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언젠가는 그를 넘어설 스타가 나올 것이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의 환상적인 연기를 직접 볼 수 있었던 우리는 그래서 행복했다. 2014년 2월 21일(한국 시간). ‘피겨 여왕’은 러시아 소치의 궁전(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을 마지막으로 링크를 떠났다. 그리고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2000년대 세계 여자 피겨는 ‘여왕’ 김연아(24)의 시대였다.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기록한 78.50점과 프리스케이팅 점수 150.06, 합계 점수 228.56점은 4년이 지난 요즘도 여전히 세계 신기록이다. 김연아의 경쟁자는 자신뿐이었다. 2009년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는 합계 점수 207.71점을 기록하며 여자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200점을 돌파했다. 이후 자신의 기록을 여러 차례 넘긴 것을 포함해 세계 기록을 11차례나 경신했다. 여자 선수로는 최초의 그랜드슬램(겨울올림픽, 세계선수권, 4대륙선수권,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을 달성했다. 2006년 12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의 우승을 시작으로 2009년 2월 4대륙선수권 우승, 2009년 3월 세계선수권 우승, 2010년 2월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까지 4년 만에 이룬 대기록이다. ▼ 행복했다 연아야, 고마웠다 연아야 ▼김연아가 펼친 기술들은 전 세계 피겨 선수들의 기준이 됐다. ‘점프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김연아의 점프는 러시아, 미국 등에서 어린 선수들을 위한 교본이 됐다. 심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국제심판 세미나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선수가 바로 김연아다. 한 국제심판은 “언젠가 심판들이 모여 김연아의 점프를 만점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결론 낸 적이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는 게 쉽지는 않았다. 피겨 강국들은 때로는 노골적으로, 때로는 보이지 않게 김연아를 견제했다. 국제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석연찮은 판정을 받아온 것도 그런 이유다. 2008년 11월 중국에서 열린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김연아는 완벽한 점프를 뛰었지만 심판들은 두 개의 점프에 이상이 있다고 지적했다. 2009년 12월 일본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김연아는 편파 판정 탓에 기권까지 생각했다. 밴쿠버 올림픽 때는 김연아가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메달 색깔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럴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 김연아는 무결점 연기를 펼쳐야 했다. 그리고 김연아는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를 통해 자신의 완벽을 증명했다. 소치 겨울올림픽 개막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전설적인 피겨 선수로 올림픽 3연패를 이룩한 여자 싱글의 소냐 헤니(노르웨이), 페어의 이리나 로드니나(러시아)와 함께 김연아를 꼽았다. 김연아는 유일한 현역 선수였다. ○ 변화의 아이콘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김연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김연아가 나타난 이후 피겨는 한국의 국민 스포츠가 됐다. 온 국민의 김연아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함께 웃고 함께 울었다. 지금도 인근 빙상장에 가면 ‘제2의 김연아’를 꿈꾸며 얼음판을 지치는 어린 여자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모두 김연아가 바꿔 놓은 풍경이다. 피겨스케이팅만이 아니다. 비인기 종목 선수에게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가요”라고 물으면 많은 선수들은 “김연아 같은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나이, 성별, 종목과 관계없다. 한국 사이클의 전설인 조호성(40·서울시청)은 언젠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보다 16세 어린 김연아를 롤 모델로 꼽았다. 그는 “피겨스케이팅처럼 사이클이 국민들에게 힘을 주고,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도록 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그 꿈을 향해 조호성은 불혹을 넘긴 요즘도 페달을 밟고 있다. 손연재(20·연세대)도 리듬체조의 김연아를 꿈꿨다. 손연재는 중학생 시절 인터뷰에서 “연아 언니처럼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많은 사람들에게 ‘리듬체조도 정말 재미있는 종목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손연재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동메달을 땄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한국 선수 역대 최고 성적인 5위를 기록하며 스타가 됐다. 손연재를 통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리듬체조를 좋아하게 됐다. 이 모든 게 김연아로부터 시작된 즐겁고 놀라운 변화다.○ 용기와 희망의 아이콘 대한민국에서 김연아 같은 선수가 나온 것은 기적이나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김연아는 마음 놓고 훈련할 빙상장이 없어 하루에도 2∼3곳을 돌아다니며 훈련을 해야 했다. 그나마 낮은 일반 대관 시간이라 훈련을 하려면 새벽이나 밤늦은 시간에 해야 했다. 열악한 환경을 이겨낸 것은 타고난 신체와 눈물겨운 노력이었다. 한창 건강할 10대 중반부터 김연아는 발과 허리, 등에 부상을 안고 살았다. 너무 많은 점프를 하느라 특히 오른발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오른 발등 부상으로 예정됐던 그랑프리 시리즈에도 나가지 못했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김연아는 단순히 한 명의 운동선수가 아니다. 김연아는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피겨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 피겨의 꽃을 피운 김연아를 보면서 국민들은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밤늦은 시간까지 TV 앞에 모여앉아 김연아를 응원하는 것은 그를 통해 무한한 기쁨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은 그 하이라이트였다. 그해 2월 26일 푸른색 드레스를 입고 프리스케이팅에 나선 김연아는 관객은 물론 심판들까지 매료시켰다. 연기가 끝난 직후 그는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시상대 위에 올라 애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그는 다시 끝없는 눈물을 흘렸다. TV를 지켜보던 국민들도 함께 웃다가 울었다. 그런 김연아가 이제 스케이트화를 벗는다. 마지막 올림픽의 메달 색깔은 이미 중요한 게 아니다. 김연아가 우리 국민들에게 준 기쁨과 행복은 그 무엇과도 바꾸기 힘든 것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김연아와 동시대를 살아서 행복했다”고. 안녕 김연아, 고마웠다 김연아.소치=이헌재 uni@donga.com / 김동욱 기자※프리스케이팅 경기 결과는 dongA.com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의 김연아(24)의 미소를 기억하시나요.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는 아사다 마오(24·일본)의 바로 뒤 순서였습니다.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키며 73.78이란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기쁨에 겨워 방방 뛰는 아사다를 향해 김연아는 씨익∼미소를 지었지요. 당당하게 빙판으로 나간 김연아는 78.50점의 세계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렇습니다. 김연아는 ‘강심장’입니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김연아를 ‘천하의 강심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19일(현지 시간) 소치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을 마치고 나온 김연아의 눈 아래는 가끔씩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웃는 얼굴로 감추려 해도 긴장과 피로가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김연아는 “오늘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경기 직전 워밍업(몸 풀기) 시간에 다리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연습 때 편하게 뛴 점프가 하나도 없었다.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실전에 들어갈 때까지 갖가지 생각과 걱정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고 했습니다. 지난달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종합선수권 때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프리스케이팅을 앞두고 오전에 링크에서 연습을 하는 김연아의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김연아는 당황했고, 관계자들은 패닉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막상 실전에 들어가자 김연아는 언제 그랬냐는 듯 여왕의 위엄을 되찾았습니다. 그러면 극도의 긴장 속에서 김연아는 어떻게 최상의 연기를 할 수 있을까요. “연습 때는 늘 쇼트프로그램에서 클린(무결점 연기)을 했다. ‘연습에서 잘했는데 실전에서 못할 건 또 뭐냐, 몸에 맡기자’고 생각했다. 여기서 못하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았다”는 말에 답이 있습니다. 연기를 했다기보다는 몸이 먼저 알아서 반응을 했다는 것입니다. 야구에서 타격이나 투구는 재능을 타고나야 합니다. 이에 비해 수비는 꾸준한 연습으로 어느 정도는 수준급 경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무한한 반복 연습이 이뤄져야 하지요. 언제 어떤 상황이건 김연아가 최상의 연기를 할 수 있는 것은 무한한 노력에 대한 보답인 것입니다. 이날 김연아는 두 번 미소를 지었습니다. 프로그램 후반 마지막 점프인 더블 악셀을 뛰고 난 뒤 미소를 한 번 지었고, 프로그램을 끝낸 뒤 안도 섞인 미소를 또 한 번 지었습니다. 자신의 걱정과는 달리 저절로 움직여 준 몸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 몸을 만든 건 김연아 자신이었습니다.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저는 아직까지 용서가 안 되는데 현수는 이제 아무도 원망하지 말자고 하네요. 이제 제가 나서서 왈가왈부할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스타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29)의 아버지 안기원 씨(사진)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안 씨는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를 소치 현지에서 지켜봤다. 개인 사정으로 19일 귀국한 안 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제 다들 알고 계실 거다. 한국에서 여건만 맞았으면 한국 국가대표로 금메달을 땄을 거다. 하지만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팬들과 국민들에게 자기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준 현수가 정말 고맙고 대견하다”고 했다. 한국 빙상계에 대해 꽁꽁 닫혀 있던 안 씨의 마음을 녹인 것은 안현수가 보낸 문자 한 통이었다. 금메달을 딴 직후 보낸 문자에서 안현수는 “그동안 마음고생 심했던 거 다 이렇게 보상받았으니까 아빠도 저도 이제 마음 편히 놓고 한국연맹에 대해선 얘기 안 해도 될 거 같아요. 이 기회에 모든 게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이제 아빠도 좀 편하게 지켜보셔도 될 거 같아요”라고 썼다. 안 씨는 “올림픽이 끝난 후 현수가 다 말하겠다고 했으니 나는 더 할 말이 없다. 다만 한국 빙상계가 선수들이 편하게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된다는 것만은 말씀드리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셨으니 잘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안 씨는 아들의 여자친구 우나리 씨(30)에게도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현수가 결혼하겠다고 하더라. 내가 데리고 살 것도 아니고 현수가 좋아하는데 말릴 수가 있나. 자식이 좋다는데 그냥 해야지. 현수가 러시아에서 혼자 외로울 때 도움을 많이 준 친구다. 러시아에서 둘이 잘 살면 된다”고 했다. 그는 또 “현수가 러시아 생활에 만족하고 있어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계속 거기서 살 것 같다. 나야 아들 얼굴을 자주 못 봐 섭섭하지만 본인 의사가 중요하다. 자기가 알아서 잘해 왔고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소치 겨울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조 추첨이 열린 19일(현지 시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 내 기자회견장. ‘김연아와 아이들’은 일찌감치 입장해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가운데에 김연아가 앉았고 그 좌우에는 17세 동갑내기 김해진(과천고)과 박소연(신목고)이 자리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한 김연아가 가장 먼저 추첨을 했다. 결과는 프리스케이팅 마지막 순번인 24번. 김해진은 9번을 뽑았고, 박소연은 1번. 셋은 추첨 결과에 대해 깔깔거리며 이야기를 나눴다. 결국 이번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의 처음과 끝은 한국 선수들이 장식했다. 하지만 이런 장면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 20일 프리스케이팅을 마지막으로 김연아가 은퇴해 아이들만 남았기 때문이다. 4년 뒤 평창 올림픽에서는 이들이 한국 여자 피겨의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 첫 올림픽이지만 김해진과 박소연은 상위 24명이 나가는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하는 수확을 거뒀다. 김해진은 첫 점프 과제인 트리플 러츠에서 약간 주춤했지만 나머지 연기를 무난히 마치며 54.37점으로 18위에 올랐다. 박소연 역시 주무기인 트리플 살코-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싱글 살코로 처리하는 큰 실수를 범했지만 이후 안정감을 되찾고 연기를 무사히 마쳤다. 49.14점으로 23위였다. 김해진은 “연아 언니와 함께 빙판에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됐다”고 했다. 박소연도 “연아 언니가 가끔 던지는 칭찬과 조언이 큰 힘과 격려가 됐다”고 말했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소치에서는 요즘 티켓 구하기 전쟁이 한창입니다. ‘피겨 여왕’ 김연아(24)가 출전하는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이 전쟁터입니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합니다. ‘10년 라이벌’ 아사다 마오(24·일본)에게도 마지막 올림픽입니다. 개최국 러시아의 ‘신성’ 율리야 리프니츠카야(16)는 우승 후보 중 한 명으로 떠올랐습니다. ‘겨울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피겨 여자 싱글은 안 그래도 인기가 많습니다. 이번 올림픽은 사연 많고, 볼거리까지 많으니 더욱 성황입니다. 티켓 전쟁은 기자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 종목은 하이 디맨드(입장권 수요가 아주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행사나 경기) 이벤트라 기자들도 표가 있어야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대회 조직위는 18일 대한체육회를 통해 한국 미디어를 위한 티켓을 보내왔습니다. 하지만 턱도 없이 적은 수입니다. 중계권을 갖고 있는 지상파를 제외하고 소치 현지에 취재를 온 신문, 통신사는 모두 24개입니다. 그런데 20일 열리는 쇼트프로그램은 15장, 프리스케이팅은 13장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소치까지 온 마당에 누구인들 이 경기를 보고 싶지 않겠습니까. 결국 추첨으로 티켓을 나누기로 합니다. 각 회사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통에 넣고 한 장씩 뽑는 방식입니다. 한 회사 한 회사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립니다. 쇼트프로그램 때는 운이 좋았습니다. 앞 순서에서 뽑혔습니다. 그런데 숫자가 더 적은 프리스케이팅에서는 회사 이름이 호명되지 않습니다. 한 장 한 장 표가 줄어들 때마다 피가 바짝바짝 마릅니다. 이제 남은 것은 단 두 장. 마침내 기자단 간사 입에서 ‘동아일보’란 소리가 나옵니다. 구사일생입니다. 대한민국 만세입니다. 어렵사리 구한 티켓은 테이블이 없는 ‘논 테이블’석입니다.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닙니다. 그냥 경기를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입니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회사는 경기 시작 3시간 전 하이 디맨드 오피스 앞에서 기다렸다가 남는 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럴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최후의 수단이 있긴 합니다. 웹사이트를 통해 재판매되는 티켓을 웃돈을 주고 구입하는 것입니다. 물론 수십만 원이 들겠지만요. 이헌재 기자·스포츠부 uni@donga.com}

18일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우승을 이끈 심석희(17·세화여고)는 두 얼굴을 가진 선수다. 빙판 밖의 심석희는 수줍음 많은 평범한 여고생이다. 초록색을 좋아해 그가 사용하는 스케이트, 이어폰, 안경에는 모두 초록색이 들어가 있다. 휴식일에는 함께 운동하는 동생들을 데리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다닌다. 서울 목동 빙상장 2층의 떡볶이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군것질거리 중 하나다. 올림픽이 끝난 뒤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에버랜드 자유이용권을 사서 하루 종일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이다. 그런 심석희가 빙판에만 서면 달라진다. 3000m 계주에서도 그랬다. 마지막 주자로 나서 이를 악물고 상대 선수를 추월할 때의 모습에서는 소녀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었다. 냉철한 승부사만 있었다. ○ 타고난 천재 윤재명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은 심석희에 대해 ‘타고난 선수’라고 평가한다. 어린 시절부터 또래에 비해 훨씬 키가 컸던 그는 긴 다리를 잘 활용해 주니어 무대를 휩쓸었다. 시니어 데뷔 무대였던 2012∼2013시즌 월드컵 대회에서는 6대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올림픽 전 열린 2013∼2014시즌 4차례의 월드컵에서도 모두 금메달을 획득했다. 대개 키가 큰 선수들은 순발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덩치 큰 유럽 선수들이 쇼트트랙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이유다. 소치 올림픽 공식 프로필에 심석희의 키는 174cm로 되어 있는데 지난해 자료다. 현재 그의 키는 177cm까지 자랐다. 그렇지만 그는 여전히 수준급의 순발력을 지니고 있다. 윤 감독은 “순발력이 큰 키를 이기고 있다고 봐야 한다. 석희는 순발력뿐 아니라 지구력까지 갖추고 있다. 그야말로 쇼트트랙 선수로서는 타고난 몸이다”라고 했다.○ 노력하는 천재 심석희가 자칫 핸디캡이 될 수 있는 큰 키를 극복하고 있는 것은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쇼트트랙 훈련은 대표팀 내에서도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가장 노력하는 선수 중 한 명인 심석희는 그냥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부족한 점을 찾아서 채우는 스타일이다. 심석희는 팀 훈련이 끝난 뒤에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혼자 남아 얼음을 지치곤 했다. 선수들에게 강도 높은 훈련을 시켜 호랑이로 악명 높은 최광복 대표팀 코치는 “누군들 훈련이 괴롭지 않겠나. 그런데 석희는 스스로 고통을 감내한다. 부족한 게 있으면 될 때까지 훈련한다. 천재성을 타고난 선수가 성실함까지 갖췄기에 그를 당해낼 선수가 없다”고 했다. 남들이 다 인정해도 그는 스스로를 “여전히 많이 부족한 선수”라고 평가한다. 경기 운영 능력, 단거리 능력, 순발력 보완 등 그는 스스로를 여전히 채찍질한다. ○ “Never give up” 대개 순발력이 좋은 선수는 500m를 잘 탄다. 이번 올림픽 여자 500m 동메달리스트 박승희(22·화성시청)가 대표적이다. 지구력이 뛰어난 김아랑(19·전주제일고) 같은 선수는 1500m가 주 종목이다. 그런데 그 가운데인 1000m는 순발력과 지구력을 고루 요하는 종목이다. 두 가지를 고루 갖춘 심석희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쇼트트랙은 기록경기가 아니라 순위 경기이긴 하지만 세계 기록을 집계한다. 이 종목 세계 기록은 2012년 10월 22일 심석희가 세운 1분26초661이다. 21일 열리는 여자 1000m에 출전하는 심석희에게 또 하나의 낭보를 기대해도 좋은 이유다. 한국 쇼트트랙은 이번 올림픽에서 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심석희의 좌우명이 빛을 발할 때다. “Never give up(절대 포기하지 마).”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춘천 가족 중에 저만 ‘한국인’입니다” ▼귀화인 첫 金, 화교 3세 쇼트트랙 공상정 “대만 대표 제의 거절… 평창서도 애국가”18일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결선이 끝난 뒤 한동안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한 단어는 ‘공상정’이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공상정(18·유봉여고·사진)은 여자 3000m 준결선에서 3번 주자로 나서 한국의 결선 진출에 힘을 보탰다. 공상정은 대만 출신 화교 3세다. 최근 러시아로 귀화해 금메달을 목에 건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29)와 반대로 한국에 귀화해 금메달을 땄다. 그는 최초의 귀화 한국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이전까지는 탁구의 당예서(33)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 단체전에서 따낸 동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다. 공상정은 2011년 체육 우수 인재에 대한 복수 국적 취득의 길을 열어준 개정 국적법에 따라 특별 귀화했다. 공상정은 다섯 살 때 “너는 대만 사람이다”라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아버지에게 ‘내가 왜 대만 사람이냐. 난 한국 사람이다’라며 따진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강원 춘천시에 사는 공상정의 어머니 진신리 씨(47)는 딸이 태어나 첫 말문을 열었을 때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진 씨는 “언니와 동생은 모두 태어나 처음 말한 것이 중국어였다. 하지만 상정이는 한국어로 처음 말문을 열었다.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해외여행 때도 한국 음식이 없으면 끼니도 거를 정도다. 가족 중 국적이 한국인 사람도 공상정이 유일하다. 언니와 동생, 부모님 모두 대만 국적이다. 진 씨는 “해외여행 때 출입국 수속을 가족과 떨어져서 공상정 혼자 받는 것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라며 웃었다. 공상정이 귀화를 결심한 것은 2010년 첫 태극마크를 달고부터다. 주니어 국가대표로 선발됐지만 국적 문제로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출전을 포기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공상정은 “어차피 대표를 달아도 대회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애꿎은 다른 선수만 떨어졌다고 욕하는 분들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당시 대만빙상경기연맹은 공상정을 찾아와 국가대표를 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상정은 한국 대표로 뛰고 싶은 마음에 제의를 거절했다. 귀화를 결심한 뒤에도 가족들의 반대에 부닥쳤다. 진 씨는 “가족 중 누구도 한국으로 귀화하지 않았는데 혼자만 한다고 해 처음에는 반대했다. 하지만 상정이의 한국 국가대표에 대한 꿈을 꺾기는 힘들었다”고 말했다. 공상정은 태극마크를 달고 다시 올림픽에 나가는 게 목표다. 진 씨는 “상정이가 이제 정말 한국인으로 고국에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도 나가 애국가를 다시 한 번 듣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이를 악문 한국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이 그동안 흘린 땀과 노력을 바탕으로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부진한 성적,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29)의 선전, 빙상경기연맹의 파벌과 선수 선발 공정성 논란 등이 겹치며 침울해 있던 한국 선수단에 여자 쇼트트랙팀이 애타게 기다리던 금메달을 안겼다. 조해리(28·고양시청) 박승희(22·화성시청) 김아랑(19·전주제일고) 심석희(17·세화여고)가 이어달린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18일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4분09초498의 기록으로 1위로 골인하며 눈물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결선에서 세계기록을 세우고도 억울한 실격패를 당했던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4년 만에 완벽한 복수전을 펼쳤다. 4년 전 한국의 실격패를 유도했던 중국이 이번엔 실격을 당했다. 중국은 한국에 이어 2위로 골인했지만 실격을 당해 메달도 빼앗겼다. 경기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레이스였다. 초반 선두로 치고 나간 한국은 중반에 중국에 잠시 역전을 당하며 끌려갔다. 하지만 한국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심석희의 역주가 빛났다. 마지막 바통을 이어받은 심석희는 마지막 코너를 돌면서 리젠러우(중국)를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위는 한국보다 1초 이상 늦게 들어온 캐나다(4분10초641)가 차지했다. 동메달은 4분14초014로 골인한 이탈리아가 받았다.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대회까지 이 종목에서 4연패를 이룬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4년 전 밴쿠버 대회에서 빼앗겼던 정상 자리도 되찾았다. 심석희 박승희 김아랑은 이날 3000m 계주에 앞서 열린 여자 1000m 예선에서도 나란히 준준결선에 올라 21일 열리는 결선에서 또 한 번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박세영과 이한빈도 남자 500m 예선을 통과해 21일 결선에서 첫 메달에 도전한다. 한편 이승훈(26·대한항공)은 19일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 m에서 13분11초68로 4위에 오르며 아깝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전 세계 피겨 팬이라면 눈에 새겨 두고 싶은 경기가 있다. 소치 겨울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는 ‘피겨 여왕’ 김연아(24)의 마지막 무대다. 김연아가 출전하는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은 하이 디맨드(입장권 수요가 아주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행사나 경기) 이벤트다. 입장권은 매진된 지 오래고,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암표도 구하기가 어렵다. 소치 올림픽 조직위원회로부터 취재 아이디카드를 발급받은 각 나라 취재진도 입장권이 있어야 경기장 입장이 가능하다. 러시아의 쌍둥이 변호사 크리스티나-이아니나 트로우치 자매(30)는 여왕의 마지막 무대를 함께할 방법을 찾아냈다. 김연아의 경기가 열리는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의 자원봉사자가 되기로 한 것이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자매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국제관세법 관련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 소치 올림픽 자원봉사자 모집공고가 뜨자 이들은 곧바로 지원서를 냈다. 조건은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일하겠다는 거였다. 회사에 휴가를 낸 뒤 지난달 27일부터 소치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다. 쇼트프로그램이 열리기 하루 전인 18일 경기장에서 만난 자매는 김연아의 마지막 무대를 직접 볼 수 있다는 데 대해 무척 들뜬 표정이었다. 언니 크리스티나 씨는 “김연아는 굉장히 우아한 선수다. 점프나 스핀을 하지 않고 그냥 빙판 위에 있는 자체로 아름답다”고 말했다. 동생 이아니나 씨도 “김연아는 수준이 다른 연기를 한다. 다른 선수와는 비교할 수 없다. ‘퀸(Queen)’ 연아를 눈앞에서 보는 것은 믿기 힘든 광경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김연아와 러시아의 ‘신성’ 율리야 리프니츠카야 중 누구를 응원할까. 이아니나 씨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마음이 두 조각이 나 있는 것 같다. 올림픽 금메달이 한 개밖에 없다는 게 너무 아쉽다”고 답했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제발∼ 석희 찡(대표팀 언니 오빠들이 심석희를 부르는 애칭), 귀여운 척 좀 하지 말아줘. 손발이 오글거린단 말이야.” 소치 겨울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경기가 열린 18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 경기 전 전광판에는 ‘빙속 여제’ 이상화(24·서울시청)의 응원 모습이 떠올랐다. 옆에는 이상화의 선수촌 룸메이트이자 이날 경기에 출전한 박승희의 친언니인 박승주(24·단국대)가 자리했다. 6번째 올림픽인 이번 소치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살아있는 전설’ 이규혁(36·서울시청)의 모습도 보였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2연패에 성공한 이상화는 이날 손수 플래카드를 만들어 와 뜨거운 응원을 펼쳤다. 플래카드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금메달 아니어도 괜찮아. 다치지만 말아줘. 이미 당신들은 최고. 달려라! 조해리 박승희 공상정 김아랑 심석희.’ 가볍게 몸을 풀며 껑충껑충 뛰고 있는 심석희는 이를 보고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신다운(21·서울시청) 이호석(28·고양시청) 김윤재(24·성남시청) 등 함께 응원을 와 있던 남자 쇼트트랙 선수들은 이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타박하는 이들의 목소리에는 막내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애정이 담뿍 들어 있었다. 박승희는 경기 후 “언니들이 응원을 온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심금을 울리는 플래카드까지 만들어 와 너무 감동했다. 나뿐 아니라 우리 계주 선수들 모두가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15일 여자 1500m 경기 때는 자신의 경기를 앞둔 ‘피겨 여왕’ 김연아가 이상화와 나란히 응원을 하기도 했다.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언젠가부터 그의 이름 앞에는 에이스란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가녀린 두 어깨 위에는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감이 무거운 짐처럼 얹혀 있었다. 15일 소치 겨울올림픽 여자 1500m에서 은메달을 따고 난 뒤 심석희(17·세화여고)는 “주변의 기대에 부응치 못해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첫 올림픽 출전에서 값진 은메달을 땄지만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18일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막내이자 에이스인 그는 마지막 주자라는 또 하나의 짐을 져야 했다. 그렇지만 그는 더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심석희는 “언니들이 부담을 안 느끼도록, 아니 아예 느낄 틈을 주지 않으려는 것처럼 말을 많이 해 줬다”고 했다. 부담을 떨쳐 버린 그는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특히 마지막 2바퀴를 남겨 놓은 상황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선 후 보여준 혼신의 힘을 다한 역주는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레이스 막판 교체 타이밍에서 박승희가 심석희의 등을 밀어줄 때 심석희는 잠시 균형을 잃으면서 중국에 역전을 허용했다. 이대로 끝인가 싶었다. 하지만 심석희는 포기하지 않고 무섭게 중국 선수를 추격했다. 그리고 반 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마지막 코너 때 아웃코스로 돌면서 리젠러우(중국)를 제쳐 대역전극을 마무리했다. 심석희를 밀어주던 상황에 대해 박승희는 “제가 마지막에 추월을 당해 막내에게 큰 부담을 준 것 같아서 너무 미안했다. 경기가 끝나고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하지만 심석희는 “제 차례가 되자마자 앞으로 더 치고 나가려고 했다. ‘나갈 수 있다. 할 수 있다’고만 생각했다. 골인할 때까지 최대한 집중했다”고 말했다. 경기 후 중국의 실격이 선언되었기 때문에 만약 역전을 하지 못했어도 한국의 금메달이 확정되었겠지만 이날 심석희가 보여준 역주는 두고두고 남을 명장면이었다. 평소 수줍음을 많이 타는 심석희도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는 오른손을 흔들며 자축했다. 심석희는 “중국 선수를 앞서고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 정말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 소름이 돋았다. 짜릿하다는 표현밖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 잠시 기쁨을 표하던 심석희는 곧바로 많은 눈물을 얼음 위에 쏟았다. 그는 “그동안 다 함께 고생한 게 떠올랐다. 그래도 마지막에 함께 웃을 수 있어서 기쁜 마음에 눈물이 흘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해리도, 박승희도, 김아랑도 같은 말을 했다. 4년 전 밴쿠버 올림픽 결선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실격을 당했던 박승희는 “이 자리에 없는 (김)민정 언니, (이)은별 언니도 함께 기뻐해줄 것 같다. 금메달을 빼앗겼던 언니들과 같이 기쁨을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쌤(선수들이 선생님을 친근하게 부르는 말)을 위해 꼭 금메달을 따자. 그리고 포상금이 나오면 쌤 팔을 완전히 고쳐 드리자.”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박승희(22·화성시청)와 김아랑(19·전주제일고), 그리고 박승희의 친동생인 남자 대표팀의 박세영(21·단국대) 등 3명은 소치 겨울올림픽에 오기 전 자기들끼리 모여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이들이 말한 ‘쌤’은 2002년과 2003년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를 지내기도 했던 조남규 코치(29)다. 2012년 초 은퇴한 조 코치는 그해부터 경기 화성시 유앤아이센터 빙상장에서 이들을 가르쳐 왔다. 지도자로 변신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았던 그해 5월 초. 조 코치는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 팔을 크게 다쳤다. 한 달간 병원에 입원해야 할 만큼 큰 부상이었다. 병상에 누워 있던 조 코치는 막막했다. 평생 함께했던 얼음판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때 조 코치를 일으킨 것은 스승의 날인 5월 15일에 받은 아이들의 편지였다. ‘쌤이 열심히 치료 받으실 동안 전 더 열심히 운동하고 있을게요. 그러니깐 저희 염려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 또 집중하세요.’(김아랑) ‘쌤, 얼른 나으셔서 애들이랑 운동도 하시고 축구도 하셔야죠. 금방 오실 거라고 믿고 있을게요. 선수촌에 들어가지만 주말마다 나오니까 쌤 오실 때까지 애들 잘 데리고 있을게요.’(박승희) 그가 지도하던 아이들은 각자의 편지를 큰 종이 위에 붙여서 그에게 가져왔다. 자기들끼리 열심히 훈련하는 사진도 보여줬다.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바로 뛰어나가 아이들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일어서야 했다. 한 달 후 퇴원한 그는 성치 않은 몸으로 곧바로 스케이트장으로 출근해 아이들을 가르쳤다. 박승희는 조 코치가 사고를 당하기 직전인 2012년 봄에 국가대표가 됐고, 김아랑과 박세영은 그의 집중적인 지도를 받고 지난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국가대표가 된 이들은 태릉선수촌에 입소할 때면 국가대표 코칭스태프의 지도를 받았지만 개인 훈련을 할 때면 조 코치가 함께했다. 그렇게 이들 3명은 나란히 소치 올림픽에 출전했다. 조 코치는 현재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많이 회복됐다. 하지만 스케이트 날을 갈 때 등 정밀한 작업을 할 때는 아직 어려움이 남아 있다. 박승희와 김아랑, 박세영은 조 코치의 심정을 잘 안다. 아이들은 아직 “선생님 팔을 저희가 완전히 고쳐드릴게요”라는 말을 조 코치에게 직접 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조 코치 역시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안다. 박승희와 김아랑이 힘을 보태 이날 여자 3000m 계주에서 딴 금메달은 서로의 마음을 합친 결정체였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과 관련해 ‘파란색은 행운을 부른다’란 말이 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푸른색 드레스를 입은 선수가 우승한다는 속설이다. 1998년 나가노 올림픽의 타라 리핀스키(미국)를 시작으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의 세라 휴스(미국), 2006년 토리노 대회의 아라카와 시즈카(일본)가 모두 푸른색 계열의 드레스를 입고 우승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24)도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푸른색 드레스를 입고 정상에 올랐다. 당시 김연아를 도왔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캐나다)도 푸른색 넥타이를 맸다. 그렇지만 김연아는 이번 소치 올림픽 프리스케이팅에서는 검은색과 보라색이 섞인 의상을 입는다. 그는 “밴쿠버 때 푸른색을 입은 건 징크스 같은 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미 한 번 했으니까…”라고 말한 적이 있다. 밴쿠버 대회 때 간절히 금메달을 원했던 김연아는 항상 손에 끼던 묵주반지의 색깔에도 신경을 썼다. 묵주반지를 한국에 놓고 온 김연아는 캐나다 현지에서 평소 끼던 금색 반지를 구입하려다 오서 코치의 조언에 따라 은색 반지를 샀다. 금메달을 연상케 하는 물건이 부정을 가져올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소치 올림픽을 앞둔 김연아는 모든 것에 초연한 모습이다. “부담 없이 마음 편하게 즐기고 싶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휴식일이었던 15일에는 이상화(25·서울시청), 박승희(22·화성시청) 등과 함께 쇼트트랙 경기장을 찾아 응원을 했다. 쇼트프로그램 때는 노란빛이 감도는 ‘올리브 그린’ 색상 드레스를 입는다. 반면 밴쿠버 대회 때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빨간색 드레스를 입었던 아사다 마오(24)는 이번 올림픽 프리 때는 푸른색 드레스를 입기로 했다. 그렇지만 아사다에게는 또 하나의 징크스가 따라다닌다. 역대 여자 싱글에서는 러시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주제곡으로 사용해 우승한 선수가 없다. 그런데 아사다는 밴쿠버 대회에 이어 이번 올림픽에서도 프리스케이팅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선율에 맞춰 연기를 한다. 아사다의 주무기는 트리플 악셀인데 역대로 트리플 악셀을 뛰어서 우승한 선수도 없다. 김연아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러시아의 신성 율리야 리프니츠카야(16)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 나오는 빨간 코트를 입은 소녀로 변신한다. 당연히 빨간색 의상이다. 이 영화를 좋아한다는 리프니츠카야가 직접 이 곡을 골랐다. 코치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며 반대했지만 리프니츠카야가 끝까지 고집을 부려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켰다고 한다. 한편 17일 열린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조 추첨에서 김연아는 3조 5번째에 해당하는 17번을 뽑으며 자신이 싫어하는 조 마지막 순서를 피했다. 김연아는 관계자를 통해 “조 추첨 결과가 나쁘진 않다”라고 전했다. 김연아와 함께 출전하는 박소연(17·신목고)은 1조 두 번째, 김해진(17·과천고)은 2조 다섯 번째를 각각 뽑았다. 아사다는 30번으로 마지막 조의 마지막 순서를 받았다. 리프니츠카야는 5조 첫 번째로 연기한다.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은 한국 시간으로 20일 오전 2시 24분에 시작할 예정이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러시아에 사상 첫 쇼트트랙 금메달을 안긴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29·사진)의 러시아 내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수시로 안현수의 이름을 언급하며 칭찬할 정도다. 안현수가 경기장에 나타나면 러시아 관중은 “빅토르 안”을 연호한다. 한 자원봉사자는 안현수가 금메달을 딴 광경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러시아의 ‘국민 영웅’으로 떠오른 안현수는 부도 거머쥘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부가 소치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메달리스트에 대한 포상금을 대폭 올렸기 때문이다. 러시아 언론들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정부는 이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 400만 루블(약 1억2000만 원)의 포상금을 준다. 은메달과 동메달에는 각각 250만 루블과 170만 루블이 걸려 있다. 쇼트트랙 남자 1000m 금메달과 1500m 동메달을 딴 안현수는 연방정부 포상금으로만 570만 루블(약 1억7000만 원)을 받는다. 여기에 지방정부의 포상금이 더해진다. 안현수가 거주하는 모스크바 주는 금메달리스트에게 100만 루블을 준다. 은메달리스트와 동메달리스트에게는 각각 70만 루블과 50만 루블을 지급한다. 현재까지 안현수의 지방정부 포상금은 150만 루블(약 4500만 원)이다. 안현수는 500m와 5000m 계주를 남겨두고 있어 메달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500m는 안현수의 주종목이다. 안현수는 “체력에 맞게 500m 훈련에 집중해 한국에 있을 때보다 훨씬 좋아졌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월드컵 랭킹도 1위다. 한국은 박세영(21·단국대)이 500m 시즌 랭킹 6위, 이한빈이 37위여서 메달권과 거리가 멀다. 러시아 팀은 5000m 계주에서 월드컵 대회마다 수시로 메달을 땄다. 또 러시아에서는 종목이나 선수의 후원자가 메달리스트에게 따로 선물을 주기도 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아르센 갈스f은 ‘로디나’라는 건설회사로부터 거주지인 크라스노다르의 아파트를 선물로 받았다. 푸틴 대통령이 안현수에게 모스크바의 아파트를 준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한편 말레이시아는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7억 원 상당의 금괴를 줘 포상 규모가 가장 후하지만 아직 금메달을 딴 선수가 없다. 카자흐스탄은 약 2억7000만 원, 라트비아도 약 2억 원을 준다. 한국 선수들은 금메달을 따면 일시불로 6000만 원을 받거나 매달 100만 원을 연금으로 받는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소치=이헌재 uni@donga.com / 황규인 기자}

“운동을 너무 하고 싶었고 부상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너무 컸다. 그 때문에 내가 최대한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러시아에 오게 됐다.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8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딴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29)는 15일(현지 시간) 기자회견 내내 담담하면서도 또박또박한 어투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안현수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그의 귀화 과정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말에 “저도 많은 기사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얘기하기엔 너무 길어질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곧이어 “파벌 싸움 때문에 귀화를 한 게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저를 위해서, 운동하기 위해서 선택한 것이다. 예전에 어떤 일이 있었건, 다 잊고 내가 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서 귀화했다. 이로 인해 (한국 빙상에 대해) 안 좋은 기사가 나는 걸 원치 않는다. 한국 후배들에게도 좋지 않다. 경기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이런 일 때문에 후배들한테도 많이 미안하다. 앞으로 그런 기사들이 안 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남성잡지 맥심코리아가 9일부터 온라인에서 설문한 결과 16일 오후 10시 반 현재 응답자 2519명 중 2186명(86.8%)이 한국 대표와 안현수가 경합하면 안현수를 응원하겠다고 답했다.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소치 겨울올림픽에는 71명의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가 출전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이상화,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2연패를 노리는 김연아, 올림픽 무대를 처음 밟은 ‘빙판 위의 우생순’ 컬링 여자 대표팀 등…. 하지만 관심은 온통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선수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29)에게 쏠려 있다. 인터넷에서는 난리다. 파벌 싸움으로 얼룩진 한국 빙상계가 세계적인 선수의 앞길을 가로막는 바람에 안현수가 한국을 버리고 러시아를 택했다는 것이다. 》○ 파벌 다툼 있었나? 파벌 논란이 불거진 건 안현수가 토리노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목에 건 두 달 뒤였다. 2006년 4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남자 3000m 슈퍼파이널 결승에서 사달이 났다. 안현수가 앞서 가던 오세종과 이호석을 추월하는 과정에서 신체접촉으로 오세종은 중심을 잃었고, 이호석은 넘어졌다. 1위로 달리던 이호석은 결승선 골인을 한 바퀴도 남기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호석은 5위에 그쳤고, 안현수는 실격됐다. 오세종은 동메달을 땄다. 경기 직후 ‘파벌이 나뉜 한국 선수끼리 과잉 경쟁을 벌이다 나라 망신을 시켰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안현수는 당시 한국체대를 다니던 일명 ‘한체대파’였다. 동두천시청과 경희대 소속이던 오세종과 이호석은 ‘비한체대파’였다. 이들은 같은 대표팀이었지만 서로 다른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서로 대화도 없었고 밥도 따로 먹었다. 안현수는 당시 한 선배의 미니홈페이지에 “같은 시간에 운동해도 말 한마디 없다”고 썼다. 이호석은 “만일 같은 팀 선수였다면 그렇게 무리한 레이스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안현수는 2006년 세계선수권에서 2개의 금메달을 따며 개인 종합 1위에 올랐다. ○ 짬짜미(순위 담합) 논란 2006년 4월 당시 대표팀 선수들이 세계선수권을 마치고 귀국하던 날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안현수의 아버지와 대한빙상경기연맹 임원 간의 몸싸움이 있었다. 아버지는 안현수가 오세종과 이호석 때문에 레이스에 방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호석의 어머니는 “안현수가 이성을 잃고 애를 그냥 밀어버렸다. 형이 돼 갖고 세계 1위가 그게 할 짓이냐”고 반박했다. 말싸움은 짬짜미 논란으로 이어졌다. 한국 대표 선수가 결선에 2명 이상 뛸 경우 한 선수가 1위로 나서면 나머지 선수가 다른 나라 선수의 추월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한국 쇼트트랙이 세계 최강이 되는 데는 이 같은 짬짜미 작전이 큰 역할을 했다. 대표팀 출신의 한 코치는 “쇼트트랙은 원래 그런 종목이다. 대표팀이 늘 하는 작전의 하나다”라고 말했다. 과거 TV 해설가들도 한국 선수들이 결선에서 1, 2, 3위를 달릴 때 “다른 나라 선수들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한국 선수들이 서로 막아줘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하곤 했었다.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다른 나라 선수들도 짬짜미 작전을 하고 있다. ○ 안현수는 파벌 싸움의 희생양? 안현수는 고교생이던 2002년 1월 국가대표로 뽑혀 한 달 뒤 열린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 나갔다. 그는 2001년에 있었던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뽑히지 못했었다. 2002년 1월 춘천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이를 눈여겨본 당시 전명규 대표팀 감독이 그를 발탁했다. 대표 선발전에서 뽑힌 이재경이 부상당하자 대신 안현수를 선발한 것이다. 당시 쇼트트랙계의 주류이던 한국체대를 나온 전 감독은 현재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다. 안현수는 파벌 논란이 불거진 2006년 4월 이후에도 무릎 부상을 당한 2008년 1월까지 계속 국가대표로 뛰었다. 2007년 세계선수권에서는 금메달 2개를 따내며 개인 종합 1위에 올랐다. ○ 국가대표 선발전 시기 왜 바뀌었나? 세계선수권 종합 5연패를 달성한 안현수는 2008년 4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가지 못했다. 같은 해 1월 대표팀 훈련 중 무릎을 다쳤기 때문이다. 2009년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부상 후유증으로 9위에 머물렀고, 2010년 9월 선발전에서도 18위에 그쳤다. 2010년 또 한 번 논란이 빚어졌다. 당초 4월에 열리기로 돼 있던 국가대표 선발전이 9월로 미뤄지면서다. 빙상경기연맹이 안현수를 대표팀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선발 시기를 일부러 늦췄다는 주장이 나왔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병역 면제 혜택을 받게 된 안현수는 2010년 5월 4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받았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기초 군사훈련 이후로 미뤄지는 바람에 리듬이 깨진 안현수가 불이익을 봤다는 얘기다. 빙상경기연맹은 “당시 선발전을 미룬 것은 2010년 세계선수권에서 불거진 대표 선수의 승부조작 문제와 관련한 국회 대정부 질문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선발전을 연기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현수는 왜 러시아로 귀화했나? 안현수가 지금까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귀화 이유는 훈련할 수 있는 공간이나 환경적인 부분들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안현수는 2010년 12월 성남시청이 해체되면서 소속 팀까지 잃었다. 이후 혼자 훈련하면서 2011년 4월에 있을 국가대표 선발전을 준비했다. 안현수는 2011년 2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월 대표 선발전에서 반드시 (대표팀에) 복귀해 소치 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시상대의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현수는 4명을 뽑는 선발전에서 6위를 해 대표팀에 복귀하지 못했다. 그는 2011년 9월 언론 인터뷰에서 “국가대표로 생활할 때부터 러시아 측과 얘기가 오갔었다. 하지만 그때는 소속팀(성남시청)도 있고 군대 문제도 해결되지 않아 확실한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뒤 소속팀이 없어지고 군대 문제도 해결되면서 고민 끝에 귀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안현수는 한국체대 졸업을 앞두고 있던 2007년 12월 계약금 2억 원을 포함해 3년간 총액 5억 원을 받기로 하고 성남시청에 입단했다. 역대 국내 쇼트트랙 선수 중 최고 수준의 대우다. 이 때문에 소속팀을 잃은 안현수를 다른 팀에서 선뜻 데려가기는 쉽지 않았다. 반면 러시아는 소치 올림픽 후 러시아 대표팀 코치 자리까지 제안하는 등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이종석 wing@donga.com / 소치=이헌재 기자}

결승선을 통과한 심석희(17·세화여고)는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최광복 여자 대표팀 코치 앞에 가서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값진 은메달이었다. 하지만 심석희는 주변의 기대에 부응치 못했다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15일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선. 금메달 0순위로 꼽혔던 심석희는 경기 막판까지 줄곧 선두를 달렸지만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두고 저우양(중국)에게 추월을 허용하고 말았다.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이 종목 우승자인 저우양은 올림픽 2연패를 이뤘다. 심석희는 “금메달을 못 딴 것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아쉬움을 느낀다. 또 기대해주신 분들의 기대에 못 미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울먹였다. 그러나 처음 출전한 올림픽치고는 잘한 레이스였다.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중압감을 잘 버텨냈다. 예선과 준결선에서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결선에서는 지구력과 순발력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자신의 장점을 잘 살렸다. 이날 저녁 올림픽파크 메달 플라자에서 열린 메달 시상식에서 심석희는 몇 시간 전의 아쉬움을 훌훌 털어버린 모습이었다. 평소 수줍게만 웃던 소녀는 시상대 위에서는 두 팔을 벌려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며 활짝 웃었다. 심석희에게는 아직 웃을 일이 남아 있다. 18일 같은 장소에서 여자 3000m 계주가, 21일에는 여자 1000m 경기가 열린다. 여자 3000m 계주는 심석희가 가장 우승하고 싶다고 말해왔던 종목이다. 대표팀 막내인 그는 “올림픽을 향해 다 함께 고생해 온 언니들과 좋은 성적을 내고 시상대 위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계주 대표팀은 올해 4차례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가운데 3번이나 우승할 정도로 최강 전력을 갖추고 있다. 21일 여자 1000m 역시 심석희가 잘 타는 종목으로 올해 월드컵에서 3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심석희에게 올림픽 축제는 이제 시작이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빙속 여제’ 이상화(25)의 신기록 행진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소치 겨울올림픽 빙상 종목에서는 좀처럼 기록 경신을 보기 힘들다. 13일까지 세계신기록은 전혀 없었으며 2명이 올림픽신기록을 세웠을 뿐이다. 이상화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레이스에서 합계 74초70(1차 37초42, 2차 37초28)으로 신기록의 이정표를 세웠다. 남자 5000m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는 역대 올림픽 사상 가장 빠른 6분10초76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록 기근은 낮은 해발 고도 때문이다. 고도가 낮을수록 기압은 높아지고 공기 밀도가 커져 스피드 향상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빙상 경기가 열리는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는 해발 4m에 위치해 있다. 이상화가 깨뜨린 이 종목의 종전 올림픽기록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나왔는데 경기장 해발 고도는 1330m였다. 스포츠 과학자들에 따르면 이상화가 이번과 같은 컨디션으로 소치가 아닌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경기를 했다면 0.5초 이상 단축했을 것이란 예측을 내놓았다. 소치 빙상장은 흑해 연안에 있어 높은 습도로 빙질을 떨어뜨려 기록 단축을 저해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상화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최적의 장소였다면 자신이 지난해 월드컵 때 세운 세계신기록(36초36)도 깨뜨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상화는 14일 소치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체중 감량의 효과가 컸다. 프로필에 나온 62kg보다 더 뺐다. 체중이 줄면 몸이 가벼워져 스케이팅이 훨씬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또 그는 “엄청난 부담감을 이겨내 뿌듯하다. 지난해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자신감이 생겼다. 본인의 운동량과 어떻게 노력했느냐에 따라 기록이 나오는 것이다. 남은 기간 2연패의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 가볍게 운동하면서 동료들을 응원하러 다니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상화는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김연아에 대한 덕담도 빼놓지 않았다. “연아도 하던 대로 하면 잘할 것 같다. 아까 연아랑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즐기라’고 했는데 연아는 나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긴장하는 기색이 전혀 없더라.” 한편 자신의 결혼설이 나온 데 대해 이상화는 “말도 안 되는 추측성 기사다. 놀랍고 당황스럽다”며 손사래를 쳤다.김종석 kjs0123@donga.com / 소치=이헌재 기자}

2010년 캐나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토론토에서 훈련 중이던 김연아(24)와 저녁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고깃집에 들어선 김연아는 거침없이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체중 증가를 걱정한 주변 사람들이 “그만 좀 먹으라”며 눈치를 주는 와중에도 김연아는 기회다 싶었던지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연맹 관계자는 “평소에 얼마나 먹고 싶었겠나. 연아가 이렇게 대식가인 줄 몰랐다”고 했다. 그즈음 공개된 김연아의 식단은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고달픈 이면을 여실히 드러냈다. 아침은 한식으로 먹고 점심과 저녁은 과일과 요구르트, 그리고 시리얼을 먹는 게 다였다. 김연아는 “성장기에는 물과 풀만 먹어도 살이 쪘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마지막 선수 생활 무대인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김연아는 먹을 건 다 먹어가면서 운동을 한다. 김연아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나이가 들어서인지 요즘은 오히려 살이 빠져 체중을 늘리려 노력 중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치 입성 3일째를 맞은 14일(현지 시간) 김연아의 소속사 올댓스포츠 관계자는 “한국 음식을 많이 가져왔다. 밥을 해 먹기 위해 밥솥도 들고 왔다. 김연아는 고기와 채소, 생선을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있다”고 전했다. 김연아는 태릉선수촌 조리사들이 제공하는 코리아 하우스의 한식 도시락도 애용할 예정이다. 이에 반해 한창 성장기를 맞은 박소연(신목고)과 김해진(과천고·이상 17)은 엄격한 식단 조절을 하고 있다. 밴쿠버 대회 때와 비슷한 점도 있다. 김연아는 소치 올림픽에서도 밴쿠버 때처럼 선수촌 대신 호텔에서 묵는다. 경기장인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연아는 공식 연습을 할 때만 경기장이나 스케이팅 트레이닝 센터를 찾아 스케이트를 탄다. 지상(地上) 훈련은 선수촌 내 시설을 이용한다. 13일 첫 훈련과 14일 두 번째 훈련이 열린 스케이팅 트레이닝 센터에는 세계 각국의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얼추 20대가 넘는 방송 카메라가 김연아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녔다. 김연아는 첫 훈련일인 13일에는 초반 얼음 적응에 애를 먹었다. 트리플 플립 점프가 제대로 구사되지 않자 3, 4차례 같은 점프만 집중적으로 뛰었다. 약 30분이 지나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듯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등 고난도 점프도 무난히 성공했다. 이후엔 쇼트프로그램 ‘어릿광대를 보내주오’에 맞춰 연기를 했다. 14일에는 프리스케이팅 ‘아디오스 노니노’의 탱고 선율에 맞춰 연기를 점검했다. 김연아는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러시아의 ‘신성’ 율리야 리프니츠카야(16)와의 대결을 묻는 질문에 “연기는 영상을 통해서 봤다. 그 선수는 이제 막 데뷔한 선수이고, 나는 마지막을 향해 가는 선수라 올림픽의 의미가 다르다”고 답했다. 14일 김연아의 연습을 지켜본 방상아 SBS 해설위원은 “리프니츠카야가 잘하긴 하지만 이제 겨우 풋사과다. 올림픽 챔피언까지는 아직은 이른 선수고 김연아와는 격차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최국의 홈 어드밴티지는 있을 수밖에 없고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김연아가 좋은 연기를 펼친다면 지나치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반성해야죠.” 믹스트 존(공동 취재 구역)으로 들어선 모태범(25·대한항공·사진)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였다. 모태범은 12일(현지 시간) 소치 아들레르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12위(1분09초37)에 그쳤다. 10일 열린 남자 500m에서는 4위를 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500m 금메달, 1000m 은메달을 땄던 모태범으로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성적표였다.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월드컵 시리즈에서 두 종목 모두 좋은 성적을 올렸던 터라 충격은 더욱 컸다. 하지만 모태범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만은 않았다. 긴장 속에 맞았던 올림픽이 끝났다는 안도감,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뿌듯함, 그래도 기대했던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는 아쉬움 등이 교차하는 듯했다. 인터뷰 중간 중간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모태범은 “4년간 노력을 많이 했다. 정말 힘들게 운동했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잘 안 돼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런데 올림픽이란 무대는 죽어라고 한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다”고 담담히 심경을 밝혔다. 실제로 모태범은 대표팀 내에서 가장 운동을 많이 한 선수로 꼽힌다. 어릴 적부터 바퀴 달린 것은 뭐든지 좋아했다는 그는 지난해 이맘때 자신의 보물 1호이자 애마였던 스포츠카를 처분했다. 소치 올림픽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발전한 부분도 있었다. 남자 500m에서 기록한 1, 2차 레이스 합계 69초69는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당시의 기록(69초82)보다 0.13초나 빨랐다. 하지만 경쟁자들은 모태범보다 훨씬 더 커 있었다. 500m의 부담감은 1000m로 이어졌다. 조 편성에서 아웃코스를 뽑은 것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희미한 웃음 속에서 모태범은 4년 뒤 한국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솔직히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있다. 그런데 이대로는 너무 억울하다. 다시 도전하겠다. 한번 멋지게 해보고 은퇴하고 싶다”고 했다. 목표는 여전히 1000m다. 모태범은 “4년 전 밴쿠버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 500m에서 우승했다. 누구도 못 가본 1000m에 욕심이 생긴다. 이번 올림픽의 실패를 바탕으로 후배들과 함께 4년 후를 노려보겠다”고 했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묻는 질문에 “우선 푹 자고 싶다”고 말한 모태범은 “한국에 돌아가면 1년간 제대로 못 탔던 자동차를 타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 가장 먼저 카트장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쇼트트랙 단거리 종목인 500m는 순발력 싸움이다. 안쪽 1번 레인을 받는 선수가 가장 유리하다. 초반 스타트에서 앞서 나간다면 우승 가능성은 높아진다.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선이 열린 13일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 준준결선과 준결선을 1등으로 통과한 박승희(22·화성시청)는 1번 레인을 배정받았고, 초반 스타트에서도 가장 먼저 치고 나갔다. 한국 쇼트트랙의 새 역사가 만들어지는 듯했다. 그동안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에서 나온 한국의 유일한 메달은 전이경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위원이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 딴 동메달이었다. ○ 금메달은 신의 영역 하지만 올림픽 금메달은 신이 내린다고 했던가. 승리의 여신은 결정적인 순간에 고개를 돌렸다. 두 번째 코너를 돌면서 무리하게 추월을 시도하던 엘리스 크리스티(영국)가 넘어지면서 그 여파로 박승희마저 미끄러져 안전 펜스에 부딪치고 말았다. 3위로 달리던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도 함께 넘어졌다. 그래도 박승희는 넘어진 선수 중 가장 앞서 있었기 때문에 빨리 달려 나간다면 은메달까지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빨리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했던 박승희는 한 번 더 넘어졌고 4명의 결선 진출 선수 가운데 가장 늦은 54초207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크리스티가 실격 판정을 받으면서 4위로 골인한 박승희는 동메달을 획득했지만 다 잡았던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에 눈물을 글썽일 수밖에 없었다. 최광복 여자 대표팀 코치는 “이게 바로 쇼트트랙이다. 의외의 변수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그래도 한국이 약했던 여자 500m에서 자력으로 결선에 진출해 동메달까지 따냈다. 감사히 받아야 한다. 승희가 두 번이나 넘어졌지만 빨리 털고 일어나 나머지 레이스를 잘 마쳤다”고 말했다. 눈앞에서 금메달을 놓친 박승희로서는 억울할 만도 했다. 이 경우엔 왜 재경기를 하지 않았을까.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정한 쇼트트랙 규정에 따르면 스타트 후 25m 정도의 거리에 있는 4번째 검은색 블록(아펙스 블록)에 도달하기 전 상대 선수에 의해 넘어졌다면 무조건 재출발을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날의 충돌 상황은 거의 한 바퀴를 다 돌기 전에 벌어져 해당 사항이 없었다. 규정에는 또 레이스 중 1∼3위 선수가 한꺼번에 넘어질 경우 레퍼리(심판) 재량에 따라 재출발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렇지만 올림픽 같은 큰 대회에서 재출발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빙상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낙담보다는 희망을 빙판에서는 아쉬움에 펑펑 눈물을 쏟던 박승희는 믹스트 존(공동취재구역)으로 들어왔을 때는 한결 안정된 모습이었다. 그는 믹스트 존에 들어서서도 눈물을 쏟았다. 가족 생각을 하면서 흘린 눈물이었다. 박승희는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동메달도 제게는 값지다. 4년 전 밴쿠버 대회 계주에서 1위로 들어오고도 실격당했을 때는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지만 지금은 기쁨이 더 크다. 이 종목에서 메달을 딸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다. 스스로가 너무 대견하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이 종목에서 16년 만에 나온 메달이라고 말하자 그는 놀란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정말요? 그러면 저 잘한 거죠?”라고 되묻기도 했다. 그는 또 “순발력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후배들에게 단거리에도 메달 가능성이 있다는 걸 보여줘 뿌듯하다”고 말했다. 박승희는 두 번째 넘어지는 과정에서 오른 무릎을 다쳐 15일 출전 예정이던 1500m에는 불참하기로 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강세 종목인 1000m와 1500m, 3000m 계주를 남겨 두고 있어 아직 낙담하기는 이르다. 한편 이한빈(26·성남시청)-박세영(21·단국대)-신다운(21·서울시청)-이호석(28·고양시청)이 이어 달린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이날 5000m 계주 준결선에서 이호석이 4바퀴를 남기고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바람에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를 따낸 한국 남자 계주팀이 결선 진출에 실패한 것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준결선에서 실격한 이후 12년 만이다. 반면 안현수(빅토르 안)가 이끈 러시아는 조 1위로 결선에 진출했다.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