·여·가명)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목도리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여성은 한 명뿐이었다. 윤 씨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자 그는 화들짝 놀랐다. “저를 어떻게 알아보셨어요?” 윤 씨는 지난달 22일 발생한 ‘강서구 전처 살인 사건’ 이후 몸을 더 사리게 됐다. 이 사건 피해자 이모 씨(47)와 윤 씨는 공통점이 많다. 동갑내기에 세 딸이 있고, 20년 넘게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렸으며, 이혼 뒤 숨어 지내는 동안 남편에게서 살해 협박을 받은 것까지. 현재 윤 씨는 수도권의 한 원룸에, 세 딸은 전국 각지에 각각 떨어져 산다. 전 남편 A 씨에게 발각되지 않으려 네 모녀가 뿔뿔이 흩어진 것. 강서구 전처 살인 사건을 접한 이후 이들의 일상은 더욱 움츠러들었다. 윤 씨는 A 씨가 타던 승용차와 같은 차종만 봐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집에 있을 때 초인종이 울리면 심장이 터질 듯 뛴다. 딸들은 사건 이후 “엄마 성(性)을 따르기 위해 개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윤 씨는 “아빠를 자극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 하지 말자”고 다독였다. 윤 씨는 6년 전인 2012년 집에서 탈출하기 전까지 지속적인 A 씨의 폭행에 시달렸다. 첫 딸을 임신했을 때 “내 아이가 아닌 것 같다”며 만삭인 윤 씨의 배를 칼로 찌르려한 게 시작이었다고 한다. 이후 “다른 남자에게 한눈을 판다”며 술에 취해 주먹으로 때리고 가구를 부수기도 했다. A 씨는 일을 하는 동안에도 윤 씨에게 수시로 전화를 했고, 받지 않으면 집으로 달려와 폭행했다. 견디다 못한 윤 씨는 세 딸을 데리고 집에서 탈출했다. 이때부터 A 씨의 추격이 시작됐다. 모녀는 위치를 추적당할까봐 보호시설에 머무는 동안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았다. 병원 등 외부 시설을 이용할 때는 보호시설에서 1시간 이상 떨어진 곳만 갔다. 하지만 A 씨는 남편과 아버지라는 지위를 이용해 모녀의 행방을 집요하게 추적했다. 딸이 실수로 보호시설 근처 편의점에서 체크카드를 쓰자 A 씨는 집으로 배달된 카드 내역서를 보고 편의점 위치를 확인했다. 이어 관할 구청에 ‘도망간 아내와 딸들이 근처에 있으니 찾아내라’고 민원을 냈다. 구청은 모녀가 머무는 보호시설 관계자에게 “남편이 계속 민원을 해서 못 살겠다”며 조치를 요구했고, 윤 씨 모녀는 다른 시설로 이동해야 했다. 새 쉼터로 옮긴 지 며칠 되지 않아 이번엔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A 씨가 “아내와 딸들을 찾아 달라”며 실종신고를 한 것. 윤 씨 모녀는 또 다시 짐을 꾸렸다. 가출 후 1년 간 전국의 보호시설 6곳을 떠돌았다. 윤 씨는 2013년 이혼을 결심했다. 윤 씨는 법정에서 “재산분할도, 위자료도 포기할 테니 이혼만 하게 해 달라”고 읍소했다. 하지만 이혼 뒤에도 A 씨는 윤 씨 친정 식구들을 찾아다니며 “지구 끝까지 쫓아가 모녀를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모녀는 매년 월세방을 옮겨 다녔고 친정에도 발길을 끊었다. “살고 싶어서 집을 나왔는데 세상은 제게 ‘그냥 참고 살지 그랬느냐’고 말하는 것 같아요. 가해자는 당당하게 다니는데 저는 언제까지 숨어살아야 하나요.”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는 내내 윤 씨는 창 밖의 거리를 쉬지 않고 살폈다. 작별 인사를 나누자마자 그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목도리로 얼굴을 꽁꽁 싸매고 인파 속으로 빠르게 사라졌다.고도예기자 yea@donga.com}
25년 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결국 이혼했지만 끝내 전남편에게 살해당한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의 피해자 이모 씨(47) 유족이 총 1억900여만 원의 지원을 받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재민)는 이 씨 유족인 세 딸에게 유족 구조금 1억300여만 원, 장례비 및 생계비 600만 원을 지원했다고 31일 밝혔다. 범죄로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구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2005년 제정된 범죄피해자보호법에 따른 조치다. 검찰은 유족 측 요청에 따라 범행 현장인 강서구 등촌동 아파트에서 이사할 수 있도록 비용을 추가 지원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종합 심리치유 시설과 연계해 유족에게 심리치료를 제공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검찰은 10월 14일 발생한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의 피해자 신모 씨(20)의 부모와 형에게도 유족 구조금을 포함해 총 3700여만 원을 지원했다. 10월 12일 20세 남성이 여자친구의 목을 졸라 살해한 ‘금천구 데이트폭력 살인사건’ 유족에게는 총 4100여만 원이 지원됐다. 검찰 관계자는 “충격으로 생업에 몰두하지 못하는 유족들이 일상으로 신속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을 결정했다”며 “전처 살인사건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막내딸을 부양하고 있었던 사정을 고려해 구조금 액수가 늘었다”고 말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경찰이 이재명 경기도지사(54)와 배우 김부선 씨(57)를 둘러싼 이른바 ‘여배우 스캔들 의혹’ 사건을 더 이상 수사하지 않고 검찰에 넘기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경기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바른미래당이 이 지사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등으로 고발한 사건을 조만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기로 했다. 바른미래당은 6월 ‘이 지사가 김 씨와 한때 연인 관계였지만 5, 6월 경기도지사 후보 TV토론회에서 교제 의혹을 허위로 부인했다’며 이 지사를 고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기소 의견 송치에 대해 “‘혐의가 없다’는 취지라기보다는 ‘아직 밝히지 못했다’는 정도의 의미”라고 전했다. 29일 이 지사가 분당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때에도 ‘스캔들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 지사가 진술서를 제출했을 뿐 경찰은 별도로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분당경찰서는 그동안 의혹을 제기한 바른미래당 김영환 전 경기도지사 후보와 공지영 작가 등 주요 참고인들을 불러 조사했다. 그러나 정작 의혹의 당사자인 김 씨의 직접 진술이 없어 수사에 애로를 겪었다. 김 씨는 8월 피고발인 신분으로 분당경찰서에 출석했지만 “이 지사 관할 지역인 분당경찰서에서는 진술하지 않겠다”며 조사를 거부했다. 이와 별도로 서울남부지검은 김 씨가 9월 이 지사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 TV토론회에서 자신과의 교제 사실을 허위로 부인했고, 트위터에 ‘대마를 좋아하시지’ 등 김 씨를 비방하는 글을 올려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김 씨 측 주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 이송과 관련해서 성남지청과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남=이경진 lkj@donga.com / 고도예 기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1차아파트에서 30일 13시간 동안 정전이 발생했다. 대낮부터 한밤중까지 전기가 끊겨 자택에 머물던 900여 가구가 불편을 겪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송전케이블 불량으로 이날 오전 8시 55분부터 이 아파트 10개 동 936가구 전체에 전기가 끊겼다가 오후 9시 53분 복구됐다. 이 아파트 단지는 올 8월 2일과 26일에도 변압기 문제로 전기가 끊겼다. 한전 관계자는 “송전케이블이 오래돼 정전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전 초기에는 케이블 접속부품만 교체하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케이블을 통째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확인돼 사고 복구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한전 측은 인근에서 전기를 끌어와 이 아파트에 임시 공급하고 있다. 케이블 교체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밤까지 정전이 이어지자 일부 주민은 급히 랜턴을 구매하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정전으로 오전 9시경 엘리베이터에 1명이 갇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구조했다고 밝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2015년 1월 교통사고 현장을 수습하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뒤 3년 9개월 동안 투병해온 김범일 경감(51)이 25일 경찰 제복을 벗었다. 김 경감은 “비슷한 처지의 경찰관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며 공익재단에 2000만 원을 기부했다. 이날 오후 2시 40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는 김 경감의 명예퇴임식이 열렸다. 김 경감은 후배 경찰관이 미는 휠체어를 타고 행사장에 들어섰다. 이어 부인 김미옥 씨(47)와 함께 단상에 올라 특별승진 임명장과 경찰청장 표창장을 받았다. 사고 후유증인 언어장애와 인지장애 때문에 말하는 게 불편한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두 눈만 깜빡였다. 김 경감은 지난해 1월 동아일보·채널A 공동제정 ‘제6회 영예로운 제복상’에서 위민경찰관에 선정돼 15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이 상금에다 사비까지 보태 2000만 원을 공무수행 도중 다치거나 숨진 경찰관을 돕는 ‘참수리 사랑재단’에 기부한 것. 부인 김 씨는 “재활을 할 때 의료수가 문제로 한 병원에 오래 있을 수 없어서 병원을 14차례 옮겼다”며 “비슷한 처지의 경찰관들이 병원 옮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재활병동을 만드는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은 김 경감이 치료를 받기 위해 휴직한 지 2년 11개월째 되는 날이었다. 3년 넘게 휴직을 하면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직권면직 처리돼 각종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부인은 “남편의 상태가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퇴직을 미뤘지만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경감에게는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5학년인 세 자녀가 있다. 그는 앞으로 재활치료에 전념할 예정이다. 부인은 “최근 막내가 ‘아빠, 나 사랑해?’라고 묻자 남편이 ‘사랑해’라고 답변했다”며 “퇴직해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게 됐으니 남편의 상태가 빨리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경감은 2015년 1월 23일 오전 4시 40분경 서울 영등포구 당산철교 밑에서 교통사고 차량을 견인하다가 눈길에 미끄러진 다른 차량에 치였다. 그는 1995년 순경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했고, 지역 경찰과 교통경찰 등으로 민생 치안 업무에 힘썼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남편 김모 씨(48)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이모 씨(47·여)는 고인(故人)이 돼서야 끔찍했던 전남편의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결혼생활 동안 지속적으로 이 씨를 폭행했던 김 씨는 이혼한 뒤에도 이 씨를 찾아가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이 씨는 휴대전화 번호를 10여 차례 바꾸고 가정폭력 피해여성 보호소 등 6곳의 거처를 전전하며 김 씨를 피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김 씨는 22일 이 씨가 살던 아파트 주차장에 숨어 있다가 아침운동을 하러 가던 이 씨의 복부와 목 등을 흉기로 13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 씨가 지옥 같은 25년을 보내는 동안 수사기관과 법원은 힘이 되지 못했다. 가족이 경찰에 신고해도 김 씨는 풀려났고 법원의 접근금지명령도 그를 막지 못했다.○ 가혹한 폭행에도 불구속 24일 강서구의 한 장례식장에 차려진 이 씨의 빈소는 화환 하나 없이 썰렁했다. 둘째 딸 A 씨(22)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빠는 평소 엄마와 세 딸을 ‘개잡듯’ 팼다”며 “아빠가 풀려나면 다음은 우리 세 자매 차례다. 살려 달라”고 호소했다. A 씨는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빠가 사형을 선고받도록 청원한다”는 글을 올렸다.A 씨는 “엄마와 결혼한 후부터 아빠는 수시로 엄마를 폭행했다. 화가 나면 집 안에 물건을 집어 던졌다. 깨진 술병을 손에 쥐고 가족들에게 겁도 줬다. 저와 언니 동생도 함께 맞았다”고 말했다. 22년간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온 이 씨가 이혼을 결심한 건 2015년 2월.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날이었다. 남편 김 씨는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차에서 내리는 이 씨를 마구 때렸다. 이 씨의 동생 B 씨는 “당시 김 씨가 ‘재미있는 걸 보여줄 테니 집으로 오라’고 해서 갔더니 언니의 얼굴에 온통 피멍이 들고 눈과 입은 퉁퉁 부어 신음조차 내지 못했다. 언니의 흰 바지가 피와 진흙으로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고 기억했다. 그날 A 씨의 신고로 김 씨는 경찰에 체포됐지만 몇 시간 뒤 풀려났다. 경찰은 김 씨를 상해죄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하면서 이 씨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긴급 임시조치만 취했다. 이 조치는 어기더라도 과태료 처분만 받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 법원도 김 씨에 대해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지만 김 씨는 개의치 않았다. 딸들을 통해 이 씨의 거처를 집요하게 확인하려 했다. 이 씨는 김 씨가 들이닥칠 것을 우려해 거처와 휴대전화번호를 수시로 바꿨다. 세 딸과도 만남을 최소화하면서 카카오톡으로만 연락했다. 이 씨의 언니 C 씨는 “김 씨가 길거리에서 자신을 알아볼까 봐 동생이 늘 모자를 푹 눌러쓰고 얼굴도 못 내놓고 다녔다”고 전했다.○ 보복 두려워 신고조차 못해 2015년 9월 이혼한 뒤에도 이 씨의 공포는 계속됐다. 김 씨는 2016년 1월 막내딸의 뒤를 밟아 서울 강북구의 한 원룸에 숨어 지내던 이 씨를 찾아냈다. A 씨는 “당시 아빠가 원룸 앞에서 칼과 밧줄을 들고 찾아와 ‘죽이겠다’고 위협하자 이웃이 경찰에 신고했다”며 “‘처벌을 원하냐’는 경찰 질문에 엄마는 ‘처벌 수위가 약하지 않냐’고 되물었고 경찰이 ‘맞다’고 해서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A 씨는 “엄마는 수십 년간 폭행을 당하면서 직접 경찰에 신고한 적 없다”고 했다. 이 씨의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A 씨는 “당시 아빠가 카카오톡으로 엄마에게 일가족 살인사건 기사를 보내면서 ‘너랑 딸들 다 죽이겠다’ ‘너에게서 소중한 것을 다 빼앗아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후 이 씨는 김 씨를 피해 세 차례 더 이사했다. 올 3월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에 자리를 잡고서야 이 씨는 떨어져 살던 두 딸과 함께 지냈다. 막내딸은 엄마와 함께 살며 검정고시에 붙어 내년 대학 진학을 앞둔 상태였다. 하지만 이 씨는 그토록 두려워했던 최악의 상황을 끝내 피하지 못했다. 경찰은 24일 김 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범행 전 이 씨의 차량에 몰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설치해 이 씨의 위치를 파악했고 범행 며칠 전부터 아파트 주변을 배회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고도예 기자}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 남편 김모 씨(48)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이모 씨(47·여)는 고인(故人)이 돼서야 끔찍했던 전 남편의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결혼생활 동안 지속적으로 이 씨를 폭행했던 김 씨는 이혼한 뒤에도 이 씨를 찾아가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이 씨는 휴대전화 번호를 10여 차례 바꾸고, 가정폭력 피해여성 보호소 등 6곳의 거처를 전전하며 김 씨를 피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김 씨는 22일 이 씨가 살던 아파트 주차장에 숨어 있다가 아침운동을 하러 가던 이 씨의 복부와 목 등을 흉기로 13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 씨가 지옥 같은 25년을 보내는 동안 수사기관과 법원은 힘이 되지 못했다. 가족이 경찰에 신고해도 김 씨는 풀려났고, 법원의 접근금지명령도 그를 막지 못했다.● 가혹한 폭행에도 불구속…접근금지 명령도 안 먹혀 24일 강서구의 한 장례식장에 차려진 이 씨의 빈소는 화환 하나 없이 썰렁했다. 둘째 딸 A 씨(22)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빠는 평소 엄마와 세 딸들을 개잡듯 팼다”며 “아빠가 풀려나면 다음은 우리 세 자매 차례다. 살려 달라”고 호소했다. A 씨는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 온라인 게시판에 “아빠가 사형을 선고받도록 청원한다”는 글을 올렸다.A 씨는 “엄마와 결혼한 후부터 아빠는 수시로 엄마를 폭행했다. 화가 나면 집 안에 물건을 집어 던졌다. 깨진 술병을 손에 쥐고 가족들에게 겁도 줬다. 저와 언니 동생도 함께 맞았다”고 말했다. 22년 간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온 이 씨가 이혼을 결심한 건 2015년 2월.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날이었다. 남편 김 씨는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차에서 내리는 이 씨를 마구 때렸다. 이 씨의 동생 B 씨는 “당시 김 씨가 ‘재미있는 걸 보여줄 테니 집으로 오라’고 해서 갔더니 언니의 얼굴에 온통 피멍이 들고 눈과 입은 퉁퉁 부어 신음조차 내지 못했다. 언니의 흰 바지가 피와 진흙으로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고 기억했다. 그날 A 씨의 신고로 김 씨는 경찰에 체포됐지만 몇 시간 뒤 풀려났다. 경찰은 김 씨를 상해죄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하면서 이 씨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긴급임시조치만 취했다. 이 조치는 어기더라도 과태료 처분만 받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 법원도 김 씨에 대해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지만 김 씨는 개의치 않았다. 딸들을 통해 이 씨의 거처를 집요하게 확인하려 했다. A 씨는 “당시 아빠가 카카오톡으로 엄마에게 일가족 살인사건 기사를 보내면서 ‘너랑 딸들 다 죽이겠다’ ‘너에게서 소중한 것을 다 빼앗아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김 씨가 들이닥칠까 우려해 거처와 휴대전화 번호를 수시로 바꿨다. 세 딸들과도 만남을 최소화하면서 카카오톡으로만 연락했다. 이 씨의 언니 C 씨는 “김 씨가 길거리에서 자신을 알아볼까봐 동생이 늘 모자를 푹 눌러쓰고 얼굴도 못 내놓고 다녔다”고 전했다.● 피해자 차량에 GPS까지 달아 2015년 9월 이혼한 뒤에도 이 씨의 공포는 계속됐다. 김 씨는 2016년 1월 막내딸의 뒤를 밟아 서울 강북구의 한 원룸에 숨어 지내던 이 씨를 찾아냈다. A 씨는 “당시 아빠가 원룸 앞에서 칼과 밧줄을 들고 찾아와 ‘죽이겠다’고 위협하자 이웃이 경찰에 신고했다”며 “‘처벌을 원하냐’는 경찰 질문에 엄마는 ‘처벌 수위가 약하지 않냐’고 되물었고 경찰이 ‘맞다’고 해서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A 씨는 “엄마는 수십 년 간 폭행을 당하면서 직접 경찰에 신고한 적 없다”고 했다. 이 씨의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후 이 씨는 김 씨를 피해 3차례 더 이사했다. 올 3월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에 자리를 잡고서야 이 씨는 떨어져 살던 두 딸과 함께 지냈다. 막내딸은 엄마와 함께 살며 검정고시에 붙어 내년 대학 진학을 앞둔 상태였다. 하지만 이 씨는 그토록 두려워해왔던 최악의 상황을 끝내 피하지 못했다. 경찰은 24일 김 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범행 전 이 씨의 차량에 몰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설치해 이 씨의 위치를 파악했고, 범행 며칠 전부터 아파트 주변을 배회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이지훈기자 easyhoon@donga.com고도예기자 yea@donga.com}
“저희 아빠는 절대 심신미약이 아니고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켜야 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입니다.”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온라인 게시판에는 이런 내용이 담긴 ‘강서구 아파트 살인사건 피해자의 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22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피해자 이모 씨(47·여)의 세 딸 중 한 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의 피의자는 이 씨의 전남편이자 딸의 아버지인 김모 씨(48)다. 딸은 게시글에서 “끔찍한 가정폭력으로 인해 엄마는 아빠와 살 수 없었고 이혼 후 4년여 동안 살해 협박과 주변 가족에 대한 위해 시도로 많은 사람이 힘들었다”며 “엄마는 늘 불안감에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할 수 없었고 보호시설을 포함해 다섯 번 숙소를 옮겼다”고 썼다. 이어 “아빠는 온갖 방법으로 엄마를 찾아내 살해 위협을 했으며 결국 사전답사와 치밀하게 준비한 범행으로 엄마는 허망하게 하늘나라로 갔다”며 “제2, 제3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사형을 선고받도록 청원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김 씨는 22일 오전 4시 45분경 등촌동의 아파트 지상주차장에서 이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범행 현장에서 달아났지만 22일 오후 9시 40분경 서울 동작구 서울보라매병원에서 긴급체포됐다. 김 씨는 체포 당시 수면제와 함께 술을 마셔 병원에 이송된 상태였다. 김 씨는 범행 동기와 관련해 “이혼 과정에서 쌓인 감정 문제 등으로 이 씨를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 씨에 대해 24일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29)에 대해 심신 미약을 인정하지 말고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가 역대 처음으로 23일 100만 명을 넘어섰다. 경찰은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인 만큼 관련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전방위적인 보강조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강서경찰서는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 김성수가 철저하게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보강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김성수는 경찰 조사에서 “다른 자리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가 동생 옆자리로 옮기려고 했는데 컴퓨터 로그인이 되지 않고 자리 청소도 돼 있지 않았다. 게임을 하지 못한 시간만큼 환불해달라고 했지만 (피해자 신모 씨가) 안 된다고 해서 화가 났다”며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김성수가 범행 당일인 14일 오전 신 씨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경찰이 출동하자 집으로 돌아갔다가 흉기를 준비해서 돌아온 뒤 범행을 한 점을 근거로 계획범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경찰은 김성수와 신 씨가 범행 전부터 알고 지낸 관계였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김성수의 해당 PC방 출입기록과 신 씨의 아르바이트 근무 기록도 비교하기로 했다. 또 경찰은 김성수와 동생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범행 전후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신저 기록 등을 분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 화면 등을 보면 동생이 공범일 가능성은 낮지만 피해자 유족의 요청에 따라 추가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강서구 자택 앞에서 취재진과 마주친 김성수의 어머니는 “아이의 잘못에 대해 죄송하다”며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죗값을 받을 텐데 안 한 일(동생과 공모)까지 했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22일 얼굴이 처음 공개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성수(29)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거나 가끔 작은 목소리로 웅얼웅얼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충남 공주시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가기 위해 서울 양천경찰서 유치장을 나서던 길이었다. 김성수는 파란색 후드티 차림에 검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의 왼쪽 목에는 10cm 남짓한 크기의 검은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동생이 공범 아닌가요. “아닙니다.” ―우울증 진단서는 왜 냈어요. “제가 낸 거 아니에요.” ―그러면 누가 냈나요. “가족이….” ―피해자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은…. “죄송합니다.” ―반성하십니까.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잔혹한 수법 등 고려해 신상 공개 경찰은 이날 살인 피의자 김성수에 대해 신상 공개를 결정하고 얼굴과 이름, 나이를 공개했다. 신상 공개 결정의 근거는 특정강력범죄처벌에 관한 특례법의 조항이다. 살인, 강도, 강간 등 특정 강력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에 대해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으며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고 △미성년 피의자가 아닐 때 국민의 알권리를 고려해 신상 공개를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2009년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해악을 끼친 강력범죄자의 신상을 보호할 가치가 있느냐’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이 조항이 마련됐다. 경찰은 김성수가 14일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 신모 씨(20)의 얼굴을 흉기로 30여 차례 찌르는 등 범행 수법이 잔혹했고, 그 결과 신 씨가 끔찍한 고통과 함께 사망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또 현장 폐쇄회로(CC)TV와 본인의 자백 등 증거가 충분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의 재범을 방지하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신상 공개라는 극단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성수는 2010년 4월 이 신상 공개 조항이 신설된 후 18번째로 신상이 공개된 범죄자다. 그동안 중학생인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36), 수원 20대 여성 토막살인 사건의 범인 오원춘(48), ‘안산 대부도 토막살인 사건’을 저지른 조성호(32) 등에 대해 신상 공개 결정이 내려졌다.○ ‘심신미약’ 판별 위해 정신감정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주장하는 김성수는 이날 오후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에 입소했다. 이곳에서 최장 30여 일간 머무르며 9가지 심리 검사와 뇌파 검사, 각종 신체검사를 받는다. 담당 간호사는 김 씨의 생활습관과 행동 등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해 보고서로 남긴다. 면담과 검사, 간호 기록 등을 종합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감정 초안을 작성하고, 의사 7명과 담당 공무원 2명으로 구성된 정신감정 진료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친다. 감정 결과는 향후 재판에서 김성수의 ‘심신미약’ 주장을 판단할 주요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이번 사건의 경우 정신감정이 신속하게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정신감정 결과가 조속히 나올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통해 범행 장면이 담긴 PC방 건물의 CCTV 화면을 정밀 분석하는 등 보강 수사를 할 예정이다. 고도예 yea@donga.com·황형준 기자}

아르바이트생 신모 씨(20)를 흉기로 수십 차례 찌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모 씨(29)가 ‘범행 당시 우울증을 앓았다’며 감형을 주장한 것에 대해 시민들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김 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는 21일 오후 10시 현재 81만 명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형법에는 ‘심신장애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거나 자기 행동을 통제하기 어려운 사람’에 대해 감형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김 씨의 경우 심신미약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 법원, 계획범죄에는 심신미약 인정 드물어 먼저 법원에서 감형을 받으려면 정신질환을 앓았다는 사실뿐 아니라 이로 인해 범행 당시 사리 분별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하지만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범행 당일 피해자 신 씨와 말다툼을 한 뒤 집으로 돌아와 흉기를 준비했고, 이후 PC방 인근에서 어슬렁거리며 피해자를 지켜봤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김 씨가 범행을 계획할 만한 상태였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한다면 심신미약이라는 김 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실제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36)도 정신장애 3급과 지적장애 3급인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벌였다고 주장했지만, 1·2심 법원은 “철저히 범행을 계획했다”는 이유로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 씨를 치료한 서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남궁인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 씨가 흉기로 신 씨의 얼굴과 목 등을 32차례 집중 공격했다는 점을 언급한 뒤 “심신미약이었다는 (김 씨의) 이야기는 우울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을 잠재적 살인마로 만드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법원이 피고인의 우울증만을 이유로 감형한 전례도 많지 않다. 올 3월 한국심리학회지에 실린 최이문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와 이혜랑 대구지법 판사의 ‘정신장애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책임능력 판단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피고인의 심신미약과 심신상실이 인정된 1·2심 판결 305건 가운데 우울증만을 이유로 심신장애가 인정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심신미약 인정되더라도 중형 선고 가능 설령 김 씨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법원이 인정하더라도 중형이 선고될 수 있다. 2016년 7월 수원지법은 “‘수원시민을 찌르라’는 환청을 들었다”며 행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조현병 환자 이모 씨(42)에 대해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일각에서는 강력 범죄자들이 정신질환을 앓는 척하면서 감형을 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법원의 주요 참고자료로 활용되는 충남 공주시 국립법무병원의 정신감정은 1, 2개월에 걸친 관찰·추적 조사로 진행된다. 김 씨는 22일부터 30일간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에서 우울증으로 인해 범행을 벌였는지 여부를 조사받게 된다. 경찰은 조만간 심의위원회를 열어 김 씨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수사 단계에서 정신감정을 받았더라도 재판 과정에서 추가로 전문의의 정신감정이 이뤄질 수 있다. 초등학생을 유괴해 잔혹하게 살해한 ‘인천 초등학생 살인 사건’ 주범 김모 양(18)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총 3차례 정신감정과 심리검사를 받았고, 법원은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았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이른바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의 동생이 공범인데 경찰이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맘카페’에 올라온 아동학대 의혹 글 때문에 어린이집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지는 등 인터넷 상 허위정보 유포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14일 오전 8시20분 경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A 씨(29)가 아르바이트생 B 씨(20)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A 씨는 ‘게임 시간을 더 달라’며 B 씨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집으로 돌아간 뒤 흉기를 가져와 범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의혹의 핵심은 A 씨의 동생 C 씨(27)가 현장에서 형의 범행을 도왔는지 여부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사건 목격담’이라며 “C 씨가 B 씨를 붙잡는 사이 A 씨가 칼로 찔렀다”는 취지의 글이 여러 개 올라왔다. 하지만 서울 강서경찰서가 18일 공개한 8분 분량의 CCTV 영상 내용을 종합해 보면 C 씨는 현장에서 B 씨 뿐 아니라 A 씨도 제지하려 했다. 14일 오전 8시 17분 경 A 씨가 B 씨를 때리자 동생은 B 씨의 팔을 붙잡았다. 이어 A 씨가 바지 주머니에서 등산용 칼을 꺼내자, 이때부터 C 씨는 A 씨를 잡아끌면서 B 씨와 떨어뜨리려고 했다. 범행 현장을 목격한 PC방 고객 3명도 “C 씨가 ‘도와 달라.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C 씨가 형을 제압하려 했지만 힘에 부친 것처럼 보였다”는 진술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경찰은 C 씨를 공범이 아닌 참고인으로 보고 있다. 또 인터넷상에서는 “경찰이 A 씨를 체포하는 동안 C 씨가 현장에서 달아나는 것을 목격했다”는 글이 퍼지고 있다.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경찰이 확보한 CCTV에는 A 씨가 체포된 이후 C 씨가 PC방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모습이 찍혀있다. 경찰 관계자는 “C 씨는 A 씨가 체포된 뒤 PC방 건물 안에 있었다. 이후 집으로 돌아갔다가 1시간 반 뒤 경찰에 나와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고 말했다. 한편 A 씨 측이 경찰에 우울증 치료를 장기간 받고 있었다는 진술서와 병원 진단서를 제출했다. 범행 당시 사물을 분별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였으니 이를 참작해달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심신미약으로 가볍게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고 18일 오후 11시 현재 4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수사기관에 진단서를 제출했다고 해서 법원이 바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범행에 영향을 줄 정도인지를 엄격하게 검증한다. 지난달 징역 20년이 확정된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주범 김모 양(18)은 재판 내내 “자폐 장애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설령 김 양이 자폐 장애를 앓았을지언정 생명의 존엄성을 이해하지 못할 상태는 아니었다는 게 하급심과 대법원의 일관된 결론이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일)는 15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9)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횡령 등 7가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03년부터 올 5월까지 대한항공의 항공기 장비와 기내 면세품 납품 과정에 자신의 회사를 중개업체로 끼워 수수료를 챙기는 등 회사에 257억 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사장(44)의 ‘땅콩 회항’ 사건과 자신의 다른 사건 변호사 선임료를 회삿돈으로 지불해 17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이 재단 이사장인 인하대병원 인근에 차명 약국을 운영해 1522억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속세 포탈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조 회장의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35)는 기소를 면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재민)는 조 전 전무가 올 3월 광고대행사와 회의 도중 유리컵을 사람이 없는 쪽으로 던졌기 때문에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 광고대행사 직원들에게 음료수가 든 종이컵을 던진 폭행 혐의는 피해자 2명이 처벌을 원하지 않아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경찰이 풍등을 날렸다가 고양저유소 화재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스리랑카인 A 씨(27)에게 중실화 혐의를 적용한 것에 대해 논란이 뜨겁다. A 씨의 행위를 범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본보는 2014년부터 올해 9월까지 실화 또는 중실화 관련 법원 판결 21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사전에 화재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었는지, 실수 행위가 화재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는 것이 명백한지가 유무죄를 가르는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가능성을 명백히 인식할 수 있었다면 중실화 혐의로 가중 처벌됐다. ○ 예상 가능하고 화재의 직접적 원인돼야 처벌 실수로 불을 냈다고 무조건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올 6월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경기 평택시의 한 플라스틱 공장 건물을 태운 혐의를 받은 이모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 씨가 공장 근처에 버린 잿더미에서 불씨가 날려 화재로 이어졌다며 실화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공장 내 전기 문제로 불이 났을 수 있어 이 씨의 과실이 화재 원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실수 행위가 화재의 직접적 원인이 아닐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처벌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반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잡초를 태우다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불씨가 날려 공동묘지 일부를 태운 신모 씨에 대해 지난달 실화 혐의로 3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화재 위험이 큰 건조한 날씨에 아무 예방조치 없이 잡초에 불을 붙였다”며 신 씨의 책임이 크다고 판단했다. 화재 위험을 예상할 수 있는데도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죄를 인정한 것이다. 누가 봐도 화재 위험이 큰 상황에서 고의에 가까운 수준의 실수로 불을 냈을 때에는 실화(1500만 원 이하의 벌금)보다 처벌이 무거운 중실화(3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 혐의를 적용했다. 침대 아래쪽에 모기향을 피웠다가 고시원 건물 전체를 태운 심모 씨는 2014년 12월 대법원에서 중실화 등 혐의로 금고 1년 4개월형이 확정됐다. 법원은 “좁은 방안에서 창문을 열거나 이불을 펼 때 침대 밑에 있던 먼지가 묻은 휴지나 비닐, 톱밥 등이 바람에 날려 모기향 주변으로 옮겨질 수 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빌라 주차장에 있던 종이컵에 담배꽁초를 버렸다가 우연히 인화성 물질에 닿는 바람에 건물 전체를 태운 오모 씨에게는 지난해 10월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실화 혐의로 8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검찰은 중실화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주변에 인화성 물질이 있다고 알리는 경고판 등이 없었다”며 실화 혐의만 인정했다. ○ 잔디에 떨어진 풍등… 실화 혐의 판단에 변수 A 씨의 경우 실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유무죄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먼저 풍등의 불씨가 저장탱크 화재로 이어졌다는 점을 입증하는 게 만만치 않다. 풍등이 잔디에 먼저 떨어진 뒤 잔디의 불이 저장탱크 유증환기구를 통해 옮겨붙은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불이 난 곳과 분리될 수 있는 시설물에 불이 붙은 경우 실화가 아니라는 판결이 있다. 대법원은 9월 셋방에서 번개탄을 피워 장판을 태운 박모 씨에 대해 “문틀이나 벽 등 건물 자체에 불이 붙었을 때 (건물에 대한) 실화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저유소를 관리하는 대한송유관공사의 관리 부실이 확인될 경우 공사 관계자들에게 실화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공사 관계자가 불씨를 제공한 게 아니라면 실화가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부산지법의 한 판사는 “공동의 과실이 합쳐져 불이 난 경우 원인을 제공한 각자에게 실화죄를 물은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A 씨와 공사 관계자를 실화의 공범으로 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짐승과 아이들은 가슴을 주물러 주면 잘 잔다. 우리 딸도 어릴 때 가슴을 주물러 재웠다.’ 올 7월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현직 도덕교사가 수업 중에 여학생들을 희롱했다면서 이 같은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경기 안양시의 한 여자중학교 학부모라고 밝힌 글쓴이는 올 초 부임한 도덕교사 A 씨가 “나는 다리 예쁜 여자가 좋다. 너희는 다리가 왜 이리 굵냐”고 말하는 등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희롱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해당 교사의 성희롱 의혹과 관련해 수사에 나섰고, 학교 측은 직위해제 발령을 내고 추가 조사에 나섰다. A 씨처럼 성범죄와 성희롱 의혹으로 징계 처분을 받은 전국의 초중고교 교사는 2016년 1월부터 올 8월까지 모두 316명인 것으로 9일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성비위 교원 신고 및 조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징계를 받은 사건 중에는 성추행 의혹이 156건으로 가장 많았고, 성희롱 의혹이 80건으로 뒤를 이었다. 또 △성매매 33건 △성폭행 16건 △다른 사람의 신체를 허락 없이 촬영한 불법 몰래카메라 촬영 11건 △음란물을 제조하거나 유포한 의혹 4건 등으로 조사됐다. 제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로 교원이 징계를 받은 건수는 174건으로 전체 성범죄 징계 건수 가운데 55.1%를 차지했다. 대부분 학생의 신체를 허락 없이 만진 성추행(111건) 사건이었고, 언어 성희롱(43건), 성폭행(6건), 불법 몰래카메라 촬영(2건) 등도 있었다. 성범죄 징계 교원 316명 중에서는 242명(76.6%)이 해임·파면·정직·강등의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나가던 학생을 가리키며 “여기 먹을 것 많다”고 노골적인 성희롱 발언을 한 경기지역의 한 고등학교 영어교사 B 씨는 올 4월 수원지법에서 정직 3개월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미성년자를 교육하는 특수한 지위에 있기 때문에 언행으로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입을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직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감봉이나 견책, 불문경고의 경징계를 받은 교사는 71명으로 전체 징계 처분의 22.4%를 차지했다.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사의 성비위가 교육청에 신고됐는데도 학교에서 자체 감사에 나서지 않은 사례도 63건이 있었다. 경찰과 학교의 조사 없이 사안이 종결된 것은 13건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성범죄를 저지른 교원에 대한 징계 강화를 위해 9일 ‘교육공무원 징계령’과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미성년자 성희롱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만들고, 카메라로 불법 촬영한 교원에 대해 최대 파면까지도 가능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입법 예고와 법제처 심사를 거쳐 연말까지 개정·공표되고,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단, 사립학교를 제외한 국공립 교원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고도예 yea@donga.com·박은서 기자}

“아들의 마지막이 조금이나마 의로웠으면 합니다. 창호의 장기 기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취한 BMW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사경을 헤매는 윤창호 씨(22)의 아버지 윤기현 씨(52)의 쉰 목소리는 아들 이름을 말할 때마다 가늘게 떨렸다. 창호 씨는 지난달 25일 사고 이후 4일로 열흘째 의식을 찾지 못한 채 병상에 누워 있다. 의료진이 3일 창호 씨에 대해 사실상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판정한 뒤 가족들은 장기 기증 여부를 상의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버지 윤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아내는 하염없이 울고 고3인 딸은 멍하니 창밖만 바라본다. 이런 고통을 누구도 겪지 않았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존경심이 들 만큼 반듯했던 아들” 윤 씨는 검사의 꿈을 키워 왔던 아들에 대해 “너무 야무지고 원대한 꿈을 갖고 있어 부모가 살아가는 원천이었다”며 “자식이었지만 존경심이 들 정도로 반듯해 아들 앞에서 말 한마디 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렇게 반듯했던 청년의 꿈은 음주운전 차량 때문에 산산이 조각났다. 경찰 조사 결과 보험설계사인 가해 운전자 박모 씨(26)는 지인들과 보드카 2병, 위스키 등을 마신 뒤 혈중알코올농도 0.134% 상태에서 300m가량을 운전했다. 몸을 가누기도 힘든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가 횡단보도 앞 인도에 있던 윤 씨를 덮친 것이다. 왼쪽 다리가 부러져 입원해 있는 박 씨는 경찰의 방문조사에서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아직 창호 씨 가족들에게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창호 씨 친구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음주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청원에는 4일 오후 10시 현재 19만여 명이 참여했다. 치명적인 음주운전 사고 가해자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만 처벌은 여전히 미흡하다. 2018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타인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히거나 숨지게 한 혐의(위험운전치사상)로 1심 재판에 넘겨진 4328건의 사건 가운데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7.4%(324건)에 불과했다. 집행유예가 70.9%(3072건), 벌금형이 17.6%(766건)로 대부분이었다. ○ 양형기준에 묶인 음주운전 엄벌 음주운전 가해자를 무겁게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은 마련돼 있다. 2007년 도입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위험운전치사상죄’는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500만∼3000만 원의 벌금형, 사망하게 한 경우 1∼30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선고 형량은 크게 못 미친다. 대법원은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게 한 경우 운전자에게 보통 징역 8개월∼2년, 음주운전이나 중상해 등 가중 처벌할 경우 징역 1∼3년을 선고하도록 양형기준을 두고 있다. 가중 처벌 요인이 두 가지 이상이어도 양형기준상 최대 형량은 징역 4년 6개월이 된다. 실제 인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승용차를 들이받아 일가족 3명을 숨지게 한 음주운전자는 지난해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죄질이 나쁘다고 해서 양형기준을 훨씬 넘겨 징역 10년을 선고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윤 씨는 “음주운전 양형기준을 높이고, 음주운전은 살인에 준해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윤창호법’이 만들어진다면 창호에게 얼마나 의로운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음주운전을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아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도예 yea@donga.com·최지선 / 부산=강성명 기자}

《‘집값 안정을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자.’ vs ‘미래 후손용 자산이므로 안 된다.’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수도권의 집값 안정을 위해선 대규모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같이하면서도 실천방안을 놓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견해를 달리했다. 보전 가치가 높지 않은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해서 주택을 짓자는 국토부 요구에 서울시는 후손에게 물려줄 환경자산을 훼손할 수는 없다며 맞섰다. 21일 공개된 정부의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은 서울시 주장에 국토부가 한 걸음 물러선 모습이다. 하지만 국토부가 서울시와 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힘에 따라 양측의 신경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던 국토부… 해제 카드는 여전히 유효 국토부가 서울 지역 그린벨트에 주목한 것은 그동안 내놓은 수요 억제 방안만으로는 집값을 잡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세금 부과나 대출 제한으로는 이미 불붙은 주택시장을 진정시키기 힘든 만큼 ‘공급 대책’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가장 손쉽고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주택 재개발이나 재건축은 처음부터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 정권이 집권 초기부터 재개발, 재건축에 따른 개발이익이 일부 계층에게만 주어진다는 사실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탓이다. 대안으로 떠오른 게 그린벨트였다. 서울에서 주택을 대량 공급할 수 있는 공간이 그린벨트 외에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었다. 여기에다 그린벨트는 땅값이 싸 토지 수용 등에 들어가는 택지 조성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그만큼 분양가를 낮출 수 있어 인근 지역 집값 하락을 유도할 수 있어서다. 국토부는 또 집값 안정과 함께 건설경기 부양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건설 경기는 침체 일로에 있다. 문재인 정부가 4대강 사업 등 이전 정부가 벌인 대규모 개발 사업을 ‘적폐’로 몰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예산을 급격히 줄인 결과다. 국토부로서는 그린벨트 개발에 민간자본을 유치해서 아파트를 짓는다면 침체된 국내 건설 경기를 어느 정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는 서울시 반대로 21일 내놓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그린벨트 해제 내용을 포함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해제 카드를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김현미 장관이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서울 지역 일부 그린벨트를 직권으로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향후 발표할 26만5000채 공급 계획 중 20만 채는 서울과 1기 신도시(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사이에 조성된 택지에서 공급하기로 한 것도 그린벨트 해제 카드가 유효함을 시사한다. 서울과 1기 신도시 사이에 대규모 택지를 조성할 땅은 사실상 그린벨트밖에 없다.○ ‘그렇고 그런 벨트’로 만들 수 없다는 서울시 서울시는 그동안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후손에게 물려줄 환경 자산인 그린벨트를 훼손할 수 없다는 게 내세운 명분이었다. 서울시는 대안으로 옛 성동구치소 등 시내 유휴지 개발을 통해 6만2000여 채를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시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정치권과 부동산 업계에서는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박원순 시장의 의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그린벨트를 풀었는데도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해제 주체인 박 시장에게 ‘책임론’의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박 시장은 용산과 여의도 개발 방침을 내놓았다가 집값 폭등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경험도 있다. 따라서 섣부르게 그린벨트 해제에 동의하지 않고 충분한 명분을 쌓으려는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 반응은 엇갈려 양병이 서울대 명예교수(전 환경대학원 교수)는 “서울 시내에서 녹지를 확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지만 그나마 그린벨트가 있어 녹지를 볼 수 있는 것”이라며 “그걸 지금 다 써버리면 미래 세대는 정말 땅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홍철 환경정의 사무처장도 “정부가 전답이나 비닐하우스가 있는 그린벨트는 이미 훼손돼 녹지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도시 확산을 막는 완충지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사람이 사용하지 않고 버려진 그린벨트의 경우 오염원도 많아 해제하고 개발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이정전 서울대 명예교수(전 환경대학원 원장)는 “그린벨트는 공기나 지하수 정화, 아름다운 풍경 제공 등과 같은 비금전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며 “개발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금전적인 가치와 보존했을 때의 비금전적인 가치를 진지하게 비교한 뒤 개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도예 yea@donga.com·김정훈·송진흡 기자}

‘집값 안정을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자’ VS ‘미래 후손용 자산이므로 안 된다’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수도권 지역 집값 안정을 위해선 대규모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같이 하면서도 실천방안을 놓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견해를 달리했다. 보존가치가 높지 않은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해서 주택을 짓자는 국토부 요구에 후손에게 물려줄 환경자산을 훼손할 수는 없다며 서울시는 맞섰다. 21일 공개된 정부의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은 서울시 주장에 국토부가 한 걸음 물러선 모습이다. 하지만 국토부가 서울시와 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힘에 따라 양측의 신경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양재대로 구룡마을 입구 교차로. 구룡산 쪽으로 눈을 돌리자 시내버스 회사 건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나무들로 뒤덮인 녹지공간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녹지 쪽으로 다가가자 산새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길(양재대로) 건너편에서 지어지고 있는 ‘래미안 블레스티지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둔탁한 건설기계 소리가 들려오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하지만 구룡산 방향으로 들어가자 전혀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어설프게 지어진 판잣집들이 어지럽게 들어서 있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실개울에서는 악취가 났다. 구룡마을 초입에서 ‘항아리집’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토기를 팔고 있는 채희영 씨(68·여)는 “구룡마을이 그린벨트로 묶여 있지만 마을 어귀를 제외하고는 훼손이 많이 돼 사실상 녹지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구룡마을은 국토교통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한 후 대규모 택지개발을 통해 아파트를 공급하려는 대표적인 후보지였다. 집값 폭등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권에 위치해 집값 안정 대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전혀 다르게 봤다. 이명박 정부 시절 서울 강남구 내곡동 등 강남권 그린벨트를 풀고 아파트를 지었지만 집값이 안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실효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국토의 허파’인 그린벨트가 훼손돼 ‘그렇고 그런 벨트’로 전락하면 후손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했던 국토교통부…해제 카드는 여전히 유효 국토부가 서울 지역 그린벨트에 주목한 것은 그동안 내놓은 수요 억제 방안만으로는 집값을 잡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세금 부과나 대출 제한으로는 이미 불붙은 주택시장을 진정시키기 힘든 만큼 ‘공급 대책’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가장 손쉽고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주택 재개발이나 재건축은 처음부터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 정권이 집권 초기부터 재개발, 재건축에 따른 개발이익이 일부 계층에게만 주어진다는 사실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탓이다. 대안으로 떠오른 게 그린벨트였다. 서울에서 주택을 대량 공급할 수 있는 공간이 그린벨트 외에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었다. 여기에다 그린벨트는 땅값이 싸 토지 수용 등에 들어가는 택지조성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그만큼 분양가를 낮출 수 있어 인근 지역 집값 하락을 유도할 수 있어서다. 국토부는 또 집값 안정과 함께 건설경기 부양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건설 경기는 침체 일로에 있다. 문재인 정부가 4대강 사업 등 이전 정부가 벌인 대규모 개발 사업을 ‘적폐’로 몰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예산을 급격히 줄인 결과다. 국토부로서는 그린벨트 개발에 민간자본을 유치해서 아파트를 짓는다면 침체된 국내 건설 경기를 어느 정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는 서울시 반대로 21일 내놓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그린벨트 해제 내용을 포함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해제 카드를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김현미 장관이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서울 지역 일부 그린벨트를 직권으로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향후 발표할 26만5000채 공급 계획 중 20만 채는 서울과 1기 신도시(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사이에 조성된 택지에서 공급키로 한 것도 그린벨트 해제 카드가 유효함을 시사한다. 서울과 1기 신도시 사이에 대규모 택지를 조성할 땅은 사실상 그린벨트밖에 없다.● ‘그렇고 그런 벨트’로 만들 수 없다는 서울시 서울시는 그동안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후손에게 물려줄 환경 자산인 그린벨트를 훼손할 수 없다는 게 내세운 명분이었다. 서울시는 대안으로 옛 성동구치소 등 시내 유휴지 개발을 통해 6만2000여 채를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시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정치권과 부동산 업계에서는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박원순 시장의 의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그린벨트를 풀었는데도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해제 주체인 박 시장에게 ‘책임론’의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박 시장은 용산과 여의도 개발 방침을 내놓았다가 집값 폭등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경험도 있다. 따라서 섣부르게 그린벨트 해제에 동의하지 않고 충분한 명분을 쌓으려는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 반응은 엇갈려 양병이 서울대 명예교수(전 환경대학원 교수)는 “서울 시내에서 녹지를 확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지만 그나마 그린벨트가 있어 녹지를 볼 수 있는 것”이라며 “그걸 지금 다 써버리면 미래 세대는 정말 땅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홍철 환경정의 사무처장도 “정부가 전답이나 비닐하우스가 있는 그린벨트는 이미 훼손돼 녹지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도시 확산을 막는 완충지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사람이 사용하지 않고 버려진 그린벨트의 경우 오염원도 많아 해제하고 개발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이정전 서울대 명예교수(전 환경대학원 원장)는 “그린벨트는 공기나 지하수 정화, 아름다운 풍경 제공 등과 같은 비금전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며 “개발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금전적인 가치와 보존했을 때의 비금전적인 가치를 진지하게 비교한 뒤 개발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김정훈 기자 hun@donga.com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일)는 20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9)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 회장이 검찰과 경찰, 법원에 출석하면서 포토라인에 선 것은 올해 네 번째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매지 않은 조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26분 검찰에 출석하면서 ‘회장직에서 물러날 의사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히 조사받겠다”고만 밝혔다. 검찰은 조 회장 측이 실제로는 근무하지 않은 어머니와 지인 등 3명을 계열사인 정석기업 임직원으로 등재해 20억 원대 급여를 허위로 지급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조 회장 측은 이날 조사에서 “모친은 정석기업에서 월급을 받을 만한 정당한 직무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2년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이 별세하자 조양호 회장의 어머니는 살던 집을 정석기업에 기증하고 ‘조중훈 기념관’ 추진위원장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 회장을 상대로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허위 자료를 냈다는 혐의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한진그룹이 2014년부터 4년 동안 조 회장의 처남 명의로 된 위장 계열사들을 고의로 누락한 자료를 제출했다며 지난달 조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