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직장인 박영준 씨(34)는 한 달 전부터 무스탕 재킷에 대해 ‘열공’(열심히 공부)해 왔다. 브랜드별로 사용하는 양털이 어떻게 다른지, 소재의 두께는 어떤지 들을 꼼꼼히 살펴봤다. 3개 브랜드로 후보군을 좁힌 그는 이번 주말에 남성전문관이 있는 백화점에 갈 계획이다. 박 씨는 ”노트북보다 비싼데 공부는 필수 아니냐”고 말했다. 아내나 어머니가 사다 주는 옷을 거부하는 20∼40대 남성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최신 트렌드와 옷의 소재, 브랜드의 역사 등을 공부하고 고민하는 적극적 소비층으로 진화 중이다. 이런 소비자들 때문에 주요 백화점들은 예전에는 생소하게 여겨졌던 독특한 브랜드를 들여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사냥하듯 쇼핑하는 남성들 회사원 조모 씨(30)는 체형이 다소 통통한 편이다. 그는 “사이즈를 어떻게 늘리거나 줄여 입어야 할지 등 수선 방법을 미리 체크한 뒤 쇼핑에 나선다”며 “여자들은 ‘아이쇼핑’을 즐기지만 남자들은 미리 공부하고 매장에서 ‘×× 모델 ○ 사이즈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남성의 소비 행태는 미리 전략을 짠 후 목표물을 잡는 사냥 행위와 비슷하다. 현장을 둘러본 후 고심과 의논을 거듭해 물건을 사는 여성과 반대되는 패턴이다. 최근 사냥하듯 적극적으로 쇼핑하는 남성이 늘면서 온라인에서는 남성 패션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회원 56만 명을 보유한 ‘디젤 매니아’다. 19∼45세만 가입할 수 있는 이 카페의 운영자는 “2005년 프리미엄 진 ‘디젤’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싶어 카페를 시작했는데 비슷한 생각을 가진 남성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며 “이제는 매일매일 자신의 옷 사진을 올리고, 새로운 브랜드 정보를 나누며, 가장 좋은 구입처까지 함께 찾아내는 거대한 커뮤니티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브랜드는 이슈가 된 지 불과 1년 이내에 백화점에 입점하는 경우도 있다.○ 똑똑한 남성 소비자, 유통지형 바꾼다 이준혁 롯데백화점 남성패션 바이어는 올 초 인사 발령이 되자마자 새 미션을 받았다. 2010년부터 바이어 4명의 요청을 줄줄이 ‘거절’ 했다는 남성복 편집매장 ‘샌프란시스코 마켓’을 입점시키라는 것이었다. 이 매장은 ‘이탈리아인의 시각에서 본 아메리칸 캐주얼’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지니고 있다. 이 바이어는 “소비자들이 점점 새로운 것을 원하기 때문에 요즘엔 바이어들도 ‘갑의 자세’에서 벗어나 입소문 난 매장을 찾아 ‘삼고초려’ 한다”고 했다. 그의 설득으로 결국 샌프란시스코 마켓은 제2롯데월드 저층부의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에 지난달 문을 열었다. 한태민 샌프란시스코 마켓 대표는 “2005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첫 매장을 냈을 때는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웠지만, 유행만을 따르는 ‘패션’보다 좋은 소재, 독특한 취향을 반영한 ‘옷’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현재 남성 의류 편집매장은 백화점은 물론이고 길거리와 일반 쇼핑몰에서도 점점 늘고 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전문 브랜드’도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이탈리아 남성 재킷 전문 브랜드 ‘볼리올리’를, 현대백화점은 가죽 전문 브랜드 ‘벨스타프’를 입점시켰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남성 편집매장 ‘매니즈’를 담당하는 김병준 매니저는 “요즘엔 소비자들이 오히려 ‘이런 브랜드를 가져다 달라’고 제안해서 들여온 브랜드도 있다”며 “앞으로는 적극적인 남성 소비층과 꾸준히 소통하는 브랜드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롯데백화점은 창립 35주년을 맞아 5일 오후 5시부터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 2층 크리스털볼룸에서 K옥션과 함께 특별경매 행사를 실시한다고 4일 밝혔다. 이번 경매에 출품되는 국내외 인기 미술품과 연예인 소장품 등 176점의 시가총액은 약 100억 원 수준이다. 경매에 나온 물품 중 주목할 만한 작품은 11억5000만∼15억 원으로 추정되는 이중섭 화백의 ‘통영 앞바다’다. 1972년 현대화랑 특별회고전에 출품돼 이중섭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된 작품이라는 게 롯데백화점 측의 설명이다. 이 외에도 데이미언 허스트, 앤디 워홀, 쿠사마 야요이, 제프 쿤스 등 유명 해외작가들의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세계 유명 빈티지 와인도 경매에 나온다. 경매 시작 최고가 와인은 1945년산 ‘샤토 무통 로칠드’다. 판매가는 6000만 원대지만 경매는 2800만 원부터 시작된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영원한 갑을관계는 없다.”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갑을관계는 상황에 따라 역전되거나 달라진다. 중소기업 사장에겐 절대 ‘갑’인 대기업 임원도 공권력 앞에서는 약자가 된다. ‘손님을 왕처럼 대한다’는 백화점 판매원도 자신이 사는 아파트 경비원에게는 ‘갑’으로 군림한다. 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갑을관계의 악순환을 끊는 해법은 무엇일까. 한때 ‘갑’이었다가 지금은 ‘을’이 된 이들의 경험담에서 그 해답을 찾아봤다. 》 ○ “나도 갑이었습니다” 물티슈 제조 중소기업 우일씨앤텍의 이상업 부사장은 10년 동안 대기업 계열사인 유통회사에 다녔다. 이 부사장은 당시 자신이 ‘슈퍼 갑’이었다고 회상했다. 초임 과장 시절 그는 납품업체로부터 구입한 물건 가운데 팔리지 않은 물건을 강제로 반품시켰다. 그는 “재고 처리를 하는 게 원칙이지만 실적 욕심에 재고 부담을 납품업체에 떠넘겼다”며 “이때가 내 생애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순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과거 철없던 제 행동을 뒤늦게 후회했습니다.” 여러 의류 브랜드를 거느린 대기업에서 퇴직한 뒤 2005년부터 편의점을 운영하는 강모 씨(57)는 대기업에 다니던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여러 매장을 돌며 실적 관리를 했던 강 씨는 매장의 실적을 높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는 “할인 행사를 강요하거나 신제품이 출시되면 할당량을 정해 채우라고 강요한 적이 많았다”며 “그렇게 해서라도 실적을 높이는 게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퇴직 후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업종은 달라졌지만 이제 강 씨가 본사 직원들의 눈치를 보고 실적 압박을 받는 점주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 내게 머리를 조아리던 점주들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잘못된 행동으로 상처를 준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 당신도 언젠가는 을이 됩니다 한때 ‘갑’이었다가 ‘을’이 된 이들은 계약상의 갑을관계가 부당한 권력관계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누구라도 을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카드회사의 입사 4년 차 영업사원인 김모 씨(29)는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갑의 달콤함을 맛보았다. 대학 학생회 간부이던 김 씨는 당시 연간 1억 원에 달하는 학내 복지사업권을 쥐락펴락했다. 이 사업권을 따내려는 업체들로부터 값비싼 식사를 대접받는 것은 기본이고 매번 동아리 수련회(MT) 비용도 지원받았다. 행사비 명목으로 수백만 원을 지원받기도 했고 겨울이면 스키장도 무료로 다녀왔다. 김 씨는 “작은아버지뻘인 업체 직원에게 사업 제안서의 형식과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퇴짜를 놓기도 했다”며 “직장생활을 하면서 만난 진상 고객들이 과거 내 모습 같아 부끄러웠다. 갑을의 심정을 모두 잘 알고 있어서 이제라도 나쁜 ‘갑’이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백화점에서 스포츠 브랜드 매장들을 관리하는 매니저 정모 씨(29)는 입점 업체들을 돌며 매출을 올리라고 독려하는 일을 한다. 나이는 어렸지만 백화점 본사 직원인 그의 말을 무시할 수 있는 입점 업체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한 홈쇼핑 업체의 온라인 쇼핑몰 바이어를 만나면서 갑에서 을로 추락했다. 온라인 쇼핑몰 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방 백화점의 특성상 “제품 가격을 더 낮추라”는 온라인 쇼핑몰 바이어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정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백화점 마진의 절반을 온라인 쇼핑몰에 넘겨야 했다”며 “그제야 내가 ‘갑질’을 했던 입점 업체들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을도 바뀌어야 한다 ‘갑’이었던 ‘을’들은 ‘을’의 자세가 달라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공공기관 출신 중소기업 사장인 최모 씨(48)는 “갑의 횡포를 막으려면 을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기업 간 거래를 얼어붙게 하거나 거래처가 납품업체에 피해를 떠넘기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고 갑이 자발적으로 개선하길 기대하는 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실효성이 없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중소기업이 틈새시장을 개척하거나 경쟁력을 높여 ‘갑’이 함부로 할 수 없는 ‘을’이 되는 게 가장 현실적이면서 근본적인 해법”이라며 “갑을관계에서 비롯된 권력관계가 특히 강력한 산업 현장에서 경쟁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어떠한 제도가 생기더라도 결코 ‘갑’의 횡포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부당한 갑의 횡포를 겪게 되면 이를 신고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창구를 활용하라는 조언도 있다. 대기업 출신인 이상업 부사장은 “비교적 젊은 초임 대리나 과장들의 갑질이 심한 편”이라며 “이럴 때에는 임원들이랑 만나 얘기하면 풀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장 직원들의 횡포를 직접 맞대응하기보다는 고위급 직원을 통해 해결하거나 거래처의 윤리경영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옴부즈만 제도를 적극 이용하면 갑의 횡포를 줄일 수 있다는 조언이다. 또 이 부사장은 침묵하는 ‘을’의 자세에 대해서도 따끔한 충고를 했다. 그는 “불편부당한 일을 당해도 참으며 굴욕적인 자세를 계속 유지하면 그게 관행이 된다”며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김호경 whalefisher@donga.com·김현수·권기범 기자}

“나보다 위치가 높거나 입장이 유리한 사람에게 ‘갑질’을 당해본 적이 있다.” 한국 직장인 10명 중 9명은 ‘그렇다’고 답했다. 동아일보와 잡코리아가 지난달 22∼30일 직장인 7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이는 거래 관계에서 상대적 우위에 있는 ‘갑’이 권력을 남용하는 것을 뜻하는 ‘갑을 관계’가 기업 간 거래뿐 아니라 조직문화와 일상생활에서도 만연해 있음을 뜻한다. ‘갑질’을 한 사람으로는 직장상사(61.3%)가 가장 많이 꼽혔다. 납품 원청업체 등 거래처(38.3%)와 규제담당 공무원(13.8%)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들은 상대방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리한 요구를 했고’ ‘유리한 지위를 이용해 미묘한 부담을 줬다’고 답했다. 갑의 횡포는 변함이 없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은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4월 대기업 임원이 여성 승무원을 폭행한 이른바 ‘라면 상무’ 사건 이후 우후죽순으로 발의된 갑을 관계 관련 법안 대부분은 아직도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 방지법’으로 알려진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 4건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유통대기업의 보복금지 조항 등이 담겨 있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5건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법과 제도의 정비와 함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선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현수 kimhs@donga.com·권기범 기자}

《 “노(No)라고 거절하는 순간, 모든 걸 잃을까 두렵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을’들의 직업은 다양했다. 영화관 매니저, 중소기업 사장, 대학원생, 인턴사원, 제약업체 직원, 아파트 경비원 등. 그만큼 갑을관계는 이제 먼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일이 됐다. 병원장 부인 및 자녀들과 놀이동산에 가는 제약업체 직원(‘연가시’), 고객에게 무릎을 꿇는 마트 직원들(‘카트’)은 이제 영화에도 흔히 등장한다. 》5년 동안 영화관 현장매니저로 일한 김모 씨(27·여)는 일을 그만두고 나서야 고객들의 ‘갑질’과 막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난해 말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를 고교생 아들과 함께 보겠다고 우기던 부모의 막말은 아직도 생생하다. 김 씨가 영화관 입장을 막자 그 부모는 “야 이 ×같은 년아, 이년이 어디서 어른한테 말대꾸야”라고 했다. 김 씨는 20분 동안 ‘○○년’ 소리를 수없이 들으면서도 고객에게 ‘님’자를 붙여야 했다.○ “대-중소기업 상생은 한 편의 쇼” “특허심판, 민사소송, 공정거래위원회 제소까지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해 싸우고 있지만 이미 회사는 망했고 소송비용도 걱정입니다.” 특허 기술로 냉장고 부품을 만들던 배흥진 씨(43)는 지난해 9월 결국 회사 문을 닫았다. 직원 20여 명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의 회사 제품은 범용성이 없는 냉장고 부품이라 원청업체인 A전자와만 거래할 수 있었다. 독점공급계약을 맺었지만 A전자는 돌연 다른 협력업체인 B사에도 일감을 주기 시작했다. 배 씨는 “우연히 B사의 금형을 본 순간 피가 거꾸로 솟았다”고 말했다. 배 씨 회사의 기술을 그대로 이용해 만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A전자의 소행이었다. 특허심판원에서의 권리범위 확인 청구소송 끝에 B사 부품은 배 씨 회사의 특허 범위에 들어 있다는 결론이 났다. 하지만 배 씨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대기업인 A전자가 굴지의 로펌을 선임했어요. 대출받아 겨우 소송비용을 대는데 언제까지 싸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대기업의 중소기업 핵심기술 탈취는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화제가 됐다. LG유플러스와 서오텔레콤은 10년 동안 특허 침해, 기술유용 여부를 두고 법정공방 중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갑의 기술 유용은 증명하기도 어렵고, 소송비용이 커 그냥 포기하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갑의 개인사도 을이 처리 “내 차가 방전됐는데 시동 좀 걸어줘.” 병원장의 부탁에 제약업체 영업직 김모 씨(34)는 병원장 차의 시동을 켠 채 배터리가 충전될 때까지 2시간이나 멍하니 앉아있어야 했다. 그는 “화장실에 가고 싶었지만 혹시 중간에 자리를 비운 걸 병원장이 알면 싫어할까 봐 참아야 했다”고 말했다. 한 광고업체 10년 차 박모 과장(37)은 인턴직원 이모 씨(28·여)에게 자신의 대학원 논문을 대신 쓰도록 했다. 정규직 전환 평가가 얼마 남아 있지 않았던 이 씨는 어쩔 수 없이 대필을 해줬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전모 씨(31·여)는 지난해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다가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원청업체 직원이었다. 그 직원은 “우리 회사 관계자가 상을 당했다”며 “당장 근처 꽃집으로 가 사진을 찍어 내게 확인을 받은 후, 상가로 화환을 보내라”고 했다. 전 씨는 결국 낯선 여행지에서 화환을 찾아 헤매야 했다. 갑의 횡포는 신체적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 사립 명문대 대학원생 정모 씨(26)는 지난해 여름 군대에서나 볼 법한 장면을 목격했다. 대학원생 1명이 교수 책상에 손을 짚은 채 엎드려 있었고 교수는 그 옆에서 지시봉을 손에 들고 있었다. 정 씨는 “교수가 폭력을 휘둘러도 대학원생의 미래를 쥐고 흔들고 있으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갑질’ 평소 110대를 유지하던 경비원 10년 차인 장모 씨(67)의 혈압은 올 8월 말 ‘그 사건’ 이후 140 이상으로 오른 뒤 떨어지질 않고 있다. 그는 자정 무렵 아파트 주차관리를 하다 술 취한 아들뻘 방문객에게 주먹으로 얻어맞았다. 체중 50kg의 왜소한 체격인 그는 맞는 순간 쓰러지면서 바닥에 얼굴을 부딪쳤다. 틀니가 날아가버렸다. 하지만 그를 더 서럽게 한 것은 관리소의 태도였다. 왜 취객을 건드려 아파트에 소란을 일으켰냐는 것이었다. 장 씨는 “주차관리를 안 하면 주민들과 관리소로부터 문책을 당하고, 업무대로 하다 폭력을 당하면 소란을 피웠다고 욕을 먹으니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불특정 다수가 소수의 서비스직에 대해 갑으로 군림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고객의 폭력과 관리자의 침묵 속에 이른바 감정노동자의 직무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시내 한 아파트에서 일하던 경비원은 주민의 폭언에 분신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한 백화점 판매직원은 “서비스직 흡연율이 다른 어떤 직종보다 높을 것”이라며 “서비스직은 고객과 기업 모두의 을”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우리 사회의 갑을관계는 전방위로 뻗어 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갑질’이다. 제어받지 않는 갑의 횡포는 수없이 많은 사회적 갈등 비용과 마찰, 창의성 저해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을들은 “갑들은 일을 잘하는 것보다 내가 더 납작 엎드리기만 바라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 대형마트 납품업체 관계자는 “‘더러우면 나도 갑이 돼야지’라는 생각이 들 뿐 현 상황에서 당당히 일할 수 있는 여건은 떠올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용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봉건적인 상하 관계에 대한 가치관이 뿌리 깊어 ‘을’도 기회만 되면 순식간에 ‘갑질’을 한다. 대기업이나 법을 집행하는 주체도 개선 의지가 별로 없다”며 “결국 사회 전체가 비싼 수업료를 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현수 kimhs@donga.com·김호경 기자}

이번 주말 저녁, 서울 도심에 나선 당신은 일찌감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점포 외벽에 한껏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 백화점들이 31일 일몰과 동시에 점등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연말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장식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세계 각국 도시의 ‘관광 자원’ 역할도 한다.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 등지에서는 백화점 크리스마스 장식을 사진에 담기 위해 쇼윈도 앞에서 줄을 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뉴욕에서는 크리스마스 쇼윈도 사진만 따로 모은 책도 발간된다. 국내 주요 백화점 역시 최근 해외 관광객이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크리스마스 장식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연초부터 테마를 연구하고 해외 유명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하는 등 장식에 공들이는 모양새다. 롯데백화점은 31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 외관 조명 장식을 시작으로 다음 달 초까지 ‘러블리 크리스마스’라는 주제 아래 전국 전 점포를 연말 분위기로 단장한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과 연결되는 지하광장에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모습의 독특한 대형 트리를 설치할 예정이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월드몰(제2롯데월드 저층부) 내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에는 20m 높이의 대형 트리가 설치된다. 현대백화점은 31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본점에 설치되는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트리를 올해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꼽는다. 트리와 연결된 무인단말기에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이용해 성금을 기부하면 조명 색깔이 바뀐다. 이 트리는 오스트리아의 축제 장식 전문기업과 함께 제작한 것으로, 사람 손으로 직접 만든 실타래 형태의 공 60여 개를 이어 8m 크기로 만들었다. 신세계백화점은 ‘겨울휴가(윈터 버케이션)’를 주제로 세계적인 조명 디자이너 마리잔 고테와 손잡고 국내 백화점 업계 최초의 ‘미디어 파사드 쇼(건물 외벽에서 펼쳐지는 미디어 쇼)’를 서울 소공로 본점에서 선보인다. 31일 저녁부터 건물 전체에 눈이 내리거나 고드름이 건물을 뒤덮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다. 해외 유명 백화점도 다음 달 초 일제히 크리스마스 장식을 선보인다. 지난해 프라다와 함께 백화점 쇼윈도에 화려한 테디베어 장식을 선보인 프랑스 파리 프랭탕 백화점은 올해는 버버리와 손잡았다. 책으로 발간될 정도로 가장 예술적인 쇼윈도 장식을 자랑하는 미국 뉴욕의 버그도프굿맨 백화점은 다음 달 첫째 주말 이후에 올해 크리스마스 장식을 공개한다. 엄주언 신세계백화점 디자인담당 상무는 “올해는 특별히 정성스럽게 크리스마스 장식을 준비했다”며 “서울의 백화점들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기념할 만한 연말 명소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롯데월드몰이 글로벌 쇼핑 명소가 되도록 합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30일 롯데월드몰(제2롯데월드 저층부) 입주사 관계자 170여 명을 초청해 개장 기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시네파크에서 열린 이 간담회에서 신 회장은 “개장이 지연되면서 누구보다 어려움이 많았을 협력업체 대표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애초에 롯데 측은 테이프 커팅식을 포함한 그랜드 오픈 행사를 고려했다. 하지만 개장 전부터 불거진 교통난을 고려해 대대적인 행사보다 협력업체와 함께하는 간담회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조현욱 루이뷔통코리아 회장, 한승헌 에르메스코리아 사장, 박미영 대장금 대표, 조두호 한국에스비식품 회장, 제2롯데월드 설계사인 KPF사의 제임스 본클럼퍼러 사장 등이 참석했다. 신 회장은 조현욱 회장 등과 케이크를 자르며 어려움 끝에 문을 연 롯데월드몰의 성공을 기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롯데백화점은 창립 35주년을 맞아 첫 브랜드 슬로건인 ‘러블리 라이프’(사진)를 제정해 발표한다고 29일 밝혔다. 조영제 롯데백화점 기획부문장은 “‘러블리 라이프’는 고객에게 행복한 경험과 풍요로운 삶을 제공하고자 하는 롯데백화점의 약속과 의지를 담았다”며 “새 슬로건으로 경영활동을 진행하며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의 새 슬로건은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 문구가 필요하다’는 이원준 대표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4월부터 6개월 동안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고객 설문조사, 브랜드 컨설팅을 통해 슬로건을 제정했다. 롯데백화점은 31일부터 새 슬로건이 반영된 점포 외관 디자인과 쇼핑백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1년 중 와인이 가장 많이 팔리는 달은?’ 연말 모임이 많은 12월일 것 같지만 백화점 와인 매출은 11월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월에는 와인 할인행사가 많은 데다 인기 와인은 일찍 매진될 수 있어 연말 전에 미리 사두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와인 매출을 분석한 결과, 11월 매출액(전체의 13.9%)이 연중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29일 밝혔다. 추석 연휴가 들어 있는 9월이 11.7%로 뒤를 이었고 12월 매출 비중은 11.2%였다. 연말인 11, 12월 두 달 동안의 매출 비중은 연간 매출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백화점은 전국 점포에서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와인 2000여 종 60만 병, 100억 원어치를 할인해 파는 ‘와인 그랜드 페스티벌’을 진행할 계획이다. 조은식 신세계백화점 와인바이어는 “프랑스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 등 올해 큰 인기를 끈 상품을 최대 80% 할인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배추, 무 등 김장용 채소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직접 김장을 담그는 주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상FNF는 최근 주부 블로거 300명에게 올해 김장 준비 계획을 물어본 결과 ‘직접 김장을 담그겠다’는 응답이 전체의 66.2%로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58.1%)보다 8.1%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대상FNF 측은 배추와 무를 포함한 김치 재료의 작황이 좋아 가격이 안정세를 유지함에 따라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달 27일 기준 배추의 포기당 도매가격(954원)은 지난해 10월 하순(1272원)보다 25.0% 싸다. 무도 개당 735원으로 지난해 10월 하순(905원)보다 가격이 18.8% 떨어졌다. 김장 준비에 드는 예산에 대해서는 10만∼20만 원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40.0%로 가장 많았다. 김장 관련 걱정거리로는 ‘고된 노동’(49.4%)이 가장 많이 꼽혔다. 절임배추 예약 12% 급감올해 배추 생산량이 늘어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김장용 절임배추 사전 예약판매 매출이 지난해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20∼28일 진행된 절임배추의 사전 예약판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1% 줄었다. 이렇게 절임배추 예약판매가 줄어든 것은 소비자들이 김장철에 배추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고 구매를 미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배추 가격은 하락했지만 절임배추 값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지난해보다 5∼10% 오른 점도 소비자들이 절임배추 예약구매를 미루는 데 한몫했다”며 “하지만 11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김장이 시작되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절임배추와 김장양념의 사전예약 판매를 다음 달 2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김장용 절임배추와 양념 사전예약 판매를 각각 29일과 31일까지 진행한다.박창규 기자 kyu@donga.com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롯데백화점은 다음 달 1,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호텔월드 지하 1층 사파이어볼룸에서 ‘해외명품 통합 패밀리세일’을 연다고 28일 밝혔다. 이 행사는 롯데백화점이 매년 2회 정기 개최하는 ‘해외명품대전’보다 할인율이 20∼30%포인트 더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의류 중심인 상품 구성도 기존 행사와는 다르다는 게 롯데백화점의 설명이다. 이번 행사에는 총 60여 개 브랜드가 참여해 250억 원어치(정상가 기준)의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5개월 동안 준비해 마련한 이번 할인 행사에서는 역대 최대 물량인 50억 원어치의 프리미엄 패딩을 30∼40% 할인해 판다”며 “잡화 위주의 기존 명품대전과 달리 이번 행사에서는 상품의 60%가 의류”라고 설명했다. 최대 할인율이 80%인 이 행사의 주요 참여 브랜드는 ‘막스마라’ ‘카르벵’ ‘이자벨마랑’ ‘멀버리’ ‘질샌더’ ‘겐조’ ‘노비스’ 등이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내년 패션 시장을 조망하는 ‘2015 봄·여름(SS) 서울패션위크’가 한국을 대표하는 한류 패션 축제로 거듭났다는 호평 속에 지난주 막을 내렸다. 실제로 올가을에는 역대 최대인 200여 명의 해외 바이어와 영국 출신의 톱모델 에마 밀러 등 세계적인 패션 관계자들이 찾아와 행사를 빛냈다. 기자가 행사 장소인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들렀을 때도 서울패션위크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한껏 차려입은 사람들이 패션쇼장 앞에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행사 주관사인 서울디자인재단의 백종원 대표는 “이번 서울패션위크는 패션쇼의 수준뿐 아니라 실제 바이어들의 수주 실적도 좋아졌다”며 “파리, 뉴욕, 밀라노, 런던에 이어 세계 5대 패션위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살펴본 내년 봄·여름 패션 트렌드를 정리해 봤다.○ 가벼워진 모델의 발걸음 여느 패션 행사와 달리 이번 서울패션위크에서는 넘어지는 모델이 없었다. 굽이 없는 ‘스포츠 샌들’이나 낮은 굽이 앞축에서 뒤축까지 이어지는 ‘플랫폼 샌들’이 대세를 이뤘기 때문이다. 스타들이 좋아하는 디자이너로 꼽히는 정혁서와 배승연의 ‘스티브J&요니P’ 무대에 선 모델들 역시 굽이 낮은 단화 스타일의 신발을 신고 나왔다. 스티브J&요니P는 14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벽화로 꾸며진 무대 위에 고전적 리본 및 러플 장식과 21세기 분위기의 벽화낙서(그라피티) 프린트가 조화를 이룬 의상을 선보였다. 이 옷들의 컬러는 로맨틱한 핑크와 옐로, 블루 등 화사한 색감이 주를 이뤘고, 내년 봄에도 파스텔톤이 유행할 것임을 예고했다.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 작품의 재해석을 주제로 한 패션쇼를 선보인 디자이너 박승건은 차분하고 현대적인 패션을 제안했다. 그의 의상들은 헐렁한 검정 바지에 어깨 부분만 잘라낸 재킷, 흰색 단화를 매치해 중성적인 매력을 뽐냈다. 디자이너 송지오는 깔끔한 정장에 스포티한 샌들을 신는 믹스&매치(이질적인 요소를 섞어 입는 것) 스타일을 선보였다.○ 밝은 화이트톤이 대세 또 내년 봄여름에는 거리에서 블랙보다는 화이트 색상을, 치마보다는 바지를 더 많이 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서울패션위크에서는 많은 디자이너가 메인 컬러로 화이트를 택했다. 또 유행이 지나간 것으로 여겨졌던 ‘바지정장 세트’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디자이너 송자인의 ‘제인 송’은 ‘꿈결 같은 일요일’을 주제로 볕에 바짝 말린 듯한 하얀 면 소재와 너울거리는 레이스 소재를 메인으로 내세웠다. 통이 넓은 와이드 팬츠와 화려한 빨강 바지정장도 돋보였다는 평이다. 부부 디자이너 김석원과 윤원정의 ‘앤디앤뎁’은 세일러 칼라의 화이트 점프수트(상의와 바지가 이어진 옷)로 대표되는, 편안하게 떨어지는 라인으로 화제가 됐다. 앤디앤뎁은 지중해의 섬으로 항해에 나선 것 같은 이국적인 리조트룩을 주로 선보였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신세계그룹은 새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창조경제 활성화 정책에 발맞춰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에 핵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쇼핑, 여가, 외식, 문화생활 등을 한 곳에서 해결하는 ‘라이프스타일센터’ 전략에 적합한 교외형 복합쇼핑몰 사업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평소 같은 업종 내 시장점유율인 ‘마켓 셰어’보다 소비자의 일상을 점유하는 ‘라이프 셰어’를 강조해 왔다. 소비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창조적인 사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은 2016년부터 인천, 경기 인천 안성 고양 등지에 10여 개의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세워 향후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에서 차로 30분 안팎 거리인 하남(동)과 인천 청라(서), 안성(남), 고양 삼송(북) 등 수도권 동서남북에 ‘신세계 교외형 복합쇼핑몰 벨트’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복합쇼핑몰이 완공되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지역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도 소비자들이 한 번에 여가생활도 즐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확대해 주요 점포를 도심형 복합쇼핑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이마트는 ‘대형마트는 상품을 싸게 파는 곳’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 위해 전문점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매장 내 반려동물 전문점인 ‘몰리스펫샵’, 가전 전문점 ‘매트릭스’, 완구 전문점 ‘토이월드’, 스포츠 전문점 ‘빅텐’, 뷰티&헬스 전문점 ‘분스’ 등이 대표적이다. 또 이마트의 제조유통일괄형의류(SPA) 브랜드인 ‘데이즈’는 최근 스포츠웨어까지 새롭게 선보임으로써 풀 라인업을 갖춘 종합 SPA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세계 최대 규모의 부산 센텀시티점처럼 점포를 대형화, 복합화해 쇼핑뿐 아니라 문화, 예술, 레저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고객이 행복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신세계백화점은 현재 점포별로 전문공연장 수준의 문화홀과 유명 아티스트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등 다양한 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2007년 신세계그룹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교외형 프리미엄 아웃렛도 라이프스타일센터로 거듭나고 있다. 경기 여주와 파주, 부산에서 영업 중인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 아울렛은 해외 쇼핑 관광객도 찾는 명소가 되고 있다. 신세계사이먼은 또 경기 시흥시 및 전남 나주시와 투자유치 의향서(LOI)를 맺고, 각 도시의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교외형 프리미엄 아웃렛을 만들 계획이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LG생활건강은 ‘차앤박 화장품’으로 유명한 CNP코스메틱스의 지분 86%를 542억 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고 22일 밝혔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CNP코스메틱스는 ‘코스메슈티컬’(화장품과 의약품의 합성어) 시장의 선두주자라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지분 인수를 결정했다”며 “CNP 인수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코스메슈티컬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NP코스메틱스는 차앤박 피부과 병원의 전문의들이 2000년 3월 설립한 회사로 지난해 매출 240억 원, 영업이익 48억 원을 올렸다. 120개 품목의 화장품을 차앤박 피부과와 드러그스토어, 홈쇼핑 등에서 판매 중이다. 대표 제품으로는 누적판매 1000만 개를 돌파한 모공 수축 마스크 ‘블랙헤드클리어키트’ 등이 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성주그룹은 성주재단을 통해 여성 인재가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후원하고 있다. 차기 여성리더가 될 인재들을 교육하고 양성해, 그들이 취업전선에 뛰어들기 전에 충분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재능을 향상시키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이다. 성주재단은 2008년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예술디자인 경영 인 런던(ADM·Art & Design Management in London)’에 국내 여대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왔다. ‘ADM in London’은 영국의 미술, 디자인, 건축, 패션, 광고 등 창조산업을 학생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밖에도 성주재단은 예술 꿈나무 청소년 후원, 미디어다이얼로그 등 젊은 여성들이 차기 여성리더로 사회에 우뚝 설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10월 한 달 동안 진행되는 미디어 다이얼로그는 세계 여러 나라와 한국의 현실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글로벌 리더로서의 소양을 다지는 것이 목표다. 한국의 역사와 사회, 북한·일본 등 우리와 깊게 연계된 국가들의 정세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차세대 예술가 후원은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장래에는 세계적인 여성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후원 프로그램이다. 연 2500만 원의 후원금을 전달한다. 여성 영화감독 후원과 여기자 해외연수 지원 등 재직자들을 위한 지원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성주재단은 올 1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아시아 단편경선 후원 약정식’을 가진 바 있다. 아시아 단편경선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유일한 경선 부문으로, 신진 여성감독의 등용문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성주재단은 아시아 단편경선에 ‘성주상’을 신설해 총 2400만 원을 지원했다. 성주재단은 또 한국여기자협회와 손을 잡고 여기자 해외연수를 후원하며 여성 언론인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는 3명의 기자를 선정해 지원 중이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제가 얼마나 간절했는지 아세요? 회사로 다시 출근하는 꿈을 꿀 정도였어요!” 22일 ‘2014 리스타트 잡페어’ 행사장에서 만난 이현진 씨(34)는 스타벅스코리아 유니폼을 입고 구직자들에게 커피를 나눠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주부로만 살던 그는 올해 1월 스타벅스코리아로 다시 돌아왔다. 출산과 육아로 회사를 떠난 지 11년 만의 ‘컴백’이었다. 현재 그는 집 근처인 충남 천안터미널점에서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2시까지 하루 4시간 반 일을 하는 시간선택제 근로자다.○ 지난해 ‘구직자’에서 올해는 ‘멘토’로 이 씨는 “2003년 결혼 후 6∼7년 동안 출산과 육아로 정신이 없었다”며 “그렇지만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오전 시간이 여유로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바리스타 전공을 살려 집 근처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지난해 스타벅스코리아의 시간제 근무제도인 ‘리턴 맘(Return Mom)’ 소식을 들었다. 곧바로 지원서를 내 합격했다. 이 씨는 “시간제 근무는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하는 30, 40대 여성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 같다”며 “예전에는 ‘동남아(동네 남아있는 아줌마)’ 소리를 들었지만 지금은 변한 내 모습에 자극을 받은 동네 아줌마들도 있다”고 말했다. ‘선배’ 시간선택제 근로자들은 사회생활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IBK기업은행의 서울 경동시장출장소에서 하루 4시간씩(낮 12시 반∼오후 4시 반) 예금 수신 업무를 하고 있는 오세일 씨(38)는 “낮 시간에 집에서 멍하게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며 “누구 엄마가 아닌 내 이름으로 세상을 다시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 대부분은 사회에 다시 나가기 위해 각종 자격증을 따고,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교육을 받는 등 준비를 하기도 했다. 그래도 5∼6년간 일을 쉬다 보니 일터로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때 힘을 준 것은 바로 가족이었다. 올해 8월부터 우리은행의 경기 남양주 진접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오서연 주임(29)은 “4년 전 일을 그만둘 때 남편이 ‘가정에 충실할 수 있겠다’며 좋아했었는데, 일을 다시 시작한 뒤로는 그때보다 더 좋아한다”며 “네 살배기 아들도 ‘출근’이라는 단어를 배운 뒤 ‘엄마 나 어린이집에 일하러 가요’라고 인사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아이 안은 ‘새댁’부터 아이 다 키운 50대까지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직원의 희망에 따라 하루 4시간이나 6시간 등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정규직 일자리다. 임금은 풀타임 근무자보다 적지만 4대 보험 가입 등 복리후생 측면에서 정규직과 차별 없이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이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를 선언한 이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날 리스타트 잡페어 행사장에는 다시 일자리로 돌아가려는 여성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결혼 2년 차를 맞은 강연주 씨(32)는 9개월 된 아이를 안고 행사장을 찾았다. 출산이 얼마 남지 않은 지난해 10월 회사를 그만둔 그는 “지인의 소개로 다시 일자리를 찾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필요로 재취업을 하고 싶다는 구직자도 있었다. 차수경 씨(31)는 “아이를 낳고 나니 남편 월급만으로 사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했다. 취업을 향한 열정은 나이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30, 40대뿐만 아니라 50, 60대 여성 구직자들도 뜨거운 관심을 보이며 부스 탐방에 열심이었다. 카페를 운영했다는 이정숙 씨(50)는 여러 부스에서 상담을 받다 “지금은 ‘100세 시대’인데, 그렇다면 50대도 한창 일할 나이 아니냐”며 웃었다.김범석 bsism@donga.com·김현수 기자}

롯데는 ‘2018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의 비전을 발표한 이래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인재를 육성하고, 경력 단절 없이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조직문화를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롯데는 다양한 사고를 가진 인재들이 차별 없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롯데그룹 다양성 헌장’을 제정했다. 헌장은 성별, 문화, 신체, 세대의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내용으로 국내 주요 기업 중 처음으로 구성원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차별을 철폐한다는 문구를 명문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롯데의 다양성 존중 철학은 실제 채용 과정에 적극 반영되고 있다. 롯데는 우선 2011년부터 신입사원 선발 시 고졸 이상의 학력이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도록 지원 학력 제한을 대폭 완화했다. 여성과 장애인 채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해마다 신입사원의 35% 이상을 여성으로 선발하고 있으며 전역 여군 장교 특별 채용도 실시하고 있다. 롯데는 여성 직원들이 경력 단절 없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2년부터 출산을 앞둔 여직원들의 자유로운 육아휴직제도 이용을 위해 ‘자동 육아휴직 의무제도’를 도입했다. 법적으로 육아휴직이 보장돼 있지만 워킹맘들이 회사 눈치를 보느라 휴직 제도를 마음껏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별도의 신청 없이도 출산휴가가 끝나는 시점에서 자동으로 1년간 휴직을 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했다. 휴직 후 복직을 돕기 위한 웹 기반 학습 시스템 ‘토크 토크 맘’도 운영 중이다. 업무 복귀에 대한 여성 직원의 두려움을 덜어주고, 복귀 후 빠른 시간 내에 회사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롯데는 또 여성 리더십 포럼인 ‘와우(WOW·Way of Women·여성의 길) 포럼’도 해마다 열고 있다. 이 포럼은 그룹의 여성인재 강화에 대한 의지를 공유하고 여성 간부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2012년에 처음 마련된 것이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롯데백화점은 동남아시아 국가의 관광객들을 제2의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로 보고 적극적인 유치 활동에 나선다고 21일 밝혔다. 이를 위해 롯데백화점은 14일 싱가포르 ‘로빈슨’, 홍콩 ‘타임스스퀘어’, 태국 ‘시암파라곤’ 등 3개국 백화점과 우수고객(VIP) 서비스 제휴에 대한 글로벌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번 협약으로 각 백화점 우수고객들은 제휴 백화점을 방문하면 해당 백화점의 VIP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또 제품 구매 시 10∼20% 할인 등 현지 우수고객과 같은 혜택을 받는다. 또 각 백화점에서 빠른 세금 환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현재의 ‘유커 특수’와 더불어 매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해외의 잠재 고객 발굴을 위해 노력해 왔다. 롯데백화점 내부에서는 중국의 주요 명절인 노동절과 국경절 등 중국 연휴 기간에 유커 매출이 전체 매출의 20%에 달해 롯데백화점이 너무 유커에만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 왔다. 롯데백화점 측은 “유커 이외의 핵심 고객으로 싱가포르, 홍콩, 태국 관광객들을 주목하고 이번 MOU를 맺었다”며 “최근 이들 국가의 관광객이 급격히 늘고 있는 데다 소득수준도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싱가포르, 홍콩, 태국 등 3개국 관광객은 2009년과 비교해 각각 70%, 82%, 95% 늘었다. 이완신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은 “유커 외의 핵심 외국인 우수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국가의 잠재 고객을 이끄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직장인 김지원 씨(33·여)는 출근할 때 구두보다 운동화나 스니커즈를 더 자주 신는다. ‘킬힐’(굽 10cm 이상 구두)은 불편하고 너무 꾸몄다는 인상을 줘 부담스럽다. 김 씨는 “지난해에는 운동화를 신고 출근했다가 회사에서 구두로 갈아 신었지만 이제는 운동화가 어엿한 ‘오피스 룩’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2년 전부터 시작된 ‘운도녀’(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는 도시여자) 바람이 올해에는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명품 브랜드들도 스니커즈를 주력 제품으로 내놓기 시작하면서 스니커즈는 스포츠 브랜드뿐만 아니라 명품 시장까지 흔들고 있다. 기존 구두 매장에서는 스니커즈가 구두 매출을 웃돌기까지 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스니커즈가 패딩의 확산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아웃도어 시장에서 나온 패딩은 길거리 유행을 선도한 뒤 고급 패션 분야의 주력 제품이 됐다. 길거리 문화의 상징이던 스니커즈도 점차 프리미엄 시장 소비자들로 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김민규 롯데백화점 잡화 담당 선임상품기획자는 “편안한 옷차림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프리미엄 스니커즈를 찾는 고객도 늘고 있다”며 “스니커즈 매출액은 연 20%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샤넬은 올 1월 최고급 패션을 선보이는 ‘오트쿠튀르’(맞춤복) 컬렉션에서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스니커즈를 신은 모델을 무대에 올렸다. 이어 올 가을겨울 ‘파리 패션위크’에서는 모든 모델이 스니커즈 종류의 신발을 신고 나와 화제가 됐다. 특히 샤넬은 파격적으로 스니커즈와 이브닝드레스, 정장 등을 매치해 옷 입는 방식의 변화를 예고했다. 카를 라거펠트 샤넬 수석디자이너는 “이번 컬렉션의 정신은 자유”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인 샤넬의 스니커즈들은 이미 인기 사이즈는 구할 수 없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 켤레에 160만 원이 넘지만 트위드 소재가 적용된 독특한 디자인으로 찾는 고객이 많다”며 “국내 여성복 브랜드에서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을 내놓을 정도”라고 말했다.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올가을 신상품인 ‘퓨전 스니커즈’도 거의 품절된 상태다. 디오르는 여성스러운 꽃 장식을 촘촘히 수놓은 고무 밑창의 스니커즈를 내놓았다. 100만 원대 미만 프리미엄 스니커즈도 최근 매장을 내고 있다. 직구(직접구매)족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이탈리아 브랜드 ‘골든구스디럭스브랜드’는 지난해 10월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 국내 첫 점포를 열었다. 이 브랜드는 이달 2∼19일 동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36% 올랐다. 월 평균 매출은 3억 원으로 일반 신발 매장의 2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이달 초 서울 본점에 남성 전용 골든구스디럭스브랜드 매장을 열었다. 기존 구두 브랜드들도 안 팔리는 구두 대신 스니커즈에 주력하고 있다. 구두 브랜드 ‘슈콤마보니’는 지난해 9월 굽이 숨어 있는 스니커즈 ‘스카이 105’를 내놓고 현재까지 14개월 동안 약 5만 켤레를 팔았다. 올해 슈콤마보니의 힐(높은 구두) 매출 비율은 25%가량. 나머지 70%는 스니커즈, 5%는 굽이 낮은 구두에서 나온다. 슈콤마보니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높은 구두가 매출의 70%였는데 반대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홈쇼핑 업계에서도 운동화와 스니커즈는 인기 아이템으로 꼽힌다. 지난달 말 CJ오쇼핑 ‘유난희 쇼’에 15분 등장한 이탈리아 브랜드 ‘포나리나’의 스니커즈는 2500개가 팔려 약 3억5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양쪽 다리 길이가 2.5∼5mm씩 차이 나는 사람이 많아요. 약점을 찾고, 이를 보완하는 신발을 만드는 게 수제 운동화 장인의 역할입니다.” 마라톤 시즌을 맞아 최근 방한한 ‘엠랩’의 대표 미무라 히토시 씨(66)는 세계적인 수제 운동화 장인으로 꼽힌다. 구두 장인은 들어봐도 운동화 장인은 생소한 이가 많다. 그는 서울 명동8길 아디다스 매장에서 최근 기자와 만나 “다리 길이, 사이즈, 발 모양을 정밀히 분석해 오래 달려도 피곤하지 않는 운동화를 만들기 위해 48년째 연구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이봉주, 일본의 다카하시 나오코, 노구치 미즈키 선수 등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와 일본 출신 메이저리거 스즈키 이치로 선수의 운동화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뉴욕타임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그의 대표작품인 ‘쌀겨 운동화’(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쌀겨를 섞어 밑창을 만든 것)를 보도하기도 했다. 올해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여자마라톤에서 은메달을 딴 일본 기자키 료코의 운동화도 그의 작품이다. 오래전이지만 2002년 처음 이봉주 선수 운동화를 만들 때의 기억도 생생하다. 그는 “오래 달리면 발이 팽창하기 때문에 여유 있게 신는 게 좋다”며 “기존 255mm에서 5mm 더 크게 신도록 했던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봉주 선수는 그해 부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미무라 씨는 “마라톤 인구가 늘면서 일반인들도 수제화를 찾고 있다”며 “최근에는 3차원(3D) 사진 분석을 통해 더 정교하게 맞춘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 육상선수였다가 운동화에 흥미가 생긴 미무라 씨는 1966년 아식스의 전신 오니츠카에 입사했다. 그는 “당시 운동화가 너무 빨리 닳아 한 달에 두 켤레씩 사야 하는 점이 경제적인 부담이었다”며 “더 잘 뛸 수 있고 내구성이 좋은 신발을 만들고 싶은 것이 꿈이었다”고 말했다. 따로 대학에서 공부하지 않았지만 장인을 우대해주는 일본의 분위기 속에서 꾸준히 운동화 제작에만 매달릴 수 있었다. 2009년 아식스에서 나와 현재의 회사를 차렸다. 일본에서 그의 이름은 ‘품질보증서’와 같은 역할을 했다. 2012년 미무라 씨가 아디다스와 손잡고 만든 ‘타쿠미센’ 라인은 190g 경량 운동화로 지금까지 일본 ‘스피드 러닝화’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제품의 인기로 올해 한국 영국 등 글로벌 시장으로 판매지역을 늘리고 있다. 미무라 씨는 “완성품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고 말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