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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결렬’ 이후 첫 공개 메시지를 통해 “극악무도한 제재 압살 책동도 파탄을 면치 못하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을 유지하면서 내부 결속을 통한 장기전을 준비하며 대북제재 무력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뜻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흘 연속 경고를 보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6, 7일 평양에서 열린 제2차 조선노동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지금 혁명 정세는 우리에게 유리하게 발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9일 보도했다. 2001년 이후 18년 만에 열린 초급선전일꾼대회에는 당 중앙위 간부들과 북한 전역의 일반 주민들에 대한 선전선동을 맡은 초급간부들이 참여한다. 김 위원장은 서한에서 “오늘 우리 당에 있어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 임무는 없다”며 “자력으로 보란 듯이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인민의 힘을 무엇으로도 억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면서 “수령에게 인간적으로, 동지적으로 매혹될 때 절대적인 충실성이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노이 회담 실패 소식 확산으로 ‘무오류의 신화’가 흔들릴 위기에 처하자 김정은의 ‘인간적 풍모’를 부각하며 내부 결속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일인 10일 김책공업종합대학을 찾아 투표하는 등 하노이 회담 이후 열흘 만에 공개 행보를 재개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4월 초 제14기 1차 최고위원회의 등을 통해 내부 정비를 마친 뒤 하노이 이후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 효과를 무력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미사일) 테스트를 보게 된다면 매우 실망할 것”이라며 “만약 그(김 위원장)가 서로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 것을 한다면 나는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문병기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생산하는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에서 활동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 대한 한미 온도 차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제재 강화를 시사하며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나서고 있지만, 청와대는 북-미 관계가 다시 ‘강 대 강’ 대치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7일 동창리 등의 움직임과 관련해 “북한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런 정보는 한미 간에도 완벽하게 공유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와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 물자 운송 동향에 대해 한국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다만 청와대는 북한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아직 북한의 의도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에 대해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상대로 잇따라 경고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북한이 핵심 미사일 발사장 복구를 통해 약속을 깨고 있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확인하기에 아직 너무 이르다”며 “(사실이라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매우, 매우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 재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대북 강경 기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 앞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5일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 대북제재 강화에 무게를 둘 것”이라고 했다. 볼턴 보좌관은 7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비핵화에 대해) 다시 대화하는 데 있어 확실히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도 동창리 등의 움직임에 대해선 “우리는 정보를 얻는 많은 방법이 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재개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매우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태도는 일단 북한이 비핵화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미국과 한국 정부가 처한 상황은 다르다”며 “북-미 긴장 재고조의 최대 피해자가 우리가 될 수밖에 없는 만큼 일단 북한이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노이 합의 결렬 직후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사업 재개 카드를 먼저 꺼내 드는 등 조급함을 노출하면서 정부가 스스로 북-미 중재 역할의 여지를 좁혀 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북-미 관계의 긴장이 고조될 조짐이 나타나면서 대북특사 파견이나 원 포인트 남북 정상회담 등 북-미 중재 움직임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위은지 기자}

정부가 벤처기업의 덩치를 키워 ‘대어’로 육성하기 위해 12조 원 규모의 ‘스케일업(Scale-Up) 펀드’를 조성한다. 또 비상장 벤처기업이 쉽게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차등의결권을 허용하고,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 비과세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제2벤처 붐 확산 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브리핑에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대책은 초기 창업뿐만 아니라 창업, 투자, 성장, 회수 및 재투자로 이어지는 벤처의 성장단계 전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벤처투자 시장에서 민간 자본을 활성화하자는 게 골자다. 정부는 2022년까지 △신규 벤처 투자를 연 5조 원으로 늘리고 △유니콘기업(기업가치가 1조 원이 넘는 벤처기업)을 현재 6개에서 20개로 확대하며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투자금 회수 비중을 1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12조 원 규모의 스케일업 전용 펀드를 조성해 모태펀드와 성장지원펀드 등을 통해 운영하기로 했다. 또 벤처특별법을 개정해 벤처기업에 대해서만 차등의결권 주식의 발행을 허용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홍 부총리는 “차등의결권은 상법상 1주 1의결권이라는 원칙과 맞지 않아 논란이 있지만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엄격한 요건하에 도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간 스타트업 투자와 M&A를 촉진하기 위해 2021년까지 1조 원의 M&A 전용 펀드도 신설한다. 홍 부총리는 “벤처기업이 성장 단계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책의 일차적인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디캠프’에서 열린 제2벤처 붐 확산 전략 보고회에 참석해 “창업국가를 넘어 벤처가 성장하고 도약하는 나라를 만들고자 한다”며 “세계시장에서 활약하는 제2벤처 붐을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1세대 벤처인과 유니콘기업인, 창업·벤처기업인 등 110여 명이 참석했다.염희진 salthj@donga.com·문병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대란에 대해 “국민들의 요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는 정부가 장기적인 대응책에만 머물지 말고 즉각적으로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며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조치를 취하는 게 정부의 책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5일 오후 6시부터 50분간 조명래 환경부 장관으로부터 미세먼지 대응 방안에 대한 긴급보고를 받았다. 해군사관학교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한 뒤 집무실에 돌아오자마자 이뤄졌다.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살수차 운행 확대 등 당장 시행할 수 있는 긴급조치도 펴 나가겠다”고 보고했다. 또 차량 운행 제한, 석탄발전 상한제약, 미세먼지 배출 시설의 가동 시간 조정 등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적어도 아이들이 실내에 들어가면 안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에 공기 정화기를 설치하고는 있으나 너무 용량이 작아서 별 소용이 없는 곳이 많다”고 했다. 이어 “대용량의 공기 정화기를 빠르게 설치할 수 있도록 공기 정화기 보급에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말했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해 “이유가 어디에 있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지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어 “미세먼지 대책은 환경부만의 일은 아니다. 단기간에 미세먼지를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최선을 다하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이라도 보여드려야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도 했다. 장차관은 차량2부제에 따라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유근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5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해군사관학교 제73기 사관생도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해 “우리가 의지를 갖고 한결같이 평화를 추구한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는 반드시 올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국군의 강한 힘을 바탕으로 한반도 운명을 우리 스스로 결정하는 길에 나섰다”며 “남북 간 만남으로 한반도의 바다와 땅, 하늘에서 총성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헬기로 독도함에 착륙한 뒤 좌승함으로 갈아타고 최신예 잠수함인 안중근함과 손원일함, 이지스구축함인 서애류성룡함 등으로부터 대함경례를 받았다. 대통령이 독도함에 공식 탑승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해군은) 일본군 출신이 아닌, 온전히 우리 힘으로 3군 중 최초로 창군했다. 해군의 역사가 대한민국 국군의 역사”라며 “(이제) ‘평화경제’의 시대가 이어질 것이며 특히 해군에 많은 역할이 주어질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독도함 탑승은 주변국에 우리 해군력을 보여주고 해상주권 수호 의지를 직접 천명하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사관학교 졸업식을 찾은 것은 지난해 3월 육군사관학교 방문 이후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의 축사 후에는 해군 해상초계기와 해상작전헬기 등의 축하 비행이 이어졌다. 블랙이글스 비행단의 공중 사열 및 축하 비행은 미세먼지 등 기상 상황으로 취소됐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수 주 내에 협상팀의 북한 파견 의향을 밝히면서 정부의 북-미 중재 움직임도 빨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이달 내로 북한과의 고위급 접촉을 추진할 방침이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제재의 틀 내에서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재개 추진 의지를 밝힌 가운데 일단 북한의 비핵화 협상 테이블 이탈을 막는 데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 통화에서 요청한 대로 북-미 양측의 입장을 들어보고 중재하는 방안을 만들 것”이라며 “실무회담, 특사 파견, 남북 정상회담 중 어떤 방법이 가장 효율적인지 북-미 양쪽의 의사를 타진해 가면서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한반도경제통일교류특별위원회가 주최한 ‘하노이 북-미 회담과 남북관계 발전 전망’ 강연에서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기업인들의 시설 점검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조 장관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가 이번에 (북-미 간) 합의되지 않아 많은 분들이 어렵다 전망하지만 현 단계에서도 향후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대비해서 해나갈 작업들이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은 공단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 신청서를 6일 오전 10시 통일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8번째 신청으로 정부는 앞서 7번 중 3번은 불허, 4번은 유보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번엔 일부 국회의원도 함께 찾아 정부에 신청서 수리를 독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5일 미국 워싱턴으로 떠났다. 이 본부장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등을 만나 하노이 회담 후속 대책을 청취할 예정이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북-미가 서로 치고받다 딱 멈춘 그 지점을 알아보려는 작업”이라고 했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구도 자체를 크게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기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의 첫 반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관측이 많다.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앞세워 미국과의 대화 회의론을 부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딜 충격’을 조기에 털고 일어나 대화 재개를 결심할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α’로 영변 핵시설 외에 분강을 지목해 폐기를 요구했다는 일각의 관측을 공식 부인한 것도 북한에 다시 대화 테이블에 나오라는 여러 신호 중 하나로 보인다. 노재천 국방부 공보담당관은 이날 “(분강은) 영변 지역 내에 있는 지명”이라고 했다. 정부는 분강에는 우라늄 농축시설 등 비공개 핵시설이 아닌 행정시설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군사 분야를 맡고 있는 국가안보실 1차장 산하에 있던 비핵화 업무를 통일·외교·통상 업무를 맡는 안보실 2차장 산하로 옮기는 안보실 직제 개편을 단행했다. 김현종 안보실 2차장이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정책 핵심 업무를 총괄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기재·이지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4일 ‘하노이 노딜’과 관련해 “영변 핵시설이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진행 과정에 있어 되돌릴 수 없는 단계”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북한 핵시설의 근간인 영변 핵시설이 미국의 참관과 검증하에 영구히 폐기되는 것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하노이 회담에서 드러난 미국의 시각과는 다르고 오히려 북한 측의 시각과 비슷한 것이어서 워싱턴의 반응이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하노이 회담 결렬 후 기자회견에서 “영변이 대규모 핵시설인 것은 분명하지만 영변 해체만으로는 미국이 원하는 완전한 비핵화는 아니다”고 밝혔다. 이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1일 ‘심야 회견’에서 “영변의 모든 핵시설을 폐기한다는 것을 (미국 측에) 제안했고 (북-미 간) 신뢰 수준을 볼 때 가장 큰 비핵화 조치로 이러한 원칙적 입장은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제재의 틀 내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북-미 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찾아 달라”며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에서 합의된 남북협력 사업들을 속도감 있게 준비해 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하노이 회담에서 비핵화와 제재 해제의 빅딜이 무산됐지만 철도 연결이나 금강산관광 등이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북-미 간 중재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대량살상무기(WMD) 폐기를 모두 포함한 ‘빅딜(big deal)’ 문서를 전달했다고 3일(현지 시간)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빅딜’을 수용하도록 설득했지만 그들은 그럴 의사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박 간 환적을 못 하게 더 옥죄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고, 다른 나라들과도 북한을 더 압박하게끔 대화하고 있다”며 북한에 대한 제재 이행을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10~16일 브루나이와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3개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4일 밝혔다. 문 대통령은 10~12일 한-아세안 대화조정국인 브루나이를 방문해 하사날 볼키아 국왕과 정상회담을 갖고 올해 하반기 한국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최 방안 등을 협의한다. 이어 12~14일에는 말레이시아, 14~16일에는 캄보디아를 방문해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는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신남방정책의 중요한 협력파트너 국가”라며 “문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각 방문국과 양자 차원의 실질 우호 협력관계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2일 오전 10시 반경(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에서의 마지막 공식 일정인 호찌민 묘소 참배 후 북한행 특별열차를 타기 위해 동당역으로 떠난 직후였다. 김 위원장 일행과 경호원 등이 머물렀던 멜리아 호텔에선 일부 경호원이 후발대로 남아 김 위원장 ‘흔적 지우기’ 등 철수 준비에 한창이었다. 멜리아 호텔 측은 김 위원장이 호텔을 ‘체크아웃’한 지 1시간가량 지나자 경호를 일부 완화했다. 일반인 숙박객이 북측 숙소인 17∼22층에 아예 올라가지 못하도록 엘리베이터 버튼을 막아뒀던 장치도 뗐다. 전날부터 이 호텔에 묵고 있던 기자는 22층부터 차례로 버튼을 눌러봤다. 19층에 불이 들어왔다. 19층에 도착해 호텔방들이 늘어선 통로로 나서자마자 한창 짐을 옮기고 있던 북한 경호원 2명과 눈이 마주쳤다. 짧게 깎은 스포츠형 머리에 검은색 슈트를 입고 인공기 배지를 왼쪽 가슴에 달고 있었다. 김 위원장의 리무진을 에워싼 밀착 경호로 이른바 ‘방탄 경호단’으로 불린 호위사령부 소속 경호원들이었다. 위협적인 걸음걸이로 기자에게 성큼성큼 다가온 북측 경호원들은 “어디서 오셨습네까?”라고 물었다. “남쪽에서 온 기자”라고 하자 한 경호원이 “이쪽으로 와보라”며 팔을 잡아끌고 짐을 옮기고 있던 화물 엘리베이터 칸으로 데려갔다. 경호원 간부로 보이는 인물은 경호원들에게 “철저히 조사하고 여기(베트남) 공안에 넘기라”고 지시했다. 경호원들은 가장 먼저 휴대전화를 빼앗아 숙소 사진을 찍은 것이 없는지 일일이 검사했다. 그사이 화물 엘리베이터를 통해 김 위원장과 북측 대표단이 머물던 20∼22층에 남아 있던 짐들이 검은색 캐리어에 담겨 옮겨졌다. 매트리스를 아예 통째로 객실 밖으로 빼오는 장면도 포착됐다. 김 위원장의 머리카락, 지문 등 생체 정보를 지우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호하는 음식 정보도 비밀이었으나 지난달 27일 스테이크가 메인 요리였던 만찬을 차렸던 폴 스마트 메트로폴 호텔 총괄셰프를 통해 일부가 드러났다. 그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고기 익힌 정도를 ‘미디엄 레어’에서 ‘베리 레어’, 트럼프 대통령은 ‘웰던’을 희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요리사로부터 들은 이야기라면서 “김 위원장이 캐비아, 랍스타, 푸아그라 등 고급 식재료를 좋아하고 즐긴다”고 전했다. 이렇게 10여 분간 조사가 이어져 질문이 뜸해질 즈음 기자는 이들에게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아쉽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 경호원이 “회담이 잘 안 됐습네까? 기자 선생이니 잘 알지 않습네까?” 하고 질문을 던져왔다. 왜 합의가 결렬됐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는 듯했다. “이번 회담에서 합의를 내지는 못했지만 다음에도 회담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자가 답하자 옆에 있던 이 경호원은 “단번에 (합의가) 될 수야 있겠느냐” “미국은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통령은 4년에 한 번씩 바뀌기 때문에 (회담이 잘되려면) 미국에만 기대선 안 된다.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 민족이 빨리 통일이 돼야 한다”며 “우리 민족이 세계 최고의 민족 아니냐. 근데 지금 미국이 한반도 반쪽을 차지하고 (한국에) 이래라저래라 하게 둬선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경호원은 “남쪽이 통일 사업에 더 힘을 써야 한다. 남쪽 사람들 모두 통일에 사명을 갖도록 해야 한다”며 “우리(북측)는 다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분위기가 누그러지자 경호원들도 입이 풀리기 시작했다. 한 경호원은 지난해 자신이 서울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자 선생도 다음에 평양에 오시라”고 했다. 다른 한 경호원은 기자에게 대뜸 군 복무를 어디서 했는지 묻기도 했다. “서울 근처에서 복무했다”고 하자 “그럼 3야전(사령부) 소속이냐?”며 호기심을 보였다. 기자가 경호원에게 “(군에) 몇 년 근무했느냐”고 묻자 “우리는 이게 일생의 사명”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대화는 경호원들의 간부가 다가서면서 20분 만에 끝났다. 이 간부는 기자에게 “니 어찌 (여기에) 올라왔나. 직접 말해보라우”라며 경위를 캐묻더니 경호원들에게 “빨리 내려보내라우”라고 지시했다. 이들은 이날 평양으로 떠났다.하노이=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북-미 정상의 ‘하노이 노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북한이 이례적으로 심야 기자회견을 열어 반박하고, 이를 미 국무부가 재반박하자 다시 북한이 반박하면서 협상 무산의 책임을 놓고 북-미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것.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리용호 북한 외무상 등 북-미 외교수장이 상대방의 협상 카드를 공개하는 폭로전 양상까지 보이면서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리 외무상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1일 0시 15분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긴급 회견을 열고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 유엔 제재결의 총 11건 가운데 2016∼2017년 채택된 5건 중 민수경제,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만 먼저 해제하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전면적인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 리 외무상은 또 “미국이 유엔 제재의 일부를 해제하면 우리는 영변 핵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이라며 미국에 제안한 비핵화 조치 내용을 공개했다. 미국은 곧바로 재반박에 나섰다. 하노이 회담을 마치고 필리핀을 방문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은 기본적으로 전면적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국무부 고위 관계자도 브리핑에서 리용호의 제재 관련 언급에 대해 “이런 말들은 말장난(parsing words)”이라고 일축한 뒤 “북한이 우리에게 제의한 것은 영변 핵시설의 일부(a portion)였다”고 밝혔다. 그러자 최선희는 이날 오후 또다시 하노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왜 미국이 이런 거래 방식을 취하는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의아함을 느끼고 계시고 (비핵화 협상에 대해) 생각이 좀 달라지신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런 회담을 계속해야 될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앞서 최 부상은 새벽 회견에선 “위원장 동지(김 위원장)께서 이런 조미(북-미) 거래에 대해 좀 의욕을 잃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도 했다. 다만 북-미가 대화의 판 자체를 뒤엎을 정도로 충돌을 이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아직은 더 많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담판 과정에서 김 위원장에게 “더 통 크게 하라(go bigger). (완전한 비핵화 조치에) 올인해라. 우리도 마찬가지로 올인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고 국무부 관계자가 1일 전했다. 김 위원장은 2일 오전 특별열차로 귀국길에 오른다.하노이=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 전채은 기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1일 영변 핵 폐기 조치 외에 미국이 요구한 한 가지 ‘추가 조치’를 합의 결렬의 이유로 지목했다. 리 외무상은 이날 0시 15분 긴급 기자회견에서 “회담 과정에서 미국 측은 영변 핵 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다”며 “미국이 우리 주장을 수용할 준비가 안 됐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영변 플루토늄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시설 폐기 외에 미국이 요구한 ‘플러스알파’ 조치가 합의 실패의 결정적인 배경이었다는 얘기다. 미국이 요구한 ‘플러스알파’ 조치는 모든 핵시설에 대한 신고인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리 외무상의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담에서 북한에 완전한 핵 신고를 요구했다”며 “앞으로도 이를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영변 핵시설 폐기에 착수하는 시점에 북한의 포괄적인 핵시설·무기 리스트 제출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하노이=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일(현지 시간) 응우옌푸쫑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베트남 공식 친선방문 일정에 나섰다.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가 무산된 가운데 김 위원장은 경제시찰 등의 행사를 취소하고 귀국 일정을 8시간 앞당겨 2일 오전 북한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지 닷새 만에 ‘빈손’으로 귀국길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 28분 베트남 주석궁을 찾아 응우옌푸쫑 주석과 북-베트남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조미(북-미) 수뇌(정상)회담 기간에 베트남 동지들이 우리의 활동을 위해 성심성의로 모든 것을 다해서 보장해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조선(북한)-베트남 사이 친선의 역사는 가릴 수도, 지울 수도 없는 그런 친선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가슴으로 느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 및 응우옌티낌응언 베트남 국회의장과 잇따라 면담을 가진 뒤 하노이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베트남 지도부와 만찬을 갖고 공식친선 방문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김 위원장은 당초 2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베트남 권력서열 2, 3위인 응우옌쑤언푹 총리, 응우옌티낌응언 국회의장과의 면담을 이날 오후로 당겼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2일 오전 전쟁영웅·열사 기념비와 호찌민 전 베트남 국가주석의 묘에 헌화하는 일정만 소화한 뒤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당초 계획보다 귀국 일정이 8시간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베트남 북부 항구도시인 하이퐁시와 삼성전자 공장이 있는 박닌성 등 김 위원장의 경제시찰은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귀국길에도 전용열차를 타고 중국을 관통해 북한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베이징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광시좡(廣西壯)족자치구 난닝(南寧) 철도역에는 열차가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없도록 막는 가림막 공사가 진행됐다. 난닝역은 김 위원장이 베트남에 도착하기 직전 들렀던 곳. 김 위원장은 당시 난닝역에 잠시 정차해 역사에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중국은 김 위원장이 특별열차로 돌아갈 경우 단둥(丹東)역이나 선양(瀋陽)역 등 주요 경유지에 가림막을 설치해 이동 동선을 노출하지 않도록 배려해왔다.하노이=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1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측 반응을 보며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앞으로 조미(북미) 거래에 의욕을 잃지 않으시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리용호 외무상의 기자회견에 배석한 최 부상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자리에서 “앞으로 이런 기회 다시 미국 측에 차려지겠는지 여기에 대해선 장담 힌들다”며 이 같이 말했다. 최 부상은 “수뇌회담을 옆에서 보면서 국무위원장 동지가 미국식 계산법에 대해 이해가 잘 가지 않아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며 이번 회담에서 미국에 대한 김 위원장의 불만이 상당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최 부상은 또 “지난 시기 있어보지 못한, 영변 핵 단지를 통째로 폐기하는 제안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부분적인 제재 결의까지 해제하기 어렵다는 미국 측 반응을 보며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앞으로 조미 거래에 대해 의욕 잃지 않으시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도 했다. 미국과의 대화 대신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어 “미국의 핵 박사,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가 영변 핵시설 농축 우라늄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며 “그런 공장까지도, 거대한 농축 우라늄 공장을 포함한 모든 핵시설 영구적으로 되돌릴 수 없게 폐기할 데 대한 제안 내놨지만 미국 측의 대답이 호응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직 다음 회담 정해진 것은 없다”며 “앞으로 이런 기회 다시 미국에 차려 지겠는지 여기에 대해선 장담이 힘들다”고 말했다. 하노이=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사상 초유의 정상합의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전례 없는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 북-미간 진실게임 양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특히 북한은 영변 핵 폐기 조치 외에 미국이 요구한 한 가지 ‘추가 조치’를 합의 결렬의 이유로 지목했다.●北이 해제 요구한 민생 관련 제재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을 전면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중 리 외무상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 내용은 두 가지.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조건으로 전면적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다는 것과 미국이 북한에 모든 핵시설의 폐기와 포괄신고를 요구했다는 대목이다. 리 외무상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결의 총 11건 가운데 2016~2017년 채택된 5건 중 민수(민생)경제,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무산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전면적인 제재 완화를 요구했지만 미국은 그런 요구는 들어줄 수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해제를 요구했다고 언급한 민생경제 관련 대북제재는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발사 도발로 채택된 유엔결의 2397호에 담긴 석유수입 제한 조치와 2371호의 북한 신규 해외노동자 수출 금지 등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미국과 실무협상 과정에서도 현재 50만 배럴로 제한된 정유제품 수입한도를 늘려달라고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딜브레이커’는 핵리스트 신고? 미국이 요구한 비핵화 조치에 대해서도 북-미간 주장이 엇갈렸다. 리 외무상은 “이번 회담에서 현실적인 제안을 했다”며 “영변지구 플루토늄, 우라늄을 포함해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국 전문가 입회 하에 두 나라 기술자 점검해 영구적으로 폐기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영변 핵시설 가운데 2007년 6자회담으로 이미 불능화를 약속한 바 있었던 플루토늄 생산 시설뿐만 아니라 우라늄 농축 시설까지 모두 폐기하고 이를 검증받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회담 과정에서 미국 측은 영변 핵 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다”며 “미국이 우리 주장을 수용할 준비가 안됐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했다. 리 외무상이 하노이 합의 결렬의 핵심 이유로 꼽은 ‘한 가지 조치’는 모든 핵시설에 대한 포괄적 신고가 유력한 것으롭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우리에겐 (비핵화) 일정표와 순서가 있다”며 “영변 핵시설을 해체한다고 해도 그 외에도 미사일 시설과 핵탄두 무기 시스템 등이 남아 있다. 핵 목록 신고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더욱 어려워진 비핵화 협상 재개 다만 북한의 직접 밝힌 비핵화 조치에 대해서도 북한이 요구한 대북제재 해제에 충분조건이 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북한이 지목한 2016~2017년 대북제재 조치는 4~6차 핵실험과 잇따른 ICBM 도발로 채택된 제재들. 핵시설리스트를 제출을 피하면서 이 기간 생산한 핵탄두나 ICBM 기술 등을 그대로 두고 영변 핵시설만 폐기하면서 대북제재의 시계를 2016년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 석유수입 제한 조치 등이 북한을 압박해온 핵심적인 조치라는 이유에서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직접 반박하고 나서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리 외무성은 “우리의 이런 입장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미국 측이 협상을 재개하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일어나서 (회담장을) 박차고 나온 것은 아니다. 악수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노이 선언 합의가 결렬된 28일 정상회담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분위기는 아주 좋았고 우호적이었다”며 “김정은 위원장과 매우 생산적인 이틀을 보냈다. 서로 간의 따뜻함이 있었고 이런 따뜻함은 유지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계속 지켜볼 것”이라면서도 “일단 관계는 계속 유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에 대해 “그는 괜찮은 사람(quite a guy)이고 대단한 인물(quite a character)”이라고 했다. 초유의 합의 실패로 귀결된 하노이 정상회담이 그동안 과시했던 김 위원장과의 ‘친구 관계’의 파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차이를 언급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 우리는 36시간 전보다 분명히 가까워졌다”면서도 “김 위원장과 대통령은 매우 다른 정치체제를 갖고 있고, 세대도 다르다는 점을 덧붙이고 싶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매우 다른 체제다. 그건 사실이다”며 맞장구쳤다. 독재국가 북한의 지도자인 김 위원장과 결단의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노이=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가진 두 번째 핵 담판이 결렬됐다. ‘영변+α’와 대북제재 전면 해제를 둘러싼 줄다리기 끝에 정상회담이 파행된 것. 지난해 싱가포르 1차 회담 후 비핵화 진전을 위한 261일간의 협상 노력이 무산되면서 한반도 정세는 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28일(현지 시간) 오전 하노이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확대 정상회담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예정돼 있던 오찬과 공동합의문 서명식을 취소하고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회담 시작 4시간 반 만이다. 합의 무산 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선언문이 준비돼 있었지만 (서명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언제라도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제재 문제 때문에 (합의가) 결렬됐다. 북한은 전면 제재 완화를 원했지만 미국은 그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영변이 대규모 핵시설인 것은 분명하지만 영변 해체만으로는 미국이 원하는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영변 외의) 고농축 우라늄 시설과 기타 핵 시설에 대한 해체도 필요했지만 김 위원장은 준비가 안 돼 있었다”고 했다. 북한에 우라늄 농축시설 등 모든 핵시설 폐기와 포괄적 신고 등 ‘영변+α’ 조치를 요구했으나 김 위원장이 거부해 합의가 결렬됐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 후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을 타고 워싱턴으로 떠났다. 북-미 정상은 이날 회담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회담 모두발언에서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no rush)”고 5차례에 걸쳐 강조하며 장기전을 예고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우리에겐 시간이 제일 중요하니까”라며 조속한 대북제재 완화를 촉구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은 동력이 급속히 떨어지게 됐다. 특히 현대 외교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정상회담 합의 결렬로 북한이 고수해 온 정상 간 ‘톱다운(Top-down)’ 방식의 협상도 당분간 적용하기 어렵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오래 시간이 지나야 될 수도 있다. 조만간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귀국길 기내에서 취재진에 “북한과 다음 실무협상 날짜를 잡지는 않았다”면서 “양측이 조직을 재정비하기까지는 꽤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경협은 물론이고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고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대화해서 그 결과를 알려주는 등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하노이=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2차 북-미 정상간 합의가 결렬되자 하노이 외교가에선 “며칠 전부터 불안한 시그널이 감지됐는데 현실이 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견은 명확했고 간극을 좁힐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양보 없는 치킨게임을 펼친 두 정상은 유례없는 정상회담 합의 결렬이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빅딜 아니면 합의 없다” 양보 안 한 美 정상회담 직전인 28일 오전(현지 시간) 하노이에서 만난 미 정부 관계자는 “오전 8시 45분 현재 북-미가 비핵화 합의를 전혀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합의 여부는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했다”면서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비관적 전망은 5시간여 만에 현실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에서는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원했지만 저희는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핵화 의지가 없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던 김 위원장은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내걸고 전면적인 대북제재 해제를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외 고농축우라늄 시설 등 모든 핵시설과 미사일에 대한 포괄적 신고와 폐기를 요구했다.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과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좁힐 수 없는 간극을 재확인한 것. 미국은 지난달 21일부터 진행된 실무협상 초기부터 ‘영변+α’에서 양보(back-down)할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 21일부터 닷새간 이어진 실무협상에서 영변 핵시설 동결과 종전선언 등 초기 조치들에 대해 의견을 모으고도 정작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 도착한 26, 27일엔 실무협상을 중단한 이유다. 현지 소식통은 북-미 정상의 첫 대면을 앞두고 “비핵화를 어디까지 합의하느냐에 따라 다 될 수도, (기존 합의가) 모두 무너질 수도 있다”고 했다.○ 톱다운 고집하며 ‘살라미 전술’ 편 北의 오판 하노이 합의 무산을 두고 비핵화 조치를 잘게 쪼갠 ‘살라미 전술’로 나선 김 위원장의 오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 등은 지난해 9월 남북 평양공동선언과 11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당시 이미 북한이 공개한 카드다. 미국이 모든 핵시설의 폐기와 포괄 신고를 내걸면서 ‘빅딜’의 조건이 달라졌는데도 김 위원장이 영변 외 핵시설과 핵무기를 남겨두고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핵군축’ 카드를 내밀었다가 65시간 40분의 열차 행군의 소득도 없이 돌아가게 된 셈이다. 시간 부족도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주도권을 유지하려던 북한은 지난해 하반기 미국의 잇따른 고위급·실무급 회담 제안에 응하지 않다가 지난달 6일에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새로운 카운터파트로 지명된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평양에서 첫 실무협상을 가졌다. 1차 실무협상으로부터 정상회담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20일로 ‘빅딜’을 추진하기엔 턱도 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던 셈이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미 회담에 대한 불신이 커진 미국 국내 정치 상황도 합의 무산의 원인으로 꼽힌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르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한 건 북한에 좀 더 요구해 보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번엔 서명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깔고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분석했다.하노이=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 기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1일 “미국이 우리 주장을 수용할 준비가 안 됐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우리의 요구는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 합의가 결렬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미국으로 돌리며 앞으로도 이번 회담에서 요구한 수준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리 외무상은 이날 오전 0시 15분경 숙소인 멜리아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제2차 조미(북미)회담과 공동인식으로 이룩된 해결 원칙에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현실적인 제안을 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리 외무상은 “미국이 유엔 제제 일부 즉 민수(민생)경제와 인민생활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하면 우리는 영변지구 플루토늄, 우라늄을 포함해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국 전문가 입회 하에 두 나라 기술자 점검해 영구적으로 폐기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이어 “이것은 조미(북미) 양국사이의 현 신뢰 수준 놓고 볼 때 현 단계에서 우리가 내짚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 “전면적인 제재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결의 총 11건 가운데 2016~2017년 채택된 5건 중 민수경제,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그러나 회담 과정에서 미국 측은 영변 핵 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다”며 “미국이 우리 주장 수용할 준비 안 됐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주장했다. 리 외무상은 또 “현 단계에서 우리가 제안한 것보다 더 좋은 합의 될 수 있을지 이 자리에서 말하기 힘들다. 이런 기회마저 다시 보기 힘들 수도 있다”고 했다. 북한의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내놓을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며 미국에 공을 넘긴 것. 리 외무상은 이어 “완전한 비핵화 여정에는 반드시 이러한 첫 단계 공정이 불가피하며 우리가 내놓은 최선의 방안이 실행되어야 한다”며 “우리 이런 입장에는 추호도 변함 없을 것이며 미국측과 다시 협상을 재개하는 경우에도 우리의 방안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회담 결렬 11시간만에 기자회견을 자청해 미국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비핵화 협상 재개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북한 측이 베트남 외교부를 통해 “북미 합의 결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싶다”는 뜻을 전하면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북한이 해외에서 외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연 것은 처음이다.하노이=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현지 시간) “260일 동안의 불신과 오해를 깨버리고 하노이까지 걸어왔다”며 “이번에 모든 사람들이 반기는 훌륭한 결과가 만들어질 거라고 믿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회담도 (1차 회담과) 같거나 더 훌륭한 회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이날 오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에서 첫 일대일 회담을 가졌다. 오후 6시 28분 회담장에 동시에 들어선 북-미 정상은 악수를 하며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이어 260일 만에 재회했다. 굳은 표정으로 회담장에 들어선 김 위원장은 먼저 “불신과 오해의 눈초리들도 있고, 적대적인 반응이 우리가 가는 길을 막으려고 했지만 우린 그것들을 다 깨버리고 극복해서 마주 걸어 260일 만에 하노이까지 걸어왔다”며 “생각해 보면 어느 때보다도 많은 고민과 노력 특히 인내가 필요했던 기간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비핵화 선행 조치를 취했음에도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우회적으로 토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을 갖고 있다. 당신은 위대한 지도자로서 굉장한 미래를 갖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길 기대하고 우리도 돕겠다”고 했다.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영변+α’의 비핵화 조치를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이다. 두 정상은 통역만 배석한 채 20분 동안 단독 회담을 한 데 이어 ‘3+3 친교 만찬’을 갖는 등 이날 2시간 20분가량 첫 만남을 가졌다. 북-미 최고 지도자가 만찬을 함께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두 정상은 28일 발표할 하노이 선언문의 큰 방향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쟁점인 ‘영변+α’와 제재 완화 간 접점을 찾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을 시작하면서 “내일 많은 일들이 풀릴 것이며 환상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8일 같은 장소에서 단독·확대 회담과 업무오찬을 갖는다.하노이=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일대일 회담을 갖기 전 각자의 방식대로 하노이 핵 담판을 준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 지도부와의 연쇄회동 및 업무오찬을 하며 틈틈이 트위터로 비핵화를 촉구하는 등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내 친구(friend) 김정은에게 역사상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훌륭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을 처음 ‘친구’라고 부르며 친밀감을 과시한 것. 이어 베트남 지도부와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주석궁에서 가진 응우옌푸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베트남은 매우 짧은 시간에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냈다. 좋은 생각을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본보기”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회담 준비 과정에서도 다시 트윗을 올려 “북한을 경제 강국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전까지 호텔에 머물며 회담을 준비했다. 전날 오후 50분간 주베트남 북한대사관을 방문한 것을 제외하면 이날 회담 전까지 하노이에서 보낸 31시간 중 30시간을 호텔에만 머문 것.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동지가 26일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해 제2차 조미 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 실무대표단의 사업 정형을 보고받았다”며 김 위원장이 호텔방 내 원탁 테이블에 앉아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의 보고를 받는 사진을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맞은편에 앉은 김혁철에게 뭔가 지시하고 김혁철은 김 위원장을 보며 메모하는 장면을 찍은 것이다. 김 위원장의 오른쪽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찬에 배석한 리용호 외무상과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 왼쪽에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앉았다. 하노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문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