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석

장관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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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소식을 세밀히 파악해 전하겠습니다. 2009년 입사 후 사회부 법조팀, 정치부 정당팀에서 근무했습니다.

jks@donga.com

취재분야

2025-11-27~2025-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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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전두환 차남 전재용 체포 하루뒤 석방…조사 혐의는?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노정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 씨(51)를 자신의 탈세 혐의 공판에 나온 증인에게 위증을 시킨 혐의(위증교사)로 5일 체포해 조사한 뒤 이튿날 석방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재용 씨는 자신 소유였던 경기 오산시 양산동 땅을 사들였다가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박모 씨에게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도록 한 혐의다. 박 씨는 지난해 9월 재용 씨의 항소심 공판에서 재용 씨의 양도소득세 탈루 혐의에 대해 당초 불리하게 진술했던 1심 증언을 일부 번복했다. 박 씨의 진술 번복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 항소심 재판부는 재용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함께 기소된 외삼촌 이창석 씨(64)에게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박 씨를 불러 법정에서 말을 바꾼 경위를 조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재용 씨와 이 씨의 위증교사 혐의를 발견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부터 재용 씨에게 4차례 출석을 통보했으나 불응했다. 검찰은 재용 씨가 5일 자진 출석하자 미리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집행해 조사했다. 재용 씨는 서울구치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추가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검찰은 이 씨도 조만간 소환 조사할 예정이며, 진술 번복을 대가로 재용 씨 측이 박 씨에게 금품을 건넸는지도 조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재용 씨) 가족이 병 치료를 받아 출석하지 못한 사정이 확인돼 조사 후 석방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당초 재용 씨가 불출석 이유를 밝히지 않은 것도 가족의 병원 치료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린 때문으로 보고 있다.장관석기자 jks@donga.com}

    • 201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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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박관천의 황당한 ‘권력서열’ 강의

    청와대라는 권부(權府) 핵심에 있었던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53)과 박관천 경정(49·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은 39일간의 긴박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정치, 권력에 대한 관심을 자주 드러낸 것으로 6일 알려졌다. 수사 초기 박 경정은 한창 조사를 하던 검사와 수사관에게 뜬금없이 “우리나라의 권력 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면서 박근혜 정부의 권력 지형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정윤회 씨의 전 부인이자 고 최태민 목사의 딸) 최순실 씨가 1위, 정 씨가 2위이며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는 ‘황당한’ 내용이었다. 허위로 결론 난 ‘정윤회 동향 문건’만큼이나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근거를 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비서관은 검찰 진술조서의 ‘직업란’에 자신의 직업이 ‘변호사’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자 “난 청와대에서 나온 뒤 변호사 등록도 하지 않았고 할 생각도 없으니 ‘무직’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법원에서도 구속 전 피의자 심문 과정의 각종 기록들에 ‘변호사’가 아닌 ‘무직’을 고집했다. 조 전 비서관은 그 이유에 대해 “변호사는 (옳은 일이든 그른 일이든) 고객이 원하는 대로 다 맞춰 줘야 하는데 그런 일은 더 못 하겠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조 전 비서관은 정권 출범 당시 자신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기용해 주길 바랐지만 그 아래 공직기강비서관에 임명되자 실망한 것으로 안다”는 관련자 진술도 검찰이 확보했다. 결국 청와대 내부 인사를 둘러싸고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이른바 ‘청와대 3인방’과 그 배후의 실세인 정 씨에게 번번이 밀린다고 판단한 그는 대통령 동생 박지만 EG 회장(57)이라는 ‘튼튼한 줄’이 필요하지 않았겠느냐는 게 검찰의 추론이다. 최우열 dnsp@donga.com·장관석 기자}

    • 201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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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디어 기사 나갑니다” “ㅋㅋ”… 보도 하루前 문자메시지

    “드디어 내일 기사 나갑니다.”(세계일보 A 기자) “ㅋㅋ”(박관천 경정·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세계일보 2014년 11월 28일자 ‘비선 실세 정윤회 씨의 국정 개입은 사실’이라는 보도가 나가기 전날 A 기자와 박 경정이 나눈 문자메시지를 검찰이 파악한 내용이다. 강원 홍천에 은거 중인 정 씨가 매월 2회 상경해 서울 강남 J중식당에서 이른바 ‘십상시’와 만나 국정에 개입한다는 경천동지할 내용이 일간지 1면 머리기사로 보도되자 정국은 쇼크 상태에 빠졌다. 검찰엔 즉각 특별수사팀이 꾸려졌다. 하지만 5일 나온 수사결과는 이 보도 내용과 정반대였다.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이 아니라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53)이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57)의 비선을 자처하다 불구속 기소됐다.○ 허위 문건 ‘유출’은 사고 성격 짙어 검찰은 문건 내용이 날조 수준에 가까운 허위라고 결론 냈다. 문건에 언급된 ‘십상시 모임’ 자체가 없었고, 이를 전제로 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의 교체설을 퍼뜨리라’는 등 문건에 나오는 정 씨 발언도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회동 장소로 지목된 J중식당 대표와 지배인을 조사하고 전 지점의 예약 장부를 확보했으나 정 씨를 포함한 고소인 중 어느 누구도 이 식당을 방문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또 최신 통합디지털증거분석시스템(IDEAS)을 이용해 정 씨의 최근 1년간 통신 내용과 이른바 십상시로 지목된 청와대 인사들의 업무용 및 본인 명의 휴대전화를 놓고 발신기지국 위치, 상호 간 통신 내용, 통화상관관계 분석, 차명전화 사용 가능성까지 점검했으나 접촉 사실을 찾지 못했다. 일부가 모임을 가졌다고 볼 만한 정황도 없었다. 정 씨와 3인방의 대포폰이나 차명전화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시사저널 및 세계일보의 정 씨 관련 보도를 계기로 나눈 전화에서도 정 씨의 본인 명의 전화가 이용됐다. 검찰은 “홍천과 횡성에서 발신한 기록은 1년간 총 4회에 불과해 정윤회 문건 중 ‘정 씨는 현재 강원도 홍천 인근에서 은거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부분도 역시 허위로 판명 났다. 발신지 분석 결과 정 씨 거주지는 서울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문건이 보도되자 청와대는 문건 작성자인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을 유출자로 의심했다. 3인방과 정 씨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해 의도적으로 외부로 유출시켰을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은 ‘정윤회 문건’ ‘박지만 미행 보고서’의 작성 주체임에는 틀림없지만, 문건 유출을 의도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윤회 문건’은 박 경정이 지난해 2월 청와대 파견 해제 후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에 짐을 보관할 때 그의 짐 속에 있는 청와대 문건을 발견한 한모 경위(45)가 이를 무단 복사해 최경락 경위와 공유했고, 최 경위가 이를 세계일보 A 기자에게 건네면서 유출된 것. 박 경정과 A 기자가 보도를 ‘기획’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정국을 뒤흔든 비선 실세 개입 의혹 문건이 공개된 것은 일종의 ‘정보 참사’였던 셈이다. 이는 ‘정윤회 문건’ 보도 시기를 전후해 A 기자와 박 경정의 관계에서 엿보인다. A 기자는 보도 전 문건 작성자인 박 경정에게 지속적으로 접근해 사실관계 확인을 시도했고, 박 경정도 문건의 진위를 A 기자에게 확인해주지 않으며 밥과 술자리를 지속적으로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A 기자도 “취재원은 진술 못해도 유출자가 박 경정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보도와 관련해 박 경정의 가담 범위는 ‘문건 보도 사실을 안 정도 또는 이를 방조한 수준’으로 결론 냈다.○ “인사 갈등 직후 허위정보 집중 생산” 검찰은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인사(人事) 문제를 놓고 청와대 3인방과 갈등을 겪은 시기를 전후해 허위정보가 집중 생산됐으며, 이를 박지만 EG 회장에게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 악성 작문(作文) 보고서가 박 회장에게 집중 전달된 시기는 2013년 12월부터 2014년 1월. 조 전 비서관이 청와대 파견 경찰관 인사 문제로 3인방과 갈등을 겪은 2013년 10월 또는 11월 직후다. 박 경정은 언론에서 “박지만 회장이 박정희 대통령 시절 육영수 여사의 역할처럼 문고리(비서진)들을 견제해야 한다”고 했고, 조 전 비서관도 “권력 실세들을 감시하는 워치도그 역할을 충실히 하려 했는데 견제가 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2015-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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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수단, 북한군 소총에 뻥 뚫리는 불량 방탄복 납품비리 진술 확보…수사 착수

    정부가 북한군 소총에 관통되는 불량 방탄복이 육군 특수전사령부로 대량 납품된 과정에 비리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섰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은 지난해 12월 30일 방탄복 제조업체인 S사의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본사와 공장 등 몇 곳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 회계장부, 납품기록, 제품 성능평가 보고서 등을 확보했다. 합수단은 제보자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으며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감사단으로부터도 S사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의혹은 특전사가 2011∼2012년 S사로부터 납품받은 방탄복 2000여 벌이 북한군의 AK-74(AK-47 개량형) 소총의 탄환을 전혀 막지 못하고 완전 관통된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지난해 10월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특전사는 2009년 예하 부대의 시험운용 과정에서 S사의 방탄복이 부적합하다는 보고를 받고도 이를 누락시킨 뒤 13억1000만 원 상당의 품질 미달 방탄복을 사들여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합수단은 S사가 성능평가서를 조작해 방탄복을 군에 납품했거나 군 당국이 뒷돈을 받고 불량 방탄복이 납품된 것을 묵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방탄복 구매 시 육군본부와 국방부에 조달 계획을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S사에 재취업한 군 간부 출신들이 특전사나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한 로비가 있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지난해 2월 감사원 특별감사 결과 S사는 2010년 방사청의 다기능 방탄복 입찰 적격 심사 시 서류를 허위로 꾸몄다가 적발됐지만 방사청은 오히려 85억6000만 원 상당의 수의 계약을 체결한 사실도 논란이 됐다.장관석 jks@donga.com·조건희 기자}

    • 2015-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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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승태 대법원장 “틀렸다고만 하면 대립 계속… 결론에 승복하는게 헌법정신”

    《 “누군가와 연애하는데, ‘왜 저 사람이 좋은가’라고 물으면 그게 잘 설명이 되나요?” ‘산을 왜 그렇게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50여 년 등산과 야영 관록을 자랑하는 양승태 대법원장(67)이 야영용 텐트를 치면서 웃으며 답했다. 갑오년의 마지막 밤인 지난해 12월 31일. 등산 마니아인 양 대법원장은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의 능경봉(1123m) 인근 산기슭에서 2015년 을미년의 첫날을 맞았다. 양 대법원장의 신년 산행은 당초 예정에 없었으나 법원산악회 명예회장인 민일영 대법관이 동행을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양 대법원장은 김정만 비서실장 등과 법원산악회보다 하루 일찍 출발해 야영까지 즐겼다. 등산복 차림의 양 대법원장은 동행한 동아일보 기자와 ‘산상(山上) 신년 인터뷰’를 갖고 2015년을 맞는 소회를 밝혔다. 》 ○ “판결 바탕으로 새 질서 만들어 가야” 양 대법원장은 먼저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고 비난하는 세태를 우려했다. 그는 “법원의 종국적 결론에 따라 분쟁을 종식시키고 그 바탕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는 게 우리 헌법적 합의이자 민주국가의 당연한 전제”라며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판결이 틀렸다면서 대립한다면 우리 사회는 대립만 계속되고 사회의 평화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당시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 앨 고어 후보 간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를 놓고 양측이 대립할 때 연방대법원의 결론에 미국 전체가 승복한 예를 들면서 “고어 후보도 결론이 마음에 안 들었겠지만 결과에 깨끗이 승복했다. 이런 정신이 헌법정신을 인정하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과거로 역행하고 있다는 일부 시각에 대해 “사법부가 법을 해석하는 것은 법의 정신을 찾아가는 건데 꼭 이념적 배경과 결부지어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사법부의 관료화 지적에 대해서도 “법관들이 자유분방한 사고방식 위에서 재판을 하는 경향이 오히려 늘고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느냐”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다양성은 중요하지만 사안마다 70% 이상은 동일한 결론이 나와야 사법부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인 가석방 논의에 대해선 “이미 그 사람(기소된 기업인)에 대한 재판부의 평가는 다 끝났기 때문에 사법부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기업인이든 아니든, 재벌이든 아니든 법 앞의 평등이 중요한 것이다. 기업인이라고 해서 특혜를 받을 수도 없고, 역차별 받을 수도 없다”고 밝혔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 문제에 대해선 “꼭 법관 출신을 대법관으로 지명하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은 아니며 복합적인 사정에 따른 것으로 앞으로는 다소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취임 이후 가장 아쉬웠던 점에 대해 “소통으로 국민에게 다가가려고 진정한 노력을 해왔는데 올 초 수년 전에 재판을 한 사안인 황제노역 사건이 부각이 돼 그동안의 노력이 빛이 바래 정말 안타까웠다”고 털어놓았다. ○ 50년 등산 마니아…야영 솜씨 수준급 1948년 1월생인 양 대법원장의 야영 솜씨는 수준급이다. 몇 차례 망치질이 빗나갈 때도 있었지만 지주를 세우고 망치질을 하는 모습은 전문가 못지않았다. 양 대법원장은 기자에게 “(야영과 새벽 등산을 하려면) 내의로 면 옷을 입고 오면 안 된다. 내의를 아예 안 입고 오는 게 낫다”며 자신의 옷을 들춰 보이기도 했다. 살짝 드러난 맨살은 비록 근육질은 아니었지만 군살 없이 단단해 보였다. 이때 체감온도가 영하 17도였다. 그는 라이터에 줄을 달아 옷에 매달고 있기도 했다. 버너 등에 불을 붙이는 데 필요한 라이터는 야영의 필수품인데 기온이 영하로 많이 떨어지면 켜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늘 체온이 전달되도록 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양 대법원장은 사람이 잘 찾지 않는 산을 좋아한다. 그는 “사람이 많이 가는 청계산도 곳에 따라선 발자국과 사람이 없는 코스가 있다”며 “나중에 사람이 많아지면 야생동물처럼 쫓겨서 또 사람 없는 코스를 찾는다”고 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밤이 깊어지고 텐트의 불은 하나둘 꺼져 갔다. 문득 올려다본 밤하늘은 별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양 대법원장 일행은 1일 오전 3시 50분경 일어나 떡국으로 요기를 한 뒤 곧장 등산을 시작했다. 체감온도 영하 21도의 추위 속에 오전 6시 40분경 대관령 남쪽 산맥에서 최고봉인 능경봉 정상에 올랐다. 어둠 속에서 한 시간가량 기다리자 정상 동쪽에 붉은빛이 감돌았다. 이윽고 오전 7시 42분. 쇳물에 시뻘겋게 적셔진 듯한 2015년 을미년 첫 해가 동해를 물들였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이었다. 어린아이처럼 표정이 환해진 양 대법원장은 “최근 본 일출 중에 제일 멋진 일출이야. 하나 둘 셋 야호!”라고 외쳤다. 그는 일행과 주변의 일출객들에게 “지난해 세월호 침몰 같은 안타까운 사건을 겪으면서 모든 국민이 1년의 절반 이상을 우울하게 보냈다. 이 일출을 보면서 지난 아픔을 씻고 희망찬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며 덕담을 건넸다.평창=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201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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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 선정 2014 올해의 인물 ‘통진당 해산’ 헌재 재판관 9인

    26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구내식당에 박한철 헌재 소장과 재판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생일을 맞은 강일원 재판관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외부 일정이 있던 재판관 2명이 빠졌지만 재판관들은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홀가분한 표정으로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1주일 전인 19일 오전 9시 박 소장 등 헌재 재판관 9명은 헌재 1층 대심판정에 딸려 있는 합의실의 조그마한 탁자 앞에 둘러앉았다. 2013년 11월 대한민국 정부가 통합진보당을 상대로 청구한 헌정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심판 사건의 인용 여부를 표결하는 순간이었다. 사건 접수 이후 410일 동안 20차례 공개 변론을 열고,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평의를 거듭했지만 보안 유지를 위해 이례적으로 선고 1시간 전에 투표를 한 것. 조용호 서기석 강일원 안창호 김창종 이진성 김이수 이정미 재판관과 박한철 소장 순서로 의견을 밝혔다. 6번째 순서인 이진성 재판관이 해산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혀 이미 해산 결정에 필요한 6표가 확보됐다. 이어 김이수 재판관만 반대 의견을 냈을 뿐 8 대 1로 해산이 결정됐다. 재판관들 스스로도 이날 표결 결과에 적잖게 놀랐다고 한다. 회의 내용은 곧바로 대심판정에서 공개됐다.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이라는 숨은 목적을 가진 통진당은 해산하고, 소속 국회의원 5명의 의원직을 박탈한다.” 박 소장은 사건 접수 이후부터 주변에 “정당해산 심판 청구 제도는 1심으로 끝난다. 2심, 3심이 없다. 이게 우리 사회 이념 전쟁의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다”는 말을 자주 해 왔다. 그러나 선고 이후 반응은 “헌법의 적으로부터 우리 헌법을 보호하는 결단”이라는 찬사와 “민주주의의 훼손”이라는 비난이 엇갈렸다. 통진당은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을 낸다며 저항하고 있다.▼ ‘2014 올해의 인물’ 헌재 재판관 9인… 자유민주 지켜낸 이념전쟁 심판관들 ▼재판관 9명은 선고까지 엄청난 압박을 받았다. 선고 직후 재판관과 통화한 한 법조계 인사는 “고생했다고 했더니 ‘정말 고생했다’고 답하더라”고 전했다. 9명 중에서도 박 소장과 주심 이정미 재판관은 마음고생과 몸 고생이 모두 심했다. 박 소장은 사건 접수 이후 검찰 후배들과의 정기 모임마저 발길을 끊었다. 불면증으로 잠을 편히 이루지 못한 날이 많았고 극심한 피로로 입술이 심하게 갈라지고 터졌다. 박 소장은 비슷한 고충을 겪고 있을 재판관들을 위해 재판관 사무실에 간이침대를 하나씩 넣어 줬다. 박 소장은 ‘사심 없는 독일 병정’으로 통한다. 자녀도 없고 2009년 모친이 생전에 다니던 절에 전 재산인 10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기부했다. 사사로이 연연할 게 없어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소명 의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독서를 즐겨 프랑스와 독일 역사에 해박하고 한시도 즐겨 쓴다. 대구지검장 시절엔 매일 오전 4시 반에 일어나 팔공산 갓바위에 올라 국가를 위해 108배를 했다. 주심인 이 재판관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 수험생의 학부모다. 선고 당일 오전 5시까지 검토를 거듭한 뒤 잠시 퇴근했다가 곧바로 다시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서는 진보 성향으로 분류하기도 했지만 법조계 내에서 이 재판관은 ‘뉴트럴(중립적)’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한 고위 법관은 “일부 사람이 이 재판관을 놓고 ‘신발을 거꾸로 신은 것 아니냐, 믿었던 당신마저’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그가 재판관 중 유일한 여성이고 나이도 어리니 추임새를 넣은 격이다. 일방적으로 짝사랑해 놓고 호응을 안 했다고 욕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1987년 민주화운동의 산물인 직선제 헌법에 의해 1988년 출범한 헌재는 남녀를 차별하는 호주제를 폐지했고 대통령 탄핵, 수도 이전 등 사회적 갈등이 첨예한 사건의 나침반 역할을 해 왔다. 정당 해산 사례는 냉전시대인 1950년대 독일 사회주의제국당과 독일공산당 해산 사례 정도만 있어 한국 헌재의 이번 결정은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동아일보는 통진당 해산 결정으로 한국 진보 정당에 새 과제를 던진 박 소장 등 헌재 재판관 9명을 2014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한국 헌법의 자유민주 이념을 지켜낸 바로 그 심판관들이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201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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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 “신축주택 양도세 감면혜택… 입주권 아닌 분양시점부터 따져야”

    정부가 과거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신축 주택 구입 시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준 시기에 재건축아파트 입주권을 구입한 경우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시점을 기준으로 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김모 씨(53)가 서울 강동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양도소득세 부과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김 씨는 2001년 재건축조합 조합원으로부터 재건축 중인 아파트 입주권을 샀다. 김 씨는 2004년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2008년 다른 사람에게 팔아 1억2000만 원의 양도 이익을 얻었다. 세무서가 김 씨에게 양도소득세 3300만 원을 부과하자 김 씨는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지 4년 만에 양도했기 때문에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며 소송을 냈다.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조세특례제한법 특례조항에 ‘신축 주택을 분양받은 사람이 5년 이내 양도한 경우 소득세를 전액 면제한다’고 규정된 게 근거다. 하지만 세무서는 김 씨가 재건축 중인 아파트를 산 때부터 따지면 7년 만에 양도한 셈이므로 특례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대법원은 “신축 주택을 5년 이내에 양도하기만 했으면 철거 전후의 소득을 따지지 말고 세금을 모두 면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관석기자 jks@donga.com}

    • 201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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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완구 “가석방 반대안해” 법무부 “원칙대로”

    여권발(發) ‘기업인 가석방’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26일 “기업인 가석방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무성 대표가 총대를 메고 이 원내대표가 지원사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원칙과 가석방 조건에 부합하는 것이 우선이다”라며 “(가석방이)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면, 큰 틀 속에서 정부가 협의해 온다면 야당과 컨센서스(합의)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도 “가석방은 재범이나 사회에 해악을 끼칠 가능성이 없는 사람을 적절한 시기에 내보내 줄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내에선 신중론도 만만찮다. 가석방이 자칫 ‘대기업 특혜’로 비칠까 조심하는 분위기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법적으로 감옥에서 투자 결정을 할 수 없다면 가석방돼도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다. 재벌 봐주기를 경제 살리기로 포장하는 건 좀 그렇다”며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찬반이 엇갈린다.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재벌 총수가 형기를 마치기 전에 나오면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구체적인 근거와 통계가 있느냐”며 가석방 논의에 반대했다. 다만 박지원 의원에 이어 당 비상대책위원을 맡고 있는 이석현 국회 부의장은 “가석방 요건에 기업인이라도 배제할 필요는 없다”며 찬성했다. 법무부는 “원칙대로 하겠다”는 원론적 반응을 보였다. 형법상 가석방의 주요 조건은 형기 3분의 1 이상을 채운 모범수라면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 가석방은 일선 교정시설의 장이 가석방 적격심사 대상을 선정하면 법무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한 가석방심사위원회가 적격심사를 벌여 가석방 대상자를 결정한다. 실제 가석방 적격심사 대상에 올리는 기준은 형법상의 요건보다 훨씬 까다로운 ‘형기의 80% 이상’을 마친 모범 수형자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가석방 내부 기준은 엄격하게 지켜져 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형기의 80%를 채우지 않고 가석방된 사례는 최근 3년 새 단 한 건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엄격한 기준은 이전 정부에선 반드시 지켜진 것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재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업인 가석방 청원 움직임이 거세지면 ‘80%’ 기준이 과연 고수되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 가석방(형법 72조) :: 무기징역 20년 이상, 유기징역 형기를 3분의 1 이상 마친 모범 수형자를 행정처분으로 풀어주는 제도. 법무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한 가석방심사위원회(위원 5∼9명)가 적격심사를 벌인다. 위원회가 적격이라고 결정하면 5일 이내에 법무부 장관에게 가석방 허가를 신청해야 하고, 법무부 장관은 허가 신청이 적정하다고 인정되면 이를 허가할 수 있다.:: 사면(사면법) :: 국가 형벌권 자체의 전부나 일부를 소멸시키는 대통령의 고유권한. 일반사면과 특별사면, 복권으로 나뉜다. 일반사면은 죄의 종류를 정해 형 선고의 효력을 상실시키거나, 형을 선고받지 않은 사람에 대한 공소권을 상실시킬 수 있다. 특별사면은 형을 선고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며 형의 집행을 면제할 수 있다. 복권은 형 선고에 따른 효력으로 상실되거나 정지된 자격을 회복시킨다. 이현수 soof@donga.com·장관석 기자}

    • 201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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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른 집회 봉쇄목적 ‘유령 집회신고’ 무효

    집회 신고가 돼 있지만 실제론 집회가 열리지 않고 오히려 다른 집회의 기회를 원천 봉쇄하는 이른바 ‘유령집회’ 신고는 위법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견해가 다른 상대방의 집회를 차단하려는 무분별한 허위 집회 신고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환경운동연합 김종남 사무총장(48)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김 씨는 2009년 6월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10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으로 ‘4대강의 생명과 평화를 염원하는 문화 한마당’ 집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보수단체인 ‘바르게살기운동 서울시협의회’가 같은 날 일출 후 일몰 전 시간에 ‘기초질서 지키기 운동’ 집회를 먼저 신고했다는 이유로 김 씨에게 집회금지 통고서를 보냈다. 김 씨는 집회를 강행했고 1, 2심은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바르게살기운동 서울시협의회는 2009년 6월 총 8회 집회 신고를 했는데 실제로는 단 한 차례도 집회를 열지 않았다”라며 “이는 다른 집회가 열리는 것을 봉쇄하기 위한 허위 또는 가장 집회 신고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대문경찰서장은 집회의 실제 개최 가능성을 고려해 허위 가장 집회 신고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한 뒤 집회 금지통고 여부를 결정했어야 했다”고 밝혔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201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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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한철 헌재소장 “통진당 해산결정 불복 불가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24일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 결정에 불복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박 소장은 이날 오후 경기 김포시 해병대 2사단 격려방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옛 통진당 소속 전 의원들이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을 내거나 유사정당 창당 움직임을 보이는 등 일련의 해산 불복 기류에 단호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박 소장은 이날 옛 통진당 인사들의 해산 결정 불복 움직임에 대해 “불복은 가능하지 않다. 우리 헌법은 헌법재판소를 최종심이자 단심제로 규정하고 있어 불복은 가능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통진당 해산심판 사건이 진행된 올해 박 소장의 심경이 엿보이는 대목도 있었다. 그는 군복 차림으로 해병대 2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必死則生)’ 정신을 담은 표현인 ‘필사즉통’(죽을힘을 다하면 통한다)을 언급했다. 그는 “올해 1월 고위공직자 신년인사 모임에서 공자의 ‘궁즉통’(궁하면 통한다), 노자의 ‘허즉통’(비우면 통한다), 손자의 ‘변즉통’(변하면 통한다)을 얘기했다. 나는 여기에 ‘필사즉통’을 하나 더해 말했다. 2014년은 갑오년으로 틀림없이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지만 필사의 각오로 일한다면 ‘국민행복의 시대’도 맞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김포=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201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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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헌재, 생중계 1시간 앞두고 찬반 표결… 결정문은 ‘경우의 수’ 따져 여러개 준비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심판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관 9명의 ‘공식 표결’은 통진당 해산 결정 선고를 불과 1시간가량 앞둔 19일 오전 9시경 최종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17일 “19일 오전 10시에 특별기일을 잡았다”고 발표했다. 한 재판관은 “17일에 와서는 이틀 정도만 추가로 논점을 정리하면 선고가 가능해 보였다”고 전했다. 재판관 각자 나름대로의 결론을 갖고 있었으나 ‘8 대 1’이라는 압도적인 정당 해산 최종 표결은 선고 직전에 이뤄진 것이다. 한 재판관은 “(표결 결과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고 했고, 다른 재판관은 “6 대 3 또는 7 대 2를 생각했는데 8 대 1은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주심인 이정미 재판관은 전혀 속내를 드러내지 않다가 마지막 표결 때 해산 결정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후문이다. “기록을 보면 볼수록 주심인 이 재판관도 ‘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 때문에 결정문은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날지 경우의 수에 맞춰 여러 개가 미리 준비됐다고 한다. 안창호 조용호 재판관의 의견은 “논리가 너무 강하다”는 지적이 나와 일부를 보충의견으로 빼낸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는 번지르르하게 말하지만 본질은 이것 아니냐’(피淫邪遁·피음사둔), ‘대역(大逆)행위’, ‘불사(不赦)의 결단’ 같은 강한 표현은 보충의견 작성 과정에서 추가됐다. 안 재판관은 통진당이 겉으로는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지만 실제로는 북한식 ‘진보적 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 것을 확실히 지적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가 사실 인정 단계부터 ‘기록에 의하면’ ‘증거를 종합하면’ 등의 표현을 가급적 쓰지 않은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 대신 ‘21세기 진보적 민주주의에서는’ ‘진보적 민주주의 정강정책 해설서에서는’ 등의 표현으로 통진당 강령과 이론에 핵심 역할을 한 인사들의 논문과 발표 자료를 직접 인용했다. 한 헌법재판관은 “향후 위헌정당 심판 사건에서 이 정도로 증거가 명백한 사건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독일 공산당 위헌정당 해산 사건에서는 사실상 증거가 전무한 상태에서 재판을 한 반면 통진당 심판에선 위헌성을 입증할 증거가 차고 넘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판관은 “통진당 사람들이 방심한 것 같다. 속마음을 모두 논문, 책이나 글에 다 남겨 놨다.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증거 없이 해산시켰다’는 말은 성립 자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관들은 또 통진당 소속 비례대표 지방의원직 상실과 관련한 검토도 마쳤으나 법무부가 당초 청구한 국회의원직 박탈만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결정문에 등장하는 표현인 ‘통진당 주도세력’은 다소 추상적으로 표기하는 것으로 최종 정리됐다. 당초 헌법 연구관 작성 보고서에는 주도세력을 특정한 적도 있었으나 지나치게 대상을 특정했을 경우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사태’를 감안해 추상적으로 마무리했다. 헌정 사상 최초로 정당을 강제 해산시키는 결정을 내린 재판관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휴식을 취하는 분위기다. 박한철 소장은 선고 후 휴가를 냈고, 주심인 이 재판관도 23일 오후 휴가를 낸 채 사무실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201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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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前통진당 의원들 ‘의원 지위 확인소송’ 각하 가능성 높아”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의원직을 잃은 김미희 김재연 오병윤 이상규 이석기 전 의원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국회의원 지위 확인소송’을 낼 것이라고 21일 밝혔다. 유례없는 소송 제기에 정치권은 물론이고 법원과 학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요란한 빈 수레에 그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일선 법관들은 “헌재 결정에 대한 ‘반발 액션’에 불과하다. 십중팔구 각하 처리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행정소송법에 따르면 행정소송의 대상은 법을 집행하는 기관(행정청)의 행정 처분이어야 한다. 사법기관도 행정 처분을 하는 범위에선 행정청에 속하지만 사법기관이 본연의 업무에 따라 행하는 판결이나 결정을 내린 것은 별도의 구제수단을 통해 불복 절차가 있어 해당되지 않는다. 즉, 헌재의 결정은 사법기관이 내린 사법적인 판단 행위이므로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8년 서울행정법원이 개원한 이래 헌재의 결정과 선고를 두고 취소를 요구한 행정소송은 2004, 2007, 2008년에 접수된 3건이며 모두 ‘헌재는 행정청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국회의원 지위확인 소송’도 선례가 없고 행정소송의 일부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어 관심 대상이다. 행정청의 처분 등을 원인으로 하는 ‘공법상 지위 확인청구 소송’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공무원 면직처분 등 비슷한 사례에 비춰볼 때 행정처분이 무효임을 전제로 해 지위 확인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헌재 결정이 무효라는 선결 조건이 이뤄질 가능성이 없어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학 교수들도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에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학장은 “통진당 의원들의 소송은 헌법의 최고 규범성을 파괴하는 반(反)헌법적인 행위”라며 “헌법상 결정을 행정소송으로 취소한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불가능한 것을 갖고 떼를 쓰는 격”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해산된 정당 의원의 의원직 상실을 법에 명문화하고 ‘대체정당 설립’도 차단하는 내용의 현행 법률 보완작업에 착수했다. 위헌정당 해산과 관련한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입법적 미비가 드러난 부분은 이번 기회에 보완한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위헌정당으로 결론난 정당의 국회의원직이 상실되는지는 헌법 교과서상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헌법학 원로인 김철수 명지대 법학과 석좌교수는 “현행 헌법에 국회의원직 상실 규정이 없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자격심사나 제명처분으로만 국회의원직을 상실한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성낙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서울대 총장)는 “입법 정책적으로는 의원직 상실이 바람직하다”고 적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장관석 기자}

    • 201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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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네이버 ID 도용… 추적 피하려 IP 수차례 우회

    검찰은 21일 원자력발전소 설계도 등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자료를 빼돌린 해커가 추적을 피하기 위해 네이버 ID를 도용하고 인터넷주소(IP주소)를 우회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정황을 파악하고 해커의 신원과 위치를 추적하고 있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은 자칭 ‘원전반대그룹’이 15일 유출 자료를 블로그에 게재하는 데 사용한 네이버 ID의 가입자 정보를 토대로 21일 가입자의 대구 주소지 등에 수사관들을 보내 PC와 서버를 수색했지만 ID가 도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합수단은 해커가 가상사설망(VPN) 등을 이용해 IP주소를 여러 차례 우회하는 방식으로 접속 위치도 숨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우회에 활용된 IP주소를 고구마줄기 캐듯 따라가며 해킹 공격의 근원지를 좁혀갈 계획이다. 합수단은 해커와 한패로 보이는 인물이 유출 자료를 배포하고 협박 글을 트위터에 올린 경로도 확인하고 있지만 해당 트위터 계정은 해외 e메일 주소로 만들어진 것이라 추적에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해커가 해외 서버를 경유하는 등 이중삼중으로 우회 전략을 썼다면 추적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합수단은 자료가 유출된 경로도 세밀하게 복기하고 있다. 이날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과 경북 경주시 월성원전에는 디지털포렌식 요원들을 보내 한수원 관계자들의 PC가 악성 프로그램에 감염돼 ‘좀비PC’로 활용됐는지 정밀 검사했다. 또 한수원 서버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해커의 흔적을 찾아내기 위해 접속을 시도한 외부 IP주소의 성격을 분석 중이다. 좀비PC를 이용한 해킹은 지난해 ‘3·20 방송사 및 금융기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당시 북한 정찰총국이 사용했던 수법이다. 다만 이번 한수원 해킹 공격에 북한이 개입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범인 검거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조건희 becom@donga.com·장관석 기자}

    • 201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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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권 “헌재, 法근거 없이 의원직 박탈”… 법조계 “헌법적 결단 뒤집기 어려워”

    19일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결정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 김미희 김재연 오병윤 이상규 이석기 전 의원이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과 헌재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낼 방침임을 밝히는 등 통진당 해산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의원직을 상실한 통진당 의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은 헌법이나 헌법재판소법에 위헌정당 결정에 따른 국회의원직 상실에 관한 명문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통진당 측은 헌재가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권한을 남용했다는 입장이다. 헌재가 2004년 발간한 ‘정당해산심판 제도에 관한 연구’에서도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은 소속 정당 해산만으로는 원칙적으로 국민의 대표성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소속정당이 해산된 때에는 의원 자격을 상실한다’는 3공화국 헌법 38조는 유신헌법부터 삭제됐다. 평의를 거듭하던 재판관들도 의원직 박탈 문제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했으나, 최종적으로 위헌정당 해산이라는 헌법 제도의 본질에서 의원직 상실은 곧바로 도출되는 기본적 효력이라는 논리를 구성했다. 헌재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정당을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서 미리 배제함으로써 국민과 헌법을 수호하는 게 정당해산 결정의 제도와 본질”이라며 “명문 규정이 있는지는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고 국회의원이 지역구 의원인지 비례대표 의원인지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다. 통진당 측의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 한 법원 관계자는 “헌법적 장치인 정당해산 결정 제도의 본질에서 의원직 상실이 곧바로 도출된다고 헌재가 명시했는데, 법률에 명문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법원이 헌법적 결단을 취소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헌재 결정문에 이석기 전 의원의 이름이 무려 230여 차례나 등장하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 전 의원을 비롯한 ‘통진당 주도세력’의 위헌적 발언과 활동이 통진당 해산 결론의 결정적인 이유가 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이 전 의원 등 당원 130여 명이 참가한 지난해 5월 혁명조직(RO)의 마리스타 회합 발언과 증거가 대거 인용됐다. 헌재는 국가 주요 기간시설 파괴 관련 발언과 함께 이 전 의원이 김일성의 항일 무장 투쟁 과정의 ‘지원(志遠)의 사상’, ‘동지애의 원리’, ‘한 자루의 권총 사상’ 등 3대 이상(理想)을 언급한 것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현재 필요한 것은 수만 자루의 핵폭탄보다 더한 가치가 있는 한 자루 권총 사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헌재 결정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계류 중인 이 전 의원 내란음모 사건 상고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베니스위원회에 통진당 위헌정당 해산 심판 사건 결정문을 번역해 위원회에 공식 제출할 예정이다. 베니스위원회는 세계 헌법재판기관의 회의체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21일 국회 브리핑에서 “법률적 근거가 없는데 도대체 어떤 것에 근거해서 국민이 뽑은 선출직 국회의원들의 자격을 박탈한 건가”라며 “국민이 납득할 만한 대답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장관석 jks@donga.com·배혜림 기자}

    • 201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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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민주 헌법, 종북을 해산하다

    대한민국 정부와 통합진보당이 410일 동안 헌법재판소에서 치열하게 공방을 벌인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는 통진당 해산으로 마무리됐다. 정당해산 심판은 불복 절차가 없는 ‘단심재판’이고 유사 정당이나 대체 정당의 창당도 금지된다. 이로써 통진당은 2011년 12월 창당한 지 3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헌재의 결정은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대한민국 헌법 질서와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 상황 등을 고려해 헌재가 “자유의 적(敵)에게는 자유가 없다”, “민주주의의 적에게 관용을 베풀 수 없다”는 방어적 민주주의 논리를 받아들인 것이다. 박한철 헌재 소장은 19일 정부가 청구한 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8 대 1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 5명의 의원직도 선고와 동시에 모두 박탈했다. 이로써 김미희(경기 성남 중원), 오병윤(광주 서을), 이상규 전 의원(서울 관악을) 등 지역구 국회의원 3명의 지역구에선 내년 4월 29일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통진당의 정당 등록을 말소하고 잔여재산을 국고에 귀속하기로 했다. 헌재는 이날 347쪽 분량의 결정문에서 “(통진당의 활동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을 하는 등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며 “실질적인 해악을 끼치는 구체적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 정당해산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이 의견에는 재판관 9명 중 박한철 소장과 이정미 주심,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 등 8명이 찬성했다. 해산 정족수(6명)보다 2명이 많은 수다. 헌재는 이석기 전 의원이 주도한 지난해 5월 12일 “전쟁이 발발했을 때 북한에 동조해 대한민국 내 국가 기간시설을 파괴하라”는 취지의 ‘혁명조직(RO) 회합’이 통진당의 활동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부정 경선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 △애국가와 태극기의 부정 등도 민주적인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적시했다. 헌재는 “(통진당의) 해산 결정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진보정당의 활동이 위축될 거라는 우려가 있음을 알고 있지만 오히려 이 결정으로 북한식 사회주의 이념이 우리의 정치 영역에서 배제됨으로써 그러한 이념을 지향하지 않는 진보정당들이 이 땅에서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은 “이 전 의원 등 일부 당원의 일탈 행위를 이유로 통진당을 해산한다면 일반 당원의 뜻을 왜곡할 수 있다”며 “정당해산 여부는 원칙적으로 선거 등 정치적인 공론의 장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박 소장은 이날 결정 이유와 주문을 읽기 전 “이 결정이 이념 논쟁을 종식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는 “박근혜 정권은 대한민국을 독재국가로 전락 시켰다”며 강하게 반발했다.정원수 needjung@donga.com·장관석 기자}

    • 201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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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黨강령, 北 대남혁명전략과 같아… 해산外 대안 없어”

    “피청구인 통합진보당을 해산한다. 국회의원 김미희 김재연 오병윤 이상규 이석기는 의원직을 상실한다.” 19일 오전 10시 36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헌정 사상 최초의 정당 해산 심판 사건의 선고가 막바지에 이르자 심판정 내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30여 분간 결정문을 낭독하던 박한철 헌재 소장이 8(해산) 대 1(해산 반대)이라는 압도적 결과를 내놓자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던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의 어깨가 이내 흔들렸다. ○ “목적도 활동도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 헌재의 정당 해산 결정은 통진당이 북한을 추종하고 북한식 사회주의라는 숨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활동으로 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위배했고, 이로 인해 초래될 위험성을 미리 제거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헌재는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를 ‘내란 관련 사건’이라 부르며 해산 결정의 주된 근거로 봤다. 헌재는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민족해방(NL·자주파) 계열이 주축인 ‘주도세력’이 통진당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주도세력으로 ‘이석기 전 의원이 수장인 경기동부연합을 비롯해 광주전남연합, 부산울산연합 주요 구성원과 주요 당원’이 명시됐다. 헌재는 통진당 주도세력이 핵심강령으로 도입한 ‘진보적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진정한 목적이 북한의 대남 혁명전략과 같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한국을 미국과 외세에 예속된 식민지 반자본주의 사회로 인식하고 민족해방 혁명으로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해 현 체제를 대체해야 한다는 논리를 가졌으며, 이들의 입장이 드러난 대표적 사례가 이 전 의원의 내란 관련 사건이라는 것이다. 김이수 재판관만이 “통진당에 ‘은폐된 목적’이 있다는 점을 입증하려면 구성원 사이에서 공유되는 게 명백한 비밀 강령의 존재를 알아내거나, 강령이 목적을 숨기고 있다고 볼 확실한 증거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헌재는 이 전 의원 등 당원 130여 명이 참가한 지난해 5월 마리스타 회합 발언 등을 근거로 통진당 활동의 위헌성도 인정했다. 총 347쪽에 이르는 결정문에는 이 전 의원이 참여한 마리스타 회합에서 나온 발언이 다수 인용됐다. 당시 정세를 전쟁 국면으로 인식하고 이 전 의원의 주도 아래 ‘전쟁 발발 시 북한에 동조해 국가기간시설 파괴, 무기 제조 및 탈취, 통신 교란’ 등 폭력 수단을 실행하려 했다는 것. 헌재는 “폭력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새로운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해 집권한다는 입장이 이 전 의원 등의 내란 관련 사건으로 현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 전 의원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와 선고가 남아 있는 점을 의식한 듯 ‘혁명조직(RO)의 실체’ 판단은 비켜갔지만 사건과 관련된 사실관계는 대거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통진당이 이 전 의원의 발언을 승인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의견은 김이수 재판관뿐이었다. 헌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무효화, 제주해군기지 전면 재검토, 국가보안법 폐지 등 통진당이 벌여온 대중투쟁도 민중민주주의 변혁론에 따른 것이라고 봤다. 헌재는 “북한의 핵실험, 북한 인권문제와 3대 세습문제도 통진당은 일관되게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고 북한에 책임 있음이 명백한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문제에서도 오히려 정부에 그 책임을 돌리고 있다. 애국가를 부정하고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는 행태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또 다른 모습”이라고 질타했다. ○ “헌법 수호 위해 위헌정당 해산은 정당” 결국 헌재는 통진당이 합법정당을 가장해 국민의 세금으로 정당보조금을 받아 활동하면서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위험성이 있는 만큼 정당해산 결정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헌재는 “위헌정당으로 판단해 정당 해산을 명하는 것은 ‘헌법을 수호한다’는 방어적 민주주의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비상상황에서는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은 부득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헌재의 정당해산 결정으로 소속 국회의원 의원직이 상실되는 것은 위헌정당해산 제도의 본질로 인정되는 기본적 효력이라는 해석을 덧붙였다.장관석 jks@donga.com·신동진 기자}

    • 201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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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산시킬 현실적 위험 없어” vs “위험 발생순간 국가 붕괴”

    “항우는 절대 강자의 오만에 빠져 한나라 유방을 일개 유협의 우두머리에 불과하다고 보고 그를 살려줬다가 끝내 나라를 빼앗겼다. 결의에 찬 소수자 세력이 오만과 안일에 빠진 다수를 쓰러뜨리는 일은 때때로 일어난다.”(정부 대리인 권성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정당 해산에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며 명백하고 급박한 위험성’이 인정돼야 한다. 통합진보당 활동에 국가 안위에 위협이 될 만한 것이 있다면 형사적이고 행정적인 조치로 즉시 대처할 수 있는데도 정당을 해산한다는 것은 옳지 못하다.”(통진당 대리인 김선수 변호사)○ 대통령 당선 2주년에 통진당 운명 결정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사건의 결론이 19일 오전 10시 내려진다.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는 오전부터 경찰관들이 배치되고 취재진이 몰려 긴장감이 고조됐다. 선고기일이 통지된 17일 오후부터 헌재 재판관 집무실이 있는 3, 4층 계단에 방호원이 배치돼 외부인 출입도 엄격히 통제됐다. 재판관들은 이날 오후까지도 의견을 나누며 최종 배포될 결정문의 자구와 표현 논리를 섬세히 가다듬었다. 1년 1개월에 걸친 변론에서 법무부는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의 위헌성을 입증하기 위해 증거 2907건과 국가보안법 위반 판결문 310건을 제출하는 파상공세를 폈다. 법무부는 통진당 위헌성 입증에 사력을 다했고 큰 효과를 거뒀다고 보고 있다. 법무부와 공안당국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안심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당 해산 심판의 범위와 성격에 대한 법무부와 통진당 입장이 크게 다른 데다, 선례도 없어 재판관들이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통진당의 구체적, 현실적 위험 정도’ 고려 법무부와 통진당은 위헌성 여부와 함께 통진당을 해산시켜야 할 만큼 현실적 위험이 있는지를 놓고도 다퉜다. 헌재도 이 대목을 깊이 있게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진당은 위헌성을 부인하면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협’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통진당은 “서울고법이 이석기 의원 사건에서 지하 혁명조직(RO)의 존재를 부정했고, RO의 폭동 준비나 활동 내용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밝히지 않았느냐”고 주장했다.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대중 정당의 ‘숨은 목적’과 ‘은폐된 목적’을 찾아내 처벌하는 것은 사정기관이지 헌재의 역할이 아니라는 논리다. 정부는 이에 맞서 위헌 요소가 있는 정당은 현실적 위험성 및 침해 정도와 무관하게 반드시 헌법 위반 확인과 해산 선고를 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이 발생하는 순간엔 이미 체제가 전복되고 붕괴될 거라는 주장이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고사성어 ‘제궤의혈(堤潰蟻穴·작은 개미구멍이 둑 전체를 무너뜨린다)’을 인용했으며, 권 전 재판관은 고사성어와 역사적 사례를 인용해 변론을 펼쳤다. 권 전 재판관은 “러시아 10월 혁명 당시 레닌은 결정적 시기가 왔다고 판단되자 다수당 케렌스키의 합법정권을 뒤집고 정권을 장악했다. 집권을 노리는 집념세력을 소수라고 얕잡아봐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호랑이 새끼를 길러 큰 근심거리를 만들 수 있다. 통진당의 전민항쟁은 폭력혁명을 당의(糖衣)로 포장한 ‘슈거 코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제 선고는 9명의 재판관에게 달려 있다. 선고일인 19일은 공교롭게도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지 꼭 2년이 되는 날이다. 헌재가 기각 결정을 내린다면 “반(反)헌법 집단에 정식 면허를 줬다”는 보수진영의 반발이, 해산 결정을 내린다면 통진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어느 쪽이든 정치적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장관석 jks@donga.com·강성명 기자}

    • 201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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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재, 통진당 해산여부 19일 선고

    헌정사상 최초로 제기된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사건의 결론이 19일 내려진다. 지난해 11월 5일 정부가 헌재에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을 청구한 지 1년여 만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이정미 재판관)는 19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통진당 정당해산심판 사건을 선고한다고 17일 밝혔다. 헌재는 정당활동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과 통진당 소속 의원들의 국회의원직 유지 여부도 함께 결론을 내릴 예정이며, 모든 절차는 TV로 생중계하기로 했다. 재판관들은 17일 오전 10시부터 최종 평의를 열어 결정문 초고를 검토한 뒤 법무부와 통진당에 선고 날짜를 통보했고 언론에도 발표했다. 재판부는 전날인 16일에도 평의를 열었으며, 이날 최종 표결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통진당의 존폐는 사실상 결론이 난 상태이며,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 이상이 해산에 찬성했다면 통진당은 19일 선고와 함께 즉시 해산돼 창당 3년 만에, 전신인 민주노동당 시절까지 포함하면 창당 1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만약 헌재가 해산청구를 기각한다면 통진당은 계속 합법 정당을 유지하고 정부는 정당 탄압을 자행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장관석 jks@donga.com·강성명 기자}

    • 201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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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人 표결 마쳐… 의원직 상실 여부도 결정

    헌정 사상 최초인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사건’의 선고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1년이 넘게 심리를 해온 헌법재판소가 내놓을 최종 결론에 초유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 안에 위헌정당 여부를 선고하겠다”던 박한철 헌재 소장의 발언이 현실화하면서 특정 정당을 위헌정당으로 지목한 법무부와 이에 맞선 통진당의 명운도 19일 선고에서 희비가 갈리게 됐다. 지난달 25일 최종 변론을 마친 헌재 재판관들은 수십 차례 평의를 거듭했다. 16일과 17일에는 잇따라 평의를 열고 주문과 의견 제시 순서, 선고 방식 등 세부사항까지 최종적으로 조율하고 표결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의 민감성과 선고 결과의 보안 문제를 감안해 선고 날짜를 19일로 앞당겨 잡은 것으로 보인다. 헌재 관계자는 “선고 결과를 지켜봐 달라”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법무부는 “훌륭한 결과를 기대한다”면서도 긴장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위헌정당 해산 심판 사건은 전례가 없는 만큼 헌재의 선고 방식과 주문의 형태에도 관심이 쏠린다. 1년이 넘게 심리가 펼쳐진 만큼 심판 청구가 부적합하거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각하’ 결정보다는 ‘인용’(해산) 또는 ‘기각’(유지) 중 하나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해산 결정이 내려진다면 헌재 결정의 주문은 “피청구인 통합진보당은 해산한다” 같은 형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의 주문은 결정에 이르게 된 과정과 이유 등을 상세히 설명한 뒤 나중에 알려주는 게 불필요한 오해 없이 재판부의 뜻을 전달하는 방식인 만큼 맨 마지막에 발표될 것으로 전해졌다. 선고 과정을 TV로 생중계하기로 결정할 때부터 미괄식 발표 방식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선고에선 소수 의견까지 모두 공개된다. 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하면 통진당은 바로 해산된다. 해산 결정은 곧바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통지된다. 선관위는 바로 통진당의 정당 등록을 말소한다. 이는 행정조치에 해당하며 해산의 실질적 효력은 헌재가 결정을 선고하는 순간부터 발생한다. 통진당의 재산은 모두 국고로 환수되며, 국고보조금도 잔액을 모두 반환해야 한다. 통진당의 강령을 따르거나 유사한 대체정당을 창당하는 것도 금지된다. 헌재는 정당 해산 요건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기각 결정을 하고, 정부가 불복해 정당 해산 심판을 다시 청구할 수는 없다. 통진당 소속 의원들의 국회의원직 상실 선고는 법에 명시된 규정이 없어 헌재의 판단에 달려 있다. 통진당에는 김미희 오병윤 이상규 의원 등 지역구 의원 3명과 김재연 이석기 비례대표 의원 2명 등 총 5명의 국회의원이 있다 법무부는 “정당의 위헌성이 밝혀져 해산되는데 소속 국회의원의 지위에 영향이 없다면 이들은 헌법이라는 우산 아래 각종 보호와 특권을 향유해 위헌정당 해산 제도의 취지를 무력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특히 1952년 독일 연방헌재가 법 규정이 없음에도 사회주의제국당(SRP)을 해산하면서 소속 의원들의 자격 상실을 결정한 사례를 최종 서면에 포함했다. 다만 지역구 의원인지 비례대표 의원인지에 따라 의원직 상실 여부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헌법재판이 갖고 있는 고도의 정치적 성격 때문에 재판관들의 개인적 성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대개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 양승태 대법원장이 추천한 재판관의 경우 보수 성향으로, 여야 합의 선출은 중도로, 야당(옛 민주당) 추천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하곤 한다. 검찰 출신 박한철 소장과 안창호 재판관은 검찰 내 대표적 공안 수사통 출신으로 확실한 보수 성향으로 꼽힌다. 여야 합의로 선출된 강일원 재판관은 중도적 성향으로 분류되며 보수 진보 성향 양측과 활발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번 사건의 주심 이정미 재판관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최근 변론 과정에서 “저 같은 사람이 (통진당에) 간다고 유명해지진 않을 텐데요”라고 말하는 등 통진당 의사결정의 비민주성을 꼬집는 듯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여기에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진성 재판관은 소수의견을 낸 사례가 많아 인선 주체만으로 통진당 위헌정당 심판 사건의 결과를 예단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 통진당의 운명은 헌재 재판관 9인의 ‘마지막 선고’에 달려 있다. 장관석 jks@donga.com·강성명 기자}

    • 201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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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檢 “문건-십상시회동 허위” 일치… 檢 “靑의심 ‘양천모임’은 실체 묘연”

    ‘정윤회 동향’ 보고서 등 시중에 유출된 청와대 문건들은 모두 박관천 경정(48·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2월 청와대에서 경찰로 복귀하면서 반출했던 문건들이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검찰이 결론 내렸다. 청와대가 문건 유출 자체가 정치적 의도에 의해 치밀하게 기획됐다고 본 것과 달리 검찰은 문건 유출이 일종의 ‘정보 유출 사고’에 가깝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 경정이 경찰 복귀 전 청와대 문건을 대거 출력한 뒤 상자에 담아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로 반출해 놨는데, 이 상자에서 정보1분실 한모 경위(44)가 문건을 빼내 복사했고 이를 건네받은 고 최경락 경위(45)를 통해 외부에 유출됐다는 것이다.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진모 차장에게 유출된 문건은 한 경위가 넘긴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으며, 이 외에 다른 경로로 문건이 빠져나간 것은 없다고 보고 있다. 박 경정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상자 속에 ‘정윤회 동향’ 문건도 있었다고 시인했고, 한 경위도 최근 “복사한 보고서 중 ‘정윤회 동향’ 문건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 경위의 휴대전화에서 진 차장과 나눈 통화 녹음을 분석했고 문건 유출과 관련한 대화 내용을 확보해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 한 경위가 진 차장과 통화하던 중 의도치 않게 통화 녹음 버튼이 눌러져 문건 유출 관련 대화 내용이 저장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한 경위는 객관적 물증을 토대로 해 추궁하자 자백한 것이다. 외압은 절대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검찰의 결론은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52) 등이 정윤회 씨와 청와대 3인방을 공격하기 위해 문건을 작성, 유포했다고 본 청와대의 시각과는 큰 차이가 있다. 청와대는 특별감찰을 통해 ‘정윤회 동향’ 문건의 배후에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양천(조응천+박관천)모임’이 있고, 이들이 허위 정보를 양산해 왔다고 봤다. 의도적으로 정 씨를 끌어들여 비선 실세 의혹을 터뜨리고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 등 청와대 3인방을 쳐내기 위해 문건 작성과 유출의 ‘판’을 짰다는 시각이었다. 하지만 한 경위와 최 경위를 연결고리로 해 세계일보와 한화 등에 문건이 유출된 증거들이 속속 발견되면서 ‘양천모임’이 문건 유출의 배후에 있다는 청와대의 가설도 무너진 셈이 됐다. 검찰은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 조 전 비서관이나 박 경정이 문서 유출에 직접 관여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양천모임’의 실체도 불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와 검찰은 ‘정 씨가 이른바 십상시(十常侍)’와 수시로 회동을 가졌으며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의 교체설을 퍼뜨렸다’는 문건의 내용이 허위라는 점에는 일치된 결론을 내렸다.장관석 jks@donga.com·신동진 기자}

    • 201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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