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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야구에서 풀타임 7시즌을 채운 SK 에이스 김광현(26)은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이 자리에는 이례적으로 임원일 SK 대표이사와 민경삼 SK 단장이 참석했다. 구단이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김광현의 이적은 전력 면에서 볼 때 SK에 큰 손실이다. 하지만 SK로선 얻는 것도 적지 않다. ‘조건부 자유계약선수(FA)’인 김광현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거쳐야 한다. 많은 돈을 제시한 메이저리그 구단이 우선 협상권을 갖게 되는 제도다. 이 경우 포스팅 금액, 즉 이적료는 SK의 몫이다. 2년 전 이맘때 한화 소속의 류현진은 이 제도를 통해 LA 다저스에 진출했는데 당시 포스팅 금액은 2573만 달러(약 271억 원)나 됐다. 구단마다 차이는 있지만 한국 구단들의 1년 운영비는 대개 300억∼400억 원이다. 관중 수입과 마케팅 수입 등을 감안하면 순수 적자는 150억 원에서 200억 원 사이다. 류현진을 보내면서 받은 돈이면 1년 적자를 메우고도 남는다. 한화는 이때 비축한 돈으로 2013시즌 후 FA 시장에 나온 정근우와 이용규를 각각 4년간 70억 원과 67억 원에 데려왔다. 김광현에 대한 포스팅 비용은 500만∼1000만 달러(약 53억∼105억 원)로 예상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값이 더 올라갈 수도 있다. 포스팅 금액이 얼마가 되든 SK는 이 돈을 무척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당장 FA 자격을 얻는 3루수 최정에게 거액의 베팅이 가능해진다. 리그에서 보기 드문 오른손 거포 내야수 최정은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몸값 100억 원(4년 기준)을 넘길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SK텔레콤으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SK가 돈이 없는 구단은 아니다. 하지만 돈을 벌기는커녕 매년 거액을 쏟아 부어야만 하는 야구단 처지로서는 김광현의 이적료가 구단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구단 재정이 넉넉지 않은 넥센도 7시즌을 뛴 거포 유격수 강정호의 해외 진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미국으로 갈 경우엔 포스팅 금액을,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할 때는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 KIA 왼손 에이스 양현종도 해외 진출에 성공한다면 역시 이적료는 구단의 차지다. 반면에 롯데 투수 장원준은 9시즌을 채운 완전한 FA 신분이라 해외 진출을 하더라도 롯데는 이적료를 받을 수 없다. 윤석민이 지난해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와 계약했지만 원소속 팀 KIA가 한 푼도 받지 못한 것과 같은 이유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당장은 국가대표가 안 돼도 좋아요. 한국에서 열리는 2018 평창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빙판을 누빌 수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소치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국가대표 3남매(박승주 박승희 박세영)의 어머니 이옥경 씨(47·사진)는 오랜만에 다시 ‘빙상 맘’의 삶을 살고 있다. 둘째 박승희(22·화성시청)를 차에 태우고 매일 경기 화성시 집에서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 사이를 오가고 있다.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2관왕 박승희는 현재 국가대표 신분이 아니다. 언니 박승주(24·스피드스케이팅)와 남동생 박세영(21·쇼트트랙·이상 단국대)은 국가대표 자격으로 태릉선수촌에 머물고 있지만 쇼트트랙 국가대표를 반납한 박승희는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을 개인적으로 오가야 한다. 소치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을 딴 박승희는 얼마 전부터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꿨다. 올림픽 직후 은퇴를 생각하기도 했지만 어릴 적부터 동경했던 스피드스케이팅을 해본 뒤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인 박승주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29일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해서 열린 제49회 전국남녀 종목별 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 첫날 박승희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 출전했다. 1차 레이스에선 40초49의 기록으로 7위를 했고, 2차 레이스에서는 40.19로 6위에 올랐다. 합산 기록 80초68로 6위에 자리하며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있는 2위 이내에 들지 못했다. 박승희는 30일 열리는 1000m에서 국가대표에 재도전한다. 이 씨는 “모처럼 운전대를 잡으니 정말 힘들다. 하지만 승희가 정말 재미있게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평창올림픽 빙판을 누비는 승희를 모습을 꼭 보고 싶다”고 말했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는 이날 여자 500m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77초71로 전체 1위에 올랐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제는 롯데만 남았다. 28일 현재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프로야구 5개 팀 중 새 감독을 뽑지 못한 팀은 롯데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 롯데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한목소리를 내도 모자랄 판에 새 감독 선임을 둘러싸고 선수와 코치, 선수단과 프런트가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27일 “선수단이 공필성 코치의 감독 선임을 결사반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면에 숨어있던 구단 내부 갈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보도가 나온 뒤 주장 박준서는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선수단은 결단코 공필성 감독 결사반대라고 한 적이 없다. 감독, 코치 선임은 선수단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날 저녁 다시 한번 말이 바뀌었다. 선수단 모임에서 격론이 오간 끝에 선수들은 “이문한 운영부장이 오고 난 뒤 ‘이문한 라인’이 형성돼 선수단을 이간질하고 와해시키는 일이 생겼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박준서도 자신이 보낸 문자메시지에 대해 “이 부장으로부터 선수들을 다치지 않게 한다는 확답을 받았기 때문에 반박 메시지를 보냈던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올 시즌 내내 극심한 내부 갈등에 시달렸다. 5월 권두조 수석코치의 훈련 방식에 불만을 품은 선수들의 집단 반발로 권 코치가 사임했고, 프런트측 코치와 비프런트측 코치는 서로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팀은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김시진 전 감독은 시즌 후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 사태의 중심에 선 공필성 코치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권 코치가 쫓겨날 때 화가 나서 선수들 모아놓고 한바탕 퍼부은 건 사실이다. 지금도 선수가 훈련 양을 명분 삼아 코치를 쫓아낸다는 걸 받아들일 수가 없다. 더 잘해보려 악역을 맡은 것밖에 없다”고 했다. LG가 2003년부터 암흑의 10년을 보낼 때 한 야구인은 “상대 팀과 싸워야 하는데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더라”고 했다. 요즘 롯데의 모습이 딱 그렇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승 3패에 평균자책점 6.66. 28일 넥센과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 등판한 LG 투수 신정락의 정규시즌 성적은 평범하다 못해 초라해 보인다. 신정락은 기복이 심하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 그의 공은 건들기도 힘들다. 반면 그렇지 않은 날에는 난타당하기 일쑤다. 올해 가장 좋았던 경기는 정규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이었던 6일 NC전이었다. 신정락은 그날 NC 타선을 7과 3분의 1이닝 동안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8회 1사 후 손가락 부상으로 마운드를 내려오지 않았다면 노히트노런도 노려 볼 만했다. 신정락은 당일 컨디션의 좋고 나쁨을 주무기인 커브를 통해 구분한다. 그는 “커브가 스트라이크존으로 날카롭게 들어가면 그날은 좋은 날이다. 커브가 스트라이크존에서 빠지면 안 좋은 날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이날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선 어땠을까. 2010년 전체 1순위로 LG에 입단했을 때부터 그를 지켜본 한 관계자는 “내가 본 것 중에 최고의 커브와 직구를 던졌다. 노히트를 기록했던 6일 NC전보다도 더 구위가 좋았다”고 했다. 이날 신정락의 커브의 위력은 넥센 5번 타자 강정호와의 대결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국가대표 유격수 강정호는 올해 타율 0.356에 40홈런, 117타점을 기록한 강타자다. 그런 강정호를 상대로 신정락은 3연타석 삼진을 빼앗았다. 세 번 모두 헛스윙 삼진이었는데 매번 결정구는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낙차 큰 커브였다. 7회 이택근과의 대결에서도 인상적인 장면이 나왔다. 사이드암 투수인 신정락의 커브는 오른손 타자가 보기에는 등 뒤쪽으로 날아오는 느낌을 준다. 볼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 이택근에게 던진 신정락의 커브는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해 삼진이 됐다. 그런데 이택근은 몸을 움찔하면서 아예 방망이를 휘둘러 보지도 못했다. 이택근은 허탈한 웃음을 지은 채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7회 1사 후 유한준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할 때까지 신정락이 허용한 안타는 단 1개였다. 이후 추가 실점을 하지 않은 신정락은 7이닝 2피안타 무4사구 1실점의 완벽투를 선보였다. 삼진은 10개나 뽑았다. 경기 최우수선수(MVP)는 당연히 그의 차지였다. LG는 2-1로 간발의 리드를 지키던 8회초 공격에서 안타 3개와 볼넷 4개, 희생플라이 한 개를 묶어 대거 6득점하며 승리를 결정지었다. 9-2로 이긴 LG는 플레이오프 전적을 1승 1패로 맞췄다. 넥센 선발 밴헤켄도 7과 3분의 1이닝 4피안타 10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잘 던졌지만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패전의 멍에를 썼다. 양 팀의 3차전은 30일 오후 6시 반부터 LG의 안방인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 양 감독의 말 ▼▽양상문 LG 감독=오늘 신정락의 구위가 좋았다. 밴헤켄이 내려가는 순간 공격이 좀 되지 않을까 했는데 맞아떨어졌다. 한현희 조상우가 올라왔을 때 타자들이 침착하게 기다린 것이 대량 득점으로 이어지며 승패를 갈랐다. ▽염경엽 넥센 감독=밴헤켄이 좋은 투구를 해줬는데 타격의 힘이 안 따라줬다. 정규시즌처럼 타선이 터질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다. 4, 5점만 내면 승산이 있다. 포스트시즌에서 매번 잘할 순 없다.이헌재 uni@donga.com·주애진 기자}

염경엽 넥센 감독은 플레이오프 1차전에 모든 것을 걸었다. 27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염 감독은 “1차전이 잘 풀리면 남은 포스트시즌에서 우리의 야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1차전에서 꼬이면 힘들게 갈 것 같다”고 했다. 경기 초반은 생각 같지 않았다. 2회말 선취점을 냈지만 계속된 1사 만루 찬스에서 추가점을 내지 못한 게 아쉬웠다. 찬스 뒤엔 위기였다. 3회초에서 1-2로 역전을 허용했고, 4회에는 스나이더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해 1-3으로 스코어가 벌어졌다. 5회초에도 1사 1, 3루의 위기를 맞았다. 선발 투수 소사는 최고 시속 158km의 강속구를 던졌지만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더이상 점수를 내주면 따라잡기가 힘들어지는 상황. 염 감독은 여기서 조상우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현희-손승락과 함께 넥센의 필승조인 조상우는 팀 내에서 가장 좋은 구위를 자랑한다. 질 때가 아니라 이기고 있을 때 나가는 투수다. 하지만 1차전에 ‘다걸기(올인)’한 염 감독은 주저 없이 조상우를 마운드에 올렸다. 결과는 대성공. 조상우는 LG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이병규(등번호 7번)를 유격수 앞 병살타로 유도하며 위기를 벗어났다. 넥센의 구세주는 또 하나 있었다. 올 시즌 후반기부터 도입된 ‘심판 합의판정’ 제도다. 1-3으로 뒤진 6회말 선두 타자 강정호는 LG 선발 우규민의 오른발을 맞히는 강습타구를 쳤다. 굴절된 타구를 포수 최경철이 1루에 뿌렸고, 박기택 1루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넥센 벤치는 즉시 합의판정을 요청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 강정호의 발이 빨랐던 게 확인됐고 판정은 세이프로 번복됐다. 포스트시즌 사상 비디오 판독으로 판정이 바뀐 첫 사례다. 만약 합의판정 제도가 없었다면 넥센은 공격의 활로를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넥센은 바뀐 투수 정찬헌을 상대로 김민성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고 이성열이 적시타를 때려내며 한 점을 추격했다. 이성열의 안타 때 홈을 밟은 2루 주자 강정호에 대해 LG 벤치도 합의판정을 요청했으나 이번에는 판정이 바뀌지 않았다. 계속된 1사 2, 3루에서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윤석민은 볼카운트 2볼 노 스트라이크에서 정찬헌의 높은 공을 밀어 쳐 경기를 뒤집는 우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승부의 물줄기를 뒤바꾼 윤석민은 1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넥센은 8회말 공격에서 한 점을 더 추가해 6-3으로 승리하며 그토록 원했던 첫 승을 따냈다. 조상우는 7회까지 2와 3분의 2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승리 투수가 됐다. 넥센은 8회부터 손승락을, 9회 2사 후엔 한현희를 차례로 등판시키며 승리를 지켰다. 이헌재 uni@donga.com·주애진 기자 }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72·사진). 그는 원래 팬들의 사랑을 받는 감독은 아니었다. ‘독한 야구’ ‘벌떼 야구’ ‘데이터 야구’ ‘관리 야구’ 등 갖은 수식어가 붙었지만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쪽이 더 많았다. 1999년 쌍방울 감독 시절까지 그는 ‘지옥훈련’으로 악명 높은 감독일 뿐이었다. 그가 팬들로부터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한 건 2002년 약체로 평가받던 LG를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은 이후다. 호성적에도 시즌 후 구단 고위층과의 불화로 경질되자 그를 응원하는 팬들은 더욱 늘었다. 김 감독을 향한 팬덤(팬 집단과 그 문화)이 본격화한 것은 2007년 LG 사령탑으로 취임하면서부터다. 그해부터 4년간 SK는 한국시리즈 우승 3번과 준우승 한 번을 차지하며 최강 팀의 위용을 과시했다. 하지만 2011년 시즌 중반 또다시 구단 고위층과의 갈등 속에 중도 하차하자 그를 향한 팬들의 마음이 더욱 애틋해졌다. 그해 곧바로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유니폼을 입었지만 약 팀 팬들에게 그는 언제나 모셔오고 싶은 감독 0순위였다. 김 감독을 다시 한국 프로야구로 불러들인 것은 한화 팬들이었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한화 팬들은 승리보다 패배에 익숙했다. 한화는 같은 기간 최하위를 다섯 차례 했다. 그렇게 지는데도 팬들의 응원 함성은 더 높아졌다. 다른 팀 팬들은 그런 한화 팬들을 ‘보살’이라 불렀다. 그런데 보살들도 결국은 사람이었고 야구팬이었다. 그들은 승리를 갈구했다. 팀 분위기를 바꾸고 혁신시켜 줄 구세주를 원했다. 적임자는 다름 아닌 김 감독이었다. 김응용 전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한화는 당초 내부 승격을 생각했었다. 팬심(心)은 달랐다. 온라인에서는 김성근 감독을 모셔오자는 청원 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한화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보살들의 움직임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결심을 이끌어냈다. 김 감독은 25일 저녁 3년간 20억 원(계약금 5억 원, 연봉 5억 원)의 조건에 한화 유니폼을 입기로 했다. 1984년 OB(두산의 전신)를 시작으로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SK에 이어 7번째 프로 구단 지휘봉을 잡은 것이다. 그렇다면 김 감독은 한화 팬들의 기대에 걸맞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 과거의 사례들은 ‘그렇다’라고 말하고 있다. 김 감독은 1989년 전년도 최하위였던 태평양을 플레이오프에 직행시킨 것을 시작으로 맡는 팀마다 좋은 성적을 올렸다. 김 감독은 2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전제하에 어떻게 이길 것인지를 고민할 것이다. 선수들에게 어떻게 동기 부여를 하느냐가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다가올 마무리 훈련부터 한화 선수들은 무수한 땀을 흘려야 할 것 같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례적 재계약에 이은 사상 초유의 사퇴 사태가 벌어졌다. KIA 선동열 감독(51·사진)이 팀과 재계약한 지 불과 엿새 만에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선 감독은 25일 구단을 통해 “감독 재신임을 받은 후 여러 가지로 고민한 끝에 지난 3년간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KIA는 3년 연속 4강 진출에 실패한 선 감독과 2년간 총액 10억6000만 원에 19일 재계약했다. 그러자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8위에 그치는 등 재임기간 동안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선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야구 인기가 높아질수록 감독들의 수명은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성적이 나쁘면 잔여 계약 기간에 관계없이 경질의 칼날을 피하지 못한다. 팀 성적이 좋아도 구단과의 갈등으로 옷을 벗는 경우도 있다. 치열하다 못해 살벌하기까지 한 곳이 프로야구 감독 시장이다. 올해로 SK와 3년 계약이 만료된 이만수 전 감독도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피하진 못했다. SK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이 전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했다. 그렇지만 이 전 감독은 운이 좋은 편이다. 요즘엔 계약 기간을 꼬박 채운 것만 해도 다행이라 여길 만하다. 그리고 또 하나. 이 감독은 구단과 아름답게 이별할 수 있었다. 2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는 SK 신임 김용희 감독의 취임식이 열렸다. 그런데 SK는 이 행사에 이 전 감독도 초청했다. 들러리로 부른 게 아니다. 8년간 수석코치와 감독으로 팀을 위해 일한 이 전 감독은 취임식과 함께 열린 이임식의 주인공이었다. 스크린에는 이 전 감독이 SK에서 활동했던 당시의 영상이 상영됐다. 행사에 참석한 최창원 구단주는 이 전 감독에게 행운의 열쇠와 꽃다발을 전달했다. 최 구단주는 며칠 전 이 전 감독을 저녁식사에 초대해 정중하게 재계약 포기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사실 올 시즌 내내 구단과 이 전 감독은 갈등 관계였다. 야구관이 달랐고, 선수단 운영 방식에 대한 이견도 있었다. 시즌 후반 성적까지 곤두박질치자 양측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구단 발표에 감독이 이의를 제기하고, 감독의 발언에 구단이 내용을 정정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그렇지만 헤어질 때만큼은 서로가 서로를 존중했다. SK 구단은 정규 시즌 최종일까지 4강 싸움을 펼쳤던 이 전 감독의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높게 평가했다. 이 전 감독 역시 자신과 함께해 온 프런트 및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웃으면서 떠날 수 있었다. 임원일 SK 대표이사는 “이 세상은 덧셈 못지않게 뺄셈(이 전 감독을 지칭)이 중요하다. 팀을 위해 애써 오신 이 감독님의 건승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 전 감독은 “떠나는 사람은 말없이 가야 하는데 생각지도 않은 이임식을 하게 됐다. 좋은 관례를 만들어주신 구단에 감사한다”고 했다. 언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 줄 모르는 세상에서 양측은 보기 드문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이헌재·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

야구 인기가 높아질수록 감독들의 수명은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성적이 나쁘면 잔여 계약 기간에 관계없이 경질의 칼날을 피하지 못한다. 팀 성적이 좋아도 구단과의 갈등으로 옷을 벗는 경우도 있다. 치열하다 못해 살벌하기까지 한 곳이 프로야구 감독 시장이다. 올해로 SK와 3년 계약이 만료된 이만수 전 감독도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피하진 못했다. SK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이 전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했다. 그렇지만 이 전 감독은 운이 좋은 편이다. 요즘엔 계약 기간을 꼬박 채운 것만 해도 다행이라 여길 만하다. 그리고 또 하나. 이 감독은 구단과 아름답게 이별할 수 있었다. 2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는 SK 신임 김용희 감독의 취임식이 열렸다. 그런데 SK는 이 행사에 이만수 전 감독도 초청했다. 들러리로 부른 게 아니다. 8년간 수석코치와 감독으로 팀을 위해 일한 이 전 감독은 취임식과 함께 열린 이임식의 주인공이었다. 스크린에는 이 전 감독이 SK에서 활동했던 당시의 영상이 상영됐다. 행사에 참석한 최창원 구단주는 이 전 감독에게 행운의 열쇠와 꽃다발을 전달했다. 최 구단주는 며칠 전 이 전 감독을 저녁식사에 초대해 정중하게 재계약 포기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사실 올 시즌 내내 구단과 이 전 감독은 갈등 관계였다. 야구관이 달랐고, 선수단 운영 방식에 대한 이견도 있었다. 시즌 후반 성적까지 곤두박질치자 양 측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구단 발표에 감독이 이의를 제기하고, 감독의 발언에 구단이 내용을 정정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그렇지만 헤어질 때만큼은 서로가 서로를 존중했다. SK 구단은 정규시즌 최종일까지 4강 싸움을 펼쳤던 이 전 감독의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높게 평가했다. 이 전 감독 역시 자신과 함께 해 온 프런트 및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웃으면서 떠날 수 있었다. 임원일 SK 대표이사는 "이 세상은 덧셈 못지않게 뺄셈(이만수 전 감독을 지칭)이 중요하다. 팀을 위해 애써 오신 이 감독님의 건승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 전 감독은 "떠나는 사람은 말없이 가야 하는데 생각지도 않은 이임식을 하게 됐다. 좋은 관례를 만들어주신 구단에 감사한다"고 했다. 언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 줄 모르는 세상에서 양 측은 보기 드문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정성훈 아니면 누가 그 공을 치겠습니까.” 19일 열린 NC와 LG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1회초 LG 선두 타자 정성훈이 NC 선발 이재학의 초구를 받아쳐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때린 것에 대해 한 원정기록원이 한 말이다. 22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앞서 만난 이재학은 “초구에 카운트를 잡으려 직구를 던졌다. 그런데 그게 장타로 연결되면서 나도 모르게 너무 당황했다”고 말했다. 그날 이재학은 채 1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강판됐다. 손쉽게 선취점을 얻은 LG는 13-4로 크게 이겼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처음이었던 NC 선수들은 선취 실점의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고 3개의 실책을 범하며 자멸했다. 정성훈이 정말 대단했던 건 초구를 쳤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선발 투수들은 1회 첫 타자에게는 직구를 던진다. 대다수 톱타자 역시 직구가 올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 막상 직구에 배트를 휘두르는 선수는 많지 않다. 혹시 범타가 되기라도 하면 상대 투수의 기를 살려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경기라면 초구에 방망이를 휘두르기가 더욱 힘들다. 22일 열린 2차전에서 1회초 LG의 선두 타자로 나선 정성훈은 이번에는 상대 선발 에릭의 초구가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걸 그냥 지켜봤다. 하지만 더 큰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볼카운트가 1볼 2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에서 4구째 높은 직구(시속 146km)를 때려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겨버린 것이다. 준플레이오프 사상 2번째, 포스트시즌 사상 4번째 나온 1회초 선두 타자 홈런이었다. 천금같은 선취점은 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LG 선발 우규민이 가장 큰 수혜자였다. 4위 싸움이 걸린 17일 롯데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2와 3분의 1이닝 동안 4실점으로 부진했던 우규민은 이날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1-0으로 앞선 4회에는 LG 스나이더가 에릭을 상대로 2점 홈런을 쳐냈다. 행운도 LG의 편이었다. 3-2로 쫓기던 9회초 1사 1루에서 이병규(등번호 7번)는 2루수 머리 위로 높게 뜬 플라이 타구를 쳤다. 이때 1루 대주자로 나간 문선재는 아웃카운트를 투아웃으로 착각한 채 2루로 전력질주를 했다. NC 2루수 박민우가 이 공을 잡았다면 무난히 병살 플레이가 됐겠지만 박민우는 우물쭈물하다 이 공을 놓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문선재의 실책성 플레이가 결정적인 쐐기 득점으로 연결됐다. 의욕이 앞섰던 NC는 이날도 2개의 실책을 범했다. 4-2로 승리한 LG는 적지에서 먼저 2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양 팀의 3차전은 24일 오후 6시 반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다.우리팀에 운이 붙어… 3차전도 기대▽양상문 LG 감독=시리즈는 첫 경기보다 두 번째 경기가 중요한데 중요한 경기를 가져왔다. 이틀 동안 비가 와서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가 쉽지 않았는데 오늘 투수진이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우규민은 볼이 좋았는데 박민우(NC) 타석 때 땅볼을 맞아 분위기가 넘어갈 것 같아 일찍 마운드에서 내렸다. 덕분에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이번 시리즈에서 우리 팀에 운이 계속 붙고 있다. 3차전도 그럴 것 같다. 선수들 몸 굳어 추격점수 일찍 못내▽김경문 NC 감독=이겨야 하는 경기였는데 아직 선수들이 굳어있는 것 같다. 큰 경기는 섬세한 플레이에서 결정되는데 기본기에서 조금 매끄럽지 못했다. 그래서 따라갈 점수를 일찍 못 낸 점이 아쉽다. 커리어는 무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 실수를 통해 선수들이 성장하는 거다. 선수들이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3패로 끝나면 섭섭하니까 3차전에서는 최선을 다해 꼭 1승을 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창원=이헌재 uni@donga.com·주애진 기자 }
‘사람이 미래다’라는 기업철학을 가진 두산에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장수 감독’이 많았다. 김인식 전 감독은 1995년부터 2003년까지 9년간 지휘봉을 잡았다. 뒤를 이은 김경문 전 감독(현 NC 감독)은 2004년부터 8년간 두산을 이끌었다. 그랬던 두산이 21일 1년 만에 송일수 전 감독을 경질했다. 계약 기간이 아직 2년이나 남은 감독이었다. 대신 선수와 코치로 22년간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던 김태형 전 SK 배터리 코치를 새 감독에 선임했다. 두산이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김 감독 선임 배경이 이렇게 설명돼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공격적인 야구를 추구하는 지도자로 근래 퇴색된 두산의 팀 컬러를 복원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송 전 감독이 이끈 올해의 두산은 색깔이 없었다. 화끈한 공격 야구도, 치밀한 작전 야구도 아니었다. 투수의 팀도 아니었고, 기동력도 떨어졌다. 팀의 상징과 같았던 ‘화수분 야구’도 실종됐다. 두산은 무색무취한 야구에 다시 색깔을 입히기로 했다. 그래서 데려온 사람이 김태형 감독이다. 김 감독은 22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허슬플레이를 강조했다. 그는 “내 야구는 흔히 얘기하는 ‘허슬두(Hustle Doo)’다. 선수들에게 자신감과 책임감을 불어넣으려 한다”고 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 같지 않은가. 그렇다. 김경문 감독 시절 팀의 캐치프레이즈로 사용됐던 ‘허슬두’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형님 리더십으로 포장되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선수들이 무척 무서워하는 사령탑이다. 원칙을 중시하고,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를 선호한다. 하지만 그의 눈에서 한 번 벗어나면 그걸로 끝이다. 실제로 그의 눈 밖에 나 다른 팀으로 쫓겨난 스타급 선수도 몇몇 된다. 김태형 신임 감독도 강한 카리스마의 소유자다. 온화해 보이는 얼굴과 달리 선수 시절 ‘군기 반장’으로 통했다. 특유의 친화력이 주무기였던 김인식 감독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그에게 주장 완장을 맡겼다. 자칫 흐트러질지 모르는 팀 분위기를 선수단 내에서 잡아달라는 뜻이었다. 1990년 이후 두산의 감독 교체 패턴은 온탕과 냉탕을 오간 것으로 볼 수 있다. 1991년부터 4년간 지휘봉을 잡은 윤동균 전 감독은 열혈남아였다. 너무 강한 지도 방식에 당시 선수들은 집단 이탈 사태를 일으켰고 그를 대신해 1995년부터 인자한 리더십의 김인식 감독이 사령탑에 올랐다. 그렇지만 2003년 하와이 전지훈련 도중 터진 선수들의 술자리 소동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두산은 2004년 김경문 감독을 임명했다. 2011시즌 김경문 감독이 물러난 뒤 김태형 감독은 유력한 차기 감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두산은 김진욱 감독을 전격 발탁했다. 김태형 감독의 능력을 낮게 평가해서가 아니라 김경문 감독 치하에서 강행군을 이어오던 선수단에 필요한 것은 따뜻한 ‘엄마 리더십’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주로 2군 코치로 활동하던 김진욱 전 감독은 인자한 리더십으로 선수들에게서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었다. 김진욱 전 감독은 재임 2년째인 지난해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지만 시즌 내내 세밀한 야구가 부족하다는 평가 끝에 재계약에 실패했다. 그 공백을 채워줄 것으로 기대하며 데려온 사람이 송일수 전 감독이었으나 그 역시 팀과는 궁합이 맞지 않았다. 그 결과 두산은 내년부터 다시 ‘허슬두’로 복귀한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고 두산 감독 역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사람이 미래다'라는 기업철학을 가진 두산에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장수 감독'들이 많았다. 김인식 전 감독은 1995년부터 2003년까지 9년간 지휘봉을 잡았다. 뒤를 이은 김경문 전 감독(현 NC 감독)은 2004년부터 8년 간 두산을 이끌었다. 그랬던 두산이 21일 1년 만에 송일수 전 감독을 경질했다. 계약 기간이 아직 2년이나 남은 감독이었다. 대신 선수와 코치로 22년간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던 김태형 전 SK 배터리 코치를 새 감독에 선임했다. 두산이 배포한 보도 자료에는 김 감독 선임 배경이 이렇게 설명돼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공격적인 야구를 추구하는 지도자로 근래 퇴색된 두산의 팀 컬러를 복원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송 전 감독이 이끈 올해의 두산은 색깔이 없었다. 화끈한 공격 야구도, 치밀한 작전 야구도 아니었다. 투수의 팀도 아니었고, 기동력도 떨어졌다. 팀의 상징과 같았던 '화수분 야구'도 실종됐다. 두산은 무색무취한 야구에 다시 색깔을 입히기로 했다. 그래서 데려온 사람이 김태형 감독이다. 김 감독은 22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허슬플레이를 강조했다. 그는 "내 야구는 흔히 얘기하는 '허슬두'다. 선수들에게 자신감과 책임감을 불어 넣으려 한다"고 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 같지 않은가. 그렇다. 김경문 감독 시절 팀의 캐치프레이즈로 사용됐던 '허슬두'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형님 리더십으로 포장되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선수들이 무척 무서워하는 사령탑이다. 원칙을 중시하고,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를 선호한다. 하지만 그의 눈에서 한 번 벗어나면 그걸로 끝이다. 실제로 그의 눈 밖에 나 다른 팀으로 쫓겨난 스타급 선수들도 몇몇 된다. 김태형 신임 감독도 강한 카리스마의 소유자다. 온화해 보이는 얼굴과 달리 선수 시절 '군기 반장'으로 통했다. 특유의 친화력이 주무기였던 김인식 감독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그에게 주장 완장을 맡겼다. 자칫 흐트러질지 모르는 팀 분위기를 선수단 내에서 잡아달라는 뜻이었다. 1990년 이후 두산의 감독 교체 패턴은 온탕과 냉탕을 오간 것으로 볼 수 있다. 1991년부터 4년간 지휘봉을 잡은 윤동균 전 감독은 열혈남아였다. 너무 강한 지도 방식에 당시 선수들은 집단 이탈 사태를 일으켰고 그를 대신해 1995년부터 인자한 리더십의 김인식 감독이 사령탑에 올랐다. 그렇지만 2003년 하와이 전지훈련 도중 터진 선수들의 술자리 소동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두산은 2004년 김경문 감독을 임명했다. 2011시즌 김경문 감독이 물러난 뒤 김태형 감독은 유력한 차기 감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두산은 김진욱 감독을 전격 발탁했다. 김태형 감독의 능력을 낮게 평가해서가 아니라 김경문 감독 치하에서 강행군을 이어오던 선수단에 필요한 것은 따뜻한 '엄마 리더십'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주로 2군 코치로 활동하던 김진욱 전 감독은 인자한 리더십으로 선수들에게서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었다. 김진욱 전 감독은 재임 2년째인 지난해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지만 시즌 내내 세밀한 야구가 부족하다는 평가 끝에 재계약에 실패했다. 그 공백을 채워줄 것으로 기대하며 데려온 사람이 송일수 전 감독이었으나 그 역시 팀과는 궁합이 맞지 않았다. 그 결과 두산은 내년부터 다시 '허슬두'로 복귀한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고 두산 감독 역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두산과 SK가 21일 나란히 감독 교체라는 칼을 뽑아 들었다. 올해 6위에 그친 두산은 계약기간이 2년이나 남은 송일수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김태형 SK 배터리코치(47)를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 올해로 계약이 만료된 이만수 전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한 5위 SK는 김용희 육성총괄(59)을 새 사령탑으로 선택했다. ○ 팀 컬러를 선택한 두산 3년 계약 기간 중 첫해만 치른 감독을 경질한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다. 하지만 두산에 더 중요한 것은 팀 컬러 회복이었다. 송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올 시즌 두산은 무색무취한 야구를 했다. 기대 이하의 성적보다 두산 특유의 끈끈함이 사라진 야구에 팬들의 비난이 거셌다. 송 감독 경질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전이었다. 당시 두산은 5-1로 앞서던 5회말부터 주전 선수를 대거 신예 선수들로 교체했고 5-7로 역전패했다. LG와 SK의 4강 싸움이 한창인 때라 특정 팀에 유리하게 경기 운영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두산가(家)의 한 원로는 “팬들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경기를 했다. 감독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며 크게 역정을 냈다고 한다. 포수 출신인 김태형 감독은 1990년부터 선수로 12년, 2002년부터 코치로 10년간 두산 유니폼을 입은 프랜차이즈 스타다. 1995년과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기도 하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는 팀의 주장을 맡아 리더십을 발휘했던 그는 “선수들의 자신감 회복과 책임감을 부여하는 일에 중점을 두겠다. 우승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끈질기고 응집력 있는 두산 본래의 색깔을 되찾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계약 조건은 2년간 총액 7억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2억 원)이다. ○ 안정을 선택한 SK “지금 우리 팀에 가장 필요한 사람은 ‘덕장(德將)’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김용희 육성총괄을 새 감독으로 선임한 배경에 대한 SK 관계자의 말이다. 원만한 성품을 지닌 김 감독은 야구계의 신사로 평가받는다. 야구에 대한 자기 철학이 강해 구단과 종종 갈등을 빚었던 김성근 전 감독이나 이만수 전 감독과는 다른 스타일이다. SK 관계자는 “지금 우리 팀에 필요한 지도자는 선수들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리더다. 눈앞의 성적도 중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명문 구단으로 가기 위한 초석을 놓아줄 감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 3년여 동안 2군 감독과 육성총괄을 맡으며 팀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 감독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지만 강하고 오래가는 좋은 팀을 만들어야 할 책임감을 무겁게 느낀다. 인천 야구팬들이 원하는 야구, 가슴으로 뛰는 야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계약 조건은 2년간 총액 9억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3억 원)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절친한 친구 사이인 오승환(32·한신)과 이대호(32·소프트뱅크)가 일본시리즈에서 선의의 대결을 벌이게 됐다. 이대호의 소속팀 소프트뱅크는 20일 후쿠오카 야후 오크돔에서 열린 니혼햄과의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 클라이맥스시리즈 파이널스테이지 최종전에서 4-1로 승리하며 일본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었다. 4번 타자 겸 1루수로 출전한 이대호는 3-0으로 앞서던 8회 1사 3루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적시타를 터뜨리는 등 3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소프트뱅크가 한신과 일본시리즈에서 맞붙게 되면서 사상 최초로 한국인 선수들 간 일본시리즈 맞대결도 성사됐다. 7전 4선승제의 일본시리즈는 25일 한신의 고시엔구장에서 시작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심술궂은 가을비에 20일 창원 마산구장을 찾은 팬들은 허무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날 열릴 예정이던 NC와 LG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은 경기 전 내린 비로 하루 연기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경기 개시 예정 시간이었던 오후 6시 반부터 16분을 더 기다렸으나 비가 잦아들지 않자 결국 우천순연을 발표했다. 통산 14번째 포스트시즌 우천 연기다. 재미있는 것은 우천 연기에 양 팀 감독 모두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전날 1차전에서 13-4 대승을 거둔 양상문 LG 감독은 “오늘도 경기를 했으면 좋을 것 같지만 그동안의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안타와 득점이 많이 나온 다음 날 침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 연기가 우리한테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기 전 굳은 표정이었던 김경문 NC 감독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 김 감독은 “1차전 대패로 선수들이 부담이 컸을 텐데 하루 연기돼 한결 편해졌을 것이다. 선수들이 오늘 집에 가서 푹 쉬고 내일 승리하면 시리즈의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LG 감독 출신인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NC의 손을 들어줬다. 이 위원은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LG가 좋은 흐름일 때 이를 이어가야 했다. 이에 비해 전날 패배로 의기소침해졌던 NC는 여유를 찾을 수 있게 됐다. 양 팀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지만 NC가 좀더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예전에도 비로 취소된 경기는 상승세를 타던 팀에 불리하게 작용하곤 했다. 2001년 삼성은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을 승리했지만 우천 취소로 2차전을 내준 뒤 결국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김경문 감독이 두산 사령탑이던 2009년 SK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는 김현수가 선제 홈런을 치며 앞서갔으나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노게임이 선언된 적도 있다. 그리고 이튿날 두산은 대패를 당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20일 내린 비가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는 하늘만이 알겠지만 또 한 명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을 사람이 있다. 플레이오프에 직행해 두 팀의 승부를 기다리고 있는 넥센 염경엽 감독이다. 원래 일정대로 경기가 치러졌다면 4차전은 23일 열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날 비로 4차전은 24일에 열린다. 만약 4차전에서 최종 승리 팀이 결정된다면 그 팀은 이틀만 쉬고 27일 시작되는 플레이오프에 나가야 된다. 평소보다 체력 소모가 큰 포스트시즌에서 하루 휴식은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만약 최종 5차전까지 간다면 플레이오프는 당초보다 하루 늦은 28일 개막한다. 한편 KBO는 21일에도 비가 쏟아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인천 아시아경기 등으로 올해 포스트시즌은 역대 가장 늦은 11월 12일에 끝날 예정이었다. 계속된 비로 일정이 더 미뤄진다면 자칫 ‘겨울 잔치’가 될 수도 있다. 창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9일 오전 7시 10분 서울역을 출발해 마산역으로 향하는 KTX 483열차는 ‘유광점퍼’를 입은 LG 팬들로 넘쳐났다. 겉감을 유광 처리해 유광점퍼라고 부르는 LG의 봄가을 점퍼는 LG 팬들에게 가을야구의 상징과 같은 옷이다. NC와 LG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이날 홈팀 NC를 열심히 응원한 ‘마산아재들’ 못지않게 마산구장을 뜨겁게 달군 건 먼 길을 달려온 LG 팬들이었다. 정규시즌에 마산구장을 찾는 LG 팬은 많아야 200명 안팎이다. 하지만 이날 3루 측은 유광점퍼 차림으로 ‘무적 LG’라는 문구가 쓰인 노란 수건을 흔드는 LG 팬들로 가득했다. 만원 관중(1만3000명)의 3분의 1은 되어 보였다. LG 관계자는 “4000명 정도의 팬이 전국 각지에서 응원을 온 것 같다. 정규시즌에는 조그만 섬 같았던 LG 응원단이 모처럼 NC 팬들에 맞서 대등한 응원을 펼칠 수 있었다”고 했다. LG 팬들이라면 그럴 만했다. 올 시즌 초반만 해도 LG 팬들은 가을에 유광점퍼를 입을 일이 없어 보였다. 성적이 하위권으로 곤두박질친 데다 김기태 감독마저 자진 사퇴하면서 추락을 거듭했다. 하지만 5월 13일 양상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LG는 거짓말처럼 반등에 성공했다. 더구나 최종 4위를 확정한 것은 정규시즌 최종일인 17일에서였다. MBC 청룡 시절부터 골수 LG 팬으로 창원에 거주하는 고은석 씨(33·회사원)는 “살면서 오늘처럼 많은 LG 팬들이 마산구장을 찾은 건 처음 봤다. 올해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LG가 가을잔치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LG의 대승 뒤에는 이처럼 뜨거운 ‘팬심(心)’이 자리하고 있었다.창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8일 김경문 NC 감독이 이재학을 LG와의 1차전 선발투수로 발표했을 때 고개를 갸웃거린 사람이 많았다. LG 타선의 주축은 왼손 타자들이다. 사이드암 투수는 왼손 타자에게 약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렇지만 김 감독은 외국인 오른손 투수 3인방(찰리, 에릭, 웨버) 대신 이재학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유는 충분했다. “미래의 주축 선수인 이재학에게 경험을 쌓게 하고 싶다”는 희망도 있었겠지만 이재학은 10월 들어 3경기 연속 좋은 피칭을 했다. 올 시즌 LG전 상대 전적도 좋았다. 5경기에 등판해 4승 1패에 평균자책점 2.59를 기록했다. 정규시즌 때 이재학이 LG에 유독 강했던 이유는 전매특허인 체인지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직구처럼 들어오다 바깥쪽 아래로 떨어지는 그의 체인지업은 왼손 타자에게 특히 효과가 있었다. 그의 왼손 타자 피안타율(0.253)은 오른손 타자(0.273)보다 훨씬 낮다. 오히려 그는 왼손 타자에게 더 강한 사이드암 투수였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체인지업이 날카로울 때의 얘기다. 19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이재학의 체인지업은 정규시즌 때의 모습이 아니었다. 대부분 높게 제구가 됐고 떨어지는 각도도 작았다. 1회 1사 1, 2루에서 이병규(7번)에게 맞은 2타점 좌중간 2루타, 연속해서 이진영에게 허용한 적시타, 2사 후 김용의에게 맞은 안타는 모두 체인지업이었다. 하나같이 공이 높았다. 이재학은 채 1회도 버티지 못했다. 3점을 내주고 2사 1, 2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LG 8번 타자 최경철은 몸도 제대로 못 풀고 마운드에 올라온 웨버를 상대로 왼쪽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쐐기 3점 홈런을 때렸다. 이날 승부는 사실상 이걸로 끝났다. 오랜 무명생활 끝에 올해 LG의 주전 포수가 된 최경철은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했다. SK에 몸담았던 2005년 준플레이오프 1경기에 대수비로 출장한 게 유일한 포스트시즌 경험이었던 그는 3회와 7회 각각 폭투 후 2루로 뛰던 주자를 연거푸 잡아내며 상대 공격의 맥을 끊었다. 또 경기 내내 노련하게 투수들을 리드한 그는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LG 선발 류제국은 8-1로 앞선 5회 말 모창민의 머리를 맞히는 공으로 퇴장되기 전까지 4이닝 1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다. 정규시즌 때 부진했던 외국인 타자 스나이더는 4타수 3안타로 펄펄 날았다. 박용택과 이병규(7번)도 각각 2안타, 2타점씩을 올리며 13-4 대승을 이끌었다. 반면 처음 가을잔치 무대를 밟은 NC 선수들은 의욕이 너무 앞섰다. 고비마다 세 차례의 실책을 범하며 제풀에 무너졌다. 양 팀의 2차전은 20일 오후 6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시즌 막판의 긴장감 완전히 떨쳐”▽양상문 LG 감독=정규시즌 막판 선수들이 긴장 속에 10여 경기를 치르고 나니 오늘은 부담을 완전히 떨친 것 같다. 1회 이병규(7번), 이진영의 연속 안타가 나오면서 경기가 쉽게 풀릴 것 같았다. 최경철이 생각지 않게 3점 홈런을 치면서 이길 확률이 높겠다고 생각했다. ‘헤드샷’을 던진 류제국이 일찍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덕분에 그동안 던지지 못한 선수들이 많이 던져봤다. 불펜 투수들은 쉬는 것보다 던지는 게 낫다. “9회말 이호준 만회 솔로포 위안” ▽김경문 NC 감독=큰 잔치의 첫 경기 내용이 너무 안 좋아 감독으로서 아쉽고 팬들께 죄송하다. 선발로 기용한 이재학이 그렇게 부담을 많이 가질 줄은 몰랐다. 웨버도 나가자마자 홈런을 맞아 점수를 준 뒤 선수들이 다들 무거웠던 것 같다. 어차피 1패이니 빨리 잊고 내일을 준비하겠다. 그래도 마지막에 이호준의 만회포가 나왔다는 게 위안거리다.창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올 시즌을 8위라는 저조한 성적으로 마친 KIA의 선택은 그래도 선동열 감독이었다. KIA는 19일 선 감독과 2년간 총액 10억6000만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3억8000만 원)에 재계약했다고 발표했다. 3년 전 친정팀 타이거즈의 지휘봉을 잡을 당시만 해도 팀을 우승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선 감독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취임 첫해인 2012년 5위로 시즌을 마감했고 지난해와 올해는 주전 선수들의 잇단 부상 악재 속에 8위에 그쳤다. 그렇지만 KIA는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선 감독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줬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LG와 롯데의 올해 프로야구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가 열린 17일 부산 사직구장. LG가 4-8로 뒤지던 7회말 3루 측에 자리 잡은 LG팬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SK가 넥센에 2-7로 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날 LG는 롯데에 5-8로 패했다. 하지만 5위 SK도 지는 바람에 LG의 4강 진출이 확정됐다. LG가 2년 연속 가을잔치 초대장을 받은 것은 1997년, 1998년 이후 16년 만이다. LG의 4강행은 기적이라 할 수 있다. LG는 시즌 개막과 함께 극심한 투타 불균형 속에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기태 전 감독은 4월 말 자진 사퇴했다. 양상문 감독이 5월 13일 ‘구원투수’로 등판하기 전까지 LG는 10승 1무 23패(승률 0.303)로 최하위였다. 팀 안팎에서 “최하위만 면해도 다행”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그러나 LG는 거짓말처럼 뚜벅뚜벅 한 계단씩 올라섰다. 양 감독 취임 후 한 달 만에 8위가 됐고, 7월 초에는 7위로 올라섰다. 7월 말부터 5, 6위를 오가다 8월 22일 KIA전에서 승리하며 4위로 뛰어올랐다. 한때 승패 차이가 ―16이었던 LG는 62승 2무 64패(승률 0.492)로 시즌을 마감했다. 올해 LG의 객관적인 전력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에이스 투수는 없었고, 거포로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타자 조쉬벨은 중도에 퇴출됐다. 발 빠른 톱타자도 없었고, 베테랑 선수들은 수비가 잘 안 되는 반쪽 선수들이었으며, 포수 최경철은 난생처음 주전 마스크를 쓴 초보였다. 하지만 이들이 모여 팀을 이뤘을 때 LG는 강팀으로 거듭났다. 양 감독은 “5할을 맞추지 못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2년 연속 4강에 오른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LG는 19일부터 정규시즌 3위 NC와 3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를 치른다. 한편 김시진 롯데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김 감독의 계약은 내년까지이지만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지휘봉을 내려놨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장애가 있다 보니 다른 아빠들처럼 아이들과 신나게 놀아주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아빠는 최선을 다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18일 개막하는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 사이클에 출전하는 유충섭 씨(46·사진)는 딸 채림 양(14), 아들 대경 군(6)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시각 장애인이기에 활동적으로 놀아주질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렸다. 그렇지만 이번 대회에서 그는 태극마크를 달고 당당히 두 자녀 앞에서 도로를 누비게 된다. 그는 선천적인 장애인은 아니다. 2002년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원래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볼링을 통해 운동과의 끈을 이어갔다. 볼링을 더 잘 치고 싶었던 그는 하체 단련의 필요를 느껴 사이클을 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의 자전거 타는 모습을 지켜보던 인천장애인사이클연맹 관계자가 그에게 사이클로의 전향을 권유했다. 자신도 몰랐던 재능이 있었던 것이다. 하체는 강해졌고 실력은 늘어갔지만 한계가 있었다. 실내 훈련은 가능했지만 위험한 야외에서는 자전거를 타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랬던 그에게 2년 전부터 눈이 되어 준 사람이 한국 사이클의 전설적인 스타 출신 김동환 프로사이클 대표(52)였다. 시각 장애인용 탠덤 사이클(2인용 사이클)은 비장애인 선수와 장애인 선수가 한 자전거를 탄다. 비장애인 선수가 파일럿이 돼 앞자리에 앉고, 뒷자리의 장애인 선수와 호흡을 맞춘다. 김 대표는 1980년대 한국 최고의 사이클 선수였다. 대학교 1학년이던 1981년 동아일보사가 주최한 동아사이클대회에서 최우수 신인상을 받았고, 1982년과 1984년에는 같은 대회에서 개인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1990년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최근까지도 동호인들이 출전하는 투르 드 코리아 스페셜 부문에서 우승을 밥 먹듯이 한다. 이번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둘은 서울 송파구에 원룸을 잡아 두고 한 달간 맹훈련을 했다.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는 김 대표에게나 컴퓨터 방문 강사를 하고 있는 유 씨 모두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이번 대회를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유 씨는 “10여 년 전 장애를 가지게 된 뒤 한동안 상쾌하게 달리는 기분을 느끼지 못했다. 사이클을 시작한 뒤 새삼 바람을 가르는 기쁨을 맛보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따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더라도 후회 없는 레이스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희망을 향해 달리는 두 사람의 나이를 합치면 100살(한국 나이 기준)이 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