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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는 꽤 격한 운동이다. 가장 먼저 연상되는 이미지가 ‘보디 체크’다. 상대방을 향해 돌진해 몸을 부딪쳐 공격을 막는 몸싸움이다. 거친 만큼 부상이나 사고도 많을 것 같다. 신영수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교수(49)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중년의 건강관리로 아이스하키가 제격이라는 것이다. 그게 가능할까. 신 교수와의 인터뷰는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신 교수는 난도가 특히 높은 무릎 인공관절 재수술 분야에서 이름이 높다.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공관절 수술은 이제 어렵지 않은 수술이 됐다. 하지만 감염이나 관리 부실로 인해 재수술하는 경우 성공률은 많이 떨어진다. 신 교수는 이 재수술 분야에서만 최근 4년 동안 국제적인 저널에 2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 아들 돌보다가 우연히 입문 신 교수는 어쩌다 아이스하키를 택한 걸까. 2018년 7월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이던 아들이 학교 방과후 수업으로 아이스하키를 배울 일이 생겼다. 성인용 아이스하키 장비는 10kg. 초등학생용도 6kg 내외로 무게가 만만찮다. 부모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아이스링크에는 신 교수처럼 아이를 돕기 위해 대기하는 아빠들이 적잖았다. 몇몇 아빠는 아이들이 레슨 받을 때 한쪽에서 재미삼아 스케이트를 탔다. 처음에 심드렁하던 신 교수도 6개월 정도 지나자 은근히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래도 한때는 스케이트깨나 탔는데…. 현실은 냉정했다. 스케이트를 신고 채 10m도 못 가 꽈당 넘어졌다. 간신히 일어났다. 또 넘어졌다. 오기가 생겼다. 아이스하키까지 배우고 말리라. 신 교수의 아이스하키 도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후 3개월 정도 레슨을 받지 않고 혼자 스케이팅 기본동작을 연습했다. 이후 정식으로 아이스하키 레슨을 받았다. 매주 금요일이면 병원 업무를 마치자마자 득달같이 아이스링크로 달려갔다. ○‘지옥 훈련’ 버티면 즐길 수 있어 신 교수는 4개월 동안 집중 레슨을 받았다. 스케이트를 신은 상태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도록 기본기를 충분히 배운 다음 스틱을 잡았다. 처음에는 상당히 힘들었다. 무거운 장비가 어깨를 짓눌렀다. 조금만 걸었는데 토할 것 같았다. 세상이 노랗게 변하며 빙글빙글 돌았다. 신 교수는 “내 체력이 얼마나 ‘저질’이었는지 그때 깨달았다”며 웃었다. 20m쯤 갔을 때부터 시야가 가릴 만큼 땀이 흘러내렸다. 50m도 못 가고 주저앉았다. 두 번째 날도 비슷했다. 셋째 날이 돼서야 50m 지점에 이를 수 있었다. 100m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기까지는 두 달이 걸렸다. 이 기간을 견디니 여유가 찾아왔다. 신 교수는 “따로 체력훈련을 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즐기려면 이 훈련을 견뎌야 한다는 심정으로 열심히 했는데 놀랍게도 그 다음부터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자신이 붙자 신 교수는 성인 아이스하키 동호회에 가입했다. 동호회는 매주 월요일 밤 모임을 가졌다.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주말 이틀, 금요일 밤 레슨에 이어 월요일 밤 아이스하키 동호회 활동까지 시작한 것이다. 일주일에 무려 4회를 아이스링크에서 보내는 셈이다. 경기를 가졌다. 아이스링크를 질주하는 기분이 상쾌했다. 스틱을 휘둘러 퍽을 쳐서 슈팅을 날리는 짜릿함이 몸에 각인되는 것 같았다. 월요일 오후가 되면 몸이 들썩였다. 신 교수는 요즘 속상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동호회 활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동호회 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다. ○“체중 안 빠질 수 없는 운동” 신 교수는 건강 증진 목적으로 아이스하키를 시작하지 않았다. 물론 체중 감량을 노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건강해졌다. 어떻게 달라졌을까. 아이스하키에 입문할 당시 신 교수 체중은 75∼76kg이었다. 배만 볼록하게 튀어나온 복부비만이었다. 지금 신 교수 체중은 64∼67kg이다. 그 사이에 10kg 가까이 줄어들었다. 사실 체중을 줄이기 위해 따로 운동한 적은 없다. 집중 레슨의 효과다. 신 교수는 “체중을 빼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아이스하키만 하면 저절로 빠지게 돼 있다”며 웃었다. 레슨이 테크닉을 배우고 개선하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체력 증진 요소도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레슨 받을 때는 5분이 경과하기도 전에 헬멧에서 바닥으로 땀이 빗물처럼 주르륵 떨어진다. 훈련 강도가 너무 강해 15분 이상 지속하지 않는다. 이어 2, 3분 쉬고 충분히 수분을 섭취한 다음 훈련을 재개한다. 체중만 줄어든 게 아니다. 다른 건강지표도 뚜렷이 개선됐다. 사실 전에는 혈압이 꽤 높은 편이었다. 수축기 혈압 150mmHg, 이완기 혈압 95mmHg에 육박했다. 정상 혈압은 각각 120mmHg, 80mmHg 미만이어야 한다. 신 교수의 경우 사실상 1기 고혈압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아이스하키를 3년 남짓 하다 보니 혈압이 완벽하게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혈압 환자에게 적당한 운동은 필수다. 신 교수 또한 “좋아하는 운동을 매주 2∼4회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건강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 허벅지가 튼튼해졌다. 아이스하키 경기를 할 때는 기마 자세로 스케이트를 타야 한다. 그러니 허벅지 근육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 교수는 그 전에는 3층 높이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갔다. 계단으로 오르면 숨이 턱 막혔다. 요즘은 3층 정도는 가볍게 계단으로 오른다. 아들과 아이스하키를 같이 하고 아내도 함께 스케이팅을 하다 보니 공통 관심사가 생겼다. 대화도 많아졌다. 신 교수가 꼽은 최고의 장점이 이것이다. “가족과의 유대감과 친밀도가 높아졌답니다.” 아이스하키 도전하려면운동전 발바닥 5분간 주무르고, 아킬레스건 강화 스트레칭을 최소 석달은 전문가에게 배워야아이스하키에 도전하는 데 조건이 있을까. 60대도 가능할까. 신영수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나이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부상도 크게 걱정할 게 없단다. 보호장비가 외부와의 충격을 완화해 주기 때문이다. 스스로 주의하면서 스케이팅을 즐기면 부상이나 사고는 별로 생기지 않는다. 신 교수에 따르면 부상이나 사고는 주로 마음이 앞설 때, 혹은 무모하게 도전할 때 발생한다. 이를테면 무리하게 터닝을 하거나 속도를 올렸다가 얼음판에 날이 깊이 박힐 때가 그렇다. 이 경우 발목 골절, 무릎 부상, 십자인대 파열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처음에는 정식으로 최소한 3개월은 전문가에게 스케이팅과 아이스하키 기술을 배우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스케이팅을 하면서 스틱을 제대로 다루는 데까지 3개월이 걸린다. 다만 체력이 좀 약하다 싶으면 기간을 조금 늘려 4, 5개월 정도 배우면서 기술을 연마하도록 한다. 운동하기 전에 충분히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먼저 발바닥을 최소한 5분 정도는 주물러 주는 게 좋다. 신 교수는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꽤 중요하다. 선수들도 실제로 이런 마사지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목 아킬레스건을 튼튼하게 하는 스트레칭도 해야 한다. 선 채로 벽에 손을 짚는다. 이때 상체나 팔에 힘을 주면 안 된다. 가급적 힘을 빼고 모든 신경은 발목에 쏟는다. 이어 발목 뒤쪽이 팽팽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쭉 뻗어준다. 20초 동안 그 상태를 유지한 뒤 발을 번갈아가며 동작을 반복한다. 각각 3회 이상씩 해 준다. 평소에도 이 스트레칭을 자주 하면 아킬레스건이 튼튼해지고 발바닥에 통증이 생기는 족저근막염을 예방할 수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아이스하키는 꽤 격한 운동이다. 가장 먼저 연상되는 이미지가 ‘보디 체크’다. 상대방을 향해 돌진해 몸을 부딪쳐 공격을 막는 몸싸움이다. 거친 만큼 부상이나 사고도 많을 것 같다. 신영수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교수(49)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중년의 건강관리로 아이스하키가 제격이라는 것이다. 그게 가능할까. 신 교수와의 인터뷰는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신 교수는 난도가 특히 높은 무릎 인공관절 재수술 분야에서 이름이 높다.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공관절 수술은 이제 어렵지 않은 수술이 됐다. 하지만 감염이나 관리 부실로 인해 재수술하는 경우 성공률은 많이 떨어진다. 신 교수는 이 재수술 분야에서만 최근 4년 동안 국제적인 저널에 2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 아들 돌보다가 우연히 입문 신 교수는 어쩌다 아이스하키를 택한 걸까. 2018년 7월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이던 아들이 학교 방과후 수업으로 아이스하키를 배울 일이 생겼다. 성인용 아이스하키 장비는 10㎏. 초등학생용도 6㎏ 내외로 무게가 만만찮다. 부모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아이스링크에는 신 교수처럼 아이를 돕기 위해 대기하는 아빠들이 적잖았다. 몇몇 아빠는 아이들이 레슨 받을 때 한쪽에서 재미삼아 스케이트를 탔다. 처음에 심드렁하던 신 교수도 6개월 정도 지나자 은근히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래도 한때는 스케이트 꽤나 탔는데…. 현실은 냉정했다. 스케이트를 신고 채 10m도 못가 꽈당 넘어졌다. 간신히 일어났다. 또 넘어졌다. 오기가 생겼다. 아이스하키까지 배우고 말리라. 신 교수의 아이스하키 도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후 3개월 정도 레슨을 받지 않고 혼자 스케이팅 기본동작을 연습했다. 이후 정식으로 아이스하키 레슨을 받았다. 매주 금요일이면 병원 업무를 마치자마자 득달같이 아이스링크로 달려갔다. ● ‘지옥 훈련’ 버티면 즐길 수 있어 신 교수는 4개월 동안 집중 레슨을 받았다. 스케이트를 신은 상태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도록 기본기를 충분히 배운 다음 스틱을 잡았다. 처음에는 상당히 힘들었다. 무거운 장비가 어깨를 짓눌렀다. 조금만 걸었는데 토할 것 같았다. 세상이 노랗게 변하며 빙글빙글 돌았다. 신 교수는 “내 체력이 얼마나 ‘저질’이었는지 그때 깨달았다”며 웃었다. 20m쯤 갔을 때부터 시야가 가릴 만큼 땀이 흘러내렸다. 50m도 못 가고 주저앉았다. 두 번째 날도 비슷했다. 셋째 날이 돼서야 50m 지점에 이를 수 있었다. 100m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기까지는 두 달이 걸렸다. 이 기간을 견디니 여유가 찾아왔다. 신 교수는 “따로 체력훈련을 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즐기려면 이 훈련을 견뎌야 한다는 심정으로 열심히 했는데 놀랍게도 그 다음부터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자신이 붙자 신 교수는 성인 아이스하키 동호회에 가입했다. 동호회는 매주 월요일 밤 모임을 가졌다.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주말 이틀, 금요일 밤 레슨에 이어 월요일 밤 아이스하키 동호회 활동까지 시작한 것이다. 일주일에 무려 4회를 아이스링크에서 보내는 셈이다. 경기를 가졌다. 아이스링크를 질주하는 기분이 상쾌했다. 스틱을 휘둘러 퍽을 쳐서 슈팅을 날리는 짜릿함이 몸에 각인되는 것 같았다. 월요일 오후가 되면 몸이 들썩였다. 신 교수는 요즘 속상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동호회 활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동호회 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다. ● “체중 안 빠질 수 없는 운동” 신 교수는 건강 증진 목적으로 아이스하키를 시작하지 않았다. 물론 체중 감량을 노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건강해졌다. 어떻게 달라졌을까. 아이스하키에 입문할 당시 신 교수 체중은 75~76㎏이었다. 배만 볼록하게 튀어나온 복부비만이었다. 지금 신 교수 체중은 64~67㎏이다. 그 사이에 10㎏ 가까이 줄어들었다. 사실 체중을 줄이기 위해 따로 운동한 적은 없다. 집중 레슨의 효과다. 신 교수는 “체중을 빼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아이스하키만 하면 저절로 빠지게 돼 있다”며 웃었다. 레슨이 테크닉을 배우고 개선하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체력 증진 요소도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레슨 받을 때는 5분이 경과하기도 전에 헬멧에서 바닥으로 땀이 빗물처럼 주르륵 떨어진다. 훈련 강도가 너무 강해 15분 이상 지속하지 않는다. 이어 2, 3분 쉬고 충분히 수분을 섭취한 다음 훈련을 재개한다. 체중만 줄어든 게 아니다. 다른 건강지표도 뚜렷이 개선됐다. 사실 전에는 혈압이 꽤 높은 편이었다. 수축기 혈압 150mmHg, 이완기 혈압 95mmHg에 육박했다. 정상 혈압은 각각 120mmHg, 80mmHg 미만이어야 한다. 신 교수의 경우 사실상 1기 고혈압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아이스하키를 3년 남짓 하다 보니 혈압이 완벽하게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혈압 환자에게 적당한 운동은 필수다. 신 교수 또한 “좋아하는 운동을 매주 2~4회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건강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 허벅지가 튼튼해졌다. 아이스하키 경기를 할 때는 기마 자세로 스케이트를 타야 한다. 그러니 허벅지 근육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 교수는 그 전에는 3층 높이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갔다. 계단으로 오르면 숨이 턱 막혔다. 요즘은 3층 정도는 가볍게 계단으로 오른다. 아들과 아이스하키를 같이 하고 아내도 함께 스케이팅을 하다 보니 공통 관심사가 생겼다. 대화도 많아졌다. 신 교수가 꼽은 최고의 장점이 이것이다. “가족과의 유대감과 친밀도가 높아졌답니다.” 아이스하키에 도전하는 데 조건이 있을까. 60대도 가능할까. 신영수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나이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부상도 크게 걱정할 게 없단다. 보호장비가 외부와의 충격을 완화해 주기 때문이다. 스스로 주의하면서 스케이팅을 즐기면 부상이나 사고는 별로 생기지 않는다. 신 교수에 따르면 부상이나 사고는 주로 마음이 앞설 때, 혹은 무모하게 도전할 때 발생한다. 이를테면 무리하게 터닝을 하거나 속도를 올렸다가 얼음판에 날이 깊이 박힐 때가 그렇다. 이 경우 발목 골절, 무릎 부상, 십자인대 파열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처음에는 정식으로 최소한 3개월은 전문가에게 스케이팅과 아이스하키 기술을 배우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스케이팅을 하면서 스틱을 제대로 다루는 데까지 3개월이 걸린다. 다만 체력이 좀 약하다 싶으면 기간을 조금 늘려 4, 5개월 정도 배우면서 기술을 연마하도록 한다. 운동하기 전에 충분히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먼저 발바닥을 최소한 5분 정도는 주물러 주는 게 좋다. 신 교수는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꽤 중요하다. 선수들도 실제로 이런 마사지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목 아킬레스건을 튼튼하게 하는 스트레칭도 해야 한다. 선 채로 벽에 손을 짚는다. 이때 상체나 팔에 힘을 주면 안 된다. 가급적 힘을 빼고 모든 신경은 발목에 쏟는다. 이어 발목 뒤쪽이 팽팽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쭉 뻗어준다. 20초 동안 그 상태를 유지한 뒤 발을 번갈아가며 동작을 반복한다. 각각 3회 이상씩 해 준다. 평소에도 이 스트레칭을 자주 하면 아킬레스건이 튼튼해지고 발바닥에 통증이 생기는 족저근막염을 예방할 수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활약이 눈부시다. 8강을 넘어 4강에까지 오르자 누구보다 환호성을 내지른 의사가 있다. 정동섭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49)다. 정 교수는 ‘배구 예찬론자’다. 그는 의대 본과 1학년이었던 1993년 배구동아리에 가입한 이후 약 30년 동안 배구에 빠져 살고 있다. 어떤 점에 끌린 걸까. 정 교수는 “배구는 혼자 잘한다고 되는 운동이 아니다. 겸손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동하고 각자 맡은 역할을 이행할 때 최고의 성과가 나오는 점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그의 아내도 배구 선수 출신이다. 대학 시절 배구동아리 경기에 참가했을 때다. 현역 대학선수들이 시범경기를 펼쳤는데 아내가 그 팀에 있었다. 한눈에 반했다고 한다. 1년 동안 아내를 쫓아다녀 연인이 됐고, 7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정 교수는 부정맥 분야에서 외과적 수술과 내과적 시술을 병행한 ‘하이브리드’ 치료를 국내에 도입한 베스트 닥터다. 심한 부정맥을 수술하려면 가슴을 열고 심장을 멈춰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 때문에 내과적 치료만 할 경우 정상 박동을 회복하는 비율은 55∼70%였다. 정 교수는 하이브리드 치료를 통해 이 비율을 93%로 올렸다.○ “배구는 나의 운명” 정 교수는 요즘도 체력에서는 웬만한 사람에게 밀리지 않는다. 그 뿌리가 의대 배구동아리라고 했다. 당시 동아리에서는 주말마다 훈련했다. 브라질과 일본에서 배구를 했다는 교포 선배들이 훈련 프로그램을 짰다. 공 좀 치고 즐기는 수준이 아니었다. 달리기, 팔굽혀펴기와 같은 기초체력 훈련만 3시간 했다. 서브 리시브는 1000회 이상 받아내야 했다. 오후 2시에 시작한 훈련은 오후 8시가 돼서야 끝났다. 독한 훈련 결과 체력이 크게 개선됐다고 한다. 정 교수는 당시 사진을 보여주며 “저때는 온몸이 근육질이었다”며 웃었다. 힘든 데도 즐거웠다. 레지던트 과정을 밟을 때는 주말에 딱 하루만 쉬었다. 하루 사이에 밀린 빨래며 청소를 끝내고 휴식도 취해야 한다. 하루가 짧은데도 정 교수는 동아리로 향했다. 2, 3시간 동안 배구를 즐기고 나면 새로운 일주일을 보낼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았다. 전문의를 따고 난 후에는 사회인 배구동호회에 가입했다. 매주 일요일 오후 4시부터 3시간 동안 배구를 했다. 때로는 훈련을 하고 때로는 경기를 했다. 돌이켜보니 배구 경력이 어느덧 28년째다. ○ 탁구에도 심취, 이명 증세 개선 효과 정 교수는 탁구 실력도 수준급이다.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1999년 탁구를 시작했으니 20년이 넘었다. 당시 주로 군 동료들과 탁구를 즐겼다. 유독 한 동료가 약을 살살 올렸는데, 그에게만은 이길 수가 없었다. 평소에는 승부욕이 없던 정 교수였지만 그 동료만큼은 이기고 싶었다. 2년 동안 퇴근한 뒤 전문 강사에게 레슨을 받았다. 가급적 ‘매일 20분 레슨, 40분 훈련’을 지켰다. 제대하기 얼마 전 정 교수는 마침내 그 동료를 꺾었다. 그 짜릿함이란 말할 수도 없었다. 이후 정 교수는 탁구동호회에 가입했다. 주말엔 배구, 주중엔 탁구를 즐겼다. 정 교수는 “그래도 내게 주력 종목은 영원히 배구”라며 웃었다. 그래도 탁구 덕을 본 적이 있다. 펠로 과정을 밟던 때였다. 갑자기 귀에서 소리가 맴돌았다. 이명(耳鳴)이었다. 소리가 워낙 커서 3일 동안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정 교수는 몸을 피곤하게 만들면 잠이 올지도 모른다며 근처 탁구장에 들어갔다. 탁구장에 있던 ‘고수’들과 몇 게임 하고 나니 증세가 나아졌다. 사실 이명은 완치가 쉽지 않다. 민감도를 낮추고 증세를 완화하는 게 최선이다. 정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이명 환자 카페에 올리기도 했다. 이후 몇몇 카페 회원들이 정 교수를 따라 탁구를 통해 증세 개선 효과를 봤다는 글을 올렸다. 꽤 뿌듯했단다. ○ 요즘엔 걷고 뛰기로 체력단련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거리 두기가 시행됐다. 이후 배구동호회와 탁구동호회 모두 활동을 잠시 접었다. 배구는 1년 반, 탁구는 1년 정도 하지 못하고 있다. 운동을 하지 않으니 체력이 떨어졌다. 보통 수술 시간은 6시간 내외다. 예전에는 수술이 끝날 때까지 큰 문제가 없었다. 운동을 중단한 후로는 집중력이 크게 떨어졌다. 대안이 필요했다. 정 교수는 걷기를 선택했다. 지난해 9월 일이다. 그때부터 매주 3일은 반드시 걸어 출퇴근했다. 집이 있는 반포에서 병원까지는 대략 15km. 처음에는 2시간 반이 걸렸다. 어느 정도 능숙해지자 달리기를 추가했다. 걷기와 뛰기를 조합하니 시간은 1시간 50분까지로 줄었다. 왕복으로 계산하자면 일주일에 3회는 30km를 걷거나 뛰는 셈이다. 정 교수는 요즘에도 평일 중 하루, 주말엔 이틀을 이런 식으로 출퇴근한다. 주말 휴일까지 병원에 가는 이유가 있다. 수술이 대개 금요일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환자 상태를 체크하려면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병원에 가야 한다. 이 때문에 정 교수는 골프를 하지 않는다. 교외로 나갔다가 응급 환자 콜이 오면 대처하기 어렵다. 정 교수는 연구실에서도 몇몇 장비를 놓고 운동한다. 건강검진 결과로 보면 혈압, 당뇨 수치, 콜레스테롤 수치 모두 정상이다. 필요 이상으로 운동을 많이 하는 건 아닐까. 일단 체력 증진을 위해 필요하다는 게 정 교수의 생각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다시 배구를 즐길 수 있는 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꾸준히 체력을 키워놔야 더 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못 말리는 배구 사랑이다.하체 근력 강화 훈련정동섭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평소 하체 근력을 강조한다. 그래야 운동도 제대로 즐길 수 있고 체력 소모가 많은 일에도 끄떡없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세 가지 운동법을 추천했다.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 아킬레스건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데 효과가 좋다. ①의자 위로 점프하기의자 혹은 의자 높이 물건을 앞에 둔다. 의자를 사용할 경우 벽에 바짝 붙여야 미끄러짐을 방지할 수 있다. 이어 바닥에서 의자 위로 점프한다. 점프할 때는 무릎을 가급적 들어올리는 게 좋다. 엉덩이는 아래로 처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15회 3세트. ②옆으로 장애물 뛰어넘기장애물과 10cm 정도 거리를 두고 선다. 정면을 본 상태에서 높이 뛰어 장애물 건너편으로 이동한다. 높이 뛸수록 좋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높이가 낮은 장애물을 둬도 된다. 그것도 부담이 된다면 신문지 같은 것을 놓고 해도 된다. 20회 3세트. ③받침대 놓고 제자리 달리기20∼30cm 높이의 받침대를 앞에 놓고 제자리달리기 하듯 두 발을 번갈아 달린다. 양팔은 자연스럽게 허리춤에 놓으면 된다. 이때 발목이 흔들리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높이 뛸 필요는 없다. 100회 이상을 쉬지 않고 하는 게 좋다. 하루 3회 반복.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활약이 눈부시다. 8강을 넘어 4강에까지 오르자 누구보다 환호성을 내지른 의사가 있다. 정동섭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49)다. 정 교수는 ‘배구 예찬론자’다. 그는 의대 본과 1학년이었던 1993년 배구동아리에 가입한 이후 30년 동안 배구에 빠져 살고 있다. 어떤 점에 끌린 걸까. 정 교수는 “배구는 혼자 잘 한다고 되는 운동이 아니다. 겸손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동하고 각자 맡은 역할을 이행할 때 최고의 성과가 나오는 점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그의 아내도 배구 선수 출신이다. 대학 시절 배구동아리 경기에 참가했을 때다. 현역 대학선수들이 시범경기를 펼쳤는데 아내가 그 팀에 있었다. 한눈에 반했다고 한다. 1년 동안 아내를 쫓아다녀 연인이 됐고, 7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정 교수는 부정맥 분야에서 외과적 수술과 내과적 시술을 병행한 ‘하이브리드’ 치료를 국내에 도입한 베스트 닥터다. 심한 부정맥을 수술하려면 가슴을 열고 심장을 멈춰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 때문에 내과적 치료만 할 경우 정상 박동을 회복하는 비율은 55~70%였다. 정 교수는 하이브리드 치료를 통해 이 비율을 93%로 올렸다. ● “배구는 나의 운명” 정 교수는 요즘도 체력에서는 웬만한 사람에 밀리지 않는다. 그 뿌리가 의대 배구동아리라고 했다. 당시 동아리에서는 주말마다 훈련했다. 브라질과 일본에서 배구를 했다는 교포 선배들이 훈련 프로그램을 짰다. 공 좀 치고 즐기는 수준이 아니었다. 달리기, 팔굽혀 펴기와 같은 기초체력 훈련만 3시간 했다. 서브 리시브는 1000회 이상 받아내야 했다. 오후 2시에 시작한 훈련은 오후 8시가 돼서야 끝났다. 독한 훈련 결과 체력이 크게 개선됐다고 한다. 정 교수는 당시 사진을 보여주며 “저때는 온몸이 근육질이었다”며 웃었다. 힘든 데도 즐거웠다. 레지던트 과정을 밟을 때는 주말에 딱 하루만 쉬었다. 하루 사이에 밀린 빨래며 청소를 끝내고 휴식도 취해야 한다. 하루가 짧은데도 정 교수는 동아리로 향했다. 2, 3시간 동안 배구를 즐기고 나면 새로운 일주일을 보낼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았다. 전문의를 따고 난 후에는 사회인 배구동호회에 가입했다. 매주 일요일 오후 4시부터 3시간 동안 배구를 했다. 때로는 훈련을 하고 때로는 경기를 했다. 돌이켜보니 배구 경력이 어느덧 28년째다. ● 탁구에도 심취, 이명 증세 개선 효과 정 교수는 탁구 실력도 수준급이다.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1999년 탁구를 시작했으니 20년이 넘었다. 당시 주로 군 동료들과 탁구를 즐겼다. 유독 한 동료가 약을 살살 올렸는데, 그에게만은 이길 수가 없었다. 평소에는 승부욕이 없던 정 교수였지만 그 동료만큼은 이기고 싶었다. 2년 동안 퇴근한 뒤 전문 강사에게 레슨을 받았다. 가급적 ‘매일 20분 레슨, 40분 훈련’을 지켰다. 제대하기 얼마 전 정 교수는 마침내 그 동료를 꺾었다. 그 짜릿함이란 말할 수도 없었다. 이후 정 교수는 탁구동호회에 가입했다. 주말엔 배구, 주중엔 탁구를 즐겼다. 정 교수는 “그래도 내게 주력 종목은 영원히 배구”라며 웃었다. 그래도 탁구 덕을 본 적이 있다. 펠로 과정을 밟던 때였다. 갑자기 귀에서 소리가 맴돌았다. 이명(耳鳴)이었다. 소리가 워낙 커서 3일 동안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정 교수는 몸을 피곤하게 만들면 잠이 올지도 모른다며 근처 탁구장에 들어갔다. 탁구장에 있던 ‘고수’들과 몇 게임 하고 나니 증세가 나아졌다. 사실 이명은 완치가 쉽지 않다. 민감도를 낮추고 증세를 완화하는 게 최선이다. 정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이명 환자 카페에 올리기도 했다. 이후 몇몇 카페 회원들이 정 교수를 따라 탁구를 통해 증세 개선 효과를 봤다는 글을 올렸다. 꽤 뿌듯했단다. ● 요즘엔 걷고 뛰기로 체력단련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거리 두기가 시행됐다. 이후 배구동호회와 탁구동호회 모두 활동을 잠시 접었다. 배구는 1년 반, 탁구는 1년 정도 하지 못하고 있다. 운동을 하지 않으니 체력이 떨어졌다. 보통 수술 시간은 6시간 내외다. 예전에는 수술이 끝날 때까지 큰 문제가 없었다. 운동을 중단한 후로는 집중력이 크게 떨어졌다. 대안이 필요했다. 정 교수는 걷기를 선택했다. 지난해 9월 일이다. 그때부터 매주 3일은 반드시 걸어 출퇴근했다. 집이 있는 반포에서 병원까지는 대략 15㎞. 처음에는 2시간 반이 걸렸다. 어느 정도 능숙해지자 달리기를 추가했다. 걷기와 뛰기를 조합하니 시간은 1시간 50분까지로 줄었다. 왕복으로 계산하자면 일주일에 3회는 30㎞를 걷거나 뛰는 셈이다. 정 교수는 요즘에도 평일 중 하루, 주말엔 이틀을 이런 식으로 출퇴근한다. 주말 휴일까지 병원에 가는 이유가 있다. 수술이 대개 금요일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환자 상태를 체크하려면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병원에 가야 한다. 이 때문에 정 교수는 골프를 하지 않는다. 교외로 나갔다가 응급 환자 콜이 오면 대처하기 어렵다. 정 교수는 연구실에서도 몇몇 장비를 놓고 운동한다. 건강검진 결과로 보면 혈압, 당뇨 수치, 콜레스테롤 수치 모두 정상이다. 필요 이상으로 운동을 많이 하는 건 아닐까. 일단 체력 증진을 위해 필요하다는 게 정 교수의 생각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다시 배구를 즐길 수 있는 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꾸준히 체력을 키워놔야 더 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못 말리는 배구 사랑이다. 정동섭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평소 하체 근력을 강조한다. 그래야 운동도 제대로 즐길 수 있고 체력 소모가 많은 일에도 끄떡없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세 가지 운동법을 추천했다.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 아킬레스건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데 효과가 좋다. ①의자 위로 점프하기 의자 혹은 의자 높이 물건을 앞에 둔다. 의자를 사용할 경우 벽에 바짝 붙여야 미끄러짐을 방지할 수 있다. 이어 바닥에서 의자 위로 점프한다. 점프할 때는 무릎을 가급적 들어올리는 게 좋다. 엉덩이는 아래로 처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15회 3세트. ②옆으로 장애물 뛰어넘기 장애물과 10㎝ 정도 거리를 두고 선다. 정면을 본 상태에서 높이 뛰어 장애물 건너편으로 이동한다. 높이 뛸수록 좋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높이가 낮은 장애물을 둬도 된다. 그것도 부담이 된다면 신문지 같은 것을 놓고 해도 된다. 20회 3세트. ③받침대 놓고 제자리 달리기 20~30㎝ 높이의 받침대를 앞에 놓고 제자리 달리기 하듯 두 발을 번갈아 달린다. 양팔은 자연스럽게 허리춤에 놓으면 된다. 이때 발목이 흔들리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높이 뛸 필요는 없다. 100회 이상을 쉬지 않고 하는 게 좋다. 하루 3회 반복.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김영훈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63)은 부정맥 분야에서 최고 명의(名醫)로 꼽힌다. 사타구니 혈관으로 기구를 삽입해 심방세동을 치료하는 ‘전극도자절제술’을 1998년에 국내 처음 도입해 현재까지 5000회 이상 시술했다. 의무부총장과 의료원장을 맡고 있지만 환자 진료를 계속하고 있다. 전국에서 김 부총장을 찾아오는 환자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래진료뿐 아니라 시술까지도 직접 한다. 이러니 체력적 부담이 꽤나 크다. 그래도 김 부총장은 거뜬하단다. 나름대로의 비결이 있을 터다. 김 부총장은 “평일에는 매일 한 시간 이상, 주말에는 3, 4시간 걷는다”라고 말했다. 걷기가 비결인 것 같은데 원칙이 있다. 김 부총장은 “하루 24시간 중 한 시간은 반드시 걷는 데 쓴다. 일종의 ‘할당 시스템’이라고 보면 된다”며 웃었다.○ 6년 동안 매일 200배(拜) 실천 사실 김 부총장이 처음부터 걷기에 매일 1시간을 할애한 것은 아니다. 2004년부터 5, 6년 동안은 독특한 건강법을 실천했다. 당시 평소 알고 지내던 기업가 지인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3000배(拜)를 했더니 허리 아픈 게 사라지고 잔병도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부총장은 불교 신도가 아니다. 그의 집안은 기독교에 더 가깝다. 그런데도 호기심이 생겼다. 곧바로 도전했다. 매일 108배를 했다. 얼마 후에는 200배로 늘렸다. 이마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절한다는 게 그렇게 좋을 줄은 몰랐다. 빠져들었다. 해외학회에 가더라도 호텔에서 200배를 했다. 심지어 비행기 안에서도 한갓진 공간을 찾아 절을 했다. 매일 200배를 하면 무릎이 남아날까. 처음엔 무릎이 까지고 피가 났다. 방석 여러 개에 피를 묻힌 후에야 김 부총장은 요령을 터득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무릎이 튼튼해졌다. 어떻게 절하면 되는 걸까. 절을 하려고 상체를 숙일 때 무릎이 아니라 손이 먼저 바닥에 닿도록 해야 한다. 손과 팔로 체중을 지탱하면서 무릎을 꿇는다. 이렇게 하면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오히려 코어 근육과 허벅지 근육이 강해진다. 김 부총장의 경우 악력과 팔의 힘도 좋아져 환자 진료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5년 동안 그렇게 매일 200배를 했다. 그러다 망막혈관 질환이 생겼다. 안압이 높아지면 증세가 악화한다. 일반적으로 상체를 숙이면 안압은 높아진다. 절하기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동작이다. 그만둬야 했다. 하지만 무시했다. 몇 차례 더 절을 하다 망막혈관이 터졌다. 그 지경이 되니 아쉽지만 접을 수밖에 없었다. 김 부총장은 “나처럼 특정 질환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절하기는 뱃살을 빼고, 코어 근육을 키우며, 마음도 편안케 하는 좋은 건강법”이라고 말했다.○“운동할 시간 없으면 모래주머니라도 차라” 절하기를 중단한 후 한동안은 다른 운동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너무 바빴다. 체력적으로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김 부총장은 일단 시술하면 오래 서 있게 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 시간을 이용하기로 했다. 모래주머니를 구했다. 시술할 때 모래주머니를 양 발목에 찼다. 그 상태로 움직이면 종아리 근육을 강화시킬 수 있다. 효과가 있을까. 김 부총장은 “주말 산행 때 꽤 도움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김 부총장은 매달 1회 정도 산행을 했다. 슬슬 산책하듯 산에 오른 게 아니다. 동료들이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속도를 올렸다. 김 부총장은 “평소 모래주머니로 종아리 근육을 강화했기 때문에 산행이 수월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산행을 하다 보니 산이 좋아졌다. 이때부터 김 부총장은 매달 한 번 이상 산행을 했다. 오후 진료를 하다 환자가 진료예약을 취소하는 바람에 시간이 생기면 북한산에 갔다. 매일 200배 이상 절하기를 한 것처럼 김 부총장은 ‘매달 1회 등산’ 원칙을 지켰다. 요즘도 이 원칙은 지키고 있다. 얼마 전에는 아들, 며느리까지 온 가족이 함께 한라산에 오르기도 했다.○1일 1시간 이상 무조건 걷기 ‘평일 한 시간 이상, 주말 3, 4시간 걷기’는 2015년부터 시작했다. 적당히 하면 이 ‘할당량’은 채울 수 없다. 김 부총장은 나름대로의 원칙을 만들고 실천했다. 김 부총장은 업무 때문에 평일 저녁 약속이 많은 편이다. 가급적 약속 장소를 서울 강북 지역으로 잡는다. 모임을 끝내면 자택이 있는 명동까지 걸어간다. 약속이 없는 날에는 전철 두세 역 전에서 내려 걸어간다. 병원에 있을 때도 틈틈이 걷는다. 처음에는 하루 걸음 수를 측정했다. 지금은 따로 측정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1만 보가 되겠다’라는 감이 생겼단다. 주말에는 남산 주변을 주로 걷는다. 여러 코스를 조합해 걷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남산에 오르지 않을 때는 청계광장까지 걸어와 물줄기를 따라 산책로를 걷는다. 청계4가까지 걷다가 퇴계로를 거쳐 명동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하면 3, 4시간이 걸린다. 주말에 산에 가면 10시간가량 걷는다. 가끔 골프도 즐긴다. 골프장에서도 카트를 타지 않는다. 18홀 내내 걷는다. 36홀을 걸은 적도 있다. 충분히 걷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집에 와서 다시 걷는다. 이렇게 하기를 6년. 걷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김 부총장은 “독감 한 번 걸리지 않았고 건강검진 결과는 최상이다”고 말했다. 어떤 건강법이든 거르지 않고 꾸준히 이어갈 때 비로소 효과를 본다. 김 부총장의 사례가 이를 입증하는 것 같다. “앉거나 서 있을때 까치발… 스트레칭 같이하면 금상첨화”종아리 근육 단련하려면김영훈 고려대 의무부총장은 부정맥 분야 명의다. 환자를 진료할 때 가장 먼저 종아리 상태를 체크한다. 종아리를 눌러보면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 종아리 근육이 튼튼하면 대체로 심장도 튼튼하단다. 종아리 근육이 탄탄하면 강력한 펌프 역할을 하면서 혈액을 심장까지 수월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부총장은 “종아리 근육은 심장 건강을 체크하는 간접 지표다. 종아리 근육은 제2의 심장이다”라고 말했다. 일상생활에서 종아리 근육을 키울 수 있는 쉬운 방법을 김 부총장이 소개했다. 첫째, 앉아 있든 서 있든 상관없이 까치발 상태를 3∼5초 유지한다. 처음에는 발이 저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익숙해지면 시원한 느낌만 남는다. 하루에 수십, 수백 번씩 해 보자. 둘째, 앉기보다는 서 있는 게 좋다. 앉을 때보다는 서 있을 때 종아리 근육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오래 서 있을 경우 하지정맥류가 우려될 수 있다. 김 부총장은 “혈관에 탄력이 없을 때 그런 질병이 생길 수 있다. 종아리 근육을 강화시키면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김 부총장은 1시간 앉아 있다면 최소한 10분은 서 있는 연습을 할 것을 권했다. 셋째, 서 있을 때 스트레칭을 같이 하면 좋다. 제자리걷기 동작을 취하되 무릎을 높이 든다. 이어 X자 형태로 손으로 반대편 무릎을 친다. 왼손으로는 오른쪽 무릎을 치고, 오른손으로는 왼쪽 무릎을 치는 식이다. 김 부총장은 집에서 TV를 보면서 이 동작을 200회 반복한다. 여유가 되면 하루에 세 번 이상 이 스트레칭을 할 것을 김 부총장은 권했다. 종아리 근육과 코어 근육 모두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김영훈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63)은 부정맥 분야에서 최고 명의(名醫)로 꼽힌다. 사타구니 혈관으로 기구를 삽입해 심방세동을 치료하는 ‘전극도자절제술’을 98년에 국내 첫 도입해 현재까지 5000회 이상 시술했다. 의무부총장과 의료원장을 맡고 있지만 환자 진료를 계속하고 있다. 전국에서 김 부총장을 찾아오는 환자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래진료뿐 아니라 시술까지도 직접 한다. 이러니 체력적 부담이 꽤나 크다. 그래도 김 부총장은 거뜬하단다. 나름대로의 비결이 있을 터다. 김 부총장은 “평일에는 매일 한 시간 이상, 주말에는 3,4시간 걷는다”라고 말했다. 걷기가 비결인 것 같은데, 원칙이 있다. 김 부총장은 “하루 24시간 중 한 시간은 반드시 걷는데 쓴다. 일종의 ‘할당 시스템’이라고 보면 된다”며 웃었다. ● 6년 동안 매일 200배(拜) 실천 사실 김 부총장이 처음부터 걷기에 매일 1시간을 할애한 것은 아니다. 2004년부터 5,6년 동안은 독특한 건강법을 실천했다. 당시 평소 알고 지내던 기업가 지인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3000배(拜)를 했더니 허리 아픈 게 사라지고 잔병도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부총장은 불교 신도가 아니다. 그의 집안은 기독교에 더 가깝다. 그런데도 호기심이 생겼다. 곧바로 도전했다. 매일 108배를 했다. 얼마 후에는 200배로 늘렸다. 이마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절한다는 게 그렇게 좋을 줄은 몰랐다. 빠져들었다. 해외학회에 가더라도 호텔에서 200배를 했다. 심지어 비행기 안에서도 한갓진 공간을 찾아 절을 했다. 매일 200배를 하면 무릎이 남아날까. 처음엔 무릎이 까지고 피가 났다. 방석 여러 개에 피를 묻힌 후에야 김 부총장은 요령을 터득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무릎이 튼튼해졌다. 어떻게 절하면 되는 걸까. 절을 하려고 상체를 숙일 때 무릎이 아니라 손이 먼저 바닥에 닿도록 해야 한다. 손과 팔로 체중을 지탱하면서 무릎을 꿇는다. 이렇게 하면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오히려 코어 근육과 허벅지 근육이 강해진다. 김 부총장의 경우 악력과 팔의 힘도 좋아져 환자 진료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5년 동안 그렇게 매일 200배를 했다. 그러다 망막혈관 질환이 생겼다. 안압이 높아지면 증세가 악화한다. 일반적으로 상체를 숙이면 안압은 높아진다. 절하기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동작이다. 그만둬야 했다. 하지만 무시했다. 몇 차례 더 절을 하다 망막혈관이 터졌다. 그 지경이 되니 아쉽지만 접을 수밖에 없었다. 김 부총장은 “나처럼 특정 질환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절하기는 뱃살을 빼고, 코어 근육을 키우며, 마음도 편안케 하는 좋은 건강법”이라고 말했다.● “운동할 시간 없으면 모래주머니라도 차라” 절하기를 중단한 후 한동안은 다른 운동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너무 바빴다. 체력적으로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김 부총장은 일단 시술하면 오래 서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 시간을 이용하기로 했다. 모래주머니를 구했다. 시술할 때 모래주머니를 양 발목에 찼다. 그 상태로 움직이면 종아리 근육을 강화시킬 수 있다. 효과가 있을까. 김 부총장은 “주말 산행 때 꽤 도움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김 부총장은 매달 1회 정도 산행을 했다. 슬슬 산책하듯 산에 오른 게 아니다. 동료들이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속도를 올렸다. 김 부총장은 “평소 모래주머니로 종아리 근육을 강화했기 때문에 산행이 수월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산행을 하다 보니 산이 좋아졌다. 이때부터 김 부총장은 매달 한 번 이상 산행을 했다. 오후 진료를 하다 환자가 진료예약을 취소하는 바람에 시간이 생기면 북한산에 갔다. 매일 200배 이상 절하기를 한 것처럼 김 부총장은 ‘매달 1회 등산’ 원칙을 지켰다. 요즘도 이 원칙은 지키고 있다. 얼마 전에는 아들, 며느리까지 온 가족이 함께 한라산에 오르기도 했다. ● 1일 1시간 이상 무조건 걷기 ‘평일 한 시간 이상, 주말 3,4시간 걷기’는 2015년부터 시작했다. 적당히 하면 이 ‘할당량’은 채울 수 없다. 김 부총장은 나름대로의 원칙을 만들고 실천했다. 김 부총장은 업무 때문에 평일 저녁 약속이 많은 편이다. 가급적 약속 장소를 서울 강북 지역으로 잡는다. 모임을 끝내면 자택이 있는 명동까지 걸어간다. 약속이 없는 날에는 전철 두세 역 전에서 내려 걸어간다. 병원에 있을 때도 틈틈이 걷는다. 처음에는 하루 걸음 수를 측정했다. 지금은 따로 측정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1만 보가 되겠다’라는 감이 생겼단다. 주말에는 남산 주변을 주로 걷는다. 여러 코스를 조합해 걷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남산에 오르지 않을 때는 청계광장까지 걸어와 물줄기를 따라 산책로를 걷는다. 청계4가까지 걷다가 퇴계로를 거쳐 명동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하면 3,4시간이 걸린다. 주말에 산에 가면 10시간가량 걷는다. 가끔 골프도 즐긴다. 골프장에서도 카트를 타지 않는다. 18홀 내내 걷는다. 36홀을 걸은 적도 있다. 충분히 걷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집에 와서 다시 걷는다. 이렇게 하기를 6년. 걷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김 부총장은 “독감 한 번 걸리지 않았고 건강검진 결과는 최상이다”고 말했다. 어떤 건강법이든 거르지 않고 꾸준히 이어갈 때 비로소 효과를 본다. 김 부총장의 사례가 이를 입증하는 것 같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SPC삼립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 ‘카페스노우’가 여름을 맞아 아이스 디저트 11종을 내놓았다. 회사 측은 이번 제품의 특징에 대해 “베이커리 전문점이나 카페에서 즐길 수 있는 디저트를 간편하게 슈퍼나 마트에서 구매해 집에서 맛볼 수 있는 홈 카페 콘셉트”라고 밝혔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다. ‘카페스노우’는 편의점과 할인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한 디저트 브랜드로 현재 50여 종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카페스노우 아이스 디저트는 전국 이마트와 킴스클럽, 슈퍼 등에서 살 수 있다. SPC삼립은 이번 제품 개발 과정에서 프랑스 유명 삽화작가 마리 아세나와 협업했다. 감각적인 일러스트 패키지를 입힌 ‘진한 초코무스케이크(홀케익)’ ‘스노우롤(플레인, 초코, 딸기)’ ‘조각케이크(뉴욕치즈, 스위트고구마, 초코티라미수)’ 등이 이번에 선보인 제품이다. 210도의 고온에서 구워 윗면은 스모키하게 그을리고 속은 촉촉한 크림치즈를 느낄 수 있는 ‘바스크 치즈케이크’와 부드럽고 폭신한 카스텔라 빵 속에 달콤한 생크림을 넣은 ‘생크림 카스텔라’도 판매한다. ‘크래프트 크림치즈 슈’와 ‘크래프트 크림치즈 케이크’는 미국 치즈 브랜드 ‘크래프트’ 크림치즈를 사용해 진한 크림치즈의 풍미가 일품이다. SPC삼립 마케팅 관계자는 “최근 홈카페 디저트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커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샷 붐이 일어남에 따라 홈 디저트 콘셉트를 반영한 제품을 내놨다”며 “차별화된 아이스 디저트를 계속해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김희정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45) 인터뷰는 환자 수술을 끝낸 직후 시작됐다. 지칠 법도 한데 활기가 넘쳤다. 원래 체력이 좋은지 물었다. 예전에는 수술 후 몸 여기저기가 쑤셨다고 한다. 김 교수는 젊은 유방암 환자들을 많이 수술하는 편이다. 흉터를 최소화하려다 보니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특히 어깨와 손목이 많이 아팠다. 지금은 안 아프단다. 달리기 덕분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까무잡잡한 피부가 유독 눈에 띄었다. 피부를 하얗게 보이려고 미백 화장품을 쓰는 사람들도 많은데…. 김 교수도 원래는 피부가 하얀 편이었다고 했다. 매일 달리다보니 까맣게 변했다는 건데, 조금도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오히려 “건강해 보인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라며 웃었다. ○ 5년 전 해외유학 때 달리기 입문 과거에도 여러 운동을 시도했다. 특히 요가를 재미있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체육관까지 왕복 시간을 포함해 2시간씩 걸리는 운동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았다. 늘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병원 내 헬스시설을 잠깐씩 이용하는 게 전부였다. 2017년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대 암센터로 유학을 갔다. 처음으로 여유가 생겼다. 현지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되자 집과 학교 사이, 약 5km를 달리기 시작했다. 40∼50분에 주파했으니 아주 빠른 속도는 아니었다. 노트북이 든 가방을 메고 천천히 달렸다. 얼마 후 이사했는데, 병원으로부터 11km 떨어진 곳이었다. 거리가 두 배로 늘어났지만 그래도 달렸다. 나중에는 자전거를 하나 사 달리기와 병행했다. 자전거를 타고 병원에 가면 돌아올 땐 달렸다. 다음 날에는 달려서 병원에 갔고, 돌아올 때 자전거를 탔다. 2018년 여름이었다. 현지에서 철인3종 경기가 열렸다. 누구나 참가할 수 있었다. 어렸을 때 수영을 오래 했고, 보스턴에 온 후 달리기와 자전거 타기를 매일 했으니 완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참가신청을 했다. 수영으로 750m, 자전거로 20km를 간 뒤 마지막으로 5km를 달렸다. 정확한 기록은 기억나지 않는다. 김 교수에게 그런 기록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완주했다는 것과 가족들이 함께 응원해줬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귀국 후 달리기로 출퇴근 유학을 끝내고 귀국하자 다시 바빠졌다. 환자 치료에 연구까지 하느라 운동할 여유가 없었다. 달리기를 잊고 한 달을 살았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병원 앞 한강공원이 예쁘다. 그 길을 달리면 되지 않을까?’ 시간을 계산해 봤다. 자동차로 출퇴근하면 30분이 걸렸다. 한강공원에서 달린다면 1시간 정도가 걸릴 것 같았다. 2019년 3월, 김 교수는 ‘출퇴근 달리기’에 도전했다. 집에서 병원까지는 약 10km. 천둥 번개가 내리치거나 미세먼지가 극도로 심한 날을 빼고는 거르지 않고 달렸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려도 뛰었다. 날씨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1시간∼1시간 20분이 소요됐다. 병원에 도착하면 계단을 이용해 연구실이 있는 12층을 올랐다. 다시 달리기를 시작한 후 한 달은 힘들었다. 단지 한두 달을 안 달렸을 뿐인데, 그 사이에 몸이 녹슬었나 보다. 근육통이 점심시간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그 후로는 예전의 컨디션을 회복했다. 오랜 시간 수술해도 몸이 아프지 않게 된 게 이때부터였다. 김 교수는 “어느 정도 달리면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새소리도 들린다. 그게 그렇게 좋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달리고 나면 하루가 상쾌해진다. 육체뿐 아니라 정신건강까지 좋아지는 기분이다.○트레일 러닝과 암벽 등반에도 도전 지난해 시어머니를 따라 북한산에 간 적이 있다. 시어머니는 가정주부지만 히말라야도 세 번 갈 정도로 ‘산 마니아’다. 김 교수는 전에 산에 간 적이 별로 없다. 한 수 배우는 셈으로 시어머니를 따라갔는데 인상이 깊었다고 한다. 울창한 숲속에 있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후 초등학생 막내딸을 데리고 산에 종종 갔다. 산행 중 사람들이 달리는 걸 목격했다. 퍼뜩 그 생각이 들었다. ‘산에서 달리면 더 좋지 않을까?’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등산로를 따라 달려봤다. 이른바 ‘트레일러닝’을 시작한 것이다. 경기 지역의 청계산에서 광교산까지 27km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렸다. 오전 9시에 시작한 달리기는 오후 4시에야 끝났다. 신세계를 체험한 것 같았다. 트레일러닝에 빠져들었다. 이때부터 김 교수는 매주 주말 휴일 중 하루는 산에 오른다. 물론 트레일러닝을 하기 위해서다. 보통은 10∼15km의 거리를 달린다. 김 교수는 “주말에 1시간 여유가 생기면 집 근처를 달리고, 3시간 여유가 있으면 산에 가서 뛴다”고 말했다. 트레일러닝을 하다 보니 또 다른 욕심이 생겼다. 암벽 등반이었다. 뭐가 하고 싶으면 꼭 해야 하는 성미다. 김 교수는 트레일러닝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등산학교를 찾았다. 아직 초보 딱지를 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몇 차례 암벽 등반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에게는 꿈이 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젊은 여성 유방암 환자들과 함께 달리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환자 중 일부는 호르몬 치료로 인해 젊은 데도 갱년기 증세가 나타난다. 그런 환자들에게는 식단 조절도 중요하지만 운동이 꼭 필요하다. 김 교수는 “말로만 운동하라고 하는 게 아니라 함께 달리면서 환자를 치료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달리기로 건강 다지려면천천히 오래 달려야 효과… 보통사람은 10km 적당달리기의 매력은 뭘까. 김희정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해외 학회에 참가할 때도 운동화를 꼭 챙겼다”고 했다. 아무 장비 없이 운동화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달릴 수 있고, 주변의 러너들과도 쉽게 어울릴 수 있는 것이 달리기의 큰 매력이다. 김 교수는 올해 4, 5월에 각각 42.195km 마라톤 풀코스를 달렸다. 풀코스 마라톤은 첫 도전이었다. 사실 못할 줄 알았다. 하지만 두 번 모두 완주하는 데 성공했다. 비대면 방식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스스로 기록을 측정했다. 5시간 반 정도였다. 기록 자체만 보면 하위권이다. 김 교수는 기록에 별 미련을 두지 않는다. 달리고 싶어 달리는데 기록이 왜 중요하냐는 것이다. 달리기를 시작한다면 기록에 신경 쓰지 말 것을 권한다. 기록을 염두에 두면 무리하게 빨리 달리려 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천천히 오래 달리기를 김 교수는 선호한다. 그래야 몸에 부담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달리는 건지, 빨리 걷는 건지 애매한 속도도 괜찮다. 이렇게 달리다 보면 체력이 좋아지고, 그때 가서 속도를 올리면 된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의 거리를 달릴 때 가장 좋을까. 김 교수는 개인적 차이가 있다는 전제 아래 10km를 추천했다. 처음에 2, 3km 구간에는 숨이 차고 옆구리가 아플 때도 있다. 이때 멈추지 않고 숨을 깊게 쉬면서 천천히 계속 달리면 3, 4km 구간부터 서서히 좋아진다. 대체로 5km 구간을 넘어서면 몸이 편안해진다. 이때부터 온갖 잡념이 사라지고 주변 풍경이 보이기 시작한단다. 김 교수는 “후반부 5km 구간은 행복한 달리기”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김희정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45) 인터뷰는 환자 수술을 끝낸 직후 시작됐다. 지칠 법도 한데 활기가 넘쳤다. 원래 체력이 좋은지 물었다. 예전에는 수술 후 몸 여기저기가 쑤셨다고 한다. 김 교수는 젊은 유방암 환자들을 많이 수술하는 편이다. 흉터를 최소화하려다 보니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특히 어깨와 손목이 많이 아팠다. 지금은 안 아프단다. 달리기 덕분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까무잡잡한 피부가 유독 눈에 띄었다. 피부를 하얗게 보이려고 미백 화장품을 쓰는 사람들도 많은데…. 김 교수도 원래는 피부가 하얀 편이었다고 했다. 매일 달리다보니 까맣게 변했다는 건데, 조금도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오히려 “건강해 보인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라며 웃었다. ● 5년 전 해외유학 때 달리기 입문과거에도 여러 운동을 시도했다. 특히 요가를 재미있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체육관까지 왕복 시간을 포함해 2시간씩 걸리는 운동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았다. 늘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병원 내 헬스시설을 잠깐씩 이용하는 게 전부였다. 2017년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대 암센터로 유학을 갔다. 처음으로 여유가 생겼다. 현지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되자 집과 학교 사이, 약 5㎞를 달리기 시작했다. 40~50분에 주파했으니 아주 빠른 속도는 아니었다. 노트북이 든 가방을 메고 천천히 달렸다. 얼마 후 이사했는데, 병원으로부터 11㎞ 떨어진 곳이었다. 거리가 두 배로 늘어났지만 그래도 달렸다. 나중에는 자전거를 하나 사 달리기와 병행했다. 자전거를 타고 병원에 가면 돌아올 땐 달렸다. 다음 날에는 달려서 병원에 갔고, 돌아올 때 자전거를 탔다. 2018년 여름이었다. 현지에서 철인3종 경기가 열렸다. 누구나 참가할 수 있었다. 어렸을 때 수영을 오래 했고, 보스턴에 온 후 달리기와 자전거 타기를 매일 했으니 완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참가신청을 했다. 수영으로 750m, 자전거로 20㎞를 간 뒤 마지막으로 5㎞를 달렸다. 정확한 기록은 기억나지 않는다. 김 교수에게 그런 기록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완주했다는 것과 가족들이 함께 응원해줬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 귀국 후 달리기로 출퇴근유학을 끝내고 귀국하자 다시 바빠졌다. 환자 치료에 연구까지 하느라 운동할 여유가 없었다. 달리기를 잊고 한 달을 살았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병원 앞 한강공원이 예쁘다. 그 길을 달리면 되지 않을까?’ 시간을 계산해 봤다. 자동차로 출퇴근하면 30분이 걸렸다. 한강공원에서 달린다면 1시간 정도가 걸릴 것 같았다. 2019년 3월, 김 교수는 ‘출퇴근 달리기’에 도전했다. 집에서 병원까지는 약 10㎞. 천둥 번개가 내리치거나 미세먼지가 극도로 심한 날을 빼고는 거르지 않고 달렸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려도 뛰었다. 날씨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1시간~1시간 20분이 소요됐다. 병원에 도착하면 계단을 이용해 연구실이 있는 12층을 올랐다. 다시 달리기를 시작한 후 한 달은 힘들었다. 단지 한두 달을 안 달렸을 뿐인데, 그 사이에 몸이 녹슬었나 보다. 근육통이 점심시간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그 후로는 예전의 컨디션을 회복했다. 오랜 시간 수술해도 몸이 아프지 않게 된 게 이때부터였다. 김 교수는 “어느 정도 달리면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새소리도 들린다. 그게 그렇게 좋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달리고 나면 하루가 상쾌해진다. 육체뿐 아니라 정신건강까지 좋아지는 기분이다.● 트레일 러닝과 암벽 등반에도 도전지난해 시어머니를 따라 북한산에 간 적이 있다. 시어머니는 가정주부지만 히말라야도 세 번 갈 정도로 ‘산 마니아’다. 김 교수는 전에 산에 간 적이 별로 없다. 한 수 배우는 셈으로 시어머니를 따라갔는데 인상이 깊었다고 한다. 울창한 숲 속에 있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후 초등학생 막내딸을 데리고 산에 종종 갔다. 산행 중 사람들이 달리는 걸 목격했다. 퍼뜩 그 생각이 들었다. ‘산에서 달리면 더 좋지 않을까?’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등산로를 따라 달려봤다. 이른바 ‘트레일러닝’을 시작한 것이다. 경기 지역의 청계산에서 광교산까지 27㎞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렸다. 오전 9시에 시작한 달리기는 오후 4시에야 끝났다. 신세계를 체험한 것 같았다. 트레일러닝에 빠져들었다. 이때부터 김 교수는 매주 주말 휴일 중 하루는 산에 오른다. 물론 트레일러닝을 하기 위해서다. 보통은 10~15㎞의 거리를 달린다. 김 교수는 “주말에 1시간 여유가 생기면 집 근처를 달리고, 3시간 여유가 있으면 산에 가서 뛴다”고 말했다. 트레일러닝을 하다 보니 또 다른 욕심이 생겼다. 암벽등반이었다. 뭐가 하고 싶으면 꼭 해야 하는 성미다. 김 교수는 트레일러닝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등산학교를 찾았다. 아직 초보 딱지를 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몇 차례 암벽등반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에게는 꿈이 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젊은 여성 유방암 환자들과 함께 달리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환자 중 일부는 호르몬 치료로 인해 젊은 데도 갱년기 증세가 나타난다. 그런 환자들에게는 식단 조절도 중요하지만 운동이 꼭 필요하다. 김 교수는 “말로만 운동하라고 하는 게 아니라 함께 달리면서 환자를 치료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기록 신경쓰지 말고, 천천히 오래 달려라 달리기의 매력은 뭘까. 김희정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해외 학회에 참가할 때도 운동화를 꼭 챙겼다”고 했다. 아무 장비 없이 운동화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달릴 수 있고, 주변의 러너들과도 쉽게 어울릴 수 있는 것이 달리기의 큰 매력이다. 김 교수는 올해 4, 5월에 각각 42.195㎞ 마라톤 풀코스를 달렸다. 풀코스 마라톤은 첫 도전이었다. 사실 못할 줄 알았다. 하지만 두 번 모두 완주하는 데 성공했다. 비대면 방식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스스로 기록을 측정했다. 5시간 반 정도였다. 기록 자체만 보면 하위권이다. 김 교수는 기록에 별 미련을 두지 않는다. 달리고 싶어 달리는데 기록이 왜 중요하냐는 것이다. 달리기를 시작한다면 기록에 신경 쓰지 말 것을 권한다. 기록을 염두에 두면 무리하게 빨리 달리려 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천천히 오래 달리기를 김 교수는 선호한다. 그래야 몸에 부담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달리는 건지, 빨리 걷는 건지 애매한 속도도 괜찮다. 이렇게 달리다 보면 체력이 좋아지고, 그때 가서 속도를 올리면 된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의 거리를 달릴 때 가장 좋을까. 김 교수는 개인적 차이가 있다는 전제 아래 10㎞를 추천했다. 처음에 2, 3㎞ 구간에는 숨이 차고 옆구리가 아플 때도 있다. 이때 멈추지 않고 숨을 깊게 쉬면서 천천히 계속 달리면 3, 4㎞ 구간부터 서서히 좋아진다. 대체로 5㎞ 구간을 넘어서면 몸이 편안해진다. 이때부터 온갖 잡념이 사라지고 주변 풍경이 보이기 시작한단다. 김 교수는 “후반부 5㎞ 구간은 행복한 달리기”라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초등학생 때부터 야구가 좋았다. 동네 친구들과 야구팀을 만들었고, 해가 질 때까지 뛰어다녔다. 야구장에서 경기를 볼 기회가 생겼다. 조명에 반짝이는 선수들의 헬멧이 인상적이었다. 순간 꿈이 생겼다. 야구 선수가 되고 싶었다.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49)는 유년 시절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의대로 진로를 바꿨기 때문이다. 이후 야구와는 거리를 두고 살았다. 대학에 들어온 후 야구동아리에 가입할까도 생각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레지던트 1년 차였던 2000년 다시 야구를 시작했다. 선배의 추천으로 사회인 야구팀에 가입했다. 매주 일요일 경기장에 나갔다. 경기가 진행되는 2시간 반 동안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노 교수는 정신건강의학과 베스트 닥터가 됐다. 알코올, 담배, 마약, 도박, 인터넷 게임 등 다양한 분야의 중독 환자를 치료한다. 불면증이나 공황장애 분야도 다룬다. 노 교수는 여전히 일요일 경기를 기다리는 야구 마니아다.○ 20년째 사회인 야구 리그 활동 노 교수는 현재 2개의 사회인 야구팀에 참여하고 있다. 한 팀은 의사들, 또 다른 팀은 병원 동료들로 구성됐다. 각 팀은 서로 다른 리그에 속해 있다. 노 교수는 “프로야구처럼 사회인 야구도 10여 개 팀이 하나의 리그를 구성한다. 여러 개의 리그가 있다”고 말했다. 각각의 사회인 야구 리그는 매년 3월 시작해 10월에 끝난다. 경기는 일요일에 열린다. 오전 6시 반 첫 경기를 시작해 오후 7시에 마지막 경기가 끝난다. 나중에는 경기 전적을 집계해 상위 4개 팀이 플레이오프를 하며 최종 우승팀도 가린다. 우승 경력도 있다. 그가 속한 ‘대한의사야구회’ 팀이 2003년 창단 첫해 우승했다. 당시 노 교수는 4년 차 레지던트였다. 전문의 시험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때였다. 한겨울이라 운동장 구석에 불을 피워 놓고 몸을 녹이며 경기를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못 말리는 야구 사랑이다. 노 교수는 “본과 시절에도 수업을 ‘땡땡이’ 치고 야구하러 갔다가 교수님께 크게 혼난 적이 있다”며 웃었다. 심지어 미국 보스턴에서 유학 생활을 할 때도 현지 교민, 유학생, 주재원과 ‘한인베이스볼리그’에 참여했다. ○ 육체 건강보다 정신 건강에 더 효과 요즘도 매달 2, 3회 경기장에서 야구를 한다.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까. 노 교수는 “사실 땀으로 흠뻑 젖거나 운동을 마쳤을 때의 개운한 맛은 없다”고 했다. 육체 건강에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 대신 정신적 만족감이 크다. 노 교수는 “사회인 야구의 가장 큰 장점은 ‘힐링’이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소통하고 경기를 하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업무 스트레스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경기가 예정된 1주일과, 그렇지 않은 1주일의 심리 상태가 다르다. 다가오는 일요일에 경기가 있으면 환자를 진료할 때도 의욕이 넘친다. 반대로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될 것 같으면 우울해진다. 계절적으로는 여름보다 겨울에 더 우울하다. 야구를 못 하니까 그렇다. 노 교수가 할 말이 더 있단다. “환자 중에 치매를 앓는 분이 있습니다. 평소 짜증을 많이 내는데, 야구 중계만 틀어주면 얼굴 표정이 환해집니다. 야구에 빠지면 다들 그렇지 않을까요?”○ 야구 잘하기 위해 체력운동 병행 야구를 하다가 두 차례 다쳤다. 한 번은 종아리 근육이 찢어졌고, 또 한 번은 허벅지 뒤쪽 햄스트링 근육이 찢어졌다. 재활의학과 동료 교수가 “나이 들면 근육이 약해지니 부상을 막기 위해 스트레칭을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 스트레칭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노 교수는 어깨가 강한 편이 아니다. 공을 강하게 던지다가 어깨 파열이 올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어깨와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훈련도 한다. 4년 전부터는 헬스클럽을 다니고 있다. 매주 3회 이상 30분 동안 걷기와 달리기를 섞어 유산소 운동을 한다. 추가로 30분 동안 근력 운동을 한다. 근력 운동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1년 동안 트레이너에게 훈련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운동하는 이유가 흥미롭다. 노 교수는 “앞으로도 계속 야구를 하려면 기초체력이 있어야 한다. 운동을 꾸준히 하지 않으면 체력 유지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유야 어떻든 결과적으로는 건강증진 효과가 크다. 덕분에 건강검진을 할 때도 걱정을 하지 않는다. 실제로 당, 혈압, 콜레스테롤 등 대부분 수치가 정상 범위에 있다. 부상 예방 위한 스트레칭○목 정면을 보고 선 뒤 어깨에 힘을 뺀다. 턱 밑을 두 손으로 받치고 쭉 위로 올린다([1]). 다음에는 두 손을 깍지 낀 뒤 뒷목에 대고 아래로 지그시 누른다. 이어 머리를 45도 정도 오른쪽으로 튼 뒤 손으로 누른다.이때 왼팔은 등 뒤에 댄다([2]). ○어깨 정면을 보고 선 뒤 어깨에 힘을 뺀다. 상체를 고정한 상태에서 왼팔을 가슴에서 수평하게 오른쪽으로 쭉 뻗는다. 이때 오른팔로 왼팔을 눌러준다([3]). 이어 왼팔 팔꿈치가 머리에 닿도록 올린 뒤 머리 뒤쪽에서 오른팔로 왼 팔꿈치를 눌러준다. 마지막으로 양팔을 앞으로 쭉 뻗는데 이때 등을 최대한 펴줘야 한다([4]). ○ 하체 양발을 어깨보다 조금 넓게 벌려 선다. 이어 왼쪽 어깨부터 왼쪽 팔까지 쭉 앞으로 내밀며 허벅지를 누른다. 허벅지 뒤쪽 근육을 이완시키는 데 좋다([5]). 그 다음에는 선 채로 발목을 좌우로 풀어준다. ※모든 동작은 10∼15초씩 진행하며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가며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초등학생 때부터 야구가 좋았다. 동네 친구들과 야구팀을 만들었고, 해가 질 때까지 뛰어다녔다. 야구장에서 경기를 볼 기회가 생겼다. 조명에 반짝이는 선수들의 헬멧이 인상적이었다. 순간 꿈이 생겼다. 야구 선수가 되고 싶었다.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49)는 유년 시절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의대로 진로를 바꿨기 때문이다. 이후 야구와는 거리를 두고 살았다. 대학에 들어온 후 야구동아리에 가입할까도 생각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레지던트 1년 차였던 2000년 다시 야구를 시작했다. 선배의 추천으로 사회인 야구팀에 가입했다. 매주 일요일 경기장에 나갔다. 경기가 진행되는 2시간 반 동안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노 교수는 정신건강의학과 베스트 닥터가 됐다. 알코올, 담배, 마약, 도박, 인터넷 게임 등 다양한 분야의 중독 환자를 치료한다. 불면증이나 공황장애 분야도 다룬다. 노 교수는 여전히 일요일 경기를 기다리는 야구 마니아다.● 20년째 사회인 야구 리그 활동노 교수는 현재 2개의 사회인 야구팀에 참여하고 있다. 한 팀은 의사들, 또 다른 팀은 병원 동료들로 구성됐다. 각 팀은 서로 다른 리그에 속해 있다. 노 교수는 “프로야구처럼 사회인 야구도 10여 개 팀이 하나의 리그를 구성한다. 여러 개의 리그가 있다”고 말했다. 각각의 사회인 야구 리그는 매년 3월 시작해 10월에 끝난다. 경기는 일요일에 열린다. 오전 6시 반 첫 경기를 시작해 오후 7시에 마지막 경기가 끝난다. 나중에는 경기 전적을 집계해 상위 4개 팀이 플레이오프를 하며 최종 우승팀도 가린다. 우승 경력도 있다. 그가 속한 ‘대한의사야구회’ 팀이 2003년 창단 첫해 우승했다. 당시 노 교수는 4년 차 레지던트였다. 전문의 시험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때였다. 한겨울이라 운동장 구석에 불을 피워 놓고 몸을 녹이며 경기를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못 말리는 야구 사랑이다. 노 교수는 “본과 시절에도 수업을 ‘땡땡이’ 치고 야구하러 갔다가 교수님께 크게 혼난 적이 있다”며 웃었다. 심지어 미국 보스턴에서 유학 생활을 할 때도 현지 교민, 유학생, 주재원과 ‘한인베이스볼리그’에 참여했다. ● 육체 건강보다 정신 건강에 더 효과요즘도 매달 2, 3회 경기장에서 야구를 한다.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까. 노 교수는 “사실 땀으로 흠뻑 젖거나 운동을 마쳤을 때의 개운한 맛은 없다”고 했다. 육체 건강에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 대신 정신적 만족감이 크다. 노 교수는 “사회인 야구의 가장 큰 장점은 ‘힐링’이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소통하고 경기를 하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업무 스트레스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경기가 예정된 1주일과, 그렇지 않은 1주일의 심리 상태가 다르다. 다가오는 일요일에 경기가 있으면 환자를 진료할 때도 의욕이 넘친다. 반대로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될 것 같으면 우울해진다. 계절적으로는 여름보다 겨울에 더 우울하다. 야구를 못 하니까 그렇다. 노 교수가 할 말이 더 있단다. “환자 중에 치매를 앓는 분이 있습니다. 평소 짜증을 많이 내는데, 야구중계만 틀어주면 얼굴 표정이 환해집니다. 야구에 빠지면 다들 그렇지 않을까요?”● 야구 잘하기 위해 체력운동 병행야구를 하다가 두 차례 다쳤다. 한 번은 종아리 근육이 찢어졌고, 또 한 번은 허벅지 뒤쪽 햄스트링 근육이 찢어졌다. 재활의학과 동료 교수가 “나이 들면 근육이 약해지니 부상을 막기 위해 스트레칭을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 스트레칭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노 교수는 어깨가 강한 편이 아니다. 공을 강하게 던지다가 어깨 파열이 올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어깨와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훈련도 한다. 4년 전부터는 헬스클럽을 다니고 있다. 매주 3회 이상 30분 동안 걷기와 달리기를 섞어 유산소 운동을 한다. 추가로 30분 동안 근력 운동을 한다. 근력 운동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1년 동안 트레이너에게 훈련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운동하는 이유가 흥미롭다. 노 교수는 “앞으로도 계속 야구를 하려면 기초체력이 있어야 한다. 운동을 꾸준히 하지 않으면 체력 유지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유야 어떻든 결과적으로는 건강증진 효과가 크다. 덕분에 건강검진을 할 때도 걱정을 하지 않는다. 실제로 당, 혈압, 콜레스테롤 등 대부분 수치가 정상 범위에 있다.스트레칭 요령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부상을 막으려면 운동 전에 반드시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효과가 좋은 스트레칭 동작을 추렸다. 모든 동작은 10~15초씩 진행하며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가며 한다. ● 목 스트레칭 정면을 보고 선 뒤 어깨에 힘을 뺀다. 턱 밑을 두 손으로 받치고 쭉 위로 올린다(①). 다음에는 두 손을 깍지 낀 뒤 뒷목에 대고 아래로 지그시 누른다. 이어 머리를 45도 정도 오른쪽으로 튼 뒤 손으로 누른다. 이때 왼팔은 등 뒤에 댄다(②).● 어깨 스트레칭 정면을 보고 선 뒤 어깨에 힘을 뺀다. 상체를 고정한 상태에서 왼팔을 가슴에서 수평하게 오른쪽으로 쭉 뻗는다. 이때 오른팔로 왼팔을 눌러준다(③). 이어 왼팔 팔꿈치가 머리에 닿도록 올린 뒤 머리 뒤쪽에서 오른팔로 왼 팔꿈치를 눌러준다. 마지막으로 양팔을 앞으로 쭉 뻗는데 이때 등을 최대한 펴줘야 한다(④). ● 하체 스트레칭 양발을 어깨보다 조금 넓게 벌려 선다. 이어 왼쪽 어깨부터 왼쪽 팔까지 쭉 앞으로 내밀며 허벅지를 누른다. 허벅지 뒤쪽 근육을 이완시키는 데 좋다(⑤). 그 다음에는 선 채로 발목을 좌우로 풀어준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57)에게 집은 휴식 장소이면서 운동 공간이다. 딸과 아들은 운동 파트너다. 박 교수는 가족과 한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것을 즐긴다. 매일 아침 식사는 반드시 가족과 먹는다. 두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도 매주 한 번 이상은 꼭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가족과 식사를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마음의 위안이 된다. 식사를 마치면 서로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단, 소파에 앉지 않는다. 세 사람은 기차놀이를 하듯 일렬로 서서 거실을 배회하며 대화한다. 직장 이야기에 이성 친구 이야기를 하다 보면 15분이 후딱 지나간다. 잠자기 1시간 반 전에는 딸과 스트레칭을 한다. 상체와 하체를 풀어주는 데 각각 15분씩, 총 30분을 투자한다. 스트레칭을 끝내고 나면 근육이 이완된다. 덕분에 숙면할 수 있다. 근력 운동도 잊지 않는다. 주로 스쾃을 한다. 정식으로 하면 무릎에 힘이 많이 들어가 통증이 생길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스쾃 보조도구를 이용한다. 매일 15회씩 2세트를 한다. 가끔은 ‘스테퍼’를 이용해 계단을 오르는 운동을 한다. ○ “부지런히 움직이기만 해도 건강” 박 교수는 이런 건강법을 ‘일상생활에서 활동량 늘리기’라고 했다. 일부러 헬스클럽에 가지 않아도 자주 움직이면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주 한두 번은 가족과 외식을 한다. 다만 집에서 4000∼5000보 떨어진 식당을 찾는다. 외식하기 위해 30∼40분을 걷는다. 이 또한 활동량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딸과 쇼핑하거나 카페에 간다. 이때도 최소한 20분 이상 걷는다. 박 교수는 “이렇게 하면 일주일에 2, 3일은 1만2000∼1만5000보를 걷는 셈”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출퇴근도 지하철로 한다. 걷는 게 생활이 되다 보니 승용차가 필요 없어졌다. 주차장에 세워놓고 한동안 운전하지 않아 고장이 났다. 이후 승용차를 아예 없애 버렸다. 5년 전 일이다. 지금도 승용차가 없다. 병원 업무가 많아 종종 가사도우미를 불렀다. 그러다 지난해부터는 박 교수가 식사를 준비하고 빨래와 청소도 직접 한다. 활동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근육량도 늘었다. 박 교수는 “건강검진을 하면 전업주부였던 친정 엄마가 근육량이 더 많았는데 이유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호흡이 건강에 특히 중요” 박 교수는 오후 진료가 없는 날이면 병원 인근의 창경궁에 간다. 3년 전 시작한 습관이다. 너무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은 수준인 속보로 걷는다. 보통 20∼30분을 걷는다. 사실 창경궁 산책은 육체 건강보다는 정신 건강을 위해서다. 하루 종일 실내에만 있다 보면 답답함을 느낀다. 실내 환기를 자주 한다고 해도 숲에서 부는 바람에 비할 수는 없다. 박 교수는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첫 번째가 호흡이다”고 말했다. 푸른 숲을 거닐며 깊은 호흡을 하다 보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고 머리가 맑아진다. 박 교수는 실제 자신의 환자 사례를 소개했다. 폐암 환자였는데, 감정적으로 격해지면 호흡에 이상이 생겼다. 심장 박동도 빨라졌다. 환자는 치유의 일환으로 국내 이곳저곳 여행을 다녔다. 주로 침엽수가 많은 지역에서 삼림욕을 했다. 그랬더니 다음 진료 때 환자의 얼굴색이 밝아졌다. 기분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아졌단다. 박 교수는 “창경궁에 가는 게 바로 이 때문”이라며 “중년 이후에는 ‘감정 컨트롤’을 잘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해도 문제, 부족해도 문제” 운동과 음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박 교수는 명쾌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부족해서도 안 되지만 과해도 안 된다는 것이다. 30대 중반에 2년 동안 육류를 입에 대지 않았던 적이 있다. 아침 식사도 걸렀다. 당시 일손이 모자라 하루도 쉬지 못하고 있었다. 활동량이 많은데 음식 섭취량을 확 줄인 셈이다. 그 결과 체중이 급격하게 줄었다. 부작용이 나타났다. 환자 진료를 하는 도중 갑자기 말이 툭툭 끊어졌다. 아주 짧은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돼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박 교수는 “배터리가 완전히 꺼지는 것 같았다”라고 회고했다. 40대 때는 체중을 의도적으로 늘렸다. 고기를 조금이나마 먹기 시작했고, 아침 식사도 거르지 않았다. 덕분에 몸이 좋아지는 듯했다. 그런데 40대 후반이 되자 다시 축 처졌다. 힘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주 4회 근력 운동을 했다. 하지만 더 피곤했다. 환자들에게도 친절하게 말할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식단을 들여다보니 채소 위주였다. 가급적 적은 양이라도 매끼 육류를 같이 먹기 시작했다. 다시 몸에 힘이 생겼다. 이후 운동도 격하게 하지 않는다. 조금 힘들다 싶으면 반드시 휴식 시간을 갖는다. 허기가 느껴지면 육류로 영양을 보충한다. 박 교수는 “활동량이 많으면 충분하게 음식 섭취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근육부터 빠진다”고 말했다. 요컨대 음식이든 운동이든 지나치지 않고 적절해야 한다는 말이다.연령대별 운동할 때 주의할 점2030 감정관리 최우선4050 강도보다 활동량6070 과도한 운동 금물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평소 “나이에 따라 특히 신경 써야 할 점이 다르다”고 말한다. 연령대별로 주의할 점을 들어봤다. ① 20, 30대 감정 관리 신경 써야 20대와 30대는 왕성하게 활동하고 음식도 많이 먹는 편이다. 심한 비만이 아니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많이 움직이면 몸이 그만큼 많은 음식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음식의 양을 제한하기보다는 규칙적으로 먹는 게 중요하다. 20, 30대의 건강을 위협하는 큰 요소는 따로 있다. 이들은 대체로 수면 시간이 짧은 데다 수면의 질도 좋지 않다. 취업 및 직장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감정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감정 관리에 실패할 경우 우울증, 폭식증, 대인 기피 등 여러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② 40, 50대는 활동량이나 운동 늘려야 40대와 50대도 감정 관리는 무척 중요하다. 다만 이 무렵부터 체력적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일단 근육량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남자들은 어느 정도 근육이 붙어 있기 때문에 운동을 시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마음먹기가 중요하다. 하지만 여자들은 운동을 해본 경험이 적을 수 있다. 이 경우 강도가 높은 운동에 도전하기보다는 활동량을 늘리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또한 이 무렵부터 암이나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무엇보다 짜거나 매운 음식, 탄 음식을 덜 먹으려고 노력해야 한다.③ 60대 이후 지나친 운동 삼가야 60대 이후에는 몸의 상태에 따라 달리 대응해야 한다. 여전히 근력이 있다면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다만 65세 이후에는 과도한 운동이 되레 병을 부를 수도 있다. 이때부터는 운동보다는 영양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운동을 많이 하는데 음식 섭취량이 줄어들면 좋지 않다. 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또한 암이나 만성질환에 걸릴 것에 대비해 충분히 먹어둬야 한다.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노인 환자일수록 치료 성적도 좋지 않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57)에게 집은 휴식 장소이면서 운동 공간이다. 딸과 아들은 운동 파트너다. 박 교수는 가족과 한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것을 즐긴다. 매일 아침 식사는 반드시 가족과 먹는다. 두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도 매주 한 번 이상은 꼭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가족과 식사를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마음의 위안이 된다. 식사를 마치면 서로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단, 소파에 앉지 않는다. 세 사람은 기차놀이를 하듯 일렬로 서서 거실을 배회하며 대화한다. 직장 이야기에 이성 친구 이야기를 하다 보면 15분이 후딱 지나간다. 잠자기 1시간 반 전에는 딸과 스트레칭을 한다. 상체와 하체를 풀어주는 데 각각 15분씩, 총 30분을 투자한다. 스트레칭을 끝내고 나면 근육이 이완된다. 덕분에 숙면할 수 있다. 근력 운동도 잊지 않는다. 주로 스쾃을 한다. 정식으로 하면 무릎에 힘이 많이 들어가 통증이 생길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스쾃 보조도구를 이용한다. 매일 15회씩 2세트를 한다. 가끔은 ‘스테퍼’를 이용해 계단을 오르는 운동을 한다. ● “부지런히 움직이기만 해도 건강”박 교수는 이런 건강법을 ‘일상생활에서 활동량 늘리기’라고 했다. 일부러 헬스클럽에 가지 않아도 자주 움직이면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주 한두 번은 가족과 외식을 한다. 다만 집에서 4000~5000보 떨어진 식당을 찾는다. 외식하기 위해 30~40분을 걷는다. 이 또한 활동량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딸과 쇼핑하거나 카페에 간다. 이때도 최소한 20분 이상 걷는다. 박 교수는 “이렇게 하면 일주일에 2, 3일은 1만2000~1만5000보를 걷는 셈”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출퇴근도 지하철로 한다. 걷는 게 생활이 되다 보니 승용차가 필요 없어졌다. 주차장에 세워놓고 한동안 운전하지 않아 고장이 났다. 이후 승용차를 아예 없애 버렸다. 5년 전 일이다. 지금도 승용차가 없다. 병원 업무가 많아 종종 가사도우미를 불렀다. 그러다 지난해부터는 박 교수가 식사를 준비하고 빨래와 청소도 직접 한다. 활동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근육량도 늘었다. 박 교수는 “건강검진을 하면 전업주부였던 친정 엄마가 근육량이 더 많았는데 이유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 “호흡이 건강에 특히 중요” 박 교수는 오후 진료가 없는 날이면 병원 인근의 창경궁에 간다. 3년 전 시작한 습관이다. 너무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은 수준인 속보로 걷는다. 보통 20~30분을 걷는다. 사실 창경궁 산책은 육체 건강보다는 정신 건강을 위해서다. 하루 종일 실내에만 있다 보면 답답함을 느낀다. 실내 환기를 자주 한다고 해도 숲에서 부는 바람에 비할 수는 없다. 그러다 보니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박 교수는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첫 번째가 호흡이다”고 말했다. 푸른 숲을 거닐며 깊은 호흡을 하다 보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고 머리가 맑아진다. 박 교수는 실제 자신의 환자 사례를 소개했다. 폐암 환자였는데, 감정적으로 격해지면 호흡에 이상이 생겼다. 심장 박동도 빨라졌다. 환자는 치유의 일환으로 국내 이곳저곳 여행을 다녔다. 주로 침엽수가 많은 지역에서 삼림욕을 했다. 그랬더니 다음 진료 때 환자의 얼굴색이 밝아졌다. 기분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아졌단다. 박 교수는 “창경궁에 가는 게 바로 이 때문”이라며 “중년 이후에는 ‘감정 컨트롤’을 잘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과해도 문제, 부족해도 문제”운동과 음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박 교수는 명쾌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부족해서도 안 되지만 과해도 안 된다는 것이다. 30대 중반에 2년 동안 육류를 입에 대지 않았던 적이 있다. 아침 식사도 걸렀다. 당시 일손이 모자라 하루도 쉬지 못하고 있었다. 활동량이 많은데 음식 섭취량을 확 줄인 셈이다. 그 결과 체중이 급격하게 줄었다. 부작용이 나타났다. 환자 진료를 하는 도중 갑자기 말이 툭툭 끊어졌다. 아주 짧은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돼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박 교수는 “배터리가 완전히 꺼지는 것 같았다”라고 회고했다. 40대 때는 체중을 의도적으로 늘렸다. 고기를 조금이나마 먹기 시작했고, 아침 식사도 거르지 않았다. 덕분에 몸이 좋아지는 듯했다. 그런데 40대 후반이 되자 다시 축 처졌다. 힘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주 4회 근력 운동을 했다. 하지만 더 피곤했다. 환자들에게도 친절하게 말할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식단을 들여다보니 채소 위주였다. 가급적 적은 양이라도 매끼 육류를 같이 먹기 시작했다. 다시 몸에 힘이 생겼다. 이후 운동도 격하게 하지 않는다. 조금 힘들다 싶으면 반드시 휴식 시간을 갖는다. 허기가 느껴지면 육류로 영양을 보충한다. 박 교수는 “활동량이 많으면 충분하게 음식 섭취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근육부터 빠진다”고 말했다. 요컨대 음식이든 운동이든 지나치지 않고 적절해야 한다는 말이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평소 “나이에 따라 특히 신경 써야 할 점이 다르다”고 말한다. 연령대별로 주의할 점을 들어봤다. ① 20, 30대 감정 관리 신경 써야 20대와 30대는 왕성하게 활동하고 음식도 많이 먹는 편이다. 심한 비만이 아니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많이 움직이면 몸이 그만큼 많은 음식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음식의 양을 제한하기보다는 규칙적으로 먹는 게 중요하다. 20, 30대의 건강을 위협하는 큰 요소는 따로 있다. 이들은 대체로 수면 시간이 짧은 데다 수면의 질도 좋지 않다. 취업 및 직장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감정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감정 관리에 실패할 경우 우울증, 폭식증, 대인 기피 등 여러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② 40, 50대는 활동량이나 운동 늘려야 40대와 50대도 감정 관리는 무척 중요하다. 다만 이 무렵부터 체력적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일단 근육량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남자들은 어느 정도 근육이 붙어 있기 때문에 운동을 시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마음먹기가 중요하다. 하지만 여자들은 운동을 해본 경험이 적을 수 있다. 이 경우 강도가 높은 운동에 도전하기보다는 활동량을 늘리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또한 이 무렵부터 암이나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무엇보다 짜거나 매운 음식, 탄 음식을 덜 먹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③ 60대 이후 지나친 운동 삼가야 60대 이후에는 몸의 상태에 따라 달리 대응해야 한다. 여전히 근력이 있다면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다만 65세 이후에는 과도한 운동이 되레 병을 부를 수도 있다. 이때부터는 운동보다는 영양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운동을 많이 하는데 음식 섭취량이 줄어들면 좋지 않다. 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또한 암이나 만성질환에 걸릴 것에 대비해 충분히 먹어둬야 한다.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노인 환자일수록 치료 성적도 좋지 않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놀이처럼 즐기면서 절로 건강해지는 방법은 없을까. 대부분 의사들은 고개를 젓는다. 건강해지려면 꾸준히 걷거나 달리는 등의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상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사도 있다. 김장용 서울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50)다. 김 교수는 혈관 질환이 생겼을 때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바늘을 찔러 치료하는, 이른바 ‘혈관 내 치료’ 분야에서 이름이 높다. 지난해까지 1만여 건의 혈관 내 치료를 시행했다. 최근에는 의료 분야 인공지능(AI)으로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김 교수는 활동성이 강한 레저 스포츠를 선호한다. 물론 걷기나 달리기 같은 운동의 건강 증진 효과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에게 맞는 운동법이 아니란다. 김 교수는 “그런 운동은 단조롭고 덜 활동적이어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요즘 윈드서핑에 푹 빠졌다. 벌써 4년째, 봄만 되면 한강으로 달려간다. 윈드서핑이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될까. 김 교수는 “당연히 도움이 되지요. 그게 얼마나 힘든 운동인데요”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한강 윈드서핑에 푹 빠져 4년 전. 김 교수는 꽤 많은 업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지만 실내 운동은 성에 차지 않았다. 야외 활동도 마땅찮았다. 심지어 자전거 타기도 단조로워 보였다. 더 활동적이면서도 더 몰입할 수 있는 게 필요했다. 또한 병원 근무를 끝내고 30분 이내에 달려가 즐길 수 있는 종목이어야 했다. 누군가 윈드서핑을 추천했다. 서울 광진구의 한강윈드서핑장을 찾았다. 처음 윈드서핑을 배울 때는 세일(돛)을 잡고 물에 떠 있는 것도 쉽지 않았다. 팔에 잔뜩 힘을 줬더니 손까지 벌벌 떨렸다. 밤이 되자 온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타이레놀을 챙겨 먹고 나서야 겨우 잠을 잘 수 있을 정도였다. 이 근육통은 일주일 정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초보라면 다 겪는 증세”라고 했다. 원래 코어 근육을 제대로 써야 하는데, 팔과 다리에만 힘을 줬기 때문에 근육통이 생긴다는 것이다. 차츰 익숙해지면서 팔과 다리 힘을 빼고 균형감을 찾자 근육통은 사라졌다. 매주 두 번, 2시간씩 윈드서핑을 즐겼다. 그러기를 6개월. 셔츠를 입는데 어깨와 등 부위가 조금 빡빡한 느낌이 들었다. 그사이에 어깨와 등 부위에 근육이 꽤 붙은 것이었다. 코어 근육이 단단하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김 교수는 “2년 정도 꾸준히 하니 온몸에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몸 중심 잡아주는 코어근육 강화에 효과 윈드서핑을 4년 동안 꾸준히 한 뒤 달라진 점이 있을까. 김 교수는 “무엇보다 체력적으로 크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응급 현장을 뛰어다니다가 금세 지쳐 털썩 주저앉는 때가 많았다. 아침에 일어나도 더 자고 싶고, 하루 종일 졸렸다. 이따금 외래 진료를 보는 중에 환자가 나가고 들어오는 틈을 타서 살짝 졸기도 했다. 지금은 달라졌다. 아침에 일어날 때 피로감을 느끼는 날이 별로 없다. 근육량도 많이 늘었다. 실제로 윈드서핑은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세일을 넘어뜨리지 않으려면 팔보다는 허리에 힘을 주고 버텨야 한다. 또한 균형감을 잡으려면 팔과 다리 모두에 고르게 힘을 줘야 한다. 일종의 전신 운동 효과가 있는 셈이다. 겉으로 보기에 유유히 물 위를 떠다니지만 실제로 이처럼 힘이 많이 들어 열량 소비도 만만찮다. 운동 효과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을까. 김 교수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윈드서핑은 귀족 스포츠와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이용하는 서울시한강윈드서핑장에는 50개의 클럽이 있다. 클럽들은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운영한다. 9개월 이용료는 강습비, 장비 대여를 포함해 총 150만 원이다. 추가 비용은 들지 않는다. 김 교수는 “헬스클럽 이용료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윈드서핑은 일출 전 30분부터 일몰 후 30분까지 즐길 수 있다. ○활동성 강한 레저로 건강 효과 충분 김 교수는 “윈드서핑은 여름에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레포츠이자 건강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겨울에는 어떻게 할까. 겨울에는 스키를 즐긴다. 주중과 주말에 각각 1회 이상 스키장에 간다. 대학생 때 처음 시작했으니 30년 경력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기 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병원 업무가 끝나면 곧바로 달려가 야간과 심야 스키를 즐겼다. 윈드서핑에 빠지기 전에는 10년 동안 승마를 즐겼다. 예전에 근무했던 병원 근처에 승마장이 있어서 가능했다. 김 교수는 이처럼 레저 스포츠를 통한 건강관리를 추구한다. 걷기나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이나 스쾃 같은 코어 근육 강화 운동은 따로 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유산소 운동을 충분히 하면 운동량은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강도가 약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푸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레저 스포츠는 자연을 충분히 즐기고 스피드도 맛볼 수 있으며 근육도 강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레저 스포츠를 통한 건강관리인 셈이다. 김 교수는 “레저 스포츠는 실력이 좋아지면 상급 기술을 배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러면 성취감도 높아지고 실제 에너지 소모나 근력 운동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초급에서 고급까지 등급이 나뉘어 있어 자신의 실력에 따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김 교수가 꼽는 레저 스포츠의 장점이다. 이 때문에 나이 제한 없이 70대가 돼도 건강 증진 목적으로 즐길 수 있다고 한다.레저 스포츠 즐기려면초보땐 여럿이 함께해야 안전… 실력 늘었다고 과신 말고 체력한계 스스로 파악을레저 스포츠를 즐길 때 꼭 염두에 둬야 할 게 안전이다. 김장용 서울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는 “규정만 지키면 오히려 부상의 염려가 가장 적은 게 레저 스포츠”라고 말했다. 헬멧 착용하기, 점프 금지와 같은 사소한 규정부터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레저 스포츠를 즐길 때 신경 써야 할 점을 김 교수에게 물었다. 첫째, 초보자라면 혼자보다는 여럿이 즐기는 게 좋다. 누군가 항상 지켜보고 있어야 돌발 상황이 생겨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또한 처음에는 가급적 전문가에게 배워야 한다. 그래야 부상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 둘째, 지나친 자신감은 버려야 한다. 초보자의 경우 첫 배움이 지루할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배우지 않은 자세나 기술을 무리하게 시도할 때가 있다. 이 또한 규정을 어기는 것이다. 사고는 이럴 때 발생한다. 강사에게 배운 자세가 능숙해질 때까지 반복 연습을 해야 한다. 셋째,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초보 딱지’를 뗄 무렵대부분 실력이 늘면서 고난도의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한다. 이때 어느 수준까지 기술을 연마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한두 번 고난도 기술을 해냈다고 과신하면 안 된다. 레저 스포츠는 자연 환경에 따라 고난도 기술이 실패할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사고가 나기 십상이다. 넷째, 체력적 한계를 스스로 파악해야 한다. 활동성이 강한 레저 스포츠를 즐기다 보면 바람이 얼마나 부는지, 파도가 얼마나 치는지에 따라 체력이 빨리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 하지만 평소 하던 대로 즐기다간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윈드서핑의 경우 약간 서늘한 기운이 들면 체력이 바닥을 드러냈다고 보면 된다. 그 즉시 운동을 끝내야 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2시간을 넘기면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놀이처럼 즐기면서 절로 건강해지는 방법은 없을까. 대부분 의사들은 고개를 젓는다. 건강해지려면 꾸준히 걷거나 달리는 등의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상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사도 있다. 김장용 서울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50)다. 김 교수는 혈관 질환이 생겼을 때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바늘을 찔러 치료하는, 이른바 ‘혈관 내 치료’ 분야에서 이름이 높다. 지난해까지 1만여 건의 혈관 내 치료를 시행했다. 최근에는 의료분야 인공지능(AI) 분야로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김 교수는 활동성이 강한 레저 스포츠를 선호한다. 물론 걷기나 달리기 같은 운동의 건강 증진 효과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에게 맞는 운동법이 아니란다. 김 교수는 “그런 운동은 단조롭고 덜 활동적이어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요즘 윈드서핑에 푹 빠졌다. 벌써 4년째, 봄만 되면 한강으로 달려간다. 윈드서핑이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될까. 김 교수는 “당연히 도움이 되지요. 그게 얼마나 힘든 운동인데요”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한강 윈드서핑에 푹 빠져”4년 전. 김 교수는 꽤 많은 업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지만 실내 운동은 성에 차지 않았다. 야외 활동도 마땅찮았다. 심지어 자전거 타기도 단조로워 보였다. 더 활동적이면서도 더 몰입할 수 있는 게 필요했다. 또한 병원 근무를 끝내고 30분 이내에 달려가 즐길 수 있는 종목이어야 했다. 누군가 윈드서핑을 추천했다. 서울 광진구의 한강윈드서핑장을 찾았다. 처음 윈드서핑을 배울 때는 세일(돛)을 잡고 물에 떠 있는 것도 쉽지 않았다. 팔에 잔뜩 힘을 줬더니 손까지 벌벌 떨렸다. 밤이 되자 온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타이레놀을 챙겨 먹고 나서야 겨우 잠을 잘 수 있을 정도였다. 이 근육통은 일주일 정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초보라면 다 겪는 증세”라고 했다. 원래 코어 근육을 제대로 써야 하는데, 팔과 다리에만 힘을 줬기 때문에 근육통이 생긴다는 것이다. 차츰 익숙해지면서 팔과 다리 힘을 빼고 균형감을 찾자 근육통은 사라졌다. 매주 두 번, 2시간씩 윈드서핑을 즐겼다. 그러기를 6개월. 셔츠를 입는데 어깨와 등 부위가 조금 빡빡한 느낌이 들었다. 그 사이에 어깨와 등 부위에 근육이 꽤 붙은 것이었다. 코어 근육이 단단하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김 교수는 “2년 정도 꾸준히 하니 온몸에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 “윈드서핑은 고강도 코어 근육 운동”윈드서핑을 4년 동안 꾸준히 한 뒤 달라진 점이 있을까. 김 교수는 “무엇보다 체력적으로 크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응급 현장을 뛰어다니다가 금세 지쳐 털썩 주저앉는 때가 많았다. 아침에 일어나도 더 자고 싶고, 하루 종일 졸렸다. 이따금 외래 진료를 보는 중에 환자가 나가고 들어오는 틈을 타서 살짝 졸기도 했다. 지금은 달라졌다. 아침에 일어날 때 피로감을 느끼는 날이 별로 없다. 근육량도 많이 늘었다. 실제로 윈드서핑은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세일을 넘어뜨리지 않으려면 팔보다는 허리에 힘을 주고 버텨야 한다. 또한 균형감을 잡으려면 팔과 다리 모두에 고르게 힘을 줘야 한다. 일종의 전신 운동 효과가 있는 셈이다. 겉으로 보기에 유유히 물 위를 떠다니지만 실제로 이처럼 힘이 많이 들어 열량 소비도 만만찮다. 운동 효과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을까. 김 교수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윈드서핑은 귀족 스포츠와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이용하는 서울시한강윈드서핑장에는 50개의 클럽이 있다. 클럽들은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운영한다. 9개월 이용료는 강습비, 장비대여를 포함해 총 150만 원이다. 추가 비용은 들지 않는다. 김 교수는 “헬스클럽 이용료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윈드서핑은 일출 전 30분부터 일몰 후 30분까지 즐길 수 있다. ● “활동성 강한 레저로 건강 효과 충분”김 교수는 “윈드서핑은 여름에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레포츠이자 건강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겨울에는 어떻게 할까. 겨울에는 스키를 즐긴다. 주중과 주말에 각각 1회 이상 스키장에 간다. 대학생 때 처음 시작했으니 30년 경력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기 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병원 업무가 끝나면 곧바로 달려가 야간과 심야 스키를 즐겼다. 윈드서핑에 빠지기 전에는 10년 동안 승마를 즐겼다. 예전에 근무했던 병원 근처에 승마장이 있어서 가능했다. 김 교수는 이처럼 레저 스포츠를 통한 건강관리를 추구한다. 걷기나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이나 스쾃 같은 코어 근육 강화 운동은 따로 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유산소 운동을 충분히 하면 운동량은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강도가 약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푸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레저 스포츠는 자연을 충분히 즐기고 스피드도 맛볼 수 있으며 근육도 강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레저 스포츠를 통한 건강관리인 셈이다. 김 교수는 “레저 스포츠는 실력이 좋아지면 상급 기술을 배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러면 성취감도 높아지고 실제 에너지 소모나 근력 운동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초급에서 고급까지 등급이 나뉘어 있어 자신의 실력에 따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김 교수가 꼽는 레저 스포츠의 장점이다. 이 때문에 나이 제한 없이 70대가 돼도 건강 증진 목적으로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레저 스포츠를 즐길 때 꼭 염두에 둬야 할 게 안전이다. 활동성이 크거나 속도가 빨라 방심하면 부상할 우려가 있다. 김장용 서울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는 “규정만 지키면 오히려 부상의 염려가 가장 적은 게 레저 스포츠”라고 말했다. 헬멧 착용하기, 점프 금지와 같은 사소한 규정부터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레저 스포츠를 즐길 때 신경 써야 할 점을 김 교수에게 물었다. 첫째, 초보자라면 혼자보다는 여럿이 즐기는 게 좋다. 사고나 부상은 갑자기 발생한다. 누군가 항상 지켜보고 있어야 돌발 상황이 생겨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또한 처음에는 가급적 전문가에게 배워야 한다. 그래야 부상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 둘째, 지나친 자신감은 버려야 한다. 초보자의 경우 첫 배움이 지루할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배우지 않은 자세나 기술을 무리하게 시도할 때가 있다. 이 또한 규정을 어기는 것이다. 사고는 이럴 때 발생한다. 강사에게 배운 자세가 능숙해질 때까지 반복 연습을 해야 한다. 셋째,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초보 딱지’를 뗄 무렵이면 대부분 실력이 늘면서 고난도의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한다. 특히 이때 어느 수준까지 기술을 연마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한두 번 고난도 기술을 해냈다고 과신하면 안 된다. 레저 스포츠는 그때그때 자연 환경에 따라 고난도 기술이 실패할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사고가 나기 십상이다. 넷째, 체력적 한계를 스스로 파악해야 한다. 활동성이 강한 레저 스포츠를 즐기다 보면 바람이 얼마나 부는지, 파도가 얼마나 치는지에 따라 체력이 빨리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 하지만 평소 하던 대로 즐기다간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윈드서핑의 경우 약간 서늘한 기운이 들면 체력이 바닥을 드러냈다고 보면 된다. 그 즉시 운동을 끝내야 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2시간을 넘기면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바이오젠텍은 바이오칩을 기반으로 한 진단기기를 만드는 벤처기업이다. 2015년 11월에 세워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주목받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 시간을 6시간에서 1시간으로 단축한 신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시료를 한꺼번에 모아 검사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검사할 수 있다. 또한 고가 장비가 없어도 쉽게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허가도 받았다. 이 회사는 요즘 결핵이나 인플루엔자, 구제역 등의 질병을 현장에서 30분 안에 검사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 대표는 임채승 고려대 구로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다. 대학병원 교수가 벤처기업 대표를 겸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벤처기업 또한 고려대의료원과 무관하지 않다. 바이오젠텍은 고려대의료원 산학협력단이 세운 의료기술지주회사의 4번째 자회사다. 김병조 고려대의료원 산학협력단장(안암병원 신경과 교수)은 “의대 교수들은 각자 개발한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바이오젠텍 사례에서 보듯 원천기술에 근거한 창업은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의료기술 산업화, 미래 경쟁력의 핵심” 김 단장은 의료기술 산업화 붐이 일고 있다고 했다. 과거에는 정부 규제도 많았고, 학교나 병원 또한 구성원의 창업을 적극 지원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분위기가 최근 몇 년 새 크게 바뀌고 있다. 실제로 각 대학이나 병원 산하에 벤처 창업은 크게 늘었다. 이런 흐름은 미래의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고 김 단장은 전망했다. 일단 기술 기반의 벤처기업이 많아진다. 독보적인 기술특허를 보유한다면 글로벌시장 진출도 가능하다. 의료기술 산업화는 환자에게도 장기적으로 득이 된다. 김 단장은 “의사가 진료에 몰입하면 환자 한 명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의사가 기술 산업화에 도전하면 한 질병, 혹은 환자군 전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약품과 의료기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단장은 “미래의학의 핵심 중 하나가 의료기술을 얼마나 제대로 개발하고 산업화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국내의 여러 대학과 병원이 소속 교원의 기술개발과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교수가 기술을 개발하면 외부 기업과 연계시켜 주기도 한다. 혹은 공공의료특구 입주를 돕는다. 일부 대학은 이런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도 뒀다. 대표적인 것이 기술지주회사다. 이 지주회사를 통해 교수들의 창업을 돕는다. 아직까지 병원에서는 이런 의료기술지주회사가 드물다. 사실상 고려대의료원 의료기술지주회사가 국내에서 유일하다. 최근 여러 병원이 이 지주회사를 벤치마킹해 사내 창업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의료원 의료기술지주회사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의료기술 자회사가 벤처 창업 지원” 고려대의료원 의료기술지주회사는 2014년 출범했다. 고려대의료원 산학협력단이 지주회사를 운영한다. 이 지주회사는 기술력이 있는 사내 벤처를 발굴한 뒤 투자심의위원회를 통해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투자가 결정되면 20%의 지분을 확보한 뒤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영입한다. 올해부터는 이 지분을 10%로 낮췄다. 고려대의료원 의료기술지주 자회사는 5월 현재 17개다. 매년 3, 4개씩 자회사를 늘렸다.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벤처기업이 스타트업 수준이지만 일부 기업은 이미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신속 진단키트를 개발한 바이오젠텍이 대표적이다. 이에 맞춰 지주회사의 역할도 더 중요해졌다. 산학협력단 인력은 초기 10여 명에서 최근 40여 명으로 늘었다. 산학협력단이 직접 시장을 뛰며 기술에 대한 수요를 조사한다. 특허와 관련된 컨설팅을 해 주고 마케팅과 홍보 전략을 짠다. 기술이 검증되면 관련 기술을 외부 기업에 이전할 것인지, 아니면 자회사 창업으로 연결할 것인지를 논의한다. 의료기술 산업화가 얼마나 성공 가능성이 있는지도 따진다. 교수의 연구 과정을 체크하면서 기술의 가치를 평가한다. 만약 기술의 가치를 높이고 특허를 확보하는 데 또 다른 보조 기술이 필요하다면 관련 보조 기술을 확보하는 ‘특허 패키징’ 작업도 한다. 외부 기관이 개최한 행사에 참가해 자회사의 기술을 알리는 마케팅 활동에도 적극 나선다. 모든 사내 벤처기업이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되는 건 아니다. 고려대의료원의 경우 5개의 사내 벤처기업이 따로 출범한 상태다. 교수들이 원천기술을 개발한 뒤 외부의 벤처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는 사례도 많다. 지난해만 해도 산학협력단의 지원을 받아 23건의 기술 이전이 이뤄졌으며 이에 따른 계약금 규모가 60억 원에 이른다. 외부의 연구단지에 입주하는 것도 산학협력단이 돕는다. 가령 서울시가 서울 홍릉에 만든 연구개발특구가 대표적이다. 홍릉강소연구개발특구에는 고려대, 경희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기술개발 기업들이 입주한다. 고려대의 경우 2개 기업이 들어가 있다. 고려대 산학협력단은 5년 이내에 입주기업을 100여 개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진출 위한 인프라 필요” 의료기술을 산업화하는 단계로까지 발전시키려면 무엇보다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신약을 개발할 때에도 기초의학에 대한 연구부터 진행해야 하는데, 이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으면 성공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황종익 고려대 의대 연구부학장(의과학과 교수)은 “아무리 뛰어난 연구자들이 모였다 해도 그에 걸맞은 연구 여건이 조성되지 않으면 의료기술 산업화는 요원하다”고 말했다. 연구 공간만 마련한다고 되는 게 아니란 뜻이다. 황 부학장은 “첨단 연구장비, 동물실험 시설, 생물안전 연구시설 등을 모두 갖춰야 하며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시스템을 갖춘, 이른바 의료기술 산업화 단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국내에 별로 없다. 8월에 문을 여는 고려대 정릉 메디사이언스파크에 주목하는 이유다. 메디사이언스파크에는 고려대 의료지주회사의 자회사와, 기술을 이전받은 외부의 벤처기업, 네트워크로 연계된 기업 등이 입주한다. 연구와 제품 생산까지 한꺼번에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황 부학장은 “메디사이언스파크는 기술 개발과 혁신의 허브가 되는 게 목표”라며 “당장 인공지능(AI) 기반의 신약과 백신 개발, 의료 빅데이터 연구에 먼저 공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보건전문 인력 양성도 시급하다. 의료기술의 글로벌 산업화에 성공하려면 전문 인력을 교육하고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야 한다. 고려대의료원이 메디사이언스파크에 바로 공중보건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개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동아일보-고려대의료원 공동 기획}
지방의 한 병원에서 뇌경색 진단을 받아 대형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환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환자의 가족은 상당히 분주해지게 된다. 무엇보다 대형 병원에 제출할 의료 기록을 모두 챙겨야 한다. 한 가지라도 빠뜨리면 다시 병원에 와야 할 수도 있다. 이르면 2, 3년 안에 이런 불편이 어느 정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저장 공간인 클라우드에 환자 임상 데이터와 유전체 데이터, 개인 건강 기록 등을 저장해놓고 어느 병원에서든 꺼내 쓸 수 있는 시스템이 깔리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중복 처방과 중복 검사도 크게 줄어 진료비도 아낄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은 고려대의료원이 국내 처음으로 도입했다. 정부 과제로 시작했지만 별도로 수백억 원을 투입했다. 개발 인력을 포함해 70여 명이 2년 동안 시스템 개발에 매달렸다. 클라우드 기반 정밀의료병원정보시스템(P-HIS)이다.○ 정밀의료병원정보시스템으로 의료정보 통합 병원마다 병원정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사용하는 시스템은 다르다. 이 때문에 A병원에 저장된 환자의 의료정보를 B병원에선 바로 꺼내 쓸 수 없다. 하지만 여러 병원이 클라우드 기반 P-HIS를 사용하면 이런 불편이 사라진다. 표준화 작업을 통해 시스템에 사용되는 용어와 코드를 통일하기 때문이다. A병원에 저장된 환자의 임상 데이터와 유전체 데이터, 개인 건강기록까지 B병원에서 쉽게 꺼내 쓸 수 있게 된다. 추가로 환자들은 휴대 단말기 등을 통해 수년 동안의 진료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는 이 시스템이 적용된 고려대의료원의 데이터만 가능하다. 하지만 향후 다른 병원에 이 시스템이 적용되면 그 병원의 데이터까지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P-HIS는 정밀 의료를 위한 일종의 플랫폼이다. 블록을 끼워 넣듯 여러 소프트웨어를 장착하면 활용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가령 응급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면 응급 환자의 상태를 병원 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이버 닥터’가 암이나 용종에 대해 조언해주는 소프트웨어를 착용하면 질병 예방에 활용할 수도 있다. 환자 데이터는 보안 시스템으로 철저히 보호된다. 프로젝트 책임자인 이상헌 고려대 P-HIS개발사업단장(안암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은 “보안시스템 전문인력이 24시간 대기해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외부의 전문기업과 협업해 신뢰해도 된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기반 P-HIS 도입 사업은 순항 중이다. 4월 고려대 안암병원에 처음으로 이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어 7월 고려대 구로병원, 9월 고려대 안산병원에서도 도입한다. 이어 500병상 규모 이상의 전국 병원에 이 시스템을 확산한다. 이미 몇몇 대학병원은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이다. 고려대의료원 내에 이 사업을 담당할 벤처기업도 만들었다.○빅데이터 구축 작업에 박차 이 시스템을 도입할 때의 장점은 또 있다. 병원의 모든 의료 데이터를 표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작업이 어느 정도 완료되면 이른바 의료 빅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이 단장은 “환자들이 개별적으로 얻는 편의는 이 시스템으로 얻는 이점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 시스템을 통해 여러 병원의 의료 데이터를 표준화하면 개인별로 맞춤형 정밀 의료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표준화 작업을 통해 확보한 의료 빅데이터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면 환자의 상태에 맞는 최적의 맞춤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이 사업이 정부의 국책 프로젝트로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병원의 참여가 저조하다면 의료 빅데이터 확보는 불가능해진다. 이에 대해 이 단장은 “국내 대형 대학병원 10곳의 데이터만 확보해도 전체 질병 데이터의 30% 정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단장은 또 “5년 이내에 질병별로 국내 환자의 40∼50%까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자들에겐 어떤 이익이 돌아갈까. 무엇보다 전국 병원의 데이터를 토대로 환자 유형별로 최고의 치료법을 도출할 수 있다. 치료 성적이 대폭 좋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질병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사전 검사 비용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가령 현재 50만 원 수준인 유전체 검사 비용은 5년 후 20만 원 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이 교수는 예상했다. ○개인에게 맞춘 정밀의료도 가능해져 손장욱 고려대의료원 AI센터장(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빅데이터와 AI 기술이 결합하면 의료환경은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 센터장은 당뇨병 환자의 경우 몸에 장치 하나만 부착하면 모든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혈당이 어떻게 변하는지, 조절이 안 되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차원을 넘어 당장 병원에 가야 하는 상태인지도 AI가 파악해서 알려준다는 것이다. 손 센터장은 “혈당, 혈압, 심부전 등의 분야에서 가장 먼저 이런 시스템이 일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 센터장은 규제가 완화되고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해진다면 3∼5년 내에 이런 식의 개인 맞춤형 의료 장비가 일상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P-HIS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AI 활용도는 더욱 커진다. 국가 전체의 질병 지도를 만들고 효과적인 예방법까지 도출할 수 있게 된다. 유전자나 생활 습관을 분석하면 어떤 사람이 질병에 더 잘 걸리는지도 예측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부분적이나마 이런 형태의 대규모 연구를 진행했다. 미국과 달리 국민건강보험 제도가 정착돼 있는 한국에서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손 센터장의 설명이다. 이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고려대의료원은 8월 서울 정릉에 문을 여는 메디사이언스파크에 의료 빅데이터와 AI를 관리하고 연구하는 센터를 따로 운영하기로 했다. ○AI 이용해 신약도 개발 손 센터장은 “의료 빅데이터와 AI 기술의 발전은 환자 개인뿐 아니라 산업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활용해 신약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으로 가려는 벤처 기업도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실제 AI 기술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최준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도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와 공동 연구를 통해 신약 개발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었다. 최 교수팀은 먼저 문헌 조사를 통해 난청 치료에 효과가 있는 후보 물질 4000여 개를 선별했다. 이를 다시 분석해 400여 개로 줄였고, 최종 60개로 압축했다. 하지만 60개의 물질 중에서 어떤 것이 실제 효능이 가장 좋은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때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했다. 동물 실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여부 등 국내외 데이터를 학습한 뒤 AI가 순위를 매겼다. 현재 최 교수는 상위 30여 개의 후보 물질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이 중 하나의 후보 물질에서 효과가 높게 나타나 신약 개발 가능성이 커졌다. 최 교수는 “신약 개발은 15년 정도 걸리지만 AI 기술을 활용하면 절반 혹은 3분의 1 정도로 줄일 수 있다. 더불어 개발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 교수의 경우에도 AI가 후보 물질 랭킹을 매겨준 덕분에 전체 연구 기간의 3분의 1 정도를 줄였다. 최 교수는 “신약 개발에 AI 기술을 활용하면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다”며 “우리가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동아일보-고려대의료원 공동 기획}
박경화 고려대안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요즘 국내 바이오 기업 애스톤사이언스와 공동으로 종양 백신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이 약은 백신 원리를 이용한 암 치료제다. 박 교수가 2004년 연구를 시작했다. 암세포에서 많이 발견되는 단백질의 일부를 먼저 투입한다. 그러면 이 단백질이 외부에서 침투하는 바이러스처럼 ‘항원’ 역할을 한다. 이 암세포에 강력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도록 하는 T세포만 선택적으로 늘리고 활성화시킨다. 이 방식은 획기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모든 암에 적용이 가능하다. 항암제보다 독성이 적고 약제비도 덜 든다. 가장 먼저 암 수술 후 재발을 막거나 표준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암 환자에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종양 백신이 상용화하려면 임상 2상과 임상 3상을 거쳐야 한다. 박 교수는 이 기간을 7년 정도로 예상했다. ○ 경쟁력 있는 신약 개발 시스템 필요 1999년 7월 국산 신약 1호가 시판 허가를 받았다. SK케미칼이 만든 위암 항암제 선플라주다. 그로부터 20여 년. 올 3월까지 33개의 국산 신약이 탄생했다. 국산 신약들의 성적표는 어떨까. 연평균 5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신약도 있다. 하지만 어떤 신약은 생산이 중단됐거나 아예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처럼 유명무실한 신약은 20∼30%나 된다. 결과적으로 보면 우수한 성적표는 아니다. 신약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최근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국내 제약회사들의 열악한 자본력을 지적한다.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하더라도 막대한 임상시험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판도 있다. 지금까지 나온 국산 신약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만큼 독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33개 신약 중에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약은 겨우 2개에 불과하다. 결국 독보적 기술을 보유했는지가 성공의 열쇠다. 이런 점 때문에 ‘한국적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도 많다. 대학과 바이오 기업이 적극 협력해 독창적인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약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박 교수는 “이런 시스템이 정착되면 임상 1단계에서 좌절하지 않고 최종 임상 3상까지 가는 신약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를 많이 하는 교수에게는 환자 진료의 부담을 줄여주는 식으로 신약 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 병원 기업 협력모델 잇달아 최근 여러 대학과 병원에서 이런 방식의 협업이 자주 이뤄지고 있다. 고려대의료원만 하더라도 구체적인 실적을 낸 사례가 많다. 서재홍 고려대구로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암 표적치료제 개발회사를 설립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방암 중에서 치료제가 없는 ‘삼중음성유방암’ 신약을 인공지능(AI) 기반으로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는 서 교수의 암 치료제 개발회사 외에도 여러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또 AI와 빅데이터 분야 전문가인 강재우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도 참여하고 있다. 성재영 고려대안암병원 의생명연구센터 교수는 2015년 뉴라이클사이언스라는 신약 개발 회사를 창업했다. 이 회사에서 알츠하이머와 치매 등 퇴행성 신경질환을 고칠 수 있는 항체 치료제를 개발했다. 현재 동물실험을 통해 유효성과 안정성 검증을 마쳤다. 연내 글로벌 임상 1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글로벌 제약사들도 여러 차례 개발에 실패한 약이다. 뉴라이클사이언스가 개발한 약은 손상된 뇌신경에 생긴 일종의 ‘흉터’를 제거하고 신경을 되살리는 방식의 치료제다. 임상시험에 성공할 경우 국내 1호 치매 치료제가 될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도 노릴 수 있다. 대학과 병원이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바이오 벤처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거나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사례는 더 있다. 이경미 고려대 의대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교수는 자연살해(NK)세포를 배양하고 치료에 활용하는 기술을 10년 연구 끝에 2016년 개발했다. 이 기술은 NK세포 치료제 전문 개발 회사인 엔케이맥스에 이전됐다. 이후 이 교수는 현재까지도 엔케이맥스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면역세포 치료제인 슈퍼 NK세포 기술을 활용해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멕시코 등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새로운 의료 기술 적극 도입해야 의료 기술은 꾸준히 발전한다. 때로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기술이 등장한다. 이 경우 독성 검사와 동물실험부터 시작해야 한다.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돌입하기까지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기존의 의료 기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그게 신(新)의료기술이다. 이 경우 이미 과학성과 안정성이 어느 정도 입증된 상태이기에 평가 절차를 밟으면 의료 현장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다. 환자가 혜택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대폭 단축된다. 특히 의료기기 분야에서 이런 사례가 많다. 최종일 고려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국내 웨어러블 의료기기 1호로 등록된 ‘메모와치’에 대한 100여 명의 임상시험을 최근 마쳤다. 지금까지는 부정맥을 확인하려면 가슴에 5개 정도의 전극을 24시간 동안 부착해야 했다. 하지만 메모와치라는 손목시계 형태의 심전도 측정기만 차면 2주 동안 데이터가 자동적으로 의료기기 업체 서버로 전송된다. 새로운 의료기술은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 기존 방식으로는 27명만 부정맥을 찾아냈다. 반면 메모와치 방식으로는 51명의 부정맥을 발견했다. 게다가 기존 방식으로 부정맥을 찾아내지 못한 29명이 메모와치를 차고 부정맥을 찾아냈다. 특히 한 20대 남성의 경우 정신을 잃을 것 같고 죽을 것 같다는 공포를 느껴 병원을 전전했지만 부정맥을 진단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환자는 심각한 부정맥 진단을 받았고, 곧바로 시술을 받아 완치됐다. 최 교수는 추가로 부정맥을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의료기기를 소개했다. 가로세로 5cm 크기의 패치를 가슴에 붙이면 자동적으로 심장 박동을 체크하는 기기다. 시계보다 더 간편해진 것이다. 곧 임상시험에 돌입한다. 지난해 7월 김현구 고려대구로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최연호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교수와 함께 나노 기술과 AI 기술을 활용해 혈액만으로 폐암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혈액 속을 떠다니는 ‘엑소좀’을 분석해 암세포를 구분하는 방법이다. 물론 그전에도 혈액으로 암을 진단하는 기술은 있었다. 하지만 정확도가 50% 정도에 불과했다. 김 교수가 개발한 이 방법으로는 84%까지 진단이 가능하다. 진단 시간도 30분이면 충분하다. 김 교수는 5월에는 폐암을 정밀하게 탐색할 수 있는 조영제도 개발했다. 이 조영제를 사용하면 암이 폐 조직 내 깊이 있더라도 정확한 식별이 가능하다. 덕분에 폐암 부위만 정밀하게 절제할 수 있어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 암 수술 환자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최종일 교수는 “새로운 의료 기술은 무엇보다 환자의 치료와 삶의 질 개선에 크게 기여한다”며 “게다가 이런 기술 개발이 활발해 새로운 기술이 쌓이면 원천기술 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동아일보-고려대의료원 공동 기획}
《의학과 과학이 융합하는 이른바 ‘메디사이언스(메디컬+사이언스)’가 미래 의학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동아일보는 고려대의료원과 공동으로 현재 주목받고 있는 메디사이언스 리포트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면역은 언제쯤 가능할까. 연내에 마스크를 벗을 수는 있을까. 이는 백신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백신 주권’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향후 더 많은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백신 원천기술을 확보하느냐가 미래의학의 최대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박만성 고려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에게 백신 주권에 관한 전망을 물었다. ○ ‘질병 엑스’ 언제든 다시 온다 1918년 스페인독감(H1N1)으로 세계에서 1억 명 가까운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1957년 아시아독감(H2N2), 1968년 홍콩독감(H3N2)이 유행할 때엔 각각 100만 명과 70만 명이 사망했다. 2009년에는 스페인독감과 항원이 같은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가 유행했다. 돼지에서 유전자 변형이 일어난 바이러스가 인체로 넘어오면서 90년 시차를 두고 다시 유행했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19는 뿌리가 같다. 모두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면서 발생했다. 바이러스로 인한 대유행은 이처럼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기존에 알려진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킬 수도 있고, 에이즈나 에볼라처럼 동물에게만 침투하던 바이러스가 인간의 몸에 들어오면서 전염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바이러스의 공격에 당장 면역력이 없는 인류는 속수무책이다. 문제는 앞으로 어떤 바이러스가 유행할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2018년 2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대유행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8종류의 바이러스를 발표하면서 맨 마지막 전염병을 ‘질병 엑스(Disease X)’라 명명(命名)했다. 코로나19 위기를 넘기더라도 질병 엑스는 다시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 ○세계 유일의 백신, 우리도 만들었었다 유행성출혈열(신증후출혈열)은 들쥐가 옮기는 감염병이다. 발열과 출혈에 이어 신부전으로 이어진다. 치사율이 최근에는 5% 이내로 줄었지만, 한때 20%를 넘길 정도로 심각했다. 이 병은 6·25전쟁 때 3000여 명의 유엔 병사들에게 증세가 나타나면서 국제적 관심을 받았다. 수십 년 동안 아무도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다가 1976년 이호왕 현 고려대 명예교수가 들쥐의 폐 조직에서 원인 바이러스를 처음 분리했다. 쥐를 잡은 지역이 한탄강이라 한타바이러스라 명명했다. 세계 최초로 바이러스 정체를 규명한 데 이어 GC녹십자가 세계 최초로 백신을 개발했다. 이것이 한타박스다. 유행성출혈열 백신 분야에서는 대한민국이 세계를 리드했다. 2009년 신종플루 사태 이후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 사업단이 가동됐다. 이 사업단은 고려대 의료원이 주도했다. 그 전까지 독감 백신은 전량 수입했다. 사업단은 정부 지원을 받아 다양한 백신을 개발했다. SK케미칼과 함께 4가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4가 세포배양 백신을 개발하고 생산했다. 유정란을 배양해 독감 백신을 만드는 방식에서 한걸음 나아간 새로운 방식이었다. 덕분에 생산 기간을 대폭 단축시켰다. 당시 사업단은 30∼40개의 과제를 이행하면서 백신의 기초와 원천기술 개발부터 생산과 상용화까지를 시도했다. 인플루엔자 백신 주권의 역사를 써냈다.○코로나 사태, 왜 백신 개발에 뒤처졌나 사업단은 6년 만에 해체됐다.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는 잊혀졌고, 백신 연구인력도 뿔뿔이 흩어졌다. ‘백신 인프라’를 구축할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백신 개발에는 많은 인력과 자금이 필요하다. 개발하고도 해당 질병이 퍼지지 않으면 팔 수 없다. 그러니 자금력이 열악한 국내 제약회사나 바이오 기업은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았다. ‘백신 부재’의 책임을 기업에만 물을 수 없는 이유다. 김 교수는 “백신 개발 작업은 일종의 오케스트라와 같다”고 말했다. 모든 악기가 어우러져야 멋들어진 협주가 나오듯 면역학, 감염의학, 바이러스학, 역학, 통계학 등이 동원되고 체계적인 협업이 이뤄져야 백신이란 작품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백신이 개발된 뒤에도 마찬가지다. 동물실험, 임상시험, 정부 허가, 접종 부작용 모니터링, 가격 책정, 생산 등 여러 단계가 일사불란하게 진행돼야 한다. 박 교수는 “이런 점 때문에 백신 사업은 다른 질병 치료제와 달리 산업체, 학교, 연구소, 병원이 함께 움직이는 이른바 ‘산학연병(産學硏病)’ 협력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이를 위한 시스템이 정착돼 있지 않다. ○‘산학연병’ 협력, 새 모델 필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글로벌 기업들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다. 이미 10년 이상 백신 연구와 개발에 전념했기 때문에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한 기업이 독자적으로 백신 개발과 생산을 담당하지도 않았다. 이번 코로나19 백신에서 배울 점이 이것이다. 화이자는 독일 바이오 기업인 바이오엔텍과 함께 백신을 개발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 옥스퍼드대와 공동 개발했다. 모더나는 정부의 전적인 지원을 받았다. 일종의 ‘산학연병’ 시스템이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백신 주권을 확보하려면 우리도 이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침 국내에도 이런 모델이 등장했다. 고려대가 8월 서울 정릉에 문을 여는 ‘메디사이언스 파크’가 그것이다. 이 캠퍼스 안에 국내 처음으로 백신의 ‘산학연병’ 협력을 추진하는 백신혁신센터(VIC-K)가 운영된다. 백신혁신센터는 △감염병 연구와 전문가 양성 △백신과 신약 개발 △다양한 백신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한다. 고려대와 고려대병원, 제약 및 바이오 기업이 참여한다. 대학과 연구소는 백신 개발에 필요한 기초연구와 동물연구를 진행한다. 원천기술을 개발하면 산업체에 기술을 이전하게 된다. 임상시험과 시판 후 부작용 연구는 병원이 맡는다. ○범용 백신 이어 암 백신에도 적용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mRNA 기술로 만들어졌다. 이 기술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단백질을 인체가 생성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기존 방법에 비해 생산하기가 쉬워 6개월이면 백신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고려대 백신혁신센터는 이 mRNA 백신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중 백신과 범용 백신을 개발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잡았다. 다중 백신은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를 동시에 예방하는 백신을 말한다. 범용 백신은 코로나19의 모든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백신을 뜻한다. 이게 가능할까. 김 교수는 “현재 세계적으로 이와 관련된 특허가 300여 종이 있다. 이 특허를 우회하거나 응용을 통해 독창적 방법으로 우리만의 원천기술을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술을 활용해 암, 면역질환 등 다양한 분야의 백신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센터는 2, 3년 안에 mRNA 플랫폼을 이용한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 5년 내에 이를 이용해 여러 백신을 상용화하며, 10년 후에는 아시아 지역에까지 백신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교수는 “백신 주권을 확립하면 그 다음은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 무상 혹은 저가에 공급하는 백신허브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동아일보-고려대 의료원 공동기획}
《최연호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57)는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의사다.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에 감염된 아이들이 철분 결핍으로 빈혈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한 그의 논문은 미국 소아위장관학 교과서에도 실렸다. 소화기에 생기는 염증 질환인 소아 크론병 치료의 과학적 근거를 규명하기도 했다. 성균관대 의대 학장도 맡고 있는 최 교수는 의사들의 인성을 특히 강조한다. 의사들이 의학 지식에만 치중하면 환자와 소통하기보다는 치료 대상으로만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학장에 취임한 직후 의대생들의 인성평가 제도를 도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건강관리 했지만 오히려 당뇨병 얻어 환자 치료하랴, 학장 역할도 하랴 바쁜 나날의 연속이다. 그러다가 건강이 나빠졌다. 3년 전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250mg/dL을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240mg/dL을 넘으면 고지혈증으로 본다. 내장 지방 수치도 높아져 경도 비만 진단이 나왔다. 그 다음 해에는 혈압에 비상이 걸렸다. 수축기 혈압이 140mmHg를 넘었다. 140mmHg 이상이면 고혈압 진단을 내린다. 고지혈증에 이어 고혈압 환자가 된 것이다. 먼저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약을 먹었고, 6개월 후 혈압을 낮추는 약을 먹기 시작했다. 건강 위험 신호가 켜졌으니 적게 먹고 운동을 더 열심히 했다. 그 결과 작년에는 콜레스테롤과 혈압 수치가 거의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 대신 새로운 복병이 나타났다. 공복 혈당 120mg/dL에 당화혈색소 6.7%가 나온 것이다. 공복 혈당이 126mg/dL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당화혈색소는 혈액의 혈색소가 당화한 수치를 뜻하는데 6.5%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최 교수는 당뇨병 환자가 된다. 지난해 말 다시 혈액검사를 해보니 당화혈색소가 6.9%로 올랐다. 나름대로 건강관리를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뭐가 문제였을까. ○빡빡할 정도로 달라진 관리 돌이켜 보니 안일했다. 콜레스테롤과 혈압 수치가 떨어지니 마음을 놓았다. 식단 조절을 한다면서도 크게 식사량을 줄이지도 않았고, 간식도 마다하지 않았다. 더 철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다. 당뇨병 약은 일단 복용하지 않았다. 최 교수는 “인정하기 싫지만 당뇨병 환자가 된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언젠가 약을 먹겠지만 그 전에 삶의 패턴을 바꾸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지금 생활 습관을 고쳐 놓으면 나중에 약을 먹더라도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기대였다. 3개월 전 식습관을 바꿨다. 아침에는 빵과 우유 한 잔으로 줄였다. 점심과 저녁에는 밥을 먹되 용량을 4분의 1로 줄였다. 반찬은 3분의 2만 먹는다. 모든 간식은 완전히 끊었다. 입이 심심해지면 오이와 토마토를 먹는다. 당 함량이 높은 과일도 끊었다. 운동 종목도 바꿨다. 최 교수는 오랫동안 수영과 자전거 타기를 해 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진 이후로는 이런 운동을 거의 못 하고 있었다. 늘 할 수 있는 걷기를 시작했다. 매일 8000∼1만 보를 걷는다. 병원 주변 산책로를 돌기도 하고, 퇴근한 후 집 주변을 걷기도 한다. ○10일 동안의 혈당 측정 실험 최 교수는 장비를 이용해 10일 동안 혈당 변화를 직접 체크했다. 1cm 두께의 연속혈당측정기를 배에 부착하면 5분 간격으로 단말기나 휴대전화로 혈당 수치를 전송한다. 이 장치를 사용하면 24시간 혈당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당뇨병 환자에게는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된다. 아침 식사를 걸러봤다. 혈당이 살짝 떨어졌다. 점심 식사량을 4분의 1로 줄였더니 조금 오르긴 했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간식으로 라면과 크림빵 한 쪽을 먹었더니 혈당이 급격하게 올랐다. 깜짝 놀라 30분 동안 4000보가량 걸었다. 혈당이 떨어지나 싶더니 운동을 중단하자 다시 올랐다. 최 교수는 “당뇨병 환자에게 지속적인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 체험을 통해 깨달았다”고 말했다. 하루는 회식 자리에서 소주를 한 병 마셨다. 혈당이 오르지 않았다. 나중에 이유를 알았다. 간에서 포도당을 만들어야 할 효소가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 먼저 투입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혈당이 오르지 않는단다. 하지만 이날 혈당이 오르지 않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안주로 탄수화물을 배제하고 해산물과 육류를 먹었던 것이다. 이후로도 최 교수는 여러 음식을 먹고 혈당 변화를 확인했다. 소주보다는 와인이, 라면이나 짜장밥보다는 참치비빔밥이나 된장찌개가 혈당을 덜 높였다. 샌드위치와 탄산음료를 같이 먹었을 때 가장 혈당이 빨리 올랐다. ○고지혈-고혈당 벗어나니 해방감 최 교수는 며칠 전 건강검진을 받았다. 3개월 동안의 집중 관리에 대한 성적표인 셈이다. 우선 체중이 73kg에서 67kg으로 떨어졌다. 최 교수는 “그렇게 운동을 오래 했지만 체중 감량에 성공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체중이 줄었지만 근육량은 200g 늘었고 체지방률은 7% 감소했다. 최 교수는 “뱃살이 쏙 빠져 바지를 새로 사야 할 판”이라며 웃었다. 당화혈색소는 6.1%, 공복 혈당은 107mg/dL로 떨어졌다. 수치상으로는 당뇨병을 탈출했다.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도 완벽하게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담당 의사와 상의해 혈압과 콜레스테롤 약을 먹지 않기로 했다. 물론 수치가 높아지면 약을 다시 먹는다는 단서를 달았다. 최 교수는 “중증 단계는 아니었지만 고혈압과 고지혈증 환자가 약에서 해방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했다. 식단 조절에 더 철저해야 하며 하루에 1만 보 이상 걸어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오만함이 병을 부른다. 겸손한 마음으로 건강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건강관리 계기 찾아 습관화 계획을… 배부르게 먹지 말고 좋은 음식 적게 먹어야최교수의 당뇨 탈출 4계명최연호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3개월 동안 당뇨병과 집중적으로 싸우면서 느낀 사실은 ‘안일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최 교수에게 체험 기간 동안 느낀 소감을 들었다. 첫째, 건강을 관리할 강력한 계기를 찾아야 한다. 그게 건강검진이든, 최 교수가 했던 것처럼 당뇨 혈당 체크하는 패치를 부착하는 것이든 뭔가는 해야 한다는 뜻이다. 약을 빠뜨리지 않고 복용하고 음식량을 줄이며 운동도 열심히 하겠다는 결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실천이 동반되지 않으면 의지는 곧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 일회성 실천이 아니라 습관이 되도록 해야 한다. 건강검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건강관리를 위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며칠도 지나지 않았는데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습관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가령 밥을 먹으면 곧바로 걷는 것을 원칙으로 삼거나 식사할 때 미리 밥을 덜어놓는 조치가 필요하다. 셋째, 배부르게 많이 먹지 말고 좋은 음식을 적게 먹어야 한다. 최 교수는 “현대는 영양 과잉의 시대다. 이 모든 것을 먹으려다 보니 음식 섭취량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모든 것을 먹지 말고 양질의 음식을 골라서 적당히 먹으라는 이야기다. 넷째, 항상 활동하고 걸어야 한다. 최 교수는 “동료 교수가 옥상에 화단을 만들어 놓고 주말에 지하에서 옥상까지를 오르다 보니 하체 근육이 늘었다고 하더라”며 “일부러 근력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지속적인 걷기가 근육량 증가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평생 뭔가를 꾸준히 하면서 움직일 것을 당부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