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진

신규진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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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에서 국방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newj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19~2025-12-19
대통령70%
정치일반7%
국방7%
사건·범죄7%
남북한 관계4%
칼럼2%
학술2%
검찰-법원판결1%
  • 두차례 거짓 출생신고로 지원금 받은 스튜어디스, 진짜 낳은 아들과 유치장에 수감

    항공사 승무원 류모 씨는 지난달 30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그는 현재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추가 수사를 받고 있다. 유치장에는 젖먹이 아들도 함께 있다. 류 씨가 아들과 떨어지려 하지 않아서라고 한다. 거짓 출산을 두 차례나 했지만 적어도 지금 유치장에서의 모습은 ‘진짜 엄마’라는 전언이다. 류 씨는 올해 초 이혼 후 서울 강서구에서 수개월간 살다가 검거 직전 인천의 친정집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을 낳은 건 6월경이다. 류 씨는 유치장에서 어떤 엄마보다도 자녀를 끔찍이 아끼는 걸로 알려졌다. 또 경찰이 아이를 데리고 예방접종을 대신 받아주자 매우 고마워했다고 한다. 조만간 경찰의 도움을 받아 아이의 출생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에서 류 씨는 범죄 사실을 대체로 시인하고 있다. 그러면서 출생신고 후 보육원 등에서 아이를 입양하려 했으나 절차가 복잡해 포기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지만 류 씨는 일관되게 같은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 류 씨는 경찰 조사가 마무리되면 구치소로 옮겨진다. 류 씨 아들도 함께 갈 것으로 보인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7-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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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는 여교사조차 못 믿겠네”… 아들 문자 뒤져보는 학부모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하명선 씨(44·여)는 30일 아들의 스마트폰을 뒤져 봤다. 제자를 꼬드겨 성관계를 맺은 교사가 피해 학생에게 ‘사랑한다’는 문자를 보내고 자신의 사진을 전송했다는 뉴스를 보고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다. 하 씨는 “젊은 여성인 담임으로부터 온 문자가 있어 가슴이 철렁했으나 다행히 숙제 관련 내용이었다”며 “아들에게 ‘담임선생님은 남자친구가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초등생 제자와 성관계를 한 여교사가 미성년자의제강간(13세 미만에 대한 간음)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벌어지자 미성년 아들을 둔 학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들의 스마트폰을 훔쳐보거나 담임교사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 직접 확인해 보려고 면담을 신청하는 부모도 생겼다. 이번 사건으로 여교사를 아이의 담임으로 선호하던 분위기도 수그러들 조짐이 엿보인다.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인 강모 씨(45·여)는 “학원이든 학교든 엄마같이 잘 챙겨줄 것 같아 기혼 여성 선생님을 선호했다”며 “이젠 여교사에게도 더 이상 안심하고 아들을 맡기기 어려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1남 1녀를 둔 남모 씨(42·여)는 “중학생 딸에게는 아무리 선생님이어도 남자는 조심해야 한다고 말해 왔는데 이젠 아들도 조심시켜야 하게 생겼다”며 “교사를 뽑을 때 정신감정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교사들도 충격을 받고 있다. 많은 교사는 “초등학교 고학년 남학생은 성(性)에 눈을 뜰 나이이기에 오히려 조심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6년 차 초등학교 교사 이모 씨(29·여)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해당 교사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노출 많은 의상을 입지 말라는 공문도 내려올 정도로 교사들이 항상 조심하는데 이런 사건이 터지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2차 피해도 이어졌다. 피의자뿐만 아니라 같은 학교에 재직 중이라는 다른 여교사 2명의 사진과 실명 등이 인터넷에 유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초등학교 교장 A 씨는 “요새는 아이들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녀 이 같은 사실을 다 안다”며 “‘학교 이름이 왜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느냐’는 학부모들의 항의 전화도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는 차단된 상태다.이지훈 easyhoon@donga.com·신규진 기자 / 창원=강정훈 기자}

    • 2017-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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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 찌르는 오물 뒤지며 종이조각 퍼즐 맞추기… “찾았다! 쓰레기 불법투기 범인”

    “이건 약과예요. 깨진 유리에 손 베일 때도 많은데요.”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삼거리 근처에서 만난 백종권 씨(46)가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손에 낀 목장갑은 라면 국물로 범벅이 됐다. 마포구 청소행정과 직원인 백 씨는 동료 4명과 함께 쓰레기 불법 투기를 단속한다. 단순히 버려진 쓰레기를 확인하는 게 아니다. 불법 투기의 ‘범인’을 찾아내는 것이 이들의 업무다. 이들이 자주 찾는 곳은 일명 ‘연트럴파크’(연남동+센트럴파크)다. 톡톡 튀는 메뉴와 인테리어를 갖춘 상점이 많아 평일에도 사람이 몰린다. 그만큼 쓰레기 발생량도 많다. 이곳에서는 화·목·일요일에만 쓰레기를 배출해야 한다. 기자가 동행한 이날은 수요일. 하지만 은행나무 아래에는 10L짜리 종량제 봉투가 10개 넘게 쌓여 있었다. 백 씨와 동료들이 목장갑을 낀 손으로 봉투를 찢었다. 소각용 폐기물만 담는 봉투에서 음식물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10분가량 뒤적인 끝에 국물이 남은 컵라면 용기에서 종이조각 10여 개가 발견됐다. 손가락 두 마디도 안 되는 크기다. 단속반원들은 젖은 종이를 일일이 펼치며 ‘퍼즐 맞추기’를 시작했다. 잠시 후 바닥에 상가월세계약서 일부가 나타났다. 단속반은 계약서 속 정보를 바탕으로 근처 2층 건물에 사는 임차인 A 씨를 찾아갔다. 그는 “내가 아니고 임대인이 버린 것”이라고 발뺌했다. 그러나 임대차 계약은 1년 전 일이고 임대인은 근처에 살지 않았다. 단속반이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로 A 씨에게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하자 “왜 나한테만 이러느냐”는 짜증이 돌아왔다. 일정한 날과 장소에 쓰레기를 분리해 버리는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1995년)된 지 20년이 넘었다. 그러나 현장에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 많다. 7년째 단속 업무를 맡고 있는 송효진 씨(43)는 한 달 전 책상과 소파 등 가구를 불법 투기한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이틀간 가정집 20여 곳을 돌았다. ‘큰 가구를 버린 범인은 최근 이사한 사람일 것’이란 생각에 만나는 사람마다 “최근에 이사한 집이 어디냐”고 물었다. 경찰의 탐문수사와 다를 바 없었다. 송 씨는 일주일 만에 40대 남성을 찾아 과태료 50만 원을 물렸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쓰레기 불법 투기 적발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5년 9만6093건에서 지난해 10만9868건으로 1만 건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6만705건이다. 서울의 경우 구청마다 다르지만 보통 10만 원 정도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반발이 거세 항상 과태료를 부과하는 건 아니다. 이날도 비닐봉지에서 발견한 택배운송장을 추적해 한 오피스텔 주인을 찾았다. 주인은 “(쓰레기 버린) 세입자에게는 내가 말할 테니 그냥 돌아가라. 건물 이미지 안 좋아진다”며 30분 넘게 단속반의 건물 진입을 막았다. 송 씨는 “배출일만 지켜도 주변 환경을 훨씬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고, 우리도 이런 고생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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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새 놀다 출근… ‘모닝 클러빙’ 즐기는 청춘들

    강한 비트에 온몸이 쿵쿵 울렸다. 조명 18개가 뱅글뱅글 돌았다. 형형색색 레이저에 쉴 새 없이 눈을 깜빡였다.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남녀 300여 명이 일제히 몸을 흔들었다. 냅킨이 꽃가루처럼 허공에 휘날렸다. 여성은 대부분 탱크톱 등 노출 심한 옷차림이었다. 웃통을 모두 벗은 남성도 여럿 있었다. 여기저기서 남녀 커플이 몸을 밀착한 채 춤을 췄다. 곳곳에서 비명 같은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25일 서울 강남의 한 클럽 풍경이다. 이태원 홍익대 앞 등 유흥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금(불타는 금요일)’ 모습이다. 하지만 토요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불금은 아니다. 클럽 분위기가 절정에 오른 순간 스마트폰 화면에 뜬 시간은 금요일 오전 8시. 해가 뜬 지 2시간이 지났다. 클럽 밖 거리는 정장 차림의 출근 인파가 가득했다.○ 클럽에서 출근하고 등교하는 손님들 이곳은 새벽에 시작해 늦은 아침에 끝나는 클럽이다. ‘애프터클럽’으로 불린다. 보통 오전 2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한다.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늘면서 아침에 클럽을 찾아 즐기는 ‘모닝 클러빙(morning clubbing)’이 2030세대에 유행이다. 손님 중에는 평범한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대학생이 많다. 직장인도 적지 않다. 보통 직장인은 오전 7, 8시까지 즐기다 바로 출근한다. 빈자리는 대학생과 자영업자 등이 채운다. 그들의 ‘불타는 금요일 아침’은 평일 오전 10시, 주말 낮 12시에 막을 내린다. 취재진이 찾은 25일 오전에도 40개가 넘는 테이블이 가득 찼다. 테이블마다 손님 2, 3명이 올라가 어지럽게 몸을 흔들었다. 강남의 한 미용실 직원인 A 씨(26·여)는 “매달 2, 3회 정도 동료들과 함께 온다”고 말했다. A 씨는 동료들과 함께 ‘클럽 계’를 만들어 한 달에 5만 원씩 낸다. 평일 오전 7시는 이른바 ‘물갈이’ 때다. 직장인들이 우르르 출근하면 300여 명의 손님은 순간 100명 안팎으로 줄어든다. 간호조무사라는 B 씨(23·여) 일행도 짐을 챙긴 뒤 클럽을 나섰다. B 씨는 근처 식당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오전 8시가 되자 다시 손님은 300여 명으로 늘었다. 주로 유흥업소 종사자나 술집 아르바이트생, 자영업자 등이다. 이때 여성들이 많다는 이유로 골라 찾는 손님도 있다. 연예인을 자주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애프터클럽은 입장료가 따로 없다. 그 대신 테이블을 예약하지 않으면 입장이 쉽지 않다. 테이블을 잡으려면 꽤 많은 돈이 든다. 보통 샴페인과 보드카 등 3, 4병을 주문해야 한다. 100만∼130만 원을 써야 한다. 일반 직장인이나 대학생 한 명이 내기 부담스럽다. 그래서 만들어진 문화가 ‘조각’이다. 처음 본 사람이 친구 행세를 하며 비용을 나눠 내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지를 올려 7, 8명을 모으는 방식이다. ○ 아침마다 클럽 주변에선 진풍경 오전 7, 8시 클럽 주변은 요지경 세상이다. 클럽에서 빠져나오는 차량이 출근 차량들과 뒤엉켜 때 아닌 교통대란이 일어났다. 바로 앞 편도 5차로 도로의 바깥쪽 2개는 완전히 마비됐다. 순찰차가 와서 사이렌을 두어 번 울리며 교통정리를 시도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떠났다. 만취한 한 20대 여성이 젊은 경찰관을 상대로 주정을 부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주변 건물은 아침마다 홍역을 치른다. 한창 출근할 시간에 노출 심한 옷차림의 여성들이 건물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술에 취한 채 앉아 있기 때문이다. 클럽 바로 옆 건물의 한 경비원은 “아침마다 민망한 차림의 여성들을 쫓아내느라 바쁘다”고 말했다. 경찰도 곤혹스럽다. 보통 술집 등에서 일어나는 성범죄는 오전 6시가 넘으면 급감한다. 하지만 강남경찰서에는 오전 7시가 지나서 신고가 접수돼 출동하는 일이 잦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오전 7, 8시면 성범죄 우려가 크지 않을 때”라며 “그러나 아침까지 영업하는 클럽이 많아지면서 긴장을 늦출 수가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신규진 기자}

    • 2017-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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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연세대 ‘대학원생 권리장전’ 9월 선포

    연세대가 대학원 학생들이 교수의 부당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대학원 권리장전’을 마련한다. 대학원 권리장전은 6월 연세대 학생이 자신의 지도교수를 해치려고 벌인 ‘텀블러 폭탄’ 사건의 후속조치로 마련됐다. 연세대는 텀블러 폭탄 사건으로 꾸려진 태스크포스(TF)가 자체 논의한 결과 이르면 다음 달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학원 권리장전’을 발표한다고 22일 밝혔다. TF 단장인 최문근 연세대 화학과 교수는 “김용학 총장의 최종 결재를 앞두고 문구를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권리장전에는 교내 연구문화를 개선해 대학원 학생의 학업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다. 대학원생이 부당한 지시와 관련해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도록 교목실(학교 목사의 방)에 상담실을 설치한다. 상담실에는 상담 전공 대학원 학생들이 상주한다. 연세대 관계자는 “교수보다 또래 대학원 학생들에게 편한 분위기에서 털어놓으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대학원생들이 상담실과 기존 인권센터 등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윤리인권교육’ 강의도 새로 만든다. 연세대는 궁극적으로 교내 상담시설을 통합해 관리하는 시스템도 만들 계획이다. 연세대뿐만 아니라 이화여대도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다음 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고려대 대학원도 총학생회 차원에서 하반기 권리장전 발표를 준비 중이다.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 관계자는 “기존 상담시설의 역할을 강화하고 교수와 대학원 학생의 갑을관계, 성추행 관련 문제 등에 대한 개선 방안이 담긴다”고 말했다. 한편 6월 발생한 텀블러 폭탄 사건은 25일 첫 공판이 열린다. 피해자인 이 대학 기계공학과 김모 교수(47)는 학교에 출근하고 있지만 2학기 수업은 맡지 않을 예정이다. 김 교수는 경찰 조사 당시 가해자인 김모 씨(25·기계공학과 대학원생)의 선처를 호소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 기자}

    • 201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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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객 난동 오죽했으면…

    30대 경찰관이 지구대에서 난동을 부리던 취객을 제압하다 부상을 입혔다. 이 경찰관은 징계를 받았을 뿐 아니라 거액의 합의금을 내느라 빚더미에 올랐고 민사소송까지 당했다. 이 사실이 경찰 내부망을 통해 알려지자 동료 경찰관 5000여 명이 십시일반 돈을 보탰다. 단 이틀 만에 1억 원이 넘게 모였다. 21일 서울 은평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연신내지구대 박모 순경(34)은 은평구의 한 주점에서 행패를 부리던 A 씨(33)를 지구대로 연행했다. 만취 상태였던 A 씨는 지구대 조사실에서 폭언을 하며 박 순경을 향해 위협적으로 달려들었다. 이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박 순경은 왼손으로 A 씨의 목을 밀어 넘어뜨렸다. 뒷머리를 바닥에 부딪친 A 씨는 전치 5주의 부상을 입었다. 순간의 실수로 박 순경은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달 7일 서울서부지법은 박 순경에게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죄가 인정되지만 형의 선고를 미뤄 2년이 지나면 없던 일로 해주는 것이다. 재판부는 “갑작스러운 위협에 따른 불가피한 대응이었고 합의금을 지급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가까스로 감옥행은 면했다. 하지만 박 순경을 기다리는 건 감봉 1개월 징계처분에 수천만 원의 빚더미였다. 합의금과 치료비 5300만 원을 주기 위해 대출을 받아서다. 그나마 지구대장과 동료들이 1400만 원을 보태 갚아야 할 돈은 4000만 원 남짓. 박 순경은 이를 갚기 위해 타고 다니던 승용차를 처분했다. 이달부터 월급날이면 꼬박꼬박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순경 월급으로는 갈 길이 멀었다. 게다가 A 씨는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보다 못한 이지은 지구대장은 경찰 내부망에 박 순경의 사연을 올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는 댓글이 1000여 개 달렸다. 박 순경을 격려하는 e메일도 70여 통이나 왔다. 16일 오후 7시부터 18일 오후 3시까지 무려 1억4000만 원이 모였다. 전국 경찰관 5700여 명이 보낸 돈이다. 이 대장은 “취객들에게 시달려온 일선 경찰관들의 억눌렸던 울분이 터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순경은 대출금과 위자료 등을 갚고 남은 성금을 비슷한 처지에 놓인 경찰들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다. 경찰관이 취객 난동에 시달리고 폭행까지 당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4∼2016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거된 취객은 매년 1만 명을 넘는다. 올 들어서도 7월까지 5281명에 이른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7-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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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전두환 회고록 인세 수익 국고로 환수”

    전두환 전 대통령(86)의 회고록 인세 수익을 국고로 환수하라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은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이 출판사에서 받을 회고록 인세를 압류해 달라며 낸 압류 및 추심 명령 신청을 인용했다고 20일 밝혔다. 법원 결정에 따라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 판매 수익을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됐다. 전 전 대통령은 4월 3권으로 이뤄진 ‘전두환 회고록’을 출간했다. 권당 2만3000원인 이 책에서 전 전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 자신을 ‘광주사태 치유와 위무를 위한 씻김굿에 내놓을 제물’이라고 표현해 물의를 빚었다. 5·18기념재단은 문제가 된 내용이 담긴 회고록 1권의 출판과 배포를 금지해 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광주지법이 4일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현재 회고록 3권 중 1권은 판매 및 유통이 중단된 상태다. 검찰은 회고록 인세를 전 전 대통령이 미납한 추징금으로 환수할 방침이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내란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과 함께 추징금 2205억 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정부가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은닉 재산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을 통해 현재까지 환수한 추징금은 전체 추징금의 절반가량인 약 1151억 원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7-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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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희 도서관’ 표지석에 또 낙서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 표지석 앞면에 낙서가 적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7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40분경 가로 3m, 세로 2.5m 크기의 표지석 앞면에 붉은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의미를 알 수 없는 낙서가 돼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앞서 8일에도 이 표지석 앞뒷면에 ‘개××’라는 욕설이 적혀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범인은 잡지 못했다. 도서관 측이 이 욕설을 지웠는데 9일 만에 또다시 낙서가 된 것이다. 경찰은 두 차례 낙서가 모두 붉은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적힌 점 등을 근거로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하지만 표지석을 찍는 폐쇄회로(CC)TV가 없는 데다 목격자도 나타나지 않아 범인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표지석 주변 도로 CCTV 영상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차례 낙서 후 표지석은 천으로 가려진 상태다. 도서관 관계자는 “낙서 제거 작업을 마친 지 얼마 안 돼 또다시 낙서가 적혀 당황스럽다. 표지석 주변에 펜스를 설치하는 방안 등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도서관은 2012년 2월 21일 개관했다. 그해 10월에도 이 건물 출입구 외벽에 ‘헌법 파괴범’이라는 낙서가 쓰인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수사 결과 범인은 당시 67세 미국 시민권자 김모 씨였다. 김 씨는 “박 전 대통령이 유신헌법을 만들고 독재정치를 해 불만을 품고 낙서를 했다”고 진술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7-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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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계란 사라진 김밥-냉면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분식점 주인 이모 씨(40)는 ‘살충제 계란’ 보도를 보자마자 가게에서 쓰는 계란에 새겨진 번호를 확인했다. 다행히 문제가 된 농장의 지역 표시인 ‘08’(경기 생산)이 아니라 ‘14’(경북 생산)였다. 이 씨는 ‘14’ 계란을 사들여 놓으려고 했다. 신선도를 포기하더라도 살충제 계란이 들어올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16일 마음을 고쳐먹었다. 충남과 전남 등에서도 살충제 계란이 등장했다는 정부 발표를 듣고 나서였다. 이 씨는 “앞으로는 정부 발표를 실시간 확인해 문제가 없는 지역의 계란만 조금씩 주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날 들여온 계란이 어느 지역, 어느 농장 것인지도 손님들에게 알려주겠다고 했다. 계란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이후 다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이날 살충제 계란 농가가 추가되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그런 가운데 ‘자구책’을 마련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안전하다고만 말하면 다인가” “각종 인증 표시가 있어 철석같이 믿었을 뿐인데요….” 직장인 A 씨(35)는 16일 새벽 잠에서 깨자마자 냉장고부터 열었다. 지난주에 산 계란 5개가 있었다. 표면에는 ‘판정’ 표시가 선명했다. 계란을 담은 곽을 보니 무항생제, 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도 받았다. 그러나 표면을 다시 들여다보니 ‘판정’이라고 찍힌 반대쪽에 ‘08○○’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다행히 전날 살충제 계란이 검출된 농장 것은 아니었지만 남은 계란 5개를 버린 후 출근했다. A 씨는 “또 다른 농장에서도 살충제 계란이 나왔다고 하니 ‘08’만 피하면 된다는 것도 옛말이 돼 버리지 않았느냐”며 “당분간 계란이 들어간 음식은 안 먹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햄버거 전문점은 대부분의 메뉴에 들어가는 계란프라이를 빼고 손님이 선택할 수 있는 토핑 종류로 바꿨다. 업체 관계자는 “우리가 쓰는 계란은 안전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고객의 불안감이 쉽게 사라지지 않아 이런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식당은 자신들이 쓴 계란이 전국 어느 지역 어느 농장에서 나온 건지 밝히지 않았다. 박모 씨(40·여)는 이날 오전 서울의 한 백화점 빵집에서 20대 점원과 ‘상담’을 했다. 박 씨는 “빵에 들어간 계란이 (문제의 농장인) ‘08마리’ ‘08LSH’ 것이 아닌지 확인했느냐”고 캐물었다. 점원은 “확인 결과 이상은 없었다”는 말만 반복했다. 박 씨는 팔짱을 끼고 빵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다 고개를 가로젓고는 빈손으로 떠났다. 이날 이 백화점의 제과점 10여 곳 중 계란의 생산지를 안내하는 게시물을 붙여 놓은 곳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부 문제없는 매장은 품귀 현상 매장 알림판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문제없는 계란을 쓴다’고 강조하는 점포도 늘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식용란 살충제 검사 결과 증명서’를 메뉴판이나 가게 벽면에 붙여 놓기도 했다. SNS에도 검사 결과표를 올리며 안전을 강조하는 점포의 글이 수십 개 올라왔다. 살충제를 쓰지 않은 계란을 파는 매장은 품귀 현상을 빚었다. 주부 B 씨는 이날 “근처 친환경 식료품점에서 ‘안전한’ 계란을 사용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부리나케 매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30분 동안 줄만 서다 돌아왔다. 그새 동이 난 것이다. 매장 관리자가 “찾는 손님이 많아 종류에 관계없이 1개(팩)씩만 팔겠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학교 개학과 맞물리면서 전국 각 시도교육청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학교 급식에 계란을 사용하지 말라는 취지의 공문을 각 학교로 보냈다. 정부의 전수조사가 완료되는 17일까지 계란이 들어가는 식단은 변경하라고 공지했다. 부산시교육청도 18일까지 잠정적으로 급식에서 계란 사용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대전시교육청과 충북, 전북, 경남도교육청 등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15일부터 발 빠르게 계란과 계란이 들어간 메뉴 등을 팔지 않던 대형마트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가운데 일부는 이날 판매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두 살짜리 아들을 둔 정모 씨(32·경기 부천시)는 “살충제 계란이 검출되는 농가는 늘어나는데도 ‘안전하다’고만 하니 더 헷갈린다”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신규진·김하경 기자}

    • 2017-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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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 사놓은 건 괜찮나” 환불요구 빗발… 급식업체, 16일부터 모든 메뉴서 계란 제외

    15일 오후 서울 롯데마트 서울역점. 계란 판매대 대부분이 텅텅 비어 있고 나머지는 두부 콩나물 등으로 채워져 있었다. 계란 판매를 잠정 중단한다는 마트 공지문을 본 강수훈 씨(서울 마포구)는 “이미 산 계란은 괜찮다는 건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와 농협하나로마트는 이날부터 전국 모든 점포에서 계란 판매를 중단했다. 문제 농가의 계란은 없지만 소비자들이 불안해하는 만큼 전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매를 중단한다는 취지다. 소비자들의 환불 요구가 빗발치자 대형마트 3사는 구매 영수증과 계란을 갖고 매장을 방문하면 환불 조치를 해주기로 했다. 이날 주요 편의점, 슈퍼마켓 체인, 온라인 쇼핑 사이트도 일제히 계란 판매를 중단했다. 생란과 가공란, 국내산 계란을 원재료로 쓰는 간편식 제품들까지 판매대에서 치웠다. 회사 호텔 등의 위탁급식을 맡은 신세계푸드 등 급식 및 식자재 유통 기업들도 16일부터 모든 메뉴에서 계란을 빼기로 했다. 계란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제빵 업계는 초비상이다. 이 업체들의 계란 비축 물량은 2, 3일치. 파리바게뜨 본사에서 만드는 빵에 쓰이는 계란은 하루에 60t, 120만 개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3일 넘게 계란 판매가 중단되면 생산 차질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에서 하루에 유통되는 계란은 4300만 개가량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장 조사가 완료된 농가에 검사 증명서를 발부하고, 유통을 허가할 계획이다. 15일 농식품부는 전체의 50% 이상 물량을 생산하는 농가에서 시료 채취를 마무리한 상태다. 전체 농가 조사는 3일 이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따라서 문제가 없으면 이르면 16일부터 안전이 확인된 계란의 유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출 농가가 속출해 단시일 내 해결이 안 되면 추석 전 ‘계란 대란’까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4일 계란 소매가(특란 30알 기준)는 7595원으로 1년 전(5350원)보다 42% 비싸다. 지난겨울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산란계 사육 두수가 줄면서 계란 수급 균형이 깨진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검출 농장이 추가로 나와 사태가 장기화되면 가격 급등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살충제 계란’의 유통 경로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대부분 수도권에서 유통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농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살충제 계란’의 유통 경로와 수량을 확인해 전량 회수, 폐기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계란을 생산한 경기 남양주시 A농장은 하루 평균 2만5000개의 계란을 출하하며, 5곳의 도매상에 판매한다. 비펜트린이 검출된 경기 광주시 B농장은 하루 평균 1만7000개의 계란을 생산해 납품한다. A농장주는 이달 6일 피프로닐이 함유된 살충제 20L를 1회 살포했다고 남양주시에 진술했다. 9일 피프로닐 잔류 검사를 위한 시료 채취 전까지 4일 동안 이 농장 산란계들이 피프로닐에 노출돼 있었다는 뜻이다. 이를 토대로 정부는 해당 기간 생산된 약 10만 개의 계란 중 상당수가 피프로닐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수거가 완료된 것은 농장에 보관 중이던 2만4000개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현재 유통 경로를 추적해 회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신선식품인 계란의 유통기한이 일주일 안팎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이미 소비한 계란이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정민지 jmj@donga.com ·신규진 / 세종=박희창 기자}

    • 2017-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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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자 장려해 집 샀는데…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

    “부동산이 아마 시작일 겁니다. 이번 정부가 또 다른 어떤 방식으로 자산가들을 압박할지 걱정이 되네요.” 서울 강남지역에 아파트와 상가 등을 보유한 100억 원대 자산가 A 씨(61)는 ‘8·2부동산대책’ 발표 소식을 접한 뒤 근심에 빠졌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부동산 대책과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등 최근 정부 발표들이 바로 자신과 같은 자산가들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A 씨는 “세무조사까지 시작된 마당에 당분간은 국세청 레이더망에 걸려들지 않게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8·2대책 발표 이후 ‘강남 큰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자산가들의 여윳돈을 관리하는 금융회사 PB들에게는 대체 투자처를 문의하는 전화도 잦아지고 있다. 일부 다주택자는 “지난 정부에서 부동산 투자를 장려해 집을 샀는데 정부가 바뀌니 투기꾼 취급을 받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낸다.“일단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 당장 규제 폭탄이 떨어졌지만 강남의 고액 자산가들은 일단 표면적으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투기 대책이 나올 때마다 표적이 돼 온 이들은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본다’는 오래된 경험에서 나온 법칙을 이번에도 잘 지키고 있었다. 김지영 신한PWM강남센터 PB팀장은 “대책이 나왔다고 해서 당장 부동산을 팔겠다는 분은 많지 않다”며 “어차피 가만히 있으면 양도세도 물지 않기 때문에, 다음 정부가 들어서 부동산 정책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고객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남지역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이곳에서 정말 돈 많은 사람들은 양도세는 물론이고 보유세가 도입돼도 대부분 낼 여력이 충분하다”며 “조용히 다른 유망지역 부동산을 알아보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많은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대책이 비록 강남 다주택자를 조준한 정책이지만 오히려 이들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자신감은 더 공고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출 규제로 진입장벽은 높아진 반면 부자들의 강남 선호 현상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여과 없이 불만을 드러내는 사람도 많다. 다른 자산이 그리 많지 않지만 강남에 집을 갖고 있어 이번 규제의 가장자리에 놓인 주민들이다. B 씨(49·여)는 5년 전 구입한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권이 이번 대책 때문에 애물단지가 됐다. 이 분양권은 시댁과 친정 부모님 생활비에 딸 학비와 결혼비용까지 마련해야 하는 그가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투자처였다. 그러나 8·2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조합원 지위도 넘길 수 없게 됐다. 그는 “한 달에 500만 원 이상을 대출금 갚는 데 쓰는 상황이라 이제 목돈 드는 큰일이 터져도 대처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정권마다 달라지는 부동산 정책 때문에 하루아침에 투기꾼으로 매도당하고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한다며 억울해하는 사람도 많다. 강남·송파구에 집을 두 채 갖고 있는 C 씨(50·여)는 “송파구에 있는 주택도 지난 정부의 양도세 면제 방침에 따라 구입한 것”이라며 “정부 정책에 맞춰 정상적으로 투자해 왔는데 이제 와선 빨리 팔지 않으면 세금 폭탄을 내리겠다고 협박하니 울화가 치민다”고 말했다.조용히 대체 투자처 물색 강남지역의 금융회사 PB들은 자산가들이 대체 투자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한다. 당분간 부동산 시장에는 투자 빙하기가 계속될 상황인 만큼 봄이 다시 찾아올 때까지 투자 자산을 옮겨놓을 임시 피난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남지역에 거주하는 60대 D 씨는 여윳돈으로 20만 달러를 매입했다. 당분간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 돈을 묵히느니 외화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최근 북한 리스크로 환율이 상승세를 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강남센터장은 “환차익은 과세 대상이 아닌 데다 자녀 유학자금 등의 이유로 해외 통화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대형 종목을 선호하는 자산가들은 조정기에 접어든 증시가 언제 반등할지 유심히 살피고 있다. 서재연 미래에셋대우 갤러리아WM 강남본부 상무는 “대장주 삼성전자는 30만 원 이상 떨어졌고, SK하이닉스도 조정을 받고 있어 오히려 지금 분할매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최근 5층 미만 꼬마빌딩에 대한 고객들의 투자 문의가 많아졌다”며 “수익형 부동산 중에서도 땅과 건물을 함께 살 수 있는 근린상가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강유현 yhkang@donga.com·박성민·신규진 기자}

    • 2017-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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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사관 회식때 고기 굽고 ‘시중’… 막힌 변기 뚫는 행정직원들

    유럽의 한 공관에서 사무직 행정직원으로 일하는 A 씨의 이달 ‘주요’ 업무는 관광지로 가는 비행기 티켓 예매와 현지 맛집 물색이다. 공관장은 “우리 가족 휴가에 지장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공관장과 가족들이 묵을 호텔방도 예약해야 한다. A 씨는 “내 휴가도 아닌데 이런 일을 해야 하나 자괴감도 들지만 공관장 지시를 거부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찬주 전 육군 제2작전사령관(59·대장) 부부가 공관병들을 ‘몸종’처럼 부렸다는 증언이 잇따르며 파문이 이는 가운데 외교부 해외 공관에서도 행정직원과 신참 외교관 등이 공관장의 ‘갑질’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접촉한 몇몇 나라 공관의 하급 직원들은 “해외 공관은 공관장의 왕국”이라고 입을 모았다. 해외 공관장들의 ‘횡포’ 대상은 주로 계약직 행정직원들이다. 공관 청소와 요리를 전담하는 직원이 있지만 외국어 능통자 위주로 선발하는 이들 행정직원도 갖은 잡일에 동원된다. 한 공관에 근무하는 행정직원 B 씨는 “공관장 가족들이 쓰는 변기를 뚫거나 안방 전구를 갈아 끼우는 등 허드렛일 지시가 수시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 공관에서 일하는 한 외교관은 “대사관에서 회식을 하면 행정직원들은 앉지도 못한 채 고기를 굽고 음식을 나르느라 자리가 파한 뒤에야 남은 음식으로 끼니를 때운다”며 “선임 외교관에게 ‘너무한 거 아니냐’고 했더니 ‘행정직원이면 그게 당연하다’고 대답해 놀랐다”고 말했다. 2015년에는 주파나마 대사의 부인이 공관 인턴에게 10시간 넘게 주방보조 일을 시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공관 신참 외교관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한 30대 외교관은 “고양이가 다쳤으니 동물병원에 가서 치료 받게 하라”는 공관장의 지시를 받았다. 치료 경과와 비용 명세까지 일일이 보고하라는 지시도 받았다. 공관 회계관리도 소규모 공관에서는 총무로 불리는 ‘막내’ 외교관 몫이다. 공금을 사적으로 쓴 뒤 “알아서 영수증 처리하라”는 공관장의 요구를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외교관 C 씨는 “공관의 고위 외교관이 어디서 썼는지도 모르는 반쯤 찢어진 영수증을 들고 와 처리하라고 할 때는 막막했다”고 말했다. 현지 교민에 대한 갑질 논란이 일기도 한다. 홍콩한인회는 김광동 홍콩총영사가 3월 주최한 교민 간담회에서 민간인인 총영사 부인이 회의를 주도했다며 지난달 청와대에 탄원서를 냈다. 김 총영사가 간담회 자리에 있었음에도 부인이 외교관인 듯 “우리가 사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말했다는 것이다. 탄원서는 총영사 부인을 ‘비선실세’에 비유하기도 했다. 홍콩총영사관 측은 “현지 한인학교의 이사회와 교장 사이의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총영사가 마련한 자리였다”며 “총영사 부인도 한 국민으로 참석해 발언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상당수 해외 공관은 건물 한 채로 돼 있어 공관장의 업무 공간과 거주 공간을 구분하기 어렵다. 공관장의 사적인 일이 공적인 일과 ‘혼동’되는 이유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통상 3년 차 이상의 막내 외교관이 20, 30년 경력의 공관장을 보좌한다. 한 번 눈 밖에 나면 공관 근무 3년여 내내 힘들어져 항명은 어려운 구조라는 게 중론이다. 한 행정직원은 “연말에 상호 평가가 있지만 공관장에게 불리한 말을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김배중·신규진 기자}

    • 2017-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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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밀한 부위 찍고 성희롱 인터뷰… 여름바다 흐리는 BJ

    “남자친구 있어요? 없으면 내 여자친구 할래요?” 지난달 29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한 남성이 수영복 차림의 외국인 여성에게 영어로 물었다. 남성은 방송용 무선마이크를 손에 쥐고 있었다. 2, 3m 떨어진 곳에선 다른 남성이 소형 캠코더를 들고 두 사람을 찍고 있었다. 당황한 여성이 “나는 열여덟 살”이라며 미성년자임을 밝혔지만 이들의 ‘무작정 인터뷰’는 멈추지 않았다. 요즘 해수욕장에 가면 이런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인터넷 개인방송을 진행하는 BJ(Broadcasting Jockey·방송진행자)들이 피서철을 맞아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해수욕장으로 대거 진출한 것이다.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해수욕장 풍경을 실시간 인터넷 방송으로 중계해 시청자들이 쏘는 별풍선(유료 아이템)을 얻는 것이다. 당연히 카메라는 수영복을 입은 여성의 몸매 등에 초점을 맞춘다. ○ ‘몰카’ 뺨치는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 등 온라인 방송에 등장하는 이른바 해수욕장 방송은 부산 해운대, 강원 강릉시 경포대, 충남 보령시 대천 등 전국 유명 해수욕장을 무대로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하루 10편가량 새로 올라온다. 누적 조회수가 27만을 웃돌 정도로 인기를 모으는 영상도 있다. 몰카는 말 그대로 몰래 숨어 찍지만 인터넷 방송은 당당히 카메라를 앞세워 사람들에게 접근한다. 상당수 피서객이 노골적인 촬영에 당황해하거나 방송인 걸 뒤늦게 알고 거부하지만 이런 모습까지 그대로 생중계로 방송된다. 이 과정에서 수영복을 입은 여성의 모습이 동의 없이 방송에 그대로 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시간 방송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나 소형 캠코더 등 간단한 장비만으로 실시간 방송이 가능한 걸 모르는 사람이 많다 보니 피해를 본 건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30일 진행된 한 방송을 보면 남성 BJ가 비키니 차림의 여성 3명에게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느냐”면서 말을 건다. 여성들은 “부담스럽다”면서 손사래를 친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는 줄곧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의 얼굴과 몸을 노골적으로 비춘다. 여성의 동의를 얻으면 더욱 노골적으로 바뀐다. BJ가 여성의 몸에 오일을 바르고 마사지를 해주는 장면까지 담는다. 카메라는 몸매를 구석구석 훑는다. 이런 화면이 나갈 때 실시간 댓글창은 입에 담기 힘든 성희롱과 인신 비하성 글이 쏟아진다. 지난달 30일 해수욕장에서 길거리 인터뷰를 하던 한 여성은 ‘성괴’(성형괴물)라는 댓글이 끊이지 않자 결국 눈물을 보이며 사라졌다.○ 동의 없이 찍어 돈벌이에 쓰면 처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동의 없이 몸을 찍어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았을 때는 처벌이 가능하다.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법은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해 방송한 BJ 김모 씨(21)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호선 국민대 법학과 교수는 “얼굴의 경우 동의 없이 누구인지 특정이 될 정도로 찍고 이를 영리적인 목적으로 사용했을 때 BJ에게 초상권 침해로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역시 해수욕장 방송이 수위에 따라 ‘몰카’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동의 없이 특정 신체 부위를 노골적으로 찍는 경우 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명확하게 촬영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게 중요하다”면서 “피해를 입게 되면 해수욕장에 설치된 ‘여름경찰서’에 신고를 하거나 112로 바로 전화를 해 피해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표적 온라인 방송 채널인 아프리카TV는 사전에 출연자에게 동의를 구하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피해 신고가 들어오면 영상 삭제를 할 수 있고 심할 경우 BJ에게 방송 중단 조치도 내린다”고 말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 기자}

    • 2017-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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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역버스 ‘따블 운전’ 줄고 ‘퐁당퐁당 휴식’ 늘어난다

    “얼마나 졸렸으면….” 26일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광역버스 운전사 A 씨가 한숨을 쉬며 탄식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를 출발해 양재 나들목 근처를 지나던 중이었다. 9일 광역급행버스(M5532) 추돌사고로 50대 부부 2명이 목숨을 잃은 바로 그 지점이다. 당시 사고의 결정적 원인은 운전사의 졸음운전이었다. 이어 운전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업체의 무리한 배차 등 버스업계의 민낯이 드러났다.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자 뒤늦게 버스업계에서도 잘못된 관행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6일 버스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버스업체가 이틀 근무 후 하루 쉬는 이른바 ‘따블(더블) 근무’를 주당 2, 3회에서 1회로 줄였다. 그 대신 하루 운행하고 하루 쉬는 이른바 ‘퐁당퐁당 근무’를 늘렸다. 오산교통 M5532번 운전사는 18시간 30분을 운행하고 다음 날 오전 7시 15분부터 운전대를 잡았다. 그로부터 7시간 30분 후 사고가 났다. 오산교통 운전사들은 법정 최저임금을 받으며 하루에 15∼19시간씩 운전했다. 이틀 또는 사흘 연속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광역버스 운전사 이모 씨(50)도 이틀 연속 근무가 일주일 2회에서 1회로 줄었다. 전체 근무일은 한 달 16일에서 14일로 줄었다. 직원이 부족할 때 그는 일주일 내내 운행한 적도 있다. 올해도 수시로 사흘 연속 근무했지만 경부고속도로 사고 후 개선된 것이다. 이 씨는 “이렇게 운행하면 월급이 30만 원가량 줄겠지만 그만큼 몸을 챙길 수 있으니 만족한다”고 말했다. 차량의 모든 운행 내용을 기록하는 ‘배차일보’를 새로 작성하기로 한 버스업체도 있다. 김모 씨(54·여)가 다니는 버스업체는 다음 달부터 모든 버스의 운행 시작부터 종료까지 전 과정을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배차일보를 작성하기로 했다. 운전사에게 휴식시간을 정확히 제공하고 이를 확인하려는 지방자치단체나 경찰 점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허술한 제도와 정부의 관리를 비판하는 의견도 여전히 많았다. 버스 운전사들은 현재 시행 중인 ‘8시간 의무휴식제’가 본래 취지와 달리 업주의 책임 회피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입을 모았다. 휴식시간을 산정하는 기준이 비현실적이라 업주가 운전사들을 혹사시키면서도 ‘우리는 법대로 했다’며 법망을 피해 갈 단초가 된다는 것이다. 8시간 의무휴식제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기반으로 버스가 마지막 정류장에 도착한 시간부터 다음 날 아침 첫 정류장을 통과하는 시간까지를 휴식시간으로 계산한다. 하지만 이 시간에는 마지막 정류장에서 차고지로 가서 차량을 정비하고 퇴근한 뒤 다시 차고지로 출근해서 첫 정류장으로 운행하는 시간까지 휴식시간으로 포함된다. 이틀 연속으로 근무할 경우 버스 운전사가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은 4, 5시간에 불과한 게 대부분 업체의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8시간 의무휴식제 시간 산정 기준의 개선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대는 26일 오산교통 대표 최모 씨(54)를 소환해 휴식시간 미준수 등에 대해 조사했다. 최 씨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조동주 djc@donga.com·신규진 기자}

    • 2017-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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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버스업체 대표 등 4명 영장 방침… ‘경부고속도 7중추돌’ 무리한 운행 강요

    9일 운전자 졸음운전으로 경부고속도로 7중 추돌사고를 낸 버스업체 업주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대는 사고 버스인 광역급행 M5532 버스를 운영하는 오산교통 대표 최모 씨(54)와 핵심 간부 등 4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버스 인명사고가 났을 때 업주를 공동정범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운전기사만 형사처벌을 받았다. 경찰은 26일 최 씨를 불러 조사한 뒤 주말까지는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은 최 씨가 기사들에게 무리한 운행을 강요하고 휴식 시간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아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고의적으로 취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회사 전무인 최 씨 장남을 비롯한 간부 3명에 대해서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하루 15∼19시간씩 이틀 연속 운행하고 하루 쉬는 오산교통 기사들은 동료가 과로로 쓰러지자 3월 13일 경기 오산시청과 국토교통부에 두 차례 진정서를 냈다. 다음 날 시청 공무원이 오산교통을 방문해 근무 여건을 개선하라고 지도한 뒤 수차례 관련 공문을 보냈지만 최 씨 등이 이를 고의적으로 무시했다고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또 오산교통은 버스 1대당 기사 1.1명(버스 103대, 기사 118명)에 그쳐 무리한 운행을 사실상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수도권 버스업체는 버스 1대당 기사 1.6∼2명이 있다. 경찰은 최 씨 등이 혹독한 근무 여건을 조성해 졸음운전을 직접적으로 유발한 만큼 M5532 기사 김모 씨(51·구속)의 공동정범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업주에게 부실 운영 책임을 지우는 판례를 이끌어내 관습처럼 무리한 운행을 강요하는 버스업계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생각이다. 경찰은 이를 위해 1994년 성수대교 및 1995년 서울 서초구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판례를 참고했다. 두 사고 모두 당시 관리감독을 맡은 고위 책임자도 공동정범으로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 씨는 사고를 낸 버스 기사들에게 ‘보험회사가 상대 피해 차량 수리에 부담하는 비용의 절반을 회사에 현금으로 내라’고 강요해 최소 수천만 원을 뜯어낸 혐의(공갈)도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수리비를 내지 않는 기사에게 징계를 내리고 운행에서 배제시키겠다고 협박했다. 최 씨는 국토부에서 M5532 버스 면허를 받을 때 매일 40회씩 운행하기로 해놓고 실제론 28회씩만 운행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조동주 djc@donga.com·신규진 기자}

    • 2017-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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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경찰홍보단-악대 등 ‘연예 의경’ 내년부터 안 뽑는다

    경찰이 2023년까지 병역 제도인 의무경찰을 전면 폐지하면서 일명 ‘연예 의경’을 가장 먼저 없애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의경으로 복무하는 유명 연예인들이 속한 경찰홍보단과 경찰악대는 연예인들의 특혜성 병역 해결 창구라는 논란을 빚어 왔다. 경찰은 최근 경찰악대 소속 인기 아이돌 그룹 ‘빅뱅’ 탑(본명 최승현·30)의 대마초 흡입 사건으로 홍역을 치르면서 연예 의경 1순위 폐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의경 단계적 폐지가 시작되는 내년 1월부터 연예 의경을 뽑지 않을 계획이다. 그동안 연예 의경이 경찰 홍보에 큰 도움이 됐지만 탑의 대마초 파동과 의경 전면 폐지 방침이 맞물리면서 신속하게 연예 의경부터 정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연예 의경 없애고 스포츠단 폐지 검토 연예 의경은 국방부가 2013년 군대 연예 병사 제도(국방홍보원 홍보지원대)를 폐지하면서 병역을 앞둔 연예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전까지는 많은 연예인들이 연예 의경보다 군대 연예 병사를 선호했다. 연예 의경보다는 연예 병사가 소속 연예인들에게 자유 시간을 더 많이 보장해 주고, 대중 앞에 설 수 있는 공연 횟수도 더 많았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연예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서울지방경찰청 경찰홍보단은 2000년 5월 ‘호루라기 연극단’으로 시작했다가 2012년 1월 현재의 이름으로 바꿨다. 연기자 이제훈 조승우 류수영, 개그맨 최효종, 아이돌 그룹 SS501의 허영생, 초신성의 김성제 등이 이곳에서 복무했다. 하지만 지난달 초 탑의 대마초 파동 이후 경찰은 유명 연예인 의경 선발에 극히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연예 의경에 지원한 유명 남성그룹 2AM의 임슬옹(30)을 탈락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찰은 내년부터 연예 의경을 아예 뽑지 않고 연예 의경 인원이 일정 수준 이하로 축소되면 내년 말 이전에 경찰홍보단과 경찰악대를 폐지할 방침이다. 폐지 시점에 복무 중인 연예 의경들은 기동대와 타격대 등 일선으로 재배치된다. 경찰은 야구단과 축구단 등 의경 스포츠단도 최우선 폐지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스포츠 선수는 군 복무를 하면서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지가 선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폐지 시점을 신중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축구 야구 육상 유도 사격 태권도 팀의 선수 정원을 110명으로 정해 운영 중이다. 경찰 야구단의 경우 프로야구 롯데 전준우와 KIA 안치홍이 거쳐 갔고, 두산 출신 정수빈과 이흥련, 일본 지바 롯데 출신 이대은 등이 복무 중이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국가대표 출신 염기훈은 경찰 축구단에서 복무하고 제대했다. 경찰은 2만5911명인 의경 정원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20%씩 줄여 2023년 9월까지 모든 의경을 전역시킬 방침이다. 내년부터 연예 의경과 행정·사무직 의경을 가장 먼저 없애고 신입 의경 대부분을 기동대 타격대 해안경비대 등의 현장에 배치할 계획이다. 경찰은 의경 폐지의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신규 경찰공무원을 최소 1만 명 이상 충원해야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공무원 81만 명 증원이 실현되면 신규 경찰공무원 2만 명 충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탑, 집행유예 항소 안 해 사회복무 연예 의경 1순위 폐지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탑은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단순 대마초 흡입으로는 중형인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도 항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역 복무를 피하게 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의경이 1년 6개월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의 실형이 확정되면 병역이 면제되고, 벌금형이 확정되면 원대 복귀해 복무를 계속해야 한다. 하지만 탑처럼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형이 확정되면 통상 사회복무요원(옛 공익근무요원)으로 재배치된다. 탑이 사회복무를 하게 되면 남은 복무 일수만 채우면 된다.조동주 djc@donga.com·신규진·김동혁 기자}

    • 20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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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사후 못 받은 월급 달라는데 일한 시간 직접 증명하라니…”

    올 2월 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에서 퇴직한 A 씨(39)는 요즘 하루 종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뒤지고 있다. 옛 동료와의 대화 내용과 근무 영상 등을 찾기 위해서다. 그가 회사를 그만둔 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밀린 급여 탓이다. A 씨가 퇴직할 때 받지 못한 급여는 약 3800만 원. 그는 생활비가 부족해 은행돈 4000만 원까지 빌렸다. 결국 A 씨는 최근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을 신고했다. 그러자 회사의 태도는 더욱 차가워졌다. 회사 측은 A 씨의 초과근무 자료는 물론이고 4대 보험 가입증명서 등 기본 서류마저 발급을 거부했다. A 씨는 어쩔 수 없이 SNS를 검색하고 옛 동료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함께 근무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받고 있다. 근로자 처우 개선을 위해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됐지만 그나마 정해진 임금도 받지 못해 고통을 겪는 근로자가 늘고 있다. 1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임금체불 신고는 2013년 18만1182건에서 지난해 21만7530건으로 늘었다. 체불 총액도 같은 기간 1조1930억 원에서 1조4286억 원으로 2000억 원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근로자가 체불된 임금을 받으려면 말 그대로 알아서 뛰어야 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임금체불 등 분쟁이 생겼을 때 회사 측이 근무시간 정보 등을 근로자에게 반드시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 회사가 근로자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해도 이를 제재할 규정이 없다. 기업들은 이런 허점을 노리고 근로자들이 스스로 근무시간을 증명하도록 방치하고 있다. 근무시간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하면 체불 임금을 다 받기가 어렵다. 대기업에서 5년 동안 근무했던 B 씨(28)는 평소 출퇴근 시간을 따로 기록하지 않아 휴일근무, 야근 등과 관련된 서류를 받지 못했다. B 씨는 “노무사를 찾아 가까스로 증빙 서류를 만들었지만 휴일근무 등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해 당초 받아야 했던 급여보다 500만 원을 덜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근무시간을 증명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까지 생겼다. 15일 출시된 ‘돈내나’라는 앱은 직장과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대조해 근로자가 실제 근무한 시간을 알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한다.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임금 지급 때 회사가 근로자에게 근무일 및 근무시간 등의 자료를 함께 제공해야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근로자는 근무시간을 증명하기 위한 수고를 덜 수 있다. 그러나 법안은 아직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탄핵과 대선이 이어지면서 제대로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심재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자가 자료를 요청할 때 회사가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관련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정윤 인턴기자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 2017-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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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근길 광역버스 여전한 ‘칼치기’… 수시로 과속 경보음

    12일 오전 7시 반 광역버스 한 대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정류장을 출발했다. 목적지는 서울 광화문. 좌석 41개에 앉은 승객들은 대부분 눈을 감고 있었다. 승객은 좌석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좁은 통로에도 10명 넘는 승객이 있었다. 천장이나 좌석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가는 승객들도 대부분 눈을 감은 모습이었다. 버스가 서울로 향하는 마지막 정류장을 지났다. 판교나들목을 거쳐 경부고속도로에 막 올라섰다. 하지만 안전띠 착용을 안내하는 버스 운전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전용차로에 올라선 광역버스가 제한속도 110km를 넘길 때마다 날카로운 경고음이 울렸다. 앞선 버스의 속도가 느려지자 갑자기 바로 옆 2차로로 진로를 바꿨다. 앞에 있는 버스를 제친 광역버스는 ‘칼치기(급격한 차로 변경)’로 다시 전용차로로 진입했다. 얼마나 급히 차로를 바꿨는지 한 여성 승객의 무릎 위에 놓인 가방이 떨어져 안에 있던 서류들이 바닥에 흩어졌다. 본보 기자들은 11일부터 이틀간 출근시간대 광역버스에 올라 현장점검에 나섰다. 경기 고양시 일산과 성남시 분당에서 서울 종로와 영등포, 서초를 오가는 버스들이다. 대부분의 버스가 도로교통법을 수시로 위반했다. 종로로 향하는 한 광역버스는 정차한 시내버스를 제치려다 중앙선을 침범해 맞은편 차량과 한 뼘 차이로 지나쳤다. 이날 확인한 법 위반은 △규정속도 미준수 △신호위반 △불법 차로 변경 △급출발·급정거 △승객입석 허용 △중앙선 침범 등의 순이었다. 운전사들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상화된 불법”이라며 배차시간 조정 등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당장 고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운전사들도 9일 경부고속도로 7중 추돌사고 후 불안감이 커 보였다. 경기 고양시의 한 운전사는 “2시간 반 운행하면 30분 휴식시간이 주어지는데 졸음운전이 위험한 건 알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가서 쉬려니 난폭운전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승객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정순 씨(79·여·서울 은평구)는 최근 지하철과 택시만 탄다. 올 1월 교통사고를 직접 경험한 탓이다. 하차를 위해 서 있던 이 씨는 광역버스가 급제동하면서 몸 전체가 공중에 붕 뜨는 경험을 했다. 이 씨는 “기사들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이번 사고는 안전불감증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혁 hack@donga.com / 수원=신규진 / 김예윤 기자}

    • 2017-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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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 막히면 화장실도 못가고 운전만… 휴게실 소파엔 뽀얀 먼지

    ‘휴게실’이라고 쓰인 스티커가 철문에 너덜너덜 붙어있었다. 문을 열자 33m²(약 10평) 남짓한 시멘트 바닥에 3인용 소파 2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앉는 사람이 드문 탓인지 소파 위에는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었다. 구석에 놓인 새카만 대걸레의 퀴퀴한 냄새로 코끝이 찌릿했다. 필터에 녹이 슨 15년 된 에어컨에선 미지근한 바람이 흘러나왔다. 실내 곳곳에 거미줄도 보였다. 9일 경부고속도로에서 7중 추돌사고를 낸 광역급행버스(M5532번) 운전사 김모 씨(51)의 소속 버스회사인 오산교통의 휴게실이다. 이름은 휴게실이지만 한눈에도 휴식을 취할 만한 곳이 아니었다. 11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이곳 주변에 5시간가량 머무는 동안 휴게실을 찾는 운전사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이 회사에는 127명의 운전사가 있다. 하루 15시간 넘게 장거리 운행을 하면서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버스 운전사들의 피로 누적이 졸음운전 참사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김 씨 역시 전날 19시간 동안 근무하고 7시간 반 만에 또다시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고를 냈다. 장거리를 달리는 운전사에게 의무적으로 휴식을 취하도록 하지만 현장에는 제대로 쉴 공간도, 시간도 없었다.○ 오이 씹으며 졸음 쫓아 11일 오후 6시경 경기 성남시 분당구와 경기 군포시를 오가는 광역버스 안. 운전사 김모 씨(54)는 준비해온 오이를 우걱우걱 씹더니 그래도 졸음을 물리치기가 어려운 듯 고개와 어깨를 이리저리 돌렸다. “전화 통화를 하는 게 잠 깨는 데 가장 좋긴 하지만 승객들이 불안해하니까….” 김 씨가 이날 분당과 군포를 4차례 오가며 9시간 운전하는 동안 휴식시간은 점심 때 10분을 포함해 1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회차지인 군포 한세대 앞에 도착해 손님이 모두 내리자 김 씨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소변이 급했던 것이다. 잠시 망설이던 김 씨는 화장실을 포기하고 다시 분당 방면으로 운행을 시작했다. 김 씨는 “회차지 정류소에 따로 화장실이 없어 주변 주유소나 상가건물에 들어가 부탁을 해야 하는데 번거로워서 웬만하면 그냥 참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서대문 부근에서 운행을 하던 한 버스운전사는 용변이 급한 나머지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유소 화장실에 갔다가 한 승객이 운전사를 구청에 신고해 사달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조)이 2015년 버스 운전사 289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운행하는 버스 종점과 회차지에 화장실이 없다”고 답한 운전사가 전체의 60%에 이른다. 주변에 상가건물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이마저 없으면 도로변에서 해결해야만 한다. 경기와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는 서울 도심을 경유한 뒤 다시 고속도로를 거쳐 경기 지역 차고지로 돌아오는 노선을 반복 운행한다. 출퇴근 시간에는 왕복 4시간 넘게 걸리지만 피곤하다고 도중에 버스를 세울 순 없다. 중간 회차지 역시 대부분 서울역, 강남역, 사당역 등 붐비는 도심이라 운전사들이 버스를 세우고 쉴 공간이 거의 없다. 2시간 운전 후 15분씩 쉬도록 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규정은 남의 나라 이야기다. 서울역에서 회차하는 광역버스 운전사 이모 씨는 “차고지에선 서둘러 나오기 바쁘고 회차지에선 조금만 버스를 주차하고 있어도 딱지를 떼이는 경우가 있어 휴식은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고정된 자세로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하는 업무 특성 때문에 ‘직업병’을 앓는 운전사도 상당수다. 경기 평택시에서 버스 운전사로 10년째 일해온 박모 씨(41)는 다리에 하지정맥류가 생겨 2015년에 수술을 받았다. 박 씨는 “50, 60대인 동료 기사들은 방광염이나 전립샘에 문제가 있어 비뇨기과에 다니는 경우가 많다”며 “식사를 할 때는 대충 국물에 후루룩 말아먹기 때문에 소화기 계통 질환도 많다”고 말했다. 자동차노조의 2015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버스 운전사의 27.3%가 어깨와 무릎에 통증을, 23.5%는 요통과 허리질환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 전국 버스 실태조사 착수 국토교통부는 고속버스 졸음운전 사고를 막기 위해 전국 버스운송업체 200여 곳을 대상으로 안전관리 실태 점검에 나선다고 11일 밝혔다. 기존 차량에 졸음운전 사고를 예방하는 ‘전방추돌 경고장치(AEBS)’ 장착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AEBS 의무 장착은 올해 1월 9일 이후 신규 출시된 대형 승합차와 화물차에만 적용돼 왔다. 국토부는 지자체와 합동점검반을 꾸려 버스업체가 운전사의 최소 휴게시간을 보장하는지, 운전사의 질병, 피로, 음주 상태를 확인하는지, 운전사 휴게시설은 설치했는지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현행 여객사업법 개정안은 시외·고속·전세버스 운전사가 2시간 연속 운전하면 휴게소 등에서 15분 이상 쉬도록 규정하고 있다. 4시간 이상 운전하면 30분 이상 쉬도록 했다. 이를 지키지 않는 업체는 최대 90일 사업정지나 180만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지만 졸음운전으로 인한 버스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7중 추돌사고를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대는 11일 오산교통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김 씨가 졸음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의심되는 만큼 사측이 휴식시간 보장 등 안전관리 규정을 준수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또 경찰은 사측이 차량을 불법개조하거나 시속 110km를 넘지 못하도록 한 속도제한장치를 제거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오산=최지선 aurinko@donga.com / 수원=신규진·정임수 기자}

    • 2017-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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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도 저승사자와 달린다

    “시속 90km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어느 순간 눈이 감긴 것 같은데 갑자기 우당탕 소리가 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앞바퀴가 붕 떠 있었다.” 9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에서 7중 추돌사고를 낸 광역급행버스(M버스) 운전사 김모 씨(51)는 사고 당시 상황을 이같이 설명했다. 이틀 일하고 하루를 쉬는 김 씨는 이날 이틀째 근무하던 날이었다. 사고 전날인 8일 김 씨는 오전 5시∼오후 11시 반까지 19시간 가까이 일했다. 경기 오산시∼서울 사당역까지 2시간 반 정도 걸려 106.6km 구간을 왕복하는데 이 여정을 6차례 반복했다. 운행 거리가 639.6km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360km(최단거리 기준)의 두 배에 육박한다. 이튿날 김 씨가 출근해 운전대를 잡은 시각은 오전 7시 15분. 전날 운전대를 놓은 지 7시간 반 만이었다. 그는 점심식사 후 오후 1시 45분 세 번째 운행에 나섰다. 그리고 약 1시간 만인 오후 2시 42분 사고가 났다. 김 씨의 동료들은 “김 씨는 경력 8년의 베테랑 기사였다”며 그날따라 김 씨는 버스에 잘 오르지 못하고 식당에 자주 앉아 있었다”고 전했다. 김 씨는 별다른 사고 전력이 없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사업용 차량 운전사들이 2시간 이상 운행 때 반드시 15분 이상 쉬도록 하고 있다. 또 운행 간격도 최소 8시간 이상을 유지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김 씨에게 이 규정은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올 3월 김 씨의 동료들은 오산시청에 “전날 운행 후 다음 날 운행 때까지 8시간 휴식을 보장해 달라”는 진정을 제기했다. 하지만 실제 근무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런 환경은 김 씨만의 얘기가 아니다. 이날 본보 기자는 27년 경력의 이모 씨(60)가 운전하는 광역버스(경기 수원시∼서울역)에 탑승해 17시간 동안 운행 상황을 확인했다. “씹을 거리가 있어야 저승사자가 못 온다.” 이 씨는 운전대 옆 비닐봉지에 담긴 콩과 호두를 한 움큼 집어 입에 털어 넣었다. 식사 후 몰려오는 졸음이 그에겐 ‘저승사자’다. 오후 11시가 돼서야 일과를 마친 그는 “한 번 나가면 2, 3시간 꼼짝 못 하고 달려야 하는 게 버스 운전이다. 잠깐 눈을 감았는데 앞차가 코앞인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이날 오전 4시 반 수원에 있는 차고지에 도착해 오전 5시 10분 운행을 시작했다. 두 차례 왕복운행을 하고 수원 차고지로 돌아온 때가 오전 10시 반. 이때가 하루 첫 끼니를 해결하는 시간이다. 10분 만에 밥그릇을 비운 그는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뽑아들고 담배를 물었다. 15분간 한숨을 돌린 이 씨는 다시 버스에 올랐다.오산=최지선 aurinko@donga.com / 수원=신규진 기자}

    • 2017-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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