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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올 2월 “한병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보좌관으로 일했다”며 B 씨와 C 씨에게 접근했다. 그는 두 사람에게 “한 수석으로부터 재향군인회가 소유한 800억 원 상당의 리조트를 280억 원에 매입할 권한을 받았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이어 “리조트 매입을 위해 350억 원을 대출받을 예정이다. 은행에 리베이트를 줘야 하니 4억 원을 빌려주면 13억 원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A 씨는 실제로는 한 수석의 보좌진으로 근무하거나 등록한 적이 없는 인물. 그는 한 수석의 선거운동을 잠시 도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피해자들을 속여 5차례에 걸쳐 4억 원을 받아 가로챘다. 청와대는 22일 A 씨 사례 등 수사, 재판이 진행 중인 6건의 대통령과 친인척, 청와대 고위 인사 사칭 사기 범죄를 공개했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명의로 나온 이날 발표는 “대통령 및 청와대 주요 인사와 관련한 어처구니없는 거짓말에 속아 막대한 재산 피해를 보는 경우가 없도록 조치를 취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다. 이날 공개된 사건 중에는 문 대통령을 직접 사칭한 사건도 있다. 사기 전과 6범인 D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지방 유력자들에게 문 대통령 명의로 “도와 달라”는 취지의 가짜 문자메시지를 보내 수억 원을 받아 가로챘다가 수사를 받고 있다. 사기 등 전과 6범인 E 씨는 구치소에서 알게 된 한 여성의 자녀들을 찾아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15년 전부터 알고 지낸다. 모친을 사면해주는 조건으로 임 실장이 3000만 원을 달라고 한다”며 돈을 받아 챙겼다. 이 밖에 “싱가포르 자산가가 재단 설립을 위해 보낸 6조 원을 인출하려면 이정도 대통령총무비서관 도움이 필요한데 접대비가 필요하다”며 피해자 두 명으로부터 1억 원을 뜯어낸 사건도 있다. 청와대가 대통령이나 참모진을 사칭한 사기 사건을 모아서 발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사기 사건이) 지난해까지는 한두 건 정도였지만 점차 누적되고 있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 문 대통령이 특별히 공개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번 발표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놓고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공수처 설치가 지연되고 특별감찰관도 공석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대통령과 친인척, 측근 감찰은 민정수석실이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이 같은 사례에 전혀 개입된 바 없다”며 “만일 불법행위 가담이 조금이라도 확인되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징계 및 수사 의뢰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이걸 지니고 다니시면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 18일(현지 시간) 바티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프란치스코 교황 예방에 통역을 맡은 한현택 신부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작은 선물을 건넸다. 한 신부의 선물은 테레사 수녀가 선종하기 전 입었던 옷 조각이다. 테레사 수녀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평화와 나눔을 호소해 1979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으며 1985년 판문점을 찾는 등 세 차례에 걸쳐 방한한 바 있다. 1997년 선종한 뒤 2016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성인(聖人)으로 추대됐다. 문 대통령의 예방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북 의사를 밝힌 가운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핵심 축을 맡고 있는 정 실장에게 테레사 수녀의 옷으로 평화의 기적이 일어나길 기원한 셈이다. 한편 청와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에 대해 “여전히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으로 늦춰질 수 있다고 밝혔지만 김 위원장의 12월 서울 답방은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내년 1월 이후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라며 “현재 북-미 간 2차 정상회담을 위해 다양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공동선언과 군사 분야 합의서를 비준하기로 하면서 남북관계 속도를 둘러싼 논란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를 놓고 여야가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등을 담고 있는 평양 남북 공동선언에 대해선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기로 한 것.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또 무산된 가운데 남북 협력을 가속화하려는 한국과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미국 간의 이견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평양선언 비준으로 남북관계 더 가속화 정부는 23일 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평양 남북 공동선언과 군사 분야 합의서를 심의 의결할 예정이다. 법제처가 이들 두 합의에 대해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평양공동선언은 판문점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후속 합의의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법제처는 군사 분야 합의서 역시 판문점선언의 부속 합의 성격인 데다 비준 동의 요건인 ‘중대한 재정적 부담’이 발생하지 않아 비준 동의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청와대 관계자는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합의는 합의 이행에 비용이 들지 않아 비준 대상이 아니다”라며 “미국도 남북 평양 정상회담 직후 환영 성명을 낸 내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평양공동선언의 ‘모체’ 격인 판문점선언에 대한 비준동의안이 아직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해석대로라면 상위 합의문인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에서 후속 합의인 평양공동선언과 군사 분야 합의서를 먼저 비준하는 셈이다. 야당이 판문점선언 비용 추계를 문제 삼고 있는 만큼 ‘국회를 무시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초 정부 내에선 평양공동선언도 비준동의를 받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평양공동선언 비준 동의안에 대해 검토 중이다. 필요하다면 국회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국회 동의 절차 없이 정부가 평양 공동선언을 비준키로 한 것은 남북 경협의 동력을 이어가고 더 나아가 비핵화 협상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것이다. 북한 매체들은 판문점선언 비준동의가 장기화되자 최근 야당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2일 “남조선 각 계층은 보수 야당의 수구냉전시대 선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강하게 비난하며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덜컹이는 북-미 대화에도 문 대통령 “걱정 말라” 하지만 일각에선 평양 공동선언과 군사 분야 합의서 비준을 계기로 남북관계 속도를 둘러싼 한미 간 온도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내년 초로 늦출 가능성을 내비친 가운데 남북관계도 북한 비핵화와 속도를 맞추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이 또 무산되면서 비핵화 협상이 다시 힘겨루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16일 유럽 순방에 나서면서 북한과 실무협상을 제안했으나 최 부상 측으로부터 답을 받지 못하고 21일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에 대해) 낙관적이다. 참모들이 걱정하면 오히려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한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큰 틀에서 맞는 길로 가고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때 많은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북-미가) 만날 때가 됐다. 예상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제재 완화 요구를 둘러싼 한미 간 이견에 대해선 “가는 과정은 좀 다를지 몰라도 결국 같은 길로 가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가 미국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의지를 확인한 것만으로도 유럽 순방은 성공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대해 이렇게 자평했다. 문 대통령은 7박 9일의 유럽 순방을 마치고 21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하지만 이번 유럽 순방에선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 앞에 놓인 높은 ‘현실의 벽’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도 있다.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프랑스 영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핵심 국가 정상들을 대상으로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설득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대북제재에 대한 한미 간 시각차가 분명해지면서 갈등의 불씨만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황 방북 의지 확인 성과 청와대는 이번 순방의 최대 성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예방을 꼽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현지 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에 대해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갈 수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첫 단계인 종전선언을 두고도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교황의 방북이 평화체제 구축 구상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문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유럽 순방의 마지막 방문지였던 덴마크 코펜하겐에선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녹색성장 지원을 제안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목적은 경제적 제재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는 것”이라며 “비핵화가 이뤄져 국제사회가 북한의 경제 발전을 돕는 단계가 되면 북한의 녹색성장을 돕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 대북제재 완화 ‘두꺼운 벽’ 확인 하지만 유럽 순방의 또 다른 키워드인 대북제재 완화를 두고는 사실상의 실패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대북제재 완화의 결정권을 갖고 있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 영국 등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북제재 완화를 설득했다. 하지만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한목소리로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를 위한 이행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선 CVID는 물론이고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촉구와 북한 인권 개선의 필요성을 담은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경제발전을 위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분명하다’는 문 대통령의 설득에도 유럽 서구의 북한에 대한 높은 ‘불신의 벽’을 실감한 셈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CVID는 유엔의 공식 입장”이라며 “유럽에 북-미 비핵화 협상 상황을 공유하고 북한의 의지를 전한 만큼 대북제재 문제를 공론화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과”라고 말했다.○ 커지는 한미 시각차 우려도 유럽 순방에서 대북제재를 둘러싼 한미 간 시각차가 표면화된 건 당분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북-미 간 힘겨루기가 다시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미국의 보상 조치를 압박하고 있는 것을 두고 비핵화를 위한 국제 공조를 해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CVID 표현을 넣는 문제를 놓고 한국의 이견으로 한-유럽연합(EU) 공동성명이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공동성명 초안에는 ‘북한에 대해 CVID를 계속 요구해갈 것’이라는 표현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다른 정상국과의 공동성명에 포함된 CVID라는 표현을 굳이 반대할 필요가 없었다”며 “공동성명이 무산된 것은 이란 핵협정 및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미국 러시아의 입장에 반하는 내용을 넣자는 요구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 / 코펜하겐=한상준 기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도 차질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미 간 담판이 늦춰져 비핵화 진전이 없을 경우 김 위원장의 서울행에 대한 반발이 커져 남북 모두 부담을 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지난달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점을 12월로 보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남북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은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 가까운 시일 안이라는 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이라고 못 박기도 했다. 그동안 청와대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11월 말∼12월 초에는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북-미가 2차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등 비핵화 상응 조치에 대해 담판을 지은 뒤 12월 중 김 위원장이 방한해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와 경제협력 등에 대한 합의를 담은 ‘서울선언’을 채택하는 밑그림을 그린 것도 이 같은 전망에 따른 것이다. 일단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이 늦춰지더라도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은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여전하다.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기점으로 남북관계 발전으로 비핵화를 촉진한다는 ‘한반도 주인론’이 본격화된 만큼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으로 비핵화 합의를 추동한다는 취지에서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82)이 남북을 동시 방문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북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가운데 조기 방북을 성사시키기 위한 포석이다. 외교 소식통은 19일 “교황이 남북을 동시에 찾을 가능성이 있다”며 “방북 조율 과정에서 교황이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현지 시간) 문재인 대통령의 예방을 받고 “(북한에서)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방문의 일환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아직 교황청과 관계 정상화를 마무리하지 못한 만큼 교황의 중국 방문이 여의치 않으면 남북 동시 방문 일정으로 교황의 조기 방북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영엽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담당 신부는 “염수정 추기경이 평양교구장 서리로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교황을 영접하는 방안은 북한 측과 협의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교황의 방북에는 걸림돌이 적지 않아서 조기 방북이 성사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세덕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장은 “북한 내부 사정이나 여러 문제를 고려할 때 교황의 내년 5월 이전 방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내에서도 북한 인권문제 등을 지적하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대북제재 완화를 요청했다. 이에 두 총리는 “북한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위한 좀 더 확실한 행동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SEM 정상들도 의장성명을 통해 북한의 CVID 이행을 요구하며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조속히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문병기 weappon@donga.com / 브뤼셀=한상준 / 임희윤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북 의지를 밝히면서 비핵화 협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와 체제 보장 및 대북제재를 놓고 수 싸움을 벌이고 있는 북-미 협상에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설전을 주고받는 등 불편한 관계였던 만큼 트럼프가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교황 방북, 한반도 평화 ‘보증’ 기대 청와대는 교황의 메시지에 고무된 분위기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북-미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 주요국 정상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설득했지만 답변은 시원치 않았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의 벽’을 재확인한 것. 이런 상황에서 교황의 방북이 성사되면 국제사회에 북한의 변화 의지를 보증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인권 문제 등을 외면한 채 비핵화 조치를 살라미 식으로 늦추기 위해 교황을 ‘방탄’으로 삼았다간 ‘교황을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교황의 방북이 실제로 성사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일각에선 교황이 밝힌 “나는 갈 수 있다”는 표현을 놓고도 해석이 엇갈린다. ‘방북 검토가 가능하다’는 차원으로 아직 방북 수락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 청와대는 문 대통령 예방 직전 교황청으로부터 방북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전달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청 현지 관계자는 “교황은 방북과 관련해 문 대통령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표현을 한 것”이라며 “이제 김 위원장의 노력이 중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교황이 (방북할) 의사를 밝혔다”면서도 “(방북)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시점에 이르면 (방북) 성사를 위한 조건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황, 수치스럽다”던 트럼프의 반응 변수 교황 방북이란 새로운 변수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가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남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교황에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트럼프의 반(反)이민 정책에 대해 공개 비판하는 등 트럼프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왔다. 미국 대선 전인 2016년 2월에는 트럼프와 교황이 설전을 주고받기도 했다. 교황이 트럼프의 이민정책에 대해 “다리를 만들지 않고 벽만 세우려고 하는 사람은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비난하자 트럼프는 긴급 성명을 내고 “종교 지도자가 어떤 사람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수치”라고 받아쳤다. 앞서 트럼프는 교황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미사를 집전할 것이라는 소식에 “교황은 아주 정치적인 인간”이라고 했고 교황은 “그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했기 때문에 나를 정치인이라고 하는구나”라고 반박했다. 그런 트럼프는 취임 후인 2017년 5월 바티칸을 방문해 문 대통령과 같은 장소에서 교황을 예방했지만 지금까지도 보수 성향의 개신교 복음주의운동이 활발한 미국 남부의 ‘바이블 벨트(bible belt)’를 핵심 지지 지역으로 삼고 있어 교황과는 여러모로 온도 차가 있다. 특히 교황청과 북한이 교황 방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대북제재 등 압박 분위기가 흐트러질 경우 트럼프가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낼 수도 있다. 성염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는 19일 한 라디오에서 “트럼프가 큰 숙제를 안게 됐다. 김정은이 교황의 손을 잡고 문제를 풀어버리면 공적이 다른 데로 갈 수 있다”며 “서둘러 대북 문제를 해결하거나 판을 깨는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 / 임희윤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현지 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한 방문 요청에 “나는 갈 수 있다”고 밝히면서 교황이 방북한다면 언제 어떤 형식으로 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톨릭계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북 의사를 밝힌 만큼 빠르면 내년 1월 동북아시아 방문 일정의 일환으로 북한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교황은 최근 “내년 일본을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중국 선교에 적극적인 교황은 2013년 즉위 이후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공을 들여 왔다. 16일(현지 시간) 바티칸에서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시노드’에 참석한 중국 주교 2명은 교황을 만나 중국 초청 의사를 전달한 상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본과 중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평양을 함께 방문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이유다. 교황 방북이 성사되려면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교황이 어떤 형식으로 방북하느냐다. 교황의 외국 방문은 주로 2가지 형태로 이뤄진다. 첫째는 사목 방문이다. 가톨릭교회의 수장으로서 가톨릭교회를 방문하는 형태다. 북한에는 천주교단체인 조선가톨릭협의회와 평양 장충성당이 있지만 사제는 1명도 없다. 신자의 존재 여부도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두 번째 형태는 정부에서 국빈으로 초청하는 방식이다. 이 역시 정부와 천주교 교회가 동시에 교황청으로 초청장을 보내야 한다. 북한이 정부 초청장은 보낼 수 있지만, 교회는 없어서 초청장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일각에서는 평양교구장을 겸하고 있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방북을 조율하고 교황을 맞는 역할을 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 후 줄곧 분단 현장에 깊은 관심을 보인 데다 북한이라는 특수한 사정을 감안해 방북하게 되면 기존 형식이나 외교적 프로토콜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천주교주교회 홍보국장인 안봉환 신부는 “교황께서 평소 다소 파격적인 표현을 쓰실 때도 있지만 이번만큼은 놀라울 정도로 명확하고 단호하게 방북 의사를 밝히셨다. 그만큼 확실한 의지를 표명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신부는 이어 “교황의 북한 방문은 기존 사례와는 어떻게도 들어맞지 않는다”며 “오히려 교황청에서 교황님의 뜻을 받들어 매우 유연하게 해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교황의 메시지와 관련해 “평화의 사도로서 양 떼를 찾아가는 목자의 모습을 보여주신 교황님께 감사드린다”며 “평화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에 큰 힘을 실어주셨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교황의 방북에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여전히 최악의 인권유린 국가로 꼽히는 북한을 방문하면 교황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교황의 북한 방문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가 얼마나 진전되는지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정양환 기자}

남북관계와 비핵화 속도를 두고 이견을 빚는 한미가 공교롭게도 같은 날 상대국 주재 대사들을 앞세워 북핵 공조를 놓고 엇갈린 목소리를 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한미 간) 일치된 입장만이 대북문제를 풀 수 있다’고 강조한 반면 조윤제 주미 대사는 “남북과 북-미의 속도가 같을 순 없다”고 했다. ○ 해리스 美 대사 “한미, 한목소리 내야” 해리스 대사는 17일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남북대화는 비핵화와 연계돼야 하며 한국은 미국과 일치된(synchronized) 입장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우드로윌슨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한 전문가 좌담회에서 기조연설 말미에 방탄소년단이 장식한 ‘타임’지 표지를 들고 한미 공조를 역설하다가 “잠깐 분위기를 바꿔서 가장 큰 외교정책, 한국에 큰 영향을 주는 북한 이슈에 대해 말하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목소리를 낮게 깔며 “한미가 북한 문제에 공동의 목소리(a common voice)로 접근해 나간다면 평양과 판문점, 싱가포르에서의 약속을 현실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뒤 “그래야만, 그래야만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대사가 ‘일치’ ‘공동’이란 표현을 반복하면서 한국 정부에 대북 속도를 맞추라고 공개적으로 강도 높게 요청한 것.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남북군사합의서 불만 제기, 미 재무부의 국내 시중은행에 대북제재 이행 준수 경고 등 불협화음이 잇따르던 시점에 주한 미대사가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를 앞세운다고 지적한 것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외교가에선 해리스 대사의 연설 전에 본국의 훈령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참석자는 “한미 관계가 삐걱대던 노무현 정부 때 종종 쓴소리를 하던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대사가 떠오를 정도였다. 워싱턴에서 서울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윤제 주미 대사 “남북이 북-미보다 앞서 나갈 수 있어” 1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는 조 대사가 해리스 대사와 다른 메시지를 냈다. 조 대사는 세종연구소와 미 외교협회(CFR)가 공동주관한 포럼의 기조연설에서 “남북관계와 비핵화 과정이 항상 똑같은 속도로 움직일 수는 없다”면서 “남북관계가 북-미협상보다 조금 앞서나갈 경우 한국이 레버리지를 갖고 촉진자 역할을 해, 북-미 협상 정체를 풀어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17일 MBC 100분토론에 나와 “(한미 간) 때로는 입장에 따라서 생각이 조금 다를 수가 있지만, 행동으로 나올 때는 협의를 거쳐서 항상 하나의 행동으로 나오고 있다”면서도 “모든 생각까지 같다면 두 나라일 필요가 없다”고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부 언론의 한미 이견 보도에 대해 “한미 공조에 대해서 노심초사하는 우국충정은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이제 그만 걱정을 내려놓으라”며 “부부 사이에도 애들 진학 문제, 집 문제 이런 걸로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혼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12월호 기고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합의를 이루게 될 경우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이란과 (2015년) 체결한 핵합의 ‘포괄적 공동 행동계획(JCPOA)’보다 더 강력한 검증 기준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 기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등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들이 17일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다. 평양 남북공동선언에서 합의한 DMZ 내 공동 유해 발굴을 위한 지뢰 제거 작업 현장 등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임 실장을 비롯해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서주석 국방부 차관, 이상철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은 이날 오후 1시부터 강원 철원군 5사단 감시초소(GP)와 6사단 GP를 찾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동행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을 제외한 외교안보라인 핵심 인사들이 DMZ에 총출동한 것이다. 임 실장 등은 공군헬기를 타고 강원 철원군 5사단에 도착한 뒤 10인승 군용 방탄차량을 타고 GP로 이동해 남북 군사당국이 지뢰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는 화살머리고지 일대를 둘러봤다. 임 실장은 지뢰 제거 작업 중 발견된 수통에 30여 발의 총알 자국이 있다는 설명을 듣고 “세상에 이 하나에…”라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이어 남북 GP 간 도로 연결 현장을 방문한 임 실장 등 일행은 헬기를 타고 6사단으로 이동한 뒤 GP를 찾아 초소에서 DMZ 안에 있는 태봉국 철원성 터(일명 궁예도성)를 살펴보기도 했다. 임 실장이 이곳을 찾은 것은 지난달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DMZ 내 역사유적을 공동 조사·발굴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 후삼국시대 궁예가 건국한 태봉국의 도성인 철원성은 DMZ 내에 있는 대표적인 역사 유적이다. 청와대는 DMZ 평화지대화 등 남북 정상회담 합의 이행 후속 조치를 점검하기 위한 현장 행보라고 밝혔다. 김의겸 대변인은 “지뢰 제거 작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는지 점검하고 군을 격려하기 위한 차원의 방문”이라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유럽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면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대북제재 유지를 강조하면서 첫 관문에서부터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프랑스 정상회담에서 “적어도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 유엔 제재의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 마크롱 대통령께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이 같은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무엇보다 평양의 구체적인 공약을 기대하고 있다”며 “그때까지는 프랑스가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제재를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제재 완화 요구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 역시 대북제재 유지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문 대통령은 19일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와도 별도 회담을 갖고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설득할 방침이다. 프랑스와 영국은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에 참여할 핵심 후보군이다. 대북제재에 대한 결정권을 쥐고 있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데다 ‘핵보유 5개국(P5)’으로 핵사찰과 핵폐기 과정에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 문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유럽 순방에서 프랑스와 영국을 설득하는 데 집중하는 이유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새로운 길에 대한 도전이 계속될 때 산과 함께 산이 되었던 분들은 영원히 우리 곁에 남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페이스북에 김창호 대장 등 ‘2018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와 네팔인 셰르파 등 히말라야 등반 도중 사망한 산악인 9명에 대한 추모 글을 올렸다.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어떻게 오르느냐?’는 끊임없이 산을 향하는 산악인들의 화두”라며 “자신의 근육만으로 거친 숨소리를 뱉어내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산악인의 정신이야말로 자연을 존중하며 동시에 뛰어넘고자 하는 위대한 정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간의 영역을 넓히는 일에는 어떤 영역에서도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눈 폭풍이 아홉 명의 산악인을 영원히 산속으로 데려갔지만 신루트를 개척하려 한 그분들의 용기와 투혼은 결코 묻힐 수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004년과 2016년 두 차례 히말라야로 트레킹을 떠났을 만큼 등산을 좋아했다. 지난달 평양을 방문했을 때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백두산 천지를 오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 가시는 길에 우리의 마음이 모두 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유가족들의 슬픔에도 함께 하겠다”며 신속한 국내 운구와 장례에 대한 지원 방침을 밝혔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제주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서 “평화로 가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겠지만 대한민국은 그 길을 끝끝내 갈 것”이라고 밝혔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미국의 중간선거(11월 6일) 이후로 늦춰지면서 연내 종전선언 목표 달성에 다소 먹구름이 끼었지만, 종전선언을 통한 평화체제 구축에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한 제주 강정마을을 찾아 사실상 사과의 뜻을 전하며 주민 사면복권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제주 서귀포 앞바다에서 열린 국제관함식에 참석해 “한반도는 정전 상태”라며 “남과 북은 이제 군사적 대결을 끝내기로 선언했고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 해군기지를 전쟁의 거점이 아니라 평화의 거점으로 만들 것”이라며 “대한민국 해군이 한반도 평화를 넘어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더욱 강하게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내 남북미 종전선언 채택에 이어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가 참여하는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를 통해 냉전구도를 대체할 새로운 안보질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를 위해 북-미가 아직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조기 종전선언 채택을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해군용 항공점퍼를 입고 관함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뒤 좌승함(座乘艦·대통령이 타는 배)인 ‘일출봉함’에서 해상 사열을 했다. 이날 관함식에는 미국의 핵항공모함인 로널드레이건함 등 국내외 함정 39척과 항공기 24대, 46개국 대표단이 참가했다. 다만 이날 해상 사열에는 ‘욱일기’ 논란을 일으킨 일본은 물론 중국도 ‘자국 사정’을 이유로 돌연 불참을 통보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관함식을 마치고 정경두 국방부 장관, 심승섭 해군참모총장과 함께 강정마을을 방문해 주민대표와 1시간 20분가량 간담회를 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위한 일이라고 해도 절차적인 정당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대통령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면복권이 남은 과제인데 재판이 모두 확정되어야만 할 수 있다. 관련 사건이 모두 확정되는 대로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위대에 청구한 해군기지 공사지연 손실금 구상권 청구를 철회한 데 이어 사면복권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것. 문 대통령은 관함식 개최 준비 과정에서부터 “관함식은 제주도에서, 강정마을 앞바다에서 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내던 2007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결정 이후 11년간 지속된 갈등을 직접 해결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은) 설사 가다 돌아오더라도 제주에서 하는 관함식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2007년 해군기지 건설 때는 상생과 공존을 위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개념을 분명히 하고 주민 의견 수렴을 충분히 할 계획이었지만 이후 추진 과정에서 군용 중심으로 성격이 바뀌고 주민과 갈등이 빚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정마을 갈등이 확산된 책임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날 문 대통령과 주민 간담회가 열린 강정마을 및 해군기지 앞에서는 일부 강정마을 주민과 민주노총 등 시민단체들의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은 카약을 타고 관함식이 열리는 제주 해군기지 앞바다로 나가 해상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로널드레이건함은 해상 사열에는 참석했지만 제주기지에는 12일 입항하기로 했다. 시위대는 또 “국제관함식은 제주 군사기지화를 선포하는 해군 축제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문 대통령이 있는 간담회장으로 진입하려다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겁이 나서 강 장관에겐 질문을 못 하겠다.”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의 한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은 전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이 한미 양국에 파장을 일으킨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민감한 외교 현안을 물었다가 또 다른 ‘설화(舌禍)’로 이어질까봐 겁부터 난다는 얘기다. 특히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 승인 없이는 한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 장관의 발언을 직접 반박하자 여권 일각에선 ‘강경화 리스크’까지 거론하고 있다. 강 장관의 입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강 장관을 엄호하고 나섰다. 전날 국감에서 강 장관에게 질문을 던져 결과적으로 ‘문제의 발언’을 하게 한 이해찬 대표는 “개성공단 폐쇄나 5·24조치도 결국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나) 유엔 대북제재와 연관돼 있다”며 “그런 부분도 정부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잘 설득할 수 있는 논리와 근거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 스스로가 강 장관이 내놓았어야 할 ‘모범 답안’을 제시한 것. 같은 당 이인영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강 장관의 발언은) 해프닝 정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 내부는 강 장관의 잇따른 ‘말실수’로 불거진 악재들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앞서 강 장관은 3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핵무기 리스트 신고’ 요구를 뒤로 미루고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을 맞바꾸자고 제안했지만 미 국무부는 완전한 비핵화를 거듭 강조하며 사실상 반박했다. 청와대와 여당 일각에선 “너무 앞서나갔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여기에 전날 국감 하루에만 오전엔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으로, 오후엔 외교부 공식 부인을 뒤집고 남북 군사합의서에 대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항의를 인정하면서 정부 여당을 발칵 뒤집어놓은 것. 일주일 사이에 벌써 세 차례 설화를 일으킨 셈이다. 청와대는 강 장관의 발언에 공개적으론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은 강 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이 나오자 사태 파악에 분주했다는 후문이다. 한 관계자는 “정부에선 공식 조율도 안 된 이야기를 꺼낸 배경이 궁금해 강 장관에게 전화하려고 했다”고 하소연했다. 여권 내에선 오랫동안 ‘강경화 패싱’ 소리를 들었던 강 장관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주도하는 북핵 국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려다 사고를 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남북관계로 북-미 대화를 촉진하겠다”는 ‘한반도 주인론’을 내걸면서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서자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인 강 장관이 목소리를 내는 과정에서 실수가 빚어졌다는 것. 지난해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됐을 때부터 제기됐던 자질 문제를 다시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다. 강 장관이 유엔에서 고위직으로 오래 근무했지만 외무 관료로서의 경험 부족이 이런 사건으로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주요 인사에 관료와 정치인 출신을 여전히 중용하는 것은 오랜 조직 경험을 통해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하지 않는 정무적 감각과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능력은 다른 분야 출신들에게선 기대하기 어려운 덕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강 장관이 잇달아 실언을 해도 마찬가지로 우왕좌왕하는 외교부 간부들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외교부 간부들은 5·24조치 해제 발언으로 논란이 불거지자 휴회 시간에 대책회의를 한 뒤 “(5·24조치 해제를)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라는 강 장관의 발언을 “관계부처(통일부)가 검토 중”이라고 토씨만 바꾼 해명을 내놨다가 오히려 더 반발을 샀다. 한 외교소식통은 “세련된 외교적 언어를 구사해야 할 외교관들이 무능함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러니 청와대가 외교부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의 승인 없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청와대는 11일 “모든 사안은 한미 간 공감과 협의가 있는 가운데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approval)’이란 표현을 동원해 강도 높은 경고를 보낸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 ‘외교 결례’라는 지적이 나오자 ‘한미 공조’를 강조하며 파문 진화에 나선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미국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로 한미 사이에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한 승인은 상하관계를 내포하고 있어 정상적인 외교관계에서는 쓰이지 않는 표현이다. 보통 ‘협의’ ‘논의’라는 표현을 쓴다. 백악관은 공식 자료에 트럼프 표현을 그대로 살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명백한 외교 결례’ ‘주권 침해성 발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 발언이) 모욕적 아니냐. 미국 동의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장관은 동의하느냐”고 묻자 “모든 것,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조금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인 외교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던 만큼 표현 자체에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실용적인 접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북-미 정상회담의) 첫 번째 사항(point number one)은 비핵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 사임에 대한 기자회견 중 이같이 말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에 질문이 집중되자 이렇게 말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에) 큰 제재를 가하고 있다”며 “제재를 없애고 싶지만 그러려면 (북한으로부터) 뭔가 얻어내야 한다”고 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속도전에 말려들어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섣불리 ‘상응 조치’를 올려놓지 않겠다는 것. 청와대가 구상하던 비핵화 프로세스의 시간표도 그만큼 늦춰지게 됐다.○ 김정은 조기 회담 요구에 “안 된다”는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주에서 열리는 중간선거 지원 유세를 위해 전용기로 이동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생각을 좀 더 분명히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중간선거 이후가 될 것이다. 나는 지금 (미국을)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10월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일축한 것. 10월 2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7일 김정은을 면담하면서 본격적으로 나왔다. 청와대는 7일 “폼페이오 장관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급적 빠른 시일(as soon as possible) 내 개최하기로 김 위원장과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을 만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조기 회담을 요청한 데 따른 것.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가능한 한 빨리 회담을 갖길 희망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로 회담 시기를 못 박은 것은 김정은의 조기 회담 개최 제안에 대한 대답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11월 이후로 미룬 것은 ‘신속한 비핵화’보다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워싱턴 정가에선 김정은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한 만큼 중간선거를 앞두고 ‘위험한 도박’을 감행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들어 한목소리로 “시간 싸움(time game)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많다”면서 “이제 북한의 FFVD라는 궁극적 목표를 이룰 길이 보인다”고 말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11월인가 12월인가 트럼프의 발언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는 11월 중순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북-미 정상회담의 일정과 장소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 실무협상에서 집중 논의된다. 하지만 변수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과정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 및 사찰 외에 추가 조치도 할 수 있는 만큼 미국도 종전선언 외에 또 다른 상응 조치를 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을 놓고 북-미가 서로 다른 계산서를 내밀고 있는 가운데 아직 이 간극을 다 좁히진 못했다는 얘기다.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속도’ 대신 ‘검증’을 강조하면서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이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풍계리 사찰팀의 구성과 방북 일정, 현장 동선 등 북-미가 얼굴을 붉힐 변수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종전선언-비핵화 시간표 늦춰지나 정부의 연내 종전선언 채택 구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청와대 내에선 10월 북-미 정상회담, 11월 남북미 정상회담, 12월 김정은 서울 답방의 로드맵이 거론되기도 했다. 일단 청와대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 문제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는 만큼 연내 종전선언 가능성을 아직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물론이고 북한도 이전보단 빠른 종전선언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듯하다. 미국은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는 종전선언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북한 역시 “미국의 상응 조치가 꼭 종전선언만 있는 것은 아니다”며 연일 대북제재 해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북-미가 서로에게 ‘플러스알파’를 요구하는 만큼 한 차례 연기됐다가 재개된 1차 회담처럼 2차 북-미 정상회담도 롤러코스터처럼 출렁이면서 12월이나 내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관측은 그래서 나온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미국의 중간선거(11월 6일) 이후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회담 개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조기 회담 개최 가능성을 일축한 것. 비핵화 협상이 장기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정부가 바라던 연내 종전선언은 이전보다 가능성이 낮아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아이오와주에서 열리는 중간선거 지원 유세를 위해 전용기로 이동하던 도중 기자들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은) 중간선거 이후가 될 것이다. 선거 유세 일정으로 너무 바빠 정상회담을 조율할 수 없다. 지금은 떠날 수 없다(I just can‘t leave now)”고 말했다. 김정은은 7일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을 통해 가급적 중간선거 전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소식통은 “북한은 (정상회담을) 빨리 한다면 장소에 개의치 않는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시기를 ‘중간선거 이후’로 못 박으면서 “(비핵화를 위해) 시간 싸움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장소에 대해선 “싱가포르는 아니다. 서너 곳을 놓고 얘기하고 있다”며 미국과 북한이 아닌 제3국 개최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결국에는 미국 땅에서, 그리고 그들의 땅에서 많은 회담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북-미를 오가는 ‘셔틀외교’ 가능성을 열어 놨다. 자신이 갖고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고려하느냐는 질문엔 “김 위원장은 아마도 좋아할 것이고, 나도 좋다”면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제재를 해제하지 않았다”며 “제재를 해제하고 싶지만 그러려면 우리는 뭔가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북한과의 회담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정부가 구상하던 비핵화 로드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청와대는 10월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12월 김정은의 서울 답방 전 남북미 종전선언 채택을 구상해 왔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네 번째 방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시간 반 동안 면담 및 오찬을 갖고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북-미는 또 종전선언, 주(駐)평양 미국 연락사무소 설치 등 미국이 취할 상응 조치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북한은 상응 조치에 대한 대가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사찰 수용 의사와 함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 ‘플러스알파’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최고위 인사가 비핵화 조치에 따른 미국의 상응 조치를 논의했다고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뒤 북한 노동당 청사에서 김정은을 2시간 동안 면담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김정은과 1시간 반 동안 업무 오찬을 가졌다. 김정은은 폼페이오 2차 방북 때는 90분 회담 외 오찬은 갖지 않았으며, 3차 방북 때는 만나지 않았다. 김정은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양국의 좋은 미래를 약속하기에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과의 회동을 마치고 이날 오후 5시 13분 미 공군 오산기지를 통해 방한한 뒤 문재인 대통령을 40분간 면담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늘 북한 방문에서 상당히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 아직 우리가 할 일이 상당히 많지만 또 한 걸음 내디뎠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문 대통령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김정은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를 결정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이 취할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 정부의 참관 문제와 함께 미국이 취할 상응 조치에 대해 논의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김정은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폐기에 대한 사찰 일정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사찰 수용 의사와 함께 ICBM 폐기 관련 의사를 전하며 미국에 종전선언 채택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는 종전선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상응 조치가 논의됐다면 ‘플러스알파’가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 방북에 동행한 미 정부 관계자는 “지난번 방북보다는 좋았다”면서도 “(비핵화 협상은) 장기전이 될 것(it‘s going to be a long haul)”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트위터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과 좋은 만남을 가졌다. 조만간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며 곧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을 시사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7일 네 번째 방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시간 반 동안 면담 및 오찬을 갖고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또 북한은 동창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 영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사찰 수용 의사를 전하며 종전선언 등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했고 폼페이오 장관도 이를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최고위 인사가 비핵화 조치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를 논의했다고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뒤 북한 노동당 청사에서 김정은을 2시간 동안 면담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김정은과 1시간 반 동안 업무 오찬을 가졌다. 김정은은 폼페이오 2차 방북 때는 90분 회담 외 오찬은 갖지 않았으며, 3차 방북 때는 만나지 않았다. 김정은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양국의 좋은 미래(good future)를 약속하기에 좋은 날”이라며 “이 기회를 갖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좋은 회담을 가진 뒤 함께 식사를 즐기자”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과의 회동을 마치고 이날 오후 5시13분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방한한 뒤 문재인 대통령을 40분간 면담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늘 북한 방문에서 상당히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 아직 우리가 할 일이 상당히 많지만 또 한 걸음 내디뎠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문 대통령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김정은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를 결정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이 취할 비핵화 조치에 미국 정부의 참관 문제와 함께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해 논의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김정은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동창리 ICBM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폐기에 대한 사찰의 일정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사찰 수용 의사를 전하면서 미국에 종전선언 채택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폼페이오 장관 방북에 동행한 미 정부 관계자는 “지난번 방북보다는 좋았다(better than the last time)”면서도 “(비핵화 협상은) 장기전이 될 것(it‘s going to be a long haul)”이라고 말했다.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있었지만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의 ’빅 딜‘을 위해선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폼페이오 장관은 8일 오전 중국으로 출국해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일자리의 양을 늘리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구조적 어려움에 대해 아직 해법을 찾지 못했다는 비판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며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이라고 말했다. 대선 후보 시절 대표 공약 중 하나였던 공공 일자리 창출의 한계를 인정하고 민간 투자 지원으로 일자리 정책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충북 청주시 SK하이닉스 M15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뒤 이곳에서 제8차 일자리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일자리는 우리 국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절벽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출범해 일자리 정책에 최우선 순위를 뒀다”며 “그 결과 고용의 질이 좋아지고 있으며 노동자 임금 수준이 높아지고, 고용보험 가입이 증가하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 부문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서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전체 수출은 계속 늘고 있지만 고용효과가 큰 전통 주력 제조업 분야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12일 발표될 9월 고용동향에서 신규 취업자 증가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최악의 고용 성적표를 예고한 상황에서 ‘고용 쇼크’의 책임을 일부 인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결국 기업의 투자 촉진과 활력 회복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기업에) 맞춤형 지원을 하는 서포트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부는 기업의 활동을 촉진하고 애로를 해결해 주는 도우미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 부문의 일자리 창출 마중물 역할을 강조했던 문 대통령이 민간 기업 지원 역할로 무게중심을 옮기겠다고 밝힌 것이다. 일자리위원회는 이날 2020년까지 10만7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미래차와 반도체 등 신산업 분야 민간 투자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공장을 둘러봤다. 문 대통령의 대기업 현장 방문은 7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이후 석 달 만이다. 문 대통령은 메모리 반도체가 사용되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최 회장에게 “규제 때문에 데이터 수집 자체에 어려움은 없나”라고 묻기도 했다. 최 회장이 “하도 개인정보 보호가 강하기 때문에 외국과 경쟁할 때 좀 어려움이 있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규제 개선과 관련해) 필요하면 알려 달라”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