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이헌재 부장

동아일보 스포츠부

구독 57

추천

별로 중요하지 않은, 하지만 누군가에겐 재미있을지도 모를 스포츠의 뒷담화를 전해드립니다.

uni@donga.com

취재분야

2025-11-28~2025-12-28
칼럼42%
생활/가정33%
스포츠일반7%
사회일반3%
국제일반3%
야구3%
日프로야구3%
문화 일반3%
메이저리그3%
  • [소치]힘내라 소치 전사들… 후배-선배-가족의 응원편지

    《 올림픽에 나간 선수만큼 가슴을 졸이는 사람이 있다. 가족과 가족처럼 친한 이들이 그렇다. 스피드스케이팅 이규혁(36)의 고려대 후배인 ‘역도 여제’ 장미란(31), 여자 쇼트트랙 심석희(17)의 아버지 심교광 씨(51), 프리스타일 모굴스키 최재우(20)의 멘토인 ‘뜀틀의 신’ 양학선(22)이 소치의 태극전사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정리했다. 》● 올림픽 6회 출전만으로도 오빠는 나의 영원한 챔피언장미란이 빙속 이규혁에게오빠, 소치는 어때? 소치로 떠나기 전 함께 밥 먹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대회 출전일(10일)이 다가왔네. 아프다던 허리가 괜찮아졌는지 걱정이야. 그래도 개회식 때 기수로 태극기를 들고 당당하게 입장하는 모습을 보니 다 나은 것 같던데. 소치 올림픽에 나가는 오빠에게선 2년 전 런던 올림픽에 나갈 때의 내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 같아 안쓰러워. 몸은 아픈데 내색은 할 수 없고, 후배들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마지막이라는 부담감도 크고. 그래도 항상 밝고 쾌활한 오빠는 대단한 것 같아. 남들은 한 번도 나가기 힘든 올림픽을 여섯 번이나 나갔으니까. 나도 서른 살에 은퇴했는데 나보다 훨씬 먼저 태릉선수촌에 들어간 오빠는 아직도 선수잖아. 그러고 보면 우리가 친해진 것도 참 신기해. 2010년 밴쿠버 올림픽 후 태릉선수촌 물리치료실에서 만나 얘기를 나눈 뒤 친해졌잖아. 달라도 너무 다른 우리가 왜 밥도 먹고 연락도 주고받는 걸까. 오빠는 날 꽉 막혔다고 생각하고, 난 오빠를 철없다고 생각하잖아. 그래도 오빠는 항상 나한테 말하지. “내가 다른 사람한테는 전혀 꿀릴 게 없어도 세계선수권 5번 우승한 사람한테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나는 들어 올리는 종목(역도)이라 부상에 발목이 잡혔지만 오빠는 스케이트를 타니까 그냥 휙 지나가면 되지 않을까. 그냥 그렇게 부담 없이 타면 오빠의 숙원인 올림픽 메달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 같아. 나랑 대화를 하고 나면 항상 마음속에 불이 붙는다고 했지. 그 불을 가슴에 안고 후회 없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어. 마지막까지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돌아오길 기도할게. 오빠는 올림픽 6회 출전만으로 내 마음속의 챔피언이야. ● 내 기술 비슷한 3바퀴 회전, 눈밭에서도 꼭 펼쳐주렴양학선이 모굴스키 최재우에게재우야, 많이 떨리지? 오늘(10일) 네가 그토록 기다리던 첫 올림픽 무대에 서는구나. 출전이 확정됐을 때 전화를 걸어 아이처럼 기뻐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가 처음 만난 지도 벌써 1년이 넘었네. 보자마자 “형, 점프 잘하는 비결 좀 가르쳐 주세요”라고 묻던 네 모습이 기억난다. 그땐 난데없는 질문에 당황스러웠어. 나중에 네가 모굴스키 선수라는 것을 알고 나처럼 점프에 목숨 건다는 것을 알고 웃음이 났다. 알다시피 나는 직접 개발한 세 바퀴 비틀어 돈 뒤 정면으로 착지하는 ‘양학선’ 기술로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어. 너도 내 기술과 비슷한 1080도 회전으로 메달을 꿈꾸고 있는 것 잘 알아. 형이 얘기했지? 점프 뒤 몸을 트는 것보다는 미리 몸을 돌리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그 뒤로 점프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들었어. 밤늦게 점프에 대해 질문할 때는 귀찮기도 했지만 네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잘 알겠더라. 같은 학교(한국체대) 다니면서도 자주 밥을 사주지 못해 미안해. 그래도 시간이 날 때면 너한테 연락해 밥 먹자고 하는 것 알지? 첫 올림픽이라 긴장이 많이 되겠지만 부디 다치지 말고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 얻길 기대할게. 참, 나는 런던 올림픽에서 경기를 마친 뒤 다른 종목 선수들의 경기를 보거나 친하게 어울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어. 너는 다른 선수들과도 친하게 지내고 다른 종목 경기도 보러 가길 바라. 재우야. 잘하고 와서 보자. ● 대견하고 안쓰러운 막내야, 좋아하는 떡 많이 싸갈게쇼트트랙 심석희 아버지가 딸에게벌써 보고 싶네, 우리 막내딸. 지난달 네가 프랑스로 전지훈련을 떠날 때 공항에서 잠깐 보고 벌써 3주가 흘렀구나. 네가 전지훈련지에서나 러시아 소치에서 재미있게 하고 있다고 하니 마음은 든든하다. 아빠도 너에게 자주 연락을 하고 싶지만 부담을 줄까 봐 그러지 못하겠구나. 네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쇼트트랙에 재능을 보여 좀 더 좋은 지도를 받기 위해 서울로 전학 가야 했을 때 아빠는 참 힘들었단다. 고향인 강릉을 떠나는 것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것도 아빠에게는 큰 도전이었어. 그래도 네가 어떻게든 쇼트트랙 선수로 크게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으로 그런 선택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빠의 선택이 옳았던 것 같다. 2018년 평창올림픽을 바라봤는데 그보다 4년이나 빨리 기회를 잡았잖니. 악바리 같은 너의 성격과 노력 덕분이지만 5년 전 강릉을 떠날 때만 해도 아빠는 이렇게 빨리 세계 정상권으로 올라갈 줄 몰랐다. 아빠는 우리 딸이 자랑스럽지만 미안하기도 하구나. 또래 다른 친구들처럼 학교생활 제대로 하고, 친구들을 자주 만나 이야기도 나눠야 하는데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훈련만 하는 너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조만간 아빠가 소치로 갈 수도 있단다. 경기를 직접 보며 응원할 생각을 하니 벌써 설레는구나. 네가 좋아하는 떡도 싸갖고 갈게. 어렸을 때부터 유독 떡을 좋아하지 않았니. 아빠는 네가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웃었으면 좋겠다. 중요한 건 금메달이 아니라 노력했다는 사실 아니겠니. 석희야, 사랑한다.김동욱 creating@donga.com / 소치=이헌재 기자}

    • 2014-02-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소치]경기 화성 아파트 1601호 ‘메달이 넝쿨째’

    한집에서 국가대표 선수가 한 명만 나와도 가문의 영광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소치 겨울올림픽에는 박승주(24·단국대)-박승희(22·화성시청)-박세영(21·단국대) 등 3남매가 동반 출전한다. 한국 올림픽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이들이 사는 경기 화성시 A아파트 1601호는 그런 점에서 기적 같은 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1601호의 기적은 그게 끝이 아니다. 이 집에는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아랑(19·전주제일고)도 함께 산다. 3남매의 어머니 이옥경 씨는 “예전 우리 애들이 어릴 때 전주로 전지훈련을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아랑이와 인연을 맺게 됐다. 재능이 특출했던 아랑이가 서울 쪽에서 훈련을 하고 싶어 한다고 해 2008년부터 같이 살게 됐다”고 말했다. 1601호의 큰 방에는 2층 침대 한 개와 싱글 침대 하나가 놓여 있다.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하다가 주말에 외박을 얻으면 여자 선수들인 박승주, 박승희, 김아랑이 이 방에서 함께 잔다. 3남매의 아버지 박진호 씨는 “아랑이는 이제 우리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우리 집 제사도 함께 지낼 정도”라며 웃었다. 이 집에는 또 한 명의 국가대표가 있다. 박승희와 사랑을 키워가고 있는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이한빈(26·성남시청)이다. 이 씨는 “외박을 나온 날 가끔 한빈이도 와서 자고 가곤 하는데 5명이 한꺼번에 뒹굴고 가면 온 집안이 아수라장이 된다. 그래도 서로 의지하면서 고된 훈련을 이겨내는 걸 보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인 박승주를 제외하고 나머지 4명은 쇼트트랙에 출전한다. 실력도 뛰어나 이들은 10일부터 시작되는 소치 올림픽 쇼트트랙 개인전 출전 명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남녀 3명씩만 출전할 수 있는 개인전 멤버 6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4명이 1601호 출신인 셈이다. 이날 열리는 남자 1500m 예선과 결선에는 이한빈과 박세영이 출전해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에 도전한다. 박세영은 예선에서 러시아에 귀화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와 함께 2조에 배정됐다. 이한빈은 외신들도 인정하는 유력한 메달 후보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2013∼201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차 월드컵 같은 종목에서는 은메달을 땄다. 박세영은 같은 대회 5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승희와 김아랑은 이날 시작되는 여자 500m 예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메달 사냥에 나선다. 여자 쇼트트랙 결선 500m는 13일, 1500m는 15일, 1000m는 21일에 각각 열린다. 박승희는 500m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이고 김아랑은 1500m와 1000m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김아랑은 월드컵 2차 대회 1500m에서 심석희(17·세화여고)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들 4명은 또 남녀 계주에도 출전한다. 어머니 이 씨는 “밴쿠버 올림픽에 다녀온 승희가 결과를 떠나 올림픽은 축제라고 하더라. 우리 아이들이 그 축제를 맘껏 즐기고 왔으면 좋겠다. 실수 없이 건강하게 돌아오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2-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소치 취재파일/이헌재]멋진 경기장… 열성 자원봉사… 칭찬거리도 많네요

    칸막이 없이 나란히 세워진 2개의 변기, 노란색 수돗물, 떠돌아다니는 개떼, 문이 안 열리는 욕실…. 서방 언론은 하루가 멀다 하고 소치 올림픽을 비난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대놓고 조롱을 합니다. 기사대로라면 소치는 사람이 살 수 있는 동네가 아닙니다. 소치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테러 등 각종 우려 속에서도 개막식은 잘 치러졌고, 경기도 예정대로 열리고 있습니다. 서방 언론의 ‘소치 때리기’는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과 러시아의 불편한 관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큽니다. 서방 국가 원수들은 7일 개막식에도 대거 불참했지요. 그래서 오늘은 현지에서 느낀 소치 올림픽의 좋은 점을 꼽아볼까 합니다. 무엇보다 환상적인 것은 날씨입니다. 한겨울이지만 빙상 경기가 열리는 소치 해안 클러스터의 잔디는 푸른색입니다. 하루 종일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고 있어 낮에는 얇은 점퍼 하나면 충분합니다. 반면 멀리 산악지대의 높은 산봉우리에는 만년설이 쌓여 있습니다. 감탄사가 나올 만한 풍경입니다. 새로 지은 경기장 및 교통도 훌륭합니다. 빙상장의 얼음 온도는 차갑게 관리하면서도 관중석 온도는 섭씨 15∼16도를 유지합니다. 아예 점퍼를 벗고 관전할 수 있습니다. 경기장을 도는 셔틀버스는 24시간 운행합니다. 가장 콤팩트(compact)하다는 평가를 받는 올림픽답게 경기장 사이사이를 걸어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러시아 국민들의 정성입니다. 소치 올림픽에는 3만 명에 가까운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전역에서 온 이들은 외국에서 온 취재진이나 관람객들을 따뜻한 미소로 맞이합니다. 이들 가운데는 직장인이 많습니다.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휴가를 내고 소치로 달려왔습니다. 9일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리는 아들레르아레나에서 만난 20대 여성 이리나 파노바 씨도 그랬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박물관 직원이라는 그는 “소치 올림픽은 우리나라에서 단 한 번밖에 볼 수 없는 올림픽이다. 힘들지만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세어학당에서 한국말을 배웠다는 그는 “4년 뒤 평창올림픽도 보러 오라”는 말에 “그럼 ‘대박’이죠”라고 말하더군요. 평창올림픽의 성공 역시 우리 국민들의 관심과 정성에 달려 있을 것 같습니다. 이헌재·스포츠부 기자 uni@donga.com}

    • 2014-02-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소치]이승훈 “한국 메달 물꼬, 이번에도 내가…”

    흔히 네덜란드는 축구에 죽고 사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네덜란드 국민들이 국기(國技)로 여기는 종목은 스피드 스케이팅이다. 네덜란드는 스피드스케이팅이 처음 생긴 나라다. 13세기경부터 나무 바닥에 쇠날을 달아 타기 시작했다. 겨울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네덜란드 열성 팬들은 나라의 상징색인 오렌지색으로 온 몸을 뒤덮고 광적인 응원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네덜란드는 2010년 밴쿠버 대회까지 올림픽에서만 총 86개의 메달을 획득했는데 그중 82개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나왔다. 그런 네덜란드 팬들이 특별하게 기억하는 외국 선수가 하나 있다. 한국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이승훈(26·대한항공)이다.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는 꽤 오래전부터 세계적으로 기량이 평준화됐다. 하지만 장거리는 다르다. 네덜란드 선수들은 여전히 세계 최강이다. 특히 ‘장거리의 황제’ 스벤 크라머르는 수년째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런 크라머르를 이긴 유일한 아시아 선수가 바로 이승훈이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남자 1만 m에서 레이스 막판 코스 착오로 실격을 당한 크라머르를 이기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경기장을 뒤덮은 ‘오렌지 군단’은 크라머르의 실격을 큰 충격으로 받아들였지만 이승훈의 역주에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승훈은 앞서 열린 남자 5000m에서도 은메달을 따내 네덜란드 팬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7일 개막한 소치 올림픽에서도 스피드스케이팅이 열리는 아들레르 아레나는 오렌지 군단으로 채워진다. 이승훈은 8일 오후 8시 반(한국 시간)부터 시작되는 남자 5000m에서 두 대회 연속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이승훈의 경쟁자는 역시 네덜란드 선수들이다. 객관적인 기량으로 볼 때 크라머르가 실수를 하지 않는 한 그를 이기기는 쉽지 않다. 크라머르는 이번 시즌 세 차례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서 모두 우승하는 등 최강자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이승훈은 4차례의 월드컵에서 두 번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남자 장거리 월드컵 랭킹 3위에 랭크돼 있다. 현실적인 이승훈의 목표는 메달 획득이다. 랭킹 2위 호리트 베르그스마와는 기록 차가 얼마 나지 않아 은메달까지 노려볼 만하다. 이승훈은 1일 전지훈련지인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에서 열린 네덜란드 오픈 남자 3000m에서 크라머르와 함께 출전해 마지막 테스트를 치렀다. 이승훈은 그 대회에서 3분45초00을 기록하면서 크라머르(3분44초02)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에도 네덜란드 팬들은 이승훈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7일 조 추첨 결과 파트리크 베커트(독일·월드컵 랭킹 8위)와 마지막 조인 13조에 편성된 이승훈은 “색깔을 떠나 메달 자체를 따는 게 중요하다. 올림픽에도 흐름이란 게 있다. 내가 첫 메달을 땀으로써 밴쿠버 대회에서처럼 전체 한국 선수단 선전의 기폭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2-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소치]사랑도 더블… 메달도 더블… 얼음 위의 ‘황금 커플’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의 곁을 지키며 그의 부활을 도운 연인 우나리 씨(30)는 러시아 소치 현지에서도 단연 화제다. 안현수는 5일 소치 아들레르 선수촌 국기광장에서 열린 러시아 선수단의 입촌식 때도 우 씨와 자리를 함께해 집중적인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훈련장이건 행사장이건 그들은 실과 바늘처럼 항상 같이 다닌다. 둘은 행사가 끝난 뒤 나란히 손을 잡고 퇴장했다. 한국 선수단 내에도 사랑의 힘으로 올림픽을 맞이하는 선수들이 있다. 쇼트트랙 대표팀의 이한빈(26·성남시청)-박승희(22·화성시청) 커플이 대표적이다. 프랑스 전지훈련을 마치고 전날 소치에 입성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6일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첫 공식 연습을 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쇼트트랙 선수단의 훈련은 고되기로 유명하다. 그렇지만 그들은 혼자가 아닌 둘의 힘으로 힘든 훈련을 이겨냈다. 훈련 때는 티를 내지 않지만 훈련장을 벗어나거나 이동을 할 때면 따뜻한 눈빛을 주고받는다. 소치 올림픽 대표 선발전이 열린 지난해 3월 박승희는 큰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남자친구인 이한빈은 물론 친동생인 박세영(21·단국대)이 함께 출전해 경쟁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한빈이 1위, 박세영이 2위로 선발전을 통과하면서 함께 소치 땅을 밟게 됐다. 박승희는 “농담처럼 한빈 오빠를 응원한다고 했다가 엄마한테 눈치를 받기도 했다”고 했다. 이한빈은 “승희를 처음 봤을 때 한눈에 반했다. 힘든 과정을 이겨내는 데 승희가 큰 힘이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한빈-박승희 커플은 이번 올림픽에서 동반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늦깎이로 태극마크를 단 이한빈은 한국 남자대표팀의 실질적인 에이스다. 외신들도 이한빈이 남자 1500m와 1000m에서 메달을 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동메달 2개를 따낸 박승희는 이번 대회에서는 금메달에 도전한다. 주 종목인 여자 500m 최강자였던 왕멍(중국)이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금메달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이한빈이 선전한다면 대한민국 대표팀의 겨울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 커플이 탄생할 수도 있다. 첫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룬 여자 컬링 대표팀의 스킵(주장) 김지선(27·경기도청)도 지금의 남편이 없었다면 소치에 오지 못했을 것이다. 김지선은 중국 유학 시절 만난 중국 남자 컬링 국가대표 쉬샤오밍(30)과 지난해 5월 결혼했다. 둘은 올림픽에 매진하기 위해 신혼여행도 올림픽 이후로 미뤘다. 김지선은 “오빠가 나보다는 경험과 노련미가 있어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해 준다. 같은 선수로서 힘든 점을 잘 이해해 준다. 자주 만날 수는 없지만 화상전화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정영섭 여자 컬링 대표팀 감독은 “쉬샤오밍은 정말 예의 바르고 반듯한 선수다. 우리 선수들이 모두 형부라고 부른다. 그런데 중국 여자 대표팀이 우리한테 질 때면 ‘중국 팀 안에 스파이가 있다’는 농담을 한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외국 선수 중에는 게리(46)-앤절리카 디 실베스트리(48) 부부가 도미니카 대표로 크로스 컨트리에 동반 출전한다. 미국인인 이들은 몇 해 전 카브리 해 연안의 도미니카에서 어린이 병원 설립에 기여한 공로로 이 나라 시민권을 받았다. 이전까지 한 번도 겨울올림픽 출전 선수를 배출한 적이 없었던 도미니카는 취미로 스키를 즐기던 이 부부에게 올림픽 출전을 권유했고, 이들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엘리트 선수로 전업해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2-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2014소치 ‘위대한 도전’] “차르帝國의 위엄, 지구촌에 떨치게”

    소치 겨울올림픽은 초강대국 부활의 꿈을 전 세계에 과시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작품이다. 러시아는 이 대회 개최를 위해 역대 모든 올림픽을 통틀어 가장 많은 510억 달러(약 55조 원)를 들였다. 7일 오후 8시 14분(한국 시간 8일 오전 1시 14분)에 시작되는 소치 올림픽 개막식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가장 비싼 올림픽에 걸맞게 개막식 역시 가장 화려하게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개막을 사흘 앞둔 4일 저녁 4만 석 규모의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개막식 최종 리허설을 했다. 리허설은 2시간 반가량 치러졌고, 2만여 명의 관중이 관중석의 절반쯤을 채웠다. 개막식의 내용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져 있지만 이날 리허설과 러시아 현지 언론들의 보도를 통해 대략적인 그림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개막식을 관통하는 주제는 제정 러시아의 개혁 군주 표트르 대제, 작가 니콜라이 고골의 걸작 소설 ‘죽은 혼’, 그리고 다양한 러시아 민담과 예술이다. 가장 먼저 올림픽 오륜 마크와 러시아 국기가 고골의 ‘죽은 혼’에 나오는 구절을 형상화한 장면과 함께 등장한다. 이어 각국 선수단 입장이 시작되는데 이때 러시아 민담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각종 퍼포먼스를 펼친다. 이후엔 러시아의 화려했던 과거를 표현하는 무대가 펼쳐진다. 표트르 대제의 북방함대를 표현한 ‘황제의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을 스타디움 내에 그대로 재현한 ‘20세기 소비에트연방’ 등을 다룬 내용이 무대에 등장한다. 러시아의 자랑인 춤과 음악도 빠지지 않는다.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의 각종 발레 공연이 펼쳐지고, 수백 명의 남녀가 함께 추는 군무도 장관이다. 형형색색의 조명과 색채가 흥겨움을 더한다. 러시아가 낳은 세계적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비올리스트이자 지휘자인 유리 바슈메트, ‘살아있는 백조’로 불리는 프리마 발레리나 울리야나 로팟키나,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 등이 개막식 공연에 힘을 보탠다. 개막식의 하이라이트인 최종 성화 주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 자신이나 그와 관련된 인물이 나서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는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가 많다. 나는 성화 점화자의 선정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화는 5일 소치에 입성했다. 한편 개막 하루 전인 6일부터 프리스타일 모굴스키 여자 예선과 피겨스케이팅 팀 쇼트프로그램,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예선 등이 펼쳐진다. 이날 모굴스키 여자 예선에 출전하는 서정화(24)와 서지원(20·이상 GKL)은 한국 선수로는 처음 출전 테이프를 끊는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2-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소치 취재파일/이헌재]기자들 깨운 새벽 5시 호텔 대피방송… 밖에서 20분 떨고 나니 “경보기 고장”

    “어서 일어나 봐, 큰일이 난 것 같아.” 미디어 숙소에서 함께 방을 쓰는 사진기자 선배가 몸을 흔들어 깨웁니다. 어둠 속에서 시계를 보니 오전 5시입니다. 스피커에서 무슨 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처음엔 러시아어로, 다음엔 영어로 계속 반복됩니다. 유심히 들어보니 이런 내용입니다. “긴급 사태, 비상계단을 이용해 즉시 건물에서 대피하세요.” 테러라도 난 것일까요. 아니면 최소한 화재라도 발생한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잠이 확 달아납니다. 부랴부랴 점퍼만 걸쳐 입고 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한국 기자는 물론이고 외국 기자들까지 모두 나와 있습니다. 급하게 나오느라 맨발에 슬리퍼 차림의 기자도 보입니다. 의도치 않게 여기자들의 민낯도 보게 됩니다. 밖에서 20여 분을 기다려도 별다른 일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도 스피커는 끊임없이 “긴급 사태”를 외치고 있습니다. 요란스럽게 경보가 울려도 소방차는커녕 안전 관련 요원도 근처에 오지 않습니다. 뒤늦게 나타난 호텔 시설 관리 직원은 “누군가가 방 안에서 담배를 피운 것 같다”고 설명합니다. 별일이 아니니 다시 들어가라고 합니다. 그런데 호텔 관리실을 찾아 직접 이유를 물어본 한 외국 기자는 “경보기 단순 고장으로 경보가 울렸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합니다. 다시 침대로 돌아가 잠을 청합니다. 그런데 모든 상황이 종료된 뒤에도 “건물에서 즉시 대피하라”는 안내 방송은 끊이질 않습니다. 아무래도 다시 잠들기는 힘들 듯합니다. 나중에 메인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기자들은 누구도 이 상황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는 상식을 벗어난 일들이 가끔씩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이헌재·스포츠부 기자 uni@donga.com}

    • 2014-02-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소치] 공주님 꿈 이뤘다, 남태평양 통가의 ‘쿨러닝’

    남태평양의 작은 섬 통가 왕국의 살로테 마필레오 필로레부 투이타 공주(63)의 꿈은 겨울올림픽에서 뛰는 자국 선수를 보는 것이었다. 공주의 희망에 따라 통가 정부는 2008년 10만 명 남짓한 국민을 대상으로 루지 선수 선발 대회를 열었다. 대표 선수로 뽑힌 이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하던 당시 21세의 푸아헤아 세미. 눈 한 송이 내리지 않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서 또 하나의 ‘쿨러닝’(열대 국가 자메이카 봅슬레이 선수단의 1988년 캘거리 겨울올림픽 출전을 다룬 영화)이 시작된 것이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을 목표로 그는 훈련에 매진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루지 세계 최강국인 독일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했다. 그렇지만 1년의 준비 기간은 너무 짧았고, 밴쿠버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데 실패했다. 그의 도전보다 더 화제가 됐던 건 개명(改名)이었다. 그는 독일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이름을 ‘브루노 바나니(Bruno Banani)’로 바꿨다. 마침 독일에는 똑같은 이름의 속옷 회사가있었다. 독일 언론은 이 우연을 대서특필했다. 세미는 개명의 이유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진실이 밝혀진 것은 2012년이다. 독일 잡지 슈피겔은 세미의 개명이 이 속옷 회사의 마케팅 전략 때문이라는 사실을 폭로했다. 세미에게 훈련비 등을 지원하는 대가로 이름을 바꾸도록 한 것이다.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이던 토마스 바흐 씨(현 IOC 위원장)는 “이런 식의 개명은 잘못된 일이며 삐뚤어진 마케팅 아이디어”라고 맹비난했지만 이를 막을 방법은 없었다. 논란 속에서도 세미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2011년 아메리카컵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고, 지난해 말 미국에서 열린 국제루지연맹(FIL) 루지 월드컵 남자 1인승에서 출전 선수 42명 중 28위에 올라 자력으로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통가 출신으로는 첫 겨울올림픽 출전이다. 여권에 찍힌 브루노 바나니라는 이름으로 소치 올림픽에 나서는 그는 9일 산키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리는 루지 남자 1인승 경기에 출전한다. 얼마 전 소치에 입성한 바나니는 “국민이 정말 기뻐하고 있다. 특히 공주님의 꿈이던 겨울올림픽 출전을 이뤄 내 스스로도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통가 정부는 바나니의 올림픽 출전을 지원하기 위해 왕실이 운영하는 통가루지협회에 3000만 원가량을 지원했다. 바나니의 겨울올림픽 출전은 영화 ‘쿨러닝’과 종종 비교된다. 이 영화를 직접 봤다는 바나니는 지난해 캐나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쿨러닝’과 내 이야기가 비슷하긴 하지만 어떤 면에선 내가 좀 더 극적인 듯하다”고 말했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2-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2014소치 ‘위대한 도전’] ‘빅토르 안’ 일으켜 세운 사랑의 힘

    황제의 부활. 그 뒤엔 피앙세가 있었다.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경기가 열리게 될 러시아 소치 올림픽파크 내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29)가 3일 처음으로 팀 동료들과 공식 훈련에 나섰다. 그런데 링크 바깥쪽에서는 안현수를 향해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내는 한국 여성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러시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는 이 여성은 다름 아닌 안현수의 여자친구였다. 러시아 언론에 나리(Нари)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이 여성의 존재가 국내 취재진의 카메라에 노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러시아의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이들이 다정스럽게 데이트하는 장면을 취재한 화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여성은 훈련 시간 틈틈이 안현수와 대화를 나눴다. 웃옷을 겹쳐 입고 스케이트를 타던 안현수는 땀이 나기 시작하자 유니폼 겉옷을 벗어 이 여성에게 던져주기도 했다. 안현수는 자신의 팬이었던 이 여성과 몇 해 전부터 본격적으로 교제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은 1년여 전부터는 아예 러시아로 건너와 안현수를 뒷바라지하고 있다. 선수단 숙소에 머물던 안현수는 여자친구와 따로 아파트를 얻었다. 안현수의 한 지인은 “안현수가 러시아에서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되찾은 데는 여자친구의 존재가 결정적이었다. 올림픽이 끝난 뒤 결혼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여성은 안현수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다닌다.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2차 대회 때도 안현수의 곁을 지켰다. 지난해 11월 러시아 콜롬나에서 열린 4차 월드컵 대회에서 안현수가 금메달을 딴 뒤에는 그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격려하기도 했다. 선수의 여자친구는 선수단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관중석에서 경기나 훈련을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러시아 대표팀은 안현수를 위해 이 여성을 기꺼이 대표팀 명단에 포함시켜 AD카드까지 발급해줬다. 안현수를 위한 배려이자 특혜다. 이 여성은 대표팀의 일원으로 안현수가 출전하는 모든 대회나 훈련에 동행한다. 말벗이 되어 주기도 하고 긴장을 풀어주기도 한다. 안현수는 러시아 선수단 공식 프로필에 유일한 가족으로 ‘파트너 나리’라고 소개할 만큼 각별한 관계를 드러냈다. 훈련이 끝난 후 둘은 다정스럽게 이야기꽃을 피우며 나란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취재진의 접근은 엄격하게 통제됐다. 안현수의 지인은 “2011년 처음 러시아에 귀화한 후 현수가 말도 통하지 않고 컨디션도 제대로 올라오지 않아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여자친구가 러시아로 건너온 뒤에는 행복을 되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안현수는 이날 시종 밝은 표정과 가벼운 몸놀림으로 50여 분에 걸친 훈련을 소화했다. 헬멧 오른쪽에는 ‘No pain no gain’(고통 없이는 결과가 없다)이란 문장을 새겨 넣어 올림픽을 향한 각오를 내보였다. 안현수는 소치 올림픽 남자 500m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2-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2014소치 ‘위대한 도전’] 55조원 쏟아부었다는 소치, 그 돈은 다 어디로?

    해가 서쪽으로 뉘엿뉘엿 넘어갈 즈음이면 러시아 소치 올림픽 파크의 경기장들은 형형색색으로 물들며 화려한 위용을 뽐내기 시작한다. 올림픽 파크가 들어선 소치 아들레르 지역은 원래 흑해 연안에 접해 있는 숲이었다.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뒤 러시아 정부는 짐승들이 뛰놀던 이 일대 숲을 완전히 밀어버리고 6개의 최신 경기장을 새로 지었다. 해안 클러스터와 도심에서 50km가량 떨어진 스키 휴양지 크라스나야 폴랴나의 산악 클러스터에도 5개의 경기장을 신설했다. 이 밖에 선수촌과 미디어 센터와 호텔, 해안 클러스터와 산악 클러스터를 연결하는 철도 등을 건설하는 데 최소 510억 달러(약 55조 원)를 쏟아 부었다. 소치 올림픽은 430억 달러(약 47조 원)를 쓴 2008년 베이징 여름올림픽을 뛰어넘는 역사상 가장 비싼 올림픽이다. 그 배경에는 소치 올림픽을 통해 과거 화려했던 러시아 제국의 부활을 전 세계에 알리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야심이 숨어 있다.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굴기(굴起·떨쳐 일어남)’를 전 세계에 과시했던 것과 비슷한 의도다. 하지만 대회 개막(현지 시간 7일)을 불과 사흘 앞둔 상황에서도 소치 올림픽은 이곳저곳에서 ‘누수 현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 소치의 상징이 된 쌍둥이 변기 지난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소치 올림픽 경기장 화장실에서 찍힌 사진 한 장이 큰 화제가 됐다. 영국 BBC 통신원이 트위터에 올린 그 사진에는 화장실 한 칸에 칸막이 없이 변기 2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과연 이게 사실일까 싶었다. 하지만 취재를 위해 소치 땅을 밟은 지 불과 이틀 만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3일 오전 기자단 숙소에서 일어나 메인미디어센터(MMC)까지 오는 1시간 동안 기자가 직접 겪은 일들만으로도 설명이 될 것 같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별 3개짜리 호텔이라고 안내했던 방에서는 아침부터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았다. 무료 서비스라고 자랑했던 인터넷은 유·무선 모두 불통이었다. 전날까지 정상이던 엘리베이터는 전원이 나간 채 멈춰 있었다. 수리를 요청할 수도 없었다. 직원이 앉아 있어야 할 1층 안내데스크에는 정리가 덜 된 자재들만 수북했기 때문이다. MMC로 가던 셔틀버스는 갑자기 도로 한가운데에 멈춰 섰다. 운전사가 길을 잃었기 때문이다. 15분이면 충분히 갈 거리였지만 40분이나 걸렸다. 같이 버스에 타고 있던 외국 대표팀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에 지각했다. 1일에는 기자들의 일터인 MMC 여자 화장실에서 AP 기자가 또 하나의 쌍둥이 변기를 발견했다. 500억 달러를 넘게 들인 올림픽에서 이같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자꾸 반복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언론은 소치 올림픽을 희화화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자국민에게도 소외받는 올림픽 떠돌이 개들은 불청객으로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소치 시내뿐만 아니라 올림픽 파크 내에서도 주인 없이 떠도는 개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ABC 등에 따르면 소치 시는 사설 업체를 고용해 이 떠돌이 개들을 잡아들이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푸틴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소치 올림픽은 소치 시민은 물론이고 러시아 국민에게도 냉대를 받고 있다. 소치 시내에서 만난 안드레이 씨는 “올림픽이 열리든 말든 전혀 관심이 없다. 무지막지하게 돈이 들어가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의 한 여론조사 기관은 전국의 1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소치에 직접 찾아가 경기를 관전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단 한 명도 “그렇다”고 답하지 않았다. 부패와 횡령 역시 공공연한 비밀이다. 경기장 건설 현장에서 만난 한 인부는 “원래 내가 받아야 할 돈이 하루 1000루블(약 3만 원)이라면 실제로 내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600루블에 불과하다. 400루블이 어디로 갔는지는 뻔하지 않느냐”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2-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소치 메달의 ‘시작과 끝’ 이승훈 어깨에 달렸다

    7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소치 올림픽에서도 이승훈은 한국 선수단의 선봉에 선다. 8일 열리는 남자 5000m에서 생애 3번째 올림픽 메달과 한국 선수단의 대회 첫 메달에 도전한다. 피날레도 이승훈의 몫이다. 대회 막바지인 22일 열리는 남자 팀 추월에서는 후배인 김철민, 주형민을 이끌고 메달 사냥에 나선다. 시작부터 끝까지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성적은 이승훈의 두 어깨에 달려 있는 셈이다. ○ 이상화를 이기다(?) “동메달만 없잖아요. 동메달이면 좋고, 우연히 색깔이 바뀌면 더 좋죠.” 2일 이상화, 모태범 등 스피드 선수들과 함께 러시아 소치에 입성한 이승훈은 농담을 섞어 남자 5000m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이승훈은 2013∼2014 시즌 이 종목 월드컵 랭킹에서 3위를 달리고 있어 유력한 동메달 후보로 꼽힌다. 이승훈은 밴쿠버 올림픽 이후 마음고생을 꽤 했다. 생각처럼 기록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그를 일으켜 세운 건 다름 아닌 역도였다. 이승훈은 “장거리 선수라 원래 지구력은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힘이 달리니까 아무래도 기록이 저조하더라. 그래서 주변의 조언을 받아 작년부터 역도를 시작했다. 모교(한국체대) 후배들과 함께 거의 ‘역도부원’처럼 훈련했다”고 말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처음엔 역기를 어떻게 잡는지도 몰랐지만 역도를 시작한 지 수개월 만에 힘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그는 “친구인 (이)상화가 여자 선수로는 유일하게 스쿼트(역기를 들고 앉았다 일어서는 운동) 170kg을 든다. 나는 상대도 안됐다(웃음).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175kg을 들고 있더라”며 웃었다. 이승훈은 “역도를 하면서 짧은 시간에 몸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무엇보다 순간적으로 힘을 쓰는 법을 알게 됐다. 첫 종목인 5000m는 나 스스로를 위해서도, 또 한국 선수단을 위해서도 욕심이 난다”고 말했다. 이승훈은 1일 전지훈련지인 헤이렌베인에서 열린 네덜란드 오픈 남자 3000m에서는 3분 45초 00에 결승선을 통과해 장거리 부문 최강자인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3분 44초 02)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팀 추월에서 이변 기대 이승훈이 메달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종목은 팀 추월이다. 남자 팀 추월은 3명의 선수가 400m를 8바퀴 돌아 팀원 가운데 가장 늦게 들어온 선수의 기록으로 순위를 가린다. 이승훈은 “나도 쇼트트랙 출신이지만 함께 팀을 구성하는 (김)철민이와 (주)형준이도 몇 해 전까지 쇼트트랙을 탔다. 팀 추월은 호흡이 중요한데 앞 선수를 따라 타는 훈련을 많이 하는 쇼트트랙 출신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남자 팀 추월은 올 시즌 월드컵 랭킹에서 네덜란드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이승훈은 “팀을 이룰 때면 우리 셋 개개인의 기량 이상을 발휘한다. 네덜란드가 최강팀이긴 하지만 얼마든지 해볼 만하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2-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2014 소치동계올림픽]20kg 돌 끌어안고 사는 다섯 여자, 빙판의 우생순

    2012년 초만 해도 서울 태릉선수촌에는 그들을 위한 자리가 없었다. 잠은 선수촌 부근 모텔에서 잤다. 훈련 도중 점심은 분식점 배달 음식으로 때웠다. 그것도 라커룸 테이블 위에 신문지를 깔고 먹었다.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선수들은 틈만 나면 웃음꽃을 피웠다. 팀 동료라기보다 가족 같았다. 불과 2년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2012년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컬링선수권대회에서 기적 같은 4강 진출을 이뤄낸 기쁨도 잠시. 곧이어 국내에서 열린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하면서 깊은 실의에 빠졌다. 다시 일어선 그들은 하루 9시간의 강훈련을 이겨냈고 지난해 열린 대표선발전에서 우승해 다시 국가대표가 됐다. 신미성(36) 김지선(27) 이슬비(26) 김은지(24) 엄민지(23·이상 경기도청)로 구성된 여자 컬링 선수단에 소치 올림픽은 특별하다. 1994년 한국에 컬링이 도입된 지 20년 만에 올림픽 출전이라는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꿈에 그리던 올림픽에 나가게 된 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올림픽 출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라고. ○ ‘외인구단’ 올림픽에 나가다 보통 사람들이 컬링에 대해 가지는 대표적인 이미지는 바로 빗자루질이다. 대체 이게 뭐가 재미있을까 싶지만 막상 해보면 다르다. 정교한 힘 조절로 스톤을 던져 하우스라는 반지름 1.83m의 표적 안에 많이 집어넣는 게 기본이다. 번갈아 스톤을 던지면서 상대 팀의 스톤을 쳐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바둑과 같은 치열한 머리싸움이 필요하다. 역사가 길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대표 선수들도 우연찮게 컬링을 접했다. 한국 여자 컬링 1세대인 신미성은 “1998년 나가노 올림픽 컬링 중계를 보다가 신선한 스포츠라는 느낌이 들었다. 마침 다니던 대학에 컬링 동아리가 있어 가입했는데 이후 15년 넘게 그 매력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스케이트 선수였던 김은지는 부상을 당해 재활을 하다가 컬링으로 전향했다. 김지선은 대학 재학 중 중국에 유학을 갔다가 현재 남편이자 중국 남자 컬링 국가대표인 쉬야오민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컬링 선수가 됐다. 고교 시절 컬링부가 해체돼 2년 가까이 쉬었던 이슬비는 정영섭 감독의 권유로 다시 컬링으로 돌아왔다. 초등학생 때부터 취미로 컬링을 하던 막내 엄민지는 뛰어난 실력으로 막판에 대표팀에 합류했다. ○ 빙판의 ‘우생순’을 꿈꾸며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 컬링 대표팀은 소치 올림픽에 출전하는 다른 9개 국가에 비해 열세다. 지난해 말 현재 한국의 세계랭킹은 10위. 소치 올림픽 출전국 중 최하위다. 그렇지만 선수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슬비는 “우리끼리는 항상 ‘금메달은 우리 거야’라고 말한다. 2년 전 세계선수권 때도 한국의 세계랭킹은 12위로 참가국 중 최하위였지만 4강에 진출했다. 이번에도 4강까지만 가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주장인 스킵을 맡고 있는 김지선도 “선수라면 누구나 욕심이 있다. 전년도 우승팀이 단숨에 하위권으로 처질 수 있는 게 컬링이다.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단의 강점은 힘든 시절을 함께하면서 쌓아온 팀워크다. 지난해 합류한 엄민지를 제외한 4명은 2009년부터 한팀을 이뤄왔다.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을 정도다. 최민석 컬링 대표팀 코치는 “이들은 5년 가까이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 왔다. 어떤 면에서는 가족보다 더 친하다. 팀워크가 성적과 직결되는 종목이니만큼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자신감도 커졌다. 세계랭킹 1, 2위인 스웨덴과 캐나다가 출전한 지난해 9월 중국오픈에서 한국은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태평양아시아선수권에서도 우승했다. 최 코치는 “예선 첫 경기의 상대가 일본이다. 일본전을 이기면 순항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소치 경기장과 비슷한 빙질을 가진 스코틀랜드 애버딘에서 전지훈련 중인 컬링 대표팀은 6일 소치에 입성한다. 빙판의 ‘우생순’ 신화가 개봉박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1-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2014 소치동계올림픽]AP “한국, 소치서 金 6… 종합 7위 예상”

    한국이 다음 달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2010년 밴쿠버 대회, 2006년 토리노 대회 때와 같이 6개의 금메달을 획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AP통신은 28일 소치 올림픽 각 종목 메달 주인공들을 예상하며 한국이 금메달 6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로 종합 7위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선수단이 1차 목표로 잡고 있는 금메달 4개 이상, 3대회 연속 종합순위 톱 10을 뛰어넘는 성적이다. AP통신이 예상한 한국의 금메달리스트는 ‘피겨 여왕’ 김연아(24)와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 쇼트트랙 샛별 심석희(17·세화여고),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모태범(25·대한항공) 등 4명이다. 특히 심석희는 쇼트트랙 여자 1000m와 1500m, 그리고 3000m 계주까지 3개의 금메달을 딸 것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김연아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무난히 2연패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2위와 3위는 각각 아사다 마오(일본)와 러시아의 샛별 율리야 리프니츠카야로 예상했다. 밴쿠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500m 금메달리스트인 모태범과 이상화도 2연패 달성 후보로 꼽혔다. AP는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에 대해 남자 500m 금메달과 5000m 계주 금메달, 1000m 동메달 등 3개의 메달을 가져갈 것으로 내다봤다. 종합 1위 예상 국가는 겨울 스포츠 강국 노르웨이로 금메달 17개를 수확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1-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2014소치 ‘위대한 도전’] 초보자 재미들이기엔 스켈리턴이 최고

    ‘썰매 3총사’인 봅슬레이와 스켈리턴, 루지는 같은 듯 다르다. 세 종목은 같은 경기장을 사용한다. 달리면서 스타트를 하는 봅슬레이와 스켈리턴은 같은 곳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루지는 출발 손잡이를 이용해 썰매를 밀기 때문에 출발 장소가 다르다. 봅슬레이는 차를 타고, 스켈리턴은 엎드려 타며, 루지는 누워 탄다. ○ 무섭다고? 재미있는 스켈리턴 썰매 종목은 빙판 위의 포뮬러원(F1)으로 불린다. 그만큼 빠르다. 가장 무섭다고 여겨지는 종목은 스켈리턴이다. 지면에 닿을 정도로 바짝 엎드린 상태로 얼음을 타고 내려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7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훈련 공개장에서 만난 스켈리턴 대표팀의 윤성빈(20·한국체대)은 “처음 탈 때부터 무섭다기보다는 재미있었다. 다만 내려오면서 여기저기 부딪치다 보니까 많이 아팠을 뿐”이라며 “세 종목 가운데 속도가 가장 느릴 뿐 아니라 중심이 낮아 썰매가 뒤집힐 위험도 낮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종목은 루지다. 루지의 썰매 날은 스케이트 날처럼 얇아 조종에 민감하게 반응할 뿐 아니라 속도도 빠르기 때문이다. 누워서 타는 바람에 시야를 확보할 수 없다는 점도 공포를 배가시킨다. 루지와 비슷한 속도를 내는 봅슬레이는 파일럿의 조종 실수나 팀원 간 호흡 불일치로 부상할 위험이 가장 높다. 세 종목 모두 올림픽 출전 경험이 있는 강광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부회장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딱 2번 응급실에 실려 간 경험이 있는데 두 번 모두 봅슬레이를 타다가 전복되는 바람에 크게 다쳤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는 동호인을 상대로 썰매를 경험하게 해주는 곳이 있는데 일반인도 스켈리턴은 2, 3일이면 쉽게 탈 수 있다. 반면 루지는 4, 5일, 봅슬레이는 열흘가량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 평창에서는 국산 봅슬레이 탄다 장비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종목은 봅슬레이다. 봅슬레이 강국 독일은 썰매의 비밀을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 이용 봅슬레이 대표팀 감독은 “독일은 썰매 날만 해도 100종류나 갖고 있다. 얼음 온도에 따라 날을 달리 사용한다. 또 자기들이 사용한 썰매는 다른 나라에 팔지 않고 아예 폐기 처분한다”고 말했다. 독일처럼 최상급 썰매를 사용하는 나라로는 미국과 캐나다, 네덜란드 등이 있다. 특히 미국은 독일 자동차 메이커인 BMW가 만들어 준 썰매를 사용해 최근 몇 년간 성적이 부쩍 좋아졌다. 한국 대표팀은 캐나다와 네덜란드가 합작해 만든 ‘B급’ 썰매를 쓴다. 4인승 새 썰매 구입에 1억8000만 원을 썼다. 그나마 한 대는 중고품을 샀다. 두 대 모두 한 종류의 날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상 변화에 대처하기 어렵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한국은 국산 봅슬레이 썰매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관련 예산을 배정할 예정이고 현대자동차도 국산 썰매 제작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연맹 관계자는 “올해 안에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평창=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1-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부상 하차 노진규 ‘뼈암’ 대수술

    지난해 11월 중순 러시아 콜롬나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한국 남자 대표팀의 대들보 노진규(22·한국체대·사진)의 왼쪽 어깨는 겉으로 보기에도 엄청 부풀어 올라 있었다. 병원 검진 결과 양성 종양 판정을 받았다. 노진규는 고통을 참아가며 경기에 나섰다. 올림픽 개인전 출전 자격도 없었지만 한국 선수단의 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위해 1000m와 1500m에 자진해서 나섰다. 계주 때는 왼쪽 어깨가 너무 아파 오른손만으로 다른 선수의 등을 밀었다. 이달 중순에는 스케이팅 훈련을 하다가 미끄러져 왼쪽 팔꿈치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해 올림픽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진통제를 먹어가며 팀에 헌신했던 그의 올림픽 출전 꿈이 산산조각 났다. 그런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팔꿈치와 어깨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당초 양성인 줄 알았던 종양이 악성으로 판명된 것이다. 그는 22일 서울 노원구 원자력병원에서 왼쪽 어깨 날개 뼈를 모두 들어내는 큰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집도한 전대근 박사는 “왼쪽 견갑골 아래의 종양 조직을 검사해 보니 골육종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골육종은 일종의 뼈 암이다. 완치율은 60%가량 된다. 6∼8개월간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 선수 생활 지속 여부는 그 이후에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노진규는 대표팀을 응원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월드컵 대회 후 훈련을 많이 해 컨디션이 좋은 편이다. 개인전도 그렇지만 계주만큼은 꼭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1-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2014 소치동계올림픽]김동성 해설위원 “쇼트트랙은 변수투성이… 후배들, 지레 기죽지 마”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때 저보고 전관왕이 가능하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 대회에서 금메달은커녕 메달 하나를 못 땄어요. 그게 바로 올림픽입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대들보 구실을 했던 김동성 KBS 해설위원(34)의 말이다. 1998년 나가노 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인 김 위원은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1500m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아폴로 안톤 오노(32·미국)의 할리우드 액션 때문에 실격을 당했다. 1000m에서는 상대 선수와 충돌해 결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다음 달 개막하는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22일 만난 김 위원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올림픽은 누구도 결과를 예상할 수 없다. 특히 쇼트트랙은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후배들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다.” ○ 짠하면서 대견한 후배 안현수 한국 선수단의 가장 큰 라이벌은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29)다. 안현수는 최근 유럽선수권에서 4관왕에 올랐다. 김 위원은 “내가 대표팀 주장이었을 때 현수는 고등학생이었다. 러시아로 귀화한 뒤 전성기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는 현수를 보면 짠하다는 생각과 함께 대견한 마음이 든다”며 “나도 미국에서 5, 6년간 살아봐서 외국 생활의 고단함을 잘 안다. 적지 않은 나이에 큰 부상을 딛고 화려하게 부활한 현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현수가 충분히 메달은 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풍부한 경험에 초반 스피드까지 갖춘 안현수는 단거리인 500m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김 위원은 “현수급의 세계적인 선수는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가 있다. 2, 3바퀴를 남기고도 언제든 레이스를 뒤집을 수 있는 ‘한 방’이 있다. 요즘 현수의 스케이팅에서는 연륜과 함께 경기 전체를 꿰뚫는 넓은 시야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 팬들의 응원이 절실할 때 김 위원은 한국 남자 선수들에 대한 걱정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좋은 환경을 찾아 러시아로 떠난 안현수의 결정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공정한 대표선발전을 거쳐 태극마크를 단 한국 남자 선수들을 나쁘게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현수를 응원하는 것처럼 우리 선수들에게도 아낌없는 응원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위원은 “개인적으로 2002년 올림픽 후 큰 상처를 받았다. 모든 것을 놔 버리고 싶을 때 많은 팬들의 성원이 있었다. 올림픽 직후에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5개의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국민의 응원 덕분이었다”고 회상했다. ○ 관전 포인트는 심석희의 메달 개수 최고의 기량을 보이고 있는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에 대해 김 위원은 “심석희가 과연 몇 개의 금메달을 딸지가 궁금하다. 2006년 토리노에서 진선유가 3관왕에 올랐는데 심석희는 여자 쇼트트랙에 걸린 4개의 금메달을 모두 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여자 1500m에서 우리 선수 3명이 나란히 금, 은, 동메달을 따는 모습도 개인적으로 보고 싶은 장면”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부진을 겪고 있다고는 하지만 남자 선수들도 언제든 금메달을 딸 수 있다. 설혹 금메달을 못 따도 2018년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좋은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1-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2014 소치동계올림픽]내 사랑 빙속, 첫사랑 쇼트트랙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아련한 추억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첫사랑의 추억을 가슴에 안고 산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의 간판 이승훈(26·대한항공)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이승훈에게는 다른 점이 있다. 요즘에도 첫사랑과 즐겁게 만나고 있다는 것이다. 스케이트 선수로서 그의 첫사랑은 쇼트트랙이다. 어릴 적부터 쇼트트랙을 탔고 2009년 하얼빈 겨울유니버시아드 대회 쇼트트랙에서는 3관왕에 올랐다. 그는 “쇼트트랙은 내 첫사랑과 같다”고 말한다. 그가 스피드스케이트로 전향한 것은 2009년 4월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다. 쇼트트랙 선수 시절부터 지구력 하나만은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 m 금메달과 5000m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에도 그는 올림픽을 앞두고 쇼트트랙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 첫사랑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다음 달 열리는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그는 다시 쇼트트랙에 매달리고 있다.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는 정도를 넘어 아예 쇼트트랙 대표팀의 일원으로 움직이고 있다. 남녀 쇼트트랙 대표 선수들은 22일 프랑스 퐁로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가족들의 작별 인사를 받으며 출국하는 선수단 속에는 이승훈도 있었다. 이승훈은 해발 2000m가 넘는 고지대인 퐁로뫼에서 훈련을 하다 29일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단의 전지 훈련지인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으로 이동한다. 이승훈은 이미 한 달 전부터 쇼트트랙 선수들과 함께 모든 훈련 일정을 소화해 왔다. 쇼트트랙 훈련을 하다 짬을 내 스피드스케이트를 탔다. 훈련 일정만 보면 그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인지 쇼트트랙 선수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이승훈은 “쇼트트랙 훈련은 무엇보다 재미있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피드스케이팅 1만 m 훈련은 나와의 싸움이다. 혼자 타다 보니 지루할 때도 있고 심지어 고독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쇼트트랙은 여러 명의 선수가 함께 탄다. 훈련 자체가 너무 재미있다 보니 스케이팅이 쉽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효과는 코너링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승훈은 “400m 트랙을 도는 스피드스케이팅과 달리 쇼트트랙은 100m 남짓한 작은 원을 돈다. 코너링 훈련이 집중적으로 되면서 기록 단축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남자 쇼트트랙 선수들 역시 이승훈의 합류를 반기고 있다. 남자 대표팀의 이한빈(26)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답게 뛰어난 스케이팅 기술을 가지고 있어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된다”고 말했다. 최광복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도 “우리 선수들도 가끔 20바퀴 이상 도는 장거리 훈련을 하는데 그럴 때는 장거리 선수인 이승훈이 앞장서서 쇼트트랙 선수들을 이끌며 스케이팅을 한다. 그 지구력을 따라잡으려는 것 자체가 좋은 훈련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남녀 쇼트트랙 선수들은 출국 전 기자회견에서 ‘마이 페이스’를 강조했다. 남자 대표팀의 신다운은 “러시아 대표인 안현수 형이 요즘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그런 부분은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너무 의식하면 나를 비롯한 우리 선수들도 힘들 수 있다. 내가 보여 줄 수 있는 걸 최대한 보여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금메달 기대주인 여자 쇼트트랙의 심석희도 발목 부상으로 소치 올림픽 출전이 힘들어진 중국 대표팀의 에이스 왕멍에 대해 “어떤 상황이 생겨도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해 왔다. 왕멍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바뀔 것은 없다. 하던 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1-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2014소치 ‘위대한 도전’] 한국, 역대 최다 64명 소치 간다

    소치 겨울올림픽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민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선사할 한국 선수들의 면면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1일 현재 소치 올림픽에 출전이 확정된 한국 선수는 모두 64명에 이른다. 지난 밴쿠버 올림픽(46명) 때보다 40%가량 늘었고, 역대 최다였던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48명)보다도 훨씬 많다. 스키와 썰매 종목에서 출전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도 있어 최대 70명의 선수가 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대한체육회는 전망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들도 적지 않다. 특히 선수층이 얇은 썰매 종목에서는 종목을 바꿔 태극마크를 단 선수도 적지 않다. 봅슬레이 여자 2인승 대표팀의 파일럿 김선옥(34·서울연맹)은 육상 단거리 선수 출신이다. 김선옥과 짝을 이루는 신미화(20·삼육대)는 창던지기 선수, 루지 여자 대표팀의 성은령(22·용인대)은 태권도 선수, 남자 봅슬레이 대표팀의 석영진(25·강원도청)은 역도 선수 출신이다. 루지 남자 대표팀의 박진용(21)과 조정명(21)은 각각 바이애슬론과 축구 선수였다. 김선옥과 4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는 여자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이채원(33·하이원), 컬링 여자 대표팀의 맏언니 신미성(36·경기도청)은 엄마 선수들이다. 지난해 예쁜 딸을 낳은 이채원과 신미성은 “딸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다”라고 입을 모은다. 화교 3세로 특별 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의 공상정(18·유봉여고)은 계주 대표팀으로 출전한다. 특별 귀화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승주, 승희, 세영 삼남매도 나란히 소치 땅을 밟는다. 최고령 선수는 스피드스케이팅의 터줏대감 이규혁(36·서울시청)으로 이번이 6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여름, 겨울올림픽을 통틀어 한국 선수 최다 출전이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의 에이스 심석희와 알파인 스키의 강영서, 피겨스케이팅의 박소연과 김해진(이상 17세) 등 4명은 이규혁보다 19세나 어린 선수다. 김재열 소치 올림픽 선수단장은 “저변이 넓지 않은 한국 겨울 스포츠에서 이렇게 많은 선수들이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이 중 많은 선수가 4년 뒤 평창에서는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이다.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국민들께서 많은 응원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1-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2014소치 ‘위대한 도전’] 안현수… 빅토르 안… 빅토리 안!

    “빅토르 안, 빅토르 안….” 지난해 11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가 열린 러시아 콜롬나 스피드스케이팅센터는 빅토르 안을 연호하는 러시아 관중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빅토르 안은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9)의 러시아 이름이다. 모든 관중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이름을 외칠 만했다. 대회 마지막 날 열린 남자 5000m 계주에서 안현수의 활약은 한마디로 눈부셨다. 레이스 초반 하위권에 머물던 러시아는 안현수가 스케이트를 탈 때마다 순위를 끌어올리더니 결국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폭발적인 순간 스피드와 좁은 공간에서 상대를 제치는 스케이팅 기술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 3관왕인 안현수는 선수로서 적지 않은 나이에 부상 경력까지 있다.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 전성기 못지않은 솜씨를 뽐내고 있다. 2013∼2014시즌 4차례의 월드컵 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 등 총 10개의 메달(계주 포함)을 목에 걸었다. 특히 2개의 금메달을 딴 남자 500m에서는 월드컵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1000m와 1500m에서는 각각 2위와 3위다. 안현수는 19일(한국 시간) 올해 첫 국제대회로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2014 유럽 쇼트트랙 선수권대회 남자 500m 결선에서도 40초644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에 따라 무릎 부상과 소속팀 해체 등이 겹쳐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가 다음 달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팀에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원래 500m는 안현수의 주 종목이 아니었다. 밴쿠버 올림픽에서도 안현수는 500m에서 동메달을 땄다. 하지만 30대를 향해 가고 있는 안현수는 체력이 관건인 1500m보다는 스케이팅 기술과 스타트가 더 중요한 500m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드레이 막시모프 러시아 대표팀 코치는 “500m만 놓고 보면 한창 전성기 때보다 지금이 더 좋다. 빅토르 안이 합류하면서 러시아 팀의 색깔 자체가 달라졌다. 팀에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팬들 역시 안현수의 선전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ISU 월드컵 2차 대회에서도 “안현수”를 연호하며 박수를 보내는 국내 팬이 적지 않았다. 최근에도 안현수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때면 그에 대한 호의적인 글이 인터넷에 많이 올라온다. 안현수는 유럽 선수권 직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소치 올림픽만을 기다려왔다. 내게 다시 올림픽 금메달의 행운이 왔으면 좋겠다. 소치 올림픽의 승리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안현수는 20일 새벽 열리는 남자 1000m와 5000m 계주에도 출전해 다관왕을 노린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1-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아이스하키 ‘평창의 꿈’ 무럭무럭

    겨울올림픽에서 입장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종목이 있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과 아이스하키 남자 결승전이 대표적이다. 특히 구기 종목인 아이스하키는 겨울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팬을 불러 모으는 종목이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 아이스하키의 입장권 판매 수는 65만56장으로 대회 전체 관중의 절반에 가까운 46.8%를 차지했다. 소치 겨울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는 한국 아이스하키가 2018년 평창 대회를 바라보며 물밑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자칫하면 안방에서 들러리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개최국의 자동 출전권은 없어졌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은 개최국 자동출전권 부활 조건으로 ‘한국 아이스하키의 경기력 발전과 노력’을 내걸었다. 구체적으로는 세계랭킹 18위 안에 들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다행히 한국 아이스하키에는 최근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평창에서 주역이 될 남자 아이스하키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18일 스페인 하카에서 막을 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B에서 5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서영준(보성고)은 수비수임에도 불구하고 5경기에서 11골, 5어시스트를 기록해 득점왕과 포인트왕을 모두 휩쓸었다. 한국 U-20 대표팀은 내년에는 디비전2 그룹A에서 일본 리투아니아 네덜란드 에스토니아 루마니아 등과 맞붙는다. 유망주들을 아이스하키 선진국인 핀란드로 보내 경험을 쌓게 하는 ‘핀란드 프로젝트’도 성과를 내고 있다. 신상훈 김원준 안진휘 안정현 김지민 등 20대 초반의 유망주 5명은 핀란드 2부 리그 팀 키에코 반타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다. 아이스하키 천재로 불렸던 신상훈은 19일 현재 9골, 5어시스트로 팀 내 포인트 5위를 달리며 현지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의 귀화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캐나다 출신 브락 라던스키(안양 한라)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맹활약하며 한국의 디비전1 그룹A 잔류에 힘을 보탰다. 이 외에도 2명의 북미 출신 외국인 선수가 한국 국적 취득을 눈앞에 두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4-01-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