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진

신규진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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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에서 국방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newj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19~2025-12-19
대통령70%
정치일반7%
국방7%
사건·범죄7%
남북한 관계4%
칼럼2%
학술2%
검찰-법원판결1%
  • [2017 대학가는 길]다이아몬드7 학과에 4년 반액장학금 혜택

    한양대는 정시에서 분할모집으로 가군 262명, 나군 523명 총 785명을 선발한다. 학생부 교과 비중은 적은 편이다. 가군에서는 수능 100%가 적용된다. 나군에서는 학생부 교과 10%+수능 90%로 선발한다. 계열에 따라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이 달라 잘 살펴봐야 한다. 인문·상경계는 국어(30%) 수학 나형(30%) 영어(10%) 사회탐구(30%)가 반영된다. 자연계는 국어(20%) 수학 가형(35%) 영어(10%) 과학탐구(35%)로 과탐Ⅱ는 3% 가산점이 부여된다. 2018학년도부터 한양대는 자연계열에서도 파이낸스경영학과를 선발한다. 상경계열에서 선발하는 것과는 별도다. 또 나군에서 의예과 66명을 선발한다. 한양대는 우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인문·상경계와 자연계 학과들로 구성된 ‘다이아몬드7’ 학과에 장학금 혜택을 준다. 다이아몬드7 학과는 융합전자공학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에너지공학과, 미래자동차공학과, 파이낸스경영학과, 정책학과, 행정학과다. 이 학과에 합격하면 4년 동안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또 가군 최초합격자 전원을 대상으로 4년 반액장학금이 지급된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7-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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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대학가는 길]수능 국어-수학 표준점수, 영어 등급 반영

    세종대는 올해 정시모집으로 가군 28명, 나군 1103명 총 1131명을 모집한다. 인문·자연계는 나군에서 수능 100%로 선발한다. 학생부 교과 등급보다 좋은 수능 점수를 받은 수험생은 눈여겨볼 만하다. 예체능계열은 가군의 영화예술학과 연출제작 전공과 무용과를 제외한 학과들을 나군에서 선발한다. 무용과는 수시 미충원 인원이 생기면 정시모집을 진행한다. 수능 성적은 국어와 수학은 표준점수, 영어는 등급, 탐구는 백분위 점수가 반영된다. 계열에 따라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이 다르다. 인문계은 국어(30%) 수학 나형(30%) 영어(20%) 사회탐구 2과목(20%)이다. 자연계는 국어(15%) 수학 가형(40%) 영어(20%) 과학탐구 2과목(25%)이다. 예체능계는 국어(70%) 영어(30%)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계약학과를 제외한 인문·자연계 모집에 한국사 등급별로 가산점이 부여된다. 가산점에서 만점을 받으려면 한국사 과목에서 3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특성화고교졸 재직자 전형도 마련됐다. 특성화고 졸업 후 3년 이상 산업체에 재직하면서 대학 진학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좋은 기회다. 나군 호텔외식관광프랜차이즈경영학과와 글로벌조리학과에서 각각 32명을 선발한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7-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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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격 좌표’ 찍으면 일제히 문자폭탄

    #장면1. 18일 오전. ‘달빛 기사단’이란 아이디를 쓰는 한 사용자가 트위터에 ‘네이버 검색 해주세예’ ‘검색어: 홍준표 아베’ ‘현재 3위’라는 글을 올렸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일본에 가서 굴욕외교를 했다는 것을 부각해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노출시키자는 의미다. 오전 내내 네이버에서 ‘홍준표 아베’는 검색어 순위 10위권에 머물렀다. #장면2.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지난달 28일 한 강연에서 “‘대통령이 하겠다는데 네가 왜 문제 제기야’라고 하면 공론의 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즉각 문재인 대통령의 극성 지지자들로부터 ‘적폐세력’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최근 문 대통령의 방중을 수행 취재하다 폭행당한 청와대 수행기자단은 “맞을 짓을 한 기레기들”이라는 맹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른바 ‘문빠’들의 여론 형성 구조와 실체가 새삼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 ‘좌표 찍기’와 ‘지원’이 세(勢) 과시 전략 문빠들의 주요 활동 무대는 온라인과 모바일 공간이다. 문 대통령 지지 행위는 이들만의 은어인 ‘좌표 찍기’와 ‘지원’으로 이뤄진다. ‘좌표를 찍다’란 용어는 공격해야 할 기사나 콘텐츠의 인터넷 주소를 다른 지지자들에게 알리는 행위를 뜻한다. 팬 카페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좌표가 찍히면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는 것은 순식간이다. ‘지원’도 활성화된다. 문빠들이 단 댓글에 비슷한 맥락의 댓글을 추가하거나 특정 댓글을 ‘베스트 댓글’로 만드는 행위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을 긍적적 댓글로 덮기 위한 시도도 있다. 16일 트위터에 한 사용자는 ‘여기 100개 넘는 댓글이 악플이에요. 부탁드립니다’란 글과 함께 전날 문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회동 관련 기사 링크를 첨부했다. 현재 해당 기사의 베스트 댓글은 문 대통령을 칭찬하는 글로 바뀌었다. 문 대통령의 맹목적 지지자를 일컫는 문빠들의 공격은 정치, 사회, 문화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문빠와 공식 팬 카페는 달라” 문 대통령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도 문빠 현상은 논란이다. 여전한 문자폭탄 등 문빠들의 공격에 속앓이를 하는 정치인이 적지 않다. 현재 2만2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공식 팬 카페인 ‘문팬’ 집행부와 가까운 김미경 서울시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팬과 그런 분(문자폭탄을 보내는 극성 지지자)들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문팬은 문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각자 사회활동을 하는 보통 사람들이 역할을 하는 모임이다. 뭉뚱그려 문빠라고 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성적인 지지 활동을 하는 지지자들과 일부 극성 지지자인 ‘문빠’는 문 대통령 지지 모임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활동 방식이 다르다는 얘기다. 실제 국내 유명 포털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는 다양한 형태의 문 대통령 지지자 모임이 개설돼 있다. 과거 전국적 조직망을 갖추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는 탄생 과정이나 구조 자체가 다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에선 문빠를 자진 해체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수많은 모임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여론 착시 현상도 문자폭탄을 보내는 문빠는 지지자들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소수 문빠의 목소리가 여론의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매일 500통 이상의 문자폭탄을 받은 경험이 있는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받은 문자를 분석해보니 한 사람이 하루에 70통을 보낸 경우도 있었다. 실제 송신자 수는 받은 문자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빠들의 맹목적 팬덤이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다수 이성적 지지자까지 ‘문빠 프레임’에 가두고, 문 대통령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문빠는 대통령이 정치를 잘 이끌어 좋은 성과를 내길 바라는 보통의 지지자들과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로지 문 대통령만 의견의 자유를 향유하길 바라고, 나머지 그와 갈등하는 의견은 없어도 좋다고 본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일당제주의자들이다”고 했다.길진균 leon@donga.com·박성진·신규진 기자}

    • 2017-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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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사합니다” 이국종 교수에 메모 쓴 귀순병

    북한 귀순병사 오청성 씨(25)가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지기 전 이국종 교수를 비롯한 의료진에게 감사의 자필 메모를 남겼다. 17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오 씨의 메모에는 “아주대병원 안의 (이국종) 교수님을 비롯한 모든 선생님들이 치료를 잘해준 데 대하여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말미에는 ‘오청성’이라는 이름 석 자를 크게 눌러썼다. 이 메모는 오 씨가 아주대병원을 떠난 15일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 등에게서 1차 수술을 받은 지 32일 만이었다. 이날 오 씨는 이 교수에게 “주한 미군과 한국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헌혈도 많이 하고 세금도 많이 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교수는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에서 “병사 몸에는 대한민국 국민이 자기 팔 찔려가면서 헌혈한 피 1만2000cc가 흐르고 있다. (오 씨가) 남한에서 직장을 다니며 번 돈으로 세금을 내 다시 국가경제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 씨가 화답한 셈이다. 이 교수는 오 씨에게 법학개론 책을 선물했다. 그는 “(오 씨가) 어릴 때부터 군 생활 한다고 공부를 많이 못 했다고 한다.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갖든 사회에 기여를 많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의미”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 교수는 새로운 환경에 놓이는 오 씨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오 씨가 한국사회에 잘 정착해 ‘수원 오 씨’로 살았으면 좋겠다”며 “상황이 안 좋았을 때보단 낫지만 여전히 간수치가 높다. 잘 치료받게 돼 굉장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오 씨는 이번 주부터 국군수도병원에서 재활치료와 함께 귀순 경위 등에 대한 국가정보원 및 군 관계자들의 합동신문을 받게 된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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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홀로 ‘상처’ 삭이며 달리는 남편… 아내도 남몰래 눈물 훔쳤다

    지난달 하순 서울 송파구의 한 예식장. 주례 없는 결혼식이 진행됐다. 신부 아버지가 사랑하는 딸을 축하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다. “우리 딸…, 이젠 다 털어버리고 잘 살아야….” 아버지는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울컥했다. 하객들은 그저 큰딸 시집보내는 친정 아빠의 눈물로 여겼다. 하지만 아빠의 눈물 속 남다른 아픔을 아는 신부와 다른 가족의 눈가는 촉촉이 젖었다. 이날 신부의 아버지는 ‘240번 버스’의 운전사 김모 씨(60)다. 올 9월 “아이 혼자 내렸으니 세워 달라”는 엄마의 요구를 무시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혹독한 ‘마녀사냥’을 당했던 바로 그 버스 운전사다. 사건이 불거졌을 때 김 씨의 큰딸은 이미 결혼 날짜를 잡은 상태였다. 당시 김 씨는 자신을 향하던 화살이 결혼을 앞둔 딸한테 옮겨갈까 더욱 두려워했다. 가족의 신상정보까지 유포돼 자칫 딸의 결혼까지 망칠 수 있다는 생각 탓이었다. 큰딸은 “헛소문을 퍼뜨린 누리꾼을 당장 고소하자”고 흥분했지만 김 씨는 “일이 더 커지면 가족까지 위험에 빠진다”며 다독였다. 예식장 단상에 올라 딸과 듬직한 사위를 보자 그동안 마음 졸였던 순간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김 씨는 마음속에 준비한 말을 다 하지 못하고 “잘 살아 달라”는 당부만 하고 황급히 자리로 돌아왔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큰딸이 눈물을 훔쳤다. 마녀사냥을 겪은 지 3개월이 지났지만 김 씨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남은 상처는 깊어 보였다. 김 씨의 아내 A 씨는 ‘다시는 운전대를 못 잡게 해야 한다’ ‘살인미수’ ‘콩밥을 먹여야 한다’ 등 얼굴도 모르는 누리꾼들의 악플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누명을 벗은 뒤에도 A 씨는 삭제된 악성 댓글을 다시 찾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작성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란 문구를 봐야 마음이 놓인다. “불쑥불쑥 그때 생각이 떠올라 겁이 날 때가 있어요. 우리에게는 ‘칼날’이었던 댓글이 진짜 없어진 걸 눈으로 직접 봐야 ‘이제 우리 가족과 상관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처음 사건이 불거진 날 A 씨는 남편으로부터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 A 씨는 인터넷에서 한 버스 운전사가 아이 엄마의 간곡한 요청을 뿌리쳐 비난받고 있다는 기사를 봤지만 그 사람이 남편일 거라곤 생각조차 못했다. A 씨는 “남편이 다음 날 출근하면서 ‘인터넷에 내가 운전한 버스 이야기가 나오더라’며 툭 던지듯 얘기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내와 두 딸 앞에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던 김 씨는 태연했다. 하지만 그의 눈은 빨갛게 부어 있기 일쑤였다. A 씨는 “속으로만 삼키려는 남편의 모습에 저도 몰래 많이 울었다. 버스 운전사 생활 33년 동안 월급 안 갖고 온 게 정년퇴직 직후인 8월 딱 한 달이었다. 그러고 ‘가장 노릇 못 해 미안하다’고 내내 자책했던 게 바로 우리 남편”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9월부터 계약직으로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A 씨 역시 딸들이 피해를 받을까봐 주변에 억울함도 털어놓지 못했다. “나쁜 버스 운전사란 소문이 너무 퍼져서 아무리 해명해도 오해를 받을까봐 두려웠어요. 딸들까지 주변에서 손가락질 받을까봐….” 결국 참다 못한 두 딸이 적극적으로 사실을 밝혔다. 사건 이틀 뒤 인터넷에 글을 올려 “저희 아버지는 승객 말을 무시하거나 욕을 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A 씨는 “가족 모두 평범했던 9월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가고 싶지만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11일 서울의 한 신경외과에서 김 씨를 만났다. 그는 여전히 만성두통 등 후유증으로 매주 두 차례 치료를 받고 있었다. 김 씨는 가족 이야기가 나올 때면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앞서 두 차례 만남 때보다 한결 편안해 보였다. 얼굴 신경이 마비되는 증세도 나아져 가끔 웃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김 씨는 “큰딸 결혼식을 무사히 마친 뒤 불안감이 많이 사라졌다. 몸도 마음도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7-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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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몰카’ 놀이, 장난 아니네

    “민낯이 너무 적나라하던데?” 지난달 학부모 모임에 나간 이모 씨(39·여)에게 아들 친구의 엄마가 넌지시 말했다. 걱정스러운 눈빛이 역력했다. 이 씨는 이날 자신의 ‘몰래카메라(몰카)’ 영상이 있다는 걸 전해 듣고 깜짝 놀랐다.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동영상을 찾아봤다. ‘엄마 몰래카메라(몰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있었다. 욕실에서 막 세수하고 나온 이 씨가 아들의 장난에 깜짝 놀라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씨는 “이상한 영상은 아니지만 내 얼굴이 인터넷에 떠도는 걸 보고 당혹스러웠다.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이라고 하지만 혹시 우리 아이가 다른 사람 몰카까지 찍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요즘 초등학생 사이에 ‘엄마 몰카’가 유행이다. 물론 ‘아빠 몰카’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엄마가 대상이다. 대부분의 몰카 영상은 다친 척하기, 자는 엄마 깨우기, 물에 불린 휴지 심으로 배설물 모형을 만들어 부모에게 갑자기 보이기 같은 소소한 장난을 찍은 것이다. 일부는 엄마 엉덩이 때리고 도망가기 등 다소 ‘과한’ 수위의 영상도 있다. 아이들은 이런 영상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하고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 등에도 게시한다. 유튜브는 누구나 검색만으로 영상을 볼 수 있다. 대부분 아이의 장난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부모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생활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을 타인이 접할 수 있는 탓이다. 아이가 언제 어떻게 찍는지도 잘 모르고 영상을 인터넷에 올려도 확인할 길이 없다. ‘엄마 몰카’의 대상이 됐던 학부모 윤모 씨(42·여)는 “집에서 편하게 있는 모습을 내가 모르는 사람이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무섭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를 어느 정도까지 혼내고 관리해야 할지를 놓고 부모의 고민이 크다. 부모들은 “24시간 아이를 감시할 수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 아이인데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것이 힘들다”는 반응이다. 강모 씨(38·여)는 “아이가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걸 보면 혹시 날 찍는 게 아닌지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이 안전도 있고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당할 수도 있는데 스마트폰을 뺏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토로했다. 엄마 몰카 유행의 배경에는 인터넷 개인방송 중계 사이트에서 ‘지인 몰카’의 인기가 높은 탓도 있다. 여자친구가 남자친구를 발로 차 물에 빠뜨리거나 부모에게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등을 찍은 몰카다. 보통 지인 몰카 영상의 평균 조회는 수만 건에 이른다. 초등 4학년 아들을 둔 박모 씨(37·여)는 “아이가 스마트폰으로 매일 ‘일반인 몰카 동영상’을 본다. 내용을 떠나 몰카 자체가 불법적인 측면이 있는데 혹시 아이가 잘못된 인식을 가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접하는 편집 영상은 진행자들이 미리 섭외하거나 사전 동의를 구한 경우가 많다”며 “친구라서, 엄마라서 괜찮다. 몰래카메라인데 어떠냐’는 식의 메시지는 아이들에게 ‘나도 한번 찍어 볼까’ 하는 유혹에 빠지게 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7-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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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객에 욕설… 야간 소음… 도 넘은 ‘민폐 버스킹’

    “뭘 처웃어. ××.” 대학생 이모 씨(23·여)는 최근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앞에서 버스킹(거리 공연)을 보다 매우 불쾌한 상황에 맞닥뜨렸다. 공연하던 남성이 갑자기 이 씨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이 씨와 이 남성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이 씨가 당황하자 남성은 바로 웃으며 “미안하다. ‘××’라고 말하는 ‘틱’(습관적으로 하는 장애)이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가 얼토당토않은 변명을 늘어놓았다.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매우 불쾌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웃고 떠들고 있어서 그냥 자리를 떴다”고 말했다. 서울 홍익대 주변, 신촌, 대학로 등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거리에서는 버스킹이 자주 열리며 ‘거리의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욕설, 성추행 등 ‘민폐 버스킹’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홍대입구역 앞 ‘걷고 싶은 거리’에서는 공연하던 남성이 관람 여성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다. 여성은 손사래를 치며 거부 의사를 보였지만 남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성을 무대 중앙으로 끌고 갔고 머리채를 계속 흔들었다. 이 모습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올 6월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이모 씨(19·여)는 “빈혈이 있어서 어지러움을 잘 견디지 못한다. 그런데 갑자기 제 의사를 묻지도 않고 (남성이) 머리채를 잡았다”며 “정신을 차릴 수 없어서 비틀거렸고 급기야 옆에 있던 스피커와 충돌했다”고 말했다. 다른 버스킹에서도 욕설, 강제추행 등이 나왔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1일 오후 7시 홍대입구역 걷고 싶은 거리에서는 네댓 개 공연팀이 동시에 공연을 하고 있었다. 한 공연팀이 춤을 추기 시작하자 100여 명의 사람이 갑자기 몰리며 주위를 에워쌌다. 통행로가 좁아졌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이진성 씨(28)는 “집에 가는 길에 이 거리를 항상 지나는데 사람이 많아 발을 밟히거나 몸을 치이는 일이 다반사”라고 말했다. 주변 상인들은 소음, 쓰레기 등으로 불만이 많다. 인근 안경 매장의 점원은 “너무 시끄러워서 매장 문을 열 수 없다”고 불평했고, 노래방을 운영하는 채모 씨(62·여)는 “7, 8월 이미 구청에 소음, 영업방해로 민원을 제기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고 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56)는 “공연팀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공연을 마친 뒤) 가게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3년 10건에 불과했던 버스킹 관련 민원 신고는 올해 1∼8월 77건에 달했다. 민원 신고는 매년 70% 이상 늘었고 걷고 싶은 거리 등이 있는 마포구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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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청원 폭주… “MAMA 폐지” 요구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답변 기준(30일 내 20만 명 참여)을 넘어서는 청원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3일 청와대에 따르면 술에 취해 있었다면 형벌을 감해주는 ‘주취감형(酒醉減刑)’을 폐지해 달라는 청원이 3일 참여 인원 2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17일 게시된 권역외상센터 지원을 확대해 달라는 청원 역시 25만 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60만 명을 돌파한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공식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막무가내식 청원에 대한 우려도 나왔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곤혹스러운 경우도 있지만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청원 게시판의 주목도가 더욱 높아지면서 1만 건이 넘는 각종 청원이 폭주하면서 3일 현재 청원은 5만6000건을 돌파했다. 1일에는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EXO) 팬들이 “엠넷아시안뮤직어워즈(MAMA) 시상식을 폐지해 달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MAMA 시상식에서 엑소가 주요 부문 수상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이 청원에는 이례적으로 영어 베트남어 등 외국어 댓글이 달렸고 1만9000여 명이 참여했다. 청원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만 있으면 외국인도 참여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권역외상센터 지원처럼 정부 정책으로 가능한 것은 문제가 없지만 일부 청원은 법 개정까지 필요한 것이라 청와대가 해결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불가능’이라고만 할 수는 없어 답변 수위와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규진 기자}

    • 201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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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 이긴 공부열정… 75세 할머니의 수능

    “조심조심 잘 찍고 오소.” 23일 오전 7시 서울 마포구 홍익대 부속여고 앞. 김훈석 씨(83)가 아내 차영옥 씨(75·사진)에게 도시락을 건네며 말했다. 새벽부터 준비한 누룽지 도시락이다. 인천 백령도에 사는 아들 김승진 씨(52)는 꽃다발과 찰떡을 드렸다. 칠순을 훌쩍 넘겨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노모를 위한 것이다. 차 씨의 눈은 부어 있었다. 시험장에 오기 전 “어머니가 드디어 소원을 푸셨다”며 감격해하는 아들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차 씨의 수능은 만학도의 도전 이상의 의미가 있다. 30년 전 차 씨는 위암 말기 진단을 받고 위 전체를 잘라냈다. 음식을 소장으로 소화시킨다. 한 끼에 밥 한 그릇을 다 먹어본 적이 없다.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두통에 시달린다. 5분 전 암기한 것도 잊어버리는 일이 다반사다. “공부가 안 되면 나를 살린 항암제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물 한두 방울이 계속 떨어져 바위에 구멍이 나듯 (수업을) 계속 들으면 머릿속에 들어가지 않겠냐는 믿음으로 공부했어요.” 차 씨는 평안남도 진남포에서 6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6·25전쟁이 터지고 1·4후퇴 때 가족과 함께 남쪽으로 왔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해 중등교육을 받지 못한 게 늘 한이었다. 그는 “배움에 대한 열정은 언제나 가득 차 있었다”고 말했다. 시련은 계속됐다. 6년 전 췌장암 수술을 받았다. 2년 전엔 넘어져 갈비뼈 여섯 개가 부러졌다. 지금도 복대를 차고 생활한다. 올 2월 받은 백내장 수술 탓에 2시간 이상 책을 보기도 힘들다. 차 씨는 “하늘이 나에게 공부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게 아닌가 싶어 원망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차 씨는 일성여중고에 다닌다. 만학도에게 중·고등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2년제 학력인정 평생학교다. 그는 2년 동안 결석 한 번 하지 않았다. 차 씨가 ‘내 반쪽’이라고 부르는 남편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 남편은 매일 오전 차 씨의 책가방과 도시락을 들어주며 지하철로 40분 거리 학교를 왕복했다. 이날 오후 5시경 시험장을 나오는 차 씨를 교문 앞에서 반긴 사람도 남편이었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차 씨는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해 홀몸노인을 돕고 싶어 한다. 위암 투병 당시 자신을 돕던 사회복지사를 보며 다짐한 꿈이다. 수능 결과에 상관없이 남은 대입 전형에 도전할 생각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7-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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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순병 수술 다음날… 그는 식당서도 수술모자를 벗지 않았다

    “아침 먹을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당연히 첫 끼죠.” 이국종 교수가 식탁 앞에 앉으며 말을 꺼냈다. 16일 낮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구내식당. 전날 북한 귀순병사의 2차 수술을 집도한 이 교수는 여전히 파란색 수술 모자를 그대로 쓰고 있었다. 가운 왼쪽 주머니에는 진찰용 막대와 청진기, 펜이, 오른쪽 주머니에는 논문자료 몇 장이 구겨진 채 꽂혀 있었다. 그는 쉬지 않고 음식을 입에 넣었다. 주로 고기와 계란 프라이에 손이 갔다. 함께 식사하던 간호사가 “체력을 보충하려면 (단백질 중심으로) 먹어야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왼쪽 손목에 전자시계를 차고 있었다. 검은색 전자시계 끝부분에 흰 의료용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민감한 외과수술에 방해될까 시곗줄 끝을 고정한 것이다. 그때 한 간호사가 달려와 귓속말을 하자 이 교수는 숟가락을 놓고 일어섰다. 절반 넘게 밥이 남아 있었다. 이 교수는 이날 아주대병원 별관에서 열린 ‘아주외상학술대회’를 주재하면서도 수시로 자리를 떴다. 병실을 드나들며 환자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서다. 그는 “행사 도중 환자 병실에 갈 일이 많아 굳이 외부에서 행사를 열지 않는다”고 말했다. 13일 북한 병사가 후송되고 22일 공식 브리핑 전까지 이 교수는 2차례 기자들에게 환자 상태를 설명한 것 외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외상센터 내에서 먹고 자는 생활을 이어갔다. 평소 이 교수의 생활과 다를 바 없었다. 병원 안팎의 사람들 눈에는 그저 늘 지켜봤던 이 교수였다. “아이고, 내 아들 방이 이 모양이면 그냥 안 놔두지…. 침대가 환자 것보다 못해요.” 19일 외상센터 5층. 10㎡ 남짓한 이 교수 사무실을 청소하고 나오던 권모 씨가 혀를 차며 말했다. 권 씨가 본 이 교수 책상 위에는 의학서적과 논문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책상 옆 간이침대에는 여름용 얇은 홑이불이 깔려 있었다. 아주대병원 지하 1층 세탁실. 이 교수의 가운이 걸려 있었다. 한 세탁실 직원이 떨어진 단추를 달고 있었다. 그는 “(교수님이) 완벽해 보이지만 수건 얻으러 올 때는 멋쩍어한다. 인상은 날카로운데 말끝마다 ‘부탁합니다’를 붙여 존댓말을 한다”고 말했다. 시설물을 관리하는 한 직원은 이 교수에 대해 “수시로 엘리베이터를 세우는 지독한 원칙주의자”라고 말했다. 외상센터 설립 초기 헬기로 이송한 환자를 응급실로 옮기는 훈련을 해야 한다며 이 교수는 2대뿐인 화물용 엘리베이터 중 1대를 계속 정지시켰다고 한다. 21일 외상센터 5층 화장실에서 이 교수를 다시 만났다. 그는 같은 층에서 열린 학술 세미나 때문에 잠시 수술실 바깥으로 나왔다. 이 교수는 기자를 보자마자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된다. 다른 사람 눈에 안 띄게 나가라”며 기자에게 ‘퇴로’를 알려줬다. 평소 기자들 질문에 답변을 피하지 않는 그지만 북한 병사가 이송된 이후 병원, 군, 정보당국에 안팎으로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 교수와 외상센터 설립을 위해 14년 전부터 합심해온 허윤정 교수(아주대 의대)는 “집이 유복한 것도 아니고, 연줄이 있는 것도 아닌 이 교수가 ‘마이너리티 중의 마이너리티’인 외상외과 교수가 된 건 우연이자 숙명이었던 것 같다”며 “언어도, 사람 관계에도 거칠지만 환자에게는 의사로서 최선을 다하는 의사라는 점은 모두가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도 이 교수는 헬기를 타고 충남 서산을 다녀왔다. 50대 교통사고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서다. 헬기 조종간을 잡았던 이세형 기장은 “파일럿 생활 20년 동안 이런 의사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 기장은 “심정지 상태의 환자를 태우면 이 교수가 헬기 안에서 환자 가슴을 열고 심장 마사지를 한다. 의료진 손이 느리면 버럭 소리를 지른다.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집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기장은 연평도 포격 직후 헬기에 탔던 이 교수의 말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전쟁 나서 병사 구하러 나갔다 죽으면 어디 작은 비석 하나 세워지면 그만이죠.”수원=최지선 aurinko@donga.com·신규진 기자}

    • 20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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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 속에 기생충 많아 수술 애먹어… 음식물은 대부분 옥수수”

    “외과 의사 경력 20년이 넘었지만 한국 사람에게서 이렇게 큰 기생충이 장관(腸管·소장과 대장)에서 나온 적은 없었습니다. 저한테도, 한국 사회에서도 참 보기 드문 현상인데….” 15일 오후 이국종 교수(아주대 의대)는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기자 브리핑을 하며 잠시 말을 멈췄다.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다가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에 대한 2차 수술을 마친 직후였다. 이 교수를 놀라게 한 것은 귀순 병사의 장을 뚫고 나온 기생충 수십 마리였다. 한국인 배 속에서는 자취를 감춘 것으로 생각되던 기생충이었다. 이 교수는 “(병사의) 복부 내 출혈이 심했고 파열된 소장 내부에선 다량의 변과 수십 마리의 기생충이 발견됐다”며 “(기생충들이) 소장 곳곳을 뚫고 올라오는 등 상황이 심각했다”고 말했다. 키 170cm, 몸무게 60kg에 불과한 병사의 소장에서 나온 기생충은 길이가 최장 27cm인 것도 발견됐다. 총상으로 생긴 게 아니라 원래 병사 몸속에 있던 것이다. 회충으로 보이는 기생충들은 손상된 부위를 지속적으로 뚫고 나와 변과 섞여 체내를 오염시켰다. 남은 기생충은 상처 부위를 갉아먹어 합병증을 유발할 위험도 있다. 이 교수는 “기생충은 하루에 20만 개의 알을 낳는다. 제거하는 데까진 제거했다”고 말했다. 약물로 기생충을 없애는 방법을 해외 논문 등에서 찾아봤지만 기생충을 일일이 빼내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서민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교수는 “통상 탈북자들에게서 이런 기생충들이 발견된다. 상하수도 시설, 식품 위생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서 살아서 그런 것 같다”고 진단했다. 기생충과 함께 소장에서는 끊임없이 변이 흘러나왔다. 통상 소장이 파열됐을 때 변은 발견되지 않는다. 이 교수는 “대장에서나 볼 수 있는 변이 소장 말단에서 관측됐다. 복부 안이 변으로 가득 차 있는 상태”라며 “출혈이 심해 소장을 꿰매놨지만 어마어마한 양의 변이 차 있는 상태다”라고 밝혔다. 병사가 13일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을 때 혈압은 70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일반인이라면 쇼크가 와서 의식을 잃는 상태다. 이날 심야 1차 수술에서 의료팀은 귀순 병사의 손상된 소장 40여 cm를 절제했다. 보통 성인 한국 남성의 소장 길이는 2m가 넘지만 이 병사는 약 150cm에 불과했다. 이 교수는 “도저히 살릴 수 없는 소장 부위만 최소한으로 절제했다”고 말했다. 병사의 배에서는 변과 함께 소량의 음식물도 나왔다. 음식물은 대부분 옥수수였다. 1차 수술을 받을 때 귀순 병사가 흘린 피는 1.5L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장을 뚫은 총알이 오른쪽 골반을 나가면서 출혈이 더 많았다. 몸에서 제거한 탄두는 그동안 알려진 5발이 아니라 1발로 확인됐다. 이 교수는 “몸속에 다른 탄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탄두 조사는 군 당국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시간 넘게 진행된 2차 수술 후 귀순 병사는 여전히 의식은 없지만 상태는 다소 호전됐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급성 담낭염 소견을 보여 담낭을 제거하고 열려 있던 복부는 봉합했다. 이 교수는 생존 여부에 관해 “환자 상태가 럭비공 같다. 현재 심폐기능이 완전하지 않아 첫 수술 후 열흘 정도는 지나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수원=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7-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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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개월 만에 키 5cm ‘쑥’? 붙이기만 하면 허리 5인치 ‘쏙’?

    168cm 키 때문에 고민하던 윤모 씨(28)는 지난달 페이스북에 올라온 광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광고영상 속 20대 여성은 “160cm도 안 돼 고민했는데 ○○을 먹고 운동했더니 놀랄 만큼 커졌다”며 해맑게 웃었다. “6개월 만에 인생이 달라졌다”는 글과 ‘구매좌표(인터넷 주소)’가 적혀 있었다. 윤 씨는 한 달 치(10만 원)를 사서 꾸준히 먹었지만 키는 그대로였다. 윤 씨는 ‘누가 이런 거짓말을 하나’ 싶어 광고영상을 올린 페이지에 들어갔지만 이미 삭제됐다. 이 광고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허위·과대광고 판정을 받았다. 쌀 보리 옥수수 등을 갈아 섞은 곡류가공품인데 효과를 너무 과장한 것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허위·과장광고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 SNS 허위·과장광고는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체험기와 리뷰 형태로 돼 있다. 광고와 실제 체험기나 후기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다. 광고사기를 별로 당해 보지 않은 10, 20대가 주요 타깃이다. 10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는 이 같은 허위·과장 광고로 보이는 게시물(스폰서 게시물)이 여럿 등장했다. ‘동그란 링을 몇 주간 끼웠더니 생식기 길이가 5cm나 늘어났다’는 등 비상식적인 것들이 많았다. ‘복부 패치를 2주간 꾸준히 붙였더니 허리둘레가 5인치 줄었다’는 동영상과 연결된 쇼핑몰에는 ‘2주 넘게 썼는데 1인치도 줄지 않았다’는 댓글이 남아 있다. 수면유도제인 것처럼 홍보한 제품 광고도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제품은 라벤더 오일 등을 혼합해 만든 방향제로 관련 사이트에 등록돼 있다. 현행법상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제외하면 이들 광고는 사전 심의를 받지 않는다. 광고 내용에 문제가 있으면 공정거래위원회나 방심위, 소관 부처의 사후 심의 등을 거쳐 제재를 받는다. 문제는 SNS를 훑으며 광고를 일일이 모니터링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타깃 계층이 주로 쓰는 SNS는 모두 외국기업 소유라 협조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방심위 관계자는 “국내 통신사를 통해 해당 계정과 게시물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시정 조치를 내린다. 그것 말고는 별다른 조치를 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SNS 계정에 게시물 접속을 막아도 다른 계정에 같은 광고를 또 올리면 그만이다. 방송사 광고는 사후 심의에서 문제가 생기면 해당 방송사에 책임을 물어 주의나 경고 조치 등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방송사는 자발적으로 사전 심의를 받는다. 하지만 해외에 서버를 둔 SNS 업체에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자체 기준에 따라 문제가 있어 보이는 광고는 걸러내지만 허위·과장광고처럼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관계자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가 먼저 광고의 사전 심의 여부를 확인하거나 심의를 의뢰한 적이 없다. 해외 SNS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위·과장광고는 일부 ‘바이럴(입소문) 마케팅’ 업체가 부추긴다. 스타트업 창업주인 박모 씨(30)는 “건당 20만∼30만 원만 주면 광고영상을 만들어준다는 업체 제안서가 하루에 몇 건씩 e메일로 온다. 이런 과장광고 때문에 정직하게 만든 리뷰가 외면당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전체 전자상거래 사기피해 신고 중 SNS 관련 피해는 10% 안팎이지만 꾸준히 증가세다. 온라인 광고 시장은 지난해 기준 3조7000억 원 규모로 전체 광고시장의 32%를 차지한다.신규진 newjin@donga.com·권기범 기자}

    • 2017-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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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민단체 시위에 ‘FTA 공청회’ 파행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위한 공청회가 농민들과 축산업계의 반발로 파행으로 끝났다. 농업계는 “한미 FTA로 제조업이 이익을 가져간 대신 피해는 농축산업이 받았다”며 정부 측 인사와 격하게 충돌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 공청회가 법적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고 개정 협상을 위한 후속 절차를 강행하기로 해 난항이 예상된다. 10일 오전 9시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참여하는 ‘FTA 대응 대책 위원회’는 공청회가 예정된 서울 강남구 코엑스 308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5년 전 한미 FTA가 발효될 때는 정부가 농업 피해를 보전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외면했다”면서 “퍼주기식 개정에 나서지 말고 한미 FTA를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대책위의 시위에도 불구하고 공청회는 예정대로 오전 9시 반에 시작됐다. 하지만 시작 20분 만에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면서 모든 순서가 중단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한미 FTA는 상호 호혜적”이라고 발표하자 대책위 관계자들은 “거짓말 말라”면서 “농업 분야 피해는 왜 빼고 발표하느냐”고 항의했다. 또 계란과 신발을 던지고 책상 위에 올라가 정부 관계자들과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경호원과 대책위 관계자들 간에 몸싸움도 벌어졌지만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다.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가 현장에서 “농축산물의 추가 시장 개방은 없다”고 거듭 밝혔음에도 소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대책위 관계자들은 예정된 종료시간이었던 낮 12시쯤 공청회 현수막을 벽에서 떼고 찢기도 했다. 결국 산업부는 정해진 공청회 식순 중 종합토론과 질의응답을 진행하지 못한 채 “오늘 공청회를 마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FTA 개정 협상을 위한 다음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청회에서 농업계의 반발이 ‘의견 청취가 현저히 곤란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고 통상절차법에 규정된 공청회 개최 의무를 다했다고 해석한 것이다. 정부는 2006년 2월 한미 FTA 공식 협상을 시작할 때도 농민단체가 단상을 점거해 공청회가 파행으로 끝났지만 공식 협상 개시를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공청회 결과를 반영해 한미 FTA 통상조약 체결 계획을 수립하고 국회에 보고할 방침이다. 또 빠른 시일 내에 농축산업계와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에 남은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청회 직후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어 “18일 전국농민대회를 시작으로 끝까지 투쟁해 개정 협상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청회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개방이 낮은 수준과 높은 수준으로 이뤄졌을 때의 두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한 결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0004∼0.0007% 증가하고 소비자 후생은 1200만∼2400만 달러 증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결과가 어떻게 도출됐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산법은 공개하지 않았다. 또 농산물 개방이 됐을 때 경제적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도 “농업 부문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는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최혜령 herstory@donga.com·신규진 기자}

    • 2017-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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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두살배기 발로 차고 끌고다닌 보육교사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아동학대 정황이 또 드러났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인천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상습적으로 아동을 학대했다는 부모의 신고가 접수돼 수사 중이라고 7일 밝혔다. 해당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에는 지난달 30일 보육교사 A 씨(42·여)가 두 살배기 B 양을 학대하는 정황이 담겨 있다. A 씨는 물수건으로 바닥을 닦는 과정에서 앉아 있는 B 양을 세 차례 발로 차 밀어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힘에 밀려 쓰러졌다. A 씨는 또 이불 위에 누워 있는 아이를 깨우며 이불을 강하게 낚아챘다. 누워 있는 B 양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행위도 포착됐다. B 양의 부모는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이의 얼굴이 붉게 부어오르고 귓바퀴에서 멍 자국을 발견한 뒤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피해 아동의 부모는 “아이를 집으로 데려올 때 평소와 달리 울음을 그치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은 “이 정도면 학대를 의심할 수준의 행동이다. (발에 차인) 아이가 울지 않고 가만히 있는 걸로 볼 때 수사기관이 상습적인 학대 정황도 확인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경찰은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CCTV 확인을 의뢰했다. 또 추가 학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한 달 치 CCTV 영상을 분석 중이다. 부모의 문제 제기에 “모르는 일”이라며 의혹을 부인하던 어린이집 측은 논란이 커지자 돌연 “이달 말까지 폐업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원장과 A 씨는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A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말하고 싶지 않다”며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 지역 부모들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며 조직적인 대응에 나섰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모인 부모 100여 명은 6일부터 어린이집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부모들은 청와대와 교육부 등에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2015년 인천 연수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4세 아동의 뺨을 강타한 사건 등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아동학대로 적발돼 자격이 취소된 보육교사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로 자격이 취소된 보육교직원은 2015년 28명에서 2016년 65명으로 급증했다. 현재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학대 방지 예방교육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보육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보육교사는 1만1000명으로 전체 보육교사 23만 명의 4.8%에 불과하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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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킨십 없이 술친구 1시간 10만원”

    ‘편하게 저녁이나 함께할 사람 찾아요.’ ‘좋은 분과 술 한잔 하고 싶어요.’ 이색 아르바이트(알바)를 중개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글이다. 처음 올라온 글은 대부분 이런 내용이다. 그저 외롭고 바쁜 사람의 좋은 말벗을 찾는 정도다. 잠시 후 온라인을 통해 대화가 시작되면 분위기가 바뀐다. A 씨도 처음에는 비슷했다. 기자가 ‘31세, 대기업 직장인’이라고 프로필을 올리자 A 씨는 ‘라인(스마트폰 메신저) 아이디(ID) 알려드릴 테니 연락 주세요’라는 쪽지를 보냈다. ID만 공유하면 전화번호 같은 신상정보는 노출되지 않는다. A 씨는 자신의 사진을 보낸 뒤 조건을 제시했다. ‘1시간에 10만 원이고 술만 같이 마시는 거예요.’ 토요일 오후 9시경 서울 강남역 근처의 한 술집에서 만난 A 씨는 앳된 얼굴에 수수한 옷차림이었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꺼냈다. 1997년생. 서울의 한 전문대에서 패션 관련 학과에 재학 중이라고 소개했다. 편의점부터 대형 고깃집 서빙까지 안 해 본 알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사업을 위해 연애 알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꿈은 의류수입업. 거창해 보이지만 해외 직구로 옷을 들여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블로그 등에서 판매하는 일이다. A 씨는 “그저 함께 술 한잔 하고 고민 들어주는 것이다. 주로 연애에 지친 20, 30대 남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절대 스킨십을 하지 않는다. 나는 가정교육을 잘 받고 자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결국은 돈이었다. “만약 500만 원이 눈앞에 있다면…”이라고 묻자 “솔직히 흔들릴 것 같다”며 자신 없이 말했다. 기자가 ‘편한 사람’ 찾는다는 글을 올린 후 A 씨를 비롯해 20명이 넘는 여성과 온라인 대화를 나눴다. 스킨십 금지를 내세운 사람은 A 씨 등 2, 3명에 불과했다. 처음에는 모두 만나는 횟수와 시간을 이야기한다. 그러다 곧 ‘경제적인 도움을 원한다’는 뜻을 밝힌다. 여기서 남성이 머뭇거리면 대화는 바로 끝난다. 남성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면 노골적인 제안이 온다. ‘1시간 잠자리에 30만 원이에요.’ ‘연애 알바’로 불리지만 속성은 스폰서 문화와 다를 바 없다. 과거 고급 유흥업소 종업원 사이에 흔하던 문화가 이제는 대학생과 직장인 중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부분 남성을 상대로 한 여성 알바이지만 간혹 반대인 경우도 있다. 대학생 김모 씨(22·여)는 “한 친구가 연애 알바 뛰면서 1000만 원이 넘는 1년 등록금을 다 마련했다고 좋아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스폰서가 특정인의 문화인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주변에 자연스럽게 들어와 있었다”고 말했다. 은밀한 목적의 연애 알바일수록 인터넷 사이트보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거래한다. 회사원 이모 씨(29·여)도 최근 한 남성으로부터 DM(일대일 쪽지)을 받았다. 이 씨의 사진을 보고 연락했다는 그는 성관계를 전제로 한 연애 알바를 제안했다. 이 씨는 “월 400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해 기분이 나빠 사진을 모두 비공개로 바꿨다”고 말했다. 김동혁 hack@donga.com·신규진 기자}

    • 201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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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혁 車’ 견인한 운송업체 대표 “3년전 출고된 車 직접 전해줬는데… ”

    교통사고로 숨진 배우 김주혁 씨(45)의 영결식이 열린 2일 경찰은 사고차량(사진)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보내기로 했다. 혹시 모를 차량 결함 등을 정밀 분석하기 위해서다. 사고차량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라 일반 견인차 대신 전문 운송업체가 필요했다. 그러나 가까운 강남의 운송업체들은 경찰 전화를 받고 손사래를 쳤다. 거리가 멀고 차량 파손이 심해 운송 과정에서 자칫 사고가 날 수 있어서다. 사망사고가 난 차량이라는 인식도 작용했다. 경찰은 수소문 끝에 강북의 한 운송업체를 찾았다. 그리고 업체 대표 위모 씨에게 전화했다. 위 씨는 “그 차와 인연이 있다”며 흔쾌히 승낙했다. 알고 보니 그는 과거 해당 차량 출고 때 김 씨에게 직접 전달한 당사자였다. 그는 2014년 경기 평택항에서 출고된 벤츠 SUV를 운송차량에 싣고 강남의 한 카페에서 기다리던 김 씨에게 인도했다. 위 씨는 “차량 출고가 예정보다 한 달가량 늦어져 김 씨가 꽤 기다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차 키를 건넸을 때 활짝 웃던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인연 때문에 위 씨 역시 이번 사고 소식을 듣고 마음이 불편했다고 한다. 그는 2일 오후 1시 반경 강남경찰서에 도착했다. 이어 처참하게 부서진 사고차량을 자신이 몰고 온 운송차량에 실은 뒤 가림막으로 감싸고 단단히 고정했다. 약 2시간 반을 달려 국과수에 도착했다. 위 씨는 “충돌 후 발생한 화재를 끄는 과정에서 물을 뿌려서인지 평소보다 차량이 무거웠다. 사람으로 따지면 (차량도) 태어났다가 죽은 것이어서 운전하는 내내 착잡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새 차를 (김 씨에게) 가져다줬는데 마지막도 함께한 셈이 됐다”고 덧붙였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7-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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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 김주혁, ‘환한 미소’ 띤 채 하늘로

    영정 속에서 배우 김주혁 씨(45)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생전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웃음, 눈물을 주던 모습 그대로였다.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김 씨의 발인이 엄숙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발인 전 약 40분간 비공개로 영결식이 진행됐다. 영결식에서는 생전 고인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종교 의식은 따로 진행되지 않았다. 운구 행렬 뒤를 김 씨의 연인인 배우 이유영 씨(28)가 지인의 부축을 받으며 걸었다. 검은색 코트를 입은 이 씨는 숨죽여 눈물을 흘렸다. 운구차 앞에서는 한참을 고개 숙여 묵념하기도 했다. 그는 부산에서 한 TV 예능프로그램 촬영 중 김 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상경해 3일 내내 빈소를 지켰다. 이 씨 외에도 수많은 연예계 지인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했다. 고인이 최근 출연해 사랑받았던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의 멤버인 배우 차태현 씨, 가수 데프콘 등이 참석했다. 장례식장을 내내 지켰던 차 씨는 이날 끝내 눈물을 보여 주변을 숙연하게 했다. 함께 출연했던 가수 정준영 씨는 방송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지난달 29일 출국해 영결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김 씨의 옛 연인인 배우 김지수 씨도 함께 고인을 추모했다. 이 밖에 배우 황정민 정진영 유준상 천우희 문근영 씨 등 영화계 인사들도 김 씨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소속사 나무엑터스는 “고인의 따뜻하고 올곧은 인품과 열정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며 “생전 아름다운 행보를 걸어 온 고인의 명복을 빌어 달라”고 했다. 김 씨의 팬 100여 명도 김 씨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김 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일부 시민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고인의 시신은 화장한 뒤 아버지인 배우 김무생 씨(2005년 사망) 등이 안장돼 있는 충남 서산시의 가족 납골묘에 안치됐다. 1998년 SBS 공채 8기 탤런트로 데뷔한 김 씨는 드라마 ‘카이스트’를 시작으로 ‘프라하의 연인’ 등 드라마에 출연했다. ‘광식이 동생 광태’ ‘홍반장’ 등 다수의 영화에 출연해 관객들로부터 사랑받기도 했다. 유작으로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흥부’와 ‘독전’을 남겼다. 고인은 유명 배우의 아들이었지만 아버지의 후광 없이 배우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고 차량 분석을 시작했다. 사고가 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결함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국과수 관계자는 “차량 감정 결과는 한 달가량 뒤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조윤경 기자}

    • 2017-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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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벨트-에어백 정상작동 확인… 김주혁 車사고원인 아직 ‘안개’

    영화배우 김주혁 씨(45)는 교통사고 당시 안전벨트를 착용했고 차량의 에어백도 정상 작동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이에 따라 김 씨가 갑자기 운전능력을 상실한 이유를 놓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사고 당시 김 씨를 구조했던 소방관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김 씨는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고 에어백도 작동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급발진 등 차량 자체의 결함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여러 정황에도 불구하고 김 씨의 차가 갑자기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 이유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보통 이 같은 차량 사고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 단서가 블랙박스다. 해당 차량에는 각종 운전기록이 담겨 있는 사고기록장치(EDR)가 없다. 블랙박스가 사실상 유일한 단서다. 하지만 현재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 설치 여부도 불확실하다. 차체가 심하게 찌그러져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다. 경찰은 사고 현장 일대에서도 블랙박스를 찾지 못했다. 2014년 출시된 김 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는 블랙박스가 기본 사양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씨에게 차를 판매한 딜러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의뢰해 분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 씨가 진정 효과가 있는 전문의약품을 한 달가량 복용 중이었다는 증언에 대해 경찰은 “부검 결과에서 약품이 검출되면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부검 결과는 약 일주일 후 나온다. 해당 약품은 피부과나 정신건강의학과 등에서 많이 처방된다. 졸음이나 피로, 드물게 부정맥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경찰은 “유족으로부터 김 씨가 약을 복용 중이라는 진술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김 씨가 사고 당일 방문할 예정이던 서울 강남의 한 의원에서 이날 김 씨 진료 여부를 확인했다. 한편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김 씨 빈소에는 연예계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이날부터 일반 시민의 조문도 이뤄졌다.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 기자}

    • 20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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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김주혁, 한달전부터 심혈관 부담 줄 수 있는 약 복용”

    교통사고로 숨진 영화배우 김주혁 씨(45)가 최근 진정 효과가 있는 전문의약품을 복용하고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불안, 긴장을 완화시키고 가려움증에도 효능이 있어 널리 쓰이는 약이다. 하지만 신경계나 심혈관계 부작용 탓에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사고 원인으로 약물 부작용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31일 김 씨의 한 지인은 “김 씨가 약 한 달 전부터 A약품을 복용했다”고 말했다. 본보가 확인한 약통에는 겉면에 ‘김주혁’이란 이름과 함께 ‘하루에 한 알씩 복용하라’고 적혀 있었다. 30일 치 약통에는 알약 15정가량이 남아있었다. 이 약은 피부과나 정신과에서 주로 처방한다. 몸에 두드러기가 심하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할 경우에 쓰인다. 수술 전후 불안에 따른 긴장감을 낮출 때도 사용하는 등 병원에서 많이 처방하는 약이다. 다만 부작용 가능성 때문에 투약 방식이나 분량 등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졸음이나 두통, 피로 등이다. 드물게 경련과 운동장애, 방향감각 상실 그리고 알레르기로 인한 급성 쇼크인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오기도 한다. 김 씨는 평소 담배를 피웠지만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등 비교적 건강한 편이었다고 한다. 소속사 측은 “김 씨가 앓고 있던 지병이 없으며 복용하던 약도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씨가 평소 다니던 서울 강남의 B의원도 확인할 예정이다. 김 씨 소속사에 따르면 사고 당시 그는 B의원에서 매니저를 만날 예정이었다. 김 씨는 사고 2시간 전에 해당 의원과 전화했다. 유족 측은 경찰에 B의원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B의원은 피부미용 쪽 진료를 주로 하는 곳이다. B의원 관계자는 “김 씨가 이날 예약 확인 전화만 하고 오지 않았다”면서 “평소 피부 관리 외에는 다른 것을 한 적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력한 사인 중 하나로 꼽혔던 심근경색은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김 씨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김 씨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머리뼈 골절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1차 소견을 내놨다. 국과수는 다른 심장 문제나 약물로 인한 사고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직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과수 관계자는 “정확한 부검 결과는 일주일 정도 후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의 안전띠 착용 여부는 확실치 않다. 사고 당시 김 씨를 구조했던 소방관들은 김 씨가 안전띠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김 씨에게서 술 냄새도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급발진 등 김 씨 차량의 결함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사고가 난 김 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는 사고기록장치(EDR)가 장착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DR는 △자동차 주행 시간 △속도 △조작 행위 등이 자동으로 기록되는 장치다. 비행기의 블랙박스와 같다. 경찰은 EDR를 분석해 사고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었으나 해당 SUV(벤츠 G63 AMG)는 2014년 제작돼 EDR가 없었다. 국내에선 EDR 장착이 의무가 아니다. 벤츠 차량은 2016년 출고 차량부터 EDR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의 빈소는 이날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차려졌다. 빈소에는 연인인 배우 이유영 씨(28)를 비롯해 김 씨가 출연했던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관계자 등 연예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조동주 기자}

    • 20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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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김주혁 차량전복 사망… “추돌후 가슴 잡더니 인도 돌진”

    영화배우 김주혁 씨(45·사진)가 30일 교통사고로 숨졌다. 그는 자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운전하다 추돌사고를 일으킨 뒤 갑자기 인도로 돌진해 아파트 출입문 입구에 충돌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목격자는 “김 씨가 추돌 직후 가슴을 움켜쥐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 경위와 김 씨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이르면 31일 김 씨를 부검할 계획이다.○ 두 차례 추돌 후 100m 돌진 사고는 이날 오후 4시 20분경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삼성 앞 영동대로에서 일어났다. 편도 7차로의 대로다. 김 씨의 SUV(벤츠 G63 AMG)는 2차로에서 영동대교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김 씨 차량은 3차로를 달리던 그랜저 승용차를 한 차례 들이받은 뒤 멈춰 섰다. 그랜저 운전자가 비상등을 켜고 갓길로 방향을 바꾼 순간 김 씨 차량이 갑자기 급가속하며 그랜저 옆 부분을 다시 들이받았다. 앞으로 돌진한 김 씨 차량은 우측 인도를 향해 3개 차로를 순식간에 가로질렀다. 그랜저 운전자는 경찰에서 “벤츠 운전자가 내 차를 들이받고 잠시 정차하는 사이 가슴을 움켜잡더니 갑자기 인도로 돌진했다”고 말했다. 김 씨 차량은 도로와 인도 사이에 있는 30cm 높이의 턱을 넘은 뒤 화단을 지나 40cm 높이의 철제 난간까지 뚫고 인도로 올라섰다. 김 씨 차량은 80m가량 인도를 질주하다 아파트단지 북문 기둥을 들이받고 경사진 계단으로 굴러떨어졌다. 김 씨 차량은 45도 경사에 1.5m 높이의 계단에서 빠른 속도로 구르며 천장과 운전석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졌다. 인도 곳곳에는 검은색 스키드마크가 선명히 남아있었다. 김 씨가 인도에서 제동페달을 밟았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 차량이 인도를 질주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사고 원인은 아직 분명치 않다. 일단 목격자 진술로 볼때 김 씨의 몸에 갑자기 이상이 생겼을 수 있다. 윤영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정확한 원인은 부검을 통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가슴을 움켜쥔 상태에서 돌진했다면 80% 이상은 심근경색이다. 가슴에 심한 통증이 오고 부정맥이 발생해 의식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씨 유족은 “지병은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차량 결함 등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충격에 빠진 연예계 김 씨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연예계 동료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고인이 2013∼2015년 출연했던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의 연출을 맡았던 유호진 전 KBS PD(몬스터유니온 PD)는 “급하게 연락을 받아서 경황이 없다. 지금은 도저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고인은 2005년 별세한 배우 김무생 씨의 아들로 1998년 SBS 8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드라마 ‘카이스트’ ‘프라하의 연인’과 영화 ‘YMCA 야구단’ ‘싱글즈’ ‘홍반장’ ‘방자전’ ‘광식이 동생 광태’ 등 멜로와 코미디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에서 매력을 선보였다. 2013년 12월부터 2년간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 시즌3’에 출연해 엉뚱하고 소탈한 모습을 드러내 친근한 배우로도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홍상수 감독의 영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에 함께 출연한 17세 연하 배우 이유영 씨(28)와 연인 사이로 발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올해는 그에게 ‘제2의 전성기’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아르곤’에서 열정적인 언론인 김백진 기자 역할을 맡아 대중으로부터 호평을 받았지만 안타깝게 유작이 됐다. 올 1월에는 현빈, 유해진 씨와 함께 출연한 영화 ‘공조’가 누적 관객 780만 명 이상을 기록했다. 27일 열린 제1회 서울어워즈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고인은 “영화로 첫 상을 받았다. 연기한 지 20주년인데 큰 상을 받게 됐다”며 소감을 전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유원모 기자}

    • 2017-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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