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진

신규진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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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에서 국방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newjin@donga.com

취재분야

2026-03-09~2026-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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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 속 무한대기, 탈진한 아이는 결국…사각지대 놓인 아역배우들

    “엄마, 너무 힘들어.” 이모 씨(40·여)는 지난달 단편 드라마 야외 촬영장에서 아역배우로 출연한 9살 아들의 말에 그저 물만 건넬 수밖에 없었다. 35도가 훌쩍 넘는 폭염 속에서 촬영은 4시간씩 사흘 간 계속됐다. 이 씨는 “하루 촬영 시간을 줄여 달라”고 요청했지만 제작사는 비용이 늘어난다며 거절했다. 결국 탈진한 아이는 열이 오르고 호흡이 가빠져 입원했다. 방송계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요구는 높아지고 있지만 아동 배우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2014년부터 시행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 따르면 15세 미만은 근로 시간이 주 35시간을 초과하면 안 된다.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촬영하는 것은 휴일에만 가능하고, 보호자가 동의해야 한다. 하지만 법을 지키는 현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아역 배우는 촬영이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고 ‘무한대기’도 다반사다. 올해 한 지상파 드라마에 출연한 A양의 어머니 박모 씨(38·여)는 “촬영이 오후 4시로 예정됐지만 자정이 넘어 찍었다. 준비하고 대기한 시간을 합치면 10시간 가까이 걸렸다. 제작진은 ‘방영 3,4일 전부터 촬영을 시작하니 이해하라’는 식이다”고 했다. 새벽 늦게 촬영이 끝나 조금 쉰 뒤 곧바로 강행하는 일명 ‘디졸브 촬영(화면 겹치기 방식의 장면전환에서 나온 촬영장 속어)’에 아이가 동행하는 경우도 있다. 학교 수업 때문에 촬영 일정을 조정하기도 어렵다. 한 아역배우 부모는 “촬영 스케줄은 일방적으로 통보받기 때문에 시간을 바꿀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촬영장에서 스태프 간 고성, 욕설 등에 아이가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아동 배우들은 열악한 조건을 견딜 수밖에 없다. 촬영장에서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는 ‘다작(多作) 스펙’을 갖춰야 섭외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단편 드라마에 아들을 출연시켰던 김모 씨(40·여)는 “PD가 주 40시간 넘게 촬영을 요구했다. ‘일주일만 고생하면 끝나지 않느냐’고 말해 당황했다”고 토로했다. 영국에서 어린이는 하루 4시간 이상 촬영 할 수 없다. 제작사는 이를 엄격히 지켜 영화 ‘해리포터’는 영화 촬영이 6개월 이상 걸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9세 미만은 6시간, 16세 미만은 7시간 등 연령별로 촬영 시간을 정해놓았다. 촬영 현장에 교사자격증을 지닌 선생을 보내 아이의 학습권도 보장한다. 한 외주 제작사 PD는 “노동 여건을 개선할 때 성인 뿐 아니라 아이까지 고려해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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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한 영화 독설로 떴다? 애정 없인 못해”

    “애정이 없으면 깔(?) 수도 없어요.” 서울 강서구의 한 카페에서 6일 만난 유튜브 채널 ‘거의없다’ 운영자 백재욱 씨(38)가 말했다. 그는 망한 영화들만 골라 리뷰하는 유튜버다. 지난해 1월부터 운영한 채널 구독자는 15만 명. 이미 70여 편의 망작(?)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이야기가 부실한 데다 신파, 컴퓨터그래픽(CG) 등을 억지로 덕지덕지 발라 놓은 영화가 비판 대상”이라고 했다. 비판하려는 영화 장면을 편집해 내레이션을 입히고 중간 중간 다른 영화 장면을 끼워 넣는다. 이 과정에만 꼬박 이틀이 걸린다. 10여 분 영상을 마무리하는 한 줄평도 인상적이다. 영화 ‘리얼’의 경우 “음식을 시켰는데 주방장이 재료를 다 먹고 접시에 대변을 싸서 내놓은 것 같다”고 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7년의 밤’을 영화 ‘샤이닝’과 비교하며 “이미 (소설로) 먹힌다는 것이 검증이 됐으니까 ‘꿀이네?’ 할 수 있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원래 그렇게 날로 먹기가 쉽지가 않다”고 했다. 올 초에는 최악의 영화를 선정하는 ‘걸(乞)작선 영화제’도 진행했다. ‘7번방의 선물’ ‘해운대’ ‘실미도’ 등 상업적 성공을 거둔 영화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현재 상영 중인 영화는 리뷰하지 않는다. 영상이 확보돼야 더 확실히 비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보비를 받고 특정 개봉 영화를 리뷰해 달라는 요청도 들어왔지만 모두 거절했다. 콘텐츠가 비판 일색이다 보니 제작사에서 영상 사용에 대한 저작권 시비를 걸기도 한다. 사실 그는 한국 영화 마니아다. 뻔한 설정과 소재를 담은 영화들이 공산품처럼 쏟아지는 현실이 안타까워 유튜브를 시작했다. “한때 영화 제작자를 꿈꿨어요. 영화 쪽을 지망하시는 분들에게 제 영상이 ‘(영화를 만들 때) 이런 것들은 피하라’는 지침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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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품 연관어 ‘박물관’→‘브랜드’… 1990년대부터 ‘폭염’ 〉‘혹한’ 역전

    동아일보와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디지털인문학센터가 공동으로 8·15광복 이후 본보에 실린 기사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한민국 70년 동안 우리 사회·문화의 변화상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이 센터가 개발한 ‘동아일보 코퍼스(말뭉치)’ 분석 시스템은 1946∼2014년 발간된 동아일보 기사 260만 건(약 4억100만 어절) 전체를 분석할 수 있다.○ 문화재에서 소비재 된 명품 ‘명품(名品) 브랜드’, ‘명품 가방’…. 신문지상에서 명품이란 단어가 등장한 건 1970, 80년대다. 당시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고급 럭셔리 제품이 아니라 박물관, 전시회, 청자 등 문화재와 관련된 단어들과 함께 쓰였다. “명품을 갖고 있는 수장자들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물건을 팔려고 내놓지 않아 일반 사람들은 박물관이나 미술관 아니면 구경조차 할 수가 없다.”(동아일보 1985년 3월 2일) “고려청자의 빼어난 명품들을 한자리에 모은 ‘고려청자 명품전’.”(1985년 10월 15일) 최종택 고려대 문화유산융합학부 교수는 “1980년대는 발굴조사가 전국적으로 펼쳐지면서 각종 국보·보물급 문화재가 출토돼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라고 말했다. 명품이 백화점, 시계, 패션 등의 단어와 함께 쓰이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이후다. 2000년대에는 브랜드, 매장, 제품 등 ‘고급 소비재’를 지칭하는 말로 자리를 잡았다. 짝퉁 명품 밀수 단속 기사가 자주 등장하는가 하면 “샤넬 디오르 루이뷔통 프라다 페라가모 등 국내에서 ‘명품’으로 불리는 유명 해외 브랜드를 영어로 표현하면 럭셔리 혹은 프레스티지다”(2000년 1월 21일)처럼 명품의 정의를 소개하는 기사도 나왔다. ○ 혹한에서 폭염으로 요즘 냉방권이 기본권으로 등장할 만큼 더운 한국이지만 더위보다 추위가 큰 문제였던 시절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60년대 “새해에 접어들어 십육 일째 계속되는 강설과 십삼 년래의 혹한으로 대부분 교통망이 두절돼”(1963년 1월 17일) “폭풍설 몰고 혹한 엄습―전선엔 영하 29도”(1965년 1월 11일) 같은 기사들이 사회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1950년대 주요 키워드의 하나로 ‘동장군’이 꼽히기도 했다. 실제 1940∼1980년대까지는 기사에서 ‘혹한’이 사용된 빈도가 높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역전돼 ‘폭염’이 더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은 기록적 무더위를 맞은 1977, 1994, 2012년 사용이 급증했다. “35년래의 폭염이 밀어닥친 7월의 마지막 주말, 전국은 온통 용광로처럼 들끓어 올랐다.”(1977년 8월 1일)○ ‘공매’→‘학과’→‘게임’ 인기 이동 ‘인기’와 함께 쓰인 단어는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했을까. 예나 지금이나 ‘배우’ ‘가수’ ‘영화’ 등 대중문화의 주인공들이 상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1950년대에는 ‘비료 공매(公賣)에 최고 인기’(1958년 4월 30일) 기사처럼 ‘공매’도 한 문장에서 ‘인기’와 함께 자주 사용됐다. 1980년대 인기와 가장 관련된 단어는 ‘학과’였다. 1981년 대입 전형 방식이 본고사에서 학력고사로 바뀌며 선시험 후지원 방식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대학 지원에서 치열한 눈치작전이 벌어졌고 끝내는 ‘일류대 인기학과 미달’이라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말았다”(1981년 5월 25일)는 보도는 당시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산업화가 진전되며 취업이 비교적 유리한 상경계열, 공학계열 학과를 선호하던 현상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90년대 이후부턴 정보기술(IT)의 발달과 함께 급격히 성장한 ‘게임’이 인기와 자주 쌍을 이뤘다.○ 여전히 입시 지옥 중인 대한민국 195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지옥’은 내내 ‘입시’와 함께했다. 1960년대 ‘입시 지옥’은 대학 입시보다는 중학 입시 관련 단어와 함께 쓰인 경우가 많았다. 1970년대에는 대중교통 관련 ‘승차’가 지옥과 높은 빈도로 자주 쓰였다. 1980년대까지 ‘팀장’이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는 ‘0’에 가까웠다. 2000년대 급증한 ‘팀장’은 2010년대에는 ‘과장’을 추월했고, ‘부장’과의 간격도 좁혔다. 과장과 팀장이 2000년대 각각 어떤 업무 관련 단어와 함께 자주 언급됐는지 살펴보면 정책, 행정, 지원 등은 ‘과장’이 주로 맡았다. 전략, 투자, 마케팅, 홍보, 분석 등은 ‘팀장’이 맡았다. 스포츠에서 ‘씨름’은 1980년대 평균적으로 ‘골프’보다 기사에서 더 자주 언급됐지만 1988년을 기점으로 역전된다. 1995년 무렵부터 급증한 골프의 사용 빈도는 1998년 이후 박세리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잇달아 우승하며 정점을 찍었다.유원모 onemore@donga.com·조종엽 기자   ▼ 외환위기땐 ‘소주’, 2002 월드컵땐 ‘맥주’ ▼정말 맥주는 기쁨의 술, 소주는 슬픔의 술이었을까. 신문에 자주 실린 주류들을 비교하면 실제 관련성이 보인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있을 때 소비량이 는다는 속설처럼 올림픽, 월드컵 때 맥주는 신문에 가장 많이 언급됐다. 2002년이 최고치다. ‘서민의 술’ 소주는 외환위기를 겪던 1990년대 후반 언급이 급격하게 늘었다. 동아일보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소비 부문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단연 저가 품목의 선호 경향이다. 주류시장도 맥주 위스키 시장 우위에서 소주의 약진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1999년 1월 25일)고 보도했다. 사실 맥주는 1950년대 이후 신문에 가장 많이 언급된 주류다. ‘가짜 맥주’를 만들던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거나 1970년대 ‘한독맥주’의 주식 위조사건 등 사회 문제와 관련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막걸리는 1980∼2000년대에 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2010년 ‘막걸리 붐’을 타고 다른 주류를 압도하면서 반짝 최고치를 찍은 후 다음 해부터 다시 빈도가 줄어들었다. 외식은 어떨까. 불고기는 1960, 70년대 부동의 1위였다. 1980, 90년대 들어 불고기를 추월한 햄버거와 피자는 인스턴트 음식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2010년대 빈도가 하락했다. ‘서민 음식’ 삼겹살은 1990년대가 돼서야 빈도가 늘기 시작했다. 전형주 장안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무역 자유화로 외국산 식품들이 들어오면서 가격이 낮아졌고 고기 전문점도 이때 많이 생겨났다”고 분석했다. 유행은 돌고 도는 듯하다. ‘미니스커트’의 빈도는 가수 윤복희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타나 신드롬을 일으킨 1967, 1968년이 최고치였다. 이후 1992, 1997, 2003, 2007, 2012년 등 약 5년 주기로 언급이 많아지는 현상이 반복됐다. ‘나팔바지’도 1993년 언급이 늘어난 뒤 비슷한 주기로 등락을 되풀이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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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식 시켰는데 XX이 나왔다” 망한 영화만 리뷰하는 유튜버, 왜?

    “애정이 없으면 깔(?) 수도 없어요.” 서울 강서구의 한 카페에서 6일 만난 유튜브 채널 ‘거의없다’ 운영자 백재욱 씨(38)가 말했다. 그는 망한 영화들만 골라 리뷰하는 유튜버다. 지난해 1월부터 운영한 채널 구독자는 15만 명. 이미 70여 편의 망작(?)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이야기가 부실한데다 신파, 컴퓨터그래픽(CG) 등을 억지로 덕지덕지 발라놓은 영화가 비판 대상”이라고 했다. 비판하려는 영화 장면을 편집해 내레이션을 입히고 중간중간 다른 영화 장면을 끼워 넣는다. 이 과정에만 꼬박 이틀이 걸린다. 10여 분 영상을 마무리하는 한 줄평도 인상적이다. 영화 ‘리얼’의 경우 “음식을 시켰는데 주방장이 재료를 다 먹고 접시에 대변을 싸서 내놓은 것 같다”고 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7년의 밤’을 영화 ‘샤이닝’과 비교하며 “이미 (소설로) 먹힌다는 것이 검증이 됐으니까 ‘꿀이네?’ 할 수 있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원래 그렇게 날로 먹기가 쉽지가 않다”고 했다. 올 초에는 최악의 영화를 선정하는 ‘걸(乞)작선 영화제’도 진행했다. ‘7번방의 선물’ ‘해운대’ ‘실미도’ 등 상업적 성공을 거둔 영화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현재 상영 중인 영화는 리뷰하지 않는다. 영상이 확보돼야 더 확실히 비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보비를 받고 특정 개봉 영화를 리뷰 해달라는 요청도 들어왔지만 모두 거절했다. 콘텐츠가 비판 일색이다 보니 제작사에서 영상 사용에 대한 저작권 시비를 걸기도 한다. 사실 그는 한국 영화 마니아다. 뻔한 설정과 소재를 담은 영화들이 공산품처럼 쏟아지는 현실이 안타까워 유튜브를 시작했다. “한 때 영화 제작자를 꿈꿨어요. 영화 쪽을 지망하시는 분들에게 제 영상이 ‘(영화를 만들 때) 이런 것들은 피하라’는 지침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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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전-피란민’에서 ‘인터넷-펀드’로

    광복 이후 시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디지털인문학센터는 ‘핵심어로 본 시대상의 변화’ 논문에서 1946년부터 2014년까지 동아일보 기사를 10년 단위로 분석했다. 1950년대는 전쟁의 시대였다. 휴전, 포로, 괴뢰, 피란민, 수용소 등이 지면을 장식했다. 6·25전쟁 후 국제사회 원조와 관련된 물자, 국채, 배급 등 키워드도 다수였다. 특이한 점은 ‘공군’이 자주 등장했는데 이는 전쟁 당시 북한, 중공군을 압도했던 연합군 공군의 활약상을 자주 지면에서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1960년대는 혁명, 부정, 부패, 축재자, 폭력배 등 4·19혁명과 관련된 단어가 많았다. 이후 급변했던 정치 상황에 맞게 민의원, 참의원, 개헌 등이 뒤따랐다. 반공의 시대인 만큼 삐라, 빨갱이, 공산당, 공비 등 이념적 대립을 상징하는 단어 사용은 1970년대까지 이어졌다. 1970년대에는 석유, 인플레, 대륙붕 등 이 시기 국제사회를 강타했던 오일 쇼크 관련 단어들이 주목을 받았다. 1980년대 핵심 키워드는 민주화였다. 개헌, 석방, 직선제, 최루탄, 계엄령, 고문치사 등의 단어와 더불어 올림픽도 자주 언급됐다. 1990년대부터는 재벌, 실명제, 수표, 덤핑 등 경제 관련 키워드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정리해고, 경제난 등 외환위기 시절의 어두운 면을 상징하는 단어들도 관찰됐다. 2000년대는 인터넷, 홈페이지, 사이트, 온라인, 동영상 등 정보화와 관련된 키워드가 등장했다. 이전 시기와 다르게 공부, 특목고, 사교육, 체험 등 교육, 문화 관련 단어도 크게 늘었다. 삶의 질이 향상됐지만 고령화, 양극화, 독거노인, 비정규직 등 새로운 사회 문제도 생겨났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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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엔 섹시, 여름엔 발랄, 가을엔?

    “바다야∼ 바다야∼ 모두 가져가줄래∼.” 지난달 30일 4인조 걸그룹 ‘트위티’가 발표한 ‘바다야’ 가사 중 일부다. 뜨거운 햇살 아래 복고풍 기타 리듬과 브라스, 칼림바 소리가 어우러진 노래를 듣고 있자면 당장 여름 해변으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7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멤버들도 노래처럼 무척 밝았다. 이들은 ‘바다야’를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등 최근 유행하는 장르보다 더 많은 연령대가 좋아할 수 있는 노래”라고 입을 모았다. 트위티는 ‘Trend’와 ‘Sweety’의 합성어. 2015년 데뷔한 이들은 이름처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여 왔다. ‘바다야’의 발랄함과 달리 올 3월 발표한 ‘배드 보이’는 강한 여자를 상징하는 ‘걸크러시’ 콘셉트였다. 이 노래는 특히 중국, 브라질 등 해외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기대도 안 했는데 해외 팬들이 많이 성원해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언제든지 준비는 돼 있죠. 2년 전부터 독학으로 중국어를 공부해 의사소통도 가능할 정도랍니다.”(해린) 10대부터 20대 중반까지 멤버 연령층이 다양하지만, 트위티는 “운동선수 출신 멤버가 많아서 그런지 단합은 어느 그룹에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리더 아인은 학창 시절 인라인스케이트와 펜싱 선수였다. 해린도 수영과 배드민턴, 육상 등 여러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렇다고 팀 분위기가 딱딱한 건 결코 아니다. 막내 보름은 아무리 스케줄이 바빠도 왕복 두 시간 거리 고등학교를 빠지지 않는다. 보름은 “다른 언니들이 진짜 친언니들처럼 잘 챙겨준 덕분”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분위기 덕에 ‘바다야’ 신곡 발표 직전 들어온 새 멤버 채아도 그룹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었다. “아인 언니가 지닌 청순 매력 이미지가 탐이 난다”고 하자, 아인은 “얼른 가져가”라며 서로 깔깔거렸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라는 요즘, 트위티는 2주 전 ‘바다야’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며 무척 애를 먹었다. 서해의 한 섬에 들어가 진행했는데, 일정상 오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치른 강행군에 “너무 더워서 탈진할 뻔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해린은 “뮤직비디오를 보면 저랑 채아랑 앞머리가 없다. 땀 때문에 주체가 안 돼 넘길 수밖에 없었다”며 웃었다. 어느덧 3년 차 걸그룹이지만 이들의 마음가짐은 여전히 갓 데뷔한 신인이다. 막내 보름은 “봄에는 섹시, 여름에는 발랄했다. 다음은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했다. 트위티는 올해 꾸준히 계절별로 싱글 앨범을 내며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롤 모델은 ‘걸스데이’ 선배님들이에요. 선배들도 무명 시절 어려움을 겪었지만, 꾸준히 활동해 빛을 보셨잖아요. 저희도 언젠가 그럴 날이 오겠죠? 하하.”(아인)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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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걸그룹 트위티 “봄에는 섹시, 여름에는 발랄, 다음은…”

    “바다야~ 바다야~ 모두 가져가줄래~” 지난달 30일 4인조 걸그룹 ‘트위티’가 발표한 ‘바다야’ 가사 중 일부다. 뜨거운 햇살 아래 복고풍 기타 리듬과 브라스, 칼림바 소리가 어우러진 노래를 듣고 있자면 당장 여름 해변으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7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멤버들도 노래처럼 무척 밝았다. 이들은 ‘바다야’를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등 최근 유행하는 장르보다 더 많은 연령대가 좋아할 수 있는 노래”라고 입을 모았다. 트위티는 ‘Trend’와 ‘Sweety’의 합성어. 2015년 데뷔한 이들은 이름처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여 왔다. ‘바다야’의 발랄함과 달리 올 3월 발표한 ‘배드 보이’는 강한 여자를 상징하는 ‘걸크러시’ 컨셉트였다. 이 노래는 특히 중국, 브라질 등 해외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기대도 안했는데 해외 팬들이 많이 성원해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언제든지 준비는 돼 있죠. 2년 전부터 독학으로 중국어를 공부해 의사소통도 가능할 정도랍니다.”(해린) 10대부터 20대 중반까지 멤버 나이대가 다양하지만, 트위티는 “운동선수 출신 멤버들이 많아서 그런지, 단합은 어느 그룹에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리더 아인은 학창시절 인라인스케이트와 펜싱 선수였다. 해린도 수영과 배드민턴, 육상 등 여러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렇다고 팀 분위기가 딱딱한 건 결코 아니다. 막내 보름은 아무리 스케줄이 바빠도 왕복 두 시간 거리 고등학교를 빠지지 않는다. 보름은 “다른 언니들이 진짜 친언니들처럼 잘 챙겨준 덕분”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분위기 덕에 ‘바다야’ 신곡 발표 직전 들어온 새 멤버 채아도 그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아인 언니가 지닌 청순 매력 이미지가 탐이 난다”고 하자, 아인은 “얼른 가져가”라며 서로 깔깔거렸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라는 요즘, 트위티는 2주 전 ‘바다야’ 뮤직비디오 촬영하며 무척 애를 먹었다. 서해의 한 섬에 들어가 진행했는데, 일정상 오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강행군에 “너무 더워서 탈진할 뻔했다”고 떠올렸다. 해린은 “뮤직비디오를 보면 저랑 채아랑 앞머리가 없다. 땀 때문에 주체가 안 돼 넘길 수밖에 없었다”며 웃었다. 어느덧 3년차 걸그룹이지만 이들의 마음가짐은 여전히 갓 데뷔한 신인이다. 막내 보름은 “봄에는 섹시, 여름에는 발랄했다. 다음은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벌써부터 기대 된다”고 했다. 트위티는 올해 꾸준히 계절 별로 싱글 앨범을 내며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롤 모델은 ‘걸스데이’ 선배님들이에요. 선배들도 무명시절 어려움을 겪었지만, 꾸준히 활동해 빛을 보셨잖아요. 저희도 언젠가 그럴 날이 오겠죠? 하하.”(아인)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 2018-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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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쩍 늘어난 1인2역 드라마… 눈길 끌거나 식상하거나

    마크 트웨인의 소설 ‘왕자와 거지’부터 이병헌 주연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까지. 영화나 연극에서 1인 2역은 끊임없이 변주돼 온 형식이다. 최근 국내 드라마에서도 ‘1인 2역’ 열풍이 불고 있다. 올해만 벌써 배우가 1인 2역으로 등장한 작품이 6편이나 된다. 그들은 차별화에 성공했을까, 또 한번 뻔한 식상함으로 시청자들을 실망시켰을까. 우선 1인 2역 작품의 소재와 형식이 다양화하고 진화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달 25일 첫 방영을 한 SBS 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에서 배우 윤시윤은 쌍둥이 형제인 판사와 전과 5범을 연기한다. 형의 부재로 얼떨결에 판사가 된 전과자 한강호는 틀을 깨는 ‘사이다’ 판결로 통쾌함을 선사한다. 제작진은 “식상한 쌍둥이 소재를 어떻게 활용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며 “엘리트 교육을 받지 않은 인물이 판결을 내릴 때 서민이 더 공감할 수 있다는 측면에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4, 5월에 방영했던 KBS2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은 판타지적 요소인 ‘빙의’라는 소재를 사용했다. ‘연기 본좌’라 불리는 김명민이 1인 2역을 맡아 성공만 바라보는 냉혈한과 인간미 넘치는 중국집 사장을 자연스레 넘나들었다. 7월에 종영한 SBS ‘기름진 멜로’에선 연기파 중년 배우 이미숙이 재벌집 사모님을 연기하면서도 길거리 의문의 여성 역할도 선보여 재미를 더했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극적 효과의 극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 1인 2역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자칫 느슨할 수 있는 드라마의 서사에 1인 2역이 주는 긴장감과 상상력이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얘기다. 한 드라마 PD 역시 “1인 2역은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 쉬운 장치”라고 인정했다. 배우로서도 1인 2역은 탐나는 역할이다.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외모 변화로 이미지를 바꾸고, 작은 말투나 몸짓의 차별화로 연기력도 증명한다. 착한 이미지가 강하던 윤시윤은 ‘친애하는…’에서 껄렁껄렁한 깡패 역할을 거부감 없이 소화해 호평을 받았다. 7일 종영한 KBS2 ‘너도 인간이니?’에서 서강준 역시 인간과 로봇을 넘나드는 연기로 화제를 모았다. 1인 2역을 연기하는 배우에겐 금전적 보상도 상당하다. 윤시윤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출연료가 2배까진 아니지만 섭섭지 않게 받았다”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극 중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당연히 개런티에 ‘플러스알파’가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1인 2역은 대체로 판타지적 요소가 짙어 억지스럽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배우는 돋보일지언정 극의 개연성은 떨어지는 경우가 잦다. 점 하나 찍었다고 아무도 몰라보는 ‘아내의 유혹’ 수준이 반복돼선 곤란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빈약한 개연성을 무마하기 위해 유머 코드가 과도하게 삽입되는 경우가 많은 점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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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현 “비열한 일본군 연기하려 혀 날름거리는 연습… PD가 미안하대요”

    “본방은 정말 못 보겠더라고요. 시청자 반응을 보고 (제 연기에 대한) 욕이 없으면 안도하면서 재방을 봤어요. 생각보다 (제 연기가) 괜찮던데요?” 빡빡머리에 날카로운 눈매, 보기만 해도 섬뜩하다. 그러나 숨길 수 없는 장난기가 묻어나는 배우 이정현(28)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2일 만났다. 그는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일본군 츠다 하사를 연기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조선인을 괴롭히는 악랄한 모습에 시청자들은 “진짜 일본인인 줄” “소름 끼친다”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존재감으로 따지면 주연급”이라는 찬사도 쏟아졌다. 이제 츠다 하사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지난달 28일 방영된 7화에서 고종에게 사형선고를 받고 조용히(?) 퇴장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꿈을 꾸는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츠다 하사를 ‘악의 화신’으로 느끼셨다면 만족합니다.” 츠다 하사의 광기를 그려내기 위해 싸늘한 표정 연기는 물론이고 혀를 날름거리는 연습까지 했다. 한창 촬영이 진행되던 올해 5월 충남 논산시에 세트장이 완공되고 고사를 지낼 때 이응복 PD는 그에게 “너무 악랄한 캐릭터를 맡겨 미안하다”며 웃었다. 그에게 ‘일본인 역할’은 낯설지 않다. 영화 ‘박열’에서 자경단 일원으로, KBS 드라마 ‘임진왜란 1592’에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로 출연해 일본어를 완벽하게 구사했다. 용인대 유도학과에 들어가 2011년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갔던 경험이 도움이 됐다. 이를 유심히 지켜본 김은숙 작가, 이응복 PD가 그를 ‘미스터 션샤인’에 오디션 없이 캐스팅했다. “(김은숙 작가를) 꼭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 대본을 보면 배우가 작품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바로 알 수 있거든요.” 지난달 촬영을 마쳤지만 그는 여전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지금도 대본을 받아본다고 했다. 촬영 중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츠다 하사가 유진(이병헌 역)과 총구를 겨누는 장면에서 방아쇠를 당겼는데 격발이 된 것. 대본대로라면 츠다 하사가 조선인에게 총을 난사한 후여서 빈총이어야 했다. 총을 쏘면 큰 소리와 함께 센 바람이 나가는데, 이게 이병헌의 뺨을 강타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뭐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도 정말 떨렸어요. 이병헌 씨도 다치지 않았고 괜찮다고 했지만 엄마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났을 정도였으니까요. 하하.” 그는 더 다채로운 모습의 ‘신 스틸러’를 꿈꾼다. 롤 모델도 단역부터 다양한 역할로 커리어를 다져온 배우 이범수다. 사실 이정현은 ‘갸스비’ ‘요기요’ CF에서 우스꽝스러운 연기도 선보인 바 있다. “청춘물, 코믹 연기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요즘 머리도 기르고 있다니까요.”(웃음)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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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전쟁-테러-자연재해… 그래도 세상은 살기 좋아졌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사망자 속출.’ 무심결에 들여다본 스마트폰 기사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세계는 참 불안하다. 국제테러단체들이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인다. 전문가들은 안보와 경제의 위기를 거론하며 비관론을 쏟아낸다. 그들 말대로 세상은 정말 살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일까? 스웨덴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저술가인 저자는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제목 그대로, 세상은 진보하고 있다 외친다. 한술 더 떠서, 동시대인은 인류의 진보가 세운 업적을 누리고 사는 ‘행운아’다. 물론 진보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단 얘기는 아니다. “삶을 개선하기 위해 투쟁했던 선조의 놀라운 성취 덕분”이다. 역사적 사실과 통계가 이 같은 낙관론을 지탱한다. 인구가 식량 생산능력보다 빠르게 성장할 거라던 경제학자 맬서스의 저주는 농업기술의 발달로 여지없이 깨졌다. 인류가 평균적으로 부유해지고 교육 수준이 높아지며 낮아진 출산율도 한몫했다. 1900년 31세였던 기대수명은 오늘날 71세로 껑충 뛰었다. 겨우 100여 년 전인 19세기 유럽 거리를 떠올려 보라. 말의 똥오줌으로 뒤덮여 위생을 논할 수준도 못 됐다. 900년부터 현재까지 유럽에선 매년 평균 두 건의 전쟁이 벌어졌다. 세계적으로 따져 봐도 500년 동안 매년 4건의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 자유, 평등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지표는 어떤가. 개신교와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도덕적 개인주의가 부상했고, 기대수명이 높아지자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 수준도 높아졌다. 가축에 매달아 사지를 찢거나 화형을 하는 나라는 더 이상 없을뿐더러, 사형제는 점점 폐지되는 추세다. 참정권 운동, 민주주의 확산으로 여성과 성소수자의 권리도 신장하고 있다. 하지만 수치의 함정은 인류의 진보를 살피는 데 큰 방해요소가 되기도 한다. “극빈자 수는 1820년 10억 명가량이었는데 오늘날은 7억 명이다. 이것이 진보가 아닌 것처럼 들린다면…. 빈곤 속에서 살아야 할 위험이 94%에서 11%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불안할까? 답은 간단하다. 매일 끔찍하고 우울한 뉴스, 긍정보다 부정적인 것에 민감한 인간의 심리 때문이다. 저자는 “‘만사가 잘 굴러간다’는 제목의 기사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최근 전쟁들은 염두에 두면서도, 스리랑카와 앙골라, 차드 등에서 분쟁이 끝난다는 건 금방 잊어버린다. ‘진보’는 도발적이고 흥미롭지만 상당히 단편적이다. 좀 세게 말하자면, ‘꼰대’스럽다. 소득 격차나 청년 실업, 세대 갈등 등 현시대의 사회 문제를 냉철하게 바라보질 않는다. 다소 공허한 당위론에 그치는 느낌이다. 뭣보다 상대적 불평등이 지닌 심각성을 적절히 짚지 못했다. 물론 요즘 하루에 밥 한 끼 못 먹을까 봐 걱정하는 이들은 확실히 줄었다. 하지만 다 같이 못 먹는 것보다 남만큼 못 먹는 게 더 불행하지 않은가. 왠지 “힘들다”는 청년의 한숨에 “예전에 비하면 행복한 줄 알라”고 일침을 가하는 기성세대가 떠오른다. 그렇더라도 이 책은 참 신선하다. 인류의 진보를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적지 않다. “옛날이 좋았다”며 과거로 회귀하려는 이 시대의 스트롱맨들, 여전히 권위주의적인 정치인과 독재자, 테러리스트 등에겐 따끔한 경고가 될 만한 책이다. 어쨌거나 세상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나. 책 제목만 보고, 보수와 진보나 떠올리는 이들에게도 한마디. 당신은 인류의 진보에 지금 도움이 되고 있는가.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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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튜브 통한 북한방송 시청 늘어… 방심위 “해외서버… 차단에 한계”

    “조국통일 염원합니다.” “북조선 동포 여러분 좋은 하루 되시오!” 지난달 유튜브 채널 ‘붉은별TV’에서 북한 라디오 방송이 생중계됐다. 김일성, 김정일 동상이 세워진 평양 시내를 비추는 화면과 함께 북한 가요가 흘러나오자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일부 누리꾼이 댓글을 달았다. 지난해 7월 만들어진 ‘붉은별TV’의 구독자는 국내외 8300여 명. 조선중앙TV 등 북한 방송을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거나 편집해 제공한다. 북한 콘텐츠에 대한 누리꾼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4·27 남북 정상회담, 6·12 북-미 정상회담 등 최근 남북 관계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 속에서 북한의 원본 영상을 보려는 이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붉은별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사시설을 사찰하거나 북한군이 훈련하는 장면, 주민들이 정권 찬양 행사에 참여하는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이 채널은 조선중앙방송위원회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튜브 채널 ‘KCTV’가 지난해 삭제된 뒤 만들어졌다. “북한 정부에서 운영하는 채널이냐” “실시간 생중계 잘 보고 있다” 등 댓글이 달리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운영된다는 것 외에 이 채널에 대한 정보는 파악하기 어렵다. 일부 누리꾼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북한 방송을 볼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제목이 ‘북한 원본 좌표’인 유튜브 채널이나 웹사이트를 소개하는 식이다. 최근 한 인터넷 카페에는 ‘촛불혁명을 숨김없이 보도했던 북한방송’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유튜브 채널 ‘조선의 오늘’ 인터넷접속주소(URL)가 소개됐다. ‘조선의 오늘’은 ‘우리민족끼리’와 유사한 대남 선전 매체로, 불법 유해 사이트로 분류돼 국내 접속이 차단돼 있다. 우리 국민이 유튜브 등을 통해 북한 콘텐츠를 보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지만 콘텐츠 자체는 차단 대상이다. 온라인에 무단으로 배포할 경우에도 북한에 대한 찬양·고무를 금지한 국가보안법 제7조 위반에 해당돼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이름만 바꾼 친북 성향 채널이 생겨나는 것을 일일이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국가정보원, 경찰청 등 수사기관의 심의 요청을 받아 북한 통치 이념과 3대 세습을 찬양하는 콘텐츠에 시정명령을 내린다. 방심위가 내린 시정명령은 지난해 1662건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6월까지 1257건이나 됐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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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튜브로 北 방송 생중계…보는 사람은 처벌 안받는다?

    “조국통일 염원합니다.” “북조선 동포 여러분 좋은 하루되시오!” 지난달 유튜브 채널 ‘붉은별TV’에서 북한 라디오 방송이 생중계됐다. 김일성, 김정일 동상이 세워진 평양 시내를 비추는 화면과 함께 북한 가요가 흘러나오자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일부 누리꾼들이 댓글을 달았다. 지난해 7월 만들어진 ‘붉은별TV’의 구독자는 국내외 8300여 명. 조선중앙TV 등 북한 방송을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거나 편집해 제공한다. 북한 콘텐츠에 대한 누리꾼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4·27 남북 정상회담, 6·12 북-미 정상회담 등 최근 남북 관계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 속에 북한의 원본 영상을 보려는 이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붉은별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사시설을 사찰하거나 북한군이 훈련하는 장면, 주민들이 정권 찬양 행사에 참여하는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이 채널은 조선중앙방송위원회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튜브 채널 ‘KCTV’가 지난해 삭제된 뒤 만들어졌다. “북한 정부에서 운영하는 채널이냐”, “실시간 생중계 잘 보고 있다” 등 댓글이 달리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운영된다는 것 외에 이 채널에 대한 정보는 파악하기 어렵다. 일부 누리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북한 방송을 볼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제목이 ‘북한 원본 좌표’인 유튜브 채널이나 웹사이트를 소개하는 식이다. 이모 씨(30)는 “북한에서 국내 이슈를 어떤 시각으로 다루는지 궁금해 주기적으로 찾아본다”며 “처음 접하는 드라마나 광고를 보는 것도 흥미롭다”고 했다. 최근 한 인터넷 카페에는 ‘촛불혁명을 숨김없이 보도했던 북한방송’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유튜브 채널 ‘조선의 오늘’ 인터넷접속주소(URL)가 소개됐다. “우리나라 언론보다 낫다”, “TV에서도 북한 방송 해줬으면” 등의 댓글이 달렸다. ‘조선의 오늘’은 ‘우리민족끼리’와 유사한 대남선전매체로, 불법유해사이트로 분류돼 국내 접속이 차단돼 있다. 우리 국민이 유튜브 등을 통해 북한 콘텐츠를 보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지만 콘텐츠 자체는 차단 대상이다. 온라인에 무단으로 배포할 경우에도 북한에 대한 찬양·고무를 금지한 국가보안법 제7조 위반에 해당돼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이름만 바꾼 친북성향 채널이 생겨나는 것을 일일이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지금도 유튜브에서는 ‘붉은별TV’ 외에도 ‘인민조선’ ‘dprknow’ 등 여러 채널에서 올라오는 북한 콘텐츠를 여과 없이 접할 수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국가정보원, 경찰청 등 수사기관의 심의요청을 받아 북한통치 이념과 3대 세습을 찬양하는 콘텐츠에 시정명령을 내린다. 방심위가 내린 시정명령은 지난해 1662건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6월까지 1257건이나 됐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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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있을까 싶은 책들, 여기 다 있습니다

    “동물 책은 뭐가 있나요.” “재밌는 책 추천해 주세요.” 어릴 적 동네 작은 서점에서 주인 할아버지에게 던졌던 질문이다. 막연한 질문에도 할아버지는 주저하지 않고 여러 책들을 꺼내왔다. 베스트셀러 목록 이외엔 책을 추천받기 힘든 요즘 문득 동네의 조그만 서점이 생각난다. ‘있으려나 서점’도 그런 서점 중 하나다. 책에 대한 모든 상상력이 담겼다. 책을 좋아하는 두 사람이 서점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면? 서점 주인이 추천하는 ‘서점 결혼식’을 읽어보자. 축의금은 도서상품권으로 낸다. 신랑 신부가 입장하면 두 사람의 독서 이력을 소개한다. 주인이 주례를 서고 신부는 부케 대신 책을 던진다. 독서 보조 로봇이 있다면? 시끄러운 곳에서 귀를 막아주거나 “여기까지 읽었으니 힘내자”며 독서를 격려한다. 어두운 곳에서 책을 읽으면 야단치고 잠을 자면 깨워준다. 책을 다 읽으면 감상도 들어준다. 고객이 요청하면 서점 주인이 책을 제안하는 큰 틀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희귀한 책부터 책과 관련된 직업이나 명소, 책 관련 이벤트 등 각각의 책 내용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한 번쯤 상상해 봤거나 ‘실제로 이런 책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이게 정말 사과일까?’로 한국에 처음 이름을 알린 요시타케 신스케의 귀여운 그림체도 두세 번 책을 다시 펴게 되는 이유다. 매일 수많은 신간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책들을 분류하고 진열하는 ‘카리스마 서점 직원 양성소의 하루’에서는 그들의 수고로움에 십분 공감할 수 있다. 사람을 책으로 비유하며 “저마다 스토리가 있지만 언뜻 봐서는 그 속내를 알 수 없습니다” “늘 누군가 발견해 주기를 기다리고 안을 들여다봐 주기를 바랍니다” 등의 비유를 담은 ‘책과 같은 존재’에서는 책과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함도 느낄 수 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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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 한국의 새로운 길 개척한 항해사 떠나 보낸다”…최인훈 영결식

    ‘광장’을 쓴 소설가 최인훈 씨가 25일 영면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엄수된 영결식에는 제자들을 비롯한 문학계 인사 100여 명이 참석해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장례위원장인 김병익 문학과지성사 상임고문(80·문학평론가)은 영결사에서 “선생은 리얼리즘적 요소에 모더니즘 수법을 활용해 한국문학의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 모국어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한자어를 대폭 한글화한 분”이라고 추모했다. 문학평론가 방민호 씨는 “선생은 한반도 북쪽 끝에서 남쪽 끝으로 (군함을 타고) 넘어온 것처럼 고독한 항해를 했다. 현대 한국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 항해사를 떠나 보낸다”고 추모했다. 시인 이진명 씨는 30년 전 서울예대에서 고인과 스승과 제자로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며 추모시를 낭송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시인 정현종 이근배 김정환 김혜순 채호기 이병률 이원 박형준, 소설가 편혜영 천운영 정용준, 문학평론가 정과리 우찬제 권성우 김명인 송종원 씨 등이 함께 했다. 영결식 후 관이 운구차에 오를 때 유족들은 바닥에 엎드려 오열했다. 딸 윤경 씨는 학창 시절 가훈을 적어오라는 숙제에 대해 고인이 “서로 사랑하자”고 답한 일화를 전했다. 유해는 경기 고양시 자하연 일산 공원묘원에 안치됐다.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 2018-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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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미니스트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 20, 30대 여성 관심 많은 젠더 이슈 ‘콕’

    “원래 얌전한 애들이 장난 아니라잖아ㅋㅋ.” “어떻게 해보고 싶네.” 남학생들로만 구성된 경영학과 18학번 단체 채팅방에서 같은 과 여학생들 품평회가 열렸다. 채아(홍서영)는 수업 중 채팅을 하며 키득거리는 남학생들의 머리채를 잡아 뜯으며 응징한다. 이어 ‘니들이 동기냐? 성추행범이지’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학내에 붙인다. 드라마 속 이야기지만 어딘가 익숙하다. 뉴스에 자주 나온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떠오른다. 네이버TV,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 12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12부작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 에피소드 중 일부다. 이 드라마는 새내기 신혜(김다예), 채아 등이 캠퍼스 내 부조리를 경험하며 페미니스트로 성장하는 내용이다. 올해 초 ‘미투(#MeToo·나도 당했다)’ 등 젠더 이슈가 커지면서 여성들에게 ‘페미니스트 드라마’로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는 20, 30대 여성이라면 공감할 생활 속 성폭력을 다뤘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남자 선배가 은근히 손을 만지작거린다. 클럽에서 처음 만난 남성이 음란한 손길을 뻗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신혜는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남성의 요청을 거절하자 “왜 여지를 줬느냐”며 면박을 당한다. 드라마 말미에는 ‘이상하다 느꼈으면 그건 이상한 사람 맞습니다’, ‘다른 사람 품평하기 전에 본인부터 제대로 파악하길’ 등 각 에피소드에서 강조한 메시지를 애니메이션과 함께 한 줄로 정리한다. 이우탁 CJ ENM 스튜디오온스타일팀장은 “젠더 이슈에 관심이 많은 20, 30대 여성의 목소리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신인 배우들을 캐스팅한 이유도 시청자들의 감정 이입을 높이기 위해서다. 남성이 변심한 옛 애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성관계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리벤지 포르노’를 비롯해 대학가 미투, 페미니스트인 여자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상담하는 ‘내 여자친구는 페미니스트’ 등 최근 청년들 사이의 화젯거리가 드라마 주제가 됐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만큼 사전 취재에 공을 들였다. 익명으로 성폭력 경험을 토로하는 ‘대나무숲’ 등 인터넷 커뮤니티를 샅샅이 뒤지고 여성들이 참여하는 ‘혜화역 시위’도 참고했다. 김기윤 PD는 “사전 인터뷰를 한 대학생만 100여 명”이라며 “실제 학생들의 피해는 드라마보다 수위가 높았다”고 말했다.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학내 성폭력을 다룰 때는 실제 성폭력 폭로가 나온 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촬영했다. ‘성폭력 교수 OUT’ 등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의 연구실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현상도 반영했다. 드라마가 방영될 때마다 댓글방은 피해 폭로의 장이 된다. 시청자들이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이라며 본인의 경험을 토로하는 것. 악플이 달릴 때도 있다. 김 PD는 “민감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다뤄야 하는 이야기”라며 “시즌2에서는 직장 내 젠더 이슈를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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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활 속 성폭력·대학가 미투·페미니스트…‘젠더 이슈’ 도전한 현실 청춘물

    “원래 얌전한 애들이 장난 아니라잖아ㅋㅋ.” “어떻게 해보고 싶네.” 남학생들로만 구성된 경영학과 18학번 단체 채팅방에서 같은 과 여학생들 품평회가 열렸다. 채아(홍서영)는 수업 중 채팅을 하며 키득거리는 남학생들의 머리채를 잡아 뜯으며 응징한다. 이어 ‘니들이 동기냐? 성추행범이지’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학내에 붙인다. 드라마 속 이야기지만 어딘가 익숙하다. 뉴스에 자주 나온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떠오른다. 네이버TV,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 12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12부작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 에피소드 중 일부다. 이 드라마는 새내기 신혜(김다예), 채아 등이 캠퍼스 내 부조리를 경험하며 페미니스트로 성장하는 내용이다. 올해 초 ‘미투(#MeToo·나도 당했다)’ 등 젠더 이슈가 커지면서 여성들에게 ‘페미니스트 드라마’로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는 20, 30대 여성이라면 공감할 생활 속 성폭력을 다뤘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남자 선배가 은근히 손을 만지작거린다. 클럽에서 처음 만난 남성이 음란한 손길을 뻗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신혜는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남성의 요청을 거절하자 “왜 여지를 줬느냐”며 면박을 당한다. 드라마 말미에는 ‘이상하다 느꼈으면 그건 이상한 사람 맞습니다’, ‘다른 사람 품평하기 전에 본인부터 제대로 파악하길’ 등 각 에피소드에서 강조한 메시지를 애니메이션과 함께 한 줄로 정리한다. 이우탁 CJ ENM 스튜디오온스타일팀장은 “젠더 이슈에 관심이 많은 20, 30대 여성의 목소리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신인 배우들을 캐스팅한 이유도 시청자들의 감정 이입을 높이기 위해서다. 남성이 변심한 옛 애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성관계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리벤지 포르노’를 비롯해 대학가 미투, 페미니스트인 여자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상담하는 ‘내 여자친구는 페미니스트’ 등 최근 청년들 사이의 화젯거리가 드라마 주제가 됐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만큼 사전 취재에 공을 들였다. 익명으로 성폭력 경험을 토로하는 ‘대나무숲’ 등 인터넷 커뮤니티를 샅샅이 뒤지고 여성들이 참여하는 ‘혜화역 시위’도 참고했다. 김기윤 PD는 “사전 인터뷰를 한 대학생만 100여 명”이라며 “실제 학생들의 피해는 드라마보다 수위가 높았다”고 말했다.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학내 성폭력을 다룰 때는 실제 성폭력 폭로가 나온 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촬영했다. ‘성폭력 교수 OUT’ 등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의 연구실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현상도 반영했다. 드라마가 방영될 때마다 댓글방은 피해 폭로의 장이 된다. 시청자들이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이라며 본인의 경험을 토로하는 것. 악플이 달릴 때도 있다. 김 PD는 “민감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다뤄야 하는 이야기”라며 “시즌2에서는 직장 내 젠더 이슈를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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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마음을 어루만지는 심야병원의 처방전

    몸이 아파 대형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 보면 문득 동네의 조그마한 병원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친근한 이웃 같은 의사가 나와 내 가족의 건강에 대해 이야기하고 삶의 고민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병원. 환자들이 대형 병원으로 몰리는 요즘 시대에 이런 병원들은 앞으로 자취를 감출지도 모른다. ‘반딧불 의원’도 그중 하나다. 이 책은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인 저자가 진료실에서 겪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쓴 ‘페이크 다큐멘터리 드라마’다. 해가 질 때쯤 문을 열고 밤 12시가 넘어서야 문을 닫는 이상한 병원. 낮에는 생계에 쫓겨 병원에 올 수 없는 사람들이 야심한 밤 진료실 문을 두드린다. 그들 삶의 고민을 들어주고 아픔을 치유하는 감동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환자들의 아픔은 곧장 사회의 환부와 연결된다. 편의점 사장이 불면증에 시달리는 건 해마다 인상되는 최저임금과 임대료 문제 때문이다. 건설회사 영업부장의 피로감은 한국사회 직장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잦은 술자리가 원인이다. 단순한 처방을 넘어 병의 근원을 찾으려면 이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오래, 자주 들어야 한다. 반딧불 의원을 나서는 환자들은 처방전을 받기도 전에 마음이 가벼워진다. 환자의 마음을 살피고 그들의 편에서 공감하는 의사 덕분이다. 누군가에게 이 책은 올바른 의학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지침서다. 피로는 정말 간 때문일까? 전자담배는 정말 담배보다 나을까? 비타민제를 안 먹어도 될까? 지방 다이어트는 효과가 있을까? 우리는 인터넷, TV 등에서 쏟아지는 건강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과장 광고 등 잘못된 의학 정보도 적지 않다. 사소하지만 누구 하나 명쾌하게 답을 주지 않았던 의학 문제들을 친절하게 풀어준다. 각 에피소드 끝에는 ‘피로’ ‘고혈압’ ‘기능성 위장장애’ 등 반딧불 의사가 진료실에서 다 다루지 못한 건강 지식들을 정리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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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란물 보고 또 보고… “더위보다 끔찍해”

    “중국어가 들리는데?” “3초 뒤로 돌려봐요.” 17일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실. 모니터 앞에 모인 직원들이 분주하다. 시선은 일제히 중국 인터넷 음란사이트에 올라온 성관계 동영상을 향해 있다. 얼마 전 ‘영상을 삭제해 달라’는 신고가 들어온 건이다. 신고자와 영상에 나온 여성이 동일인인지 확인하기 위해 동영상을 수차례 돌려본다. 남녀가 뒤섞여 민망할 법하지만 이들은 “처음엔 익숙지 않아 힘겨웠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다. 방심위가 올 4월 신설한 ‘디지털성범죄대응팀’ 팀원들은 매일 음란물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대응팀은 6인으로 구성돼 있다. 하루에 처리하는 성범죄물은 1인당 70여 건. 피해자 신고가 접수되면 원본 영상을 찾아 증거를 확보한다. 채증 자료를 위해 피해자 얼굴, 성관계 장면 등 사진 50여 장을 확보하는 것도 곤욕이다. 한 팀원은 “화질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수십 번씩 돌려보며 초 단위로 영상을 해부하다시피 한다”고 했다. 여러 음란사이트를 통해 복제되는 성범죄물의 특성상 추가 검색도 필수다. ‘○○녀’ 등 키워드를 이용해 수많은 사이트를 찾아야 한다. 5명 위원으로 구성된 통신심의소위원회는 팀원들이 취합한 성범죄물에 대해 접속 차단, 삭제 등 시정 요구를 결정한다. 신속한 처리를 위해 주 1회 열리던 심의 회의도 3회로 늘렸다. 이러다 보니 팀원들이 점심을 거르는 일도 허다하다. 하루 종일 눈이 벌게지도록 성범죄물을 봐야 하기 때문에 대응팀은 방심위의 기피 부서 중 하나다. 방심위 관계자는 “처음 부서에 배치받은 일부 여성 직원은 정신적 충격을 받기도 한다”고 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신고 없이도 심의가 이뤄진다. 주로 ‘일베’ ‘워마드’ 등 여성·남성 혐오주의 인터넷 커뮤니티가 사전 모니터링 대상이다. 최근 워마드에 게재된 태아 훼손 사진 심의는 20일,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진은 23일 열리는 통신소위에서 심의가 열릴 예정이다. 대응팀원들은 “성범죄물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엔 여관, 비디오방에서 찍힌 ‘몰카’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엔 변심한 옛 애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무단으로 성관계 영상을 올리는 ‘리벤지 포르노’와 같이 비동의 유포물이 늘었다. 음란 채팅을 하다가 신체 부위가 노출돼 신고하는 남성들도 생겨났다. 규제를 피하는 수법도 교묘해졌다. 2일 방심위는 인터넷방송에서 화면을 가린 채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음성을 송출한 일명 ‘흑방’에 대해 이용정지 6개월을 내렸다. 음란물을 게재한 뒤 ‘92년생 ○○○’ 등 피해자 신상을 적어놓는 경우도 있다. 전광삼 방심위 상임위원은 “불법인지 아닌지조차 모른 채 이런 성범죄물을 퍼 나르는 누리꾼들이 많다”고 했다. 올 6월까지 방심위에는 성범죄물로 피해를 호소하는 신고가 5646건이나 접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신고 건수는 2977건. 그나마 대응팀의 고군분투로 평균 10.9일이 걸리던 처리 기간은 3.7일로 줄었다. 접속 차단 등 조치가 이뤄져도 해외 서버에는 성범죄물 원본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이를 삭제하기 어렵다는 것은 숙제이자 고충이다. 해외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들이 삭제 요청에 응답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한 유명 유튜버의 노출 사진을 미국 동영상 서비스 업체 ‘텀블러’ 측에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피해자 입증이 어려워 난감하다”는 답을 들었다. 일부 피해자들은 유료로 ‘디지털 장의사’에게 성범죄물 삭제를 의뢰하고 있다. 방심위 통신심의국은 “피해자에게 돈을 받고 정작 사설 업체는 방심위에 심의를 해달라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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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어가 들리는데?”…음란물과 사투 ‘디지털성범죄대응팀’

    “중국어가 들리는데?” “3초 뒤로 돌려봐요” 17일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실. 모니터 앞에 모인 직원들이 분주하다. 시선은 일제히 중국 인터넷 음란사이트에 올라온 성관계 동영상을 향해 있다. 얼마 전 ‘영상을 삭제해달라’는 신고가 들어온 건이다. 신고자와 영상에 나온 여성이 동일인인지 확인하기 위해 동영상을 수차례 돌려본다. 남녀가 뒤섞여 민망할 법하지만 이들은 “처음엔 익숙지 않아 힘겨웠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다. 방심위가 지난 4월 신설한 ‘디지털성범죄대응팀’ 팀원들은 매일 음란물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대응팀은 6인으로 구성돼있다. 하루에 처리하는 성범죄물은 1인당 70여 건. 피해자 신고가 접수되면 원본 영상을 찾아 증거를 확보한다. 채증 자료를 위해 피해자 얼굴, 성관계 장면 등 사진 50여 장을 확보하는 것도 곤욕이다. 한 팀원은 “화질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수십 번 씩 돌려보며 초단위로 영상을 해부하다시피 한다”고 했다. 여러 음란사이트를 통해 복제되는 성범죄물의 특성상 추가 검색도 필수다. ‘○○녀’ 등 키워드를 이용해 수많은 사이트를 찾아야 한다. 5명 위원으로 구성된 통신심의소위원회는 팀원들이 취합한 성범죄물에 대해 접속차단, 삭제 등 시정요구를 결정한다. 신속한 처리를 위해 주1회 열리던 심의 회의도 3회로 늘렸다. 이러다보니 팀원들이 점심을 거르는 일도 허다하다. 하루 종일 눈이 벌게지도록 성범죄물을 봐야하기 때문에 대응팀은 방심위의 기피 부서 중 하나다. 방심위 관계자는 “처음 부서에 배치 받은 일부 여성 직원들은 정신적 충격을 받기도 한다”고 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신고 없이도 심의가 이뤄진다. 주로 ‘일베’ ‘워마드’ 등 여성·남성 혐오주의 인터넷 커뮤니티가 사전 모니터링 대상이다. 최근 워마드에 게재된 태아 훼손사진 심의는 20일,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진은 23일 열리는 통신소위에서 심의가 열릴 예정이다. 대응팀원들은 “성범죄물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엔 여관, 비디오방에서 찍힌 ‘몰카’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엔 변심한 옛 애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무단으로 성관계 영상을 올리는 ‘리벤지 포르노’와 같이 비동의유포물이 늘었다. 음란채팅을 하다가 신체부위가 노출돼 신고하는 남성들도 생겨났다. 규제를 피하는 수법도 교묘해졌다. 2일 방심위는 인터넷 방송에서 화면을 가린 채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음성을 송출한 일명 ‘흑방’에 대해 이용정지 6개월을 내렸다. 음란물을 게재한 뒤 ‘92년생 ○○○’ 등 피해자 신상을 적어놓는 경우도 있다. 전광삼 방심위 상임위원은 “불법인지 아닌지 조차 모른 채 이런 성범죄물을 퍼 나르는 누리꾼들이 많다”고 했다. 올 6월까지 방심위에는 성범죄물로 피해를 호소하는 신고가 5646건이나 접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신고 건수는 2977건. 그나마 대응팀의 고군분투로 평균 10.9일이 걸리던 처리 기간은 3.7일로 줄었다.접속차단 등 조치가 이뤄져도 해외 서버에는 성범죄물 원본이 남아있을 수 있다. 이를 삭제하기 어렵다는 것은 숙제이자 고충이다. 해외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들이 삭제 요청에 응답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한 유명 유튜버의 노출사진을 미국 동영상 서비스업체 ‘텀블러’ 측에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피해자 입증이 어려워 난감하다”는 답을 들었다. 일부 피해자들은 유료로 ‘디지털장의사’에게 성범죄물 삭제를 의뢰하고 있다. 방심위 통신심의국은 “피해자에게 돈을 받고 정작 사설 업체는 방심위에 심의를 해달라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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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 3단체, ‘프레스센터 환수 서명’ 靑에 전달

    한국신문협회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3단체가 ‘프레스센터 언론계 환수를 위한 언론인 서명’을 16일 청와대에 전달했다. 언론 3단체는 △프레스센터, 남한강연수원 소유권을 언론계에 반환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이 시설들을 관할하도록 하고 △시설에 대한 언론계의 자율적 관리를 보장하라는 등의 안을 제시하며 지난달 18일부터 서명운동을 벌였다. 신문·방송·통신사의 발행인, 편집인, 기자 등 177개 언론사 4247명이 참여했다. 서울 중구 태평로1가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는 1980년대 초 ‘언론 자유와 저널리즘 발전을 위해 현대화된 시설이 필요하다’는 공감대에 따라 한국신문회관 자리에 건립이 추진됐다. 건설 재원은 신문회관의 전 자산, 서울신문 자금, 당시 한국방송광고공사(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관리하던 정부의 공익 자금으로 마련됐다. 하지만 1984년 프레스센터가 완공된 뒤 전두환 정부는 프레스센터의 소유권을 코바코로 옮겼다. 이후 30년 동안 한국언론진흥재단에 시설 관리와 운영을 위탁하던 코바코가 2014년부터 재산권을 주장해 2016년부터 민사소송 등 법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청와대 연풍문 2층에서 3단체 회장들을 만난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소송까지 진행되고 있어 유감”이라며 “문제를 간단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음을 알아 달라. 정부 차원에서 지혜를 모아보겠다”고 답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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