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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의 야산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고준희 양(당시 5세)이 숨지기 직전인 지난해 4월경 아버지 고모 씨(37·구속)와 동거녀 이모 씨(36·구속)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부검 결과를 토대로 몸 뒤쪽 갈비뼈 3개 골절이 폭행에 의한 것인지 집중 조사하고 있다. 1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고 씨는 경찰 조사에서 “손과 발로 준희를 때려 다치게 했다. 이때 동거녀 이 씨도 같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 씨도 이날 “준희가 밥을 잘 먹지 않아 때린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씨가 친모(37)로부터 준희 양을 맡은 지난해 1월 말 이후부터 여러 차례 폭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 씨가 진술한 “준희가 발이 접질려 피고름이 나오고 종아리가 심하게 부었다”는 증상도 이들이 지속적으로 폭행한 데 따른 것인지 확인 중이다. 경찰은 “숨지기 직전인 지난해 4월 25일 준희가 멀쩡하게 전북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 이 씨의 어머니 김모 씨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 진술을 최면조사를 통해 확보했다. 경찰은 이들 내용을 토대로 건강하던 준희 양이 지난해 4월 26일 갑자기 숨진 것이 이들의 폭행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준희 양이 숨지자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했다. 그러다 선천성 갑상샘 기능 저하증을 앓던 준희 양에게 치료를 받게 하지 않고 방치한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워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고 씨는 아버지 역할도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친모와 준희 양 담당 주치의 등에게 확인한 결과 준희 양은 24주 1일 만에 체중 640g으로 태어난 미숙아였다. 신체 발달이 늦은 데다 갑상샘 기능 저하증을 앓았지만 고 씨는 준희 양을 맡은 뒤는 물론이고 맡기 전에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준희 양의 주치의는 “석 달에 한 번 갑상샘 약을 타러 병원에 와야 하는데 아버지를 본 적이 없다. 늘 친모만 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준희 양이 동거녀 이 씨 아들한테도 폭행당하지 않았는지 수사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경찰 조사에서 이 씨 아들이 준희 양을 자주 때렸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한 고 씨의 휴대전화에는 준희 양 사진이 한 장도 없었다. 동거녀 아들 사진뿐이었다”고 말했다.전주=김단비 kubee08@donga.com·신규진 기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고준희 양(당시 5세) 부검 결과 갈비뼈 3개가 부러진 사실이 확인됐다. 또 지난해 4월 준희 양에게 대상포진 증세가 나타나는 등 몸 상태가 심각했지만 친부와 동거녀 모두 방치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31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준희 양의 몸통 뒤쪽 갈비뼈 3개가 골절되는 등 심각한 외부 충격을 받은 흔적이 발견됐다. 아버지 고모 씨(37·구속)는 경찰 조사에서 갈비뼈 골절 원인에 대해 “쓰러진 준희에게 심폐소생술을 해서 그런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과수는 “심폐소생술을 했다면 앞쪽 갈비뼈가 부러질 수 있다. 몸통 뒤 갈비뼈가 부러진 점을 고려할 때 고 씨의 주장은 신빙성이 낮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고 씨와 동거녀 이모 씨(36)는 지난해 4월 10일 준희 양이 얼굴과 목, 가슴 등에 수포가 생기는 대상포진 증상을 보였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또 준희 양이 발목을 접질려 피와 고름이 나오고 종아리까지 부어오르는 등 심각한 증세를 보였지만 치료를 받게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준희 양이 같은 달 25일부터 그 다음 날 숨질 때까지 여러 번 의식을 잃었지만 전북 전주시 완주군 집에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 씨와 이 씨는 준희 양이 사망하자 시신을 이 씨 어머니인 김모 씨(62·구속)의 전주시 덕진구 집으로 옮겼다. 두 사람과 김 씨는 5, 6시간 동안 시신 처리 방안을 논의해 암매장하기로 결정했다. 김 씨는 준희 양을 수건 등으로 감싼 뒤 야삽 등 시신 유기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겼다. 이어 고 씨와 김 씨는 준희 양 시신을 김 씨의 차량에 싣고 전북 군산시 야산으로 옮겨 매장했다. 경찰은 이 씨도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준희 양의 친모 송모 씨(36)는 지난해 12월 30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남편 고 씨가 평소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다. 준희가 학대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송 씨는 “2016년 초 고 씨로부터 갑자기 이혼 통보를 받고 혼자 2남 1녀를 키우다 생활고 때문에 올해 1월부터 준희를 남편에게 맡기게 됐다”고 밝혔다. 또 “올 2월 준희가 걱정돼 어린이집에 찾아갔지만 이미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는 상태여서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송 씨는 “남편과 헤어지며 준희가 먹어야 하는 갑상샘약 석 달 치를 전해 줬다”며 “남편은 준희가 갑상샘 치료를 받는 것을 알았지만 아이에 대한 애정이 없어 약을 챙겨 먹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고 씨 등이 준희 양이 숨진 사실을 8개월 넘게 숨기다가 지난해 12월 8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배경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올 4월 위기 아동 조기발견 시스템이 시행되면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신고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스템이 시행되면 보건 당국이 장기 결석이나 병원 치료를 받은 아동의 실태를 파악해 학대 여부를 조사하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준희 양이 지난해 2∼3월 머리와 이마 상처로 병원 진료를 받은 적이 있어 제도가 시행되면 요주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전주=신규진 newjin@donga.com·김단비 기자}

《지드래곤은 노래 ‘삐딱하게’에서 ‘영원한 건 절대 없어’라고 외쳤다. 그러나 인간에겐 그럴 때가 있다. 순간을 마치 영원처럼 거머쥐는 순간. 꽃보다 아름답게 피고, 별보다 뜨겁게 타오르는 지점. 하나의 삶은 유한하나 순간의 반짝임은 별이 돼 마음에 박힌다. 때로는 인간사가 돌아가는 수레바퀴의 방향이나 속도를 바꾸기도 한다. 문화, 사회, 스포츠, 경제, 산업 분야에서 올 한 해 동안 가장 크고 높게 떠올라 반짝인 사람들을 돌아봤다. 2018년에는 또 어떤 이가 별처럼 떠오를까. 그 가운데 나와 내 지인도 있을까. 자, 아래에서 힌트를 얻어 보자.》 [사회]15일 오후 6시 반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병원 옥상 헬기장. 이국종 교수(권역외상센터장)가 줄곧 하늘을 바라봤다. 그의 시선은 상공을 나는 헬기 한 대를 향하고 있었다. 북한 귀순병사 오청성 씨(25)를 아주대병원에서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하고 온 군 의무헬기 ‘메디온’이었다. 이날 낮 이 교수는 오 씨와 함께 국군수도병원으로 향하는 메디온에 올랐다. 두 사람이 수술실에서 처음 만난 지 32일 만이다. 한 달 넘게 병실과 수술실을 오가며 죽음과 싸운 두 사람은 전우(戰友)나 다름없었다. 메디온이 아주대병원을 출발하자 이 교수는 새로운 환경을 앞둔 오 씨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앞서 오 씨는 병원을 떠나기 전 ‘아주대병원 안의 (이국종) 교수님을 비롯한 모든 선생님들이 치료를 잘해준 데 대하여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자필 메모를 남겼다. 무사히 오 씨를 이송한 뒤 병원으로 돌아온 이 교수는 “오 씨가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해 ‘수원 오씨’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7년 한국 사회는 다시 ‘이국종’이라는 이름에 주목했다. 2011년 1월 ‘아덴만의 여명’ 작전 당시 소말리아 해적에게 총상을 입은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을 극적으로 살려낸 지 정확히 6년 10개월 만이다. 동아미디어그룹 기자들이 뽑은 ‘올해의 인물’ 투표에서도 1위(문재인 대통령)에게 10표 차 나는 2위(96표)에 올랐다. 올해 이 교수의 ‘석 선장’은 오 씨였다. 그는 지난달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순했다. 이때 북한 추격조가 쏜 총탄 5발을 맞고 쓰러졌다. MDL 앞에서 목숨을 걸고 포복으로 다가간 한국군에게 극적으로 구조됐다. 곧바로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된 오 씨는 생명이 위태로웠다. 이 교수 집도 아래 악전고투 같은 수술을 여러 번 받은 뒤 지난달 말 오 씨는 의식을 회복했다. 이를 계기로 중증외상환자 치료체계의 열악한 실태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그리고 이 교수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 한국 사회는 6년 전과 다를 바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2011년 석 선장 치료를 위해 오만에 간 이 교수는 에어앰뷸런스를 빌려 한국으로 이송할 것을 주장했다. 에어앰뷸런스 임차료는 약 40만 달러. 결정이 지연되자 이 교수가 “내가 돈을 내겠다. 일단 이송부터 하자”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2012년 5월 마침내 ‘이국종법’으로 불리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올해 다시 확인된 중증외상환자 치료체계의 민낯은 6년 전보다 더 심각했다. 급기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중증외상센터 지원을 청원하는 글이 올랐다. 국민 27만 명이 화답했다. 정부는 삭감했던 외상센터 예산을 다시 살려 601억 원을 편성했다. 이 교수는 요즘도 외상센터에서 먹고 자는 생활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항상 파란색 수술 모자를 쓰고 다닌다. 왼쪽 손목에는 민감한 외과 수술에 방해가 될까 봐 시곗줄 끝에 흰 의료용 테이프를 붙인 시계를 찬다. 오 씨는 최근 국군수도병원에서 진행된 정부합동신문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도 종종 오 씨의 상태를 확인하고 안부도 전해 듣는다고 한다. 오 씨를 치료할 당시 이 교수는 “앞으로 직장 다니며 번 돈으로 세금을 내 국가 경제에 기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민들 역시 이 교수의 당부가 하루빨리 현실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워너원 ‘연습생 신화’… “돈은 안쓰는 것” 김생민의 재발견[문화]7인조 남성그룹 방탄소년단은 1년 내내 기록 잔치를 벌였다. 5월 빌보드뮤직어워즈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에서 팝스타 저스틴 비버를 제치고 수상했다. 9월 낸 ‘LOVE YOURSELF 承-Her’ 음반으로 빌보드 앨범차트 7위, 11월 신곡 ‘MIC Drop’ 리믹스 버전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28위까지 올랐다. 11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축하무대, 12월 NBC ‘엘런 디제너러스쇼’ 등이 TV와 소셜미디어로 전파되며 세계적으로 인기가 확산됐다. 미주 지역의 팬들이 이들의 여러 곡에 걸쳐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르고 한국어로 멤버별 응원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미국의 공중파를 강타했다.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 2’가 배출한 프로젝트 남성그룹 워너원은 젊은이들은 물론 평소 아이돌에 관심이 적었던 일부 중장년층의 마음까지 팬덤의 영향권으로 포섭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연습생 신분이던 이들은 데뷔음반을 100만 장 이상 팔며 아이돌 가요계의 최상위권으로 단숨에 올라섰다. 국민 남자친구가 된 강다니엘을 위시해 다양한 매력을 가진 그룹 멤버들은 청소년을 겨냥한 교복, 치킨뿐 아니라 커피, 맥주, 화장품까지 다양한 상품의 모델로 활약했다. 이들의 팬덤이 TV를 통해 전 연령대로 확장됐음을 보여준 것이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28)은 6월 북미 최고 권위의 밴 클라이번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16세 때부터 1년에 2∼4번씩 국제콩쿠르에 출전해온 선우예권은 총 8개 대회에서 우승해 ‘콩쿠르 부자’로 불리게 됐다. 밴 클라이번 우승으로 그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함께 국내 클래식을 이끌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콩쿠르 출전의 연령 마지노선인 29세에 출전한 그는 늦게 빛을 본 연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2019년까지 연주 일정이 잡혀 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발돋움했다. 방송인 김생민(44)은 데뷔한 지 무려 25년 만에 ‘뜬 별’이 됐다. 시작은 청취자의 소비 패턴을 분석하는 팟캐스트 ‘김생민의 영수증’이었다. 화려할 것만 같은 연예인이 ‘돈이란 원래 안 쓰는 것’이라거나 ‘커피 대신 면수를 먹어라’는 둥 짠내 가득한 경구를 늘어놓자 폭발적 반응이 일었고 곧 지상파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 스스로 꾸준히 아끼고 저축해 자산을 모았다는 김생민의 모습은 팍팍한 삶이라도 노력하면 보상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다. 올 한 해 영화계에서 가장 뜬 별은 우락부락한 외모와 달리 매력 넘치는 연기로 ‘마블리(마동석+러블리)’라는 애칭을 얻은 배우 마동석(39)이다. 그가 시나리오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고 주연한 영화 ‘범죄도시’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깜짝 흥행에 성공하면서 올해 전체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다. 추석 연휴 ‘남한산성’ ‘킹스맨: 골든 서클’ 등 쟁쟁한 경쟁작 사이에서 초반 흥행은 주춤했지만, ‘마동석의 힘’으로 역주행하며 68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넘긴 영화 ‘부산행’에서도 좀비 떼를 무찌르는 액션을 선보여 사랑받은 데 이어 ‘굿바이 싱글’ ‘부라더’ 등 코미디 영화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는 최근 팔씨름 선수로 등장하는 영화 ‘챔피언’의 촬영을 마쳤고, 내년 8월 개봉할 예정인 ‘신과 함께 2’를 통해서도 관객과 만난다. 서경배 ‘세계 100대 CEO’ 선정… 방준혁, 게임으로 자수성가[경제-산업]그동안 대학 강단과 시민단체 등 재야에서 주로 존재감을 드러냈던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64)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55)은 경제 분야의 핵심 관료로 변신해 새 정부의 각종 정책을 이끌었다. 장 실장은 소득 주도 성장 등 새 정부의 경제 기조를 이끄는 데 선두에 섰고, 김 위원장은 가맹점, 유통, 하도급 분야의 불공정거래 대책을 쏟아냈다. 스타일과 노선에 대한 적잖은 논란도 있지만 두 사람은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 분야의 실세로 자리매김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김동연 경제부총리(60)는 6월 문재인 정부의 첫 경제 수장으로 임명됐다. 처음에는 현 정부 출범에 ‘지분’이 없는 정통 관료 출신이라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여당과 청와대가 중심이 된 법인세 및 소득세 인상 논의에서 배제되면서 ‘김동연 패싱(건너뛰기)’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 3%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각종 경제 현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경제 수장으로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62)은 올해 재계를 대표하는 역할을 도맡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원래 재계의 축은 주요 대기업을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였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인을 아우르는 대한상의의 상징성이 부각되며 정부 경제정책의 기업 측 파트너 자리를 공고히 했다. 박 회장은 문재인 정부 초기 “기업만 대변하지는 않겠다”고 했지만 최근 들어 친노동에 치우친 정부의 정책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을 두고 ‘국회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54)은 올해 대표이사 취임 20주년을 맞았다. 그간 성과는 눈부셨다. 취임 직전 해인 1996년과 2016년을 비교해 보면 매출은 10배, 수출액은 181배 늘었다. 세계적인 경영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가 2017년 ‘세계 최고의 성과를 낸 100대 최고경영자(CEO)’에 한국 기업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서 회장을 선정한 것은 이 같은 성과 덕분이었다. 20위를 차지한 서 회장에 대해 HBR는 ‘끊임없이 혁신을 이뤄온 경영자’라고 평가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11월 서울 용산 신사옥 완공에 따라 새로운 용산 시대를 선포했다. 서 회장은 용산 사옥을 ‘미(美)의 전당’으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올해 게임업계에선 ‘흙수저’ 출신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49)의 자수성가 스토리가 화제가 됐다. 그는 넷마블 최대주주로서 올해 넷마블 기업공개(IPO)를 통해 3조 원대 주식거부로 이름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고교 2학년 중퇴 이력과 2차례 창업에서 실패한 개인사가 재조명됐다. 2000년 자본금 1억 원으로 시작한 넷마블은 2000년대 중반부터 긴 침체를 겪다가, 최근 모바일 게임 분야로 빠르게 사업을 확대하면서 성공신화를 새로 쓰고 있다. 넷마블의 간판 게임인 ‘리니지2 레볼루션’은 2017년 9월까지 누적 매출이 9608억 원을 기록해 연말까지 단일 매출로 1조 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60)이 올해 주목받은 인물이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코스닥 시장에 상장시키며 주식 부호 대열에 합류했다. 서 회장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22일 기준 4조7427억 원에 이른다. 지분을 증여받지 않고 자수성가로 주식 부자 5위 안에 든 인물은 서 회장이 처음이다. 설립 15년째를 맞은 셀트리온은 2012년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램시마’를 개발하며 성공 가도를 달려 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임희윤 기자 imi@donga.com·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임현석 기자}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건물은 지난해 7월 소방점검을 받았다. 지적사항은 단 2건. 소화기 압력 조정과 휴대용 비상등 교체 같은 사소한 문제였다. 소방점검을 실시한 사람은 당시 건물주 박모 씨(58)의 아들. 그는 소방안전자격증 보유자였다. 소방 당국은 별다른 이의 없이 점검 결과를 수용했다. 1년 뒤 건물주는 이모 씨(53)로 바뀌었다. 이어 지난달 소방점검이 실시됐다. 무려 67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화재 감지기와 경보기, 스프링클러 등 방화시설 대부분이 불량이거나 관리 부실이었다. 1년 4개월 전 완벽에 가깝게 안전했던 건물이 갑자기 위험천만한 건물로 바뀐 것이다. 두 차례 점검 결과를 살펴본 한 소방 전문가는 “소방설비 수십 개가 1년 사이 동시에 망가지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지난해 점검이) 부실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건물주 심기 건드리지 않는 게 중요” 화재 예방에 필수적인 소방점검은 현재 대부분 민간위탁으로 진행된다. 건물주가 돈을 내고 맡긴다. 솜방망이 점검, 봐주기 점검이 만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5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접촉한 소방점검 업체들은 “건물주 입맛을 고려한 ‘맞춤형 점검’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심각한 문제도 가벼운 걸로 축소하거나 아예 눈감아주는 것이다. 업체가 비용을 아끼려 자격 미달의 값싼 인력을 동원한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다. A 씨(55)는 서울에서 10년 넘게 소방점검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그는 서울 도심의 한 건물을 점검했다.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만난 건물주는 다짜고짜 “내용을 확 줄여달라”고 부탁했다. 말이 부탁이지 ‘갑(甲)’의 요구였다. A 씨는 점검 결과를 손에 쥐고 고민에 빠졌다. A4 용지 5쪽 분량의 결과서에는 어림잡아 100건 가까운 지적사항이 담겨 있었다. 결국 그는 ‘소화기 안내 표시 미부착’ 등 대부분의 항목을 빼고 20건 안팎의 지적만 남은 결과서를 건넸다. 또 다른 점검업체 관계자 B 씨는 건물주의 요청을 받기 전에 알아서 조치한다. 그가 직접 점검했던 한 건물의 경우 소화기가 턱없이 부족했다. 소화기 비치 불량은 중요한 지적사항이다. 하지만 B 씨는 직접 모자란 소화기를 구입해 갖다 놓았다. 그러고는 ‘이상 없음’으로 처리했다. 방화문은 항상 닫아놓아야 한다. 만약 ‘말발굽(문 고정 장치)’을 달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하지만 B 씨는 늘 “꼭 제거하시라”는 구두경고로 마무리한다. B 씨는 “건물주의 심기를 거스르면 다음 검사 때 업체를 바꾸려고 할 것이 뻔하다.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점검 중 “좋은 게 좋은 거지” “오래오래 함께 갑시다”라는 건물주의 말은 압력이나 다름없다. 서울 종로구의 한 건물 관리인은 “어차피 계약하고 가장 편한 일정에 맞춰 점검한다. 평상시에 관리할 필요가 전혀 없다. 비상시에 대비한 소방점검을 서로 의논해서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당구장 주인은 “건물주가 불러서 점검을 하긴 하는데 소속이 어딘지도 모르고 누군지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이곳에 있는 소화기 최종 점검 일자는 7년 전으로 표기돼 있었다.○ 점검은 보조가, 관리사는 해외로 이런 상황에서 소방점검 업체의 도덕적 해이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소방점검에는 규정상 소방시설관리사 1명과 보조인력 2명을 투입한다. 하지만 점검 서류를 미리 만들어놓고 보조인력만 현장에 보내는 경우도 있다. 점검 당일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소방 당국 단속에 적발돼 처벌받은 관리사도 있다. 충북의 한 점검업체 관계자는 “관리사 중 과태료 한 번 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용을 아끼려고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하는 업체도 셀 수 없을 정도다. 현행법상 관리사 1명에 보조인력 2명이 투입되면 하루 최대 1만2000m²까지 점검할 수 있다. 여기에 보조인력을 1명씩 추가할수록 3000∼3500m²씩 대상 면적이 늘어난다. 업체들은 물량을 늘리기 위해 자격 미달 인력을 고용한다. 아르바이트 중개 사이트에는 ‘소방점검 알바 구한다. 학력 자격 따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자주 올라온다. 업체 관계자는 “보조인력을 정규직으로 쓰면 2000만∼3000만 원은 줘야 하지만 알바는 일당 5만 원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점검업체가 난립하면서 ‘저가 경쟁’이 부실 검사를 부추기고 있다. 한 점검업체 대표는 “과거 인맥으로 알음알음 검사했는데 요즘은 공개입찰로 업체를 고르다 보니 덤핑이 심하다. 3, 4년 전보다 점검 비용이 30∼40%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번에 불이 난 스포츠센터의 소방점검 비용은 80만 원이었다. 전문가들은 “해당 건물 규모를 고려할 때 최소 150만 원 이상이어야 정상 검사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권기범 kaki@donga.com·신규진 / 제천=김자현 기자}

일본 동북부 아키타(秋田)현 다이센(大仙)시에는 ‘그린벨트’가 있다. 한국의 개발제한구역 이름과 같다.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한국의 그린벨트는 녹지 보호를 위해 개발을 억제한 곳. 그러나 다이센의 그린벨트는 보행자 안전을 지키는 ‘마법의’ 횡단보도다. 지난달 28일 다이센시의 한 주택가 이면도로. 5년 전 한 어린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곳이다. 이곳의 횡단보도는 다른 곳과 달리 굵은 녹색으로 그려져 있다. 아스팔트와 선명한 대비를 이뤄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띈다. 과속방지턱처럼 솟아 있는 효과를 주는 페인팅도 있다. 시속 60km 정도로 달리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약 10m 앞에 이르자 속도를 20km로 줄였다. 다른 차량도 마찬가지다. 이런 그린벨트 횡단보도가 다이센 전역에 1000여 개나 있다.○ 생명 구하는 교통 투자 다이센 지역은 해가 일찍 진다. 겨울에는 오후 4시에도 어둑하다. 그래서 도로 곳곳에 세워진 전봇대에는 노란색 띠가 둘러져 있다. 운전자에게 위치를 알리는 반사판 역할을 한다. 다이센시는 매년 2차례나 도로 위 페인트를 새로 칠한다. 그 덕분에 칠이 벗겨진 횡단보도를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 스즈키 이코(鈴木一幸) 다이센시 환경교통안전과 직원은 “도로 위 표시 정리만 제대로 해도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이센시의 올해 교통안전시설 개선 예산은 4284만4000엔(약 4억809만 원)이다. 정부가 지원한 교통안전 교부금이 1760만1000엔(약 1억6765만 원)이나 포함됐다. 전체 예산의 3분의 1을 지원받은 덕분에 다이센시는 자체 예산을 다양한 교통안전 프로그램에 투입하고 있다.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한 교통사고 예방교육이 대표적이다. 2주일에 한 번씩 32개 초중등학교에 가상현실 장비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횡단보도 건너는 법’ 등을 마치 실제처럼 체험토록 한다. 자전거를 즐겨 타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도로 주변에서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는 법’ 등의 시뮬레이션 교육을 실시한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다이센시의 교통사고 사상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인구 8만7000명의 중소도시인 다이센시의 2014년 교통사고 사상자는 317명. 지난해 197명으로 37.9%나 줄었다. 다이센시와 인접한 요코테(橫手)시의 한 도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폭이 작다는 이유로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없었다. 하지만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어 어린이 통행이 많다. 올 8월 이곳에 신호등이 설치됐다. 지역 경찰과 주민들의 건의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를 뒷받침한 건 총무성의 교통안전 교부금 덕분이었다. 사토 요시히토(佐藤良人) 요코테시 재산경리과 직원은 “교통안전 교부금을 가장 시급한 안전 사업에 집중적으로 쓸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공짜 안전은 없다 일본의 교통안전 교부금 제도는 196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교통 범칙금과 과태료 수입은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교부금은 매년 3월과 9월 2회에 걸쳐 지자체에 지원된다. 지원 규모는 각 지역의 교통사고 현황, 인구 밀도, 도로 총길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해진다. 교부금의 25%는 경찰청, 나머지는 지자체에 지원한다. 교부금은 횡단보도 신호등, 노면 표시, 가드레일 정비 등 교통안전 관련 설비에만 투자할 수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일본 내 지자체가 지난해 교통안전 사업에 투자한 비용은 약 1500억 엔(약 1조4287억 원). 이 중 특별교부금은 580억 엔(약 5524억 원)이다. 스즈키 겐이치(鈴木健一) 총무성 이사관은 “보통 지자체마다 교통안전 예산의 40% 정도를 교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뿐 아니라 해외 선진국들은 교통 벌금을 교통안전시설에 투자하는 특별회계를 운용하고 있다. 프랑스도 예산법에 따라 교통안전시설 특별회계가 있다. 지난해 특별회계 규모는 9억4000만 유로(약 1조1000억 원)로 무인단속장비나 면허관리 시스템 개선에도 쓰이고 있다. 이탈리아는 도로법에 따라 국가공무원의 교통 단속 벌금은 중앙정부가, 지자체 공무원이 단속한 교통 벌금은 각 지자체가 교통안전시설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교통안전 특별회계의 가장 큰 장점은 시설에 투자할 수 있는 예산이 안정적으로 확보된다는 것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교통안전 정책과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다이센·요코테=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22일 서울 서초구의 한 사우나. 3층 남탕을 둘러보던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330m² 크기의 사우나를 10분 가까이 둘러봤는데 비상구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건물 중앙 벽에 부착된 피난 안내도엔 ‘현 위치’ 표시가 없었다. 건물 구석 흡연실을 지나 좁은 통로로 들어가자 그제야 철문이 나왔다. 문을 열자 비상계단으로 향하는 통로가 보였다. 비상구 표시가 없거나 ‘통제구역’이라고 적힌 문도 있었다. 박 교수는 “불이 나면 현장은 아비규환”이라며 “평소에도 이렇게 찾기 힘든 비상구와 대피로는 화재 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건물 화재로 숨진 29명 중 20명의 시신이 발견된 여성 사우나처럼 비상구가 있어도 사실상 무용지물인 건물은 부지기수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2일 서울과 제천시의 대형 사우나와 스포츠센터 8곳의 비상구를 직접 확인한 결과 모두 ‘무늬만 비상구’였다. 미로 같은 통로를 지나야 하거나 구석에 있어서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사우나 겸 찜질방. 대형 휴게실 한쪽에 비상구를 나타내는 녹색등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하지만 대형 온열기가 비상구 문의 절반을 가로막고 있었다. 온열기 뒤쪽으로 힘겹게 몸을 집어넣어 문손잡이를 돌렸다. 그러나 열리지 않았다. 바깥쪽에서 잠겨 있었다. 열쇠 없이는 나갈 방법이 없었다. 단 몇 초가 생사를 가르는 화재 발생 시 탈출을 지연시켜 대량 사상자를 낼 것이 우려됐다. 제천시 주택가의 한 스포츠센터 2층 사우나에는 비상구는 있었지만 ‘비상구’ 표시가 없었다. 문을 여니 바로 허공이었다. 건물 외벽 3m 높이에 계단도 없이 비상구 문을 달아놓은 것이다. 건물 관리인은 “평소에 나갈 수 없도록 잠가놨다가 이번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뒤 부랴부랴 열도록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우나와 스포츠센터의 비상구 주변 공간은 사실상 창고나 흡연실로 쓰이고 있었다. 서울 신촌의 한 헬스클럽 지하 3층 스크린골프장의 비상 통로는 문 2개를 열어야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구조였다. 첫 번째 문을 열자 운동화와 운동복, 청소도구가 가득 담긴 대형 비닐봉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두 번째 문까지 가는 게 쉽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의 한 건물 지하 1층 사우나에는 비상구가 세 개나 있었지만 의미가 없었다. 조리실 내부 비상구 앞에는 큰 냄비 등 조리도구가 가득 쌓여 있어 비상구로 접근하기 어려웠다. 휴게실의 비상구 앞은 아예 의류 판매장이었다. 비상용 엘리베이터 앞엔 의류 매장용 옷걸이 등이 가득 쌓여 있었다. 또 종로구 한 찜질방 지하 2층 비상문은 20∼30cm밖에 열리지 않았다. 문 바로 뒤에 플라스틱 의자와 선풍기 등이 가득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3, 4월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 조사 결과 안전 불량사항이 적발된 290개 영업장 대부분은 유도등이나 감지기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상구가 닫혀 있어 과태료를 부과받은 곳은 29곳이었다. 박 교수는 “대형 사우나와 찜질방은 좁은 방이 많은 구조라 화재 시 대피로에서 먼 방에 들어갔다 갇혀 변을 당하기 쉽다”며 “다른 다중이용시설보다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신규진 newjin@donga.com·최지선·김예윤 기자}

한양대는 정시에서 분할모집으로 가군 262명, 나군 523명 총 785명을 선발한다. 학생부 교과 비중은 적은 편이다. 가군에서는 수능 100%가 적용된다. 나군에서는 학생부 교과 10%+수능 90%로 선발한다. 계열에 따라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이 달라 잘 살펴봐야 한다. 인문·상경계는 국어(30%) 수학 나형(30%) 영어(10%) 사회탐구(30%)가 반영된다. 자연계는 국어(20%) 수학 가형(35%) 영어(10%) 과학탐구(35%)로 과탐Ⅱ는 3% 가산점이 부여된다. 2018학년도부터 한양대는 자연계열에서도 파이낸스경영학과를 선발한다. 상경계열에서 선발하는 것과는 별도다. 또 나군에서 의예과 66명을 선발한다. 한양대는 우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인문·상경계와 자연계 학과들로 구성된 ‘다이아몬드7’ 학과에 장학금 혜택을 준다. 다이아몬드7 학과는 융합전자공학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에너지공학과, 미래자동차공학과, 파이낸스경영학과, 정책학과, 행정학과다. 이 학과에 합격하면 4년 동안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또 가군 최초합격자 전원을 대상으로 4년 반액장학금이 지급된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세종대는 올해 정시모집으로 가군 28명, 나군 1103명 총 1131명을 모집한다. 인문·자연계는 나군에서 수능 100%로 선발한다. 학생부 교과 등급보다 좋은 수능 점수를 받은 수험생은 눈여겨볼 만하다. 예체능계열은 가군의 영화예술학과 연출제작 전공과 무용과를 제외한 학과들을 나군에서 선발한다. 무용과는 수시 미충원 인원이 생기면 정시모집을 진행한다. 수능 성적은 국어와 수학은 표준점수, 영어는 등급, 탐구는 백분위 점수가 반영된다. 계열에 따라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이 다르다. 인문계은 국어(30%) 수학 나형(30%) 영어(20%) 사회탐구 2과목(20%)이다. 자연계는 국어(15%) 수학 가형(40%) 영어(20%) 과학탐구 2과목(25%)이다. 예체능계는 국어(70%) 영어(30%)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계약학과를 제외한 인문·자연계 모집에 한국사 등급별로 가산점이 부여된다. 가산점에서 만점을 받으려면 한국사 과목에서 3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특성화고교졸 재직자 전형도 마련됐다. 특성화고 졸업 후 3년 이상 산업체에 재직하면서 대학 진학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좋은 기회다. 나군 호텔외식관광프랜차이즈경영학과와 글로벌조리학과에서 각각 32명을 선발한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5일 서울 강북구의 한 임대아파트. 현관문이 열리자 180cm쯤 되는 키에 몸무게도 120kg은 훌쩍 넘을 듯한 거구의 A 씨가 환하게 웃으며 양희창 씨(60)를 반겼다. 양 씨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보물찾기’를 하듯 집 안 곳곳을 뒤졌다. 신발장, 싱크대 서랍, 침대 밑까지 모두 살펴보고 나서야 양 씨는 조금은 마음이 놓인 표정으로 A 씨를 바라보았다. “완전히 술 끊은 거지? 잘했다.” 양 씨는 서울시정신건강센터 소속 ‘회복자상담가’다. 알코올의존자(알코올중독자)들을 찾아다니며 단주와 치료를 권하는 게 양 씨의 일이다. 양 씨가 A 씨를 보살피기 시작한 건 약 1년 전부터다. “알코올의존자가 이웃들에게 행패를 부린다”는 구청 사회복지사의 신고를 받고 찾아간 A 씨의 집은 깨진 술병과 쓰레기로 엉망이었다. 음식물 쓰레기와 온갖 잡동사니가 뒤섞여 발 디딜 틈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23m²쯤 되는 좁고 어두운 방 한 구석에는 고꾸라진 술병처럼 A 씨가 쓰러져 있었다. 양 씨는 “사업 실패와 이혼 후 술에 빠져 살던 10년 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구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양 씨가 소속된 센터의 회복자상담가 16명은 모두 알코올의존증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센터는 2013년부터 술을 끊는 데 성공한 회복자들에게 상담가로서 활동할 기회를 주고 있다. 누구나 상담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년 이상 술을 끊어야 하고 150시간 이상 알코올의존증 관련 이론 교육도 받아야 한다. 상담가가 되면 매주 3일씩 구청에 민원 신고가 들어온 알코올의존자들의 집을 방문한다. 한 사람당 하루 평균 3곳을 찾아간다. 상담은 보통 30분∼1시간가량 걸린다. 양 씨는 “알코올의존자들은 경계심이 강하다. 처음 찾아가면 ‘무슨 상관이냐’며 고함을 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양 씨가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상담가 활동을 하는 이유는 동병상련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는 “술에 빠진 사람들은 외로운 사람들이다. 관심만 보여주면 얼마든지 술을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알코올의존증 치료 3년 만에 단주에 성공해 2014년부터 상담가로 활동 중인 김순덕 씨(61·여)가 바로 그런 경우다. 김 씨는 이혼 후 식당 주방 일을 하며 손님이 남긴 술을 마시는 버릇을 들였다가 알코올의존증으로 고생을 했다. 그는 가족과 지인들의 끈질긴 권유로 센터를 찾은 끝에 술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김 씨는 “나는 가족 덕분에 단주에 성공했지만 알코올의존자 대부분은 가족과 단절된 이들이다. 특히 여성들은 치료를 받지 못해 고립된 경우가 많다. 상담가가 된 것은 그런 이들을 돕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그는 “상담가 활동은 쉽지 않다. 하지만 ‘과거의 나’를 보는 듯한 동질감과 책임감으로 일한다”고 말했다.김단비 kubee08@donga.com·신규진 기자}

#장면1. 18일 오전. ‘달빛 기사단’이란 아이디를 쓰는 한 사용자가 트위터에 ‘네이버 검색 해주세예’ ‘검색어: 홍준표 아베’ ‘현재 3위’라는 글을 올렸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일본에 가서 굴욕외교를 했다는 것을 부각해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노출시키자는 의미다. 오전 내내 네이버에서 ‘홍준표 아베’는 검색어 순위 10위권에 머물렀다. #장면2.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지난달 28일 한 강연에서 “‘대통령이 하겠다는데 네가 왜 문제 제기야’라고 하면 공론의 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즉각 문재인 대통령의 극성 지지자들로부터 ‘적폐세력’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최근 문 대통령의 방중을 수행 취재하다 폭행당한 청와대 수행기자단은 “맞을 짓을 한 기레기들”이라는 맹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른바 ‘문빠’들의 여론 형성 구조와 실체가 새삼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 ‘좌표 찍기’와 ‘지원’이 세(勢) 과시 전략 문빠들의 주요 활동 무대는 온라인과 모바일 공간이다. 문 대통령 지지 행위는 이들만의 은어인 ‘좌표 찍기’와 ‘지원’으로 이뤄진다. ‘좌표를 찍다’란 용어는 공격해야 할 기사나 콘텐츠의 인터넷 주소를 다른 지지자들에게 알리는 행위를 뜻한다. 팬 카페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좌표가 찍히면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는 것은 순식간이다. ‘지원’도 활성화된다. 문빠들이 단 댓글에 비슷한 맥락의 댓글을 추가하거나 특정 댓글을 ‘베스트 댓글’로 만드는 행위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을 긍적적 댓글로 덮기 위한 시도도 있다. 16일 트위터에 한 사용자는 ‘여기 100개 넘는 댓글이 악플이에요. 부탁드립니다’란 글과 함께 전날 문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회동 관련 기사 링크를 첨부했다. 현재 해당 기사의 베스트 댓글은 문 대통령을 칭찬하는 글로 바뀌었다. 문 대통령의 맹목적 지지자를 일컫는 문빠들의 공격은 정치, 사회, 문화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문빠와 공식 팬 카페는 달라” 문 대통령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도 문빠 현상은 논란이다. 여전한 문자폭탄 등 문빠들의 공격에 속앓이를 하는 정치인이 적지 않다. 현재 2만2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공식 팬 카페인 ‘문팬’ 집행부와 가까운 김미경 서울시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팬과 그런 분(문자폭탄을 보내는 극성 지지자)들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문팬은 문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각자 사회활동을 하는 보통 사람들이 역할을 하는 모임이다. 뭉뚱그려 문빠라고 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성적인 지지 활동을 하는 지지자들과 일부 극성 지지자인 ‘문빠’는 문 대통령 지지 모임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활동 방식이 다르다는 얘기다. 실제 국내 유명 포털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는 다양한 형태의 문 대통령 지지자 모임이 개설돼 있다. 과거 전국적 조직망을 갖추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는 탄생 과정이나 구조 자체가 다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에선 문빠를 자진 해체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수많은 모임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여론 착시 현상도 문자폭탄을 보내는 문빠는 지지자들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소수 문빠의 목소리가 여론의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매일 500통 이상의 문자폭탄을 받은 경험이 있는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받은 문자를 분석해보니 한 사람이 하루에 70통을 보낸 경우도 있었다. 실제 송신자 수는 받은 문자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빠들의 맹목적 팬덤이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다수 이성적 지지자까지 ‘문빠 프레임’에 가두고, 문 대통령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문빠는 대통령이 정치를 잘 이끌어 좋은 성과를 내길 바라는 보통의 지지자들과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로지 문 대통령만 의견의 자유를 향유하길 바라고, 나머지 그와 갈등하는 의견은 없어도 좋다고 본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일당제주의자들이다”고 했다.길진균 leon@donga.com·박성진·신규진 기자}

북한 귀순병사 오청성 씨(25)가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지기 전 이국종 교수를 비롯한 의료진에게 감사의 자필 메모를 남겼다. 17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오 씨의 메모에는 “아주대병원 안의 (이국종) 교수님을 비롯한 모든 선생님들이 치료를 잘해준 데 대하여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말미에는 ‘오청성’이라는 이름 석 자를 크게 눌러썼다. 이 메모는 오 씨가 아주대병원을 떠난 15일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 등에게서 1차 수술을 받은 지 32일 만이었다. 이날 오 씨는 이 교수에게 “주한 미군과 한국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헌혈도 많이 하고 세금도 많이 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교수는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에서 “병사 몸에는 대한민국 국민이 자기 팔 찔려가면서 헌혈한 피 1만2000cc가 흐르고 있다. (오 씨가) 남한에서 직장을 다니며 번 돈으로 세금을 내 다시 국가경제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 씨가 화답한 셈이다. 이 교수는 오 씨에게 법학개론 책을 선물했다. 그는 “(오 씨가) 어릴 때부터 군 생활 한다고 공부를 많이 못 했다고 한다.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갖든 사회에 기여를 많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의미”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 교수는 새로운 환경에 놓이는 오 씨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오 씨가 한국사회에 잘 정착해 ‘수원 오 씨’로 살았으면 좋겠다”며 “상황이 안 좋았을 때보단 낫지만 여전히 간수치가 높다. 잘 치료받게 돼 굉장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오 씨는 이번 주부터 국군수도병원에서 재활치료와 함께 귀순 경위 등에 대한 국가정보원 및 군 관계자들의 합동신문을 받게 된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지난달 하순 서울 송파구의 한 예식장. 주례 없는 결혼식이 진행됐다. 신부 아버지가 사랑하는 딸을 축하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다. “우리 딸…, 이젠 다 털어버리고 잘 살아야….” 아버지는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울컥했다. 하객들은 그저 큰딸 시집보내는 친정 아빠의 눈물로 여겼다. 하지만 아빠의 눈물 속 남다른 아픔을 아는 신부와 다른 가족의 눈가는 촉촉이 젖었다. 이날 신부의 아버지는 ‘240번 버스’의 운전사 김모 씨(60)다. 올 9월 “아이 혼자 내렸으니 세워 달라”는 엄마의 요구를 무시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혹독한 ‘마녀사냥’을 당했던 바로 그 버스 운전사다. 사건이 불거졌을 때 김 씨의 큰딸은 이미 결혼 날짜를 잡은 상태였다. 당시 김 씨는 자신을 향하던 화살이 결혼을 앞둔 딸한테 옮겨갈까 더욱 두려워했다. 가족의 신상정보까지 유포돼 자칫 딸의 결혼까지 망칠 수 있다는 생각 탓이었다. 큰딸은 “헛소문을 퍼뜨린 누리꾼을 당장 고소하자”고 흥분했지만 김 씨는 “일이 더 커지면 가족까지 위험에 빠진다”며 다독였다. 예식장 단상에 올라 딸과 듬직한 사위를 보자 그동안 마음 졸였던 순간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김 씨는 마음속에 준비한 말을 다 하지 못하고 “잘 살아 달라”는 당부만 하고 황급히 자리로 돌아왔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큰딸이 눈물을 훔쳤다. 마녀사냥을 겪은 지 3개월이 지났지만 김 씨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남은 상처는 깊어 보였다. 김 씨의 아내 A 씨는 ‘다시는 운전대를 못 잡게 해야 한다’ ‘살인미수’ ‘콩밥을 먹여야 한다’ 등 얼굴도 모르는 누리꾼들의 악플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누명을 벗은 뒤에도 A 씨는 삭제된 악성 댓글을 다시 찾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작성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란 문구를 봐야 마음이 놓인다. “불쑥불쑥 그때 생각이 떠올라 겁이 날 때가 있어요. 우리에게는 ‘칼날’이었던 댓글이 진짜 없어진 걸 눈으로 직접 봐야 ‘이제 우리 가족과 상관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처음 사건이 불거진 날 A 씨는 남편으로부터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 A 씨는 인터넷에서 한 버스 운전사가 아이 엄마의 간곡한 요청을 뿌리쳐 비난받고 있다는 기사를 봤지만 그 사람이 남편일 거라곤 생각조차 못했다. A 씨는 “남편이 다음 날 출근하면서 ‘인터넷에 내가 운전한 버스 이야기가 나오더라’며 툭 던지듯 얘기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내와 두 딸 앞에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던 김 씨는 태연했다. 하지만 그의 눈은 빨갛게 부어 있기 일쑤였다. A 씨는 “속으로만 삼키려는 남편의 모습에 저도 몰래 많이 울었다. 버스 운전사 생활 33년 동안 월급 안 갖고 온 게 정년퇴직 직후인 8월 딱 한 달이었다. 그러고 ‘가장 노릇 못 해 미안하다’고 내내 자책했던 게 바로 우리 남편”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9월부터 계약직으로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A 씨 역시 딸들이 피해를 받을까봐 주변에 억울함도 털어놓지 못했다. “나쁜 버스 운전사란 소문이 너무 퍼져서 아무리 해명해도 오해를 받을까봐 두려웠어요. 딸들까지 주변에서 손가락질 받을까봐….” 결국 참다 못한 두 딸이 적극적으로 사실을 밝혔다. 사건 이틀 뒤 인터넷에 글을 올려 “저희 아버지는 승객 말을 무시하거나 욕을 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A 씨는 “가족 모두 평범했던 9월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가고 싶지만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11일 서울의 한 신경외과에서 김 씨를 만났다. 그는 여전히 만성두통 등 후유증으로 매주 두 차례 치료를 받고 있었다. 김 씨는 가족 이야기가 나올 때면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앞서 두 차례 만남 때보다 한결 편안해 보였다. 얼굴 신경이 마비되는 증세도 나아져 가끔 웃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김 씨는 “큰딸 결혼식을 무사히 마친 뒤 불안감이 많이 사라졌다. 몸도 마음도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민낯이 너무 적나라하던데?” 지난달 학부모 모임에 나간 이모 씨(39·여)에게 아들 친구의 엄마가 넌지시 말했다. 걱정스러운 눈빛이 역력했다. 이 씨는 이날 자신의 ‘몰래카메라(몰카)’ 영상이 있다는 걸 전해 듣고 깜짝 놀랐다.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동영상을 찾아봤다. ‘엄마 몰래카메라(몰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있었다. 욕실에서 막 세수하고 나온 이 씨가 아들의 장난에 깜짝 놀라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씨는 “이상한 영상은 아니지만 내 얼굴이 인터넷에 떠도는 걸 보고 당혹스러웠다.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이라고 하지만 혹시 우리 아이가 다른 사람 몰카까지 찍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요즘 초등학생 사이에 ‘엄마 몰카’가 유행이다. 물론 ‘아빠 몰카’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엄마가 대상이다. 대부분의 몰카 영상은 다친 척하기, 자는 엄마 깨우기, 물에 불린 휴지 심으로 배설물 모형을 만들어 부모에게 갑자기 보이기 같은 소소한 장난을 찍은 것이다. 일부는 엄마 엉덩이 때리고 도망가기 등 다소 ‘과한’ 수위의 영상도 있다. 아이들은 이런 영상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하고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 등에도 게시한다. 유튜브는 누구나 검색만으로 영상을 볼 수 있다. 대부분 아이의 장난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부모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생활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을 타인이 접할 수 있는 탓이다. 아이가 언제 어떻게 찍는지도 잘 모르고 영상을 인터넷에 올려도 확인할 길이 없다. ‘엄마 몰카’의 대상이 됐던 학부모 윤모 씨(42·여)는 “집에서 편하게 있는 모습을 내가 모르는 사람이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무섭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를 어느 정도까지 혼내고 관리해야 할지를 놓고 부모의 고민이 크다. 부모들은 “24시간 아이를 감시할 수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 아이인데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것이 힘들다”는 반응이다. 강모 씨(38·여)는 “아이가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걸 보면 혹시 날 찍는 게 아닌지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이 안전도 있고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당할 수도 있는데 스마트폰을 뺏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토로했다. 엄마 몰카 유행의 배경에는 인터넷 개인방송 중계 사이트에서 ‘지인 몰카’의 인기가 높은 탓도 있다. 여자친구가 남자친구를 발로 차 물에 빠뜨리거나 부모에게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등을 찍은 몰카다. 보통 지인 몰카 영상의 평균 조회는 수만 건에 이른다. 초등 4학년 아들을 둔 박모 씨(37·여)는 “아이가 스마트폰으로 매일 ‘일반인 몰카 동영상’을 본다. 내용을 떠나 몰카 자체가 불법적인 측면이 있는데 혹시 아이가 잘못된 인식을 가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접하는 편집 영상은 진행자들이 미리 섭외하거나 사전 동의를 구한 경우가 많다”며 “친구라서, 엄마라서 괜찮다. 몰래카메라인데 어떠냐’는 식의 메시지는 아이들에게 ‘나도 한번 찍어 볼까’ 하는 유혹에 빠지게 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뭘 처웃어. ××.” 대학생 이모 씨(23·여)는 최근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앞에서 버스킹(거리 공연)을 보다 매우 불쾌한 상황에 맞닥뜨렸다. 공연하던 남성이 갑자기 이 씨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이 씨와 이 남성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이 씨가 당황하자 남성은 바로 웃으며 “미안하다. ‘××’라고 말하는 ‘틱’(습관적으로 하는 장애)이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가 얼토당토않은 변명을 늘어놓았다.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매우 불쾌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웃고 떠들고 있어서 그냥 자리를 떴다”고 말했다. 서울 홍익대 주변, 신촌, 대학로 등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거리에서는 버스킹이 자주 열리며 ‘거리의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욕설, 성추행 등 ‘민폐 버스킹’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홍대입구역 앞 ‘걷고 싶은 거리’에서는 공연하던 남성이 관람 여성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다. 여성은 손사래를 치며 거부 의사를 보였지만 남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성을 무대 중앙으로 끌고 갔고 머리채를 계속 흔들었다. 이 모습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올 6월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이모 씨(19·여)는 “빈혈이 있어서 어지러움을 잘 견디지 못한다. 그런데 갑자기 제 의사를 묻지도 않고 (남성이) 머리채를 잡았다”며 “정신을 차릴 수 없어서 비틀거렸고 급기야 옆에 있던 스피커와 충돌했다”고 말했다. 다른 버스킹에서도 욕설, 강제추행 등이 나왔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1일 오후 7시 홍대입구역 걷고 싶은 거리에서는 네댓 개 공연팀이 동시에 공연을 하고 있었다. 한 공연팀이 춤을 추기 시작하자 100여 명의 사람이 갑자기 몰리며 주위를 에워쌌다. 통행로가 좁아졌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이진성 씨(28)는 “집에 가는 길에 이 거리를 항상 지나는데 사람이 많아 발을 밟히거나 몸을 치이는 일이 다반사”라고 말했다. 주변 상인들은 소음, 쓰레기 등으로 불만이 많다. 인근 안경 매장의 점원은 “너무 시끄러워서 매장 문을 열 수 없다”고 불평했고, 노래방을 운영하는 채모 씨(62·여)는 “7, 8월 이미 구청에 소음, 영업방해로 민원을 제기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고 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56)는 “공연팀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공연을 마친 뒤) 가게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3년 10건에 불과했던 버스킹 관련 민원 신고는 올해 1∼8월 77건에 달했다. 민원 신고는 매년 70% 이상 늘었고 걷고 싶은 거리 등이 있는 마포구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답변 기준(30일 내 20만 명 참여)을 넘어서는 청원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3일 청와대에 따르면 술에 취해 있었다면 형벌을 감해주는 ‘주취감형(酒醉減刑)’을 폐지해 달라는 청원이 3일 참여 인원 2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17일 게시된 권역외상센터 지원을 확대해 달라는 청원 역시 25만 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60만 명을 돌파한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공식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막무가내식 청원에 대한 우려도 나왔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곤혹스러운 경우도 있지만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청원 게시판의 주목도가 더욱 높아지면서 1만 건이 넘는 각종 청원이 폭주하면서 3일 현재 청원은 5만6000건을 돌파했다. 1일에는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EXO) 팬들이 “엠넷아시안뮤직어워즈(MAMA) 시상식을 폐지해 달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MAMA 시상식에서 엑소가 주요 부문 수상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이 청원에는 이례적으로 영어 베트남어 등 외국어 댓글이 달렸고 1만9000여 명이 참여했다. 청원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만 있으면 외국인도 참여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권역외상센터 지원처럼 정부 정책으로 가능한 것은 문제가 없지만 일부 청원은 법 개정까지 필요한 것이라 청와대가 해결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불가능’이라고만 할 수는 없어 답변 수위와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규진 기자}

“조심조심 잘 찍고 오소.” 23일 오전 7시 서울 마포구 홍익대 부속여고 앞. 김훈석 씨(83)가 아내 차영옥 씨(75·사진)에게 도시락을 건네며 말했다. 새벽부터 준비한 누룽지 도시락이다. 인천 백령도에 사는 아들 김승진 씨(52)는 꽃다발과 찰떡을 드렸다. 칠순을 훌쩍 넘겨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노모를 위한 것이다. 차 씨의 눈은 부어 있었다. 시험장에 오기 전 “어머니가 드디어 소원을 푸셨다”며 감격해하는 아들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차 씨의 수능은 만학도의 도전 이상의 의미가 있다. 30년 전 차 씨는 위암 말기 진단을 받고 위 전체를 잘라냈다. 음식을 소장으로 소화시킨다. 한 끼에 밥 한 그릇을 다 먹어본 적이 없다.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두통에 시달린다. 5분 전 암기한 것도 잊어버리는 일이 다반사다. “공부가 안 되면 나를 살린 항암제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물 한두 방울이 계속 떨어져 바위에 구멍이 나듯 (수업을) 계속 들으면 머릿속에 들어가지 않겠냐는 믿음으로 공부했어요.” 차 씨는 평안남도 진남포에서 6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6·25전쟁이 터지고 1·4후퇴 때 가족과 함께 남쪽으로 왔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해 중등교육을 받지 못한 게 늘 한이었다. 그는 “배움에 대한 열정은 언제나 가득 차 있었다”고 말했다. 시련은 계속됐다. 6년 전 췌장암 수술을 받았다. 2년 전엔 넘어져 갈비뼈 여섯 개가 부러졌다. 지금도 복대를 차고 생활한다. 올 2월 받은 백내장 수술 탓에 2시간 이상 책을 보기도 힘들다. 차 씨는 “하늘이 나에게 공부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게 아닌가 싶어 원망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차 씨는 일성여중고에 다닌다. 만학도에게 중·고등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2년제 학력인정 평생학교다. 그는 2년 동안 결석 한 번 하지 않았다. 차 씨가 ‘내 반쪽’이라고 부르는 남편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 남편은 매일 오전 차 씨의 책가방과 도시락을 들어주며 지하철로 40분 거리 학교를 왕복했다. 이날 오후 5시경 시험장을 나오는 차 씨를 교문 앞에서 반긴 사람도 남편이었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차 씨는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해 홀몸노인을 돕고 싶어 한다. 위암 투병 당시 자신을 돕던 사회복지사를 보며 다짐한 꿈이다. 수능 결과에 상관없이 남은 대입 전형에 도전할 생각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아침 먹을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당연히 첫 끼죠.” 이국종 교수가 식탁 앞에 앉으며 말을 꺼냈다. 16일 낮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구내식당. 전날 북한 귀순병사의 2차 수술을 집도한 이 교수는 여전히 파란색 수술 모자를 그대로 쓰고 있었다. 가운 왼쪽 주머니에는 진찰용 막대와 청진기, 펜이, 오른쪽 주머니에는 논문자료 몇 장이 구겨진 채 꽂혀 있었다. 그는 쉬지 않고 음식을 입에 넣었다. 주로 고기와 계란 프라이에 손이 갔다. 함께 식사하던 간호사가 “체력을 보충하려면 (단백질 중심으로) 먹어야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왼쪽 손목에 전자시계를 차고 있었다. 검은색 전자시계 끝부분에 흰 의료용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민감한 외과수술에 방해될까 시곗줄 끝을 고정한 것이다. 그때 한 간호사가 달려와 귓속말을 하자 이 교수는 숟가락을 놓고 일어섰다. 절반 넘게 밥이 남아 있었다. 이 교수는 이날 아주대병원 별관에서 열린 ‘아주외상학술대회’를 주재하면서도 수시로 자리를 떴다. 병실을 드나들며 환자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서다. 그는 “행사 도중 환자 병실에 갈 일이 많아 굳이 외부에서 행사를 열지 않는다”고 말했다. 13일 북한 병사가 후송되고 22일 공식 브리핑 전까지 이 교수는 2차례 기자들에게 환자 상태를 설명한 것 외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외상센터 내에서 먹고 자는 생활을 이어갔다. 평소 이 교수의 생활과 다를 바 없었다. 병원 안팎의 사람들 눈에는 그저 늘 지켜봤던 이 교수였다. “아이고, 내 아들 방이 이 모양이면 그냥 안 놔두지…. 침대가 환자 것보다 못해요.” 19일 외상센터 5층. 10㎡ 남짓한 이 교수 사무실을 청소하고 나오던 권모 씨가 혀를 차며 말했다. 권 씨가 본 이 교수 책상 위에는 의학서적과 논문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책상 옆 간이침대에는 여름용 얇은 홑이불이 깔려 있었다. 아주대병원 지하 1층 세탁실. 이 교수의 가운이 걸려 있었다. 한 세탁실 직원이 떨어진 단추를 달고 있었다. 그는 “(교수님이) 완벽해 보이지만 수건 얻으러 올 때는 멋쩍어한다. 인상은 날카로운데 말끝마다 ‘부탁합니다’를 붙여 존댓말을 한다”고 말했다. 시설물을 관리하는 한 직원은 이 교수에 대해 “수시로 엘리베이터를 세우는 지독한 원칙주의자”라고 말했다. 외상센터 설립 초기 헬기로 이송한 환자를 응급실로 옮기는 훈련을 해야 한다며 이 교수는 2대뿐인 화물용 엘리베이터 중 1대를 계속 정지시켰다고 한다. 21일 외상센터 5층 화장실에서 이 교수를 다시 만났다. 그는 같은 층에서 열린 학술 세미나 때문에 잠시 수술실 바깥으로 나왔다. 이 교수는 기자를 보자마자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된다. 다른 사람 눈에 안 띄게 나가라”며 기자에게 ‘퇴로’를 알려줬다. 평소 기자들 질문에 답변을 피하지 않는 그지만 북한 병사가 이송된 이후 병원, 군, 정보당국에 안팎으로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 교수와 외상센터 설립을 위해 14년 전부터 합심해온 허윤정 교수(아주대 의대)는 “집이 유복한 것도 아니고, 연줄이 있는 것도 아닌 이 교수가 ‘마이너리티 중의 마이너리티’인 외상외과 교수가 된 건 우연이자 숙명이었던 것 같다”며 “언어도, 사람 관계에도 거칠지만 환자에게는 의사로서 최선을 다하는 의사라는 점은 모두가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도 이 교수는 헬기를 타고 충남 서산을 다녀왔다. 50대 교통사고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서다. 헬기 조종간을 잡았던 이세형 기장은 “파일럿 생활 20년 동안 이런 의사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 기장은 “심정지 상태의 환자를 태우면 이 교수가 헬기 안에서 환자 가슴을 열고 심장 마사지를 한다. 의료진 손이 느리면 버럭 소리를 지른다.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집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기장은 연평도 포격 직후 헬기에 탔던 이 교수의 말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전쟁 나서 병사 구하러 나갔다 죽으면 어디 작은 비석 하나 세워지면 그만이죠.”수원=최지선 aurinko@donga.com·신규진 기자}

“외과 의사 경력 20년이 넘었지만 한국 사람에게서 이렇게 큰 기생충이 장관(腸管·소장과 대장)에서 나온 적은 없었습니다. 저한테도, 한국 사회에서도 참 보기 드문 현상인데….” 15일 오후 이국종 교수(아주대 의대)는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기자 브리핑을 하며 잠시 말을 멈췄다.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다가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에 대한 2차 수술을 마친 직후였다. 이 교수를 놀라게 한 것은 귀순 병사의 장을 뚫고 나온 기생충 수십 마리였다. 한국인 배 속에서는 자취를 감춘 것으로 생각되던 기생충이었다. 이 교수는 “(병사의) 복부 내 출혈이 심했고 파열된 소장 내부에선 다량의 변과 수십 마리의 기생충이 발견됐다”며 “(기생충들이) 소장 곳곳을 뚫고 올라오는 등 상황이 심각했다”고 말했다. 키 170cm, 몸무게 60kg에 불과한 병사의 소장에서 나온 기생충은 길이가 최장 27cm인 것도 발견됐다. 총상으로 생긴 게 아니라 원래 병사 몸속에 있던 것이다. 회충으로 보이는 기생충들은 손상된 부위를 지속적으로 뚫고 나와 변과 섞여 체내를 오염시켰다. 남은 기생충은 상처 부위를 갉아먹어 합병증을 유발할 위험도 있다. 이 교수는 “기생충은 하루에 20만 개의 알을 낳는다. 제거하는 데까진 제거했다”고 말했다. 약물로 기생충을 없애는 방법을 해외 논문 등에서 찾아봤지만 기생충을 일일이 빼내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서민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교수는 “통상 탈북자들에게서 이런 기생충들이 발견된다. 상하수도 시설, 식품 위생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서 살아서 그런 것 같다”고 진단했다. 기생충과 함께 소장에서는 끊임없이 변이 흘러나왔다. 통상 소장이 파열됐을 때 변은 발견되지 않는다. 이 교수는 “대장에서나 볼 수 있는 변이 소장 말단에서 관측됐다. 복부 안이 변으로 가득 차 있는 상태”라며 “출혈이 심해 소장을 꿰매놨지만 어마어마한 양의 변이 차 있는 상태다”라고 밝혔다. 병사가 13일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을 때 혈압은 70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일반인이라면 쇼크가 와서 의식을 잃는 상태다. 이날 심야 1차 수술에서 의료팀은 귀순 병사의 손상된 소장 40여 cm를 절제했다. 보통 성인 한국 남성의 소장 길이는 2m가 넘지만 이 병사는 약 150cm에 불과했다. 이 교수는 “도저히 살릴 수 없는 소장 부위만 최소한으로 절제했다”고 말했다. 병사의 배에서는 변과 함께 소량의 음식물도 나왔다. 음식물은 대부분 옥수수였다. 1차 수술을 받을 때 귀순 병사가 흘린 피는 1.5L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장을 뚫은 총알이 오른쪽 골반을 나가면서 출혈이 더 많았다. 몸에서 제거한 탄두는 그동안 알려진 5발이 아니라 1발로 확인됐다. 이 교수는 “몸속에 다른 탄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탄두 조사는 군 당국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시간 넘게 진행된 2차 수술 후 귀순 병사는 여전히 의식은 없지만 상태는 다소 호전됐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급성 담낭염 소견을 보여 담낭을 제거하고 열려 있던 복부는 봉합했다. 이 교수는 생존 여부에 관해 “환자 상태가 럭비공 같다. 현재 심폐기능이 완전하지 않아 첫 수술 후 열흘 정도는 지나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수원=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168cm 키 때문에 고민하던 윤모 씨(28)는 지난달 페이스북에 올라온 광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광고영상 속 20대 여성은 “160cm도 안 돼 고민했는데 ○○을 먹고 운동했더니 놀랄 만큼 커졌다”며 해맑게 웃었다. “6개월 만에 인생이 달라졌다”는 글과 ‘구매좌표(인터넷 주소)’가 적혀 있었다. 윤 씨는 한 달 치(10만 원)를 사서 꾸준히 먹었지만 키는 그대로였다. 윤 씨는 ‘누가 이런 거짓말을 하나’ 싶어 광고영상을 올린 페이지에 들어갔지만 이미 삭제됐다. 이 광고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허위·과대광고 판정을 받았다. 쌀 보리 옥수수 등을 갈아 섞은 곡류가공품인데 효과를 너무 과장한 것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허위·과장광고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 SNS 허위·과장광고는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체험기와 리뷰 형태로 돼 있다. 광고와 실제 체험기나 후기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다. 광고사기를 별로 당해 보지 않은 10, 20대가 주요 타깃이다. 10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는 이 같은 허위·과장 광고로 보이는 게시물(스폰서 게시물)이 여럿 등장했다. ‘동그란 링을 몇 주간 끼웠더니 생식기 길이가 5cm나 늘어났다’는 등 비상식적인 것들이 많았다. ‘복부 패치를 2주간 꾸준히 붙였더니 허리둘레가 5인치 줄었다’는 동영상과 연결된 쇼핑몰에는 ‘2주 넘게 썼는데 1인치도 줄지 않았다’는 댓글이 남아 있다. 수면유도제인 것처럼 홍보한 제품 광고도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제품은 라벤더 오일 등을 혼합해 만든 방향제로 관련 사이트에 등록돼 있다. 현행법상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제외하면 이들 광고는 사전 심의를 받지 않는다. 광고 내용에 문제가 있으면 공정거래위원회나 방심위, 소관 부처의 사후 심의 등을 거쳐 제재를 받는다. 문제는 SNS를 훑으며 광고를 일일이 모니터링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타깃 계층이 주로 쓰는 SNS는 모두 외국기업 소유라 협조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방심위 관계자는 “국내 통신사를 통해 해당 계정과 게시물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시정 조치를 내린다. 그것 말고는 별다른 조치를 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SNS 계정에 게시물 접속을 막아도 다른 계정에 같은 광고를 또 올리면 그만이다. 방송사 광고는 사후 심의에서 문제가 생기면 해당 방송사에 책임을 물어 주의나 경고 조치 등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방송사는 자발적으로 사전 심의를 받는다. 하지만 해외에 서버를 둔 SNS 업체에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자체 기준에 따라 문제가 있어 보이는 광고는 걸러내지만 허위·과장광고처럼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관계자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가 먼저 광고의 사전 심의 여부를 확인하거나 심의를 의뢰한 적이 없다. 해외 SNS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위·과장광고는 일부 ‘바이럴(입소문) 마케팅’ 업체가 부추긴다. 스타트업 창업주인 박모 씨(30)는 “건당 20만∼30만 원만 주면 광고영상을 만들어준다는 업체 제안서가 하루에 몇 건씩 e메일로 온다. 이런 과장광고 때문에 정직하게 만든 리뷰가 외면당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전체 전자상거래 사기피해 신고 중 SNS 관련 피해는 10% 안팎이지만 꾸준히 증가세다. 온라인 광고 시장은 지난해 기준 3조7000억 원 규모로 전체 광고시장의 32%를 차지한다.신규진 newjin@donga.com·권기범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위한 공청회가 농민들과 축산업계의 반발로 파행으로 끝났다. 농업계는 “한미 FTA로 제조업이 이익을 가져간 대신 피해는 농축산업이 받았다”며 정부 측 인사와 격하게 충돌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 공청회가 법적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고 개정 협상을 위한 후속 절차를 강행하기로 해 난항이 예상된다. 10일 오전 9시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참여하는 ‘FTA 대응 대책 위원회’는 공청회가 예정된 서울 강남구 코엑스 308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5년 전 한미 FTA가 발효될 때는 정부가 농업 피해를 보전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외면했다”면서 “퍼주기식 개정에 나서지 말고 한미 FTA를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대책위의 시위에도 불구하고 공청회는 예정대로 오전 9시 반에 시작됐다. 하지만 시작 20분 만에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면서 모든 순서가 중단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한미 FTA는 상호 호혜적”이라고 발표하자 대책위 관계자들은 “거짓말 말라”면서 “농업 분야 피해는 왜 빼고 발표하느냐”고 항의했다. 또 계란과 신발을 던지고 책상 위에 올라가 정부 관계자들과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경호원과 대책위 관계자들 간에 몸싸움도 벌어졌지만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다.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가 현장에서 “농축산물의 추가 시장 개방은 없다”고 거듭 밝혔음에도 소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대책위 관계자들은 예정된 종료시간이었던 낮 12시쯤 공청회 현수막을 벽에서 떼고 찢기도 했다. 결국 산업부는 정해진 공청회 식순 중 종합토론과 질의응답을 진행하지 못한 채 “오늘 공청회를 마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FTA 개정 협상을 위한 다음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청회에서 농업계의 반발이 ‘의견 청취가 현저히 곤란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고 통상절차법에 규정된 공청회 개최 의무를 다했다고 해석한 것이다. 정부는 2006년 2월 한미 FTA 공식 협상을 시작할 때도 농민단체가 단상을 점거해 공청회가 파행으로 끝났지만 공식 협상 개시를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공청회 결과를 반영해 한미 FTA 통상조약 체결 계획을 수립하고 국회에 보고할 방침이다. 또 빠른 시일 내에 농축산업계와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에 남은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청회 직후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어 “18일 전국농민대회를 시작으로 끝까지 투쟁해 개정 협상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청회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개방이 낮은 수준과 높은 수준으로 이뤄졌을 때의 두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한 결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0004∼0.0007% 증가하고 소비자 후생은 1200만∼2400만 달러 증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결과가 어떻게 도출됐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산법은 공개하지 않았다. 또 농산물 개방이 됐을 때 경제적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도 “농업 부문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는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최혜령 herstory@donga.com·신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