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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의 소설 ‘왕자와 거지’부터 이병헌 주연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까지. 영화나 연극에서 1인 2역은 끊임없이 변주돼 온 형식이다. 최근 국내 드라마에서도 ‘1인 2역’ 열풍이 불고 있다. 올해만 벌써 배우가 1인 2역으로 등장한 작품이 6편이나 된다. 그들은 차별화에 성공했을까, 또 한번 뻔한 식상함으로 시청자들을 실망시켰을까. 우선 1인 2역 작품의 소재와 형식이 다양화하고 진화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달 25일 첫 방영을 한 SBS 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에서 배우 윤시윤은 쌍둥이 형제인 판사와 전과 5범을 연기한다. 형의 부재로 얼떨결에 판사가 된 전과자 한강호는 틀을 깨는 ‘사이다’ 판결로 통쾌함을 선사한다. 제작진은 “식상한 쌍둥이 소재를 어떻게 활용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며 “엘리트 교육을 받지 않은 인물이 판결을 내릴 때 서민이 더 공감할 수 있다는 측면에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4, 5월에 방영했던 KBS2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은 판타지적 요소인 ‘빙의’라는 소재를 사용했다. ‘연기 본좌’라 불리는 김명민이 1인 2역을 맡아 성공만 바라보는 냉혈한과 인간미 넘치는 중국집 사장을 자연스레 넘나들었다. 7월에 종영한 SBS ‘기름진 멜로’에선 연기파 중년 배우 이미숙이 재벌집 사모님을 연기하면서도 길거리 의문의 여성 역할도 선보여 재미를 더했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극적 효과의 극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 1인 2역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자칫 느슨할 수 있는 드라마의 서사에 1인 2역이 주는 긴장감과 상상력이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얘기다. 한 드라마 PD 역시 “1인 2역은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 쉬운 장치”라고 인정했다. 배우로서도 1인 2역은 탐나는 역할이다.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외모 변화로 이미지를 바꾸고, 작은 말투나 몸짓의 차별화로 연기력도 증명한다. 착한 이미지가 강하던 윤시윤은 ‘친애하는…’에서 껄렁껄렁한 깡패 역할을 거부감 없이 소화해 호평을 받았다. 7일 종영한 KBS2 ‘너도 인간이니?’에서 서강준 역시 인간과 로봇을 넘나드는 연기로 화제를 모았다. 1인 2역을 연기하는 배우에겐 금전적 보상도 상당하다. 윤시윤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출연료가 2배까진 아니지만 섭섭지 않게 받았다”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극 중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당연히 개런티에 ‘플러스알파’가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1인 2역은 대체로 판타지적 요소가 짙어 억지스럽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배우는 돋보일지언정 극의 개연성은 떨어지는 경우가 잦다. 점 하나 찍었다고 아무도 몰라보는 ‘아내의 유혹’ 수준이 반복돼선 곤란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빈약한 개연성을 무마하기 위해 유머 코드가 과도하게 삽입되는 경우가 많은 점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본방은 정말 못 보겠더라고요. 시청자 반응을 보고 (제 연기에 대한) 욕이 없으면 안도하면서 재방을 봤어요. 생각보다 (제 연기가) 괜찮던데요?” 빡빡머리에 날카로운 눈매, 보기만 해도 섬뜩하다. 그러나 숨길 수 없는 장난기가 묻어나는 배우 이정현(28)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2일 만났다. 그는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일본군 츠다 하사를 연기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조선인을 괴롭히는 악랄한 모습에 시청자들은 “진짜 일본인인 줄” “소름 끼친다”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존재감으로 따지면 주연급”이라는 찬사도 쏟아졌다. 이제 츠다 하사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지난달 28일 방영된 7화에서 고종에게 사형선고를 받고 조용히(?) 퇴장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꿈을 꾸는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츠다 하사를 ‘악의 화신’으로 느끼셨다면 만족합니다.” 츠다 하사의 광기를 그려내기 위해 싸늘한 표정 연기는 물론이고 혀를 날름거리는 연습까지 했다. 한창 촬영이 진행되던 올해 5월 충남 논산시에 세트장이 완공되고 고사를 지낼 때 이응복 PD는 그에게 “너무 악랄한 캐릭터를 맡겨 미안하다”며 웃었다. 그에게 ‘일본인 역할’은 낯설지 않다. 영화 ‘박열’에서 자경단 일원으로, KBS 드라마 ‘임진왜란 1592’에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로 출연해 일본어를 완벽하게 구사했다. 용인대 유도학과에 들어가 2011년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갔던 경험이 도움이 됐다. 이를 유심히 지켜본 김은숙 작가, 이응복 PD가 그를 ‘미스터 션샤인’에 오디션 없이 캐스팅했다. “(김은숙 작가를) 꼭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 대본을 보면 배우가 작품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바로 알 수 있거든요.” 지난달 촬영을 마쳤지만 그는 여전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지금도 대본을 받아본다고 했다. 촬영 중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츠다 하사가 유진(이병헌 역)과 총구를 겨누는 장면에서 방아쇠를 당겼는데 격발이 된 것. 대본대로라면 츠다 하사가 조선인에게 총을 난사한 후여서 빈총이어야 했다. 총을 쏘면 큰 소리와 함께 센 바람이 나가는데, 이게 이병헌의 뺨을 강타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뭐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도 정말 떨렸어요. 이병헌 씨도 다치지 않았고 괜찮다고 했지만 엄마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났을 정도였으니까요. 하하.” 그는 더 다채로운 모습의 ‘신 스틸러’를 꿈꾼다. 롤 모델도 단역부터 다양한 역할로 커리어를 다져온 배우 이범수다. 사실 이정현은 ‘갸스비’ ‘요기요’ CF에서 우스꽝스러운 연기도 선보인 바 있다. “청춘물, 코믹 연기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요즘 머리도 기르고 있다니까요.”(웃음)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기록적인 폭염으로 사망자 속출.’ 무심결에 들여다본 스마트폰 기사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세계는 참 불안하다. 국제테러단체들이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인다. 전문가들은 안보와 경제의 위기를 거론하며 비관론을 쏟아낸다. 그들 말대로 세상은 정말 살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일까? 스웨덴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저술가인 저자는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제목 그대로, 세상은 진보하고 있다 외친다. 한술 더 떠서, 동시대인은 인류의 진보가 세운 업적을 누리고 사는 ‘행운아’다. 물론 진보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단 얘기는 아니다. “삶을 개선하기 위해 투쟁했던 선조의 놀라운 성취 덕분”이다. 역사적 사실과 통계가 이 같은 낙관론을 지탱한다. 인구가 식량 생산능력보다 빠르게 성장할 거라던 경제학자 맬서스의 저주는 농업기술의 발달로 여지없이 깨졌다. 인류가 평균적으로 부유해지고 교육 수준이 높아지며 낮아진 출산율도 한몫했다. 1900년 31세였던 기대수명은 오늘날 71세로 껑충 뛰었다. 겨우 100여 년 전인 19세기 유럽 거리를 떠올려 보라. 말의 똥오줌으로 뒤덮여 위생을 논할 수준도 못 됐다. 900년부터 현재까지 유럽에선 매년 평균 두 건의 전쟁이 벌어졌다. 세계적으로 따져 봐도 500년 동안 매년 4건의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 자유, 평등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지표는 어떤가. 개신교와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도덕적 개인주의가 부상했고, 기대수명이 높아지자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 수준도 높아졌다. 가축에 매달아 사지를 찢거나 화형을 하는 나라는 더 이상 없을뿐더러, 사형제는 점점 폐지되는 추세다. 참정권 운동, 민주주의 확산으로 여성과 성소수자의 권리도 신장하고 있다. 하지만 수치의 함정은 인류의 진보를 살피는 데 큰 방해요소가 되기도 한다. “극빈자 수는 1820년 10억 명가량이었는데 오늘날은 7억 명이다. 이것이 진보가 아닌 것처럼 들린다면…. 빈곤 속에서 살아야 할 위험이 94%에서 11%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불안할까? 답은 간단하다. 매일 끔찍하고 우울한 뉴스, 긍정보다 부정적인 것에 민감한 인간의 심리 때문이다. 저자는 “‘만사가 잘 굴러간다’는 제목의 기사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최근 전쟁들은 염두에 두면서도, 스리랑카와 앙골라, 차드 등에서 분쟁이 끝난다는 건 금방 잊어버린다. ‘진보’는 도발적이고 흥미롭지만 상당히 단편적이다. 좀 세게 말하자면, ‘꼰대’스럽다. 소득 격차나 청년 실업, 세대 갈등 등 현시대의 사회 문제를 냉철하게 바라보질 않는다. 다소 공허한 당위론에 그치는 느낌이다. 뭣보다 상대적 불평등이 지닌 심각성을 적절히 짚지 못했다. 물론 요즘 하루에 밥 한 끼 못 먹을까 봐 걱정하는 이들은 확실히 줄었다. 하지만 다 같이 못 먹는 것보다 남만큼 못 먹는 게 더 불행하지 않은가. 왠지 “힘들다”는 청년의 한숨에 “예전에 비하면 행복한 줄 알라”고 일침을 가하는 기성세대가 떠오른다. 그렇더라도 이 책은 참 신선하다. 인류의 진보를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적지 않다. “옛날이 좋았다”며 과거로 회귀하려는 이 시대의 스트롱맨들, 여전히 권위주의적인 정치인과 독재자, 테러리스트 등에겐 따끔한 경고가 될 만한 책이다. 어쨌거나 세상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나. 책 제목만 보고, 보수와 진보나 떠올리는 이들에게도 한마디. 당신은 인류의 진보에 지금 도움이 되고 있는가.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조국통일 염원합니다.” “북조선 동포 여러분 좋은 하루 되시오!” 지난달 유튜브 채널 ‘붉은별TV’에서 북한 라디오 방송이 생중계됐다. 김일성, 김정일 동상이 세워진 평양 시내를 비추는 화면과 함께 북한 가요가 흘러나오자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일부 누리꾼이 댓글을 달았다. 지난해 7월 만들어진 ‘붉은별TV’의 구독자는 국내외 8300여 명. 조선중앙TV 등 북한 방송을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거나 편집해 제공한다. 북한 콘텐츠에 대한 누리꾼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4·27 남북 정상회담, 6·12 북-미 정상회담 등 최근 남북 관계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 속에서 북한의 원본 영상을 보려는 이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붉은별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사시설을 사찰하거나 북한군이 훈련하는 장면, 주민들이 정권 찬양 행사에 참여하는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이 채널은 조선중앙방송위원회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튜브 채널 ‘KCTV’가 지난해 삭제된 뒤 만들어졌다. “북한 정부에서 운영하는 채널이냐” “실시간 생중계 잘 보고 있다” 등 댓글이 달리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운영된다는 것 외에 이 채널에 대한 정보는 파악하기 어렵다. 일부 누리꾼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북한 방송을 볼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제목이 ‘북한 원본 좌표’인 유튜브 채널이나 웹사이트를 소개하는 식이다. 최근 한 인터넷 카페에는 ‘촛불혁명을 숨김없이 보도했던 북한방송’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유튜브 채널 ‘조선의 오늘’ 인터넷접속주소(URL)가 소개됐다. ‘조선의 오늘’은 ‘우리민족끼리’와 유사한 대남 선전 매체로, 불법 유해 사이트로 분류돼 국내 접속이 차단돼 있다. 우리 국민이 유튜브 등을 통해 북한 콘텐츠를 보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지만 콘텐츠 자체는 차단 대상이다. 온라인에 무단으로 배포할 경우에도 북한에 대한 찬양·고무를 금지한 국가보안법 제7조 위반에 해당돼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이름만 바꾼 친북 성향 채널이 생겨나는 것을 일일이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국가정보원, 경찰청 등 수사기관의 심의 요청을 받아 북한 통치 이념과 3대 세습을 찬양하는 콘텐츠에 시정명령을 내린다. 방심위가 내린 시정명령은 지난해 1662건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6월까지 1257건이나 됐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조국통일 염원합니다.” “북조선 동포 여러분 좋은 하루되시오!” 지난달 유튜브 채널 ‘붉은별TV’에서 북한 라디오 방송이 생중계됐다. 김일성, 김정일 동상이 세워진 평양 시내를 비추는 화면과 함께 북한 가요가 흘러나오자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일부 누리꾼들이 댓글을 달았다. 지난해 7월 만들어진 ‘붉은별TV’의 구독자는 국내외 8300여 명. 조선중앙TV 등 북한 방송을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거나 편집해 제공한다. 북한 콘텐츠에 대한 누리꾼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4·27 남북 정상회담, 6·12 북-미 정상회담 등 최근 남북 관계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 속에 북한의 원본 영상을 보려는 이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붉은별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사시설을 사찰하거나 북한군이 훈련하는 장면, 주민들이 정권 찬양 행사에 참여하는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이 채널은 조선중앙방송위원회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튜브 채널 ‘KCTV’가 지난해 삭제된 뒤 만들어졌다. “북한 정부에서 운영하는 채널이냐”, “실시간 생중계 잘 보고 있다” 등 댓글이 달리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운영된다는 것 외에 이 채널에 대한 정보는 파악하기 어렵다. 일부 누리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북한 방송을 볼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제목이 ‘북한 원본 좌표’인 유튜브 채널이나 웹사이트를 소개하는 식이다. 이모 씨(30)는 “북한에서 국내 이슈를 어떤 시각으로 다루는지 궁금해 주기적으로 찾아본다”며 “처음 접하는 드라마나 광고를 보는 것도 흥미롭다”고 했다. 최근 한 인터넷 카페에는 ‘촛불혁명을 숨김없이 보도했던 북한방송’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유튜브 채널 ‘조선의 오늘’ 인터넷접속주소(URL)가 소개됐다. “우리나라 언론보다 낫다”, “TV에서도 북한 방송 해줬으면” 등의 댓글이 달렸다. ‘조선의 오늘’은 ‘우리민족끼리’와 유사한 대남선전매체로, 불법유해사이트로 분류돼 국내 접속이 차단돼 있다. 우리 국민이 유튜브 등을 통해 북한 콘텐츠를 보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지만 콘텐츠 자체는 차단 대상이다. 온라인에 무단으로 배포할 경우에도 북한에 대한 찬양·고무를 금지한 국가보안법 제7조 위반에 해당돼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이름만 바꾼 친북성향 채널이 생겨나는 것을 일일이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지금도 유튜브에서는 ‘붉은별TV’ 외에도 ‘인민조선’ ‘dprknow’ 등 여러 채널에서 올라오는 북한 콘텐츠를 여과 없이 접할 수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국가정보원, 경찰청 등 수사기관의 심의요청을 받아 북한통치 이념과 3대 세습을 찬양하는 콘텐츠에 시정명령을 내린다. 방심위가 내린 시정명령은 지난해 1662건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6월까지 1257건이나 됐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동물 책은 뭐가 있나요.” “재밌는 책 추천해 주세요.” 어릴 적 동네 작은 서점에서 주인 할아버지에게 던졌던 질문이다. 막연한 질문에도 할아버지는 주저하지 않고 여러 책들을 꺼내왔다. 베스트셀러 목록 이외엔 책을 추천받기 힘든 요즘 문득 동네의 조그만 서점이 생각난다. ‘있으려나 서점’도 그런 서점 중 하나다. 책에 대한 모든 상상력이 담겼다. 책을 좋아하는 두 사람이 서점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면? 서점 주인이 추천하는 ‘서점 결혼식’을 읽어보자. 축의금은 도서상품권으로 낸다. 신랑 신부가 입장하면 두 사람의 독서 이력을 소개한다. 주인이 주례를 서고 신부는 부케 대신 책을 던진다. 독서 보조 로봇이 있다면? 시끄러운 곳에서 귀를 막아주거나 “여기까지 읽었으니 힘내자”며 독서를 격려한다. 어두운 곳에서 책을 읽으면 야단치고 잠을 자면 깨워준다. 책을 다 읽으면 감상도 들어준다. 고객이 요청하면 서점 주인이 책을 제안하는 큰 틀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희귀한 책부터 책과 관련된 직업이나 명소, 책 관련 이벤트 등 각각의 책 내용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한 번쯤 상상해 봤거나 ‘실제로 이런 책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이게 정말 사과일까?’로 한국에 처음 이름을 알린 요시타케 신스케의 귀여운 그림체도 두세 번 책을 다시 펴게 되는 이유다. 매일 수많은 신간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책들을 분류하고 진열하는 ‘카리스마 서점 직원 양성소의 하루’에서는 그들의 수고로움에 십분 공감할 수 있다. 사람을 책으로 비유하며 “저마다 스토리가 있지만 언뜻 봐서는 그 속내를 알 수 없습니다” “늘 누군가 발견해 주기를 기다리고 안을 들여다봐 주기를 바랍니다” 등의 비유를 담은 ‘책과 같은 존재’에서는 책과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함도 느낄 수 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광장’을 쓴 소설가 최인훈 씨가 25일 영면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엄수된 영결식에는 제자들을 비롯한 문학계 인사 100여 명이 참석해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장례위원장인 김병익 문학과지성사 상임고문(80·문학평론가)은 영결사에서 “선생은 리얼리즘적 요소에 모더니즘 수법을 활용해 한국문학의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 모국어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한자어를 대폭 한글화한 분”이라고 추모했다. 문학평론가 방민호 씨는 “선생은 한반도 북쪽 끝에서 남쪽 끝으로 (군함을 타고) 넘어온 것처럼 고독한 항해를 했다. 현대 한국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 항해사를 떠나 보낸다”고 추모했다. 시인 이진명 씨는 30년 전 서울예대에서 고인과 스승과 제자로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며 추모시를 낭송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시인 정현종 이근배 김정환 김혜순 채호기 이병률 이원 박형준, 소설가 편혜영 천운영 정용준, 문학평론가 정과리 우찬제 권성우 김명인 송종원 씨 등이 함께 했다. 영결식 후 관이 운구차에 오를 때 유족들은 바닥에 엎드려 오열했다. 딸 윤경 씨는 학창 시절 가훈을 적어오라는 숙제에 대해 고인이 “서로 사랑하자”고 답한 일화를 전했다. 유해는 경기 고양시 자하연 일산 공원묘원에 안치됐다.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원래 얌전한 애들이 장난 아니라잖아ㅋㅋ.” “어떻게 해보고 싶네.” 남학생들로만 구성된 경영학과 18학번 단체 채팅방에서 같은 과 여학생들 품평회가 열렸다. 채아(홍서영)는 수업 중 채팅을 하며 키득거리는 남학생들의 머리채를 잡아 뜯으며 응징한다. 이어 ‘니들이 동기냐? 성추행범이지’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학내에 붙인다. 드라마 속 이야기지만 어딘가 익숙하다. 뉴스에 자주 나온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떠오른다. 네이버TV,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 12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12부작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 에피소드 중 일부다. 이 드라마는 새내기 신혜(김다예), 채아 등이 캠퍼스 내 부조리를 경험하며 페미니스트로 성장하는 내용이다. 올해 초 ‘미투(#MeToo·나도 당했다)’ 등 젠더 이슈가 커지면서 여성들에게 ‘페미니스트 드라마’로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는 20, 30대 여성이라면 공감할 생활 속 성폭력을 다뤘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남자 선배가 은근히 손을 만지작거린다. 클럽에서 처음 만난 남성이 음란한 손길을 뻗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신혜는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남성의 요청을 거절하자 “왜 여지를 줬느냐”며 면박을 당한다. 드라마 말미에는 ‘이상하다 느꼈으면 그건 이상한 사람 맞습니다’, ‘다른 사람 품평하기 전에 본인부터 제대로 파악하길’ 등 각 에피소드에서 강조한 메시지를 애니메이션과 함께 한 줄로 정리한다. 이우탁 CJ ENM 스튜디오온스타일팀장은 “젠더 이슈에 관심이 많은 20, 30대 여성의 목소리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신인 배우들을 캐스팅한 이유도 시청자들의 감정 이입을 높이기 위해서다. 남성이 변심한 옛 애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성관계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리벤지 포르노’를 비롯해 대학가 미투, 페미니스트인 여자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상담하는 ‘내 여자친구는 페미니스트’ 등 최근 청년들 사이의 화젯거리가 드라마 주제가 됐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만큼 사전 취재에 공을 들였다. 익명으로 성폭력 경험을 토로하는 ‘대나무숲’ 등 인터넷 커뮤니티를 샅샅이 뒤지고 여성들이 참여하는 ‘혜화역 시위’도 참고했다. 김기윤 PD는 “사전 인터뷰를 한 대학생만 100여 명”이라며 “실제 학생들의 피해는 드라마보다 수위가 높았다”고 말했다.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학내 성폭력을 다룰 때는 실제 성폭력 폭로가 나온 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촬영했다. ‘성폭력 교수 OUT’ 등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의 연구실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현상도 반영했다. 드라마가 방영될 때마다 댓글방은 피해 폭로의 장이 된다. 시청자들이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이라며 본인의 경험을 토로하는 것. 악플이 달릴 때도 있다. 김 PD는 “민감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다뤄야 하는 이야기”라며 “시즌2에서는 직장 내 젠더 이슈를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원래 얌전한 애들이 장난 아니라잖아ㅋㅋ.” “어떻게 해보고 싶네.” 남학생들로만 구성된 경영학과 18학번 단체 채팅방에서 같은 과 여학생들 품평회가 열렸다. 채아(홍서영)는 수업 중 채팅을 하며 키득거리는 남학생들의 머리채를 잡아 뜯으며 응징한다. 이어 ‘니들이 동기냐? 성추행범이지’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학내에 붙인다. 드라마 속 이야기지만 어딘가 익숙하다. 뉴스에 자주 나온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떠오른다. 네이버TV,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 12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12부작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 에피소드 중 일부다. 이 드라마는 새내기 신혜(김다예), 채아 등이 캠퍼스 내 부조리를 경험하며 페미니스트로 성장하는 내용이다. 올해 초 ‘미투(#MeToo·나도 당했다)’ 등 젠더 이슈가 커지면서 여성들에게 ‘페미니스트 드라마’로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는 20, 30대 여성이라면 공감할 생활 속 성폭력을 다뤘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남자 선배가 은근히 손을 만지작거린다. 클럽에서 처음 만난 남성이 음란한 손길을 뻗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신혜는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남성의 요청을 거절하자 “왜 여지를 줬느냐”며 면박을 당한다. 드라마 말미에는 ‘이상하다 느꼈으면 그건 이상한 사람 맞습니다’, ‘다른 사람 품평하기 전에 본인부터 제대로 파악하길’ 등 각 에피소드에서 강조한 메시지를 애니메이션과 함께 한 줄로 정리한다. 이우탁 CJ ENM 스튜디오온스타일팀장은 “젠더 이슈에 관심이 많은 20, 30대 여성의 목소리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신인 배우들을 캐스팅한 이유도 시청자들의 감정 이입을 높이기 위해서다. 남성이 변심한 옛 애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성관계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리벤지 포르노’를 비롯해 대학가 미투, 페미니스트인 여자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상담하는 ‘내 여자친구는 페미니스트’ 등 최근 청년들 사이의 화젯거리가 드라마 주제가 됐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만큼 사전 취재에 공을 들였다. 익명으로 성폭력 경험을 토로하는 ‘대나무숲’ 등 인터넷 커뮤니티를 샅샅이 뒤지고 여성들이 참여하는 ‘혜화역 시위’도 참고했다. 김기윤 PD는 “사전 인터뷰를 한 대학생만 100여 명”이라며 “실제 학생들의 피해는 드라마보다 수위가 높았다”고 말했다.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학내 성폭력을 다룰 때는 실제 성폭력 폭로가 나온 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촬영했다. ‘성폭력 교수 OUT’ 등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의 연구실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현상도 반영했다. 드라마가 방영될 때마다 댓글방은 피해 폭로의 장이 된다. 시청자들이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이라며 본인의 경험을 토로하는 것. 악플이 달릴 때도 있다. 김 PD는 “민감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다뤄야 하는 이야기”라며 “시즌2에서는 직장 내 젠더 이슈를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몸이 아파 대형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 보면 문득 동네의 조그마한 병원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친근한 이웃 같은 의사가 나와 내 가족의 건강에 대해 이야기하고 삶의 고민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병원. 환자들이 대형 병원으로 몰리는 요즘 시대에 이런 병원들은 앞으로 자취를 감출지도 모른다. ‘반딧불 의원’도 그중 하나다. 이 책은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인 저자가 진료실에서 겪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쓴 ‘페이크 다큐멘터리 드라마’다. 해가 질 때쯤 문을 열고 밤 12시가 넘어서야 문을 닫는 이상한 병원. 낮에는 생계에 쫓겨 병원에 올 수 없는 사람들이 야심한 밤 진료실 문을 두드린다. 그들 삶의 고민을 들어주고 아픔을 치유하는 감동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환자들의 아픔은 곧장 사회의 환부와 연결된다. 편의점 사장이 불면증에 시달리는 건 해마다 인상되는 최저임금과 임대료 문제 때문이다. 건설회사 영업부장의 피로감은 한국사회 직장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잦은 술자리가 원인이다. 단순한 처방을 넘어 병의 근원을 찾으려면 이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오래, 자주 들어야 한다. 반딧불 의원을 나서는 환자들은 처방전을 받기도 전에 마음이 가벼워진다. 환자의 마음을 살피고 그들의 편에서 공감하는 의사 덕분이다. 누군가에게 이 책은 올바른 의학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지침서다. 피로는 정말 간 때문일까? 전자담배는 정말 담배보다 나을까? 비타민제를 안 먹어도 될까? 지방 다이어트는 효과가 있을까? 우리는 인터넷, TV 등에서 쏟아지는 건강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과장 광고 등 잘못된 의학 정보도 적지 않다. 사소하지만 누구 하나 명쾌하게 답을 주지 않았던 의학 문제들을 친절하게 풀어준다. 각 에피소드 끝에는 ‘피로’ ‘고혈압’ ‘기능성 위장장애’ 등 반딧불 의사가 진료실에서 다 다루지 못한 건강 지식들을 정리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중국어가 들리는데?” “3초 뒤로 돌려봐요.” 17일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실. 모니터 앞에 모인 직원들이 분주하다. 시선은 일제히 중국 인터넷 음란사이트에 올라온 성관계 동영상을 향해 있다. 얼마 전 ‘영상을 삭제해 달라’는 신고가 들어온 건이다. 신고자와 영상에 나온 여성이 동일인인지 확인하기 위해 동영상을 수차례 돌려본다. 남녀가 뒤섞여 민망할 법하지만 이들은 “처음엔 익숙지 않아 힘겨웠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다. 방심위가 올 4월 신설한 ‘디지털성범죄대응팀’ 팀원들은 매일 음란물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대응팀은 6인으로 구성돼 있다. 하루에 처리하는 성범죄물은 1인당 70여 건. 피해자 신고가 접수되면 원본 영상을 찾아 증거를 확보한다. 채증 자료를 위해 피해자 얼굴, 성관계 장면 등 사진 50여 장을 확보하는 것도 곤욕이다. 한 팀원은 “화질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수십 번씩 돌려보며 초 단위로 영상을 해부하다시피 한다”고 했다. 여러 음란사이트를 통해 복제되는 성범죄물의 특성상 추가 검색도 필수다. ‘○○녀’ 등 키워드를 이용해 수많은 사이트를 찾아야 한다. 5명 위원으로 구성된 통신심의소위원회는 팀원들이 취합한 성범죄물에 대해 접속 차단, 삭제 등 시정 요구를 결정한다. 신속한 처리를 위해 주 1회 열리던 심의 회의도 3회로 늘렸다. 이러다 보니 팀원들이 점심을 거르는 일도 허다하다. 하루 종일 눈이 벌게지도록 성범죄물을 봐야 하기 때문에 대응팀은 방심위의 기피 부서 중 하나다. 방심위 관계자는 “처음 부서에 배치받은 일부 여성 직원은 정신적 충격을 받기도 한다”고 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신고 없이도 심의가 이뤄진다. 주로 ‘일베’ ‘워마드’ 등 여성·남성 혐오주의 인터넷 커뮤니티가 사전 모니터링 대상이다. 최근 워마드에 게재된 태아 훼손 사진 심의는 20일,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진은 23일 열리는 통신소위에서 심의가 열릴 예정이다. 대응팀원들은 “성범죄물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엔 여관, 비디오방에서 찍힌 ‘몰카’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엔 변심한 옛 애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무단으로 성관계 영상을 올리는 ‘리벤지 포르노’와 같이 비동의 유포물이 늘었다. 음란 채팅을 하다가 신체 부위가 노출돼 신고하는 남성들도 생겨났다. 규제를 피하는 수법도 교묘해졌다. 2일 방심위는 인터넷방송에서 화면을 가린 채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음성을 송출한 일명 ‘흑방’에 대해 이용정지 6개월을 내렸다. 음란물을 게재한 뒤 ‘92년생 ○○○’ 등 피해자 신상을 적어놓는 경우도 있다. 전광삼 방심위 상임위원은 “불법인지 아닌지조차 모른 채 이런 성범죄물을 퍼 나르는 누리꾼들이 많다”고 했다. 올 6월까지 방심위에는 성범죄물로 피해를 호소하는 신고가 5646건이나 접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신고 건수는 2977건. 그나마 대응팀의 고군분투로 평균 10.9일이 걸리던 처리 기간은 3.7일로 줄었다. 접속 차단 등 조치가 이뤄져도 해외 서버에는 성범죄물 원본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이를 삭제하기 어렵다는 것은 숙제이자 고충이다. 해외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들이 삭제 요청에 응답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한 유명 유튜버의 노출 사진을 미국 동영상 서비스 업체 ‘텀블러’ 측에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피해자 입증이 어려워 난감하다”는 답을 들었다. 일부 피해자들은 유료로 ‘디지털 장의사’에게 성범죄물 삭제를 의뢰하고 있다. 방심위 통신심의국은 “피해자에게 돈을 받고 정작 사설 업체는 방심위에 심의를 해달라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중국어가 들리는데?” “3초 뒤로 돌려봐요” 17일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실. 모니터 앞에 모인 직원들이 분주하다. 시선은 일제히 중국 인터넷 음란사이트에 올라온 성관계 동영상을 향해 있다. 얼마 전 ‘영상을 삭제해달라’는 신고가 들어온 건이다. 신고자와 영상에 나온 여성이 동일인인지 확인하기 위해 동영상을 수차례 돌려본다. 남녀가 뒤섞여 민망할 법하지만 이들은 “처음엔 익숙지 않아 힘겨웠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다. 방심위가 지난 4월 신설한 ‘디지털성범죄대응팀’ 팀원들은 매일 음란물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대응팀은 6인으로 구성돼있다. 하루에 처리하는 성범죄물은 1인당 70여 건. 피해자 신고가 접수되면 원본 영상을 찾아 증거를 확보한다. 채증 자료를 위해 피해자 얼굴, 성관계 장면 등 사진 50여 장을 확보하는 것도 곤욕이다. 한 팀원은 “화질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수십 번 씩 돌려보며 초단위로 영상을 해부하다시피 한다”고 했다. 여러 음란사이트를 통해 복제되는 성범죄물의 특성상 추가 검색도 필수다. ‘○○녀’ 등 키워드를 이용해 수많은 사이트를 찾아야 한다. 5명 위원으로 구성된 통신심의소위원회는 팀원들이 취합한 성범죄물에 대해 접속차단, 삭제 등 시정요구를 결정한다. 신속한 처리를 위해 주1회 열리던 심의 회의도 3회로 늘렸다. 이러다보니 팀원들이 점심을 거르는 일도 허다하다. 하루 종일 눈이 벌게지도록 성범죄물을 봐야하기 때문에 대응팀은 방심위의 기피 부서 중 하나다. 방심위 관계자는 “처음 부서에 배치 받은 일부 여성 직원들은 정신적 충격을 받기도 한다”고 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신고 없이도 심의가 이뤄진다. 주로 ‘일베’ ‘워마드’ 등 여성·남성 혐오주의 인터넷 커뮤니티가 사전 모니터링 대상이다. 최근 워마드에 게재된 태아 훼손사진 심의는 20일,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진은 23일 열리는 통신소위에서 심의가 열릴 예정이다. 대응팀원들은 “성범죄물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엔 여관, 비디오방에서 찍힌 ‘몰카’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엔 변심한 옛 애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무단으로 성관계 영상을 올리는 ‘리벤지 포르노’와 같이 비동의유포물이 늘었다. 음란채팅을 하다가 신체부위가 노출돼 신고하는 남성들도 생겨났다. 규제를 피하는 수법도 교묘해졌다. 2일 방심위는 인터넷 방송에서 화면을 가린 채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음성을 송출한 일명 ‘흑방’에 대해 이용정지 6개월을 내렸다. 음란물을 게재한 뒤 ‘92년생 ○○○’ 등 피해자 신상을 적어놓는 경우도 있다. 전광삼 방심위 상임위원은 “불법인지 아닌지 조차 모른 채 이런 성범죄물을 퍼 나르는 누리꾼들이 많다”고 했다. 올 6월까지 방심위에는 성범죄물로 피해를 호소하는 신고가 5646건이나 접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신고 건수는 2977건. 그나마 대응팀의 고군분투로 평균 10.9일이 걸리던 처리 기간은 3.7일로 줄었다.접속차단 등 조치가 이뤄져도 해외 서버에는 성범죄물 원본이 남아있을 수 있다. 이를 삭제하기 어렵다는 것은 숙제이자 고충이다. 해외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들이 삭제 요청에 응답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한 유명 유튜버의 노출사진을 미국 동영상 서비스업체 ‘텀블러’ 측에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피해자 입증이 어려워 난감하다”는 답을 들었다. 일부 피해자들은 유료로 ‘디지털장의사’에게 성범죄물 삭제를 의뢰하고 있다. 방심위 통신심의국은 “피해자에게 돈을 받고 정작 사설 업체는 방심위에 심의를 해달라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한국신문협회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3단체가 ‘프레스센터 언론계 환수를 위한 언론인 서명’을 16일 청와대에 전달했다. 언론 3단체는 △프레스센터, 남한강연수원 소유권을 언론계에 반환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이 시설들을 관할하도록 하고 △시설에 대한 언론계의 자율적 관리를 보장하라는 등의 안을 제시하며 지난달 18일부터 서명운동을 벌였다. 신문·방송·통신사의 발행인, 편집인, 기자 등 177개 언론사 4247명이 참여했다. 서울 중구 태평로1가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는 1980년대 초 ‘언론 자유와 저널리즘 발전을 위해 현대화된 시설이 필요하다’는 공감대에 따라 한국신문회관 자리에 건립이 추진됐다. 건설 재원은 신문회관의 전 자산, 서울신문 자금, 당시 한국방송광고공사(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관리하던 정부의 공익 자금으로 마련됐다. 하지만 1984년 프레스센터가 완공된 뒤 전두환 정부는 프레스센터의 소유권을 코바코로 옮겼다. 이후 30년 동안 한국언론진흥재단에 시설 관리와 운영을 위탁하던 코바코가 2014년부터 재산권을 주장해 2016년부터 민사소송 등 법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청와대 연풍문 2층에서 3단체 회장들을 만난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소송까지 진행되고 있어 유감”이라며 “문제를 간단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음을 알아 달라. 정부 차원에서 지혜를 모아보겠다”고 답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유튜브는 이제 아이들의 일상 그 자체다. 어른들이 과거 TV 속 연예인을 보며 환상을 키워왔다면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를 보며 인기 유튜버를 꿈꾼다. 부모들도 경쟁적으로 ‘자녀 유튜버 만들기’에 몰두한다. 유튜브는 단순한 동영상 시청 공간을 넘어 소통과 호기심을 해소하는 창구로 변하고 있다. 유튜브 시대에 사는 초등생의 일상을 관찰했다. 》 “다들 잘 살아 있지?” 13일 오전 10시 서울 노원구의 한 초등학교 수학 시간. 윤주(가명·11) 양은 필통 속에 휴대전화를 숨긴 채 실시간 방송을 켜고 조용히 말했다. 수업시간이었지만 친구 9명이 접속했다. ‘배고파ㅠ 2시간만 참자’ ‘ㅋㅋ너무 졸려’ ‘샤프를 바꿨더니 글씨가 예뻐졌다’ 등 대화가 오갔다. “파공(파우치 속 화장품 공개) 할 사람∼.”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옆 친구가 소리쳤다. 아이 3명이 화장품을 가지고 모여 들었다. 친구들은 보름 동안 모은 용돈으로 산 틴트와 파운데이션을 얼굴에 바르면서 저마다 동영상을 찍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교실에는 “지금 방송 켰으니까 빨리 들어와” “좋아요랑 구독 눌러” 등의 소리로 가득 찼다. 액체괴물을 주무르면서 방송을 하는 친구도 있었다. 반 친구 35명 중 절반 이상이 유튜브를 이용한다. 이날 오후 6시 영어 학원을 마치고 집에 온 윤주는 또 방송을 켰다. 그는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오늘 너무 더워서 화장이 다 지워졌다”고 읊조렸다. 하루 만에 윤주가 유튜브 계정에 올린 동영상은 5개. 논술학원을 가기 전 저녁을 먹어야 한다던 그는 “어제 친구들과 김치찌개를 먹는 ‘먹방’을 찍기로 했다”며 식당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 연예인보다 친근한 유튜버 따라하기 윤주는 입학 전부터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자랐다. 영어 만화부터 아이돌 뮤직비디오까지 기존 TV의 역할을 유튜브가 완전히 대체한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익숙하게 사용해 온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일상은 유튜브 그 자체였다. 걸그룹 춤을 따라하던 아이들은 이제 유튜버를 모방한다. 연예인보다 더 친근하고 ‘생활 밀착형’ 콘텐츠 위주라 따라하기도 쉽다. 한 유튜버의 ‘엄마 몰래 라면 끓여먹기’ ‘친구 놀래키기 몰카’ 등 동영상을 보고 아이들은 유사한 내용의 동영상을 본인 계정에 찍어 올린다. 조회 수가 높지 않아도 친한 친구들끼리 댓글로 ‘그들만의’ 소통이 이어진다. 성인들의 ‘단체 카톡방’과 유사하다. 하모 씨(44·여)는 “먹방을 꼭 틀어야지 아이가 밥을 먹는다”며 “먹방을 보고 탕수육을 시켜 먹자고 할 때도 있다”고 했다. ‘집중하는 법’ 등 공부법(?)부터 성장기 아이의 고민들도 유튜브가 해결해준다. ‘브래지어 하는 법’ ‘초등학교 생리 대처법’ ‘5학년 몸무게’ 등 관련 동영상 댓글에 다른 고민 글을 올리고 답을 얻는다. 김민지 양(12)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물어보기 부끄러운 것들을 찾아본다”며 “친구들끼리 영상을 서로 공유하기도 한다”고 했다. 개인 계정을 이용해 아이들이 실시간 방송을 하려면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만 14세 이상부터 구글 계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영·유아 대상 ‘유튜브 키즈’ 애플리케이션(앱)이 있지만 대부분 초등생들은 부모의 동의하에 성인들이 이용하는 유튜브 앱을 이용한다. 부모 휴대전화를 이용해 몰래 계정을 만드는 아이들도 있다. 11세 아들을 둔 유모 씨(38·여)는 “요새 아이들의 주요 대화 주제는 유명 유튜버”라면서 “유행에 아이가 뒤처지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아이 유튜버 만들기 광풍 아이들 대상 유튜브 콘텐츠는 ‘핫’하다. 한 초등생이 올린 ‘연예인 메이크업 따라잡기’ 동영상은 조회수 103만 회를 기록했다. 이렇다 보니 부모들 사이에서 자녀를 유튜버로 키우려는 열풍마저 분다. 온라인 사이트 맘카페에는 “4세짜리 아들을 유튜버로 만들고 싶어요” “갓난아이로 유튜브 하시는 분 계신가요”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유튜버로 돈 버는 법’ ‘아이 유튜버 만들기’ 등 인터넷 유료 강의도 인기다. “검색어 중복을 피하라” “첫 화면을 잘 꾸며라” 등 조회 수를 늘려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팁이 대부분이다. 정모 씨(42·여)는 6세짜리 딸아이를 유튜버로 키우기 위해 동영상 제작 프로그램 ‘프리미어 프로’ 강의를 듣고 있다. 정 씨는 “부업으로 수익도 얻고 아이가 나중에 자기소개서 등에 ‘유튜버’라는 경험 사례를 쓸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고 했다. 구독자 57만 명을 끌어모은 ‘마이린TV’ 최린 군(12)의 아버지 최영민 씨(47)는 “유튜브를 시작한 3년 전보다 부모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성공 비법을 공유해 달라는 부모도 많다”며 “유행을 타 무작정 뛰어들기보다 광고 수익, 인기 콘텐츠 분석 등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이제는 엄마와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아요….” 10세 아들을 둔 A 씨는 올 4월 서울 강남구의 한 상담센터를 찾아 울먹였다. 2년 전 맞벌이 부부인 A 씨는 아들에게 휴대전화를 선물했다. “유튜브 없으면 왕따”라는 아들 말에 설치를 한 게 화근이었다. 아들은 하루 8시간씩 한 인기 유튜버의 비디오 게임 방송을 시청했다. 휴대전화를 압수하자 아들의 기행동이 시작됐다. 숙제를 시키면 10분도 집중하지 못해 거실로 뛰쳐나왔다. 밥을 먹을 때도 아들은 가족들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방문을 닫고 혼자 울기도 했다. 상담사는 “친구들에게 뒤처진다는 불안감과 부모에 대한 실망으로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며 “유튜브 시청으로 불화를 겪는 아이가 적지 않다”고 했다. 2017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서 과의존 비율은 성인(17.4%)보다 유아·아동(19.1%) 청소년(30.3%)에게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TV·동영상(17.2%)이 게임(43.1%)과 메신저(32.7%)에 이어 부작용이 우려되는 콘텐츠로 조사됐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초등학교 저학년생(1∼3학년)의 31.7%, 고학년생(4∼6학년)의 68.2%, 중학생의 93.0%가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유아·아동이 강력한 시청각적 자극에 반복적으로 장기간 노출되면 뇌가 균형 있게 발달하지 못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동영상 시청이나 게임 등을 지나치게 오래하면 ‘팝콘브레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뇌가 튀긴 팝콘처럼 곧바로 튀어 오르는 것에 반응할 뿐 느리게 변하는 진짜 현실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지는 것을 말한다. 부모들이 보채는 유아를 달래기 위해 스마트폰을 쥐여주는 것도 좋지 않다. 6세 이하 아동이 있는 부모를 표본 조사한 최근 한 연구에서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아동의 미디어 사용 시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성 한국정보화진흥원 선임연구원은 “스마트폰 동영상 채널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는 창구로 활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부모와 자녀가 스마트폰의 사용 이유와 목적을 명확하게 정하는 게 과의존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조종엽 jjj@donga.com·신규진 기자}

“다들 잘 살아있지?” 13일 오전 10시 서울 노원구의 한 초등학교의 수학 시간. 윤주(11·가명)양은 필통 속에 휴대전화를 숨긴 채 실시간 방송을 켜고 조용히 말했다. 수업시간이었지만 친구들 9명이 접속했다. ‘배고파ㅠ 2시간 만 참자’ ‘ㅋㅋ너무 졸려’ ‘샤프를 바꿨더니 글씨가 예뻐졌다’ 등 대화가 오고갔다. “파공(파우치 속 화장품 공개) 할 사람~”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옆 친구가 소리쳤다. 아이들 3명이 화장품을 가지고 모여 들었다. 친구들은 보름 동안 모은 용돈으로 산 틴트와 파운데이션을 얼굴에 바르면서 저마다 동영상을 찍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교실에는 “지금 방송 켰으니까 빨리 들어와” “좋아요랑 구독 눌러” 등의 소리로 가득 찼다. 액체괴물을 주무르면서 방송을 하는 친구도 있었다. 반 친구 35명 중 절반 이상이 유튜브를 한다. 이날 오후 6시 영어 학원을 마치고 집에 온 윤주는 또 방송을 켰다. 그는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오늘 너무 더워서 화장이 다 지워졌다”고 읊조렸다. 하루 만에 윤주가 유튜브 계정에 올린 동영상은 5개. 논술 학원을 가기 전 저녁을 먹어야 한다던 그는 “어제 친구들과 김치찌개를 먹는 ‘먹방’을 찍기로 했다”며 식당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 연예인보다 친근한 유튜버 따라하기 윤주는 입학 전부터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자랐다. 영어 만화부터 아이돌 뮤직비디오까지 기존 TV의 역할을 유튜브가 완전히 대체한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익숙하게 사용해 온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일상은 유튜브 그 자체였다. 걸그룹 춤을 따라하던 아이들은 이제 유튜버를 모방한다. 연예인보다 더 친근하고 ‘생활 밀착형’ 콘텐츠 위주라 따라하기도 쉽다. 한 유튜버의 ‘엄마 몰래 라면 끓여먹기’ ‘친구 놀래 키기 몰카’ 등 동영상을 보고 아이들은 유사한 내용의 동영상을 본인 계정에 찍어 올린다. 조회수가 높지 않아도 친한 친구들끼리 댓글로 ‘그들만의’ 소통이 이어진다. 성인들의 ‘단체 카톡방’과 유사하다. 하모 씨(44·여)는 “먹방을 꼭 틀어야지 아이가 밥을 먹는다”며 “먹방을 보고 탕수육을 시켜 먹자고 할 때도 있다”고 했다. ‘집중하는 법’ 등 공부법(?)부터 성장기 아이의 고민들도 유튜브가 해결해준다. ‘브래지어 하는 법’ ‘초등학교 생리 대처법’ ‘5학년 몸무게’ 등 관련 동영상 댓글에 다른 고민글을 올리고 답을 얻는다. 김민지 양(12)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물어보기 부끄러운 것들을 찾아본다”며 “친구들끼리 영상을 서로 공유하기도 한다”고 했다. 개인 계정을 이용해 아이들이 실시간 방송을 하려면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만 14세 이상부터 구글 계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영유아 대상 ‘유튜브 키즈’ 애플리케이션(앱)이 있지만 대부분 초등생들은 부모의 동의 하에 성인들이 이용하는 유튜브 앱을 이용한다. 부모 휴대전화를 이용해 몰래 계정을 만드는 아이들도 있다. 11세 아들을 둔 유모 씨(38·여)는 “요새 아이들의 주요 대화 주제는 유명 유튜버”라면서 “유행에 아이가 뒤쳐지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 아이 유튜버 만들기 광풍 아이들 대상 유튜브 콘텐츠는 ‘핫’하다. 한 초등생이 올린 ‘연예인 메이크업 따라잡기’ 동영상은 103만 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러다보니 부모들 사이에서 자녀를 유튜버로 키우려는 열풍마저 분다. 온라인을 맘카페에는 “4살짜리 아들을 유튜버로 만들고 싶어요” “갓난아이로 유튜브 하시는 분 계신가요”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유튜버로 돈 버는 법’ ‘아이 유튜버 만들기’ 등 인터넷 유료 강의도 인기다. “검색어 중복을 피하라” “첫 화면을 잘 꾸며라” 등 조회수를 늘려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팁이 대부분이다. 정모 씨(42·여)는 6살짜리 딸아이를 유튜버로 키우기 위해 동영상 제작 프로그램 ‘프리미어 프로’ 강의를 듣고 있다. 정 씨는 “부업으로 수익도 얻고 아이가 나중에 자기소개서 등에 ‘유튜버’라는 경험을 쓸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고 했다. 57만 명 구독자를 끌어 모은 ‘마이린TV’ 최린 군(12)의 아버지 최영민 씨(47)는 “유튜브를 시작한 3년 전보다 부모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성공 비법을 공유해달라는 부모들도 많다”며 “유행을 타 무작정 뛰어들기보다 광고 수익, 인기 콘텐츠 분석 등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아들의 스마트폰 압수하자 기행동을…▼ “이제는 엄마와 눈도 마주치려하지 않아요….” 10세 아들을 둔 A 씨는 올 4월 서울 강남구의 한 상담센터를 찾아 울먹였다. 2년 전 맞벌이 부부인 A 씨는 아들에게 휴대전화를 선물했다. “유튜브 없으면 왕따”라는 아들 말에 설치를 한 게 화근이었다. 아들은 하루 8시간 씩 한 인기 유튜버의 비디오 게임 방송을 시청했다. 10분짜리 동영상을 클릭 할 때마다 나오는 수십 개의 관련 동영상을 아들은 연이어 시청했다. 그 중엔 여성 유튜버의 신체가 노출된 동영상도 있었다. 휴대전화를 압수하자 아들의 기행동이 시작됐다. 숙제를 시키면 10분도 집중하지 못해 거실로 뛰쳐나왔다. 밥을 먹을 때도 아들은 가족들과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방문을 닫고 혼자 울기도 했다. 상담사는 “친구들에게 뒤쳐진다는 불안감과 부모에 대한 실망으로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며 “유튜브 시청으로 불화를 겪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2017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서 과의존 비율은 성인(17.4%)보다 유아·아동(19.1%)과 청소년(30.3%)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TV·동영상(17.2%)이 게임(43.1%)과 메신저(32.7%)에 이어 부작용이 우려되는 콘텐츠로 조사됐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초등학생 저학년(1~3학년)의 31.7%, 고학년(4~6학년)의 68.2%, 중학생의 93.0%가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유아·아동이 강력한 시청각적 자극에 반복적으로 장기간 노출되면 뇌가 균형 있게 발달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동영상 시청이나 게임 등을 지나치게 오래하면 ‘팝콘브레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뇌가 튀긴 팝콘처럼 곧바로 튀어 오르는 것에 반응할 뿐 느리게 변하는 진짜 현실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지는 것을 말한다. 부모들이 보채는 유아를 달래기 위해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것도 좋지 않다. 6세 이하 아동이 있는 부모를 표본 조사한 최근 한 연구에서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아동의 미디어 사용 시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성 한국정보화진흥원 선임연구원은 “스마트폰 동영상 채널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는 창구로 활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부모와 자녀가 스마트폰의 사용 이유와 목적을 명확하게 정하는 게 과의존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21세기, 전통적 가부장제가 추구했던 가족 개념은 이미 균열이 생긴 지 오래. 그렇다면 이제 세상은 어떤 가족의 형태를 지향해야 할까. 중국계 싱가포르인으로 변호사 출신인 저자는 그 대안의 실마리를 중국 ‘모쒀족’에서 발견했다. 2000여 년 동안 중국 남서부 윈난성(雲南省) 주변에서 삶의 터전을 일궈온 이들은 지금도 ‘가모장제 모계사회’의 생활방식을 이어오고 있다. 모쒀족 내에서 가족은 가장인 외할머니 아래 어머니, 이모, 외삼촌 등 모계 친족으로 구성돼 있다. 할아버지 아버지 등 부계 가족은 존재하지 않는다. 성인식을 치른 여성은 자신만의 방을 갖고 그 안에서 마음대로 ‘사랑’할 자유를 누린다. 남녀 모두 여러 연인을 사귈 수 있고 별도의 가정도 꾸리지 않는다. 남성은 여성과 밤을 보낸 뒤 아침에 어머니와 함께 사는 집으로 돌아간다. 아이가 태어나도 어머니 성을 따르고 유산도 모녀 쪽으로 상속된다. 저자가 모쒀족 모계사회에 이렇게 열광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유명 로펌에서 주로 일했던 그는 지극히 남성 중심 사회였던 법조계에 신물이 났기 때문이다. 무늬만 일부일처제일 뿐 자기들끼리 맘껏 성의 자유를 누리는 남성들. 그가 페미니스트로 각성한 건 충분히 이해가 간다. 다만 정말 이런 극단적 구조만이 해체된 가족의 대안이 되는 건지.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종영한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 출신 김어준 씨(50)의 첫 지상파 진출작으로 공정성 논란에 휘말렸던 블랙하우스는 7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같은 ‘나꼼수’ 멤버인 주진우 기자의 MBC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도 5주간 결방인 상황에서 존폐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10일 SBS는 “김 씨와 25회 계약이 끝나는 8월 첫 주 방송을 끝으로 시즌1을 마무리한다”며 “김 씨와 제작진이 논의한 끝에 시즌2는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씨와 제작진은 최근 6개월 출연 계약 종료를 앞두고 연장 여부를 검토했으나 프로그램 방향 등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영이 시작된 후부터 블랙하우스는 줄곧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블랙하우스는 3월 22일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다루면서 사건 당일 정 전 의원의 행적이 담긴 사진 780장 중 일부를 공개했다. 이후 방송 내용이 정 전 의원 입장에만 치우쳤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제작진은 “사건 전체의 실체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결과적으로 혼선을 야기했다. 시청자 여러분과 피해자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피해자의 반론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토대로 법정 제재 중에서도 중징계에 해당하는 ‘관계자 징계’를 결정했다. 또 방심위는 3월 1일, 9일자 방송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조롱하고 패널 구성이 편향적이었다는 이유 등으로 행정지도인 ‘권고’를 내렸다. SBS 내부에서도 프로그램의 성격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4월 SBS 공정방송실천협의회에서 노사는 블랙하우스의 편향성을 인정하고 공정성 개선을 촉구했다. 당시 박정훈 SBS 사장은 “제작진 의지를 존중해 당분간 지켜보겠지만 편향성이 고쳐지지 않으면 (프로그램을)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블랙하우스는 지난해 11월 파일럿 방송을 통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 씨(48) 등을 인터뷰해 화제를 모았다. 김 씨의 출연료는 회당 500여만 원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어준 씨와 함께 ‘나꼼수’ 멤버였던 주진우 시사인 기자(45)가 진행하는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도 지난달 10일부터 한 달이 넘도록 결방 중이다. MBC 관계자는 “2018 러시아 월드컵으로 인해 5주간 결방에 돌입한 것”이라며 “정상적으로 22일 방송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송이 재개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방송국 안팎에서 나온다. 주 기자가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배우 김부선 씨 스캔들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공식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아 제작진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저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저만의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했던 날들을 돌이켜 보며 자신감도 얻었답니다.”(오영주) 8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채널A ‘하트시그널2’ 출연자들이 모였다. 이 프로그램은 9주 연속 온라인 화제성 지수 1위, 올해 상반기 구글 TV 프로그램 인기 검색어 순위 1위 등 숱한 기록을 남겼다. 지난달 15일 종영 후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이들은 여전히 ‘핫’하다. 숱한 감정 소모를 겪었지만 현재 이들은 누구보다도 친한 친구, 동료가 됐다. “아직도 출연진 단체 채팅방 알림은 쉴 새 없이 울린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대화로 정리했다. ▽오영주=난 연애 성향이 공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는데 시그널하우스에서는 다 잊고 ‘직진’했지. 많은 20대들이 나를 보며 누구나 한 번쯤 겪었던 감정들을 투영하고 공감을 해준 것 같아 고마웠어. 사랑에 성공만 있는 건 아니잖아? ▽김도균=시그널하우스에서 몰입하다 보니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이런 것도 정말 몰랐어. 방송을 보고서야 영주와 내 상황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다니까. 호감이 있는 상대에게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행동했을지 공감이 가더라고. ▽임현주=방송이 나갈 때 주변에서 ‘너네 실제로 사이 안 좋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 전혀 그렇지 않았잖아. 물론 사랑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이라 이해관계가 얽혀 있긴 했지만 그땐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지. ▽김도균=‘썸’을 타는 관계 말고도 동료로서 우정 쌓던 모습이 좀 더 방송에 나갔으면 어땠을까. 신년 기념 윷놀이도 진짜 재미있었잖아. ▽이규빈=난 운전을 못 한 게 정말 아쉬웠어. 운전 데이트가 정말 많았는데…. ▽정재호=내 20대 마지막 순간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겨준 프로그램이야. 방송 중에는 최대한 의심을 덜 사기 위해 (데이트를 할 때) 도균, 규빈을 끌어들여 만났지. ▽송다은=배우 지망생이라 자칫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을까 봐 두려웠어. 한 달 동안 몰입한 후 진심을 알아주는 분들이 계신다는 사실에 기뻤지. 매주 금요일 모여서 ‘본방 사수’를 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현우 오빠도 오늘 함께했으면 좋았을 텐데…. 임현주와 커플이 됐던 김현우는 이날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대화 중에 김현우가 언급되자 출연진의 대화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김장미=그래. 현우 오빠랑 정말 재밌었어. 여기서 내 ‘생얼’을 처음 본 사람이었다니까. 방송으로 그때 그 놀라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었는데…. 시그널하우스에 있을 때도 교회도 함께 나가고 추억이 참 많아. ▽오영주=결과를 궁금해하는 회사 동료들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는 답을 입에 달고 살았지.(웃음) 속편이 제작된다면 출연자들에게 ‘감정 소비가 TV에 나온 것보다 훨씬 심하다’고 말해주고 싶어. 물론 돌아보면 모두 추억이 되지만. 하하. 이들은 방송 출연 후 180도 달라진 일상을 이야기했다. ▽이규빈=대학교 4학년 1학기 수업에 들어갔더니 교수님이 출석을 부를 때마다 학생들이 뒤돌아보는데 정말 당황했어. 헝클어진 머리에 안경을 쓰고 외출하면 가족들이 ‘너 이렇게 추레하게 다녀도 되냐’며 걱정한다니까. ▽임현주=나도 그래. 자취생이라 동네 국밥집에서 가위로 김치를 잘라 먹는 게 소소한 행복이었는데 지금은 구석에 앉고 조심하게 되더라고. ▽김장미=난 화장품이 늘어나면서 화장대가 좁아지는 게 걱정이야. 옷에는 관심이 많은데 뉴욕에서는 솔직히 화장에 무심했거든. 제작진의 소회도 남달랐다. 박경식 PD는 “다양한 연령층을 끌어들인 점이 큰 수확”이라며 “시즌1이 청년들의 풋사랑이라면 시즌2는 어른들의 성숙한 사랑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이진민 PD는 “시즌1이 80점이라면 시즌2는 85점”이라면서 “남은 15점은 시즌3에 대한 발전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차원”이라며 웃었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저만의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했던 날들을 돌이켜보며 자신감도 얻었답니다.”(오영주) 8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채널A ‘하트시그널2’ 출연자들이 모였다. 이 프로그램은 9주 연속 온라인 화제성 지수 1위, 올해 상반기 구글 TV 프로그램 인기 검색어 순위 1위 등 숱한 기록을 남겼다. 지난달 15일 종영한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이들은 여전히 ‘핫’하다. 숱한 감정 소모를 겪었지만 현재 이들은 누구보다도 친한 친구, 동료가 됐다. “아직도 출연진 단체 채팅방 알림은 쉴 새 없이 울린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대화로 정리했다. ▽오영주=난 연애성향이 공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는데 시그널하우스에서는 다 잊고 ‘직진’했지. 많은 20대들이 나를 보며 누구나 한 번쯤 겪었던 감정들을 투영하고 공감을 해준 것 같아 고마웠어. 사랑에 성공만 있는 건 아니잖아? ▽김도균=시그널하우스에서 몰입하다보니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이런 것도 정말 몰랐어. 방송을 보고서야 영주와 내 상황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다니까. 호감이 있는 상대에게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행동했을지 공감이 가더라고. ▽임현주=방송이 나갈 때 주변에서 ‘너네 실제로 사이 안 좋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 전혀 그렇지 않았잖아. 물론 사랑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이라 이해관계가 얽혀있긴 했지만 그 땐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지. ▽김도균=‘썸’을 타는 관계 말고도 동료로서 우정 쌓던 모습이 좀 더 방송에 나갔으면 어땠을까. 신년 기념 윷놀이도 진짜 재미있었잖아. ▽이규빈=난 운전을 못 한 게 정말 아쉬웠어. 운전데이트가 정말 많았는데…. ▽정재호=내 20대 마지막 순간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겨준 프로그램이야. 방송 중에는 최대한 의심을 덜 사기 위해 (데이트를 할 때) 도균, 규빈을 끌어들여 만났지. ▽송다은=배우 지망생이라 자칫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을까봐 두려웠어. 한 달 동안 몰입한 후 진심을 알아주는 분들이 계신다는 사실에 기뻤지. 매주 금요일마다 모여서 ‘본방사수’를 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현우 오빠도 오늘 함께했으면 좋았을 텐데. 임현주와 커플이 됐던 김현우는 이날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대화 중에 김현우가 언급되자 출연진들의 대화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김장미=그래. 정말 현우 오빠랑 정말 재밌었어. 여기서 내 ‘생얼’을 처음 본 사람이었다니까? 방송으로 그때 그 놀라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었는데…. 시그널하우스에 있을 때도 교회도 함께 나가고 추억이 참 많아. ▽오영주=결과를 궁금해 하는 회사 동료들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는 답을 입에 달고 살았지.(웃음) 속편이 제작된다면 출연자들에게 ‘감정 소비가 TV에 나온 것보다 훨씬 심하다’고 말해주고 싶어. 물론 돌아보면 모두 추억이 되지만. 하하. 이들은 방송 출연 후 180도 달라진 일상을 이야기했다. ▽이규빈=대학교 4학년 1학기 수업에 들어갔더니 교수님이 출석을 부를 때마다 학생들이 뒤돌아보는데 정말 당황했어. 헝클어진 머리에 안경을 쓰고 외출하면 가족들이 ‘너 이렇게 추레하게 다녀도 되냐’며 걱정한다니까. ▽임현주=나도 그래. 자취생이라 동네 국밥집에서 가위로 김치를 잘라먹는 게 소소한 행복이었는데 지금은 구석에 앉고 조심하게 되더라고. ▽김장미=난 화장품이 늘어나면서 화장대가 좁아지는 게 걱정이야. 옷에는 관심이 많은데 뉴욕에서는 솔직히 화장에 무심했거든. 제작진의 소회도 남달랐다. 박경식 PD는 “다양한 연령층을 끌어들인 점이 큰 수확”이라며 “시즌1이 청년들의 풋사랑이라면 시즌2는 어른들의 성숙한 사랑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이진민 PD는 “시즌1이 80점이라면 시즌2는 85점”이라며 “남은 15점은 시즌3에 대한 발전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차원”이라고 웃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