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

김윤종 부장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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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먼 나라’ 같지만 한국의 미래상이 담겨있는 ‘이웃나라’입니다. 저와 함께 뉴스의 ‘배낭여행’을 함께 떠나실까요?

zozo@donga.com

취재분야

2026-03-02~2026-04-01
칼럼94%
행정3%
인사일반3%
  • [책의 향기/책 vs 책]억압의 性… 해방의 性… 같은 흥분?

    #상황1 수십 명의 무리가 쳐들어간다. 장소는 마을에서 간통을 한 사람의 집. 청년들은 괴성을 지르고 기물을 파괴한다. 집 앞 우물에 소금을 붓는다. 문 앞에는 오물을 투척한다. 각종 악기로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모두 흥분 상태다. 광란의 축제인 셈이다. 이 책에 묘사된 ‘샤리바리’의 모습이다. 성(性)적 일탈을 일으킨 사람의 집을 방문해 소란이나 조롱으로 처벌하는 유럽인의 관행이다. 요즘 시각으로 보면 범죄 행위지만 저자는 유럽사회의 민중문화를 이해하는 열쇠라고 지적한다. 샤리바리를 할 때 청년들은 동물 마스크와 동물 가죽을 입는다. 털이 덥수룩한 괴물로 변장하는 것. 그들이 응징해야 할 ‘성 일탈자’를 동물 혹은 괴수로 보기 때문. 동물은 인간의 성적 욕망, 나아가 잠재된 성적 일탈을 향한 본성을 상징한다. 그런데 샤리바리를 당하게 되는 대상을 보면 조금 우습다. 대상자는 근친상간이나 간통한 사람, 불임부부, 재혼자 등이다. 재혼이나 불임까지 샤리바리를 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중세 유럽인은 성이 공동체를 유지하는 토대라고 생각했다. 간통, 근친상간도 공동체 내 기강을 흩뜨려 구성원 간 결속을 약화시키지만 재혼이나 불임도 다산(多産)의 가능성을 낮춰 공동체를 망친다고 본 것이다. 노동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샤리바리는 쾌락적 집단행위가 아니라 공동체를 유지하려는 인간의 본성과 관련이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상황2 2009년 8월.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 내 대형광장에서 상의를 벗고 가슴을 드러낸 여성이 나타났다. 가슴에는 ‘우크라이나는 매음굴이 아니다’라고 적혀 있다. 주체는 페미니스트 단체 ‘페멘(Femen)’이었다. 보수적인 우크라이나 사회는 큰 충격에 빠진다. 성(性)을 주제로 한 또 다른 책인 ‘페멘’은 억압적인 성문화에 대한 해방을 이야기한다. 평범한 20대 우크라이나 여성들이 세계적 여성운동의 상징이 되는 과정을 소설 형식으로 보여준다. 우크라이나의 소도시 흐멜니츠키에 살던 안나 훗솔, 사샤 셰브첸코, 옥산나 샤스코는 소련 붕괴 후 우크라이나에 자리 잡은 자본주의의 폐해에 눈을 뜬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정부 묵인하에 섹스 산업이 성행했고, 수많은 여성이 희생양이 됐다. 세 여성은 자본에 의해 여성의 신체가 박탈당했다고 생각했고 역으로 몸을 이용한 여성해방 운동을 계획한다. 시위 때마다 상반신을 벗고 머리에 화려한 화관을 쓰고 가슴 부위에 상징적 문구를 적는 행위를 반복한다. 이들의 행동은 큰 반향을 일으키며 전 세계로 확산됐다. 현재 프랑스, 독일, 브라질, 이집트에 페멘 지부가 생겼다. 페멘은 여성의 지위 향상뿐 아니라 경제적 약탈, 독재 등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억압하는 모든 것에 대해 시위를 한다. 가슴을 드러낸 그들은 말한다. “부끄러움은 없습니다. 시위를 벌이는 순간 엄청난 흥분과 기쁨이 몰려와요. 우리의 육체적 능력이 증폭됩니다. 완전한 자유를 느낍니다.” 비슷하다. ‘샤리바리’를 하는 청년들도 간혹 축제와 같은 황홀한 흥분을 느꼈다. 억압과 해방….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 인간의 본성과 연관됐기 때문이리라.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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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성근 문화체육장관 후보, 방송앵커 출신… 대선때 박근혜캠프 합류

    2012년 새누리당에 입당하기 전까지 30년간 KBS와 SBS에서 국제부와 정치부 기자로 일한 언론인 출신이다. 문화부 기자 경력은 없다. 그는 ‘나이트라인’ 앵커 시절인 2011년 11월 뉴스를 마무리하며 박원순 서울시장의 온라인 취임식에 대해 “신선하지만 멋진 취임식을 기대한 시민도 적잖았을 것”이라며 “시민의 권리 뺏은 건데, 이게 진보는 아니길 바란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경기 파주갑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떨어졌다. 이후 새누리당 18대 대선캠프 공보단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 문체부 직원들은 “올해 3월 아리랑TV 사장에 취임한 데다 문화 관련 경력이 없는 인물”이라며 깜짝 인사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서울(59) △서울사범대 부속고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고려대 대학원 최고위과정 수료 △KBS 기자 △SBS 국제부장, 논설위원, 나이트라인 앵커 △새누리당 18대 대선캠프 공보단 위원 △아리랑TV 사장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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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붙은 e북 경쟁… 승부의 열쇠는 단말기보다 콘텐츠!

    “1.1GHZ 쿼드코어 프로세서, 20GB 램, HD-IPS 터치 디스플레이 탑재! 운영체제는….” 머리가 아파온다. ‘전자책(e북) 단말기 하나 살까’ 하는 생각으로 시중에 나온 제품을 봤는데 말이다. 관련 기사를 찾아봐도 e북 단말기의 기계적 성능을 강조한다. 하지만 ‘종이책처럼 내용이 잘 들어오는지’, ‘눈은 나빠지지 않는지’, ‘아이 교육용으로 적합한지’ 등이 더 궁금하다. 이에 기자는 2∼11일 사이 최근 출시된 e북 전용 단말기 4종으로 틈틈이 독서를 해봤다. 기기별로 90∼150분가량 책을 봤다. 종이책과의 차이, 태블릿PC, 스마트폰 속 e북 애플리케이션과도 비교했다.○ 손맛은? e북은 어떤 물성(物性)을 가지고 있을까? 그립(grip)감은 ‘크레마 샤인’(이하 샤인)이 우수했다. 표면 재질이 부드러우면서 모서리가 곡선으로 돼 한 손으로 들고 보기 편했다. 샘은 손에 착 감기는 맛이 부족했다. 크레마원, 비스킷탭은 40분 이상 한 손으로 들고 읽기가 버거웠다. 너무 가볍거나(갤럭시노트2·180g), 무거워도(아이패드·652g)도 ‘책을 읽는다’는 감성에는 방해가 됐다. e북 단말기는 화면을 터치해 책장을 넘긴다. 페이지를 탭(tab)하면서 한 번에 50∼100페이지를 쭉 읽었다. 터치감이나 반응 속도는 e북 단말기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다. 액정 패널에 잉크를 뿜어 글자가 나오게 하는 ‘e잉크’ 방식의 단말기(샘, 샤인)는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길 때 로딩 시간이 간혹 10초 이상 걸려 답답했다. 화면을 터치해도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태블릿PC 기반의 단말기(크레마원, 비스킷탭)는 비교적 반응 속도가 빨랐다. 크레마원은 기기의 뒷면을 터치해도 페이지가 넘어가 편리했다. 책장을 넘기는 느낌이 가장 섬세한 것은 e북 전용 단말기가 아닌 ‘갤럭시노트2’, ‘아이패드’였다. 게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유혹을 견딜 수 있다면 스마트폰이나 테블릿PC로 책을 봐도 충분했다.○ 눈맛, 몰입감은? 화면 크기는 6, 7인치로 기기마다 달랐다. 가장 종이책처럼 읽히는 크기는 7인치(크레마원, 비스킷탭). 갤럭시노트2(5.5인치)나 샘, 샤인(6인치)은 다소 답답했다. e잉크 방식(샘, 샤인)은 흑백이라 1시간가량 읽어도 눈이 편했다. 1시간 반 이상은 지나야 눈이 피로했다. 다만 화면이 자주 껌벅거려 거슬렸다. 잉크가 뿌려진 후 액정 패널에 잔상이 남는다. 이를 지워주기 위해 깜빡거리는 것. 샘의 경우 화면보호 강화유리를 넣은 탓에 간혹 빛 반사가 일어났다. 액정표시장치(LCD)로 된 크레마원, 비스킷탭은 컬러인 탓에 50분 정도만 읽어도 눈에 피로감이 나타났다. 몰입감을 얻는 데는 샘, 샤인이 우수했다. 화면 자체가 종이와 유사해 10분 정도만 읽어도 자연스레 집중이 됐다. 비스킷탭, 크레마원은 책에 몰입하는 데 시간이 더 걸렸다. 독서 시작 후 20분가량은 알싸한 잉크 냄새, 사근사근한 손맛이 그리웠다.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PC 모니터로 글자를 본다는 느낌이다. 종합해 보면 장시간 독서를 하거나 종이책과 유사한 느낌을 원하는 독자는 샘과 샤인이 좋을 것이다. 게임이 안 되는 자녀 학습용 태블릿PC를 원한다면 크레마원, 비스킷탭이 적합하다. ○ 대형서점들 “우리 단말기는?” 교보문고, 예스24 등 대형서점들은 자사 e북 단말기에 대한 반응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e북 시장 매출이 2011년 450억 원, 2012년 800억 원, 2013년 1200억 원으로 급성장 중인 데다 올해 안에 ‘아마존이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 아마존은 e북 전용 단말기 ‘킨들’로 미국 출판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e북 시장의 승패는 단말기 자체의 우수성보다 좋은 콘텐츠를 얼마나 보유했는가에 달렸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상현 전자출판팀장은 “킨들이 성공한 이유도 총 80만 종의 e북 콘텐츠를 무료로 공급했기 때문”이라며 “콘텐츠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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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표지를 감싸는 감성의 옷… 띠지가 크고 화려해졌어요

    선택 전까지 나를 뚫어지게 쳐다 봐. 시선이 뜨거울 정도야. 그런데 선택된 후에는 가차 없이 버려지지. 비운의 여주인공도 아닌데…. 낭비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해. 업계 사람들은 나를 ‘팬티’라고도 불러. 그래도 내가 참 유용하지. 나를 잘 만들면 꽤 돈을 벌거든. 난 누굴까?○ ‘띠지’가 아주∼, 넓어졌다 정답은 ‘띠지’다. 책 표지의 아랫부분을 두르는 종이 장식을 말한다. 대다수 출판사는 ‘아마존 1위 필독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등의 홍보 문구를 띠지에 새겨 신간을 알린다. 유행에 따라 넥타이 폭이 달라지듯, 요즘 출판계에선 책의 띠지를 최대한 크고 넓게 제작하는 게 트렌드다. 기존 띠지 크기가 책의 5분의 1 정도였다면, ‘윤대현의 마음성공’ ‘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 등 최근에 출판된 신간은 띠지가 책의 절반, 심지어는 3분의 2까지도 차지한다. 민음사 미술부 황일선 차장은 “신간 중 약 20%는 큰 띠지를 사용한다”며 “단순 홍보가 아니라 책의 이미지와 내용에 맞게 디자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띠지에 주로 광고 문구를 넣던 것과 달리 넓어진 띠지에는 사진이나 타이포그래픽 등 각종 이미지가 채워진다. 신간소설 ‘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의 띠지는 홍보 문구 대신 쭈그려 앉은 소녀 사진이 들어가 있다. 책을 낸 아르테 출판사는 “소설과는 상관없는 일본 배우 사진”이라며 “책의 주제를 관통하는 이미지라서 띠지에 넣었다”고 했다. 책의 5분의 4를 차지하는 ‘초대형’ 띠지도 있다. 알에이치코리아의 윤석진 북디자이너는 “표지와 띠지가 상호 조화를 이루면 1차 이미지를 구축한다”며 “독자 취향에 따라 띠지를 벗기면 안에는 심플한 표지 디자인이 나오면서 2차 이미지가 생긴다. 디자인 다양화 전략인 셈”이라고 말했다. 띠지를 벗겨 뒤집으면 안쪽에 그림과 설명이 새겨진 경우(‘그림자 너머’)도 있다. 출판사들이 무조건 큰 띠지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대형 작가의 신작소설이나 시의성 강한 이슈를 담은 책은 주제와 관련된 강렬한 카피 문구가 들어간 작은 띠지를 선호하고 있다.○ 띠지의 진화 어디까지? 띠지가 처음 사용된 것은 1990년대 후반. 출판사들은 비용이 많이 드는 광고를 대신할 홍보수단을 찾았다. 초기에는 책 표지 자체에 광고 문구를 넣기도 했지만 책의 품격과 맞지 않다는 비판이 많아 포기했다. 이후 대안으로 띠지가 등장한 것. 반면 독자에게 띠지는 불필요한 ‘존재’였다. 2011년 한 언론매체가 시민 76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독자의 86.7%가 “띠지는 필요 없다. 자원 낭비”라고 답했다. 이에 출판사들은 잘 찢어지지 않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투명종이, 금속성의 종이로 띠지를 제작해 소장가치를 높이려 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책 표지의 면을 분할해서 마치 띠지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페이크(fake) 띠지’도 선보였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대형 띠지는 출판계 불황과도 관계된다”며 “조금이라도 더 차별화해 눈에 띄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띠지에 대한 독자의 반응은 엇갈린다. 회사원 장한나 씨(31)는 “새롭긴 하다”면서도 “출판사 간 출혈경쟁을 하기보다는 가격이나 내려달라”고 말했다. 실제 띠지가 커지면서 제작비용도 2, 3배 늘었다. 기존 띠지는 원가(30∼40원), 띠지 삽입 인건비(70∼100원) 등 권당 100∼140원이 든다. 하지만 띠지를 키우면 권당 60∼100원이 추가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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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10代들에게 인터넷은 ‘관계 확장 도구’

    무섭다. 인터넷에 중독된 임신부가 PC방에서 아기를 낳고 살해한 후 도망갔다는 뉴스가 나온다. 온라인 게임에 빠진 10대가 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렀다는 사건도 보도된다. 자녀방에 설치된 PC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섬뜩하다. 범죄 원인이 ‘인터넷 중독’이라고 하지 않았나. 부모라면 한번쯤 생각해봤을 것이다. 사회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두 저자는 인터넷과 청소년 심리, 행동양식을 분석한 결과 기성세대의 우려와 달리 청소년이 인터넷에 중독된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실제 생활 속 자아를 발전시키기 위해 인터넷을 이용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현실 속 ‘나’와는 전혀 다른 존재인 ‘온라인 자아’가 만들어져 실제 삶에서 할 수 없는 욕설, 중독, 폭력 등 부정적 행태를 쉽게 발현시킨다는 기존 주장을 강하게 반박한다. 청소년은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맞대고 사는 사람들을 ‘데리고’ 온라인 세계에 들어가 상호 작용할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 미국 중국 헝가리 캐나다에 사는 12∼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니 인터넷 이용이 늘어도 친구나 가족과 대면(對面)시간은 줄지 않았다. 연락빈도는 오히려 늘었다. 그렇다고 인터넷 중독의 위험성을 무조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터넷에 대한 중독(addiction to the internet)’인지 ‘인터넷에서의 중독(addiction on the internet)’인지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전자는 단순히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는 경우라 위험성이 작다. 반면 후자는 인터넷 속 음란, 폭력물 등 특정 분야에 대한 병리적 중독, 즉 약물중독 및 거식증과 유사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아 치료가 필요하다. 또 자녀의 인터넷 중독을 막기 위해 필터링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식의 ‘기술적 중재’보다는 자녀가 자주 찾는 온라인 사이트를 함께 방문하고 토론하는 ‘평가적 중재’를 활용하라고 조언한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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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판 커버스토리]오∼ 웹툰 코리아

    “신선하고 창의적이다.” 4월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한 ‘영국 런던 도서전’에서 외국인들이 자주 꺼낸 말이다. 누구의, 어떤 작품을 보고 이런 말을 했을까. 도서전에는 황석영 이문열 신경숙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참석했다. 찬사의 대상은 이들의 한국 문학 작품이 아닌 ‘웹툰’이었다. ‘웹(web)’과 ‘카툰(cartoon·만화)’을 합성한 말로 인터넷에서 연재하는 만화를 뜻한다. 도서전에 설치된 웹툰 전시를 보면서 ‘21세기 디지털 문화가 낳은 획기적인 장르다’ ‘이런 만화가 있었냐’는 반응이 많았다. 도서전에 참석한 웹툰 ‘미생’의 윤태호 작가(45)의 팬 미팅에는 수백 명이 몰렸다. 윤 작가는 “한국 웹툰은 올해를 해외 진출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웹툰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다. 단순한 인기를 넘어 ‘한국 드라마’ ‘케이팝(한국 대중가요)’에 이은 ‘한류(韓流) 3번 타자’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에서 웹툰 팬이 증가하면서 국내 업체의 해외 진출도 가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하반기부터 미국, 영국, 호주, 중국에 영어, 중국어로 번역된 웹툰을 서비스한다. 웹툰 유통업체 타파스미디어는 2012년부터 북미에 최초로 웹툰 포털사이트 ‘타파스틱’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다음은 지난달부터 타파스틱을 통해 웹툰 5편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웹툰 유통업체 레진코믹스는 일본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정부도 지난달 28일 “케이팝에 이어 만화 한류를 키우겠다”며 ‘만화산업 육성 중장기 계획(2014∼2018)’을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세계 만화 시장 매출 규모는 9조 원. 이 중 웹툰의 비중은 2017년 22.8%(3조 원)로 예측된다. 문체부 강수상 대중문화산업과장은 “웹툰은 한국이 개발한 창의적인 콘텐츠이기 때문에 전 세계 대중문화를 주도할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웹툰 한류’, 가능한 꿈일까. 김윤종 zozo@donga.com·박훈상 기자  ▼ 1만여종 만화 모인 사이트, 맨 윗자리에 한국 웹툰 ▼1# 프랑스 파리의 풍경 3일 오후 8시 프랑스 파리. 일과를 마친 크리스토퍼 레이몽 씨(38)는 저녁 식사 후 머리를 식힐 겸 TV 대신 노트북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 뉴스를 몇 개 챙겨본 후 세계 각국의 만화가 모여 있는 만화 공유 사이트를 클릭했다. 그는 이 사이트에서 인기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 웹툰 ‘노블레스’를 즐겨 본다. 레이몽 씨는 한국 웹툰에 대해 “소재가 독창적이고 그림 터치도 달라 일본 망가(漫畵·まんが), 미국 그래픽노블과는 무언가 다른 콘텐츠라고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2#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온 편지 웹툰 ‘닥터 프로스트’의 이종범 작가는 요즘 그림 한 컷 한 컷에 더 공을 들인다. 3월에 받은 한 통의 편지 때문이다. 당시 e메일을 체크하던 이 작가는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심리학과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이 보낸 편지를 발견했다. 메일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작가님의 웹툰을 흥미롭게 보고 있어요. 독일어 번역 버전은 아직 50여 편밖에 되지 않아 아쉬워요. 이 작품을 심리학 수업 발표에 인용하고 싶은데 허락해주세요.” ‘한국 웹툰’을 즐기는 외국인들 프랑스와 독일뿐만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 ‘웹툰’이 읽히고 있다. 웹툰은 주로 인터넷 커뮤니티나 콘텐츠 공유 사이트를 통해 확산된다. 특히 ‘망가폭스(mangafox)’를 비롯한 만화공유 사이트가 한국 웹툰을 세계로 확산시킨 주요 루트다. 이 사이트에서는 세계 각국의 만화 1만여 종이 영어로 번역돼 올려진다. 저작권이 지켜지지 않는 불법 사이트지만 세계 만화의 추세와 인기를 알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3일 현재 망가폭스 인기만화 순위를 보면 웹툰 ‘노블레스’가 1위다. 이어 ‘브레이커2’(13위), ‘소녀더와일즈’(16위), ‘더 게이머’(20위), ‘갓 오브 하이스쿨’(21위), ‘신의 탑’(24위) 등 25위권에 한국 웹툰이 6개(24%)나 된다. 그간 망가폭스 인기순위는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 같은 망가가 휩쓸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신의 탑’ ‘노블레스’ ‘갓 오브 하이스쿨’ 등 한국 웹툰이 순위권에 들기 시작해 1∼10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늘었다. 또 다른 만화공유 사이트인 ‘바토토(batoto)’에는 한국 웹툰이 영어뿐 아니라 필리핀어, 터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루마니아어, 폴란드어로 번역돼 게재된다. 중국에서도 한국 웹툰 100여 편이 블로그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 중이다. 국내 누리꾼이 해외 드라마를 번역해 자막을 달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듯 외국인들도 신작 웹툰이 나오면 바로 번역해 커뮤니티에 띄운다. 네이버 김준구 웹툰&웹소설 부장은 “모두 불법으로 번역돼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어쨌든 웹툰이 세계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이 사이트들을 통해 ‘국가별 인기 웹툰’을 분석한 결과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는 ‘노블레스’ ‘브레이커2’ ‘신의 탑’ ‘갓 오브 하이스쿨’ 등 판타지풍 웹툰이 인기였다. ‘마음의 소리’ ‘다이어터’와 같이 일상 속 소소한 에피소드를 다룬 생활형 웹툰은 중국에서 호응이 컸다. 일본에서는 한국 전통 신화를 다룬 ‘신과 함께’가 인기다. 이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일본 작가마저 나왔을 정도. 국내 웹툰 작가들은 세계적인 인기가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웹툰 ‘신의 탑’의 SIU 작가, ‘갓 오브 하이스쿨’의 박용제 작가, ‘노블레스’의 손제호(글) 이광수(그림) 작가는 지난해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겪은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당시 웹툰 작가 사인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이들은 해외 팬이 오지 않을까 봐 걱정돼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사인회 당일 ‘한국 웹툰 팬’을 자처하며 유럽인 수백 명이 몰렸다. 안전사고가 우려돼 경비요원까지 출동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왔다는 한 여성은 손수 한국어로 써온 팬레터를 작가들에게 전달했다. 독일 교사 마리아 씨(38)는 “학생들에게 스트레스 풀고 기운 낼 때 한국 웹툰을 권한다”고 말했다. 웹툰 업체들은 전 세계의 웹툰 잠재 독자가 10억 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왜 웹툰에 빠졌나… 일본 ‘망가’, 미국 ‘그래픽노블’과의 차별점 때문 웹툰은 2000년대 초반 국내 포털사이트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2005, 2006년을 기점으로 강도하 등 실험적인 웹툰 작가가 늘면서 웹툰 특유의 연출기법이 개발됐다. 장르도 다양해졌다. 2010년 이후에는 인터넷 기반이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웹툰이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쉽고 빠르게 볼 수 있는 ‘모바일 시대의 킬러 콘텐츠’라는 찬사까지 받게 됐다. 이 같은 호응이 국내를 넘어 세계로까지 확산된 이유는 무엇일까. 취재팀이 만난 해외 웹툰 팬 중 상당수는 “웹툰의 매력은 일본 망가나, 마블코믹스로 대변되는 미국의 그래픽노블과 무언가 다르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자국에는 없는 ‘새롭고 창의적인 콘텐츠’라는 이미지를 준다는 것이다. 웹툰의 가장 큰 차별점은 ‘세로 스크롤’, 즉, 책장을 넘기는 대신에 마우스 스크롤을 통해 위에서 아래로 내리면서 읽는 행위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양면(兩面) 연출을 기본으로 하는 망가, 그래픽노블에선 표현할 수 없는 창의적 그림 연출이 가능해진다. 기존 만화는 왼쪽에서 오른쪽 혹은 그 반대로 읽어야 하며 각각의 장면은 ‘칸’이라는 물리적 한계 속에 갇혀 있다. 반면에 웹툰은 두루마리 펼치듯 올렸다 내렸다 하며 읽을 수 있기 때문에 한 호흡으로 내용을 길게 연결해 읽는 느낌을 준다. 책장을 넘길 때 나타나는 영상의 끊김이 덜해 긴장감, 몰입감이 높아진다. 스크롤을 통해 줌 인·아웃, 페이드 인·아웃, 반전연출 같은 영화적 기법도 적용할 수 있다. 100% 컬러 그림에 배경음악(BGM), 플래시 효과를 넣어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반면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망가, 그래픽노블은 기존 출판만화를 스캔해 그대로 옮긴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웹툰만의 독특한 기법은 다수의 작가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만든, 집단지성의 결과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이도형 만화스토리산업팀장은 “웹툰 초기에 작가들이 기존 만화처럼 먹선으로 그림을 그려보기도 하고 칸을 나눠보는 등 다양한 실험과 실패를 반복했다. 그 결실이 숙성해 인터넷에 최적화된 포맷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 “아래로 쭉 읽기 편해… 日 망가엔 없는 매력” ▼웹툰은 한국 특유의 정보기술(IT) 인프라와 인터넷 문화가 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도 있다. 우선 웹툰을 읽으려면 인터넷 속도가 빨라야 한다. ‘웹툰’이란 장르가 일본,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먼저 생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웹툰을 보기 위해 특정 프로그램을 깔 필요도 없다. 링크만 걸어두면 클릭 한 번으로 볼 수 있다. 웹툰은 작가가 연재를 시작하면 누리꾼은 댓글로 리뷰와 비평을 쓴다. 작가가 댓글에 답하는 피드백도 빠르다. 독자의 반응이 스토리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한국 인터넷 문화의 전형성이 웹툰에 스며들어 있다.농부, 경찰, 교사 등 다양한 작가군… 영상 콘텐츠의 원천 되기도 외국 웹툰 팬들은 “형식뿐 아니라 내용물, 즉 스토리 측면에서도 웹툰은 독특하다”고 평가한다. 이는 작가의 창의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제작 시스템 덕분이다. 과거 만화 작가가 되려면 유명 만화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도제식 수업을 거친 후 데뷔해야 했다. 하지만 웹툰은 포털사이트 내 웹툰 작가 데뷔 코너나 개인 블로그를 통해 곧바로 작품을 낼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신진 작가들이 매일같이 등장한다. 그러다 보니 소재도 천차만별이다. 실제 인기 웹툰 ‘뽈스토리’(‘폴리스 스토리’의 줄임말)를 그린 작가는 현직 경찰이다. 서울지방경찰청 홍보담당관실 강현주 경사(33·여)는 2007년 4월부터 일선 지구대 경찰관의 에피소드와 애환을 그린 이 웹툰을 인터넷에 연재했다. 이 작품은 연재 1년 만에 누적 조회수 100만 회를 돌파했고 2010년 단행본으로도 출판됐다. 강 경사는 “자신의 직업이나 전문성, 일상 경험을 웹툰으로 옮겨 데뷔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웹툰 ‘매지컬 고삼즈’를 그리는 seri(본명 이가영)와 비완(본명 최윤경) 작가는 현직 교사다. 두 작가는 학교 교육현장의 문제점을 판타지 형식의 웹툰에 녹였다. ‘들어는 보았나. 질풍기획’을 그리는 이현민 작가는 9년 차 광고회사 직원 출신. 그는 광고제작사에서 생활했던 경험을 웹툰으로 풀어냈다. ‘달이 내린 산기슭’을 연재 중인 손장원 작가는 지질학 박사 출신 경력을 살려 우리 땅에 얽힌 이야기를 오래된 지층과 산속에 사는 신비한 정령과 결합했다. ‘오!솔로’를 연재한 정이리이리 작가는 현직 농부다. 일각에서는 다양한 작가군 때문에 웹툰의 그림, 스토리의 전문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하지만 “다양한 작가군에서 다채로운 소재와 기획이 나온다”고 반박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웹툰은 소재의 다양함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의 원천 소스로도 각광받고 있다. ‘배트맨’ ‘아이언맨’ 등 미국의 그래픽노블이 드라마, 영화로 확대, 재생산되는 것과 유사한 셈이다. 지난해 690만 명을 모은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원작도 웹툰이다. 2010년 윤태호 작가의 웹툰 ‘이끼’가 영화화되면서 340만 관객을, 2012년 강풀 작품을 영화화한 ‘이웃사람’, ‘26년’이 각각 240만 명, 290만 명을 모았다. 영화계에선 “한국 영화의 독자적인 시나리오 빈곤을 웹툰이 메우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올해도 웹툰 ‘패션왕’ ‘내부자들’ 등이 영화화된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교수는 “스크롤 방식으로 보는 웹툰은 전개 속도가 빨라 영상으로 제작하기 편하다”며 “시장도 성장세라 더 독특하고 새롭고 다양한 웹툰이 나오고 대중문화 이야기의 원천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웹툰 한류’를 위하여… 세계 만화산업계는 웹툰을 불황에 빠진 만화산업을 부흥시킬 수 있는 ‘희망’으로도 본다. 만화산업은 1994년을 기점으로 불황에 빠진 상태다. PC와 게임의 등장으로 인쇄만화의 인기가 감소한 데다 불법 복제와 온라인 확산이 쉬워져 만화산업 자체가 위축됐다. 각국 만화가, 출판사들이 새로운 만화 퍼블리싱(publishing) 모델을 고민하던 차에 웹툰이 등장한 것. 웹툰은 만화 콘텐츠 온라인 상용화의 첫 성공 사례다. ‘위키피디아’에도 “웹툰은 한국에서 상용화한 ‘만화 퍼블리싱 모델’”로 정의돼 있다. 하지만 ‘웹툰 한류’를 활짝 꽃피우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웹툰 작가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적은 데다 저작권도 보호되지 않아 창작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웹툰은 대부분 네이버, 다음 등에서 무료로 연재된다. 포털사이트들이 작가에게 원고료를 지급하지만 감상 자체가 무료인 탓에 인기 작가를 제외하고는 수입 수준이 높지 않다. 원고료를 제대로 주려면 웹툰을 유료화해야 하지만 각종 웹하드, 온라인 커뮤니티 불법 공유로 유료화하기도 쉽지 않다. ‘만화는 공짜’라는 인식도 문제다.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좋은 작품이 나온 것은 우연이자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웹툰의 저작권을 보호하는 법안 등을 통해 양질의 작가가 계속 나올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웹툰 한류’를 위해선 번역 지원이 절실하다. 만화 대사는 간결한 구어체 위주로 돼 있어 만화 전문 번역가가 필요하다. 해외에는 웹툰을 불법 게재한 후 독자를 모아 광고 수익을 올리는 불법 공유 사이트도 많다. 해외 사이트에서의 저작권 침해는 작가나 웹툰 업체가 대처하기 어렵다. 웹툰 유통업체 타파스미디어 김창원 대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해외 불법 사이트 모니터링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개별 작품보다는 한국 웹툰의 그림, 연출 스타일, 나아가 플랫폼과 수익모델을 정교하게 구축해 이를 패키지로 수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업체들이 해외에 웹툰 플랫폼을 수출하고 그 플랫폼을 채울 콘텐츠는 미국, 유럽, 중국인 작가들로 우선 채우자는 전략이다. 박석환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는 “한국 작가의 작품 위주로만 해외에 진출하면 언어적, 정서적 차이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해외 작가로 하여금 한국 웹툰 스타일로 작품을 만들게 하고 국내 업체가 만든 웹툰 플랫폼에 이를 연재하는 등 플랫폼 자체를 보급해야 ‘웹툰 한류’가 완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러시아서 온 팬레터, 외계어인가 싶어 당황했죠 하하” ▼한국 웹툰 바람 이끄는 ‘노블레스’ 손제호-이광수 작가웹툰 작가들은 구글 번역기를 돌린다. 팬레터를 읽기 위해서다. 웹툰 ‘노블레스’의 손제호(37·글), 이광수(33·그림) 작가는 세계 각지 팬들이 보낸 e메일을 일주일에 10∼20통씩 받는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중국어, 타갈로그어(필리핀), 태국어까지 언어도 다양하다. 영어 e메일은 ‘amazing’(놀라운) 같은 익숙한 단어가 읽히지만 러시아어 e메일을 받고선 외계어인 양 당황했단다. 번역기로 돌린 메일에는 “화려한 색채의 그림을 스크롤로 내려 보니 신기하다”, “웹툰이든 책이든 하루빨리 정식으로 번역된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일부 팬들은 자국어로 쓴 메일을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한국어로 바꾼 다음 보내기도 한다.어둠의 만화 시장에서 1위 ‘노블레스’로 웹툰 한류를 이끄는 손제호, 이광수 작가를 경기 시흥시 이 작가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작업실 책장에는 일본 망가(만화)를 대표하는 일명 ‘원나블’(만화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의 앞 글자를 딴 말) 만화책이 가득 꽂혀 있었다. 전 세계 만화 1만여 종이 불법 번역돼 올라오는 영어권 불법 만화 공유 사이트 ‘망가폭스’에서 ‘노블레스’는 원나블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홈페이지 메인에는 ‘노블레스’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다. 하지만 두 작가는 1위 소식에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출판만화인 ‘원나블’과 매체가 다르니 단순 비교가 어렵습니다. 외국에서 많이 본다고 하지만 불법 번역판이니 마냥 좋아할 수도 없어요.”(이) “해외에도 웹툰 시장이 열리면 좋겠습니다. 한국 웹툰이 전 세계에서 읽히고 그 큰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하고 싶습니다.”(손) ‘노블레스’는 세계인에게 익숙한 소재인 뱀파이어 전설에서 착안해 만들었다. 절대강자인 주인공 ‘카디스 에트라마 디 라이제르’(줄여서 ‘라이’라고 부른다·오른쪽 그림)가 820년 만에 오랜 잠에서 깨어나 인간을 위해 뱀파이어, 변종인간 같은 악의 세력과 맞서는 내용을 그렸다. 라이가 고등학교 학생으로 생활하며 현대 문명에 어색해하는 유머코드도 담겨 있다. 전 세계에서 웹툰 한류를 이끌어낸 데는 주인공 라이의 힘이 컸다. 주인공의 매력으로 승부하는 슈퍼히어로 그래픽노블의 성공과 닮아 있다. 라이는 정신지배 능력을 갖고 있지만 힘을 사용할 때마다 수명이 줄어든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팬들도 인터넷에서 라이가 죽어도 노블레스를 계속 볼지를 투표에 부치고 토론까지 벌인다. 남성 팬들은 ‘멋있다’고 환호하고 여성 팬들은 ‘반했다’며 지지를 보낸다. 손 작가는 “라이가 이야기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기에 진짜 살아있는 존재처럼 차를 마시는 자세, 타인을 바라보는 눈빛까지 매력과 분위기를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누구나 매력을 느끼고 감탄할 캐릭터로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라이의 폭발력은 굉장했다. 2009년 3월 76화에서 라이는 친구를 위험에 빠뜨린 적을 무릎 꿇게 하고 “꿇어라. 이것이 너와 나의 눈높이다”라고 내뱉는다. 이 한마디 대사로 노블레스는 네이버 웹툰 순위 1위로 치솟았다. 곧 “This is the difference between your and my eye-level”로 번역돼 세계로 퍼졌다. 이 작가는 “제호 형이 건네준 원고를 보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시나리오를 그림으로 그리고선 카타르시스까지 느낄 정도였다”고 했다. 손 작가도 “스토리를 넘기고 웹툰을 업로드하는 마지막까지 그 대사를 매만졌다. 흔한 문장인데 캐릭터의 느낌을 어떻게 살릴까 며칠 고민했다”고 했다.“내게 없는 재주에 끌렸다” 두 사람은 자신에게 없는 상대의 재주에 이끌려 만났다. 2007년 전북 익산에 살던 이 작가는 경기 고양시에 사는 친한 형을 만나러 왔다가 같은 오피스텔에 사는 손 작가를 우연히 만났다. 당시 손 작가는 2004년 장르소설 ‘비커즈’로 이름을 알린 프로 작가였고, 이 작가는 만화가 데뷔를 꿈꾸는 아마추어였다. 이 작가는 친한 형 집에서 손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소설 속 이야기에 푹 빠져 앉은 자리에서 시리즈를 모두 읽었다. 그는 “만화에서 그림이 전부라고 믿었고 만화를 보면 그림체만 봤다. 형의 소설을 읽고서야 이야기의 매력에 눈을 떴다”고 했다. “머릿속엔 ‘비커즈’를 만화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가진 돈 탈탈 털어 맥주를 사서 형의 방문을 두드렸어요.” 손 작가는 단박에 부탁을 거절했다. 데뷔도 안 한 지망생이 뛰어난 그림 솜씨가 필요한 판타지를 그려낼 수 있을지, 설사 시작한다고 해도 완결할 수 있을지 못 미더웠다. 소설로 나온 이야기를 만화로 옮기면 독자가 궁금해할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이 작가는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비커즈’ 등장인물을 올 컬러로 그려 손 작가에게 보냈다. 같은 인물도 여러 모습으로 석 달 동안 꾸준히 그렸다. 손 작가는 “광수의 그림을 보는데 실력이 정말 뛰어났다. 이 친구라면 내가 머릿속으로 펼치는 상상을 그림으로 옮기겠구나란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출판만화 대신 웹툰을 선택했다. 지면의 한계에 묶이지 않고 웹툰에서 마음껏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다. 2007년 12월 ‘노블레스’를 네이버, 다음에 도전만화로 올렸다. 6개월 만에 네이버에서 정식 연재 요청을 받았다. “우리 앞에 놓인 길은 안개가 가려 뿌연 길이었습니다.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으니 인생을 건 모험이었죠. 그래도 그때도 일본에 가자, 세계로 가자고 서로 북돋우며 꿈은 크게 가졌습니다.”(손, 이)누적 조회수 13억 올해 두 사람은 건강 문제로 두 달 이상 연재를 쉬었다. 손 작가는 1월 견갑골 종양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양성 종양이라 제거 수술만 받았지만 첫 진단에서 악성 종양 가능성이 크다고 나와 마음고생을 했다. 손 작가는 “아내와 어린 딸도 걱정됐지만 노블레스를 끝낼 수 있을지 두려웠다”고 말했다. 3월에는 이 작가가 긴장성 기흉으로 수술을 받았다. 웹툰만 그리느라 건강 관리를 못했다는 그의 가죽 의자 팔걸이는 닳아서 망가져 있었다. 노블레스는 2007년 12월부터 최근까지 324회가 연재되는 동안 누적 조회수가 13억 건을 넘었고 단행본도 약 12만 부가 팔렸다. 이제 느긋해질 만도 한데 반대였다. “육신은 여기 있지만 정신은 노블레스 세계 속에 살고 있어요. 이제 더 많은 웹툰 작가와 작품으로 경쟁해야 하니 더 치열하게 삽니다.”(손) “단순한 순위 경쟁은 신경 안 쓸 때가 많아요. 오히려 그림을 그릴 때 자신과의 싸움이 중요합니다. 거기서 이기면 성취감이 더 큽니다.”(이)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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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 나온 책]세종이라면-오래된 미래의 리더십 外

    세종이라면-오래된 미래의 리더십(박현모 지음·미다스북스)=시대가 시끄러울수록 과거의 성군에 대한 향수는 커지기 마련. ‘세종처럼-소통과 헌신의 리더십’(2012년)의 저자이자 세종대왕 리더십 연구가인 저자가 세종의 인재 등용과 위기 극복 리더십을 지금 한국의 현실에 적용해 봤다. 2만5000원. 세계를 발칵 뒤집은 판결 31(레너드 케스터, 사이먼 정 지음·현암사)=기원전 소크라테스 판결부터 21세기 엔론 사태까지 세계적인 재판 31건을 뽑았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일제 전범과 1963년 넬슨 만델라 재판도 포함되긴 했으나 너무 서구 역사 중심인 게 아쉽다. 2만 원. 천사는 여기 머문다(전경린 지음·문학동네)=아버지 장례 중에 유부남 정부(情夫)를 맞는 여자, 아빠의 불륜 상대인 여자의 고향을 외갓집으로 알고 지내는 아이, 전남편의 쓸쓸한 뒷모습을 바라보는 여자. 상처가 벌어지듯 사랑이 시작된다. ‘물의 정거장’ 이후 11년 만에 펴낸 네 번째 소설집. 1만3000원. 하인리히 법칙(김민주 지음·미래의창)=대형 재난 발생 전에는 29번의 경미한 사고와 300번의 징후가 발생한다는 법칙이다. 저자는 이 법칙을 활용해 세월호 참사부터 9·11테러, 타이타닉 침몰 등의 원인과 대처법을 분석하고 기업의 위기관리 상황에 적용시켰다. 1만4000원. 어떻게 그들은 한순간에 시장을 장악하는가(래리 다운즈, 폴 누네스 지음·알에이치코리아)=스마트폰의 등장으로 MP3플레이어 시장은 초토화됐다. 게임 ‘앵그리버드’로 기존 게임 사업자는 큰 피해를 봤다. 이들은 ‘빅뱅 파괴자’로 정의된다. 잠재적 빅뱅 파괴자를 조기에 파악하고, 이를 이용하거나 극복하는 대안을 설명했다. 1만6000원. 원문 사료로 읽는 한국 근대사(최익현 지음·필맥)=1876∼1945년 집필된 조선 유학자들의 한문 사료를 풀어냈다. 최익현 황준현 김병국 이만손 등이 봉건적 구질서 붕괴, 국권 상실, 독립운동을 소재로 쓴 글 속에서 한국 근대사의 생생한 숨결이 살아난다. 1만7000원. 세상을 바꾼 식물 이야기 100(크리스 베어드쇼 지음·아주좋은날)=알렉산더 대왕이 알로에를 사랑하고, 소련 KGB가 아주까리를 재배했던 이유가 뭘까.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왕립식물원의 원예전문가가 풍부한 일러스트와 함께 식물과 연관된 다양한 세계사를 소개했다. 1만5000원.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오에 겐자부로 지음·문학과지성사)=1994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가 23세 때 발표한 첫 장편. 태평양전쟁 말기 전염병의 징후가 보이자 마을 사람들은 감화원 소년들을 버리고 떠난다. 버려진 이들이 꾸리는 시한부의 세계. 1만2000원.}

    • 2014-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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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체성-시너지 안 따지고… 문화예술단체 주먹구구식 통합

    6월로 예정됐던 국립극단과 명동예술극장의 통합이 부처 간 이견으로 제동이 걸렸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먹구구식’으로 문화예술단체의 통합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일 문체부와 공연계에 따르면 6월 통합 예정이던 국립극단과 명동예술극장의 통합안이 기획재정부의 ‘보류’ 결정으로 무산됐다. 문체부는 지난해 말부터 “서울 용산구 서계동에 있는 국립극단과 중구 명동에 있는 명동예술극장을 6월경 ‘재단법인 국립극단’으로 통합하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정부 부처나 산하 기관이 통합하려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재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기재부에서 지난달 안건 상정 자체에 반대했다. 기재부 측은 “국립극단이 극장 자체를 소유해 버리면 별 고민 없이 너무 쉽게 공연을 무대에 올릴 수 있다. 오히려 창작 연극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 또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등 다른 단체는 극장을 소유하고 있지 않아 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문체부는 일단 통합안을 보완해 하반기에 다시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안건 상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기재부 담당자는 “두 기관 통합의 시너지가 특별히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하반기에 다시 안건으로 올려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문체부가 추진한 통합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문화예술계는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당초 6월까지 통합을 마무리한다고 해서 두 기관 관계자들이 회의도 하고, 인력 채용도 미뤘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의 문화예술정책 키워드인 ‘통합’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지난달 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한국공연예술센터(한팩), 국립예술자료원이 분리된 지 4년 만에 재통합돼 논란이 됐다. 당초 한팩과 예술자료원은 예술위 소속이었지만 전문성을 갖춘 독립기구로 성장시킨다는 명분하에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분리됐다. 하지만 조직 분리 후 예술위 소유인 대학로예술극장의 운영을 한팩이 맡으면서 소유자와 운영자가 분리됐다. 당초 예술위는 극장 운영과 관련한 재산세 면제 혜택을 받았다. 공공극장 운영사업은 문화 고유목적사업으로 분류되기 때문. 하지만 한팩이 극장 운영을 맡자 세무당국은 “소유자가 직접 극장을 운영해야 한다”며 3년 치 추징 세금 42억 원을 부과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 세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결국 재통합이 된 셈이다. 공연계 관계자는 “정부가 문화예술기관의 정체성이나 성격을 제대로 연구하지 않고 섣불리 통합한다”고 비판했다. 향후 다른 문화예술 단체, 기관의 통합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국립극단과 명동예술극장 통합 외에 국립오페라단의 서울 예술의전당 편입도 추진하고 있다. 문체부 김정훈 공연전통예술과장은 “여러 문화예술 관련 기관, 단체를 전체적으로 보면서 통합안을 보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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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계 전설’ 박은주 김영사대표 물러난 까닭은

    ‘출판계의 전설’로 불렸던 김영사의 박은주 대표(56·사진)가 지난달 31일 전격 사퇴했다. 박 대표는 1일에는 회장직을 맡고 있는 한국출판인회의에도 사의를 표명했다. 김영사 측은 “박 대표가 외부에 공개할 수 없는 회사 내부의 유통 관련 문제와 매출 부진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 사의를 표명했다”고 2일 밝혔다. 출판계는 박 전 대표가 출판계 성공신화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원 인제 출신인 박 전 대표는 1979년 평화출판사에 공채로 입사해 출판계에 입문한 뒤 1982년 김정섭(현재 김강유로 개명) 당시 김영사 사장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김영사로 옮겼고 1989년 만 31세에 대표로 발탁됐다. 이후 그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1989년)를 시작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1994년), ‘정의란 무엇인가’(2010년), ‘안철수의 생각’(2012년)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펴내면서 ‘출판계의 미다스 손’이란 별명을 얻었다. 그런 박 전 대표의 사퇴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상당수 출판인은 “경영 문제가 박 대표 퇴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2012년 349억 원이던 김영사의 매출은 지난해 277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출판도매업체가 김영사의 성인 브랜드 ‘김영사온’에서 낸 책의 사재기 의혹을 제기하자 소문에 불과하더라도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를 결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은 김영사의 사재기 가담 여부를 현재 조사 중이다. 종교적으로 오랜 인연이 있던 창업주 김강유 회장과 박 전 대표의 갈등설, ‘경영권 다툼’ 때문이라는 관측도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4월 김 회장이 김영사로 전격 복귀하면서 박 전 대표에게서 출판 기획 권한 외의 업무는 배제해 갈등이 생겼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출판사 대표는 “김 회장과 박 전 대표가 김영사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데 박 전 대표 지분이 50%가 못 돼 밀려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기업공시 자료에 따르면 김영사 주식 지분을 박 전 대표가 40.26%, 김 회장이 28.64% 소유한 것으로 나온다. 나머지 30여 %는 김 회장 우호 지분일 가능성이 크다.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박 전 대표는 본보 기자에게 사퇴 이유에 대해 “경영권 문제는 아니다”며 “최근 야기된 유통 문제와 사재기 논란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통감해 사직한 것이다. 당분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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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급이상 10명중 6명꼴 무보직… 고액연봉 5년새 10%P 급증

    KBS의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는 문제적인 공기업의 전형을 보여준다. 특히 하는 일은 적고 월급은 많이 받는 고위직 비중의 증가, 경영 성과와 무관한 임금인상은 감사원이 KBS 감사에서 되풀이해 지적해온 문제다.○ 10년 넘게 ‘방만 경영’ 지적받는 KBS 올 3월 감사원이 발표한 ‘KBS 및 자회사 운영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고액 연봉을 받는 상위직이 늘고 각종 복지비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KBS 직원은 최상위직인 관리직급과 그 아래 1∼7직급으로 분류된다. KBS는 2008년∼2013년 10월 482명을 감축했지만 대부분 하위직이나 계열사 직원이었다. 반면 평균 9000만∼1억 원의 고액 연봉을 받는 2직급 이상은 2459명(전체의 47.2%)에서 2736명(57.8%)으로 10.6% 증가했다. 감사원은 “37개 공공기관의 상위직 비율이 40%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관리직급과 1직급 포함 382명 중 228명(59.7%)은 보직이 아예 없었다. KBS는 2010년 경영성과에 따라 지급해야 할 특별성과급을 기본급 형식으로 전환해 월급(기본급)을 1.5% 올렸다. 이로 인해 2013년까지 추가 지출된 예산은 238억 원이다. 2011년 사원용 복지카드비도 전년 대비 106% 올렸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대해 KBS는 “2직급을 상위직급에 포함시키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해명했다. 상위직 무보직자에 대해서는 “콘텐츠도 적극 생산하고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달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감사원의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0년 넘게 지적 받아 온 KBS의 방만 경영은 개선되지 않았다. 감사원의 ‘2008년 KBS 운영 실태 감사 결과’는 올해 감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2직급 이상 비율은 2003년 12월 40.6%에서 2008년 7월 48.2%로 7.6% 증가했다. TV심의위원 19명이 하루에 심의하는 방송 분량은 86분에 불과했으며, 수신료 징수 담당 2직급 이상 10명 중 5명은 연간 보고 실적이 전혀 없었다. 수당 등 인건비도 2004∼2006년 정부투자기관 인건비 기준인상률(7%)보다 2배 넘게(15.3%) 올렸다. ‘2004년 KBS 운영 실태 감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외환위기 이후 사회 전반에 구조조정이 있었음에도 KBS는 국장급을 84명에서 119명으로, 부장급은 277명에서 399명으로 늘렸다. 감사원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감사를 하는 것은 그만큼 KBS의 개선 정도가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커지는 적자폭, 방만할 때가 아니다 KBS의 경영실적은 나빠지고 있다. 최근 ‘국회 수신료 승인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KBS는 2004년 638억 원, 2008년 765억 원, 2012년 62억 원 등 주기적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수신료 조정안 의견서의 KBS 중기 수지 전망을 보면 2014∼2018년 4715억 원의 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KBS는 지난해 12월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면서 “2018년까지 161명을 감축하고 방송제작비를 포함해 사업경비를 5% 절감하는 등 2018년까지 총 2183억 원을 줄이겠다”는 계획서를 방통위에 제출했다. 하지만 2014∼2018년 실제 감축 인원은 100명에 불과하다. 매년 5명의 명예퇴직자를 빼면 사실상 정년퇴직에 따른 자연감소분만 반영돼 있다. 방통위 양한열 방송정책기획과장은 “계획서에는 ‘사업경비 5%를 절감하겠다’고 돼 있는데 정작 인건비 항목은 안 보였다. 경비는 줄인다면서 인건비는 쏙 뺀 것”이라고 말했다.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KBS 전체 예산 중 인건비 비중은 32.2%(2012년 기준)로 영국 BBC(28%)나 일본 NHK(27%)보다 높다. 그만큼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남는 인력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등 조직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위기의 공영방송 저널리즘 공영방송의 막장드라마, 끝장 예능 경영도 낙제점, 방만 경영부터 수술하라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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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륜-막말 판치는 ‘空營방송’… 심의제재 건수 상업방송 능가

    가족마저 돈의 잣대로만 평가하는 어머니, 성실한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자 바로 옛 애인과 불륜에 빠지는 아내, 바람난 남편을 잡으려고 납치 자작극까지 벌이는 여자…. 조간신문 사회면에 나오는 엽기적인 사건 기사가 아니다. KBS가 온 가족이 시청하는 주말 저녁 시간대에 편성한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의 내용이다. 이 드라마는 올 2월 막을 내릴 때까지 시종일관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길환영 KBS 사장은 드라마 종방연에 참석해 “할머니, 아버지, 자식 삼대를 아우르는 훈훈한 이야기로 수신료의 가치를 전하는 대표적 KBS 드라마”라고 칭찬했다. 한국 공영방송의 초라한 의식 수준을 보여주는 씁쓸한 에피소드다.○ KBS 올해 심의 제재 건수 1위 KBS는 보도 기능만 상실한 것이 아니다. 상업 채널과 구분이 안 되는 막장 오락물은 더 큰 문제다. 시청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해 교양 수준을 높이는 공영방송의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올 4월 KBS(KBS1, KBS2)가 문제 있는 방송을 내보내 받은 제재 건수는 59건으로 MBC(56건)나 SBS(57건)보다 많다. 올해 통계만 봐도 KBS가 받은 제재 건수는 20건으로 지상파 중 1위다. 지상파 방송의 연예 오락 분야 제재건수만 따지면 전체 24건 가운데 11건이 KBS가 받은 제재다. KBS 드라마는 ‘무법지대’다. 지난해 10월 방영된 월화드라마 ‘미래의 선택’에서 해고된 여주인공이 방송작가가 될 기회를 얻자 남자 직원들은 “근데 어떻게 꼬신 거야. 혹시 뭐 김신(간판 아나운서)이랑 잤어?”라고 성희롱했다. 같은 해 6월 일일드라마 ‘지성이면 감천’에선 타인의 동의 없이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 검사를 의뢰하는 불법행위가 등장했다. 예능도 다른 상업 방송과 차이가 없다. 올 3월 방영된 ‘맘마미아’에선 20세 남자 아이돌 가수가 어머니를 ‘○○이’, ‘○○아’라고 이름으로 부르며 반말하는 장면이 나왔다. 남자 출연자가 뚱뚱한 여성 진행자에게 “개 사료 드세요”라고 묻거나(토크쇼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2월 24일 방영분), 남자 배우가 개인기를 보여준다며 성행위할 때 여성이 내는 신음소리를 비트박스로 흉내 내는 모습(‘우리동네 예체능’ 지난해 4월 23일)이 여과 없이 방송되기도 했다. KBS는 최근 편성표를 무시하고 일요 예능 시작시간을 오후 4시 50분대에서 4시 20분대로 기습적으로 바꿔 일요예능 시간 앞당기기 경쟁도 주도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빨리 예능 프로를 내보내 시청자를 잡겠다는 꼼수다. SBS 관계자는 “MBC와 SBS에서 방송 시간 가이드라인을 정하자고 했지만 KBS가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KBS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예능과 드라마 제작 철학이 없다 KBS의 막장 드라마, 끝장 예능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9년 4월 방영된 드라마 ‘장화홍련’에서는 며느리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감금하는 장면이 나와 사회적 논란이 됐다. 같은 해 ‘미녀들의 수다’는 “키가 작은 남성은 루저라고 생각한다”는 여성 출연자의 발언을 그대로 내보내 물의를 빚었다. KBS는 ‘루저 발언’ 사태 후 ‘방송의 소재 및 표현에 관한 예능 프로그램 제작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반사회적 가치를 조장하는 표현이나 특정 집단과 개인을 비하하는 내용을 방송할 수 없다. 특정 신체 부위를 세밀히 묘사해도, 미신 소문 비과학적인 사실과 욕설이나 과도한 사적 이야기를 내보내서도 안 된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KBS 관계자는 “시청률만 높게 나오면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는 따지지 않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회사원 박재석 씨(39)는 “선정성, 막장 논란이 터지면 매번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공영방송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다”고 비판했다. 다음 달 방송되는 일일드라마 ‘뻐꾸기 둥지’는 방영 전부터 “또 막장 드라마인가”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KBS는 ‘오빠를 죽음으로 내몬 여자의 대리모가 돼 복수를 꿈꾸는 여인과 아이를 지키려고 분투하는 여자의 갈등을 그린 처절한 복수극’으로 홍보하고 있다. 드라마 포스터에는 아기를 안은 배우 장서희와 그의 목을 섬뜩한 표정으로 만지는 이채영의 사진까지 실렸다.  ▼ NHK-BBC에선 막장 드라마 꿈도 못꿔 ▼외국의 공영방송은드라마-오락프로도 품격 지향… 상업방송과 철저히 차별화KBS, 제작비용 절감 노력 없이… “수신료 비중 낮다” 타령만다른 나라의 공영방송은 어떨까. 선진국의 공영방송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KBS와 같은 막장 드라마나 선정적인 예능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외국의 경우 공영방송은 보도와 시사뿐만 아니라 오락 프로그램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방송사 조직원들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 NHK의 경우 드라마도 ‘착하게’ 만든다. 현재 방영 중인 일일드라마 ‘하나코와 앤’은 캐나다 작가 루시 몽고메리가 쓴 소설 ‘빨간 머리 앤’을 처음 일본어로 번역해 소개한 여류 번역가 무라오카 하나코(村岡花子)의 일대기를 다뤘다. 9월 방송되는 일일드라마도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로 불리는 다케쓰루 마사타카(竹鶴政孝)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공영방송’ KBS의 일일드라마는 어떨까. 현재 방영 중인 ‘천상 여자’는 ‘수녀의 복수극’이라는 엽기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재벌가 사위가 되기 위해 자신의 아이를 가진 여자를 버린 남자, 살해당한 언니의 복수를 하려는 수녀 동생, 망나니 재벌 3세의 집안 갈등 등 막장 요소들이 버무려진다. 안창현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원은 “NHK는 예능도 정보와 오락이 결합된 인포테인먼트 형식이나 ‘가요무대’ 같은 음악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며 “상업방송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영국 BBC도 마찬가지다. 현재 방영 중인 일일드라마 ‘이스트엔더스(EastEnders)’는 런던 시민의 평범한 일상을 다룬 작품으로 1985년 시작된 영국의 ‘국민 드라마’다. 시간여행을 다룬 ‘닥터 후’, 귀족사회를 그린 ‘다운턴 애비’, 셜록 홈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셜록’처럼 BBC 드라마는 세계 시장에서도 수작으로 꼽힌다. ‘셜록’ 시리즈는 180개 국가에 판매돼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오락도 사회적 의미를 중시한다. BBC가 지난해 만든 리얼리티 프로그램 ‘익스트림 OCD캠프(Extreme OCD Camp)’는 강박증 환자가 치유되는 모습을, ‘SAS’는 일반인이 특수부대 훈련을 견뎌내는 과정을 다뤘다. BBC는 올 2월 퀴즈쇼 ‘모크 더 위크(Mock the Week)’가 여성 출연자를 홀대한다는 비판을 받자 남자만 나오는 오락 프로의 방영을 금지하기도 했다. KBS는 선정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때마다 재원 구조 탓을 한다. 재원의 70% 이상을 수신료로 충당하는 BBC NHK와, 수신료 비중이 38%에 그쳐 광고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KBS를 단순 비교할 순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의 KBS 재원 구조로도 공영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정준희 강의전담 교수는 “NHK는 자사 출연 연예인의 출연료를 민영 방송사의 5분의 1만 주는 방법으로 예산을 아낀다”며 “KBS도 스타 위주의 캐스팅을 줄이고 창의적인 오락 프로 포맷을 개발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윤종 기자}

    • 201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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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 화제작 국내판권이 단돈 558만원?

    최근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21세기 자본(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사진)’의 한글 번역서 출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43)가 쓴 이 책은 자본가와 노동자의 경제력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점을 날카롭게 비판해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 책의 국내 번역 출판권은 문학동네 계열사인 글항아리가 갖고 있다. 출판계에선 ‘글항아리가 로또에 당첨됐다’며 부러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세계적 화제작을 ‘헐값’에 확보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해외서적 저작권 대리업체는 국내 여러 출판사에 ‘21세기 자본’에 대한 한글 번역 출판을 제안했다. 대부분의 출판사는 “책이 너무 두껍다” “프랑스 경제서는 안 팔린다”며 외면했다. 하지만 글항아리는 국내에 출간해도 반응이 괜찮을 것이란 판단하에 작가에게 선(先)인세 형식으로 4000유로(약 558만 원)에 계약을 맺었다. 글항아리의 강성민 대표(41)는 “‘21세기 자본’은 올해 2월 미국에서 영어로 번역돼 출판된 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며 “지금 계약한다면 선인세로 최소 1억 원은 줘야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연찮게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 셈이다. 책 출간 시기를 묻는 독자 문의가 쇄도하면서 글항아리는 내년 12월 낼 예정이던 이 책을 올해 9월로 앞당겨 내기로 했다. 번역 인력도 3배로 늘였다. ‘지금 한창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 9월 출판은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강 대표는 “빨리 책을 내면 당장은 몇 권 더 팔리겠지만 번역이 부실해진다”고 말했다. ‘21세기 자본’ 한글 번역서는 1200여 쪽으로 영어 번역서(685쪽)의 2배 가까운 분량이다. 강 대표는 “영어 번역서는 원서의 마르크스 관련 내용과 영미권에 대한 비판을 축약했다”며 “한글 번역서는 프랑스 원서(970쪽)의 전문을 번역하고 원서와 영어 번역본의 차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제기한 책 속 오류와 피케티 반론을 ‘옮긴이의 주’ 형식으로 보강하다 보니 분량이 늘었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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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한계가 없는 믿음의 맹목성

    ‘죽음도 불사하겠다.’ 검찰이 최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소환하려 하자 구원파 신도들이 ‘인간 바리케이드’를 친 후 외친 소리다. 헌금을 강요해 사업자금으로 충당했다는 비리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데도 왜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한발 더 나아가면 삶의 본질적인 부분을 의심케 된다. 도대체 인간에게 ‘믿음’이란 무엇일까. 이 책은 현대인이 생각하는 ‘믿음’의 신화를 철저히 깨부수는 도발을 감행한다.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어느 날 ‘믿음’을 믿지 못하게 된다. “내 부모는 친부모가 아니다”라고 믿는 환자 때문. 친부모라는 수많은 증거들과 정신치료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믿음을 바꾸지 않았다. 믿음의 기반이 너무도 약하고 맹목적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저자는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18년간 ‘인간의 믿음’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카리브 해에 위치한 세인트키츠네비스 섬에서 버빗 원숭이를 관찰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두목 원숭이는 뇌 속에 ‘세로토닌’이란 물질이 많이 분비되는 반면 부하 원숭이들은 이 물질의 분비가 적었다. 세로토닌 분비가 많은 두목 원숭이는 확신과 믿음을 가지고 행동했지만 그렇지 못한 부하 원숭이는 정반대로 행동했다. 저자는 뇌의 활동이 감정, 나아가 믿음에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한 후 뇌의 속성을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실제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장치로 뇌를 분석해보니 믿음이 클 때는 전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됐고 불신이 클 때는 대뇌변연계가 활성화됐다. 믿음 유무에 따라 뇌 활동에 차이를 보인 셈이다. 이를 토대로 저자는 “인간의 믿음은 타고난 뇌의 기본 특성 때문”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뇌 속 정보는 1000분의 1초 단위로 이동한다. 복잡한 정보가 들어오면 뇌는 천천히 움직이고 정보처리 속도도 느려진다. 모호함과 불확실성 탓에 생각할 게 많기 때문이다. 에너지도 다량으로 소비된다. 이때 뇌는 복잡한 정보를 단순화해 하나의 믿음으로 묶어버림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최소한으로 줄여 생리학적으로 ‘유쾌한’ 상태가 되려 한다. 이미 구축한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믿음 시스템’을 부정하는 다른 정보가 뇌에 들어오면 ‘믿음 보전 편향(Belief Perseverance)’이 일어난다. 해당 정보를 거부함으로써 현재의 효율적 시스템을 지켜내려는 것이다. 이는 실험에서도 드러났다. 한정된 문장만 말하는 컴퓨터와 대학생을 채팅하게 하면서 채팅 상대가 컴퓨터임을 숨겼다. 90%의 대학생은 인간과 채팅했다고 생각했고 컴퓨터란 증거를 대도 80%는 이를 거부했다. 자신의 믿음이 틀렸다는 증거보다는 그것을 강화하는 증거를 선별해 기억하는 뇌의 ‘착각 상관(Illusory Correlation)’이 발생한 것. 이런 뇌 기능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게 아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뇌의 에너지 사용을 효율화하는 방식으로 빠른 판단을 내리고 상대방과 융화해 집단사회를 형성시켰다. 따라서 ‘지능보다는 믿음이 문명을 발전시켰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 시스템은 현대에 더욱 공고해졌다. 정보화 시대에 살다보니 뇌에 들어오는 정보가 너무 많아진 것. 이에 뇌는 본능적으로 엄청난 양의 정보를 심도 있게 분석하기보다는 효율적으로 단순하게 변환된 형태, 즉 ‘믿음’으로 저장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런 믿음이 인류에게 큰 고통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비타협적 믿음은 수많은 사회 갈등을 양산시킨다. 또 삶 속에서 실질적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고 믿음에 의존할 경우 개인적 고통은 커질 수 있다. 저자는 해결책으로 ‘끊임없는 의심’을 주문한다. 자신을 최대한 의심하는 한편 교육을 통해 뇌 작동 원리를 인지하고 현재, 과거, 미래를 하나로 꿰어 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설명한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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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2만원짜리 책 스캔해 月 수천만원 수입

    정부가 전국 ‘북스캔(Book scan)’ 업체에 대해 대규모 압수수색을 다음 달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북스캔은 종이책을 PC에서 볼 수 있도록 전자파일(PDF)로 변환해주는 행위를 뜻한다.○ 저작권 위반 ‘도’ 넘어 문화체육관광부는 “전국 대형 북스캔 업체에 대한 사전 조사를 마쳤으며 계속 영업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다음 달 압수수색을 할 방침”이라고 22일 밝혔다. 정부가 북스캔 업체를 압수수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압수수색에 나서는 것은 출판사들이 3월 “불법 스캔된 서적이 온라인에 유통돼 손해가 막심하다”며 규제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현재 온라인이나 대학 주변의 북스캔 업체는 장당 5∼10원을 받고 종이책을 스캔해준다. 한 달에 수천만 원의 수익을 올리는 업체가 있을 만큼 성행하고 있다. 문체부는 1차적으로 ‘저작권 위반’ 경고문을 보낸 후 4, 5월 두 달간 특별사법경찰 30여 명을 투입해 50여 개 업체를 조사했다. 조사 담당 이향순 주무관(특수사법경찰)은 “가장 큰 문제는 업체들이 고객이 맡긴 종이책을 스캔한 후 원본 파일로 온라인에 유통시킬 수 있다는 점”이라며 “업체 내 PC를 뒤져야 잡아낼 수 있어 압수수색을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대학가 울상 북스캔 문제가 처음으로 부각된 시기는 2011년. 태블릿PC가 활성화되면서 무거운 책을 복사해 들고 다니기보다 태블릿PC에 담으려는 대학생이 늘면서 대학가에 북스캔 업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 문체부는 북스캔 업체의 스캔 파일 유포는 저작권 위반(5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해당된다고 밝혔지만 수사를 하진 않았다. 문체부 최원일 저작권보호과장은 “북스캔 업체들이 ‘저작권자에게 돈을 주고 허가를 받겠다’고 대책을 마련하는 듯하더니 흐지부지된 상태에서 북스캔이 다시 성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이 소유한 책을 북스캔 업체에 맡겨 혼자만 사용해도 저작권법 위반이다. 저작권법(30조)에 따르면 영리가 아닌 개인 이용으로는 가정 등에서 복사(북스캔)는 가능하지만 ‘공중의 사용 제공으로 설치된 복사기기’에서의 복제는 불법이다. 북스캔 업체에 맡기는 것은 ‘공중 사용을 위한 기기’ 사용에 해당된다. 상당수 대학생이 북스캔으로 제본한 교재를 쓰고 있어 이번 조치는 대학가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서울 성북구 A대학 주변 복사업체에는 제본 교재가 쌓여있었다. 업체 내 설치된 PC 바탕화면에는 스캔된 각종 교재 PDF파일이 보였다. 고객으로 가장해 온라인 북스캔 업체 6곳에 교재 스캔을 의뢰하자 1곳만 ‘불법’이라며 거부했고 나머지 5곳은 ‘가능하다’고 답했다. 대학원생 이모 씨(28)는 “불법인 줄 알지만 전공서적 한 권에 2만∼3만 원이나 하고 학기마다 수십만 원이 교재비로 들다 보니 북스캔을 할 수밖에 없다. 가을 학기 ‘교재 대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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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컵 스타가 뛰면 책도 뛴다… 출판계도 ‘따봉, 브라질’

    브라질 월드컵 개막(6월 13일)이 22일 앞으로 다가온 요즘. 서점이나 편의점 책 판매대에 놓인 축구선수 자서전이 눈에 밟힌다. ‘박지성도 은퇴했는데, 한 권 사볼까’라는 생각도 든다. 이 같은 심리 탓일까? 최근 축구선수 서적 판매가 증가하면서 출판계가 미소를 짓고 있다. ○ 축구를 읽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이달 1∼18일 축구선수 자서전 등 축구 관련 서적 판매량은 전달 같은 기간 대비 37.8% 증가했다. 교보문고는 “1월부터 4월 중반까지 1000권 내외에서 팔렸는데 이달엔 벌써 1400권 정도가 나갔다”며 “월드컵이 다가올수록 판매가 늘 것”이라고 밝혔다. 예스24의 축구선수 자서전 5월 판매량도 전달 대비 2.1배로 증가했다. ‘호날두는 우리와 무엇이 다른가’ , ‘네이마르, 새로운 전설의 탄생’ 등 축구선수 서적도 이달 들어 잇따라 출판됐다. 홍명보 감독이 삼고초려했다는 일본인 이케다 세이코 한국 국가대표 코치, 스웨덴의 골게터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젊은 명감독 페프 과르디올라의 책도 나올 예정이다. 출판계가 월드컵 특수를 ‘첫 경험’한 시기는 2002년. 한국팀이 4강에 오르면서 ‘영원한 리베로’(홍명보), ‘마이 웨이’(히딩크), ‘당돌한 아이’(이천수), ‘아름다운 질주’(송종국) 같은 4강 멤버 자서전이 쏟아졌고 수만 권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멈추지 않는 도전’(박지성)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는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자서전이 화제가 됐다. 한 출판사 대표는 “선수가 잘할수록 책 판매가 늘어난다. 그래서 메시 책을 낸 출판사들은 2010년 월드컵 한국 vs 아르헨티나전 때 오히려 아르헨티나를 응원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며 웃었다. ○ 그라운드 아닌 서점의 승자는 누구? 동아일보가 예스24와 함께 2002∼2014년 축구선수 서적 누적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박지성 선수 자서전 2권이 각각 1, 2위를 기록했다(표 참조). 박지성 자서전들은 다 합쳐 10만 권 가까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선수들의 판매량은 2만∼3만 권 정도다. 재미있는 점은 축구 경쟁에서 메시에게 한발 차로 뒤지던 호날두가 자서전 판매량에선 앞섰다는 것. 스포츠책을 주로 낸 브레인스토어의 선미순 편집자는 “메시는 조용하지만 호날두는 거침없고 외모가 출중해 20, 30대 여성 독자에게 상품성에서 앞선다”고 분석했다. 의외로 자서전 판매량이 저조한 선수는 데이비드 베컴. 예상보다 잘 팔린 선수는 이동국(전북)이다. 베컴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세계적 인기를 누렸고 베컴 관련 책은 세계 각국에서 종합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들었다. 반면 국내에서는 생각보다 호응이 작았다는 평. 축구전문 출판사 ‘그리조아 FC’ 김연한 대표는 “베컴 자서전이 출간된 2003년에는 국내에 유럽축구 중계가 없어 관심이 적었다”며 “이동국은 인생 역경 이야기가 어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트렌드는 축구 ‘선수’에서 ‘감독’으로 넘어가고 있다.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무리뉴, 그 남자의 기술’이 선전 중이다. 예스24 김현주 MD는 “독자들은 단순한 일대기보다는 역경 극복담을 통해 무언가 배우고 싶어 한다”며 “이에 자기계발서 형식으로 리더십을 드러난 해외 감독 자서전이 인기를 얻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출판사 러브콜 1순위는 ‘꽃미남’ 안정환 ▼미스코리아 부인 등 흥행요소 많아… 차범근-손흥민-박주영 순 인기국내 출판사로부터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는 선수는? 출판계 의견을 종합해 보면 안정환 차범근 손흥민 박주영 순이다. 안정환은 그간 자서전이 한 편도 나오지 않은 데다 화려한 외모, 미스코리아 아내, 16강 이탈리아전 극적 동점골 등 흥행요소가 가장 많은 것으로 평가됐다. 2위는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 한국 축구의 영웅인 데다 독일생활, 국가대표 감독 시절 등 농밀한 이야기가 많을 것이란 분석이다. 손흥민은 한국축구의 ‘신성’이라는 점, 박주영은 언론 노출이 적어 알려진 점이 극히 적은 데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대활약할 경우 반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점이 부각됐다. 하지만 국내 축구 스타들의 자서전은 출판되기 쉽지 않다. 자칫 “훈련 안 하고 자서전이나 쓰더니 축구를 못한다”는 비난을 들을 수 있어 선수들이 자서전 출간을 꺼린다는 것. 김연한 그리조아 FC 대표는 “해외 축구 스타는 전성기 때 적극적으로 자서전을 내는 문화가 있고 축구 스타 책이 종종 종합베스트셀러에 오른다”며 “반면 황선홍 같은 국내 선수들은 ‘안티’도 많다 보니 출판을 포함해 언론 노출을 꺼린다”고 밝혔다. ‘무리뉴. 그 남자의 기술’을 쓴 한준 작가는 “해외 축구선수들은 감독과의 불화 등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를 자서전을 통해 공개해 인기를 얻지만 한국선수들은 지나간 일을 들추는 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풍성한 이야기를 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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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단신]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 外

    ■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은 28, 29일 양일간 교내 국제교육관 LG컨벤션홀에서 ‘트랜스, 포스트휴머니즘 담론의 지형’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대회는 독일 예나대 볼프강 벨시 명예교수, 이수안 이대 교수 등이 기술 발달에 따른 인간과 사회의 변화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인문학적 패러다임으로서 ‘포스트 휴머니즘’을 조명한다. 02-3277-6757■ 한국작가회의 소속 젊은작가포럼이 젊은 작가들의 작품 낭독회 ‘목요낭독공감’을 22일 오후 5시 반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 배움아카데미에서 연다. 시인 박서영 유병록, 소설가 백가흠이 작품을 낭송하고 자신의 문학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12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같은 장소에서 낭독회가 이어진다.}

    • 201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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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책임 내게 있다”… 의인들 이름 부르다 끝내 눈물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세월호 참사 대국민 담화 발표 도중 참았던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불의의 희생자들 이름을 한 명 한 명 거명하는 도중 북받치는 슬픔을 감당하지 못했던 것이다. ○ ‘의사자’들의 이름 부르다 터져버린 눈물 “어린 동생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탈출시키고 실종된 고 권혁규 군,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주고 또 다른 친구를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어 사망한 고 정차웅 군, 세월호의 침몰 사실을 가장 먼저 119에 신고하고도 정작 본인은 돌아오지 못한 고 최덕하 군, 그리고 제자들을 위해 최후의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고 남윤철, 최혜정 선생님….” 박 대통령의 목은 메어왔고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승무원 고 박지영, 김기웅 씨 이름을 읽어 내려갈 때는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평소 ‘얼음공주’라고 불릴 정도로 감정 표현을 절제해 온 박 대통령이었기에 ‘대통령의 눈물’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이진로 한국소통학회장(영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은 “눈물로 상대방과 감성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느리고 명료하게 대화하면 대체로 진정성이 있어 보인다”며 “담화에는 이런 점이 잘 녹아들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눈물에 야권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당초 담화 직후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담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려 했으나 오후로 늦췄다. 대통령 눈물의 감성 코드를 잘못 건드릴 경우 역풍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야권 일각에선 “안산에서 흘린 눈물의 양만 해도 박 대통령의 눈물을 덮고도 넘친다”며 평가 절하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공개적인 언급은 자제했다. 김한길 대표는 오후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눈물도 흘렸다고 한다. 국민이 진정성을 느끼지 않았겠는가”라고만 말했다.○ 정치인의 눈물 박 대통령의 눈물은 2004년 탄핵 역풍을 맞은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을 구한 경험이 있다. 그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 대표로서 정당 대표 TV 연설을 통해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던 것. 탄핵 위기에 몰린 한나라당은 50석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121석을 따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2년 대선 당시 눈물도 감성을 뒤흔들었던 명장면으로 꼽힌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때 팝가수 존 레넌의 곡 ‘이매진(Imagine)’을 배경으로 눈물을 떨어뜨리는 모습을 담은 TV 광고로 인간미를 부각시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천안함 폭침 희생자 영결식장에서 추모 연설 도중 북받치는 감정을 참지 못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2009년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장에서 오열했다. 역풍도 있었다. 2008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은 대선후보 선정을 위한 당내 경선 도중 여러 차례 눈시울을 붉혔지만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를 만큼 강하지 않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고성호 sungho@donga.com·김윤종 기자}

    • 201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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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탓이오” 다함께 세번 외친 朴대통령

    18일 낮 12시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미사가 열린 서울 명동성당 대성전 맨 앞줄에 박근혜 대통령이 앉았다. 박 대통령은 미사 참석자 1000여 명과 함께 주먹을 쥐고 자신의 가슴을 치며 “제 탓이오, 제 탓이오, 저의 큰 탓이옵니다”를 외치며 고백기도를 했다. 박 대통령은 종교가 없지만 1965년 가톨릭 재단인 성심여중을 다니며 ‘율리아나’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염수정 추기경은 강론에서 “‘살릴 수도 있었는데…’라며 울부짖던 한 어머니의 억울함에 공감한다”며 “무죄한 이들의 죽음은 살아있는 우리 모두의 책임임을 통감한다. 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직 대통령이 명동성당 미사에 참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19일 대국민 담화 발표에 앞서 최대한 몸을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담화 발표 직후 아랍에미리트(UAE)로 출국하는 것을 두고는 뒷말이 나온다. 국회의 협조를 구하는 등 박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때 자리를 비우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18일 “우리나라 기술로 설계한 원자로가 해외로 나가는 데뷔 행사”라며 “UAE에서 박 대통령의 참석을 간곡히 희망한 데다 6월 라마단(이슬람 금식월) 기간 이전에 원전 운영 계약을 마무리하기 위해 대통령의 참석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당초 17일부터 일주일 동안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중동 3개국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세월호 참사로 이를 취소한 바 있다.이재명 egija@donga.com·김윤종 기자}

    • 201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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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아픔과 작별하며… 난 오늘도 산다

    떠난 사람의 동사(動詞)는 과거형이지만 산 사람의 동사는 늘 현재형이다. 나는 오늘도 산다. 더욱이 지금 난 감히 ‘흥청대는 풍악’의 중심에 있다. 어제(17일)부터 이틀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서울재즈페스티벌. 국내외의 좋은 음악인이 많이 출연했다. 그중엔 잭 디조넷이나 조슈아 레드먼처럼 무게 있는 재즈 음악인도 있지만, ‘재즈 축제’라기엔 흥행을 염두에 둔 팝 음악인의 핵심 시간대 출연이 너무 많은 점은, 좀, 그렇다. 아일랜드의 포크 싱어송라이터 데이미언 라이스를 이태 연속 헤드라이너(가장 황금시간대 출연진)로 배치한 점도 그랬다. 물론 통기타 한 대와 목소리 하나로 심금을 흔든 그의 무대는 여전했지만. 축제가 끝나고 귀가한, 조금 허한 마음으로 TV를 틀었을 때, 마크 노플러의 2009년 공연 실황과 마주한 건 행운이었다. 절반은. 영국의 걸출한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노플러는 ‘술탄스 오브 스윙’으로 유명한 영국 록밴드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리더였다. 그는 TV 중계실황에서 특유의 무표정과 청회색 눈동자를 빛내며 ‘로미오 앤드 줄리엣’ ‘와이 워리’ ‘머니 포 나싱’ ‘브러더스 인 암스’ 같은 히트곡을 뛰어난 연주로 들려줬다. 픽(pick·기타 칠 때 쓰는 작은 채) 없이 기타의 6현을 누비는 그의 오른손은 제프 벡의 것과는 또 다른 마법이었다. 노플러의 음악에 맥주 한 잔 타서 개인사, 세상사의 고단함을 잊으려던 날 소파에서 일으킨 건 공연 막바지에 그가 택한 곡, ‘이프 디스 이즈 굿바이’였다. 소설 ‘어톤먼트’를 쓴 영국 작가 이언 매큐언이 9·11테러 직후 쓴 신문 칼럼을 읽고 쓴 곡이라고 했다. 노플러의 설명은 담담했다. “야만적인 복수가 촉발한 끔찍한 참사의 순간에도 사람들은 마지막 통화로 가족과 친지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했죠. 이것이야말로 인간정신의 승리입니다.” 즐거운 기억과의 ‘안녕 시간’은 너무 짧다. 아픔과의 작별은 너무도 길다. 그건 때로 5000만 명의 평생만큼 걸린다. 우리의 승리는 진행형이어야 한다. ‘나의 거창한 유언은/찢겨져 너덜너덜하지만/내가 말하려던 게 무엇이든/사랑합니다, 이게 다예요. …나의 거창한 유언은/들려지지 않은 채 하늘의 어둠 속을 맴돌겠지만/사랑해요… 이게 굿바이라면…’. (‘이프 디스 이즈 굿바이’ 중)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1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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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공장단지’서 ‘문화특구’로… 파주출판도시는 지금 변신중

    《 갓 볶은 커피향이 코를 찔렀다. 12일 오후 3시. 경기 파주시 문발동에 위치한 파주출판도시. 창비, 문학동네 같은 국내 주요 출판사가 위치한 회동길의 분위기는 올 초와는 사뭇 달랐다. 경기도가 지난달 8일 출판도시 내 사옥에서도 음료를 팔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면서 출판사 건물마다 ‘북 카페’ 설치가 유행이 된 것. 회동길 초입에 위치한 돌베개출판사는 이날 카페를 개장했다. 10m 옆으로 야외 카페도 보였다. 도시 내에는 15개 북 카페가 생겼고 10여 곳이 개장을 준비 중이었다. 2005년 완공된 파주출판도시는 당초 출판산업 집적화를 통해 시너지를 낸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입주 출판사에는 세제 혜택도 주어졌다. 하지만 국가산업단지였던 파주출판도시는 일반인 출입이 적다 보니 ‘책공장 단지’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출판도시가 최근 달라지고 있다. 》○ 15일 완공 광인사 ‘책방거리’, ‘지혜의 숲’ 도서관 미리 가보니 갈대샛강을 사이에 두고 회동길 맞은편에 위치한 ‘책방거리’(광인사길)는 서울의 인사동을 연상시켰다. 김영사, 교보문고 본사가 위치한 이 거리는 과거 직선형 2차로 도로에 주차된 차가 많았다. 이에 출판사와 파주시가 2011년부터 30억 원을 투자해 1.1km 구간을 S자형 ‘책방거리’로 변화시킨 것. ‘집문당∼광문각’ 공사가 지난해 마무리됐고 이달 15일 최종 구간(케이미디어∼보리) 공사가 끝났다. 직선 도로는 구불구불하게 바뀌었고, 바닥에는 아스팔트 대신 상아색 타일이 깔렸다. 벚나무 가로수도 심어졌다. 길 전체가 ‘건축공원’처럼 보였다. 출판도시입주기업협의회 임형석 차장은 “아직은 북 카페가 40여 곳밖에 안 되지만 100여 곳까지 늘려가겠다”며 “소프트웨어를 채워 일반인이 자주 찾는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도시 내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1층에는 망치 소리가 울렸다. 다음 달 19일 개관을 앞둔 ‘지혜의 숲’ 도서관 공사는 70%가량 진행됐다. 오픈 카페를 중심으로 340m²(약 103평)의 서가(書架)는 높이가 6.5m나 됐다. 일반 도서관 서가 높이(2m 내외)의 3배가 넘다 보니 책에 파묻힌 듯 느껴졌다. 서가 디자인도 독특했다. ‘ㄱ’ ‘ㄴ’ 식으로 한글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이 적용됐다. 향후 2만 m²(약 6000평) 공간에 100만 권이 소장된다.○ 산업단지→문화특구 변신 왜? 비판 목소리도 현재 공사 중인 파주출판도시 2단계 용지에는 영화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업체도 입주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출판도시’를 ‘문화도시’로 변모시키겠다는 것이 출판도시 관계자의 목표다. 국가산업단지인 파주출판도시를 문화산업진흥기본법에 따른 ‘문화산업특구’로 바꾸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자구책’이란 분석도 나온다. 출판시장이 악화되면서 최근 1, 2년 사이 출판도시 내 부도가 난 출판사가 등장한 데다 도시 내 건물 가치가 예상만큼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수익적 측면에서 돌파구가 필요했다는 것. 파주출판도시에 입주해 있는 한 출판사 대표는 “은행 빚으로 화려하게 건물을 지은 후 부채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출판사가 생긴 상황에서 출판만 내세운 도시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위기가 커졌다”고 밝혔다.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출판사 대표는 “문화특구로 확대되면 상업시설이 늘어나게 된다. 출판도시 자체의 색깔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출판계 관계자는 “출판도시 내 건물은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출판, 인쇄업 관련 업체 외에는 부동산 매매를 할 수 없게 돼 있다”며 “문화특구로 바뀌면 규제가 풀릴 것을 기대하는 출판사도 있다”고 말했다.파주=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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