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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적인 아들은 아버지처럼 운동선수가 되고 싶었다. 그렇지만 젊은 시절 태권도 선수였던 아버지는 아들에게 운동을 시키고 싶지 않았다. 국가대표가 돼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 어떤 종목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 모두 얼마나 어려운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 3년 전 아버지는 고집을 꺾었고, 아들은 사격선수가 됐다. 그러나 아버지는 지금 이 세상에 없고, 아들은 하늘에 있는 아버지가 언제나 힘을 준다고 믿고 있다. 21일 인천 아시아경기 사격에서 금메달을 딴 아들은 허공을 향해 손을 흔들어 하늘의 아버지를 향해 감사의 인사를 했다. 사격을 시작한 지 3년밖에 안 된 김청용(17·흥덕고)이 한국 선수단 최초로 인천 아시아경기 2관왕에 올랐다. 김청용은 이날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사격 남자 공기권총 10m 결선에서 201.2점을 쏴 팡웨이(중국·199.3점)와 진종오(KT·179.3점)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청용은 앞서 열린 단체전에서도 진종오 이대명(KB국민은행)과 함께 1744점으로 금메달을 합작했다. 585점으로 3명의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쐈다.○ 하마터면 펜싱선수 될 뻔 운동선수가 되려는 아들을 말렸던 아버지 고(故) 김주훈 씨는 마음을 바꾼 뒤에는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아들을 응원했다. 아들에게 어울리는 종목을 직접 찾아 나선 것도 그였다. 당시 김청용이 다니던 청주 서현중에는 펜싱부가 있었다. 김 씨는 아들을 이끌고 펜싱 테스트를 보게 했다. 며칠 뒤에는 사격팀이 있는 인근 복대중으로 아들을 데리고 가 총을 쏘게 했다. 당시 코치들이 내린 결론은 “펜싱에도 소질이 있지만 사격은 더욱 잘할 것 같다”였다. 김청용의 누나 김다정 씨(23·회사원)는 “아버지는 청용이가 몸과 몸이 부딪치는 운동을 하는 걸 싫어 하셨다. 그런 점에서 사격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했다. 아들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김 씨는 그해 겨울 갑작스러운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서현중에서 복대중으로 아들의 전학 절차를 마친 바로 다음 날이었다. 김청용의 금메달이 확정된 뒤 눈물을 쏟던 어머니 오세명 씨는 “청용이는 큰 대회를 나갈 때면 속으로 ‘아빠, 도와주세요’라고 말하곤 한다. 오늘 금메달도 아빠가 하늘에서 다 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청용은 “추석 때도 못 가 본 아버지 산소를 찾아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왼손잡이 새 사격 영웅의 탄생 곱상한 얼굴에 눈웃음이 매력적인 김청용은 여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많다. 중학교에 다닐 때부터 학교 앞에는 그의 얼굴을 보려는 여학생들이 찾아오곤 했다. 그때마다 숫기가 없는 그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난감해하곤 했다고 한다. 이날 우승을 하고도 그는 기자회견 내내 “그냥 좋은 거 같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선수들 사이에서 ‘사격 아이돌’ ‘진천(선수촌) 아이돌’로 불린다. 하지만 사대에만 서면 사람이 달라진다는 것이 주변의 한결같은 평가다. 그가 왼손잡이인 것도 특이하다. 그는 “왼손잡이라서 특별히 불편한 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상대 선수들은 그를 불편해한다. 사격선수들은 대부분 오른손잡이여서 경기 때 상대 선수의 뒷모습을 보면서 총을 쏘는데 그와 경기를 할 때면 얼굴을 마주보고 총을 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느끼는 어색함이 김청용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한다. 그는 “진종오 선배와 마주보고 연습이나 경기를 하면 눈앞에서 세계 최고 선수의 동작 등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동메달을 따낸 진종오는 “연습 때도 종종 나를 이겼던 좋은 선수다. 새 사격 영웅의 탄생을 많이 축하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후배를 격려했다.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야구팬들, 정말 대단하다.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야구 국가대표팀과 LG의 평가전. 타석에 김현수(두산)가 들어서자 팬들은 일제히 ‘DJ.DOC’의 ‘런투유’를 개사한 응원가를 함께 불렀다. 강민호(롯데)의 타석 때는 그의 테마송인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 앞부분을 합창했다. 야구팬들은 치열한 순위 싸움을 잠시 접어두고 ‘휴전협정’을 맺었다. 이날 3루 측에 운집한 프로야구 10개 구단(신생팀 KT 포함) 팬들은 국가대표 선수 모두를 응원했다. 인천 아시아경기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주최 대회가 아니기 때문에 KBO는 별도로 응원단을 조직하지 않는다. 이날 응원을 주도한 것은 김주일 KIA 응원단장 및 치어리더들이었다. 이번 대회 차량 후원사인 기아자동차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27일 준결승전과 28일 결승전에서도 프로야구 10개 구단을 대표해 단체 응원을 이끌 예정이다. 연합 응원인 만큼 각 구단의 특색 있는 응원들이 대거 등장했다. 3회말 손아섭(롯데)의 타석 때 LG 투수 신동훈이 1루에 견제구를 던지자 관중은 일제히 “마”를 외쳤다. 관중이 한꺼번에 “마”를 외치는 것은 롯데 특유의 응원으로 상대 투수에게는 엄청난 위압감을 준다. 8회에는 한화 팬들의 전유물이었던 ‘육성응원’이 등장했다. 원래 한화 팬들은 육성으로 “최∼강∼한∼화”를 외치는데 이날은 구호가 “대∼한∼민∼국”으로 바뀌었다. 김주일 응원단장은 관중석을 향해 “평소에는 적이지만 아시아경기 때만큼은 같은 편이다. 모두 함께 대표팀의 금메달을 응원하자”고 말해 큰 호응을 얻었다.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이 사직구장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한국 프로야구의 응원 문화는 흥겨움으로 가득 차 있다. 모처럼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는 한국 야구 특유의 재미있고 역동적인 응원 문화를 다른 아시아 국가의 팬들과 공유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은 22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태국과 첫 경기를 치른다.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를 통해 한국 사격은 대표적인 ‘효자 종목’으로 떠올랐다. 사격 대표팀은 광저우 대회에서 역대 단일 종목 최다인 13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종합 2위의 일등공신이 됐다. 19일 막을 올리는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한국 사격은 ‘최고 효자 종목’의 자부심을 바탕으로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다. 20일 오전 8시에 시작해 8시 50분경 끝나는 여자 10m 공기권총 단체전이 첫 기회다. 최근 열린 세계선수권 이 종목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딴 정지혜(25·부산시청)와 2012년 런던 올림픽 25m 권총 금메달리스트 김장미(22·우리은행), 그리고 오민경(28·IBK기업은행) 등 3명이 출전한다. 단체전은 3명의 본선 점수 합산으로 순위를 매긴다. 오전 10시부터는 본선 상위 8명이 출전하는 결선이 열리는데 여기서도 금메달이 나올 수 있다. ‘권총황제’ 진종오(35·KT)-이대명(26·KB국민은행)-최영래(32·청주시청) 등이 출전해 금메달이 유력한 남자 권총 50m 단체전도 오전 9시 반에 시작해 오전 11시면 끝난다. 이 종목 결선은 낮 12시 15분 시작한다. 이날을 제외하고 다른 날에는 사격은 아무리 빨라도 오전 9시에 시작한다. 한국 사격은 ‘최초’라는 상징성을 갖기 위해 대회 조직위에 이날 경기 시작 시간을 앞당겨줄 것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대회 초반 한국 사격 대표팀의 선전 여부는 전체 한국 선수단의 사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사격 금메달은 15개이지만 아시아경기에는 모두 4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한국 사격은 금메달 7개를 목표로 잡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번 황재균(롯데·3루수)-2번 손아섭(롯데·우익수)-3번 나성범(NC·중견수)-4번 박병호(넥센·1루수)-5번 강정호(넥센·유격수)-6번 김현수(두산·좌익수)-7번 나지완(KIA·지명타자)-8번 강민호(롯데·포수)-9번 오재원(두산·2루수). 아시아경기 2연패를 노리는 야구 대표팀의 베스트 라인업이 드러났다. 대표팀 류중일 감독(삼성)은 18일 잠실에서 열린 LG와의 평가전에 나성범-박병호-강정호를 ‘클린업 트리오’로 포진시킨 타선을 내세웠다. 류 감독이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8월 30일 오른 엄지 부상 이후 실전 경험이 없었던 강정호의 타순. 류 감독은 “평소 넥센에서 강정호가 항상 박병호 다음 아니었느냐. 바꾸면 혼란이 생길지 모른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강정호에 대한 믿음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3번 타순을 놓고서는 “김현수와 나성범이 팀에서 3번을 쳤는데 올 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나성범이 낫다”고 3번으로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날 평가전은 15일에 소집된 선수들이 대회 개막 이전에 실전 호흡을 맞추는 유일한 기회였다. LG 양상문 감독은 류 감독의 작전을 그대로 선수들에게 지시하는 등 연습 상대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다만 LG는 선발 티포드를 제외하곤 주전급 대신 젊은 선수들을 대거 투입했다. 대표팀은 4회부터 선발에 포함되지 않은 야수들에게도 타순을 무시하고 고루 타격 기회를 줬다. 마운드도 선발 홍성무(동의대)에 이어 김광현(SK)-안지만(삼성)-차우찬(삼성)-한현희(넥센)-이태양(한화)-이재학(NC)-임창용(삼성)이 이어 던지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류 감독이 걱정했던 강정호는 적시 2루타를 포함해 3타수 3안타로 맹활약했고, 나성범 역시 0-3으로 뒤진 3회 역전 만루 홈런을 때려 기대에 부응했다. 대표팀이 10-3으로 이겼다. 류 감독은 “공백에도 불구하고 3안타를 때린 강정호는 타고난 타자다. 아직 컨디션이 70% 정도지만 더 올라올 것으로 본다. 나성범도 그렇고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다 괜찮았다. 박병호가 5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스윙은 날카로웠다. 22일 태국전 선발인 김광현도 홈런을 맞았지만 공이 좋았다. 크게 걱정할 부분은 없는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이승건 why@donga.com·이헌재 기자}

《 올림픽이 70억 세계인의 축제라면 아시아경기는 45억 아시아인들의 축제다. 1894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제1회 대회를 시작으로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올림픽에 비해 1951년 인도 뉴델리에서 초대 대회를 치른 아시아경기는 60년 조금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올림픽을 주최하는 단체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다. 아시아경기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주최한다. IOC가 공인하는 대륙별 대회는 아시아경기, 팬아메리칸게임, 올아프리카게임, 퍼시픽게임, 그리고 2015년 출범하는 유러피안게임이 있다. 그중 45개 회원국을 거느리고 있는 OCA가 주최하는 아시아경기가 가장 큰 규모와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역사로 보나 권위로 보나 올림픽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아시아경기는 4년마다 아시아의 스포츠인들이 기량을 겨루며 화합과 우정을 다지는 소중한 무대다. 올림픽과 아시아경기의 닮은 듯 다른 모습을 살펴본다. 》 역사는 올림픽, 규모는 아시아경기 9월 19일부터 16일간의 열전에 돌입하는 2014 인천 아시아경기는 17번째 열리는 아시아경기다.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로는 서울(1986년), 부산(2002년) 대회에 이어 3번째다. 가장 최근 열린 여름 올림픽은 2012 런던 올림픽으로 제30회 대회였다.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31회 대회가 된다. 참가국은 당연히 올림픽이 많다. 런던 올림픽에는 모두 204개국이 참가했다. 이에 비해 OCA에 가입된 모든 국가가 출전하는 인천 아시아대회 참가국 수는 45개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경기 종목과 선수단 규모는 아시아경기가 더 크다. 런던 올림픽에는 선수와 임원 등 1만500여 명이 참가했지만 인천 아시아경기에는 역대 최대인 1만30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하게 된다. 아시아경기에는 금(金)이 많다 아시아경기 대회의 선수단 규모가 큰 이유는 올림픽에 비해 종목 수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런던 올림픽은 26개 종목, 302개의 세부 종목으로 구성돼 모두 302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었다. 2년 뒤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럭비와 골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28개로 종목이 늘어나지만 금메달 수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의 종목 수는 36개나 된다. 한 종목으로 묶인 야구와 소프트볼, 테니스와 정구, 배구와 비치발리볼을 각각의 종목으로 분리할 경우 39개 종목으로 볼 수도 있다. 인천 대회에 걸린 금메달 개수는 모두 439개다. 올림픽에 비해 금메달이 100개 이상 많이 나와 화끈한 금메달 잔치를 볼 수 있다. 아시아경기 종목의 흥망성쇠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치러지는 36개 종목이 많아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직전 대회였던 2010 광저우 아시아경기의 42개에서 6개나 줄어든 것이다. 광저우 대회에는 중국의 전통 수상스포츠인 드래건보트와 댄스스포츠, 인라인롤러, 그리고 바둑, 장기, 보디빌딩 등이 정식 종목에 포함돼 있었다. 아시아경기가 올림픽에 비해 이색 종목의 흥망성쇠가 잦았던 이유는 OCA가 개최국의 종목 신설 제안에 비교적 관대했기 때문이다. 각국의 문화를 반영한 종목들을 채택하려는 주최국의 입김은 아시아경기의 비대화를 부채질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를 계기로 세계화에 성공한 태권도와 같은 사례도 있지만 드래건보트처럼 일회성으로 막을 내린 종목도 적지 않다. OCA는 비대해진 아시아경기를 개혁하기 위해 인천 아시아경기부터 종목 삭감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IOC가 정한 28개 올림픽 종목을 기본으로 8개의 종목만 정식 종목으로 추가했다. 카바디와 크리켓, 볼링, 우슈 등은 치열한 경쟁 끝에 살아남은 종목들이다. ‘별미’인 비올림픽 종목들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열리는 비올림픽 종목은 모두 8개다. 그 가운데 야구와 볼링, 스쿼시 등은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하다. 이에 비해 우슈와 가라테, 세팍타크로, 카바디, 크리켓 등 5개 종목은 국내에선 아무래도 낯설다. 중국의 전통 무술인 우슈와 일본 고유의 가라테는 태권도와 비교하면서 즐기면 더욱 재미있다. 우슈는 태권도의 품새처럼 유려하고도 힘찬 동작을 혼자 연기하는 투로와 대련경기인 산타로 나뉜다. 가라테는 연기 경기인 가타와 대련 경기인 구미테로 나뉜다. 태권도의 품새가 우슈의 투로, 가라테의 가타로 보면 된다. 태권도는 화려한 발기술, 가라테는 손기술을 중시하는 게 차이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 때 첫선을 보인 카바디는 술래잡기와 격투기, 피구를 혼합한 형태의 인도 전통 스포츠다. 한 팀 7명 중 공격자(레이더) 1명이 적진에 들어가 상대 선수를 치고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오면 득점하는 경기다. 족구와 비슷한 세팍타크로는 손을 뺀 온몸을 이용해 1.55m 높이의 네트에 걸리지 않도록 3회 이내에 공을 상대 코트로 넘기는 스포츠다. 영국에서 창안된 크리켓은 야구의 원조로 인도와 파키스탄 등 서남아시아 국가들에서 인기가 많다. 팀당 11명으로 구성되고 타자 10명이 아웃되면 공수가 교대된다. 세부 종목 가운데에도 비올림픽 종목이 적지 않다.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에 채택된 양궁의 컴파운드와 사격의 남자 25m 스탠더드 권총, 여자 50m 소총 복사 등이 대표적이다. 메달 편차가 가장 큰 종목은? 런던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이 걸린 종목은 육상(47개)이었다. 인천 아시아경기에서도 육상의 금메달 수는 똑같이 47개다. 그렇지만 이번 아시아경기 최다 금메달 종목은 수영(경영, 다이빙, 수구,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으로 모두 53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런던 올림픽에서는 46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었다. 그렇다면 올림픽과 아시아경기에서 가장 메달 편차가 큰 종목은 무엇일까. 정답은 사격이다. 런던올림픽 때 사격에 걸린 금메달은 15개였지만 인천 아시아경기에는 무려 4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이에 비해 체조(18개)와 역도(15개), 조정(14개) 등은 올림픽과 아시아경기의 금메달이 똑같다. 아시아경기와 올림픽 금메달의 가치는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는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남자 선수들에게는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아시아경기에서 병역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 한다. 이에 비해 올림픽에서는 동메달 이상만 획득하면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뒤 34개월(훈련 기간 포함)을 관련 직종(해당 종목 선수나 지도자 등)에 종사하면 병역을 이행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연금 등 금전적인 측면에서도 올림픽 메달의 가치가 훨씬 크다. 올림픽과 아시아경기, 세계선수권과 같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 국위를 선양한 선수들에게는 체육연금이라는 혜택이 주어진다. 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연금 점수를 채워야 하는데 올림픽 금, 은, 동메달리스트에게 부여되는 점수는 각각 90점, 70점, 40점이다. 이에 따르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매달 100만 원씩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은메달과 동메달의 월 연금액은 각각 75만 원과 52만5000원이다. 이에 비해 아시아경기는 금메달의 연금 점수가 10점밖에 되지 않는다. 월 100만 원의 연금을 받으려면 금메달 10개를 따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양궁 국가대표팀의 맏형 오진혁은 한국 나이로 35세다. 양궁은 국가대표 되기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어렵다고 평가받는 종목이다. 워낙 경쟁이 치열해 거의 매년 대표선수들의 얼굴이 바뀐다. 이전까지 35세에 A급 국제대회(올림픽, 아시아경기, 세계선수권대회) 대표팀에 선발된 한국 선수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박경모가 유일했다. 김성훈 남자 대표팀 감독은 “오진혁은 2년 뒤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도 유력하다. 한국 양궁에 새 역사를 쓸 선수”라고 말했다. 오진혁은 19일 열리는 아시아경기 개회식에서 여자 펜싱의 남현희와 함께 전체 참가 선수단을 대표해 페어플레이를 약속하는 선수 선서를 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다.○ “한 번만 더 태릉선수촌 밥을 먹을 수 있다면” 오진혁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양궁 최초로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에도 선전을 거듭하며 현재 남자 세계랭킹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영광으로 가득 찬 선수 인생 같지만 그는 오랜 무명 생활을 거치며 잡초처럼 시련을 이겨냈다. 그는 고교생이던 1999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이듬해 곧바로 대표팀에서 탈락했고 한동안 방황했다. 2007년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이듬해 선발전에서 다시 탈락했다. 그는 “운동을 그만두더라도 한 번만 더 태릉선수촌 식당 밥을 먹어보고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늘은 그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어느 날 느낌이 왔다. 이거다 싶었다. 하늘이 주신 선물이었다. 이후 그 느낌을 잃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고 했다. 2009년 꿈에 그리던 대표팀에 합류한 뒤 그는 줄곧 남자 리커브 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그가 최고 자리를 유지하는 원동력은 노력이다. 그는 남들이 쉬는 한밤이나 일요일에도 혼자서 활을 쏘곤 한다. 휴가 기간에도 ‘느낌이 왔다’ 싶으면 곧바로 양궁장을 찾아 1, 2시간씩 활시위를 당긴다. 그는 “노력한 만큼 성적이 나올 때 엄청난 성취감을 느낀다. 생각대로 화살이 날아갈 때의 기쁨은 무엇과도 바꾸기 힘들다”고 했다.○ 어깨야, 버텨 줘 오진혁의 활은 다른 선수들의 활보다 무거운 편이다. 시위를 당길 때의 장력(줄에 걸리는 힘의 크기) 역시 크다. 더 강하게 화살을 날리기 위해 몸에 더 무리를 줄 수밖에 없다. 훈련벌레인 탓에 그의 어깨는 정상이 아니다. 회전근 부근 연골이 많이 닳아 시위를 당길 때마다 어깨에서 ‘뚝’ 하는 소리가 난다. 3년 전쯤 처음 이 소리를 들었을 때는 활시위를 놓았을 때의 소리와 착각해 0점을 쏘기도 했다. 요즘엔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고 있다. 3개월마다 부상 부위에 윤활유 구실을 해주는 주사를 맞는다. 그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나갈 기회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멀리 보지 않고 눈앞의 일에만 집중하겠다. 당장 아시아경기에서 2관왕(개인전, 단체전)에 오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대표팀에 딱히 약점은 보이지 않는다”던 류중일 인천 아시아경기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에게도 고민이 있다. 주전 유격수 강정호(넥센·사진)의 컨디션 회복 여부다. 올 시즌 강정호는 타율 0.360에 38홈런, 107타점이라는 무시무시한 화력을 뽐내고 있다. 올해 가장 뜨거운 선수인 그이지만 8월 말 슬라이딩을 하다 오른손 엄지손가락 부상을 당한 뒤 9월 들어서는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공격과 수비의 핵심인 강정호의 회복 여부에 류 감독이 노심초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렇지만 정작 강정호 스스로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표팀의 첫 합동 훈련이 열린 16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그는 “경기에 나가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4년 전 광저우 아시아경기 때는 손가락 미세골절을 안고도 경기에 뛰었다. 그때보다는 지금 상태가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4년 전 광저우 대회 대만과의 결승에서 강정호는 9회 쐐기 2점 홈런을 치는 등 5타수 3안타 5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손가락 부상 속에서도 4경기에서 13타수 8안타(타율 0.615), 3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그는 “4년 전에는 나이도 어렸고 한창 배우는 단계였다. 형들이 해줄 것이라는 기대 속에 편하게 했다. 그런데 지금은 후배가 많다. 선배들에게 큰 선물을 받은 만큼 나도 후배들에게 (금메달이라는) 선물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해줄 조언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어차피 우리가 이길 거니까 승패에 크게 신경을 안 써도 될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야구 대표팀은 이날 저녁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지난달 리틀야구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리틀야구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만찬을 가졌다. 대표팀 관계자는 “어린 선수들이 야구 대표팀 선수들에게 우승의 기(氣)를 전해줬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야구에서 선발 투수가 8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면 대단한 호투를 한 것이다. 평균자책점으로 따지면 2.25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정도 투구 내용이 부진으로 여겨지는 선수가 있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의 팀 동료 클레이턴 커쇼(26·사진)다. 메이저리그 최고 왼손 투수로 평가받는 커쇼는 15일 샌프란시스코와의 방문경기에서 8이닝 7피안타 9탈삼진 1볼넷 2실점하며 시즌 19승(3패)째를 수확했다. 그런데 그의 평균자책점은 종전 1.67에서 1.70으로 오히려 올라갔다. 올 시즌 그가 얼마나 대단한 투구를 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승리로 커쇼는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 호니 쿠에토(신시내티), 애덤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 등을 제치고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다승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커쇼는 또 데뷔 후 처음으로 한 시즌 20승과 1점대 평균자책점 동시 달성이라는 기록도 눈앞에 두게 됐다. 커쇼는 2011년 21승을 거두며 20승 고지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1.8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두 가지 기록을 동시에 달성하지는 못했다. 현재 추세라면 사이영상과 리그 최우수선수(MVP) 동시 석권도 유력해 보인다. 메이저리그에서 MVP 레이스는 타자가 유리하다. 투수에게는 최고 투수에게 수여되는 사이영상이 있기 때문에 같은 값이면 MVP는 타자에게 주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1956년 사이영상이 생긴 후 투수가 사이영상과 MVP를 함께 받은 적도 10번이나 된다. 가장 최근에는 2011년 아메리칸리그에서 투수 3관왕에 오른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가 사이영상과 MVP 트로피를 동시에 들어 올렸다. 다저스가 소속된 내셔널리그의 마지막 동시 수상자는 1968년의 밥 깁슨(당시 세인트루이스)이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야구에서 선발 투수가 8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면 대단한 호투를 한 것이다. 평균자책점으로 따지면 2.25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정도 투구 내용이 부진으로 여겨지는 선수가 있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의 팀 동료 클레이튼 커쇼(26)다. 메이저리그 최고 왼손 투수로 평가받는 커쇼는 15일 샌프란시스코와의 방문경기에서 8이닝 7피안타 9탈삼진 1볼넷 2실점하며 시즌 19승(3패)째를 수확했다. 그런데 그의 평균자책점은 종전 1.67에서 1.70으로 오히려 올라갔다. 올 시즌 그가 얼마나 대단한 투구를 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승리로 커쇼는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 자니 쿠에토(신시내티), 아담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 등을 제치고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다승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커쇼는 또 데뷔 후 처음으로 한 시즌 20승과 1점대 평균자책점 동시 달성이라는 기록도 눈앞에 두게 됐다. 커쇼는 2011년 21승을 거두며 20승 고지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1.8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두 가지 기록을 동시에 달성하지는 못했다. 현재 추세라면 사이영상과 리그 최우수선수(MVP) 동시 석권도 유력해 보인다. 메이저리그에서 MVP 레이스는 타자가 유리하다. 투수에게는 최고 투수에게 수여되는 사이영상이 있기 때문에 같은 값이면 MVP는 타자에게 주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1956년 사이영상이 생긴 후 투수가 사이영상과 MVP를 함께 받은 적도 10번이나 된다. 가장 최근에는 2011년 아메리칸리그에서 투수 3관왕에 오른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가 사이영상과 MVP 트로피를 동시에 들어 올렸다. 다저스가 소속된 내셔널리그의 마지막 동시 수상자는 1968년의 밥 깁슨(당시 세인트루이스)이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년 전 여고생이었던 김효주(19·롯데)는 그해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공동 4위에 올랐다. 아마추어 골퍼였던 그가 나흘 연속 60대 타수를 치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2년 후 어엿한 프로 선수로 다시 이곳을 찾은 김효주는 지난해부터 에비앙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으로 메이저대회로 승격된 이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세계적인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김효주는 14일(현지 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6453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8타를 치며 최종 합계 11언더파 273타로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48만7500달러(약 5억 원). 하루 전 LPGA 공식 홈페이지는 김효주에 대해 “‘강철 신경(nerves of steel)’을 갖고 있다”고 묘사했다. 핀 포지션이 어려운 데다 바람까지 불어 3라운드에서 많은 선수들이 고전하는 와중에도 김효주는 꿋꿋이 스코어를 지켰기 때문이다. 김효주의 강철 신경은 최종 라운드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김효주는 이날 여자 골프의 살아 있는 전설 캐리 웹(40·호주)과 챔피언 조에서 맞대결을 벌였다. 이미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웹은 7차례나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베테랑 선수다. 한때 메이저대회였으나 지금은 없어진 듀모리에 클래식까지 우승한 그는 전 세계 골퍼 중 유일하게 5개의 다른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갖고 있다. 그래서 그의 이름 앞에는 ‘슈퍼 커리어 그랜드슬래머’라는 영광 어린 수식어가 붙는다. 그런 웹을 상대로 김효주는 역사에 남을 극적인 대역전승을 거뒀다. 줄곧 선두를 유지하던 김효주는 15번홀에서 웹에게 선두 자리를 빼앗겼다. 김효주가 잠시 주춤하는 사이 웹이 후반에만 4타를 줄이며 역전을 한 것. 마지막 18번홀(파4)에 들어설 때까지도 김효주는 10언더파로 웹에게 한 타를 뒤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운명의 18번홀에서 김효주는 하이브리드로 친 세컨드샷을 핀 3m에 붙인 후 극적인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기어이 동타를 만들었다. 반면 흔들린 웹은 그린 주변에서 헤매며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김효주의 패기가 웹의 관록을 누른 것이다.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역대 LPGA투어 메이저대회 최소타인 61타라는 기록을 세운 김효주는 19세의 나이에 생애 첫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차세대 스타 탄생을 전 세계에 알렸다. 장하나(22·비씨카드)와 허미정(25)이 9언더파 275타로 공동 3위에 올랐고, 최나연(27·SK텔레콤)은 8언더파 276타로 5위로 대회를 마쳤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국민 야식이자 야구장의 대표 간식으로 자리 잡은 ‘치맥’(치킨에 맥주)이 골프장에도 상륙했다. 12일 충북 음성 코스카CC(파72·6599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YTN·볼빅 여자오픈 1라운드에서는 많은 갤러리가 치킨과 맥주를 먹고 마시며 선수들의 플레이를 즐겼다. 치맥이 최근 들어 골프대회에 등장하게 된 것은 여자 골프의 인기를 마케팅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치킨 회사와 맥주 회사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기간 BBQ치킨은 갤러리들에게 순살 크래커 3조각씩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또 OB맥주는 유료 갤러리들을 대상으로 캔맥주 한 개씩을 공짜로 나줘준다. 지난달 열린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는 스폰서인 교촌에프앤비가 대회 기간 ‘치맥존’을 운영하며 갤러리와 관계자들에게 치킨 1만 마리를 제공했다. 하이트맥주도 갤러리들에게 생맥주 한 잔씩을 무료로 서비스했다. 한편 1라운드에서는 김하늘(26·비씨카드)과 김자영(23·LG) 고진영(19·넵스) 등 3명이 6언더파 66타로 공동 선두에 올랐다. 이정민(22·비씨카드) 등 4명이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4위에 자리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3년 전 이맘때였다. 동그란 안경을 쓰고 가운데 가르마를 탄 그 남자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와 함께 서울 야구회관 기자실에 불쑥 들어선 그는 대뜸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를 창단하겠다고 했다. 그는 당시 이렇게 말했다. “학교에 다닐 때나 사업을 할 때 사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돈이 아닌 스토리를 통해 그간 받은 것을 사회에 돌려드리고 싶었다. 경쟁에서 탈락해 우리 팀에 온 선수 중 한 명이라도 다시 1군 무대에서 성공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기부라고 생각한다.” 사재를 털어 3년간 50억 원을 내겠다던 그는 허민 구단주였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땐 대체 뭔 소리인가 했다. 방출됐거나 지명을 받지 못한 실패한 야구 선수들을 모아 잘 훈련시킨 뒤 돈 한 푼 받지 않고 프로야구 구단에 그냥 보내주겠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하지만 그의 말은 허언(虛言)이 아니었다. 당장 그해 SK와 갈등 끝에 자진사퇴한 ‘야신’ 김성근 감독을 사령탑으로 모셔왔다. ‘괴짜 구단주’와 ‘야신’의 조합은 창단 이듬해부터 팀 이름처럼 기적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2012년 7월 원더스의 투수 이희성이 LG에 입단했다. 이후 기존 프로야구 각 팀은 원더스가 키워낸 선수들을 하나 둘씩 꾸준히 영입했다. 올해 7월 KT에 입단한 외야수 김진곤까지 22명이 프로에 입단했다. 포수 정규식은 8월 원더스 선수로는 처음으로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았다. 원더스에서 실력을 쌓은 LG 황목치승과 넥센 안태영 등은 요즘 당당히 1군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 감독의 지도력과 선수들의 열정, 그리고 허 구단주의 지원이 함께 어우러져 빚어낸 드라마였다. 허 구단주는 원더스 선수가 프로 구단에 입단할 때마다 1000만 원의 격려금까지 줬다. 그가 3년간 쓴 돈은 100억 원이 넘는다. 하지만 갈 곳 없는 선수들에게 마지막 기회의 땅이었던 원더스는 창단 3시즌 만에 해체 결정을 내렸다. 원더스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독립구단 운영에 한계를 느꼈다. KBO와 구단 운영에 대한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반복해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원더스가 원했던 퓨처스리그 진입은 물론이고 퓨처스 경기 정규 편성 등이 기존 구단들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김성근 감독은 “팀이 유지된다면 나도 끝까지 원더스와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끝내 팀의 해체는 막지 못했다. ‘열정에게 기회를’을 모토로 했던 원더스는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23명의 승자를 배출한 채 쓸쓸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패자부활전의 무대 역시 원더스와 함께 사라졌다. 이헌재·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35·KT·사진)가 남자 10m 공기권총까지 제패하며 세계사격선수권 2관왕에 올랐다. 진종오는 11일 스페인 그라나다 후안 카를로스 1세 올림픽 사격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200.3점을 쏴 2위 유스프 디켓(터키·198.0점)을 2.3점 차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이틀 전 남자 50m 권총 금메달에 이어 대회 2번째 금메달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50m 권총과 10m 공기권총을 모두 제패했던 진종오는 세계선수권에서도 두 종목 모두 우승하며 명실상부한 권총 황제의 입지를 굳혔다. 진종오는 앞서 열린 10m 공기권총 남자단체전에서는 이대명(26·KB국민은행), 김청용(17·흥덕고)과 함께 1744점을 합작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진종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천 아시아경기 금메달이란 목표가 남았다”고 말했다. 단체전 우승은 1750점을 기록한 중국이 차지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야구 선수에게 ‘착하다’란 말은 칭찬이 아니다. “얘는 참 착한데∼”라는 말 뒤엔 “그런데 야구를 못해”라는 말이 숨어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감독으로 2008승을 거둔 리오 듀로셔 감독(1991년 사망)의 명언은 이를 한마디로 정리해 준다. “사람 좋으면 꼴찌다(Nice guys finish last).” 듀로셔 감독은 이기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심판과 멱살잡이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투수들에게는 수시로 빈볼을 지시했다. 통산 95차례나 퇴장을 당했지만 2000승 감독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사실 야구 선수가 착할 필요는 없다. 착하지 않아도 야구만 잘하면 환영 받는다. 그래서인지 좀 모질고 독한 선수 중에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많은 편이다. 그러면 착하면서 야구도 잘하는 선수는 없는 것일까. 얼마 전 야구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착한 선수’가 화제가 됐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바로 착하고 못됨의 기준이다. 알고 보면 안 착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여기서는 착한 선수를 스타가 된 이후에도 초심을 잃지 않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잔머리를 굴리지 않는 선수로 정했다. 이 기준에 따를 때 착한 선수로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린 선수는 왕년의 홈런 타자 이승엽(38·삼성)이었다. 기자도 고개를 끄덕였다. 기자로서 이승엽을 알고 지낸 지가 10년이 넘었다. 그런데 이승엽은 정말 한결같다. 2000년대 초반 한국 프로야구 최고 스타로 군림할 때나 일본 프로야구에서 단맛 쓴맛을 다 봤을 때나, 2012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나 이승엽은 언제나 겸손하고 착실한 사람이다. 최고 스타이면서도 배려심이 남다르다는 게 참석했던 모든 사람들의 한결같은 평가였다. 이승엽이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서 뛸 때 그곳으로 연수를 갔던 한 프런트 직원은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이도 아니었는데 이승엽이 ‘한국 최고의 전문가가 왔다’고 선전을 해 놨더라. 덕분에 1군 작전회의에까지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10일 NC전에서 시즌 30호 홈런을 때려내면서 최고령 30홈런(38세 23일)의 주인공이 되는 등 실력도 여전하다. 최근 뜨고 있는 착한 선수의 대표 주자는 넥센의 홈런 타자 박병호다. 2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박병호는 10일 현재 48홈런을 기록하며 홈런왕 3연패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박병호는 2003년 이승엽(56개)과 심정수(53개) 이후 11년 만에 50홈런 고지에 오를 게 유력하다. 이쯤 되면 사람이 변할 만도 하다. 주변에 잘해주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런데 박병호는 언제나 예의바르게 행동하고 모난 행동을 하지 않으려 애쓴다. 경기 후 구장을 빠져나가다 팬들의 사인 공세를 받으면 최선을 다해 사인을 해준다. 어쩌다 머리가 복잡해 사인을 해주기 힘들 것 같으면 아예 팬들이 다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가 다른 쪽 문으로 조용히 나간다. 넥센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심성이 착한 선수다. 주변에 유혹이 적지 않을 텐데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는 모습을 볼 때 정말 대선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착한 마음과 근성은 별개의 문제다. 1999년 54홈런을 친 이승엽은 타격 폼을 바꿔 2003년 56개의 홈런을 쳤다. 박병호도 자신을 채찍질하며 매년 개인 홈런 기록을 새롭게 써 가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전현직 홈런왕인 이들이 주는 메시지는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다. 착한 사람도 최고가 될 수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지난해 12승(2패)을 거두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던 LG 투수 류제국이 ‘승리 요정’으로 돌아왔다. 시즌 초 들쭉날쭉한 피칭을 보였던 그가 8월 중순부터 안정감을 보이며 팀의 4위 싸움에 기여하고 있는 것. 류제국은 10일 KIA와의 경기에서도 5와 3분의 2이닝 7피안타 1볼넷 4실점으로 잘 던져 승리투수가 됐다. 초반부터 팀 타선이 활발하게 터지면서 비교적 손쉽게 승리를 거뒀다. 류제국은 4위 싸움이 본격화된 8월 19일 넥센전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등판한 4경기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또 올 시즌 9승과 함께 전 구단 상대 승리투수의 영예도 안았다. 전날 시즌 19승을 거두며 전 구단 상대 승리투수가 된 넥센 밴헤켄에 이어 두 번째다. 전날까지 3연패에 빠졌던 LG는 이날 승리로 SK와의 승차를 1.5경기 차로 벌리며 4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LG 박경수도 이날 3점 홈런을 포함해 4타수 3안타 5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권총 황제’ 진종오(35·KT)가 34년 묵은 세계기록을 갈아 치우며 생애 첫 세계선수권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진종오는 9일 스페인 그라나다의 후안 카를로스 1세 올림픽 사격장에서 열린 제51회 세계사격선수권대회 남자 50m 권총 본선에서 60발 합계 583점을 쏴 이 부문 새로운 역사를 썼다. 종전 기록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서 알렉산드르 멜레니예프(옛 소련)가 세운 581점이었다. 멜레니예프의 이 기록은 국제사격연맹(ISSF)의 부문별 세계기록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넘지 못하는 마의 벽으로 꼽히고 있었다. 종전 진종오의 이 종목 개인 최고 기록은 2012년 5월 경호실장기에서 세운 579점이었다. 이로써 진종오는 남자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 등 두 종목에서 세계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그는 2009년 4월 창원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594점으로 세계기록을 세운 바 있다. 이날 진종오가 세계기록을 세우는 순간 사격 관계자들은 다른 선수들의 경기가 끝나기 전임에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진종오는 환한 얼굴로 두 손을 들어 화답했다. ‘중국의 사격 영웅’ 왕이푸 중국대표팀 감독 등은 진종오와 기념촬영을 청하기도 했다. 진종오는 이어 열린 결선에서도 안정된 실력을 과시하며 192.3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진종오는 “50m에서 세계신기록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막상 기록을 세운 뒤에는 ‘이제 끝났다’는 생각뿐이었다. 관중들의 박수 소리를 들으며 ‘영광스럽다’고 느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 스스로는 다시는 기록을 못 깰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이번 대회 남자 50m 권총 단체전 은메달을 차지했다. 진종오 최영래(청주시청) 이대명(KB국민은행)은 8일 대회 첫날 남자 50m 권총 예선에서 1669점을 합작해 단체전 2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 단체전은 선수 3명의 예선전 성적을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금메달은 1677점을 기록한 중국이 땄다. 동메달은 북한(1666점)에 돌아갔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골프 국가대표 김남훈(20·성균관대·사진)이 국내 최고(最古)의 골프대회인 허정구배 한국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 우승컵을 차지했다. 김남훈은 5일 경기 성남시 남서울CC(파72)에서 끝난 제61회 허정구배 최종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최종 합계 8언더파 280타로 우승했다. 인천 아시아경기 남자 골프 국가대표 주장을 맡고 있는 김남훈은 2라운드에서 5타를 줄이며 선두로 올라선 이후 마지막 라운드까지 1위 자리를 지켰다. 축구선수 출신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 골프로 전향한 김남훈은 평균 드라이버 거리 290야드 이상의 장타를 자랑한다. 올해 초에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는 아마추어 중 가장 높은 순위인 공동 5위에 오르기도 했다. 7언더파 281타를 친 이재경(강진중)과 5언더파 283타의 김한별(백산고)이 각각 2, 3위에 자리했다. 김남훈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좋은 기운을 받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1954년 대통령배 제1회 한국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로 창설돼 올해 61회째를 맞은 허정구배는 아마와 프로를 통틀어 역사가 가장 긴 대회다. 한국 골프의 기틀을 마련하고 대한골프협회와 한국프로골프협회 등을 이끌었던 고 허정구 회장을 기려 2003년부터 허정구배로 치러지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야구장 위치 선정을 둘러싼 창원시와 NC 야구단의 갈등이 길어지면서 NC의 연고지 이전을 희망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속속 나타났다. 울산시와 경북 포항시에 이어 최근에는 경기 성남시까지 NC 야구단 유치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NC의 최종 종착지는 결국 창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창원시가 새 야구장 입지를 진해구의 옛 육군대학 터에서 현 마산종합운동장 부지로 변경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기 때문이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NC가 요구한 마산종합운동장으로의 입지 변경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안 시장은 “야구장 입지 선정 과정에서 혼란을 야기한 데 대해 송구스럽다”며 “NC의 진해 야구장 불가 입장이 확고한 상태에서 창원시가 기존 방침을 계속 고수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시민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에 따라 NC의 새 야구장은 현 마산야구장 옆 마산종합운동장 부지에 들어서게 됐다. 안 시장은 현 마산종합운동장 건물을 완전히 허물지 않고 리모델링하는 방법으로 새 야구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야구장이 들어설 예정이었던 옛 육군대학 터에는 첨단산학연구단지와 창원문성대 제2캠퍼스 유치를 약속했다. 하지만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안 시장은 최근 “몇 해 전 NC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창원시가 NC 측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했다. 부당한 것은 조정해야 한다”며 새 협약 체결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NC의 뜻대로 마산종합운동장 부지에 새 야구장을 짓게 됐으니 1100억 원으로 예상되는 야구장 건립비용의 일부를 NC 측에 요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초 창원시는 NC에 새 야구장을 무상으로 지어주기로 했다. 진해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찮다. 진해 출신 김성찬 국회의원은 안 시장의 발표 직후 창원시를 찾아 “행정신뢰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데 대해 안 시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 현실성 있는 육군대학 터의 발전계획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NC는 “창원시의 결정을 환영한다. 이른 시일 내에 창원시와 상세협약을 체결해 새 야구장을 빨리 완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11년 12월 어느 날 윤석민(28·볼티모어·사진)과 류현진(27·LA 다저스)이 자존심을 건 골프 대결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던 두 투수의 샷 대결은 한국시리즈 7차전만큼 치열했다. 결과는 88타를 친 류현진의 승리. 윤석민은 1타 뒤진 89타를 쳤다. 류현진은 정식으로 골프 레슨을 받기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90타를 깼다. 윤석민 역시 구력이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안정적인 80대를 치고 있었다. 야구뿐 아니라 골프에서도 이들은 ‘천재’였다. 천재형 선수들은 노력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민과 류현진도 ‘노력형’과는 거리가 멀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뛰던 시절 윤석민은 가장 게으른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혔다. 그러고도 2011년 투수 4관왕(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에 올랐다. 윤석민은 “내가 봐도 죽어라 훈련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운동할 때만큼은 집중해서 철저하게 한다”고 했다. 류현진 역시 놀 때는 놀고, 할 때는 하는 선수다. 3년이 지난 요즘 둘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빅리그 2년째를 맞은 류현진이 벌써 14승을 거두며 수준급 선발투수로 자리 잡은 반면 올해 볼티모어와 계약한 윤석민은 한 번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지난달 31일에는 40인 등록 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윤석민은 마이너리그 시즌을 마친 뒤 3일 귀국했다. 올 시즌 윤석민은 볼티모어 산하 트리플A 노퍽에서 23경기에 등판해 4승 8패, 평균자책점 5.74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어찌 보면 예견된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윤석민은 볼티모어와의 계약이 늦어지면서 스프링캠프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다. 개인 훈련을 했다곤 하지만 팀 훈련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한창 좋을 때 150km를 쉽게 넘던 직구 구속이 140km대 중반대로 떨어졌다. 140km대 중반까지 나왔던 슬라이더는 130km대 후반으로 가라앉았다. 이에 반해 2012년 12월 일찌감치 다저스와 계약을 확정지은 류현진은 마음 편히 이듬해를 준비할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를 마음에 품고 있던 그 전해부터 전에 없던 노력을 기울였다. 2012년 한화 사령탑이던 한대화 KIA 수석코치가 “현진이가 그렇게 러닝을 많이 하는 건 처음 봤다”고 말했을 정도. 윤석민의 미래는 스스로 하기에 달렸다. 에이전트인 보라스 코퍼레이션 관계자는 3일 통화에서 “윤석민은 3년간 개런티(보장) 계약을 했다. 메이저리그에 있든 마이너리그에 있든 2년간 잔여 연봉 415만 달러(약 42억 원)를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돈이 아니라 명예의 문제다. 실력으로 자기 자리를 잡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석민이 내년 이후 선택할 수 있는 행보는 크게 세 가지다. 메이저리그에 안착하는 것, 마이너리그에 머물며 잔여 연봉을 받는 것, 그리고 잔여 연봉을 포기하고 FA 자격으로 한국을 포함한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한결같이 “윤석민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라고 말한다. 거꾸로 얘기하면 아직 그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말도 된다. 보라스 관계자는 “힘든 마이너리그 생활을 통해 윤석민이 많은 것을 보고 느꼈을 것이다. 올해 경험을 바탕으로 착실히 준비하면 내년엔 빅리거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민에게는 내년 2월 스프링캠프가 야구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승부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세계 최고의 골퍼들이 뛰는 무대다. 야구의 메이저리그, 축구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비유할 수 있다. 그 무대에서도 최고 중의 최고 골퍼만이 나갈 수 있는 대회가 있다. PGA 투어 플레이오프 4번째 대회이자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이다. 출전 자격은 페덱스컵 랭킹 상위 30위에 드는 것이다. 한국 남자 골프의 미래 노승열(23·나이키골프·사진)이 생애 첫 투어 챔피언십 진출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디뎠다. 노승열은 2일 미국 매사추세츠 주 노턴의 보스턴TPC(파71·7216야드)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 도이체방크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1타를 줄여 최종 합계 9언더파 275타로 공동 9위에 올랐다. 이 대회에서 선전해 페덱스컵 랭킹을 47위에서 36위까지 끌어올린 노승열은 페덱스컵 랭킹 상위 70명까지만 나갈 수 있는 플레이오프 3차전 BMW챔피언십 출전권을 가볍게 확보했다. 노승열은 PGA 투어 루키 시절이던 2012년 BMW챔피언십까지 출전했으나 랭킹이 37위에 그치며 투어 챔피언십 진출에는 실패했었다. 데뷔 3년째인 올해 4월 취리히 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노승열이 투어 챔피언십까지 진출한다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 4언더파 280타를 치며 공동 35위에 자리한 최경주(44·SK텔레콤)도 페덱스컵 랭킹 65위로 플레이오프 3차전에 합류했다. 이날 우승컵은 최종 합계 15언더파 269타를 친 크리스 커크(미국)가 차지했다. 커크는 페덱스컵 랭킹 1위로 올라섰다.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공동 5위(11언더파 273타)로 대회를 마치면서 페덱스컵 랭킹 2위를 유지했다. 페덱스컵 랭킹 최종 1위 선수는 대회 우승 상금과 별도로 1000만 달러(약 101억 원)의 보너스를 받는다. BMW챔피언십은 4일부터 콜로라도 체리힐스 골프장에서, 투어 챔피언십은 11일부터 애틀랜타 이스트 레이크 골프장에서 각각 시작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