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주

손효주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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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주 기자입니다.

hjson@donga.com

취재분야

2025-11-19~2025-12-19
국방38%
대통령30%
정치일반13%
남북한 관계7%
사고3%
역사3%
칼럼3%
산업3%
  • 눈밝은 시민 덕분에…

    2010년 2월 회사원이었던 김석중 씨(54)는 출근길에 서울 용산역 뒤 철도회관 앞을 지나다 발길을 멈췄다. 회관 앞 화단에 기이한 비석이 있었던 것. 평소 차를 타고 지나던 길이었는데 이날은 걸어서 출근한 덕에 비석을 볼 수 있었다. 큰 거북이 모양의 비석 받침돌인 귀부(龜趺)에 비석 머리 부분인 이수((리,이)首)가 얹혀 있었다. 비문을 새긴 비석의 몸체인 비신(碑身)은 없었다. 평소 묘지와 비석에 관심이 많던 김 씨는 이 비석이 신도비(神道碑·죽은 이의 업적을 기리는 비)의 한 종류라고만 생각했다. 그는 혹시 몰라 사진을 찍고 이수에 새겨진 ‘연복사탑중창지기(演福寺塔重創之記)’라는 글귀를 적어왔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인터넷에서 ‘연복사탑중창지기’를 검색한 김 씨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문화재 연구가 이순우 씨(50)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일그러진 근대 역사의 흔적’에 들어갔다가 이 비석이 일제강점기에 사라진 ‘연복사탑중창비’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 비석 관련 정보는 물론이고 1910년 9월에 촬영한 사진도 있었다. 김 씨는 카페에 ‘내가 비석을 찾았다’라는 글을 썼다. 김 씨의 글을 본 이 씨는 이 사실을 서울시 역사문화재과에 알렸다. 시는 오랜 고증을 거쳐 문화재가 맞다고 보고 21일부터 30일간 서울시 유형문화재 지정계획을 예고할 예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연복사탑중창비는 고려시대 수도 개경의 대사찰인 연복사에 있다가 파괴된 오층불탑을 조선 태조 이성계가 1393년 복원하면서 그 경위를 새겨 넣은 비석이다. 1394년에 만들어졌다. 이 비석은 계속 연복사에 있다가 경의선 부설로 일제가 1910년 용산 일대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후 행방이 묘연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13-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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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한강에 모래톱 - 생태숲 되살린다

    “한강을 천연기념물인 큰고니가 날아오르고 아이들이 멱을 감는 공간으로 바꿔놓겠습니다.” 서울시와 한강시민위원회는 20일 서울시청 신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30년까지 한강을 인간과 동식물이 공존하는 생태계로 복원하기 위해 ‘8대 핵심과제’를 시행한다는 ‘한강 자연성 회복 기본 구상’을 발표했다. 시는 우선 한강의 신곡수중보와 잠실수중보로 인해 수질이 오염되고 동식물 이동이 제한된다고 보고 수중보 철거나 구조 변경 등의 조치를 연구용역을 통해 검토할 계획이다. 한강의 수질은 대부분 구간에서 ‘약간 좋음(Ⅱ)’에 그치고 있다. 생물서식처 복원에도 주력하기로 했다. 시는 보호 동식물이 살고 있지만 인공구조물이 많은 안양천과 홍제천 합류부, 중랑천 합류부, 탄천 합류부, 여의도샛강과 밤섬 등 4곳을 복원 후보지로 정하고 자연호안 및 모래톱 등을 조성할 방침이다. 먹이사슬 유지 및 영양 물질 순환 기능을 하는 천변 습지를 조성하기 위한 후보지로 홍제천 안양천 중랑천 탄천 합류부와 노들섬 등을 검토 중이다. 이 밖에도 하천에 어울리는 버드나무, 물푸레나무 등을 심어 한강 광장과 자연 사이의 완충 지역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한강 숲도 조성한다. 후보지는 강서습지 하류, 여의도샛강 합류부 등 9곳이다. 녹지 확보를 통해 단절된 생태축을 연결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연결이 추진될 생태축은 ‘북한산∼북악산∼용산∼한강(이촌지구)∼현충원’,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건설로 단절된 ‘덕양산∼개화산’, ‘아차산∼청량산∼고덕근린공원’이다. 시는 연구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올해 말 구체적인 생태계 회복 방안을 담은 ‘2030 한강 자연성 회복 기본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1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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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메트로 파일]서울시, 조부모에 영유아 육아법 교육

    서울시는 임신부 및 남편,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를 대상으로 출산 및 육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세살마을 부모교육’을 11월까지 실시한다고 20일 밝혔다. 임신부와 남편은 태아기부터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방법, 태내 발육과 출산에 관한 지식 등을 배울 수 있다. 조부모에게는 영유아 놀이법, 성인 자녀와의 갈등 해소 방법 등에 관한 교육을 제공한다. 임신부와 남편은 세살마을 홈페이지(www.sesalmaul.org)에서, 조부모는 자치구 건강가정지원센터(1577-9337)에서 신청하면 된다.}

    • 201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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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어린이집 대기중인 우리 아이, 소꿉친구 급구”

    “딸 친구 구해요. 어린이집에서는 연락 올 기미도 없고…. 친구가 없어서 심심해해요. 저희 딸과 친구할 자녀 있으신 분 연락 많이 주세요.” 서울 관악구에 사는 주부 이선민(가명·28) 씨는 1월 한 육아 관련 인터넷 카페에 24개월인 딸의 친구를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이 씨는 2011년 국공립어린이집에 딸의 입소 신청을 했지만 앞선 순번의 대기자만 150여 명에 달한다. 민간어린이집 세 곳에도 신청을 했지만 8개월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 이 씨는 “외동인 딸이 어린이집에 가지 못해 친구 없이 외롭게 지내는 모습을 더이상 지켜볼 수 없어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다행히 그는 현재 딸 또래의 자녀가 있는 엄마 3명과 연락이 닿아 일주일에 한두 번 모임을 갖는다. 함께 키즈카페에 가거나 아동뮤지컬을 관람하며 아이들끼리 사귀게 한다. 최근 어린이집 입소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면서 부모들이 ‘자녀의 친구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 국공립어린이집 대기자만 7만8000명에 이른다. 이런 상황 탓에 최근 육아 관련 카페에는 부모들이 올린 ‘친구 구하기’ 글이 넘친다. 대부분 “학기 초인 3월까지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안 오면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대기할 동안 아이와 친구할 또래를 찾는다”는 내용이다. 자녀 친구를 구하려고 대형마트 문화센터 등에 등록하기도 한다. 이현정 씨(33·여)는 대형마트 문화센터에서 일주일에 한 번, 40분씩 운영하는 통합놀이 수업에 등록해 18개월 된 아들과 함께 나간다. 수업에 나가면 또래 아이 10여 명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만 하려고 하는데 이마저도 일주일에 40분이어서 친해지기가 쉽지 않다”라고 했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서 부모들끼리 힘을 합치는 육아품앗이도 서서히 활성화되고 있다. 서울시가 파악한 현황에 따르면 시가 지원하는 12개 품앗이를 포함해 70여 곳의 육아품앗이가 운영되고 있다. 성북구 길음1동 주민센터에는 영유아 8명과 엄마들이 모여 육아품앗이 ‘행복한 아이들’을 운영 중이다. 부모들이 돌아가며 재능기부 형식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며 어울릴 수 있게 한다. ‘행복한 아이들’ 윤은정 대표(38·여)는 “원래 어린이집과 가정양육의 장점만을 취한 대안 육아 방식으로 품앗이를 만들었지만 최근에는 어린이집 입소를 기다리는 부모들이 품앗이를 찾는 경우도 있다”며 “정착된 육아품앗이에 들어오는 것도 자녀가 또래와 지속적으로 만나게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25개 자치구마다 한 곳씩 있는 영유아플라자를 이용하는 것도 ‘친구 구하기’ 방법이 될 수 있다. 영유아플라자에는 학부모들이 육아정보를 나눌 수 있는 육아 카페, 영유아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스타트’ 등이 갖춰져 있어 또래 영유아들이 함께 놀며 친구가 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영유아플라자가 모든 자치구에 만들어진 게 지난해 말이어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며 “영유아플라자에 보육코디네이터를 배치하고 어린이집 대기 학부모들과 영유아들이 영유아플라자를 중심으로 관계를 유지하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1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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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메트로 파일]서울시 환자 권리 옴부즈맨 7월 운영

    서울시는 과잉진료나 부당한 대우를 받은 환자를 돕기 위해 5월 의사,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환자 권리 옴부즈맨’을 발족해 7월부터 운영한다고 18일 밝혔다. 옴부즈맨은 피해자의 민원을 접수해 관련 피해가 발생한 병원을 조사한 뒤 시정을 권고한다. 옴부즈맨이 다룰 분야는 의료사고부터 과잉진료, 인권 침해, 불친절까지 다양하다. 병원과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 공익캠페인도 수행한다. 시는 다음 달부터 옴부즈맨을 운영할 비영리 법인이나 민간단체를 모집해 운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 2013-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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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인허가 등 코레일 적극 지원”… 용산개발 회생하나

    서울시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에 빠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코레일의 요청을 최대한 수용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에 따라 최종 부도를 코앞에 둔 용산 개발사업이 극적인 회생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용산 개발사업에 자본금의 30배인 1700여억 원을 투자한 2대 주주 롯데관광개발은 이날 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했다.○ 서울시, “서부이촌동 개발 제외도 검토” 이제원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대책반을 가동해 사업정상화에 적극 나서겠다”며 “도시개발법상 근거가 있는 사항들은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부이촌동 용지 이용과 관련해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사업지를 축소할 수도 있다는 방침이다. 코레일은 사업지에서 서부이촌동이 빠질 경우 사업지 변경과 관련한 인허가를 신속히 처리해줄 것을 서울시에 요청한 바 있다. 이 국장은 “2007년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50% 이상 사업에 동의해 사업 가능 법적 요건을 맞추긴 했지만 여전히 절반 가까이는 반대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사업진행이 어렵다”며 “최대한 의견을 수렴해 사업을 원치 않는 곳은 축소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코레일이 요청한 △기타 사업 관련 인허가 신속 시행 △일부 국·공유지 무상으로 귀속 △일부 공유지 매각대금을 현금이 아닌 토지상환채권으로 지급 등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적극 검토하겠다는 자세다. 용산 개발사업은 지난해 9월 이후 자금난을 겪으면서 서울시로부터 사업 인허가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다음 달 21일까지 개발사업 실시계획 인가가 나지 않으면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이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토지와 관련된 요청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그러나 시는 용적률, 건폐율 완화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코레일은 서울시의 지원 방안에 대해 환영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디폴트 상태에 있는 용산개발사업의 정상화에 서울시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며 “이제 민간 출자사들의 적극적인 동참만 남았다”고 말했다.○ 롯데관광개발은 끝내 법정관리 하지만 민간 출자사들은 여전히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코레일의 제안을 받아들이려면 포기해야 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민간 출자사들에 △주주 간 협약 폐기 △상호 청구권 포기를 요구했다. 30개사나 되는 주주들의 이익을 조정하기 위해 시공권 배분방법 등 수많은 사항에 주주 간 협약이 체결돼 있는 상태다. 민간 출자사 관계자는 “주주 간 협약을 폐기하면 코레일이 민간 출자사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자산매각, 증자 등을 결정해도 견제할 방법이 없다”며 “이건 출자사의 기본권을 강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호 청구권 포기에 대해서도 다른 출자사 관계자는 “사업이 잘 안되면 손해배상을 하지 말라는 조건에 누가 쉽게 합의하겠나”라고 되물었다. 용산개발 관련 회사들의 부실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용산개발의 2대 주주 롯데관광개발은 18일 서울지방법원에 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롯데관광개발은 이날 대성회계법인으로부터 ‘2012 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 대해 ‘의견거절’을 받아 주식거래가 정지됐고,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한국거래소는 이달 27일까지 이의신청을 받아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롯데관광개발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여동생 신정희 씨의 남편인 김기병 씨가 대표로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는 아니다.장윤정·손효주 기자 yunjung@donga.com}

    • 2013-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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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서울시, 강원도에 주말캠핑장 만든다

    강원 횡성군에 서울시민들이 ‘놀토’를 맞은 자녀와 함께 주말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자연캠핑장이 생긴다. 서울시는 1995년 폐교한 강원 횡성군 강림면 월현리 강림초등학교 월현분교를 텐트 20개동을 갖춘 캠핑장으로 리모델링해 6월 개장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캠핑장 인근에는 치악산과 주천강이 있어 등산과 물놀이를 할 수 있고, 재래시장인 횡성시장, 아마추어 천문인 사이에서 ‘천체 관측의 메카’로 소문난 천문인마을 등이 가까이 있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시는 서울 근교에서 자연을 느끼며 캠핑을 할 수 있는 강원도 내 용지를 찾던 중 지역주민이 가장 적극적으로 유치 의사를 밝힌 월현분교에 캠핑장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시는 우선 예산 2억7500만 원을 투입해 분교에 야영 덱과 텐트, 주차장, 취사장, 화장실 등 캠핑장 제반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용 요금은 4인 가족을 기준으로 1박 2일에 2만 원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1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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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파일]미군, 엘리베이터서 음란동영상 보여주며 성추행

    경기 평택경찰서는 미군 공군부대 K-55 소속 Q 일병(22)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Q 일병은 이날 오후 5시경 평택시 지산동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여성 A 씨(27)에게 갑자기 휴대전화를 꺼내 음란동영상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A 씨가 놀라 뿌리치자 Q 일병은 음란동영상을 보게 하려고 양팔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 201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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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두근두근 메트로]4시간 ‘페달질’에 땀이 송글… 23km 절경 “오길 잘했어”

    “정말 아라뱃길까지 가시게요? 자전거는 좀 타봤어요? 많이 힘들 텐데…. 기어 단수 높은 고급자전거로 빌려가세요. 그래야 그나마 덜 힘들어요.” 10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원효 자전거 대여소. 힘들 거라는 대여소 직원의 말에 기자는 코웃음을 쳤다. 원효 대여소에서 인천 계양대교 남단의 경인아라뱃길 자전거 대여소까지는 23km. 한 시간에 10km씩만 달려도 2시간 안팎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 아닌가. 서울시는 1일부터 원효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아라뱃길 대여소에서 반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기자는 남편과 함께 ‘23km 자전거 여행’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4시간을 사용하는 데 1만8000원인 고급 자전거(일반 자전거는 9000원)를 빌렸다. 4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면 15분마다 1000원씩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한다. 4시간을 초과하면 15분당 1000원씩(일반자전거는 500원)을 더 낸다. 기자는 2시간을 일찍 도착해 8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기자의 자신감은 30분 만에 꺾였다.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되는 내리막길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였다. 한강 자전거길은 정직하게 페달을 밟아야만 했다. 그나마 힘이 부칠 때마다 쉬거나 볼만한 공간이 나오는 것이 다행이었다. 마포대교 남단을 지나 서강대교 남단에 접어드는 구간부터는 자전거길과 한강 사이의 둔치 폭이 10여 m에서 3∼4m로 좁아지면서 한강이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조금씩 힘이 들기 시작했지만 한강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구간이었다. 서강대교를 지나니 ‘이야기 정거장’이라 불리는 자전거 쉼터가 나왔다. 한강과 2m도 떨어지지 않은 의자에 앉아 햇살에 반짝이는 한강을 내려다보자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 놀란 근육의 피로가 풀리는 듯했다. 다시 1시간여를 달리자 행주대교 부근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장소가 나왔다. 강서습지생태공원. 키 큰 갈대와 버드나무가 어우러져 만든 오붓한 공간이 펼쳐졌다. 숲 사이의 습지에선 철새 한 무리가 평화롭게 봄을 즐기고 있었다. 습지 위에 설치된 탐방로를 걷다 보니 탐방로 끝에 조류 관찰을 위해 목제 벽에 네모난 구멍을 뚫어 놓은 조류 관찰대가 나왔다. 관찰대 구멍을 통해 보면 청둥오리, 황오리 등 각종 철새가 떼를 지어 노는 한강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행주대교 남단을 지나 한강자전거길이 끝나고 왼쪽으로 꺾이는 구간에 들어서자 아라뱃길자전거길에 들어서기 전 거쳐야 하는 부두 구간이 나왔다. 국토종주자전거길 표지를 따라 전진하다보면 한진해운경인터미널과 아라뱃길 김포터미널을 볼 수 있다. 4000t 규모의 화물선과 700∼800t 규모의 여객유람선 등 10선석의 선박 계류장이 설치된 거대한 터미널은 그 규모가 압도적이었다. 부두 구간을 지나자 곧 아라뱃길을 따라 정비된 자전거길이 시작됐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기자 옆으로 수로를 꽉 채울 듯 거대한 규모의 배가 유유히 지나간다. 마치 외국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었다. 마지막 힘을 짜내 도착한 아라뱃길 대여소. 대여 시간인 4시간을 꽉 채워 차액을 돌려받을 수도 없었다. 평소 농구마니아로 체력이 좋다고 자부하던 남편도 다리가 후들거린다며 힘든 표정을 지었다. 남편은 “페달을 밟느라 딴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힘들었다”면서도 “서울에서 인천까지 자전거로 완주하는 데 성공해 뿌듯하다”고 했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공항철도 계양역을 이용해 서울로 돌아왔다. 가는 데는 4시간이 걸렸지만 공덕역까지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은 22분에 불과했다. 다행히 빈자리가 많아 눈을 감고 올 수 있었다. 체력이 된다면 서울로 돌아오기 전 아라뱃길을 따라 있는 두리생태공원, 김포평야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통누각 만경원에 들르는 것도 자전거 여행을 더 풍요롭게 하는 방법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1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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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상습정체 서부간선도로 ‘뻥’ 철산교 → 금천IC 6월 확장

    상습정체로 몸살을 앓았던 서부간선도로의 철산교→금천 나들목 구간의 정체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철산교→금천 나들목 구간 차로를 기존 2개에서 3개로 증설하는 공사를 6월 완료할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시는 차로가 증설되면 이 구간 통행속도가 퇴근시간대 기준 시속 24.8km에서 35.2km로 10km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는 중앙분리대의 폭을 줄이고 도로변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의 공사로 1개 차로를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또 차량이 철산교에서 서부간선도로로 이어지는 진출입로(램프)를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램프의 회전반경을 기존 2.1m에서 5.3m로 넓힌다. 마국준 서울시 교통운영과장은 “공사 기간 중 차로가 부분적으로 통제될 수 있으니 우회 운행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1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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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컬처 IN 메트로]한국판 ‘프리즌 브레이크’ 찍는다면 섭외 1순위

    SBS TV 드라마 ‘야왕’의 남자 주인공 하류(권상우 분)는 시체 유기 혐의로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4년 만에 출소한다. 이 장면에서 하류는 오랜 세월에 빛이 바랜 붉은 벽돌 담장 가운데 있는 교도소 철문을 열고 세상에 나온다. 교도소는 성곽처럼 길게 이어진 붉은 담에 둘러싸여 있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난해 종영한 KBS 2TV 드라마 ‘착한남자’에도 이 건물이 나왔다. 강마루(송중기 분)를 칼로 찌른 혐의로 복역한 안민영(김태훈 분)이 출소하는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광복절 특사’ ‘숨’ ‘이끼’ ‘투사부일체’ ‘집행자’ 등의 영화와 드라마 ‘더킹 투 하츠’ ‘드라마의 제왕’ ‘다섯손가락’ ‘빛과 그림자’에는 이 건물의 내부 수감시설까지 등장한다. 재연 프로그램 ‘신비한 TV 서프라이즈’(MBC)는 재소자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교도소처럼 보이는 이 건물은 서울 서대문구 독립공원에 있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다. 일제가 1908년 애국지사들을 수감하기 위해 근대식 감옥인 경성감옥으로 만든 건물이다. 경성감옥에서 서대문감옥, 서대문형무소, 서울형무소, 서울교도소, 서울구치소로 이름이 바뀌는 동안 많은 애국지사와 민주화 열사가 이곳을 거쳐 가거나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유관순 열사가 옥고를 치르다 순국한 곳도 여기다. 1987년 11월 서울구치소가 경기 의왕시로 이전하면서 수감의 역사는 끝났지만, 역사의 현장을 보존하려는 뜻이 모여 1998년 역사관으로 재탄생했다. 이후 역사 교육의 현장이자 영상물 촬영의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역사관 관계자는 “30만 원을 내면 건물 안팎을 2시간 동안 촬영할 수 있다”며 “한 달에 10여 차례 촬영장소 섭외 문의가 온다”고 했다. 이 역사관에서 주로 촬영이 이뤄지는 것은 실제 교도소 촬영 허가가 거의 나지 않기 때문이다. 교도소 정문이나 주차장에서만 제한적으로 촬영이 허락되는 게 고작이다. 교정시설 내부가 공개되면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촬영 장비 중 상당수가 교도소 반입이 금지된 물품이어서다. 역사관에서도 촬영 허가가 나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사형장이다. 구치소 이전 후 한때 사형장에서도 촬영이 가능했지만, 일부 업체가 사형장에서 옷 광고나 개그 영상을 찍어 논란이 된 뒤에는 일절 금지됐다. 역사관 관계자는 “사형장은 역사의 아픔이 깊이 배어 있는 곳”이라며 “사형이 집행된 분의 유족들이 문제의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라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1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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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서울시, 아파트 관리비 거품 없앤다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김영수 씨(34·회사원)는 한 달에 8만∼12만 원가량인 관리비 고지서가 나올 때마다 의심이 생긴다. 관리비 항목이 취사용 도시가스비, 수도료, 전기료, 공동관리비 등 4가지로 나뉘어 있는데 공동관리비를 어디에 쓰는지 알 수 없기 때문. 김 씨는 “관리사무소에 물어봤다가 언쟁만 생길 것 같아 미심쩍어하면서도 그냥 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2일 ‘아파트 관리 혁신 방안’을 내놨다. 아파트 관리비부터 회계 정보, 공사 용역 내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 관리비 거품을 없앤다는 것이다. 시와 자치구는 우선 아파트가 관리비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겠다는 자체 규약을 만들도록 할 예정이다. 이어 포털사이트인 ‘서울시 공동주택 통합정보마당’을 만들어 관리비 정보는 물론 장기수선충당금, 공사 용역 입찰 및 계약 내용 등을 올리도록 한다. 각 아파트가 관리비 정보를 공개할 때 공동 관리비를 경비, 인건비, 공동수도사용료 등으로 세분해 공개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아파트 운영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입주자대표회의 직무·윤리교육 이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 민관 거버넌스 형태의 ‘공동주택관리 지원센터’를 만들어 개별 자치구에서 하던 아파트와 관련된 민원 해결 및 조사 업무, 외부 감사 지원 업무까지 수행하게 할 계획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1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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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외국인 강남투어, 버스타고 갈데까지 가볼까

    ‘강남스타일’ 열풍으로 서울 강남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지역이 됐다. 강남구에 따르면 1월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60만 명 중 절반 이상인 32만4000명(54%)이 강남을 찾았다. 그러나 대부분 강남의 명소를 다 돌아보지 못하고 신사동 가로수길, 삼성동 코엑스 등 2, 3곳만 방문하고 돌아갔다는 게 강남구 측의 설명이다. 강남구가 외국인 관광객들이 강남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도록 강남 21곳을 거치는 ‘강남시티투어버스’를 5월 1일부터 운행한다고 11일 밝혔다. 자치구가 시티투어버스를 운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투어버스는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옆 주차장 부근에 건립 중인 관광정보센터를 출발해 압구정 로데오거리, SM엔터테인먼트 사옥 및 청담동 거리, 봉은사, 코엑스, 양재천, 광평대군 묘역, 선릉, 강남역, 도산공원, 가로수길과 거점 호텔 등을 거쳐 다시 정보센터로 돌아온다. 총길이는 24.5km로 평균 105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객은 정보센터를 포함한 정류장 21곳 어디서든 버스에 탑승할 수 있다. 표 한 장만 있으면 원하는 곳에서 내려 관광을 한 뒤 1시간 간격으로 오는 버스를 무제한으로 갈아타고 이동할 수 있다. 투어에 쓰일 두 대의 버스로는 유럽식 2층 버스와 2층 천장이 개방된 오픈형 버스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서울시내에 시티투어버스를 운영하는 주체가 서울시와 강남구 등 두 곳이 되면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광객이 두 버스를 혼동해 서울시티투어버스 표를 끊어 강남시티투어버스를 타려다 탑승을 거부당하면 불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희수 강남구 관광진흥과장은 “서울시티투어버스 노선 일부를 압구정동 관광정보센터까지 연장해 정보센터가 두 투어버스의 환승 터미널 역할을 하게 하는 방안을 서울시와 협의 중”이라며 “이렇게 되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두 버스 표 중 하나만 있으면 정보센터에서 환승해 가며 강남과 도심 및 강북 지역 곳곳을 모두 돌아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13-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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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봄옷 입은 서울광장 4월 15일 시민개방

    겨울철 스케이트장으로 이용됐던 서울광장이 새 옷으로 갈아입은 뒤 다음 달 15일부터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서울시는 서울광장을 찾는 시민들이 봄기운을 느끼며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개방을 앞두고 광장의 잔디 6449m²를 전면 교체한다고 11일 밝혔다. 현재 광장에 남아 있는 잔디는 겨울철 한파와 스케이트장 운영으로 대부분 훼손됐다. 시는 경기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의 양묘장에서 자체 생산한 잔디를 서울광장에 심고 주변 화단에도 팬지, 튤립 등 봄꽃을 심을 예정이다. 배호영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장은 “서울광장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잔디가 뿌리를 내리는 동안 광장에 들어가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13-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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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메트로 像像]세계 제패 그 순간, 가슴 벅찬 ‘베를린 영웅’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앞 보도에는 165m에 달하는 ‘올림픽 스타의 길’이 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부터 2004년 아테네 올림픽까지 각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대형 사진을 담은 전시벽 23개가 설치된 이 길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다. 금메달을 따기 직전의 감격적인 순간을 유일하게 입체로 재현한 동상(사진)이 그것이다. 길을 따라 질주할 것 같아 보이는 이 동상은 1936년 8월 9일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일장기를 단 채 금메달을 딴 고 손기정 선수 동상이다. 동상 받침대에는 ‘망국의 한을 우승으로 승화시킨 슬픈 올림픽의 승리자. 그는 한국인의 민족 영웅이자 지구촌 체육인의 자랑으로 언제나 우리와 함께 영원히 달린다’라는 글귀가 한국어, 영어, 독일어로 새겨져 있다. 작품 이름은 ‘세계 제패의 순간’. 2006년부터 길 입구를 지키고 있다. 손기정기념재단(이하 재단)은 손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제패 70주년을 맞아 2006년 2월 동상 제작에 들어갔다. 서양화가인 강형구 재단 이사장과 그의 지인인 조각가 박철찬 씨가 힘을 합쳤다. 이들은 당시 사진을 바탕으로 손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을 높이 250cm의 동상으로 재현했다. 동상은 같은 해 8월 9일 서울광장에서 공개됐고 이후 이 길로 옮겨졌다. 그런데 동상은 손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할 때와 다른 게 있다. 오른쪽 가슴의 일장기가 태극기로 바뀌었다. 얼굴 표정도 조금 더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강 이사장은 “손 선수가 생전에 ‘42.195km를 완주한 찰나의 순간에 힘겨움과 환희, 민족의 아픔, 서러움 등 온갖 감정을 다 느꼈다’고 늘 말해 왔다”라며 “그 감정을 사람들이 더 많이 공감할 수 있도록 실제보다 표정을 조금 과장했다”고 했다. 독일 베를린의 주독 한국대사관 앞에도 이 동상과 똑같은 동상이 있다. 재단은 2006년 당시 동상을 두 개 제작해 하나를 베를린 올림픽주경기장이나 경기장 인근의 올림픽 기념관에 전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기념관 측이 동상 관람객이 거의 없는 후미진 곳을 설치 장소로 내줘 재단은 동상 설치를 미루기로 했다. 동상은 적당한 장소가 마련될 때까지 당분간 주독 한국대사관 앞을 지키며 손 선수가 한국인이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13-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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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판 커버스토리]여전히 “돌아올 겁니다” 믿는 그들… 취재전화 드리기도 죄송했습니다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지 3년. “남편이 언제 보고 싶으냐”고 물으면 고 박경수 상사의 아내 박미선 씨(33)가 눈물을 쏟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습니다. 질문에 앞서 “정말 죄송하지만…”이라는 말을 연발한 이유도 혹시나 다시 마음에 상처를 주는 건 아닐까 미안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기자에게 박 씨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괜찮아요. 남편 얘기 물어보는 거 실례하는 거 아니에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그저 담담한 목소리였습니다. “지금도 남편과 찍은 사진이 거실에 그대로 있어요. 남편이 죽었다고 인정 못해요. 시신도 못 찾았잖아요.” 박 상사는 한 달에 15일은 배를 타러 갔다가 돌아왔다고 합니다. 2010년 3월까지 결혼생활을 한 10년 동안 그랬듯, 이번엔 출정을 조금 길게 나간 것뿐이라고 아내는 믿고 있었습니다. 3월이면 각종 언론사에서 전화해 근황을 물어보는 게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제 그만 (남편이 저세상으로 떠났다는 사실을) 인정하라’는 재촉 같아서 그랬습니다. “곧 돌아올 건데, 저한테는 기다리는 게 일상일 뿐인데…. 그런 것만 안 물어보면 남편 얘기는 뭐든 물어봐도 괜찮아요.” 천안함 폭침사건 3주기를 맞아 취재팀은 천안함 46용사의 유족과 고 한주호 준위 유족 등 47명에게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유족 20명은 아예 연락이 되지 않거나 천안함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전화를 끊었습니다. 어렵게 통화가 된 유족들도 1년 전 같은 인터뷰를 했을 때와 확실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고 심영빈 중사 아버지 심대일 씨는 지난해 인터뷰 당시 북한의 소행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아들이 잊혀지는 게 얼마나 아쉬운지 자세히 이야기했습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허전하다” “아들은 빈자리만 남겼다” “할 말이 없다”라는 짧은 답만 남겼습니다. 1년 새 말수가 줄어든 그가 남긴 가장 긴 말은 읊조리듯 반복한 “잊혀지는 게 자연스러운 건데, 그게 당연한 건데…”였습니다. 유족들에게 직접 찾아뵙겠다고 부탁하면 번번이 거절당했습니다. ‘조용히 살고 싶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어렵게 승낙을 했다가 다시 전화를 걸어와 “도저히 못하겠다”고 말한 사례도 많았습니다.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기자의 직업에 몇 번이나 회의가 들었습니다. 취재를 하는 동안 기자를 가장 울컥하게 한 건 3년이 지나도 남편과 아들이 없다는 사실을 차마 인정하지 못하는, 수화기 너머 유족들의 담담함이었습니다. 몇몇 유족은 ‘하늘에 있는 아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으냐’라는 질문에 “아들이 죽은 걸 인정하지 않는데 무슨 말을 남겨야 하나”라고 되물었습니다. 아직 마음껏 슬퍼할 수도 없다는 유족들이 어렵게 입을 열었을 때 기자는 미안함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올 때가 됐는데, 올 때가 됐는데’ 계속 그렇게 생각해요. 시간이 약이라고들 하는데…. 저는 아직 받아들일 때가 안 된 거 같아요.”(박미선 씨)손효주·박희창 기자 hjson@donga.com}

    • 201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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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판 커버스토리]천안함 유족의 한마디

    故 방일민 중사 아버지 방광혁 씨(61) 아빠는 요즘 낚시터에 자주 가. 거기 가면 혼자 실컷 울 수 있거든. 너 어릴 때 그 낚시터에 많이 데리고 다녔는데…. 이제는 아빠 혼자서 울고 있구나.故 이재민 하사 아버지 이기섭 씨(54)재민이가 혼자 외롭게 있진 않을 테니까…. 젊은 청춘 46명과 함께 잘 지내고 있을 거니까…. 그걸 그나마 위안으로 삼으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故 강준 상사 아버지 강현찬 씨(66)잘해주지 못해서, 잘 가르치지 못해서, 배부르게 먹이지 못해서 지금도 아버지가 많이 미안해. 잊혀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어서 아빠가 너무 미안해. 故 민평기 상사 어머니 윤청자 씨(70)평기를 만나면 용서를 빌 거예요. ‘잘 입히지도, 잘 먹이지도 못한 어미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요. 평기는 다시는 꽃다운 사람들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는 걸 전하고 떠났어요. 그걸 꼭 기억해주세요. 故 박정훈 병장 아버지 박대석 씨(54)정훈아 네 방은 아직 그대로 있다. 아버지는 이제 힘든 티도 안 내고 잘 참고 잘 이겨내고 있어. 아들, 잘 지내지? 잘 있는 거지?故 강태민 상병 아버지 강영식 씨(53)아들에게 남길 말요? 없어요. 태민이가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올 거 같아요. 그때 못한 말을 다 할 겁니다. 아직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못 믿겠어요. 故 서대호 중사 아버지 서영희 씨(57)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제발 국가가 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대호도 무엇보다 그걸 바랄 겁니다. 故 이상준 중사 어머니 김이영 씨(57)상준아, 내 마음속에는 지금도 네가 살아 있어. 또다시 3월이 되니까 엄마는 또 가슴이 불안하게 쿵쾅거린다. 우리 새끼, 내 새끼…. 하늘에서 꼭 만나자. 故 심영빈 중사 아버지 심대일 씨(64)사람들에게서 잊혀지는 게 자연스러운 건데 그 자연스러움이 왜 이리 가슴 아플까요. 故 장진선 중사 아버지 장만수 씨(55)진선이는 부모에게 뭘 그렇게 잘해주겠다고 돈 한번 마음껏 써보지 못하고 아끼고 살다 갔을까요. 아직 아들 시신도 찾지 못했습니다. 어디선가 잘 살고 있겠죠? 故 차균석 중사 아버지 차상률 씨(51)균석이 미니홈피에 자주 들어가서 오늘은 누가 들어왔나 봐요. 언제부터인가 들어오는 이가 없네요. 이렇게 잊혀지나 봅니다. 故 손수민 중사 아버지 손강열 씨(56)당사자가 아니면 쉽게 잊는 게 당연하겠죠. 그런데 당사자가 아니라고 해서 국가 안보의 소중함까지 잊어버리면 안 되는 거잖아요. 故 서승원 중사 어머니 남봉임 씨(46)일주일에 한 번씩 묘비라도 한 번 어루만지고 와야 버틸 수가 있어요. 그때 군대에 못 가게 잡을 걸…. 너무 어린 나이에 널 군대에 보내서 엄마가 너무 미안해. 故 신선준 상사 아버지 신국현 씨(62)어떻게든 아들 생각을 안 하려고 합니다. 지금쯤 좋은 곳으로 갔겠죠? 갖은 애를 써봐도 아들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故 박석원 상사 아버지 박병규 씨(57)잊혀지는 것보다 가슴 아픈 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천안함의 진실을 믿지 않는다는 겁니다. 안보에는 진보와 보수도, 여야도, 지역감정도 없어야 합니다.故 박보람 중사 어머니 박명이 씨(51)혹시나 전화가 오지 않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보람이 전화를 기다립니다. 아들 번호로 전화를 해보고 싶지만 겁이 나요. 보람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전화를 받으면 어떡해요. 그걸 확인하고 나면 가슴이 무너져 내릴 거 같아요. 故 김선명 병장 아버지 김호엽 씨(53)죽어라 일하면서 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아무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아요. 얘기해서 뭐 하겠습니까…. 그저 잊혀지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故 김태석 원사 아내 이수정 씨(39)나도 그 사람도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네요. 여보, 더이상 아무 일 없게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도와주세요. 故 이상희 하사 아버지 이성우 씨(52)아직도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것도 내 앞에서…. 멱살이라도 잡고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아무런 대응도 할 수가 없어요. 혹시라도 내가 먼저 간 아이들 명예에 먹칠을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故 나현민 상병 아버지 나재봉 씨(55)해군 간다고 했을 때 조금 더 말렸더라면 어땠을까…. 사람들이 묻더라. “이제 3년 됐으니 좀 괜찮겠네요”라고. 자식 잃은 부모 마음이 세월이 지났다고 해서 어떻게 괜찮아질 수가 있겠어.故 남기훈 원사 아내 지영신 씨(38)잊혀지는 건 어쩔 수 없겠죠. 그래도 아주 조금만이라도 관심을 가져주세요. 故 정범구 병장 어머니 심복섭 씨(51)어떤 사건이든 잊혀져요. 잊혀지는 건 문제가 아니에요. 아직도 잘못 알려지고 있다는 게 문제죠. 아무것도 물어보지 마세요. 이렇게 얘기하면서 슬퍼지는 거 원치 않습니다. 故 문영욱 중사 외삼촌 문상희 씨(59)영욱아. 아직도 마음이 착잡하구나. 여기는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잘 지킬 거니까 넌 이제 아무 걱정하지 마라. 故 정태준 일병 여동생 정주희 씨(21)오빠, 더이상 힘들어하지 마. 오빠는 하늘에서 그냥 편하게 쉬기만 하면 돼.}

    • 201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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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판 커버스토리]천안함 3주기, 유족·생존장병들은 지금…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22분 백령도 남서쪽 2.5km 지점(추정)에서 서해 경비 임무를 수행하던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기습적인 어뢰공격을 받아 침몰했다. 승조원 104명 가운데 46명이 전사했다.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 모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였다. 26일로 천안함 폭침 사건 3주기를 맞는다. 유족과 생존 장병은 여전히 아프다. 본보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대부분 “제발 가만히 놔 달라”고 부탁했다. 아직 가슴속의 응어리를 치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유족은 말했다. “시간이 약이라지만 아직도 아들이 그립다.” 한 생존 장병은 “먼저 떠난 전우가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기에 ‘더 열심히 살자’고 다짐하지만 여전히 그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이들의 깊은 슬픔을 들어봤다. 사진은 2함대사령부에 근무하는 이상엽 중위가 6일 경기 화성의 서해안(궁평항)에서 천안함 사건 3주기를 의미하는 국화 3송이를 든 채 먼저 떠난 전우들의 넋을 기리는 모습.박희창·손효주 기자·사진 화성=신원건 기자 ▼ “바람은 딱 하나, 제발 국가안보가 더 강해졌으면” ▼엄마는 울지 않았다. 하얀 스크린 위로 흐르는 영화 ‘7번방의 선물’이 슬프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어두운 극장 안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하지만 눈물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그래, 그렇겠다’ 싶으면서도 눈물이 흐르진 않았어요. 아직도 내 아픔이 너무 커서….”아들과 함께 영화를 본 것은 ‘아바타’가 마지막이었다. 2010년 설 전날이었던 2월 13일 아들이 엄마의 손을 잡아끌었다. 아들과 단둘이 영화를 본다는 사실만으로 즐거웠다. 그리고 41일 뒤인 3월 26일 아들은 엄마를 떠났다. 아들의 나이 26세 때였다. “아들 일이 아닌 다른 일에는 감정이 메마른 것 같아요.”하루도 거르지 않은 ‘비석 세수’2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 주황색 천을 손에 든 엄마가 나란히 서 있는 비석들 사이를 오가며 비석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닦았다. 아들은 2010년 4월 29일 이곳에 묻혔다. 바로 다음 날부터 2년 7개월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비석을 닦았다. “우리 아들과 전우(戰友)들 세수시켜 주는 거예요.”아들 얼굴에 먼지가 쌓이는 게 싫었다. 엄마와 아빠의 좋은 점만 골라 닮아 두 누나보다 더 예쁘게 생긴 막내였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려 아들의 비석 주변에 물이 고여 있는 것은 더 싫었다. “물속에서 40일 동안이나 있었는데, 또 물속에 들어가는 것 같아서….”주변에서는 ‘일상이 되면 안 된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말까지 이곳을 찾아 아들 세수를 시켜주는 게 엄마의 일상이었다. 처음에는 남편과 함께 오전 5시 반이든, 오후 10시든 생각날 때마다 아들을 찾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했다. 손목터널증후군까지 생겼다. 손목이나 손가락을 과도하게 사용해 팔에서 손으로 가는 신경이 손목의 인대에 눌려 손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병. 아침에 일어나면 왼손 가운뎃손가락이 잘 펴지지 않아 오른손으로 잡고 펴야 한다. “의사 말로는 너무 열심히 비석을 닦아서 그렇대요. 한 해, 두 해는 괜찮았는데 3년째 되니까 이렇게 문제가 생겼네요.”아들이 떠나기 전 엄마는 심한 편두통에 시달렸다. 하지만 아들이 세상을 떠난 뒤 편두통이 사라졌다. ‘우리 아들이 엄마가 아픈 것까지 다 가져갔나 보구나.’ 엄마는 한동안 그런 줄로 믿었다. 요즘은 온몸이 아프다. 사고 당시 정신적 충격이 워낙 컸고, 이후로도 아들에게 집착하면서 잊고 있었던 통증이 하나둘씩 다시 나타난 것이라고 의사는 설명했다. 요즘은 심장 박동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는 부정맥까지 엄습해온다.“걸레 하나만 주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엄마를 지켜보던 한 참배객이 말을 건넸다. “걸레가 아니라 수건이에요. 따로 빨고, 삶아서 쓰기 때문에 수건보다 더 깨끗해요.”“엄마, 늙지 마.”지난해 11월 말 첫째 딸이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하면서 18개월 된 손자를 돌봐주기 위해 엄마는 서울로 올라갔다. 현충원을 매일 찾다가 주말에만 찾게 된 게 이 무렵이다. 주중에는 할머니로 살다가 주말이 되면 대전에 내려와 아들을 찾는 엄마가 된다.“두 딸과 손자, 손녀가 있으니까 그 시간들을 견뎌내기가 조금 더 쉬웠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도 ‘다른 자식들 생각도 하라’고 하고…. 그래도 먼저 보낸 자식이 가장 사랑스럽고 중요한 것 같아요. 이젠 뭘 해주고 싶어도 해줄 수가 없으니까요.”대전 집 안방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아들의 사진이 보인다. 아들의 안장식 때 사용했던 사진이다. 가끔 엄마는 그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본다.“사람들이 흔히들 인중이 짧으면 일찍 죽는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재엽이는 그렇지도 않았거든요. 어디가 어때서 이렇게 일찍 떠나갈 운명이었는지….”평택 2함대사령부에 머물다 집에 온 아들은 가끔 “엄마, 두부조림 해줘”라고 말하곤 했다. 요즘 엄마는 두부조림을 만들지 못한다. 아들이 다시 생각날 것 같아서다. 아들은 하루에도 한두 번씩 꼭 전화를 할 정도로 자상했다. “당연한 건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한 친구가 ‘아들이 평생 할 전화 다 하고 간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자기 아들은 한 달이 가도 거의 전화를 안 한다면서….”한번은 아들이 술을 마시고 전화를 했다. 엄마가 전화기에 대고 “재엽아, 사랑해”라고 해도 “알았어”라고 말하는 게 전부였던 아들이 그날은 달랐다.“엄마, 늙지 마.”엄마는 그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보내고 나니까 그 말이 그렇게 아프더라고요.” 아들 말대로 젊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엄마는 화장을 할 수가 없다.“예전에는 화장을 꼭 하고 다녔어요. 그런데 아들을 보내고 나니까 화장하는 것조차도 아들한테 죄스럽더라고요. 나만 살았는데 뭘 그렇게 가꾸려고 하나 싶은 마음이 들어서….”엄마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아들이 떠나던 날 오후에도 통화를 했다. 첫째 딸이 아들 입으라고 줄무늬 반팔 티셔츠를 집으로 보내와 엄마는 사진을 찍어 아들에게 보내줬다. 아들은 “3월 30일 아니면 4월 1일에 부대로 돌아가니까 그때쯤 집에 갈게”라고 말했다. 그 티셔츠는 결국 아들이 떠나고 100일이 지난 후 불 속으로 사라졌다. ‘옷을 태워주지 않으면 영혼이 헐벗고 다닌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었다. 겨울 옷, 여름 옷 한 벌씩을 그렇게 아들에게 보내고 난 뒤에야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국립대전현충원에는 보훈미래관이 있다. 1층 전시실 한쪽 벽면에는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22분 북한 잠수정의 기습적인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한 천안함 전사자 46명의 사진이 가득 채워져 있다. 위로부터 둘째 줄, 왼쪽에서 여섯 번째. 엄마 강금옥 씨(58)의 아들 고 임재엽 중사가 머무는 또 다른 곳이다. 그와 전우들 앞에는 두 동강 난 천안함 모형이 유리 상자에 담겨 있다.한 가족이 그들 앞에 몇 초간 서 있다가 이내 자리를 떴다. 그렇게 사람들은 그들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대전=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 201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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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컬처 IN 메트로]개강 첫날, 첫사랑이 강림한 그곳

    지난해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은 96학번 대학 새내기인 승민(이제훈 분)과 서연(수지 분)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 ‘첫사랑 열풍’을 일으켰다. 이들이 다니는 대학교 이름은 영화에서 명확히 언급되지 않는다. 다만 승민과 서연이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났을 때 나누는 대화를 통해 서울 신촌에 있는 학교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가 촬영된 학교는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의 경희대(사진)다. 남녀 주인공이 건축학개론 수업을 마치고 대화를 나누는 곳은 경희대 문과대 건물 앞이다. 서연이 하얀 치마를 입고 책을 품에 안은 채 혼자 걸어가는 곳은 경희대 노천극장 앞이다. 경희대가 첫사랑의 아련함을 담은 영화에 등장한 건 처음이 아니다. 2003년 영화 ‘클래식’에는 지혜(손예진 분)와 상민(조인성 분)이 쏟아지는 비를 피해 함께 점퍼를 쓰고 뛰어가는 유명한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도 경희대 중앙도서관 진입로와 도서관 입구 등 캠퍼스 곳곳이 나왔다. 같은 해 개봉한 ‘동갑내기 과외하기’, 2008년 ‘무림여대생’에도 경희대가 등장했다. 경희대 관계자는 “학교 본관, 평화의 전당 등 웅장한 고딕 양식의 건물이 있는가 하면 1950, 60년대에 지은 오래되고 낮은 건물도 섞여 있어 다양한 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립대도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다. 학교 규모는 크지 않지만 요즘 대학에서 찾아보기 힘든 빨간 벽돌 건물 3개 동이 있다. 학교를 관통하는 중앙로의 조경도 예쁜 것으로 소문났다. 서울시립대에서는 1992년 방영된 드라마 ‘내일은 사랑’을 시작으로 2009년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2011년 ‘마이프린세스’, 2012년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 촬영됐다. 최근엔 ‘7급 공무원’, ‘오자룡이 간다’를 촬영하는 등 거의 매년 드라마 촬영이 진행된다. 서울시립대 관계자는 “요즘 대학들이 매년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우리처럼 운치 있는 건물이 있는 곳이 드물다”며 “특히 경농관, 제1공학관, 전농관 등 30년 이상 된 건물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캠퍼스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담으려는 촬영 관계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의 촬영이 쉽게 허락되는 건 아니다. 서울시립대는 촬영에 비교적 우호적이지만 면학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 주말에만 촬영을 허가한다. 경희대는 학교 이미지를 고려해 영상물의 내용을 검토한 뒤 허가를 내준다. 지난해에는 한 영화 제작 관계자가 경희대 본관을 북한 노동당 당사 외경으로 쓰겠다며 섭외 요청을 했지만 거절했다. 학교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1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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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전통시장 무료배송서비스 시행 6년째

    “우리 시장에 무료배송서비스 센터가 있었다고요? 금시초문인데….” 3일 오후 강서구 화곡동의 까치산시장. 이 시장에서 쌀가게를 운영하는 임광식 씨는 “시장 안에 배송센터가 어디 있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날 만난 다른 상인들도 대부분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이었다. 금시초문이라는 반응과 달리 이 시장에는 무료배송서비스 센터가 있었다. 서울시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시내 34개 시장에 무료공동배송 센터 설치 지원금을 지급했다. 전통시장에서 대형마트처럼 무료배송 서비스가 실시되면 사람들이 더 많이 찾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 시장 한 곳당 최대 3300만 원씩 9억8100만 원을 지원했다. 시는 설치비와 초기 운영비를 지원해준 다음 시장 상인들이 나서서 센터를 활성화하게 할 작정이었다. 까치산시장도 2009년 지원을 받아 배송용 경차 등을 구입하고 배송센터 운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현재는 배송센터 운영이 중단됐다. 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지원금으로 문을 열긴 했지만 배송 직원 인건비와 차량 유지비 등이 부족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인회 차원에서 배송센터를 이용하라는 홍보도 거의 하지 않아 센터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고객이나 상인도 소수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센터의 수익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시에 따르면 지원금을 받은 뒤 배송센터를 운영하다 폐쇄했거나 배송 실적이 거의 없는 곳은 34곳 중 10곳 안팎에 이른다.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고자 지원책을 내놨지만 효과를 내지 못하는 곳이 상당수인 셈. 2009년 문을 연 화곡동의 남부골목시장 배송센터도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우선 배송 건당 상인이 배송센터에 지급하는 배송료가 1000원 수준이어서 배송료만으로 인건비나 운영비를 감당하기 버거웠다. 일부 상인은 고객의 배송비를 자신들이 부담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졌다. 오토바이가 있는 상인들이 개별 배송을 고집하는 바람에 배송 물량이 적어 배송센터 수익은 더 떨어졌다. 반면에 2008년 지원금을 받아 배송센터를 설치한 중랑구 망우동의 우림시장은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이 시장 배송센터는 상인에게서 받는 건당 2000원의 배송료 외에 상인회비 6만 원에서 6000원씩을 따로 떼어내 인건비와 운영비로 사용한다. 언제나 무료로 배송을 해준다는 소문이 나면서 손님도 늘었다. 이 시장 역시 센터 설립 전 상인들의 반발이 있었다. 배송 직원의 월급을 배송료로 감당하지 않고 왜 상인들이 따로 줘야 하느냐는 것. 이에 시장 상인회가 나서 두 달에 걸쳐 상인들을 설득했다. 상인회 박철우 회장은 “배송센터는 하루 40건에 이르는 배송건수에도 불구하고 낮은 배송료 탓에 월 120만 원가량 적자가 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고객을 끌어와 시장 전체 매출을 극대화하는 사업이기에 배송을 활성화할수록 시장도 살아난다고 설득했다”고 했다. 시는 올해 새로 지정되는 20개 시장에 8개월간 인건비를 지원해줄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상인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인건비 지원이 끊긴 이후 다시 운영이 지지부진해질 수밖에 없다”며 “배송센터 운영은 수익 사업이 아니라 시장 활성화를 위한 서비스라는 점을 인식하고 상인과 상인회가 운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13-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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