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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 ‘좋아요’ 눌렀으면 인터뷰 시작합시다.” ‘꽁지머리’ 골키퍼 김병지 씨(48)가 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를 만나자마자 던진 첫마디였다. 그는 지난달 16일부터 유튜브 채널 ‘꽁병지TV’를 개설해 활동 중인 어엿한 ‘유튜버’다. 구독자 수는 9일 기준 8만5000여 명. 인기 비결에 대해 김 씨는 “골키퍼 김병지보다 인간 김병지를 보고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꽁병지TV’는 시청자들이 김 씨의 별명인 ‘꽁지머리’의 앞 글자를 따 붙인 이름이다. 페이스북 계정에 작명 공고를 올리고, 그가 직접 발품을 팔아 초중고교생들을 만나 수많은 이름을 추천받기도 했다. 이 과정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자 “우리가 꽁병지를 만들었다” “개그맨 김병지 가즈아!”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기간에 맞춰 김 씨는 월드컵 경기 생중계 해설을 비롯해 주로 축구 관련 동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평소 친분이 깊은 전 축구선수 송종국(39), 전 야구선수 박명환(41), 김민구 SPOTV 해설위원 등과 함께 실시간으로 경기를 분석한다. 세계적인 골키퍼로 거듭난 후배 조현우 선수(27)도 2일 인터뷰했다. “평생 해왔던 축구 이야기가 제일 쉬워요. 아마 스포츠 인물 섭외로는 제가 우리나라 1등일 걸요.” 그렇다고 ‘축구 유튜버’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는 전국 야구 유망주들과 스크린 야구 대결을 하는 ‘야야자(야밤에 야구하자)’, 운동선수들이 즐겨 찾는 보양식집 탐방, 콩트 등 축구 이외 콘텐츠 제작도 하고 있다. 앞으로의 활동을 위해 자신의 얼굴이 코믹하게 인쇄된 의상과 차량도 구입했다. 그가 ‘유튜버’가 된 건 2016년 은퇴 발표를 페이스북으로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소박하게 퇴장하고 싶어 페이스북을 통해 은퇴를 알렸는데 예상과 다르게 반응이 뜨거워 놀랐습니다. ‘이런 파급력을 활용해 사회공헌사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축구교실을 운영하고 축구 해설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채널 운영으로 나온 수익의 일부를 기부할 예정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송’을 추구하다 보니 대본도 없다. 그날 나온 아이디어가 방송 주제가 된다. 방송 중 얼떨결에 “구독자 10만 명을 넘으면 파티를 열어 1000만 원을 쏘겠다”고 공약한 후에는 파티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도 찍어 올렸다. 그는 “아내에게는 아직 공약 얘기를 못했다”며 “좋은 취지라고 설명하면 설마 내쫓진 않겠죠”라며 웃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구독’, ‘좋아요’ 눌렀으면 인터뷰 시작합시다.” ‘꽁지머리’ 골키퍼 김병지 씨(48)가 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를 만나자마자 던진 첫마디였다. 그는 지난달 16일부터 유튜브 채널 ‘꽁병지TV’를 개설해 활동 중인 어엿한 ‘유튜버’다. 구독자 수는 9일 기준 8만5000여 명. 인기 비결에 대해 김 씨는 “골키퍼 김병지보다 인간 김병지를 보고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꽁병지TV’는 시청자들이 김 씨의 별명인 ‘꽁지머리’의 앞 글자를 따 붙인 이름이다. 페이스북 계정에 작명 공고를 올리고, 그가 직접 발품을 팔아 초중고교생들을 만나 수많은 이름을 추천받기도 했다. 이 과정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자 “우리가 꽁병지를 만들었다”, “개그맨 김병지 가즈아!”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기간에 맞춰 김 씨는 월드컵 경기 생중계 해설을 비롯해 주로 축구 관련 동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평소 친분이 깊은 축구선수 송종국(39), 야구선수 박명환(41), 김민구 SPOTV 해설위원 등과 함께 실시간으로 경기를 분석한다. 세계적인 골키퍼로 거듭난 후배 조현우 선수(27)도 2일 인터뷰했다. “평생 해왔던 축구 이야기가 제일 쉬워요. 아마 스포츠 인물 섭외로는 제가 우리나라 일등일 걸요.” 그렇다고 ‘축구 유튜버’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는 전국 야구유망주들과 스크린 야구 대결을 하는 ‘야야자(야밤에 야구하자)’, 운동선수들이 즐겨 찾는 보양식집 탐방, 꽁트 등 축구 이외 콘텐츠 제작도 하고 있다. 앞으로의 활동을 위해 자신의 얼굴이 코믹하게 인쇄된 의상과 차량도 구입했다. 그는 “시청자의 참여를 늘릴 수 있는 콘텐츠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것”이라고 했다. 그가 ‘유튜버’가 된 건 2016년 은퇴 발표를 페이스북으로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소박하게 퇴장하고 싶어 페이스북을 통해 은퇴를 알렸는데, 예상과 다르게 반응이 더 뜨거워서 놀랐습니다. ‘이런 파급력을 활용해 사회공헌사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축구 교실을 운영하고 축구 해설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채널 운영으로 나온 수익의 일부를 기부할 예정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송’을 추구하다보니 대본도 없다. 그날 나온 아이디어가 방송 주제가 된다. 방송 중 얼떨결에 “구독자 10만 명을 넘으면 파티를 열어 1000만 원을 쏘겠다”고 공약한 후에는 파티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도 찍어 올렸다. 그는 “아내에게는 아직 공약 얘기를 못했다”며 “좋은 취지라고 설명하면 설마 내쫓진 않겠죠?”라며 웃었다. 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찾아냈소. 찾아냈단 말이오!” 아서 코넌 도일의 ‘주홍색 연구’에서 셜록 홈스는 처음 만난 왓슨 박사에게 “피를 감별하는 시약을 발견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당시 기술로는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붉은색 액체가 혈액인지 판별할 수 없었는데 해결책이 열린 것이다. ‘주홍색 연구’는 현재 수사기관에서 사용하는 ‘루미놀’ 시약이 발견되기 수십 년 전인 1887년 작품. 도일은 번뜩이는 혜안으로 과학수사의 출발점을 제시했다. 국내 최고 법과학자로 평가받는 유제설 순천향대 법과학대학원 교수와 정명섭 작가, 소설 ‘셜록 홈스’ 번역가, 변호사 등 범죄 전문가들이 뭉쳤다. 수사 클럽의 목적은 추리소설 ‘셜록 홈스’에서 도일이 말하고자 했던 ‘과학수사 코드’를 찾아내기 위함이다. 이들은 의사이자 추리소설 작가인 도일과 그가 그린 홈스를 끊임없이 소환한다. 먼저 작품에서 지문, 혈흔, 족적 등 현재 과학수사의 핵심적인 요소가 등장하는 방식을 분석하고,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명한다. 1903년작 ‘노우드의 건축업자’에서 홈스는 지문이 악용될 가능성을 간파했다. 지문이 개인 식별 도구로 쓰이지도 않던 시기에 말이다. 과학수사의 역사를 짚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하지만 소설과 현실을 넘나드는 전개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연쇄살인마 강호순은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피해자의 손톱 부위를 잘라냈다. 1980년대에 5명을 죽인 김선자는 청산가리를 섞은 음료수를 범행에 사용해 육안으로 사인 파악을 어렵게 만들었다. 수사기관이 이를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며 독자들은 증거를 바탕으로 범죄 수법을 분석하는 과학수사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홈스는 단순한 탐정이 아닌 전형적인 ‘법과학자’였다. 소설 속 그의 활약은 100여 년 과학수사의 발전으로 현실화됐다. 저자는 범죄 수법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지만 “범죄 수사는 최종적으로 하나의 맥락을 향해야만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며 홈스의 명언을 소개한다. “모든 가능성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유일하게 남는 것이 아무리 불가능해 보이더라도 진실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6일 오후 1시경 지방의 한 대형쇼핑몰. 에스컬레이터를 타던 남자아이(8) 한 명이 앞을 향해 손을 뻗었다. 공교롭게 A 씨(24·여)의 엉덩이에 닿았다. A 씨는 깜짝 놀라며 아이 손을 뿌리쳤다. 이를 본 아이 엄마 B 씨(36)는 “아이가 엄마로 착각한 것인데 왜 신경질을 내느냐”며 항의했다. 말다툼이 커지면서 동행한 가족까지 합세해 여성 4명이 서로의 머리채를 잡고 흔드는 ‘난투극’으로 번졌다. 일부 목격자가 이 장면을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온라인에서는 ‘누구의 잘못이냐’를 놓고 찬반 논란이 팽팽하다. “아이가 뭘 알겠는가. 웃고 넘어갈 일”이라며 20대 여성의 과민반응을 질타하는 의견과 “아무리 어려도 엄연한 성추행”이라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아이의 접촉’ 놓고 곳곳에서 갈등 일상 속 작은 성폭력에도 민감해하는 사회가 되면서 아무 의식 없이 이뤄지는 아이들의 ‘손짓’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노인들이 “귀엽다”며 남자아이의 ‘고추’를 만지는 행위가 논란이 됐듯이 최근에는 아이들의 의식 없는 접촉, ‘무지(無知)의 터치’가 문제다.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은 “만진 사람이 어리다는 이유로 무조건 참으라는 건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이라고 강조한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아무리 어린이라도 의도가 담긴 접촉으로 느껴진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달 서울 구로구의 한 영화관 로비에서 비명소리가 울렸다. 일곱 살 남자아이가 직장인 한모 씨(30·여)의 가슴을 두 손으로 만진 것이다. 한 씨는 경찰에 신고하려 했지만 아이 부모의 만류로 참았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교사들의 고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초등학교 교사 이모 씨(30·여)도 지난해 11월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학교 복도를 지나던 중 열 살 남학생이 갑자기 치맛자락을 들어올린 것이다. 이 씨는 “아이 부모에게 주의를 당부했더니 ‘옛날에도 아이들이 아이스케키 놀이를 하지 않았느냐’는 답이 돌아와 황당했다”고 말했다. 사립유치원 교사 김모 씨(31·여)는 “아이들이 엉덩이나 가슴을 갑자기 만질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내가 예민해서 그런가 싶어 그냥 참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남녀 아이 간 신체접촉이 부모 간 다툼으로 번지기도 한다. 서울해바라기아동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0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성 문제 상담 건수는 전체 518건 중 237건에 달했다. 신문희 서울해바라기아동센터 부소장은 “대부분 여자아이의 부모가 남자아이의 성적 장난을 문제 삼은 경우”라며 “부모들이 유치원을 옮기거나 소송으로 비화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형사미성년자 중 촉법소년으로 범법행위를 저질러도 보호처분을 받는다. 그보다 어리면 어떤 형사책임도 지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피해자 관점’의 성교육 필요 전문가들은 ‘어린아이가 성적인 의도로 그랬겠냐’는 부모의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자칫 아이에게 가해자 중심의 성 인식을 갖게 할 수 있어서다. 이현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나이나 의도와 관계없이 (타인의 신체를) 만지는 행위 자체가 상대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제주에 머물고 있는 예멘인 가운데 549명에 대한 난민 심사가 빠르면 이번 주에 시작된다. 법무부는 이를 위해 제주도 내 난민 심사관을 2명에서 3명으로 늘렸다. 아랍어 통역 인력도 2명이 투입된다. 24일 법무부에 따르면 난민법에 따라 난민심사는 신청(1차 심사), 이의신청(2차 심사) 등 2단계로 이뤄진다.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 구성원 △정치적 견해 등이 판단 기준이다. 난민 신청자가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정치적 박해’를 받을 위험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테러조직과의 연관성도 심사 대상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면접 과정에서 난민 신청자의 신상을 철저히 파악할 것”이라고 했다. 심사에서 ‘불인정’ 결과를 받은 신청자는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여기서도 기각·거절 통지를 받으면 난민지위불허처분 취소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이 단계에 놓인 난민 신청자는 취업이 불가하고 정부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을 수 없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평균 3∼5년이 소요된다. 패소한 ‘난민불인정자’는 본국 또는 제3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2013년 7월 난민법을 시행했다. 이후 매년 난민 신청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올 1월부터 5월까지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은 773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337명의 두 배가 넘는다. 하지만 실제 난민 인정 비율은 높지 않다. 1994년 4월 처음 난민 신청을 받은 후 지난달까지 누적 신청자 4만470명 중 2만361명의 심사가 끝났다. 그중 약 4.1%인 839명만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난민 인정 기준을 충족하진 않지만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외국인도 심사 대상자의 7.6%인 1540명에 불과하다. 특히 제주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한 사례는 탈북자를 제3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운 중국인 선교사 단 한 건이다. 이마저도 재판을 거친 끝에 8일 난민으로 인정받았다.제주=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21일 제주 제주시의 한 흑돼지 전문식당. 구릿빛 피부의 한 남성이 주방 싱크대 앞에서 달걀 껍데기를 까고 있었다. 껍데기가 벗겨진 삶은 달걀을 긴 철사에 밀어 넣자 반으로 잘라졌다. 냉면 고명으로 쓰일 계란이었다. 예멘에서 영어교사로 일했던 무함마드(가명·30)에게는 아무래도 익숙지 않았다. 그의 손안에서 연신 달걀이 빠져나갔다. 이슬람신자(무슬림)인 그는 기도 시간에도 일을 멈추지 않았다. 무슬림은 반드시 하루 다섯 차례 기도한다. 그가 유창한 영어로 말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사장님한테 잘 보이고 싶기도 하다.”○ 예고 없이 다가온 ‘제메니’ 사회 올 들어 예멘인 500여 명이 자국 내 내전 등을 피해 제주로 오면서 한국에서도 난민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다. 이들은 무사증(무비자) 제도를 통해 들어와 난민 신청을 했다. 2013년 제정된 난민법에 따라 이들은 최장 5년까지 합법적으로 한국에 머물 수 있다. 유럽 국가처럼 난민 수백 명이 지역사회에 함께 사는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21일부터 사흘간 ‘제주(Jeju)’에 사는 ‘예멘인(Yemeni)’인 이른바 ‘제메니(Jemeni)’를 직접 만나봤다. 주방 허드렛일을 하는 무함마드는 식당 바로 뒤편에 살고 있다. 13.2m² 규모의 컨테이너 안에는 침구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에어컨과 선풍기도 있었다. 야외에 간이 샤워시설도 설치돼 있었다. 그는 “예멘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사립학교 영어교사로 일할 땐 생각도 못 한 시설이다. 하지만 이것도 감사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달 중순 열린 취업설명회에서 그는 지금의 일자리를 얻었다. 300명가량의 예멘인이 그처럼 제주 곳곳에서 일하고 있다. 대부분 숙식을 제공하는 조건이다. 정부는 한국인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이들에게 주선했다. 22일 찾은 제주 서귀포시의 한 양어장에선 예멘인 두 명이 양식 광어에게 사료를 주고 있었다. 이날 예멘인들은 쇠고기가 들어간 볶음 요리와 쌀밥으로 점심 식사를 해결했다. 할랄 고기(이슬람 율법으로 도축한 고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음식을 남기지 않았다. 아흐메드(가명·24)는 “지금은 할랄인지 아닌지 따질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주시의 한 돼지고기 가공업체에서도 예멘인 3명이 일하고 있다.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멀리한다. 하지만 이 공장에서 일하는 예멘인들은 돼지고기를 손으로 만지며 비닐로 포장한다. 이들은 이곳에서 돼지를 처음 봤다고 한다. 23일 낮 12시경 제주의 한 호텔. 입구 근처에 예멘인 6명이 앉아 대화하고 있었다. 이 호텔은 한때 예멘인 150명이 머물렀던 곳이다. 2차례 취업설명회를 통해 상당수가 일자리를 얻어 나가면서 지금은 30명가량 숙박 중이다. 보통 2인실에 4명이 쓰고 있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칼레드(29)는 “혹시 전공 관련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 대학 성적표를 가지고 다닌다”고 말했다. 그가 보여준 대학 성적표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A학점이 많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제주에 있는 예멘인의 30% 정도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교육 수준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 가시지 않는 ‘가짜 난민’ 우려 사흘간 만난 20명 가까운 ‘제메니’들은 대부분 예멘에서 대학을 다녔거나 교사 기자 등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다루고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으로 정보를 교류하며 한국 여론도 매우 신경 쓴다고 한다. 하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가짜 난민’ 걱정이 크다. 예멘인이 정치적 박해 등을 피해 온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얻어 돈을 벌기 위해 왔다는 것이다. 치안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시민 김모 씨(39)는 “시내에 무리를 지어서 다니니 아무래도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이들이 앞으로 사고 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있느냐”며 걱정했다. 다만 지금까지 예멘인과 관련해 경찰에 접수된 신고는 이들이 소란을 피웠다는 2건이 전부다. 기존 외국인 근로자와 갈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예멘인에게 특혜를 준다는 이유다. 양어장을 운영하는 박모 씨(56)는 “최근 스리랑카 근로자들이 일 못하는 예멘인보다 돈을 더 달라는 요구를 하고 나섰다”고 말했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지역단체는 30일 집회를 열 예정이다. 논란이 커지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4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예멘 난민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신속한 심사 절차, 엄격한 난민 수용 판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직접 설명하고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제주=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 기자 :: 제메니 ::‘제주(Jeju)’와 ‘예멘인(Yemeni)’의 합성어. 제주를 통해 입국한 예멘인 수백 명은 앞으로 상당 기간 이곳에 머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올해 안에 사형 집행 ‘모라토리엄’(유예)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형 집행의 중단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이다. 사형제 완전 폐지의 전 단계로 받아들여진다. 심상돈 국가인권위원회 정책교육국장은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2월 10일 세계 인권 선언의 날 70주년 기념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사형 집행 유예를 선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주무 부처인 법무부와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형 집행 모라토리엄 선언은 사형제 폐지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일종의 ‘징검다리’ 과정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1997년 12월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국내외에서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된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집행 중단이나 폐지를 선언하지 않았다. 충격적인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형제 유지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은 편이고 대체형벌에 관한 사회적 합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현재 국내 교정시설에 수용된 미집행 사형수는 61명이다.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 이들에 대한 사형 집행을 하지 않겠다는 걸 공식화하는 것이다. 앞서 인권위는 2001년 출범 후 줄곧 사형제 폐지가 헌법과 국제 인권규범에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2005년 4월 국회에, 2009년에 헌법재판소에 각각 사형제 폐지 의견을 표명했다. 또 지난해 12월 7일 이성호 인권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사형제 폐지를 검토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당시 문 대통령은 “국제 인권원칙에 따른 기준과 대안을 제시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다만 법무부 등 관련 부처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법무부는 4월 29일 공개한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초안에서 사형제 폐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서술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아직 (인권위와) 공식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앞으로 사형제 폐지에 대한 국민인식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토론회와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또 10월 10일 ‘세계 사형 폐지의 날’에 맞춰 성명을 발표하고 시민사회, 종교계 등과 적극 협력할 방침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올해 안에 모라토리엄 선언이 현실화하면 내년에는 사형제 폐지와 대체형벌 도입 등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16일 오전 7시 반 경기 광명시 하안동 A아파트 8층. 신모(30·여) 박모 씨(30) 부부가 침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일주일 동안 닫아놓고 쓰지 않던 방이다. 그러고는 침대 매트리스를 대형 비닐로 둘러싸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신 씨가 혼수로 마련했던 대진침대의 퀸사이즈 매트리스다. 마스크를 쓴 두 사람은 비닐로 싼 매트리스를 현관 밖으로 옮겼다. 무겁고 크기도 커서 두 사람만으로 옮기는 게 쉽지 않았다. 어렵게 엘리베이터에 오른 뒤 1층 아파트 입구에 내려놓았다. 이어 나무 프레임과 이불까지 차례로 비닐에 싸서 옮기는 데 1시간 반가량 걸렸다.○ 소비자·집배원 “우리가 왜 이런 고생하나” 주말 동안 우체국을 통해 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 매트리스 수거가 진행됐다. 전국적으로 집배원 등 우정사업본부(우본) 직원 3만 명과 차량 3200여 대가 동원됐다. 우본은 대진침대가 보내온 소비자 현황을 바탕으로 미리 밀봉용 비닐을 보내고 집 앞에 매트리스를 내놓으라고 요청했다. 박모 씨(42·경기 수원시)는 하루 전인 15일 매트리스를 아파트 1층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사람이 지나는 곳에 발암물질을 내놓으면 어떡하냐”는 민원이 제기돼 다시 집으로 옮겨야 했다. “비닐로 밀봉해 안전하다”고 설명했지만 이웃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수거 당일인 16일 다시 매트리스를 1층에 내려놓았다. 매트리스 규격 탓에 수거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정모 씨(48)는 이날 퀸사이즈와 킹사이즈 매트리스 두 개를 내놓았다. 하지만 우체국 직원들은 퀸사이즈만 수거했다. 나머지 매트리스는 미리 신고된 것이 아니었다. 정 씨의 사정으로 직원들이 수거하려 했지만 트럭에 실리지 않아 결국 포기했다. 결국 정 씨는 매트리스 한 개를 다시 방 안으로 옮겼다. 우본은 이날 작업에 필요한 직원들에게 마스크와 장갑을 제공했다. 상당수 집배원들이 이를 착용하지 않았다. 집배원 김모 씨(54)는 “발암물질이라 찝찝하지만 날씨가 더워 (마스크를)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고 했다. ○ 분류·처리 문제도 ‘첩첩산중’ 수거된 침대는 대진침대 측이 경기 평택시와 충남 당진시에 마련한 임시 야적장으로 옮겨진다. 하지만 야적장 근처 주민들이 매트리스 반입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당진시 송악읍 주민 50여 명은 동부항만 고철 야적장 입구 앞에 천막 2개를 설치하고 매트리스 반입을 몸으로 막았다. 이들의 반발로 전국에서 온 화물차 200여 대가 야적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들이 싣고 온 매트리스는 약 6000개다. 기존 수거 분량을 포함해 전체 매트리스 4만여 개의 향후 처리방식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모나자이트가 들어간 부품(속커버, 에코폼 등)과 금속스프링, 나머지 소재를 분리해 모나자이트 부품은 밀봉해 보관한다. 금속 스프링과 나머지 소재는 환경부와 협의해 일반폐기물로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모나자이트 가루가 발생할 수 있다. 분리 이후 처리는 더 큰 문제다. 폐기물 처리를 맡은 환경부는 조만간 소각업체들을 섭외해 매트리스의 가연성 소재를 순차적으로 소각하고 스프링은 재활용 업체로 보낼 계획이다. 하지만 그 양이 상당한 데다 모나자이트를 완벽히 분리할 수 있을지, 방사능에 노출된 폐기물을 일반폐기물과 같이 태워도 괜찮은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모나자이트가 들어간 부품은 아예 처리방안조차 마련되지 않았다.신규진 newjin@donga.com·이미지 / 당진=지명훈 기자}
전북 군산시의 한 술집에서 방화로 인한 불이 나 3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쳤다. 중상자가 여러 명이어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7일 전북소방본부와 군산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53분경 군산시 장미동 A클럽(유흥주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장모 씨(48) 등 3명이 숨지고 29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와 부상자 대부분은 대피 과정에서 연기를 흡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부상자 중 5명은 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자들은 동군산병원과 군산의료원, 전주병원, 전북대병원 등으로 옮겨졌다. 소방당국은 이날 “출입문에 불이 붙었다”는 신고가 접수된 뒤 곧바로 화재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소방관 120여 명과 살수차 등 장비 38대를 투입해 화재 발생 1시간 뒤인 오후 10시 50분경 큰 불을 껐다. 불이 난 주점은 지상 1층 단층형 건물로 내부에 대형 무대가 있고 넓은 홀에 수십 개의 테이블과 소파가 놓여 있는 구조다. 화재 당시 주점 안에는 손님과 종업원 30여 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화재 직후 유독가스가 발생했고 어두운 주점의 특성상 신속한 대피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누군가가 주점 입구 쪽에 휘발유 같은 걸 뿌리고 불을 질렀다”는 생존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날 오후 한 남성이 해당 주점 앞에서 “불을 지르겠다”며 난동을 부린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탐문수사를 벌여 선원 출신의 40대 이모 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행방을 추적 중이다.군산=김광오 kokim@donga.com / 신규진 기자}

16일 오전 7시 반 경기 광명시 하안동 A아파트 8층. 신모 씨(30·여)와 박모 씨(30) 부부가 침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일주일 동안 닫아놓고 쓰지 않던 방이다. 그리고 침대 매트리스를 대형 비닐로 둘러싸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신 씨가 혼수로 마련했던 대진침대의 퀸사이즈 매트리스다. 마스크를 쓴 두 사람은 비닐로 싼 매트리스를 현관 밖으로 옮겼다. 무겁고 크기도 커서 두 사람만으로 옮기는 게 쉽지 않았다. 어렵게 엘리베이터에 오른 뒤 1층 아파트 입구에 내려놓앗다. 이어 나무 프레임과 이불까지 차례로 비닐에 싸서 내려놓기까지 1시간 반가량 걸렸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박 씨는 “음이온 침대라서 믿었는데 제대로 뒤통수 맞았다”며 허탈해 했다.● 소비자·집배원 “우리가 왜 이런 고생 하나” 주말동안 우체국을 통해 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 매트리스 수거가 진행됐다. 전국적으로 집배원 등 우정사업본부(우본) 직원 3만 명과 차량 3200여 대가 동원됐다. 우본은 대진침대가 보내온 소비자 현황을 바탕으로 미리 밀봉용 비닐을 보내고 집 앞에 매트리스를 내놓으라고 요청했다. 작업절차는 비교적 단순하다. 하지만 해당 소비자가 느끼는 불편과 혼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이모 씨(35·여)는 혼자 매트리스를 옮길 엄두가 나지 않아 부모님에게 ‘SOS’를 보냈다. 결국 전북 전주시에 사는 아버지가 서울로 올라왔다. 이 씨는 “아버지가 ‘잠자리가 중요하다’며 사준 침대”라며 “여전히 불안한 것도 문제이지만 나중에 매트리스를 교환해줘도 어떻게 옮길지 벌써부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박모 씨(42·경기 수원시)는 하루 전인 15일 매트리스를 아파트 1층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사람이 지나는 곳에 발암물질을 내놓으면 어떡하냐”는 민원이 제기돼 다시 집으로 옮겨야 했다. “비닐로 밀봉해 안전하다”고 설명했지만 이웃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수거 당일인 16일 다시 매트리TM를 1층에 내려놓았다. 매트리스 규격 탓에 수거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정모 씨(48)는 이날 퀸사이즈와 킹사이즈 매트리스 두 개를 내놓았다. 하지만 우체국 직원들은 퀸사이즈만 수거했다. 나머지 매트리스는 미리 신고된 것이 아니었다. 정 씨의 사정으로 직원들이 수거하려 했지만 트럭에 실리지 않아 결국 포기했다. 결국 정 씨는 매트리스 한 개를 다시 방 안에 넣었다. 빈 방 청소를 위해 예약한 청소전문서비스도 연기했다.● 분류·처리 문제도 ‘첩첩산중’ 우체국을 통해 수거된 침대는 전국 32개 물류거점을 거쳐 경기 평택시와 충남 당진군에 마련된 임시 야적장으로 옮겨진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기존 수거 분량을 포함해 매트리스 4만여 개의 처리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모나자이트가 들어간 부품(속커버, 에코폼 등)과 금속스프링, 나머지 소재를 분리해 모나자이트 부품은 밀봉해 보관하고, 금속스프링과 나머지 소재는 환경부와 협의해 일반폐기물로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방사능 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 침대 분리 도중 다량의 모나자이트 가루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분리 이후 처리는 더 큰 문제다. 폐기물 처리를 맡은 환경부는 조만간 소각업체들을 섭외해 매트리스의 가연성 소재를 순차적으로 소각하고 스프링은 재활용업체로 보낼 계획이다. 하지만 그 양이 상당한 데다 모나자이트를 완벽히 분리할 수 있을지, 방사능에 노출된 폐기물을 일반폐기물과 같이 태워도 괜찮은지 여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모나자이트가 들어간 부품은 아예 처리방안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한 전문가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이렇게 대량으로 발생한 건 처음”이라며 “밀봉한 뒤 매립·소각할지, 격리시설을 만들어 보관해야 할지 논의를 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장 임시 야적장 근처 주민은 반발하고 있다. 17일 충남 당진시 송악읍 주민 10여 명은 동부항만 고철 야적장 입구 앞에 천막 2개를 설치하고 매트리스 반입을 막아섰다. 이들은 “매트리스를 다른 장소로 반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14일 출근한 집배원 A 씨(42)의 가방 속에는 방진마스크 1개가 들어 있었다. 산업현장에서 쓰이는 2만 원짜리 마스크다. 이날 오전 A 씨의 아내가 챙겨 넣었다. 주말부터 ‘라돈침대’ 수거에 투입될 남편을 걱정해 인터넷에서 미리 구입한 것이다. 우체국이 16일부터 이틀간 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집중 수거할 예정인 가운데 일부 집배원이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전국집배노조는 1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편의라는 대의를 앞세워 집배원에게 안전하지 못한 수거 방식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집배노조는 우정사업본부(우본)의 7개 노조 중 하나로, 조합원은 약 300명이다. 우본에 따르면 ‘라돈침대’ 수거에는 이틀간 직원 3만여 명, 차량 3200여 대가 투입된다. 수거 대상은 매트리스 6만∼8만 개다. 집배원뿐 아니라 행정직원도 동원된다. 이번 수거는 라돈침대 수거가 지연되자 국무총리실이 우체국 물류망 활용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앞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지난달 15일 대진침대 매트리스 모델 7종이 안전기준에 부적합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19일 업체 측에 수거 및 폐기 명령을 내렸다. 지금까지 라돈이 나오는 ‘모나자이트’를 사용해 만든 대진침대 매트리스 24종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전국집배노조는 “우본이 수거 계획을 내놓으면서 라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수거 시 유의할 점 등 최소한의 안전교육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특급 분진 마스크와 장갑, 비닐 제공 △올바른 마스크 착용 등 안전교육 진행 △수거 인원의 최소 10%에 대한 라돈 측정 등의 요구안을 우체국에 전달했다. 이들은 “요구안이 이행되지 않으면 작업 중지권을 발동하겠다”고 경고했다. 우본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진행한다고 뒤늦게 밝혔다. 방진마스크와 장갑 제공 계획도 내놓았다. 작업 후 방사선 측정을 희망하는 직원은 원안위에서 검사를 받게 할 예정이다. 그러나 집배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A 씨는 “국가적인 상황이라 이해는 한다. 하지만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집배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9일 오전 9시 35분경 서울 용산구 미군기지 근처 왕복 6차로에서 BMW 승용차와 오토바이가 충돌했다. 충돌 직후 불이 붙어 BMW 동승자인 미국인 A 양(15)과 오토바이 운전자 박모 씨(25)가 숨졌다. 당시 BMW는 미군기기 출입문 쪽으로 좌회전하던 중이었다. 오토바이는 반대쪽에서 직진 중이었다. 사고 현장은 ‘비보호 겸용 좌회전’ 신호체계가 시행 중인 곳이다. 신호등에 좌회전(←) 신호가 따로 있지만 교통 상황에 따라 직진 신호에서도 좌회전이 허용된다. 바로 이 신호체계가 사고를 유발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사고 유발하는 ‘PPLT’ 논란 비보호 겸용 좌회전(PPLT·Protected Permitted Left Turn)은 이면도로나 폭이 좁은 교차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보호 좌회전과 차이가 있다. 그냥 비보호 좌회전 도로에는 삼색 신호등이 운용된다. 직진 신호 때 반대 차로 상황을 보고 좌회전할 수 있다. PPLT 도로에는 좌회전이 추가된 사색 신호등이 있다. 좌회전 및 직진 신호 때 모두 좌회전이 가능하다. 단, 직진 신호 시 반대 차로에서 차량이 올 때 좌회전하면 신호 위반이다. 9일 사고가 난 BMW는 직진 신호일 때 좌회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 오던 오토바이를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오토바이의 과속 여부도 확인 중이다. 10일 오후 10시경 용산 사고 현장을 다시 찾았다. 직진하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좌회전하던 쏘나타 승용차 앞에서 가까스로 멈춰섰다. 쏘나타 운전자는 “반대쪽에서 오는 차량이 멀리 있는 것 같아 보여 방심했다”고 했다. 올 4월 경기 안양시 만안구청 사거리에서도 좌회전하던 택시와 직진하던 오토바이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사고 이후 현장에서는 PPLT 시행이 중단됐다. PPLT만 믿고 직진 신호 때 좌회전하면 이처럼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색 신호등 형태만 봐서는 PPLT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직진 신호 시 좌회전 가능’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지만 운전자가 이를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반대쪽 좌회전 차량 진입을 경고하는 별도의 표지판도 없다.○ “안전 중심 교통 정책에 역행” PPLT는 2015년 경찰청이 도입했다. 일부 도로에서 좌회전 차량이 몰려 정체가 빚어지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선 한국보다 앞서 PPLT를 시행 중이다. PPLT 기준은 △좌회전 사고가 연간 4건 이하 △왕복 6차로 기준 적정 통행량 15만 대 이하 등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서울에만 203곳에서 운용 중이다. 좌회전을 빠르고 편하게 해달라는 운전자들의 민원도 영향을 미친다. 용산 사고 현장도 2015년 10월 미군 측이 경찰에 요청해 도입됐다. 그러나 운전자의 감각과 판단에 의존하면서 사고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도심 도로의 제한속도를 낮추고 있는 현 교통안전 정책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국가교통안전연구센터장은 “미국과 유럽은 우리와 달리 차로가 좁고 서행 운전이 일반적이다. 규모가 큰 도로에는 과속 단속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신규진 newjin@donga.com·김자현 기자}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여성들은 9일 ‘몰래카메라(몰카) 성차별 수사’를 규탄한 집회에서 이런 주장이 담긴 피켓을 들고 ‘여성유죄 남성무죄’를 외쳤다. 1만5000여 명(경찰 추산)의 여성이 참가한 이날 집회는 지난달 19일 첫 번째 집회보다 규모가 컸다. 이날 오후 3시경 혜화역부터 이화사거리까지 1km 거리의 4차로 도로는 집회에 참가한 여성들로 가득 찼다. 분노의 상징인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오후 7시까지 4시간 동안 “동일범죄 동일처벌” “성차별 수사를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당초 여성들은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유포한 이른바 ‘홍대 몰카 사건’ 범인이 여성이라 구속됐다고 주장하며 시위에 나섰다. 특히 이날 여성들은 한층 수위가 강한 주장을 쏟아냈다. 단상에 오른 한 여성은 “여성 경찰청장과 검찰총장을 임명하고 여성, 남성의 경찰 성비를 9 대 1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 3명은 삭발까지 했다. 이를 지켜보던 여성들은 “상여자” 등을 연호했다. 집회 주최 측은 이번에도 참가 대상을 ‘생물학적 여성’으로 제한했다. 경찰은 집회 장소 주변 남성들의 진입을 통제했다. ‘몰카’를 주제로 열린 집회인 만큼 카메라 촬영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일부 참가자는 의경이나 남성들에게 “경찰도 한남” “한남충(한국 남자 벌레) 꺼져라” 등 욕설을 내뱉었다. 집회 장면을 카메라로 찍는 시민들에게는 “체포해” “구속해” 등을 외치며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이날 집회는 ‘몰카’ 행위를 규탄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역설적이게도 ‘남성 몰카’가 현장에 등장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집회 주변 남성들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된 사진과 ‘걸어 다니는 한남’ 등 조롱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에 따라 집회가 점차 과격하고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집회 장소를 지나갔다는 이유로 욕설을 들은 이호성 씨(30)는 “집회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남성에 대한 과격한 분노 표출로 변질된다면 사람들의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의 몰카 행위는 ‘여성 혐오’에 맞서기 위해 똑같은 방식으로 남성을 비난하는 ‘미러링’ 퍼포먼스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집회에 참가한 조모 씨(26·여)는 “사회 구조적 문제인 여성 불평등을 해결하려면 때로는 과격한 행동도 필요하다. 과격하지 않으면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심어 줄 수 없고 관심에서 멀어진다”고 말했다.신규진 newjin@donga.com·김은지 기자}

4일 잔해 더미만 쌓인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의 4층 건물이 무너진 자리 바로 옆 2층 컨테이너 건물은 외벽이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전날 사고 직후 발생한 화재로 외벽 곳곳이 검게 그을려 있었다. 벌어진 벽 사이로 내부 마감재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습도 보였다. 재건축 조합 사무실로 쓰여 온 이 컨테이너 건물은 붕괴 위험이 높아 사고 직후 폐쇄됐다. 본보 취재팀이 4층 건물 붕괴 사고가 난 용산 재개발 5구역의 10개 건물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 낡고 부식된 곳이 많아 상당히 위태로워보였다.○ “우리 건물도 무너질까 두려워” 무너진 건물 뒤편 5층짜리 건물에는 이날 방문객이 많았다. 치과, 웅변학원, 노래방, 호프집 등이 영업 중이었다. 용산구는 사고 건물 양 옆 2개 동은 폐쇄했지만 지은 지 46년 된 이 5층 건물을 포함해 나머지 8개 동은 붕괴 위험이 낮다고 보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건물 계단으로 1층에서 5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벽면에는 길이 10cm 안팎의 금 20여 개 가 보였다. 검은 곰팡이도 군데군데 피어 있었다. 배수시설이 제대로 작동을 안 해 벽으로 물이 스며든 흔적이었다. 취재진과 함께 건물을 점검한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건물이 노후돼 물이 새고 콘크리트, 철근이 부식되고 있다.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렇게 폐쇄되지 않은 건물 8곳 중 7곳은 음식점 부동산 PC방 등 상업시설이 정상 운영 중이었다. 건물 일부 층에 세입자가 거주하기도 했다. 대부분 지은 지 40∼50년 된 건물들로 일부 벽면에 시멘트가 벗겨져 부식된 콘크리트와 철근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특히 벽과 벽이 만나는 건물 구석에 금이 많이 가 있었다. 최 교수는 “노후 건물에서 흔히 보이는 균열이다. 건물이 하중을 많이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상계단은 대부분 의자, 책상 등으로 막혀 있어 사고 시 대피도 어려워보였다. 3일 건물 붕괴 후 용산구 측 현장점검 위원으로 참여한 한 건축회사 대표는 “주변 건물들이 당장 무너질 정도는 아니지만 정밀점검이 시급할 정도로 열악한 상태”라고 말했다. 폐쇄되지 않은 한 건물의 식당 종업원 이모 씨(60·여)는 “혹시나 우리 건물도 무너질까 두려워 더워도 무조건 야외 의자에 앉아 있다”고 말했다. ○ “어차피 철거할 건물 뭐 하러 고치나” 이번 사고가 발생한 용산 재개발 5구역은 2006년 재개발이 확정됐지만 12년간 사업 진척이 없어 사실상 방치돼 왔다. 언제 건물을 허물지 몰라 구청과 건물주들이 안전관리에 소홀했던 곳이 많다. 이 5구역을 포함해 용산 재개발 지역 전체적으로 안전관리에 문제가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용산 재개발 지역 중 한 곳인 한남뉴타운 3구역 일대에도 아슬아슬해 보이는 노후 주택이 즐비했다. 3가구가 사는 3층 벽돌 주택은 곧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천장에 청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일부 주택의 경우 삭아서 앙상해진 목재 구조물이 대형 슬레이트 지붕을 가까스로 지탱하고 있었다. 주민 이모 씨(82·여)는 “빈집 주인 대부분이 재개발을 노리는 외부인들이다. 구청은 어차피 재개발될 곳인데 뭐 하러 고치느냐는 식”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연면적 1000m² 이상 건물은 지방자치단체 점검 대상이다. 문제는 재개발 지역 건물 대다수가 이 기준에 못 미쳐 점검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3일 붕괴된 4층 건물의 연면적은 301m²였다. 용산구 관계자는 “점검 기준에 못 미칠 경우 사유재산으로 분류돼 소유주가 직접 관리해야 한다”며 “사고 건물의 경우도 지난달 10일 건물주에게 ‘조치해 주셔야 한다’고 얘기했을 뿐 강제적인 수단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사고 건물을 합동감식한 뒤 “화재나 폭발로 인한 붕괴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신규진 newjin@donga.com·김은지·이지훈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이 세상에 알려진 지 3일로 53일째를 맞는다. 그동안 조 회장 일가의 누적된 비리가 연이어 불거지면서 수사기관과 정부 부처 10곳이 수사 및 조사를 벌이고 있다. 부부와 3남매 등 일가족 5명 전원이 대상이다. 이들의 범죄 혐의와 의혹은 21개에 달한다. 검경뿐 아니라 국세청, 관세청,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조 회장 일가 수사에 나섰다. 또 국토교통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농림축산검역본부 등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압수수색 11차례에 240여 명이 동원됐다. 한진그룹 본사, 대한항공 본사, 조 회장과 3남매의 자택 등을 검찰 3차례, 경찰 2차례, 관세청 5차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이 1차례 압수수색했다.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 전 전무 등 세 모녀는 수사기관에 공개 소환돼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 이사장은 4일 법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는다. 앞서 지난달 4일 조 전 전무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은 검찰 단계에서 기각됐다. 두 사람과 조 전 부사장 등 세 모녀는 출국이 금지됐다. 사건의 시작은 4월 12일 조 전 전무가 3월 중순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유리컵을 던지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폭로되면서부터다. 뒤이어 어머니 이 이사장이 호텔 공사 현장 근로자와 자택 경비원 등 11명을 상대로 폭언과 폭행을 한 동영상과 증언이 공개됐다. ‘땅콩 회항’ 사건으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은 조 전 부사장에겐 이 이사장과 함께 필리핀 국적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가 제기됐다. 조 회장의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1998년 인하대에 부정 편입학한 의혹을 받고 있다. 관세청은 조 회장 일가가 대한항공 직원 등을 이용해 고가의 해외 명품을 밀수했다는 의혹을 집중 조사 중이다. 검찰과 공정위는 조 회장이 일가가 운영하는 회사에 계열사 건물 관리 업무를 몰아주고, 기내 면세품 납품 과정에서 자녀들의 회사를 끼워 넣어 200억 원의 ‘통행세’를 받게 하는 등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2013년 서울 평창동 자택의 인테리어 비용 30억 원을 한진그룹 계열사에 떠넘긴 혐의를 받고 있는 조 회장 부부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또 조 회장은 창업주인 아버지 조중훈 전 회장의 해외 비자금 상속을 신고하지 않고 500억 원 이상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익명 채팅방을 통해 오너 일가에 대한 누적된 불만을 폭로했다. 대한항공 정상화와 조 회장 일가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4차례 열렸다. 이 집회에는 1700여 명(누적·경찰 추산)이 참여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김자현 기자}

“자, 이제 팬방으로 갑니다. 출발합니다” 5일 오전 7시경 한 인터넷방송 진행자(BJ)가 마이크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팬방은 돈을 낸 사람만 볼 수 있는 유료방송이다. 잠시 후 방송이 시작됐다. 화면은 전원이 나간 것처럼 온통 검은 색이었다. 대신 이상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채팅방에 참가한 시청장 70여 명은 “소리 들린다” “드디어, 가즈아!” 등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노출은 물론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을 여과 없이 중계해 문제가 됐던 일부 인터넷방송에서 최근 ‘흑방’까지 등장해 논란이다. 남녀의 성관계를 중계하면서 소리만 나오게 하고 화면을 가린다고 해서 흑방이다. 보통 BJ는 술집 등에서 즉석으로 섭외한 여성과 음주방송을 진행한 뒤 자신의 집이나 모텔 등으로 자리를 옮긴다. 여성이 한 눈을 파는 사이 몰래 방송을 시작한 뒤 숨겨 놓은 휴대전화 등을 통해 성관계 소리를 방송하는 것이다. 유료로 방송을 진행하면서 시청자 1인당 많게는 10만 원까지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방송 사실을 모른다. A 씨(21·여)도 올해 초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앞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다. A 씨는 “어딘가에 방송이 유포되지 않을까 두렵다”고 털어놨다. 각 인터넷방송 업체의 자율규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경고를 여러 번 받아 방송정지가 내려져도 보통 하루가 지나면 다시 방송할 수 있다. 여러 업체를 옮겨 다니며 ‘게릴라 방송’을 하면 자율규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성관계 소리 방송도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처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인터넷방송 업체가 증가하면서 음란방송을 실시간으로 차단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69)이 28일 경찰에 출석했다. 이 이사장은 직원 여러 명을 상대로 폭언 및 폭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35)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4) 등 한진그룹 일가 세 모녀는 한 달 사이 모두 수사기관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이 이사장은 이날 오전 9시 55분경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도착했다. 고개를 숙인 채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에서 내렸다. 단정하게 손질된 머리에 검은색 정장을 입었고 목에는 푸른색 계통의 스카프를 둘렀다. 이 이사장은 폭행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피해자들에게 피해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가위나 화분을 던졌냐” 같은 구체적인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포토라인에 서 있던 2분 30초 동안 “죄송하다”는 말을 7차례 반복했다. 그 대신 피해자 회유 시도를 묻는 질문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이사장은 2014년 5월경 한진그룹 계열사인 인천의 한 호텔 공사현장에서 직원들에게 행패를 부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이사장에게 폭행과 업무방해 이외에 상습폭행과 상해 등 혐의 적용도 검토 중이다. 이 이사장은 전 수행 운전기사에게 운전을 못한다며 수차례 폭언하고 신발을 벗어 던지거나 자택에서 근무했던 경비원을 향해 가위와 화분을 던졌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달 23일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그동안 공사현장 근로자와 자택 경비원, 가사도우미, 수행 기사 등 피해자 11명을 조사해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 대부분의 피해자는 이 이사장에 대한 처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 일가의 상속세 미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종오)는 최근 200억 원 규모의 횡령 및 배임 혐의를 추가로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회장 일가가 그룹 계열사의 건물 관리 업무를 다른 계열사에 몰아주는가 하면 면세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통행세’ 명목으로 비용을 받아 대한항공에 손해를 끼친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신규진 newjin@donga.com·김자현 기자}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결정한 최저임금 산입범위(최저임금에 편입되는 임금 종류)를 놓고 소상공인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소상공인이 피고용인에게 지급하는 주휴수당이 산입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불만이다. 지난해보다 16.4%나 오른 최저임금으로 직격탄을 맞은 자신들에게는 어떤 혜택도 없었고, 아예 논의에서 주요 변수로 거론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은 논의에서 사실상 배제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최저임금 탓에 중소기업 고용주 부담이 커지자 환노위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기상여금이 내년도 최저임금의 25%, 복리후생비가 7%를 초과하면 2019년 임금은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아도 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시급을 주며 아르바이트생을 주로 고용하는 상당수 소상공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를 줄 형편이 되지 못해서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될 만한 주휴수당은 오히려 제외됐기에 내년에도 최저임금 인상분을 그대로 적용해 임금을 줘야 할 확률이 높아졌다. 편의점을 비롯해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시름은 특히 깊다. 대구에서 편의점 2곳을 운영하는 이모 씨(48)는 이날 편의점 1곳을 부동산에 매물로 내놨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결정이 ‘항아리 물을 넘치게 하는 물 한 방울’ 역할을 한 셈이다. 이 씨는 최저임금 인상 부담으로 올 초 아르바이트생 4명 중 2명을 해고했다. 아내가 그 자리를 대신해 부부가 주말까지 일했다. 몸은 점점 지쳐갔다. 이 씨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결정에 그나마 희망을 걸었는데 ‘국회가 소상공인은 신경 쓰지 않는구나’라는 생각만 들었다”면서 “편의점 업주 사이에는 ‘빨리 편의점을 그만두는 게 살길’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외식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 종로구에서 한식당을 하는 이근재 씨(53·외식중앙협회 회장)는 이번 환노위 결정을 보며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최저임금(7540원)보다 많은 시급 9000원을 아르바이트생에게 주고 있다. 1년 이상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 드물다 보니 보통 일정 기간을 넘기면 챙겨주려고 했던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을 앞당겨 준다는 뜻이었다. 이 씨는 “이렇게 가다가는 결국 가족만 데리고 일해야 할 것 같다. 주변에서도 그렇게들 말한다”고 말했다.○ “산입범위에 주휴수당 포함돼야”소상공인들은 주휴수당이 산입범위에 들어가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근로기준법은 주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는 한 주에 하루 이상 유급휴일을 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근로자가 받는 수당이 주휴수당이다. 아르바이트 포털 사이트 알바몬이 2016년 아르바이트생 774명을 조사했더니 “주휴수당을 받아본 적 있다”는 응답이 37.9%였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박상규 씨도 주휴수당을 주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가파르게 오른 재료값 때문에 박 씨는 지난해보다 월 순수익이 200만 원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주휴수당은 아르바이트생 1명당 일주일에 3만 원 남짓을 주고 있다. 박 씨는 “아르바이트생도 살고, 업주도 살려면 최소한 세제 혜택이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주휴수당 제도는 대만과 우리나라밖에 없다. 대만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주휴수당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28일 본회의를 열어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처리한다.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김정훈 기자}

앞으로 고려대와 연세대의 학생 및 교직원은 상대 학교 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도서관 시설은 물론 각종 서비스와 학술정보까지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사실상 도서관이 통합되는 것이다. 24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연세·삼성 학술정보관 장기원국제회의실에서 ‘학술자원 공동 활용 및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상호협력 협정’ 체결식이 열렸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에 대한 명예교육학박사 학위 수여식 직전 열린 행사에서 두 대학은 앞으로 학술자원 및 인프라를 공유하고 교육·연구·ICT 분야의 상호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로써 고려대와 연세대 학생 및 교직원은 두 학교 도서관이 보유한 학술자원과 서비스, 시설 등을 하나의 도서관처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개인 아이디(ID) 카드만 있으면 원하는 소장 자료를 즉시 대출하거나 각종 시설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여전히 국내 주요 대학 간 소장 자료를 공유하려면 며칠씩 걸리는 경우가 많다. ICT 인프라 공유도 활성화한다. 고려대 CCL(CJ Creator Library·놀며 떠드는 도서관)은 콘텐츠·미디어 제작 위주의 모델이다. 연세대 Y밸리 내 메이커스페이스는 최첨단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다. 두 학교는 협업을 통해 새로운 창의인재 양성 및 육성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명문 사학들이 상호 발전을 위한 협력 모델을 구축한 것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례가 드물다. 이경호 고려대 정보전산처장은 “양교의 정보통신 역량을 총동원해 대학을 이끌어 나가는 주축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봉규 연세대 학술정보원장은 “학술정보자원 간 장벽을 허물어 활용을 극대화해 양교의 연구력을 높이는 것으로 국내를 넘어 세계 속 라이벌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협약을 맺은 연세대와 고려대는 지난해 ‘양교 공동 강의’를 개설하는 등 상호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경찰이 여성 모델의 심한 노출 사진을 촬영한 뒤 인터넷에 유출하거나 이를 다시 유포한 혐의로 20여 명을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여성은 6명으로 알려졌다. 이는 유명 ‘1인 방송 진행자’(유튜버) 양예원 씨와 배우 지망생 이소윤 씨 사건과 별개다. 경찰은 일부 동호회를 중심으로 여성 모델의 노출 사진을 찍으며 비슷한 성폭력이 일어나고 온라인에서 일부 사진이 거래되는 것으로 보고 수사 확대를 검토 중이다. 20일 서울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A스튜디오 대표 김모 씨는 지난달 16일 “A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이 당초 맺은 계약과 달리 무단으로 유출돼 음란사이트에 확산되고 있다”며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유포) 등의 혐의로 26명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진이 유출돼 피해를 입은 여성은 6명이다. 피고소인 26명에는 해당 사진을 찍은 촬영자 10여 명을 비롯해 2차 유포자와 음란사이트 운영자도 포함돼 있다. 촬영자들은 A스튜디오에 일정 금액을 낸 뒤 ‘온라인에 사진을 유출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계약서를 쓰고 사진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공개 촬영에서 찍은 사진을 온라인에 올린 것이다. 김 씨는 “유포를 인정한 촬영자 등을 고소했다. 현재 피해 상황을 더 확인해 추가 고소를 진행할 예정인 만큼 피해자와 가해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피고소인이 많아 수사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양 씨와 이 씨의 사진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피고소인인 스튜디오 실장 A 씨와 동호회 모집책 B 씨의 주거지와 차량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이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도 내렸다. 앞서 양 씨와 이 씨는 1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2015년 7월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의 한 스튜디오에서 남성 20여 명에게 둘러싸인 채 성폭력을 당했고 협박을 당하며 노출 사진을 찍어야 했다고 폭로했다. 양 씨의 폭로 이후 유사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도 늘었다. 경찰은 미성년자 모델인 유모 양(18)을 조사했다. 유 양은 18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1월 마포구의 또 다른 스튜디오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유 양이 가해자로 지목한 스튜디오 운영자 C 씨는 최근 경찰에 ‘인정한다’는 내용의 자수서를 제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수서에는) ‘무엇을’ 인정한다는 말은 없는 상태다. 가해자로 지목된 C 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구특교 kootg@donga.com·신규진·황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