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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마지막 대법원장으로 21세기 사법부의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윤관 전 대법원장이 14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윤 전 대법원장은 1935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광주고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58년 제10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해 1962년 광주지법 순천지원 판사로 임관했다. 이후 서울민사지법, 서울형사지법, 서울고법 등에서 근무했다. 1986년 대법관에 임명됐고 1993년 제12대 대법원장에 올라 김영삼 김대중 정부에 걸쳐 6년간 사법부를 이끌었다. 고인은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며 사법제도 개혁의 초석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7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피의자를 판사가 직접 심문해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 제도를 도입했다. 종전에는 판사가 수사기록만 보고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했는데 윤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방어권 보장과 헌법정신’을 내세우며 영장제도를 개선한 것이다. 이 제도 도입 직전인 1996년 15만4435건에 달했던 구속영장 청구 건수는 이후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2만1988건이 됐다. 1998년에는 전문법원인 특허법원과 행정법원을 신설해 법원 전문화의 기틀도 마련했다. 고인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 대법원장이 공항에 나가는 관행을 없애는 등 권위주의 정권에서 이어진 구습을 타파하고 사법부 독립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법원장실과 일선 판사실에 걸려 있던 대통령 사진도 떼어냈고, 청와대로 판사를 파견하고 정보기관 직원이 법원을 출입하는 관행도 중단시켰다. 윤 전 대법원장은 1999년 9월 퇴임사에서 “지난 6년은 사법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우는 전환의 시기였다”며 “지금까지 이룩한 사법개혁의 성과 위에서 미래를 위한 개혁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인은 대법원장 재임 6년간 매일 점심을 구내식당에서 배달시켜 집무실에서 혼자 해결했다. 공식 일정 외에는 외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해 ‘수도승’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대법원장 판공비를 절약해 전국 법원 직원들에게 1인당 2만∼3만 원씩 추석 격려금을 줬다는 일화도 있다. 고인은 37년 법관 생활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유족으로 부인 오현 씨와 아들 윤준 광주고법원장, 윤영신 에듀조선 대표, 윤영보 윤영두 씨 등이 있다. 장례는 법원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서울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16일 오전 9시. 02-2227-7500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대통령실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국가배상 여부에 대한 법률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3일 동남아시아 첫 순방지인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취재진의 관련 질의에 “출국 때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며 “국가의 무한 책임 속에서 법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신속한 수사와 확실한 진상 확인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가족들에 대해 여러 책임을 지겠지만, 당연히 국가가 할 수 있는 법적 책임들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이미 밝힌 상태”라고 덧붙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10일 수석비서관 간담회에서 “참사의 실체적 진상을 규명하고,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과 원인 규명, 확실한 사법적 책임을 통해 유가족분들에게 보상받을 권리를 확보해 드려야 한다. 충분한 배상과 위로금 지급도 이 같은 과정을 통해 가능해진다”고 언급했다. 법조계에선 국가배상 소송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이종엽)는 14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이태원 사고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참사 피해자를 위해 국가배상 등 법률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대책위는 지원을 받아 변호사 100여 명 규모로 꾸릴 것”이라며 “국가배상 등에 대한 법률 지원을 유족들에게 제공하고 피해구제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도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대한의사협회와 손잡고 피해자 및 유족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심리 치료도 지원할 계획이다.프놈펜=장관석 기자 jks@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도수치료 등 대체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에게는 의학 전공 대학원생에게 적용되는 병역법상 병역 연기 특례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이상훈)는 A 씨(30)가 서울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낸 국외여행 기간 연장 허가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A 씨는 2019년 호주에 있는 한 대학에서 도수치료의 일종인 척추 교정술 석사 3년 과정을 시작해 만 28세가 된 2020년 12월 “2020년부터 2022년 3월까지 국외여행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병무청에 신청했다. 현행 병역법상 3년제 석사과정에 다니면 만 27세까지, 의학·치의학 등 전문대학원에 재학하면 만 28세까지 병역을 연기할 수 있다. 단 외국 대학원에 재학할 경우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 A 씨는 본인이 이수 중인 학위 과정이 해외 대학원 의학 전공에 속한다며 만 29세까지 병역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병무청은 A 씨의 석사과정을 의학 전공으로 볼 수 없어 특례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 씨가 해외 3년제 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기 때문에 만 28세까지만 병역 연기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불복한 A 씨는 병무청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 씨 측은 해외에서 척추 교정술이 정식 의학 분야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고 석사과정을 이수하면 관련 의사 면허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의학 전공 대학원생과 마찬가지로 특례조항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병역법 특례조항은 의학뿐 아니라 치의학, 한의학 등 다른 의학 관련 과목을 구분해 열거했고 이에 속하지 않는 척추 교정술과 같은 대체의학은 병역법상 규정한 의학과에 포함된다고 보이지 않는다”라면서 “또 A 씨 소속 대학에 별도로 의학 전공이 존재하므로 호주의 특수성을 고려해도 해당 석사과정을 ‘일반대학원 의학과’라고 인정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병역의무자가 병역을 연기하기 위한 모든 특례 사유는 병역법에 그 내용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은 한 허용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1조6000억 원대 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 부사장(44)에게 징역 20년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1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사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벌금 48억 원과 18억1770여만 원의 추징 명령도 그대로 유지됐다. 함께 기소된 원종준 전 라임 대표는 징역 3년에 벌금 3억 원이, 이모 전 라임 마케팅본부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1억 원이 확정됐다. 이 전 부사장 등은 라임이 2017년 5월부터 투자한 해외무역금융펀드에 부실이 발생해 수익이 나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고 펀드를 판매한 혐의(펀드 사기)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판매된 펀드는 2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 전 부사장은 라임 자금 200억 원을 투자한 상장사 A사의 감사의견이 거절되자 라임의 투자손실이 공개될 것을 우려해 A사의 전환사채(CB) 등을 200억 원에 인수해주는 ‘돌려 막기’ 투자로 라임에 손실을 가한 혐의로도 추가 기소됐다. 이 전 부사장은 펀드사기 혐의 1심에서 징역 15년, 벌금 40억 원을 선고받았고, 돌려막기 혐의 1심에서는 징역 10년, 벌금 3억 원을 선고받았다. 펀드사기와 돌려막기를 병합한 심리한 2심에서는 징역 20년과 벌금 48억여 원이 선고됐다. 당시 2심 재판부는 “라임은 물론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이고 심각한 피해를 통해 고통을 야기했다”며 “금융 회사의 업무의 투명성과 공정성 및 이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현저하게 침해한 이른바 라임 사태에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검사와 피고인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법의 법리를 오해하고, 죄형균형의 원칙, 책임주의 원칙, 증거재판주의 원칙 등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라임 사태는 2019년 7월 라임이 코스닥 상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면서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에서 촉발됐다. 이런 의혹으로 라임 펀드에 들어 있던 주식 가격이 폭락하면서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올 2월 17일 서울회생법원은 라임에 파산을 선고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판사 출신 김종훈(65·사법연수원 13기), 이창훈(62·연수원 16기), 이용구(58·연수원 23기) 변호사가 법무법인 화야(禾也)를 설립했다. 경기 남양주시 법조타운과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 등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에 분사무소를 함께 운영할 예정이다.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변호사 등이 대표변호사를 맡은 법무법인 화야가 1일부터 업무를 개시했다. 화야는 경기 가평군에 위치한 산 이름으로 풍요와 화평을 뜻한다. 김 변호사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남양주 법조타운과 서울을 오가며 열과 성을 다하겠다”며 “성원해주신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3명의 대표 변호사 모두 판사 출신으로 현직 판사 시절부터 뜻을 모아 여러 활동을 같이 해 온 사이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전북 군산 출신으로 서울 경복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86년 판사로 임관했다. 인천지법을 시작으로 서울고법, 서울민사지법, 서울가정법원, 전주지법 군산지원 등에서 근무했다. 1997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2003년 ‘대북 송금 의혹’ 사건 특별검사보를 맡았고 2006~2008년 이용훈 대법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냈다.이창훈 변호사는 충북 진천 출신으로 서울 우신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0년 서울지법 남부지원에서 판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인천지법 부천지원 등에서 근무한 뒤 1998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2005년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의혹’ 사건과 2012년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의 특검보를 맡았다. 2007, 2008년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을 역임했다.경기 용인 출신인 이용구 변호사는 서울 대원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4년 인천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이후 서울지법 북부지원, 서울행정법원, 광주지법 등에서 근무했고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등을 지냈다. 20년 넘게 법원에 근무한 뒤 2013년 변호사로 개업해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 등으로 활동했다. 2017년 8월 법무부 법무실장에 임명돼 2년 8개월 간 근무했고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법무부 차관을 지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낮은 시력 때문에 4차례 자진 입대한 후 거듭 귀가 조치됐던 30대 남성을 다시 현역병 입영대상자로 판단해 5번째로 입영 통지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A 씨(34)가 서울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낸 현역병 입영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A 씨는 근시로 인해 3급 현역병 입영대상자로 판정받은 뒤 2010년 11월과 2011년 8월, 2013년 8월, 2018년 11월 총 4차례 자진 입대했으나 매번 입영 신체검사 직후 귀가 조치됐다. A 씨의 시력상태가 군사훈련을 받기에 부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도 2020년 7월 재검 결과 재차 3급 판정을 받았고 병무청이 같은 해 8월 입영 통지를 하자 A 씨는 이 같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선 A 씨가 4급(보충역) 판정기준인 약시(弱視·안경을 써도 시력교정이 안 되는 상태)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한쪽 눈의 교정시력이 0.6 이하이고 약시와 관련된 16세 이전 의료기록이 있어야 4급 판정을 받게 된다. 하지만 A 씨는 “(어린 시절 다닌) 병원이 폐원해 기록을 구할 수 없다”면서 초중고교 시절 교정시력이 줄곧 0.4∼0.5에 머문 점과 2020년 병무용 진단서 등을 근거로 본인이 약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 씨가 4차례에 걸쳐 자진해 입대했고 병역의무 기피 시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16세 이전 진료기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약시 평가기준 적용에서 배제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다”고 A 씨의 손을 들어줬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낮은 시력 때문에 4차례 자진 입대한 후 거듭 귀가조치됐던 30대 남성을 다시 현역병 입영대상자로 판단해 5번째로 입영통지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A 씨(34)가 서울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낸 현역병 입영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A 씨는 근시로 인해 3급 현역병 입영대상자로 판정받은 뒤 2010년 11월과 2011년 8월, 2013년 8월, 2018년 11월 총 4차례 자진입대했으나 매번 입영 신체검사 직후 귀가조치됐다. A 씨의 시력상태가 군사훈련에 받기에 부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도 2020년 7월 재검 결과 재차 3급 판정을 받았고 병무청이 같은 해 8월 입영통지를 하자 A 씨는 이 같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선 A 씨가 4급(보충역) 판정기준인 약시(弱視·안경을 써도 시력교정이 안 되는 상태)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한 눈의 교정시력이 0.6 이하이고 약시와 관련된 16세 이전 의료기록이 있어야 4급 판정을 받게 된다. 하지만 A 씨는 “(어린 시절 다닌) 병원이 폐원해 기록을 구할 수 없다”면서 초중고 시절 교정시력이 줄곧 0.4~0.5에 머문 점과 2020년 병무용 진단서 등을 근거로 본인이 약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 씨가 4차례에 걸쳐 자진해 입대했고 병역의무 기피 시도를 의심할만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16세 이전 진료기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약시 평가기준 적용에서 배제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다”고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경찰이 112 신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피해자 가족 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선 당시 정부의 안전조치 부족 및 경찰의 부실 대응이 참사와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날 경우 배상도 가능할 것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경찰이 범죄나 사고 예방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했다고 판단된 경우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2년 발생한 ‘오원춘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피해 여성 A 씨로부터 112 신고를 받고도 초동 대처에 실패한 뒤 이를 축소 발표했다. A 씨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3억6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파기환송심 끝에 9962만 원의 배상이 결정됐다. 당시 대법원은 “경찰이 신고 내용의 심각성을 제대로 전달받았다면 A 씨를 생존 상태로 구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경찰관직무집행법상 경찰의 직무 위반 행위와 A 씨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2012년 서진환이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중곡동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당초 1, 2심은 “국가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이 국가 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파기 환송해 현재 서울고법에서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대법원은 최초 범행 장소 부근에 전자장치 부착자가 있는지 경찰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점, 보호관찰관이 주기적인 감독을 실시하지 않은 점 등을 정부의 과실로 판단했다. 범죄 사건뿐 아니라 사고에서도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 사례가 있다. 대법원은 1993년 12월 전북 김제시에서 도로상에 방치된 트랙터를 피하려다 사고로 다친 운전자에게 국가가 1280만여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경찰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된 경우, 이는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경찰의 과실과 사고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현재 드러난 정황으로 볼 때 경찰이 부실하게 대응한 책임이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면서 “실제로 정부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사고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피해 발생에 영향을 준 다른 요인은 없는지 등을 고려해 배상 여부와 규모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경찰이 112 신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희생자 가족 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선 당시 정부의 안전조치 부족 및 경찰의 부실 대응이 참사와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날 경우 배상도 가능할 것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경찰이 범죄나 사고예방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했다고 판단된 경우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2년 발생한 ‘오원춘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피해 여성 A 씨로부터 112신고를 받고도 초동 대처에 실패한 뒤 이를 축소 발표했다. A 씨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3억6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파기환송심 끝에 9962만 원의 배상이 결정됐다. 당시 대법원은 “경찰이 신고내용의 심각성을 제대로 전달받았다면 A 씨를 생존 상태로 구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경찰관직무집행법상 경찰의 직무위반 행위와 A 씨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2012년 서진환이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중곡동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당초 1, 2심은 “국가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이 국가 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파기 환송해 현재 서울고법에서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대법원은 최초 범행 장소 부근에 전자장치 부착자가 있는지 경찰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점, 보호관찰관이 주기적인 감독을 실시하지 않은 점 등을 정부의 과실로 판단했다. 범죄 사건 뿐 아니라 사고에서도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 사례가 있다. 대법원은 1993년 12월 전북 김제시에서 도로 상에 방치된 트렉터를 피하려다 사고로 다친 운전자에게 국가가 1280여 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트렉터는 전날 농민 시위에 동원됐던 것이었다. 대법원은 “경찰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된 경우, 이는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경찰의 과실과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현재 드러난 정황으로 볼 때 경찰에 부실하게 대응한 책임이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면서 “실제로 정부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사고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피해 발생에 영향을 준 다른 요인은 없는지 등을 고려해 배상 여부와 규모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18년 6월 지방선거 직전 울산을 방문해 송철호 당시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후보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고 보도한 언론사 기자들을 상대로 낸 손배소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8-1부(부장판사 권순민)은 3일 조 전 장관이 채널A와 TV조선 기자 등 6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소송비용도 패소한 조 전 장관 측이 모두 부담하게 했다. 2019년 11월 채널A와 TV조선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던 조 전 장관이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의 한 사찰에 송 후보와 함께 방문해 송 후보 지지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조 전 장관 측은 “지방선거 직전 울산에 내려가거나 송 후보와 만난 적도 없고 기사 내용은 모두 허위사실”이라며 2020년 9월 3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앞서 4월 1심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울산에 방문하지 않았다는 것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기사의 보도에 대해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며 “이 사건 각 기사의 게재가 허위사실을 보고한 것이라거나, 위법함을 전제했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채널A 등과 인터뷰한 사찰 관계자가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허위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조 전 장관은 관련 기사를 쓴 채널A와 TV조선 기자 등에 대해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도 고소했으나 검찰은 2020년 12월 “명예를 훼손할 의도가 없고 증거도 불충분하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권오혁기자 hyuk@donga.com}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두고 인파를 통제하지 못한 지방자치단체나 경찰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축제나 행사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우 안전관리 책임이 있는 지자체 등이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주최자가 없어 민형사상 법적 책임까지 묻기는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2005년 10월 3일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김근수 당시 상주시장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돼 금고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김 전 시장은 축제추진위원장으로 가요콘서트 행사의 안전관리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데다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점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태원 참사가 지자체나 특정 단체가 주최한 행사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어서 책임 소재 규명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최자가 없는 경우 1차적 책임은 지자체와 경찰이 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예견된 사고였는지, 예견됐다면 어떤 사전 조치를 했는지 등이 밝혀진 뒤에야 민형사상 책임 여부를 따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이번 참사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시설 등이 아닌) 일반도로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은 어려울 것”이라며 “책임을 묻는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아닌 도로 관리 주체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상 적용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공장에서 사내 하청 형태로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현대차와 기아가 직접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노동계는 “불법 파견을 뿌리 뽑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환영했지만 경영계는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27일 기아 사내 하청 근로자 A 씨 등 271명이 기아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도 이날 현대차 사내 하청 근로자 B 씨 등 159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두 판결 모두 하청 근로자들과 고용주인 현대차 및 기아 간에 근로자 파견 관계가 인정돼 파견 근로자로 2년 이상 근무할 경우 직접 고용 의무가 발생한다는 취지다. 현대차의 경우 2010년과 2015년 직접 공정에 참여하는 일부 근로자에 대해 근로자 파견 관계 성립을 인정한 바 있으나 컨베이어벨트를 직접 활용하지 않는 ‘간접 공정’ 근로자에 대해서도 파견 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소송에서 승소한 근로자들은 직접 고용됐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임금과 실제 받은 임금의 차액 약 107억 원을 받게 됐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는 노사 특별 합의에 따라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사내 하도급 근로자들에 대한 직고용을 실시해 와 향후 기업 경영에 미칠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하청 근로자 지위 관련 대법원 판결을 앞둔 한국GM은 패소할 경우 추가 임금 지불 등에 최소 5000억 원을 지급하고 약 1700명의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해야 하는 등 경영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윤장혁 전국금속노조 위원장은 선고 직후 “(현대차는) 20여 년 동안 저지른 불법을 인정하고 교섭에 나와 사내 하청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성명을 내고 “도급을 불법 파견으로 판단하는 무리한 판결이 계속될 경우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물론이고 일자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8촌 이내 혈족 간의 혼인을 금지한 민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다만 8촌 이내 근친혼이라고 무조건 혼인을 무효로 하는 법 조항에 대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가족 유지와 자녀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혼인을 무효로 하지 않는 예외조항을 두라는 취지다. 헌재는 27일 A 씨가 민법 809조 1항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8촌 이내 근친혼을 금지한 해당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헌재는 “8촌 이내 근친혼 금지 조항은 근친혼으로 인해 가까운 혈족 사이의 상호 관계 및 역할, 지위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방지하고 가족제도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근친혼을 무조건 혼인 무효 사유로 보는 민법 815조 2호에 대해선 재판관 만장일치로 헌법불일치 결정했다. 근친혼은 금지할 필요가 있지만 그 취지가 가족 유지와 자녀 보호인 만큼 이미 이뤄진 결혼을 근친혼이라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무효화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취지다. 헌재는 “이미 근친혼이 이뤄져 부부 사이에 권리와 의무 이행이 이뤄지고 있는 경우 일률적으로 효력을 소급해 상실시키면 본래 입법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가족 유지와 자녀 보호를 위해 혼인을 무효로 하지 않는 예외조항을 둘 필요가 있다”며 해당 조항을 2024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라고 했다. 이 사건을 청구한 A 씨와 배우자 B 씨는 2016년 3월 혼인신고를 했다. 그런데 같은 해 8월 B 씨가 두 사람이 6촌 사이라며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은 현행법에 따라 혼인이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A 씨는 대법원에 상고한 뒤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불법 대선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지난해 2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부터 “광주에 돈을 뿌려야 한다”며 20억 원을 요구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최근 유 전 직무대리로부터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직무대리는 검찰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 부원장이 민주당 대선 경선을 앞둔 지난해 2월 “광주 지역을 돌고 있다. 광주에 돈을 뿌려야 한다”면서 20억 원을 요구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호남지역 공략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이해한 유 전 직무대리는 지난해 4∼8월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로부터 현금 8억4700만 원을 건네받고, 김 부원장에게 최종적으로 6억 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원장이 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해 2월은 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4개월가량 앞두고 대선주자들이 호남 민심 선점에 주력하던 시기였다. 호남은 민주당 대의원과 권리당원 수가 20만 명이 넘어 전체의 30%에 육박하는 최대 표밭이다. 당시 이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대선주자 중 선두를 달렸지만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나 정세균 전 국무총리에 비해 호남 지지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이 대표는 호남 내 지지세력 확장에 공을 들였고, 지지모임도 연이어 발대식을 열고 출범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지난해 상반기(1∼6월) 이 대표 캠프에서 조직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호남 기반 구축과 광주 지지단체 결성 등에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받은 돈 6억 원이 쓰인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22일 구속된 김 부원장을 23일부터 이날까지 나흘 연속 불러 조사하며 돈의 용처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부원장은 진술 거부권 등을 행사하며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강신명 전 경찰청장(58·사진)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는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청장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보고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강 전 청장과 함께 기소된 당시 경찰청 및 청와대 관계자들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현기환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 대해선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미 징역형이 확정됐다는 이유로 면소(기소 면제) 판결했다. 강 전 청장 등은 2016년 4월 20대 총선 당시 친박(친박근혜)계 후보 당선을 위해 선거 정보를 수집하고 선거 대책을 수립한 혐의 등으로 2019년 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경찰 정보과 분석관에게 선거 관련 정보를 수집하도록 하는 등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했다”며 관련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강신명 전 경찰청장(58)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는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청장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보고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강 전 청장과 함께 기소된 당시 경찰청 및 청와대 관계자들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현기환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 대해선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미 징역형이 확정됐다는 이유로 면소(기소 면제) 판결했다. 강 전 청장 등은 2016년 4월 20대 총선 당시 친박(친박근혜)계 후보 당선을 위해 선거정보를 수집하고 선거대책을 수립한 혐의 등으로 2019년 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경찰 정보과 분석관에게 선거 관련 정보를 수집하도록 하는 등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했다”며 관련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가짜 변호사’를 언급하며 자신을 회유하려던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24일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변호사를 해임했다. 불법 대선자금 8억여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이 이 변호사를 통해 조직적으로 유 전 직무대리에 대한 회유에 나섰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유 전 직무대리는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재판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의혹 대상이 됐던 변호사를) 아까 해촉했다”고 밝혔다. 앞서 유 전 직무대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그들이 처음에 나를 회유하려 했다”며 “감옥 안에 있는데 가짜 변호사를 보내 검찰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등 내 동정을 살폈다”고 했다. ‘가짜 변호사’로 지목받는 A 변호사는 유 전 직무대리가 지난달 위례 신도시 개발사업 비리 의혹으로 추가 기소되자 이달 11일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했다. A 변호사는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법률지원단에서 활동했고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2020년 4월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경선에 도전했다가 낙마했다. 그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수사 등에 대한 변호도 맡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유 전 직무대리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A 변호사 외에도 민주당 이재명 대표 측과 가까운 변호사들이 사건을 맡고 유 전 직무대리를 적극 돕기보다 회유 및 감시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유 전 직무대리의 심경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유 전 직무대리는 최근 일부 변호인의 접견을 거부하고 변호인 동석 없이 검찰 조사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도 18일 국정감사에서 ‘검찰의 회유와 협박이 있었냐’는 민주당 김의겸 의원의 질의에 “검찰은 오히려 유 전 직무대리의 변호인 선임 과정이 그를 회유하려는 과정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퇴근 이후나 휴일에 카카오톡 등으로 자택 등에서 업무 처리를 하며 스트레스를 받다 지병이 악화돼 숨진 공무원은 순직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정상규)는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 A 씨 유족이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순직유족급여 지급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2019년 12월 임시정부기념관 건립 추진단에 파견된 A 씨는 2020년 4월 직장동료와 점심식사를 한 뒤 산책을 하다 심정지로 쓰려져 그해 5월 사망했다. 유족은 A 씨의 사망이 공무상 사망에 해당한다며 인사처에 순직유족급여를 청구했으나 인사처는 “업무 내역상 과로로 보기 어렵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인사처는 재판 과정에서 심정지 발생 전 6개월 동안 A 씨의 초과근무가 80시간에 불과해 과로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담당 업무 특성상 퇴근 이후나 휴일에도 e메일, 카카오톡 등으로 건설 현장 관련 업무를 처리해온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복무관리시스템에 기록된 출퇴근 시간만으로 실질 업무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A 씨는 공무 수행으로 인한 과로 및 스트레스로 기존 심뇌혈관 질환이 급격히 악화했고, 그에 따른 심정지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기 중 4차례 국회의장을 공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 등 법원 관련 현안이 있었던 시기를 전후해 사법부와 입법부 수장이 3차례 만난 것을 두고 법조계 일각에선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2017년 9월 취임 후 지난달까지 총 164회 공관 행사를 열었다. 그중 외부인 초청 행사는 모두 15회였다. 그중 김 대법원장과 국회의장 간 만찬은 △2018년 4월 2일 △2020년 10월 19일 △2021년 5월 11일 △2022년 5월 3일 등 총 4차례 이뤄졌다. 이 중 2020∼2022년 3차례 만찬은 21대 국회 전반기 박병석 국회의장과 진행됐다. 지난해의 경우 2월 임 전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같은 해 8월 판사 임용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이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등 법원 관련 현안이 이어졌다. 이에 앞서 김 대법원장은 2020년 5월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움직임을 이유로 임 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한 뒤 2021년 2월 국회 서면답변에서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해 ‘거짓말 논란’을 불렀다. 최근 만찬이 열린 올 5월 3일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 후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날이다. 법조계 내에선 대법원장과 국회의장 간 비공개 만찬에 대해 평가가 엇갈렸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대법원장과 국회의장 공관이 바로 붙어 있어 과거 대법원장 때도 상호 방문하곤 했다”며 “의례적으로 만나 식사하고 대화하는 건 문제 될 게 없다”고 밝혔다. 반면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공개 회동이라면 몰라도 공관에서 따로 만나 오해를 살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현 전 대한변협 회장도 “만남 자체가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일이고 매우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했다. 국회의장 초청을 제외한 김 대법원장의 외부인 초청 행사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 국내 법조인 만찬 3차례, 외교 사절 및 방한 외국 법조인 만찬 6차례, 출입기자단 만찬 2차례가 있었다. 이는 대법원 예산이 집행된 행사만 집계한 것으로 사적 모임은 포함되지 않았다. 장 의원은 “김 대법원장이 국회의장과의 비공개 회동으로 논란을 자초하며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과 국회의장이 관례적으로 서로 초청해서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밝혔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스토킹처벌법 개정이 추진된다. ‘신당역 역무원 피살’ 사건에서처럼 스토킹 가해자가 피해자와의 합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법무부는 반의사불벌죄(피해자 의사에 반해 처벌하지 않는 죄) 조항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을 19일 입법 예고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현행법은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스토킹범죄 특성상 합의 시도 과정에서 추가 피해 가능성이 제기됐다”며 개정 배경을 밝혔다. 개정안에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잠정조치’에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추가했다. 현재는 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뒤에야 전자장치를 부착하지만 개정안은 스토킹 신고 직후 전자발찌를 채워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했다. 전자발찌 위치 정보는 위치추적 관제센터로 실시간 전달돼, 가해자가 피해자 주거지 등에 접근할 경우 경찰이 출동해 보호하게 된다. 개정안에는 현행법상 사각지대로 지적돼 온 ‘온라인 스토킹’에 대한 처벌 규정도 추가됐다. 법무부는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 달 중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