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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운전한 차 안에서 경찰관 2명이 230만 원을 받았다.”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과 경찰 간의 유착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전직 경찰 강모 씨(44)의 측근 A 씨는 25일 본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A 씨는 지난해 8월 강 씨와 경찰관 2명을 직접 태운 뒤 강 씨가 각각 200만 원과 30만 원을 경찰에 건넬 당시 차량을 직접 몰았다고 주장했다. A 씨는 강 씨 지시로 버닝썬 공동대표 이모 씨로부터 2000만 원을 건네받아 이를 6개 계좌에 나눠 송금한 인물이자 버닝썬의 경찰 상대 금품 로비 정황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처음 진술한 인물이다.○ “돈 줄 당시 목소리 녹음돼” A 씨는 지난해 8월 자신의 차량에 강 씨를 먼저 태운 뒤 다른 곳으로 이동해 경찰관 2명을 태웠다고 주장했다. 경찰관 2명이 차에 타자 다시 모처로 이동한 뒤 강 씨는 A 씨에게 ‘잠시 차에서 내리라’고 했다고 한다. 자신이 차량 밖에 있는 동안 강 씨가 경찰 2명에게 돈을 건넸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A 씨는 “강 씨가 경찰관 2명에게 ‘너에겐 200(만 원) 주고 너한텐 30(만 원) 주면 되겠지?’라고 말한 음성이 차량 블랙박스에 녹음됐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당시 차에 탔던 경찰 2명의 얼굴도 직접 봤다”고 했다. A 씨는 1시간이 넘게 인터뷰가 이어지는 동안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 여러 명의 실명을 언급했지만 돈을 받았다고 한 경찰의 신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A 씨는 버닝썬 대표 이 씨가 자신과의 통화에서 “(당신이) 브로커 역할을 하게 돼 2000만 원을 준거다. 그거 경찰 주라는 건데”라고 말한 내용도 녹음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 씨가 이 씨로부터 2000만 원을 받아 강 씨가 지정한 6개 계좌로 나눠 송금한 내역을 확인했다. A 씨는 경찰이 20일 자신의 사무실로 압수수색을 하러 왔을 때 건물 4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뒤 차량 블랙박스 영상과 통화 녹음파일을 없앴다고 주장했다.○ “석방된 강 씨 측에 ‘진술 번복해주겠다’ 제안” A 씨는 강 씨가 체포된 21일 경찰에 자진 출석해 사건의 전말을 90%가량 진술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이 경찰에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관련자들의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울 거라고 했다. A 씨는 ‘(이 씨한테서) 2000만 원 받아오라’고 지시한 강 씨의 메시지, ‘(버닝썬이 있는) 르메르디앙 호텔 로비로 오라’는 이 씨의 메시지를 경찰에 제출했다. A 씨는 “메시지 교신 내역에 날짜가 적혀 있지 않아 돈을 준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휴대전화도 (작업을) 다 해놓아 포렌식을 해도 날짜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A 씨 진술을 토대로 경찰은 22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강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이 반려하면서 강 씨는 23일 풀려났다. 강 씨가 풀려난 직후 A 씨는 강 씨 친형을 통해 “내 진술 말고는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 내가 경찰에서 한 진술은 다 꾸며낸 거였다고 뒤집어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털어놨다. A 씨는 (강 씨가) 자신을 공갈·협박 혐의로 공격하지 않는 조건을 달았다고 했다. 경찰은 26일 버닝썬의 공동대표인 또 다른 이모 씨와 영업사장 한모 씨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에게서 마약류인 엑스터시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훈 hun@donga.com·윤다빈 기자}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과 경찰관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전직 경찰 출신의 화장품회사 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2일 버닝썬의 위법행위를 무마해 주는 대가로 경찰관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강모 씨(44)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강남경찰서근무 경력이 있는 강 씨는 마카오에서 도박을 한 사실이 드러나 2011년 파면된 것으로 알려졌다. 광수대에 따르면 강 씨는 버닝썬의 청소년보호법 위반 사건을 무마해 주는 대가로 강남서 소속 경찰관들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버닝썬은 지난해 7월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적이 있다. 당시 강남서는 조사를 했으나 ‘증거불충분’이라는 이유로 불기소 의견을 달아 같은 해 8월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강 씨는 자신이 임원으로 있는 화장품회사 직원을 시켜 버닝썬 대표 이모 씨로부터 2000만 원을 받아오게 한 뒤 이 중 300만 원은 돈심부름을 한 직원에게 주고 나머지 1700만 원을 나눠 6개의 계좌로 보냈다. 광수대는 이 돈이 강남서 문모 경위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광수대는 21일 문 경위를 포함한 2명의 강남서 소속 경찰관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강 씨는 강남서 근무 당시 문 경위와 가깝게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2017년 경기도의 한 고교 검도부 코치가 자신이 지도하던 남학생을 죽도로 마구 때렸다.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학생의 엉덩이와 허벅지엔 피멍이 들었다. 피해 학생 부모는 “코치가 아들의 하의를 벗긴 채 가둬놓고 때렸다”며 학교 측에 강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며칠 뒤 부모는 코치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불 불원서’를 학교 측에 제출했다. 아들을 때린 코치가 ‘선수들을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는 비율이 높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코치는 감봉 2개월 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본보가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최근 5년간 학교 운동부 폭력 징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지도자가 학생 선수를 때려 해당 시도교육청에 보고된 건 모두 82건이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39건이 3개월 이하의 정직(5명)이나 감봉(10명), 경고(16명), 주의(6명), 견책(2명) 등의 경징계로 마무리됐다. 시도교육청에 보고조차 되지 않은 사례까지 감안하면 학교 체육 지도자의 폭력 사례는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의 한 중학교 컬링팀 코치는 지난해 2월 일본 나가노 전지훈련 기간에 술에 취한 상태에서 페트병으로 선수 2명의 머리를 때렸다. 전지훈련이 끝난 뒤 피해 학생들이 코치의 폭행 사실을 학교 상담교사에게 알렸고 코치는 지도업무에서 배제됐다. 하지만 이 코치 역시 감봉 3개월의 경징계를 받았고 곧 지도업무에 복귀했다. 다른 학부모들이 ‘복귀 동의서’를 써줬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복귀 동의서를 쓰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코치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상황에서 훈련을 빨리 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같은 해 6월 강원도의 또 다른 중학교 검도부 코치는 가르치던 학생이 걷기 힘들 정도로 다리를 마구 때리고도 경고 처분만 받고 학생들을 계속 가르쳤다. 학교 측은 이 지도자가 폭력 행사를 스스로 신고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조차 열지 않았다. 이처럼 학교 체육에서 발생하는 지도자 폭력이 대부분 경징계에 그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가 이를 제대로 문제 삼기 어려운 구조와 관련이 있다. 체육 특기를 인정받아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각종 대회에 많이 출전해 좋은 성적을 내거나 스카우트들의 눈에 띄어야 하는데 코치나 감독 등 지도자 눈 밖에 나면 경기 출전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들이 고교 농구 선수인 학부모 A 씨는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경기 출전에 불이익을 받을까 봐 지도자 폭력 문제를 공개적으로 꺼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의 한 고교 농구부 코치가 학생들에게 폭언을 일삼고 부상 중인 학생에게 무리한 훈련을 시켜 무릎 부상까지 입혔지만 학부모는 학교에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이후 드러나고 있는 체육계 성폭력 사건들도 이런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송강영 동서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는 “코치나 감독이 ‘운동을 그만두라’고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출전을 안 시키면 학생 선수 입장에서는 나가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만큼 지도자들은 절대적인 존재”라고 말했다.윤다빈 empty@donga.com·김민찬 기자}

7일 경기도의 한 대안학교에서 만난 김인희(가명·18) 양은 본보 기자와 마주 앉은 자리에서 입을 굳게 다문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김 양은 어머니가 탈북민이어서 한국 국적을 얻었지만 한국말은 하지 못한다.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 양은 지난해 4월 한국에 왔다. 한국어 수업 시간에는 엎드려 잠만 잔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중국 소설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연락도 중국에 있는 친구들과만 한다. 김 양은 아버지가 중국인이다. 2001년 북한을 탈출한 어머니가 중국에 머물 때 아버지와 결혼했다. 주모 양(18)은 2017년 서울의 한 아파트 9층에서 투신을 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하반신이 마비되는 중상을 입었다. 주 양은 “엄마는 돈을 벌어야 한다며 매일 밤늦게 집에 왔다. 엄마가 한국어를 빨리 배우라고 재촉해 순간 너무 화가 났다”고 말했다. 2015년 7월 한국에 온 주 양 역시 김 양과 같은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다. 어머니가 탈북민이고 아버지는 중국인이다. 김 양과 주 양의 경우처럼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 대부분은 열 살이 지나 한국 땅을 밟는다. 어머니가 먼저 한국에 정착한 뒤에야 자녀를 데려오기 때문이다. 이미 청소년기에 이른 이들은 한국어를 배우는 데 애를 먹는다. 한국문화도 낯설다. 중국인인지 한국인인지 정체성 혼란도 겪는다. 어머니가 한국에서 재혼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새아버지와 불화를 겪는 일도 있다. 북한에서 태어난 탈북민 자녀를 위한 정부 지원도 이들에겐 제공되지 않는다. 입국과 동시에 ‘3등 시민’이 되는 것이다.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정체성 혼란”… 새아빠 집에선 ‘유령 아이’본보 취재팀이 만난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 30여 명은 “한국에 적응하는 게 너무나 힘겹다”며 그간의 험난했던 경험들을 털어놨다. 이들은 15∼21세의 청소년 또는 성인이지만 상당수가 한국말을 못 해 인터뷰는 중국어 통역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국적만 한국인일 뿐 사실상 중국인으로 살고 있는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는 최소 1720명이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집계한 국내 초중고교와 대안학교 재학생 수다. 2011년 608명에서 7년 새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학교 교육을 받지 않거나 이미 졸업한 경우도 많아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 다 커서 한국 왔는데 가정에선 방치 17세 때 한국에 온 이진호(가명·20)씨는 2016년 입국 직후부터 모텔에서 생활했다. 탈북민인 어머니가 한국에서 재혼할 때 시댁에 아들의 존재를 숨겼기 때문이다. 이 씨는 모텔에 방치된 채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상당 기간 거의 혼자 지냈다. 이 씨는 분노조절 장애를 갖게 됐고 깨진 유리병으로 자해를 하는 등 이상행동을 했다. 이 씨는 지난해 1월 탈북민 대안학교에 입학했지만 과격한 행동을 보여 3개월 만에 퇴학당했다. 경기도의 한 대안학교에 다니는 채모 군(15)은 수업 도중 갑자기 일어나 교실을 돌아다니는 등 불안증세를 보인다. 채 군은 인신매매를 통해 어머니와 결혼한 중국인 아버지에게서 어릴 적부터 폭행을 당했다. 먼저 한국에 들어왔던 채 군 어머니는 2017년 아들을 돌봐줄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중국인 남편도 함께 입국시켰다. 채 군의 담임교사는 “한국에서도 아버지의 폭력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를 칭찬해주려고 어깨를 만질 때도 몸을 피한다”고 전했다. 채모 양(17)은 2017년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영유아인 동생 둘을 떠맡게 됐다. 먼저 한국에 온 어머니가 재혼을 해 두 아이를 낳았지만 새아버지가 가출해버린 것. 어머니마저 또 다른 남자와 동거를 하게 돼 육아는 채 양의 몫이 됐다. 채 양은 43m²(약 13평) 남짓한 임대주택에서 어린 두 동생을 돌보느라 6개월 넘게 집 밖을 나가지 못했다. 뒤늦게 학교에 입학했지만 한국말을 하지 못해 친구를 사귀지 못했다. 채 양은 “중국인 친구들과 하루 종일 모바일 메신저로 연락하며 외로움을 달랜다”고 말했다.○ 대입 특례전형도 없어 일부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은 한국어를 익힌 뒤 대학에 가기 위해 노력하지만 걸림돌이 많다. 북한에서 태어난 탈북민의 경우 대입 특례전형이 마련돼 있지만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를 위한 별도의 대입 전형은 없다. 한국 학생들과 똑같이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지난해 대입 검정고시를 본 김모 씨(20·여)는 “19세 때까지 중국 역사를 공부하다가 지난해 처음 한국사 책을 보게 돼 모든 게 낯설었다. 국어는 중국에서 배운 조선어와 많이 달라 거의 새로 공부해야 했다”고 했다. 2015년 한국에 온 이모 씨(21)는 대학 입학을 위해 1년 반 만에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정보기술 자격증까지 땄다. 이 씨는 2017년 서울의 한 대학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에 응시하려 했으나 이 씨의 검정고시 등급은 다른 한국 학생들에 비해 크게 낮았다. 암 투병 중인 아버지의 치료비 때문에 등록금을 내기도 어려웠다. 이 씨는 결국 대입을 포기하고 직업학교를 택했다. 탈북민은 ‘북한이탈주민 지원법’에 따라 정착금 지원과 정원 외 대학 특례입학, 등록금 면제 등의 혜택을 받지만 이 씨 같은 제3국 출신 탈북민 자녀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통일부는 이들을 위한 별도의 대입 전형을 마련하라고 각 대학에 권고했지만 이를 대학이 받아들인 사례는 없다.○ “한국말도 못하는데” 입영통지 받고 불안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 중 만 18세 이상 남성은 군 입대 대상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입영 통지를 받은 뒤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2013년 입국한 이모 씨(20)는 지난달 대안학교 교사에게 ‘쌤, 저 죽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이 마음이 없어지나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 씨는 “한국말도 잘 못하고 돌봐야 할 동생도 있는데 군대를 가야 한다니 걱정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병무청 신체검사를 받은 최모 씨(20)는 “군대에서는 한국말로만 생활해야 하는데, 내가 모르는 단어가 많아 불안하다. 한국 군대는 엄격해서 내가 모르는 걸 쉽게 물어볼 수 없다고 하는데 (고참들에게) 많이 혼날까 봐 무섭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한국에 온 방모 씨(20) 역시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한국의 군대 문화가 이해가 안 된다. 군대에서 왕따당하는 것 아닐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체성 혼란도 문제다. 중국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뒤 지난해 2월 입국한 박모 씨(20)는 한국에 온 뒤에도 중국 친구들과만 교류한다. 박 씨는 “지난 1년간 한국 사람과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 한국에 계속 살아야 해 국적은 유지하겠지만 내가 한국인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행 병역법상 북한 출생 탈북민이거나 외국 국적자였다가 한국인으로 귀화한 경우 군복무가 면제된다. 중국 등 제3국에서 태어난 탈북민 자녀는 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 병역 의무를 지게 된다. 국내 다문화가정 출신 청년들도 군복무를 하지만 대부분 한국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문화적 이질감도 작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도 강한 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다문화가정 출신 병사들 가운데 그동안 문제가 됐던 사례는 없다”고 전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북한이탈주민지원센터 소민윤 회장은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이 지금 상태로 입대할 경우 관심병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체복무나 별도의 부대 편성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윤다빈 empty@donga.com·이소연 기자}

“화형대에 올려져 불길 속 마녀로 살아야 했던 고통스러운 지난 시간과 작별하게 됐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4)가 1일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자 성폭행 피해자인 전 수행비서 김지은 씨(34·사진)는 이렇게 심경을 표현했다. 김 씨는 또 “진실을 있는 그대로 판단해주신 재판부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씨는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 “이제 진실을 어떻게 밝혀야 할지, 어떻게 거짓과 싸워 이겨야 할지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더 고민하려 한다”고 했다. 이어 “제가 받은 도움을, 힘겹게 홀로 증명해 내야 하는 수많은 피해자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며 “말하였으나 외면당했던, 어디에도 말하지 못하고 저의 재판을 지켜보았던 성폭력 피해자들께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김 씨를 도운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 회원 50여 명은 선고 직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뒤늦게나마 상식적이고 당연한 판결을 한 재판부의 선고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위력을 좁게 해석하고 판단 기준이 엄격해 처벌 공백이 있던 성폭력 사건의 특성을 재판부가 정확히 파악했다”고 평가하고 “체육계 성폭력 등 여타 성폭력 사건들에서도 사법의 본령을 더욱 분명히 지켜 달라”고 요청했다. 김 씨 측 정혜선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해자가 추가로 당했던 고통에는 이 사회의 책임이 있고, 우리 모두 피해자에게 미안함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투’의 끝은 유죄이든 무죄이든 고통만 남긴다는 좌절을 다시는 겪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다빈 empty@donga.com·김민찬 기자}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가 최근까지 운영했던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에서 발생한 폭행사건이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와 경찰 간의 진실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모 씨(28)는 “지난해 11월 24일 오전 6시 50분경 버닝썬 안에서 성추행을 당할 뻔한 여성들을 보호하려다가 한 남성과 실랑이가 붙었는데 여성들이 오히려 나를 성추행범으로 지목하면서 클럽 보안요원에게 끌려가 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자신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폭행을 한 클럽 직원들은 두고 오히려 자신을 체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씨는 또 “(사건) 당일 오전 7시 15분경 역삼지구대에 도착한 뒤 경찰관 20여 명에게 욕설과 함께 폭행을 당해 쓰러졌다”는 얘기까지 하고 있다. 김 씨는 자신의 폭행 피해 등을 담은 내용을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는데 이틀 만에 24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하지만 경찰의 주장은 다르다. 이 사건이 논란이 되자 서울 강남경찰서는 30일 기자간담회까지 열어 김 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경찰은 “(김 씨) 어머니가 바로 옆에 있는 상황에서 경찰관이 그 사람을 때릴 수 있었겠느냐”며 “김 씨가 지구대 안에서 욕을 하고 침을 뱉는 행동을 제압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의 전화를 받은 어머니가 당시 지구대에 와 있었다. 클럽 직원 장모 씨(33)는 사건 당일 김 씨를 폭행한 혐의(상해)로 경찰에 입건된 상태다. 장 씨는 경찰 조사에서 “김 씨가 여성들을 추행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김 씨를) 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 2명은 지난해 12월 21일 김 씨를 고소했다. 김 씨는 공무집행방해와 모욕 등 7가지 혐의로 입건됐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클럽 직원들이 일명 ‘물뽕’으로 불리는 신경흥분제를 이용해 여성을 강제로 끌고 나가려고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30일 광역수사대를 전담수사팀으로 지정하고 클럽 내 폭행과 물뽕 사용 의혹, 경찰관과의 유착 의혹 등에 대해 내사하기로 했다.윤다빈 empty@donga.com·김민찬 기자}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로 가라고요? 현지 사정을 너무 모르시네요.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동남아시아 취업을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동남아시아 국가에 취업했던 김모 씨(28·여)는 김현철 전 대통령경제보좌관의 ‘젊은이들은 헬조선이라고 하지 말고 동남아로 가라’는 발언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씨는 2016년 1월 고용노동부의 청년 해외취업 지원 프로그램 K-Move 스쿨을 통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유통업체에 취업했지만 8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하루 12시간씩, 1주일에 6일을 근무하는데도 월급은 120만 원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직장을 구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의 다른 회사 면접을 보는 자리에서 한국인 사장에게 ‘취업 비자를 발급해 달라’고 요구했다가 “돈 많은 남자 만나서 비자를 받으라”는 황당한 말을 들어야 했다. 또 다른 회사 면접 때는 역시 한국인 사장에게서 “집에서 키우는 개도 돌봐줄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김 씨는 이후 말레이시아의 정보기술(IT) 업체로 이직했지만 현지의 한국인 법인장이 공금을 횡령해 회사가 문을 닫았다. 김 씨는 결국 2017년 2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고용부에 따르면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아세안 국가에 취업한 청년(15∼34세)은 2014년 444명에서 2018년 1283명으로 4년 새 크게 늘었다. 베트남의 한 호텔에서 호텔리어로 근무하는 박모 씨(25)는 “연봉으로 2400만 원을 받는데 수당도 없이 주 6일을 일하고 성수기에는 일주일 내내 근무한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 동남아연구소 관계자는 “10∼15년 전만 해도 근무 여건이 좋았지만 동남아에서 직장을 구하는 한국인이 많아지면서 모든 조건이 하향 조정됐다”며 “평균 임금은 한국의 70∼80% 수준”이라고 말했다. 동남아에 취업한 청년들은 한국 기업의 현지 법인이나 한국인이 사장으로 있는 업체에 입사해 중간관리자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다. 인도네시아에서 근무하는 윤재영 씨(29)는 “실무 경험이 없는 (나 같은) 신입사원이 직원이 1만 명이나 되는 공장의 안전까지 책임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베트남 하노이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김모 씨(26)는 “중간관리자를 고용한다며 청년을 뽑고, 대우는 신입사원 수준인데 업무량은 과장 수준”이라고 말했다. 2016년 필리핀의 디자인 회사에서 일한 이모 씨(28)는 1개월짜리 관광비자의 만료 기간이 다가오자 회사가 해고를 통보했다. 이 씨는 “사장이 나를 부르더니 ‘일거리가 없으니 나가달라’고 했다”며 “취업비자를 발급받으려면 1년에 150만 원이 드니까 단물만 빼먹고 버린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내 또래 친구 6명도 같은 이유로 해고됐다”고 말했다. 취업비자 발급에 드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관광비자로 입국시킨 청년들을 일단 고용해 일을 시킨 뒤 비자 만료 시기가 다가오면 해고해 버리는 것이다. 정부가 동남아시아 국가 취업을 위해 벌이는 청년지원 사업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모 씨(32)는 지난해 10월 고용부에서 운영하는 ‘월드잡’ 홈페이지를 통해 4대 보험과 퇴직금을 보장해준다는 베트남의 한 물류업체에 취업했다. 하지만 입사 3일 만에 사장은 “홈페이지에만 그렇게 올렸다. 4대 보험, 퇴직금을 안 주는 건 당연하지 않냐”고 말을 바꿨고, 정 씨는 취업한 지 일주일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이런 이유 때문에 동남아시아 국가에 취업한 청년들 중 절반 가까이가 3년을 넘기지 못하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소연 always99@donga.com·윤다빈 기자}

문화재청이 추진하는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활성화사업’ 구역에 당초 계획에 없던 손혜원 의원 측의 부동산을 포함시키도록 사업계획을 바꿨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5일 자유한국당 ‘손혜원랜드 게이트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목포시는 지난해 4월 사업 공모 당시 근대역사문화지구와 근대역사거리를 중심으로 계획한 사업계획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문화재청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반영한 뒤 사업구역 일부가 빠지고 그 대신 창성장 등 손 의원 측이 보유한 부동산이 새로 포함됐다. TF 소속 김현아 의원은 “자문위원회 총 7명 중 3명이 (2013년에) 손 의원과 함께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했던 인물”이라며 손 의원이 사업계획을 변경하는 데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목포시 관계자는 “한국당이 발표한 안은 3가지 초안 중 하나”라며 “다른 초안에는 손 의원 측 부동산이 일부 포함된 것도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해주 상임위원을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한 것에 반발하며 24일 릴레이 단식농성을 시작한 데 이어, 25일 바른미래당과 함께 조 위원 등 네 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27일에는 국회에서 ‘좌파독재 저지 초권력 규탄대회’를 열 예정이다.홍정수 hong@donga.com / 목포=윤다빈 기자}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손혜원 의원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열고 자신에게 쏠린 의혹들에 대해 불만 섞인 어조로 강하게 부인했다. 손 의원은 23일 전남 목포시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나전칠기박물관 건립 예정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들과 관련해 “목숨 걸고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손 의원이 기자회견을 한 옛 정미소 공장 자리는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이 사들인 곳으로 손 의원은 이곳에 나전칠기박물관을 지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손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가족과 지인이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을 매입한 것은 이해충돌 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평생을 살면서 한 번도 제 이익을 위해서 남을 움직인 적이 없다. 지금도 그런 게 없다”고 주장했다. 손 의원은 다만 “국회의원으로서 제가 모르는 다른 이익이 올 수도 있다면 사과한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자신과 함께 근대역사문화공간 일대 부동산을 보러 다녔던 목포의 한 청소년보호센터 소장인 60대 여성 A 씨를 강한 어조로 비난하기도 했다. 손 의원은 “정책간담회를 하러 (목포에) 왔는데 그분이 제게 밀착했다. 조카한테 집 세 채를 소개하고 나더니 이후에는 없다고 딱 거절했다”며 “알고 보니 그분이 (이) 동네 집을 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분이 (세입자에게) 너무 비싸게 임대를 했다. 불도 안 켜진 동네에 이렇게 비싸게 임대하면 어떻게 하냐”고 덧붙였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를 나전칠기 보존처리 전문가로 채용하도록 국립중앙박물관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세계 스탠더드(수준)로 나전칠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관장이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닌 것 같다고 했고 팀에서 반대해서 끝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먼지가 날리는 창고에서 1시간 반가량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손 의원은 기자들을 향해 “여러분이 저한테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언론 보도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금지 원칙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그 얘기 좀 그만하자”고 질문을 끊기도 했다. 목포=윤다빈 empty@donga.com·이형주 기자}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일대에서 손 의원과 함께 부동산을 보러 다녔던 60대 여성의 가족이 매입한 부동산 규모가 계속 불어나고 있다. 21일 본보가 문화재청 고시와 부동산 등기사항증명서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A 씨와 그의 가족 명의로 된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은 건물 13채와 토지 4곳 등 모두 17건이다. A 씨와 A 씨의 남편, 언니가 각각 4건의 부동산을 갖고 있다. 또 A 씨의 두 아들 명의로 된 것도 4건이 있다. 남동생도 1건을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A 씨 가족 명의의 이 일대 부동산은 10건가량인 것으로 알려졌었다. A 씨 가족이 근대역사문화공간 부동산 매입에 나선 시기는 2017년 3월부터로 손 의원 가족과 지인들이 부동산을 매입하기 시작한 때와 거의 같다. 손 의원 측은 조카 손소영 씨(42)가 2017년 3월 목조 주택을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손 의원 가족과 지인,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이 부동산을 대거 매입했다. A 씨 가족과 지인들에 따르면 A 씨는 2017년 초 손 의원과 알게 됐다고 한다. 손 의원 측이 근대역사문화공간 일대 부동산 매입에 막 나선 시점이다. 당시 손 의원은 A 씨에게 ‘나는 목포에 투자하고 싶다. 박물관도 짓고 다른 것도 하고 싶으니 도와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손 의원과 A 씨는 만호동 유달동 일대를 다니며 부동산을 알아봤다. 그러다 두 사람은 지난해부터 사이가 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주민 B 씨는 “처음에는 A 씨가 (부동산을) 소개해주는 역할을 하다가 직접 부동산을 사들이면서 손 의원과 멀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목포=윤다빈 empty@donga.com·이형주 / 송혜미 기자}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 가족과 지인 등이 전남 목포시 근대역사문화공간 부동산을 대거 매입한 것과 목포시 만호동 일부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손 의원을 옹호했다. 만호동은 근대역사문화공간에 포함돼 있다. 반면 해당 지역 내 세입자와 다른 목포 시민들은 사실상 투기 행위라며 손 의원 측을 비판하고 있다. 만호동 동사무소 산하 주민자치위원회와 인근 주민 50여 명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목포시민을 분열시키려는 외부세력의 개입을 거부한다. 옛 도심을 활성화시키고 문화재를 지켜야 한다”며 사실상 손 의원 측을 지지하고 나섰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60대 여성은 “‘목포 옛 도심을 활성화시키고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손 의원 말을 믿는다.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데 도움이 됐다”고 주장했다. 만호동, 유달동 지역 내에서는 건물주와 세입자 간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커피 가게를 운영 중인 A 씨는 “원래 이 지역이 밤만 되면 도깨비가 나온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불이 꺼진 도시였다”며 “손 의원이 투자를 해서 그나마 살아난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세입자 B 씨는 “부동산 매입 열풍 이후에 집주인이 원래 18만 원 하던 월세를 26만 원으로 올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손 의원 가족과 지인이 부동산을 사들인 만호동, 유달동 일대 이외 주민들은 부동산 매입 행태에 대해 부정적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한모 씨(43)는 “국회의원이 부동산을 싹쓸이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손 의원 때문에 괜히 목포가 욕을 먹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모 씨(70)는 “외지인들이 투기 목적으로 집을 사들이고 있다”며 “(집만 매입하고) 거주하지 않으면서 주위가 공동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지난해 7월경 목포시의회에서는 손 의원 측의 투기 의혹과 관련해 진상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시의회는 만호동, 유달동 일대 부동산 거래 내역을 확인했으나 손 의원 조카들과 보좌관 남편 등이 건물과 땅을 매입한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목포시민들은 손 의원 친척과 지인들의 부동산 투기 논란이 목포시 발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태관 목포문화연대 공동대표(60)는 “손 의원 문제로 목포가 전국에 알려지는 것이 안타깝다”며 “근대역사문화공간 사업이 침체된 목포를 새롭게 도약시킬 기회인만큼 차질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목포=윤다빈기자 empty@donga.com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가족과 지인들이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건물과 땅 20곳을 매입해 투기 의심을 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동네 통장 등 지역 사정에 밝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부동산을 대거 매입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손 의원은 부동산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은행에서 11억 원을 대출받기도 했다.○ 통장 등 도움 받아 부동산 물색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손 의원 측은 지난해 7월경 옛 동아약국 자리와 붙어 있는 양지슈퍼 건물을 사들이려고 건물주와 흥정을 하는 과정에서 만호동 통장 A 씨의 도움을 받았다. 손 의원 측은 건물주인 80대 여성에게 시세(5000만 원)에 50%를 더 얹어 7500만 원을 제안하며 적극적인 매입 의사를 보였다. 하지만 건물주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흥정이 오갈 때 통장 A 씨는 “슈퍼를 파는 게 어떻겠느냐”며 손 씨 측과 함께 건물주를 설득했다고 한다. A 씨는 손 의원 측이 게스트하우스 창성장(손 의원 조카와 보좌관 딸 등 3인 공동 소유) 인근 건물 매입을 시도할 때도 건물주와 다리를 놔주는 등 도움을 줬다. 주민 김모 씨는 “(근대역사문화공간에는) 빈집이 많아 집 소유자를 찾으려면 동네 사정을 잘 아는 통장을 통해 알아봐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의원 측은 A 씨에게도 “집을 팔 생각이 없느냐”고 제안할 정도로 이 일대 부동산 매입에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손 의원은 2017년 문화계 인사들과 지역을 돌아보며 “‘목포에 숨겨진 보물이 많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고 한다. 손 의원 측은 지역 부동산 업자들에게 투자가치가 높은 적산가옥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부동산 중개업자 B 씨는 “2017년 중반쯤 손 의원 측 부탁을 받고 창성장 일대 적산가옥을 수소문해 주인들에게 팔 생각이 있는지를 물어봤다. 적어도 50곳 이상은 됐다. 하지만 시세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인지 대부분 팔지 않았다”고 말했다. B 씨는 “손 의원을 2017년에 만났는데 ‘이 지역을 활성화시키고 싶은데 가능하겠느냐’고 물어 ‘한 번 찾아보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외지에서 사람들을 데려와 만호동과 유달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부동산을 물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조모 씨는 “손 의원이 외지인 두세 명과 함께 동네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자주 봤다. 한의원 자리도 손 의원 일행이 다녀간 뒤 팔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11억 원 대출받은 뒤 집중적으로 사들여 손 의원은 이 지역이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지정(2018년 8월)되기 5개월 전 부동산 매입자금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손 의원은 지난해 3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자신 소유의 건물과 남편 정건해 씨(74) 소유의 토지를 담보로 11억 원을 빌렸다. 손 의원은 대출금 중 7억1000만 원을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크로스포인트재단에 기부한 뒤 재단 명의로 부동산을 대거 사들였다. 손 의원 측이 사들인 건물과 땅 20곳 가운데 재단 명의로 된 부동산은 모두 14건. 이 중 10건은 대출을 받은 뒤 10개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매입한 부동산이다. 손 의원은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했다. 남편 정 씨는 1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목포에 가본 적이 없고, 매입할 부동산은 아내(손 의원)가 직접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재단 명의로 부동산을 산 것은 투기가 아니라 오히려 사회에 환원하려고 개인 재산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목포=윤다빈 empty@donga.com·김정훈 / 김은지 기자}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 측이 사들인 전남 목포의 건물과 땅 20곳은 지난해 8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근대역사문화공간의 노른자 자리인 중심 대로변에 밀집해 있다. 이 지역을 가로지르는 해안로 229번 길 양쪽에 게스트하우스인 창성장 등 건물이 14채, 땅 3곳이 집중돼 있다. 나머지 건물 3채는 창성장을 중심으로 반경 200m 이내에 있다. 이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손 의원 측은 2017년 3월부터 부동산을 사들이면서 당시 시세보다 2, 3배 이상 많은 돈을 줬다고 한다.○ “손 의원 투자가치 높은 적산가옥에 관심” 손 의원 측이 매입한 만호동과 대의동 일대 부동산 20곳 가운데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 명의로 된 부동산은 14곳이다. 건물이 11채, 땅이 3곳이다. 카페 등 건물 3채는 조카인 손소영 씨(42) 명의로 사들였고, 창성장과 일반 주택 1채는 또 다른 조카 손장훈 씨(22) 소유로 돼 있다. 손 의원 보좌관의 남편인 김모 씨 명의로 된 건물도 1채 있다. 손 의원은 목포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 대표인 A 씨와 함께 투자 가치가 높은 적산가옥을 사들이기 위해 근대역사문화공간을 자주 찾았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손 의원 측이 매입한 건물 중 7채가 적산가옥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인 김모 씨는 “손 의원이 2017년 초 A 씨와 함께 다니며 적산가옥을 둘러보는 광경을 자주 봤다”고 말했다. 손 의원 측은 2017년 3월∼올해 1월 이 부동산들을 순차적으로 사들였다. 그동안 손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회 공식 발언 등을 통해 근대역사문화공간의 잠재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손 의원은 2017년 11월 국회 예산결산심사소위에서 박영근 문화재청 차장에게 “목포에 근대 문화재 목조주택이 그대로 있다. … 심의해서 문화재청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목포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에게 “사업이 잘되면 목포가 우리나라의 산토리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손 의원, 부동산 매입 대금 일부 직접 송금 지역 주민과 부동산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손 의원 측이 2017년 3월부터 집중적으로 근대역사문화공간의 건물과 땅을 사들이기 시작할 당시부터 부동산 시세가 2배가량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8월 이 지역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이후엔 더 올랐다. 손 의원이 건물 매입 대금 일부를 송금하는 등 적극 관여한 정황도 있다. 옛 동화약국 건물은 손 의원 보좌관의 남편 명의로 되어 있지만 손 의원이 건물 매입 당시인 2017년 9월 건물주에게 450만 원을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적산가옥인 이 건물은 5·18민주화운동사적지로 지정돼 있어 향후 정부가 비싸게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근대역사문화공간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 전 부동산을 14곳이나 사들인 것은 ‘전형적인 투기 수법’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또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친척 등의 명의로 부동산을 사들였다는 손 의원의 해명이 사실이더라도 실정법 위반 소지가 있다. 미공개 정보로 사익을 추구했다면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의 죄’에 저촉될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역 활성화를 명목으로 공식적인 법과 제도가 아닌 직접 부동산 바람을 일으키려 했다는 점은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목포=윤다빈 empty@donga.com / 김은지 기자·박건영 채널A 기자}
자다가 오줌을 쌌다는 이유로 네 살 딸을 화장실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 치사)로 1일 긴급체포된 여성 A 씨(34)가 숨진 딸을 프라이팬으로 때리는 등의 학대행위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3일 경기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2018년) 12월 31일 저녁에 아이가 잠을 제대로 자지 않아 프라이팬으로 툭툭 쳤다. ‘왜 말을 듣지 않느냐’며 훈육 차원에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숨진 딸의 머리와 이마에는 피멍 자국이 있었고 몸에서는 화상 흔적도 발견됐다. 하지만 A 씨는 학대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화상은 시기가 기억나지 않지만 아이가 뜨거운 물에 발을 데어서 그런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아이의 언니(10)와 오빠(5)에게서는 학대받은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숨진 B 양의 영양실조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B 양의 몸집이 또래에 비해 많이 왜소한 데다 언니와 오빠는 비교적 정상 체격이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영양 결핍이나 다른 질환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한 상태”라고 말했다. 숨진 B 양의 엄마와 아버지는 각각 2017년 5월과 2018년 11월에 모두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엄마는 보호처분을 받았고 아버지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의정부지방법원 정우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A 씨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33)이 3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청와대의 ‘스크린’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대면보고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시도했다. 그는 “이번 정부라면 최소한 내부고발을 들어주려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말하면 진지하게 들어주고 재발방지 얘기를 할 줄 알았다”고도 했다. 신 전 사무관은 이날 오전 7시경 친구에게 “요즘 일로 힘들다” “행복해라” 등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잠적했다. 그는 이어 모교인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 ‘마지막 글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그간의 경과와 본인의 심경, 자살을 시도 중인 과정 등을 알렸다. 신 전 사무관의 지인 등이 글을 보고 신고해 이날 낮 12시 40분경 경찰이 서울 관악구의 한 모텔에서 그를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목에 헤어드라이어 줄을 감은 것으로 추정되는 피멍이 있었지만 맥박 등 건강상 이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신 전 사무관은 고파스에 올린 글에서 “박근혜, 이명박 정부에서 똑같이 행동(내부고발)했으면 여론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현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을 비판하자 본인에 대한 공격과 음해가 제기돼 극단적인 선택을 했음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내부고발을 인정해주고 당연시하는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일부 여론에 상처 받았음을 드러내 보였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모범시민’만 공익제보자여야 하거나 그래야 보호받을 수 있다면 표현의 자유를 질식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 전 사무관은 정부 내 정책결정 과정의 문제에 대해서도 재차 지적했다. 그는 “원칙상 행정부 서열 3위인 (김동연) 부총리가 대통령 보고를 원하는 대로 못 들어가고 있는 게 문제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30일 고파스와 이달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도 같은 문제를 꼬집었다. 김 전 부총리가 적자국채 발행 건으로 청와대에 대통령 월례보고를 요청하자 청와대가 “대통령 보고가 필요 없다. 이미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것으로) 결정돼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돼 되돌릴 수 없으니 기존 계획대로 발행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독대 보고 외에도 국무회의나 대통령 주재 행사, 해외 순방 등을 통해 대통령과 충분히 소통했다”고 해명했다. 또 국채 상환 취소와 적자국채 발행 시도 등 겉으로 나타난 결과는 맞지만 논의 과정에 대한 왜곡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법조계에서는 기재부가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 비밀누설을 이유로 고발한 데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법원은 비밀 자체를 보호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비밀 누설 시 국가의 기능이 위협받는 정도에 초점을 맞춘다. 한 부장검사는 “1998년 ‘옷값 대납 사건’의 검찰 내사 결과 보고서가 유출됐을 때에도 공무상 비밀누설죄는 성립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 전 사무관의 글과 자살 시도로 고려대에서는 현 정부에 대항해 “촛불을 다시 들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대학 시절부터 신재민과 함께한 선후배 일동’이라는 사람들은 호소문에서 “신 전 사무관이 뉴라이트 출신이라는 등 사실무근의 가짜 뉴스가 유포되고 있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들은 또 신 전 사무관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자신을 외면했다고 한 데 대해서도 오해가 있었다고 대신 사과했다. 신 전 사무관의 부모도 이날 사과문을 통해 “본인이 옳은 일이라 생각하고 나선 일이 생각보다 너무 커져 버렸다”며 “국민 여러분이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했다.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윤다빈 / 세종=김준일 기자}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1일 의정부시 신곡동 자택에서 자다가 오줌을 싼 네 살 딸을 화장실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 치사)로 A 씨(34)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은 숨진 딸의 머리와 이마에 피멍 자국이 남아 있는 점으로 미뤄 폭행이나 학대 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1일 오전 3시경 딸 B 양이 ‘바지에 오줌을 쌌다’며 자고 있던 자신을 깨우자 화가 나 딸을 화장실에 들어가 있게 하는 벌을 줬다고 한다. 그러고는 다시 잠이 든 A 씨는 오전 7시경 ‘쿵’ 하는 소리에 놀라 깼다. 화장실로 간 A 씨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딸을 발견했다. 하지만 곧장 병원으로 데려가지는 않았다. A 씨는 “추위에 쓰러진 아이의 몸을 따뜻한 물로 씻긴 뒤 방으로 데려가 이불을 덮어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이날 오후 3시쯤 딸이 의식이 없다는 것을 알고 119에 신고했다. 딸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얼마 전 2000원만 빌려달라고 나를 찾아왔었어요. 이렇게 될 줄이야….” 2019년 새해를 하루 앞둔 지난 달 31일 오전 11시 30분경. 서울시 중랑구 상봉동의 한 단독주택 주인 A 씨가 지하 월세방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세입자 김모 씨(45)는 주방 가스배관에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다. 방 안에는 맥주병 하나와 약봉지가 흩어져 있었고 유서는 없었다. A 씨에 따르면 용달 차량으로 물류 운송 일을 하던 김 씨는 지난해 말부터 수입이 줄면서 힘들어했다고 한다. A 씨는 “김 씨가 ‘일이 없어 하루 수입이 3만~4만 원 밖에 안 된다’며 걱정을 많이 했었다”고 전했다. 김 씨는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15만 원짜리 지하 월세방에서 10년 넘게 살면서도 꿈을 키웠다. 착실히 돈을 모아 택시를 한 대 마련하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 집주인은 “김 씨가 하루도 일을 쉬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0월 말에 당한 교통사고가 김 씨의 발목을 잡았다. 이때 사고로 허리를 다친 김 씨는 보름간 병원에 입원했고 이후로 일을 나가지 못했다. 그러면서 우울증도 얻었다. 이웃 주민 최모 씨(49)는 “12월부터 김 씨가 막걸리를 사서 방으로 들어가는 걸 자주 봤다”며 “참 선하고 좋은 사람이었는데 급격히 어두워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에 해당하지 않아 지원금을 받지도 못했다. 경찰은 발견 당시 시신 상태로 봤을 때 김 씨는 새해를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중랑경찰서 경찰 관계자는 “유가족으로는 형이 한명 있어 시신을 인계했다”고 말했다.한성희 chef@donga.comr·윤다빈 기자}
20대 100명이 제안한 ‘소확실(소소하지만 확실하고 실현 가능한)’ 대안의 실현 가능성은 실제 얼마나 될까. 본보는 응답자들의 요청이 특히 많았던 대안을 선별해 기업과 정부부처에 물었다. 채용 과정 탈락 이유 설명, 지방 거주자 면접 시간 조정, 채용 일정 중복 최소화 등에 대해 일부 기업이 긍정적인 답변을 해왔다. 정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청년 일용직 근로자의 안전 교육비 지원, 몰래카메라 안전지대 구축 등의 제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본보는 우선 자산총액 상위 15대 기업을 대상으로 20대 응답자들이 제시한 취업 관련 대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롯데그룹은 채용 전형 시 탈락 이유 공개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없지만 지원자 피드백 시스템을 발전시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나머지 기업은 “지원자가 너무 많아 현재 인사팀 인원으로는 피드백이 불가능하다” “탈락 이유를 공개하면 채점 방식을 공개하는 셈이어서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지방 거주자의 면접 시간을 오후로 조정해달라는 요청에는 농협이 응답했다. 농협 측은 “일반적으로 지원자들은 오후 면접을 선호하는데, 근거리 거주자에게 역차별이 되지는 않을지 검토해본 뒤 시행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 측은 “하루 종일 면접이 진행돼 시간 변경은 어렵지만 날짜 조정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농협은 기업별 채용 시험 날짜가 겹치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은행연합회를 통해 필기시험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면세점과 롯데제과 역시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청년 일용직 건설업 노동자에게 안전교육 비용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내년에 관련 연구 용역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용직 근로자의 안전교육 비용을 어떻게 분담해야 할지 합리적 대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아르바이트 업소 중 범죄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큰 곳에 신고벨을 설치해달라는 제안에 대해 “PC방, 편의점 등 취약 지역에 신고벨이 필요하긴 하지만 관련 예산이 없는 실정이다. 비상벨 가격이 10만∼20만 원 선인데 편의점 본사와 PC방 업주에게 설치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주변의 불법촬영 카메라를 단속하고 불법 촬영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을 ‘구글 지도’로 표시해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고려대, 경희대, 서울시립대가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여현교 기자}

“청년 정책에 수십조 원이 쓰인다는데 그 정책이 뭔지 전혀 모르겠어요.” “현실은 막막한데 실질적인 변화를 주는 대책은 없어요.” 본보가 심층 면접한 20대 100명은 정부와 정치권에서 청년 관련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거대 담론만 난무할 뿐 취업 준비와 생활 안정 등 당장의 일상에 필요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본보는 이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소소하지만 확실하고 실현 가능한(소확실)’ 대안을 꼽아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채용 불합격 시 낙방 이유 공개, 지방 거주자 면접 시간 오후 배정, PC방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안전을 위한 신고벨 설치 등 참신한 제안이 많이 나왔다. ○ “채용 불합격한 이유 알려 주세요” 20대 응답자들 중 상당수는 수십 회 채용에 떨어진 경험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최근 끊이지 않는 채용비리 뉴스를 접하며 채용 과정을 신뢰하기 어려워졌다는 불신을 내비쳤다. 마땅한 이유도 모른 채 낙방을 반복하는 것에 대한 막막함도 호소했다. 취업준비생 조현아 씨(27·여)는 “면접은 계속 떨어져도 왜 떨어졌는지 알 수가 없다. 회사에서 불합격 이유를 알려준다면 다음 취업 준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민 씨(27)는 “이미 해당 직종에 대해 충분히 경험한 사람들이 경험이 없는 지원자에게 압박면접 방식으로 ‘갑질’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진짜 경험하고 배우는 시간이 되기 위해서는 탈락한 이유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 거리를 고려해 지방 거주자는 면접 시간을 오후로 해 달라”는 제안도 나왔다. 취업준비생 임형준 씨(27)는 “지방에 사는 사람은 면접을 아침에 보게 되면 전날 올라가서 숙소를 구해 자야 한다. 오후로 시간을 미뤄주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응답자들의 경우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을 막을 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의견이 많았다. 남성과 여성의 지원 비율과 합격자 비율을 각각 공개해 달라는 요구였다. 면접 과정에서 ‘성희롱 질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원자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남자친구 유무를 묻는 질문을 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중소기업에서 일할 수 있게 근무 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제안도 많았다. 현재 정부 정책은 정규직 사원을 채용한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공제나 취업자 현금 지원 등 경제적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소기업에서 퇴사한 김나영 씨(25·여)는 “대기업은 입사 후 실무 노하우를 알려주는 기간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런 게 없다”며 “업무 매뉴얼의 체계적인 인수인계 등 근무 여건을 개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재민 씨(26)는 “중소기업 업무 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나친 야근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위험 아르바이트에 신고벨 설치해 주세요” 술집, PC방, 야간 편의점 등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 많기 때문인지 사건 사고 예방에 대한 요구도 많았다. 이들은 위험 상황을 즉각 알릴 수 있도록 신고벨을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소진 씨(24·여)는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위험 고객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대 하청 근로자 김용균 씨가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 점검 도중 숨진 사건 이후 안전 설비를 강화해 달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생산직 종사자 유지현 씨(27·여)는 “몸이 기계에 끼일 경우 이를 감지해 자동으로 멈추는 안전센서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 건설업 근로자에게 안전교육 비용을 지원해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현재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기초안전보건교육비는 3만∼5만 원 수준인데 이를 지키지 않아도 과태료 5만 원 처분에 불과해 근로자가 교육비를 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용직으로 일하는 이모 씨(29)는 “막노동을 하는 청년들은 주머니 사정이 안 좋다. 몇만 원이라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몰카 안전지역 ‘구글 지도’로 만들어 주세요” 주거 안정도 20대들에겐 시급한 문제다. 저렴한 청년 임대주택의 공급과 기숙사 확대를 촉구하는 제안이 많았다. 이지은 씨(25·여)는 “취업준비생에겐 고시원도 비싸다. 청년을 위해 저렴한 집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현 씨(20)는 “정부에서 공유주택 같은 새로운 대안을 내놔야 주거 문제가 조금은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성평등 부문에서는 지난해 이어진 대학가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반영하듯 교수 강의평가에 젠더 감수성 문항을 넣어달라는 제안이 나왔다. 취업준비생 구현진 씨(22·여)는 “교수나 강사가 성차별 발언이나 성희롱을 하는지를 5개 구간으로 나눠 점수를 매기면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과 경찰이 협력해 ‘몰카 불법촬영 안전지역 지도’를 만들어 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는 지난해 12월 연세대 총여학생회가 서울 서대문경찰서와 협력해 서울 신촌 일대 사업장 118곳의 불법촬영 카메라를 탐지한 뒤 ‘불법촬영 안전지역 지도’를 만든 사례에서 착안한 것이다.윤다빈 empty@donga.com·김은지 기자 염정원 기자※본보의 ‘전국 20대 100명 심층 인터뷰’는 강동웅 공태현 김소영 남건우 박상준 박선영 신아형 여현교 염정원 이소연 최수연 기자가 진행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투(#MeToo·나도 당했다)와 페미니즘 이슈에 20대가 높은 관심을 보인 것을 인권 감수성이 높아진 세대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했다. 김영란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과거에 기성세대가 성폭력 문제를 계도적인 차원에서 논의했다면 이제는 당사자들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부분 1990년대에 태어난 20대는 군사정권 시절을 겪지 않았고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 출범 등 인권 의식이 높아진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20대 남성들의 반발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 남성은 전통적인 남성의 지위가 도전을 받는다고 느끼고 있어 남녀 간 대결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20대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은 남북 정상회담에 관심이 높은 배경에는 또래 지도자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호기심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이 10여 년 만에 열렸고 젊은 세대들이 제대로 본 건 처음”이라며 “자기 또래인 김 위원장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진을 합성하는 등 일종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풀이했다. 난민 수용 문제는 13명이 꼽아 10대 뉴스에 포함됐다. 난민 수용이 늘어나면 내국인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결국 20대 본인의 삶에 불안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예민하게 반응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난민을 받아들이면 국가적 차원에서 세금을 쓰고 복지를 마련해야 하니까 자기들에게 돌아올 기회가 줄어든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며 “20대가 현실에서 느끼는 일종의 절박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김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