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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이탈리아 근대 오페라의 거장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서거 100주년이 되는 해다. 2015년 푸치니 ‘3부작(Il Trittico)’으로 이듬해 서울 예술의전당 예술대상을 수상한 솔오페라단(예술총감독 이소영)이 푸치니의 최고 히트작인 ‘라보엠’을 17∼1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라보엠’은 프랑스 파리의 하숙촌을 배경으로 돈 없고 철없는 젊은 예술가들의 좌충우돌과 사랑을 그린 오페라다. 뮤지컬 ‘렌트’와 미국의 유명 시트콤 ‘프렌즈’ 등에 영감을 준 작품으로 꼽힌다. 이번 공연에서는 고전적이고 비슷비슷한 무대를 벗어나 시인 로돌포, 화가 마르첼로, 철학자 콜리네, 음악가 쇼나르 등 예술가 네 명 각자에게 초점을 맞춘 색다른 해석을 선보인다. 올해 5월 라벨라오페라단의 도니체티 ‘로베르토 데브뢰’로 호평을 받은 김숙영 연출가가 연출을 맡고 무대 디자이너 김대한이 사실적이고 정교한 무대를 만든다. 김숙영 연출은 “배경을 원작의 1840년대가 아니라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인 1910년의 파리로 설정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 예술가들의 삶을 그려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라보엠은 아름답고 유려한 선율과 강한 드라마적 요소로 관객들을 사로잡지만 무대나 연출은 대부분 비슷비슷하죠. 이번 공연에서는 취향과 가치관이 각자 다른 네 명의 친구들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각자의 공간을 무대 위에 마련했어요. 각각의 곳에서 서로를 만나고, 이해하고, 때로는 불만을 나타내며 아름다운 우정이 탄생하는 모습을 그려냅니다. 현실과 상징이 극명한 대비를 보이는 무대가 될 겁니다.” 지휘는 밀라노 라스칼라, 나폴리 산카를로, 베로나 야외오페라 등 이탈리아 대표 오페라극장들에서 지휘봉을 들어온 발터 아타나시가 맡는다. 여주인공인 소프라노 미미 역은 조르다노 국제 콩쿠르 우승자로 오스트리아 빈 국립극장 등에서 주연을 맡아온 마리아 토마시와 이화여대 교수인 김은희가 노래한다. 남자 주인공인 테너 시인 로돌포 역에는 영국 런던 로열 오페라 코번트가든에서 주역 가수로 활동한 박지민과 2014년 오페라 전문지 ‘오페라 브리타니아’가 최고의 남성 성악가로 선정한 마스 조타가 출연한다. 미미 못잖은 스타성이 필요한 여성 조역 소프라노 무제타 역에는 나폴리 산카를로 극장 등에서 주역으로 활동해온 소프라노 줄리아 마촐라와 국내 ‘리골레토’ 등 10여 편의 오페라에 주연으로 출연한 박현정이, 그의 연인이자 로돌포의 친구인 마르첼로 역은 바리톤 우주호와 김동원이 노래한다. 뉴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위너합창단, 한우리 어린이합창단이 출연한다. 제작사인 솔오페라단은 내년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맞아 푸치니 최후의 걸작인 ‘투란도트’와 푸치니의 다른 오페라 한 편을 더해 모두 세 편으로 된 ‘그레이트 오페라 시리즈’를 완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5만∼2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 28일 새 성악 제왕을 맞이하는 청중의 환호로 타오른다.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폴란드 쇼팽 콩쿠르, 미국 밴클라이번 콩쿠르 등 최고의 대회를 제패하며 세계를 대표하는 클래식 신예들을 배출하고 있는 대한민국. 그 수도 서울의 유일한 국제음악콩쿠르인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가 22∼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제18회 대회인 올해는 한국인이 세계 무대에서 특히 강세를 보여 온 성악 분야에서 여섯 번째로 열린다. 이 콩쿠르는 해마다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부문을 번갈아가며 개최된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연주가와 음악교육자들을 꾸준히 배출해 왔다. 서울대 음대 최초의 외국인 교수 아비람 라이케르트(1996년·피아노·이스라엘)와 네덜란드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악장 리비우 프루나우(1997년·공동우승·바이올린·루마니아), 서울대 교수 백주영(1997년·공동우승·바이올린)과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2009년) 김동현(2018년), 피아니스트 신창용(2017년) 등이 이 콩쿠르에서 나왔다. 성악 분야에서는 2021년 BBC 카디프 콩쿠르 우승자인 김기훈이 2016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처음 국내외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번 콩쿠르에는 15개국 224명이 참가 신청을 했고 이 가운데 예비심사를 통과한 10개국 51명(국내 35명, 해외 16명)이 열띤 경쟁을 벌인다. 세계 유명 콩쿠르의 역대 우승자와 상위 입상자도 여럿 도전장을 내밀었다. 2022년 러시아 세계음악유산 국제성악콩쿠르 우승자인 러시아 소프라노 나탈리아 자브샤나쉬빌리, 2018년 미국 오페라인덱스 국제성악콩쿠르 우승자 중국 테너 첸 다슈아이, 2017년 러시아 스비리도프 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한 몽골 바리톤 비암바자브 몽고쿠의 이름이 눈에 띈다. 한국인으로는 2022년 스위스 루가노 콩쿠르 1위 입상자인 소프라노 문현주, 2021년 독일 함부르크 구스타프 말러 가곡 콩쿠르 1위 입상자인 테너 양승우가 이번 대회 우승을 향해 도전한다. 심사위원의 면면도 화려하다. 미국의 마이클 히스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예술행정 부국장과 그레고리 헹클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예술감독, 독일의 아네테 베버 취리히 오페라 감독, 중국의 궈 썬 상하이 음대 부학장 등 세계적 예술행정가와 영국을 대표하는 헬덴(영웅적) 테너 존 트렐리븐, 일본의 메조소프라노이자 교육가인 가노 에쓰코가 참여한다. 한국인으로는 독일 바이로이트 음악제 등에서 활약하고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에서 궁정가수 칭호를 받은 베이스 연광철,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에서 활약해온 소프라노 캐슬린 킴(한양대 교수), 테너 신상근(경희대 교수)이 함께한다. 입상자에게는 상금(1위 5만 달러·약 6600만 원)과 국내 정상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등 특전을 제공한다. 2위 이상 한국인 입상자는 병역 특례 혜택을 받는다. 준결선에서 한국가곡을 가장 잘 부른 외국인 참가자에게는 특별상을 수여한다. 대회 일정 △1차 예선 22, 23일 △2차 예선 24일 △준결선 26일 △결선 및 시상식 28일(상세 일정은 대회 홈페이지 참조, 결선 협연 코리아쿱오케스트라, 지휘 김덕기) 대회 장소 △리사이틀홀(1차 예선, 2차 예선, 준결선) △콘서트홀(결선 및 시상식) 티켓 가격 △예선 및 준결선 2만 원 △결선 2만∼5만 원. 02-361-1415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시작된 양측의 전쟁은 심각한 인도적 위기와 함께 전 세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시민권을 모두 가진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면 어떨까? 그런 사람이 실제 있다.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다. 우리나라의 음악팬들은 지난해 그를 11년 만에 만날 뻔했다. 바렌보임은 30년 동안 이끌어 온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를 처음으로 이끌고 내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 직전인 10월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지휘와 그 밖의 활동을 줄이겠다고 발표했고, 독일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대신 서울에 왔다. 바렌보임은 올해 1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와 운터 덴 린덴 국립오페라 극장의 음악감독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바렌보임은 1942년 아르헨티나의 유대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열 살 때 가족은 신생 국가인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1967년 6월에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사이에 6일 전쟁이 터지자 바렌보임은 약혼녀인 영국 첼리스트 재클린 뒤프레와 이스라엘에 들어가 최전선에서 연주회를 열었다. 전쟁이 끝나고 닷새 뒤 두 사람은 결혼했다. 뒤프레는 유대교로 개종했고, 바렌보임의 친구인 인도인 지휘자 주빈 메타가 ‘모셰 코헨’이라는 유대식 이름으로 증인을 섰다. 1999년 바렌보임은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으로 사회평론가이자 문학평론가, 음악평론가인 에드워드 사이드(1935∼2003)와 함께 ‘서동시집(西東詩集·West-Eastern Divan) 오케스트라’를 창설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기타 아랍 국가들의 젊은 연주자들을 모아 화음을 맞추며 서로간의 이해를 도모하자는 취지였다. 이 오케스트라는 2011년 한국의 임진각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했다. 서동시집 오케스트라가 창설된 1999년은 바렌보임이 팔레스타인인의 땅에서 처음 연주한 해이기도 했다. 2008년 1월, 서안지구의 라말라에서 공연한 뒤 바렌보임은 팔레스타인 시민권을 취득했다. 2011년 5월에는 유엔과 협의 후 여러 나라 단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와 함께 가자지구에 ‘조용히’ 들어가 모차르트의 작품을 지휘했다. 이 콘서트에서 바렌보임은 “팔레스타인의 정의는 폭력 없이 달성될 경우에만 주어질 수 있습니다. 폭력은 팔레스타인인의 정의를 약화시킬 뿐입니다”라고 말해 갈채를 받았다. 그가 주장하는 평화의 길은 ‘두 국가 방안’이다. 그는 “팔레스타인의 미래가 그들의 주권 국가에서 보장될 때 이스라엘의 안보도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전쟁이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다”라고 말해 왔다. 건강 악화로 힘든 상황이지만 바렌보임은 이번 전쟁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마스의 전면 기습공격 직후 그는 X(트위터의 후신)를 통해 “이스라엘 민간인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은 터무니없는 범죄로 이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편으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에 대해서는 “이런 일은 ‘집단처벌’ 정책이자 인권 침해”라고 제동을 걸었다. 지난달 15일 그는 팔레스타인 국가의 보장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자신들의 땅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희망과 정의를 느낄 수 있을 때 이스라엘인들이 안전을 얻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바렌보임의 결혼식에서 증인을 선 메타의 말도 들어보고 싶다. 1969년부터 2019년까지 반세기 동안이나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과 음악고문을 지내며 ‘유대인보다 더 유대인 같은 인도인’으로 불렸던 그도 요즘 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 지난달에는 사망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져나가기도 했다. 이번 전쟁에 대한 그의 입장은 아직 알려진 바 없다. 메타는 2016년 80세 생일을 맞아 이스라엘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고립돼 있다. 성경에 따르면 다른 사람의 땅을 빼앗고서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며 이스라엘 보수 강경 정부의 정책에 우려를 표시했다. 두 베테랑 지휘자는 이제 삶의 황혼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의 황혼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 가까이 이어져온, 전 세계 단위의 무력 충돌은 없었던 시대의 황혼과 겹쳐지기 않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동아일보사가 주최하고 서울교대가 후원하는 제63회 동아음악콩쿠르 시상식이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렸다. 부문별 격년제로 열리는 이 콩쿠르는 올해 8개 부문에 301명이 참가했다. 9월 20일∼10월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에서 열린 1, 2차 예선을 거쳐 31명이 본선에 올랐고 각 부문 1위 6명을 비롯한 19명이 입상의 영예를 안았다. 피아노 부문 1위를 수상한 김용희 씨(19·서울대 1년)는 한인하기념상을 함께 받았다. 그는 “결선에서 연주한 리스트의 ‘노르마의 회상’이 내게 잘 맞는 곡 같아 마음 편히 연주했는데 덕분에 영광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피아노 부문 3위 류준현 씨(22·서울대 4년)는 클래식소나타상을 받았다. 이 상은 신수정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가 기탁한 기금으로 피아노 2차 예선에서 클래식(고전주의) 소나타를 가장 잘 연주한 참가자에게 주는 상이다. 여자 성악 1위에게 주는 정훈모기념상은 김현정 씨(27·취리히예술대 졸업), 남자 성악 1위에게 주는 이인범기념상은 노광근 씨(26·서울대 졸업)에게 돌아갔다. 바순 1위에게 주어지는 이종오바순상은 안석진 씨(21·서울대 3년)가, 클라리넷 1위에게 주어지는 이임수클라리넷상은 서예빈 씨(21·한국예술종합학교 4년)가 받았다. 올해 신설된 이윤정 오보에상은 오보이스트 이윤정 경희대 교수가 오보에 1, 2위에게 주는 상으로, 오보에 2위 김주혁 씨(22·서울대 4년)가 받았다. 오보에 부문은 올해 1위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이에 오보에 1위에게 주는 로뎀우드윈드상도 수상자가 없었다. 동아음악콩쿠르 홈페이지(www.donga.com/concours/music)에서 27일 오후부터 심사위원별 채점표를 확인할 수 있다. 심사평은 다음 주에 게재되며 본선 연주 동영상은 11월 말경부터 유료로 서비스한다. 다음은 입상자 명단. ▽작곡 △2위 김조신(23·국민대 2년) ▽피아노 △1위 김용희 △2위 이태현(30·독일 뮌스터음대 졸업) △3위 류준현 ▽여자 성악 △1위 김현정 △2위 김나현(22·서울대 대학원) △3위 최선호(22·서울대 4년) ▽남자 성악 △1위 노광근 △2위 김지훈(29·연세대 대학원 졸업) △3위 노민형(27·한양대 졸업) ▽플루트 △1위 변상훈(19·한예종 1년) △2위 윤서영(18·서울대 1년) △3위 김나빈(17·연세대 1년) ▽오보에 △2위 김주혁 ▽클라리넷 △1위 서예빈 △3위 이선호(18·한예종 1년) ▽바순 △1위 안석진 △2위 이승준(25·서울대 4년) △3위 박정준(21·서울대 2년)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피아니스트 손민수 문지영 김태형,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 김재영, 비올리스트 이한나, 첼리스트 박유신, 플루리스트 조성현, 호르니스트 김홍박, 소프라노 박혜상….11월 3~9일 포항문화예술회관 등 경북 포항시 일원에서 열리는 2023 포항음악제에 출연할 연주가들의 화려한 면면이다. 올해 3년째인 포항음악제는 ‘신세계? 신세계!’라는 주제로 다양한 편성의 무대를 꾸민다.11월 3일 개막공연 ‘신세계로부터’는 지휘자 없이 오케스트라 단원이 모두 일어서서 연주하는 독특한 무대다. 포항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와 손민수가 협연하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을 협연한다. 4일 ‘재즈? 클래식!’ 공연에서는 클라리넷 플루트 등 재즈와 클래식을 오가는 악기들을 중심으로 클래식 경험의 영역을 넓힌다. 5일 ‘색채’에서는 말러의 피아노4중주 등 악기의 음색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실내악 작품들이 연주된다.6일에는 세계적 현악4중주단인 카잘스콰르텟의 무대가 마련된다. 7일 공연은 슈베르트의 실내악과 성악 작품을 소개하는 ‘꿈꾸는 이, 슈베르트’ 순서다. 8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김태형이 세대를 넘은 무대를 갖는다.폐막공연인 9일 ‘춤의 제전’은 현악연주가 여덟 명이 멘델스존과 바르기엘의 현악8중주를 연주한다. 최수진 등 여덟 명의 무용수가 음악에 맞춘 무용을 함께하며 화려한 마무리를 장식한다. 포항문화예술회관 메인 공연 4만~5만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어릴 때 품었던 꿈들을 이뤄 가고 있지만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이 있습니다.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1962∼2017)와 한 무대에서 노래하는 꿈이죠. 대신 그를 오마주하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2016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성악 부문) 우승자이자 2021년 영국 BBC 카디프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을 울리며’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바리톤 김기훈(32)이 11월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년 만에 리사이틀을 연다. 이달 26일 영국 런던의 명문 공연장 위그모어홀 데뷔 리사이틀과 같은 프로그램을 국내 팬들에게 선보인다. 122년 역사를 가진 런던 대표 실내악 공연장 위그모어홀은 소프라노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 테너 피터 피어스 등 세계적 성악가들이 사랑한 무대로 알려져 있다. 공연의 2부는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꿈’ 등 가곡 9곡으로 채운다. 김기훈은 “뇌암으로 타계한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의 라흐마니노프 콘서트 영상을 좋아했다. 만나서 손잡고 얘기해 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오기 전에 세상을 떠나셨다. 영혼의 교감이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흐보로스톱스키는 김기훈이 태어나기 2년 전인 1989년 BBC 카디프 콩쿠르에서 웨일스 출신의 바리톤 브라인 터펠을 2위로 밀어내고 우승한 인물이다. 귀가 따끔따끔할 정도의 압도적 성량과 섬세한 표현 등 김기훈과 그는 닮은 점이 많다. 김기훈은 “흐보로스톱스키는 벨벳 같은 음색과 러시아 특유의 짙은 음색, 폭넓은 음역을 가졌고 음악 자체가 감성적이었다. 인간적으로도 멋진 사람이었다고 들었다”고 했다. 공연 1부에선 독일어 성경에서 가사를 따온 브람스의 ‘네 개의 엄숙한 노래’와 한국 가곡인 이원주 곡 ‘연(緣)’ ‘묵향’, 조혜영 ‘못잊어’를 노래한다. 위그모어홀 공연에서도 같은 순서로 노래한다. 김기훈은 “BBC 카디프 콩쿠르에서 김주원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를 불렀는데 그때 한국 가곡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우리 가곡의 아름다움을 널리 소개하고 싶다. ‘못잊어’는 울적할 때 방에서 혼자 부를 정도로 좋아하는 곡”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소를 담아 노래하는 성악가’로 해외에도 팬이 많다. “진지한 곡에서 웃음을 거둘 때는 반전의 묘미가 있어서 더 감동한다고들 하더군요.(웃음) 성악가들 가운데는 무대 위에서 소리내는 데 치중하다가 표정이나 몸동작이 부자연스러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너는 무대에서 일상생활처럼 연기해서 보는 맛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가곡에서도 같은 느낌을 보여 드리려 합니다.” 엔데믹을 맞아 그의 커리어는 폭발 상승 중이다. 지난 주말 미국 댈러스 오페라에서 푸치니 ‘토스카’ 스카르피아 역으로 출연했고, 올해 12월 독일 바이에른 국립오페라에서 푸치니 ‘라보엠’ 쇼나르 역으로 출연한다. 내년에는 2월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에 데뷔하며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라보엠’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6만∼10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이달 초 이탈리아 북부에서 이탈리아 오페라의 대명사인 주세페 베르디(1813∼1901)의 오페라 세 편을 관람했다. 5일 파르마 레조 극장의 베르디 오페라 축제에서 본 ‘일 트로바토레’는 무대 뒤편의 이글거리는 화면이 계속 배경을 바꾸면서 작품의 음울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생생히 전달했다. 7일 같은 곳에서 관람한 ‘1차 십자군의 롬바르디아인’은 전쟁 장면의 앙상블을 휘어잡은 프란체스코 란질리오타의 지휘가 발군이었다. 8일에는 베네치아의 라페니체 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포스카리 가문의 두 사람’을 보았다. 여주인공 루크레치아 역 소프라노 아나스타샤 바르톨리가 알토를 연상시키는 낮은 공명점부터 압도적인 최고음까지 쏟아내는 볼륨감은 귀를 사로잡았다. 11일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밀라노 북부 코모 호숫가의 아름다운 풍광을 돌아보았다. 이 호수 주변은 1860∼1880년대 이탈리아 문화계에 거대한 영향을 끼친 예술가 그룹 ‘스카필리아투라’의 근거지였다. 얼마간 낯설게 들리지만 이탈리아 오페라 제왕의 지위가 베르디에서 푸치니로 승계되는 데는 이들의 역할이 컸다. 스카필리아투라는 ‘머리 헝클어진 자들’이라는 뜻이다. 기존의 권위에 저항하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작가 겸 평론가, 작곡가 아리고 보이토가 주도했던 이 그룹은 초기에 베르디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이들은 이탈리아 문화계의 중심이었던 베르디나 작가 만초니가 ‘낡고 퇴행적인 예술’에 머물러 있다며 독일과 프랑스의 선진적 예술에서 영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이들도 베르디의 역량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의 운동이 주장만 무성할 뿐, 베르디에 버금가는 걸작을 실제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이토는 베르디의 중기 실패작인 ‘시몬 보카네그라’를 개작하자고 베르디에게 제안했으며 공동 작업은 성공을 거뒀다. 이어 보이토는 베르디의 마지막 두 오페라인 ‘오텔로’와 ‘팔스타프’의 대본을 맡았다. 이 시기 이탈리아 음악계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나이 먹은 베르디가 ‘아이다’(1871년) 이후 ‘오텔로’(1887년)까지 16년 동안이나 새 작품을 내놓지 못하자 이탈리아 청중이 프랑스 오페라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때 스카필리아투라의 눈에 들어온 인물이 자코모 푸치니(1858∼1924)였다. 푸치니가 1883년 밀라노 음악원 졸업연주회에서 유명 지휘자 프랑코 파초의 지휘로 선보인 ‘교향적 기상곡’은 음악평론가 필리포 필리피의 찬사를 받았다. 파초와 필리피는 보이토의 뒤를 이은 스카필리아투라의 핵심 인물이었다. 푸치니는 음악원 재학 시절부터 강의보다는 콘서트홀과 악보점에서 만나는 새로운 흐름의 외국 음악에 관심을 기울인 청년 작곡가였다. 스카필리아투라 그룹의 파초와 필리피는 그런 푸치니의 작품에서 자신들이 갈망했던 ‘알프스 너머 선진 음악’의 냄새를 맡았다. 음악원 재학 시절 푸치니의 은사인 작곡가 폰키엘리는 푸치니가 졸업하자 그를 코모 호수 주변 스카필리아투라 예술가들의 별장에서 열리는 주말 회합에 데리고 다녔다. 폰키엘리가 푸치니에게 소개해준 인물 중에는 베르디의 소속사이자 이탈리아 최고의 오페라 흥행 회사였던 카사 리코르디의 실질적 경영자 줄리오 리코르디가 있었다. 은퇴와 다름없는 베르디의 활동 중단으로 가장 고민이 깊었던 인물도 리코르디였다. 그는 푸치니의 첫 오페라 ‘빌리’가 초연되자 즉각 그를 자사 소속으로 영입하고 이 ‘베르디 후계자’의 대대적 홍보에 나섰다. 푸치니는 세 번째 오페라 ‘마농 레스코’부터 이어진 ‘라보엠’ ‘토스카’ ‘나비부인’의 대성공으로 신뢰에 값했다. 2024년은 푸치니가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의 마지막 2중창과 피날레 장면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서울시오페라단이 26∼29일 ‘투란도트’를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 것을 비롯해 푸치니의 걸작들이 국내 무대에서도 잇따라 공연될 예정이다. 이 기념의 시기를 맞아 베르디와 푸치니의 가교 역할을 했던 예술가그룹 스카필리아투라의 고민이 잊히지 않길 바란다. 오늘날 우리에게 예술계의 앞날을 고민하며 매일같이 머리를 맞대는 창작자, 평론가, 흥행사들의 열띤 토론이 있는지도 상기해보고 싶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식 총감독을 맡았던 연극계 거장 연출가 손진책(76)이 처음으로 오페라에 도전한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영국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 등 세계 최고의 오페라극장에서 주역으로 활동해온 테너 이용훈(50)이 국내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다. 서울시오페라단이 26∼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에서다.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1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손 연출가는 “죽음의 도시가 삶의 도시로 바뀌는 드라마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칼라프 왕자의 시녀 류가 죽음으로써 구원한 것은 투란도트 공주와 칼라프 커플뿐만 아니라 전 국가와 민중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투란도트’에서 냉혹하게 통치하는 투란도트 공주는 결혼 조건으로 수수께끼를 내고 칼라프 왕자가 이를 풀지만 결혼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칼라프는 공주가 자신의 이름을 알아내면 패배를 인정하겠다고 제안한다. 투란도트는 왕자의 이름을 말하라며 시녀 류를 고문하지만 류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투란도트는 칼라프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오페라에는 16∼18세기 이탈리아 전통극의 광대 캐릭터에서 따 온 왕실 신하 ‘핑·팡·퐁’이 등장한다. 손 연출가는 “세 신하는 본디 코믹한 캐릭터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냉소적이고 기계적인 데다 권력 지향적이며 충성심이라곤 없이 개인의 목표만을 위해 달려가는 역할로 표현했다. 오늘날의 정치인을 떠올리게 하는 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너 이용훈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런던 로열 오페라를 비롯한 여러 무대에서 칼라프 역으로 120회 이상 출연했다. 한국인으로선 드물게 리리코 스핀토(서정적이면서 힘 있는)와 드라마티코(극적) 테너 영역에서 인정받고 있다. 데뷔 20년 만에 뒤늦게 국내 무대에 서게 된 데 대해 그는 “외국의 경우 3∼5년 일찍 출연 제안이 오는 데 비해 국내 무대는 공연 수개월 전에 제의를 받아 시간을 낼 수 없었다. 이번에는 마침 스케줄이 비는 2주 동안에 일정이 맞춰져 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용훈은 내년 8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이 공연하는 베르디 ‘오텔로’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세계 오페라계의 실험적 연출 경향에 대해 그는 흥미로운 일화를 소개했다. “제가 출연한 ‘투란도트’는 대부분 전통적인 방식으로 연출됐는데 최근 독일 드레스덴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응용한 버전의 공연에 출연했죠. 줄다리기도 하고, 저는 동양인이어서인지 양궁도 하면서 난관을 뚫고 공주에게 도전하는 식이었어요. 한국 드라마의 힘을 실감했습니다.” 두 여성 주역인 투란도트와 류로 출연하는 소프라노 이윤정과 서선영은 자신의 배역을 색다르게 해석했다. 타이틀 롤인 투란도트 공주 역을 맡은 이윤정은 이탈리아 베로나 야외 오페라 축제와 베네치아 라페니체 극장 등에 주역으로 출연해 왔다. 그는 “메조소프라노로 출발했는데 소프라노로 데뷔한 역할이 투란도트였다”며 “이 역할로 100회 이상 무대에 섰다”고 밝혔다. “어린 소녀 투란도트가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어려운 과제였죠. 그래서 조상인 루링 공주의 비참한 희생을 강조하며 자신의 권력을 합리화한 겁니다. ‘보라, 순진한 남자는 나라를 지킬 수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지킨 거죠.”(이윤정) 류를 연기하는 서선영(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은 “류는 희생만을 위해 죽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칼라프를 향한 사랑의 표현으로 죽음을 택한 거죠. 류가 칼라프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 그것이었습니다. ‘너무도 사랑하기 때문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사랑입니다.” 투란도트 역은 소프라노 김라희, 칼라프 역은 테너 신상근 박지웅, 류 역은 소프라노 박소영이 함께 맡는다. 진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정인혁이 지휘봉을 든다. 5만∼1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7일(현지 시간) 시작된 새로운 중동전쟁은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절대적인 군사적 열세와 적대적인 세계 여론을 무릅쓰고 하마스는 왜 민간인 납치를 비롯한 모험을 감행했을까. 이 책은 전쟁이 벌어지기 직전 마무리돼 이를 직접 설명하는 내용은 없다. 그러나 책 속의 ‘아브라함의 이름으로, 아랍-이스라엘 데탕트’ 장을 펼치면 전쟁을 불러온 최근의 사정을 이해할 수 있다. 2020년 아랍에미리트(UAE)와 이스라엘이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아랍-이스라엘 데탕트’를 선언했다. 이 합의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건설 없이 이스라엘과의 국교는 없다’는 아랍 세계의 금기를 깨뜨렸다. 두 나라의 협력은 동맹에 가까웠다. 군사정보를 공유하고 연합훈련을 시행했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으로 재직 중인 저자는 그 배경을 ‘미국의 중동 떠나기를 대비한 안보 보험’으로 설명한다. 이 지역에서 미국의 역할 축소가 가시화되면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UAE, 튀르키예, 이란 등 앙숙들 사이에 새로운 합종연횡이 시작됐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까지 목전에 이르자 설 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하마스는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내홍 및 극단화도 위기의 원인이었다.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의 오슬로 평화협정 체결 이후 이스라엘 이츠하크 라빈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은 ‘영토를 내줬다’는 국민들의 분노 속에 의석을 잃었고, 우파 강경 노선이 득세했다. 가자지구에서는 하마스의 무능과 폭압에 반대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위기에 처한 하마스는 존재감을 부각하고자 이번 전쟁 이전부터 무모한 이스라엘 공격을 반복했다. 가자지구의 위기는 책 내용의 일부일 뿐이다. 저자는 법 집행력과 사회 화답력(개방성)을 기준으로 중동 국가들을 네 부류로 나눈 뒤 사우디, UAE, 카타르, 바레인 등 ‘개방적 왕정 국가’의 변혁에 특히 주목한다.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는 튀니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억압적 권위주의를 떨치지 못한 미완의 혁명이었다. 혁명으로 인한 예상 밖의 수혜자는 부유한 개방적 왕정 국가의 시민들, 특히 35세 이하의 청년층이었다. 이들은 기성세대가 중시한 종교, 가족, 공동체 대신 실용주의와 민주주의, 세계화를 더 중시했고 ‘혁명 도미노’에 위협을 느낀 사우디나 UAE 등의 산유 왕정은 청년층의 여론을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중동의 정치적 지형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는 저자의 시선은 ‘중동에서 일어나는 역동성은 내부의 여러 행위자가 자원 배분을 둘러싸고 벌이는 치열한 권력 다툼과 경쟁의 역동적인 결과물이다’라는 데 집약된다. “중동은 젊은 지역이고 새로움이 꿈틀거린다. 손익계산과 인간의 제한된 합리성을 이해한다면 ‘왜 중동에서는 비합리적인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국내 유명 오케스트라 악장 및 수석급 단원들과 교수들로 구성된 코리아나 챔버뮤직 소사이어티가 21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창단 25년 기념 연주회 ‘클래식의 품격’을 연다. 코리아나 챔버뮤직 소사이어티는 1998년 KBS교향악단 악장으로 재직하던 바이올리니스트 김복수(인제대 명예교수)를 중심으로 창단됐다. 30명의 단원이 매년 3회 이상 정기연주회와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 등을 열며 꾸준히 활동해왔다. 음악감독을 맡은 김현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바이올리니스트)는 “국내에 20년 이상 꾸준히 실내악을 연주해온 단체가 많지 않은 가운데 여러 작곡가에게 창작곡을 의뢰하고,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외국 작곡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등 실내악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86회 정기연주회를 겸한 창단 25년 기념 연주회에서는 드보르자크의 바이올린 두 대와 비올라를 위한 3중주, 베토벤의 클라리넷과 첼로, 피아노를 위한 ‘가센하우어 3중주’, 크루셀의 오보에와 현을 위한 디베르티멘토, 스벤센의 현악 8중주를 선보인다. 1만∼3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1996년 1월 17일 생. 현재 27세. 22세 때(2018년) 차기 오슬로 필하모닉 수석지휘자 임명(2020년 임기 시작). 25세 때 파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취임. 26세에 암스테르담의 로열 콘세르트 허바우 오케스트라 예술 파트너(실제 수석지휘자 역할) 취임, 2027년 콘세르트 허바우 공식 수석지휘자 취임 예정…. 20대 핀란드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의 질주는 오늘날 세계 오케스트라계의 가장 뜨거운 뉴스다. 그가 처음 한국 무대에 선다.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30일 시벨리우스 ‘투오넬라의 백조’와 바이올린 협주곡(협연 야니네 얀선), 교향곡 5번을 선보이고, 이에 앞서 경기 고양아람누리에서 28일 바이올린 협주곡과 교향곡 2번을 연주하는 ‘올 시벨리우스’ 프로그램이다. 메켈레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고국 핀란드의 거장 시벨리우스 작품만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올해 초 오슬로 필과 데카 레이블로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집을 내놓기도 했죠. “시벨리우스를 한 단어로 말한다면 ‘건축가’입니다. 너무도 아름다운 감정과 서사가 있지만 한 번도 감정이 건축적인 부분을 침범하는 일이 없죠. 저희 오슬로 필하모닉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곡가입니다. 이번에 연주하는 교향곡 2번과 5번은 시벨리우스가 가진 로맨틱한 모습과 어두운 모습 모두를 보여줍니다.” ―언제 지휘자가 되기로 결심했나요. “일곱 살 때 헬싱키에서 어린이합창단의 일원으로 오페라 ‘카르멘’에 출연했습니다. 눈에 지휘자밖에 보이지 않았고, 그때부터 지휘를 꿈꿨죠. 첼로로 정식 음악생활을 시작했고 매일 첼로 연습도 합니다.”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특징을 소개해주시죠. “강한 오케스트라입니다. 모든 파트가 깊고 강한 소리를 갖고 있어요. 풍부하고 깊이 있는 사운드를 가진 악단입니다. 전 수석지휘자 마리스 얀손스가 20년 넘게 악단을 이끌며 쌓아온 디테일한 접근 방식도 남아 있죠.” ―리허설을 매우 효율적으로 진행한다고 들었습니다. “리허설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음악적으로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거죠. 리허설에서 보여주는 모든 해석과 움직임에 근거가 있어야 하고, 원하는 지점을 확실히 표현하려 노력합니다.” ―24시간 음악만 생각하는 ‘몰입형 모범생(?)’이라는 평이 있습니다. 음악 외엔 무슨 일로 시간을 보내나요.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좋아하죠. 여가의 가장 많은 시간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보냅니다. 미술 작품을 마주한 뒤 음악을 대하면 또 다른 것이 보여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한국 관객과의 첫 만남이 늦어졌습니다. “2021년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2022년 파리 오케스트라와의 내한이 팬데믹으로 무산돼 아쉽고 송구한 마음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한국 청중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졌죠. 곧 만나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고양아람누리 공연 7만∼20만 원, 롯데콘서트홀 공연 7만∼26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19세기 초 이탈리아 오페라 대표 거장인 빈첸초 벨리니(1801∼1835)의 대표작 ‘노르마’(1831년 초연)가 26∼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2016년 영국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에서 공개돼 화제를 낳은 알렉스 오예(63) 연출 버전이다. 공개 당시 유럽 100여 개 극장에서 생중계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프로덕션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여주인공인 소프라노 노르마의 아리아 ‘정결한 여신(Casta Diva)’으로 널리 알려진 노르마는 로마시대 갈리아(지금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토착 종족인 드루이드족과 로마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드루이드의 여제사장 노르마와 로마 총독 폴리오네의 비밀스러운 사랑과 배신이 줄거리의 축을 이룬다. 오페라 및 연극 연출가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회식 연출로 명성을 얻은 오예는 이 오페라를 위해 무대 위에 십자가 3500여 개를 중첩시킨 파격을 선보였다. 지난달 26일 먼저 한국을 찾은 그는 “지난 시대 내 조국 스페인에 존재했던 억압을 무대에 표현했다”고 밝혔다. “오늘날에도 극 중의 노르마처럼 시대가 강요하는 의무 속에서 억압받는 여성들이 있죠. 종교에 대한 믿음이 때로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보이려 했습니다.” 무대 위의 수많은 십자가는 노르마가 수많은 믿음과 기대에 둘러싸여 있음을 보여준다고 그는 말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16일 열린 제작발표회에는 지휘자 로베르토 아바도, 노르마 역의 소프라노 여지원과 데시레 랑카토레, 노르마의 후배이자 사랑의 경쟁자인 아달지사 역을 맡은 메조소프라노 테레사 이에르볼리노, 제사장 역의 베이스 박종민이 참석해 이번 공연의 주요 콘셉트를 소개했다. 여지원은 이탈리아 지휘 거장인 리카르도 무티에게 발탁돼 2015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베르디 오페라 ‘에르나니’의 엘비라 역으로 초청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유럽 주요 극장과 음악축제에서 주역 가수로 활동 중이다. 국내 오페라 무대에서 눈에 띄는 역할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지원은 “노르마는 기술적으로 준비돼 있지 않으면 악보 속의 음정을 다 노래할 수 없다. 여사제이자 사랑에 빠진 여성으로 복합적인 감정까지 표현해야 하니 성악가로서는 무척 어렵지만 관객은 매우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작곡가 벨리니가 인물의 감정을 기막히게 풀어냈다고 했다. “감정을 폭발시키는 극적인 역할이 제 특기지만 이 오페라의 대표 아리아인 ‘정결한 여신’은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억누르면서 가장 평화로운 듯한 모습으로 불러야 하죠. 강한 힘을 내면에서 노래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1950년대 오페라 스타 마리아 칼라스가 부른 이 아리아는 오페라 무대를 장악한 여주인공을 뜻하는 디바(Diva·여신)라는 표현을 낳았다. 여지원은 “칼라스가 부른 이 노래는 내게도 기준점이다. 몽세라 카바예의 노래도 참고한다”고 덧붙였다. 전설적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조카로,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각광받고 있는 지휘자인 로베르토 아바도는 “‘정결한 여신’은 강렬하고 신비로우면서 에로틱하다. 중동의 분위기도 풍기는 매력적인 아리아”라고 말했다. “쇼팽의 녹턴(야상곡)과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 노래죠. 이 곡은 베르디와 바그너에게까지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연주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맡았다. 노이오페라코러스는 합창으로 참여한다. 3만∼33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2018년 이탈리아 로시니 바순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로 최고상을 수상한 바수니스트 이은호(33·부산시립교향악단 바순 수석·사진)가 7일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8일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피아니스트 문정재 협연으로 베버 ‘헝가리풍 안단테와 론도’, 생상스 소나타 작품 168, 슈만 아다지오와 알레그로 작품 70, 누시오 ‘페르골레시 주제에 의한 변주곡’, 톨라니 ‘도니체티 라메르무어의 루치아 주제에 의한 변주곡’ 등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의 바순 연주 특징을 망라하는 다섯 곡을 연주한다. 슈만의 곡은 호른을 위한 원곡을 편곡한 악보로 선보인다. 이은호는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유학을 떠나 독일 뮌헨 음대에서 디플롬과 마이스터, 최고연주자 과정을 최고 점수로 졸업했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북독일 방송교향악단의 연주에 참여했고 트로스트 바순 앙상블을 창단해 리더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가 참여하는 목관오중주 뷔에르 앙상블은 아트실비아 실내악 콩쿠르 대상을 받았고,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와 서울스프링 실내악 축제 등에 참여해 왔다. 전석 3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인 바실리 페트렌코, 핀란드 바이올린계 대표주자인 엘리나 베헬레, 현역 최고 트럼펫 비르투오소로 불리는 볼도츠키 가보르, 실내악 전문 피아니스트의 전설로 꼽히는 이타마르 골란…. 15회째를 맞는 올해 서울국제음악제(SIMF)를 장식하는 해외 음악가들의 면면이다. 올해 서울국제음악제는 ‘낭만에 관하여’를 주제로 7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IBK챔버홀에서 열린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1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류재준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은 “낭만은 늘 청춘과 관련된다. 나이가 들어서도 그 청춘을 기억하게 된다. 여러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 그 설렘을 되새기자는 뜻에서 주제를 정했다”고 말했다. 평탄치 않은 삶 속에 엄격하고 다소 난해한 예술 세계를 구축하며 로맨틱한 작품을 쓴 브람스를 올해 메인 작곡가로 정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개막음악회는 7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실내악 연주회다. 브람스의 현악5중주 1번에 베헬레가 참여한다. 베헬레는 올해 3월 서울시향과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 바 있다. 류 감독은 “놀라운 연주 능력과 여왕처럼 기품 있는 자태로 여러 클래식 팬을 사랑에 빠지게 하는 연주가”라고 소개했다. SIMF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관현악 콘서트는 11일 콘서트와 14일 폐막음악회로, 두 차례 열린다. 11일 콘서트에서는 칠레 출신 신진 지휘자 파올로 보르톨라메올리가 지휘봉을 잡고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과 첼리스트 클라우디오 보오르케스가 협연하는 브람스 ‘2중 협주곡’, 브람스 교향곡 4번 등을 들려준다. 14일 폐막음악회에서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극장과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지낸 페트렌코가 볼도츠키가 협연하는 류재준 트럼펫 협주곡(세계 초연)과 브람스 교향곡 1번 등을 들려준다. 골란은 8일 열리는 ‘실내악 2’ 콘서트에서 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 첼리스트 김민지와 호흡을 맞춰 브람스의 ‘피아노, 클라리넷, 첼로를 위한 3중주’를 들려준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시월의 푸른 하늘은 그 거대한 공(空)으로 사람의 영혼을 빨아들인다. 하늘이 푸르고 대기가 청명한 날, 높은 건물의 창가에 서 있으면 150년 전 태어나 80년 전 타계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 피날레가 들려오는 것 같다. 피아노 솔로가 깊은 저음으로부터 두둥실 떠오르고, 금관악기들이 코끼리 떼의 울음소리 같은 소리를 낸다. 나도 그 소리들과 함께 떠오른다. 지금 날아가고 있구나. 이윽고 빌딩 숲이 시선 아래 깔리고, 옥상마다 헬리포트 표시가 보이고, 저 멀리 산들이 무릎 아래로 내려오고, 고개를 들면 성층권을 벗어나기 시작하는지 깊고 어두운 청색이 시야를 채운다. 보라, 나는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계절의 맑은 대기는 천금을 주고라도 살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이른 퇴근길, 차창 밖으로 조금씩 불 켜지는 강 건너의 빌딩들까지 너무나 가까이 보여서, 도시 전체가 내 것 같은 들뜬 착각이 든다. 이럴 때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6번 ‘대관식’의 3악장을 듣는다. 그 명징한 리듬과 화음에 알 수 없는 기대가 깃든다. 버스 정류장에서 활짝 웃으며 집으로 뛰어가던, 어린 어느 날의 내가 겹쳐진다. 이런 날에는 청명한 북유럽의 늦여름이나 초가을을 떠올리게 되기도 한다. 20여 년 전 처음 가본 핀란드의 헬싱키와 에스토니아의 탈린도 그랬다. 핀란드 작곡가 시벨리우스는 청년기에 크리스티안 2세 왕이라는 연극을 위한 음악을 썼다. 16세기 스칸디나비아의 왕을 그린 작품이다. 모음곡 중에서 사랑의 장면을 나타내는 첫 곡 ‘녹턴’이다. 현의 쓸쓸한 노래가 따끔따끔하니 선뜻한 청량감으로 옷 속을 간지럽힌다. 센티멘털리즘의 대가인 북방 러시아의 작곡가 차이콥스키는 관현악 모음곡 3번의 첫 악장 이름을 엘레지(슬픈 노래)라고 붙였다. 쓸쓸한 가을날의 아련한 회상, 기억 저편에서 몰려오는 후회와도 같은 슬픈 노래다. 그 주선율은 괴테의 시에 곡을 붙인 차이콥스키의 초기 가곡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를 변주한 것과 같다.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 안다/내가 무엇을 괴로워하는지/홀로, 모든 기쁨에서 떨어져 나와/나 먼 창공을 바라보노라.’ 그 차이콥스키의 피아노곡 ‘사계’는 일 년 열두 달의 서정을 한 곡씩의 피아노곡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그 10월은 문호 톨스토이의 사촌인 알렉세이 톨스토이의 시를 표현했다. ‘가을, 우리의 가련한 정원이 떨어져 내린다. 노랗게 변한 잎들이 바람에 흩날린다.’ 시월도 끝을 향하면 차츰 어두운 날이 많아진다. 코트 깃은 점차 높아지고, 마음의 눈은 자꾸만 자신의 안쪽을 들여다본다. 하염없이 걸으며 그곳에 깃든 그림자를 지워보려 하지만 때로 세상은 뭔가 불길한 일을 준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떤 면에서는 예언서 같고 묵시록 같은, 쇼팽의 발라드 1번을 듣는다. 그 어두운 하늘의 정경 아래 베토벤으로부터 100년 후의 교향악 대가 말러의 교향곡 6번의 느린 악장이 겹쳐진다. 말러는 이 악장에서 알프스 산속 마을의 산책과도 같은 고요한 정경을 그린다. 언뜻 생각하기에 너무도 평화로운 정경이지만, 이 곡은 놀랄 만한 반전과 경악을 숨겨두고 있다. 이 교향곡의 제목을 말러는 ‘비극적’이라고 붙였던가. 점차 해는 짧아지고, 일찍 땅거미가 진다. 따뜻한 사람들의 사이에서 위안을 찾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마음속에 일어난 거스러미와 딱정이를 혼자 다독여야 하는 저녁도 있다. 푸치니 오페라 ‘수녀 안젤리카’ 중에서 간주곡을 들어본다. 내년에 탄생 100주년을 맞는 푸치니는 한밤에서 새벽에 이르는 정적의 시간을 사랑했고, 이를 자주 자신의 극에 밀도 높게 표현한 작곡가였다. 기분 좋게 몸을 간질이던 공기는 어느덧 선뜻함으로, 다시 옷깃을 여미게 하는 추위로 다가온다. 푸름을 자랑하던 들판은 노랗게 변했고, 한해살이들은 다음 해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거둘 준비를 시작한다. 성경 전도서의 구절에 곡을 붙인 브람스 독일 레퀴엠 2악장을 듣는다. “모든 육신은 들의 풀과 같고, 그 영광은 풀의 꽃과 같아,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나니….” 저 들판은 곧 마른 풀들로 뒤덮일 것이다. 저 엄숙한 소멸을, 부활을 기다리는 긴 시간을 묵상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2024년은 이탈리아 근대 오페라의 완성자이자 세계 오페라 프로덕션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서거 100주년이 되는 해. 전 세계에서 관련 행사와 축제들이 예고되는 가운데 올가을 전국에서 푸치니 오페라가 막을 올린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한문연)는 10월 6일 전남 장흥문화예술회관을 시작으로 13, 14일 경기 광주 남한산성아트홀, 20, 21일 전남 순천문화예술회관에서 푸치니의 대표 흥행작 ‘라보엠’을 공연한다. 공연 기획 제작사 할마씨네토끼가 공동 제작에 참여했다. 여주인공 미미 역에 소프라노 윤정난 이다미, 남주인공인 시인 로돌포 역에 테너 신상근 김효종, 로돌포의 친구인 화가 마르첼로 역에 바리톤 강형규가 참여한다. 제작총감독을 맡은 장길황 할마씨네토끼 대표는 18일 열린 간담회에서 “빔프로젝터와 미디어아트 기술을 활용해 무대 뒷면과 객석 좌우 벽면에 영상을 송출해 19세기 파리의 분위기를 연출할 예정이다. 최근 오페라 공연에 빔프로젝터를 활용하는 일이 많지만 3면을 활용해 관객을 둘러싸듯 몰입감을 높이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소개했다. 장 대표는 “1막, 4막의 다락방과 2막의 카페, 3막의 눈 오는 파리 외곽이 공연장에 재현된 듯이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성남아트센터는 10월 12∼15일 푸치니 ‘나비부인’을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다. 공연과 패션을 넘나드는 연출가 정구호가 원작 무대인 19세기 일본을 서기 2576년의 우주로 바꾸는 파격적인 연출을 시도한다. 정구호는 20일 열린 간담회에서 “원작의 제국주의적 요소와 핑커톤과 초초상의 계급 차이를 없애기 위해 배경을 바꿨다”고 밝혔다. 초초상 역에 임세경 박재은, 남성 주역인 핑커톤 역에 테너 이범주 허영훈이 출연한다. 서울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에서는 10월 13, 14일 ‘가장 남성적인 푸치니 오페라’로 꼽히는 나폴레옹 전쟁기 배경의 ‘토스카’가 공연된다. 오페라 가수 토스카 역을 김라희 서선영, 연인인 화가 카바라도시 역은 테너 박성규 신상근, 로마 경찰총감 스카르피아 역은 바리톤 박정민 정승기가 맡는다.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는 푸치니 최후의 걸작 ‘투란도트’가 11월 11, 12일 공연된다. 서울시오페라단이 10월 26∼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투란도트’ 프로덕션을 이어받는 손진책 연출가의 ‘투란도트’다. 투란도트 공주 역에 소프라노 이윤정 김지은, 목숨을 걸고 그에게 구혼하는 칼라프 왕자 역에 테너 신상근 박지응, 그의 도전으로 목숨을 잃는 시녀 류 역에 소프라노 신은혜 박소영이 출연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부터 현역 대표 피아노 거장 중 한 사람인 언드라시 시프(사진)까지, 솔로 리사이틀부터 피아니스트 30명의 ‘피아노 오케스트라’까지…. 피아노의 다양한 모습을 맛보는 축제가 열린다. 경기 수원시 경기아트센터가 ‘모두의 기회, 모두의 피아노’라는 주제로 10월 4∼7일 여섯 개의 무대를 마련한 ‘2023 경기 피아노 페스티벌’이다. 피아니스트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예술감독을 맡았다. 축제 첫 무대는 4일 ‘오프닝 콘서트: 피아노 오케스트라’다. 제목처럼 피아노 15대, 피아니스트 30명이 출연한다. 미국 피아니스트 아서 그린이 솔로 연주하는 쇼팽 발라드 1번으로 시작해 차츰 인원을 늘려가며 피날레 곡인 베토벤 교향곡 5번 편곡판까지 오케스트라를 방불케 하는 웅장한 화음을 빚어낸다. 둘째 날인 5일에는 ‘마이 페이버리트 소나티네’ ‘피아노 콜라보의 밤’ 공연이 차례로 열린다. ‘마이 페이버리트 소나티네’는 수원시 음악협회의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일반인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들이 피아노 입문자들에게 익숙한 쿨라우, 클레멘티 등의 소나티네(작은 규모의 소나타) 곡들을 릴레이로 연주한다. ‘피아노 콜라보의 밤’에는 피아니스트 8명과 영재 피아니스트 2명의 콜라보 무대가 마련된다. 생상스 ‘죽음의 무도’, 거슈윈 ‘랩소디 인 블루’ 등을 연주한다. 6일에는 바흐와 베토벤 음악의 현역 최고 해석자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헝가리 출신 피아노 거장 언드라시 시프의 무대가 펼쳐진다. 공연 프로그램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기로 유명한 시프는 이번 공연에서도 즉흥적인 선곡으로 연주를 선보이며 해설을 함께 곁들일 예정이다. 7일에는 ‘장애인과 함께 하는 모두의 콘서트’와 피날레 콘서트가 이어진다. ‘장애인과 함께 하는 모두의 콘서트’에서는 발달장애인 단원들로 구성된 ‘하트하트 오케스트라’가 김대진 피아니스트 협연으로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3번 1악장 등을 연주한다. 피날레 콘서트에서는 성기선 지휘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피아노 듀오인 신박듀오가 풀랑크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을 협연하고, 피아니스트 임동민이 협연하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1번으로 마지막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파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드레스덴 젬퍼오퍼와 쾰른 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를 지낸 러시아 출신 지휘 명장 세묜 비치코프(71)가 처음 내한한다. 2018년부터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는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10월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7번, ‘사육제’ 서곡과 일본의 25세 ‘피아노 신성’ 후지타 마오가 협연하는 피아노협주곡 등 ‘올 드보르자크’ 프로그램을 꾸민다.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2001년 동아일보사 주최로 체코필과 함께 내한했던 당시 수석지휘자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에게 체코필의 특징에 대해 물었더니 ‘옛 동구권 악단 특유의 짙고 어두운 색채가 있다’고 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동의하시는지요. “체코필의 짙은 음색은 공산주의 시대에 생겨난 게 아니라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던 것입니다. 반면 밝고 민첩한 특징도 갖고 있죠. 체코필은 체코의 전통 음악을 연주하며 시작했고, 이 나라의 노래와 춤 등 여러 요소가 그 음색에 섞여 있습니다.” ―이번에 드보르자크만으로 프로그램을 꾸민 이유는 뭔가요. “지금 가장 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에 택했죠. 체코필은 이번 시즌을 3주간의 드보르자크 프로그램으로 시작합니다. 교향곡 3곡, 협주곡 3곡, 서곡 3곡을 연주하죠. 해외 연주를 할 때는 그 시즌 체코필의 ‘집’인 프라하 루돌피눔에서 연주한 곡을 택합니다. 1896년 체코필이란 이름으로 처음 이 악단을 지휘한 분도 드보르자크였어요.” ―소련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서 당시 소련의 유대인 억압 분위기를 겪은 뒤 서방으로 이주해 활동해왔습니다. 이런 점이 당신의 음악에 영향을 미쳤습니까. “음악가는 자신이 경험한 것만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소련에서 음악 교육을 받은 것은 내게 주어진 특권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엔 자유가 없었고, 나는 자유가 필요했습니다.” ―외가의 성(姓)을 쓴 동생 야코프 크라이츠베르크(1959∼2011)도 지휘자였습니다. 어떤 분위기에서 성장했는지 궁금합니다. “어머니는 직업 음악가는 아니셨지만 피아노를 치셨고, 어머니의 할아버지는 오데사 오페라 하우스의 지휘자셨죠. 나는 어릴 때 곧잘 드럼 치는 흉내를 냈는데, 어머니는 내가 음악적 소질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레닌그라드 과학자 협회의 피아노 교실에 데리고 가셨습니다. 6세 때 첫 공개 연주를 했죠.” ―부인이 피아니스트인 마리엘 라베크(71)입니다. 집에서도 음악에 대한 대화가 오가는지요. “물론이죠. 나는 ‘피아니스트 라베크’와 결혼했고, 집에서도 음악 얘기를 합니다. 우리는 그녀가 태어나 자란 프랑스의 바스크 지방에 집이 있고, 그곳에서의 삶을 사랑합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다음 날 ‘악 앞에서 침묵하는 것은 악의 무리와 공범이 되는 것이다’라며 러시아 비판 성명을 냈습니다. “침략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삶과 죽음, 인류의 실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힘없는 사람이 얻어맞는 걸 보면 누구라도 최소한 경찰에 신고는 하겠죠. 나도 그런 일을 했을 뿐입니다.” 7만∼28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김선욱(35·사진)이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차기 예술감독으로 선임됐다고 경기아트센터가 20일 밝혔다. 임기는 내년 1월부터 2년. 김선욱은 내년 1월 경기도예술단 신년음악회를 시작으로 1년에 10여 차례 경기필을 지휘할 예정이다. 김선욱은 2006년 리즈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이 콩쿠르 40년 역사상 최연소로 우승했으며 영국 왕립음악원 지휘과에서 수학했다. 영국 본머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서울시립교향악단, KBS교향악단을 지휘했고, 올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경기필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지휘한 바 있다. 피아니스트로서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로열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등 세계 정상급 악단과 협연해 왔다. 런던 위그모어 홀과 퀸 엘리자베스 홀 등에서 정기적으로 리사이틀을 열고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열 살 꼬마였던 제게 미샤 마이스키 선생님은 ‘악보란 단순히 음표가 아니라 살아 있던 인격이 쓴 것이며 혼이 들어간 것’이라는 가르침을 주셨죠.”(장한나) “장한나는 열정, 직관, 지성, 에너지를 갖추고 있습니다. 관객의 귀와 눈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만져주는 지휘자라고 생각합니다.”(미샤 마이스키) 각각 43세, 9세에 처음 만난 첼로 사제(師弟)가 32년이 흘러 솔리스트와 지휘자로 한국 무대에 선다. 라트비아 출신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75)는 이달 23, 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장한나 & 마이스키 with 디토 오케스트라’ 콘서트에서 지휘자 장한나와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B단조를 협연한다. 두 사람이 한국에서 호흡을 맞추는 건 2012년 성남아트센터 ‘앱솔루트 클래식’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돈키호테’를 협연한 이후 11년 만이다. 1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두 사람의 기자간담회에서 장한나는 처음 마이스키를 만난 순간을 회상했다. “아홉 살 때 선생님 독주회에 갔어요. 공연 후 사인회에서 제 순서가 됐을 때 아버지께서 제가 연주한 모습이 녹화된 비디오테이프를 마이스키 선생님께 건네셨죠. 며칠 뒤 ‘이탈리아 키자나에서 열리는 마스터클래스에 초대하고 싶다’는 편지가 왔어요.” 장한나는 “장난기 많은 꼬마였지만 마스터클래스에선 잔뜩 ‘얼어서’ 선생님과 사진 한 장 함께 못 찍었다. 지금은 선생님께서 ‘셀피 퀸(selfie queen)’이라고 부를 정도로 만나면 사진부터 찍는 등 친구처럼 지낸다”며 웃었다. 마이스키는 “처음 한나의 첼로를 들었을 때 압도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환생을 믿지 않지만 (다른 음악가의 환생이라고 생각할 만큼)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훌륭했다”고 회상했다. 지휘자가 된 제자를 보는 심경은 복잡하다고 했다. “한나가 첼리스트로서의 경력을 희생한 점은 아쉽습니다. 하지만 지휘자로서 완벽성을 추구하기 위한 그 결정에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언젠가 한나가 다시 첼로를 잡게 된다면 첼로 두 대가 들어가는 슈베르트의 현악5중주 C장조를 함께 연주하고 녹음하고 싶어요.” 스승의 제안에 장한나는 “나도 기회가 되면 슈베르트의 5중주를 함께 연주하고 싶다. 14세쯤에 마이스키 선생님,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76), 비올리스트 유리 바슈메트(70) 등과 멋모르고 함께 연주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팬데믹 기간에 일정들이 취소되면서 첼로를 다시 잡았다가 ‘아이구 내 손가락아…’ 했어요. 다시 만족스럽게 연주할 수 있게 될 때 말씀드리겠습니다.”(웃음) 장한나는 2017년 노르웨이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가 됐고 2022년부터 독일 함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객원지휘자도 맡고 있다. 지난해에는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마이스키와 차이콥스키 ‘로코코 변주곡’, 생상스 첼로 협주곡 1번 등을 협연했다. 장한나는 “마이스키 선생님은 자신만의 확신과 강한 색채의 틀 안에서 매번 자유로움을 표현하고 즐기고자 하신다. 11년 전에 이어 이번 연주를 보시는 분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스키는 “오리지널에 가까운 연주를 하고 싶다. 최대한의 경지까지 끌어올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협연곡인 드보르자크의 첼로협주곡 외 23일 베토벤 교향곡 5번, 24일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를 연주한다. 장한나는 “음악가로 살면서 정말 중요했던 분들은 마이스키 선생님을 비롯해 작곡가 드보르자크와 베토벤”이라며 “드보르자크의 곡으로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에 출전한 뒤 연주자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됐고, 베토벤은 지휘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 강한 불을 지펴줬다. 세 분이 이번 콘서트에 모인 셈이기에 감사하고 영광스럽다”고 감회를 밝혔다. 장한나는 디토 오케스트라에 대한 기대도 나타냈다. “디토 오케스트라는 굉장히 뜨겁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다른 오케스트라는 역대 지휘자나 연주 시즌 편성을 통해서 개성을 대략 알 수 있지만, 이 악단에 대한 정보는 백지 상태였죠. 11일부터 연습을 함께 하며 ‘살아 있는 오케스트라’라고 느꼈습니다. 서로를 알아가고 함께하는 모든 과정이 진심으로 즐겁고 기대가 큽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